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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는 연명치료 거부 선언해야” 日 재계 인사 발언 ‘파장’
-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일본 유명 재계 인사의 발언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발언을 한 이는 소프트뱅크 모바일 부사장, 이토추상사 미국본사 수석부사장, 도쿄본사 통신사업부장, 퀄컴 일본법인 대표 등을 역임하며 50년 이상 글로벌 기업의 최일선에서 근무한 마츠모토 데츠조(83)입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좋은 고령자는 열심히 더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고령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취미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보통의 고령자는 그 나름대로 일하고 마음 넉넉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고령자들이 ‘연명치료는 원치 않는다’고 선언했으면 합니다. 이것으로 손자 세대의 생활이 조금은 좋아집니다.” 마츠모토의 글은 650만 회 조회되고 498회 재게시, 344회 인용되는 등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 반향은 여전합니다. 찬반 논의가 SNS 상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츠모토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내가 말하는 ‘연명치료’란 ‘이미 의식이 없고 회복 전망도 없는 환자의 생명만 연장하는 의료 행위’”라고 정의를 분명히 한 이후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현재 고액의 사회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는 세대가 고령자가 되었을 때 연금이 혹 파탄 난다면, 지금의 고령자들은 어떻게 미안함을 표할 생각입니까? 저는 (앞선 말이) 지나친 발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츠모토는 연명치료를 희망하는 이가 고령자 본인이 아닌 가족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일본 내각부 자료가 뒷받침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일본 데일리신초에 따르면 내각부가 10년 전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명치료를 희망하지 않는 이는 91.1%에 달했습니다. 일본은 일찍이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들어섰습니다. 마츠모토가 불씨를 당긴 연명치료 관련 논의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2023-11-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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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요양시설 임대 허용 찬반 팽팽… “공급난 해결” VS “복지 민영화”
-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노인 요양시설 활성화의 일원으로 요양시설 임대 허용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돌봄 종사자들은 사회서비스 시장화의 포문을 여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건강보험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은 건물·토지 소유 사업자만 설치할 수 있고, 임차(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와 임대(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빌려줌)는 허용되지 않는다. 임차와 임대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건물·토지만 가능하다. 정부는 요양 수요 증가에 대응해 임차와 임대의 규제를 풀어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공청회까지 개최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에 진입하면 요양 수요가 증가한다”며 “이들 신 노년층은 사는 곳에서 노후 생활을 보내길 선호해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 활성화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령화에 따른 공급난 해결”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구소득, 소비지출, 저축 부문에서 약 2배가량 이전세대보다 높고 금융자산도 50% 정도 많다. 이날 공청회에서 문용필 광주대학교 교수는 ‘신노년층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요양시설 공급체계 연구’ 내용을 소개하며 “경제적 수준이 되는 일부 신 노년층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현행 표준화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서비스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령화에 따라 장기요양등급 인정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실정이다. 2022년 86만 명 수준인 75세 이상 인정자 수는 2040년 226만 명이 될 전망이다. 주로 시설에 입소하는 중증 환자인 1·2등급 인정자 수는 같은 기간 14만 명에서 37만 명으로 늘어난다. 시설 급여를 받는 장기요양기관의 수는 2008년 총 1700개에서 2021년 5988개로 증가했지만, 노인 인구와 지역 부동산 가격 등의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 교수는 “임차를 허용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공급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시설 서비스를 확대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서 민간 요양시설 임차 허용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력이 높은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권 지역은 지가가 높아 현재 요양시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문용필 교수는 “국공립 시설을 확대하고, 수가 인상을 통해 추가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며 “다만 소요되는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민간 시설 임대 허용을 통한 진입 장벽 완화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민간 요양시설 임대를 전면 허용하면 시설 난립이나 신규 개설·폐쇄 사례 증가로 서비스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되 공급이 부족하고 다양한 욕구가 있는 서울, 광역시 등을 우선 적용하고 비영리법인을 먼저 허용하는 방안이 나왔다. 또 시설 운영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사전운영계획서 제출 의무화, 폐업 시 입소자 전원 조치에 관한 규정, 4인실이나 1인실, 저소득층 의무 수용 등의 후속 조치도 검토 사항으로 제시했다. 반대 입장 “복지 민영화, 시설 난립 등 우려” 노인복지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과 퇴출이 더 쉬워져 시설이 더욱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도 장기요양기관은 개업과 폐업이 빈번히 이뤄지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10인 이상 요양시설의 폐업률은 4.59%(2020년 기준)에 이른다. 임대가 가능한 10인 미만의 노인공동생활가정은 폐업률이 9.11%로 더 높다. 또한 사실상 자영업자인 개입사업자들의 수익 중심의 경영에 따른 영리화 심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규제는 한 번 뚫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고,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거치더라도 대규모 투기적 금융 자금의 시장 진입이 이뤄져 장기요양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며 “약자인 노인들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 협회 등은 이날 공청회장에서 요양시설 임대 허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여연대는 “요양시설 임대를 허용하면 시설의 갑작스러운 폐업, 영세 시설의 난립 등으로 입소 노인의 피해가 매우 커질 것”이라며 “시설이 늘면 노인들이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입소하게 돼 장기요양 재정수지가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27일 “민간이 소규모 자본으로도 사회서비스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려는 것으로 입소 노인의 주거 안정성을 저해하고, 시설의 이윤 추구 과도 경쟁으로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공공 노인요양시설 1%라는 척박한 현실에서 서비스의 다양화를 핑계로 공공복지 확대를 포기하고 복지 민영화를 본격화하려는 정부의 꼼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일본에서 일명 ‘콤슨 사태’가 발생했다. 대형 민간노인요양업체 콤슨은 당시 지원금을 횡령하면서 강제 폐쇄 명령을 받았다. 이에 이른바 ‘개호(간호·병수발) 난민’이 속출했다. 또한 영국은 서던 크로스(Southen Corss) 파산으로 3만 1000명의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이 갑작스레 퇴거했다. 경실련은 “노인돌봄을 포함, 사회서비스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수익이 부족, 민간의 참여가 저조하거나 지역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경우 시장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요한 것은 보편적 장기요양서비스 확충이며,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 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23-07-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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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 조건부 면허 제도로 해결될까?
