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종이학’, ‘날개 잃은 천사’, ‘아모르파티’ 등 1200여 곡의 주옥같은 노래를 탄생시켜온 이건우(60) 작사가. 여러 히트곡을 만든 그는 정작 “내가 쓴 가사는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자신이 만나온 수많은 인연이 들려준 이야기를 녹이고 정리했을 뿐이라고. 개인이 아닌 대중의 언어를 담은 가사가 빛을 발했다는 의미일 테다. 그래서일까? 이건우의 가사는 평범한 일상 언어들의 부딪힘 속에서 공감과 위로의 노랫말로 경이롭게 배열된다. 그렇게 지난날 영감을 줬던 사람들과 가사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아 그는 첫 작품집 ‘아모르파티’를 펴냈다.
‘아모르파티’(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이건우가 작사하고 김연자가 불러 세대를 넘나들며 대박을 터뜨린 곡이다. 특히 “인생은 지금이야”,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등의 가사는 중장년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작사가 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도서에도 동명의 제목을 달았다.
“인생의 콘셉트랄까? 그게 바로 ‘아모르파티’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그 제목을 썼다면 모호했겠지만, 제 책이다 보니 상징적으로 바로 와 닿는 게 있는 것 같아요. 60이라는 나이나, 40주년을 기념하는 제목으로도 잘 어울리고요.”
작사가 역시 글을 짓는 사람일진대, 40년을 활동하며 이제야 첫 책을 냈다니 좀 의외였다. 그러나 그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권, 그리고 지금이 딱 좋다고 말했다.
“자기 분야에 몰입해도 모자랄 사람이 책을 내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게 별로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내 인생의 책은 단 한 권으로 끝내야겠다고 결심했죠. 왜 특별히 40주년에 출간했느냐 묻는다면, 30주년은 좀 덜 익은 것 같고, 50주년은 솔직히 그때까지 가사를 쓰고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느덧 40주년이 됐고, 이제는 제 노래를 한 번 정리해도 괜찮겠다 싶었죠.”
“나는 천재 작사가가 아니다”
이건우는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유산슬(유재석)의 ‘합정역 5번 출구’를 작사하며 젊은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작신’(작사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로 그를 각인시킨 것이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 속에서 과거 그가 작사한 곡들이 자연스럽게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옛 노래의 가사를 보면 스스로도 ‘내가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지?’ 하며 감탄할 때가 있단다.
“제가 쓴 가사가 좋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이 살아왔어요. 남의 떡이 더 커 보였죠. 그러다 요즘 제삼자의 눈으로 보니 남다르더라고요. 막 훌륭하다기보다는 ‘아, 40년 동안 나도 참 열심히 했구나’ 싶었죠.”
40년을 히트곡 메이커로 달려올 수 있었던 데에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우는 최근에서야 그것이 노력의 산물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예술가를 만드는 건 99%가 천재성이라 생각해왔어요. 언젠가 한 학생이 노래 부르는 걸 보고, 가수는 안 되겠다 판단한 적 있죠. 그러고 얼마 전 그 애를 다시 봤는데, 실력이 확 좋아진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아, 노력이 타고난 것을 이길 수 있구나. 돌아보니, 나 역시 타고난 사람이 아닌데 은연중에 천재성이 있다고 착각했던 거죠. 현재 작사가로 활동하는 데 내가 가진 천재성과 노력의 비율이 3대 7 정도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아마 나이가 들수록 노력의 비율이 점점 10에 가까워지겠죠. 아무리 천재라도 노력 없이 평생 창작할 순 없을 테니까요.”
그런 그가 가장 노력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사람과의 만남이다. 그는 평소 주변 사람과의 평범한 대화 속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타인의 이야기를 쓴다고 하지만, 작사가의 인생철학도 가사에 꽤 투영되지 않았을까? 그는 결과적으로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가령 패티김 40주년을 기념해 쓴 ‘인연’처럼, 대부분의 곡은 가수가 정해지면 작업을 시작해요. 그러면 그 가수에게 어울리는 얘기가 주로 담기죠. 또, 시나 그림 같은 창작물과 다르게, 대중가요는 작곡가, 프로듀서, 편곡가 등 여러 명의 합작품이잖아요. 자기만족만으로 완성할 수 없죠. 물론 일부분 제 인생을 녹이기도 하지만, 오롯이 그것이 드러나긴 어렵습니다.”
중년의 플로리스트를 꿈꾸며
노래가 주는 힘은 ‘위로’와 ‘공감’일 것이다. 이건우 역시 이에 주안점을 두고 가사를 쓴다. 아울러 그는 여기에 한 가지가 요소가 더해져야 진정 ‘좋은 노래’가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노래를 왜 들을까요? 저는 세 가지라고 생각해요. 먼저 나를 위로해 달라, 그리고 내게 감동을 달라, 마지막으로 나를 생각하게 해 달라. 그중 앞의 두 가지를 노래에 담는 게 쉽지 않아요. 세 가지를 다 만족시키긴 아주 어렵다는 거죠. 그러나 생각거리까지 줘야 정말 좋은 노래고, 좋은 가사라고 봐요. 메시지가 중요하단 얘긴데, 그렇다고 노랫말이 무겁고 거창하면 안 되거든요. 가수가 부르기 편하게, 대중이 듣기 쉽게, 최대한 가사의 힘은 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렇게 잘 만들어진 노래는 대중에게 감동을 주지만,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작사가가 먼저 감동을 해야 한단다. 그래서인지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이건우를 가리켜 ‘먼저 (자신이) 감동하는 인간’이라 표현한 데에 대해 그는 당연한 얘기라며 수긍했다.
“‘신이시여, 정말 제가 쓴 가사가 맞습니까? 정말 나 미친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제가 쓴 가사를 보고 감동의 클라이맥스까지 가봐야 비로소 작품을 발표하는 거예요. 그 정도는 돼야 대중이 알아줄까 말까 하겠죠. 그런데 나조차도 흔들어놓지 못하는 가사를 내놓으면 과연 누가 그 노래를 듣고 감동을 할까요?”
이건우는 처음 비행기를 탔던 감격의 순간을 담아 ‘황홀한 고백’을 작사했다. 이후론 아무리 비행기를 타도 더 이상 그만한 가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경험이 선사하는 감동이 대단하다는 걸 알기에 늘 도전을 마다치 않는다.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라고 쓴 ‘아모르파티’의 가사처럼, 그는 가슴을 뛰게 할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꽃꽂이와 수화를 배울 거예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죠. 취미 정도가 아니라 준전문가가 될 정도로 해보려고요. 갑자기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유독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어요. 알다시피 인기는 한때잖아요. 내년쯤 잘 정리하고, 계획했던 일들을 해나갈 거예요. 예쁜 꽃을 잘 꽂아서 선물도 하고,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로 노래를 전달하고 싶어요. 요즘은 그런 의미 있는 일로 누군가가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할 때 가장 설레고 가슴이 뜁니다.”
