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생 유명 셀프 포트레이트 작가, 니시모토 키미코 할머니(@kimiko_nishimoto)입니다. 72세 때 처음으로 카메라를 접하고, 2년 뒤 포토샵을 더한 할머니의 사진. 한 장 한 장 너무 유쾌하지 않나요?
• 아들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사진 수업 들은 것이 계기
• 학원 숙제로 ‘자화상’을 받은 뒤 그 후 셀카의 매력에 빠짐
• 일약 스타로 만든 것은 ‘자학 시리즈’
• 사진 시작 10년여 만에 첫 개인전 개최(82세)
• 88세에는 첫 사진집 출간. 96세가 된 올해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 중!
“나이는 정말로 관계없습니다. 필요한 건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은 예겠지요. 죽을 때까지 카메라를 놓을 수 없습니다. 몸져누워도 천장을 찍겠다는 마음입니다!” (브루투스 매거진 인터뷰 중)
에디터 조형애 출처 kimiko_nishimoto 디자인 유영현
전해 들은 얘기가 있다. 개그맨 전유성(72)이 젊었던 날 친구들과 놀러 간 어느 해변에서의 일. 그가 별안간 바다로 걸어 들어가더란다. 바닷물이 몸에 차오르고 마침내 머리까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놀란 친구들, 그를 건져내기 위해 우르르 물로 달려갔다. 그때 전유성이 머리를 수면 위로 쑥 내밀더니 태연히 해변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고선 하는 말이 이랬다. “나 웃겼냐? 바다가 나를 부르더라고!”
그 해변에 폭소가 퍼졌더란다. 친구들을 웃기기 위해 온몸을 던져 펼친 해프닝이었으니 웃음 보시치고도 상품(上品)이다. 그런데 이 즉흥 쇼의 성공 요인은 그 액션 자체에 있지 않다. 물귀신 시늉으로 사람을 웃기는 몸짓은 독창적이지 않은 흔한 일이니 말이다. 전유성은 진부하지 않고 언제나 한 걸음 더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다. “바다가 나를 부르더라고!” 그는 다분히 서정적인 대사를 읊음으로써 이벤트의 격을 높인 게 아닌가. 그날따라 바다에 참을 수 없는 매혹을 느껴 물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아무려나 그는 친구들을 웃기되 이왕이면 운치와 여운까지 가미한 쇼를 보여주고 싶었을 테다. 그렇다면 아마도 충동적으로 떠올린 각본으로 행위를 하고 대사를 읊조렸던 게 아닐까. 하나의 엽편(葉片) 모노드라마를 순간에 기획해 연출하고 연기했던 셈이다. 그의 삶에 피부처럼 붙은 예능 감각과 순발력을 엿볼 수 있는 예화다.
무덤덤한 일상에 웃음을 배포하고, 상황을 요리해 생기를 돋우는 일에 전유성은 능하다. 기발함과 도발을 밑천으로 삼아 지루한 인생사를 소극(笑劇)으로 끌어올린다. 쉼 없이 산소를 들이마셔 허파를 움직이게 하듯이, 그는 쉼 없이 머리를 회전시켜 개그맨이라는 직분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생산한다. 어디서 뭘 하든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집중력과 재능으로 롱런한다.
전유성은 지리산 근처 남원시 인월면에 산다. 벌써 4년째, 얼추 인월 사람 다 됐다. 그와 마주 앉은 곳은 딸과 사위가 운영하는 찻집 제비카페. 세한의 창밖 저 너머로는 지리산이 수묵화처럼 묵연하다. 많고 많은 곳 중에서 하필 이곳에 몸을 둔 건 지리산이 곁에 있어서다.
“내가 ‘절친’이다. 절하고 친하거든. 옛날에 지리산을 자주 오르기도 했고, 이 산의 절에 있는 스님 한 분과 가까워 지리산을 종종 찾아왔다. 그 인연으로 여기에 산다.”
지리산을 자주 오르겠다.
