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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가가 말하는 하루키·헤밍웨이 소설 속 음식의 비밀은?
-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가 달라고 보채던 떡, ‘디즈니 동화’의 오리 스크루지 영감이 끓인 단추 수프… 어릴 적 읽던 책에 나온 음식에 괜히 군침 삼킨 적이 있는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우리는 그 요리를 탐내는 것으로 모자라, 참지 못하고 한밤중에 라면 물이라도 올리게 된다. 열혈 문학 독자인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신간 ‘맛있는 소설’을 통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깊이 있게 먹음직스러운 문학 속 음식들을 차려냈다. 음식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담긴 주요 지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살피면 세상의 외피와 내면을 고루 들여다볼 수 있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15년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식재료, 조리 도구, 요리, 식문화를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글로 풀어내 좌표에 올려놓는 작업을 해왔다. 이탈리아 음식 분야 최고의 요리책 ‘실버 스푼’ 외 ‘패밀리 밀’, ‘식탁의 기쁨’ 등 음식 관련서를 번역했으며, 비평의 성격을 띠는 ‘냉면의 품격’, ‘한식의 품격’, 생존을 위한 조리 지침을 담은 ‘조리 도구의 세계’,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등을 펴냈다. 세 종류의 맛있는 인생 이용재 평론가의 인생 궤도는 ‘먹고’, ‘읽고’, ‘쓰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던 터라 할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거나 직접 요리하는 일이 많았다. 자연히 음식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책을 탐독하기도 했다. 스물여덟 무렵 건축학도였던 그는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적적함을 달래려 요리를 독학했다고 한다. “빵을 반죽하고,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곁들여 마시기도 했어요. 본격적으로 전채부터 후식까지 코스를 짜서 만들고 먹는 모든 과정을 직접 소화해보는 거죠. 문득 취미 생활을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글을 5년 정도 꾸준히 올렸어요. 그러던 중 대학원을 졸업하고 애틀랜타의 건축회사에서 일했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충동적으로 ‘글 쓰는 일을 해볼까?’ 하며 이력서와 몇 편의 글, 미국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번역 기획안 등을 만들어 출판사와 잡지사에 보냈어요. 글쓰기의 뿌리는 그때부터였네요.” 맛을 둘러싼 가치와 철학 평론이나 비평은 가치를 분석하고 판단해 명료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그러나 음식 평론 자체만으로는 전문가의 자격을 심사받지 않는 분야인 탓에 비교적 고된 길을 걸어왔다. 7~8년 전, 그가 음식 전문지 ‘올리브’에 ‘한국 최초의 레스토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던 때였다. 당시 한국은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개념이 막 주목받던 시기였다. 오랜 타국 생활로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한 데다, 건축 공부를 통해 균형 있는 관점까지 몸에 배 있으니 평론에 좀 더 객관적일 수 있었다. ‘먹고 겪은 대로 쓴다!’며 너무도 솔직한(?) 후기를 작성했고, 독자들은 ‘우리나라에 없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데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알지도 못하면서 혹평한다’고 손가락질했단다.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로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에요. 재료의 특성과 조화, 조리의 원리, 사회적인 맥락 등을 통틀어 보거든요. 경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유만으로 젊은 사람들을 싼 임금으로 고용해서 혹사하는 노동 현실, 유행처럼 번진 단기 요리 교육 과정, 부족한 실무 경험 등 여러 원인으로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음식들의 완성도가 낮은 상태였어요. 감사하게도 제 글을 읽은 뒤 현실을 깨닫고 제대로 공부했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일종의 순기능이죠. 아무쪼록 개인의 의견과 괴리가 있을지라도, 요리라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과정이 와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상상력에 불을 댕길 작품 속 음식들 수년의 경험과 철학을 꾹꾹 눌러 담은 저서는 어느덧 여덟 권이 됐다. 신간 ‘맛있는 소설’은 2019년 여름께, 한 방송국으로부터 교양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고 기획했다. 소설 내 음식을 탐구하는 주제를 제안했는데, 소통이 매끄럽지 못했고 대우도 나빠서 결국 출연 결정을 철회했다. 방송 기회는 물 건너갔지만 출판의 가능성을 두고 기획안을 만들었다. 마침 지난 저서 ‘외식의 품격’을 함께 만든 편집자와 다시 뭉치게 됐다. 