찻집을 찾을 때 보통 분위기가 좋은 곳을 우선시한다. 그런데 차 맛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기분 좋은 맛과 향기 가득한 곳으로 찾아가 봤다. 정성스레 준비한 차는 기본. 고즈넉함에 취하고, 이야기에 물들고, 사람 냄새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나는 곳. 각양각색의 찻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차에 대한 깊은 철학이 있었고, 그 아름다운 향취에 반하고 말았다.
우리 차의 내음을 맡다 ‘차 마시는 뜰’
차 한 잔 시켜놓고 닿을 듯이 가까이 보이는 인왕산을 바라보고 앉았다. 웅성이던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들고 온전히 차와 나, 산이 가을 숨과 연결되어 자연스레 하나 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뜰에 핀 꽃과 장독대의 유유자적한 모습은 오래전에 멈춘 듯한 모습이다.
‘차 마시는 뜰’에서 제공하는 차는 전통차의 비중이 높다. 집에서 직접 담근 대추탕과 쌍화탕, 오미자차 등이 인기가 좋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우전차도 많이 찾는다. 특히 녹차류나 꽃차 등 우려내서 마시는 따뜻한 차의 경우 다기 세트와 함께 손님상에 오른다. 중국 차와 커피도 찾는 이들이 있어 판매한다. 단, 커피는 찻집 고유의 향을 위해 더치커피로 내린다. 커피 머신을 사용하면 커피 향이 곳곳에 배일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다도를 배우던 조영희 대표는 집 근처 고택을 장만해 찻집을 열었다. 그저 차가 좋아서 벌인 일이었다. 차를 좋아하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의 공간이나 하나 마련하자는 의미가 컸다. 요즘 이곳은 세계인이 찾는 한국의 관광 명소가 되어버렸다. 손님 대부분이 외국 관광객일 정도. 일본은 물론 프랑스 등 유럽 언론에까지 소개되다 보니 외국인들로 늘 북적인다. 마치 외국에 있는 한옥 카페 같은 분위기다. 특히 공휴일과 주말에는 줄이 길게 늘어설 만큼 손님이 붐빈다. 평소에는 일본 관광객 비중이 높으나 기자가 찾았던 날은 중국의 국경일과 겹쳐서인지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차 마시는 뜰’은 단아하고 깊은 차 맛과 함께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해질 무렵의 노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그 자체. 찻집 입구로 들어가는 유리문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하여간 당신에게 고맙기만 합니다.” 높은 곳까지 걸어 올라오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곳까지 와 앉아 차 마시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안다는 말이다. 차와 함께 한국적인 문화를 흠뻑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보시길. 단, 편안한 신발을 신고 가기를 권한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11나길 26)
대만 차와 만나다 ‘포담 티하우스’
대만에서 건너온 양질의 차를 마시고 또 이야기를 통해 알아갈 수 있는 곳이 바로 ‘포담 티하우스’(이하 포담)다. 젊은이들이 오가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을 지나 한적한 골목에 있다. ‘포담’은 ‘아름답다’는 뜻의 포르투갈어 ‘포모사(formosa)’와 ‘이야기하다’라는 뜻의 ‘담(談)’을 붙이고 줄여 만든 합성어다. 16세기 중국을 향해가던 포르투갈인들이 오른쪽으로 보이는 대만 섬을 보고 ‘아름다운 섬(Ilha Formosa)’이라고 말했다고. 이 ‘아름답다’라는 뜻의 ‘포모사’는 20세기에 들어와 ‘대만’의 별칭이 됐다.
차를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여러 차례 방문하는 대만 차의 성지 같은 곳. “포담” 하면 “아~”라고 답할 정도. 2017년 10월에 문을 열었고, 대만 차 전문가로 통하는 권남석 씨가 공동대표로 있다. 매주 수요일(오후 7시 30분)과 토요일(오후 4시 30분)에는 권남석 씨 진행으로 다양한 대만 차를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차 모임이 진행된다. 세대의 경계 없이 차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시간으로 회비는 1만 원이다. 대만 차에 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료 강의도 있다.
EBS 프로듀서였던 권남석 씨는 IMF 때 회사를 그만둔 뒤 2000년부터 안동에 있는 한 전문대 교수로 재직했다. 차에 깊이 빠지기 시작한 건 그 무렵. 특히 보이차의 잎을 따고 제다까지 해서 전부 완성하는 시기인 4월이 되면 중국 운남성 차밭을 12년 동안 들락거렸다. 그 사이 대만인들과도 교류하면서 대만 차의 매력을 알게 됐다. 현재는 그 지역 다원과 직접 거래를 하면서 차를 수입해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있다. 적어도 우롱차 다법은 대만이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차뿐만 아니라 문화를 교류하는 공간으로 ‘포담’을 이용할 계획이다. 대만 차 탐방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포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대만 차를 구입할 수 있다. 비싼 차의 경우 한 번에 우려먹을 수 있는 양으로 적당히 덜어놓은 미니어처 형식으로도 판매한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26-13)
샤로수 옆길에서 우아하게 차 한 잔 ‘반조’
‘반조’라면 어떤 차든 믿고 마실 수 있다. 차를 알고 마시는 사람들에게 더더욱 사랑받는 공간이다. ‘홍차의 거의 모든 것’과 ‘커피의 거의 모든 것’(열린 세상)의 공동저자인 하보숙 대표가 2015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한국 차와 중국 차, 꽃차, 커피 등이 손님 찻상에 올라간다. 차로 시작해 차로 끝나는 곳. 모든 디저트도 차를 위해 준비된다. 이곳에서는 특히 가향하지 않은 다양한 차를 간편하게 마실 수 있게 제공한다. 테이블로 나가는 모든 차는 손님들이 직접 우려 마시는 것이 기본. 차는 누군가 시중을 들어줘야만 마실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차를 마시기 전 30초에서 1분 속성으로 차 우리는 방법을 배우면 누구든 차를 즐길 수 있다. ‘차는 어렵지 않다’가 ‘반조’의 콘셉트.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젊은 학생들과 물어물어 찾아오는 이들, 차를 마실 줄 알거나 혹은 모르는 이들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개업 초창기에는 다양한 차 수업과 문화 강좌, 인문학 강좌, 음악회 등 차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현재는 카페를 찾는 손님이 많아 맞춤형 수업 정도만 진행한단다. 하보숙 대표는 “반조를 통해 사람들이 차를 가까이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 대표는 차 중심의 카페를 열기 전까지는 어떤 고정관념이나 틀에 갖혀 있었는데, 서서히 그 틀을 깨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도 차를 온전히 즐길 줄 알자는 쪽으로 말이다. 좋은 차가 있기에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요즘은 반조가 대세다.(서울 관악구 관악로12길 11, 2층)
홍차 키즈가 일군 홍차 나라 ‘티에리스’
‘티에리스’는 홍차를 좀 마실 줄 안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다가 최종적으로 찾아가는 곳이다. 홍차를 좀 안다며 좀 읊어대던 사람들도 티에리스 앞에 서면 주눅이 든다고. 메뉴판도 책 한 권을 읽는 마음으로 봐야 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홍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나 편하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게 정다형 대표의 바람이다. 이곳에는 가향되기 전 단계의 홍차를 주로 판매한다. 산지 농장 단위를 다니면서 수입하는데 지난봄에도 인도 다르질링 지역에서 생산한 홍차 7종류를 들여왔다. 현재 이곳에서는 10종류 이상의 다르질링 홍차를 선뵈고 있다.
