“포기하지 않았기에 수상이라는 기쁨을 얻었다. 다시 힘을 내 도전하라는 따뜻한 격려로 받아들인다. 계속 글을 쓰며 시니어 문학의 한 장을 채워나가겠다.”
27일 열린 고품격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신한은행과 함께 연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시상식에 참가한 시니어 수상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와 비슷한 수상소감을 밝혔다.
미니자서전 부문에 ‘대륙에서 길을 묻다’를 출품한 김영식 씨는 시니어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김영식 씨는 “인생 이모작에 새롭게 도전하며 살아가겠다”며 “글쓰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력’을 보태라는 숙제를 늘 정직하고 공감과 위로를 주는 가치있는 글로 보답하겠다”고 동영상으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은 만 50세 이상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4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 반 동안 ‘인생 이모작’, ‘앞으로 꿈꾸는 나의 모습’, ‘나를 3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들’, ‘퇴직 후 1년의 생활’, ‘마침내 무한변신’ 등 5가지로 주제로 진행됐다.
김주영 작가, 윤정모 소설가를 비롯해 장석주 시인, 안도현 시인, 부희령 작가, 신아연 작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6명은 공모 작품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했다.
윤정모 소설가는 “대체로 형식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사색의 깊이와 수사와 문장에서 갈고닦은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며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대륙에 길을 묻다’가 이후를 잘 마무리하길 바라며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심사평을 제시했다.
7월 15일 당선작 발표에 이은 8월 27일 시상식에서는 영광의 수상자들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라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대상과 최우수상, 쏠드상, 우수상 등 일부 수상자만 참석해 소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자리를 빛낸 김상철 이투데이 대표는 “소설과 수필, 시 같은 작품이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 감동을 준다. 시니어 여러분들이 좋은 글을 써주셔서 수상작이 모두 훌륭하다. 수상을 축하드린다”며 감사의 인사와 함께 수상자들을 독려했다
최우수상과 쏠드상 수상자 시상에 나선 이병철 신한은행 부행장은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에 희망을 갖고 이렇게 좋은 활동을 보여준 시니어들이 놀랍다”며 “신한은행이 이번에 처음 참여했는데, 계속 지원해 시니어들이 행복한 노후, 성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돕겠다”고 시니어들의 인생2막을 응원했다
단편소설 부문에서 ‘부적 쓰는 여자’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도열 씨는 “코로나19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제게 최고의 선물”이라며 “욕심을 부려본다면 달나라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처럼 아무도 밟지 못한 미지의 땅에 소설가로서 첫발자국을 남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 부문에서 ‘부록’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귀순 씨는 “유통기한 지난 식품처럼 비켜선 지 오래, 하마터면 주저앉았을 일상의 무기력한 안주. 어떤 경우든 포기했다면 얼마나 큰 낭비일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한 수상”이라며 시니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동화 부문에서 ‘마음우체통’으로 쏠드상을 수상한 박상미 씨는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만 말고 꾸준히 하자고 오늘도 나 자신을 독려한다”며 “그러다 보면 나의 뮤즈를 만날 수 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올해 수상자들에게 큰 기쁨을 준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은 내년에 더 많은 시니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신한은행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공동 주최한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심사는 6개 부문으로 나뉘어 공모된 작품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공정하게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장인 김주영 작가를 중심으로 윤정모 소설가, 장석주 시인, 안도현 시인, 부희령 작가, 신아연 작가 등 6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분야에는 장르가 아주 많습니다. 시, 소설, 동화, 희곡, 평론, 수필, 수기 등. 그 밖에 보고문학, 기록문학 등도 있습니다. 이 다양한 장르는 각기 구성 형식이 다릅니다. 콩트는 결말을 뒤집어야 하는가 하면, 시는 압축의 정수라고 하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글로 표현되는 모든 구조의 바탕 원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삶과 인생의 관조입니다.
이번 ‘50+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에 출품된 글들도 대체로 형식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사색의 깊이와 수사와 문장에서 갈고닦은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시 ‘부록’입니다. 이 작품은 인생 관조의 절창이었습니다.
다음 동화 ‘마음우체통’입니다. 우선 동화적 골격이 단단했고,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소중한 낡은 청바지를 실수로 버린 새엄마가 그 청바지를 기어이 되찾아주는 노력을 클라이맥스로 설정한 것이 참신했습니다.
