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10월부터 부동산 공인중개수수료율(요율) 상한이 낮아진다. 매매는 6억 원 이상부터, 임대차는 3억 원 이상부터 낮아진다. 9억 원짜리 주택 매매 시 최고 중개수수료는 81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낮아지고, 6억 원 전세 거래 최고 수수료는 480만 원에서 절반 수준은 240만 원으로 준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이런 내용의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20일 발표했다. 최근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래 가격과 연동한 중개수수료 부담도 급등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발표한 개선방안은 관계기관TF와 토론회에서 제시된 세 가지 안 중 2안을 채택하되 중개업계 의견을 반영해 일부 요율을 조정한 것이다.
거래 건수와 비중이 증가한 6억 원 이상 매매와 3억 원 이상 임대차의 요율을 인하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편되는 중개보수 체계는 지금 체계와 마찬가지로 고정 요율이 아니라 요율의 상한을 설정한다. 그 상한 내에서 이용자와 중개인이 협의해 요율을 정하게 된다.
매매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지난 19일 토론회에서 공개한 유력안과 같다. 매매는 6억 원 미만 거래에 대해 현재 상한 요율 수준이 유지된다. 5000만 원 미만은 0.6%에 25만 원의 수수료 한도가 설정된다. 5000만~2억 원은 0.5%에 수수료 한도는 80만 원이다. 2억~6억 원 구간에도 0.4%의 현행 요율이 적용된다.
6억 원 이상 구간부터 요율 체계가 달라진다. 6억~9억 원 구간 요율은 0.5%에서 0.4%로 0.1%포인트 낮아진다. 현행 제도에선 9억 원 이상 매매에 대해 모두 0.9%가 적용됐지만 앞으로 9억~12억 원에 0.5%, 12억~15억 원에 0.6%, 15억 원 이상은 0.7% 요율이 설정된다.
이렇게 되면 9억 원짜리 매매 수수료 상한은 81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12억 원짜리 거래 수수료 상한은 1080만 원에서 720만 원으로 낮아진다.
임대차 계약 수수료는 정부가 제시했던 유력안에서 조금 바뀌었다. 임대차 계약 수수료는 3억 원 이상 거래부터 요율이 현행보다 낮아진다.
5000만 원 미만은 요율 0.5%에 한도 20만 원, 5천만~1억 원은 0.4%에 한도 30만 원, 1억~3억 원은 0.6% 등 기존 요율 체계가 적용된다.
3억~6억 원 거래는 수수료율이 0.4%에서 0.3%로 인하된다. 현행 체계에서 임대차 계약은 6억 원 이상부터 모두 요율이 0.8%지만 앞으로 6억~12억 원은 0.4%, 12억~15억 원은 0.5%, 15억 원 이상은 0.6% 요율이 차등적으로 설정된다.
원래 정부 안은 6억~9억 원 구간 요율이 0.3%였으나 중개업계 의견을 반영해 0.4%로 조정했다. 중개업계는 전세 거래가 많은 6억~9억 원 구간의 요율을 낮추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호소해왔다. 하지만 현행 0.8%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개편되는 요율 체계를 적용하면 6억 원 전세 거래 수수료 상한은 480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9억 원 거래 수수료는 720만 원에서 360만 원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요율 체계 개편을 위해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요율 상한을 직접 규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르면 10월부터는 전국에서 인하된 중개 수수료율이 동시에 적용된다.
지자체가 조례에 먼저 반영하면 시행규칙 개정 전에도 새로운 수수료율이 시행될 수도 있다. 국토부는 전국 지자체에 이를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한편 공인중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도 나왔다. 매년 2만 명에 달하는 공인중개사 합격자 수 조정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시험 난이도 조절, 상대평가 등을 검토한다. 다만 수험생의 혼란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중개 사고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중개 사고 발생 시 공인중개사의 책임보장 한도를 개인은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법인은 2억 원에서 4억 원으로 각각 높인다.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관련 성능을 확인하거나 설명하는 조항도 강화한다. 다가구주택 거래 시 확인·설명서에 권리관계를 포함하게 하고, 중개대상물의 입지요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이전까지 미술품 수집은 수집가의 고급 취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른바 ‘아트테크’(Art-tech)라 불리며 재테크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건희 컬렉션 공개 이후 미술품 물납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최근 미술품 수집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취미의 목적도 있지만, 투자 수단으로 미술품을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발표한 ‘아트마켓 2021’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미술품 수집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미술품 컬렉션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이가 66%에 달했다. 또한 43%가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미술 시장은 어려워졌지만 온라인 매출은 증가했다. ‘아트마켓 2021’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미술 시장의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해 22%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은 두 배나 증가했다. 실제로 아트페어의 62%는 웹으로 갤러리 작품을 볼 수 있는 온라인 뷰잉룸이나 디지털 버전을 제공했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매출이 늘었지만, 전통적인 컬렉터 중에서는 여전히 작품을 직접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수익률과 세제 혜택
은퇴를 앞둔 김미술 씨는 평소 예술에 관심이 커서 전시회에 자주 다니는 편이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라면 자녀들에게 물려줄 상속재산으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퇴직금과 저축한 돈을 모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 소액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방법은 없을까?
위의 경우처럼 아트테크 입문자라면 공동구매를 추천한다. 공동구매를 하면 소액으로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다.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을 이용하면 단돈 1만 원으로도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다. 간접투자인 리츠와 유사하다. 크라운드 펀딩을 통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미술품의 가치가 올랐을 때 매각 후 시세차익을 보유한 지분의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공동구매 플랫폼을 통해 매각된 김환기의 ‘산월’은 한 달 만에 22%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는 2021년 6월 기준 평균 19.9%의 수익률을 올렸다. 아트앤가이드 관계자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특정 시기나 특정 이미지에 대한 선호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아트테크의 장점은 세금 부담이 적다. 부동산의 경우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등 내야 하는 세금이 많은데, 미술품은 양도세만 내면 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아니라면 미술품 거래로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간주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를 세금으로 낸다. 다만 양도가액이 6000만 원 미만의 작품이거나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비과세다. 세율 계산 시 양도 금액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금액에 세금을 부과한다. 필요경비는 통상 양도 금액의 80~90%로 결정된다. 1억 원 이하나 10년 이상 보유하면 90%까지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10년간 보유한 작품을 1억 원에 양도했을 때 판매 금액의 2.2%인 220만 원을 양도소득세로 내면 된다.
