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는 고령화 현상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 중 하나. 뚜렷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치매 예방이나 치매 환자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 미국 사회 곳곳에선 치매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 중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몇몇 소식을 간추려봤다.
치매 환자 총기 제한 요구
총기의 나라 미국에선 지난해 적기법(Red Flag Law)이 화두가 됐다. 적기법은 총기 소유주 중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인물에 대해 임시 총기 소지 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는 법안이다. ‘위험인물’로 규정되면 갖고 있는 총기도 일시적으로 몰수당할 뿐만 아니라 금지령 해제까지 새 총기를 구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법을 시행 중인 주는 2018년 이전까지는 5개 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14개 주로 확대됐다.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는 이 법안이 치매 환자에게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걱정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해선 의료기관이 지방정부에 경고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고령자 총기 소유주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가 없어 우려된다는 것.
실제로 미국노인병학회(AG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인 중 27%가 하나 이상의 총기를 갖고 있고, 37%는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또한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18%가 총기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망상이나 환각을 겪기 쉬워 우발적인 총격 사건이나 자살 위험이 높다고 연구결과는 경고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노인의학과 캐서린 갈루치 교수는 “노인에게서 차나 총기를 뺏는 것은 정신질환 악화를 막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고,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가 악화되기 전에 가족이 본인과 상의해 위임장 확보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매 간병 인력 확보 위해 VR 도입
최근 미국에선 치매 환자의 증가로 인한 간호 인력 부족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간병인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으로 VR(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
24시간 재택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캐어인디드(Care Indeed) 사는 지난달 우리나라의 경우로 보면 요양보호사인, 간병인을 위한 VR 교육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VR 시스템은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 가벼운 인지능력 장애를 겪는 초기 치매 환자에 대한 응대법에서부터 좌절감과 분노, 편집증, 우울증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 대처법을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간병인이 현실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법이다.
회사 측은 “VR 기술을 활용하면 물리적인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어, 동영상이나 문서를 기반으로 한 기존 교육법에 비해 몰입도가 높다”고 설명하면서 “다양한 시각적 학습 정보 제공과 함께 원격 교육 등을 통해 더 많은 간병인 지원자를 교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땅콩과 땅콩버터가 치매 예방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땅콩연구소(The Peanut Institute)는 지난달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마인드 식이요법에 도전한다면 땅콩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마인드(Mind) 식이요법이란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된 대시(Dash) 식사법과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결합해 만든 방법으로, 녹색채소와 견과류, 콩류, 장과(漿果, 열매)류, 곡물, 생선, 닭고기, 올리브오일, 약간의 포도주를 주로 섭취하는 식사법이다.
이 식이요법을 잘 따르기만 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고령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예방과 진행 지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영양, 건강과 노화(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에 발표됐다.
땅콩연구소의 사마라 스털링 박사는 “마인드 식이요법에서 권하는 견과류 섭취량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통곡물 빵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거나 간식으로 땅콩을 조금 먹는 것만으로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다. 물론 이 세 가지가 갖추어지면 소설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소설이 독자들에게 읽혀지지 않으면 그 소설은 소설 이라기보다는 그저 ‘인쇄물’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소설이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가장 큰 이유는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모든 것을 전부 경험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가지 않는 길’ 을 쓴 로버트 프로스트 처럼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인간은 결핍을 느끼면 욕망이 생긴다. 여러 가지 소설 중 소설의 주인공이 독자의 욕망과 비슷하면 독자는 그 소설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일종의 간접 경험으로 대리 만족을 구하는 것이다. 미래에는 간접 경험의 종류와 방법도 다양해 질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설은 새로워야 한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에서 그 당시 많은 백성들이 힘이 없어 억울함을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억울함을 소설 속에서 통쾌하게 탐관오리들에게 복수를 하고 백성들의 한풀이를 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홍길동전 비슷한 것이 계속 나오면 독자들은 외면을 한다.
1960년대에 춘향전은 영화로 나왔다. 영화는 소설의 시각화 작업이다. 춘향전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중에서 춘향전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관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관객 대부분은 춘향전 내용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를 보러간 것이다.
소설의 작가는 독자들 보다 시대를 한 발 앞서가야 한다. 그렇다고 공감대가 형성 안 되는 시대로 너무 많이 앞서 가도 안 된다. 상상을 하여 공상 과학소설을 썼어도 ‘과학이 발달한 미래에는 이 정도의 일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 하는 독자의 묵시적 허락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나간 시간 속에는 한 줄기 미래소설이 지나갔다. 바로 전자오락이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결핍에서 오는 욕망을 인터넷 세상에서 충족 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꼬리를 물고 나타난 영화는 가상현실을 예고한 영화 ‘매트릭스’와 ‘아바타’ 였다.
이제는 본격적 맞춤형 소설이 등장 할 것이다. 미래 소설은 가상현실을 뛰어넘는 증강 현실 속에 올 것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본인과 배경 등 모든 환경이 현실이 아닌 가상의 상황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실제 세계와의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만들어준다.
가상현실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3차원의 공간성, 실시간의 상호작용, 몰입성이다. 삼차원 공간성이란 사용자가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상호작용과 최대한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만들며 가상현실에 더욱 몰입 할 수 있게 한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현실세계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혼합현실(Mixed reality)라고도 한다.