단편소설 ‘부적 쓰는 여자’는 사랑하는 남편을 전철 방화로 잃었고, 나중에 남편을 죽게 한 방화범의 부인이 찾아와 죽은 방화범을 위한 부적을 써준다는 줄거리입니다. 남편으로부터 맘껏 사랑을 받았던 자신과, 평생 애만 먹이다 죽은 방화범 아내의 사연을 씨줄 날줄로 엮었습니다. 도입부의 팽팽한 긴장은 대단한 흡인력이 있었고 얘기를 엮어가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만, 새로운 남자가 등장하면서부터 단편이라는 형식의 틀이 비좁게 느껴졌습니다. 새 남자를 얻었다는 것은 그렇게라도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의지임은 충분히 알 수 있었으나, 그에게 차를 사주었던 것, 아이들이 싫어해서 헤어졌다는 이야기까지 서술이 필요했다면 이건 중편 형식을 취했어야 마땅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편소설은 한 가지 주제, 그것조차 압축이 필수입니다. 육성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고도의 객관화를 요구하는 것이 단편소설의 특성입니다. 새로운 남자의 등장 대신 남편의 빈자리와 삶의 함수관계,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상실감을 관찰하고 보완해줄 방법을 찾았다면, 방화범의 아내, 아이를 잃어버린 그 불행한 여인의 아픔이 더 진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좀 더 덜어냈다면 최고의 수작이 되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대륙에 길을 묻다’는 미니 자서전입니다.
유럽 어느 철학자가 그랬던가요? 인생에는 난이도가 있고 성공한 사람은 난(難), 그러니까 어려움을 잘 극복한 사람이고 그 기간과 결과는 대체로 10, 20, 30년으로 본다던가요. 대륙에서 길을 물은 서술자는 한 번에 세 가지를 다 잃고 대륙으로 건너갔습니다. 타향에서 10년을 살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곧장 새 일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많은 일을 열정적으로 해냅니다. 한 사람이 10년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경탄에 이어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저도 중국과 단동 취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상황의 진실을 신뢰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밝힌 전망도 망상이 아닌 실제적 이론에 기반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북한의 경제 개방 문제입니다. 북한이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경제적 개방은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세계 여러 학자들도 이미 진단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남북이 정치적 통일까지 하게 되면 경제 대국을 향해 빠르게 독주할 것이다, 가능한 한 통일까지는 막아야 할 것이라는 농담 같은 기사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서전 서술자의 관심사는 개인 영달이 아닌 국가와 민족입니다. 그가 펼쳐둔 일들, 진행 중인 일들을 잘 마무리하라는 뜻에서 대상을 결정했습니다.
부문별 우수상을 받은 6개의 작품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여정의 찬란함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김영창 씨의 산문 ‘생각의 관성’은 은퇴로 인해 관성적인 일상이 멈춘 자리에서 방향을 전환, 생각의 관성을 달리하는 여유와 도전 정신이 돋보였습니다. 단편소설 부문 박상희 씨 ‘그녀의 이름은 김순자입니다’는 영화 장면과 상상이 오버랩되는 설정을 통해 노년의 사랑을 경쾌하고 따스하게 묘사한 점이 빛났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주저 없이 선택한 미니 자서전 부문 은정남 씨의 ‘마침내 무한 변신’은 퇴직 후 전방위적으로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후반 인생의 정체성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작품입니다.