위의 방법대로 산 미술품을 상속하면 세금이 어떻게 부과될까? 미술품 상속분은 별도의 공제 없이 상속세과세표준에 그대로 반영돼 세율이 매겨진다. 상속세율에는 10~50%의 5단계 초과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미술품의 상속, 혹은 증여 평가 금액은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 가격으로 산정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미술품은 향후에 값어치가 오를 가능성이 커서 미리 증여하면 재산 이전 효과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 공개 이후 상속세 물납제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한국화랑협회 등 관련 단체는 지난 3월 대국민 건의문을 통해 문화재 해외 유출을 막고 물납제를 통한 국가적 문화유산 보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물납제를 통해 운영 중인 피카소미술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물납은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쓰일 수 있고 국고 손실을 일으킨다는 의견도 있다. 비슷한 예로 비상장 주식의 물납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지적되면서 현재는 상속세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미술품 물납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52)은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최근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인 그를 만났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를 꼽는다면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그중에서도 ‘등산’과 ‘러닝’이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는 큰 제약 없이 언제든지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말마따나 옷과 신발만 있고 체력과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지 산을 오르고, 또 어디든지 달릴 수 있다.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은 등산과 러닝을 합한 산악 종목의 아웃도어 스포츠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스포츠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마운틴러닝(Mountain Running), 펠러닝(Fell Running), 알파인러닝(Alpine Running), 스카이러닝(Sky Running)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산악마라톤(Climbathon)으로 소개됐다. 1990년대 초반 북한산과 설악산 일대에서 산악구보 형태로 열린 대회를 효시로 볼 수 있다.
그 시작점에 울트라 트레일러너 ‘심재덕’이 있다. 트레일러너이기 전에 마라토너이기도 한 그는 오늘까지 30년 가까이 달려오면서 총 315회가량 풀 코스 마라톤 서브3(42.195km를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를 달성했고, 그중 100여 회 우승한 바 있는 ‘철의 사나이’다. 그를 일컬어 ‘철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며 조선업에 종사 중인 ‘철의 노동자’다.
철의 노동자는 어쩌다 달리게 됐을까?
모든 러너에게는 ‘러너가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심재덕은 왜 달리게 됐을까? “1992년 말, 그러니까 제 나이 스물다섯 살에 기관지 확장증 판정을 받았습니다. 폐 속 기관지가 손상을 입어 점차 후각을 잃게 됐고, 비염과 축농증으로 끊임없는 잔병치레를 해야 했습니다. 입을 거의 벌린 채로 살았어요.” 일종의 직업병이었을까. 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도한 화공약품에 노출되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이상할 리 없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됐을 때, 역설적으로 그는 ‘숨을 쉬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달리고, 출근 후 점심시간을 쪼개 30분 동안 달리고, 퇴근 후 또 달렸다. 야간근무를 하면 달빛 아래 달렸다. 달리면 숨이 가빴지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근로자의날 기념 4km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를 계기로 거리를 늘려 5km, 10km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했다. 나가는 족족 우승했다.
우승이라니! 어릴 때 괴산 분지골에서 학교 다닐 때도 공부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던지라 갑작스럽게 발견한 재능 앞에서 얼떨떨해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이걸 잘하는구나,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잘하게 되는구나, 더 잘하고 싶다! 그 후로 거리를 늘려 훈련해 하프 코스 마라톤에 출전했고, 달린 지 2년 만인 1995년 가을, 생애 첫 풀 코스 마라톤 대회인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 39분 39초를 기록했다.
회사에 잘 뛰는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나니 사내를 비롯해 학교,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마라톤 강연 의뢰가 빗발치듯 이어졌다. 특히 산업재해가 많은 조선업 종사자들에게 최고의 화두는 언제나 ‘건강’이었다. 6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수백 명의 사람들 앞에서 마라톤 강연을 했다. 덕분에 근골격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사내에 달리기 붐이 일어 무려 20개 정도의 마라톤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에는 IMF의 영향도 있었다.
그의 마라톤 서브3의 신화는 계속됐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마라톤 대회가 지금처럼 성황리에 열리지 않았다. 많아야 1년에 2~3회 정도. 지병이 있어서 뛰는 데 불편함이 컸지만 참고 잘 뛰었다. 뛰는 게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기관지 확장증 환자가 달린 지 2년 만에 서브3라니. 어쩌면 ‘타고난 재주’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취에 대해 극구 ‘99%의 노력’이라고 말한다.
“타고났다니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자신합니다. 학창 시절에 100m 달리기를 하면 15초 안에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 스피드로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99%의 노력이었죠. 그만큼 열심히 달렸습니다.” 달리는 중에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장점을 발견했다. 바로 끈기, 인내, 즉 ‘지구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이 오래, 멀리, 긴 거리를 달릴수록 도리어 힘이 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산길’을 달릴 때 더욱 힘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라톤에 이어 산악마라톤에 발을 딛게 된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 시기에 마라톤 대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99%의 노력으로 기량은 한껏 올라와 있는데 솜씨를 발휘할 무대가 없는 상황. 있는 대회 없는 대회 전부 찾아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헐적으로 열리던 산악마라톤 대회에까지 출전하게 됐다. 1997년 제천 금수산 마라톤 대회였다.
산악마라톤의 황제가 되다
숨을 쉬고 싶어 시작한 달리기였다. 그리고 산을 달리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이제야 자신의 호흡을 찾은 것 같다는 고조된 감정이 들었다.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내달리는 것이 평지를 달리는 마라톤보다 몇 배로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살아 있다는 기분 또한 강하게 들었다. 어릴 때 산과 들에서 뛰어놀며 터득한 감각이 산을 달리면서 터져 나왔다. 달리면 달릴수록 힘들었지만 돌아서면 즐거웠다. 행복했다. 계속 산을 달리고 싶었다.
30대 중반, 그는 삶의 순리처럼 산악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마라톤과 달리 풍경과 지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산악마라톤에서 그는 인간 본연의 호연지기를 찾았다. 달릴 때, 특히 산을 달릴 때,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감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을 180도 뒤집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더 크고 높은 산을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국경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즈음 달리기 실력도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었어요. 바야흐로 저의 산악마라톤 ‘원정’ 시대가 시작됐죠!(웃음)” 자영업자도 아닌 월급쟁이가, 그것도 거주지가 서울도 아닌 한반도 끝자락인 거제에서 해외의 산을 달리려 분투했으니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이 따랐을까.