티에리스는 마포구 합정동에 사무실 겸 티 룸이 있고 방배동에도 두 개의 티 룸이 있다. 조만간 하나는 정리할 계획이다. 그것도 한창 잘되는 카페의 문을 닫을 예정. 정다형 대표는 “왜 잘되는 카페를 닫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사업 확장보다는 작고 좁아도 깊이 있게 이 길을 걷겠다는 의미”라고 답한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는다. 지난 3월에 오픈한 매장은 좀 더 작고 빈티지한 느낌. 이곳에서는 홍차와 디저트인 스콘에 집중할 생각이다.
대학에 입학할 무렵 홍차에 마음을 빼앗긴 정다형 대표는 차와 함께 성장한 홍차 키즈다.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앞 홍차 전문점에서 파트 타이머로 시작해 일본의 홍차 브랜드 루피시아를 거쳐 미국의 유기농 홍차 리시티코리아에서 4년가량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인도에서는 티 테이스터 과정을 밟았고, 영국에서는 티 소믈리에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영국인들이 처음으로 만든 다원이 인도에 있기 때문에 차에 대한 기본을 배우려면 영국보다는 인도로 가야 한다고. 홍차는 보이차를 비롯한 기존 차와는 달리 새로 수확한 차를 마시는 것이 훨씬 신선하고 맛이 좋다. 정 대표는 단 한 번만 우려먹는 것을 추천한다. ‘티에리스’의 홍차 수업은 합정동 티 룸에서 진행한다.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4안길 84,1층/ 서울 마포구 성지1길 39, 2층)
예약제로 여는 꽃차 티 룸 ‘화려한수다’
‘화려한수다’의 티 룸은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예약을 해야만 열리는 곳. 올해 1월에 강남의 스터디카페 작은 공간에서 예약제로 운영하던 티 룸을 능동의 주택가로 8월에 옮겼다. 한국꽃차아카데미의 송주연 원장이 운영하는 이곳은 꽃차를 순수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은 물론 카페 업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동백꽃 차이, 꽃차를 이용한 아포카토 등 다양한 레시피를 접할 수 있다. 꽃차를 적당하게 잘 우리는 방법도 배우고 코스별로 4가지의 꽃차와 디저트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제일 먼저 마시는 차는 꽃차만을 우려 손님에게 대접한다. 장미차, 목련꽃차, 노란 코스모스차 등을 주로 낸다. 그다음으로 동백꽃차를 걸쭉하게 우린 뒤에 크림을 얹어 동백꽃 차이티를 낸다. 동백꽃은 꽃차 중에서도 가장 진하게 우릴 수 있는데 얹은 크림 위에 장미나 목련 꽃잎을 잘게 부숴 올리기도 한다.
좀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하루 코스 꽃차 수업을 받으면 된다. 꽃차를 이용한 아이스티를 만들거나, 다양한 차 칵테일을 배울 수 있다. 정기적으로 수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꽃차를 이용한 알코올 칵테일 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벚꽃 혹은 매화꽃을 보드카에 넣어 칵테일을 해먹는다. 차 코스에 나오는 디저트 대신 술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도 준비된다.(서울 광진구 능동로 24길 100, 1층)
5월 가정의 달이다. 수도권 안에 가족들과 가볼 만한 가까운 곳이 있다. 문화와 예술, 역사 등을 두루 느껴볼 수 있는 파주,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북녘과 인접해있어 생태탐험과 최북단의 DMZ를 통해 평화안보여행도 할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
출판단지에서 유명한 은 출판 복합 문화공간이다. 책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친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꽂이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쾌적하고 넓은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들이 편안해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면 책의 기원이나 출판의 역사를 알기 쉽게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놨다. 책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그 옆으로 문 열고 나가면 헌책방 '보물섬'에서 저렴하게 중고책을 마음껏 구입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책과 함께 하루쯤 묵고 싶다면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이 있다. 와이파이가 없다. TV도 없다. 오직 책 속에 푹 파묻힐 수 있는 방이다 사색과 휴식의 시간을 위한 북스테이다.
-파주 출판단지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지혜의 숲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벽초지(碧草池) 수목원
봄꽃들이 이미 다 지고 있는데 이곳은 기온이 낮은 지역이라 아직은 늦게 피어난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연못, 그리고 꽃길과 조형물들 사이를 걸으며 군데군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젠가 무릎이 아픈 어르신을 모시고 왔더니 수목원 관리소에서 휠체어를 대여해 주어 편안히 다닐 수 있었다.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166-1
마장 호수 출렁 다리
근래들어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짚라인이나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등을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추세다. 요즘 여행 중에 빠질 수 없는 새로운 아이템이다. 마장 호수공원은 20만㎡ 넓이의 테마파크다. 이곳의 길이 220m의 출렁다리는 무료입장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둘레길 총 4.5km 중 3.3km 구간의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로 365
헤이리 마을과 프로방스
예술인 380여 명이 모여 만든 마을이 헤이리 마을이다. 총면적이 15만 평.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 공연장 등을 천천히 구경하고 즐기려면 한나절도 모자란다. 3층 이상의 건물은 짓지 못하게 되어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친화적 마을에 예술인들이 직접 작업하며 살고 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 마을 길 건너편에 파스텔풍의 알록달록한 마을이 보인다. 남프랑스 전원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프로방스 마을이다. 허브 정원, 이쁜 카페와 공예품들, 그리고 리빙 웨어, 플리마켓 등의 눈요기 거리가 도처에 있고 맛집들이 기다린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84
헤이리 근처에 파주 영어마을도 있다. 아이들이 있으면 들러서 뮤지컬 관람이나 베이킹 체험 등을 해볼 만하다. 지금은 체인지업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파주 영어마을:경기 파주시 탄현면 얼음실로 40
맛집&빵집>
교황님이 방한했을 때 간식빵으로 유명해진 교황빵 외에도 맛난 빵집이 몇 군데 있다.
-파주시 파주읍 우계로 51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평화누리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어서 밤중에 별궤적 찍으러 몇 번 왔었다.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가 흐르는 고요한 밤의 분위기도 좋았던 곳이다. 한낮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피크닉 나온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드넓은 공간 덕분에 아이들이 연 날리며 놀기도 좋고 해마다 파주 장단콩 축제나 인삼 축제가 열린다.