- 지난 8일 전북 순창군 구림면에서 70대 운전자가 운전한 1t 트럭에 치여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 운전자 빠른 증가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고령 운전자 수는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2022년) 고령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4.6% 수준이고,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10.2%의 증가 추세에 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21년에는 전국 402만여 명, 2022년에는 438만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이면 전체 고령 인구의 절반 가량인 498만 명이 운전면허 소지자일 것으로 예상한다. 고령화에 따라 고령 운전자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또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 연령별 운전 미숙으로 인한 차량 단독 사고·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의 30%에 달했다. 51~60세가 21%로 뒤를 이었지만, 나머지 연령대는 5~1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운전면허증 반납’이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인센티브(지자체별로 교통카드 또는 지역 화폐로 약 10∼50만 원 수준의 혜택)를 제공하는 제도 또한 운영하고 있다. 운전면허증 반납으로 인한 혜택이 주어지자 스스로 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 건은 2018년 1만 1917건에서 2019년 7만 3293건으로 대폭 늘었고, 2021년에는 8만 3997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고령 인구 증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고령의 운전자들이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 택시기사 또는 배송·배달기사로 일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택시기사 24만 9958명 중 70대 이상이 13.9%, 60대가 49.6%였다. 10명 중 6명 이상이 60대 이상인 셈으로 운전을 업으로 삼는 기사들이 고령화됐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정부는 운전면허증 반납과 함께 고령 운전자 적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65~75세 미만은 5년, 75세 이상은 3년마다 적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면허 취득 및 갱신 시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치매 검사와 교통 안전 교육도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 적성 검사는 컴퓨터로 진행되며 실제 주행 실력이나 기능 실력 검증을 하지 않는다. 실제 운전자의 대응 능력을 평가하지 못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되나?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시행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운전 능력에 따른 운전 허용 범위 차등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운전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조건부 면허를 발급하고, 실질 운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의료 평가와 실제 차 주행 평가를 병행 실시한다. 미국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운전 거리, 시간, 속도 등을 구체적으로 제한한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한다. 주마다 운영 방식이 다른데, 대부분 의료 검진, 도로 주행 시험을 치르도록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는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의료 평가에 따라 보충적 주행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리노이주는 75세에서 80세 사이의 운전자는 4년, 81세에서 86세는 2년, 87세 이상은 매년 주기로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일본은 71세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면허 갱신을 해야 한다. 70세 이상은 갱신 시 고령자 강습을 수강해야 하고, 75세 이상은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 2020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일정 교통 법규 위반 경력이 있는 75세 이상자는 임시 인지 기능 검사 및 실제 차 평가에 해당하는 운전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더불어 일본은 2017년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방지를 위한 기능을 갖춘 ‘서포카S’를 도입하고, 보조금을 통해 차량 교체를 지원했다. ‘서포카S’는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해 충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비상 자동 제동 장치와 가속 페달을 밟아도 급발진하지 않도록 연료를 차단하는 억제 장치를 갖췄다. 일본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서포카S’ 차량의 10만 대당 인명 사고 건수는 일반 승용차보다 41.6% 감소했다. 독일에서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운전자에게 맞는 맞춤형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한다. 야간 운전이 어려운 운전자에게는 주간 운전만 허용하고, 장거리 운전이 어려운 운전자에게는 자택에서 반경 몇 ㎞ 이내에서만 운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뉴질랜드는 75세 이후 2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이때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 ‘조건부 면허’ 발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이 ‘교통사고 사망자 점검 회의’를 갖고 ‘교통사고 감소 대책’을 논의한 결과다. 현재 고령자 조건부 면허 방안으로는 △집에서 반경 50~100km 범위에서만 운전하도록 하는 방안 △주간에만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를 설치한 차량에 한해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정책에 온라인에서 찬반양론이 뜨겁다. 조건부 면허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65세를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반응이 나뉜다. 이를 예상한 듯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몇 살부터 고령 운전자로 볼지 제도 도입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까지 조건부 면허제 도입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마치고, 이르면 2025년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 2023-03-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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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 위로 떠오르는 존엄사, “죽음 아닌 다른 선택권 보장이 먼저”
-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권리’라고 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방식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의회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의지로 목숨을 끊는 조력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2년 엄격한 조건을 만족했을 때 의사가 삶을 끝낼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생명을 끝낼 수 있도록 해 안락사와 의사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다.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평균 약 6000명이 안락사로 삶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이 5년 새 1.5배 정도 늘었다.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50만 명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노화를 겪으며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노인에게 연명 치료, 안락사 등은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은, 살겠습니까? “태어날 때는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는 원할 때 죽을 수 있다”는 광고가 TV에서 흘러나온다. 광고 속 노인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어 만족한다’며 웃는다. 