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이 없었다.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어른은 누구일지 고민했던 편집회의에서 기자들은 나태주 시인을 꼽았다. 만장일치였다. 대중도 마찬가지다. MZ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게 그는 인기를 넘어 추앙에 가까운 현상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낯익어진 마이너한 시인일 뿐이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팬덤 같은 것이죠. 날씨도 팬덤이 되고 계절도 팬덤이 돼요. 눈과 비가 고르지 않게 한꺼번에 내리는 것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것뿐이죠. 낯익고 익숙한 것을 찾는 거예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얘기다. 최근 출간된 그의 신간 ‘좋아하기 때문에’는 발매 2주 만에 1만 부나 팔렸다. 요즘같이 책을 멀리하는 시대에 꿈같은 이야기다. 사람들이 단지 친숙함에 습관처럼 살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는 책을 통해 “시인은 세상 사람들의 감정을 돌보는 서비스맨”이라고 말했는데, 아마 그것이 통했던 것 같다. 마치 ‘풀꽃’의 한 구절처럼 나를 자세히 그리고 오래 봐주길 기대했기 때문일까. 책을 내놓을수록 20~30대 사이에서 강한 소구력을 발휘했다. 그 소감의 물결에선 희망과 위로, 치유 같은 단어들이 떠다녔다.
타인 감수성과 꼰대
이런 공감대 속에는 어른다움이 있다. 젊은 세대가 ‘꼰대’에 저항하는 이유를 그는 어른의 이해와 변화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해의 기준으로 ‘타인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투 현상’이 사회를 뒤흔들 때 익숙해진 ‘성인지 감수성’에서 온 말이다. 이제 세상은 내 입장만 고집하며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주변에선 ‘타인 감수성’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니까, 시인은 더 좋은 표현이라며 그 말을 되뇌었다.
“세상은 나 하나와 나머지의 너로 나뉘어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요. 나를 빼면 모두 ‘너’이기 때문에, 너를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꾸 나 때만 얘기하려 들고, 네 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네 때는 그렇구나, 그거 참 힘들겠다 하고 관심 갖고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한 거죠.”
그는 책 속에서도 꼰대를 상징하는 신조어 ‘라떼’를 지적했다. 어른과 젊은이 쌍방이 조금씩 물러서서 상대를 이해하기를 기대했다. 어른 쪽에서 권위를 내세우며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젊은이도 변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소위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만큼 다양한 약속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지만, 가장 즐거운 일정이 있다. 젊은 세대와 만나는 강연회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거절하는 법이 없다.
“아이들을 만나서 어려운 점, 괴로운 점, 그늘진 점을 봐요. 겉으로는 멀쩡하고 좋아 보이는 청춘들도 소통을 해보면 문제가 있어요. 결혼이 싫은 여성, 학교가 힘든 선생님, 취업이 힘든 청년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려 노력하고 있죠.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을 나무라지 않고, 기다려주고, 도움 주는 말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낳아주고 길러주는 것만으로 부모 노릇이 끝났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져주고,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해요. 어른이 됐다는 건 졌다는 것이니까요.”
젊은 세대가 갖는 아픔에도 주목했다. 학자금 대출 등으로 ‘젊은 빚쟁이’가 되고, 구직난에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지만, 망가진 경력은 쉽게 되돌릴 수 없어 ‘손닿는 직장’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고충에 대해서다. 그는 “가서 막일이라도 해라”가 어른 눈에는 맞는 말 같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심정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달라진 세상에 대해 어른들이 더 주목해주길, 그리고 스스로도 변화하길 당부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유교 사회도 농본주의 사회도 아니에요. 편리한 것, 새것을 좇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이미 젊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데 무조건 어른을 따르라 요구할 수 없어요. 또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떠도는 (디지털) 유목 사회가 됐어요. 내가 만든 우유 한잔도 휴대폰을 뒤져보지 않으면 팔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모두가 노마드처럼 살고 있는데 과거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죠.”
바뀐 세상에 맞춰 그 스스로도 변화를 택했다. 그는 “나 역시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한창 일했던 시기보다 정년퇴직 후 내 생활은 더 많이 바뀌었죠”라고 말했다.
모두 비워내야 좋은 어른
최근에는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고민하는 어른이 많아졌다. 인문학 강좌의 주제로도 인기가 많다. 세대 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스스로를 고민하는 기성세대가 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태주 시인은 이러한 모습을 ‘굉장히 좋은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젊은 시절은 스스로를 채워야 하는 기간이에요. 이기적인 삶이 되죠. 가지고 싶은 것도 많아요. 돈도 명예도 지위도 얻으려면 채우는 데 집중해야 해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달라요. 이타적인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해요.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젊을 때는 남을 이기기 위한 공부를 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상 타는 것도 돈 버는 것도 아닌 내 내면의 기쁨을 위해서 공부하는 겁니다. 철이 드는 과정이죠. 이것을 위해서는 젊을 때 스스로를 꽉 채워놓을 필요도 있어요.”
그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안정을 통정성에 빗대 이야기했다. 살아온 삶 전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면 스스로의 잘못도 인정할 수 있게 돼요. ‘그 대목은 참 미안하게 됐다. 어쩔 수 없었고, 지금 같으면 안 할 텐데 그때는 내가 그랬다’고요. 어른이라면 자신을 속이거나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고, 자기 잘못까지 인정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해요. 우리 사회나 국가 운영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젊을 때 맘껏 채우고 나면 이후에는 비우는 과정이 찾아온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생각을 해야 돼요. 어떻게 비우고 갈 것인지. 때려 부숴서 비우고 갈까, 곱게 정리해서 도움이 되게 할까 말이죠. 지금 운영하는 풀꽃문학관도 나를 비우는 작업이에요. 그간 모아놓은 것들을 쓰레기가 아닌 보물이 되도록 정리하고 있어요. 이것들을 욕심내 집에 데려가는 순간 쓰레기가 될 거예요.”
그렇게 잘 비우고 간 인물 중 하나로 나태주 시인은 이어령 선생을 꼽았다. 청년 시절 누구보다 채우기에 열중했고, 말년에는 자기를 완전히 비워놓은 ‘선비’ 같았다고 평가했다.
“옛날 교사 시절, 태풍이 휩쓸고 간 운동장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모아다가 태운 적이 있어요. 아직 푸르름이 남아 있는. 그 잎들을 태우면 아주 역겨워요. 아직 살아갈 수 있는 여력이 남아 그런 것 같아요. 그에 반해 가을이 되어 탈색되고 말라 떨어진 낙엽들을 태우면 냄새가 고숩고, 가볍게 훨훨 타요. 모두 비워냈기 때문이고, 사람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가오는 선거로 인해 정치적 성향이나 세대, 지역 사이의 갈등이 점점 커지는 요즘이다. 서로가 상대의 생채기를 기대하며 날선 감정을 말과 글에 담아 던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는 성숙한 어른이라면 그럴 이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사방팔방이 열려 동서남북이 다 보여요. 산꼭대기에 올라간 사람이 왜 동쪽 사람, 서쪽 사람, 남쪽 사람, 북쪽 사람에게 욕지거리를 내뱉나요. 다 동지고 친구죠. 인생의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죽일 사람도 살릴 사람도 없어요. 성인들처럼 훌륭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BTS와 이생망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도 고민이다. 앞길이 창창한 청년들은 가야 할 길이 멀어 고민이지만, 중년이 넘으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해진다. 나태주 시인은 청년과 중년 혹은 노년은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년들은 미래를 위해 10년짜리 계획이 필요하지만, 중년은 5년 계획을 세우고, 그 다음 5년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청년은 차근차근 꿈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충분한 기간을 갖고 준비해야 하고, 중년은 꼭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요.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방식도 달라져요.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잘하는 일만 하려다가는 더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상처를 입어요. 좋아하는 일은 노력하면 잘할 수 있지만 잘하는 일이 좋아지긴 어렵죠. 길게 보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해요. 그래야 중도에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반대예요. 잘하는 일을 선택해야 남은 인생 동안 성공을 맛볼 수 있을 테니까요.”
늘 말과 글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그는 요즘 말에도 관심이 많다. 신조어와 노래 가사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BTS의 노랫말을 모티브로 한 노래산문집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야기 나누는 동안 요즘 말이 툭툭 튀어나왔다. 젊은 엄마들이 쓰는 ‘육퇴’(육아퇴근)가 그랬고, ‘독박육아’나 ‘라떼’(꼰대를 상징하는 말)가 그랬다. 그는 ‘이생망’을 지목했다. ‘이번 생은 망했으니 돌이킬 수 없다’는 뜻으로, 젊은이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줄임말이다.
“요즘 말 중에 가장 마음 아픈 말이에요. 절망적이죠. 왜 망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인생이 망했으면 다음 인생도 망한 인생이 돼요. 좀 부족해도 모든 사람의 인생은 아름답고, 포기할 수 없어요. 모두 성과에 급급하니 나오는 말이에요.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써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청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줘요.”
그는 젊은 세대에 대한 당부를 이어갔다. 많은 장소에서 만난 힘들고 지친 청년들이 잊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너무 큰 꿈에 매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커진 꿈을 원해요.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악마와 계약을 맺듯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바치려고 하죠. 하지만 집채만 한 큰 것을 바라다가 안 되면 부숴버리고 싶고,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어져요. 그래서 이룰 수 있는 꿈을 꾸고, 그것을 성취하는 아름다움을 느껴보길 권하고 싶어요.”
