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의 고기능 비건 뷰티 브랜드 랩 1899가 신제품 ‘레드 진생 펩타이드 세럼’, ‘레드 진생 콜라겐 크림’, ‘레드 진생 히알루론산 크림’ 3종을 출시했다.
1899년부터 홍삼을 연구한 KGC인삼공사의 노하우로 완성한 레드진생 비건 뷰티 테크놀로지 브랜드 랩 1899는 세계적인 비건 인증기관 프랑스 이브 비건(EVE VEGAN) 인증을 획득한 저자극 화장품 브랜드다.
이번에 선보이는 랩 1899는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5종을 특허 받은 추출법으로 진하게 담아낸 진세닉베리어TM를 통해 피부에 건강한 힘을 선사한다.
‘레드 진생 펩타이드 세럼’은 홍삼 유래 식물성 단백질을 특허 받은 공법으로 추출한 펩타이드를 함유해 피부 주름 개선에 도움을 준다. ‘레드 진생 콜라겐 크림’은 홍삼에서 유래한 식물성 비건 콜라겐이 함유된 것이 특징. ‘레드 진생 히알루론산 크림’은 홍삼과 히알루론산을 최적의 비율로 혼합한 보습 소재를 통해 피부 수분층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랩 1899 관계자는 ”비건 뷰티 트렌드에 맞춰 순하면서도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고기능 비건 뷰티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제품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와 기능성을 모두 갖춘 제품들을 선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해 들은 얘기가 있다. 개그맨 전유성(72)이 젊었던 날 친구들과 놀러 간 어느 해변에서의 일. 그가 별안간 바다로 걸어 들어가더란다. 바닷물이 몸에 차오르고 마침내 머리까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놀란 친구들, 그를 건져내기 위해 우르르 물로 달려갔다. 그때 전유성이 머리를 수면 위로 쑥 내밀더니 태연히 해변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고선 하는 말이 이랬다. “나 웃겼냐? 바다가 나를 부르더라고!”
그 해변에 폭소가 퍼졌더란다. 친구들을 웃기기 위해 온몸을 던져 펼친 해프닝이었으니 웃음 보시치고도 상품(上品)이다. 그런데 이 즉흥 쇼의 성공 요인은 그 액션 자체에 있지 않다. 물귀신 시늉으로 사람을 웃기는 몸짓은 독창적이지 않은 흔한 일이니 말이다. 전유성은 진부하지 않고 언제나 한 걸음 더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다. “바다가 나를 부르더라고!” 그는 다분히 서정적인 대사를 읊음으로써 이벤트의 격을 높인 게 아닌가. 그날따라 바다에 참을 수 없는 매혹을 느껴 물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아무려나 그는 친구들을 웃기되 이왕이면 운치와 여운까지 가미한 쇼를 보여주고 싶었을 테다. 그렇다면 아마도 충동적으로 떠올린 각본으로 행위를 하고 대사를 읊조렸던 게 아닐까. 하나의 엽편(葉片) 모노드라마를 순간에 기획해 연출하고 연기했던 셈이다. 그의 삶에 피부처럼 붙은 예능 감각과 순발력을 엿볼 수 있는 예화다.
무덤덤한 일상에 웃음을 배포하고, 상황을 요리해 생기를 돋우는 일에 전유성은 능하다. 기발함과 도발을 밑천으로 삼아 지루한 인생사를 소극(笑劇)으로 끌어올린다. 쉼 없이 산소를 들이마셔 허파를 움직이게 하듯이, 그는 쉼 없이 머리를 회전시켜 개그맨이라는 직분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생산한다. 어디서 뭘 하든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집중력과 재능으로 롱런한다.
전유성은 지리산 근처 남원시 인월면에 산다. 벌써 4년째, 얼추 인월 사람 다 됐다. 그와 마주 앉은 곳은 딸과 사위가 운영하는 찻집 제비카페. 세한의 창밖 저 너머로는 지리산이 수묵화처럼 묵연하다. 많고 많은 곳 중에서 하필 이곳에 몸을 둔 건 지리산이 곁에 있어서다.
“내가 ‘절친’이다. 절하고 친하거든. 옛날에 지리산을 자주 오르기도 했고, 이 산의 절에 있는 스님 한 분과 가까워 지리산을 종종 찾아왔다. 그 인연으로 여기에 산다.”