해외여행이 활발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마라톤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던 시기도 아니라서 해외 마라톤, 특히 해외의 산악마라톤 대회 정보를 찾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울트라 마라톤을 다룬 책이라면 어떻게든 구해 읽었고, 해외 마라톤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호의를 받았다. 특히 영어라는 난관 앞에서 어려움이 컸지만 그때마다 신의 이끄심을 느꼈다.
그런 칠전팔기의 도전으로 미국, 일본 등 산악마라톤 강국의 ‘강호’들을 찾아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꿀 같은 우승도 여러 번 맛봤다. 특히 2006년 미국에서 열린 MMT(Massanutten Mountain Trail) 100mile 레이스에서는 세계적인 선수 칼 멜처를 제치고 17시간 40분 4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해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마라톤 대회 하세츠네컵에서는 71.5km 산길을 최초로 8시간 이내 기록으로 우승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듬해 출전한 미국의 유서 깊은 트레일러닝 대회 웨스턴 스테이츠 100mile에서도 전체 순위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산악마라톤이 무엇인지, 칼 멜처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박수 쳐주는 관중도 없는데, 그렇게 갈급해 해외의 산을 찾아다닌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승하려고요.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세계의 센 놈들(?)과 대결해 이기는 기쁨을 맛봤으니까요.” 그렇게 산악마라톤 해외 원정에 쏟아부은 비용만 연간 1000만 원 정도. 10년이 넘었으니 합하면 1억이 훌쩍 넘는다. 그 돈 아꼈으면 지금쯤 아파트 한 채는 샀을 거라고.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영원한 현역을 꿈꾸며
그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보통 등산객들이 2박 3일에 걸쳐 완주하는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지리산 주능선) 47km도 무려 7시간 42분 만에 내달린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20~40대 후배 러너들과 같은 대회를 달려도 거뜬히 우승할 정도로 울트라 마라토너로서, 트레일러너로서 그는 건재하다. 또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유지하고 있는 ‘턱걸이 60개 철칙’(턱걸이를 60개 하지 않으면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또한 변함없이 실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생의 숙원이었던 또 다른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바로 그의 달리기 인생을 담은 단행본 작업이다. “요즘은 퇴근하면 집에 가서 컴퓨터 켜고 매일 원고를 쓰고 있어요. 보통 새벽 1시까지 쓰고, 일찍 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저 원고를 씁니다. 24년 가까이 훈련일지를 써온 것이 도움이 됐어요. 책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역시 노력하니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출간 예정입니다.”
그렇게 뛰었는데 ‘무릎’ 아프지 않냐고 물었다. 어떻게 달려야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냐고. “달리기를 시작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뛰지 마세요. 걸으세요. 걷다가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뛰면서 그 거리를 늘려보세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입니다. 이런 기초가 잘 닦이면 부상 없이 오래, 멀리, 즐겁게 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그의 몸도 노화가 올 것이고 지금과 같은 기량도 언젠가는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날에 대한 아쉬움이나 조바심은 없다고 말한다. 그 또한 삶의 순리대로 가는 것 아니겠냐며. 다만 그날까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자신의 한계를 보고 싶다고. 남다른 달리기 열정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러 모로 자극과 귀감이 되고 있는 심재덕은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입문자들에게 안내하는
트레일러닝 필수 아이템 11
1 기능성 상의와 방풍 재킷 면 소재 의류는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쿨맥스 소재의 기능성 상의를 착장한다. 변화무쌍한 기온에 대비해 방풍 재킷도 준비한다. 비 소식이 있다면 방수 소재 재킷을 챙긴다.
2 기능성 하의 면이나 청 소재 바지는 하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며 신체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최근 기능성 하의는 바지 내부에 속옷이 달려 제작된다.
3 모자 계절과 날씨 등 상황에 따라 선캡, 비니, 바이저 등의 모자를 착용한다.
4 GPS 시계 개인의 활동 거리, 시간, 고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계를 활용하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고가이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휴대폰 앱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5 서바이벌 블랑켓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사고에 대비해 배낭 안쪽에 항상 챙겨둔다.
6 헤드램프 길을 잃어 하산 시간을 놓치는 사태에 대비해 항상 준비한다.
7 과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수분과 당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과일을 준비한다.
8 트레일러닝 배낭 산에서 빠르게 물과 간식 등을 보급할 수 있도록 평소 트레일러닝 배낭을 등에 멘 채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용했을 때 몸에 이물감이 없으면서 활동 거리에 적합한 용량의 트레일러닝 배낭을 준비한다. 보통 4~12리터를 착용한다.
9 에너지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할 수 있도록 젤 형태로 만든 혼합음료다. 1시간에 30~60g 정도 섭취하길 권한다.
10 물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수통 안에 1리터 이상의 물을 준비해 수시로 급수한다. 트레일러닝 배낭 내부에 하이드레이션 시스템의 물팩을 넣어 호스를 이용해 마실 수 있고, 트레일러닝 배낭 어깨 밴드 부분의 주머니에 수통을 장착해 마실 수 있다.
11 트레일러닝화 발의 볼과 아치 등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준비한다. 활동 중 발이 부을 것을 대비해 일상화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신발을 권한다. 자신의 족형에 맞는 트레일러닝화를 추천받고 싶다면 신촌 ‘러너스클럽’을 방문해보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애지중지 키운 자녀는 엊그제만 해도 아장아장 걸어 다녔던 것 같은데, 벌써 결혼을 한다고 법석을 피운다. 학자금까지가 마지노선이라 생각했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고, 자녀의 저축만으론 감당할 수가 없다. 자녀 결혼 전 예물, 혼수, 신혼집 마련 시 알아두면 좋은 것을 소개한다.
시쳇말로 ‘부모은행’이란 말이 있다. 자녀의 취업과 결혼을 통한 자립이 쉽지 않은 시대인 만큼 자녀의 경제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50·60세대 10가구 중 7가구는 현재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이 세대의 80%는 자녀에게 생활비와 목돈을 지원했다. 미혼의 경우는 65.6%가 부모에게 학자금 등의 목돈을 지원받았고, 기혼 자녀도 10명 중 4명은 결혼자금 등의 목돈을 지원받았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21 결혼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2억3618만 원이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주택 1억9271만 원 ▲혼수 1309만 원 ▲예식장 896만 원 ▲예단 729만 원 ▲예물 619만 원 ▲신혼여행 437만 원 ▲웨딩 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278만 원 ▲이바지 79만 원으로 구성됐다. 주택 비용과 예식장 및 예단 비용이 결혼자금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의 지원을 받은 자녀들은 어떻게 결혼 비용을 소비하고 있을까?