장난감 대신 세계문학 전집을 죽어라 읽던 어린 그로부터 시작된 산물일 테다. 그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 보던 명작 ‘작은 아씨들’과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식재료의 속사정을 이야기한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비프스튜와 콘비프샌드위치, ‘노르웨이의 숲’의 김에 싸서 간장에 찍은 오이, ‘댄스 댄스 댄스’의 유키가 마시는 피나콜라다 등을 한 울타리에 모았다. 비교적 최근 출간된 ‘채식주의자’,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사회적 현실도 내포했다. “2022년 내내 원고를 썼는데,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버거웠어요. 항상 글로써 스스로를 증명하고 누군가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던 터라, 냈던 책들과는 다른 시도를 했거든요. 특히 하루키 부분은 심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은 음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크게 소문난 식당은 반드시 찾아가 맛보고 리뷰를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흐름이 끊길까 봐 잠도 푹 자지 못했죠.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기 일쑤였어요. 그래도 완성하고 나니 소설이라는 식재료로 구성한 모든 메뉴가 충실한 뷔페 같더라고요. 책 만들기와 글쓰기는 제게 언제나 병증과도 같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독자들은 마음껏 맛보고 즐기셨으면 해요. ‘이 작가가 허투루 책을 내는 사람은 아니네, 두고두고 읽을거리가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더 좋고요!”
- 2024-02-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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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 메고 쪽방촌 오르내리며, 건강한 삶 꿈꾸는 ‘옆집 의사’
- 방문 진료 전문 의료기관 ‘건강의집의원’을 운영하는 홍종원 원장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의 길을 과감히 내던졌다. 대신 동네 청소를 하고, 옆집 이삿짐을 옮기며, 약과 주사가 닿지 못하는 삶을 돌본다. 사회의 손길과 멀어진 곳에서 과연 건강하게 사는 건 무엇일까? 신간 ‘처방전 없음’에는 아픈 몸들을 위한, 병원 밖 의사의 인생 실험이 담겼다. 서울시 강북구 번동. 수더분한 옷차림에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동네 곳곳을 쏘다니는 수상한 의사가 있다. 가방 속에는 청진기, 혈압계, 주사기, 붕대 등 각종 의료용품이 한가득 들었다. 그는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도,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를 놓치지 않고 받아 챈다. 홀몸 노인, 중증장애인, 쪽방촌 사람들의 이웃으로서 곁을 살피기 위해서다. 홍종원 건강의집의원 대표원장은 흰 가운을 차려입고 쾌적한 진료실에서 환자를 맞이하는, 드라마에 나올 법한 ‘엘리트 의사’와는 사뭇 다르다. 조금은 다른 건강 “2019년 건강의집의원을 개원하고 방문 진료를 한 지 5년 가까이 됐네요. 사실 특별한 신념을 가졌던 것도,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공학을 전공해 기술 개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쪽이 더 재미있을 거라 느꼈죠. 하지만 입시 준비 과정에서 우연히 지원한 의과대학에만 합격했어요. 그때부터 의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나는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의료봉사 동아리 활동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집을 드나들면서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볕 들지 않는 집, 널브러진 이불과 담배, 모아둔 폐지들을 보고 있자면 장애가 있는 이에게, 홀몸 노인에게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을지 혼란스러웠다. 몸에 해로우니 담배는 피지 않는 게 좋겠다고, 신선한 채소를 자주 섭취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병원 치료 이후의 삶은 누가 보듬어줄 수 있는 건가. 거주지, 음식의 종류, 경제적 능력 등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각자의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데. 환자들의 삶은 모두 병원 밖에 있구나.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질병이나 장애, 가난 등으로 인해 사회와 멀어진 사람들을 면면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지역사회로 뛰어들었다. ‘처방전 없는’ 삶 “번동으로 이사 온 것도 어떻게 보면 실험이에요. 이 동네는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동네고, 저소득층 밀집 지역입니다.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자 했어요. 마을 어르신들과 형, 동생 하고 지내면서 부대껴 살았죠. 가운을 입고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그저 의사와 환자 관계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건강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아픈 몸도 아픈 대로의 삶이 있더라고요. 