배홍숙 씨의 동화 ‘왕릉의 전설’은 역사 속 인물에 호기심과 긴장으로 다가가는 쌍둥이 남매와 비밀의 열쇠를 쥔 할머니의 반전 묘미가 독특했기에 호평을 받았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인생의 여정을 바다의 거친 풍랑에 맞서 싸우는 항해사에 비유해 심도 있게 표현한 이석재 씨의 시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는 시적 언어의 능력과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김석철 씨의 동영상 ‘인생 2막에서 날아 오른 팔색조’는 8개의 직업을 갖기까지 인생 2막을 설계하는데 마중물이 된 요소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기획과 영상 편집이 탁월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모든 응모자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아울러 이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에 읽을거리를 선사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셔요. 이번 호에는 시인 장석주님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경기도 북부에 있는 파주 교하로 거처를 옮겨 첫겨울을 맞았어요. 교하의 평평한 들을 덮은 한해살이 초본식물이 서리를 맞고 시들어 헐거워진 무릎을 꺾으며 가을이 끝나고, 곧 겨울이 닥쳤지요. 지구의 자전축이 태양에서 먼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북반구에 햇빛이 약해지고 동절기가 온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올겨울은 유난히 눈도 잦고 한파도 자주 몰아쳤어요. 한파경보와 폭설주의보에 귀를 기울이며 겨우내 실내에 갇혀 겨울을 납니다. 기온이 영하 20℃ 이하로 떨어지는 혹한이 이어질 때 한강 하구 일대는 북극의 바다처럼 얼음덩이로 뒤덮였어요. 강가에서 건물 잔해처럼 나뒹구는 얼음덩이들이 펼치는 낯선 풍경을 하염없이 보다가 돌아오는 날도 있습니다. 노숙자가 동사했다는 비보가 전해진 날 한뎃잠을 자다가 얼어 죽은 길고양이도 드물지 않았지요.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이 언 땅에서 먹잇감을 찾지 못해 인가까지 내려옵니다. 이래저래 겨울은 네 발로 움직이는 동물이나 두 다리로 걷는 사람에게 두루 견디기 힘든 시련과 역경의 계절이지요.
사람이나 동물만 이 혹한을 견딘다고 생각하지만 풀과 나무도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묵묵하게 겨울을 납니다. 나무는 어떻게 이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는 걸까요? 나무의 내부는 많은 수분이 있어 얼 수도 있을 텐데, 나무가 영하 20℃의 추위에도 얼지 않고 겨울을 난다는 게 신기하지요. 낮이 점점 짧아지면서 빛이 약해지는 신호를 받고 나무들은 월동 채비를 해요. 활엽수는 잎을 다 떨궈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지요. 그리고 “세포벽의 투과성이 극적으로 증가해서 순수한 물은 흘러나오고 세포 안에 남은 당, 단백질, 산이 농축”된다고 해요(호프 자런, ‘랩 걸’). 아무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물은 얼지 않지요. 부동액이 얼지 않는 이치가 그것이지요. 살아 있는 유기체 거의 모두가 그렇듯이 나무 내부는 물로 채워진 상자이지만 그 액체가 순수한 상태여서 얼음 분자가 결정을 형성하지 못한다지요.
식물의 씨앗이 보여주는 기다림은 탄성이 나올 정도예요. 가을로 접어들며 초목들은 수백 개에서 수만 개의 씨앗을 제 발치께에 떨어뜨리는데, 씨앗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배아가 함부로 자라지 못하는 구조이지요. “씨앗 안의 배아는 자라기 시작하면 일단 허리를 굽히고 기다리던 자세를 곧게 펴서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형태를 정식으로 띠기 시작한다. 복숭아씨, 혹은 참깨씨나 겨자씨, 호두씨 등을 둘러싼 딱딱한 껍질은 이런 팽창을 방지하려고 존재한다”(호프 자런, ‘랩 걸’). 씨앗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배아는 딱딱한 껍질 속에서 긴 기다림을 시작하지요. 운이 좋으면 1년 만에 싹을 틔워 식물의 한 생애를 펼치지만 많은 씨앗들이 기회를 엿보다가 사라지지요. 중국의 토탄 늪지에서 나온 어떤 연꽃 씨앗의 배아는 2000년 만에 과학자의 도움으로 껍질이 벗겨지자 싹을 틔워 놀라게 했습니다. 연꽃 씨앗은 싹을 틔우려고 무려 2000년을 기다렸던 셈이지요.
씨앗은 껍질을 깨야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 수가 있지요. 씨앗은 생의 순환을 겪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저 울울창창한 숲은 작은 씨앗의 기다림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초목들은 지구상에서 공룡이 멸종하고 지구가 몇 번이나 빙하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죽지 않고 살아서 도처에 숲을 이루며 번성했어요. 그 번성이 작은 씨앗의 분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아름드리 떡갈나무도 배아에서 싹을 틔워 자라난 결과일 뿐이지요. 그러나 무수한 씨앗들은 운이 나빠 싹을 틔울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아 사라지지요. 우리도 기다림 속에서 도약의 기회를 엿본다는 점에서 씨앗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요.
