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야심차게 준비한 시니어 TV의 출시를 놓고 해외 가전 전문 매체들의 찬반 양론이 뜨겁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시니어 전용 사용자경험(UX)과 케어 기능을 앞세운 ‘LG 이지 TV(LG Easy TV)’를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서비스센터 집계에서 시니어 고객 문의의 70% 이상이 조작 난이도에 기인한 점에 착안, 소프트웨어·하드웨어·편의 기능 전반을 시니어 맞춤형으로 재설계했다고 밝힌바 있다.
가장 부정적 의견을 낸 곳은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다. 1998년 미국에서 설립된 온라인 기술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사설을 통해 “제품 콘셉트 자체가 잘못된 전제에 서 있다”면서 ‘시니어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과 기능 구성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매체는 기사 제목에서 이지 TV를 “1800달러짜리 시니어 TV”로 규정하고, 결론부에 “일반 TV가 더 낫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버지(The Verge)는 제품의 구체 사양과 함께 사용성 한계를 지적했다. 더버지 측은 ‘시니어 친화형’을 표방한 전용 리모컨이 여전히 버튼 수가 많다고 지적하며,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경쟁사에 비해 단순화 수준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기능 측면에서는 호평이 나와다. 더버지와 테크레이더(TechRadar)가 공통으로 주목한 핵심은 접근성 중심의 UI 재설계와 원격 돌봄 연계다. 홈 화면을 단순화하고 글꼴·밝기·음성 선명도를 키웠으며, 일정·복약 등 팝업 알림을 제공한 부분을 칭찬했다. TV 상단 내장 카메라로 화상 통화가 가능하고, 전용 리모컨에는 ‘Help(도움)’ 버튼과 AI 음성검색 버튼이 배치됐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도움 버튼은 세 번 누르거나 길게 눌러 지정 보호자에게 긴급신호를 보내는 기능, 보호자·가족이 ‘LG 버디’를 통해 원격으로 입력 전환·설정 변경·프로그램 예약을 도울 수 있는 기능과 연동되는 부분도 부각했다. 테크레이더 측은 도움 버튼의 원격 지원·긴급 호출 연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해당 기능이 이지 TV 외의 다른 LG TV 제품들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매체의 비판적 지적이 모두 정확한 평가인지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스테크니카 측은 ‘AI 버튼을 더하고 가격을 올린’ 방식보다는, 복잡성을 제거한 ‘단순 TV’ 자체가 낫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령자들이 노후를 살아가는 방식을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단순화해 바라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실제 노인 돌봄과 관련된 현장에선 인공지능 기기나 돌봄 로봇을 통해 ‘디지털 사회복지’가 보편화되고 있고, 최근 노년세대의 다양한 디지털 기기, 기능 사용 증가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고령자의 ICT기기(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 기기) 사용시간은 여가시간 1시간 11분, 의무시간 23분, 필수시간 5분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사이 필수시간, 의무시간, 여가시간 모두에서 ICT기기 사용 시간이 증가했고, 미디어 이용 36분, 일 관련 9분, 교제 및 참여는 5분 증가했다.
따라서 단지 채널 전환과 음량 조절만 가능한 단순한 TV가 노년 세대에 충분하다는 일부 매체의 주장은, 급변하는 고령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인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