담당 공무원이 공원에 앉아있는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한다.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선택한 노인에게 10만 엔을 주고 장례를 치러준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가 선택한 정책 제도 ‘플랜75’다. 여행사에서는 위로금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을 기획한 온천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콜센터도 생겼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위 내용은 하야카와 치에(早川千絵) 감독 데뷔작 ‘플랜75’의 줄거리다. 이 일본 영화 속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3년 후인 2025년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에서 다가올 2025년은 ‘문제’라고 불리고 있다. 2025년, 약 800만 명에 이르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의 절반 이상이 75세가 된다. 일본 국민의 20%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된다는 뜻이다. 2025년부터 의료비와 사회보장비용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일본에서는 이를 ‘2025년 문제’라고 부른다. 감독은 이 영화로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카메라 도르’라는 특별 언급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75세 이상 노인을 ‘후기 고령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했다. “‘후기’라는 단어는 곧 너의 인생이 끝난다는 식”이라며 “나라가 나이로 인간을 구분하는 것에도 위화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을 통해 ‘사람이 사는 것을 긍정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영화는 질문을 던지며 끝난다. “당신은, 살겠습니까?”라고. 존엄한 죽음 준비 ‘광의의 웰다잉’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영화 ‘플랜75’는 우리에게 기시감을 준다. 안락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 투입을 하는 것(적극적 안락사),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것(소극적 안락사), 약물 처방으로 환자가 스스로 약물 주입을 하도록 하는 것(조력 존엄사)으로 나뉜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걸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2021년 진행한 ‘안락사 혹은 조력 존엄사에 대한 태도’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3%가 입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6년 진행했던 같은 설문 조사 응답률과 비교하면 6년 새 찬성 비율이 1.5배 정도 증가했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등이 꼽혔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44.4%) △자기결정권 침해(15.6%) 등이 있었다.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이를 선택하고 싶다는 응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웰다잉’(Well-Dying)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명 의료 등을 결정하는 ‘협의의 웰다잉’을 두고 찬반을 논의할 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광의의 웰다잉이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연명 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 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5.9%는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적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또한 약 85.3%가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으로 호스피스나 웰다잉 관련 제도들이 잘 마련되면, 개인이 호스피스를 이용할지 연명 의료를 할지 조력 존엄사를 할지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질환의 말기 환자로 제한되어 있다.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없고, 연명 의료를 선택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면 결국 조력 존엄사 외에는 선택권이 없는 구조라는 비판도 있다.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며 사회적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안락사나 조력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이전에 광의의 웰다잉을 논의하고 사회적으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인 사회)에 진입한다. 204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해, 세계 최고의 노인 국가가 될 전망이다. 2060년에는 43.9%로 사실상 인구 절반이 노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 ‘플랜75’ 말미에는 뉴스에서 “정부는 ‘플랜75’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플랜65’도 검토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죽음을 선택하기에 앞서 사회적으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 2023-02-0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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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ㆍ바다에 골분 뿌리는 산분장 제도화, 업계선 찬반 갈려
-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 강 등에 뿌리는 장사 방식인 ‘산분장(散粉葬)’이 제도화되는 가운데, 해당 계획을 놓고 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까지 장례 방법으로서의 산분 방식을 구체화하고, 2024년까지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공간점유가 없는 산분장의 제도화·활성화로 묘지나 봉안 시설 공간 부족을 해소해 지속 가능하고 친자연적인 장례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산분을 하는 공간에 개인 표식은 설치하지 않되,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별도의 헌화 공간 등을 마련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산분장 이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산분장 제도화 시행에 대해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좋은 움직임”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시신을 땅에 묻는 기존의 매장과 불에 태우는 화장 방식에서 발전한 수목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목장은 국토는 그대로인데 매장이나 납골에 필요한 묘지 면적은 확대됨에 따라 목초지, 주거지가 훼손되거나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0년대 초반 도입됐다. 도입 직후에는 공동묘지나 납골당보다 거부감 없는 분위기와 친환경적인 방법이라는 점 덕에 환영받았으나, 높은 선호도에 따른 과도한 상업화와 고가의 비용, 일부 사립 수목장림의 불법 산림훼손 등 부작용도 잇따른다. 김 대표는 “산분장의 제도화는 새 장묘문화의 길을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가족들이 충분히 애도하고, 슬픔을 나눌 상징물을 어떻게 지정할 것인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당부했다. 이어 “커다란 풍선에 유골을 넣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일본의 풍선장과 같이 산분장에서 더 나아간 형태의 장례 방식이 속속 나타나는 등 관련 산업이 더욱 확대되고, 그만큼 다양한 고인의 생전 욕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제도화에 앞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영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의례는 한 국가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이자 다음 세대와의 연결고리”라며 “하나의 장법을 정착시키려면 구체적인 기준 마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숲이나 강에 유골을 뿌리는 행위가 아직은 고인을 모시는 게 아니라 버리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우리 사회 정서상 부합하는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월 중에 종합계획과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 수립 지침’을 지자체에 안내하여 시·도지사와 시장 등이 장사법에 따른 장사시설 지역수급계획을 2023년 7월까지 마련하게 할 예정이다.
