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퇴직 예정인 손 씨는 퇴직 후 재취업 등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원하고 있다. 또한 손 씨는 현재 가입 중인 연금계좌의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납입을 계속하며 세액공제 혜택을 보려고 한다. 손 씨는 2023년부터 퇴직소득세와 개인연금 관련 등 제도 변화가 많다는 뉴스를 보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퇴직소득공제 확대
퇴직급여에 대한 세금은 퇴직소득금액에서 퇴직소득공제와 환산급여공제를 적용해 과세표준을 구한 다음 과세표준 금액별 세율을 곱해 환산 산출세액을 계산하고, 이를 근속연수로 나누어 최종 퇴직소득세를 산출한다.
근속연수 20년에 퇴직소득금액이 1억 원인 손 씨가 올해 퇴직한다면 퇴직소득공제되는 금액은 4000만 원(1500만 원+250만 원X(20년-10년))이고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는 112만 원이다. 만약 같은 조건(20년 근속, 퇴직소득금액 1억 원)으로 손 씨가 작년에 퇴직했다면 퇴직소득공제는 1200만 원이고 퇴직소득세는 268만 원이었을 것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적용되는 퇴직소득공제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퇴직소득세 절세 규모 역시 증가했다. 바뀐 퇴직소득공제는 2023년 1월 1일 이후 퇴직자부터 적용한다.
연금계좌 세제혜택 확대
세액공제받을 수 있는 연금계좌(DC, IRP, 연금저축) 납입 한도가 늘어났다. 작년까지 세액공제받는 연금계좌 납입액은 50세를 기준으로 한도가 달랐다. 50세 미만이면 연금저축 연간 4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700만 원까지, 50세 이상이면 연금저축 연간 6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총급여 1억 2000만 원(종합소득금액 1억 원) 초과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연금저축 연간 3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했다.
올해부터는 연령 및 총급여 1억 2000만 원(종합소득금액 1억 원) 초과 기준이 없어졌다. 2023년 1월 1일부터 연금계좌 납입분은 연령과 소득에 관계없이 연금저축 연간 600만 원, IRP까지 합하면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세액공제율(15% 혹은 12%)은 기존에는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금액 4000만 원) 이하이면 납입액의 15%를,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금액 4000만 원) 초과자이면 납입액의 12%였다. 올해부터는 세액공제율 적용 종합소득금액 기준이 4000만 원에서 4500만 원으로 상향되었다.
연금계좌 납입 시 세제혜택 확대와 연금계좌 수령 시 세제혜택도 추가되었다. 기존까지 연금계좌에서 수령하는 금액 중 연간 1200만 원을 초과하는 연금소득(공적연금은 제외된 금액)은 연금소득 전액을 다른 소득과 종합과세했다. 올해부터는 연금소득 1200만 원을 넘더라도 분리과세(세율 15%)를 선택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세부담의 적정화 취지로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했다.
전년도 주택분 세액 대비 일정 비율 초과분에 대해서 과세 제외하는 ‘세부담 상한’의 경우 기존에는 2주택자의 경우 150%,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2주택 포함)의 경우 300%이던 것을 올해부터 150%로 일원화했다. 다만 법인의 경우 상한선이 없는 것은 변함이 없다. 또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을 공시가격 11억 원(기존)에서 12억 원으로, 개인이 보유한 1세대 1주택 외의 일반주택의 경우 기본공제금액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여 세부담을 완화했다.
1세대 1주택 임대소득 과세대상 고가주택은 기준시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인상했다.
대출규제 단계적 완화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한도가 20~50%로 제약되었으나 규제지역 내 LTV 한도가 50%로 상향 단일화되었다. 또한 1월 5일부터 서울의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을 제외하고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됨으로써 나머지 지역의 LTV가 70%까지 완화되었다. 2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과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된다. 규제지역 완화에 발맞춰 서민·실수요자(부부 합산소득 9000만 원 이하, 주택가격 9억 원 이하, 무주택)의 대출한도를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인 DSR 규제는 현행(은행권 40%, 비은행권 50%)대로 유지한다. 참고로 DSR 계산에 사용되는 총부채엔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일반신용대출, 자동차할부대출, 카드론 등이 포함된다.
서민·중산층 세부담 완화
근로자의 식사비 부담 완화를 위해 식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현행 월 10만 원에서 월 20만 원까지 확대한다. 그리고 소득세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했다.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기간 확대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적용해서 양도차익을 계산하여 과세하는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를 기존에는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 기간의 양도 시에 적용했다. 그런데 2023년 1월 1일 이후 증여받아 양도하는 자산의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한다. 이는 특수관계자 간 증여를 통한 양도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다.
바뀐 제도를 꼼꼼히 살펴 소중한 노후 자금 설계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전 세계 경제가 침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고물가·저성장 환경 등 암울한 소식만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솟아날 구멍은 있다. 불황의 시기, 구명줄이 되어줄 금융 상품에 대해 알아보자.
1 ‘호시탐탐’ 금리 높은 상품 노리고 있다면
파킹 통장
주차장에 잠깐 차를 대듯 목돈을 은행에 ‘파킹’(parking)하면 일반 통장만큼, 혹은 그보다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금 상품이다. 일반 입출금식 통장과 달리, 은행이 제시한 기준 이상을 예금하면 하루를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주로 1년 이내에 사용할 비상금이나 목돈을 잠깐 보관할 용도로 사용한다.
정부의 금리 인상 규제로 인해 일반 예·적금 상품 금리의 고공행진은 한풀 꺾였지만, 인터넷은행 파킹 통장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 파킹 통장 상품의 금리가 높다는 점이 특징. 인터넷은행이 여유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은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하나은행의 ‘머니박스 통장’으로 최대 연 2.9%(2023년 1월 기준)의 금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는 우대 조건을 채운 경우에 한해 300만 원 이하 금액에만 해당된다.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0.1%의 금리만 적용된다.
▶ 주요 상품 금리(2023년 1월 기준, 세전)
-케이뱅크 ‘플러스박스’ 최대 3억 원까지 연 3%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최대 1억 원까지 연 2.6%
-토스뱅크 ‘토스뱅크 통장’, ‘토스뱅크 모으기’ 5000만 원까지 연 2.3%, 5000만 원 초과분부터 연 4%, 금액 한도 없음
[TIP] 파킹 통장과 CMA 통장, 무엇이 다를까?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 계좌인 CMA 역시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가 붙는다. 주로 단기 여윳돈을 넣어두고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용도로 쓴다. 인터넷은행의 파킹 통장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연 3%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대부분 안정적인 곳에 투자해 원금 손실의 위험이 적지만, CMA는 어디까지나 투자 상품이므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5000만 원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 상품과는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2 한정된 자금으로 정기적 현금흐름 만들려면
개인형 IRP(퇴직연금)
‘신한 미래설계보고서 2022’에 따르면 다른 세대에 비해 50대의 개인형 IRP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향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보다 누릴 수 있는 세제 혜택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세액공제 금액이 900만 원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직장에 다니는 50대는 노후 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절세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IRP는 모든 금융기관이 취급하고 있으니 어느 기관을 선택해도 좋다. 다만 기관 내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어 수익률 관리나 고객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면 더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다. 거래 은행을 찾아 개인형 IRP 계좌의 연금 수령 시뮬레이션과 운용 상품에 대한 안내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김봉학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향후 시장금리 인하를 감안한다면 3~5년 만기 예금(연 4.5~5.6% 수준)으로 운용 상품을 당장 변경한 후 미리 연금 수령 계획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고 귀띔했다.
