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교문 앞 즐비하게 늘어선 꽃다발 행렬,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과 인사하는 학생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졸업식과 입학식 풍경이었다.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바야흐로 1년이다. 그동안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사회활동의 폭도 많이 좁아졌다. 학생들은 등교 대신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졸업과 입학 시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서울 원효초등학교와 우솔초등학교 등 일선 학교에서는 졸업생과 학부모가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는 비대면 졸업식이 진행됐다. 졸업장만 받아 귀가하는 ‘드라이브스루 졸업식’, ‘워킹스루 졸업식’은 물론, 졸업장을 택배로 발송하는 방식 등 전통적인 졸업식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2월 졸업식 및 입학식 시즌이 ‘대목’이었던 관련 업계의 상황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졸업·입학 선물인 노트북은 흔히 1분기가 성수기다. 하지만 노트북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하고 있다. 광주신세계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대비 2020년 하반기의 노트북 판매량이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올해 역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교 입학과 새 학기를 맞이해 옷 소비가 늘어나는 새내기들 사이에서는 패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면서 화면에 보이는 상의에 초점을 맞추고 하의는 트레이닝복, 파자마 등 편하게 입는 ‘키보드 위 패션(Above Keyboard Dressing)’이 화제다.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검색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상의’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54% 증가했고, ‘하의’ 키워드는 18% 증가했다.
대학가에서 온라인 강의가 일반화되고 화상 프로그램 사용이 늘어나면서 성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수능 성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능 직후에 대학 새내기들의 성형 상담과 성형수술이 몰려있었던 반면 비대면 생활이 확산되면서 상담 및 수술 일정을 여유롭게 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새내기들이 관심을 갖는 부위도 다양해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번의 수술로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큰 눈과 코에 대한 관심이 컸다면, 최근에는 눈, 코 외에도 얼굴형, 턱 등 다양한 부위에 대한 상담까지 늘고 있다. 기존에는 수술 후 부기 및 염증 관리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상담이나 실제 수술로까지 이어지기 힘들었다. 반면 최근에는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화면에 콤플렉스 부위가 더 크게 노출되고 집에서 편히 회복할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반재상 대표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고 화상 프로그램 사용이 늘어나면서 대학 새내기 성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쌍꺼풀 수술, 눈매 교정술, 콧대 수술, 콧볼 축소술 등 눈과 코를 개선하는 수술뿐 아니라 안면윤곽수술, 가슴성형 등 다양한 부위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60년대 이후 시대별로 한국의 대표적인 미인으로 꼽히는 이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트로이카(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세 사람)’라 불렸고, 누군가는 ‘컴퓨터 미인’, ‘유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대중 앞에 섰다.
요즘은 대표 미인이 없다. 미의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개성이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피부가 좋으면 ‘피부 미인’으로 불리고, 건강해 보이면 ‘건강 미인’으로 불린다. 몸매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 패션 스타일이 좋은 점도 인기에 크게 작용한다.
단적인 예로 쌍꺼풀이 짙고 큰 눈의 외모가 연예인의 필수 조건이자 미의 기준일 때도 있었으나 근래에는 홑꺼풀 연예인도 인기를 크게 얻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중적으로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무쌍’이라고도 불리는 외꺼풀의 경우 쌍꺼풀 테이프나 성형수술을 통해 쌍꺼풀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무쌍 메이크업’ 및 홑꺼풀 연예인의 인기에 힘입어 본연의 아름다움에 자신감을 갖는 경우도 많다.
시대에 따라 미적 기준이 달라지면서 바꾸고 싶은 부위도, 방식도 변화하는데 쉽게 바뀌지 않는 부위도 있다. 바로 콧볼이다. 콧대의 경우 버선코, 반버선코, 직반버선코 등 유행하는 라인이 있었고, 자연스러움과 화려함 등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높이 또한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콧볼의 경우 너무 넓거나 콧방울이 두꺼울 경우 코가 과장돼 보이면서 둔한 인상을 주기 쉽다.
