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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되살려 물려주는 것 노년의 의무이자 권리"
-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노인들, ‘그레이그린’(Gray Green)의 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나는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조부모다’라는 팻말을 든 런던 길거리 노인들의 모습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외신에 실린 보도 사진 속, 손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체포되어도 상관없다고 외치는 노인들은 강력했다. 누구보다 능동적이었으며,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9월, 국내에서도 ‘새로운’ 시니어 단체가 탄생을 알렸다. 600명 이상의 60대 이상 중장년층이 기후위기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 선언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단다. 노인은 수동적이지 않고, 무기력하지 않으며, 퇴행적이지 않다는 외침과 함께. ‘60+ 기후행동’ 서명운동 참여자이며 단체 내부 정비에 한창인 이경희 환경정의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60+ 기후행동’을 결성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가 4℃ 올랐지만 최근 1세기 동안 1℃ 올랐다고 합니다. 지금의 5~6세 어린이들은 우리보다 산불, 가뭄,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3배 더 자주 경험하게 될 거라는 외국 연구 결과도 있지요. 현재의 기후위기는 우리 기성세대의 오만과 무지, 탐욕과 무절제 탓입니다.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년들이 미래 세대의 몫까지 함부로 빼앗고, 개발과 성장에 눈이 멀어 자연을 함부로 훼손한 것에 대해 뼈아픈 성찰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 노년의 의무이자 권리니까요. 회원 연령대를 60대 이상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그들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개인 시간이 많아 자유롭고 사회적인 경험이 풍부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인맥까지 갖춘 60+ 세대는 대단한 인적 자원이죠. 만일 이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사회 전환에 참여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60+ 기후행동 온라인 서명에 연령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60+ 기후행동은 ‘모두가 원하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수동적이지 않고, 무기력하지 않으며, 퇴행적이지 않은’ 노인들의 모임, 60+ 기후행동은 앞으로 어떤 활동에 나설 예정인가요? 우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노인들끼리 연결돼 서로 이끌어주고 격려한다면 중간에 지친다 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60+ 기후행동이 조직도를 갖춘 단체보다 노인 ‘네트워크’ 형태를 지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또 지자체나 국가의 환경 정책 평가 및 감시, 기업 활동 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카페나 SNS 등을 이용해 회원들끼리 소통하고, 각자 실천 중인 방법을 제안하고 실험하는 등의 개인적 활동도 계획 중이고요. 60+ 기후행동만의 특색 있는 활동도 준비하고 있나요? 네. 60+ 기후행동 준비 모임에서 흥미로운 제안이 많이 나와요. 일례로 비폭력 시위를 하는 모임의 이름을 ‘어슬렁 모임’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환경오염의 온상으로 지적받은 장소 앞을 수많은 노인들이 그저 어슬렁거리자는 것이죠. 노인들이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지침’을 만들어 공유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청년 세대가 일일 목표를 세우고 서로 인증하고 공유하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듯, 우리 노인들도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거죠. 해외 그레이그린 단체와 협력해 환경운동을 진행할 계획이 있나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으나 60+ 기후행동이 보다 더 조직적으로 구성되고 활동이 활발해지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정보화에 힘입어 전 세계는 이미 하나의 국가처럼 통합되고 있어요. 성공적인 환경운동은 지구촌의 선례로 남아 공동의 자산이 되기 때문에, 추후에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인터뷰를 읽고 환경운동이나 60+ 기후행동에 관심을 갖게 될 60+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제 삶을 돌이켜보면 반성하게 돼요.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고, 생활 습관과 태도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실천이 어렵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고 있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지구에 발자국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원을 아끼고 최소한의 소비에 만족하는 삶이 새로운 ‘기후행동’임을 인식하고,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TIP] ‘60+ 기후행동’에 참여하는 방법 ㆍ네이버 카페 ‘60+ 기후행동’에 가입하여 기후행동 선언문을 읽고 온라인 서명에 참여한다. ㆍ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내려받는다. 텔레그램에 가입한 뒤 @graygreen60plus를 검색해 60+ 기후행동 단체 채팅방에 입장한다.