▶ 주요 상품
-예·적금 상품, 투자 상품(ETF 포함) 등 각 사별 확인 요망
[TIP] 너무 많은 IRP, 내게 맞는 상품 선택하려면
한희윤 신한은행 연금솔루션마케팅부 수석은 “상품이 너무 다양해 선택하기 어렵다면, 디폴트옵션 제도를 활용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제)이란 가입자의 무관심 등으로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정해놓은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퇴직연금이 예금 상품으로만 운용돼 수익률이 저조한 현상을 막고, 노후 소득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7가지 상품 중 선택할 수 있다.
인컴(Income)형 상품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중장년층에서는 투자보다 안정적인 정기예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금리는 일시적 상황일 뿐이고, 향후 저금리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므로 자산의 일정 비율은 저축이 아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이때 중장년층이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 바로 인컴(Income)형 상품이다. 절세형 채권은 낮아진 채권 가격과 기준금리가 정점인 현재, 향후 자본 차익 비과세 효과가 기대되는 상품이다. 고금리 시기에는 채권보다 예금이 선호되기 때문에 시중금리보다 이자가 낮은 채권은 액면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발행된다. 가격이 낮아진 채권을 사면 만기 시점에 매매차익(비과세)을 얻을 수 있다. 김봉학 PB팀장은 “최근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연 5% 이자 수준의 채권 중 할인 채권에 투자하면 예금 수익과 절세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통상 매 분기 혹은 반기마다 쿠폰(채권에서 지급하기로 약정된 금리)을 지급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나 종합소득세 부담을 더는 세제상의 이점도 누려보자.
그밖에 인컴형 상품으로는 월 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와 거래소에 상장된 리츠(REITs) 상품이 있다. 먼저 월 지급식 ELS란 S&P500과 같은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상품이다. 발행일 지수 대비 매월 평가일에 지수 수준이 통상 60~65% 이상일 경우 연 6~9% 수준의 쿠폰이 매월 지급된다.
리츠는 부동산 및 관련 자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김봉학 PB팀장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주가가 동반 하락했고, 그로 인해 높아진 시가배당률(연 5~8% 수준)과 일정 조건 충족 시 배당소득에 대한 저율 분리과세(9.9%)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 주요 상품
-절세 채권, 월 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 리츠(REITs) 등 각 사별 확인 요망
[TIP] 투자할 자산 비율은 어떻게?
100에서 본인 나이를 빼고 나온 값만큼 수익성 위주 투자자산에 넣는 ‘100-나이’ 투자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희윤 수석은 “고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을 적극 활용하되, 현재의 고금리 상황을 벗어나 향후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예금 금리를 상회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더 좋은 신용카드 찾고 있다면
쏠쏠한 혜택을 제공하던 카드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무이자 할부 기간도 축소되는 추세다. 신한카드,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대형 유통가맹점, 온라인 쇼핑몰 등과 제휴해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KG이니시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찾아볼 수 있었던 12개월 무이자 할부 등 장기 무이자 할부 혜택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소비자는 이에 맞춰 카드 사용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를 쓴다면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 등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전기료·가스요금·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은 카드 소득공제 항목에서 제외되므로, 할인 혜택을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 신용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고릴라’ 측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고정비 위주로, 체크카드는 변동비 위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TIP] 연말정산 소득공제율을 극대화하는 카드 사용법
연말정산 때 연간 카드(신용·체크·백화점·기명식 선불카드 등)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면 카드 이용액의 일부를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해준다. 카드고릴라 측은 “국세청에서 카드 소득공제를 할 때 결제 순서에 상관없이 신용카드 사용액부터 먼저 차감 공제한다”면서 “연소득의 25%까지 신용카드를 쓰고, 연소득의 25%를 초과하는 금액부터는 소득공제율이 높은 체크카드, 선불충전카드, 지역화폐, 현금 위주로 결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공과금·생활비 할인형
소비 관련 혜택보다 공과금, 주유, 통신 등 생활비 관련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수도·난방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사회적 분위기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드고릴라 측은 지난달 ‘2023년 신용카드 키워드’ 중 하나로 공과금을 들며, “지갑이 얇아지면서 각종 생활비에서 할인 혜택이 큰 카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 주요 상품
-신한카드 ‘Mr.Life’ : 월납요금 10% 할인, 전기·도시가스·통신요금 등 공과금 및 택시비 할인
-롯데카드 ‘로카(LOCA) 365’ : 아파트관리비, 전기·도시가스·통신요금 등 공과금, 대중교통비, 보험료 등 10% 청구할인
시니어카드
국민연금을 받고 있거나, 만 65세 이상으로 노인복지법상 경로자로 인정되는 경우에 발급을 추천한다. 국민연금증은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카드로, 종이형 수급증서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수급자임을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분할연금 등을 월 10만 원 이상 받고 있다면 국민연금증 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종류는 일반카드, 체크카드, 신용카드가 있다. 현재 우리은행, 농협은행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혜택은 은행마다 상이하다.
‘시니어패스’, ‘어르신 교통카드’라고도 불리는 무임교통카드는 만 65세 이상 경로자가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등록상 생일 날짜부터 발급이 가능하다. 선불식(단순 무임교통카드), 후불식(신용카드) 두 종류가 있다. 단순 무임교통카드는 주민센터(동사무소), 신용카드는 신한은행에서 신청하면 된다.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하며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순 무임교통카드의 경우 주민센터에서 발급하면 발급 수수료를 내야 한다. 반면 카드사를 통해 신청하면 별도 발급 비용을 내지 않고 수령 가능하다. 65세 미만의 경우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 주요 상품
-우리은행 국민연금증 일반카드: 신규 연금수급자 버스요금 2년간 지원(월 4회, 최대 5000원), 쇼핑업종(백화점, 대형마트) 5% 할인, 전국 병·의원/한의원 5% 할인, 주유 리터당 70원 할인
-농협은행 국민연금증 일반카드: 철도요금 30~50% 할인, 만 65세 이상 고궁·박물관 등 공공시설 현장할인, 만 65세 이상 경기·강원 지역 거주자 지하철 무임승차 가능
새해에도 금리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빚이 없고 예적금 위주로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은퇴자들에게 고금리 기조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그렇다고 무작정 고금리만 좇다가 돈을 맡겨놓은 금융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낭패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를 경험했던 은퇴자 강 씨가 고금리 시대에 현명한 노후자금 관리 방법을 알아보고자 상담을 신청해왔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서, 금리노마드
2022년 6월 말 803조 원이었던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잔고가 불과 넉 달 만에 84조 원이 빠져 2022년 10월에 719조 원이 되었다. 반면에 2년 만기 정기예금 잔고는 2021년 11월 말 1271조 원에서 출발해 1년 만에 약 267조 원이 늘어 1538조원이 되었다. 이런 자금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금리다. 2021년 11월 1%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2년 11월 말 현재 3.25%까지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2021년 말까지 1.5% 내외였던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2022년 말에는 5~6%대 수준까지 올랐고, 한때 저축은행이나 신협 및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 중에서는 10%대 금리를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금융당국의 지도로 금리 경쟁 과열은 한풀 꺾였지만, 2023년에도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고금리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금리노마드족’의 움직임이 더욱 왕성해졌다. 금리와 유랑자라는 뜻의 노마드(Nomad)의 합성어인 ‘금리노마드’는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예적금을 찾아 이동하는 행태를 말한다. 과거에 이들 금리노마드족은 일일이 금융회사를 방문하여 금리를 확인했지만, 이제는 금리를 비교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통해 금융회사별 금리를 앉아서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금리 비교 사이트로는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이 있다. 파인에서는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예적금의 금리를 비교해볼 수 있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기타 상호금융기관의 금리까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모네타’(www.moneta.co.kr)나 ‘마이뱅’(www.mibank.me)에서 제공하는 금리 비교 사이트를 활용하면 된다. 금리 비교 사이트는 특판 상품 정보 반영이 늦을 수도 있다. 때문에 고금리 상품에 관심이 있다면 상품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안전한 금융회사 찾아 재무건전성 확인
저금리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요즘의 고금리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고금리만 쫓을 일은 아니다. 돈을 맡긴 금융회사가 망하면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우체국에 맡긴 돈은 국가가 전액 지급보장을 한다. 하지만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에 맡긴 돈은 예금자보호제도에 의해 예금보험공사가 예금과 이자를 합하여 5000만 원까지 책임진다.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각 지역 조합은 해당 조합 중앙회가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 원까지 예금자보호를 한다. 새마을금고 등 단위 조합에 돈을 맡길 때 주의할 점은 예적금이나 정기예탹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되지만 조합원이 되기 위해 납입한 출자금은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예적금 등에 저축을 하는 경우에는 금리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금융회사의 안정성까지 따져봐야 한다.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일반적으로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수익성, 유동성 등 4개 부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 각 부분을 나타내는 주요 재무지표로는 BIS자기자분비율(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은 고정이하여신비율(자산건전성), 총자산수익률(ROA, 수익성), 유동성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유동성) 등이 있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재무지표들은 예금보험공사(www.kdic.or.kr)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나 지역 조합 등의 재무건전성은 새마을금고중앙회나 해당 조합 중앙회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더 적은 세금을 찾아서, 절세 금융상품 활용
이렇게 노력을 기울여 확보한 이자에 절세 혜택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대표적 절세 상품은 다음과 같다.
