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외상•심뇌혈관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서비스 이제 권역•지역별 책임의료기관서 치료 받으세요.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역에 큰 병원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권역•지역별 책임의료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시•도)와 함께 필수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한다고 18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의 효과적 제공을 위해 구분한 17개 권역(시도)과 70개 지역(중진료권) 중에서, 올해 14개 권역과 15개 지역부터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 책임의료기관은 권역과 지역 내 정부지정센터(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센터 등), 지역보건의료기관 등과 필수의료 협의체를 구성하고 퇴원환자 연계, 중증응급질환 진료협력 등 필수의료 협력모형을 만든다.
필수의료 서비스는 △응급•외상•심뇌혈관 등 중증의료 △산모•신생아•어린이 의료 △재활 △지역사회 건강관리(만성질환, 정신, 장애인) △감염 및 환자안전 등을 말한다.
이번 책임의료기관 지정은 2018년 10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과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역의료 강화대책'의 후속 조치로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 사업' 등을 통해 추진된다.
◇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정 = 권역책임의료기관은 권역 내 필수의료 협력체계를 총괄•조정하고 지역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권역별 1개소를 지정한다.
올해는 12개소 국립대병원을 지정해 14개 권역에서 사업을 수행한다. 1개소당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 사업비 총 4억 원(국비 50%, 지방비 50%)이 지원된다. 내년부터 나머지 권역을 대상으로 인근 국립대병원을 지정하거나 사립대병원을 공모할 계획이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지역 내 필수의료 문제를 발굴하고, 기관 간 협력을 연계•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별 1개소를 지정한다.
올해는 70개 지역 중에서 15개 지역의 지방의료원을 공모하여 공공병원부터 지정하며, 1개소당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 사업비 총 2억4000만 원(국비 50%, 지방비 50%)이 지원된다.
지원자격은 종합병원급 지방의료원 중에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관련 진료과목 등을 갖추는 것이 요건이다. 복지부는 2월 17일부터 오는 3월 16일까지 지방의료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병원 역량, 시도의 지원계획 등을 평가하고 3월 말에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나머지 지역에 단계적으로 공공병원을 추가 공모하고,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은 공익적인 민간병원을 공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필수의료 협력체계 구축 및 협력모델 개발 = 권역과 지역 내 필수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도는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책임의료기관은 필수의료 협의체를 구성•운영 한다.
시도 위원회는 부 자치단체장 주관으로 책임의료기관장, 정부지정센터장, 시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필수의료 협력과제 우선순위 선정과 공공보건의료계획 등을 심의한다.
필수의료 협의체는 권역•지역별로 책임의료기관장 주관으로 정부지정센터, 소방본부, 보건소 등으로 구성되며, 기관 간 협력을 위한 처리과정(프로세스) 마련, 정보공유와 시스템 구축방안 등을 조정한다. 협력체계를 통해 책임의료기관은 퇴원 후 유지•회복, 병원 전 단계•치료 등 필수의료 협력모형을 개발하고, 권역/지역 내 필수의료 문제에 대한 진단과 개선계획을 수립한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은 2019년부터 실시한 급성기 퇴원환자 지역 연계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중증응급질환 이송•전원과 진료협력을 강화하는 협력모형을 신규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중진료권 단위에서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필수로 수행하고, 권역책임의료기관의 협력사업에 참여하는 권역-지역 간 협력체계를 구축 한다.
◇ 사업 수행체계 = 권역 및 지역책임의료기관에는 필수의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전담조직으로 ‘공공의료본부’와 사업전담부서를 설치한다.
공공의료본부는 원장 직속으로 설치했 부원장이 본부장 역임하고, 본부 산하에 정부지정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실 등 필요부서를 연계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본부 산하에는 필수의료 협력 및 사업수행을 위한 전담부서 신설하고, 단계적으로 의사•간호사•(의료)사회복지사•연구원 등 전담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책임의료기관이 모든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 내에서 필수의료 협력모형(모델)을 만들어가고, 지역보건의료기관 간 협력을 활성화하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 책임의료기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지역의료기관 간 협력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를 확대하는 등 필수의료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적하고 조용했던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옥상 텃밭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작은 상자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가 제대로 크기가 무섭게 배추벌레에 점령당해버렸다. 어찌나 많은지 걷어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초보 도시농부는 애벌레를 잡는다고 열성을 다하지만 꿈틀거리는 생명체 앞에서 담대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도시농부는 낭만이 아니라 현실임을 몸소 느끼고 있는 그녀 이미숙(53) 씨를 만났다.