지금까지는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 글자를 해독하여 머릿속에 그 이미지를 상상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각적, 촉각적, 청각적, 미각적, 후각적 감각 등을 증강현실이 소설을 해석하여 디지털화 된 정보를 실제상황처럼 느낌을 주는 것이다. 독자는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느낄 수 있는 정보를 증강현실에서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옵션으로 추가하여 독자의 기호에 맞게 추가 하여 즐길 수 있어 더욱 독자의 기호를 자극 할 것이다. 이제 책을 읽고 상상하는 시대는 머지않아 종말을 예고 할 것이다. 소설의 읽기는 식당에서 메뉴를 보고 음식을 주문하듯 이제부터는 맞춤형으로 프로그래밍 된 증강현실과 융합할 것이다.
소설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직접 주인공으로서 추위, 배고픔, 분노, 고통, 기쁨 등을 직접 경험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증강 현실은 심리 치료, 몸에 해로운 약물 사용을 안 하는 디지털 마취 등 의학 분야. 결혼상담소에서 배우자 구하기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이용 될 것이다. 소설이 게임이 되어 주인공을 자기가 마음에 드는 스타일로 바꾸니 그 게임의 매력은 무엇과도 경쟁이 안 될 정도로 인류를 유혹 할 것이다.
증강 현실의 중독은 증강 현실이 시작하기도 전에 예고 될것이다. 증강 현실이 인류를 괴롭히는 제3의 마약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앞으로 우리 앞에 도달 할 미래소설을 상상하며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미래소설의 예비 독자와 예비 작가들의 책임이 크다. 그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건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셔요. 이번 호에는 시인 홍일선 님이 1970년대 대표 작가 송영(1940~2016) 선생님께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봄… 봄이라고 가만히 써봅니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은 밭 넘어
밭둑에 탐스럽게 피어 있는 흰 조팝나무꽃을 바라보며
송영 꽃… 송영 선생님이라고 가만히 이름 불러보는 밤입니다.
송영 선생님
한밤중이었는데 어디선가 누군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것 같아 설핏 꿈결인 듯 몽유인 듯 일어나야 했습니다. 어제는 종일 텃밭에 나가 아내와 함께 감자를 심었기에 초저녁잠이 깊었으련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많이 간곡했던 것 같았습니다.
강물이 무엇인가 다급하여 상수리나무들에게 하는 말도 아니었고 지금 한창 꽃봉오리가 절정인 조팝나무가 헤어져야 할 벗들에게 들려주는 속삭임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는 이름은 더욱 아니었습니다. 그 목소리의 진원지는 러시아 변방 가브리노 산골짜기에서 들려온 아득한 울림이었습니다. 아, 니나… 선생님이 러시아 순례에서 만난 유일한 지음(知音) 니나 그리고르브나였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내가 한 번도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니나가 내 눈 속으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니나 그리고르브나의 온화한 얼굴이 다가왔고 밤하늘엔 북두칠성 국자 형상이 오롯했습니다. 그 목소리는 니나, 니나의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젊은 날이나 만년이나 한결같이 단 한 사람 스승이 톨스토이였지요. 순례길에서 벗을 만난다는 것은 생의 도반을 만났다는 것 아니겠는지요. 톨스토이가 평생을 찾아 헤맸던 성자의 표상을 선생님은 구릿빛 얼굴을 한 온유한 농부 니나 그리고르브나에게서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초면의 니나는 선생님이 원하는 만큼의 땅을 선뜻 주겠다고 했다지요.
당대 톨스토이는 ‘사람에겐 몇 평의 땅이 필요한가’라고 수없이 물었고 그러나 러시아 제국은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130년 뒤 오늘도 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손에 못이 박힌 자는 식탁에 앉을 수 있지만 못이 박히지 않은 자는 식탁에 앉을 수 없다’는 바보 이반의 말을 그날 니나의 모습에서 빙의로 들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바보 이반은 성자였지요. 이반은 소위 ‘국가는 전쟁 없이 돈 없이 학문 없이 사고하는 것 없이’ 스스로 자라는 나무들을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반은 바보였고 늘 무시당했고 글을 몰랐기에 이반은 ‘신(神) 가까이’ 늘 있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선생님께서 1967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했으니 원고지를 펜으로 한 자 한 자 메운 일이야말로 ‘손에 못이 박힌’ 고단한 농부의 삶이었습니다. 온몸을 흙의 마음으로 물들인 니나가 바이칼에서도 더 아득한 남쪽 코리아에서 온 소설가의 진의를 대번에 알아본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원하는 만큼의 땅’을 무상으로 주겠다니… 니나는 선생님의 지음이 분명합니다.
조팝나무꽃 그늘에 앉아 있다가 한 권의 책을 받았지요. 작가의 말이 생략된 작품집 ‘나는 왜 니나 그리고르브나의 무덤을 찾아갔나’였습니다. 저자의 부재 속에서 나온 책, 쓰라린 책,심지가 없는데도 불타오르는 책… 활짝 피어난 꽃들이 싫었습니다.
이 땅의 꽃들은 크나큰 상심 속에서만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숨죽여 읽어야 했습니다.
송영 꽃 송영 숲의 문장들. 존재하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존재의 시간을 넘나드는 꽃이었습니다.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핀 꽃이었습니다. 나는 이 꽃 이름을 감히 송영 꽃이라고 명명합니다. 작가는 세계를 수없이 떠돌며 완고한 중심에서 벗어남으로써, 자의로 일탈함으로써 비로소 한 세계를 꿈꾼다지요. 선생님, 지금 어디를 순례하고 계신지요. 그래 니나는 만나셨는지요. 니나에게 톨스토이의 온화한 미소를 이심전심으로 전해드렸는지요.