바야흐로 ‘갓생러’들의 시대다. 자기관리에 과감히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일이나 공부, 취미 분야에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
이러한 열풍의 배경으로는 MZ세대의 자기관리형 라이프스타일이 꼽힌다. 실제로 국내 한 업체에서 MZ세대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2023년에 갓생에 도전할 계획’이라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전에 임할 갓생 분야로는 공부, 재테크, 자격증 취득 같은 자기계발 분야(65.3%)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뿐 아니라 시니어 세대에서도 ‘갓생 살기’가 주목받는 모양새다. 기대수명 증가와 4차 산업혁명으로 격변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해 교육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 통계청에서 공개한 평생학습 참여 현황에 따르면, 오프라인 강좌에 참여하는 55~79세의 비중이 2019년 41.5%에서 2020년 44.5%로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변화는 시니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아 공부에 임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학도의 열정이 자칫 신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목과 어깨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책을 내려다보는 자세는 목 주변 근육에 부담을 야기하는데, 고개를 15도만 숙여도 경추 전반에 12.2kg에 달하는 압력이 가해진다. 이는 경추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을 일(一)자로 변형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자목은 머리의 무게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하지 못하고 목 특정 부위에 집중되게 하기 때문에 목과 어깨 주변에 통증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과도한 부담이 누적돼 경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되거나 제자리를 벗어나는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디스크 주변으로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을 겪거나, 움직임에 불편이 따른다. 특히 신체 노화와 함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시니어의 경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목 통증 해소를 위해 활용되는 주요 한방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침치료가 있다. 뻣뻣하게 경직된 목 주변 근육에 침을 놓으면 긴장이 풀리고 부드럽게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통해 통증의 원인인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실제로 목 통증에 대한 침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침술의학’(Acupuncture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경추 수술을 받을 확률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침치료와 경추 수술률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그 결과 6주 이내 2회 이상 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경우 2년 내 수술률이 6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이어지는 공부인 만큼 책상에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는 가급적 독서대를 사용해 고개를 과도하게 숙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목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적어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천장을 보며 뒷목의 부담을 풀어주도록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강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니터 가까이 고개를 내밀기 쉬운데, 이는 일자목과 목디스크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무심코 모니터를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도록 안경을 착용하거나 글씨 크기를 키울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모니터 밑에 받침대를 놓아 화면을 눈높이보다 10도가량 높게 위치하면 경추의 C자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화면이 눈높이와 수평이 되도록 맞춰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눈과의 거리를 50cm 이상 유지해 상체를 바르게 세우도록 한다.
‘학무지경’(學無止境)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학문에는 끝이 없으니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 학문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 같은 태도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알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학을 꿈꾸는 시니어라면 자기계발뿐 아니라 건강관리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자.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2019년(27.7%)보다 6.4%p 높아졌다. 사회적 고립도는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회적 고립도가 높았다. 19~29세의 사회적 고립도는 26.7%지만 60세 이상은 41.6%로 높아졌다. 독거노인 비율도 늘었다. 2000년 16%였던 독거노인 비율은 2022년 20.8%에 달했다.
5060 취미플랫폼 ‘오뉴’(ONEW)를 운영하는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우리나라 노인 외로움이 왜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하다 2020년 8월 로쉬코리아를 설립했다. ‘시니어는 소중하니까’의 줄임말 ‘시소’로 시작해 최근에는 ‘오뉴’로 플랫폼을 리뉴얼하고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공간을 열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모두 없어지는 날을 꿈꾼다는 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로쉬코리아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로쉬코리아(LOSH KOREA)는 ‘외로움이 여기서 멈춘다’(Loneliness stops here)는 의미에요. 왜 우리나라 시니어가 겪는 외로움과 고립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까 고민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세 명이 공동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국가에서 복지 차원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긴 한데요. 이 경우에는 경제적 혹은 사회적 약자여야 이용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세요. 왜 그럴까 살펴보니 이분들이 원하는 활동이 아닌 거예요. 활동을 통해 성장하거나 영감을 받지 못하는 거죠. 아무래도 복지 차원의 프로그램들은 예산이 정해져 있고 최대한 많은 분에게 혜택을 드리려다 보니 퀄리티를 높이기가 어렵더라고요. 몇 번 가보고 맞지 않으니 집에서 TV를 보거나 경로당으로 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가 은퇴 전후인 것 같아요. 그때가 골든타임이라고 봐야 하는데요.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디서 활동해야 할지, 정보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이때 발견하지 못하면 그렇게 사회와 멀어지면서 노후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민간에서도 이런 부분을 누가 바꿔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로쉬코리아를 시작했습니다.
Q 처음에는 어떤 서비스로 시작하셨나요?
처음에는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먼저 했어요. 그럼 스스로 정보를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삶이 변화가 안 되더라고요. 들여다보니 정보를 찾긴 하는데,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는 거예요. 복지관은 70대 이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문화센터나 살롱은 40대 타깃이 많고요. 동호회는 문턱이 너무 높은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아주 즐겁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시소’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은 즐겁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던 거예요. 그래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는 지역 근처에 어떤 문화, 여가 프로그램이 있는지 요즘 MZ들에게 보내는 것처럼 똑같이 안내해드렸어요. 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서 교류하실 수 있도록 장을 만들기도 했어요. 저희와 오프라인에서 함께하지 않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실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서비스가 점점 커지더라고요.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정말 도움이 되는 걸까 한 번 더 확인하고자 마지막으로 생활도움서비스를 해봤어요.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집에서 필요한 어려움을 무엇이든 해결해드립니다’라는 콘셉트였습니다. 병원 이동, 집안 수리 등 다양한 도움을 드렸는데요. 경제적·사회적 약자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누구나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 했고, 사회에 참여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집에 방문하면서 저희 서비스를 알려드렸거든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서 얼굴이 밝아지시고 삶이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서비스를 업으로서 더욱 명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됐습니다.
은퇴 후에 복지관, 문화센터를 갔다가 좌절을 경험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하셨던 분이 있었어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일상에 활력을 찾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인플루언서가 되어 저희를 통해 찾은 활력을 저희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희의 팬이 되신 거죠. 그럴 때면 벅찬 기분을 느껴요.
Q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오뉴’ 서비스까지 하게 되신 거군요. ‘오뉴’에 대해 알고 싶어요.
‘오뉴’는 5060을 뜻하는 숫자 5, 6을 이어서 발음한다는 의미도 있고, 영어로 ‘Oh, New!’라는 뜻도 있어요. 오늘도 이곳에서 새로운 여가 활동을 찾고 삶을 새롭게 액티브하게 보내시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시면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개인에 맞춰 ‘큐레이션’을 하고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 연관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뜨도록 해 활동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푸쉬 알림을 통해서 여가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내드리기도 하고요. 브런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서는 다수의 5060분들에게 여가, 문화를 제안하는 콘텐츠들을 보여드리고 있어요.
매월 1만 2000명 정도의 시니어 분들과 만나고 있고요. 저희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5000명 정도 됩니다.
Q 복지관, 문화센터, 살롱 등 다른 문화 서비스들과 차별화된 ‘오뉴’만의 특징은 어떤 걸까요?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 제안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특히 첫 키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을 제안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A 고객이 건강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취미를 찾는다고 생각해볼게요.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면 음식, 운동, 병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중 운동을 검색해서 운동 중에서도 춤을 고르고 춤 중에서도 발레, 훌라댄스, 현대무용 등을 보다가 훌라 댄스를 선택해 취미로 즐겼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대부분 맞춤 서비스는 그다음 서비스로 춤에 관련된 것들을 제안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다시 첫 번째 건강 키워드로 돌아가요. 다음에는 건강한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안하거나 운동 중에서 춤이 아닌 다른 것을 보여주는 식이죠.
맞춤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는 먼저 콘텐츠로 만들어서 이용하시는 분들의 반응을 살펴요. 관심이 많은 것은 기획해서 원데이 클래스로 먼저 해보고요. 거기서 반응이 좋은 것들은 정규 클래스로 편성합니다. 지금 이슈가 된다고 무작정 제안하기보다는 고객별 성향 등을 반영한 데이터들을 보고 제안하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업계에서 유명한 선생님들도 모실 수 있었고요. 클래스 퀄리티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기획을 탄탄하게 하면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고객들의 피드백을 단계적으로 반영해서 조금 더 뾰족하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인데요.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 추천 데이터도 더 많이 쌓일 것이고 ‘오뉴’만의 색깔이 확고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Q 그동안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는데요. 지난해부터는 삼청동에 ‘오뉴하우스’라는 멋진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계시네요!
저희 서비스를 더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문화, 여가 프로그램은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은평구에 있을 때 점점 은평구에 사시는 고객분들의 비율이 줄더라고요. 성동구, 왕십리 등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여쭤보니 사는 지역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여러 지점을 다니며 문화생활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다니고 싶다는 힌트를 주셨어요. 그래서 공간에 방문도 하고 주변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다 보니 삼청동으로 오게 됐어요.
‘오뉴하우스’는 삼청동에서 북촌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목에 있는데요. 이곳이 5060의 성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뉴하우스 1층에서는 유명 카페 바리스타가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고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2층에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화장실이 2층에 있는데, 1층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화장실에 갈 때 자연스럽게 수업하는 모습도 보고 회원들이 그린 그림 전시도 볼 수 있어요.