비과세종합저축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저축상품을 ‘비과세종합저축’으로 가입할 경우, 전 금융회사(은행, 보험, 증권, 상호저축은행 등)를 통틀어 5000만 원 범위 내의 해당 저축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특별히 정해진 의무 가입 기간은 없다. 비과세종합저축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도 넓다. 제외되는 상품으로는 증서가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 예금(CD, 표지어음 등), 당좌예금, 외화예금, 기존에 이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 장기주택마련저축 등이다. 비과세종합저축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은 만 65세 이상,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상이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 등이다.
정기예탁금과 출자금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조합은 예적금 이외에 정기예탁금도 취급한다. 정기예탁금의 만기는 1년 이상이고 금리는 정기예금 수준이다. 3000만 원 범위 내의 정기예탁금에서 발생한 이자에 대한 이자소득세는 비과세하고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부과한다. 정기예탁금은 조합원만 가입 가능하고,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1좌 이상의 출자금을 납부해야 한다. 1좌당 출자금은 5만 원 정도 수준이다. 출자금에 대해서는 해당 조합의 이익을 배당하는데, 조합원 1인당 1000만 원 범위 내의 출자금에 대한 배당은 전액 비과세한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만 15세 이상이면서 근로소득이 있거나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거주자이면서 직전 3개년 중 1회 이상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닌 자가 가입할 수 있다. 연간 납입 금액 한도는 2000만 원이고 최대 5년간 합계 1억 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3년 이상 가입하면 일반형일 경우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 중 200만 원까지 비과세하고, 총급여 5000만 원 이하 혹은 종합소득 3800만 원 이하의 서민형인 경우에는 이자와 배당소득 400만 원까지 비과세한다. 비과세를 초과하는 이자 및 배당은 9.9%로 분리과세하고 납세의무를 종결한다. ISA는 전 금융회사를 통틀어 1인 1계좌만 가입 가능하다.
직장에 다니며 농사를 짓다가 해당 농지를 양도하면 양도세 감면을 받을 수 있을까? 상속받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고 양도한다면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할까? 농지를 양도할 때 절세할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참조 국세청 ‘양도소득세 월간 질의 TOP 10’, 책 ‘당신에게 필요한 부동산 절세법’
사업용 여부, 세 부담 가른다
농지를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판단할 때는 재촌자경(在村自耕)한 기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재촌자경한 기간이 △양도일 직전 3년 중 2년 이상 △양도일 직전 5년 중 3년 이상 △보유 기간의 60% 이상 셋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사업용 토지로 인정돼 납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농지는 비사업용 토지로 인정돼 10%p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비사업용 토지란 토지를 소유하는 기간 중 대통령령(소득세법 시행령 제168조6)으로 정하는 기간에 지목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토지를 말한다. 예외 사항이 있지만 농지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유자가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지 않거나, 자신이 경작하지 않는 농지가 해당된다.
양도하고자 하는 농지가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면, 양도소득세는 기본세율 6~45%에 10%p를 가산해 16~55%로 중과세한다. 이에 더해 보유 기간 2년 이내에 토지를 양도할 경우에는 1년 미만 50%, 1년 이상 2년 미만인 경우 40%와 위 중과세율 중 큰 금액으로 과세한다. 그러나 양도차익에 대해 보유 기간에 따라 공제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 가능하다. 몇 번의 개정을 거쳐 현재 비사업용 토지는 10%p 중과가 적용되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적용되며 보유 기간은 당초 취득일로부터 계산한다.
비사업용 토지 예외 사유와 양도세 감면 방법
법령에서 정한 다음의 사유에 해당할 경우 비사업용 토지의 판단 기준인 용도 기준과 기간 기준을 불문하고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가 8년 이상 토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직접 경작한 농지를 해당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로부터 상속·증여받은 경우 해당 농지를 비사업용 토지로 보지 않는다. 즉 부모가 상속·증여 전에 8년 이상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직접 농사를 지었다면, 현재 상속·증여받은 농지 소유자인 자녀는 해당 농지 소재지에 살며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사업용 토지에 해당할 수 있다. 보유 기간에 제한 없이 언제든 팔아도 사업용 토지로 인정된다. 다만 양도할 때 농지가 도시 지역 내에 있다면 사업용 토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때 도시 지역이란 주거, 상업, 공업 지역을 뜻하며 녹지 지역 및 개발제한구역은 제외한다. 만일 1년 이상 재촌자경한 농지가 도시 지역으로 편입될 경우, 3년간 비사업용 토지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3년 이내 양도하면 감면이 적용되고, 3년이 초과하면 기간 기준에 따라 사업용 여부를 판단한다.
한편 사업용 토지로 상속받은 농지를 상속개시일로부터 △3년 이내 양도하거나 △3년이 지난 후 양도하더라도 상속인이 1년 이상 재촌자경을 한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양도세 세액 감면율은 100% 적용되나, 1년 이내의 감면 세액 합계 1억 원, 5년간의 감면 세액 합계 2억 원 한도 내에서만 감면된다. 따라서 농지 양도 금액이 크다면, 필지를 분산해 몇 해에 걸쳐 양도해 최대 2억 원까지 양도세를 감면 받기를 권한다.