노쇠나 장애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기 때문에 완치를 목표로 하는 분은 드물어요. 그저 각자의 일상을 인정하고 해내려 하죠. 그게 ‘진짜 건강한 삶’으로 가는 첫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홍 원장의 진찰 시간은 길고 진득하다. 환자가 생활하는 공간을 둘러보고, 어떤 형편에 놓여 있는지,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듣는다.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해서다. 처방 약보다 건강기능식품과 민간요법에 의지하고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건강의 기준이 다르기에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다. 아쉽거나 속상할 때도 있다. 상태를 완화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환자를 낫게 할 수 있을지 확신조차 못 할 땐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차분히 소통하면서 서로 희미하게나마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쯤, 환자의 몸이 좋아지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감과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간 ‘처방전 없음’에는 홍 원장의 방문 진료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속사정, 그리고 진짜 건강한 삶에 대한 사유를 풀어냈다. “‘처방전 없음’을 읽은 분들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해요. 누군가는 이상주의자의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극한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품’을 만들어내던 환자들을 보며 내린 결론이에요. 고통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 건강을 같이 고민하는 것 또한 제 일이죠. 그러나 더 나아가서 환자들과 주어진 시간을 함께 웃으며 채워나가고,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존재였으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치료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2023-09-1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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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나 존스와는 딴판” 인류 도구 추적하는 단단한 고고학자
- 인간의 과거는 문자를 사용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문자 기록이 남아 있는 시대는 몇 천 년에 불과하다. 그보다 훨씬 오래된 700만 년 전 인간의 시간은 기호나 기록은 고사하고 삶의 희미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장 엉성했던 시절이다. 김상태 고고학자는 기록이 없는 과거의 끝을 잡아 현재로 찬찬히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신간 ‘단단한 고고학’에는 고고학 중에서도 다소 별종으로 취급받는 구석기 고고학에 대한 애정이 담겼다. 구석기 시대 도구사를 연구하는 김상태 고고학자는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을 거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고역사부장을 맡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상설 전시실인 1층의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의 전시와 유물을 관리한다. 국립제주박물관에 근무하면서 제주도 최초의 구석기 유적을, 서귀포시에 있는 ‘생수궤’라는 동굴 유적을 발굴하기도 했다. “역사교육과에 진학했지만 학과 공부보다는 인간의 진화와 관련된 분야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고고학반’이라는 스터디 그룹에서 처음으로 고고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1학년 때부터 별명이 ‘짱돌’이었죠. 문화인류학과에 진화를 전공한 교수님이 계셨는데, 어느 날 무작정 그분께 찾아가 직접 만든 주먹도끼를 선물로 드리면서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자료를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보기도 했습니다. 학과 학생도 아니었던 터라 거절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책을 여러 권 쥐어주시더라고요. 더 재밌게 고고학을 파고들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 친구들은 제가 구석기를 연구하는 걸 보고 ‘너 옛날부터 짱돌만 가지고 다니더니 직업이 됐구나!’라고 말해요.” 고고학자, 하는 것이 힘 많은 사람이 고고학자라 하면 고대의 신비를 찾는 탐험가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린다. 인디아나 존스는 평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흥미로운 유적 이야기를 들으면 중절모를 눌러쓰고 채찍을 두른 채 정신없이 달려나간다. 하지만 실제 고고학자들의 발굴 현장은 영화의 한 장면과 다르다. 온통 흙과 돌뿐인 곳에서 챙 넓은 밀짚모자에 의지한 채 하루 종일 돌을 솎아낸다. 모자 그림자 밖으로 바삐 움직인 팔은 빨개지다 못해 피부가 벗겨진다. 동굴 유적 발굴 현장에서는 해를 피할 수 있지만, 모기떼가 정신없이 달려드는 탓에 방충 모자를 쓰고 긴 기장의 옷과 장갑 등으로 온몸을 감싸야 한다. 