- 2023-01-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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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테크, 고급 취미에서 재테크로 변신
- 이전까지 미술품 수집은 수집가의 고급 취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른바 ‘아트테크’(Art-tech)라 불리며 재테크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건희 컬렉션 공개 이후 미술품 물납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최근 미술품 수집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취미의 목적도 있지만, 투자 수단으로 미술품을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발표한 ‘아트마켓 2021’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미술품 수집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미술품 컬렉션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이가 66%에 달했다. 또한 43%가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미술 시장은 어려워졌지만 온라인 매출은 증가했다. ‘아트마켓 2021’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미술 시장의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해 22%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은 두 배나 증가했다. 실제로 아트페어의 62%는 웹으로 갤러리 작품을 볼 수 있는 온라인 뷰잉룸이나 디지털 버전을 제공했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매출이 늘었지만, 전통적인 컬렉터 중에서는 여전히 작품을 직접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수익률과 세제 혜택 은퇴를 앞둔 김미술 씨는 평소 예술에 관심이 커서 전시회에 자주 다니는 편이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라면 자녀들에게 물려줄 상속재산으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퇴직금과 저축한 돈을 모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 소액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방법은 없을까? 위의 경우처럼 아트테크 입문자라면 공동구매를 추천한다. 공동구매를 하면 소액으로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다.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을 이용하면 단돈 1만 원으로도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다. 간접투자인 리츠와 유사하다. 크라운드 펀딩을 통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미술품의 가치가 올랐을 때 매각 후 시세차익을 보유한 지분의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공동구매 플랫폼을 통해 매각된 김환기의 ‘산월’은 한 달 만에 2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는 2021년 6월 기준 평균 19.9%의 수익률을 올렸다. 아트앤가이드 관계자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특정 시기나 특정 이미지에 대한 선호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아트테크의 장점은 세금 부담이 적다. 부동산의 경우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등 내야 하는 세금이 많은데, 미술품은 양도세만 내면 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아니라면 미술품 거래로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간주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를 세금으로 낸다. 다만 양도가액이 6000만 원 미만의 작품이거나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비과세다. 세율 계산 시 양도 금액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금액에 세금을 부과한다. 필요경비는 통상 양도 금액의 80~90%로 결정된다. 1억 원 이하나 10년 이상 보유하면 90%까지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10년간 보유한 작품을 1억 원에 양도했을 때 판매 금액의 2.2%인 220만 원을 양도소득세로 내면 된다. 위의 방법대로 산 미술품을 상속하면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미술품 상속분은 별도의 공제 없이 상속세과세표준에 그대로 반영돼 세율이 매겨진다. 상속세율에는 10~50%의 5단계 초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미술품의 상속, 혹은 증여 평가 금액은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 가격으로 산정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미술품은 향후에 값어치가 오를 가능성이 커서 미리 증여하면 재산 이전 효과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 공개 이후 상속세 물납제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한국화랑협회 등 관련 단체는 지난 3월 대국민 건의문을 통해 문화재 해외 유출을 막고 물납제를 통한 국가적 문화유산 보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납제를 통해 운영 중인 피카소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물납은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쓰일 수 있고 국고 손실을 일으킨다는 의견도 있다. 비슷한 예로 비상장 주식의 물납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지적되면서 현재는 상속세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미술품 물납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 2021-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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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토론하는 꽃중년 공무원 "퇴직 후 작은 도서관 만들고파"
- 사십대 후반, 또래의 여성 직장 동료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든 손문숙(51) 씨. 어느덧 4년째 모임을 통해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부터 퇴직 후 인생 계획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퇴직 후에는 작은 도서관을 꾸려 회원들과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는 그녀.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의 저자 손문숙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4년 째 직장의 여성 동료들과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에서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공부했습니다. 독서 토론의 즐거움을 먼저 깨닫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런 기쁨을 나눠주고 싶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여리 독서 모임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사무관 이상으로 구성된 여성 관리자 네트워크에서 만든 동아리로 회원들은 여자이고 나이는 40대 후반 이상입니다. 1년 단위로 회원들을 모집하는데 매년 17명 정도 활동하고 있고 인천 북구도서관에 직장인 독서 동아리로 등록돼 있어 매월 1회 평일 퇴근 후 도서관에서 모임을 합니다. Q. 모임에서 주로 도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토론 방식은요? 토론할 책을 같이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에 문학, 철학,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우치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요. 우리가 하는 토론은 찬반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닌,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비경쟁 방식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 사적인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풀어냅니다.