송영 선생님. 초월(草月)역 기억하시는지요. 여주까지 가는 전철 개통을 우리는 많이 기다렸지요. 그토록 기다리던 전철은 선생님이 분당 어느 병상에 누워 계실 때 개통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날 병상에서 수화를 나누듯 침묵의 소리로 세계를 묵상했지요. 선생님은 초월역 벤치가 잘 놓여 있더냐고 물었지요. 초월역 앞에는 무슨 꽃이 피어 있느냐고 물었지요.
선생님은 또 말씀하셨지요. 병원에서 곧 나갈 테니 초월의 그 꽃들 함께 보자고, 찬찬히 느리게 보자고….
선생님은 또 약조하셨습니다. 우리가 다음에 초월에서 만날 때는 완성본이 아니더라도 작품 한 편씩 갖고 나와야 한다고 말입니다.
홍 시인 생업이 농사이니 아무래도 내가 초월역에 먼저 나와 앞산을 보게 될 것 같다고 혼잣말처럼 하셨는데 선생님… 지금 그곳도 꽃들이 한창인가요. 머나먼 북방 툴스카야역 노천카페 의자에 홀로 앉아 바흐의 ‘첼로 무반주 모음곡 6번’을 듣고 계신가요? 음악의 궁극을, 첼로의 선율을 문학보다도 더 편애했던 소설가, 세속의 온갖 억압과 불의를 음악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었던 예술인.
송영 선생님
언제인가 금강산 가는 길목에서 ‘저 경계선 너머에는 실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가상의 반쪽짜리 조국이 있다’며 우리의 반쪽을 오래오래 응시했다고,
그리하여 소리 내지 않고 울었다고 하셨지요.
선생님께선 어느 날 아주 긴 전화로 침묵의 울음을 아냐고 저에게 물은 적 있습니다. 저는 대답하지 못했지요. 살아 있으되 침묵을 강요당하는 것들의 아픔, 그 침묵의 공간을 침묵으로 뚫고 나오는 것이 문학이라고 선생님은 나직이 말씀하신 적 있지요.
어제는 선생님 등단작 ‘투계’를 읽었습니다. “나는 램프의 심지를 아주 커다랗게 돋워버렸다. 갑자기 부풀어 오른 불빛이 눈부시도록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밀폐 고립된 상황 속에서 램프 심지를 올리는 일만이 억압과 소외의 시간을 유예하는 유일한 길임을 터득했던 소년 송영을 만나는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남도 염산이라는 궁핍한 마을, 외딴집에서 지속되는 투계(鬪鷄)는 세계가 강자와 약자, 승자와 패자로 분류됨으로써 한 세계가 유지됨을 암시하고 있지요. 비루하고 암울한 세계가 마치 신세계처럼 느릿느릿 펼쳐지고 있지요. 한 작가가 예술적 상상력에서가 아니라 현실의 비극적 상상력의 소산으로 문학예술이 태어나는 시대, 그 시대는 분명 유쾌한 역사는 아닙니다. 암울한 역사 복판에 송영 문학이 아프게 오랜 시간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부재하는 동안 좋은 일도 많았습니다. 촛불이 이윽한 광장에서 아드님 송시원 군을 만나 함께 어둠을 밝힌 시간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귀한 일은 아기 지안(知岸)이 태어난 것입니다. 선생님은 작가 송영 말고도 지안이 할아버지라는 또 다른 이름이 생겼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좋은 일이 많은데 초월역에서는 언제 만날 수 있는 것인지요. 봄날이 가기 전에 못난 시 한 편 품고 초월역에 나가 기다리겠습니다.
송영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홍일선(洪一善) 시인
1950년 경기 화성 출생, 1980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흙의 경전’ 등이 있고 현재 여주 남한강가에서 농부로 생업 중.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만큼 여행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TV를 틀면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단체여행에서 배낭여행, 저가여행, 테마여행까지 내용도 다양해졌다. 시니어의 은퇴 후 버킷리스트에도 여행은 항상 우선순위다.
최근에는 액티브 시니어를 중심으로 배낭여행이나 장기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시니어의 최근 여행 트렌드를 볼 수 있다. 70대 배우들이 함께 떠난 ‘꽃보다 할배’는 배낭여행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또 ‘윤식당’은 해외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꿈꾸게 했다. 이처럼 단순 관광을 넘어 배우고 체험하는 여행에 관심이 높아졌다.
교육과 여행의 꿈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교육 여행’
시니어 맞춤형 여행의 대표적인 트렌드는 ‘교육 여행’이다. 시니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교육여행 프로그램으로는 ‘로드 스칼라(Road Scholar)’가 대표적이다. 로드 스칼라는 ‘길 위의 학자’라는 뜻으로 1975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단체다. 150개국에서 5500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매해 10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이 단체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평생교육과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탐험하고 모험하며 세상이 하나의 큰 교실이 되는 셈이다. 프로그램은 관심사나 지역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된다. 관심사 종류는 트레킹부터 사진, 오페라, 조류 관찰, 국립공원 탐방 등 무궁무진하다.