구멍은 뻥뻥 잘도 뚫려 있었다. 초록색, 검은색 애벌레가 배춧잎을 신나게 포식한 현장. 흙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원래 이곳에서 저희가 재배한 농작물로 팜파티를 열기로 했거든요. 노사발전재단에서 함께 공부했던 팀들도 불러서 뭔가 맛보이려고 했어요. 가락시장에서 사서 할 수도 없고 이거 참 걱정입니다.”
한창 벌레를 잡다가도 이미숙 씨의 손을 피하지 않고 풀 위에 그대로 앉아 있는 방아깨비를 보자마자 화색이 돈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도망가지도 않아요. 색깔도 예뻐요. 그렇죠? 생명은 정말 좋은 거야.”
전라북도 순창 출신 농부의 딸이라 소개한 이미숙 씨는 정작 어린 시절 농사일은 안 해봤다고 했다. 송충이도 최근에야 보고 알았다.
“노사발전재단에서 ‘신중년 1일 직업체험과정’으로 도시농부 교육을 한다는 공고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이트에서 보고 신청했습니다. 올해 5월 초 토요일에 모여서 7시간 정도 교육을 받았어요. 농사에 필요한 기후 조건이나 유기농법 등에 대해 배웠죠. 식물도 심어보고요. 재밌더라고요.”
하루 체험한 도시농부 교육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교육을 같이 받은 사람들은 모두 다 학번은 다르지만, 방통대 동문이다.
“저는 간호학과 출신이고 지금도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같이 교육받았던 사람들 10명이 모여서 공동체를 만들었어요. 마침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옥상 텃밭에 사회적기업 ‘에코11’에서 운영하는 텃밭이 쉬고 있어서 그 자리를 저희가 쓰기로 했죠.”
좀 더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송파도시농업공동체’를 만들고 송파구의 지원을 받기 위해 기안서를 구청에 냈다.
“제가 송파구민이에요. 아무래도 텃밭이 송파구에 있으니 구민이 대표가 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다 보니 제가 대표가 됐습니다. 모두의 공통 주제는 ‘농사짓고 싶다’였습니다. 구청 지원을 받게 되면 개인이 아닌 사회환원사업으로 운영하려고요. 우리가 만든 공동체의 취지예요. 에코11 안철환 대표님이 가이드와 코치를 해주셨고, 노사발전재단에서 도시농부 강의를 해주신 서울시농수산식품유통공사 백혜숙 전문위원도 대가 없이 저희를 도와주셨어요.”
백혜숙 자문위원이 어떤 작물을 심으라고 말하면 종묘상에 가서 씨를 사 와서 심었다. 처음에는 열무, 부추, 비트 등 아주 다양했다.
“텃밭을 가꾸는 게 너무 좋아요. 아마도 어렸을 때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정서가 몸에 남아 있는 거 같아요. 어머니는 독자이셨던 아버지를 대신해 농사일하며 자식들을 키워내셨어요. 아버지가 간경화로 마흔아홉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셔서 홀로 그 힘든 농사일 다 해내셨거든요. 87세이신데 손과 무릎과 허리 쪽이 안 좋아 장애 3급이세요. 허리 교정도 하시고 무릎 인공관절도 하셨어요. 제가 도시농부를 한다니까 펄쩍 뛰셨어요. 그런데 저는 행복해요. 농사일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지만 내내 동경하던 거예요.”
8월에 심었던 열무를 뽑고 나니 아쉽고 허전해서 상추 모종을 가져다가 심었다. 비를 맞으면서 밭에 상추를 심는데 감동이었다는 이미숙 씨.
“제가 올해 농사를 시작하면서 목표가 있었는데 ‘벌레와 친해지자’였어요. 그런데 그게 아직 잘 안 되네요.(웃음) 그래도 기뻐요. 식물이 커가는 걸 보는 건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예전에는 땡볕에서 일해서 팔이 벌게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힘들다는 말은 안 해요.”
“텃밭에 물 좀 주소, 목마르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옥상 텃밭은 추워지기 시작해서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점심식사 후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몇몇 이름이 적혀 있는 개인 텃밭에 물을 주기 위해 한 커플이 온 정도였다. 송파도시농업공동체의 밭에는 상추가 건강하게 잘 자라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에 물을 정기적으로 주러 오는 사람이 이미숙 씨 한 명뿐이라고. 그나마 한 주에 한 번 혹은 두 주에 한 번 남자 회원이 오는 정도다.
