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팀이 연령에 따른 효과적인 인공판막 선택 국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 교수,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팀이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2만 4천여 명의 나이와 판막 유형에 따른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의 경우 65세 미만, 승모판막 치환술의 경우 70세 미만일 경우 조직판막보다 기계판막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라고 8일 밝혔다.
심장판막은 혈액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얇은 막이다. 노화, 염증 혹은 선천적 기형 등으로 판막이 원활하게 개폐되지 않으면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폐부종, 심정지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져 기존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심장판막 치환술이 시행된다. 주로 혈액의 압력이 강한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고령일수록 금속으로 만든 기계판막보다 생체 조직으로 만든 조직판막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연령에 따라 어떤 인공판막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관한 국내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이번 연구는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 만큼 인공판막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판막은 기계판막이나 조직판막 중 환자의 나이나 성별 및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데, 기계판막은 한 번 시술하면 반영구적이지만 혈전 위험이 있어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하다. 조직판막은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15~20년 정도의 조직판막 수명 때문에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대개 젊은 연령대의 환자는 기계판막을, 고령의 경우에는 조직판막을 사용하지만, 이를 구분하는 연령의 기준점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해외 데이터이기 때문에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심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 2만 4,375명의 나이와 인공판막 종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사망 위험은 인공판막 이외의 특성을 비슷하게 보정하는 역확률 치료가중치를 적용해 위험비를 통계적으로 산출했다.
우선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를 연령대별로 판막 종류에 따른 사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40~54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2.18배, 55~64세에서는 1.29배 높았다. 반면 65세 이후부터는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1.23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모판막 치환술의 경우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55~69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1.22배 높았다. 대동맥판막과 승모판막 모두 치환한 환자의 경우 조직판막 환자가 기계판막 환자에 비해 55~64세에서는 사망 위험이 2.02배 높았다.
김준범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장판막 치환술에서 어떤 인공판막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면서도 까다로웠지만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없었다”며 “인공판막 선택의 국내 연령 기준이 서구의 기준보다 약 5~10세 높은 만큼, 국내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심장판막 질환자들을 더욱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발표된 첫 심장판막 관련 연구다. 이외 진행 중인 여러 건의 연구를 통해 향후 우리나라 환자의 인공판막 선택 기준에 대한 보다 정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피인용 지수 13.360)에 최근 게재됐다.
신장질환을 앓던 A 씨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은 덕분에 병은 호전됐지만, 이후 탈모 증세가 나타났다. 우울해하는 그를 돕기 위해 의사들은 원인을 분석했고, 이내 해답을 찾았다. 바로 A 씨의 혈전 응고를 막기 위해 처방했던 항응고제 ‘와파린’(warfarin)이 문제였던 것. 이에 대체 약물인 아픽사반(apixaban)으로 전환해 처방했고, 점차 탈모 증상도 사라졌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위 사례를 소개하며, 일부 처방약이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탈모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흰머리가 나듯 노화의 일부일 수도 있고, 유전, 호르몬 변화, 염증, 특정 질병(코로나19 포함) 등으로 인해 일시적, 영구적 탈모가 생기기도 한다. 비교적 드문 부작용이지만, 베타 차단제, 혈액 희석제, 항우울제, 콜레스테롤 저하제, 갑상선 등 호르몬 관련 약물처럼 다양한 약물에 의한 탈모도 존재한다.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의 탈모·피부과 전문의인 카릴린 위랜드 박사는 “때때로 탈모는 약물의 조합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단, 환자에게 여러 약물을 동시에 처방하는 경우 탈모와의 연관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며 “약물로 인한 일시적 탈모라면 시간은 좀 걸리지만 예전의 상태로 되돌릴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즉 처방약과의 연관성이 밝혀졌다면,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약물을 처방하는 방법으로 증상을 완화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AARP는 일부 환자에게 탈모를 유발할 수 있는 8가지 약물을 소개했다. △항응고제 △항우울제, 기분 안정제, 양극성 장애 치료제 △ 항균제, 결핵약 △관절염, 염증약 △혈압약 △콜레스테롤 저하제 △간질 및 항경련제 △건선(또는 심한 여드름)약 등이다. 이를 보면, 혈압약이나 콜레스테롤 저하제 등 적지 않은 중장년이 복용하는 약도 있는데, 단순히 해당 약 때문에 탈모가 일어났다고 단정 짓는 것은 금물이다.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고, 약물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약물이 주요인이었더라도,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려면 6개월가량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으로 약을 바꿨다고 해서 단번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이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을 임의로 조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추석을 맞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품목이 있다. 바로 명절 선물로 빠지지 않는 홍삼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건강식품인 홍삼은 인삼을 증기 등으로 쪄서 익히고 말린 걸 말한다. 1895년 고종 32년에 홍삼 제조법을 공포한 뒤 약재로 꾸준하게 사용되고 있다.