지리산을 자주 오르겠다.
“아직 올라가진 않았다. 올해엔 제대로 올라볼까 한다. 지리산이 어디로 사라질 것도 아니고 마음 내킬 때 가면 되니까.”
어떤 매체에서 봤는데, 살면서 가장 잘한 걸로 쉬지 않고 일을 해온 거를 꼽았더라. 요즘은 무슨 생각, 무슨 일을 하나?
“코미디 전용 극장 만들 궁리를 자주 한다. 여건이 여의치 않아 지연되고 있지만 어떻게든 추진할 작정이다. 일상생활은 나름 분주하다. 남원 동편제 마을에 가서 창의력 강의도 하고, 우리밀로 빵 만들기도 가르친다. 마술도 가르치고.”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게 연예인이다. 이게 불편하진 않은가. 메릴린 먼로는 대중의 관심에 너무도 두렵고 외로웠다 하더라. 선생은 어떤가. 개인의 자유를 수시로 침해당할 수 있을 텐데.
“매우 피곤하다.”
몰래카메라가 늘 나를 주시한다는 기분이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피곤하다. 가령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할 때 사람들이 셀카를 막 찍어대던데, 만약 내가 도박장에라도 들어가 앉았다면 턱없는 잡음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그러나 저분들의 관심 덕분에 내가 밥을 먹고 산다는 걸 생각하면 고맙지.”
여행을 자주 한다지? 여행지에선 주로 무엇을 즐기나?
“유럽의 오페라극장을 가더라도 오페라보다 극장 앞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더 흥미롭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찰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 저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하며 저렇게 웃을까,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상상을 하며 구경한다.”
사람 구경처럼 재미있는 게 없다지만 보통은 외모나 차림새 감상에 쏠린다. 전유성은 다르다.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남들의 얘기와 생각을 읽으려 집중하며 상상을 펼친다. 그는 상상, 공상, 몽상으로 사고의 외연을 확장해 쓸모 있는 아이디어 채집하기를 습관으로 삼고 사는 것 같다. 타성과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를 넘나들며 감각의 촉을 세운다. 이런 전유성의 유심한 촉수가 한번은 자동차 터널에 꽂혔다.
“남원의 어떤 터널을 통과하는데 밋밋한 터널 입구 전체를 돼지 코 모양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 터널 내부에서 울리는 졸음 방지용 사이렌도 돼지가 꿀꿀대는 소리로 바꾸고. 이거 재미있잖아?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지만 별 관심이 없더라고.”
현장에 바로 도입할 만한 아이디어인데?
“당장에 돈 되는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민간이나 마찬가지다. 난 폐탄광촌을 활용해 누구나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사설 교도소를 세워도 유망할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스스로 형기를 정하면 된다. 하루든 여러 날이든. 가령 소설이 안 써져 괴로운 소설가는 형기 동안 구상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잘못한 게 많은 사람도 하루쯤 감옥살이를 하며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면 된다. 이곳에서 가끔 참선 강좌가 열리며, 모든 ‘수감자’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반성문을 모아 책으로 내고. 이런 교도소, 어떤가?(웃음)”
이색 교도소로 순식간에 이름날 것 같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에 열광하니까. 교도소 옆엔 ‘출소자’들을 위한 주막집도 만들면 좋겠다. 인생에 달관한 주모가 있는.
“그런데 하려는 사람이 없더라. 돈이 생기는 사업은 아니라고 보는 거다.”
흔히 돈에 목숨을 걸다시피 집착한다. 돈만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는다. 돈 없는 노후를 맞이할까 봐 미리 과도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나의 노후 대책은 돈이 아니라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보다 더 좋은 노후가 어디 있겠나. 특별히 욕심 부리지 않으면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월 100만 원 정도로 무난하게 사는 경우도 있더군.”
그는 인월에서 월세 50만 원짜리 아파트에 산다. 집이야 몸을 눕힐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그리 산다. 안으로 너른 사람은 바깥 치레에 도통 관심 없는 법이다.