뒤늦게 외국어를 배우려는 시니어도 많다. 노후의 여가시간이 어학을 배우는 데 최적의 조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장기간 살면서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약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게 해준다. 예를 들면 스페인 세비야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며 건축, 요리 등을 체험하는 식이다. 머무는 동안 도움이 필요하면 로드 스칼라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손주와 함께 떠나는 세대 간 여행도 인기다. 자연이나 도시 관광뿐만 아니라 손주와 서핑을 배우거나 영화제작도 경험하는 이색 프로그램들이 있다. 주목할 것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별로 활동단계(activity level)와 야외활동단계(outdoor level)가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건강 상태와 여행 취향에 따라서 단계를 선택하면 된다. 프로그램별로 일정, 비용, 건강, 취향의 단계가 있어 개인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혼자 떠나도 외롭지 않은 ‘혼행’ 상품
두 번째 트렌드는 ‘혼행(혼자 여행)’이다. 혼행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해서 언제든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또 평소 가족과 여행 다닐 때와 달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여행사인 ‘클럽 투어리즘(Club Tourism)’은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맞춤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객은 주로 50~70대. 대략 남성이 30%, 여성이 70% 비중을 차지한다.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의 신청은 받지 않는다. 고객 간에 버스 좌석이나 방을 정하는 일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참가자가 모두 혼자 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볼 일도 없고 외롭지 않다. 하루 여행부터 해외여행까지 가능하며 60대, 70대 등 연령대별 상품도 있다. 또 여성 한정 여행도 가능하다.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특히 혼자 떠나는 호화 상품의 경우 1인이 2석을 이용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호텔에서는 1인 1실로 숙박한다.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은 소규모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며,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안내원이 동행하기 때문에 위험할 일도 없다.
세 번째 트렌드는 ‘케어(care) 여행’이다.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무릎이 안 좋아져 오래 걷기도 힘들고, 건강 문제로 여행을 가고 싶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과 걷는 속도를 맞춰야 하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여행이 인기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가 안 됐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클럽 투어리즘은 ‘지팡이와 휠체어로 즐기는 여행’을 주제로 고령자들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유니버셜디자인센터’를 만들어 여행할 때 느끼는 불편한 점도 연구한다. 또한 70세 이상을 위한 ‘편안한 여행’ 상품들은 하루 평균 적게는 한 곳, 많게는 세 곳 정도 투어를 해 일정이 비교적 여유롭다. 숙소에 일찍 도착하고, 아침에도 느지막하게 출발해 여유롭다. 이동 중에도 한 시간 반마다 휴식을 취한다. 장시간 걷지 않으며 버스 참가 인원도 제한한다.
첨단기술로 각광받는 ‘스마트 여행’
마지막 트렌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smart) 여행’이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여행과도 밀접하다. 과거에는 책이나 지도 한 장에 의지해 여행을 갔다. 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폰의 지도를 활용해 관광지를 찾아다닌다. 앱을 이용한 외국어 번역도 필수다. 일명 ‘스마트 관광’이라 부르는 스마트 여행은 ICT 기술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구축한 뒤 실시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영국 런던박물관이 2010년 만든 ‘스트리트 뮤지엄(Street Museum)’ 앱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과거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만약 내가 런던의 특정 장소에서 이 앱의 3D 뷰를 선택하면, 현재 위치의 과거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증강현실 기술로 도자기나 조각의 숨겨진 뒷면까지 3D 입체영상으로 보여준다.
고령화로 액티브 시니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여행 업계는 시니어에 주목하고 있다. 길어진 노년기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여행이 삶에 가져다주는 활력은 노후를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여행이 더 많아진다면 여행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화가가 그린 진짜 그림과 AI(인공지능) 화가의 그림을 구분하기 힘들다. 4자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이 지킬 수 있는 분야는 사람의 감정을 활용하는 창작이라고 여겨왔다. 그 판단이 흔들리고 있다. 개인이 평생 갈고닦은 재주를 인공지능(AI)이 너무나 쉽게 모방할 뿐만 아니라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현실에 놓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위로하는 감정 로봇도 발전하고 있음에 충격은 더 커진다. AI 인공지능, 창작도 접수해 가고 있다.
2월 초 한 언론사 기자들이 세계 각처에서 취재한 내용을 담은 “테크 트렌드 2018” 북 콘서트에 참여했다. IT 기술 분야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필자는 시대 흐름을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서다. 아홉 가지 트렌드를 적시했다. 첫째 디지털 식스 센스 시대, 혼합현실, 둘째 뇌와 컴퓨터의 연결, 뇌-기계, 인터페이스, 셋째, 인간을 위로하는 도라에몽, 감정 로봇, 넷째, 의학. 약학에 생명공학을 더하다, 레드바이오, 다섯째, 인간을 넘어서는 인간, 포스터 후먼, 여섯째, 장인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생성적 적대 신경망, 일곱째, 절대 뚫을 수 없는 철옹성, 양자암호, 여덟째, 본토로 돌아가는 생산공장,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그리고 아홉째로 실리콘밸리에서 부활한 마르크스, 기본소득을 들고 있다. 그중에서 “장인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 사진작가인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창작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화가 “Deep Dream”이 그린 고흐 풍의 그림을 진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려낸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경매에서 딥드림이 그린 그림 29점이 약 1억 1천만 원에 경매됐다. 앞에 실린 그림은 인공지능 화가(딥드림)에게 고흐 화풍을 배우게 한 뒤 광화문을 그리게 했다. 고흐 화풍대로 그렸다. 시인이 쓴 시와 AI가 쓴 시를 65%가 분간하지 못했다. 의료분야도 마찬가지 현실에 접어들었다. 하버드대 도신호 교수가 인터뷰에서 “신장결석 등 비교적 잦은 질병을 판별하는 AI 시스템의 경우 정확도가 99.9% 수준에 달했다”고 적고 있다.