식물이 환경에 순응하며 인고와 복종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걸로 알지만 식물만큼 자기 숙명과 싸우는 존재는 드물지요. 붙박이로 자라는 식물이 침묵 속에서 싸움을 펼치는 까닭에 그 격렬함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할 뿐이죠. 식물은 땅속으로 뿌리를 뻗고 물과 자양분을 끌어다 줄기로 퍼 나르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매화나무는 혹한을 견디며 꽃눈을 두툼하게 키우고, 튤립 같은 구근 식물은 땅속뿌리에서 싹을 틔울 준비가 한창이지요. 매운 추위라야 봄꽃이 더 화사하게 피어나는 법이지요. 화사한 봄꽃들이 혹한과 싸워 이긴 승리의 전리품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요!
우리는 식물이 환경에 맞서 싸우는 저 용기와 지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현호색, 복수초, 양지꽃, 노루귀, 산달래, 변산바람꽃, 개불알꽃, 제비꽃, 패랭이꽃, 민들레 같은 야생 풀꽃조차 한자리에 붙박인 채 저를 짓누르는 숙명과 맞서지요. 그렇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동백, 모란, 작약, 산수유, 풍년화, 목련, 영산홍, 개나리, 진달래, 매화나무, 벚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배나무같이 가지를 뻗어 꽃을 피우는 초목도 맹추위 속에서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어요. 가만히 들어봐요. 초목이 속삭이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요. 헤르만 헤세는 ‘봄의 말’에서 그 말을 받아 적었어요. “어린애들은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을.//살아라, 자라라, 꽃피라, 희망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내밀라.//몸을 던지고,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어느덧 입춘 지나고 우수입니다! 기세등등하던 겨울은 물러나고 곧 누리에 봄이 오겠지요!
파주 교하에서 첫겨울을 나며 오래 소식이 끊긴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젊은 날의 혼돈과 기쁨은 아득히 멀어졌습니다. 당신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은 따뜻한가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잘 살기를 바랍니다. 생명을 가진 유기체의 살아냄은 태반은 기다림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다림은 침묵과 혼돈을 견디는 인고의 시간이지요. 독일 철학자 니체가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들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할 때의 그 혼돈! 기다림이라는 씨앗 속의 배아인 혼돈이 체념의 내성(耐性)을 만듭니다. 하지만 당신, 잊지 말아요. 생명은 춤추는 별이 그러하듯이 불가능한 필연으로서 꿋꿋하게 제 앞의 불확실함을, 제 안의 혼돈을 견디며 살아남음의 영광을 취한다는 것을. 삶의 광휘는 오직 혼돈을 견딘 결과로서 눈부십니다. 당신의 처지가 나쁘다면 좋은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꿋꿋하게 기다리기를, 부디 불행에 꺾이지 말고 끝까지 견디고 잘 살기를 바라요. 잘 있어요, 당신.
>>장석주 시인
스스로 산책자 겸 문장 노동자라 일컫는다. 매일 사과 한 알을 먹고 산책하며 침묵과 고요, 단순한 것과 느린 것, 바다와 대숲을 좋아한다. ‘마흔의 서재’, ‘철학자의 사물들’, ‘일요일의 인문학’,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외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지속하는 힘’은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를 업데이트한 결과 평범한 직장인에서 일본 최고의 웹 컨설턴트가 된 고바야시 다다아키의 성공비결을 소개한다. 몸이 좋지 않아서, 일이 많아서,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회의로, 원인 모를 이유로 의욕이 바닥으로 떨어진 날 등 오늘 하루만 블로그 기사 업데이트를 쉬고 싶었던 순간, 그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으로 옮기게 한 방법들은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의 핵심은 ‘시작하기’, ‘지속하기’, ‘그만두기’라는 세 단계의 사이클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위한 '지속의 기술'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소개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습관의 힘’을 말하고 있다.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은 결국 습관화한다는 말이다. 저자가 10년이 넘는 세월을 통해 깨달은 것은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라는 사실이다.
평범한 사람도 한 가지 일을 오랜 기간 지속하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건 아주 다른 의미다. 예를 들어 블로그를 잘하고 싶지만 매일매일 포스팅을 하고 노력하는 일은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그 지루한 과정을 생략하길 원한다.