또 오뉴하우스를 중심으로 맞은편에 비정기적으로 빌려서 사용하는 공간이 있고요. 옆 건물은 지금은 1층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재봉틀, 미술처럼 도구가 필요한 클래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미술품 전시를 열기도 해요. 나중에는 2, 3, 4층도 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Q ‘오뉴하우스’ 공간을 만들 때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고객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안국에 유명한 ‘어니언’ 빵집을 간다면 아침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가신다는 거예요. ‘런던베이글’ 같은 곳은 갈 생각도 못 하고요. 그 공간이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으니까 머무르지는 못하시는 거예요. ‘스타벅스’는 가도 ‘블루보틀’은 부담스러운 거죠.
시니어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블루보틀’ 보다 커피도 맛있고, 다른 곳보다 더 재미있는 콘텐츠도 있고, MZ들의 커뮤니티보다 훨씬 즐거운 곳이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오로지 시니어를 위한 공간인 거죠.
Q 1층 카페에는 여러 상품도 전시되어 있네요?
저희 수업 중에 조향 클래스가 있었는데요. OEM으로 만든 '오뉴' 제품이 있고요. 와인 클래스에서 다룬 와인을 전시하기도 하고요. 책도 두었습니다. 또 저희가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레코드와 재봉틀 클래스를 하거든요. 오뉴하우스를 찾는 분들이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도록 가져와서 두었어요. 저희 공간에 있는 상품들은 이렇게 스토리가 담겨 있고요. 주기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기업들과 협업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많이 하신다고요?
CJ에 건강식 브랜드 라인이 있는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한 제품을 먹을 고객들이 포만감을 느낄지 궁금하셨던 거예요. 그래서 저희랑 프로그램을 열어서 협업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용자분들이 식단 챌린지를 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이 과정에서 피드백과 데이터를 모아 CJ에 넘기면 이런 내용을 반영해 제품을 만드시는 거죠.
예를 들어 제주도에 있는 호텔이 5060 고객을 타깃팅 하고 싶다고 하면, 저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거예요. 그냥 이용료를 저렴하게 해드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숙박 플랫폼과 저희가 다를 게 없잖아요. 여행 가서 클래식 듣고, 트래킹 하고, 수업도 넣고, 호텔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서요.
‘어딩’이라는 트래블 커머스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어서 5060을 위한 상품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최근 이렇게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종종 생기고 있어요.
Q ‘오뉴’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5060 시니어 분들의 여가생활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취미를 잘 큐레이션 해드리는 것’이에요. 개인의 상황, 성향, 경제적 여력에 맞는 여가 콘텐츠를 정말 잘 제안해드리고 싶어요. 무료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밖에 없는 줄 아시지만, 삼청동에만 하더라도 퀄리티 좋은 무료 전시가 정말 많거든요. 이런 큐레이션을 잘 해드리면 여가 생활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저희의 업을 좀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가의 범위를 펼치는 거예요. 지금은 문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행도 있을 거고요.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소비가 결국 다 여가와 맞닿잖아요. 저는 미식도 여가 문화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경험제를 연결할 수 있는 회사, 소상공인들과 함께 기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싶어요.
아직은 저희 수업이 서울 지역에서만 열리는데요. 앞으로 지역도 넓힐 생각이고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수업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복합 문화 공간도 지역별로 하나씩 늘려갈 생각이에요. ‘오뉴하우스’에는 유명 카페 출신 바리스타, 프로그램 기획자,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15명의 팀원이 진심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여러분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공간입니다. 1층 카페에 그냥 놀러 오셔도 좋고요.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모두가 오뉴 프로그램에 대해 잘 설명해 줄 거예요.
자신의 업에서 전문성을 가진 팀원들이 모였으니까, 모든 시니어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사라질 때까지 정말 우직하게 나아갈 거예요. 저희가 하는 일을 공감하고 응원하신다면 많은 분이 아이디어를 주시고 필요한 걸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명사들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움직이며 우리 의식 세계를 지배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명성의 본질과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는 명성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인간의 ‘명성’(名聲)과 각계의 ‘명사’(名士)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이 주제를 깊이 연구했다. 그는 관련 이론·데이터 분석, 수양·실천 컨설팅 전략의 발굴 제시는 물론, 각계 명사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학술적 통찰을 끌어냈다. 본지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입수해 창간 특집으로 독점 게재한다. 연구 결과물은 ‘셀럽시대’(한울엠플러스)란 책으로 오는 5월 출간될 예정이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사진을 보고 경탄하며 ‘칠리치즈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해요. 그런데 실제로 나오면 양념이 풍부하고 느끼한 그걸 다 먹어야 하냐는 부담감을 느껴요. 그때 ‘일반 감자튀김’을 시켰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후회하죠. 인간에게 명성이란 바로 이런 존재예요.”
‘그릿’(Grit, 2016)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가 2021년 2월 28일 미국 팟캐스트 ‘프리코노믹스 라디오’에 나와서 한 얘기다. ‘명성’은 자아실현 욕구를 지닌 인간의 본능이자 인생의 성공 가도에서 간절하게 그리는 꿈이다. 동시에 앤절라 더크워스의 말처럼 ‘약’과 ‘독’이란 양면성을 지녔다. 명성은 인생 경험과 성과의 소산이자 자신을 웃고 울게 만든 가치이기에 깊은 통찰력과 혜안을 지닌 시니어들에게 더욱 친숙한 어휘다. 명성은 사회적으로 신뢰와 참여를 촉진하고, 정치적으로는 투표율과 지지를 견인하며, 경제적으로는 그 존재량이 희소해 ‘관심경제’는 물론 명성에 대한 선망, 추종, 숭배를 극소수에 집중시키는 ‘슈퍼스타 경제학’을 구성한다. 인터뷰에서 문인·철학자는 대체로 명성을 경계하고, 정치인·경제인·의료인은 능력과 신뢰에 바탕을 둔 적극 활용론을 강조했으며, 예술인·체육인은 조건부 활용론에 방점을 두었다.
명성은 ‘약’과 ‘독’ 양면성 지녀 경계해야
‘풀꽃 시인’ 나태주는 2015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꼽은 바 있는 ‘풀꽃(1)’을 썼다. 시구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인데, 그는 이 시에 대한 폭넓은 사랑으로 ‘국민시인’으로 떠올랐다. 나태주 시인은 ‘명성’에 대해 “전적으로 남이 알아주고 평가해주는 고귀한 가치”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명성을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버리고 아첨하고, 반칙하며, 사술(詐術)을 부리며 아등바등하는 것은 거부했다. 심지어 신춘문예 당선이나 등단에 조급증을 갖거나 빨리 쓰려고 하는 문단 후배들까지 꾸짖었다.
그는 “명성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은 데다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영혼을 망가뜨리기 쉬우므로 존엄과 품위가 가미되어 더 가치가 있는 ‘명예’를 중시한다. 명성은 물로 씻으면 금방 지워져버리는 젊은이의 ‘화장’과 같고, 명예는 경륜 있는 노인들이 갖는 가슴속 숨겨진 ‘흉터’처럼 잘 드러나지도 않고 잘 지워지지 않아 영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과 인문학을 인간의 삶에 투영해 저술과 강연을 통해 날이 선 언어로 소통을 확대해왔다. 그는 명성을 절대 추구해서는 안 될 ‘노예의 가치’로 보았다. 그는 “철학과 인문학의 견지에서 명성 추구는 주인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삶을 따라가야 하는 ‘노예의 전략’”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명성을 추구하는 삶은 자기 목소리를 잃고, 자신의 삶도 없고, 허깨비 같은 것을 좇는 것이기에 결국은 꼭두각시의 삶을 사는 것”이라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초래하는 부작용에 초점을 두었다.
정치인 정세균(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내 헌정사 최초로 여야의 정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모두 역임해 ‘대통령만 빼고 다 해본 정치인’으로 통한다. 국회의원(6선), 장관(산업자원부), 원내대표도 지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같은 일종의 세평(世評)이지만, 명예는 본인 성과에 대한 자신의 가치판단과 자부심의 척도다. 명성은 반드시 공적으로 좋은 의미를 지닌 일에 열정을 발휘해 얻는 경우에만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한보청문회’(1997년)에서 한보의 로비 자금을 거절한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밝혀져 일약 명사로 부상한 이후 지금껏 겪은 성찰을 집약한 것이다. 그는 “국민이 우러러보는 ‘정치인 명사’가 되려면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맡은 공직의 무게를 온전히 떠안으며 일하는 ‘책임의식’, 정성과 투명성을 기본으로 국민을 받드는 ‘신뢰성’, 매사 분별력을 발휘하며 신사 숙녀처럼 처신하는 ‘품격’이 몸에 배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정직해야 명성 쌓아”
‘카리스마 리더’ 김종인(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내로라하는 경세가다.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관·학의 풍부한 경험 축적은 물론 ‘차르’란 별칭, ‘직업이 비대위원장’이란 비유가 말해주듯 강한 소신과 뚝심으로 진보에서 보수를 망라하는 정당을 모두 이끌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에게 목숨과 같고, 국민 앞에 서서 정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갖고 이를 드높여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일을 잘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없으면 국민에게 피해만 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의 명성 축적과 유지의 기본 요소는 정직성, 일관성, 신뢰성인데,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정치적 경륜과 지략이 풍부해 ‘정치 9단’으로 불린다. 그는 “정치인은 오늘을 잘해서 내일을 사는 사람이다. 국민의 인정(認定)을 받아야 명성을 얻고, 그 명성을 기반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고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명성은 정치인에게 존재 자체이자 전부”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얻으려면 철두철미하게 지식을 쌓고, 국가 사회와 국민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미래 상황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등의 자기계발을 하고,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영향력, 기능, 효과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매개체인 언론을 하늘같이 알고 받들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신혼여행 이후로는 아내와 여행 한번 같이 못 갔을 정도로 정치 행위 그 자체를 즐기며 사적 자아와 공적 자아를 아예 동일시(同一視)하며 살았다”라고 회고했다.