통일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철조망에 가득하고 달리지 못하는 녹슨 철마도 있다. 망원경을 통해 DMZ의 때 묻지 않은 생태자연경관을 보면서 분단국가의 역사를 체험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618-13
이외에도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감악산 출렁다리, 보광사, 파주 이이 유적, 장단콩 마을, 적성 한우마을 등 가볼 곳이 많다. 수도권이라면 언제라도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파주다. 자가용 이용이 아닐 경우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합정역 앞의 2200번 버스와 경의선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광화문이나 서울역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에 드라이브 삼아 떠나볼 만하다.
교통 및 작은 정보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좌석버스 2200번 / 파주 시내버스 900번
▲파주시에서 지원하는 파주 시티투어버스가 있다. 합정역 아침 9시 30분부터 출발. 요일별 당일코스가 다양하다.(17000~38000원). 주말엔 1박 2일 코스도 있다. 파주시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 탑승해서 관광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즐거운 도움을 준다.
올해는 꼭 살을 빼리라! 영양 만점 샐러드로 살도 빼고 건강도 챙기자. 샐러드라고 다 똑같지 않다. 개성 있는 샐러드 전문점을 소개한다.
아보카도 전문 샐러드바 아보
합정역에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아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아보카도를 주재료로 사용한 샐러드바다. 전문 트레이너의 자문 아래 메뉴들을 개발해 필수영양소를 갖춘 건강식을 제공한다. 아보카도를 활용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포인트. 바 형태의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혼자 식사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위치 서울 마포구 양화로 78-9
영업시간 평일 8:00~21:00 토요일 10:00~16:00 일요일 휴무
대표 메뉴 트러플치킨볼 1만1000원, 토푸볼 1만1000원
지중해식 샐러드 위샐러듀 프레시
장수국가인 지중해 나라의 식문화를 모티브로 한 위샐러듀 프레시는 유기농 채소만을 사용한다. 천연 향신료를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건강까지 신경 썼다. 한상차림을 주문하면 샐러드 외에도 홈메이드 스프, 피타빵, 와인워터, 제철과일 등이 함께 나오며 모든 메뉴는 어플을 통해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위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31
영업시간 평일 11:00~21:00 토요일 11:00~21:00 일요일 휴무
대표 메뉴 징거 1만3500원, 솔로몬 1만1500원
숟가락으로 먹는 샐러드 왓어샐러드
채소와 토핑을 모두 잘게 잘라 한 숟가락에 모든 재료가 담길 수 있도록 만든 촙(chop) 샐러드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로 4가지의 채소에 닭가슴살, 아보카도, 사과 등의 토핑과 매장에서 직접 바질 패스토와 트러플오일을 섞어 만든 드레싱을 얹은 ‘왓어샐러드’와 그라브락스 숙성법을 이용해 탱탱한 연어의 식감을 맛볼 수 있는 ‘노르웨이 오메가’가 있다.
위치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지하 1층
영업시간 평일 8:00~20:00 주말 11:00~20:00
대표 메뉴 왓어샐러드 1만3200원, 노르웨이 오메가 1만4800원
건강으로 가득 채운 샐러드볼 배드파머스
가로수길에서 가장 핫한 샐러드 맛집이라는 배드파머스는 ‘생명연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 문화 만들기에 노력한다. 사람의 손을 최소한으로 거친 자연의 재료야 말로 가장 건강한 음식이라는 주장. 샐러드 한 그릇에 신선한 야채는 물론 양질의 단백질이 들어가 균형 잡힌 식사가 가능하다.
위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길 31
영업시간 월~목 11:30~20:00 금~토 11:30~21:30 일요일 11:30~20:00
대표 메뉴 배드파머스 1만2500원, 아보콥 1만3800원
한낮의 태양이 뜨겁다. 교회 봉사 일정을 끝내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다가 화장실이 급해 가까이 있는 사회봉사관에 들렀다. 주중이라 사람이 없어 텅 빈 건물은 불이 꺼져 있다. 일단 불을 켜고 여자 화장실로 찾아 들어가는데 웬 중년 남자가 뻘건 목장갑에 오른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온다. 얼른 화장실 문을 잠그고 동태를 살피니 화장실 바로 옆 칸으로 들어가 무엇인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한 나는 급히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필시 위험한 상황일 것으로 판단한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112에 구조요청을 했다.
“여기 합정동에 있는 OO 교회 사회봉사관 화장실인데 옆 칸에 이상한 남자가 있어요.”
말이 끝나자 옆 칸의 남자가 화장실 벽을 치며 소리쳤다.
“저 이상한 남자 아니에요. 여기 직원이에요. 지금 변기 뚜껑 수리 중이니 전화 끊으세요.”
아뿔싸! 이걸 어쩌지.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미안하기는 했으나 당시의 공포도 엄연한 사실이므로 문도 열지 못한 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미리 양해를 구하시지 아무 말 없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니 오해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는 피식 웃는 소리를 내며 “아 미안합니다. 미쳐 말을 못 했네요”라고 말한다.
“저도 죄송해요. 오해해서····.”
그래도 선뜻 문을 열지 못하고 아저씨가 떠나기를 기다렸다. 대낮에 벌인 별것 아닌 해프닝이었지만, 오며 생각하니 웃을 수만은 없는 사건이었다. 이 나이에도 내면에 아직 그런 공포가 숨어 있다니.
‘재미난 지옥’ 대한민국엔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북한과 미국의 밀고 당기는 회담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청년들의 취업전선은 갈수록 팍팍하고 이젠 자영업자들마저 거리로 나섰다. 그런 와중에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선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페미니즘 전선이다.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가 가시지 않은 혜화역 부근에 무려 3만여 명의 여성들이 모인 것이다.
광우병으로부터 시작해 촛불 집회까지 남녀가 모두 참여한 집회를 제외하고 여성들만의 이슈로 이만큼 모인 것은 유례가 없을 듯하다. 열기도 뜨겁고 수위도 높다. 그러다 보니 과격해지고 본질에서 벗어난 일탈도 눈에 띈다. 예컨대 종교까지 끌어들여 대립한 것은 좀 과한 느낌이다. 게다가 인터넷으로까지 싸움이 번져 ‘여혐’, ‘남혐‘으로 나뉘어 무슨 게임 배틀 하듯이 싸우는 모습은 보기 딱할 지경이다.
그러나 싸우는 방법이 서툴고 잠시 방향이 빗나가더라도 그 안에는 분명하고 타당한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모 시인이 자신을 공격한 여성 시인을 고소한 사건이 보여주듯 이런 사태를 촉발한 ‘미투 운동’도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도리어 일부에서는 역공격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여성들이 느끼는 뿌리 깊은 분노와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오랜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본디 물리적 힘의 열세가 사회적 열세로 진화하고 제도적 인습으로 공고히 자리 잡은 것이 남녀 차별의 본질이다. 그러니까 핵심은 폭력이다. 지금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성폭행 등 야만적 폭력이 모든 사태의 근본인 것이다. 페미니즘으로 포장되어 엉뚱한 논쟁으로 비화하지 말고 오로지 폭력 한 가지만 해결해도 많은 문제가 해소된다.