“아직 올라가진 않았다. 올해엔 제대로 올라볼까 한다. 지리산이 어디로 사라질 것도 아니고 마음 내킬 때 가면 되니까.”
어떤 매체에서 봤는데, 살면서 가장 잘한 걸로 쉬지 않고 일을 해온 거를 꼽았더라. 요즘은 무슨 생각, 무슨 일을 하나?
“코미디 전용 극장 만들 궁리를 자주 한다. 여건이 여의치 않아 지연되고 있지만 어떻게든 추진할 작정이다. 일상생활은 나름 분주하다. 남원 동편제 마을에 가서 창의력 강의도 하고, 우리밀로 빵 만들기도 가르친다. 마술도 가르치고.”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게 연예인이다. 이게 불편하진 않은가. 메릴린 먼로는 대중의 관심에 너무도 두렵고 외로웠다 하더라. 선생은 어떤가. 개인의 자유를 수시로 침해당할 수 있을 텐데.
“매우 피곤하다.”
몰래카메라가 늘 나를 주시한다는 기분이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피곤하다. 가령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할 때 사람들이 셀카를 막 찍어대던데, 만약 내가 도박장에라도 들어가 앉았다면 턱없는 잡음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그러나 저분들의 관심 덕분에 내가 밥을 먹고 산다는 걸 생각하면 고맙지.”
여행을 자주 한다지? 여행지에선 주로 무엇을 즐기나?
“유럽의 오페라극장을 가더라도 오페라보다 극장 앞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더 흥미롭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찰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 저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하며 저렇게 웃을까,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상상을 하며 구경한다.”
사람 구경처럼 재미있는 게 없다지만 보통은 외모나 차림새 감상에 쏠린다. 전유성은 다르다.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남들의 얘기와 생각을 읽으려 집중하며 상상을 펼친다. 그는 상상, 공상, 몽상으로 사고의 외연을 확장해 쓸모 있는 아이디어 채집하기를 습관으로 삼고 사는 것 같다. 타성과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를 넘나들며 감각의 촉을 세운다. 이런 전유성의 유심한 촉수가 한번은 자동차 터널에 꽂혔다.
“남원의 어떤 터널을 통과하는데 밋밋한 터널 입구 전체를 돼지 코 모양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 터널 내부에서 울리는 졸음 방지용 사이렌도 돼지가 꿀꿀대는 소리로 바꾸고. 이거 재미있잖아?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지만 별 관심이 없더라고.”
현장에 바로 도입할 만한 아이디어인데?
“당장에 돈 되는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민간이나 마찬가지다. 난 폐탄광촌을 활용해 누구나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사설 교도소를 세워도 유망할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스스로 형기를 정하면 된다. 하루든 여러 날이든. 가령 소설이 안 써져 괴로운 소설가는 형기 동안 구상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잘못한 게 많은 사람도 하루쯤 감옥살이를 하며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면 된다. 이곳에서 가끔 참선 강좌가 열리며, 모든 ‘수감자’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반성문을 모아 책으로 내고. 이런 교도소, 어떤가?(웃음)”
이색 교도소로 순식간에 이름날 것 같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에 열광하니까. 교도소 옆엔 ‘출소자’들을 위한 주막집도 만들면 좋겠다. 인생에 달관한 주모가 있는.
“그런데 하려는 사람이 없더라. 돈이 생기는 사업은 아니라고 보는 거다.”
흔히 돈에 목숨을 걸다시피 집착한다. 돈만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는다. 돈 없는 노후를 맞이할까 봐 미리 과도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나의 노후 대책은 돈이 아니라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보다 더 좋은 노후가 어디 있겠나. 특별히 욕심 부리지 않으면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월 100만 원 정도로 무난하게 사는 경우도 있더군.”
그는 인월에서 월세 50만 원짜리 아파트에 산다. 집이야 몸을 눕힐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그리 산다. 안으로 너른 사람은 바깥 치레에 도통 관심 없는 법이다.
