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는 하늘에 맞먹을 추앙을 받고, 죽어서도 존엄한 예우를 받는 게 왕이다. 그들의 묘역 역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일반적인 여느 묘와 크게 다른 규모와 격식을 구현해 왕릉에 권위를 부여했다. 당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집어넣기도 했다. 한 점 흙으로 돌아가는 ‘주검의 처소’일 뿐이지만 왕릉에 쏟아부은 정성과 의도가 이렇게 각별하다. 유네스코는 조선 왕릉 40기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대부분 경기도에 밀집해 있다. 이는 조선의 국법인 ‘경국대전’에 나오는 조항, 즉 ‘능역은 도성(한양)에서 10리 이상, 100리 이하 구역에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따른 데에서 비롯됐다.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있는 서오릉(西五陵)은 조선 왕실의 왕릉군으로 구리시의 동구릉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봄이 절정에 달한 5월 한낮의 유혹에 이끌려 나온 사람들일까? 뭐가 달라도 특별히 다른 게 왕릉이지만 사자들의 거처라는 점에서 을씨년스러운 적막감이 감돌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했는데, 웬걸 뜻밖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는 능역 일대에 펼쳐지는 자연경관이 빼어나기 때문일 테다. 알고 보니 고양시의 산책 명소라 한다. 왕릉도 보고, 삼림욕 산책도 만끽하고, 즐거울 이유가 겹친다. 왕릉은 원래부터 조정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었으며, 현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연생태가 망가지지 않았다. 왕릉이 식생의 파수꾼 역할을 해온 셈이다.
서오릉엔 왕과 왕후의 능 5기, 그리고 원 2기(園)와 묘(墓) 1기가 있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이내 명릉(明陵)이 보인다. 조선 왕릉은 범례에 따라 통상 진입 공간, 제향 공간, 능침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명릉도 마찬가지다. 홍살문으로 진입하자 저만치에 있는 제향 공간 정자각까지 박석을 깐 길이 가지런히 펼쳐진다. 높이가 다른 두 개의 길이 병행한다. 왼쪽의 약간 높은 길은 향과 축문이 들어가는 향로(香路)이며, 오른쪽 길은 왕만 사용하던 어로(御路)다. 왕릉의 핵심인 능침 공간은 경사지 상부에 조영했다. 홍살문에서 올려다보면 작아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비로소 큼직한 봉분의 모습이 환하게 드러난다. 봉분의 유려한 곡선미로 보자면 우아하기 그지없다. 능 둘레에 도열한 석마, 장명등, 문석인, 무석인 등 석물들엔 노련한 세공이 가세돼 품격이 완연하다.
명릉은 조선 19대 왕 숙종이 잠든 왕릉이다. 숙종은 14세의 어린 나이에 즉위했으나 대비전의 수렴청정을 물리치고 곧바로 친정(親政)을 펼쳤다. 냉혹한 다혈질 기질을 타고난 한편 총명함과 결단성이 있어 장장 46년에 걸친 치세 기간 내내 강력한 왕권을 지속했다. 탕평책을 실시하는 등 나라의 질서와 제도를 혁신했다. 숙종은 왕비를 네 번 바꾸었다. 명릉엔 두 번째 왕비 인현왕후와 세 번째 왕비 인원왕후가 숙종의 곁에 함께 묻혀 있다. 정자각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쌍릉이 바로 숙종과 인현왕후가 묻힌 능이다. 왼쪽 뒤편에 거리를 벌려 따로 조성한 봉분은 인원왕후의 단릉이다. 쌍릉과 단릉이 공존하는 명릉의 양식은 조선 왕릉 가운데 상당히 특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현왕후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폐위되었다가 복위되는 등 자주 파란을 겪었다. 하지만 덕망이 높아 칭송이 자자했다. 그래서인가. 숙종은 일찍이 인현왕후의 능을 조성할 때 자신의 능 자리를 그 곁에 잡아두어 마침내 쌍릉이 조성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서러운 건 인원왕후였으리라. 숙종은 그녀에게 늘 무관심했다. 그럼에도 인원왕후는 숙종과 함께 묻히고 싶어 했으며, 의붓아들인 영조가 뜻을 받아들여 곁방살이 형국이나마 숙종의 쌍릉 저만치에 소박한 능을 만들어줬다. 숙종의 능 근처엔 고양이 한 마리가 묻혔다. 숙종이 애지중지했던 고양이로 밤마다 끌어안고 잤다고 한다. 이 녀석은 숙종이 승하하자 곡기를 끊고 덩달아 죽어 왕이 떠난 길을 뒤따랐다고 하니 여간내기가 아니다.
장희빈의 초라한 묘
명릉에서 좀 더 들어가면 익릉(翼陵)이 나온다. 서오릉 가운데 가장 고지대에 자리한 능으로 숙종의 첫 번째 왕비 인경왕후가 묻힌 곳이다. 인경왕후는 숙종보다 40년이나 앞서 세상을 떴다. 20세 때 천연두를 앓다가 사망했다. 익릉의 봉분은 웅장하다. 석물도 명릉에 비해 크고 정교하다. 정자각은 다른 능에는 없는 익랑까지 갖추었다. 꽃무늬를 새겨 넣은 장명등과 망주석은 걸작으로 평가된다. 이래저래 화려한 구석이 엿보인다. 숙종이 명한 왕릉제도 간소화가 실행된 이후의 왕릉들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특색이다.
이제 경릉(敬陵)을 보자. 이는 세조의 아들로 20세에 요절한 의경세자(훗날 덕종으로 추존)와 그의 아내 소혜왕후의 능이다. 원래 능을 쓸 때는 정자각을 기준으로 왼쪽에 왕을, 오른쪽에 왕비를 안장한다. 왼쪽을 상석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경릉에선 위치가 바뀌었다. 왼쪽에 소혜왕후의 능을 두었다. 이건 신분의 위계에 따른 배치 방법이다. 대왕대비로서 승하한 소혜왕후가 신분상 의경세자보다 상위에 해당했던 것이다. 의경세자의 능역에 문석인만 있는 반면 소혜왕후의 구역엔 무석인까지 갖추어진 이유도 마찬가지. 이렇게 서오릉의 능마다 개성이 실려 있다. 영조의 비 정성왕후가 잠든 홍릉(紅綾)은 본디 영조도 함께 안장하기 위한 쌍릉으로 조성했으나 능 자리 하나가 빈 상태로 남아 이채롭다. 애초 계획과 달리 영조의 능을 구리의 동구릉에 마련하는 바람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런데 왕릉들이 견고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도굴꾼들의 타깃이 되진 않았을까? 2006년 명종의 아들 순회세자와 공회빈의 원(園)인 순창원(順昌園)에서 도굴꾼이 도굴을 시도했다. 중장비를 동원해 수직으로 지하 2.7m까지 파내려 간 도굴 갱이 발견됐다. 그러나 도굴엔 실패했다. 당시 도굴 실패 원인이 화제가 됐다. 순창원은 회격묘다. 즉 관이 들어간 구덩이 틈을 석회로 채워 다진 묘다. 회격은 고강도의 차단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중장비로도 묘실을 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 회격묘는 유독 미라가 많이 발굴되는 묘형이기도 하다. 회격 벽이 외부 환경의 간섭을 완벽하게 배제해 묘실 내부를 거의 진공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발길은 장희빈이 잠든 대빈묘(大嬪墓)로 이어진다. 장희빈은 숙종의 여자였다. 중인의 한계를 딛고 국모의 자리까지 올랐던 입지전적 존재다. 생시에나 사후에나 극과 극으로 평가가 갈리는 문제적 인물이다. 한편에선 장희빈을 희대의 악녀로 몰았다. 다른 편에선 정쟁에 억울하게 희생된 제물로 보았다. 이런 논란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대빈묘는 초라하다. 묘역 자체가 매우 으슥한 구석에 있다. 규모도 작고 석물도 별로 없다. 웬만큼 번듯한 사대부가의 묘보다도 옹색하다. 권력 투쟁의 도가니에서 으스러진 사람의 신후가 이렇게 스산하다. 청명한 건 서오릉 일대에 범람하는 숲이며, 숲 사이 오솔길이다. 왕릉도 좋고 왕릉에 서린 역사도 재미있지만, 숲길을 걷는 즐거움 또한 크다.