동물의 세계에서 맹수가 새끼를 물어 죽이는 경우는 있어도 배우자를 해하는 일은 없다. 오직 인간 세상에서만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야만이 자행된다. 여성들의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 잡은 폭력에의 두려움을 법과 제도로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페미니즘의 실현인 것이다.
뭐든지 척척,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잘되는 사람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뭘 해도 저렇게 운이 잘 따르나’ 싶다. 부럽다가도 얄밉고, 성공 비법이 뭘까 궁금할 때도 있다. 막걸리 전문 주점 ‘가제트 술집’은 8년 전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변두리 골목에 7평 남짓한 좁디좁은 공간에 문을 열었다. 개업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더니 맛집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매스컴도 꽤 탔다. 현재까지 전국 12개 ‘가제트 술집’이 매일 밤 손님맞이를 위해 불을 밝힌다.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평가하는 ‘가제트 술집’의 ‘가제트 오빠(?)’ 김경범(45) 대표. 그의 인생역전 운빨 성공기를 좀 들춰보자.
6년 전 괜찮은 술집이 있다는 지인을 따라 나섰다가 ‘가제트 술집’을 알게 됐다. 그런데 막걸리 집이라니. 홍대 옆 합정동이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을 때였다. 막걸리도 지금처럼 즐겨 찾는 이가 흔치 않았다. 그런데 웬걸? 술집 안은 빈틈없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술집이다! 회전율이 빠른 국수집, 밥집도 아닌 술집 대기 줄이 길기도 길었다.
“그때는 그랬어요. 요새는 경기가 안 좋은 것도 있고 본점과 2호점이 인근에 있어서 기다리지는 않아요.”
안경 쓴 얼굴,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는 이 사람이 바로 가제트 술집 김경범 대표다. 왜 굳이 술집 이름이 ‘가제트 술집’이냐고 묻는다면? 사진을 보면 대충 감이 잡히지 않을까? 그런데 그의 얼굴이 애니메이션 주인공 가제트만큼 낯이 익다. 소소하게나마 TV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비추는 현역 배우이기 때문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2016 무한상사’에도 얼굴을 내비쳤고, SBS 드라마
과 영화 등에도 출연한 바 있다. 막걸리집 사장님이라는 직함은 배우의 삶이 이끌어준 또 다른 삶 중의 하나인 셈이다.
배우 인생에 막걸리 들어오다
인기 배우가 아닌 이상 배우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제 들어올지 모를 캐스팅 기회 때문에 일정한 일을 갖는 것이 부담스럽다. 배우인 김경범 대표도 술집을 열기 전 여러 직업을 섭렵했다. 연기 선생은 기본이고 오징어 장사, 목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카타르 현장 취업을 며칠 앞두고 양국 간 마찰로 해외 일자리를 포기했고, 중국 내 유통 사업도 생각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단념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것이 막걸리 아이템이었다.
“2009년 9월이었는데 막걸리 박람회를 한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접하고 기록해놓았어요. 그런데 마침 박람회 날이 이사하던 날이더라고요. 박람회가 열리는 곳으로 이삿짐 차를 몰고 갔어요. 막걸리 붐이 일어나기 전이었죠. 그런데 막걸리 맛이 정말 다 다른 거예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막걸리 파는 술집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겁 없는 결정이었다.
올(all) 빚, 올(all) 도움으로 가제트 술집 문 열다
“그때 어떻게 시작했나 몰라.”
잠시 회상에 젖은 김경범 대표. 이 사업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난한 배우에게는 대출도 허락되지 않았다.
“대출이 되겠어요? 고맙게도 후배 중 주차 요원이었던 놈 하나가 전세자금담보대출로 1000만원을 꿔줬어요. 그리고 지인한테도 1000만원을 꿨고요.”
오로지 주위 사람의 도움으로 기반을 마련했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했다. 전부 다 빚이었고 도움이었다고 했다.
“당시 홍대 근처 상권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서 권리금이 어마어마했어요. 물어보는 곳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갈 수 없었어요.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허름하고 작은 부동산 하나가 보였습니다.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부동산 이름이 엘 샤다이(전능하신 하나님)더라고요. 그곳에서 지금의 가제트 술집 본점 자리를 안내해줬습니다.”
체계적인 상권 조사도 없었다. 가끔 가는 근처 닭집이 월 800만원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게 정보의 전부였다. 그리고 인테리어가 관건이었다. 당시 빈티지 인테리어로 꽤 유명했던 시나브로 자매가 가제트 술집의 대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메일을 보냈어요. 구구절절했죠. 시골에서 상경해 연극을 하다 보니 먹고는 살아야겠고, 절박한 심정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니 감히 여쭤보겠다면서 인테리어를 부탁했어요. 솔직히 한 명은 반대, 한 명은 찬성했다더라고요. 결국 저랑 만나고 난 다음에 해주기로 하셨어요. 솔직히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해주셨어요. 빈티지 핸드메이드라는 것이 작품과 상업의 중간인데 미안하고 또 너무 고마웠습니다.”
한 달에 80만원만 벌면 좋겠다
2009년 11월, 가제트 술집이 드디어 오픈했다. 열자마자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도 처음에는 몰랐다.
“지금도 전화가 와요. 웨이팅(대기) 시간 얼마나 걸리느냐고요. 신기해요, 옛날 생각하면. 그런데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잘된 거 같아요.”
한 달에 딱 80만원 벌 생각으로 가게를 열었다. 돈 욕심이 없었다. 80만원 벌려고 한 사람이 150만원 버니까 너무 좋았다.
“손님이 앉아서 죽치는 거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즐겁게 하니까 잘된 거예요.”
김경범 대표는 1년 반 만에 지인에게 빌렸던 돈을 다 갚았다. 그런데 지금 누가 자기처럼 창업한다고 하면 뜯어 말린다. 본인은 운이 좋았던 것이지 빚은 원래 못 갚는 것이 빚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길을 잠시 접어두고 김경범 대표가 얻은 것은 너무 많다. 부인이 생겼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정을 이뤘다. 창업을 열망하는 후배, 현역 은퇴자의 조언자로 나서 창업을 도왔다. 그래서 10개의 가맹점과 2개의 직영점을 가진 이른바 프랜차이즈 가제트 술집으로 거듭났다.