시중에서 홍삼 스틱, 홍삼정, 홍삼농축액, 홍삼차 등 다양한 브랜드와 유형의 홍삼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홍삼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선물하거나 직접 먹기 위해서 구입할 때는 건강기능식품의 조건이나 특정 성분의 함유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홍삼 건강기능식품은 4년근 이상의 인삼을 사용하고, 기준과 규격에 따라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1g당 2.5mg 이상 함유돼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품은 홍상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홍삼 캔디와 홍삼 음료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즉 이들은 홍삼 건강기능식품이 아니고, 홍삼을 이용한 일반식품이다.
진세노사이드는 사포닌 일종의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기억력 개선, 항산화 등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제품마다 가격과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홍삼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이를 비교하면 소비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제품 점도와 진세노사이드 함량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점도를 신경쓸 필요는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제품이 더 걸쭉하면 좋겠다, 제품이 너무 묽은 것 같다 같은 의견들이 있는데 소비자원에서 확인한 결과 제품 점도와 진세노사이드 함량은 상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기능에 따라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진세노사이드 양도 조금씩 다르다. 면역력 증진과 피로 개선을 위해서는 하루에 3~80mg, 혈액 흐름과 기억력 개선, 항산화를 위해서는 2.4~80mg, 갱년기 여성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25~80mg의 진세노사이드를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좋다는 생각에 진세노사이드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즉 하루 섭취량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혈소판 응고를 감소시키고, 혈당을떨어뜨리는 효과를 높일 수 있어 당뇨 치료제와 혈액 항응고제를 복용할 때는 의사와 상담하고 복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능성 홍삼 제품을 찾을 때는 건강기능식품 표시와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마크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호흡기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처럼 소개하는 광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경색 치료에서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은 증상이 나타난 뒤 10일까지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팀은 뇌경색 환자 중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은 환자와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의 신체기능장애 정도를 비교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뇌졸중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뇌혈관이 터져 뇌에 손상이 오고 신체적 증상을 야기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은 크게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구분하는데, 이 중 뇌경색은 혈액 및 산소공급을 받지 못한 뇌세포가 괴사하고 죽는 경우에 해당한다.
문제는 죽어 버린 뇌조직은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살릴 수가 없다.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열어 혈류를 공급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막힌 혈관을 열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정맥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 혈전을 녹여내는 ‘정맥 내 혈전 용해술’이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혈전 용해제가 혈관 속에서 작용하고 효과를 지속하는 시간이 짧아 혈전의 양이 많거나 큰 혈관이 막힌 경우 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 동맥으로 직접 관을 삽입해 막힌 뇌혈관을 찾고,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이다. 급성 뇌경색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뇌경색 치료의 골든타임인 증상 발현 후 6시간 안에 혈관을 재개통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부터 최근에는 16시간 혹은 24시간 까지도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들이 계속돼 도출되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뇌경색 증상 발생 이후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에도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이 효과적 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 8032명의 데이터를 확인했고, 증상이 발생한 뒤 16시간에서 최대 10일까지 경과된 후 내원한 대혈관 폐색 뇌경색 환자 150명(평균 연령 70.1세)을 대상으로 치료 예후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 150명 중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은 환자는 총 24명이었으며, 그 외 126명은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았다. 치료방법에 따른 두 그룹의 예후를 확인하기 위해 신체기능장애를 평가하는 수정랭킨척도(mRS, modified Rankin Scale) 점수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혈관 재개통 치료 그룹에서는 54.1%,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는 33.3%가 기능적인 독립성을 의미하는 mRS 0-2점 수준에 도달했다. 두 그룹의 기초 특성 차이를 통계적 기법으로 보정한 결과에서는 기능적 예후가 개선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될 확률이 혈관 재개통 치료 그룹에서 11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는 뇌출혈 발생 위험성이 4배 높아 혈관 재개통 치료의 주요 합병증인 뇌출혈에 대한 위험성을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준 교수는 “동맥 내 혈관 재개통 시술은 뇌경색 치료의 골든타임이 지났더라도 10일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장애예방 즉, 치료효과가 유지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며 “증상 발생 후 많은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죽지 않은 뇌조직이 남아 있을 수 있고, 이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혈전을 제거한다면 환자가 겪을 장애와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혈관 재개통 치료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해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며 “뇌출혈과 같은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의료진은 이 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회복 가능성이 높은지 신중히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의사협회 신경학 저널(JAMA Neurology, IF 13.608) 8월 10일자에 게재됐다.