김용규 고양문화원 원장
호수공원 산책자들을 문화원으로 끌어들여
경기도 고양시는 경기 북부의 최대 도시로 100만여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근래 들어 급성장한 도시다. 내륙 교통의 동맥인 한강을 끼고 있어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했다. 따라서 고양을 둘러싼 삼국의 쟁탈전이 잦았다. 김용규 고양문화원 원장은 행주대첩을 고양 역사의 백미로 꼽는다.
“행주대첩이야말로 고양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행주산성을 겹겹이 포위하고 파상 공세를 펼친 왜군 3만여 명을 권율 장군이 총지휘한 관민의 힘으로 물리친 전투다. 성 주변의 부녀자들은 앞치마로 돌을 날라 투석전을 벌였다. 현재 고양시에선 행주산성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고양시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5대 도시’에 선정했다. 고양시의 문화 파워는 어느 수준에 있다고 보나?
“이미 문화도시로 부상했다. 공연 전문 예술센터인 고양아람누리의 활발한 운영상을 보라. 규모는 물론 내용에서도 전국 어느 문화공간에 뒤지지 않는다. 이는 고양시 문화현상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척도라 할 수 있다.”
김 원장이 펼친 문화원의 중점 사업을 소개한다면?
“2년 전 문화원장에 취임한 이래 줄곧 문화원 홍보에 주력했다. 문화원의 존재 자체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다는 걸 알고 이를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문화원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일산호수공원을 끼고 있어 이점이 많다. 공원 산책자들의 발길이 문화원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게 목표다. 그에 따른 프로그램의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관습에서 벗어난 프로그램을 가동할 경우 사람들은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렇다. 원장직을 맡은 뒤 기존 20여 개 프로그램 중 절반을 폐쇄했다. 그리고 새로운 걸 채워 현재 30여 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주 3일에 걸친 야간 강좌도 신설했다. 주간엔 일에 매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다.”
여느 문화원에는 없는 ‘문화아카데미 최고위 과정’도 운영한다지?
“사회 각 분야의 유능한 인력을 문화원 활성화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강좌다. 여기에 참여한 이들은 강좌와 체험 활동을 통해 역사 문화를 향유하는 한편 문화적 식견을 쌓게 된다. 나아가 지역의 문화 전령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문화원 회원 중에 청년층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전통문화의 보존과 발굴 중심의 문화 사업에 창의적인 콘셉트를 융합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우리는 전통혼례 프로그램을 가지고 청년층에 접근한다.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 매우 고무적이다.”
공직 출신인 김 원장은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그는 최근 전문가들이 공저자로 참여한 향토사 관련 책 ‘고양의 행주마을 누정과 별서’를 펴내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내용의 깊이와 가치로 돋보이는 책이다. 그는 향후 이 책을 근거로 과거 고양에 있었던 누정과 별서를 복원하는 일에 나설 계획이다.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을 기반으로 전 국민 건강을 보장하는 ‘헬스케어 4.0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진료가 도입되었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전 세계 시장은 2026년 약 826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건강하고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 뒤에는 우려되는 점도 존재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건강관리, 연구개발 및 사후관리 등 건강 증진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법과 제도를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연구하는 이호용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고령자들은 탈시설화와 커뮤니티 케어를 원한다. 병원이나 시설을 벗어나 집과 지역사회에서 케어받고 싶어 하는데, 이제 병원을 가지 않고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은 농어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유용성이 더욱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진에 의한 사후 치료 중심에서 환자 스스로 참여하고 자기 결정권이 강조되는 사전적 예방·관리 중심으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된 점도 촉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기와 AI 의사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추세는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체크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하면 일상에서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고령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연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갤럭시 링’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장시간 착용이 용이한 반지 형태로 만들어 기존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넘겠다는 목표다. 기기는 365일 24시간 사용자의 건강을 모니터링한다고 알려졌다. 수면 패턴 및 심박수, 혈압 등도 측정 가능하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는 당뇨병에 주목했다. 지난 2월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내놓았다. 당뇨병 관리 솔루션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증도 받았다.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조회수 1만 명을 넘어서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기기 연동을 통해 지난해 9월 출시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더욱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헬스케어 기기는 예방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CT나 MRI 등 촬영 결과 판독, 수술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사내에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로봇수술 권위자로 꼽히는 나군호 전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했다. AI 기술로 의료진의 업무를 간편하게 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연구소 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의료적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 또한 가능해졌기에 조만간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른바 ‘AI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I 의사의 안전성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AI 의사가 의료사고를 내면 법적 책임은 누가 물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도 거론된다.
이호용 교수는 “AI가 병증에 대한 이해 및 분석과 판단, 그에 따른 처방에 대한 의견도 낼 수 있어 의사의 주된 업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AI를 의사라는 직업과 동일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판단된다”면서 “인간에 대한 판단은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이 하고, AI는 도구 혹은 어시스턴트 역할에 그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스타로 당뇨 잡으세요”
김경화 카카오헬스케어 매니저 인터뷰
김경화 매니저는 요즘 ‘파스타’ 홍보로 강연·미팅 등을 다니느라 바쁘다. 14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그는 2022년 카카오헬스케어에 합류해 파스타 앱 기획을 담당했다. ‘당뇨는 잘못된 생활습관병’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파스타는 한국인의 혈당 관리를 돕는다.
파스타는 ‘실시간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앱과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연동한 덕이다. CGM은 과거처럼 혈당을 재기 위해 채혈을 할 필요가 없고, 신체에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보통 팔에 부착한다) 현재 파스타와 연동되는 CGM은 두 개로 국내 기업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와 미국 기업 덱스콤의 ‘G7’이다. 앱 자체는 무료지만, CGM은 1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김 매니저는 금전적인 부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당뇨병에 걸린 뒤 고치려고 하면 더 큰 돈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김경화 매니저는 부모님과 시부모님에게 CGM을 부착하고 파스타를 이용하게 했다. 특히 시아버지의 경우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라는 반응이었지만, 실시간 혈당 변화를 눈으로 보고 깜짝 놀랐다고. 김 매니저는 “아버님께서 경각심을 많이 느끼셨다. 음식도 건강하게 드시고 걷기 운동을 하는 등 습관 자체가 아예 바뀌었다. 살도 많이 빠지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스타는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면 칼로리와 영양소를 분석해준다. 뿐만 아니라 혈당 관리에 대해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리포트로 제공한다. 혈당 수치를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어 관리의 지속성을 높여준다.