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 자녀에 대한 고민, 남편과 시댁과의 문제, 직장 이야기, 퇴직 후 인생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Q. 중년 이후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얻은 일상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동료들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나요? 저는 40대 후반에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나를 찾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가정, 사회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인생 2막에 작가로 살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지고 제 인생에 첫 번째 단독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회원들이 더 많았습니다. 독서 모임에 나오면서 1년 동안 같이 읽을 책 목록이 공지되면 시간 여유 있을 때 책을 미리 읽어둡니다. 매월 모임에 나올 때 한 번 더 읽고 토론 후에 블로그나 독서장에 기록을 남기면서 한 번 더 복기를 합니다. 그러면 한 책을 세 번 정도 읽는 셈이지요.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이해가 안 되던 것들도 알게 되고 본인의 생각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죠. 독서 모임을 통해 강제로라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독서 토론을 하게 되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도 하고요. Q. 이번에 펴내신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에 담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요? 저와 독서 모임 회원들이 독서 토론을 통해 깨달은 자아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긍정의 힘을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소수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공기 마시듯 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죠. Q. 독자로 책을 접할 때와 이번처럼 저자가 되어 책을 접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독자로 책을 읽을 때보다 독서 에세이 작가로서 원저작을 읽을 때는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생각과 통찰을 글로 담아내야 해서 일반 산문을 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습니다. Q. 우리네 인생에서 ‘독서’(또는 책)가 주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故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여성 중장년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입니다. 작중 니나를 통해 저자는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의 하나에 우리를 고정시키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거침없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죠. 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적으로 살아간 그녀의 삶의 방식은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도 동경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Q. ‘내 인생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 될까요? 그 이유는요? 인상 깊은 좋은 책들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꼽고 싶습니다.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식인이셨고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우리가 변화와 창조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부이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Q.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SNS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동료들과 토론한 책 이야기를 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남깁니다. 처음에는 독서 토론을 한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서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서 나중에 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장차 퇴직 후에 작가가 되어 책을 쓰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저는 퇴직 후에 집필실을 겸해 여자들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의 독서 모임 회원들과 퇴직 후에도 우리들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어서입니다. 퇴직이 8년 반 정도 남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미래를 상상하며 차근차근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도서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으고 꾸준히 책을 쓰고 있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는 사십 초반에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 2020-09-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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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는 모든 관계의 시작입니다"
- 파주시 광탄면 야트막한 산 앞, 3305㎡(약 1000평) 규모의 야외 스튜디오에 푸른색의 인사하는 조각품들이 서 있다. ‘그리팅맨’(Greeting Man, 인사하는 사람)과 ‘월드미러’(World Mirror, 세계의 거울)의 조각가 유영호(55) 씨가 작업 중인 작품들이다. 유 작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유영호 작가는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년에는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에 선정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행사와 교류가 중단된 초여름 날 만난 유영호 작가는 여전히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가 제일 바빠야 하는 해였어요. 연초부터 해외에 작품 설치가 계획돼 있었는데 다 연기됐죠. 베트남에도 3월에 보내려고 포장까지 해놨는데 미뤄졌어요. 멕시코 메리다에서는 아직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8월 말까지 작품을 보내달라고 해서 다음 주 중 컨테이너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6월에 프랑스 노르망디 쿠탕스에 설치할 예정이었던 작품은 1월 말에 자리만 잡아놓은 상태다. 자비로 해외에 ‘그리팅맨’ 설치 유영호 작가가 그리팅맨 해외 설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미술계에서 작가가 성장해가는 데는 몇 가지 길이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뮤지엄에서 작품 발표를 해서 이름을 알리고 경력을 쌓는 것이죠. 선진국들은 그런 루트가 확실합니다.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작가, 갤러리, 컬렉터가 어우러져 작품의 가치가 책정되는 케이스죠.” 그런데 한국은 대부분 국공립 뮤지엄이어서 작가들이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다음 국내에서 전시하는 방법을 선호한단다. “국내의 조각작품 시장은 협소해요. 해외 극소수 작가의 작품만 거래되는 정도죠. 한국에서 조각가로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제 작품을 해외로 보내는 방식을 선택한 거죠.” 그가 자비를 들여 해외에 작품을 설치하는 이유는 기증 프로젝트가 아니면 힘들어서다. 