버스가 오지 않는 가짜 정류장이 치매 환자의 배회를 막아주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에 이어 일본에서도 가짜 정류장을 활용하고 있다.
독일 “버스가 늦네요, 커피 한잔하세요”
가짜 정류장은 독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독일의 뒤셀도르프 벤라트 지구에 있는 ‘벤라트 시니어 센터’ 요양원은 시설 내에 버스가 오지 않는 가짜 버스정류장 간판을 세워두었다. 환자가 정류장 근처를 서성이면 잠시 후 직원이 다가와 정류장으로 안내한다.
버스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커피 한잔하며 기다리라고 말이다. 치매 노인은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안심하고 앉아 있다가 왜 버스를 타려고 했는지 잊게 된다. 이때 직원은 버스가 늦는 것 같으니 요양원 안으로 들어가자고 달래고, 환자는 요양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는 두이스부르크 시의 발터 코르테스 요양원도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을 만들었다. 집에 간다며 요양원을 뛰쳐나간 치매 노인이 실제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나가 행방불명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벤라트 요양원의 가짜 정류장 효과가 알려지면서 유럽에서는 병원, 요양원 등 여러 시설에서도 이런 정류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 알츠하이머 학회는 가짜 정류장에 앉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들이 안정을 찾는 과정에 주목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과거 떠올리게 하는 ‘회상 요법’
영국의 사우스엔드 대학병원 응급실 안쪽에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대기 장소이지만 치매 환자를 위해 버스 표지판과 운행 시간표를 두어 정류장처럼 꾸며두었다. 많은 치매 환자들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버스정류장을 잘 기억해내며, 그곳을 찾으며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영국 알츠하이머학회는 2025년 영국의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며 치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치매를 늦추기 위해 ‘회상 요법’에 관심이 있다.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를 통해 환자가 기억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치매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 방법을 통해 기억을 잃는 속도를 늦출 수 있으리라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에 영국의 런던 로열프리병원도 버스정류장을 설치하고 벽면은 수십 년 전의 신문으로 장식해두었다. 버밍엄 로버트 하비 요양원은 195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우체국, 정육점 등을 두어 거리를 꾸몄고, 브래드퍼드의 앵커밀 요양원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틀거나 로마의 휴일과 같은 오래된 영화를 틀어준다.
치매 친화 도시, 日 도요하시 ‘치매 환자도 안전한 거리’
치매 인구가 600만 명을 넘어선 일본에서도 ‘가짜 버스정류장’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이면 약 700만 명이 되어 일본 고령자의 20%가 치매를 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매 프렌들리 마을’로 유명한 일본의 도요하시 시에는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이 있다. 도요하시 시에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모이는 치매 카페 ‘안키카페’(アンキカフェ)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치매 환자는 보통 ‘가족을 만나러 가고 싶다’거나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배회하다가 길을 잃게 되거나 행방불명된다. 이 때 주로 찾아가는 곳이 버스정류장이다. 하지만 치매 환자는 5분 정도 지나면 자신이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버스를 타고 떠난 뒤 어디를 가려했는지 잊고 배회하지 않도록 버스가 오지 않는 가짜 정류장을 만들었다. 치매 노인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에 공감해 도요하시 철도 회사가 이전에 사용하던 진짜 버스정류장을 양도해주었다. 도요하시 철도는 직원들에게 치매 서포터 양성 강좌도 열고 있다.
도요하시 시에는 가짜 정류장뿐 아니라 약 10개의 치매 카페가 있다. 치매 환자나 그를 돌보는 가족들이 모이는 장소다.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치매에 관한 마음 상담도 한다. 또한 도요하시 시는 정기적으로 ‘치매 마을 만들기 보고회’를 하며 치매가 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거리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치매 인구 1억 시대, 대처는?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89만 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인구는 약 5000만 명이며 2050년에는 1억 5,200만 명으로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나 치료법이 연구되지 않고 있는 데다,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기관도 많지 않아 간호 대부분을 가족들이 맡고 있다. 치매 환자는 집을 나가 배회하다 행방불명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자신이 치매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가짜 정류장의 가장 큰 역할은 어딘가를 찾아가야 한다는 급박한 치매 노인의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준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노인에게 요양원 직원들이 “저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요”라고 안내하고 그곳에 앉아 안심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마음이 가라앉는 것.
많은 나라에서는 치매를 어떻게 완화할지, 치매 환자를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가짜 정류장’이 치매 환자의 배회를 막고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지금까지 전 씨는 은행 예적금이나 보험 상품 등 안정적인 금융 상품 위주로 돈을 모아왔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의 탄식을 들으면서 전 씨는 더더욱 자신의 투자 방법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자신과 비슷한 투자 성향을 가진 지인들이 얼마 전부터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채권 투자의 두 마리 토끼, 이자수익과 자본수익
채권 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올해 9월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장외채권은 14조 7650억 원이다. 지난해 개인의 연간 채권 순매수액 4조 5412억 원에 비하면 3배 이상 늘어났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가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채권 투자의 수익은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자수익’이다.
채권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액면가로 발행하면서 정해진 시기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가 일반적이다. 이표채의 이자 지급 기준이 되는 이자율이 표면이자율 혹은 표면금리인데, 영어로는 Coupon Rate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는 1만 원, 표면이자율 연 2%, 매년 말 이자 지급, 만기 10년인 채권에 1억 원을 투자하면 매년 이자 지급일에 200만 원의 이자를 받고 만기 시점에 원금 1억 원을 돌려받는다.
채권 투자의 또 하나의 수익은 ‘자본수익’이다.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할 수도 있지만 중도에 매매할 수도 있다. 채권을 매매할 때 매입 가격보다 매도 가격이 클 경우 ‘자본수익’이 발생한다. 채권의 자본수익이 발생하는 원인은 시중금리 변동이다. 만약 현재 은행 예금금리가 연 2%라면 채권의 표면이자율 역시 연 2% 수준은 되어야 투자자들이 채권을 매입할 것이다. 그런데 시중금리가 연 5%대로 오르면 이미 발행된 표면이자율 연 2%의 채권 가격은 액면가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더 싼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시중금리가 연 5%라고 가정할 때, 만기가 1년 남은 표면이자율 연 2%, 액면가 1만 원의 채권을 매입한다면 채권을 액면가 1만 원이 아니라 9714원에 매입해야 연 5%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때 현재 매입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만기수익률 혹은 시장수익률 혹은 유통수익률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채권수익률이라고 하면 이 수익률을 말한다.
채권의 여러 수익률 개념 중에 은행예금환산수익률이 있다. 채권의 총 투자수익률(자본+이자)을 개인이 이해하기 쉽게 은행 금리로 환산한 수익률을 말한다. 은행예금환산수익률은 채권의 세후수익률을 은행 이자에 대한 소득세율(15.4%)을 반영하여 계산한다.
공식으로 나타내면 ‘은행예금환산수익률=채권세후수익률/(1-0.154)’이다. 개인이 채권에 직접투자를 했을 때 이자수익은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자본수익은 과세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채권형 펀드를 통해 채권에 간접투자를 하면 이자수익과 자본수익 모두 과세 대상이다.
채권 투자는 금리(시장수익률)와 채권 가격 간의 관계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역(逆)의 관계다. 앞의 예에서 보았듯이 채권 가격은 확정된 미래 현금흐름(이자+액면가)을 금리(시장수익률)로 할인해서 계산한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이러한 채권의 속성을 고려한 채권 투자 전략은 방어적 투자 전략과 적극적 투자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방어적 채권 투자 전략
방어적 채권 투자 전략은 미래 금리 예측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전략으로 만기보유 전략, 사다리형 만기 전략, 바벨형 만기 전략, 인덱싱 전략 등이 있다.