보복 소비와 샤테크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생겨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보복 소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3%가 보복 소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보복 소비를 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20대(46.3%)는 절반 가까이 보복 소비를 하고 있었고, 30대(42.2%), 40대(31.4%), 50대(18%) 순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신혼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고가의 다이아몬드나 혼수를 통해 보복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혼부부는 신혼여행 대신 고가의 예물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특히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많이 구매했다.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주얼리 시장 규모는 약 5조 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 예물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하는데 2018년과 비교해 9.4% 줄어든 수치다. 반면 2020년 기준 다이아몬드 구매율은 60.4%에 달했으며, 2018년과 비교해 3.4%P 늘어난 수치다. 예물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가치 있는 물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고가의 예물인 다이아몬드를 구매하는 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가치투자다. 아울러 금전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의 경우 골드바를 혼주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신혼부부는 백화점 명품 매출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4.5% 증가했다. 특히 해외 유명 브랜드는 57.5%나 상승했다. 가정용품을 제외한 백화점 전 분야의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명품 매출은 2020년 5월부터 20~80%의 성장률을 보였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표 예물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과 루이비통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89% 증가했다. 디올도 1586% 급증하며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도 약 378% 상승했다.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의 합성어)라 하여 샤넬 백을 사는 수요도 대폭 늘었다. 명품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자, 오늘이 제일 싸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월 각종 커뮤니티에 샤넬 가격 상승 소식이 떠돌면서 샤넬을 사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백화점 앞에 개장 전부터 긴 줄을 형성했다. 실제로 금융정보 분석업체 ‘밸류챔피언’의 자료에 따르면, 15개 국가의 샤넬 주요 상품 가격 인상 폭을 비교한 결과 평균 가격 인상률은 17%로 나타났다. 한국은 23%를 기록하며 샤넬 가격 인상 폭이 여섯 번째로 높은 나라였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는 고가의 예물을 통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성을 드러낸다. 샤테크는 남들과 다르다는 걸 표현하는 스눕 효과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혼수의 트렌드는 프리미엄과 집콕
신혼부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결혼식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금전적 여유가 생겼다. 더불어 집콕 문화의 심화로 인해 혼수 가전에 관심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유통업체의 상품군별 매출을 살펴봤을 때 소형 가전 중심의 가전·문화(25.6%), 생활·가정(16.2%) 등 실내용 상품이 성장세를 보였다. 백화점의 가정용품 매출은 지난해 5월부터 20% 내외의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했다.
혼수의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프리미엄’과 ‘집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는 혼수를 고르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이전보다 더 좋은 가전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경우가 늘었다. G마켓의 자료에 따르면 혼수 중 가전의 구매 단가가 많이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TV 객단가는 47% 증가했다. 지난해 100만 원짜리 TV를 구매했다면, 올해는 147만 원 상당의 TV를 구매했다는 의미다. 드럼세탁기(34%), 냉장고(15%) 등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가사 부담을 줄이는 가전이 인기가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인 패밀리허브 기능을 갖춘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고도화된 식품 자동 인식 기술로 보관 중인 다양한 식재료를 스스로 파악하며, 인식된 재료는 ‘푸드 리스트’에 추가해 관리한다. 푸드 리스트 내 식재료나 가족 구성원 음식 취향을 바탕으로 최적 식단과 레시피를 제안하는 기능도 있다. 아직 요리가 서툰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가전이다.
프리미엄 식기도 유행이다. SGC솔루션의 ‘보에나 드 모네’는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의 걸작 ‘수련’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다양한 조명에 반응해 독특한 빛의 색상을 극대화한 식기다. 유리 고유의 투명함과 투과된 빛의 아름다움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내 유리 테이블웨어 최초로 파손된 제품을 2년간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파손보증제도’를 운영하며 제품력과 서비스를 한층 강화했다. 세련된 디자인을 더한 프리미엄 글라스 테이블웨어로, 신혼부부의 혼수 제품으로 유용하다.
증여로 보금자리 마련
혼수가 준비되면 들어갈 ‘보금자리’도 필요하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자료에 따르면 결혼에 드는 주택 비용은 전체 결혼 비용 중 81.6%를 차지했다. 신부보다 신랑의 부담이 더 컸다. 신랑 신부 결혼 비용 부담률은 각각 61%, 39%이고, 주택 비용 부담률은 각각 67%, 33%로 나타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결혼 비용은 신랑 1억4421만 원, 신부 9197만 원으로 추정된다.
신혼부부가 이 모든 금액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상속·증여세제가 부의 축적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5억 원 이상인 55세 이상의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평균 1억62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중 약 79%가 주택자금과 결혼자금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부동산 구매나 전·월세 보증금으로 9200만 원, 결혼자금으로 35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전세자금을 증여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할 경우 10년간 합산하여 5000만 원(미성년자는 2000만 원)의 증여재산 공제가 적용된다.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택 취득자금 또는 전세자금의 증여는 증여세 신고 및 납부를 해야 한다. 1억 원을 증여했다면 5000만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만 비과세거나 증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통상적으로 혼수는 비과세다. 하지만 혼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정된다. 고급 차나 주택, 전세자금은 증여세를 매긴다. 국세청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제38조에 따르면, 세대주를 기준으로 30세 이상인 경우 주택 취득 금액 1억5000만 원, 40세 이상은 주택 취득 금액 3억 원까지는 자력으로 재산 취득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증여로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 NH투자증권관계자는 “사무처리규정에서 정한 조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무조건 증여세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녀 주택 마련 시 절세 꿀팁
양가로부터 증여 ▶세법상 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된다. 신랑 측이 3억 원을 증여했을 경우 2억5000만 원에 대해 20%의 증여세(5000만 원)가 부과된다. 반면 신랑 신부 각각 양가에서 1억5000만 원씩 나눠 증여받으면 각각 1억에 대해 10%의 증여세로 2000만 원만 내면 된다.