평균대 위를 오르다, 배우와 가제트 사이
반면, 김경범 대표는 무대와 촬영 현장을 그리워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배우로서의 삶이 까마득히 멀어져 간 것 같아 부쩍 아쉽다. 그래서 요즘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인터뷰가 잡혀 있던 날도 중국어 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중국어는 솔직히 반반이에요. 배우적인 측면과 비즈니스적 측면이 있어요. 솔직히 내 생활에서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오디션보다는 감독, 작가, 스태프를 자주 만나야 해요. 지금 사드문제 때문에 한류가 단절됐다지만 언젠가 다시 좋아질 거잖아요. 그때 김경범이라는 배우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하면 캐스팅에서 유리하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사업적인 면에서는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내가 전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제트가 계속 승승장구할 거란 보장도 없고 말이죠. 블루오션인 중국에 치킨도 삼겹살도 아닌 막걸리 전문점은 어떨까. 강남이 아닌 합정동 뒷골목에 막걸리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들어왔던 것처럼요.”
물론 사업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센스가 다양하게 발휘됐다.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기획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경범 대표가 맛으로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꼭 무대 위 배우의 모습과 닮아 있다.
“대다수 음식점 주인이 자기 음식은 다 맛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에요. 관객이 재미없으면 재미없는 건데 우기면 무슨 소용이에요. 관객에게 연기로서 만족감을 주듯, 납득할 만한 맛으로 손님에게 다가가야죠. 계속 손님의 입맛을 맞춰간 것이 주요했던 거 같아요. 최고의 맛이 아니라 만족감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잖아요. 공연할 때 배우와 관객과의 관계처럼 손님이 과연 맛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속적으로 고민해요.”
그렇다면 김경범 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은? 커가는 아이와 화가인 부인을 위해 사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이제 슬슬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한 발짝 다가서고 싶다고 한다.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굳이 배우를 하지 않더라도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갈 계획이라고.
“지금도 차 안에 유튜브에 관한 책이 있어요. 예전에는 돈을 좀 무시했는데 이제는 더 열심히 벌어보려고요. 배우가 꼭 아니어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밑바닥 배우 인생에서 우리 동네 뒷골목 세련된 막걸리 집으로 손님 취향 제대로 저격한 김경범 대표. 이제 다시금 꿈의 무대로 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운빨을 모으고 모아 또 한 번 날려보겠다는 홈런 한방! 그럼 두 손 모아 기다려볼까?
불현듯 헤이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여럿이 어울려 스치듯 지나쳤는데 그때는 아직 건물들이 제대로 들어차지 않았을 때라서 별 감흥이 없었다. 그간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여러 번 듣게 되어 다시 한 번 더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움츠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합정역 1번 출구에서 2200번 버스가 파주까지 가는데 헤이리를 경유한다. 편도 2,500원이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자리가 거의 만석이다. 바로 강변으로 빠져 자유로를 타고 가다 보면 오른쪽에 고양시, 일산이 멀리 보이고 왼쪽에는 가시철망 너머로 서해가 보인다. 1시간가량 달리니 출판단지를 지나 헤이리 1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헤이리는 1998년부터 조성된 곳이므로 아직 역사가 20년이 채 안 되었다. 15만 평 부지에 미술인,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380여 명의 예술인들이 각자 개성 있게 자신의 작업장, 갤러리, 공연장, 박물관 등을 짓고 있다. 문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곳이다.
이번에 가본 헤이리의 모습은 5년 전과는 많아 달랐다. 입구에 문화예술단지 답지 않은 어설픈 매표소가 있었다. 영화박물관 등 여러 가지 박물관들도 많이 들어차 있었다. 입장료가 대부분 7000~8000원대라서 양껏 구경하려면 일인당 10만원은 잡아야 했다. 티켓을 구입하면 휴대폰에 영수증이 뜬다. 해당 박물관에 가서 휴대폰에 저장된 영수증을 보여주거나 휴대폰 끝자리를 불러주면 입장할 수 있다.
영화박물관부터 둘러봤다. 입장권은 8000원이다. 입구에서 휴대폰 번호를 대니 연락받았다며 3층부터 구경하고 지하 1층까지 구경하면 된다고 했다. 음향 효과를 내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있었고 각종 소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소품들을 갖다 놓았으나 입장료 8000원은 많이 비싼 듯했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국내외 명작들의 OST와 추억의 장면들을 다시 본 것만으로 겨우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려고 했으나 길이 미로 같아서 몇 바퀴 돌아도 제자리였다. 안내 지도에 현 위치를 표시해놓지 않아 헤매는 사람이 많았다. 화장실 인심도 야박했다. 공중화장실이 한 군데도 없어 화장실에 가려면 업소에 들어가 매상을 올려줘야 겨우 화장실 열쇠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은 국내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그들이 얼마나 헤맬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한길출판사가 지은 북하우스가 좋았다. 독특한 건물 양식에 3층까지 책을 전시해놓았다. 그런데 건물 뒤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책 전시관은 입장료를 6000원씩이나 받았다. 굳이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 무료로 개방한 아프리카 박물관은 좋았다. 쇼나 조각에 관심을 보였더니 1번 게이트 근처의 ‘레오파드 락’이라는 가게를 소개해줬다. 과연 가보니 사고 싶은 조각품들이 많았다. 가격대도 소품이 30만원 정도였다. 차를 가져갔더라면 몇 개 샀을지도 모른다.
전날 과음을 한 탓에 점심으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피자, 케이크 등 브런치 메뉴들이 많았다. 겨우 찾아낸 곳이 편의점에서 같이 운영하는 푸드코트였다. 그런데 새우볶음밥이 7,000원이나 했다. 5,000원 정도만 받아도 될 만한 음식이었다. 이런 곳에도 설렁탕이나 감자탕 또는 동태탕, 하다못해 김치찌개를 파는 음식점이 한 집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
그 밖에 게임박물관, 인형박물관, 커피박물관, 추억박물관, 악기박물관, 동화세상박물관 등이 있었지만 관람객들이 없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적은 것을 보니 입장료 책정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입장료를 대폭 할인하거나 주기적으로 반값으로 할인하는 행사라도 해야 관람객들이 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리 마을 건너에 있는 거대한 영어마을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인적도 없이 건물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저러다 흉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기억으로는 입장료도 있었다.
마침 첫눈이 왔다. 비 소식이 있어 눈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싸라기눈이 한나절은 퍼부었다. 우산 없이는 도저히 나서지 못할 정도였다. 축복 같은 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서울에 도착하니 이 도시가 좋다. 역시 필자는 도시민이지 헤이리에 거주할 예술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이리는 해가 지면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란다. 가끔 둘러볼 가치는 있는 곳이지만 살고 싶은 동네는 아니다. 몇 해 지나서 다시 가보면 더 알차게 꾸며져 있을 것이다.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아 보이는 헤이리 마을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가족 그 이상의 의미로 점차 특별함이 부여되고 삶의 일부분이 된 반려동물. 인기를 입증하듯 반려동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녀 등 가족이 떠나 적적해진 시니어들의 삶에 활력소를 주는 고마운 상대다. 는 웹진와 손잡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니어 독자들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시니어들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들이면 먼저 먹을 것부터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이번 호는 반려견 사료 고르는 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어린 강아지에서 성견까지 이것만 알면 기본은 된다.