1) 만기보유 전략
채권을 매입하여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투자 시점에 투자수익을 확정하는 전략으로, 금리가 안정적인 시장에서 평균적인 수익을 얻고자 할 때 활용하는 전략이다. 금리 예측이 필요 없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금리 상승 시 낮은 가격으로 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만기보유 전략은 투자회사가 부도날 경우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으므로 신용 분석에 유의해야 한다.
2) 사다리형 만기 전략
채권별 보유량을 각 잔존만기마다 동일하게 유지하여 금리 변동 시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의 가격 변동을 서로 상쇄시켜 수익률을 평준화하는 전략이다. 금리 예측이 필요 없고 채권 만기 도래 시 상환자금으로 다시 재투자하면 되므로 관리가 용이하다. 사다리형 만기 전략의 최장 만기 연한은 투자자의 유동성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매년 상환되는 채권의 원금이 전체 채권액의 20%가 되도록 하려면 최장기 만기는 5년이 된다.
3) 바벨형 만기 전략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단기 채권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장기 채권만 보유하고 중기 채권은 보유하지 않는 전략이다. 투자자의 유동성 필요 정도에 따라 단기 채권의 편입 비율을 결정한다. 금리 변동 예측에 따라 장기 채권 편입 비율을 조정함으로써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기화되어가는 장기 채권을 다시 단기 채권이나 장기 채권으로 교환해야 하므로 관리가 어렵고 교환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4) 인덱싱 전략
채권 시장을 대표하는 채권지수(Bond Index)의 성과를 복제하도록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적극적 채권 투자 전략
적극적 채권 투자 전략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금리 예측과 채권 비교평가 분석이다.
1) 잔존만기 구성 전략
만기가 긴 채권은 짧은 채권보다 채권수익률 변동에 대한 가격 변동폭이 크다. 잔존만기(채권 만기까지 남은 기간)가 길면 길수록 가격 변동폭은 커진다. 따라서 향후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수익률 변동에 따라 채권 가격 인상폭이 큰 장기 채권을 매수하여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 단기 채권을 매입하여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2) 표면이자율 구성 전략
이표채는 표면이자율이 낮을수록 가격 변동폭이 크다. 따라서 향후 시장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표면이자율이 낮은 채권을 매입한 후 실제 금리가 하락했을 때 채권을 매도하면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다.
3) 채권교체 전략
시장에서 가격 외 다른 조건이 동일한 채권들을 비교하거나 평가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채권을 매입하고 고평가된 채권을 매도하여 투자수익을 올리는 전략이다. 다른 발행 조건은 동일한데 채권 발행자의 신용에 따라 위험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예가 될 수 있다. 채권교체 전략은 시장이 일시적으로 불균형 상태에 있을 때 활용할 수 있지만, 시장이 효율적일 때는 초과이득을 얻을 수 없다.
4) 수익률곡선타기 전략
수익률곡선타기 전략은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하는 것을 이용하여 투자수익을 올리는 전략으로, 롤링 효과(Rolling Effect)와 숄더 효과(Shoulder Effect)가 있다.
롤링 효과란 시장 전체 금리 수준이 일정하더라도 잔존기간이 짧아짐에 따라 수익률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10년 만기 채권을 매입하여 상환 시까지 그대로 보유하는 것보다는 10년 만기 채권의 잔존기간이 9년 되는 시점에 채권을 매각하면 자본수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수익률 곡선은 각 잔존기간별로 그 수익률 격차가 일정하지 않다. 10년 만기 채권이 9년 만기 채권으로 잔존기간이 단축될 때의 수익률 하락폭보다 5년 만기 채권이 4년 만기 채권으로 단축될 때의 수익률 하락폭이 더 크다. 이처럼 롤링 효과가 잔존기간이 단기일수록 더 뚜렷해지는 현상을 숄더 효과라고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A는 B보다, B는 C보다 값이 더 크다. 수익률곡선타기 전략은 실제 수익률이 예상과 달라질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계획하며 살지 않는다. 거대 담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그 과정을 즐긴다. 그의 과학 이야기에 약 9만 명의 사람들이 열광하지만, 그는 “내 삶은 우연과 우연의 중첩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과학을 전하는 원종우 작가 이야기다.
‘파토’(Pato)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원종우 작가의 이력을 쭉 듣다 보면 맥락을 잡기가 쉽지 않다. 철학도, 록 뮤지션, 대중음악 운동가, 칼럼니스트, 정치사회 논객, 음모론 전문가, 다큐멘터리 작가, 과학 커뮤니케이터. 그를 수식하는 말이다. 경희대학교 철학과를 중퇴하고 런던 칼리지 오브 뮤직&미디어에서 기타를 전공했다. 이후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 작가, ‘딴지일보’ 편집장 및 논설위원 역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과학과 사람들’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는데, 그의 답은 한결같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어요.”
거대 담론을 농담처럼 던지는 과학
‘과학하고 앉아있네’는 거대 담론이라 불릴 만한 과학 이야기를 농담을 섞어 쉽게 전달하는 팟캐스트다. 2019년 말 기준 누적 1억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구독자 수는 약 9만 명, 유튜브 구독자 수는 약 8만 명에 달한다. 사람들에게 과학을 더 쉽게 알리고 싶었던 원종우 작가가 2013년 ‘과학과 사람들’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시작한 채널이다.
철학을 공부하고 록 음악을 하던 그는 어떻게 과학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걸까? 그의 과학 사랑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한 살 무렵, 당시로서는 거금인 4000원을 주고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라 불리는 어마무시한 두께의 책 ‘코스모스’를 샀다.
“당시에는 대중교양 과학 서적이 거의 없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 아무리 똑똑하대도 그 책을 어떻게 다 이해하겠어요? 대신 예쁜 컬러의 우주 그림이 많았고, 1부는 스토리가 재밌었죠. ‘코스모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과학책들을 찾아 읽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생기더라고요. 세상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게 된 거죠.”
그가 팟캐스트를 시작할 즈음에는 대중 과학이 태동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에서 다루는 것 같은 ‘바닷속에서 상어를 만났을 때 건전지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나, 맥가이버처럼 ‘무엇이든 고치는 과학’ 같은 접근이었다. 과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던 셈인데, 원 작가는 반대로 바라봤다. 특히 인문학 대중화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인문학이 대중화될 때 두 가지 소비 방식이 있었어요. 수박 겉핥기처럼 가볍게 다루거나, 청중이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방식. 둘 다 좋은 소비는 아니죠. 쉬운 과학은 오히려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거대 담론을 편하게 던져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과학은 스토리지만 어떤 건 수학이고 어떤 건 실험이잖아요. 대중이 이걸 100%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그 안에서 딱 한 가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꼭 가져갔으면 했어요. 과학으로 인문학 이야기를 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팟캐스트에서 제가 지향했던 부분이에요. ‘자, 지금부터 내가 거대 담론을 말할 거긴 한데, 듣는 사람은 과학하고 앉아있네 같은 시선으로 들었으면 해’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가 팟캐스트에서 다룬 상대성 이론 이야기만 모두 합해도 8시간 분량이다. 양자역학은 더 많은 분량의 오디오가 있다. 내용도 어려울 수밖에. 하지만 그는 그 안에 핵심이 있다고 강조한다. “핵심을 받아들이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되면서 눈이 열려요. ‘유레카’를 외치는 것처럼요. 제가 과학을 통해 느꼈던 경외감, 놀라움, 충격, 그리고 세상을 일상적인 경험 이상으로 이해하게 된 지점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는 전문가의 입을 통해 거대 담론을 설명하면서 청중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중간에서 통역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교수가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다면 ‘나는 바보인가’ 싶을 수 있잖아요? 그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제가 중간에서 ‘사실 몰라도 돼요’라고 농담을 던짐으로써 청중은 긴장을 풀게 되죠. 그러다 보면 정말 이해하는 사람도 생겨요.”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시대
미디어 채널이 홍수처럼 흘러넘치는 시대다. 팟캐스트가 흥행한 이후 유튜브와 같이 개인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대중을 상대하는 개인이 늘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자 그는 더 이상 통역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어쩌면 ‘어려운 과학 이론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그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시원섭섭한 마음이었다.