시골 주민들, 특히 노년층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돈보다 참여가 가능한 문화 공간이다. 그분들도 공연 같은 걸 보고 즐겨야 하지 않겠나. 경로당이나 지어주고 외면하는 건 유기(遺棄) 행위에 가깝다.
“관람은 물론 직접 공연할 수 있는 기회 제공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노인 합창단이나 무용단을 만들어 공연에 나서게 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단체 이름부터 재미나게 지어야 한다는 거다. ‘임플란트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들의 합창단’이라거나 ‘며느리가 꼴 보기 싫은 할머니들의 합창단’ 같은 이름이라면 빵 터지지 않겠는가.”
끔찍하게 요상하고 재미없는 세상에서도 가장 끔찍한 건 시골 노인들의 지루하고 고독한 일상이다. 전유성, 이 센스쟁이야말로 그 문제풀이에 일조해야 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던 차, 그의 입에서 기발한 합창단 이름들이 데굴데굴 굴러 나온다. ‘명란젓을 좋아하는 할머니들의 합창단’이라는 이름도. ‘소녀시대가 되고 싶은 할머니들의 무용단’이라는 이름도. 시골 노인들을 위한 복안이 이미 내심에 박혀 있다는 표시겠지.
“너무 진지하게 살 거 없다”
남원에 오기 전 그는 경북 청도에 살며 하고 싶은 일을 다 했다. 코미디 전용 극단 ‘철가방극장’과 야외 음악 공연 프로그램 ‘개나소나 콘서트’를 만들어 10년을 쾌속 질주했다. 덕분에 고즈넉한 청도군이 일약 코미디와 콘서트가 난무하는 지역으로 도약했다. 개그맨으로서, 문화기획자로서 거둔 성취가 참 많았다. 그중 전유성이 가장 기뻤던 건 구경을 와 흥겨이 들썩이던 시골 노인들의 모습이었다고.
“정말 좋아하시더라. 열댓 번씩 공연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썩 괜찮은 일을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에 즐거웠다.”
그랬으나 판이 흐트러졌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시피 군과의 소통에 불협화음이 생겼고, 전유성은 홀연히 청도를 떠났다. 상심이 남았을 것 같지만 그는 훌훌 털었다. 다만 문화를 바라보는 비좁은 시야에 대해서는 보탤 말이 있다.
“문화를 적자와 흑자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무형 자산이기 때문이지. 계산을 앞세우는 태도를 버리고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선생의 인기, 기획력, 추진력은 청도에서 입증됐다. 다른 지자체에서 콜 사인을 보내왔을 것 같은데?
“남원에 온 뒤 몇몇 지자체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 그때마다 내가 물었다. ‘1년에 공연을 몇 번이나 보십니까?’ 제대로 본 사람이 없더라고. 이래서야 일이 되겠어? 포기했다. 결국 자력으로 코미디 전용 공연장을 만들 수밖에. 문제는 자금이다. 요새 좀 고민하고 있다. 남의 돈을 뜯어올 재주는 없고.(웃음)”
차를 마시다 그가 소주 한잔을 목으로 털어 넣는다. 전유성은 술꾼이다. 생활에 술이 딱 달라붙었으니 외로움인들 범접 가능하랴. 술이란 무적함대? 때로 인생의 난제들을 척척 해치운다. 전유성을 보면 그게 증명된다. 슬럼프니, 못 채운 오욕칠정의 사무친 서러움이니, 무슨 고뇌니, 우리에게 한없이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종목들을 술 한잔으로 거꾸러뜨린다.
“즐거울 때나 고달플 때나 한잔 마시고 잊는다. 날려 보낸다. 난 그게 되더라.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 거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살면 되는 거 아냐? 그러고도 남는 불편이 있다면 팔자려니 하면 되고. 근데 나 예전처럼은 안 마셔. 건강 문제 때문에 어쩌다 소주 한두 잔 마실 뿐이라고.”
아예 끊어버리진 않고? 선생은 오래 살아 재미없는 세상을 비틀어 웃겨줘야 할 거 아닌가.
“술을 어떻게 끊나? 액체를 어떻게 끊어?(웃음) 담배는 끊었다.”
햐. 그 무슨 금연 비법으로?