어느 한 장소에 영구적으로 외국 작가의 작품을 설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 작가가 그리팅맨을 제작하게 된 동기도 궁금했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깊이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큰절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전시하자 그것을 본 네덜란드의 유명 작가 헨크 비스가 “그 행위가 인사가 맞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유럽 사람들은 인사를 잘하잖아요. 그러고 나서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관계가 시작되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죠.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도 관계의 출발은 인사로부터 시작된다고 봤어요. 우리의 큰절 문화가 유럽인들에게는 낯설었겠지만 인사에는 어떤 보편성이 있다고 확신했어요.” 그는 헨크 비스의 질문에서 영감을 받았고 인사에 대해 재인식을 하게 됐다. 그리팅맨이 탄생한 배경이다. “자존감을 지키면서 상대방도 존중하는 자세는 고개를 15° 숙인 각도예요. 너무 낮추는 건 가식적으로 느껴지거나 비굴해 보일 수 있거든요. 정치적 행위로도 인식되죠. 그리팅맨의 15° 각도 인사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온 결과예요.” 이 작품의 푸른색은 인종을 초월한 중립적인 색으로 전 인류를 의미하며, 고려청자의 빛깔을 띤 색은 작품 배경인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해외의 폭발적 반응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그리팅맨을 처음 세운 후, 지금까지 국내외 10여 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당시 우루과이에서는 라디오 생방송에서 찬반토론을 할 정도로 반대가 극심했다. “어느 곳이든 이질적인 것들에는 반감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리팅맨이 설치된 후에는 시민들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다음 해에 우루과이 관광청에서 만든 책자 앞 페이지에 그리팅맨이 소개될 정도였어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 거죠. 작품이 설치된 자리는 우루과이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인데 현재 ‘대한민국 광장’으로 이름까지 바뀌었어요. 해외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 힘이 나요. 모두 자비로 설치하지만 문화 전파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얻고 있죠.” 설치비보다 문화적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일 게다. 해외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고, 유 작가는 그리팅맨이 전 세계 소통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설치되는 도시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천재지변을 당한 지역, 분쟁으로 고통을 겪었던 곳, 그리고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도시들입니다.” 조만간 작품이 들어설 멕시코 메리다는 한국과도 관계가 있는 도시다. 1905년 ‘지상낙원’이라는 말만 믿고 멕시코 이민선을 탔던 조선인들이 애니깽(선인장의 일종)이라는 농장에서 노예처럼 지낸 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5~6세대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요. 수만 명이 그곳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5월 4일을 ‘한국의 날’로 지정했고요. ‘대한민국로’로 이름이 바뀐 거리의 원형 광장에 그리팅맨을 세울 겁니다.” 연천 옥녀봉의 화해 메시지 국내에서는 2007년 파주 헤이리에 처음 그리팅맨을 세운 후 분단의 현장에도 작품을 설치했다. 유 작가에게 제일 의미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2016년에 10m짜리 그리팅맨을 세운 연천 옥녀봉이에요. 북한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곳이죠. 남북 화해의 메시지를 담았어요.” 북녘을 향한 그리팅맨은 현재 연천의 랜드마크로 불리고 있다. 그는 언젠가는 북한에도 그리팅맨이 설치되어 남과 북이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하기를 바란다. “옥녀봉은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으로, 남북 간 DMZ에서 6km 정도 거리에 있어요. 그리팅맨을 남과 북에 설치한다는 것은, 70년간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예술이 작은 힘을 보탠다는 걸 의미하죠.”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평화의 작가’라고 부르는데 그는 아니라며 겸손해한다. 단지 분단 시대를 사는 예술가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2014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 세운 월드미러는 영화 ‘어벤져스2’에서 소개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명 ‘미러맨’(Mirror Man)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두 사람이 붉은 사각 틀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는 거울이 없지만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착시가 일어난다. 우리는 결국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난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재작년에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월드미러를 설치했어요. ‘세상의 거울’이자,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있죠. 에콰도르는 적도에 위치한 나라여서 남반부와 북반부가 만난다는 의미도 됩니다.” 현재 터키 북서부의 항구도시 차낙칼레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장 길이의 다리를 만들고 있다. 내년에 다리가 완공되면 동양과 서양 두 세계의 만남을 상징하기 위해 그의 작품을 세울 예정이다. 그리팅맨은 형태가 둥글둥글한 반면 월드미러는 각과 면으로 이루어졌다. 누드를 부담스러워하는 나라에서는 각이나 면으로 그런 느낌을 순화한단다. 그래서인지 월드미러를 원하는 나라들이 꽤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이슬람 국가들을 위해 옷을 입힌 작품도 만들고 있다. 5년 안에 20개국에 그리팅맨 세우겠다 그는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 여러 지역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공공미술은 보기에 편안하고, 내용도 쉽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해요. 젊은 시절 실험적이고 난해한 작품들도 많이 만들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러워요.” 공공미술로 선정된 작품들의 수익금은 해외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이러한 뜻에 공감하는 지인들이나 친목 단체가 후원도 한단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역시 그리팅맨에 관한 이야기다. “5년 안에 20개 나라에 그리팅맨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 일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작업이에요. 지금의 시공간에서 선택한 특별한 일이기도 하죠.” 그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다. 몇 년 전까지 대학에서 강의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말년에는 은둔자로 살고 싶어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소통, 공감 등을 추구하는 그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니 아이러니하다. 젊은 시절에는 늘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요즘엔 글을 쓴다. 최근에는 그리팅맨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리팅맨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 중 한 명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그가 직접 낭송한 자작시 ‘프란체스코’, ‘형과 누나’ 등은 미세한 울림을 준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기자가 출발할 때까지 배웅하며 그는 그리팅맨처럼 15° 인사를 했다.