“8월에 본격적으로 텃밭 농사를 시작했는데 한 달 뒤에 물을 주겠다는 분들이 없더라고요. 다들 도시 텃밭에 대한 생각은 있는데 제대로 흥미를 못 느낀 걸 수도 있습니다. 단체 카톡방에 좀 와달라는 얘기를 하면 답장하는 분이 거의 없어요. 어떤 분이 한동안 안 나오시다가 텃밭에 오시더니 ‘왜 작물들이 잘 안 자라냐’고 하더군요.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죠. 우리가 함께 가꾸는 곳이니까요.”
내년부터는 회칙과 스케줄을 만들어 매일매일 오는 당번을 정할까도 싶다. 처음 공동체를 결성했을 때만큼 회원들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하지만 조금씩 자라나는 작물들은 보면 기분이 남다르단다.
“농민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작물이 자라난대요. 적어도 매일 한 명이 와서 물 주고 풀도 뽑아주고 하면 좋을 텐데 답이 없어요. 송파구청에 들어가서 그 얘기했어요. 지원금을 오히려 안 받고 싶다고요. 사익이 될 것 같더라고요. 제가 좀 쓰더라도 올해 시작했으니까 시범적으로 해볼까도 싶어요. 분명히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자고 얘기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5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재 이미숙 씨는 화상 전문 베스티안부천병원에서 간호사이자 이사로 재직 중이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오랫동안 자기 일을 유지하면서 농부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적으로 농부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결혼 초기에 남편과 했던 얘기가 60세까지만 일하고 봉사하며 사는 거였어요. 그런데 요즘 60도 너무 젊잖아요. 특히 간호 쪽은 건강만 허락하면 80세까지도 일할 수 있어요. 이제 60이 돼도 또 어디선가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퇴직이 6년 남았습니다. 농사를 지을 거예요. 노하우가 생겨서 연간 농부 계획서를 짤 수 있을 거 같아요. 중구난방이기는 하지만 농부 일기를 쓰고 있어요. 옥수수는 언제 심고, 재배에 필요한 영양분은 무엇이고 이런 걸 기록해 보려고요. 남양주 텃밭이 기대됩니다. 마침 남양주에 텃밭을 마련했는데 내년부터 저도 농사지을 거예요. 남편이랑 아들에게 말해놓았습니다. 바로 뽑아서 신선한 야채들을 조금씩 주위 분들에게 나눠줄 계획을 하고 있어요. 5년 뒤에는 좀 체계적인 농부가 되어 있을 거 같아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이강선 교수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허리를 굽혀 요가 매트를 마는데 군데군데 흰점이 보였다. 낡았네. 하긴 오래됐지.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손톱만 한 혹은 그보다 더 큰 흰 조각들.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었다. 하얀 것이 떨어졌다. 실밥이 아닌데 집어 올렸다. 낮 열두 시의 햇살이 조각을 통과하지 못하고 비켜갔다. 비늘 같은데? 세로로 줄금이 간 불투명 비늘에 연한 노란색이 감돌았다. 시선이 발바닥으로 갔다. 노란 각질이 발바닥 전체를 덮고 있었고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다. 특히 뒤꿈치에는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기억이 났다. 그때, 엄마의 허리를 누르고 있을 때, 손이 아프도록 힘주어 누르고 있을 때가 용인 아파트였다. 엄마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그 바람에 평생 감추고 있던 발바닥이 무방비 상태로 드러났다. 발바닥은 살빛이 아니었다. 노랗고 거뭇거뭇했다. 발바닥은 2mm 됨직한 각질로 뒤덮여 가뭄에 말라붙은 저수지 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발뒤꿈치는 마치 가시들이 톱니처럼 솟구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쓸어내리는 내 손을 찔렀다. 무좀, 몇 번 연고를 발라주면 될 것을… 1분도 걸리지 않는데….