“놀랍게도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요.(2020년, 성인 30세 이상 기준) 당뇨병 전 단계 인구는 1583만 명으로 추정되고요. 당뇨병 인구를 1%라도 줄이는 것이 파스타의 목표입니다.”
의료 마이데이터 가능할까?
정부는 2025년 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정보의 주체가 개인정보를 이동해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 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마이헬스웨이’라고 한다. 여러 병원에 흩어진 개인 의료 정보 조회 및 활용이 가능해지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한다.
마이헬스웨이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법 개정 요구도 높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헬스케어법’(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의료법은 보건의료 데이터의 제3자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환자가 요청 또는 동의하면 병원이 개인의 건강·의료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하도록 허용하고, 민간 기업이 개인 건강 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시민단체 및 의료계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반대해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러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의료법이 통과되면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신약, 의료기기, 질병 진단 기술 등 개발에 활용돼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예상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오·남용 우려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법안에 대해 산업계를 대표해 카카오헬스케어는 찬성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신중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호용 교수는 “의료 데이터는 개인정보 중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고 보호성이 강조되는 데이터다. 그러나 개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에 치중하면 정보 보호라는 가치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밝은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면서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 중에 어느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는 사회의 공감대적 가치와 경제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와 맞물린 세계적인 흐름은 기술 중심 사회다. 선진국은 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를 약화하고 산업 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는 맹목적인 기술 중심 사회를 우려하고 인간 중심 사회로 회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발전하는 산업 또는 회사가 거대 자본으로 권력화되지 않도록 국가가 개입하는 분산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움말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베이비붐 세대, X세대, MZ세대 등 직장 내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요즘, 세대 갈등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대립 양상은 기업 문화를 흩트리고 업무 성과를 저해하는 등 악영향을 불러오곤 한다. 기업에서는 세대 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최근 각광받는 솔루션 중 하나가 ‘리버스 멘토링’이다. 단순히 나이와 직급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세대 간 고정관념이나 생활방식을 뒤집어보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 금천구청
‘불치하문’(不恥下問)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배움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기존의 ‘멘토링’과 반대 개념인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역멘토링) 또한 멘토(시니어)와 멘티(주니어)의 역할을 바꿔봄으로써 세대 간 학습과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령화 흐름에 따라 리버스 멘토링의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한 논문(‘기업 내 세대 교류의 가능성: 국내외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 및 성공요소 사례연구’, 2021)에서는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노동 현장에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리버스 멘토링이 노동 현장에서 고령 세대와 신세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도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단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측면뿐 아니라 일자리 다양성, 삶에 대한 가치관, 글로벌 감각 등 신세대의 감각과 관점을 접하고 배우는 측면까지 포괄한다. 이를 통해 기업 내 임직원과 각 세대가 서로 분리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조직 내에서 적극적으로 통합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리버스 멘토링의 장점과 효과를 내다봤다.
시니어도 원하는 리버스 멘토링
이러한 이점들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도 인지하고 리버스 멘토링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채용 포털 ‘인크루트’가 2021년 직장인 10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 및 X세대 등 기성세대 직장인의 92.4%가 ‘회사에 리버스 멘토링 제도가 도입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28.9%), ‘세대 간 소통할 수단이 필요해서’(25.3%)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기업 내 리버스 멘토링의 시초로 알려진 건 글로벌 제조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젊은 엔지니어에게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면서, 500명 넘는 고위 간부들에게 젊은 사원과 1대1로 팀을 이뤄 리버스 멘토링을 실천한 사례다. 이러한 일화가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전파되며 IBM, 구찌, 에스티로더 등 해외 유수 기업에서도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상당수 기업이 이러한 효과에 착안해 관련 프로그램을 시도해나가고 있다. 해외와 비교해 나이와 연공서열 중심으로 수직적인 구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는 좀 더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목표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공공기관 및 기업 등에서 조직 내 ‘리버스 멘토링’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그 예로 서울에서는 금천구와 강서구, 지방에서는 안양시·포천시·제천시 등이 있고, 한국해양공사·경기도성남교육지원청·경기주택도시공사 및 삼성생명·KB라이프생명·유진그룹·동양 등이 리버스 멘토링을 실천했다. 특히 정부 조직인 인사혁신처와 법제처는 조직 내 기관장을 포함한 국·과장급 이상 간부들과 MZ세대 공무원들이 소통하는 ‘역으로 조언하기’(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지난해 최초로 기관 간 리버스 멘토링을 위한 ‘거꾸로 학교’를 시행했다. 이는 후배 공무원이 다른 기관 선배 공무원의 멘토가 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형식적으로는 상하관계를 역전한다고 하지만, 젊은 세대의 솔직한 생각을 기성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타 기관 선후배 간 역멘토링을 진행함으로써 더욱 허물없는 교류를 꾀한 것이다.
경직된 조직문화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 톡톡히
올해 초 금천구는 국장급 공무원(4급)과 과장급 공무원(5급) 등을 대상으로 ‘리버스 멘토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대 간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수평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해 업무 효율과 성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앞서 금천구는 당해 행정혁신 과제 중 하나로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종이 없는 회의’를 도입했다. 이에 주요 회의 자료를 종이에서 전자 문서로 대체하면서 태블릿 PC를 도입했는데,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간부 공무원을 위한 적응 교육 차원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활용하게 됐단다.
프로그램을 기획‧담당한 금천구 기획예산과 조성익 주무관은 “종이 없는 회의를 실현하려면 태블릿 PC 사용이 필수였다. 하지만 최신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는 데 조직 구성원, 특히 간부 공무원의 거부감이 상당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감을 넘어설 방법이 필요했다”며 리버스 멘토링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태블릿 PC 사용에 익숙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거리낌 없는 신규 직원들(7급 이하 직원 7명)이 모였다. 이들 리버스 멘토끼리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운영 방안을 마련한 후,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리버스 멘토링을 실행했다.