세상의 화두가 온통 “4차 산업혁명”인 듯하다. 그 변화의 물결이 빠르게 다가옴을 느낀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을 가리켜 “빅도미노”라 이르기도 한다. 순식간에 무너지는 거대한 도미노와 같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쓰나미와 같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일들이 대중화하는 데는 적잖은 세월이 걸렸다. 텔레비전은 10년, 스마트폰은 5년이 걸렸다.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과 관련한 스피커, 로봇 등의 발전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라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전시된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공지능 스피커, 인공지능 로봇,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등이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체의 광고를 비롯한 전반부문에서 급격히 나타난다. 우리 생활 전반에 파고들고 있음이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혹자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모든 일자리를 뺏기게 될 것이라 우려하듯 인공지능을 경쟁 상대로 보며 걱정을 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어떻게 대응함이 바람직스러울까? 환경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경쟁하는 사회가 아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는 전자가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 그렇기에 걱정을 하기에 앞서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눈을 가리고 밀폐된 방 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자동으로 잠기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은 단 60분. 탈출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가상(?) 목숨이 달려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 방탈출카페를 최은주(56), 박정하(53) 동년기자와 체험해봤다.
‘방탈출게임’은 원래 PC게임의 한 장르로 게임 속 숨겨진 도구와 단서를 이용해 방을 탈출하는 ‘방탈출’게임에서 유래됐다. 이런 게임을 모니터 속이 아닌 현실로 고스란히 옮겨둔 새로운 놀이문화가 바로 방탈출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방탈출게임이다. 국내에서 2015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방탈출카페는 홍대 및 강남, 대학가를 중심으로 현재 100여 개가 넘게 운영되고 있다.
알맞은 난이도와 테마 선택은 필수
방탈출게임을 하기 위해선 방탈출카페를 방문해야 한다. 한 지점마다 4~6개의 다른 테마의 방을 보유하고 있는데 선택하기에 앞서 난이도와 주제를 잘 살펴봐야 한다. 난이도가 높은 테마인 경우 탈출 성공률이 10% 미만이다. 만약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어려운 난이도를 선택한다면 한 시간 동안 아무 문제도 풀지 못하고 직원에 의해 구출되는 수가 있다. 19세 이상만 이용 가능한 19금 테마, 피와 잘린 신체 모형이 널브러진 공포 테마, 온갖 수수께끼로 도배된 미스터리 테마 등 다양한 주제가 있다. 여기에 어울리는 배경음악까지 깔리니 몰입감이 더해진다.
방을 선택했다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게 된다. 혼자서 체험할 수도 있지만 주로 2~6명이 한 그룹을 이뤄 입장한다. 그 전에 방 안에서 펼쳐질 내용과 문제를 절대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방탈출카페 입장에선 한 번 테마를 정하면 한동안은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탈출카페의 방에 대한 정보는 그들의 자산이다.
방 안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단서가 된다. 단서를 조합하면 문제를 풀 수 있는 답이 나오고 그 답을 이용해 자물쇠, 전자장치를 풀면 된다.
왜 방탈출게임에 열광하는 걸까
방탈출게임의 인기로 2016년 이를 모티브로 한 JTBC 예능 프로그램 ‘코드-비밀의 방’이 주목을 끌었다. 한 시간 안에 방에서 빠져나오면 성공, 못하면 실패다. 방탈출카페 이용료는 지점마다 다르지만 평균 2인 기준 1인당 2만 원 선이다. 한 시간 체험으로 지출하는 비용치고는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탈출에 도전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방탈출 마니아로 구성된 한 동호회는 각 지역의 방탈출카페를 돌아다니며 일명 ‘도장 깨기’를 하기도 한다. 방탈출카페 프랜차이즈 ‘셜록홈즈’ 홍대점 매니저는 방탈출카페가 젊은 층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몰입감 있는 테마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 그리고 시간제한에 따른 스릴감은 방탈출만이 가진 매력입니다. 또 탈출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과 실패했을 때의 아쉬움은 또다시 방탈출에 도전하게 만들죠.”
시니어, 방탈출게임에 도전하다
최은주, 박정하 동년기자가 방탈출게임에 도전하기 위해 셜록홈즈 홍대점에서 만났다. 이들이 선택한 방은 난이도 4, 공포도 1의 ‘마법사의 세계’다. 도전을 앞둔 두 동년기자의 표정에선 자신감과 기대가 넘쳤다.
안대를 쓰고 방으로 들어가자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기고 타이머가 작동됐다. 어두운 방에서 의지할 수 있는 물건은 하나의 작은 손전등뿐. 방 안에서 찾은 단서를 가지고 문제를 풀기 위해 두 동년기자가 머리를 맞댔다. 영어로 써보기도 하고 온갖 이론을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보지만 쉽지 않다. 결국 무전기를 들어 힌트를 요청한다. “방금 찾으신 숫자를 순서대로 자물쇠에 입력하시면 됩니다”라는 무전기의 허탈한 대답. 문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푼 게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두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어머, 나 손이 두꺼워서 자물쇠 번호를 잘 못 돌리겠어!”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물쇠 열기에 성공한다.