엄마는 마지막 시간을 침대에 누워 계시다가 가셨다. 손과 발이 묶인 2년 2개월간, 매주 엄마를 보러 갔다. 횟수는 점점 늘어 이틀에 한 번, 이윽고 매일이 되었다. 팔을 내두르고 침대 난간을 두드리던 엄마는 마사지하는 동안은 얌전했다. 머리를 톡톡 두드려주면 시원한지 눈을 감으셨고 귀를 문지르면 얼굴을 찡그렸다. 콧줄 빼는 걸 막느라 끼워둔 장갑을 풀어 손을 마사지하고 손가락을 구부리면 “아파” 하고 소리를 쳤다. 대화는 그게 전부였다. 언어중추 마비와 연하기능 마비로 엄마의 입은 말하고 먹는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잃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움직일 수 없고, 대소변 처리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안 되고, 때로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그게 인간답냐고. 자식이 문안에 소홀했던 건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엄마가 낯설어서였을 것이다. 엄마는 엄마다워야 한다. 사랑을 줘야 하고 염려를 표현해야 한다. 엄마이니까, 엄마는 그저 줘야 하는 존재이니까.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면 인간다움을 잃는 것일까.
그러나 엄마는 인지능력이 분명히 있었다. 행복을 느끼는 전두엽도 활발히 작동했다. 아니라면 꽃을 보고 그리 기뻐하셨을까. 보여만 드리겠다고 허락을 받고 들여온 쑥부쟁이 꽃다발을 엄마는 빼앗듯 가져가셨다. 노란 감국과 흰 개망초, 오이꽃으로 만든 소박한 야생화 다발을 껴안고 도무지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비꽃, 백일홍, 코스모스, 나팔꽃도 좋아하셨다.
그러나 엄마가 가장 좋아한 꽃은 닭의장풀이었다. 아버지를 기억나게 하는 풀꽃이었다. 당뇨를 앓았던 아버지가 달여 드시던 꽃이었으므로.
그날도 엄마와 소풍을 갔다. 의사 허락을 받아 침대째 모시고 나가곤 했는데, 그날은 3층 정원이 아닌, 직원들이 구름다리라 부르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잠깐 엄마를 맡긴 다음, 비탈을 내려가 달맞이꽃과 닭의장풀을 꺾어왔다. 엄마는 더 크고 환한 달맞이꽃은 버려두고 닭의장풀을 받아 소중하게 가슴에 안았다. 병실을 떠날 때 보니 조그맣게 오그라든 풀꽃이 손안에 들어 있었다. 마치 기도하듯 가슴에 모은 손안에.
누가 엄마에게 인지 능력이 사라졌다고, 기억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돌봐주는 간호사에게, 간병인에게 “예뻐”라고 인사하는 이 노인이, 풀꽃을 보고 일곱 해 전 죽은 남편을 기억하며 딸이 준 꽃다발을 꼭 껴안고 있는 그 여인이, 인간답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발바닥은 요양병원에 계시면서 매끈해졌다. 스타킹을 신으면 매번 올이 나갈 정도로 성이 나 있었는데 아기 발바닥처럼 말랑말랑해지고 부드러워졌다. 항생제와 영양제를 투여받으며 평생 함께했던 무좀에서 해방된 것이다.
발바닥의 흰 각질들은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엄마의 고달픔이었을 것이다. 주어진 무게를 감당하느라 힘겨웠던, 자신의 이름도 쓰기 어려워했던 엄마의 아픔이 쌓인 더께였을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각질을 주워 모았다. 낮은 간편화밖에 신지 못했던 엄마는 자주색 실로 수놓은 노란 꽃신을 신고 가셨다.
이강선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마흔 중반에 모교로 돌아가 번역학 석사학위,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 현재 글을 쓰며 문학 치유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등에서 영문학과 번역을 가르쳤다.
서울시의 각 구청은 연말마다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한다. 지난 11월 28일 오후 2시부터 17시까지 신도림 테크노마트 11층 그랜드볼룸에서는 구로구에서 주관하는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가 열렸다. 행사장은 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행사장에서는 44개 업체별로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0명까지 총 250여 명의 직원을 현장에서 면접 하고 바로 채용했다. 구직자들이 박람회 현장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해 주최 측에 제출한 다음 44개 참여 업체의 자료와 현황판을 보고 원하는 직종과 채용하는 인원 등을 검토한 후에 본인이 원하는 기업체의 부스에 가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후 현장에서 바로 면접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모집하는 직종은 경비원, 운전기사, 제빵기술사, 건물관리직, 분양상담사, 산모도우미, 간호사, 조리사, 영업직, 생산직 등으로 분류가 됐다. 사무직은 거의 없었다. 구직자들은 남성은 50대에서 60대, 여성은 40대에서 50대가 대부분이었다. 70대 이상도 몇 명 보였다. 현장에 나와 있던 구로구청 담당자는, 갈수록 참여하는 기업이나 구직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참여한 인원은 1200명 정도로 추정했다. 이중에 25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니 경쟁률은 5대1.