조 주무관은 “태블릿 PC 사용 능력은 간부 공무원 간에도 개인 편차가 존재했다. 그러나 단순히 디지털 기기의 사용 방법을 교육하는 것을 넘어 종이 없는 회의라는 정책을 수용하는 측면에서 멘토-멘티 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며 “간부 공무원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리버스 멘토링이 긍정적 수단이 됐다. 아울러 상명하복 관계라는 관료제의 분위기를 탈피하고, 평등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리버스 멘토링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천구 멘토·멘티의 후일담 “리버스 멘토링 직접 해보니”
“당시 일을 시작한 지 고작 6개월밖에 안 된 때였습니다. 새내기 어린 공무원이 간부급 공무원을 가르치는 상황은 이례적이기에, 멘토링 전 긴장을 꽤나 했습니다. ‘시간도 없는데 뭐하러 이런 걸 하냐’라는 분위기이면 어쩌나 걱정도 앞섰습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멘티로 나온 국장님들은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교육에 응해주셨습니다. 알려드리는 것 외의 기능에 대해서도 물어보시면서 적극적으로 배움에 임하셨습니다. 그동안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일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완전히 뒤바뀐 위치에서 국장님들의 질문에 답해드린 경험이 신기하고 새로웠습니다. 이후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국장님들이 적극적으로 태블릿 PC를 활용하려는 의지도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조금 뿌듯함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경직된 공직사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많이 보았습니다. 시니어 멘티들의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른다면 오랜 시간 굳어졌던 체계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정은 법령과 규칙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추진해야 하므로, 역할과 기능상 경직성을 띠게 됩니다. 더욱이 공직사회는 연공서열로 이루어진 큰 조직이라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합니다. 하지만 민간의 변화에 따라 행정에도 변화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공직사회에도 사회 변화에 맞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우리 구에서는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행정 혁신을 일상적으로 수용하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중 한 사례가 ‘리버스 멘토링’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선배’의 지식이라도 모두 유용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후배’가 아는 것이 없다고 외면하기엔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 중 값진 것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령이나 직급과 무관하게 조직 구성원은 누구에게든 배우고 공유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리버스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밝힌 2024년 달라지는 주요 정책은 청년과 취약계층, 기업, 지역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그 가운데 중장년층과 관련된 문체부의 정책으로는 고령자의 문화 활동 확대와 지역발전을 꼽을 수 있다.
고령자 문화 활동 지원 확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문화예술패스’ 시범 운영, 청년 창업 지원 등이 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달라지는 점은 여행 편의를 높이는 정책을 확대·시행한다는 점이다.
고령자는 거동이 불편하므로 장애인과 함께 관광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문체부는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 사업 신규 권역 1곳을 선정하고 법주사(보은군)와 삼악산 케이블카(춘천시) 등 ‘열린관광지’ 30개소를 추가 조성(현재 162개소)한다”고 밝혔다.
열린관광지 사업은 관광지의 보행로, 경사로 정비 등 이동 불편을 해소하고 장애 유형별로 즐길 수 있는 체험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누구나 편리하고 즐거운 여행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특화 여행 코스로 유명한 곳으로 연곡 해변 캠핑장 유니버설디자인 카라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춘천 의암호 킹카누, 산 정상까지 휠체어로 오를 수 있는 대구 비슬산 군립공원, 타포니 지형을 촉각과 해설로 경험할 수 있는 진안 마이산 도립공원(마이산 탑사) 등이 거론된다. 이와 같은 곳이 추가 조성되는 것으로 고령자의 관광이 훨씬 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 하면, 문체부는 ‘이야기할머니’ 사업도 확대한다. 이야기할머니는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 기관을 직접 방문해 삶의 지혜가 담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업이다. K-전통문화 콘텐츠 육성을 목표로 2009년 시작했다. 2023년 기준, 전국에 30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8700여 개 유아교육 기관에서 약 52만 명의 유아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줬다.
문체부는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올해 ‘이야기할머니’ 사업을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 과정인 ‘늘봄학교’에서도 시행한다. 2023년 하반기에 32개교에서 시범 운영했으며, 2024년에는 100개교로 대폭 확대한다. 어르신에게는 문화예술인으로서의 활동 기회, 초등학생에게는 인성 함양의 기회를 각각 제공한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여행 지원으로 지역 발전 꾀해
우리나라의 지방 지역은 지속되는 저출산 추세에 고령화 문제까지 더해지며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체부는 정부의 ‘지방시대’ 선포에 발맞춰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위기에 적극 대응한다.
먼저 매년 6월, 1회 진행했던 ‘여행가는 달’을 2회로 확대해 지역으로 여행하는 국민에게 각종 할인 혜택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걷기 여행과 자전거 관광 등 관광과 웰빙을 융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전거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코리아 둘레길 안내 체계를 완비한다. 걷기 여행 온라인 플랫폼인 ‘두루누비’를 통해 국·영문 안내 서비스도 국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호응이 높았던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지역도 추가해 대표적인 지역 관광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지난해 15개 지역에서 올해 강원 평창, 충북 옥천 등 최대 40개 지역으로 확대한다.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고 인구 감소 지역의 생활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도 확대한다. 농어촌·혁신도시·문화지구 등 지역에 ‘구석구석 문화 배달’ 사업(61억 5천만 원)을 신설해 지역 수요·특성을 반영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과 지역 대표 브랜드 공연·축제 활성화 등을 지원한다.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연계해 문화 취약 지역 등에서도 연중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보장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문화를 누리는 국민의 부담은 낮추고, 문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며, 문화로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2024년 문체부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라며 “올해 달라지는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온 국민이 문화로 풍성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방 소멸 대응책으로 지역을 오가는 ‘생활인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공주기독교박물관에서 진행된 ‘2023 제민천 포럼×재도전프로젝트’에서는 지역 소멸 대응 방안으로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번 ‘2023 제민천 포럼×재도전프로젝트’는 중장년층과 지역의 관계성 및 관련 현안에 관한 토론의 장으로서 사업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열렸다.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성과와 시행착오 등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2023 재도전프로젝트’는 중장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에 맞춘 다양한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 살이 재도전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행사는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중장년, 지역 살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발표를 진행한 1부 프로그램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 발표와 공주 지역 살이 프로그램을 체험해보는 2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생활인구는 서울시가 2018년 제시한 새로운 인구 모델이다. 출퇴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을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인구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이날 행사에 모인 전문가들과 참가자들은 인구 감소시대에는 더 이상 지역 이주가 지방 소멸 대응책이 될 수 없으며, 지역에 생활권을 두는 생활인구를 늘려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지방 소멸 대책 ‘생활인구’에 주목
기조 강연은 ‘인구감소라는 정해진 미래, 로컬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조영태 서울대학교 교수(인구정책연구센터장)가 맡았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의 흐름은 정해진 미래이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대응하며 미래를 바꿔가야 한다”면서 “로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해진 미래를 바꾸려면 ‘인구’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며, 지역의 공간 구조가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데 목표를 두기보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에 대비하고 현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도시의 개발과 발전에 도시 설계 초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시의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주 인구뿐 아니라 지역을 오가는 생활인구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로컬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생활인구를 고려한 공공정책과 지역에 필요한 것을 탐구해 바꿔나가는 민간기업(특히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영태 교수의 기조 강연에 이어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가 ‘시니어와 지역, 새로운 길 탐색’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보람 대표는 “신중년들이야말로 지역에서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수도권에서 태어난 청년들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는 많은 허들이 있지만, 지역에서 태어나 수도권으로 이주했던 신중년은 청년보다 지역에 대한 친밀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요즘 신중년은 자신을 위한 소비도 적극적으로 하지만, 자신을 위한 생활을 찾아본다. 건강이 중요한 은퇴 후 인생 3막을 보내기에 지역이 적합할 수 있다”면서 “지역은 넓고 할 일은 정말 많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지역에서의 생활이나 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의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정미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 실태와 대응 정책’을 발표했다. 윤정미 연구위원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생활인구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워케이션이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재택근무를 경험하자 네이버와 같은 IT 기업을 시작으로 유통 회사들도 직원들의 워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윤 연구위원은 워케이션 수요를 늘려 생활인구로 연결하려면 “아이가 있는 부모 근로자들의 자녀 동반 가능 워케이션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지역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소개할 것인가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찾는 인생 2막, 중장년 반응 뜨거워
이날 행사의 2부 프로그램에서는 이선영 씨앗 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의 완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와 권오상 주식회사 퍼즐랩 대표의 공주 재도전프로젝트 사례 발표, 노재정 협동조합 주인 이사장의 부여 재도전프로젝트 소개가 이어졌다.