한 문제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문제를 풀자 숨겨진 비밀의 방이 열리면서 다음 문제가 나왔다. 다소 지쳐 보이는 동년기자가 20대 기자에게 “뭐 좀 알겠어요? 아는 거 있음 어서 말해주세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 단순하게 생각해보라며 힌트를 줬다. 한 20분 정도 씨름을 했을까. 자물쇠 열기에 성공하고 마지막 방문이 열렸다. “아직도 남았어?”라고 소리치는 박정하 동년기자. 시작할 때의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들의 첫 방탈출게임의 결과는 아쉽게도 마지막 방 문제를 풀지 못해 실패! 방에서 나오자마자 이들이 한 첫마디는 “야휴, 당 떨어져”였다.
동년기자 체험 후기
최은주 동년기자
한 시간이 정말 금방 갔어요. 그래도 마지막 방까지 왔으니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는데 편견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시니어도 그냥 와서 즐기면 될 것 같아요. 어려울 때 힌트를 요청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한 기분이랄까요? 제가 젊었을 땐 경양식집에서 돈가스 썰어 먹고 경춘선 타고 당일치기로 여행 다녀오고 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곳에서 데이트를 한다니 색다르네요. 게임을 하다가 의견이 안 맞아서 서로 싸우면 어떡하죠?(웃음) 집에 가서 제가 먼저 자식들에게 방카페 예약했는데 갈래?
하면 좋아할 것 같아요.
재미★★★☆☆
난이도★★☆☆☆
가격★☆☆☆☆
박정하 동년기자
젊었을 때 이런 곳이 있었다면 연인이랑은 모르겠고 친구랑은 올 것 같아요. 지금은 당이 좀 떨어지네요.(웃음) 쉽게 생각해도 되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했나봐요. 패턴만 파악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에 오면 성공할 것만 같은 느낌?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어요. 끝났다 싶으면 다음 방이 열리고… 개인적으로 제 자식들이 공포나 잔인한 테마의 게임은 안 하면 좋겠어요. 너무 사실적이라 좀 놀랐거든요.
재미★★★☆☆
난이도★★☆☆☆
가격★★☆☆☆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어르신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입니다.” 9월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치매 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치매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개인과 가족이 떠안았던 고통을 국가가 나눠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이 치매 치료에 대한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의료계 안팎에서는 벌써 정부의 ‘동기부여’가 효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먼저 지난 9월 발표된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전국에 47곳밖에 되지 않았던 치매지원센터의 확대다. 그동안은 서울과 수도권에만 설치가 집중됐지만, 다음 달부터는 전국 252곳에 ‘치매안심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센터에서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상담과 조기 검진부터 관리, 의료·요양 서비스 연계까지 통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 받은 상담 내용은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에 등록돼 환자와 가족들이 이사를 하더라도 전국 어디서든 연속적으로 관리된다. 센터 안에는 치매 환자 가족의 정서적 안정을 도울 카페와 인지·신체 활동 프로그램으로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단기 쉼터도 만들어진다.
기저귀 구매비용도 지원
중증 치매로 인해 이상행동 증상이 심해 가족이나 일반 시설에서 돌보기 어려운 환자는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전국 34개소에서 1898병상이 치매병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립요양병원은 다음 달부터 79개 병원 3700개 병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치매국가책임제 실행을 위해 정부는 올해 추경에서 2023억원을 이미 집행했으며, 내년 예산안에도 3500억원을 배정한 상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인해 지난 10월부터 중증 치매 환자도 산정 특례 적용을 받게 됐다.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수준인 10%로 경감됐다. 복지부 계산에 따르면 연간 200만원의 자기부담금을 지불했던 입·내원일 수 52일 정도의 환자는 앞으로 77만원만 내면 된다.
그동안 신체기능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배제됐던 경증 치매 환자도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장기요양 5등급을 확대하거나 6등급을 신설해 경증 치매 노인에게도 장기요양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위해 시설의 식재료비나 기저귀 구매비용을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 전국 노인복지관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미술, 음악, 원예 등을 이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66세 이후 4년마다 받는 인지기능검사 주기도 2년으로 짧아진다. 치매안심마을 조성 사업과 치매 파트너즈 양성 사업도 확대된다.
한의학계, 치매 분야에 높은 관심
치매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의학계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방 치매 치료의 과학적 효과를 입증하는 데 애쓰고 있다. 최근 부산시 한의사회는 초기 치매 증상인 경도인지장애로 판정된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한방 치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중 80.5%(161명)이 인지기능개선 효과를 보였고, 환자 중 82%가 치료 재참여를 희망했다.
또 강동경희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는 ‘한방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노년기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강동경희대학교 한방신경과는 서울시와 함께 ‘어르신 한의학 건강증진사업’을 통해 한방 치매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한의학계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치매 국가책임제에) 한의사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에 대한 관심 증가는 치과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매 구강건강정책 테스크포스팀을 통해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책 제안서 제작을 결정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도 치매 다뤄
최신 IT 기술도 치매 진단과 치료에 나서고 있다. 류호경 한양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VR)을 이용해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은행 ATM, 대중교통 이용 등과 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을 가상현실 속에 구현하고, 참가자의 움직임 분석을 통해 치매 증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방식은 진단 과정에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진단 방법은 설문 문항을 시험지처럼 작성하는 방식인데, 질문에 대해 반발하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암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인공지능 ‘왓슨’과 유사한, 치매를 치료하는 인공지능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
가천대 길병원은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일종의 뇌 전문 인공지능 의사로 디지털 뇌 영상 빅데이터를 구축해 암 치료에만 적용됐던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을 뇌 질환 치료에도 실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치매의 조기진단이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가천대 길병원은 지능형 뇌과학연구센터·뇌과학연구원·가천뇌건강센터를 설립해놓고 기술 개발에 대한 역할 분담과 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조선대학교 치매예측기술국책연구단 등과 함께 딥러닝 기술과 컴퓨팅 인프라, 뇌 영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뇌 영상 분석 인공지능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에 광화문의 역사박물관에서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가슴 뭉클해지는 체험이 있었다.