“제가 연구자는 아니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스스로 한계를 느꼈어요. 이제는 대중 앞에 나서는 연구자도 늘었고요. 과거에는 연구자가 대중을 상대하면 ‘연구할 시간도 없으면서 한가하네’ 같은 안 좋은 시선도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세상이 아니잖아요.”
‘내 역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그는 과학만큼이나 좋아하지만 한참이나 미뤄두었던 ‘픽션 쓰기’에 도전한다. 그렇게 나온 책이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다. 과학적 근거 위에 쌓아 올린 8개의 픽션이 실린 책이다. 각 픽션의 앞뒤에는 ‘앞설과 뒷설’을 달아 과학적 이해를 도왔다. 그는 픽션을 통해 생각해볼 지점을 남겼다. 영원히 죽지 않는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죽음이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한다거나, 자의식이 없는 AI만이 지구에 남아 살고 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묘사했다. 과학기술의 장점을 알지만, ‘인간에게 영생이란 어떤 의미인가’, ‘인공지능이 정말 자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책에서 다룬 주제들로 한참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야기하다가, 원 작가는 앞으로 12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0년을 산다는 게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120세의 모습으로 죽는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천천히 늙는다는 뜻이죠. 안티에이징의 연구 속도가 어마어마해요. 쥐 실험에서는 실제로 노화를 역전시키기까지 했어요. 쥐를 젊게 만든 거죠. 만약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우린 정말 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인류는 그런 기술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길게, 더 젊게 살 거예요. 좋게 말하면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고요. 문제는 그 시간의 지루함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죠. 그러니 그동안 어떻게 살 것인지 물을 수밖에요.”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인간은 언젠가 죽지 않을까.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웰다잉’(Well-dying) 개념이 나오는 이유다. 그에게 웰다잉에 대해 묻자 특유의 유머가 나왔다. “웰다잉의 반대는 배드 리빙 앤드 다이(Bad Living & Die)일 텐데요. 안 좋게 오래 살다가 안 좋게 죽는 거죠.(웃음) 모두가 느끼는 공포일 텐데요. 웰다잉에 대해서는 시야를 조금 더 넓고 멀리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지금 50대니까 70년을 더 산다고 가정하고 남은 생을 생각할 때는, 현재가 아니라 20~30년 뒤의 세상을 생각해야 해요. 그때는 또 얼마나 기술이 발전해 있겠어요? 연금, 기본소득 같은 개념도 오늘의 관점이 아니라 문제가 닥칠 미래 시점에 어떤 기술, 과학 등이 주변에 있을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야 해요. 사회는 거기에 맞춰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또한 AI나 로봇의 발전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노화를 눈치 보지 않는 노년기를 보낼 수 있을 거라 상상했다. 원 작가의 아버지는 올해 94세다. 지난해만 해도 정정했던 분인데, 올해 들어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자식들이 돌봄을 자처했지만 아버지는 오로지 어머니의 돌봄만을 허락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나이도 87세. 노노(老老) 케어다. 결국 요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버지가 ‘남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한다.
“요양원이라는 공간은 ‘수용자’가 되는 거잖아요. 이럴 때 AI, 로봇, 기계가 충실히 역할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로봇 앤 프랭크’라는 영화를 보면 이런 상황이 아주 잘 나타납니다.” ‘로봇 앤 프랭크’는 따분한 전원생활을 하는 프랭크에게 아들 헌터가 ‘VGC-60L’이라는 로봇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인간을 돕는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를 그렸다.
“상상을 해볼까요. 노인들은 아침잠이 없어 3, 4시면 일어나죠. 아무리 가족이 나를 잘 챙겨도 새벽 3시에 밥을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로봇은 항상 곁에 있고 부르면 원하는 걸 해결해줘요. 그렇다고 뒷말을 할 걱정도 없고요. 내가 돌봄을 받는데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게 굉장히 큰 부분이에요. 심지어 그냥 만사가 귀찮아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꺼버리면 돼요. 로봇의 내면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적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생긴다는 거죠.”
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그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이런 과학기술을 누구나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영생을 주는 기술이 나왔을 때 10억 원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책정되는 거예요. 소위 빈익빈부익부라는 양극화 개념이 단순히 건강이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까지 이어지는 거죠. 돈이 있으면 살고 돈이 없으면 죽는 거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회를 낙관적으로 봐요. 유동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서브프라임 사태라든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중간중간 에러가 생기지만, 인류는 모두가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게끔 조직된 생명체입니다. 게다가 지금 같은 초연결 시대에 인류는 하나의 유기체가 되었죠. 인류는 공도동망(共倒同亡)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려면 결국 기술은 가장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될 겁니다.”
스스로 일궈놓은 나만의 세계
노화를 늦출 수 있다면, 정말 120세까지 살게 된다면, 50세에 은퇴해도 70년이라는 세월을 더 보내야 한다. 살아온 시간 이상을 보내야 할 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원 작가는 ‘나만의 세계를 꼭 일구시라’ 당부했다.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나이가 120세여도 신체는 50세일 수 있죠. 그러면 그 사람은 50세의 능력치로 일하면 돼요. 노인이 많아진다고 무조건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겠죠. 과학기술이 이런 성과를 낸다면 사회는 그에 맞춰 움직일 거예요. 노화로 인해 일하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겁니다. 다만 그 기술이 적용될 때까지 우리는 늙어가잖아요. 이 시기를 살아갈 시니어들은 내가 경제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그 시간을 살아갈 내가 일궈놓은 세계가 있어야 해요.”
뭐라도 좋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는 악기 연주를 적극 추천했다. 오랜 시간 기타를 연주한 그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내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을 해보세요. 남이 알아주고 몰라주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악기는 손가락이 고장 나거나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계속 늘어요. 어제보다 낫고, 내일 되면 오늘보다 낫습니다. 마흔이 넘은 친구가 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를 칩니다. 그러니 좀 더디게 늘겠죠. ‘이걸 계속할까?’ 묻더라고요. 무조건 하라고 했어요. 20년 뒤에는 동네에서 피아노를 가장 잘 치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 거라고요. 피아니스트 될 거 아니잖아요.(웃음) 무엇보다 스스로 연주할 수 있는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게 중요한 거죠.”