- 2020-08-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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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때는 있다
-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누구나 다 때가 있다. 누구나 기회가 있으니 좌절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누구나 몸에 때가 있다는 말이다. 때가 되면 때가 낀다. 때가 쌓이면 때가 붙는다. 때가 오래 지나면 때가 붓는다. 때가 길면 때가 두껍다. 누구나 다 때가 있다! 앞의 때는 時(때 시), 즉 시간이고, 뒤의 때는 垢(때 구), ‘피부의 분비물과 먼지 따위가 섞여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時垢(시구)라는 말도 있을 법하다. 이슈가 되는 한 시대의 폐해나 고질, 해결해야 할 시대의 적폐,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사람들, 그런 의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말은 없다. 시대의 폐해야 반드시 해소해야 하지만 때는 왜 밀어야 하지? 그냥 더러우니까? 밀면 시원해서? 몸무게 줄이려고? 노느니 이 잡는 기분으로(이가 뭔지 모르는 세대는 이해 불가능!)? 가족이나 친지간의 발가벗은 우애나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나는 잘 모르겠다.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자료를 못 찾았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목욕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동네 대중탕은 거의 다 없어진 지 오래인데, 헬스클럽도 영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아예 욕탕이 없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샤워야 집에서 할 수 있지만 탕에 들어앉아 쉬거나 때를 밀기가 어렵다. 강남에 사는 어떤 사람이 목간한 지 오래됐다고 하기에 “우리 동네까지 발가벗고 걸어오셔. 사우나 표 드릴 팅게”라고 약 올린 적이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 우리 동네 스포츠센터는 욕조가 크고 운동시설이 다양하다. 이곳도 정부 시책에 따라 문 닫은 적은 있다. 2주 만엔가 재개장했을 때 반갑고 고마웠다. 아내의 권고에 따라 ‘재입욕 기념’으로 실로 오랜만에 때를 밀었는데, 가락국수 같은 것들(윽, 더러워!)이 물 내려가는 걸 막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 그러나 내 때만으로 그리 된 건 결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날 시원하긴 했지만 때를 왜 밀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더라. 목욕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원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정도일 뿐 때를 미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 것도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걸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때밀이 관광을 오는 건 이국적인 흥취, 돈 뿌리고 한국인들 부려먹는 쾌감 그런 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때를 왜 밀까 궁금해 하다가 서울 어느 지역 맘 카페에서 ‘감명 깊은’ 글을 읽었다. 아이가 있는 엄마, 임신 중인 엄마들이 회원인 그 카페에 오른 글의 제목은 ‘때 안 밀고 살 수 있는 방법 없나요?(제목부터 더러워서 죄송)’였다. 대충 인용한다. “매주 때를 밀어야 살 수 있는데 정말 할 일이 많아서 때까지 밀 시간이 없음. 바르고 샤워하면 때 안 밀어도 되는 제품 없을까? 샤워하면서 슬쩍 문지르면 되는 거. 왜 요즘같이 좋은 세상에 그런 게 없을까? 내 길지도 않은 인생, 때 미는 시간과 노력을 다른 일에 좀 써보고 싶다.” 그러자 다른 엄마들이 무슨 때밀이 요술장갑, 이집트 수세미, 비누 묻혀 닦으면 끝나는 오션 타월을 추천하고, 바디크림 쓰면 견딜 만하다, 매일 샤워하면 된다, 목욕탕 안 간 지 20년도 넘는데 전엔 며칠 안 가도 하얗게 피부가 일어나더니 지금은 샤워만 해도 아무 문제없다, 우리 아이들 태어나서 한 번도 때 안 밀었다, 때 안 민 지 20년 됐는데 지금은 몸 불려도 때 안 나오고 벌겋게만 된다 등등 백가쟁명 갑론을박 찬반양론 설왕설래가 아주 볼 만했다. 사실 글을 올린 엄마는 때를 안 밀겠다는 게 아니라 때 미는 수고를 덜고 싶다는 취지였다. 나는 그와 달리 때를 왜 미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다. ‘천자문’에 骸垢想浴 執熱願凉(해구상욕 집열원량)이라는 말이 있다. “몸에 때가 있으면 목욕 생각나고, 뜨거운 걸 쥐면 서늘한 걸 원하게 된다”는 뜻이다. 더러운 걸 싫어하고 깨끗하기를 바라는 심정은 누구나 같다. 동양의 에티켓 교범 ‘예기(禮記)’ 내칙(內則)에는 부모를 모시면서 “닷새가 지나면 물을 데워놓고 몸을 씻기를 청하고 사흘이 지나면 머리 감을 물을 마련하되, 그 사이 얼굴에 때가 끼었으면 쌀뜨물을 끓여 세수하기를 청하고 발에 때가 끼었으면 물을 데워 씻기를 청하라”(五日則燂湯請浴 三日具沐 其間而垢 燂潘請靧 足垢 燂湯請洗)고 나와 있다. 그러니까 목욕은 사실 매일 하지 않고 닷새 걸러 해도 무방하다. 얼굴과 발만 간간이 잘 씻고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된다. 이와 달리 마음의 때, 이른바 심구(心垢), 바꿔 말해 번뇌는 매일 벗기고 씻어내야 한다. 이에 관한 어떤 불자들의 문답. “마음의 때가 벗겨지면 목욕할 때 몸의 때도 더 많이 나올까요?”, “마음이 맑아지면 혈관 속 피도 맑아지고 독소물질 노폐물 같은 탁기(濁氣) 생성 물질이 피부로 배출되기 때문에 각질이나 때가 되어서 조금이라도 더 나올 겁니다.”, “아, 기대되네요. 