김세연 전 의원(청년정치학교 운영자, 3선 의원)은 ‘36살의 집권당 최연소 당선’이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정계에 입문해 개혁보수와 우파혁신을 주창한 ‘청년정치 리더’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명성은 오직 정치인 본인의 의도나 의사와 무관하게 공직에 대한 열정적·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그 결과물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외려 명성과 거리를 둘 때 좋은 정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위해 일하면 공적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왜곡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지향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되고, 그런 욕망이나 의도를 가진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한시적으로 위임된 권한과 권력을 사유물인 양 착각한 나머지 여의도 정가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명성 지향’, ‘명예 지향’의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거부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관된 목표·방향성 갖고 혁신경영”
차석용 LG생활건강 전 대표이사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조직, 제품, 서비스 혁신 분야에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 2022년 말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18년간이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는 “기업과 CEO의 명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소비자들의 명민한 감각과 반응으로 시시각각 정확하게 측정되는, 영예롭고도 두려운 양면적 존재”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그는 “기업과 CEO는 소비자를 ‘진정한 보스’로 모시고 기업의 증진을 위해 분명하고 일관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혁신경영에 몰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CEO로서 LG생활건강에서 강조한 기업과 제품의 명성 증진 전략은 정직, 진정성, 신뢰, 디테일(세심함과 정확함)이었다.
이종천 ‘다나딸기농장’ 대표(충남 논산시 부적면 마구평리)는 독보적인 반전의 귀농 성공신화를 쓴 ‘딸기왕’으로 농업계와 지역사회에서 명성이 높다. 이종천 대표는 “농민의 명성은 자신이 재배한 작물이 말해준다. 저에겐 풋풋하고 탐스러운 저 딸기가 그걸 상징한다. 온갖 정성, 노력, 풍상, 고초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묘미는 자연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향긋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기 특구’이자 딸기 수출 전진기지인 충남 논산의 성공한 농업인이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위촉한 농업 후계자를 교육하는 현장의 교수로 활동하며 농촌의 미래를 가꾸는 데 헌신하고 있다. 건설사 임원 출신인 그는 퇴직하고 시작한 통신 서비스 사업의 실패 후 무작정 귀농해 8년간 딸기 농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현재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동 7개 동과 딸기 육묘장 2곳, 청년귀농장기교육장과 딸기현장실습교육장을 함께 운영하며 연 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명성은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
서울 용산의 ‘메이플라워/술술상점 용산’ 정미희 대표는 최근 SNS에서 매우 뜨거운 유명인사다. MZ세대 CEO로서 뛰어난 외적 매력을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미식 탐방, 새벽시장 장보기, 술 시음과 술집 탐방, 여행과 골프 체험기 같은 일상적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게시해 인기를 끌면서 ‘SNS 셀럽’으로 떠올랐다. SNS를 한 시대의 문화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정 대표는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NYT, 2022년 1월 20일 자)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명성은 불편함도 크지만, ‘존재감 미약한 편안함’보다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이란 나의 취향을 충족시킨다. 사업보다 친교에 도움이 된다. 수상한 접근을 하는 ‘가짜 친구’도 많이 생기긴 하지만 일생을 함께할 친구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형석 미래본병원 대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서울 잠실)은 ‘경추·요추 부위 내시경 수술(수술 경력 9000건)의 명인’이다. 김 원장은 “의사의 명성은 환자를 사랑으로 극진히 돌봤는지에 대한 자화상 같은 척도다. 그것은 오직 환자와 직결되며, 환자를 떼놓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사는 신뢰와 사랑을 토대로 사력을 다해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좋은 의사’, ‘훌륭한 의사’, ‘명예로운 의사’의 출발점도 이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의사가 명의(名醫)란 명성을 얻으려면 환자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공감 능력’과 ‘좋은 인품’, 환자를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뛰어난 실력’, 환자에 대한 ‘치료 의지와 자신감 표출’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주대 의대 출신으로 군의관 시절 선구적인 내시경술 수련과 아프간 의무부대 참전, 척추 전문 병원인 우리들병원 수련원장과 의무원장, 우리들의료재단 부이사장을 거쳤다. 그는 “높은 명성을 지닌 의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과 오만, 그리고 그것의 연쇄반응으로 나타나는 게으름과 나태함”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에게 명성은 삶의 기적과 고귀”
‘대장금 한류’의 주역 양미경 배우는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 상궁’ 역을 맡아 드라마가 국내는 물론 동남아·중동 지역까지 크게 히트하면서 스타로 부상했다. 양미경 배우는 “‘명성’은 삶의 기적이며 고귀(高貴)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명성(名聲)은 이름이 소리가 나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 소리는 선(善)함을 바탕으로 인고의 노력과 울림을 통해 영롱한 새벽이슬처럼 만들어진 것이기에 ‘명성은 고귀’하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40년간 연기를 통해 맑고 선한 성정, 곱고 단아한 이미지를 각인하는 독보적인 페르소나를 구축해온 명성과 관록에서 나온 통찰이다. 라마단(Ramadan) 기간에도 ‘대장금’을 시청할 정도로 경이적인 시청률(90%)을 나타낸 이란에서 2009년 5월 그를 ‘국빈’(國賓)으로 공식 초대했다. ‘대장금’이 2015년 홍콩에서 방영되었을 때 시민의 약 절반인 328만 명이 시청(최종회 최고 시청점유율 50%)해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엄청난 팬들이 몰렸다. 그는 “‘대장금’ 출연 당시 홀연히 찾아온 에너지처럼 새로운 차원의 명성을 느꼈다. 그것은 매우 강한, 삶에서 흔히 만날 수는 없는 특별한 에너지였다”라고 술회했다.
‘골프 여신’ 최나연 프로는 우리나라 ‘여성 골퍼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라는 명성을 안겨준 원동력은 전적으로 태생적 자질인 강력한 도전정신과 성취욕이다. 나는 일관성과 꾸준함을 가장 잘 보여준 프로 골퍼로 골프사에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매력·저력’을 완비한 골퍼로 ‘롱 아이언 샷의 명수’이자 ‘골프계 최고 얼짱 스타’로 불렸다. 2004년 11월 데뷔 후 18년간 미국여자골프(LPGA)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2012)은 물론 LPGA 대회에서만 우승 9회, 준우승 12회, 3위 7회의 저력을 보여준 뒤 2022년 말 전격 은퇴했다. 그는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집중력, 경험, 실력, 운(運)이란 4가지 요소가 경기 당일 어떻게 최적의 조합을 이뤄 경기력으로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골프를 잘하려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4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 골퍼’들이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겸손한 성품, 끊임없는 실력 증진 노력, 선수 자신에 대한 믿음이란 3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명성,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들어”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은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명성을 갖고 있다. 그는 “명성이란 사람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드는 두려운 것이다. 내가 기자로서 유명해졌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은 이메일과 SNS를 통해 내가 쓴 기사에 대한 공감과 긍·부정의 평가가 쏟아지던 순간이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널리스트로의 명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려움이 앞서 균형감각 유지에 대한 강박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32년 차 기자로서 ‘AP통신’ 기자 시절인 1999년 9월 30일 영구적으로 묻힐 뻔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특종 보도해 2000년 한국인 기자로는 처음으로 서구 언론계에서 ‘언론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탐사보도 부문)을 받아 명사가 되었다. 그는 “오늘날 나를 만든 힘은 강한 성취욕과 성실성이다. 노근리 사건의 취재는 어떤 피해자가 쓴 논픽션 실록의 출판이 당시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담은 책 내용에 두려움을 느낀 출판사에 의해 거부되고, 한미 양국이 피해자들을 외면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밝혔다.
KBS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계에서 경쾌한 에너지와 톡톡 튀는 매력을 갖춘 ‘MZ세대 아이콘 뉴스앵커’로 통한다. 그는 “나에게 명성은 방송사에서 일을 더 열심히, 더 잘하게 하는 동기부여 요인이자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1월부터 공영방송 KBS의 ‘KBS 뉴스 9’(주말) 뉴스 진행을 맡고 있다.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가 프로그램을 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나한테도 그것이 일할 때 항상 열정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명사로 인정받을 만한 유능한 앵커가 되려면 첫째 기사를 보고 핵심을 파악하고 한 걸음 더 들어가 깊게 질문하는 능력, 둘째 명쾌하고 유려한 전달력, 셋째 진행 능력과 같은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BTS, “기본적인 것, 결과에 따른 신뢰”
한편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한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을 한몸에 받은 피겨 스타 김연아는 언론 매체를 통해 명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11월 미국 패션 잡지 ‘페이퍼’(PAPER)와의 화보 인터뷰에서 글로벌 스타로 유명해지면서 점점 높아진 명성에 뒤따르는 부담감을 고백했다. ‘멤버들은 명성이 주는 부담감이 큰가?’란 질문에 대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저는 요즘 사명감으로 살고 있어요. ‘완벽해야 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짜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들, 결과에 따라오는 신뢰를 기억하며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죠”(제이홉),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지민),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또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슈가), “여전히 우리는 무대 위에서 정말 잘하고 싶어요”(리더 RM)라고 각각 답했다.