시골 주민들, 특히 노년층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돈보다 참여가 가능한 문화 공간이다. 그분들도 공연 같은 걸 보고 즐겨야 하지 않겠나. 경로당이나 지어주고 외면하는 건 유기(遺棄) 행위에 가깝다.
“관람은 물론 직접 공연할 수 있는 기회 제공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노인 합창단이나 무용단을 만들어 공연에 나서게 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단체 이름부터 재미나게 지어야 한다는 거다. ‘임플란트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들의 합창단’이라거나 ‘며느리가 꼴 보기 싫은 할머니들의 합창단’ 같은 이름이라면 빵 터지지 않겠는가.”
끔찍하게 요상하고 재미없는 세상에서도 가장 끔찍한 건 시골 노인들의 지루하고 고독한 일상이다. 전유성, 이 센스쟁이야말로 그 문제풀이에 일조해야 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던 차, 그의 입에서 기발한 합창단 이름들이 데굴데굴 굴러 나온다. ‘명란젓을 좋아하는 할머니들의 합창단’이라는 이름도. ‘소녀시대가 되고 싶은 할머니들의 무용단’이라는 이름도. 시골 노인들을 위한 복안이 이미 내심에 박혀 있다는 표시겠지.
“너무 진지하게 살 거 없다”
남원에 오기 전 그는 경북 청도에 살며 하고 싶은 일을 다 했다. 코미디 전용 극단 ‘철가방극장’과 야외 음악 공연 프로그램 ‘개나소나 콘서트’를 만들어 10년을 쾌속 질주했다. 덕분에 고즈넉한 청도군이 일약 코미디와 콘서트가 난무하는 지역으로 도약했다. 개그맨으로서, 문화기획자로서 거둔 성취가 참 많았다. 그중 전유성이 가장 기뻤던 건 구경을 와 흥겨이 들썩이던 시골 노인들의 모습이었다고.
“정말 좋아하시더라. 열댓 번씩 공연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썩 괜찮은 일을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에 즐거웠다.”
그랬으나 판이 흐트러졌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시피 군과의 소통에 불협화음이 생겼고, 전유성은 홀연히 청도를 떠났다. 상심이 남았을 것 같지만 그는 훌훌 털었다. 다만 문화를 바라보는 비좁은 시야에 대해서는 보탤 말이 있다.
“문화를 적자와 흑자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무형 자산이기 때문이지. 계산을 앞세우는 태도를 버리고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선생의 인기, 기획력, 추진력은 청도에서 입증됐다. 다른 지자체에서 콜 사인을 보내왔을 것 같은데?
“남원에 온 뒤 몇몇 지자체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 그때마다 내가 물었다. ‘1년에 공연을 몇 번이나 보십니까?’ 제대로 본 사람이 없더라고. 이래서야 일이 되겠어? 포기했다. 결국 자력으로 코미디 전용 공연장을 만들 수밖에. 문제는 자금이다. 요새 좀 고민하고 있다. 남의 돈을 뜯어올 재주는 없고.(웃음)”
차를 마시다 그가 소주 한잔을 목으로 털어 넣는다. 전유성은 술꾼이다. 생활에 술이 딱 달라붙었으니 외로움인들 범접 가능하랴. 술이란 무적함대? 때로 인생의 난제들을 척척 해치운다. 전유성을 보면 그게 증명된다. 슬럼프니, 못 채운 오욕칠정의 사무친 서러움이니, 무슨 고뇌니, 우리에게 한없이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종목들을 술 한잔으로 거꾸러뜨린다.
“즐거울 때나 고달플 때나 한잔 마시고 잊는다. 날려 보낸다. 난 그게 되더라.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 거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살면 되는 거 아냐? 그러고도 남는 불편이 있다면 팔자려니 하면 되고. 근데 나 예전처럼은 안 마셔. 건강 문제 때문에 어쩌다 소주 한두 잔 마실 뿐이라고.”