- 2021-11-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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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피해 실내로…7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일정 8월 8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환경보호가 전 세계의 과제로 당면한 가운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시가 열렸다. 모든 생태계의 집인 지구, 인간이 거주하는 건축물, 새와 곤충의 서식지 등 세 개의 집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 그 안에서 벌어진 참혹한 환경오염을 이야기한다. 이상 기후로 집단 고사한 침엽수, 아사한 동물, 남·북극의 해빙 등 죽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실제 고사목과 박제 동물, 영상 등으로 선보이며, 아파트를 짓고 부수는 과정에서 생산 및 폐기되는 사물을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전시실뿐 아니라 마당, 로비, 건물 외벽 등 여러 곳을 전시 장소로 활용해 미술관 전체를 인간을 둘러싼 환경처럼 보이도록 했으며, 특히 옥상에는 서식지를 잃은 새와 곤충의 보금자리를 설치해 전시 일정과 무관하게 올가을까지 남겨둔다. 기후위기에 대한 전시지만 그 자체가 탄소 배출 행위라는 모순을 고려해, 전시 준비 과정에서도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생활화했다. 배우 박진희가 국문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해 진심 어린 목소리로 인류가 직면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나무 인형의 비밀 - 체코 마리오네트 일정 8월 29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 국가 체코의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체코의 흐루딤인형극박물관과 협력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체코 인형극을 중심으로 156점의 인형과 무대 배경, 실황 영상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18세기 유랑극단에서 출발한 체코 인형극은 라디오나 TV가 없던 시절 도시 간 소식을 전달하며 민족의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시는 이 같은 기원을 시작으로 인형극 부흥기를 맞은 20세기 초중반, 다양한 인형극장이 탄생한 20세기 후반까지 인형극의 발전을 연대기적 구성으로 살펴본다. 또한 단순히 역사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체험존을 마련해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체코에서 직접 공수해온 마리오네트 인형과 손가락 인형, 음향 장비 등을 통해 인형극을 재현해볼 수 있으며, 유랑극단이 타고 다니던 마차에 들어가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 좋아 여름방학이 시작된 손주와 함께 방문하면 더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 Book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 (박경이 저·도트북)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용감하게 오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산 등반가다. 이들은 동상에 걸려 손가락을 자르고, 때로는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그 모습을 보면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산을 오르는 이유가 궁금해질 때도 있다. ‘왜 산을 오르는가?’ 어쩌면 산을 사랑하는 모든 산악인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여성 산악가 박경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의 삶으로 대신한다. 에세이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는 고산 등반가의 삶과 철학을 저자가 ‘죽음의 지대’ 히말라야 고산에 직접 오르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로 현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자기 존재의 참된 의미를 사유하고, 자신을 포함해 편견과 차별이란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했던 세계 여러 여성 산악인의 고충을 담담히 반추한다. 책은 단순히 감상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산 등반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셰르파와 루트 개척, 베이스캠프 생활 등 기본 상식부터 트레킹 준비물, 고산병 극복 방법 등 실전에 필요한 정보까지 한데 담아 등반 의욕을 고취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죽으러 산에 가지는 않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산을 오른다”는 많은 고산 등반가의 마음을 대변한다. 관중도 심판도 없지만 반칙하지 않고 정직하게 산을 오르는 이들의 삶을 간접 체험하다 보면 서문에서 던졌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 풀린다. 등산의 진정한 묘미는 정상이란 결과보다 자신을 믿으며 한 발씩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인생이란 산을 탈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이다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나태주 엮·앤드) ‘풀꽃시인’ 나태주가 한국 시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역작을 갈무리해 엮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국민 시 ‘엄마야 누나야’부터 조지훈의 희귀 시 ‘병에게’까지 총 125편이 담겼다. ◇킵 샤프 (산제이 굽타 저·니들북) 나이가 들어도 인지 기능을 총명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한다. 뇌에 관한 오해와 진실, 구체적인 12주 프로그램을 통해 막연하게 느껴지는 뇌 건강 영역을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바람이 내 등을 떠미네 (한기봉 저·디오네) 평생 세상을 뾰족하게 바라보았던 언론인 출신 저자가 평범한 중년으로 돌아와 세상살이의 단상을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짧지만 강렬한 60여 개의 글이 또래 독자에게 위로를 전한다. ● Stage ◇마리 앙투아네트 일정 7월 13일~10월 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김소현, 김소향, 김연지, 정유지, 민우혁, 이석훈, 이창섭, 도영 등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뮤지컬로 다시 돌아온다. 