1. 사료 선택 전 체크 포인트
포장지에는 9가지 항목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사료의 명칭과 목적, 내용량, 급여방법, 유통기한, 성분, 원재료명, 원산국명, 사업자명 또는 명칭 및 주소 등의 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구입을 고려하자. 아니 내 가족이 먹을 것이라면 사지 말자.
▒ 정확한 원료 표기 가능한 모든 원재료가 표기되어 있는 것을 골라야한다. 모두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종합영양식 표기 주식으로 할 생각이라면 종합영양식이라는 표시가 있는 사료를 선택한다.
▒ 고객 상담실 표기 상담이 가능하도록 성명과 명칭, 주소 외에 상담실이 표기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 보관상태 매장에서 상품이 잘 보관되어 있어야 한다. 습기에 의해 제품이 불량이 되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산화돼 부패 가능성이 높고, 벌레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유통기한 표기 유통기한이 제대로 표시되어있지 않는 상품이 간혹 있으니 구매 전 확인해야 한다. 다 먹을 시기를 역계산해 미리 체크 후 구매해야한다.
2. 강아지의 사료! 드라이에서 습식까지
반려견은 사람의 몸과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먹는 음식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된 반려견용 사료를 먹이게 된다. 사료는 크게 건조 사료와 습식상태의 통조림 사료로 나눌 수 있다. 건조 사료의 경우 어린 반려견이 먹는 자견용이 있고 성견용, 노견용, 비만견용, 활동견용 등이 있다.
▒ 드라이(완전 건조) 수분이 10% 전후 인 건사료를 말한다. 반려견 이빨에 문제가 없다면 큰 알갱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드라이 사료를 먹으면 ‘씹는 힘’이 생겨 반려견 치아 건강에 도움을 준다.
▒ 소프트드라이(반 건조) 수분이 25~35% 전후의 촉촉한 반 습식 상태로 가열 발포 처리된 사료다. 이빨에 문제가 있는 노령견 등에게 적합하다.
▒ 세미 모이스트(반 습식) 반 습식 상태라고해도 발포되어 있지 않은 식품은 ‘세미 모이스트’라고 표시한다. 수분함량은 25~35% 전후로 소프트드라이와 비슷하다.
▒ 습식 수분이 75% 전후로 기호성이 높고 부드럽고 주로 통조림 형태다. 냄새가 강해 강아지가 좋아한다. 종합영양식과 간식타입이 있다.
3. 알고 나면 안심! 반려견 사료 등급
사료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반려견에게 주는 먹이 급여량도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1일 급여량 계산 방법으로, 생후 6주~10주까지 체중의 6~7%, 생후 10주에서 18주까지는 체중의 4~5%, 생후 18주에서 26주까지는 체중의 3~4%, 생후 26주 이후에는 체중의 2~3% 정도를 주는 것이 좋다.
▒ ORGANIC(유기농) 최소 3년 동안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것들로 만들어진 사료다. 제조과정에서 농약이나 항생제, 환경호르몬 등이 포함되지 않은 유기농 재료들을 엄선하여 깨끗한 제조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유기농 사료는 기호성이 떨어져 건강에는 좋지만 반려견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HOLISTIC(홀리스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사료다. USDA(미국 농무부)의 인증을 받은 재료를 이용해 만들며,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낮은 재료들을 사용한다. 또한 다수의 과일, 채소 등을 사용하여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온 제조. 살충제나 인공 합성 항산화제가 검출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 SUPER PREMIUM(최상급)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에게 급여하는 사료로 육류보다 곡류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 부산물이나 육분, 골분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타민 A와 C, 로즈마리엑기스 등 천연 방부제를 사용하고 일부 원료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원료로 만든다.
▒ PREMIUM(상급) 저가 재료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사료로 합성방부제를 사용한다.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첨가물을 넣었다. 곡물 비중이 높으며 저가 재료를 쓰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서 선택한다.
▒ GROCERY BRAND / NORMAL (보통 식료품 류) 대부분의 재료가 출처를 알 수 없다. 영양학적 가치가 적은 재료가 쓰인다. 농약, 저가 재료, 고열 처리, 곡물 찌꺼기, 색소, 부산물, 내장, 육골분 등의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다.
수제 반려견 사료
최근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제 사료를 판매하거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블로거도 종종 볼 수 있다. 수제 사료 업체로는 ‘국가대표’와 ‘오도그’가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도 수제 사료를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는 홍대와 합정동 텃밭에서 키운 비트, 적상추, 단호박으로 맛을 낸 반려견 간식을 판매한다. 염분을 제거한 황태포와 함께 섞고 말린 것이라고. 지난 9월 초 대학로에서 열린 마르쉐@ 장터에는 이 반려견 간식을 일부러 사러 온 손님도 만날 수 있었다.
대형 마트의 범람. 깨끗한 포장용기에 담긴 식재료, 말끔한 동선, 넓은 주차장에 포인트 적립까지 모든 것이 고객에게 맞춰져 있는 곳이 차고 넘치고 있다. 이는 재래시장의 규모를 줄이거나 사라지게 만들었고 찾아가는 서비스마냥 골목으로, 집 앞으로 다가왔다. 편해지긴 했지만 뭔가 부족하다. 바로 사람 냄새, 그리고 다양함을 선택할 권리다. 는 불필요하게 쉽고 간편해진 장보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장터 두 곳을 2회에 걸쳐 둘러보기로 한다.
글·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9월 11일, 추석 명절을 앞둔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아침부터 북적북적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뜨거웠던 여름, 잠시 쉬어가던 도시형 농부 시장 ‘마르쉐@(엣)’이 다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알 굵고 맛도 좋은 유기농, 친환경 사과와 귤이 산지에서 농부와 함께 상경했다. 다양한 농법으로 기른 착한 먹거리가 마르쉐@ 안을 가득 채워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 보였다. 수·공예품, 도자기 등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물건들도 이곳에서는 한눈에 차고 넘쳤다. 사람들의 웃음이 넘쳐나고 시끌시끌 친구와의 인사도 길어진다. 사는 사람은 생산자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이 때문에 마르쉐@ 이용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중. 누구든지 기꺼이 좋은 마음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 도시 장터의 대표선수 마르쉐@이다.