인간의 생명활동이 정지되는 상황, 즉 사망을 판정하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호흡과 심장박동의 유무에 달려 있다. 심장이 우리 생명과 가장 직결되는 장기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심장에 발생하는 질환을 흔히 ‘심장병’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종류가 다양해 하나의 병이라고 말하기 모호할 정도다. 심장병 중 중장년이 조심해야 할 대표적 질환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성원(張誠元·49)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노화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심장질환은 심방세동과 협심증을 꼽습니다. 둘 다 중장년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하죠.”
장성원 교수는 심장과 혈관 노화가 이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라면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심방세동, 뇌졸중의 원인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일종으로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질환이다. 특별히 심한 운동도 하지 않은 평온한 상태에서도 느닷없이 심장이 쿵쾅거린다면 심방세동을 의심해봐야 한다. 장 교수는 “마치 100m 달리기를 한 후의 두근거림과 비교될 정도”라고 설명한다.
심방세동을 증상만으로 진단하기란 쉽지 않다. 부정맥의 증상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특히 발작성으로 일어나는 심방세동은 검사 과정에서 증상이 재현되지 않으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나면 심전도 검사만으로도 확진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자가진단법으로는 맥을 짚듯 손목의 요골동맥에 손가락을 얹어 심장박동을 확인하는 거예요. 맥박이 불규칙하면 심방세동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의 심박측정 앱을 활용해도 됩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 측정해서 의사에게 보여주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심방세동은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5년 자료를 보면 국내 20대의 유병률은 0.03%에 불과하지만 80세 이상은 4.16%로 조사됐다.
심장에도 술은 웬수
장 교수는 그다음 주요한 원인으로 술을 꼽았다.
“음주를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환자 중 상당수는 술 마신 다음 날 부정맥을 경험하죠. 치료 중에 술을 마시면 조절도 안 될 뿐더러 재발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치료 전에 반드시 금주를 약속받지요. 이밖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등도 영향을 줍니다.”
문제는 심방세동이 오래되면 두근거림과 같은 증상이 없다는 것.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 후에야 심방세동이 원인이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면 흔히 피떡이라고 부르는 혈전이 생겨요. 이 혈전이 심장 안에 고여 있다가 떨어져 나가면서 여러 장기의 혈관을 막습니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합니다. 뇌경색은 골든타임이 짧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 장애를 남기기 때문에 치명적입니다.”
치료는 뇌졸중의 예방이 우선이다. 피를 묽게 하는 항응고제가 쓰이는데, 몇 년 전 효과와 안전성이 높아진 신약 NOAC(New Oral Anti-Coagulant)이 출시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부정맥 증상을 조절하거나 정상 박동을 회복하기 위해서 항부정맥제를 사용한다. 효과가 없으면 고주파로 부정맥 발생 부위 심장조직을 괴사시키는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한다.
혈관이 막혀 생기는 협심증
협심증은 심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병이다.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생기는 동맥경화입니다. 통로가 좁아져 심장에 피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죠. 특히 나이가 들면 혈관의 신축성이 떨어져 더욱 문제가 됩니다. 평소에는 혈관이 좁아져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급격한 운동을 할 때는 혈액 공급이 부족해 통증이 나타나죠. 이런 흉통은 운동을 멈추면 사라지는데, 이를 안정성 협심증이라고 해요.”
이때 나타나는 통증은 꽤 심하다. 가슴뼈 왼쪽 부분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발생하는데 숨 쉬기도 어려울 정도다. 장 교수는 “당뇨 환자는 통증에 둔감해 체한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운동할 때 흉통이 생기면 검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장과 연결되어 있는 관상동맥이 막히면 통증으로 끝나지 않는다.
“심근경색은 피떡이 혈관을 완전히 막아 심장 근육에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가만히 있을 때 가슴통증이 시작되거나, 휴식을 취해도 가라앉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는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이므로 빨리 병원에 가야 해요.”