김연아는 명성의 유무에 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경험을 털어놓음으로써 운동선수가 갖는 명성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19세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3년 전 (나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때는 혼자 외롭게 싸웠다”라고 울먹였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거둬 명사가 된 후에는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러다 보니까 좀 불편한 건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하다가도, ‘그래도 행복한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라고 소회를 내비쳤다.
후기청년기에 들어선 40·50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다. 120세까지 산다는데, 남은 시간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나 막막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또래의 명예퇴직 소식이 들려오고, 50세가 되기 전 은퇴를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는데, 연금 수령 시기를 더 늦춘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후기청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김병숙(75)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150세까지 살 테지만, 기자님은 170세까지 살 거예요. 지금부터 10년에 한 번씩 직업을 8번 바꿔도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남은 50년은 뭐 할 거예요?”
순간 멍해졌다. 100세 시대, 아니 120세 시대라고 하지만 내가 그때까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사실 ‘설마 그때까지 살겠나?’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기자를 보며 “설마가 현실이 되는데, 다들 내 이야기가 아닌 줄 안다”는 김병숙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기청년기를 보내는 40·50세대의 이야기를 하러 왔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150세 시대 준비하려면
김병숙 이사장은 40여 년간 직업에 관한 연구를 해왔고, 경기대학교에 직업학과를 설치해 교수로 활동했다. 직업상담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고 한국직업상담협회를 설립했다. 책을 25권 집필했으며, 은퇴 후에는 4050을 위한 전직 지원 등 직업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 65세의 나이로 교수직을 은퇴하면서 김병숙 이사장은 150세 인생 계획을 선언했다. 75세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정시 근로를 하고, 95세까지는 시간제로 일하고, 100세까지는 봉사활동을 하고, 150세까지는 화가로 살겠노라고. 그리고 3년 뒤 계획을 바꾸었다. 95세까지 정시 근로를 하겠다고. 김 이사장은 2012년 ‘은퇴 후 8만 시간’이라는 책을 쓸 때부터 150세까지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우리나라 최빈사망연령(한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실제로 사망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은 남성이 85.6년, 여성이 90년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기대수명은 평균 83.6세지만, 사고 등으로 조기 사망하지 않는다면 평균 85세 이상 산다는 말이다.
“90세 가까이 살다 간다면 지금 40·50세대는 앞으로 최소 40~50년을 더 살아야 합니다. 50년 뒤면 2073년이죠? 그런데 미래학자들은 20세기에 이미 ‘2050년이면 인간 수명은 150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30년이 지나면 2050년이네요.”
150세 시대를 산다고 생각하면 이제는 60세, 80세, 100세를 각각 20세, 40세, 60세로 봐야 한단다. 40·50세대라면 한창 청년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생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프라임 시기에 일을 그만두는 평균 나이가 47세입니다. 2~3년 내에 43세까지 낮아질 거예요. 최근 은행권에서 명예퇴직한 사람 중에는 20대도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주된 일자리 은퇴 연령이 40대고, 노동시장에 굿바이를 외치는 시점은 73세입니다. 연금을 65세부터 받는다고 하면 47~65세까지 18년을 더 일해야 합니다. 이때 노동시장에 나가서 경제생활을 하려면 경쟁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150세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나’를 잃어버린 낀 세대
2023년 현재 40·50세대를 사는 이들은 X세대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풍요를 동시에 누린 첫 번째 세대’라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세대이자 신(新)인류’라고 불리곤 했다. 이전 세대보다 개인의 취향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은 세대로 평가받지만, ‘낀 세대’인 이들은 정작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안에서 40·50세대는 ‘낀 세대’죠. 최고의 생산량을 내는 시기에 회사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요. 윗세대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회사에서 일했지만, 그들처럼 회사에 오래 남을 수 없습니다. 아랫세대인 MZ세대는 어때요? 30대는 주어진 시간에만 충실히 일하고 20대는 월급만큼만 일합니다. 그 사이에서 인적 관리를 해야 하는 40·50세대는 위아래로 치여 참 어려워요.”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지만, 사회와 조직의 문화는 그렇지 않았다. 자녀를 돌보거나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데다 자신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는 가장 힘든 시기에 직장에도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라지고 없다.
“보통 60세까지는 사회, 가족을 위해 살다가 은퇴를 앞두고 혹은 은퇴하고 나를 위한 삶을 찾죠.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와 보니 퇴직금은 3년이면 사라져요. 앞으로 50년은 더 일해야겠는데, 직업 세계가 옛날처럼 단순하지 않으니 얼마나 기가 막혀요? 그런데 별안간 ‘너 뭐 좋아해? 좋아하는 거 해’ 하니까 방향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어느 세대든 나이를 먹으며 40대, 50대를 산다. 후기청년기는 누구나 거치는 시기다. X세대라고 불린 지금의 40·50세대는 120세 시대를 맞아 후기청년기를 보내는 첫 세대가 됐다. 김 이사장은 조직에 젖어들다 보면 누구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직업을 8번 바꾸며 살 것을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기존의 조직을 벗어나는 것도 좋다는 조언이다.
“누구든 후기청년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 해요. 어느 날 삼성전자 수석이라는 분이 찾아왔어요. 회사에서 그동안 인공지능(AI)을 공부하라고 했는데 하기 싫어서 안 했대요. 이제 모든 곳에 AI가 쓰이기 시작했잖아요. 그러니 회사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는 거예요. 변화의 맨 앞에 서 있는 삼성전자 직원도 그럴진대, 우리는 어떻겠어요? 퓨처 타임 퍼스펙티브(Future Time Perspective). 미래 시간 전망을 길게 하세요. 미래 시간을 길게 보는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사람이 됩니다.”
스스로 구해야 하는 시기
우리나라에는 7번의 진로 분기점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갈 때, 대학 졸업 후 취업할 때 등이다. 김병숙 이사장은 이 진로 분기점에 도달해서야 자신이 누구인지 들여다본다며 안타까워했다. 직장 3년 차에 이직하고 싶어질 때에야 닥쳐서 생각한다는 것. 40대 후반에는 또 한 번 분기점이 온다. 이때 어떻게든 버텨서 50대 초반에 회사를 나오면, 오히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40대 후반에 승부를 봐야 한다.
“분기점에 섰을 때 고민하면 늦어요. 프라임 시기 이후에는 돈을 적게 벌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내가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급여 하락세가 달라질 거예요. 10년을 분기점으로 두고 3년은 새로운 역량을 키워내는 공부를 하고, 5년은 키운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해보는 식으로 다리를 놔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청년 지원 정책이나 노인 일자리 지원 정책 등 여러 정책을 쏟아놓지만, 정작 중장년을 위한 정책은 많지 않다. 50세에 은퇴하고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은퇴 후 퇴직금으로 창업하는 건 내 돈으로 내 직업을 사는 셈이다. 바야흐로 스스로 구해야 하는 시기다. 김병숙 이사장은 고령화 시대에는 기업들도 점차 50대 이상의 인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하죠. 인력이 없다는 뜻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이 든 사람을 써야 할 시기가 올 겁니다. 대신 나도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해요. 요즘은 융합 시대입니다. 세 가지 영역을 알고 통합할 줄 알아야 해요. 배움을 축적하면 나의 자본이 되는데요. 40·50세대에는 여가가 중요한 자본이 됩니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등산이라고들 많이 말하는데, 그냥 산에 올라 정상에서 ‘야호’ 외치고 내려오는 여가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등산하면서 보는 주변 식물에 관심을 두다가 내가 직접 키운 차나무로 차를 내려주는 찻집을 구상한다든가 하는 식의 연결이 필요합니다.”
후기청년기는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시기다. 김 이사장은 이때 집에서 편하게 쉬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40·50세대의 재취업은 80% 이상이 지인 추천으로 이뤄진다. 매일 출근하듯이 차려입고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가 이러이러한 기술이 있어서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싶은데, 관련 일자리 정보를 알게 되면 나에게 말해달라’며 나를 홍보하라는 팁이다. 더해서 건강을 챙기는 건 필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 타령을 너무 많이 해요. ‘이 나이에’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부디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인생 40년 살아보고 직장 20년 다녀보면 다 경험해봤다고 생각해 모두 안다고 여깁니다. 그러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요.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건강, 재무, 여가, 사회망, 인간관계에 관해 150세 시대를 계획해보세요.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입니다.”
영포티, 신중년, 낀 세대, 꽃중년, 디지로그 등으로 불리는 40·50세대는 곧 액티브 시니어, 뉴 그레이 대열에 들어간다. ‘시니어’라 불리길 거부하는 세대이자 새로운 50·60세대를 만들어갈 이들을 ‘후기청년’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알아봤다.
120세 시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청년기와 중장년기가 길어지고 있다. 인구 분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40·50세대는 청년보다 성숙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중장년이라기에는 청년처럼 젊게 산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나이가 생애주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며, 과거의 중장년과 지금의 중장년은 다른 격동기를 보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장년 꼬리표 떼는 ‘후기청년’
2022년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40대 이상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허리를 담당하는 40대는 807만 명, 50대는 861만 명으로 가장 많은 인구수인 약 32%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일명 X세대라 불리던 1970년대생(만 44∼53세)이 중심에 있다.