“금연을 선언한 뒤 흡연하는 사람들을 마구 욕했다. 그러고서 뻔뻔하게 다시 담배를 피울 순 없잖아?(웃음)”
선생을 ‘아이디어 뱅크’라 한다. 어디서든 반짝거린다고.
“어? 와서 보니 나 아니잖아. 반짝거리지 않잖아?”
겸손하구나, 그리 여겼으나 5초 뒤 다시 생각하니 이게 또 아재 개그다. 내가 유리로 만들어졌냐? 새벽별이냐? 뭐 그런 게 축약된 ‘썰’이지만 거기엔 겸양이 스며 있다.
시퍼런 촉으로 솟은 야산
종교가 인류를 구원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웃음이 종교보다 파워풀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고인 빙하를 녹이는 게 웃음이지 않던가. 삶이 멸치대가리처럼 따분한 건 웃음이 말라붙었을 때다. 전유성은 이 진귀한 품목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하는 전문가다. 매사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머리와 행보로 ‘개그의 제국’을 구축했다. 이게 백지 상태에서 그냥 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다독가다. 열 권짜리 ‘구라 삼국지’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써낸 촉과 깡을 보라. 공부인이 아니고선 도달하기 어려운 지평이다.
“과거엔 개그든 공연이든 잘해 보려고 노력했다. 근데 그건 아마추어 시절에나 필요한 미덕이더라고. ‘잘’하는 것보다 좋은 건 ‘재미있게’ 하는 거거든. 좀 서툴면 어때? 뭐든 재미있어야 하지 않겠어?”
재미있게 살고 싶어도 그게 잘 안 되니 환장할 일이다. 재미라는 샘물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니 그냥 목마르게 사는 거지.
“발상을 전환하자고.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자는 거다. 가령 그 왜 가수들 공연 시작 때 불꽃 같은 축포를 발사하잖아? 난 뭐든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 싫더라고. 그래서 내 공연 때는 시장에서 뻥튀기 기계들을 빌려다 뻥뻥 터뜨렸다. 관객들이 재미있어 하며 엄청 폭소를 터뜨리더라.”
머리에 서리가 내린 뒤에도 장난기와 유머와 재기가 번뜩인다. 단무지 없는 짜장면을 먹는 것처럼 섭섭한 인생에 고소한 양념을 뿌리는 데 이골이 났다.
“생각의 타성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재미있는 ‘거리’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가령 ‘직접 만든 수제 칼국수’라고 써 붙인 말 안 되는 간판을 봤다 치자. 그때 저거보다 재미있는 이름이 없을까 생각해보는 거다. 그러면 뭔가 떠오른다. ‘놀러 온 사람이 시켜 만든 수제 칼국수’라거나, ‘소주가 생각나는 수제 손만두’라거나. 이거 재미있잖아? 장사도 더 잘될걸?”
재미의 출처가 곳곳에 널려 있다는 건가?
“바로 그거다.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면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언젠가 마트 입구에 놓인 카트에 이런 문구가 적힌 걸 봤다. ‘정관장 드신 분들은 살살 밀고 가세요!’ 야, 이거 기발하잖아? 기똥찬 광고 문안이잖아?”
강적을 만난 기분이었겠다. 나보다 한 수 위 인간이 있네 하며.(웃음)
“관찰과 생각도 많이 하지만 내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은 일상에서 나온다. 특히나 사람들과의 잡담은 아이디어 공장이지. 잡담에 소재를 하나 올려두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르거든. 요번에 준비하는 책은 이 잡담에 관한 얘기다.”
가제목도 생각해뒀다. ‘다 알 필요 없다. 잡담이나 알고 지내자’로. 어떤 신들은 인간이라는 미증유의 생물이 너무 불어나거나 장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세를 규합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몰라서다. 반란은 왜? 전유성의 사고에 기대자면 인간들이 너무 진지하게, 너무 재미없게 살아서다. 그러니 잡담이나 하고 가자는 거다. 잡담으로 안면 근육을 실룩여 웃음의 파랑이 너울거리게 하자는 거다.
그의 나이 올해로 일흔둘. 이 나이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다들 그걸 생각해보거나 의논한다. 치매 역시 관심사다. 전유성에게 물어볼까? 이 두 가지 성가신 문제를.
