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전하는 나라 사랑 이야기

기사입력 2017-10-25 10:15 기사수정 2017-10-25 10:15

▲역사박물관의 체험존(박혜경 동년기자)
▲역사박물관의 체험존(박혜경 동년기자)
지난주에 광화문의 역사박물관에서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가슴 뭉클해지는 체험이 있었다.

6.25당시의 다부동 전투현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VR로 전하는 나라 사랑 이야기’인데 다부동 전투는 6.25의 격렬했던 전투로 이곳에서 북한군을 막아주어서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했다는 중요한 격전지이다.

VR은 가상현실에 직접 들어가서 여러 가지 일을 해 볼 수 있으니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 게임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시스템이다.

필자는 VR을 지난번 평창 테스트올림픽 팸투어에서 한 번 경험해 보았다.

젊은 날 겨울이면 스키 타는 걸 매우 즐겼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 한군데 부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어서 스키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VR을 통해 직접 타지 않아도 슬로프에 서서 멋지게 활강하는 듯 생생한 느낌을 받아서 신나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오늘 체험한 VR은 그렇게 신나게 즐기는 내용이 아니고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나라를 지키려고 어린 학생들이 전쟁터로 나갔을 때를 체험해 보는 것이어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체험존에 있는 VR기기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머리에 착용했다.

10여 분간 진행되는데 기기를 착용한 순간 현실 세계가 아닌 다부동 전투현장에 서 있게 된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민족사의 아픔과 참담했던 6.25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 체험한 VR은 당시 중학생이던 어린 병사의 이야기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병사이야기가 시작되자 필자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아려왔다.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기기를 조작하며 필자는 전투 속으로 들어갔다.

유엔사령부의 작전참모 회의도 들여다보고 폭격이 쏟아지는 전쟁터의 한가운데 서보기도 했으며 실제로 총을 쥔 듯 적의 탱크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해 보기도 했다.

폭탄이 난무하는 속에서 어린 병사들이 땅 구덩이 안으로 몸을 피해 웅크리고 있는 곳에 필자도 따라 들어갔다.

그 안에 피신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지 어린 병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가슴이 아팠다.

막사 안에 들어가 보니 소년병들이 모여앉아 주먹밥을 나누어 먹고 있다. 그 모습도 애틋해 마음을 울렸다.

오늘날이라면 열심히 공부하고 사랑받는 아이들일 텐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가야 했던 그 시대의 소년병들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래서 국가보훈처의 따듯한 보훈은 이렇게 나라를 위해 헌신한 많은 분들을 잊지 않고 찾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손을 잡아 드린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가상체험 VR을 통해 나라 사랑 이야기를 만든 사람은 19명의 고등학생이다.

6.25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의 학생들이 3개월의 제작 기간을 두고 다부동 전투현장을 찾아보며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 VR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만드는 동안의 과정에서 국가유공자를 생각하는 마음도 커졌을 것이고 나라의 소중함도 더욱 크게 느꼈을 것이다.

VR로 전하는 나라 사랑 이야기는 10월 31일까지 서울 광화문 역사 박물관 VR 체험관에서 체험해 볼 수 있고 세종시에서는 11월에 고운 중, 아름 중, 도담 중, 등 세 학교에서, 부산지역은 12월에 중순까지 부산 유엔 평화기념관에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뿐 아니라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영역을 넓혀 VR로 전하는 나라 사랑 이야기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나라를 지킨 많은 국가유공자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VR 속 중학생 소년병이 어머니께 쓴 편지가 군모에 담기고 전사하는 장면에선 어쩔 수 없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안타까움과 함께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직 말일까지 기회가 있으니 많은 분이 역사박물관을 찾아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체험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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