DASH 다이어트 심혈관에 좋아
협심증 진단방법은 심전도와 심근스캔이 대표적이다. 평안한 상태에서 촬영하고, 약물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준 뒤에 촬영해서 비교하는 방식이다. 관동맥 CT 촬영도 최근 들어 널리 쓰이는 방법. 이상이 발견되면 관상동맥조영술로 정확히 진단한다.
치료는 약물투여가 기본이고, 혈관이 심하게 좁아졌을 때에는 스텐트를 삽입한다. 원통형의 철망을 좁아진 부위에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방식. 심장에 다른 혈관을 연결하는 관상동맥우회술도 있지만, 기술이 발전해 스텐트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치료 이후의 관리다.
“우리 신체가 스텐트를 일종의 이물질이라고 판단해 피가 엉겨붙을 수 있어요. 때문에 항혈소판제를 계속 복용해야 합니다. 고지혈증 약도 마찬가지이고요. 해외 사례를 보면 고지혈증 약 복용이 스텐트 시술을 줄여주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의사에게 복용을 추천받았다면 미루지 않는 게 좋아요.”
장 교수는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DASH 다이어트 식단을 권했다. 현미와 채소, 과일, 견과류 섭취를 늘리고 소금과 설탕, 지방, 술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핵심.
장 교수는 의사와의 상의가 없는 의학적 판단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약의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현혹하는 콘텐츠가 많은데 약 복용을 중단하면 훨씬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지혈증 약이 대표적이에요. 또한 관상동맥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라면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경우 1차 예방 목적으로는 아스피린을 권하지 않습니다.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목적보다 출혈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올 것이 왔다 싶었다. 화장실에서 평소와 다른 시커먼 그것을 보았을 때 말이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떠올린 것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는 그의 병이 위암이라고 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만난 오성표(吳聖杓·68)씨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상부위장관외과 장유진(長有鎭·40) 교수를 만나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병을 부정하며 진단을 탓한다. 그렇게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분노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반복한다. 그러나 오성표씨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암인지 알기 2년 전쯤에 집안에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2011년쯤이었습니다. 그때 실의에 빠져 매일 술로 살았거든요. 잠이 오질 않으니 자기 전 소주를 들이켰고, 새벽에 잠에서 깨 맨정신이 되면 또 괴로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침 5시부터 안주도 없이 강소주를 마시기 시작했죠. 그런 생활을 2년 가까이 했으니 몸이 온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어요.”
게다가 흡연도 문제였다. 아내와 자녀의 잔소리는 수십 년째 이어졌지만 끊기가 힘들었다.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그 어려움 속에서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담배밖에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씨가 놀라지 않았던 데에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위암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이유도 있었다. 먼저 병을 경험한 선배(?)들은 위암은 이제 치료가 가능해진 병이라고 했다.
몸이 보낸 구원의 신호
그렇게 지내다 혈변을 몇 차례 확인하곤 동네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암의 진행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두 곳의 종양 중 하나는 초기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1기에서 2기로 막 넘어가려는 상태였다. 의학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어떻게 보면 그의 몸이 ‘혈변’이란 신호를 보내준 것은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위암은 대부분의 경우 초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조용히 성장하기 때문이다. 위암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소화불량이나 복부의 불편감 정도라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결국 정기적인 검진 정도가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인데, 오씨는 검진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어려운 자영업자라서 이 점에서도 불리했다.
그렇게 불행 중 다행으로 암의 존재를 알게 된 오씨는 지인 소개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찾는다. 수술 날짜를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씨의 운명을 좌우할 수술 집도의 장유진 교수를 만난다.
장유진 교수는 서울삼성병원 안지영 교수, 보라매병원 안혜성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위암 분야 여성 외과의사 1세대로 꼽힌다. 그전까지는 남성 의사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흔치 않은 여성 외과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어렵진 않았을까 괜한 염려를 하자, 대수롭지 않다는 오씨의 대답이 돌아온다.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여자 의사도 이런 수술을 하는구나 했죠. 얼마나 잘하시길래 여자 의사가 이런 수술을 하실까 하며 별 걱정 안 했어요.”
장유진 교수도 같은 대답을 한다.
“처음 부임할 때 병원 내부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했죠. 혹시 환자들이 거부감을 보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괜한 기우였어요. 환자분들은 선입견에서 훨씬 자유로워요. 어차피 이름을 보고 미리 성별을 짐작하고 오시기 때문에 처음 대할 때 어색함은 없었죠. 오히려 여자 의사라서 꼼꼼하게 더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아요.”