“무슨 수가 있겠나? 오면 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겠지. 난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엔 별 관심이 없다. 치매? 가족들이야 고생하겠지만, 치매에 걸린 당사자는 아무것도 몰라 고통도 없을 텐데 무슨 걱정이야?(웃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지만 그게 쉬울까 보냐. 그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떡할 건가. 농담과 언어유희, 해학과 기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그의 얘기엔 인생과 세상의 문제를 찍어내려는 갈고리가 들어 있어 짭짤하다. 달관한 시늉이 없어 미덥다. 거침이 없어 시원하다. 시퍼런 촉으로 솟은 야산이라 할까 보다. 그 산 언저리에서 귀 호강 한번 잘했다.
KGC인삼공사 정관장이 가정의 달을 맞아 ‘챙겨라! 우리가족 면역력’ 가족건강 지키기 캠페인 행사를 다음달 21일까지 진행한다.
최근 위생과 면역력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가정의 달 선물로 건강관련 식품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력에 대한 기능성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 중 대표적인 ‘홍삼’의 인기가 높다.
이번 행사는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 ‘홍삼톤골드’, ‘화애락’, ‘홍천웅’, ‘홍이장군’ 등 주요 인기 제품과 선물세트(다보록)에 대해 다양한 구매 혜택을 제공한다.
2018년이 저물어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전방위적인 국방 개혁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현재, 군대의 활용 또한 과거와는 다른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 속에서 국가보훈산업 또한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훈과 사회발전을 위한 남다른 사명감으로 1994년 ㈜상훈유통을 창업한 후 24년 동안 지속성장을 실현하며 선진유통 전문기업으로 발전시킨 이현옥 회장이 올해 팔순을 맞았다. 지난 20여 년에 걸친 보훈산업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를 만나 기업의 성공 스토리와 경영 철학에 대한 소신을 들어봤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창업’일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러시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되고,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취업 실패가 누적되면서 모든 세대가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창업 후 3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의 수는 매우 적다. 또한 현상 유지 수준을 넘어 지속성장을 이루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1994년 상훈유통을 창업해 고용 창출과 국가 세수 증대에 기여하며 24년 동안 꾸준한 성장을 실현한 이현옥 회장은 자신의 업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태어나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보내고 인생 말년에 이르러 거대한 전환기의 기업 오너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는 창업을 생각하는 많은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 과감한 결단
“창업하기 전까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20여 년간 재직하며 국가 유공자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추진했는데, 정부의 보훈복지 예산과 사회적 관심 부족 등으로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특히 다수의 국가 유공자가 정부 복지지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라도 무언가 도움을 드릴 만한 일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기회가 주어져 KT&G 연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이 회장은 사업 초기에는 자본이 부족해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처분했다고 한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모두가 말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보훈공단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 신뢰기반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실패할지라도 국가와 사회를 위한 뜻 있는 결단이었던 만큼 큰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것이 현재의 강소기업 상훈유통이라는 보답으로 드러난 셈이다.
20여 년간 보훈단체에서 공직생활을 한 이 회장은 상훈유통을 세울 때 국가보훈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일을 진행했다. 상훈유통은 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 면세품 양도 양수 사업,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홍삼 제품 및 홍삼 음료 판매 사업 등을 갖고 있으며 상훈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전문가를 넘어 멀티 플레이어가 되라
이 회장은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라고 조언한다. 전문가 역량만으로는 기업을 이끌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이란 본질적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마도 수익을 창출하는 일, 즉 돈을 버는 일일 것입니다. 경영자는 이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자신이 맡은 일 한 가지만 잘해도 조직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지만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남다른 비즈니스 감각과 리더십, 통찰력, 판단력을 지녀야 함은 물론 생산, 영업, 관리, 고객업무 등 기업 활동의 전 분야를 폭넓게 알고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성공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그는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비결이란 “결국 고객이 필요로 하는 좋은 제품을 편리한 시스템을 통해 적정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신뢰’라는 가치덕목 또한 강조했다. 기업이 고객들에게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본 중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 이 기본을 지키는 게 어려운 세상이다. 특히 보훈산업이라는 보수적인 분야에서 이러한 기본 가치들은 다른 산업보다 더 강조되고 지켜져야 한다.