아예 끊어버리진 않고? 선생은 오래 살아 재미없는 세상을 비틀어 웃겨줘야 할 거 아닌가.
“술을 어떻게 끊나? 액체를 어떻게 끊어?(웃음) 담배는 끊었다.”
햐. 그 무슨 금연 비법으로?
“금연을 선언한 뒤 흡연하는 사람들을 마구 욕했다. 그러고서 뻔뻔하게 다시 담배를 피울 순 없잖아?(웃음)”
선생을 ‘아이디어 뱅크’라 한다. 어디서든 반짝거린다고.
“어? 와서 보니 나 아니잖아. 반짝거리지 않잖아?”
겸손하구나, 그리 여겼으나 5초 뒤 다시 생각하니 이게 또 아재 개그다. 내가 유리로 만들어졌냐? 새벽별이냐? 뭐 그런 게 축약된 ‘썰’이지만 거기엔 겸양이 스며 있다.
시퍼런 촉으로 솟은 야산
종교가 인류를 구원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웃음이 종교보다 파워풀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고인 빙하를 녹이는 게 웃음이지 않던가. 삶이 멸치대가리처럼 따분한 건 웃음이 말라붙었을 때다. 전유성은 이 진귀한 품목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하는 전문가다. 매사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머리와 행보로 ‘개그의 제국’을 구축했다. 이게 백지 상태에서 그냥 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다독가다. 열 권짜리 ‘구라 삼국지’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써낸 촉과 깡을 보라. 공부인이 아니고선 도달하기 어려운 지평이다.
“과거엔 개그든 공연이든 잘해 보려고 노력했다. 근데 그건 아마추어 시절에나 필요한 미덕이더라고. ‘잘’하는 것보다 좋은 건 ‘재미있게’ 하는 거거든. 좀 서툴면 어때? 뭐든 재미있어야 하지 않겠어?”
재미있게 살고 싶어도 그게 잘 안 되니 환장할 일이다. 재미라는 샘물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니 그냥 목마르게 사는 거지.
“발상을 전환하자고.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자는 거다. 가령 그 왜 가수들 공연 시작 때 불꽃 같은 축포를 발사하잖아? 난 뭐든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 싫더라고. 그래서 내 공연 때는 시장에서 뻥튀기 기계들을 빌려다 뻥뻥 터뜨렸다. 관객들이 재미있어 하며 엄청 폭소를 터뜨리더라.”
머리에 서리가 내린 뒤에도 장난기와 유머와 재기가 번뜩인다. 단무지 없는 짜장면을 먹는 것처럼 섭섭한 인생에 고소한 양념을 뿌리는 데 이골이 났다.
“생각의 타성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재미있는 ‘거리’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가령 ‘직접 만든 수제 칼국수’라고 써 붙인 말 안 되는 간판을 봤다 치자. 그때 저거보다 재미있는 이름이 없을까 생각해보는 거다. 그러면 뭔가 떠오른다. ‘놀러 온 사람이 시켜 만든 수제 칼국수’라거나, ‘소주가 생각나는 수제 손만두’라거나. 이거 재미있잖아? 장사도 더 잘될걸?”
재미의 출처가 곳곳에 널려 있다는 건가?
“바로 그거다.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면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언젠가 마트 입구에 놓인 카트에 이런 문구가 적힌 걸 봤다. ‘정관장 드신 분들은 살살 밀고 가세요!’ 야, 이거 기발하잖아? 기똥찬 광고 문안이잖아?”
강적을 만난 기분이었겠다. 나보다 한 수 위 인간이 있네 하며.(웃음)
“관찰과 생각도 많이 하지만 내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은 일상에서 나온다. 특히나 사람들과의 잡담은 아이디어 공장이지. 잡담에 소재를 하나 올려두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르거든. 요번에 준비하는 책은 이 잡담에 관한 얘기다.”