박람회 현장에서는 취업 준비를 위한 서비스나 부대행사도 알차게 진행됐다. 사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직접 사진을 촬영해 반명함판 컬러사진 8장을 무료로 지원해 주고 있었으며 여성들의 면접을 돕기 위해서 얼굴화장도 해줬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정년 후에 재취업을 하려면 적당한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해야 재취업이 쉽다는 점을 절감케 하는 박람회였다.
◇ 이쁘게 나이드는 당신이 좋다 (곽소현 저ㆍ길위의책)
20년 넘게 중년 여성들을 상담한 심리치료 전문가가 제안하는 감정 치유법을 담았다. “마음의 상처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꼭 상담실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음으로써 독자 스스로 위안을 얻고 감정을 치유하도록 돕는다. 책은 자아, 다이어트, 관계, 경제력 등 여섯 테마에 맞춰 저자가 상담실에서 만난 내담자들을 가상의 인물로 설정해 사례화했다. 독자는 자신의 고민이 투영된 인물들을 통해 잠시나마 서로의 편이 되어주며 인문학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상처를 해결해나간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상담 과정에서 활용하는 심리 치유 워크시트를 수록해 스스로 감정 상태를 점검하도록 구성했다. 더불어 두려움, 무기력, 존재에 대한 혼란 등 중년 여성들이 호소하는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법도 함께 제공한다.
◇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이형종 저ㆍ레인북)
백세 시대의 화두는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느냐’이다. 저자는 승진의 벽, 장수의 벽, 마음의 벽 등 중장년들이 부딪히는 7가지 인생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열린 마음, 평판, 건강 등 ‘변신자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안셀름 그륀 저ㆍ쌤앤파커스)
부족해서가 아니라 ‘만족하는 법을 몰라서’ 괴로운 이들을 위한 따뜻한 충고가 담겨 있다. 자신과 타인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들에 대해 명쾌히 밝히고 내면과 외면의 일치로부터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유방암, 굿바이 (박경희, 이수현 저ㆍ봄이다프로젝트)
레지던트 1년 차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박경희 교수와 그의 곁을 지킨 선배 이수현 교수의 이야기다. 유방암 환자가 겪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와 항암치료 과정을 비롯해 수술 전후 알아야 할 현실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티스데일 저ㆍ비잉)
푸시카트 문학상 수상자 샐리 티스데일의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에세이다. 10년 넘게 완화치료 간호사로서 일하며 바라본 환자들의 죽음을 통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실용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스케줄이 빡빡하다고 했다. 아침 시간에는 요양원 봉사에 오후에는 영화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바쁜 일정 쪼개서 만난 이 사람. 발그레한 볼에서 빛이 난다. 태어나면서부터 웃으며 나왔을 것 같은 표정. 미련 없이 용서하고 비우는 삶을 살아가다 보니 그 누구에게도 남부끄럽지 않은 환한 미소의 주인공이 됐다. 발 딛고 서 있는 모든 곳이 꿈의 무대. 시니어 마술사 겸 영화인 조용서(趙鏞瑞·92) 씨를 만나 90대 소년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전 11시에 복음병원에서 6월 생일인 분들의 생일잔치가 있었어요. 거기에 20명가량이 모였는데 그 앞에서 제가 마술을 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영화교실에서 영화 만들기 수업을 들었어요. 서울노인영화제에 출품할 영화 막바지 작업을 해야 해서 요즘 좀 정신이 없습니다.”
만나자마자 요즘 왜 바쁜지 설명하는 조용서 씨다. 배낭에는 뭣이 그렇게도 많이 들었는지 무거워 보였다. 영화 제작에 마술 공연도 하기 때문에 가방은 가벼워질 날이 없을 듯싶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각종 영화제에서 입선해 실력을 인정받은 시니어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손수 영상물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촬영에 대본에 내레이션도 직접 한다.
“서울노인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에서 시니어 감독으로 네 차례 입선했습니다. ‘어르신 통역사들’이라는 작품은 작년에 대한극장에서 상영했어요.”
이번 영화 ‘긴 세월 살았다네’는 조용서 씨와 아내가 주인공이다. 단편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기자와의 인터뷰가 끝난 이후 영화제 출품을 마쳤다고 전해들었다.
“작업을 해보니 러닝타임이 5분 40초더라고요. 90세 노년의 생활은 이렇다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0월에 영화제가 있는데 입선이 되면 상영할 겁니다.”