돌발적인 외부 위기를 이겨내는 맷집
물론 상훈유통을 경영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관리 가능한 내부 요인보다는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치명적인 외부 요인이 기업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든다.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그야말로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돌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맷집이야말로 기업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닐까. 이 회장이 그 어려운 길을 돌파한 것 또한 군인 정신을 연상하게 하는 맷집이었다. 베트남전에서 하사로 참전했던 그의 경력도 무관치 않아 보였다.
“창업 후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관련 정책과 제도 등의 변화로 몇 차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어떠한 노력과 방법을 통해 타개, 극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제 경우에는 그때마다 고객과 직원들, 평소 성원해주신 주변 분들을 생각하며 이들에게만큼은 절대 실망을 주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이분들의 기대와 성원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각오로 어려움을 참고 이겨냈습니다.”
군 관련 사업을 하는 만큼 정치적 부침에 따른 위기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몇 해 전에는 비즈니스와 관련해 모 기관에서 불거진 사건 때문에 자택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조사관들 때문에 가족들이 놀랐음은 당연했다. 그러나 놀란 것은 조사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집안 살림이 너무 검소했고 조사를 거듭해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서 조사관들이 오히려 당황했던 것이다.
기업은 내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
온갖 어려움들을 견뎌내며 아직 현역으로 상훈유통을 진두지휘하는 이 회장은 무조건 기업 규모를 크게 키우는 일은 지양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래 상훈유통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대기업이기보다는 오히려 강소기업, 또는 내실 있는 중견기업이 더 좋은 점이 많습니다. 특히 저는 상훈유통이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처럼 후세에까지 기업의 전통과 문화가 길이 이어지는 장인기업, 장수기업이 되길 원합니다. 그래서 무리한 욕심을 경계, 절제하면서 내실경영, 안정경영 위주의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바라는 상훈유통의 미래는 내실과 안정 기반을 갖춘 수성(守成)의 역사다. 사업 프로세스의 지속적 혁신, 전문 인재의 양성, 시장 및 고객다각화 등 가진 것을 전제로 차분하게 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그의 생각은 사회를 향한 기여로도 이어지고 있다.
나눔을 통해 더불어 느끼는 행복
상훈유통의 시작이 국가 유공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세워진 만큼, 이 회장은 그동안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12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사회에 내놓은 이 회장은 자신의 막대한 기부활동에 대해 분명한 논리를 밝혔다.
“혹자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 역할에 대해 ‘결과적 기여’, 즉 기업이 지속적인 사업으로 고용과 세수 증대 등에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에 더해 ‘의도적 기여’ 역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 기여만으로는 그 파급 효과가 느리고 수혜 범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사회 각계에 대한 자신의 꾸준한 기부는 특별히 좋은 일을 한다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라 생각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기업은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기업이 추구해 달성하는 수익은 결국 사회로부터 창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눔과 상생의 철학으로 사업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분야에 환원할 것인가는 기업인들 각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제 경우에는 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국가 유공자분들께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분야의 지원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왔습니다.”
인재 놓치지 말 것
그는 팔순의 나이이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사내 인재 양성이다. 이를 위해 상훈유통은 ‘공익 가치를 창출하는 선진유통 전문기업’이라는 비전을 정립했다.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는 이 비전에 기준해 선정되고 육성될 예정이다. 또한 미래 인재의 육성과 함께 회사 초창기에 입사해 아직까지 근무하는 장기근속 직원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평소 충효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회장은 가족애와 효의 모범을 보인직원들에게 특별휴가와 가족여행 전액을 지원하는 등 효 사상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신의를 중시해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끝까지 교류를 이어간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알맞은 직장을 소개해주고, 결혼을 못한 사람에게 중매를 서고, 고충이 많은 사람 이야기에 귀를 내어주는 등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선뜻 나서서 기어이 해줘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천성적으로 정이 참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을 도와주고 한결같은 자세로 보훈정신을 되새기고 받들어온 CEO라고 입을 모은다.
팔순의 나이에도 검은 머리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이 회장은 칠순에 골프를 시작할 정도로 그야말로 만년 청춘이다.