‘4050 후기청년’을 쓴 정책학자 송은주 박사는 전 세계의 X세대가 중장년으로 편입되면서 ‘세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 ‘위기’라는 말로 수식되던 중년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후기청년’으로 새로운 생애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베이비붐 세대가 버티는 것을 답으로 여겼다면, 지금의 40·50세대인 X세대는 버티는 것으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걸 안다. X세대는 처음으로 숫자를 벗어나 가치관으로 정의된 세대다. ‘기존의 관습이나 질서를 거부하는 세대’이자 신(新)인류이며 낀 세대라고 불렸다.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해 ‘나’라는 개성을 표현하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다. 사춘기 시절 워크맨으로 음악을 즐긴 첫 세대이자 삐삐부터 스마트폰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그런가 하면 MZ세대의 문화를 이끄는 트렌드 리더 역할도 한다. 1990년대 흘러넘치던 문화를 향유했던 이들이 지금은 문화 생산자 역할을 한다. 보이그룹 BTS를 프로듀싱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더글로리’ 김은숙 작가, ‘킹덤’ 김은희 작가, 나영석·김태호 PD,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신원호 감독 등 MZ세대가 열광하는 콘텐츠의 중심에는 X세대가 있다.
송은주 박사는 “(지금의 40·50세대는)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첫 주자이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많은 경험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세대다. 평균수명이 60대이던 시절에 나온 ‘중년의 위기’라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성장’이라는 청년의 특성과 ‘성숙’이라는 중년의 특성을 조화롭게 버무린다. 그저 길어진 인생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 청년기를 잘 후숙된 과일처럼 영양가 있게 보낸다”면서 이들을 중년이 아니라 ‘후기청년’이라는 새로운 범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념 파괴하는 X세대
이렇게 40·50세대가 중장년의 꼬리표를 떼는 동안, 120세 시대에 맞게 생애주기도 다시 설계되고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120세 시대는 60세, 100세 시대는 50세가 중년일 것이다. 그렇다면 40대, 더 나아가 50대까지도 청년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고 60∼70대는 중장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세계 국가들은 노인의 법적 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청년기본법에서는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이라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체 법령을 마련해 40대까지도 청년이라 정의하고 있다. 기대수명에 맞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가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다.
행정적·법적으로는 숫자를 기준으로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더 이상 나이로 생애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은주 박사는 “관련 정책을 연구하며 ‘4050 후기청년’ 책을 쓰던 2017년에 이미 세계에서는 ‘연령 파괴 시대’라는 개념이 나오고 있었다. 기존의 통념과 다르게 40대에 결혼하고, 50대에 대학을 다니고, 60대에 배낭여행을 가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 적령기, 출산 적령기, 퇴직 적령기와 같은 인생의 통과의례가 특정 나이에 적용되지 않고 다양해지고 있으며, ‘어떤 나이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관념이 파괴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젊게 느끼는지를 결정하던 중요한 요인으로 더 이상 나이가 고려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관습을 거부하던 X세대의 특성과도 맞물린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행복도는 20대 초반부터 서서히 올라가 중년기에 만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도는 결혼할 때와 건강해졌을 때 높아졌고, 직장을 잃었을 때 낮아졌다. 삶의 행복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나이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개인별로 노화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송 박사는 “과거에는 유전자가 노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많은 연구들이 라이프스타일과 환경이 노화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생각도 노화에 영향을 준다. ‘나는 나이 들었어’, ‘나이 먹는 게 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명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이는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이벤트를 겪었기 때문에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라는 생애주기를 나눌 때 나이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사람마다 이벤트를 겪는 시기가 달라졌다. 이의훈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40∼50대는 은퇴, 이혼, 사별, 자녀의 독립 등으로 인생에 이벤트가 많은 시기”라면서 “사람마다 에이징(나이 듦)이 개입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에이징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이 시기에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균형을 잡고자 하는 시도를 시작하게 된다. 이때 변화의 핵심은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온다는 것’이다. 40·50세대는 ‘남들이 볼 때 내가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메시지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볼 때 나는 누구인가’를 재정의하고 있다. 마치 사춘기 시절 ‘X세대’라고 불리길 거부했던 것처럼 말이다.
IMF 함께 겪은 다양한 삶
후기청년의 시작을 알리는 4050세대는 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라는 공통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X세대라는 특징을 보이지만, 동시에 개인별로 삶의 양상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의훈 교수는 “코호트(집단)는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각 집단의 현재는 과거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프리미엄 소비를 하는 40·50세대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시니어가 되는 것이다. 10년 뒤 고령화 시대의 소비는 결국 이 집단의 성향을 따라간다. 지금 MZ세대가 시간이 흐르면 다음 후기청년 세대로 편입되는 것과 같다. 차세대 후기청년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의 MZ세대를 연구해야 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살아온 경험, 사회·경제적 위치, 신체 건강 정도, 자녀와의 관계, 학력, 배우자 여부 등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성이 풍부해진다”며 “후기청년은 단순히 청년의 연장이라기보다 많은 면에서 청년보다 성숙한(Mature)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은주 박사도 지금의 40·50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풍성하고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행태를 보인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지금의 40·50세대에게는 메소력(MESO Force)이라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후기청년의 삶은 의미 있고(Meaningful), 흥미진진하며(Exciting), 특별한(Special), 기회(Opportunity)로 만들어갈 시기다. 40∼50대는 뭘 좀 아는 나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그에 맞추며 유연하게 살아갈 경험과 통찰이 있다”고 분석했다. 생의 이벤트가 많아 변화를 겪어내는 시기에 문화를 향유할 줄 알고 나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안다는 X세대로서의 특징은 각자의 후기청년기를 만들어가기에 좋은 소스가 된다는 의미다.
이의훈 교수도 “40∼60세 집단은 나이가 들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활동적이고 건강하며 젊은 층과 큰 차이점이 없는 소비 행동을 보인다. 사회적으로 볼 때 소득이나 지위가 최고의 위치로 안정되어 있고, 고급·고가 제품의 대표적 소비자들이며, 레저·여행 등의 웰빙 소비를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도 핵심 소비자인 40·50세대의 이런 성향을 반영해 12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기청년의 등장을 알아챈 듯, 유통업계는 연일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40·50세대를 조명하고 있다. 그동안 청년·노년층에 비해 부족했던 중장년 지원 정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다시 뛰는 중장년 서울런 40·50’ 일자리 정책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23년을 ‘40·50 중장년 책의 해’로 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송 박사는 “100세 시대는 인생 피벗(Pivot, 농구 경기에서 쓰이는 용어로, 상황에 맞춰 방향을 바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을 비유하는 말)의 시대다. 30대가 오히려 40대가 되는 것을 겁내는데, 40대에는 40대의 찬란한 인생이 있다. 40·50세대를 위한 정책이 있고 피벗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면 메소력을 더욱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시장동향 조사에서 지난해 7월 은행에 유입된 정기예금액은 31조 7000억 원으로 20년 만에 최대치였다. 같은 시기 투자자 예탁금은 55조 3463억 원으로 6개월 만에 12조 원이 줄었고(금융투자협회), 일평균 거래 대금은 13조 3172억 원으로 1년 전 액수의 절반에 그쳤다(한국거래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부동산·투자 시장은 얼어붙었고, 기업들은 역성장하며 일자리를 줄여나갔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정체되는 악순환에 사람들은 ‘절약’을 최선의 재테크 방법으로 삼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작년 11월에 내놓은 전망치(1.7%)를 밑돌 것이라 밝혔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펜트업 효과(억눌렸던 수요가 급속히 살아나는 현상)를 기대했으나, 역으로 수요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금리 상승 영향으로(기준금리 3.5%로 전년 대비 0.25%p 인상)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 소비도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며 서민들의 경제고통지수(일정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하고 소득증가율을 뺀 수치)는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 가장 안전한 자산 관리 비법으로 ‘절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스마트 시니어의 절약법 ‘비소비’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23’를 통해 “지금까지는 소비와 플렉스가 욕망의 대상이자 과시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 소비 양극화 등으로 관심도가 변화하고 있다. 이제 비소비와 무지출 트렌드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새로운 소비 취향이자 과시 수단”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플렉스’(Flex)란 돈이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다. 책에서는 플렉스의 반대 개념인 ‘비소비’와 ‘무지출’을 주요 트렌드로 제시하며 절약의 한 해가 되리라 예측했다.
트렌드 도서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도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뜻하는 ‘체리슈머’(Cherry-sumers)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책을 펴낸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자들의 대처라는 시각에서 보면 체리슈머의 등장을 일시적인 변화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생겨난 현명한 소비 관리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경기가 좋아져도 계속 발전해나갈 추세적 변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절약 소비 유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2023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소비 디톡스의 시대’(Era of Consumption Detox)를 선정했다. 허리띠 졸라매기 식의 무조건적인 절약법보다는 플랫폼과 SNS, 앱 서비스 등을 활용한 스마트 소비가 대세가 되리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연구소 측은 이를 ‘신(新)자린고비’라 일컬으며 공동구매, 중고 거래처럼 타인과 자원 및 비용을 나누는 등 새로운 형태의 절약 생활을 예고했다.