조용서 씨가 만든 영상은 담담하고 담백한 게 매력이다. 노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자신과 주위 동료가 배우이자 주인공. 이 시대 시니어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러면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방송인 송해 선생이라고 했다.
“저보다 한 살 위인 송해 선생이 건강하게 전국을 누비는 모습이 참 훌륭해 보입니다. 저에게 많은 소재와 영감을 주십니다. 나이가 많아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는 삶의 지표 같은 분입니다. 사람은 누구든 나이를 먹고 머리도 하얗게 변해요.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잖아요. 제가 팔십이 넘어 영화를 만들게 될줄 알았을까요? 몰랐습니다.”
2008년부터 영화 수업을 받고, 영화 제작을 하고,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어서일까? 봉준호 감독 부럽지 않은 포스가 느껴졌다.
반짝이는 관객들의 눈이 좋다
영화와 엇비슷한 시절에 입문한 것이 바로 마술이다. 현재 조용서 씨는 고양시 실버인력뱅크의 ‘꿈전파 문화공연단’ 마술팀 소속으로 매주 틈새 없이 복지관, 병원, 어린이 도서관 등을 돌며 공연을 펼친다.
“영화를 먼저 배우기 시작했는데 마침 고양시 실버인력뱅크에서 마술 교육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웠습니다. 붓글씨나 노래교실도 있었는데 마술 수업을 보자마자 좋았어요.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제가 할 수 있는 마술은 200여 가지 됩니다. 손에 완벽하게 익어서 공연할 수 있는 마술은 30개 정도 되고요.”
조용서 씨의 마술 도구는 큰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많게는 200~300명 정도의 관객까지 아우를 수 있는 마술을 주로 구현한다고.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는데 저는 없어요. 그래서 동작도 크고 화려해 보이는 마술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마술은 분위기에 따라서 다른데 부채 마술이랑 인형 비둘기가 나오는 마술입니다. 스펀지나 꽃을 사용하는 마술도 있고요. 특별히 잘하는 건 우산과 꽃을 이용한 마술입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신기해 보이겠죠?”
애로사항이 있다면 한 번 본 사람은 두 번은 보지 않으려 한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는 이유는 관객들의 눈 때문이라고 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정말 반짝반짝 빛나요. 어린아이들이 손뼉 치는 거 보면 희망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는 무대를 사랑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봐주는 게 행복해요. 자부심도 갖게 되고 말이죠.”
92세 시니어가 하는 말이 소년 감수성 저리 가라다. 사실 조용서 씨는 꽤나 매스컴을 탄 인물이다. 장수 관련 방송 다큐멘터리와 시니어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 보니 피부가 굉장히 건강해 보인다. 꼭 물어볼 질문이 생겼다. 장수 비결 말이다.
“저는 90대의 모범생으로 살고 있다고 봅니다. 바쁘게 살아요. 그게 장수하는 비결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오래 살기만 하면 뭐하겠어요.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노인 일자리를 통해서 시니어나 어린이들 앞에서 공연하고 박수 받는 시간들이 기쁘고 즐거워요.”
90년 인생 철학을 묻다
장수의 관문인 구십 문턱을 넘어 건강하게 살고 있는 시니어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안 해봤던 옛이야기 혹은 꼭 한 번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쉼 없이 이야기를 펼치며 한껏 들떠 있던 그의 들숨날숨이 순간 잔잔해졌다. 그리고 정적이… 잠시 동안의 정적이 이어졌다.
“그저 하루하루 마음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죠. 그게 복이고요. 아프지 않게 우리 부부가 더 오래오래 살았으면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또 한숨 돌리더니 옛일이 파란만장했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저는 우리나라의 제1차 경제 부흥을 일으켰던 세대에 속합니다. 서독 간호사, 광부들 아시죠? 그 시절 사람이에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 있었잖아요. 제 삶도 주인공과 비슷해요. 베트남전쟁 때도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도 항만하역 근로자로 긴 시간 땀 흘려 일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 이제 몇 안 남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입니까.”
백전백패의 인생을 살았다고 했다.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이 많았다고 했다.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다시 일어나서 오늘이 있는 거 같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근심걱정 다 내려놓고 오늘 하루 즐겁게 행복하게사는 것이 지금 제 인생 최대의 바람입니다.”