그 역시 음악을 다시 해 앨범도 내고 연주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안 되어도 그만이다. 그저 그 과정이 좋다고. 하루를 계획하며 살지 않는다곤 했지만 꿈이 궁금했다. 그의 꿈은 ‘세계 평화’다. 무언가를 꿈꿔야 한다면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흑인과 백인이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처럼 ‘가치’를 꿈꿨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오늘도 그는 농담처럼 거대 담론을 던진다.
외벌이 가장 민 씨는 작년부터 노모 병원비까지 부담하는 상황이 되었다. 비상 예비자금을 따로 준비해두지 않은 민 씨는 제2금융권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 당장 손쉬운 대출을 자주 이용했다. 신용대출 만기 시점에 은행으로부터 신용평점 하락으로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통보를 받은 민 씨는 개인신용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을 받기 위해 상담 신청을 해왔다.
1~10등급의 신용등급제로 평가되던 개인신용이 2021년 이후 1~1000점의 신용평점제로 변경되었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자체 신용평점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 CSS)을 기준으로 대출 승인, 신용카드 발급, 한도, 금리 결정 등 각종 금융 거래를 위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때 CB(Credit Bureau)사(社)라고 하는 개인신용 평가회사의 신용평점을 참고한다. 2022년 8월 현재 개인신용평점에 따른 주요 은행별 일반 신용대출 금리를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개인신용평점에 따라 대출 금리는 최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대출 금액 1억 원을 10년 동안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상환할 경우 대출이자율 차이에 따른 월 상환금과 총 이자액은 ‘표 2’와 같다.
개인신용평점은 두 CB사에서 운영하는 ‘나이스지키미’와 ‘올크레딧’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하면 연 3회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2011년 10월부터 신용점수 조회 사실은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용점수에 이의가 있을 경우 신용조회회사 고객센터를 통해 신용점수 산출 근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CB사의 설명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금융감독원 민원센터인 ‘개인신용평가 고충처리단’을 통해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개인신용평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신용 관리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신용 관리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음 ‘표 3 신용평점 관리 자가진단표’에 하나씩 답을 해보면서, 개인신용평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CB사는 상환 이력, 부채 수준, 신용거래 기간, 신용거래 형태, 비금융/마이데이터 등의 정보를 활용해 개인신용평점을 평가한다. 첫째, 상환 이력이란 기한 내 채무 상환 여부와 채무 연체 경험에 대한 정보 등을 말한다. CB사는 연체 정보 중 10만 원 미만 혹은 5영업일 미만의 연체는 신용평점에 반영하지 않는다. 대신 연체로 등록될 경우 90일 미만의 단기 연체 정보는 3년, 90일 이상의 장기 연체 정보는 최장 5년까지 신용평가에 반영한다. 연체 기간이 장기일수록, 연체 금액이 클수록, 연체 횟수가 많을수록 개인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둘째, 부채 수준은 현재 보유한 채무의 수준을 말하며, 대출 상환 정보가 반영된다. 부채 규모가 클수록, 부채 건수가 많을수록 개인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득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경우 100만 원씩 두 번 받는 것보다 200만 원을 한 번 받는 것이 더 낫다. 보증채무도 부채 수준 정보에 포함된다. 단순히 신용카드를 여러 장 발급한 것은 신용평점과 상관이 없다.
셋째, 신용거래 기간은 신용 개설, 대출, 보증 등 신용거래 활동을 시작한 후 거래 기간에 대한 정보다. 연체 없이 대출 상환 기간이나 신용카드 사용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개인신용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고로 신용카드 정리 시 사용 기간이 오래된 카드를 유지하는 것이 신용평점 활용 면에서 유리하다.
넷째, 신용거래 형태는 대출거래 형태나 신용카드의 이용 형태와 관련된 정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을 경우 연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아 은행 대출보다 신용평점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반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개인신용평가에 더 긍정적으로 반영된다. 습관적인 할부는 상환해야 할 부채 수준을 일정 기간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일시불보다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단기 카드대출(현금서비스)은 신용평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신용카드 이용한도 대비 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신용평점에 부정적이다. 따라서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가능하면 높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신용카드는 한도의 30~40% 이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신용평점에 긍정적이다.
다섯째, 비금융/마이데이터는 고객이 CB사에 직접 등록하는 정보다.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료, 도시가스 요금, 통신 요금 등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납부한 실적을 CB사에 직접 등록하면 신용평점에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신용은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신용사회가 되어갈수록 개인의 신용 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용평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잘 숙지하여 신용카드 하나부터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용해야 노후의 재무건강을 지킬 수 있다.
과다 채무자 구제제도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가상화폐 등 투자한 자산의 가격하락으로 갑작스럽게 채무가 과다해진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땐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냉정한 판단과 가족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생활비를 대폭 줄이거나, 가족의 재무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채무가 가족의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채무자 구제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채무자 구제제도는 공적채무조정과 사적채무조정이 있다. 공적채무조정은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인데, 법원이 운영 주체다. 사적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 주체인데, 연체 기간에 따라 ‘연체 전 채무조정’, ‘이자율 채무조정’,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으로 구분한다. ‘표 4’는 우리나라 채무자 구제제도를 요약한 것이다.
공적채무조정 중 많이 활용되고 있는 개인회생은 연체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개인회생이 허가되면 채무자는 본인의 소득에서 부양가족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변제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부양가족 최저생계비는 매년 중위소득의 60% 수준에서 법원이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현재 개인회생 변제금 최장 납부 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이다. 다만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이라고 해서 갚아야 할 변제금이 보유한 자산가치보다는 많아야 한다.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에 따라 변제 기간을 5년까지 늘릴 수도 있다. 개인회생은 변제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채무자는 반드시 소득이 있어야 한다. 개인회생은 자산이 적고, 부양가족이 많고, 소득이 높지 않은 채무자일수록 상대적으로 탕감되는 채무가 많다. 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 인가를 받으면 채무자에 대한 독촉은 중단된다. 하지만 보증인에 대한 독촉은 중단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회생은 보증인이 없거나 채무자와 보증인 모두 개인회생을 원할 때 신청하는 것이 좋다.
사적채무조정은 개인회생에 비해 원금 감면 비율이 낮다. 대신 보증인에 대한 독촉은 중지되고 상환 기간(최장 10년)이 길다. 개인회생이 모든 채무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사적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된 금융회사나 대부업체의 채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협약되지 않은 회사나 개인의 채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채무로 인해 고통스럽다면 우선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서 상담받을 것을 권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콜센터(1600-5500)나 인터넷으로 신용회복위원회 사이버상담을 통하면 채무조정부터 개인회생에 대한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모두가 돈 걱정 없는 삶을 원하겠지만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대처하는 것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피하는 길이다.
참고 신용회복위원회(www.ccrs.or.kr), 나이스지키미(www.credit.co.kr), 올크레딧(www.allcredit.co.kr)
일본의 고령자들이 갈 곳이 없어 시세의 70% 수준으로 거래되는 ‘사고물건’으로 몰리는 반면, 올해 도쿄 신축 아파트 가격은 1억 엔을 넘어서며 ‘억션’(억 엔대의 맨션 줄임말)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자살, 타살, 고독사가 발생한 집을 ‘사고물건’이라고 부른다. 사고물건은 일본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다. ‘엄청 좋은 집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에 나왔는데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다’는 클리셰가 유명하다.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거주를 피하기 때문에 보통 시세보다 30~70%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된다. 일본에서 사망 후 이틀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은 사람은 연간 3만 명에 이른다. 일본에서는 고독사가 부동산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힐 정도로 사회적 이슈다.