가제목도 생각해뒀다. ‘다 알 필요 없다. 잡담이나 알고 지내자’로. 어떤 신들은 인간이라는 미증유의 생물이 너무 불어나거나 장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세를 규합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몰라서다. 반란은 왜? 전유성의 사고에 기대자면 인간들이 너무 진지하게, 너무 재미없게 살아서다. 그러니 잡담이나 하고 가자는 거다. 잡담으로 안면 근육을 실룩여 웃음의 파랑이 너울거리게 하자는 거다.
그의 나이 올해로 일흔둘. 이 나이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다들 그걸 생각해보거나 의논한다. 치매 역시 관심사다. 전유성에게 물어볼까? 이 두 가지 성가신 문제를.
“무슨 수가 있겠나? 오면 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겠지. 난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엔 별 관심이 없다. 치매? 가족들이야 고생하겠지만, 치매에 걸린 당사자는 아무것도 몰라 고통도 없을 텐데 무슨 걱정이야?(웃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지만 그게 쉬울까 보냐. 그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떡할 건가. 농담과 언어유희, 해학과 기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그의 얘기엔 인생과 세상의 문제를 찍어내려는 갈고리가 들어 있어 짭짤하다. 달관한 시늉이 없어 미덥다. 거침이 없어 시원하다. 시퍼런 촉으로 솟은 야산이라 할까 보다. 그 산 언저리에서 귀 호강 한번 잘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지 10여 년이 됐다. 이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시니어 역시 스마트폰 보유율과 SNS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또 50대의 SNS 이용률도 2014년 21.5%에서 2016년 33.4%로 1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60대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시니어가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대인의 일상, ‘SNS’에 있다
최근 시니어도 빠르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사진이나 건강 정보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으로 은행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족 간에도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를 나눈다. 또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서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도 많다. SNS의 가장 큰 순기능은 바로 ‘소통’이다. 온라인은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다. 그래서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SNS도 중요하지만 다른 연령층에서 이용하고 있는 SNS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7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위 ‘인스턴트메신저’를 이용하는 사람의 9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SNS 이용자 10명 중 6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그 뒤를 카카오스토리(47.6%), 인스타그램(30.5%), 네이버밴드(29.7%)가 잇고 있다. 이들이 SNS를 하는 이유는 ‘친교(76.5%)’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또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를 보거나(55.3%), 취미나 여가 등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43%) 이용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이들은 SNS를 이용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68%), 최신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66.4%)도 생각했다. 또 직접 만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봐주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식스포켓(six pocket)’, ‘에잇포켓(eight pocket)’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에 더해 이모, 고모, 삼촌까지 모두 아이 한 명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손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는 모태 디지털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들과 소통하려면 인터넷과 SNS 활용은 필수다.
SNS가 주는 3가지 장점
SNS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첫째, 돈을 벌 수 있다. 요즘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올린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 수익으로 연결된다. 일상생활, 반려동물 이야기, 먹방(먹는 방송) 등 다양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도 들어오며, 유명한 크리에이터는 제품 협찬 등으로 수익원이 다양하다. 또 창업을 하거나 소규모 자영업을 할 경우 SNS를 통한 홍보가 가능하다. 입소문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SNS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SNS의 또 다른 장점은 가족을 비롯해 다른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6년 만에 브라질에서 귀국한 이찬재(76)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내 손주들을 위한 그림들’이라는 SNS 계정을 운영한다. 브라질에 있을 때 한국과 뉴욕에 사는 손주들이 그리워 2015년부터 SNS에 매일 그림을 올렸다. 이러한 사연이 영국 BBC에 소개되며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사실 그는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돌보던 손주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후 그림으로 손주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한국의 옛 모습에서 최근의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그가 그린 그림은 700여 점을 넘어섰다. 그에게는 33만여 명의 팔로워도 있다. 전시회도 개최하고 그림도 판매한다. 그는 늦은 나이에 SNS를 시작해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점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일본인 니시모토 키미코(90). 72세에 사진을 배운 그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개구리 분장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현재 약 8만 명의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그녀의 유쾌한 사진을 보면 구순의 할머니라는 상상이 전혀 안 된다. 사진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책도 출간했다. 이외에 노부부의 커플룩, 먹방 등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시니어도 많다.