습관이란 말은 ‘익힐 습(習)’에 ‘익숙할 관(慣)’이 더해진 말이다. 날지 못하는 어린 새는 수만 번의 날갯짓을 해야 비로소 날 수 있다. 귀한 것을 얻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만 번의 노력을 하고 몸과 마음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위대한 작가들은 이런 인생의 비밀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원고지 10장 분량의 글을 쓰고 10km 달리기와 1만5000m 수영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가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은 수십 년을 이어온 지속의 힘 덕분이었다. 톨스토이는 19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82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6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고 한다. 톨스토이의 재능 또한 지속의 힘이었던 것이다.
시인장석주는 “부단히 많이 쓰고 살아남는 것, 그것이 재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소설가 김연수 역시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고 했다. 지속하는 힘의 위력을 알고 있는 것이다. 습관을 들인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좋은 습관 들이기는 더욱더 힘들다. 그래서 이런저런 자기계발서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장석주(張錫周·62) 시인의 트위터 자기 소개란에는 ‘산책자 겸 문장노동자’라고 쓰여 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두 단어라고 이야기한다. 장 시인의 하루는 매일 걷고, 읽고, 쓰고, 단순하지만 풍요로운 사색으로 채워진다. 산문집 은 그런 그의 일상에 온유한 자극을 준 책이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매일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신간을 살펴본다는 그는 1년에 주문하는 책만 1000권에 달하는 독서광이다. 포털사이트에 그의 이름으로 된 책을 검색하면 100여 권이 나올 정도로 집필 작업도 충실히 하고 있다. ‘문장노동자’라는 별명이 꼭 들어맞는다. 그런 그가 추천한 도서 에는 영미 작가들의 아름다운 산문 32편이 담겨 있다.
“최근 읽은 산문집인데 자연이나 인생에 대한 성찰이 잘 녹아 있어요.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의 글들인데, 훨씬 여유가 느껴지고 글맛이 깊더라고요. 이런 책이 두루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천하게 됐죠. 저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시 읽고 있어요.”
길어진 중년,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여러 주제의 산문 중에서도 그는 알도 레오폴드의 ‘산처럼 생각하기’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나무의 죽음’ 등 자연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 인상 깊다고 했다. 평소 자연을 바라보는 풍부한 시선을 따뜻하고 지적인 언어로 표현해온 장 시인다웠다.
“인간의 평안과 안위 때문에 자연이 훼손되고 있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생태계 불균형이 결국 고스란히 우리에게 오게 될 텐데, 인간은 너무나 무관심하죠. 글에도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제가 1960년대 서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늑대 울음소리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돼버렸잖아요. 책을 읽고 그런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중년 이후 꽃, 나무 등 자연에 관심을 두는 이가 많다. 그는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나이 들었다는 증거”라며 “생존 경쟁에서 물러나 삶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다소 느슨해지는 중년의 삶을 묘사한 ‘오버롤스 작업복’이라는 글이 나온다. 소작농들이 입는 작업복인 오버롤스 세 벌을 각각 초기 중년, 중년, 후기 중년 단계로 설명했는데, 장 시인은 비유가 아주 탁월하다며 감탄했다.
“예전에는 30대 후반만 돼도 중년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마흔이 훌쩍 넘어도 중년이라는 생각을 잘 안 해요.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인데, 그래서 중·장년기가 상대적으로 더 길어졌죠. 그런 중년의 삶을 세 단계로 나눠 옷에 빗대 설명했는데 정말 참신하더라고요. 새 옷은 솔기도 살아있고 옷감도 견고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단추도 헐거워지고 천도 닳아서 얇아지죠. 처음에는 깨끗하지만 빳빳해서 불편했던 작업복이 삶의 흔적대로 때가 묻기도 하고 해지기도 하면서 내 몸에 점점 익숙하고 편안해져요. 그런 은유가 중년의 삶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인생도 세월이 더해질수록 오버롤스처럼 부드럽고 느슨해지니까요.”