임대 ▶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지 않고 임대하는 것이 세금 부담이 적다. 5년간 부동산 무상 사용이익이 1억 원 이상인 경우만 증여세를 매긴다. 세법상 정한 적정 임대료를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예를 들어 시가 14억 원의 주택을 무상으로 빌려주면 약 561만 원을 과세한다.
동거 주택 ▶ 부모와 10년 이상 같이 산 경우 상속 주택 가액의 6억 원 한도 내에서 상속세 과세 재산에서 빼준다. 동거 주택 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 이상 1세대 1주택으로 부모와 10년 이상 같이 산 주택을 자녀가 상속받아야 한다. 공제는 가능하지만 장기간이므로 선택 시 신중해야 한다.
미술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미술품에 투자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이른바 ‘아트테크’에 뛰어들고 있어서다. 아트테크는 ‘아트’와 ‘재테크’를 결합한 용어다. 예술품을 구입해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산 작품을 전시에 빌려주고 부가적인 이익을 얻기도 한다. 아직 마니아층만 투자에 뛰어든 상황이라 미술품을 보는 연륜과 안목이 있는 시니어들이 뛰어들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미술품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규제가 심한 부동산 투자에 비해 세금이 낮기 때문이다. 또 취득세와 재산세, 종부세, 공시가격 같은 다양한 명목으로 복잡한 부동산 투자와 달리 미술품 투자는 과세체계가 단순하다. 특히 미술품 투자는 원칙적으로 비과세다. 미술작품을 취득하거나 보유하는 동안 취득세와 보유세를 별도로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양도소득세와 상속세는 있다. 가지고 있는 미술품을 팔 때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낸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과세에 해당한다. 6000만 원 미만인 작품과 양도할 때 생존해 있는 국내 작가 미술품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세금을 내는 대상이 되더라도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세금이 적은 편이다. 미술품 양도차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고 일괄적으로 지방세 포함 22% 세율을 적용한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높은 개인이 종합소득의 최대 45% 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세율이 낮은 셈이다.
1억 원에 취득한 미술품을 1억5000만 원에 양도한다면 먼저 1억5000만 원에서 80%가 필요경비로 빠진다. 따라서 과세표준은 3000만 원(1억5000만 원의 20%)이다. 3000만 원의 22%인 660만 원이 내야 할 세금이다.
다만 미술품 거래를 목적으로 화랑 같은 사업장을 차리거나 사업자등록을 하면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니 주의해야 한다.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크지만 미술품은 그렇지 않다. 미술품은 작가의 인지도에 따라 가격이 바뀌므로 가격변동폭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미술품은 남는다. 미술품은 부동산처럼 현물을 가질 수 있다. 집 안에 좋아하는 작품을 걸어두며 마음의 풍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과거에는 미술품 투자가 상류층만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가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설립한 금융 플랫폼 ‘핀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핀크는 세계적인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LOVE’를 공동구매 상품으로 내놓았다. 판매 시작 10분 만에 완판됐는데, 고객 100명이 평균 20만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구매는 미술품을 분할해 주식이나 펀드처럼 투자하고 수익을 창조할 수 있는 아트테크 방법이다. 적은 돈으로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작품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의결해서 작품을 팔 수도 있다. ‘핀크’와 함께 ‘테사’, ‘아트투게더’, ‘아트앤가이드’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도 미술품을 공동구매할 수 있다.
최근 MZ세대 유입으로 아트테크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미술품 경매 시장 매출에서 온라인 경매 시장은 2018년 상반기 105억2000만 원이었다. 2년이 지난 지난해 상반기에는 123억1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오픈갤러리’ 등 미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미술 시장 문턱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젊은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종전 갤러리, 경매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미술 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아트테크 시장에서는 대체불가토큰(Non Fungible Token, NFT)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작품에 고유의 인식값을 부여해 위·변조할 수 없도록 만든다. NFT를 활용한 미술품은 원작자나 거래 내역 같은 정보를 투명하게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아트테크에도 유의할 점은 있다.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NFT 미술 시장은 위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NFT 온라인 경매에서 이중섭 ‘황소’, 박수근 ‘두 아이와 두 엄마’, 김환기 ‘무제’가 위작 논란 끝에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한 해 동안 부산시 인구 규모가 주식 투자자로 새롭게 진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식 투자가 처음인 사람들이 지난해 기준 300만 명에 달한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 속 탄탄한 미래를 그리기 위해 재테크는 필수다. 아무리 절약하고 열심히 저축해도 돈 모으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노후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시니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대 주식 투자자는 1인당 주식 1억 724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억 원을 돌파한 것이다. 60대가 보유한 주식 잔액은 1인당 1억 1647만 원, 70대 이상은 1억 7168만 원에 달했다.
또, 미래에셋증권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동학 개미’ 121만 6600명 중 52.8%가 5060세대에 해당했다.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50대 이상 시니어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주식 투자 이외에도 새롭게 떠오르는 재테크 방법들이 있다. 시니어들은 주식 투자 대신 어떤 재테크를 하고 있을까?
주식·부동산 대신 나무 키우며 힐링하는 ‘나무 재테크’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나무 재테크'에 대한 시니어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는 하는데, 알고 보니 나무 재테크를 통한 수익만 해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 퍼졌다.
나무 재테크는 나무를 키워 시장의 수요만큼 키운 뒤 차익을 보고 파는 투자 방법이다. 최근 부동산이나 주식 재테크가 예전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대체 수단으로 제시됐다.
나무 재테크를 하려면 최소 5년은 봐야 한다. 그러면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인기 있는 품종을 잘만 고르면 일정 기간이 지나 배 이상의 수익도 낼 수 있다. 약 4000원에 에메랄드 그린 묘종을 사서 4년 정도 키우면 품질에 따라 3만~4만5000원에 판매할 수 있다.
묘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씨를 뿌려 모종을 길러 팔거나 다육 식물 등 작은 화분을 만들어 파는 방법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식물로 재테크에 도전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인지 은퇴자 또는 귀농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에게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빌딩 숲 미세먼지 자욱한 도심에서 벗어나 진짜 숲에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즐기고 이익도 얻는 ‘일거양득’ 재테크인 셈이다.
다만 환상을 갖고 함부로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다.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토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무리하게 토지를 매입하거나 분석 없이 처음부터 과하게 비싼 묘목을 사들여서는 안 된다. 먼저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뒤 토지를 매입하거나 빌려서 본인이 잘 관리할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하며 추진해야 한다.