거칠고 지루한 작업이다. “구석기 고고학자들은 돌을 직접 깨보고, 석기를 재현해보기도 합니다. 특히 뗀석기는 언뜻 보면 주변의 흔한 돌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복원 연습을 부단히 반복하면서 보는 눈을 길러야 해요. 최소 1만 년, 최대 300만 년 전의 기술이라 제작 방법이 기록돼 있지 않기도 하고요. 재현한 석기로 창던지기와 활쏘기, 불 피우기 같은 구석기 시대의 생계 활동을 체험합니다. 복기하다 보면 당시의 도구와 생활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단단한 돌을 부드럽게 전하는 과정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매년 약 100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구석기 시대 유물은 역사적으로 가장 앞선 시기의 흔적이기 때문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에 전시돼 있다. 김 부장은 언젠가 단순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돌들이 전시된 구석기실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관람객들을 발견했다. 석기는 화려한 금제 장신구와 불상, 예술성 높은 그림과 도자기들보다 선명한 형태가 보이지 않기도 하고, 사용 추정 시기와 발견 지역 정도만 적혀 있으니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와 닿지 않아 그런 게 아닐까 짐작했다. 그는 신간 ‘단단한 고고학’을 통해 구석기 스토리텔러(이야기꾼)로서 발돋움했다. 인간이 만든 고차원·고성능·다목적 도구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과거와 현재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고인류처럼 실제로 돌을 깨 석기를 만들어보는 실험고고학 학자들의 연구 과정뿐 아니라, 한반도의 유적을 곁들인 구석기 시대의 역사적 사실, 원시 인류의 삶과 생각, 도구에 담긴 우리의 미래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했다. “저는 도구의 힘을 믿어요. 확실한 형태가 있어 훨씬 더 강력하고 직접적입니다. 아무리 저명한 역사가일지라도 글은 개인적인 해석이 일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반면 도구는 왜곡이 없어 담백한 해석이 가능하죠. 떼어낸 조각의 모양과 방향을 보면 계획을 실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고, 만든 사람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요. 손때 묻은 도구 하나하나마다 다양한 선택과 가공이 결합돼 오늘날의 고도화된 결과물로 탄생한 거예요. 구석기인들을 ‘미개’하다고 여길 만큼 사회문화적으로도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간 또한 본질적으로는 그들과 비슷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창조했다고 봅니다. 그만큼 구석기인의 돌에는 놓치기 아까운 소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각 도구의 특징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박물관 구석기실이 달라 보일 겁니다. 여러분에게 그 즐거움이 닿길 바랍니다.”
- 2023-07-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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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에 대한 그리움 기술로 채워… ‘너를 만났다’ PD가 밝힌 뒷이야기
- ‘너를 만났다’는 김종우 PD가 만든 국내 최초의 가상현실(VR) 휴먼 다큐멘터리다. 하늘나라로 떠난 사람을 기술로 구현해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과 가상현실 속에서 다시 만나게 하고, 세상에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의 신간 ‘너를 만났다’는 인간적인 시선과 과학기술의 접목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김 PD의 속사정을 담았다. 김종우 PD는 21년 차 골수 다큐멘터리 제작자다. MBC 간판 교양 프로그램 ‘불만제로’, ‘PD수첩’에 참여했으며, 2008년 고시원 화재 사건의 피해자 이야기 ‘아무도 묻지 않은 죽음’, 쌍용차 사태를 다룬 ‘타인의 정리해고’, 전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암시한 ‘기후의 반란’ 등 단순한 흥미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바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 ‘너를 만났다’는 누군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다. 제작 기간은 1년 남짓. 제작진들은 남은 사진과 영상, 유가족의 기억을 조합해 고인의 모습을 구현하고, 좋아했던 물건들로 채운 가상공간을 조성한다. 체험자는 HMD(체험을 위해 머리에 장착하는 기기)를 쓰고 가상현실 속에서 마음에 담아뒀던 말들을 다시금 읊조린다. 너의 세상과 나의 세상, 경계를 넘다 희귀병으로 7세에 세상을 떠난 딸 강나연 양과 어머니 장지성 씨의 만남을 담은 시즌1은 2020년 방영 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공감과 반응을 보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3300만 회를 넘기며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아이의 뼛가루를 담은 목걸이를 항상 하고 다니고, 가족끼리 어딜 가든 사진을 들고 다니며 ‘너랑 같이 왔다’고 속삭이는 엄마. 