올 7월 막을 올리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한때 고귀한 신분이었지만, 각종 오명 속에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의 삶을 통해 진실과 정의의 의미를 조명한다. 사회의 부조리를 타파하고자 혁명을 선도했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한국 버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에 비중을 실어 두 여인의 삶을 더욱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특히 당대 부의 상징이었던 파리 베르사유 궁전과 빈민가 마레지구를 무대 위에 재현해 계급 간 갈등 구조를 명확히 그려낸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귀부인 드레스와 다채로운 가발도 재미를 높이는 포인트. 목걸이 사건, 바렌 도주 사건, 단두대 처형 등 대중에게 친숙한 사건을 위주로 재해석해 공감대를 더한다. ◇렁스 일정 9월 5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2관 연출 박소영 출연 이동하, 성두섭, 오의식, 이진희, 류현경, 정인지 등 매 순간 선한 의도로 행동하기 위해 고민하는 한 연인이 사랑, 환경, 출산 등의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하며 ‘좋은 사람’의 정의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다. 환경을 위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여자와 아이를 낳아 좋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남자의 정답 없는 갈등이 진정한 ‘선’(善)의 의미를 묻는다. 특별한 장치 없이 두 배우의 대화로만 이어지는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 ◇비틀쥬스 일정 8월 7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알렉스 팀버스 출연 유준상, 정성화, 홍나현, 장민제, 김지우, 유리아 등 팀 버튼 감독의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2019년 현지 초연 이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황당한 사고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의 신혼집에 이사 온 한 가족을 쫓아내기 위해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와 합세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중부양을 하는 캐릭터와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등 마술 같은 연출이 놀이공원에 온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 2021-07-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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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보답할 시간입니다”
- 일 년 중 두 농작물을 한 농장에서 재배하는 농법을 2모작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여름에 벼를 재배해 가을에 수확하고, 그 자리에 보리를 봄까지 재배하는 것이다. 기후가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는 3모작도 가능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은퇴를 기점으로 새로운 인생 농사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 구자삼(72) 전 수원과학대 교수는 증권업계에서 첫 인생 농사를 짓고, 퇴직 후 대학교수로 2모작을 했다. 한데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해외에 자문관으로 파견되어 3모작을 했고, 이제는 4모작을 거두려 한다. 구자삼 전 교수는 현역 시절 증권업에 종사했다. 대우증권에서 런던 현지법인 사장, 국제본부장을 역임했고, 투자신탁회사 대표로도 일했다. 55세에는 증권계에서 은퇴하고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학위를 취득한 뒤 수원과학대 교수가 되었다. 65세에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후에는 코이카(KOIKA), 나이파(NIPA)의 해외 중장기 자문단으로 미얀마, 몽골에 파견되어 개발도상국 정책 자문을 했다. “미얀마 사가잉협동대학에 파견되었을 때가 66세, 몽골 금융감독원에 파견되었을 때가 69세였어요. 은퇴해도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했지요. 미얀마에서 열정적인 현지 교수들을 보면서 1970년대 힘들고 어렵던 시절의 나를 보는 듯했어요. 그래서 더욱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더라고요.” 이 나라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니 애정이 커졌다. 자신이 주재하는 세미나를 통해 한 나라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뿌듯하고 보람이 컸다. 그는 이를 통해 깨달았다. 은퇴 후에는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줄 때 기쁨이 더 큰 듯하다고. 이렇게 3모작을 마친 그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며 인생 4모작을 시작했다. 은퇴자 맞춤형 자산 운용 방안의 필요성을 느끼다 “은퇴한 60~70대의 자산 운용 방안에 관해 책을 써볼까 생각 중이에요. 저와 은퇴자들의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요.” 그는 ‘개인 재무설계의 이해’, ‘100세 시대의 재무설계와 자산관리’라는 책을 공저했다. 대학 교재용 이론서였다. 이 책들을 쓰면서 은퇴와 삶에 관해 깊이 생각했다. 일반인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풀어 쓴, 은퇴자의 자산 운용에 도움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은퇴 후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려면 경제적 자유가 밑바탕이 되어야 해요. 금리가 1% 내외인 상황에서 자산 운용에 걱정이 많은 분들, 실제로 증권 투자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더라고요. 요즘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도 활성화되어 있고요. 경험이 적은 은퇴자들이 위험 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익과 리스크 요인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안전하거든요. 책을 써서 이들을 위한 자산 운용 방안을 안내해보려 해요.” 그는 은퇴자의 투자는 현직자의 투자와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금융에는 ‘리스크 앤드 리워드’(Risk and Reward)라는 말이 있다. 리스크를 많이 감수할수록 이익이 커진다는 의미다. 은퇴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은퇴자는 손해를 크게 보면 안 돼요. 그건 곧 많이 벌 수도 없다는 뜻이에요. 투자 규모는 전체 자산에서 10~20%가 적당하다고 봐요. 위험 없이 얻는 수익은 적어요. 조금 벌어도 돼요. 손해를 보더라도 미미하게, 이익은 적더라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해요.” 