샤테크(샤넬+재테크)? 샤넬 가방으로도 돈 벌 수 있다
최근 국내 명품 소비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실제 시니어들의 명품 구매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3~5월 15%에 머물렀던 G마켓과 옥션 5060세대 구매 품목 비중은 2020년 21%까지 올랐다. 매출 비중은 23%에서 25%로 늘었는데, 특히 수입 명품 구매액이 1년 새 24% 급증했다.
최근 사람들은 명품 브랜드인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생기며 과열 양상을 보인다. 명품 업체들은 1년에도 4~5차례 가격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구매 제한까지 둔다. 샤넬 클래식 라인은 1인당 1년에 한 개 제품만 살 수 있다. 돈을 지불한다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제품을 구매한 뒤 비싸게 되파는 ‘리셀’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명품 업체들이 계속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명품은 오늘 가격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돈벌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이는 희소성이 큰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구한 뒤 바로 되팔기만 해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차익을 낼 수 있어 5060세대에서도 명품 구매가 하나의 자산 관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상화폐, 돌풍인가 광풍인가
최근 시니어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광풍을 일고 있다. 요즘 주식보다 더 큰 관심을 받는 가상화폐는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하면 계속하게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는 아니라고 애써 외면하지만 2030세대는 물론 5060세대까지 뛰어들 정도로 대세 투자상품으로 성장했다. 요즘 시니어들은 젊은이들을 크게 뛰어넘는 시드머니(종잣돈)를 가상화폐 시장에 붓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는 젊은이들보다 부족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 경험과 든든한 자본력이 밑천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50대 이상 이용자는 작년 10월 7만6765명에서, 올 4월엔 70만1018명으로 6개월 새 10배 수준이 됐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코인 시장에 뛰어든 장년층은 젊은이들보다 더 공격적으로 단타 매매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1분기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50대와 60대의 매매 횟수는 각각 326번, 292번으로 20대(226번)보다 많았다. 하지만 변동성이 매우 큰 가상화폐에 투기했다가 노후자금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으며 코인 열풍에 투자 사기 사건도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A씨는 만 50세이던 2016년 6월에 개인형 IRP에 가입했다. 지난해 6월 만 54세에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받은 1억 원을 전부 IRP로 이체했다. A씨는 올해 6월부터 연금을 수령하려고 마음먹었다. 먼저 몇 년 동안 연금을 수령할지 정해야 했다. A씨는 10년 동안 매년 1000만 원씩 나눠 받는 방법과 5년 동안 2000만 원씩 나눠 받는 방법 중에서 고민했다. 각각 내야 하는 세금이 얼마인지 따져보려 상품설명을 읽었으나 설명이 복잡해 비교하기 어려웠다.
연금을 받을 때 세금혜택을 받으려면 연금수령 한도와 연금수령 연차를 잘 따져야 한다. 연금을 받으려면 소득세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연금 가입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고, 55세 이후에 수령해야 하며, 연금수령 한도 내에서 연금을 받아야 한다.
연금수령 한도를 정해 놓은 이유는 평균 수명이 길어진 장수 시대임을 감안해 한꺼번에 받지 말고 길게 나눠 받는 시니어에게 세제 혜택을 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연금수령 한도는 어떻게 정해질까? 연금수령 한도를 알기 위해서는 연금수령 연차를 알아야 한다. 법에서 정의하는 연금수령 연차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가 1년 차다. 만 55세 이상이 된 A씨는 5년 이상 가입조건을 충족한 올해가 1년 차다.
연금수령 한도=연금계좌평가액/(11-연금수령 연차)×1.2로 계산한다. 이 계산식에 따르면 A씨의 올해 연금수령 한도는 1200만 원[1억 원/(11-1년 차)*1.2]이 나온다. 실제 연금을 받기 시작한 연도를 1년 차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A씨가 연금수령 한도 내에서 연금을 받을 때 적용되는 퇴직소득세율이 3.55%라고 가정하자.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한다면 355만 원(1억 원×3.55%)을 내야 한다. 하지만 10년간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퇴직소득세에서 30%를 감면한 249만 원(355만 원×70%)을 10년에 나눠 내면 된다. 퇴직소득세가 아닌 연금소득세 적용을 받으면 세금을 106만 원 아끼는 셈이다.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받더라도 한 해에 받는 금액이 연금수령 한도를 초과한다면 연금 외 수령으로 분류된다. 이때 A씨는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어 355만 원을 그대로 내야 한다.
그런데 연금수령액이 한 해 1200만 원을 넘으면 종합소득 합산 과세 신고를 해야 한다. 종합소득 과세 기준인 1200만 원은 A씨의 연금수령 한도인 1200만 원과 다르다. 연금수령 한도 내에서 연금을 받더라도 연금소득이 연 1200만 원 이상이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만약 A씨가 퇴직금 1억 원을 10년에 걸쳐 매년 1000만 원씩 연금 형태로 받는다면 퇴직 소득세 의 70%만 내면 된다. 하지만 1억 원을 5년에 걸쳐 매년 2000만원 씩 받는다면 종합과세 대상이 돼 15%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A씨가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는 10년에 걸쳐 퇴직금을 나눠받는 것이 좋다. A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연금을 수령할 때는 연금소득세와 종합소득세의 과세표준을 따져보고 수령액을 조절해야 한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입사동기와 퇴직연금 계좌를 서로 비교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주로 투자한 A씨와 달리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동료는 A씨보다 적립금이 1000만 원 이상 많았다. A씨는 퇴직연금을 너무 방치해둔 것 같아 우울해졌다.