6.25당시의 다부동 전투현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VR로 전하는 나라 사랑 이야기’인데 다부동 전투는 6.25의 격렬했던 전투로 이곳에서 북한군을 막아주어서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했다는 중요한 격전지이다.
VR은 가상현실에 직접 들어가서 여러 가지 일을 해 볼 수 있으니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 게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시스템이다.
필자는 VR을 지난번 평창 테스트올림픽 팸투어에서 한 번 경험해 보았다.
젊은 날 겨울이면 스키 타는 걸 매우 즐겼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 한군데 부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어서 스키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VR을 통해 직접 타지 않아도 슬로프에 서서 멋지게 활강하는 듯 생생한 느낌을 받아서 신나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오늘 체험한 VR은 그렇게 신나게 즐기는 내용이 아니고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나라를 지키려고 어린 학생들이 전쟁터로 나갔을 때를 체험해 보는 것이어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체험존에 있는 VR기기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머리에 착용했다.
10여 분간 진행되는데 기기를 착용한 순간 현실 세계가 아닌 다부동 전투현장에 서 있게 된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민족사의 아픔과 참담했던 6.25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 체험한 VR은 당시 중학생이던 어린 병사의 이야기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병사이야기가 시작되자 필자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아려왔다.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기기를 조작하며 필자는 전투 속으로 들어갔다.
유엔사령부의 작전참모 회의도 들여다보고 폭격이 쏟아지는 전쟁터의 한가운데 서보기도 했으며 실제로 총을 쥔 듯 적의 탱크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해 보기도 했다.
폭탄이 난무하는 속에서 어린 병사들이 땅 구덩이 안으로 몸을 피해 웅크리고 있는 곳에 필자도 따라 들어갔다.
그 안에 피신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어린 병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가슴이 아팠다.
막사 안에 들어가 보니 소년병들이 모여앉아 주먹밥을 나누어 먹고 있다. 그 모습도 애틋해 마음을 울렸다.
오늘날이라면 열심히 공부하고 사랑받는 아이들일 텐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야 했던 그 시대의 소년병들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래서 국가보훈처의 따듯한 보훈은 이렇게 나라를 위해 헌신한 많은 분들을 잊지 않고 찾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을 잡아 드린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가상체험 VR을 통해 나라 사랑 이야기를 만든 사람은 19명의 고등학생이다.
6.25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의 학생들이 3개월의 제작 기간을 두고 다부동 전투현장을 찾아보며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 VR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만드는 동안의 과정에서 국가유공자를 생각하는 마음도 커졌을 것이고 나라의 소중함도 더욱 크게 느꼈을 것이다.
VR로 전하는 나라 사랑 이야기는 10월 31일까지 서울 광화문 역사 박물관 VR 체험관에서 체험해 볼 수 있고 세종시에서는 11월에 고운 중, 아름 중, 도담 중, 등 세 학교에서, 부산지역은 12월에 중순까지 부산 유엔 평화기념관에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뿐 아니라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영역을 넓혀 VR로 전하는 나라 사랑 이야기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나라를 지킨 많은 국가유공자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VR 속 중학생 소년병이 어머니께 쓴 편지가 군모에 담기고 전사하는 장면에선 어쩔 수 없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안타까움과 함께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말일까지 기회가 있으니 많은 분이 역사박물관을 찾아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체험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자랑인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누른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1위 커제 9단과의 마지막 대국에서도 완승을 거뒀습니다.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이 패한 후 자신은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습니다. 커제 9단은 자신에게 유리한 백돌을 요청해 대국에 나섰지만 끝내 알파고의 위력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알파고는 인간과의 대결에서 단 1패를 이세돌 9단에게 당했습니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의 기력은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중국의 기사 5명도 알파고와 대결을 펼쳤지만 역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결이었습니다. 인간이 천년 동안 습득해야 할 기보를 알파고는 단 몇 시간 만에 파악한다고 하니 그 지능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세돌 9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전에 인공지능의 등장은 몇 가지 슬픈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동안 인간이 해온 각종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경우 수천 가지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인간이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쓸모없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겠지요.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은 슬픔을 떠나 절망에 가깝습니다. 영화 에서 인간의 감정까지 이입해 만든 로봇의 최후는 인간의 마음까지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공상이 어디까지 현실화될지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명하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다른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도 인간 세상에서는 커다란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사회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만 “실효성 있는 최저임금을 도입하거나, 기본소득 구조를 마련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빈부격차는 정보의 활용 정도에 따라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시니어 세계에서는 정보의 활용이 크게 떨어질 테니 소득 문제에서도 소외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인공지능(AI)은 물론 드론, 3D 또는 4D 프린터, 무인자동차, 빅데이터,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트코인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아직 생소한 단어입니다. 이 거대하고 우아한 소프트웨어나 아이디어를 현실 속에서 활용하려면 시니어는 많은 것들을 새로 익히고 습득해야 할 것입니다.