김 PD는 비록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장지성 씨가 한순간이라도 웃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세상을 떠난 가족을 다시 만난다면?’이라는 어렴풋한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회의를 거듭하며 틀을 잡았죠. 기획 초반에 내부에선 ‘HMD를 쓰면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 카메라에 사용자의 감정이 담기겠냐?’는 반응도 있었어요. 새롭게 시도하는 장르라 함정에 빠지진 않을까, 후져지진 않을까, 고인에게 결례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나연이와 엄마가 만나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잠도 잘 못 잤던 것 같아요.” 실험적인 시도로 우려를 안고 시작한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방송영상산업발전유공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상 TV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방송 이후 김 PD는 직업인으로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한 직장, 같은 부서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어요. 좋은 프로그램이란 뭘까, 고민하며 이리저리 흔들렸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해내면서 창작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덕분에 제작 과정을 담은 책도 쓰고요. 노후 걱정을 조금은 덜었네요.” “과정은 험난했다. 어느 날은 될 것 같다가, 어느 날은 실망했다. 그래도 빈 땅에 아무도 꽂지 않은 깃발을 꽂았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PD로서 산업적 발전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작은 디테일을 축적하며 사람의 이야기, 착한 이야기, 저널리즘을 추구하려 노력했다. 기술적인 것 이상의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기술을 적용하려 하면 할수록 시간에 대해, 삶에 대해 생각했던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너를 만났다’ 중에서 직장인 겸 창작자의 돌파구, 책 신간 ‘너를 만났다’에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깊어진 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방송국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 새로움과 익숙함의 경계를 콘텐츠로 풀어내는 방식, 오랜 직장인의 걱정거리 등 다양하다. 그는 여러 책을 읽으면서 흩어진 생각들을 조금씩 재정비했다고 한다. 아마 김 PD의 상상력을 ‘있음직한 일’로 만들어내는, 집요함을 키워내는 데 역할을 했을 테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처럼 말이다. “제 인생에서 책을 빼놓고 설명하기란 어려워요. 소설은 항상 허겁지겁 먹고 싶은 음식과 같은 존재예요. 어릴 때부터 뭔가 하기 싫어지면 책을 읽었어요. 핸드폰이 없던 시절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였죠. 지금은 아무래도 넓은 분야를 이것저것 떠도는 방식의 독서를 하고 있어요. 뭔가 얻어걸리지 않을까,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면서요. 항상 대박이 찾아와주길 바라는 태도가 부끄럽긴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는 책만의 목소리가 있어요. 재미는 물론이고, 정련된 의견에 내포된 진중함이 있죠. 앞으로도 ‘너를 만났다’처럼 사람들에게 흥미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 2023-01-1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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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지친 삶을 위로해주는 신간
- 여성 50대를 위한 100세 시대 인간관계 오노데라 아쓰코·문학사상 50대 중년 여성은 가족·직장·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 문제를 떠안고 살아간다. 여성 심리학자인 저자는 중년 여성의 인간관계 문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보며 해결법을 제시한다.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 정인호·센시오 저자는 “부자가 되려면 금리, 환율보다 사람들의 행동 심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부자는 어떤 심리를 가졌는지, 어떻게 타인의 심리를 읽고 행동하는지 소개한다.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폴 김, 김인종·마름모 25년간 정신질환자 가족을 돌보고 있는 저자는 정신질환을 의학적·사회적인 관점과 영적·심리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들여다본다. 정신질환자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이에게 도움을 준다. 고양이의 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강은영·좋은생각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 명에 달하는 ‘모리’ 강은영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다. ‘1일 1고양이’ 그리기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저자는 그 과정을 그림과 글에 담아 행복 에너지를 전한다.