우리나라에는 A씨 같은 사례가 많다. DC형과 개인형 IRP는 가입자가 투자를 통해 부족한 은퇴자금을 보완하는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부분 원금보장형 상품 같은 저수익 자산에 투자한다. 원금보장형 상품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지 않은 사례가 많아서다. 그런데 최근 국내 경제 발전과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에 실적배당형 상품을 얼마나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 것일까? 먼저 세계 주요국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401K’는 2019년 말 기준 주식형 펀드 59%, 혼합형 펀드 28%, 채권형 펀드 11%, 단기금융펀드(MMF) 2%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주식 비중만 따지면 60~70% 정도다. 흔히 60% 이상이 주식에 투자된 펀드를 주식형 펀드, 60% 이상이 채권에 투자된 펀드를 채권형 펀드라고 한다. 혼합형 펀드는 주식과 채권을 혼합한 펀드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에서 확인한 영국의 퇴직연금 역시 자국 주식 16%, 해외 주식 29%로 위험자산 비중만 45% 이상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지난해 5월 말 기준 국내 주식 17%, 해외 주식 22%이다. 헤지 펀드 같은 대체투자 12%까지 합치면 위험자산 비중만 51%에 이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퇴직연금 운영 상황은 이와 조금 다르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운용현황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은 수익률 10.67%를 기록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DC형과 개인형 IRP가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DC형 퇴직연금에서 실적배당형 비중은 16.7%, IRP도 26.7%로 낮은 수준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어도 절대적인 비중이 작아서 가입자가 수령할 퇴직연금이 크게 늘지 않은 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채권형 펀드 13조9000억 원, 주식형 펀드 8조6000억 원이다. 더구나 DB형을 제외하면 실제 DC형과 IRP의 주식형 펀드 평가금액은 약 7조9000억 원이다. DC형·IRP 총 평가액 101조6000억 원 중 8%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한 직장인의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금이 1억 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금액이 800만 원 미만인 셈이다.
투자로 수익을 내서 퇴직연금을 불리고자 한다면 주요 선진국 퇴직연금과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을 따를 필요가 있다. 무작정 주식 비중을 늘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보통 젊었을 때는 손실을 봐도 다시 일하면 되기 때문에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 하지만 노후 자산으로 투자할 때는 안정성도 중요해진다. 적합한 비중을 찾기 위해선 연금시장에서 인기 있는 펀드인 ‘TDF(Target Date Fund)’를 참고하면 좋다.
TDF는 은퇴 시점을 설정해놓고 초기에는 위험 자산 비중을 높였다가 점차 줄이면서 관리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모든 TDF는 이름에 연도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2040년이 은퇴 시점인 사람에게는 이름에 ‘2040’이 포함된 TDF펀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적합하다.
투자 상품을 직접 선택할 때는 안정적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은 장기투자로 시장수익률을 달성해야 한다. 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도 문제지만 시장수익률을 초과 달성하려고 하면 원금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TF는 기초 지수 성과를 따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기에 알맞은 상품이다.
ETF는 코스피와 나스닥 같은 주가 지수의 성과를 따라가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적게는 10개 내외, 많게는 400개가 넘는 회사 주식으로 구성된 '묶음 상품'이다. 개별 회사에 악재가 발생해도 크게 요동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최근에는 IRP 계좌를 활용한 해외 ETF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나스닥 100ETF, 중국 전기차 ETF 등이 대표적이다. IRP 계좌로 해외 ETF에 투자하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ETF에 대해서는 증권사 일반 계좌와 IRP 계좌 모두 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반면 해외 ETF를 증권사 일반 계좌로 매매하면 차익에 15.4% 세금을 부과한다. IRP 계좌로 해외 ETF를 매매하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IRP 계좌를 통한 해외 ETF 투자가 느는 추세다.
투자 가능 상품도 다양하다. IRP는 예금과 금리형 보험 등 원금 보장 상품뿐 아니라 ETF와 실적배당 보험, 상장지수증권(ETN), 리츠(REITs) 같은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역외 ETF’는 IRP 계좌로 투자할 수 없다. 주가 지수의 2배 수익을 내거나 2배 손실을 보는 레버리지 ETF, 기초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에도 투자할 수 없다. 위험자산 비중이 70% 이내로 제한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한다.
세금은 시니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재산을 증여하거나, 은퇴 이후 집을 매매할 때 세금을 내야 한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인데,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부터 증여세와 종부세를 줄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01 증여세 전략 TIP
➊ 분할증여
분할증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모의계산을 했을 때 3억 원을 한 명에게 증여하면 세금으로 5000만 원을 낸다. 하지만 3명에게 1억 원씩 증여하면 1명당 1000만 원으로 계산하여 총 3000만 원만 증여세로 내면 된다.
➋ 현금과 부동산 적절히 배분
동일한 가액이면 현금보다는 기준시가 평가가 가능한 부동산을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기준시가가 상승하는 추세라면 기준시가 변경일 이전에 증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부동산 세금을 위해 현금과 부동산을 적절히 배분하자.
➌ 며느리와 사위에게 증여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 상태라면 추가 증여는 며느리나 사위에게 하는 방법도 괜찮다. 며느리나 사위에게 증여해도 손주에게 증여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증여 후 5년만 지나면 상속세를 피할 수 있다.
02 종부세 절세 TIP
➊ 신규 취득 시 공동명의
신규 취득 주택은 공동명의를 해서 공시가격을 낮추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20억 원 주택을 신규 취득 시 단독명의는 9억 원이 공제되고 공동명의는 각각 6억 원(총합 12억 원)이 공제된다.
➋ 공동명의 전환은 신중하게
반드시 공동명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현재 단독명의로 보유한 주택을 억지로 공동명의로 바꿀 필요는 없다. 공동명의로 변경 시 세법에서는 배우자가 새롭게 주택을 취득하는 것으로 보아 취득세가 발생한다.
➌ 다주택자는 단독명의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단독명의가 낫다. 1세대 2주택자가 2채를 모두 공동명의로 했다면 남편과 배우자 모두 2주택자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소유자는 일반 2주택 이하 소유자보다 세율이 높다.
앞길이 구만리인 청년 세대의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인생의 종착점이 다가온 시니어의 화두는 ‘어떻게 남길 것인가?’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무형 자산에 해당하는 증여와 자서전에 대해 살펴본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중소기업의 사장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성공한 사업가로 거듭난 김증여 씨. 최근에는 손주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고 있다. 귀여운 손주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재산을 증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른바 세대 생략 증여를 결심했다. 세대 생략 증여는 절세 효과도 뛰어나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국내 자산가들은 자산 이전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의 증여와 상속으로 자산을 이전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3.6%였다. 과반수가 동의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인은 그들도 윗세대로부터 받은 재산으로 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증여와 상속은 부의 원천 중 하나였다. 실제로 50억 원 이상 부자의 23.7%는 상속과 증여를 부의 원천으로 꼽기도 했다.