수술 난이도 높인 심방세동
하지만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수술에 문제가 생겼다. 외과의들이 꺼려하는 상황 중 하나였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위의 상태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위의 벽은 모두 5개 층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큰 것이 안쪽에서 3개 층까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죠. 암이 발생한 위치도 모두 아래쪽이어서 위 전체를 잘라낼 필요 없이 3분의 2 정도만 절제하면 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부정맥으로 인한 심방세동이었죠. 심장이 떨면서 피떡이 만들어질 수 있어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드셔야 하는데, 수술 부위가 아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출혈이 계속되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주의해야 했어요.”
그리고 2013년 9월 9일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오씨는 그날을 자세히 기억했다. 워낙 겁이 없고 담담했던 그도 그날만큼은 겁이 덜컥 났단다.
“수술실 바닥은 모양에 신경 쓰기보다 청소하기 쉽도록 되어 있잖아요. 수술 도구들도 많고요. 그것을 보니 예전에 갔었던 소 도축장이 생각나더라고요. 묘한 기분이 들면서 진짜로 내가 수술을 한다는 실감이 났죠. 그리고 마취에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수술 후더라고요.”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진행됐다. 복강경 수술은 끝에 수술 도구가 달린 기다란 막대만을 몸속에 넣어 집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복 없이 4cm 이하의 크기로만 절개하면 충분하다. 절개 부위가 적어 환자의 회복은 빠르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개복 수술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섬세함이 필요한 수술 방법이다.
장 교수는 수술 과정에서 정확한 범위의 림프절을 절제하고 출혈부위를 최소화 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수술은 기대했던 대로 성공적이었다. 걱정했던 출혈도 없었고 회복도 빠르게 이뤄졌다. 항응고제도 다음 날부터 정상적으로 투약할 수 있었다.
위암 수술의 성패는 조기발견
대체 위암은 왜 생기는 것일까?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종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조기위암 통계자료를 보면 위암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5만1584명에서 2015년 7만1564명으로 5년 새 약 39%가 증가했다. 또 2015년 기준, 60대가 31%(2만2245명)로 가장 많았고 70대와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위암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지목되고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소금이다. 실제로 서구식 식생활을 하는 나라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위암 환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찌개, 김치 같은 고염식이나 젓갈 등의 염장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이다. 직화나 훈제 같은 조리법도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발표가 있다.
위암 발병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두 배 정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음주 과정에서 짜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장유진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남성이나 갱년기가 지난 여성보다 위암 발병률이 낮은 대신, 암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운 ‘반지고리형 암’인 경우가 많다. 의학계에선 이 원인을 여성호르몬으로 지목하고 있다.
장 교수는 위암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1기 정도에만 발견되면 우리가 완치라고 부르는 5년 생존율이 97%까지 올라가요. 국가에서도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위내시경으로 위 상태를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은 거의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경우도 있고 위의 위치가 상부에 있거나 암의 진행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완전히 잘라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항암 치료제나 표적 치료제가 활용되기도 하지만 위암의 특성상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위 ‘약빨’이 잘 듣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위암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치료 수준도 높다. 환자가 많다 보니 의료 현장의 전문의들 경험이 많아 국내 의사들의 위암 수술과 치료 실력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그래서 장 교수는 위암 판정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 전문가, 특히 소화기외과의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치료 과정이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외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85%나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소화기내과와 종양내과 전문의들도 치료에 참여한다. 장교수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면 병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활동적 생활로 긍정적 마음 갖게 돼
흔히 위의 일부나 전체를 잘라내면 잘 먹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오씨의 경우처럼 3분의 2 정도 잘라낸 사람도 일반인과 비슷한 식사량을 보인다. 오씨 역시 그랬다.
“수술을 하고 나서 처음 한 달 정도는 죽 같은 것만 먹었죠. 하지만 이후부터는 예전처럼 식사를 했어요. 지금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살고 있어요. 사실 어려운 수술도 했고, 위의 절반 이상을 잘라냈는데 그 전과 달라진 것을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위암 수술을 하고 난 뒤 환자들에게 잘 먹을 것을 권한다.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철분 결핍성 빈혈이나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도 걱정해야 한다. 장 교수는 “수술 후 석 달 동안은 영양실조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해요. 그래서 무리한 저염식, 특히 소금을 아예 안 쓰는 금염식은 말리죠. 일단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수술한 환자는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지는데 입맛까지 잃으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안정이 되면 금염이 아닌 저염식 식사를 권하죠”라고 말했다.