이후에도 나긋하게 살아온 얘기를 하는 얼굴에 잔잔한 평화가 보였다. 본인 스스로를 연예인이라고 했던 초반의 긴장감이 없어서 더욱더 평온한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도 그 미소 잊지 말고 마술가로 영화감독으로 건강하게 살아가시기를….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노인복지·돌봄’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건강한 노인이 요양 단계의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 또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 등에 관심을 갖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준비할 만한 자격증으로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준비하는 자격증이기 때문에 취득 후 활동으로 이어졌을 때 얻는 보람이 큰 분야다. 실제 ‘2018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에서도 요양보호사 세부 직무 만족도에 대한 물음에 ‘사회발전 기여’(89.0%)와 ‘보람 및 자긍심’(87.7%) 항목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체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장애 노인을 상대해야 하므로 체력은 물론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PART1. 국가자격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에 속하며, 관련 학점을 이수하거나 실습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취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단, 두 가지를 모두 따려면 ‘사회복지사’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공인된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 이수 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개인의 이력에 따라 교육시간이 상이하다. 관련 국가자격증(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 등)이나 경력(재가노인복지시설, 간병요양기관 등 관련 종사 경험 1년 이상)이 없는 경우 이론, 실기, 실습과정을 합해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라면 이수과정이 총 50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모두 준비할 때는 시간 절감 차원에서 사회복지사를 먼저 취득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사회복지사를 따고 난 뒤 요양보호사까지 도전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자칫 둘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즉 요양보호사 취득만을 원한다면 애써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기보다는 관련 경력을 쌓거나 수업을 모두 이수하는 편이 낫다.
사회복지사 자격 등급은 본래 1, 2, 3급으로 나뉘었으나 201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3급 자격이 폐지됐다(기존 취득자는 사용 가능). 1급은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급은 대학원, 대학교, 전문대학 졸업자로 일정 과목을 이수한 경우 취득 가능하다. 관련 학위가 없다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해당 과목을 이수하거나 양성교육과정 수료를 통해 대체할 수 있다. 2급에 해당하는 요건을 만족해야 1급 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사회복지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학점이수 조건을 채우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몇 년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50대(24.3%)와 60대 이상(19.8%) 응시자의 합격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30대(23.6%)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상황이다. 시험 자체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요양보호사 시험은 합격이 수월한 편이다. 지난해 시험 응시자 수(9만8369명)와 합격자 수(8만6662명)가 가장 많은 50·60대의 합격률은 88.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점은 70대 이상 응시자 현황이다. 젊은 세대는 주로 취업 준비 등을 목표로 자격증을 따지만, 중장년 세대는 부모, 배우자 등 환자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취득하는 이가 많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가 장기요양보험 1~5등급에 해당하는 가족을 수발하고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요양보호사’의 경우 실제 돌봄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 1시간, 월 20일을 인정해주며 직장 근로자가 아니라야 가능하다. 요양 대상자의 나이, 질환(치매) 정도 등에 따라 인정 시간 및 환산 금액이 다르다.
요양보호사 직무 만족도는?
‘2018년도 장기요양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보호사의 직무 만족도 부분을 살펴보면 ‘불만족(매우 불만족)’을 드러내는 이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만족도에 대한 세부 항목에서는 ‘사회발전 기여’(89%)가 가장 높았고, ‘임금 및 수당’(24.7%)이 가장 낮았다.
PART2. 민간자격
노인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 등에서는 노인들의 신체 활동을 돕는 일 외에도 인지기능과 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촉감놀이나 체조 등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외에 추가로 민간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인두뇌훈련지도사, 실버레크리에이션지도사, 노인미술심리상담사, 실버건강지도사 등 관련 분야의 다양한 민간자격증이 있으며, 비교적 취득 과정도 어렵지 않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해외 선진국의 요양시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선진국 요양시설은 한마디로 ‘인간중심케어(Person Centered Care)’를 지향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인간중심케어란,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기본 원칙으로 입소자의 심리적 욕구에 대한 배려를 하고 독립성, 자율성, 자존감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식과 실천을 말한다. 인간중심케어를 기본 축으로 두고 이뤄지는 요양원의 특징은 무엇일까?
2026년 한국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아프고 불편해도 평소에 살던 자기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노인은 많지 않다.