스마트 소비의 확장은 젊은 세대보다 중장년층에서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2021년과 2022년(각 연도 1~9월 기준) 신한카드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모바일 쿠폰 거래 플랫폼’ 이용이 183% 증가했는데,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세대보다 4060세대에서 이용 건수 비중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대표적인 모바일 쿠폰 거래 플랫폼은 ‘니콘내콘’, ‘기프티스타’, ‘기프티윈’ 등이 있다. 선물받은 모바일 쿠폰을 해당 플랫폼에서 현금으로 교환하거나, 타인이 올려놓은 쿠폰을 원가 대비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이다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과장은 “과거 대비 4060세대의 디지털 기기 및 채널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지며 플랫폼을 활용한 쇼핑과 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며 “요즘 시니어들은 비대면 소비, 모바일 결제 등에 대한 이해가 높고 습득도 빠른 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절약 플랫폼 이용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B급 상품의 반란, 중장년 소비자도 긍정적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결제 데이터 분석 자료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리퍼브 상품’ 등 이른바 ‘B급 상품’에 대한 상승세도 엿볼 수 있다. 유통기한 임박 식품몰의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2% 올랐고, 이용 회원 수는 17% 늘었다. 전시됐거나 반품된 정상 상품이나 미세한 흠집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리퍼브(리퍼비시) 전문 매장 이용도 증가했는데, 이 중 4060세대 이용률은 약 20% 상승했다(40대 22%, 50대·60대 19% 증가).
이다혜 과장은 “올해 연구소가 주목한 ‘소비 디톡스’는 절대적인 절약보다는 각종 서비스와 플랫폼을 활용해 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B급 상품)을 찾는 형태”라며 “요즘 시니어의 경우 경제력도 높지만 문화·여가생활에 대한 욕구도 높기 때문에 소비를 줄일 영역에서는 각종 플랫폼,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소비 디톡스를 적극 실천하는 한편 본인의 가치 영역에서는 최대한 소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동구매, 중고 및 리퍼브 소비 등의 절약 소비 방법이 중장년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기업 ‘위메프’도 지난해 판매 데이터(1~11월)를 분석한 5가지 결산 키워드 중 하나로 ‘절약’을 꼽았다. 작년 대비 리퍼브 상품 판매는 두 배 이상(107%) 증가했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127%) 수요도 급상승한 점에 주목한 것이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해 3월 마감 할인 서비스인 ‘라스트 오더’를 론칭했는데, 이용 건수가 매달 두 배씩 성장했을 정도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22년 1~7월 동안 판매한 못난이 과일의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B급 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맛난이 과일’, ‘상생 과일’ 등으로 불리며 긍정적 이미지로 변화하는 중이다.
불황 속 궁여지책 ‘무지출 챌린지’ 노후에는?
B급 상품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절약에 대한 이미지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짠내 나고 궁상맞게 돈을 아끼는 모습보다는 절약을 유행처럼 즐기고 과시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무지출 챌린지’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일정 기간 무지출에 성공한 것을 사진이나 글을 통해 인증하는 방식이다. 주로 가계부나 카드 고지서, 통장 출금 내역 등 자신의 소비를 스스럼없이 공유한다. 새해에도 경제불황이 예고되면서 한 해 목표를 무지출 챌린지로 삼거나 사람을 모아 일종의 캠페인처럼 동참하는 이들도 생겼다.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이들은 주로 MZ세대다. 고금리 상황 속 청년 고용 한파가 겹치며 목돈 마련이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진 탓으로 읽힌다.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의 경제활동이 된 셈이다. 암울한 경제 상황 속 궁여지책 같지만 ‘챌린지’라는 성격 덕분인지 기발한 절약 아이디어들을 나누며 즐겁게 도전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절약 콘텐츠나 트렌드에 관심 있는 중장년이라면 ‘나도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김용섭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23’에서 “무지출 챌린지는 소비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다. 절약이 아닌 소비 단절”이라며 “절약은 일상적이지만, 무지출은 이벤트에 가깝다. 장기간 무지출만 하다가는 인간관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관계 중심인 기성세대로서는 어렵지만, 느슨한 연대로 관계하는 2030세대라면 무지출을 좀 더 길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 또한 “무지출 챌린지는 노후의 관계 축소뿐 아니라 인지력 감소 및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비 행위가 줄면 자연스레 활동성이 감소한다. 지출을 줄이려 반복적인 일상을 감행하다 보면 뇌 활성화가 덜 되고, 면역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매일 집에서 나물이나 김치 같은 반찬만 드시면 영양 불균형이 올 수도 있다. 가끔은 외식도 하고 고기도 구워 드시라 권한다. 대신 절약을 생각한다면 조금 저렴한 고깃집을 찾는 정도의 노력을 들이면 된다. 해외여행은 못 가도 국내 여행이라도 자주 다니시라는 얘기다. 즉 극단적으로 외식, 여행, 쇼핑 등 항목 자체를 없애지 않고, 각 항목의 예산을 줄여가는 방식이 노후에는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절약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장년들도 연금, 부동산, 생활비 등 노후 자금이나 자신의 소비 방식을 돌아보고 점검할 필요는 있다. 다만 현재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 같은 극단적 방식을 따르라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장년은 현재 유행하는 절약 생활에 누구보다 잘 적응할 세대다. 이미 IMF 등을 겪으며 허리띠를 졸라맨 경험이 있고, 물과 전기가 귀하던 시절을 살아 아끼는 생활이 몸에 밴 이들도 많다. 소비를 줄이면서도 자신만의 일상을 향유할 만한 노하우를 겸비했으리라 본다. 생계가 어렵지 않다면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지 마라. 이미 터득한 절약 생활과 삶의 지혜로 현재의 불황도 잘 이겨낼 세대”라고 설명했다.
(사)한국잡지협회가 잡지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잡지 문화적 가치 확산을 위해 내달 1일부터 10일까지 '잡지주간 2022'를 개최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로, 잡지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한다. 잡지라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부해지는가 등 그 정보력과 영향력을 국민이 체감하고 공감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 행사에 앞서 잡지협회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등 추진조직을 구성, 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언론프리핑을 열었다. 백동민 집행위원장(아트인포스트 대표)을 비롯해 백종운 대회장(제44회 한국잡지협회 회장), 이창의 위원(한국문화관광미디어 대표) 등이 참석했다.
브리핑을 통해 백동민 집행위원장은 "잡지 사업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종(種) 수는 역으로 증가했다. 독자층이 점점 세분화 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 잡지는 늘 시대의 변화와 함께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자부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모바일 클라우드 사업 등의 사업을 통해 독자가 일종의 패키지 형태로 다양한 잡지를 만날 수 있도록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잡지 주제의 전시ㆍ콘서트ㆍ콘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 열려
총 열흘 간 '잡지가 있는 삶'이라는 대주제 아래 '근현대 잡지 특별전', '제15회 잡지 미디어 콘텐츠 공모전 전시회',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 '매거진 콘서트',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 등 잡지산업 종사자 및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진다.
전시 프로그램인 '근현대 잡지 특별전'은 '오늘, 당신의 잡지'라는 주제로 국립중앙도서관과 공동 주최, 10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150여 종의 다양한 근현대 잡지를 비롯해 문화적 사료인 옛 잡지와 독자에게 사랑 받았던 인기 잡지 등을 선보인다.
같은 시기 '제15회 잡지 미디어 콘텐츠 공모전시'도 한국잡지정보관 내 M미술관에서 즐길 수 있다. 잡지를 주제로 독자들이 직접 기록하고 제작한 글쓰기, 만화, 그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중 우수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해당 행사는 잡지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개최해왔다.
본 행사의 첫 날인 11월 1일에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각계 주요 인사와 잡지 발행인, 정부훈포상 수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을 갖는다. 이날은 '잡지의 날'로, 근대 종합잡지의 효시인 '소년'(少年)의 창간일을 기념해 정했다.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11월 5일 열리는 '매거진 콘서트'에서는 미래 독자층과 MZ세대를 위한 콘서트를 진행한다. 잡지를 주제로 한 대담과 작은 공연을 통해 잡지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와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자 기획됐다.
11월 10일 행사 마지막 날에는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가 마련됐다. 아시아 잡지계 산학연과 함께 국내외 잡지계와 언론 및 출판계 종사자 등이 참석해 4차 산업시대 매거진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대전환 시대에 따른 미래 잡지산업에 대해 논의한다.
'잡지주간 2022'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잡지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흔쾌히 하고 싶은 인터뷰는 아니었다 고백하고 시작해야겠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신분 확인이나 팩트 체크가 어려울 수 있고, 독자의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게다가 상대는 작가.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상대는 실력을 겨루는 느낌까지 들어 신경이 쓰인다. 그럼에도 그를 모시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연구해온 부자가 되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카메라 앞이 아닌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부자들이 고백한 돈 버는 비밀 말이다.
명칭에서 느껴지듯 유령작가, 즉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는 흔한 직업이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치후원금 등의 이유로 출판기념회가 필요한 정치인의 회고록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성공담,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가의 자서전 등의 출판물을 집필하는 이름 없는 작가를 말한다. 출판사의 기획의도나 의뢰인의 목적에 맞게 대신 글을 써주고, 본인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 대필 작가이기 때문에 고스트라이터라 불린다.
출판업계의 이름난 구원투수
이 유령작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터뷰 후 그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해야 했다. 사진 속 가면을 쓴 그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지만, 사실 그는 꽤 번듯한, 막 중년이 된 사내다.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의 팀장으로 활동 중이며, 출판계에서는 꽤 이름난 작가로 본인 이름으로 낸 자기계발서도 10권이 넘는다.