SNS를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SNS는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SNS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먼저 어떤 SNS를 이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각각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는 프로필을 기반으로 지인들과 연결된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동영상 등 특정 관심사를 올릴 수 있는 이미지 기반의 서비스다. 만약 그림이나 패션 사진을 주로 올리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 적합하다. 각 SNS 앱은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음은 계정 만들기다. 사용할 SNS를 결정했다면 가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이름과 휴대폰 번호 또는 이메일, 생일, 성별을 입력한다. 또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SNS 활용 교육을 무료로 하는 시도별 지자체도 많다. 가까운 지자체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등록하면 된다. 교육 참가가 어렵다면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SNS 사용법을 검색하면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용어와 사용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하다 보면 신비한 SNS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시니어는 다양한 삶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창업에서 취미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외로움은 시니어의 4대 고통 중 하나라고 한다. SNS에서는 멀리 사는 자녀, 친구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아직 SNS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디지털 세상이 주는 즐거움을 이번에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장소영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
내적으로 갖춘 아름다움이 외적인 꾸밈, 그것보다 앞설 수는 없으며 높이 평가되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 초라한 겉모습일 때 대놓고 무시하는 일을 종종 겪고는 한다. 좀 더 예의를 갖춘 옷차림으로 누군가와 마주할 때 그에 맞는 응대가 돌아오는 것이다. 고작 옷 따위에 흔들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살면서 적지 않게 그런 겉모습이 매우 중요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옷차림, 즉 패션은 중년에게 있어서는 더욱더 중요한 인격과 같은 것이다.
20~30대에는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일이 나를 가꾸는 즐거운 일이며 모든 관심사였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 40~50대가 되면 변해버린 몸매 때문에 아예 패션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버리거나, 옷 입는 방법이 어려워 포기해버린다. 아무거나 입어도 예뻤던 젊은 시절과 달리 나이가 들면 몸매도 망가지고 뭘 입어도 어울리지 않아 남다른 노력과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어렵기만 한 패션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꽃중년, 노노(No老)족이라 불리며 패션뿐만 아니라 운동, 식생활 관리로 멋있게 중·장년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꽃중년으로 닉우스터가 있고 한국에는 65세의 여용기라는 분이 있다. SNS를 통해 옷 잘 입는 대표적인 꽃중년으로 스타가 되어 있는 그분의 스타일링 비법은 “머리색, 안경부터 바꿔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꿔라!”였다. 패션니스타의 비법은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이처럼 패션은 간단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다. 아무리 봐도 어렵고 누가 알려줘도 내게 옷이 없으면 실행할 수 없고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니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요즘은 그 답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모두에게 적용하기 힘든 코디법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멋지게 자신 있게 입는 것이다.
어디서나 어울릴 수 있는 팔색조
인기 패셔니스타의 SNS를 살펴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자신감’과 ‘건강함’이었다. 놀랄 만큼 멋진 옷차림과 혹은 민망한 컬러와 난해한 코디도 있었지만 무엇을 입든 자신의 옷차림에 대한 자신감과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 관리되어온 건강한 신체가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채워가야 할 것은 나를 지켜줄 건강한 신체와 자신감임을 기억하고 거기에 도움을 줄 몇 가지 꿀팁을 살짝 공유해보고자 한다.
청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너무 캐주얼하고 가벼워 보여 주말에 잠깐 입는 옷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양한 패션이 공존하고 미스매치(mis-match)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은 못 입을 이유가 없다. 다만 나이에 어울리는 멋이 중요하다. 멋도 멋이지만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이에 맞는 품격인 것이다.
젊어서 청바지를 한 번쯤 입어봤던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어서 민망하긴 하겠지만 청바지에 도전하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청바지라는 아이템을 통해 요즘 흔히 말하는 상남자로 스타일링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자.