물론 오성표씨의 삶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을 줄였다. 그렇게 즐기던 술은 이제 아주 특별한 날에만 한두 잔 마신다. 그리고 새벽에 운동도 시작했다. 특히 다시 시작한 일은 그가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차에 이런저런 생활용품을 싣고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것. 옛날로 치면 보부상 같은 일이다. 워낙 활동적인 일이다 보니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특히 여러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요즘은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있다. 교수님은 술은 위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술에 의지했던 그 시절이 자꾸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특히 친구들을 만나면 늘 말해요. 아무리 속상해도 빈속에 강술은 먹지 말라고요. 안주 ‘좋은 놈’으로다가, 밥하고 같이 먹으라고요.”
뇌졸중은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경험하게 된다는 흔한 질병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생각하거나 시간을 허비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망률이 높고 후유장애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뇌졸중 은 10여 년간 우리나라 단일질환 사망원인 1위로 꼽혔으며,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로 인해 진료환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암살자’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흔한데도 사망에 이르게 한다? 가장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1차 진단을 받은 뒤 5년간 관리를 철저히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고, 이에 앞서 당뇨나 고혈압을 얻은 뒤 10년을 지속적으로 신경 쓴다면 두려움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 뇌졸중 건강강좌를 준비했다. 강북삼성병원 김용범 신경과 과장, 문희수 신경과 교수, 이용택 재활의학과 교수 등 3명의 명의와 함께 초기부터 재활까지, 오해와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뇌졸중이 뭔지 개념부터 잡고 갑시다
김용범 교수: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을 말하는 것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보면 된다.
중풍은 뇌졸중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 파악되기 전, 뇌 사진을 찍어서 분석하기 전에 이를 통칭하는 한의학 용어였다. 중풍에는 뇌졸중으로 분류하지 않는 질환도 포함돼 있지만, 현재는 거의 동일한 질병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희수 교수: 뇌경색은 뇌에 있는 혈관이 막혀 해당 부위 뇌의 일부가 죽게 되는 것이고, 뇌출혈은 고혈압 등으로 인해 혈관 출혈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이다. 쉽게 말해서 뇌경색은 혈관이 막히는 것, 뇌출혈은 혈관이 터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뇌졸중 환자 중 85%가 뇌경색인 이유는 뭘까
문희수 교수: 뇌경색 발생빈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식습관이 서양화되면서 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운동부족 등으로 발생할 요인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뇌출혈은 고혈압과 깊게 연관돼 있다. 최근에는 고혈압 약 복용 등으로 인해 발생빈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래도 서양보다는 동양권에서 뇌출혈은 높은 편으로 파악된다.
김용범 교수: 인구학적 측면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뇌경색은 60대가 넘어서면서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지금은 90세까지 살지 않는가. 고령화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환자가 늘어났다고 분석된다.
겨울철에 뇌졸중 급증, 근거 있는 말인가
김용범 교수: 겨울철에 뇌졸중 환자가 급증한다는 말들이 많다. 이미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연구를 해보면 데이터가 명확하지 않다. 추운 날씨와 뇌졸중이 연관이 있다고 치면 열대지방이 캐나다보다 발병률이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문희수 교수: 맞다. 명확한 근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뇌졸중의 발병원인은 요소가 다양한 만큼 하나의 요인이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은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용택 교수: 겨울철 진료인원이 늘어난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고, 각종 보도를 통해서도 ‘겨울철 뇌졸중 주의보’ 등의 내용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가 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진료인원이 늘었다고 보는데, 아닌가.
김용범 · 문희수 교수: 겨울철 뇌졸중 중증도가 높아진다는 연구는 진행됐지만, 실제 수치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본다.
뇌졸중 진단 및 치료방법을 소개해 달라
김용범 교수: 먼저 전산화단층촬영술(CT), 자기공명영상(MRI)등의 영상학적 검사 방법을 통해 뇌의 상태를 파악한다. 관류검사, 혈관검사 등을 선택적으로 진행하고, 심장초음파 검사도 실시해 진단을 내리게 된다.
문희수 교수: 뇌졸중 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혈전을 녹이는 급성기 치료, 뇌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는 경우 혈관조영술을 이용한 스텐트 삽입술 등이 있다. 약물치료를 위해 와파린계열의 항응고제, 아스피린계열의 항혈소판제를 처방한다.