그가 고스트라이터가 된 것도 출판사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괴팍한 부자 의뢰인의 등쌀에 못 이겨 다른 작가들이 연이어 쓰러졌을 때 편집자가 그를 찾았고, 단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글솜씨와 친화력, 빠른 일처리 등의 장점이 그를 곤란할 때마다 찾는 업계의 대표적인 ‘구원투수’로 만들었다. 의뢰인의 성향이나 과거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습관을 따라 하거나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고집스러움은 그를 롱런하게 했다.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최근 출간한 한 권의 책이다. ‘히든 리치’란 제목 그대로 숨겨진 부자들을 만나 부를 형성한 과정과 현재 자산의 정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물어본 책이다. 그는 과거 유령작가로 활동하면서 작성한 집필 노트를 오랜만에 들여다보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직장인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저 역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은 이 세계에서 가정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인데, 직장에서의 소득은 충분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니까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손에 쥔 것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을지, 어떻게 시드머니를 준비할지 고민하던 중 본가에서 대필 작업할 때의 노트를 발견했고, 일반인들이 따라 할 수 있게 내용을 엮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단지 과거의 노트를 요약해 끄적인 책은 아니다. 과거 대필해주었던 책 속 주인공이나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을 다시 찾아 노크했다. 그러고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현재 자산은 얼마입니까”, “처음 시작할 때 수중에 얼마가 있었습니까”, “어떻게 자산가가 될 수 있었습니까”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정성껏 대답해주진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중에서 성심껏 취재에 응해준 24명의 이야기를 자산 형성의 유형별로 구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는 책에서 부자의 유형을 일단 아끼고 보는 ‘고전형’, 위험을 무릅쓴 ‘전투형’, 자신의 전문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안전형’, 천재에 가까운 ‘변칙형’, 물려받은 자산을 늘린 ‘보수형’, 감을 갈고 닦아 수단으로 삼은 ‘천리안형’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뻔하지만 따라 하기 힘든 비결
그는 이 책을 부자가 되고 싶은 대중을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이야기했는데, 읽어본 소감을 더하자면 부자가 된 사람들의 세밀한 사례집에 가깝다. 그들의 자산 형성 과정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나온다. 더 매력적인 것은 다양한 부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산의 규모로 보면 상대적으로 수수한(?) 백억대 부자에서부터 수천억대 자산가의 이야기도 다룬다. 직업이나 자산 형성 과정도 다양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공통점은 바로 ‘돈에 대한 욕망’이었다. 모두 남에게 쉽게 지지 않을 만한 욕망의 소유자로 느껴졌다. 작가도 동의했다.
“책 속에 등장한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얼마면 무릎을 꿇을 수 있냐? 1만 원? 10만 원? 쉽게 대답하지 못했죠. 그랬더니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라면 1원에도 꿇는다. 돈이 생기는 일인데 무릎 꿇는 것이 무슨 대수냐며 말이죠. 그럼 절을 한다면 얼마를 주겠냐고 되묻기도 했어요. 저울질 따위는 필요 없죠. 다만 작은 돈과 큰돈이 있을 뿐이죠. 돈에 대한 욕망을 바탕에 둔 실용적 사고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기기 힘들어요. 아마 그 과정에서 비리나 부정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겠죠.”
아끼고, 발품 팔고, 돈을 놀게 놔두지 않고,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돈 버는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덕목은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부자가 되는 비결은 이 기본기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아니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사실 책 속 부자들의 자산 모으는 방법은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이에요. 하지만 부자들은 그 뻔한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실천했다는 점이 다르죠. 실제로 만나보면 같은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민감성이나 실천력의 차이가 매우 커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도 ‘나도 도전해야겠다, 나도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욕구가 생기길 바랐어요.”
빚투 그리고 재테크
작가는 복권이나 코인에 매달리는 청춘들에게도 조언을 전했다. 최근 경제지를 중심으로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들이 직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기대하지 않고, 코인이나 주식에 매달리는 ‘빚투 열풍’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20대의 복권 구입 비용은 코로나 이전보다 300% 넘게 증가했단다. 그러나 실제 부자들을 만나보면 월급쟁이 부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회가 계층화되고 고착화되었다는 분석이 많죠. 사다리가 치워져 젊은 세대가 계급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를 길이 잘 안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은 젊은 직장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요. 사실 이런 첨단 분야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죠. 정보를 가지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일반인은 호재가 있을 때 삼성전자에 투자하지만 기술과 공정, 소재를 이해하는 사람은 관련주에 투자해 더 큰 이익을 얻기 마련이죠. 마치 용의 머리는 작게 움직이지만 꼬리는 크게 휘청이는 것과 같아요. 기술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능력은 회사 생활에 전념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않죠. 또 그들이 근무하는 판교나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어떤 회사가 망해 나가고, 빈자리에 어떤 회사가 들어오는지, 주변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투자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옛날처럼 큰 시드머니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최근의 투자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갈수록 기회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마음만은 청년’인 시니어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책을 자세히 보면 직업상담사나 창업 컨설턴트들이 하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는다.
“은퇴 후 평생 직업이었던 분야를 접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 도전하시는 분이 많잖아요. 하지만 성공 확률은 대단히 낮죠. 부자가 되는 방법도 비슷해요. 본인이 직장 다닐 때 잘 알던 해박한 분야에서 더 공부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이 더 유리해요.”
흔히 몇 차례 소심한 시도가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 재테크 무용론자가 되기 십상인데, 이 책에는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된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각종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재테크의 전형 같은 부자도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부자가 목표는 아니더라도 재테크는 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큰돈을 벌지 않더라도 재테크는 누구나 해야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부는 팽창하고 있고, 세상 사람들은 조금씩 부자가 되고 있어요. 모두 다 움직이고 있는데, 나 혼자만 멈춰진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 돼요. 사회가 부유해지는 것에 맞춰 재테크를 통해 나의 재산을 조금씩 늘려야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요. 재테크는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일이 된 셈이죠. 과거에는 가만히 있어도 시간의 흐름만으로 연공서열에 따라 월급이 오르고 집값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관심을 갖고 흐름에 맞춰 함께 달려줘야 해요.”
뒷조사까지… 부자들의 ‘면접’
각 분야의 성공한 명사들을 취재하다 보면 첫 만남은 ‘테스트’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본인을 상대하는 기자의 능력이나 이해도가 어느 수준인지 궁금해한다. 일종의 면접이다. 작가는 “부자들 중 대부분이 그런 테스트를 즐기고, 상대가 대필 작가라면 그 강도는 훨씬 세진다”고 말했다.
“간단히 훑어보거나 몇 마디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테스트’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도 흔해요. 감당 못 할 만한 행동을 던지고 반응을 보는 경우도 있어요. 약속 시간에 늦는다거나, 들어주기 힘든 부탁을 하는 식이죠. ‘이거 하면 얼마 버냐’며 묻기도 하고. 또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단답형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부자도 있었죠. 제 뒷조사를 몰래 한 분도 있었어요.”
그 까다로운 면접들을 어떻게 통과했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뿐 다른 비결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저 비굴해 보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난 부자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작가는 간단히 유형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부자와 같은 스테레오 타입은 오히려 만나기 힘들다고 그는 설명한다.
“최근에는 젊은 부자들이 많아져서, TV 속 회장님 같은 분은 그리 많지 않아요. 자린고비 같은 타입이 있는 반면, 설렁설렁 있는 대로 벌고 쓰고 하는 사람도 있죠. 애써 공통점을 찾자면 본인들이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에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가족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에요. 흔히 부자가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등을 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가난한 부모에 가정사가 행복하지 않은 분이었는데, 부자가 된 뒤 가족에게 베풀면서 사시더라고요. 흔히 알고 있는 부자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분이셨죠.”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작가는 부자가 되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 어떤 길을 가고자 할까?
“아직 부자가 되진 않았죠. 많은 이들과의 교류 속에서 배우려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의 비법이나 투자 방법 등을 서슴없이 알려주는 분도 많아요. 부자들은 자기 비법을 숨긴다는 것도 옛말이죠. 그렇다고 당장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회사원 신분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책의 구분법으로 설명하자면, 지금은 ‘고전형’과 ‘안전형’의 방식을 따르는 정도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를 바탕으로 기회를 엿보는 중입니다. 다만 부자들과 함께하면서 저 스스로를 그들과 동일시하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곁에 있다 보면 그들에 대한 대접을 저에 대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그저 삶의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게 유지해나가고 싶습니다.”
1990년생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력을 갖춘 고객이 되었으며, 회사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요즘이다. 미우나 고우나 이 세상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요즘 것들'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책 3권을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 저자 고광열이 소개한다.
고광열 씨는 밀레니얼 세대 초반인 1992년생이다. 중소기업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다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를 낸 뒤 현재는 공기업과 공단에 세대 공감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대의 생활 방식을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9년부터 매년 출간하는 책이다. 요즘 20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재밌게 풀어 설명한다.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대의 생활 방식을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9년부터 매년 출간하는 책이다. 요즘 20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재밌게 풀어 설명한다.
90년생이 온다
기업의 입장에서 1990년생을 이해할 수 있게 쓴 책이다. 1990년생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한 분에게 추천한다.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므로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어렵다.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므로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