남성 임원들이 회사에 출근할 때 입던 정장 그대로를 떠올리면서, 바지만 청바지로 바꿔서 입는다고 생각해보자. 먼저 청바지와 비슷한 색과 톤의 재킷이라면 무리 없이 통과. 셔츠는 청바지가 어두운 색이라면 반대로 밝게 입어주면 된다. 또 반대로 셔츠가 청바지와 비슷한 색과 톤이라면 재킷을 청바지와 반대색이나 톤으로 입어주면 된다. 이런 경우 넥타이는 폭이 좁은 것, 캐주얼한 것으로 하고 없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겨울에는 폴라도 가능하고 스카프로 코디하면 된다. 만약 모임이나 레스토랑에 간다면 나비넥타이로 코디해도 좋을 것 같다.
어렵지 않은 청바지 코디법
밝은 색 청바지에는 브라운, 카멜, 카키 등 어두운 톤의 콤비 재킷으로 캐주얼하게 배색하는 것이 좋으며 셔츠는 무채색 계열로 선택해주는 것이 안정감 있게 만들어준다. 짙은 인디고컬러 청바지는 하체를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고 코디하기에도 편리하다. 색이 너무 밝은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고, 그레이나 블랙진도 코디의 폭을 넓혀주는 아이템이다.
체크나 무늬를 선택할 때는 재킷, 셔츠, 넥타이 중 하나만 입어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무늬는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좋다. 종종 체크무늬 재킷, 줄무늬 바지, 페이즐리 넥타이를 입는 사람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되는 흔한 실수다. 무늬는 되도록 하나에만 들어가도록 신경 써서 고르도록 한다. 패션의 법칙은 없지만 금기되는 코디법이다.
마지막으로 신발이다. 내가 더 젊어 보이고 싶다면 운동화를 선택하고 더 품위 있게 보이고 싶다면 구두를 선택하면 된다. 이미 청바지에 정장을 코디한 상태라면 어떤 것도 스타일리시해 보이므로 어느 것이든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운동화는 사이즈가 허락한다면 아들, 손자의 것을 살짝 빌려도 괜찮을 것 같다. 구두는 정장구두를 그대로 신어줘도 괜찮고 더욱 멋져 보이고 싶다면 통가죽의 컬러가 살아나는 구두나 워커도 괜찮다. 이때 양말은 바지보다 짙은 색을 신어주고 더욱 과감한 코디를 하고 싶다면 컬러 양말이나 맨발도 좋다. 이럴 때는 바지 밑단을 몇 번 접어 멋쟁이임을 과시해도 될 것 같다.
키가 작을수록 청바지 통에 신경 써야 한다. 너무 넓은 것은 선택하지 말고 배가 나왔다면 밑위길이가 짧은 골반바지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배바지는 밑위가 길어 편하기는 하지만 윗배가 더 나와 보이게 하므로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배가 나온 중년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반골반 청바지를 권한다. 골반과 허리 중간에 위치해 벨트 여밈이 나온 배를 적당히 눌러 커버해주므로 한 치수 큰 것을 선택하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엉덩이가 너무 작은 사람은 주머니가 큰 것을 권하며 엉덩이가 큰 사람은 작은 주머니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봄가을 옷으로 쉽게 사계절 코디 가능
젊어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심은 끝이 없나보다. 20~30대 의류를 주로 구입하는 연령층이 40~50대이며 자신들이 직접 입으려고 구입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단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의 옷을 입는다고 젊어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이에 어울리는 품격 있는 옷을 멋있게 입었을 때 진정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여성들의 영원한 꿈의 아이템은 허리가 딱 맞는 미니 원피스일 것이다. 젊어서 원피스를 입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 빼서 입어야지” 하며 구매한 원피스가 지금도 옷장에서 잠자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살은 빠지지 않고 아까운 원피스는 계속 몇 해째 묵혀두고 있다. 이런 옷은 과감하게 딸과 손녀에게 줘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요즘 누가 그런 것을 입겠냐고 하겠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폼도 가능하기 때문에 원단이 좋으면 분명 환영할 것이다.