골든타임 ‘3시간’이 핵심이라는데, 그 이유가 뭘까
김용범 교수: 뇌경색 발병 후 골든타임에 혈전용해제를 투입해 혈액응고에 의해 형성된 덩어리, 즉 피떡을 녹여준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면 혈전용해제를 투입해 뇌출혈 위험이 커져 후유증이 심각해지는 손해를 입게 된다. 치료시 득실을 계산해 볼 때 골든타임은 매우 중요하다.
문희수 교수: 시간을 놓치면 뇌기능도 잃는다.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는 것만 따지고 보면 골든타임은 4시간 30분이다. 골든타임을 3시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서 CT를 찍는 등 소요시간 때문에 늦기 전에 일찍 와야 한다는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전조증상을 느낄 때 체크해야 할 부분은
문희수 교수: 우선 전조증상에는 감각 장애, 운동 마비, 실어증, 두통, 어지럼증 등이 있다. 문제는 환자가 이 증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증상이 갑자기 발생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김용범 교수: 의사도 가벼운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확진하기에는 애매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환자가 평상시에 구체적으로 증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심의 범위를 넓혀서 증상의 지속시간을 체크해 두는 게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면 호전되더라도 병원에 와봐야 한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맞는 말인가
김용범 교수: 약을 장기 복용하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아스피린도 장기 복용하면 위장출혈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50세부터 80세까지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한다면 뇌졸중 예방과는 별개로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희수 교수: 1차 예방과 2차 예방이라는 개념이 있다. 1차 예방은 건강한 사람이 뇌졸중을 막기 위한 것을 말하고, 2차 예방은 뇌졸중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이 재발을 막겠다는 목표를 의미한다.
실제로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라고 권고를 할 수 있는 부분은 2차 예방 차원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위험인자가 보이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 뇌졸중 예방만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한다는 것은 손해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뇌졸중 증상, 합병증의 종류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이용택 교수: 대표적으로 편마비, 구음장애,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이 찾아온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연하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을 삼키는 동작을 연하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장애가 발생하면 식도가 아닌 다른 기관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흡인성 폐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장애가 안 남는 경우는 몇 %나 되나
이용택 교수: 어려운 질문이다. 전제돼야 하는 건 단정 짓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4~6주의 시간을 두고 본다. 이 기간에 운동 경과가 좋게 나온다면 대체적으로 1년 6개월 이후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
즉 초기 병변과 장애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곤란하다. 물론 기적 같은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 권고사항 위주로 부탁드린다
문희수 교수: 뇌졸중은 여러 요인의 결합으로 진행된다. 혈압, 고지혈증, 담배, 술, 심장병 등 여러 가지 질환이 혈관에 영향을 줘서 발생한다. 뇌졸중은 이같은 위험 인자들을 인식하고 피해갈 수 있다면 예방이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생활습관, 식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라고 말하고 싶다.
뇌졸중 환자에게는 평생 약을 먹고 재활을 하며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다. 실제로 내가 맡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의사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다. 생활속에서 환자가 지켜야 할 수칙들을 잘 이행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치료를 이어가는 곳이 필요하다.
김용범 교수: 뇌졸중 합병증, 후유장애가 심각하게 남는 환자는 관리가 부족해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처음 뇌졸중이 발견되면 조기에 퇴원하고 일상에 복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를 조심해야 한다.
싱겁게 먹고 지속적인 운동도 하고 술 담배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게 관리를 하지 않아서 5년 정도 있다가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재발하게 되면 드러눕는 뇌졸중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충분한 기회가 있던 환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근본적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를 진단받게 된 이후 10년을 잘 보내야 뇌졸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때문에 응급실 골든타임 3시간 개념에 앞서 10년 관리체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용택 교수: 편견을 버리고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휠체어를 타지만 혼자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짧은 기간 열심히 해서 완치 후 사회에 복귀하겠다는 환자가 많은데 이 생각을 버려야 한다.
편마비는 근력이 떨어진 상태라 무리하면 반복충격으로 2차 합병증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빨리 나을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재활이 필요하다. 재활에 있어 최고의 방안은 병원을 다니면서 드는 비용을 집 바꾸는 데 쓰라는 것이다.
휠체어 높이를 침대 높이로 맞추고, 사이드레일도 달고, 문지방도 없애는 등 환자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