콧볼 너비는 얼굴 너비의 5분의 1 정도 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보기가 좋다. 과거에는 콧볼이 넓은 코를 가리켜 ‘복코’라 부르며 복이 들어온다고 귀하게 여겼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좀 더 날렵한 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콧볼 너비와 콧방울이 두꺼운 경우 콧볼축소수술을 통해 좀 더 시원시원한 인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콧볼축소수술은 코끝의 피부 두께나 코끝 연골로 인해 뭉툭해 보이는 코 모양을 얼굴 비율에 맞춰 조율하는 방법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이현택 대표원장은 “과거와 달리 사전적인 미의 기준이 흐려지고 다양한 개성과 기준이 등장했다”며 “콧볼의 경우 기준이 많이 바뀌지는 않았으나 만일 수술을 고려한다면 본인의 코 모양과 평소 원하는 이미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임상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구체적으로 상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크런치와 집게핀 등 90년대 유행했던 머리 장식품과 복고풍 올림머리 등 빈티지 헤어스타일이 다시 인기를 끌면서 얼굴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방법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는 올해 가장 주목할 뷰티 트렌드로 스크런치를 꼽았다. 스크런치는 천 속에 고무줄을 넣어 만든 머리끈으로 생김새가 곱창과 비슷해 '곱창밴드'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배우 김희선과 심은하가 착용해 인기몰이를 했지만 그 후 촌스러운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리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가수 셀레나 고메즈와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국내외 연예인들이 90년대 하이틴 패션과 함께 활용하면서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곱창밴드의 포스팅 수는 전년 대비 63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게로 머리를 고정하는 집게핀 역시 스크런치와 함께 유행을 타고 있다.
올림 머리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얼굴형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크런치나 집게핀으로 머리카락를 올려 묶으면 가려졌던 얼굴형과 턱이 자연스레 드러나기 때문. 따라서 사각턱이나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이는 마름모꼴 얼굴 등 얼굴형에 고민이 있던 사람은 유행에 함께하기 망설여질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90년대에는 옆머리를 내려 얼굴 라인을 숨겼다. 더듬이 머리가 시대를 풍미했던 이유다.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은 컨투어링 화장, 마스크 및 미용 기기 사용 등으로 얼굴형을 관리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컨투어링은 ‘윤곽 형성’이라는 뜻으로 피부 톤보다 어두운 셰이딩 파우더나 파운데이션을 사용해 음영을 주는 피부 표현 방법이다. 양쪽 헤어 라인과 눈썹이 이어지는 콧대, 콧볼, 특히 얼굴 바깥 부분에 음영을 주면 된다. 각진 턱을 숨겨주고 턱을 보다 날렵해 보이게 한다.
리프팅 밴드 등 미용기기를 사용해 집에서 얼굴형을 교정하는 방법도 있다. 리프팅 밴드는 귀에 걸거나 머리까지 묶어 턱 라인을 당겨주는 제품이다. 얼굴 부기 완화 및 얼굴 라인 교정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SNS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 롤러 또한 인기다. 페이스 롤러는 금속이나 천연석 등의 소재로 된 구슬을 굴려 얼굴을 포함한 신체 부위를 마사지하는 기구다. 얼굴형을 관리하고 뭉친 근육을 푸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얼굴형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면윤곽수술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 방법을 고려하기도 한다. 안면윤곽술은 사각턱, 턱끝, 광대뼈 등을 조절해 얼굴형을 개선하는 성형수술의 한 방법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 오창현 대표원장은 “같은 헤어스타일도 얼굴형에 따라 굉장히 다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며 “특이한 얼굴형으로 인한 문제가 심하지 않다면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 등으로 얼굴형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대표원장은 “뼈의 돌출이나 과성장이 심하다면 수술적인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에 앞서 얼굴형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불필요한 수술은 권하지 않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