“바빠봐, 바쁘다 보면 늙을 시간도 없어요. 가는데 순서없고 빈손으로 다 가는거지. 일을 계속해야 늙지 않아요.”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올곧은 마인드가 우리 독자들에도 훈훈한 미담이 되길 바라면서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 회장께 올해가 가기 전에 뜨끈한 생태찌개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
단체 관광은 중간에 쇼핑 시간을 많이 준다. 여행사나 가이드 팁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요구하기도 한다. 쇼핑 재미도 여행의 큰 재미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잘 모르지만, 여성들은 입소문으로 들은 것이 많다. 주변에서 일본 간다고 하면 사다 달라고 부탁 받은 것도 있다. 그리고 가이드의 추천에 쉽게 따라간다.
일단 일본은 장수국가이다. 노벨상을 탄 학자도 24명이나 된다. 경제분야를 빼고는 기초과학분야에서 거의 수상했다. 2차 대전 때 생체실험을 통해 많은 의학적 자료를 쌓았다. 건강을 가장 중요시 하는 민족이다. 그러니 그들이 먹는 음식이나 요령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요즘 농축의학시대라고 한다. 고농도의 약제를 만들고 소화 잘 되게 만드는 것이 기술이란다. 서양인의 금발이 부러워 세계 최초로 염색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화장품 회사로 유명한 시셰이도는 미백크림으로 떼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특허 기간인 60년이 지나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가격이 비싼 것이 함량이 많은 것이라며 추천한다.
가이드가 추천하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나토키나제’라는 것이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피를 묽게 한다는 것이다. 매일 마시는 커피 값 수준이라는데 일 년 치가 80만원이다.‘보행왕’이라고도 있다. 관절에 좋다는데 20만원 수준이다. 식물성 농축단백질은 엽록소는 높이고 나트륨은 낮췄다는데 아이들 성장에 좋다지만, 역시 20만원 수준이다. 발바닥 파스도 인기 상품인데 우리나라 파스도 발바닥에 붙이면 효과는 비슷하단다. 동전 파스라고 또한 인기인데 피부가 약한 사람은 쓰지 말라고 한다. 8만 원 대로 오래 쓰면 간까지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르마늄 온천석으로 팔찌와 목걸이를 만들어 파는데 근육 뭉친데와 통증이 잇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목걸이 80만원, 팔찌 40만원 수준이다. 수소생성기라고 엉성하게 생긴 물병같은 것이 50만원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것이 홋카이도가 말을 많이 사육해서 말기름인 마유가 8만원, 설사를 막아 준다는 정로환이 2만 원 대이다. 우리나라 제품 정관장이 20만 원대로 대우를 받고 있었다. 남산이라는 사케는 고급 위스키 수준이다. 로이스 쵸코렛 등 이미 서울에 들어와 있는 상품들이 많은데 너무 달아서 입맛에 안 맞는데 여자들은 좋아한다.
남자들은 이런데 가면 죽을 맛이다. 아내들은 혈안이 되어 이것저것 집어 드는데 합산해보면 엄청나다. 지불은 남편 몫인 것이다. 나처럼 혼자인 사람은 살 것도 없고 혼자 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북해도 한정품’이라는 것이 있다. 북해도 외에서는 살 수 없다는 상술이다. 우리나라 천안 호두과자는 전국 어디서나 살 수 있는데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1년 동안 108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기부한 기업인이 있다. 1994년 8월에 창립해 국가유공자들의 복지 증진과 한미 우호 증진을 기업 목표로 삼고 유통, 서비스,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상훈유통의 이현옥(李鉉玉·77) 회장이 주인공이다. 알게 모르게 꾸준하게 이뤄진 그의 기부는 정부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2014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보훈 관련 단체에서는 ‘기부천사’라고 불리는 이 회장의 삶과 실천을 통해 돈 쓰는 철학을 짚어본다.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눈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배려 그 자체다. 돈이 있는 사람만이 나누는 건 아니다. 각자 자신만의 ‘달란트(재능)’를 필요로 하는 타인이나 단체에 선물하는 ‘재능기부’도 확산되고 있다. 일회성 봉사나 한시적인 거창한 후원보다는 소박한 실천적 나눔으로 사회 곳곳에 다가서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기부이다. 나눔과 기부가 ‘있는 사람들’만의 문화가 아님을 알려주는 일이다.