최근 주식 시장에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서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식 투자에 나선다. 그는 이 현상을 보면서도 은퇴자를 위한 올바른 투자 정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 경제 급성장기에서 최근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주식 사이클이 변화하면서 늘 부의 재편이 있었어요. 이것은 돈의 흐름의 결과예요. 주식은 위험 자산이에요. 이를 다룰 줄 아는 나름의 전문 지식과 사이클 이해가 필요하지요. 투자 열풍이 어떤 사람에게는 부를 쌓을 좋은 기회지만, 어떤 사람은 그냥 투기라고 생각해 기회를 놓치지요. 잘못하면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것도 현실이에요. 최근의 주식 열풍은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발생할 기회이자 트렌드일 뿐입니다. 투자 경험과 통찰력만이 해답을 줄 거예요. 이를 이해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은퇴자들에게 보탬이 될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당신을 찾는 이들이 있다 그는 은퇴가 인생의 가을이라고 했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겪는 변화지만, 은퇴에 다소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닥치면 당황하기 일쑤. 그는 은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퇴 후의 삶을 소풍이라 여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즐겁게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길 권했다. “은퇴 후의 삶을 품격 있게 이어나가려면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해요. 세상일에 계속 관심을 갖고, 변화를 읽고, 그에 대응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해요. 눈을 감아버리면 다가올 미래가 보이지 않고, 행동할 수 없어요. ‘잘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가 깨어 있기 위해 실천하는 일이 주식 투자다. 세상 물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식 가격은 세상의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형성되고,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등락이 결정돼요. 나이가 들수록 정보 교환이나 세상 돌아가는 일을 체감하기 어려운데, 주식 투자가 뉴스를 빨리 이해하고 세상사를 읽는 데 도움이 돼요.” 은퇴 후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권했다. “은퇴자가 하려는 분야는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기 마련이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관점을 바꾸면 기회가 있다는 게 제 믿음이에요. 국내가 아니라 개발도상국 같은 해외에서 찾으면 쉬워요. 그들은 우리나라가 1990년대 중후반에 하던 일을 지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뭘 하면 돈을 벌지 딱 보여요. 옛날에 다 한 거니까요. 그러니 쉽게 일거리를 찾고 적응할 수 있지요. 또는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 차원에서 전문적인 일을 해주면 환영받을 거예요. 상대방이 내 일에 만족하면 그다음 기회가 와요. 현재에는 없는 직업이나 분야를 새로 만드는, 이른바 ‘창직’을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 역시 은퇴 전후 달라진 점을 일의 목적과 보상 측면에서 꼽았다. 국제 부문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는 점은 같다. 다만 증권업계에 종사할 때는 주로 선진국에서 더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경쟁하며 일했지만, 은퇴 후에는 보수나 수익은 접어두고 개발도상국에서 봉사 차원으로 일했다. 그는 은퇴자들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꼭 하고 싶고 열정이 있는 일을 한두 가지만 찾아보길 권했다. 그걸 정하고 준비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도전하라는 격려도 전했다. “보통 1~2년은 새 길을 찾으려고 열심히 해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발견하지 못하면 대개는 포기하더라고요. 계속 찾으면 기회가 온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러니 포기하지 마세요.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으면서 자꾸 기회를 찾아보세요.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어딘가에는 열심히 일한 당신을 기다리는 곳이 있어요.”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빈곤을 벗어나 이만큼 살아온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누군가를 도울 차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계획하는 4모작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하려 한다. “은퇴 후 제 삶이 도전의 연속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저 나를 도와준 손길에 보답하기 위해서 한 거예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봉사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열과 성을 다해 할 생각입니다.” 한때 ‘대우맨’이었던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말을 몸소 실천하며 산다. 국내에서,해외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하려고 늘 준비하고, 기회를 찾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면 주저 없이 찾아갔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찾으면 기회가 있다”는 그의 말에 신뢰가 갔다. 그는 해외에서 한 번쯤 더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고.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해외 활동이 중지된 상황. 언제 다시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난날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가득했고, 눈빛은 반짝였다. 여느 청년보다 더 젊고 생기 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자, 멈추지 않는 자, 기회를 찾고 취하는 자,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자의 모습이었다.
- 2021-03-15 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