완주와 공주 재도전프로젝트는 지역에 먼저 정착한 또래 중장년과의 만남과 현장 체험 등을 제공하고 참가자의 지역 살이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는 장으로 구성됐다. 중요한 점은 농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델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장년들의 가장 큰 수확은 ‘소속감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을 공감하는 또래가 생겼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지역에 또래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것.
이선영 대표는 “본인이 지역사회에 가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고 말했을 때 중장년의 경우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층이 서로 만나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처럼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연대 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오상 대표는 “본인이 생활하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라면서 “행안부의 재도전프로젝트는 그런 의미에서 중장년과 청년의 재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의 지역 살이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가 무척 좋았다”면서 “도시에서 가지고 있는 본인의 커리어나 관계망,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들을 도시에서 지역으로 이동해 어떻게 하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귀농귀촌이 아닌 다른 형태의 지역 이주를 고민하는 중장년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평가다.
권 대표는 “청년들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중장년들은 한 사람의 세계가 지역으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면서 “여러 지역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중장년의 세계와 지역을 연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요소들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업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쌓았지만, 현재 업무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중장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팀으로 협력할 수 있는 중장년 △은퇴하고 나의 재능을 가지고 봉사하고 싶은 중장년이라면 지역에서 더욱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노재정 협동조합 주인 이사장은 곧 진행될 부여의 재도전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결국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누구와 무엇을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역에 다녀간 사람들이 커뮤니티 자본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로 지역의 혁신성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를 느끼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하고 외부에서 오는 분들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극장이지만, 귀농 드라마만큼 난감한 장면을 복잡다단하게 보유한 장르도 드물다. 폭풍 속의 질주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귀농은 매우 역동적인 인간사의 전시장이다. 자칫 고난과 고통에 갇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모험적인 도전이다. 귀농 10년이 지나서도 두 발로 서지 못한 사례가 드물지 않으니까. 이에 비하면 한철영(65, 태경농산 대표)은 순풍에 돛을 매달고 내달렸다. 출발은 소박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는 기세등등하다. 몇천만 원에 불과했던 초기의 매출은 우상향을 거듭해 지난해엔 1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 원. 비약이다. 흔치 않은 케이스다.
한철영은 30여 년을 근무한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2012년에 귀농했다. 애당초 귀농에 뜻을 둔 건 아니었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한가하게 인생의 가을을 영위할 수 있는 귀촌을 염두에 두었을 뿐이다. 그는 안성시 대덕면의 한적한 농촌에 땅을 미리 마련해뒀다. 시골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 전원생활을 맛볼 작정으로. 그러다 상황이 바뀌었다. 그가 미리 사둔 땅은 10년을 묵혀둔 배 과수원이었다. 면적은 1300평. 이걸 주말농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략 손질하기 시작했는데, 어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푹 빠져들었단다. 의도하지 않았던 귀농에 덜커덕 뛰어든 셈이었다.
“농사 초심자가 배 농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모든 게 엉성하고 서툴렀지만 다행히 결실이 있어 주변 지인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반응이 좋았다. 맛이 아주 좋다며 판매하라는 요구가 많아 내심 놀랐다. 배 농사에 흥미와 의욕을 느낀 계기였다. 이듬해엔 시설을 보완해 본격적으로 농사에 나섰다. 결국 엉겁결에 귀농을 하게 된 것인데, 이듬해 농사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도시 직장인 연봉 수준의 판매수익이 났으니까.”
초기에 생산한 배 품질로 벌써 남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지? 노련한 농부도 품질 유지에 차질을 빚는 게 과수 농사인데.
“미숙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10년을 묵어 오히려 좋아진 토질에 힘입어 괜찮은 배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농사 기술과 물정을 익히기 위해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해 지도를 받아 얻은 성과물이기도 하다. 통장님을 찾아가 도와달라 요청, 배 농사에 조예가 깊은 주민을 멘토로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건 큰 힘이 됐다. 농업이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좋은 인간관계, 믿음을 기반으로 한 유대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며 살아왔다.”
아무리 돈독한 사이라도 핵심 기술은 잘 안 알려주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지 않나?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주는 맛집 레시피처럼.
“다년간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심리는 인지상정이라 본다. 사실 주변 농부들에게 물어도 마땅한 답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스로 공부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상책이겠지. 따라서 나는 아내와 함께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에 입학해 2년간 공부했다.”
농업 교육기관의 교육이 이론에 치중돼 실제와 괴리가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교육장에서 접할 수 있는 건 강사의 교육만이 아니다. 수강생들과 교류하며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장이기도 하니까. 농업마이스터대학엔 수십 년간 배 농사를 지어온 지역 농민 다수가 학생으로 참여했다. 나는 그들의 도움으로 많은 걸 배웠다. 그들을 통해 배 농사의 실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배나무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한철영은 농사에 공을 들이는 일 못지않게 좋은 인간관계 형성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그걸 귀농의 리스크를 사전 방비할 수 있는 울타리로 삼았다. 자칫 외로운 섬처럼 고립될 수 있는 무심한 처신 대신, 마음을 열고 사람들 속으로 쑥 들어가 친선을 도모했다. 그건 곧 농사에 활기를 부여하는 동력원이 됐다. 그는 이렇게 귀농으로 바뀐 삶의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능동적으로 관여했다. 농사 기술 확보에도 민첩한 감각을 발휘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신뢰할 만한 기술 정보를 입수하면 바로 농장에 끌어들였다.
“농사의 기본으로 삼은 건 일명 ‘게으름뱅이 농법’으로 알려진 자연농법이다. 이를테면 억세게 올라오는 풀들을 갈아엎지 않고 퇴비를 만들어 활용했다. 유황 퇴비를 투입해 토질을 북돋우기도 했다. 덕분에 한결 풍미 좋은 배를 생산할 수 있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지? 작물을 애지중지하는 농심은 늘 감동을 주더라.
“배나무라는 생명체에게 어떻게 하면 자연 그대로의 생기로운 최적 조건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배나무가 배를 만든다는 건 후세를 남기는 고귀한 일이니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게 농부의 의무이지 않겠는가. 모차르트 음악을 배나무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듣는 귀가 있으려니 하며.”
사람도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배나무와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애기인가?
“사람에게도 농작물에게도 좋을 게 별로 없는 화학비료는 최대한 배제했다. 자연스러운 생태 환경이 유지되도록 농장의 흙과 경관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다. 덕분에 지렁이들과 두더지들의 천국이 됐다.(웃음)”
귀농인들은 흔히 판로 문제로 고심한다.
“실로 중요한 게 판로 확보다. 귀농 초기에 나는 팔 수 있을 만한 타깃을 미리 설정해 집중 공략했다. 예컨대 규모가 큰 기업에 4년 정도 해마다 배를 무상으로 선물해 관심을 유도했다. 그러면 기업은 마침내 대량 구매를 한다. 우리의 배를 직원들에게 줄 명절 선물용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오래 이어지게 마련이지.”