연매출 300억~400억 원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현옥 회장은 첫 대면에서 겸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따뜻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곧 자신의 따뜻함을 남과 함께 나누고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또한 어느 순간부터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어 기부에 ‘중독된’ 대표적인 경영자다. 보훈처 퇴직 후 상훈유통을 설립한 다음 해인 1995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국가유공자와 보훈단체에 성금을 기탁한 이 회장이 낸 돈의 액수는 108억 원. 10억 원이 부(富)의 대표적 기준이 된 사회에서 이 회장은 그 열 배가 넘는 돈을 자신의 주머니 속이 아니라 남의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러나 그 막대한 기부금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25년이 된 30평짜리 작은 빌라에 살고 있다.
국가 은혜 갚으려고 국민으로서 기부한다
이 회장은 베트남전에 하사로 참전했던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격렬한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잔혹함과 죽어나가는 전우들, 그리고 국가가 없는 삶의 비참함을 깨달은 이 회장은 국가 보훈을 위한 기부를 반드시 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베트남전에서 복귀한 이후 20여 년간 보훈단체에서 공직 생활을 한 그는 상훈유통을 세울 때 국가 보훈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일을 진행했다. 상훈유통은 SOFA 면세품 양도 양수 사업, 한국인삼공사 정관장 홍삼 제품 및 홍삼 음료 판매 사업 등을 갖고 있으며 1사 1촌 농촌사랑운동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상훈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의 기부 대상은 당연하다는 듯 보훈 단체들이었다. 국가유공자단체와 보훈병원에서부터 광복회, 전몰군경 유족회, 미망인회, 월남전참전자회, 상이군경 복지회관, 안중근의사기념관, 천안함 관련 단체 등등 그는 보훈을 위해 만들어진 곳을 향해 아낌없이 돈을 냈다. 국가유공자들의 자녀들에게 지급하는 나라사랑 큰나무 장학금도 운영하고 있다. “부국의 원천은 강병이요, 강병의 뿌리는 보훈에 있다”라고 누누이 말하는 그다운 일이다. 그는 보훈이야말로 국민의 도리요, 의무이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힘닿는 데까지 동참하자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기부가 아닌 작은 배려와 실천의 기부로 행복을 누리자”
“덕을 베풀고 나누다 보니까 행복해지더군요. 복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고요.”
이 회장은 “좋은 생각, 좋은 마음, 좋은 일을 실천하며 살자”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전형적인 기부중독자들과 똑같은 말이다. ‘남에게 베푸는 것이야말로 곧 행복’이며 ‘그래서 자신은 기부를 멈출 수가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기부라는 행복을 깨달은 사람이라지만 25년 동안 검소한 빌라에 살면서 1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건, 정말 그게 가능할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게 가능한 사람이었다. 돈을 기부에 쓸 수 있었던 것은 회사를 세운 후 21년 동안 매년 수익금의 50%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을 들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수익금의 50%를 기부금으로 낸다니, 가족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그러나 이 회장은 그러한 아버지를 자식들이 이해해주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자식들에게 가업을 이어주지 않고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했다.
“억지로 시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가업 승계 문제는 전적으로 자식들 본인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한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넘겨 줄 수 없습니다. 회사에는 좋은 경영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회사를 넘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누가 기업을 존속할 수 있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죠.”
자신에게 맞는 작은 실천이 큰 힘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던 이 회장은 기부의 보람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만큼은 수다쟁이가 됐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작은 것들이라도 모이면 큰 힘을 낸다는 말인데, 제 기부 철학을 그대로 표현한 문구인 것 같습니다.”
이 회장은 많은 이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나눔에 동참한다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 회장이 기부를 통해 꿈꾸는 미래기도 했다.
베푸는 일은 자기의 위치에서 적당한 규모로 하는 것이 좋다. ‘쓸 수 있는 돈을 가진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바르게 쓰는 법까지 알고 있으면 더욱 좋다’는 유태인의 속담이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풍겨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은 보기만 해도 행복한 에너지를 선물 받게 되죠. 우리는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남들과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 되자고 늘 다짐해요. 나누지 않는 사람은 이 기쁨을 모를 겁니다. 직접 기부를 해보고 기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 쉽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닌 작은 배려와 실천이 얼마나 소중한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