저렴해야 팔리는 사고물건
최근 사고물건 중개 사이트가 많아지고 있다. 사고물건으로 입주하고자 하는 사람도 늘었지만, 가족·친족이 고독사한 주택 거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집주인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고물건 정보 공개 사이트의 원조는 ‘오오시마랜드’다. 오오시마 테루 씨가 2005년 직접 빈집을 조사하러 다니며 들은 내용을 작성하면서 시작된 이 사이트는 이제 제보를 통해 외국의 사고물건 주택까지 표시하고 있다. 이런 사이트가 생겨나는 건 주택 매입자나 임차인과의 계약 분쟁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택지건물거래업법’을 통해 입주 희망자에게 해당 주택에 대한 물리적·심리적 결함을 반드시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고지 지침이 없어, 이를 숨기고 거래했다가 나중에 알게 된 입주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2021년 국토교통성은 사고물건 고지 범위에 대한 지침안을 정리했다. 중개업자는 3년간 매입자·임차인에게 사고물건이라는 점을 알려야 하지만, 자연사나 일상생활에서의 사고사 등으로 인한 고독사라면 알리지 않아도 된다.
사고물건 세입자는 고령자?
사고물건의 정보가 오픈되기 시작하자 1인 고령가구는 집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혼자 살다 고독사를 했는데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으면 그 집은 사고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임대주택관리협회 조사에 따르면 집주인의 80%는 고령자 입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25%는 입주를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고물건에서 거주하려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 사고물건에 입주하고자 하는 이들은 대개 고령자, 외국인 근로자, 젊은 독신가구 등이다. 집에서 발생한 사고보다 재정적인 할인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빈집 증가가 사고물건 거래 증가로 이어지자 요코하마의 부동산 회사 마크스는 2019년 4월 사고물건 전문 중개 사이트를 열었다. ‘조부쓰(成佛) 부동산’은 사고물건이 어떤 사정으로 빈집이 되었는지 밝히다가 2020년 11월부터는 사고물건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되파는 사업도 시작했다. 또한 거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청소·소독 등이 되었다는 ‘조부쓰 인정서’를 발행한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맨션
반면 일본 맨션(일본에서 아파트를 부르는 말)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분양된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값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비싼 6476만 엔(약 6억 8000만 원)을 기록했다. 도쿄 도심인 23구만 보면 8300만 엔(약 8억 7000만 원)을 넘는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2021년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00년 무렵 일본의 버블경제 정점기 수준을 웃돌았다.
가격 상승세는 오사카, 후쿠오카 등의 지방 주요 도시 신축 아파트와 도심 구축 아파트로도 확산되고 있다. 도쿄만(灣) 지역의 구축 아파트 가격은 2년 동안 평균 20%가 올랐다.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2020년까지 8년 동안 신축 가격이 약 25.4% 올랐다는 걸 생각하면 구축 가격 상승세는 무척 빠른 편이다.
버블경제의 붕괴로 부동산 하락을 겪은 일본에서 부동산은 ‘값이 떨어지는 물건’이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준공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이어지다가 30년이 넘어야 재건축 기대심리로 인해 떨어지던 집값이 반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주택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기준 0.5%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그만큼 대출 심사가 무척 까다로워 아무나 받을 수 없었다. 여차저차 해서 대출을 받았다 하더라도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30년 동안 대출금을 갚아야 하니, 시세 차익으로 대출 상환을 계획하기도 어렵다. 결국 결혼, 출산, 은퇴 등 어떤 큰 전환점이 있을 때에야 집을 구매하는데, 최근 일본 은행의 저금리 정책으로 대출이 쉬워지면서 맞벌이 부부의 주택 구입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대출을 받으며 생계를유지했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에 대출 연체자가 크게 늘었다. 이럴 때 정부는 ‘배드뱅크’(Bad Bank)를 만들어 돈을 빌려준 은행이 망하지 않도록 지원한다. 재정을 지원하는 은행인데, 왜 나쁜(Bad) 은행일까?
배드뱅크라고 하면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지만, 부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구조조정 기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부실채권전담은행, 가교운용사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이 대출을 받고 오랜 시간 갚지 못해 부실채권이 됐다면, 배드뱅크는 대출을 해준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의 상황에 맞춰 채무 조건을 조정해 채무자가 채무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늘어난 부실채권으로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 은행은 다시 재정 건전성이 좋은 은행이 되어 투자를 받는 등 굿뱅크(Good Bank)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돈을 빌린 사람이 연체를 거듭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배드뱅크라는 이름 때문에 나쁜 은행인 것 같지만, 사실은 은행과 채무자의 재정 건전성을 돕는 착한 은행인 셈이다.
보통은 정부 주도로 공적 기금을 투입, 배드뱅크를 설립해 대출채권을 매입하고 상환 일정을 조정하거나 채무 감면을 지원한다.
금융위기마다 등장, 왜?
배드뱅크는 금융위기가 올 때 주로 등장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07~2010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러 국가에 배드뱅크가 설립됐다. 이를테면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긴급 경제안정화법의 일부로 배드뱅크 설립이 제안됐다.
우리나라에서 배드뱅크가 처음 등장한 건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과도한 부실채권이 많아 여러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하자, 은행의 줄도산을 막기 위한 배드뱅크 정책이 도입됐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발생한 기업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신용카드 대란으로 인한 개인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1억 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자 채무를 감면해주기 위해 배드뱅크를 추진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배드뱅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배드뱅크는 없었다. 하지만 2020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로 민간 차원의 배드뱅크 ‘웰브릿지자산운용’이 설립됐다.
배드뱅크 설립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배드뱅크는 보통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국가 자산이 들어간다. 자칫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어, 꼭 필요한 상황에 적절한 지원을 꼭 필요한 대상에게 해야 한다.
코로나 배드뱅크 ‘새출발기금’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채무를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배드뱅크를 설립한다. 가칭 ‘새출발기금’이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지금까지 네 차례 연장했는데, 오는 9월 말 종료된다. 올해 1월 말 기준 이 조치를 받고 있는 대출은 총 133조 4000억 원 규모로 70만 4000건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마련, 3조 6000억 원을 출자하고 최대 30조 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이뤄졌던 ‘한마음금융’(노무현 정부), ‘국민행복기금’(박근혜 정부) 등을 포함해 가장 큰 규모의 채무조정이다. 정부는 9월 말 관련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배드뱅크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 법인 소상공인 중 대출 원리금 상환을 90일 이상 연체했거나, 부실 발생 우려가 있는 차주를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은 원리금을 장기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거치 기간을 부여하거나,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거나, 금리 감면 혜택 등을 적용한다. 장기 연체자의 경우 신용채무 원금을 여력에 맞춰 60~90% 감면하는 조치도 포함된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추가 연장하는 ‘주거래 금융회사 책임관리제’도 도입한다. 추후에는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초의 배드뱅크 ‘멜론은행’
멜론은행은 미국에서 15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해외 시장 확장으로 1987년 최초로 손실이 발생한다. 재정 정상화가 어려워지자 멜론은행은 최초로 민간 배드뱅크를 설립한다. 공적 자금 없이 1988년 14억 달러의 불량 대출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그랜트스트리트 국제은행’(Grant Street National Bank)은 모든 채권을 상환하고 목적을 달성한 뒤 1995년에 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