한철영은 1300평 배 과수원을 통해 연평균 매출 8000만 원을 올렸다. 남들은 그게 큰 액수라며 곧이듣지 않았다지. 그러나 그는 비좁은 경기장에서 뛰는 게 영 마뜩잖았던 모양이다. 확장 욕구가 그의 내부에서 마그마처럼 들끓었나? 그는 2018년 상당한 규모의 가공공장을 설립해 가공식품 생산에 나섰다. 주도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선행된 뒤의 일이었다. 가공사업의 당찬 개시. 이건 확실하고도 명민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단순한 생과 판매에서 나아가 사시사철 소비될 가공품을 생산하는 게 승산이 있다고 봤다. 고객의 니즈 역시 고품질 가공식품에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엔 위탁 전문업체에 맡겨 배를 재료로 한 즙과 농축식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품질에 문제가 있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 직접 가공하기로 하고 가공공장을 설립한 거다.”
어떤 식품들을 생산했나?
“주력 상품은 배와 도라지를 섞어 만든 발효 농축액 4종이다. 생강, 무말랭이, 맥문동, 감초 등을 넣은 발효식품 다종류도 생산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좋은 판매 성과를 거두었다. 가공품 생산 첫해부터 순항했다.”
차질이 빚어지진 않았나?
“뜻한 대로 일이 진행됐다. 시장의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를 나름대로 분석해 타기팅을 정확하게 한 덕분이었다. 상품 개발을 할 때면, 이게 과연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부터 숙고했다. 식품의 내용은 물론 포장 디자인을 고급화해 어디에 내놔도 뒤질 게 없는 상품을 만들었다. 현재 백화점 납품은 물론 수출도 하고 있다.”
‘고난의 서사’가 없다
한철영의 실력은 해외까지 알려졌다. 2021년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국제 식음료 품평회’(International Taste in Stitute)에 ‘통째로 갈아 만든 오미자’를 출품해 ‘최우수 미각상’(Superior Taste Award)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것. ‘통째로 갈아 만든 음료’ 시리즈엔 오미자, 청귤, 생강, 매실, 유자 등으로 만든 제품 8종이 있다. 그가 만든 가공식품은 어쩌면 창의의 산물이다. 시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고안한 아이디어의 힘, 풍미를 담은 상품, 게다가 매력적인 디자인까지 가미한 디테일 요소로 차별화를 구현했다. 그는 자못 새로운 유형의 농산물을 개발한 것이다. 새롭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으랴. 혁신하지 않고 멀리 갈 수 있으랴. 그는 삼성전자에서 쌓은 경륜과 재능을 끌어모아 농업에 쏟아부었다. 체질처럼 뇌에 정착한 과학적 사고를 풀가동해 귀농이라는 게임을 흥미진진한 쪽으로 밀어붙인다. 공부는 또 어떻고? ‘열공 모드’를 상시 가동한다.
“가공공장을 설립한 뒤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식품영양학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식품공장 경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심도 있는 식품 공부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귀농 장정엔 ‘고난의 서사’가 거의 없다. 매사 잘 풀려나간 것 같다. 어떤 배경이 있다고 보나?
“운이 좋았을 뿐이다.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보내준 선의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사실 내가 잘 아는 게 얼마나 되겠나? 다만 남들이 하는 방식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했다. 농업의 프로세스를 과학적으로 파악해 손실과 차질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나의 스타일, 나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고수해왔다. 그래야 새로운 걸 빨리 흡수할 수 있어서.”
누군가 귀농을 하겠다고 할 경우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
“사실 귀농으로 뜻을 성취하기란 쉽지 않다.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기가 매우 어렵다. 도시에서의 직업 활동보다 한결 고달픈 게 귀농 생활이다. 하루치 일을 하루에 마치기가 버거운 게 농사다. 난 예전 직장에서보다 서너 배쯤 더 많은 노동력을 쏟으며 뛰었다. 이처럼 팽팽한 생존 여건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귀농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도시보다 더 풍부한 기회가 농촌에 내재해 있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얘기다.”
그의 음성은 나직하고 태도는 수굿하다. 내놓는 언설엔 옹골찬 차돌이 박혀 있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무엇을 향해 그토록 맹렬히 달려가는 걸까? 돈? 아니다. 행복? 이 역시 아직은 아니란다. 그의 얘긴 이렇다.
“지금의 목표를 말하자면 ‘보람’이라고나 할까? 행복은 어느 정도 레벨이 됐을 때 찾아도 늦지 않을 테고.”
한철영이 주는 귀농 Tip
•귀농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자. 작목 선택, 판로 문제, 투자자금 규모 등에 관한 연구를 미리 충실히 하라.
•귀농 뒤 농업 소득이 발생하기까지 긴 세월이 걸린다. 최소 4~5년은 버틸 수 있는 여유자금을 마련해 귀농하자.
•소비 시장은 냉정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물을 생산하기보다 소비자가 좋아할 작물을 선택하자.
•특수작물에 섣불리 뛰어들지 말자. 시장성을 예측하기 힘들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미리 1~2년 정도 농사를 지어보고 귀농을 추진하자. 그래야 정착이 수월해진다.
•귀농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
•농토를 서둘러 살 일 아니다. 바가지 쓰기 쉽다. 수도권 외의 지역에 있는 농지 구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투자가치가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유산 순례기’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다양한 지역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지역N문화는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지역문화원이 함께 발굴한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서비스하는 지역문화포털입니다. 기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지역N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보성 사람이 잘라 말한다. “보성군이야말로 남도 여행 1번지이지!” 볼 것도 즐길 것도 먹을 것도 기억에 남을 것도 숱하다는 얘기다. 자세한 내용이야 캐묻지 않아도 알겠다. 주마간산식으로나마 예전에 보성 땅을 훑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풍경도 풍물도 역사도 문화도 개성이 있어 오래가는 여운을 남겨준 게 아닌가. 하오의 해변에 앉아 멍 때리며 바라본 바다에 일렁이던 붉은 윤슬을 잊을 수 없다. 찰나의 잔물결에 불과한 삶의 눈부신 슬픔을 환기시켜 죽비처럼 가슴을 쳤으니. 해서 내겐 그날의 윤슬이 보성 최고의 명장면으로 새겨졌지만, 여행자의 눈과 감성을 일깨우는 이 고장의 명소는 손가락으로 일일이 꼽기가 부족할 지경으로 즐비하다. 오늘은 건축문화유산을 답사할 참이다.
보성여관을 찾아간다. 벌교읍 다운타운 중심지에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에 한국인 강활암(姜活岩)이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그 시절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대형 여관이었다. 건물 7채에 방이 13개나 됐다. 요즘으로 치면 5성급 호텔? 이렇게 화려한 여관이 어떤 연유로 남도 끝자락 포구 벌교에 들어서게 됐을까?