저자 제임스 에이지는 후기 중년 오버롤스를 ‘여전히 제구실을 완전히 해내며 최고로 편안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장 시인은 나이가 들며 누리는 편안함은 양면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삶이 여유로워졌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태롭고 의욕이 떨어지기도 하죠. 꿈이나 생의 약동에서 멀어지는데 그러다 보면 아무렇게나 막 살아버릴 수 있거든요. 그러면 삶의 질이나 자기존중감도 떨어지죠. 중년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가장 활동적으로 살아야 할 시기이거든요.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나이에 느슨해지고 희미해지면 안 되죠.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고 삶을 탄력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길어진 중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책 읽기는 뇌의 유산소 운동
그는 삶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자기성찰을 하라는 말인데, 이를 실천하고 도울 방법으로 ‘책 읽기’와 ‘미니멀라이프’를 제시했다.
“책 읽기는 뇌의 유산소 운동과 같아요. 뇌에도 근육이 있는데, 책을 읽지 않으면 뇌의 유연성이 떨어지죠. 시집과 철학책은 뇌에 좋은 자극을 주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요.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억이 있어요. 절차기억, 학습기억, 신념기억. 절차기억은 아기가 엄마 젖을 빠는 것과 같은 선천적인 기억이고, 학습기억은 책 읽기나 경험을 통해 얻는 것, 신념기억은 정치나 종교적인 기억을 뜻해요. 그런데 책을 읽지 않으면 학습기억이 줄고 그 자리를 신념기억이 차지하거든요. 그러면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융통성이 없어지죠.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수록 책을 읽고 학습기억을 키워 균형을 맞춰야 해요. 그래야 다른 세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습니다.”
책은 많이 읽는 것이 삶에 이롭지만, 그 외의 것들은 최대한 적게, 단순하게 하는 것이 현상의 본질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는 그는 적게 소유할수록 크게 생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쌓여 있으면 그 물건의 진가가 잘 안 보여요. 겉으로는 풍족해 보일지라도 그 하나하나의 가치는 희석돼버리고 말죠.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겼을 때,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어요.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욕심이나 사심을 비워냈을 때 본인의 가치를 발견하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죠.”
비울수록 충만해지는 행복을 경험하고 싶지만, 막상 물건이든 마음이든 비워내려고 하면 쉽지 않다. 수긍이 가는 말들이지만 결국은 실천이 문제다.
“버리는 삶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요.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안심하고, 움켜쥐려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옷장을 열면 옷이 가득한데도 입을 옷이 없다고 하죠. 몇 년째 입지 않은 옷들이 걸려 있으니까요. 그러면 버리거나 누구에게 주거나 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입을 거야’라는 생각에 그대로 걸어두죠. 하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특히 나이 들어서 갖는 그런 욕망을 노욕이라고 하는데 남들이 볼 때 굉장히 추합니다. 불편하고 쉽지 않겠지만 실천적 결단이 필요하죠. 우리는 단호해질 필요가 있어요.”
삶의 단순화에 대한 장 시인의 시각은 그의 산문집 에 잘 나타나 있다. 모든 군더더기를 없애고 최소화하려 하지만, 독서와 산책만큼은 충분히 즐긴다. 글을 쓰는 게 그의 일이기에 육체보다는 정신적 노동에 과부하가 걸리곤 한다. 그럴 때 산책을 하면 어지럽혀져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비울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피로를 푸는 데는 효과만점이라고.
“걷다 보면 사유가 깊어지고 자기성찰에 몰입할 수 있어요. 잡념은 사라지고 내면의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죠. 물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무엇보다 걷는 동안 내가 살아 있다는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수원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고은 시인이 수원SK아트리움 개관을 기념해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과 시와 음악이 함께 하는 특별한 콘서트를 연다.
오는 14일 저녁 7시 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고은, 시의 밤’이 열린다. 이날 공연에는 고은 시인은 자신의 미발표작인 ‘초혼’을 포함해 10여 편의 시를 직접 낭송한다. 나윤선은 ‘세노야’, ‘작은 배’ 등 고은의 시를 가사로 작곡한 노래를 부른다.
고은 시인은 1933년 태어나 195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1960년 첫 시집을 낸 이후 지금까지 시와 소설, 평론 등 155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팔순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창작열을 불태우며 최근에는 607편의 시를 담은 신간 시집 ‘무제시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인과 함께 무대에 서는 나윤선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프랑스에서 수학했고,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재즈 뮤지션이다.
이번 공연은 소설가이자 시인인 장석주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며, 기타연주자 오정수가 함께한다. 티켓 값은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이다. 문의 (031) 250-5300
경기일보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