- 2022-09-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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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장마철 읽기 좋은 추천 신간
-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김석중·김영사 우리나라 1호 유품정리사로 통하는 저자는 15년째 죽음의 현장에서 느낀 경험과 소회를 풀어냈다. 더불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족들과 죽음 이후에 대해 얘기해 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절대지식 치매 백과사전 홍경환·스마트비즈니스 10년 동안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간호해온 저자는 치매 환자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가족들이 치매에 대한 상식을 갖춰야 한다며 ‘눈높이 치매 교육’ 책을 펴냈다.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 이염, 권필·시대의창 ‘법의 역사’에 관한 207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사와 세계사, 동서양을 넘나들며 역사의 주요 사건과 법적 주목 지점을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법을 어렵지 않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마리야 이바시키나·책읽는곰 책에 소개된 17개국의 71개 단어는 말로 표현이 어려운 감정을 의미한다. 영어 ‘히라이스’는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을, 네덜란드어 ‘헤젤리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단란함을 뜻한다.
- 2022-07-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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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인간을 탐구하는 신간!
-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열림원 지난 2월 별세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산문집이 다시 출판됐다. 이어령의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메멘토 모리’의 배경이 되는 여섯 살 소년의 고향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생존자들 캐서린 길디너·라이프앤페이지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25년간 만난 내담자들 가운데 특별한 네 사람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의 비극적인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저자는 대화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치유받는다. 민낯들 오찬호·북트리거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열두 가지 사건을 담은 책이다. 故 변희수 하사, 故 설리(본명 최진리) 등의 죽음과, 코로나19 팬데믹과 n번방 사건, 세월호 참사, 낙태죄 폐지 등을 되짚어본다. 독일은 왜 잘하는가 존 캠프너·열린책들 영국인인 저자는 뼈아픈 과거에서 배운 교훈, 품위 있는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 문화를 존중하고 시민의 안전한 생활을 책임지려는 리더십 등 전후 75년간 현대 독일의 놀라운 변화를 분석한다.
- 2022-06-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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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신간!
- 산산조각(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시공사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의 우화소설집이다. 작가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모두는 가치와 의미를 지녔고 살아갈 이유가 명백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별인사 김영하·복복서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줄래요? 황승택·민음사 채널A 황승택 기자가 쓴 두 번째 투병 에세이다. 급성중이염으로 200여 일 동안 청력을 손실한 저자는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혐오의 과학 매슈 윌리엄스·반니 범죄학자인 저자가 혐오하는 마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으로, 신경과학·심리학·사회학·통계학적 접근이 눈에 띈다. ‘혐오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결책을 제시한다.
- 2022-05-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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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봄기운 듬뿍 따뜻한 신간!
- 뇌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 온조 아야코·지호 일본의 뇌과학자 온조 아야코의 어머니는 예순다섯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는다. 이에 저자는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2년 반에 걸쳐 관찰, 매일의 사건, 기분, 감정 전부를 기록했다. 이태리 아파트먼트 마시모 그라멜리니·시월이일 현재로부터 60년 후인 2080년 12월이 배경인 소설이다. 작가는 미래에서 보면 현 상황도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위로를 독자에게 건넨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박영서·들녘 저자는 ‘조선은 복지 국가’였다고 주장하며 조선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조선 복지 정책의 핵심을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 즉 인(仁)이라고 분석한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알렉상드르 스테른·윌북 1978년생 파리지앵인 작가 알렉상드르 스테른은 세계 5대륙 155개국에서 골라 모은 700가지 맛을 정리했다. 한국 음식은 김치·홍어·소주·번데기·호떡·팥빙수 등을 추천했다.
- 2022-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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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새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신간!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에디 제이쿠·동양북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인 저자의 회고록으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가 100세가 된 2020년 출간된 이 책은 일상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유럽에서 대한민국만세 송일국·상상출판 배우 송일국과 삼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의 유럽 여행 화보 에세이다. 1년간 생활한 프랑스부터 스위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아이슬란드까지 총 8개 나라의 여행기가 실렸다. 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 오츠카 히사시·한스미디어 “50대는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고민한다.” 수십 년간 만난 50대 1만 명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인생의 디톡스 기간’인 50대, 일, 업적, 인간관계를 결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계획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스필버그의 말 스티븐 스필버그·마음산책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터뷰 스물한 편을 소개한다. ‘죠스’, ‘쉰들러 리스트’,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유명 영화의 제작기와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 2022-02-0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