원피스는 길이에 상관없이 봄가을에 유행하는 카디건이나 재킷으로 코디해주고 겨울에는 코트를 입어주면 사계절 베이직 아이템이 된다. 원피스를 고를 때는 나이를 생각해서 허리가 타이트하지 않은 옷을 선택하는 게 좋다.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불편하면 잘 입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또 몸에 꼭 맞게 입으면 날씬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몸에 붙는 옷은 오히려 몸의 라인이 드러나 좋지 않은 인상을 주며 날씬해 보이지도 않는다. 또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옷보다는 단색 계열의 단순한 디자인을 권한다. 화려한 무늬는 오히려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며 패턴이나 디자인이 복잡한 옷은 다양하게 코디할 수가 없다. 여름옷을 제외하고 봄가을 옷을 선택하면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다. 추우면 겹쳐 입을 수 입고, 겹쳐 입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코디법이다.
마지막으로 장식이 없는 깔끔한 미니멀리즘의 원피스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장식은 유행에 민감해 유행이 지나면 구닥다리 옷이 된다. 원피스만으로 멋쟁이가 되려면 계절마다 몇 벌씩 사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유행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욕심껏 사다가 파산에 이를지도 모른다. 소재가 좋은 기본 컬러의 원피스를 선택한 후 스카프,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다양하게 코디해 10년 젊게 보이는 코디법을 제안해본다.
첫째, 스카프는 가격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아이템이며 연출법도 다양해 방법만 잘 익혀둔다면 효과가 200%다. 요즘은 인터넷에 스카프 연출법이 동영상으로 친절하게 잘 나와 있다. 나이가 들어 목에 주름이 생겨 고민인 사람에게도 스카프는 고마운 아이템이다. 여름에 에어컨의 찬 공기도 막아주고 겨울엔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장 무난한 소재는 시폰 소재이며 무늬가 화려한 것과 무채색으로 여러 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둘째, 요즘엔 가방이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 됐다. 스카프와 가방은 하나에만 포인트를 주거나 색과 톤 느낌을 통일하면 된다. 가방을 강조하고 싶을 땐 스카프와 원피스를 같은 색과 톤으로 통일시켜주면 된다.
셋째, 액세서리는 마치 화장 같은 것이다. 귀고리, 목걸이, 팔찌가 기본이지만 요즘에 다양한 브로치, 코사지를 활용한 코디가 유행이다. 낮에는 지나치게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파티를 할 때나 밤이라면 괜찮다. 키가 작은 사람은 벨트를 이용하면 좋다. 허리에서 시선을 한 번 차단해주면 비율을 좋게 해줘 키가 커 보인다.
넷째, 신발만큼은 한껏 젊어도 된다. 자칫 놓치기 쉬운 아이템이 신발이다. 나이 들었다고 할머니 같은 신발을 신는다면 잘된 스타일링을 망칠 수 있다. 하이힐이 불편하다면 젊은이들이 즐겨 신는 편안한 로퍼를 권한다. 귀여운 리본이나 체인 장식이 있는 젊은 스타일로 포인트를 줘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스타일링 기록이다. 자신이 보는 것과 타인이 보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매일매일 자신의 스타일을 셀카로 찍어 기록하고 일주일을 정리해 스스로 만족하는 스타일을 그다음 주에도 시도해보자.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면 된다. 너무 유행을 좇다 보면 흔한 패션이 되어 개성을 잃기 쉽다. 나이가 들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스타일이 가장 멋스럽다.
>>장소영 호남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이너인 어머니에게 디자인을 배우고 실무를 익혔다. 지금은 그것들을 다시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고객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들고 그것에 대해 강의한다. 가끔은 입을 수는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의상을 제작한다. 네번의 개인전과 여러 전시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