당시 벌교는 상업과 교통의 요충이었다. 전남의 4대 도시에 들었다고 하니 기세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벌교의 번성은 일본인들의 거주와 왕래가 잦은 데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육상교통과 해상교통의 접점인 벌교의 지리적 이점을 영리하게 간파했다. 전남 내륙의 곡창에서 긁어모은 양곡을 벌교항을 통해 일본으로 운송했다. 즉 식민지 수탈기지의 한 전형이었다. 하루 20여 차례 화물선이 드나들 정도였으니 가혹한 정황이 훤히 비친다. 여하튼 벌교는 인파가 북적이는 도시였다. ‘본정통’이라 부른 신시가지가 형성됐다. 보성여관이 들어선 시대적 배경이 완연하다.
소설 ‘태백산맥’의 남도여관 그곳
보성여관은 건축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2004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후 2012년 복원작업을 통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일본식 건물의 특징인가? 전체적으로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 건물 전면을 가득 채운 유리문들과, 2층에 줄느런한 창문들이 외부의 햇빛과 거리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덕분에 오밀조밀해서 갑갑해 보일 수 있는 내부 구조에 생기가 돋는다. 주로 직선과 사각의 연쇄로 이어진 공간이라는 점도 우리의 전통 건축과 다른 걸 알 만하다. 가늘고 날렵하게 깎아 세운 사각기둥, 널빤지로 마무리한 벽면과 천장, 다다미방, 중정에 조성한 작은 정원…. 곳곳에서 일본식 작풍이 느껴진다. 독특하기론 원래의 용도대로 지금도 여전히 여관과 찻집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공연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단순히 관람만 할 수 있는 여느 근대 건축유산과 달리 보성여관은 실제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보성여관은 조정래의 밀리언셀러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남도여관’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조정래는 성장기 한때를 벌교에서 살았다. 벌교의 변천사와 벌교 사람의 희로애락에 밝다. 그래 ‘태백산맥’에 벌교의 지형지물과 풍속과 인물을 끌어들여 리얼하게 묘사하곤 했는데, 보성여관은 그중 한 곳이다. 거장의 소설에 출연한 보성여관의 운세는 별안간 환하게 열려 드라마틱한 상승을 하기에 이르렀다. ‘글 감옥에 갇혀 살면서도 황홀하다’는 조정래의 치열한 문학정신까지 더듬어보게 하는 명소로 부상했으니까. 보성여관만이 아니다. 벌교읍이 통째 ‘태백산맥’의 아우라에 힘입어 활기를 띠게 됐다. 답사객들이 밀려들면서였다. 조정래의 문학 장정과 작품세계를 알아볼 수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이 건립되고, 덩달아 ‘태백산맥 문학기행 코스’도 마련되면서 문예적 공기마저 감도는 곳으로 변했다. 소설 한 편이, 잘 보존된 근대 건축물이, 고즈넉했던 지방 소읍을 생동감 넘치는 문화지구로 바꿔놓은 셈이다.
참 아름다운 숲속의 정자, 열화정
이제 조선 고택을 만나기 위해 강골마을로 접어든다.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에 있다. 강골마을은 원래 바닷가 마을이었다. 마을 뒤편으로는 야트막한 산들이 펼쳐지고, 자연이 연주하는 원초적 선율에 다름 아닌 파도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던 곳이었다. 그러다 간척사업으로 바다가 저 멀리로 밀려났다. 하지만 강골마을은 여전히 수려하다. 풍수지리상 길지라고 한다. 그러니 눈 밝은 옛사람들의 정주가 필연이었겠지. 이곳엔 ‘이진래 고택’과 ‘이정래 고택’이 있다. ‘이준회 고택’도 있다. 보성 지역 사대부 가문의 전형적인 건축양식을 구현한 셋 모두 국가지정문화재다.
마을 뒷산 초록 풀숲엔 살포시 감춰진 듯 조붓한 길이 하나 있다. 섬려한 발길을 기다리는 오솔길인가? 바닥에 희고 미끈한 박석들이 깔려 있다. 이윽고 길 끝에서 열화정(悅話亭)이 모습을 드러낸다. 숲속에 묻혀 사는 은자처럼 평온한 정자다. 아름다워 첫눈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작은 집이다. 협착한 산골짝에 걸맞은 크기라서 조화롭다. 조선 후기 문신 이진만이 지은 정자로 앞면 4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집이다. 자연석을 쌓아 올린 기단 위에 사뿐히 올라앉은 정자다. 덤벙 주춧돌 위에 세운 둥근기둥, 누마루와 쪽마루와 툇마루, 기능성을 고려해 배치한 방들, 방과 아궁이를 연결하는 작은 쪽문 등 고수의 배합 솜씨가 능란하다.
숲은 초록 일색이다. 여름으로 가는 나무들이 토하는 저 초록빛 아우성이라니. 실바람 한 뭉텅이에도 서슴없이 설레어 몸을 흔드는 꽃들, 잎사귀들. 식물들의 희열과 자유를 이해할 만하다. 열화정 주인은 이 청산에 묻혀 나무처럼 살고 싶었나? 속세의 탐욕과 광기를 밀어내며? 세상과 절연하고 싶은 심정일 때 의지할 곳은 자연이다.
김현진 보성문화원 원장
‘막걸리 페스티벌’로 한국을 쩡쩡 울려보겠다!
보성은 예로부터 산·바다·호수를 일컫는 3경(三景)과 의향·예향·다향을 뜻하는 3보향(三寶鄕)의 고장이라 불렸다. 김현진 보성문화원 원장에게 보성의 문화에 관해 이모저모 얘기를 청해 들었다.
“먼저 바로잡고 싶은 것이 있다. ‘벌교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마라’는 말에 관해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인데, 보성 땅 벌교가 마치 주먹으로 위세를 떨치는 이들이 많은 고장인 양 엉뚱한 오해를 초래했다. 팩트는 그게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순사가 벌교장에서 아낙을 희롱하는 것을 보고 안규홍 의병장이 일본 순사를 한주먹으로 때려눕힌 사건에서 유래한 말이니까.”
보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펼친 고장이다. 보성군은 의병장 안규홍의 동상과 ‘황금주먹’ 조형물을 만들어 설치했다. 사실관계를 외부에 알려야 할 필요를 느껴서인 것 같다.
흔히 가치 있는 근대 건축유산들이 속절없이 사라지거나 망가졌다. 반면 보성여관은 원형 훼손 없이 잘 보존됐다. 그 배경이 있다면?
“보성 사람들은 일찍부터 보성여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인식하고 소중하게 여겼다. 심지어 개발 바람이 거셌던 새마을운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2008년 문화재청이 매입해 관리에 나섬으로써 안전한 보존 조건을 확보하게 되었다.”
지자체마다 문화원의 역할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문화원의 존재감을 실감하지 못한다. 왜 그렇다고 보나?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원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단체지만 혁신에 소홀하다. 침체를 털어내고 이미지를 제고해야 하는데 잘 구현되지 않고 있다. 문화원은 지역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개발을 통해 그릇을 채워야 하는데 여전히 구습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7년째 보성문화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그간 거둔 성과를 소개한다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새롭게 디자인하고자 노력했다. 내심 전국 최고의 문화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그러자 성과가 나오더라. 다양한 문화 테마를 설정, 내실 있는 운영을 하자 주민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내줬다. 보성문화원은 이미 주민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셈이다. 보성문화원을 통해 문화를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청년층의 동참도 적극적이다.”