다만 상속의 대상이 점차 변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0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상속 및 증여 1순위 대상은 자녀였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10년 전과 비교해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겼다. 2011년까지만 해도 손주는 상속과 증여 비중에서 9.2%에 불과했는데, 2020년 기준 약 3배 이상 증가하며 31.8%를 기록했다. 특히 50억 원 이상 부자의 경우 10년 전과 비교하여 상속과 증여 대상에서 자녀 비중이 6.3% 감소했으나, 손주의 비중은 23.8% 증가했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여전히 자녀의 비중이 높지만, 손주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세대 생략 증여의 절세 효과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미성년 손주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도 늘고 있다. 지난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부모에서 미성년자 손주에게 증여된 재산 총액은 2015년 3054억 원에서 2018년 7117억 원으로 3년 만에 133% 급증했다. 1건당 평균 증여액도 1억5693만 원에서 1억7886만 원으로 늘었다. 특히 부동산을 통한 손주 증여액은 2015년 1296억 원에서 2018년 3653억 원으로 182%나 뛰었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직계존비속 증여 재산 가액이 3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세대 생략 증여로 절세
증여세의 세율은 금액에 따라 5단계 구조로 나뉜다. 해당 구간의 초과 금액만큼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 세율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경우에는 10%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을 증여세로 내면 된다. 하지만 3억 원이라면 계산이 달라진다. 1억 원일 경우 내야 하는 1000만 원과 더불어 1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인 2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4000만 원을 합해 총 5000만 원을 증여세로 낸다.
세대 생략 증여는 최소 30%에서 최대 40%까지 가산된다. 법규상 손주에게 증여할 경우 기본적으로 30%가 가산된다. 미성년 손주에게 20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증여할 경우 40%를 가산한다. 다만 아들이 사망한 후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대 생략 증여의 절세 효과는 아예 없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순차적으로 증여를 한다고 가정하면 조부모는 자녀에게 한 번, 자녀는 손주에게 한 번 해서 총 두 번의 세금을 낸다. 반면 세대 생략 증여는 손주에게 증여하면서 세금을 한 번만 내면 된다. 예를 들어 조부모가 1억 원의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10%의 증여세를 내고, 자녀가 그 재산을 손주에게 물려주면 다시 10% 증여세를 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총 20%에 해당하는 2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는 것이다. 반면 조부모가 손주에게 1억 원을 증여하면 할증 과세로 30%가 붙더라도 총 1300만 원의 증여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확실히 절세 효과가 있다.
또한 세대 생략 증여는 상속세를 줄인다. 상속세는 사망 당시 남긴 재산의 가액에 따라 세금이 결정된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증여를 통해 사망 후 남길 재산을 줄이는 것이 낫다. 다만 법에서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가액이 있거나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 가액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 가액에 가산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결국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살아야 가산을 피할 수 있고,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는 5년 이상 살아야 과세 가액에서 배제된다. 황혜린 NH투자증권 세무사는 “세대 생략 증여는 할증 과세를 내야 하지만, 상속세를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시니어는 자서전을 남긴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 주인공은 천국의 중간역 ‘림보’에서 일하는 PD다. 그의 역할은 천국으로 가기 전 각자가 가진 소중한 기억을 선택하게 도와주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첫사랑과의 만남, 디즈니랜드에 처음 간 일, 어린 시절 오빠 앞에서 춤을 멋지게 춘 일 등 각자가 추억하는 삶의 명장면이 달랐다. 물론 택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영상으로 표현했지만, 이를 글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바로 자서전이다. 자서전은 살아온 시간 중 삶의 순간을 선택하고 조립하여 만든 결과물이다.
일상 속 순간을 매일 기록하는 것이 일기라면, 자서전은 한 인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삶의 기록이다. 현시대에 유행처럼 일어난 현상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자서전에 대한 갈망은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다. 서양에서 이러한 일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예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몽테뉴 백작의 ‘수상록’ 등이 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명예로운 일을 한 위인들만 자서전을 쓸 수 있는 걸까? 그것은 아니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지나간 시절의 행복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글쓰기는 다른 것에 비해 준비물이 간소하다. 펜과 그 펜을 쥘 힘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지난 시절의 추억과 생각을 정리하는 동시에 알맞은 단어와 문장으로 편집해서 그럴듯한 글로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에 큰 각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시니어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서전을 쓰고 있을까? 지난해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악조건 속에서도 서대문구청이 진행한 ‘행복 타임머신’ 사업에 참여하여 자서전을 쓴 시니어들이 있었다. 올해 4년 차에 접어든 해당 과정은 대학생과 함께 자서전을 써나가는 수업인 동시에 시니어에게는 학교나 다름없었다.
아름다운 종착을 위한 선택
코로나19 이전에는 함께 교외로 나들이를 나가고, 대학교 내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등 대학생과 비슷한 생활을 했다. 실제로 참여했던 분 중에 주위 지인에게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수업을 통해 글쓰기 이론을 배우며 실제로 써보기도 하고, 자신의 글을 남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저마다의 고달픈 사연으로 인해 발표 시간은 늘 울음바다였다고 한다. 그렇게 대학생과 함께 적어나간 삶의 얘기들은 ‘안산자락에 살으리랏다’라는 제목을 달고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수업에 참여했고, 수업은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참여 동기는 대부분 비슷했다. 삶의 순간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던 차에 주위의 권유와 안내 책자를 보고 호기심에 도전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자서전 쓰기는 그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업 이후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이정표가 생겼다. 수업에 참여한 이상각(75) 씨는 “가끔 수업에서 시 낭송을 했는데, 그 시간이 되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하며 “자서전 쓰기는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동시에 나의 소중함을 알려줬다”라고 밝혔다. 엄신자(78) 씨는 “자서전 수업을 통해서 낭비와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라고 밝히며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틈틈이 글을 적고 있는데, 나중에 이를 바탕으로 산문집을 한 권 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자서전 쓰기 수업을 진행한 이성림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는 “자서전은 이제껏 살아온 나날을 정리하는 동시에 내 삶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자서전 쓰기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인 동시에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다.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만큼 각자의 얘기에 공감하고, 서로를 다독였다”라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자서전은 후손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서전 수업에 참여한 김옥원(85) 씨는 “내 삶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자서전이 훗날 손주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쓴 자서전에 내용을 덧붙여 USB 형태로 손주에게 물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순철 한국기록연구소 대표는 “자서전은 책이 아니라 살아온 이야기다”라고 말하며 “노인들은 자서전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면서 자기위로를 할 수 있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그들을 이해하는 미디어다”라고 설명했다.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동시에 다음 세대와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멋진 마무리가 있을까? 자서전은 아름다운 종착을 위한 멋진 선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