컴퓨터를 익숙하게 다루기도 전에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했던 것처럼, 그래서 많은 시니어들이 그 흔한 SNS의 세상 속에서도 외면당했던 것처럼, 어쩌면 시니어들은 4차 산업혁명의 그늘에서 또 한 번 좌절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버택시 회사에 택시가 없고 소카 회사에 정작 자동차가 없으며 세계 최고의 숙박업소 에어앤비에 숙박용 건물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시니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세상에서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 세상에 뛰어들었던 시니어는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소카와 같은 P2P 렌터카를 이용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하고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은 내 차보다 훨씬 더 값싸게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당장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들의 동아리 모임에 참가해보고 지금 당장 3D 프린터로 자신의 모습을 프린팅해보시기 바랍니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비트코인이 세상의 금융거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도 시니어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중견 배우 백일섭은 30여 년의 결혼생활 끝에 졸혼(卒婚)을 선언한 뒤 독립해 직접 청소도 하고 요리도 하며 혼자 생활한다(KBS ). 마라토너 출신 방송인 이봉주는 강원 삼척시 처가에서 장인과 함께 옥신각신하며 시간을 보낸다(SBS ). 지난해 결혼한 배우 구혜선과 안재현은 강원 인제에서 달콤한 신혼생활과 신세대 부부의 문화를 보여준다(tvN ). 예능인 김구라는 이혼 뒤 함께 사는 아들 동현이와 때로는 격의 없는 친구처럼 때로는 근엄한 아버지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채널A ). 가수 황혜영, 정치인 김경록 부부의 부모들은 함께 식사하며 나들이도 하고 요즘 사돈 관계의 문양을 드러낸다(MBN ).
요즘 눈길을 끄는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최근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이전과 달라진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의 증가다. 미혼, 비혼, 졸혼 등으로 혼자 사는 1인 가구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에서부터 실제 결혼한 부부와 가상 부부, 이혼 가족, 처가와 함께 사는 사위, 혈연 가족은 아니지만 함께 살며 정을 나누는 유사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시청자와 만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는 남편,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 등 가족 구성원의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연예인과 일반인이 출연해 다양한 가족 형태와 변모한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주요한 트렌드이자 인기 예능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 속의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변화와 트렌드를 선도해나가기도 한다. 최근 사회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가족의 형태에서부터 가족 구성원의 역할 역시 크게 변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신의 책 에서 밝혔듯 가족은 능동적으로 변화한다. 가족 형태, 가족 구성원의 역할, 가족생활 스타일 등은 사회·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크게 변모한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는 취업난, 100세 시대, 빨라진 은퇴 나이, 고령 인구 급증 등으로 미혼, 이혼, 비혼, 졸혼이 크게 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했고 가족 구성원의 역할도 이전과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이 같은 가족과 관련된 실태와 변화, 그리고 트렌드를 수용해 다양한 포맷으로 보여주고 있다.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생활, 문화 등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은 최근 38세의 토니 안부터 47세의 박수홍, 50세의 김건모까지 혼자 사는 30~50대 남자 연예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SBS ). 김국진·강수지·김완선·김광규 등 이혼, 미혼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40~50대 연예인들이 여행하며 연애와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SBS), 중견 연기자 김용건부터 개그우먼 박나래까지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담은 (MBC), 최근 졸혼을 선언한 뒤 혼자 살며 요리와 빨래 등 살림살이를 배우고 있는 백일섭 등이 출연하는 (KBS)도 1인 가구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혼자 밥 먹는 혼밥족들의 다양한 모습과 실태를 보여주는 (올리브TV), 혼자 술을 먹고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올리브TV), 혼자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스카이 트래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편의점 활용법과 편의점 음식을 활용한 요리 만들기 등을 알려주는 (tvN) 등도 1인 가구를 다루고 있거나 다룬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전과 다른 신세대 신혼부부의 변화된 결혼생활과 문화 그리고 연애 트렌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결혼한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출연해 요리하는 남편, 가구 등을 만드는 아내 등 기성세대 부부와 사뭇 다른 신세대 부부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준 (tvN), 가상 신혼부부와 재혼 부부를 통해 요즘 부부의 결혼 풍속도를 드러내는 (MBC), (JTBC) 그리고 미혼 남녀 연예인의 전화 통화 데이트를 통해 요즘 신세대의 연애 트렌드를 살펴보는 (tvN) 등이 이전과 다른 부부 생활과 연애, 결혼 풍속도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또한 부모와 자식이 출연해 변화된 부모-자식 관계를 드러내는 예능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다. 김종국, 허경환 등 미혼 남자 연예인과 어머니가 함께 여행하며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살펴보는 (TV조선), 김구라·이한위·이수근 등이 출연해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변화한 부자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채널A), 이승연 등 여자 연예인과 자녀와의 생활을 통해 변모한 모녀·모자 관계를 생각하게 해주는 (TV조선) 등이 전통적 관계와 다른 오늘날의 부모 자식 간 관계를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이밖에 사위가 장인, 장모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달라진 사위와 처가와의 관계 또는 장인, 장모에 대한 사위의 생각을 전달하는 (SBS), 부부의 부모들이 함께 여행하거나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변화된 사돈 관계를 보여주는 (MBN) 등은 과거 어렵게만 여겨졌던 처가와 사돈 관계가 요즘에는 어떻게 변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들은 현실 속 변화된 가족의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역할, 부부생활, 결혼과 연애 풍속도, 자녀에 대한 인식을 재미로 잘 포장해 보여주고 있다. 이들 예능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에게 가족과 가족 구성원의 변화한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가족으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남성 우월주의, 가부장주의,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심화 등 일부 예능 프로그램은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거나 가족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다행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족 구성원 역할 변화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새로운 가족 형태와 구성원 역할 변화에 대해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