보성군은 ‘서편제보성소리축제’로 2022년부터 2년 연속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을 받았다. 김 원장은 내년에 흥미로운 축제 하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국의 모든 막걸리와 국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막걸리 페스티벌’을 열어 ‘한국을 쩡쩡 울려보겠다’는 것.
노인 등 교통약자 보행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경계석 턱낮춤 상한폭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인천광역시 보행환경 지침’(이하 인천 보행 지침)상 경계석 턱낮춤 폭 설치기준(1~1.5m)를 개선하도록 인천광역시에 의견표명을 제출했다.
인천광역시·인천도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인천 검단신도시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2013년 3월 제정된 ‘인천 보행 지침’에 따라 횡단보도 경계석을 ‘부분 턱낮춤’ 으로 설치하고 있다.
앞서 입주 예정자들은 교통약자의 보행안전을 위해 동탄 등 다른 신도시처럼 ‘전체 턱낮춤’으로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인천도시공사는 ‘인천 보행 지침’에 따라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입주예정자들은 지침상 횡단보도 경계석 ‘부분 턱낮춤’ 설치기준을 개선해달라고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법령 검토와 관계기관 현장회의, 사실관계 및 유사사례 조사 등 다각도로 검토했다.
조사 결과, 국토교통부의 ‘교통약자법 편의증진 시행규칙’은 경계석 턱낮춤 폭 상한 제한 규정이 없는 반면 ‘인천 보행 지침’은 턱낮춤 폭 상한(1.5m)을 제한하고 있었다.
해당 지침은 2013년에 제정됐는데, 전동휠체어·노인전동차 등 다변화된 보행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서울특별시 교통약자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턱낮춤·점자블록 등 횡단보도 관련 불편이 40.5%로 턱낮춤 관련 사항이 교통약자 보행환경의 주된 장애요인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사업시행자가 현장 여건에 맞는 적합한 경계석 턱낮춤 방식을 택하도록 ‘인천 보행 지침’상 횡단보도 경계석 턱낮춤 설치기준을 개선하도록 했다.
권익위 임규홍 고충민원심의관은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법령·제도 등을 과감히 개선하여 범정부 규제혁신 기조를 충실히 뒷받침하고, 적극행정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가 주목받고 있다. 제론테크놀로지란 노인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노인 세대를 위한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특히 오는 10월 대구에서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가 개최될 예정으로 이목이 집중된다.
제론테크놀로지는 1980년대 말 유럽에서 도입된 분야로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삶을 목표로 한다. 스마트 헬스 케어, 스마트 돌봄, 스마트 홈, 스마트 도시,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여가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령자의 관점과 경험을 반영한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1989년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가 설립됐으며,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한국지부는 실버산업전문가포럼에서 운영한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2003년 설립된 보건복지부 민간단체로서 실버 산업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회장 심우정)과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한국지부(회장 박영란)는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대구 엑스코(EXCO)에서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2022 World Congress Gerontechnology)를 개최한다. 주제는 ‘기술과 삶 :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이다.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가 주최하는 제13회 국제학술대회(ISG 2022)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주최하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 엑스포&포럼(IGEF 2022)을 하나로 통합하여 진행하는 행사다. 대구시가 주최하는 ‘2022 대구 액티브시니어 박람회’도 동시 개최된다.
‘ISG’는 국제 학술대회로서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회장인 힐리안티 콜트 교수(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 디지털 헬스 케어 분야의 수미 헤랄 교수(영국 랭커스터 대학), 인공지능 전문가 오혜연 교수(카이스트), 고령친화도시 전문가 알래나 오피서 부서장(세계보건기구 인구 변동 및 건강 노화 담당 부서), 디지털 기반 건강 노화 솔루션 개발 전문가 크라우스 니덜 랜더 대표(유럽 AAL협의회), 캐나다 AGE-WELL 총괄 책임자 알렉스 미하일 디스 교수(토론토 대학)가 주요 강연자로 참여한다.
강연 외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대구시는 스마트시티, 의료 산업, 로봇 산업, 지능정보 산업 등 제론테크놀로지를 선도하는 지역이다. 이에 ISG는 대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제론테크놀로지 현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관광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IGEF는 엑스포·포럼 분야를 담당한다. IGEF는 100세 시대를 맞아 글로벌 100대 제론테크놀로지를 선정한다. 시니어의 삶을 혁신해 생활의 질을 높이고 고령사회의 올바른 환경을 조성하는 100개의 제품·서비스, 100명의 전문가, 100개의 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또한 제론테크놀로지 쇼케이스(발표·논의)와 평가회를 진행해 우수한 제론테크놀로지의 해외 진출 기회를 연다.
엑스코 전시장에는 글로벌 제론테크관을 만들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의 다양한 제론테크놀로지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특히 특별관 ‘치매&돌봄존’, ‘소셜로봇존’, ‘DX(디지털 전환) 도시관’을 마련해 고령사회 기술에 관한 관심을 드높인다.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에는 전 세계 2000명 이상의 제론테크놀로지 사용자, 학자, 연구자, 공무원, 기업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국내외 고령자를 위한 제론테크놀로지 정보를 한자리에서 접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3년 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 이에 장수경제, 시니어 비즈니스 등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 도전과 기회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본지의 운영사인 이투데이피엔씨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8월 9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에 본지는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의 미디어 주관사로 참여한다.
실버산업TV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의 유튜브 채널 ‘실버산업TV’(www.youtube.com/c/실버산업TV)를 방문해보자. ‘2022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에 관한 홍보 영상, 설명회 영상 등이 게재돼 있다.
고품격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운영사인 이투데이피엔씨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9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고령친화산업 발전 및 디지털 전환 시대 대응을 위한 상호 협력을 골자로 한 이 업무협약식은 이투데이빌딩 본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협약식에는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의 심우정 회장과 최춘희 기획팀장, 이투데이피엔씨의 김덕헌 본부장, 이준호 편집장이 각각 참석했다.
주요 협력 내용은 양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 행사 기획 및 운영, 관련 연구개발 사업, 관련 인력 양성 사업, 행사의 공동주관 후원 협찬 등이다.
이와함께 본지는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 개최하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학술대회(ISG 2022)’에 공동후원으로 참여한다. 2003년 설립된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한국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은 오는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을 주제로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학술대회(ISG 2022)를 개최한다.
이번 협약으로 본지는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의 미디어 주관사로 행사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심우정 회장은 “국내 유일의 온ㆍ오프라인 시니어 매거진과 파트너가 되어 기쁘다”며, “국내 실버산업의 발전에 함께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피엔씨 김덕헌 본부장은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제론테크놀로지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며,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역할도 중요해 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실버산업전문가포럼과 함께 고령화를 대비한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론테크놀로지(노인학+기술)는 1980년대 말 유럽에서 도입된 분야로 나이 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편리하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개발과 서비스 디자인을 포괄한다.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 돌봄, 스마트 홈, 스마트 도시,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여가문화 등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번 대회에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회장인 힐리안티 콜트(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 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수미 헤랄(영국 랑캐스터대) 교수, AI 전문가 오혜연 카이스트 교수, 고령친화도시 전문가 알래나 오피서 세계보건기구 인구변동 및 건강노화 담당 부서장 등이 강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