마르쉐@은 4년 전인 2012년 10월 대학로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한 달에 두 번(두 번째 일요일, 네 번째 토요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과 중구 명동의 ‘명동성당 1898 광장’ 등지에서 장이 선다. 마르쉐@은 현재 마르쉐 친구들을 이끌고 있는 이보은(李保垠·48)씨가 옥상 텃밭을 일구던 중 자연주의 식당 수카라를 운영하는 김수향씨, 다양한 농부와 요리사, 예술가와 함께 만들었다. 마르쉐@의 모든 먹거리에는 슬로푸드 정신이 담겨 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시마무라 나쓰가 에서 ‘슬로푸드란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천천히 되묻는 작업이다’라고 한말과 마르쉐@의 생각은 많이 닿아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직접 거래하는 시장, 그래서 소비자의 질문도 생산자의 대답도 사뭇 진지하다. “살 거면 사지 말이 많냐”는 식의 말다툼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마르쉐@의 매력이다.
매회 평균 참가하는 생산자(혹은 판매자)는 60명 정도다. 이중 농부집단은 30개 정도이고 전국 농부 200여 명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서울 경기권의 도시 농부와 전국의 귀농 귀촌인들이 활동 중이다. 건강하고 맑은 마음이 모여 마르쉐@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귤이랑 사과랑 싣고 마르쉐@으로 고고~
경북 영주에서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는 윤건(尹健·52)씨. 20년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6년 전 귀농해 지금은 서울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다. 서울에서도 10년 정도 도시 농업을 했고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꾸준히 했다고. 유기농 사과 재배를 위해 영주에서도 산꼭대기에 자리 잡아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마르쉐@에는 사과를 팔러 오는 것 외에도 가족과 친구들 만나는 재미에 빠지지 않고 온다.
윤순자(尹順子·53)씨는 제주에서 갓 나온 친환경 하우스 감귤과 한라봉잼을 가지고 서울을 찾아왔다. 추석을 맞아 제주에서 올라온 알알이 큰 하우스 감귤. 얇은 초록색 귤껍질을 까면 달콤한 과즙이 시원하게 터진다. 거의 매회 마르쉐@에 참여하는 윤순자씨. 10월에는 달콤함이 예술인 레드키위를 들고 올 예정이다.
홍대 도시텃밭 자란다는 4년 전에 마르쉐@서울역으로 시범운영했을 때부터 참여했다. 이곳에서 잘 되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꾸준히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홍대입구 카톨릭회관 옥상과 합정동, 상암동 비빌기지 상자 텃밭도 운영하고 있다. 도시 텃밭에서 자란 농작물을 이용해 페스토 등 가공품을 만들어 마르쉐@에서 판매한다. 10월에는 생강을 수확해 시럽을 만들 계획이다.
※마르쉐@ 어떻게 읽죠? 마르쉐(marche)는 프랑스어로 장터라는 뜻입니다. 거기에 ‘~에서’를 의미하는 영어 전치사 @(at)을 사용한 것이죠. ‘마르쉐@대학로’는 ‘대학로에서 열리는 장터’라는 뜻이고, ‘마르쉐 엣 대학로’라고 읽으면 됩니다.
※마르쉐@ 어디서 열리나요? 상황에 따라 장 서는 곳이 달라집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비롯해, 명동성당 지하 ‘1898 광장’, 어린이 대공원, 양재 시민의 숲, 상암동 석유비출기지(일명 비빌기지)에서 장이 열립니다. 마르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장소를 확인하면 됩니다.
마르쉐@ 홈페이지 marcheat.net
마르쉐@ 페이스북(facebook.com) 검색창에서
마르쉐at 혹은 마르쉐@을 검색하세요.
총선투표로 공휴일이었던 날(4월 13일).
아침에는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차츰 개이면서 화창한 날씨가 봄바람을 부채질했다. 필자는 일찍 투표를 마치고 파주 헤이리마을로 봄나들이 갔다가 쇼나 조각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합정역 1번 출구로 나와 2200번 광역버스를 타고 헤이리 1번 출구 앞에서 내린 뒤 맨처음 둘러본 곳이 '레오파드락갤러리의 쇼나 조각 갤러리 & 숍'. 건물 바깥에 전시된 조각물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갤러리 여사장님의 손짓에 따라 들어갔다가 아프리카대륙의 강한 생명력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쇼나(Shona) 조각’을 만난 것이다.
쇼나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가장 큰 부족의 명칭인데,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독특한 석조 문명을 이룩한 조각의 나라로 알려졌다.
쇼나 조각가들은 스케치나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오로지 정과 망치, 끌, 불, 사포 등 전통적인 도구만으로 자연석에 깃들어 있는 형태를 쪼아내고 연마해 조각한다. 특히 이 조각은 작업할 때 들리는 돌의 내면의 소리 때문에 '혼의 예술'이라 부른다.
쇼나 조각은 짐바브웨에서 싹텄지만 현재는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양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 조각은 신비감과 생동감을 자아내며 자연스러운 질감과 정서적인 풍부함을 머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록펠러, 로스차일드가, 찰스 왕세자 등은 쇼나 조각의 대표적인 애호가이며, 피카소도 쇼나 조각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파리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대표적인 미술관들이 쇼나 조각을 전시를 하고 있으며, 비평가들로부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쇼나 스톤즈(SHONA STONES)’은 짐바브웨에서 나는 사문암 종류이며,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색상이 있다. 무늬가 표범과 닮았다는 레오파르드락, 아프리카의 녹색 금으로 알려진 버다이트, 보랏빛 운모 라피도라이트,지구 최초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버터제이드, 귀한 코발트스톤과 오팔스톤 등이 있다. 돌 속에 녹색, 갈색, 보라색, 하얀색, 에메랄드색 등 저렇게 다양한 빛깔이 들어 있다는 것도 놀랍고, 돌을 깎아서 이토록 아름답고 능숙하게 조각을 하는 솜씨도 놀라웠다. 이런 희귀한 돌을 채굴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여러 가지 빛깔의 쇼나스톤을 붙인 ‘파라오 조각’도 유명하다. 너무도 실감 나게 만들어진 호박조각, 앙증맞은 부엉이들이 대표적이다.
여사장님은 궁금해하는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해외생활을 오래 한 연유로 우리 발음이 좀 특이했던 사장님이 아름다운 보라빛의 라피도라이트 하마를 선물로 줬다. 앙증맞은 게 장식하거나, 독서하며 책장을 넘기다 고정할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라피도라이트는 리튬이 함유되어 있어서 진정효과가 나며,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것을 산 사람이 구입하던 날로 바로 큰 계약도 체결했다며 가지고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길 거라 했다.
헤이리예술인마을 초입에서 쇼나 조각을 감상한 것만으로도 그날의 나들이는 대박이었다. 헤이리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들러서 작품감상 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지인들에게 쇼나 조각을 선물한다면 받는 분들에 매우 특별한 선물이 되리라 생각하며 갤러리를 나왔다.
헤이리예술인마을은 1998년 파주의 15만 평 부지에 꾸며진 복합문화예술 마을로, 다양한 창작 공간을 비롯해 전시, 공연, 축제, 교육, 교류 등 새로운 것을 계속 개발 중이다. 점포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서 볼거리가 많은 게 강점. 각종 매체를 통해서 알려져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찾는 참 좋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