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잠이 줄어든다? 여생을 위한 좋은 잠의 비결

기사입력 2024-10-24 08:19 기사수정 2024-10-24 08:19

[명사와 함께하는 북인북] 서수연 수면심리학자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혹시 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잠을 줄이고 있나요?

경제학자들은 한 시간 적게 자는 것의 기회비용을 16.19달러(약 2만 원)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잠을 안 자면 이렇게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는데도 아직도 수면을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미국에서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15퍼센트는 수면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 48p


잠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당연히 할 수 있다 여긴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믿음은 무너지기 십상이다. 삶이 잠을 방해하는지 살피고 숙면에 가까워지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며, 우리의 밤과 낮을 따뜻하게 비추는 책이 있다. 신간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 데 쓴다. 낮에 있던 일을 떠올리고, 기억하고, 또 다음 날을 잘 지낼 수 있게 보듬는 시간이다. 그 목적에 맞게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5년 새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84만 2856명에서 2021년 109만 7282명으로 25만 4426명이 늘었다고 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의 저자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잠은 마음 상태와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낮에 생긴 불편한 일로 혼란스러워지거나 걱정이 짙어지면 쉽사리 잠이 오지 않듯 말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복잡한 사연에 집중하기보다 맥주 캔을 따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잊어보려 한다. 그러다 좋은 베개, 비싼 매트리스, 수면 영양제로 관심을 돌리지만 한 방에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 불면은 자기 전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련 습관이 어떤지, 심리 상태는 어땠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해결할 수 있다.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은 잠을 둘러싼 여러 오해를 바로잡고, 내면을 살펴 ‘맞춤형 수면법’을 찾게 돕는 책이다. 20년간 예술인, 프로그래머, 소방관, 경찰관 등 다양한 직업군의 불면증 환자를 상담하고 수면심리를 연구해온 서수연 교수의 노하우를 담았다. 본인에게 맞는 잠의 양, 시간, 유형 테스트부터 수면 가성비를 높이는 습관, 잠을 부르는 마음 관리법, 밤낮이 바뀌는 직업을 위한 해결책까지 수록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잠 못 드는 밤, 들여다보기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구절이다. 잠을 잘 자는 사람과 못 자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잠드는 일로 고민한 적이 없어 큰 관심을 두지 않지만, 후자는 저마다 다양한 사정이 있고 갈수록 심연으로 빠져든다. 수면장애와 고혈압·심장병·당뇨 등 신체질환, 심한 감정 기복·스트레스·우울감 등 정신질환은 서로의 위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문제가 연쇄적으로 뒤섞이는 셈이다. 서수연 교수는 수면 형태를 들여다보면 스스로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저는 수면을 둘러싼 생각과 행동, 수면 부족으로 인한 상태와 기분 등을 연구하는 수면심리학자입니다. 수면심리학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연구 중인 분야예요. 정신장애를 앓는 분을 치료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모이면 우스갯소리로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들 하는데요. 저 역시 불면증에 시달리다 수면심리학에 빠졌습니다. 대학원 시절 중장년층 만성질환자를 심리 상담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들 대부분이 수면장애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더 관심이 갔고요. 불면증을 고치기 위해 수면제를 먹어야 한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인지행동치료로 충분히 개선 가능합니다.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에 직접 연구한 내용을 사례로 쉽게 풀어내고자 했어요. 밤마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수연 교수의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서수연 교수의 저서와 사인(브라보 마이 라이프)

잠은 인생의 사치다?

지금은 자동차 브랜드명으로 더 익숙한 니콜라 테슬라는 현대 전기 문명의 근간인 교류전기 시스템과 무선통신, 테슬라코일 등을 발명하여 과학 및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하루에 두 시간 이상 자지 않았고, 일에 몰두할 때는 84시간 이상 버텼다고 한다. 불규칙한 생활을 지속하다 25세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잠이 부족하면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과거부터 다양한 기관이나 전문가를 통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수면은 대체로 우리 몸의 회복, 신체조직의 성장, 체온 및 신체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기억을 단단히 만들고,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을 줍니다. 더불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죠. 잠을 못 자면 우리 뇌에서 기억 기능을 주관하는 해마의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그렇게 해마가 위축되면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돼요.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잠을 잘 자야 하는 이유는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인생을 즐기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수면 상태를 찾아보는 게 먼저예요. 낮에 졸지 않고, 내가 가장 좋은 상태로 일과를 즐길 정도로 자는 것이 나에게 맞는 방법입니다.”


잠은 갑자기 켰다가 끌 수 있는 스위치와 같은 것이 아니에요.

업무나 과제를 마치고 노트북을 ‘탁’ 닫고 바로 침대에 눕는 순간

잠들 수 있다는 기대는 수면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예요. 수영장에 들어갈 때 준비운동을 해야 하듯,

잠도 준비운동이 필요해요. -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 82p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꿀잠’으로 만들 내 노년

나이 들수록 무조건 잠이 없어진다는 통념 탓에 수면에 문제가 생겨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실이기도 하고, 오해기도 하다. 노년이 되면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뇌신경 기능이 떨어지면서 일주기 리듬(하루를 주기로 변하는 생체리듬)이 청년 때와 비교해 앞당겨진다. 일주기 리듬의 변화로 한밤중에 나와야 할 수면 유도 물질, 멜라토닌이 초저녁부터 나오고 그만큼 빨리 사라져서 새벽잠이 없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보통 저녁 7~9시쯤 잠들고 오전 3~5시 사이에 깨는 식이다.

멜라토닌 분비량 자체가 감소한 까닭도 있다. 멜라토닌이 부족하면 불면증이 나타나거나 아침에 개운하지 않을 수 있다. 서수연 교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라며 방치할 게 아니라, 잠의 질을 높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쌓인 긴장을 해소하고 걱정을 내려놓는 ‘마음 훈련’ 역시 필요하다.

“은퇴 후 사회·경제적 역할을 상실했다는 생각, 죽음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잠을 편하게 이루지 못하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TV 소리를 작게 해둔 뒤 밤새 틀어두거나, 불을 켜고 잠드는 거예요. 젊은 시절과 달리 활동량이 많지 않아 자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줄어드는데, 수면의 질까지 낮아지죠. 그러면 다시 우울·불안감이 생기고,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어요. 가벼운 산책을 통해 햇볕을 쬐거나 스트레칭을 해보세요. 물리적인 노력뿐 아니라 마음을 관찰하고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건강한 수면 생활을 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밤과 낮을 모두 응원합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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