상상만 해도 개운한 느낌!” 정말 그럴까? 재미있는 말이지만 믿어야 될지 잘 모르겠다. 때 이야기를 하다 보면 1984년 6월 17일자 한국일보 사회면 톱 ‘선데이 스토리’가 생각난다. 열일곱 살에 때밀이를 시작해 15년 만에 1억 원을 번 사람의 성공담이다. 입사 3년 차 기자의 기사를 부장(오인환, 나중에 공보처장관) 지시로 내가 중간 데스크를 보아 넘겼는데, 끝 부분이 확 달라져 있었다. 그의 성공과 성실에 초점을 맞춘 마지막 문장을 부장이 “젊은이들이여 자기 때는 자기가 미는 게 어떤가”로 바꾼 것이다. 때밀이의 성공이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부각시킨 걸 보고 ‘기사란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하고 배웠다. 퇴폐 이발소, 터키탕 등 향락산업이 큰 사회 이슈일 때였다. 말하자면 그게 그때의 ‘時垢’였다. 때를 왜 밀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오히려 때가 더 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있다. 나는 한글 아호로 ‘글때’를 쓰려 한다. ‘글을 읽거나 글씨를 쓰는 일이 몸에 밴 것’이 글때다. 남의 글의 꼬리를 가볍게 탁 쳐서 기운생동(氣韻生動)하게 만드는 것, 이런 게 글때의 힘이다. 그러니 글때는 더 올라야 하고 더 몸에 붙어야 한다. 문지르거나 벗기려고 하면 안 되는 때다. 사실 이런 때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누구나 다 때가 있다고 하나보다.
- 2020-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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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까
- 집 한 채는 그래도 자식에게 물려주어야지. 부모 세대가 가진 일반적 생각이었다. 과연 유산으로 남겨주어야 할까?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라 해도 노후생활에 쪼들려가면서 꼭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최근 방송된 KBS 아침 프로그램 “황금연못”에서 시니어가 사는 집의 상속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두 가지 의견으로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하나의 의견은 “그래도 가지고 있는 집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어야 한다.”였다. 또 다른 의견은 “자식에게 물려 줄 것이 아니라 모자라는 노후생활비(주택연금)로 사용해야 한다.”이다.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서 자녀 세대와의 인터뷰 영상과 찬반 투표를 했다. 방송에 참여한 시니어 자문단 50명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팽팽한 논쟁 끝에 진행된 투표 결과는 12대 38로 후자가, 즉 노후생활비 마련의 자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별도로 인터뷰를 한 자녀 세대들 의견도 비슷했다. 부모 부양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집 한 채 물러주는 것보다 현실적임을 부모와 자녀 세대가 같은 의견으로 보여주었다. 시니어 세대의 대부분은 전반 생을 헌신함으로써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31년 차여서 수령 액수가 늘어나긴 했으나 평균 수령액이 100만 원이다. 연금제도가 좋은 공무원, 군인, 교직자를 제외한 일반 국민연금 대상자는 연금 액수가 노후생활비에 많이 부족하다. 반면에 은퇴자들의 생활비 마련을 위한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설령 일자리를 구해도 오랫동안 이어가기 힘들다. 모아둔 돈도 모자라고 수명은 길어져 돈은 더 필요해져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딱히 대안이 없는 현실 앞에 관심을 끌게 된 것이 국가가 보증하는 집을 담보로 하는 주택연금 제도다. 몇 가지 이유로 집약할 수 있다. 시니어 세대는 집에 대한 애착으로 집 한 채는 가지고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그 집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려고 했다. 그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자녀 세대의 부모 부양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고 세금 증세로 상속세 등이 만만치 않은 점도 영향을 주었다. 물려주느니보다 차라리 자식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마련함이 훨씬 낫다고 여겨서다. 그 집에 살면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기에 더 관심이 쏠린다. 현재 집값이 높고 낮음을 떠나 절대 금액이 높은 수준이다. 시니어가 사는 아파트라면 대체로 한 채가 5억 원 이상이다. 이 아파트를 70세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149만 원을 연금으로 평생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사망한 후에는 배우자에게 그대로 승계된다. 평균 국민연금 수령액 100만 원에 주택연금 149만 원을 더하면 249만 원으로 부부 기준 적정생활비 237만 2000원을 충족한다. 집을 유산으로 남겨줄 것이 아니라 노후생활비 마련의 자산으로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 2019-10-16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