돌봄에 대한 불안은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생활수준의 보편적 상승 추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주거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더 나은 인격적 대우를 원했지만 필연적으로 삶의 질 경시와 서비스 질의 저하를 겪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중심케어의 노인주거복지시설이 대안적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유로운 삶의 추구, 에덴 대안 모델
인간중심케어 개념이 적용된 대표적인 모델로는 ‘에덴 대안’ 모델과 ‘그린하우스’ 모델을 들 수 있다. 에덴 대안 모델은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외로움, 무료함, 무기력함을 없애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간적인 주거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식물이나 동물을 자유롭게 기르고 가족과 교류를 자유롭게 하여 입소자들의 집과 같은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요양시설 입소자들의 자율적인 선택과 상호작용, 직원에게 케어 관련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중심케어를 강조하며 거주 노인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집중한다.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노인과 직원들의 관계성을 높여 상호관계 방식의 관리를 꾀하는 에덴 대안 모델은 자연스러운 개선과 발전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에덴 대안 모델을 적용한 요양원의 경우 욕창이 57% 감소하고, 직원 결근이 48% 감소했으며 침상에만 체류하는 거주자들이 25% 정도 감소했다. 또한 행동 억제도 18% 감소했다.
보다 전문적인 관리, 그린하우스 모델
그린하우스 모델은 요양시설을 최대한 가정집처럼 조성하고 10인 이하의 노인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다. 집과 같은 환경을 위해 병원을 상기하게 하는 간호사실, 투약 카트 등의 요소들을 최대한 지양한다. 일상생활 보조인력은 프로페셔널리즘 고취를 위해 일정한 트레이닝을 거친 ‘샤바즈’로 불리는 직원들이다.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과 업무에 대한 책임을 교육받게 된다. 그린하우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직원 비율, 가정과 같은 환경, 요양시설의 소규모 사이즈, 사전 직원교육 등 4가지 영역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린하우스 홈에 거주하는 입소자들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진료의 질이 향상되었으며 가족 및 직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입소자들과 직원이 소수라서 서비스가 집중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로 보여진다.
개인과 공동의 절묘한 밸런스, 유니트 케어
일본도 1994년 고령사회에 돌입하면서 장기요양보장제도 등의 노인보건복지정책 및 서비스의 정비 하에 노인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고 특히 시설 생활자 중심의 노인장기요양보호시설 서비스 제공에 비중을 두고 있다. 유니트 케어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서 인간중심케어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200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배려와 중시가 생활 속에서 크게 작용하고 집단적인 성향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유니트 케어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성향이 느껴진다. 일본의 유니트 케어는 유니트당 10인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1960~70년대의 소규모 케어에서 시작해 1990년대에 개실화를 거쳐 현재는 개호보험법 도입과 함께 제도화한 상태다.
유니트 케어를 기반으로 한 시설의 건축적 특성은 개인적 공간과 공공적 공간의 융합에 있다. 서비스의 특징은 식사를 원하는 시간에 하고 목욕도 일반 욕실과 특수 욕실을 구분해 사용 가능하며 배설에 대한 케어도 완전한 개별화가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또 개인 침실을 통해 케어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받기 때문에 자립성과 프라이버시 확보가 가능하고 면회 시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 시설에서의 생활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자유로움이 보장되고 개인 침실을 본인 희망에 따라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베넷세 스타일 케어
마치 회전 초밥 같다고나 할까. 일본의 요양시설 중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독특한 케이스도 있다. 일본의 베넷세 그룹 계열사인 베넷세 스타일 케어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의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홈 스타일을 갖추었다. 요양원, 그룹 홈 등 원하는 거주 형태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7개의 시리즈 중 자신에게 알맞은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적 인간중심케어 기반의 KB요양시설 모델 개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출발한 KB골든라이프케어는 해외 선진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인간중심케어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자회사로 설립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우리나라 요양산업의 발전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데 그 뜻을 두고 있다. 인간중심케어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처음엔 직원(요양보호사)들의 마음을 얻고, 그다음은 가족(보호자)의 마음을 얻고, 마지막에는 입소자(환자)의 마음까지 얻어야 인간중심케어 모델이 완성된다. 따뜻한 감성과 냉철한 판단으로 만들어나가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앞서 소개한 선진형 모델들을 기반으로 입소자 중심의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KB요양시설 모델을 개발했다. 인간중심케어의 특징은 그동안 살았던 삶의 연장을 추구한다는 것과 ‘집’ 개념의 적극적인 차용이다. 그래서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요양원은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을 깨고 언제든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아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 지역사회와 동화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러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인요양시설이 주거시설 인근의 편의시설로 자리 잡으면 어르신들과 가족, 지역사회가 소통하는 도심형 요양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
KB요양시설 모델은 모두의 집이 다르듯, 8개 유닛별로 각 집의 콘셉트에 차이를 두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에 쓰던 가구를 들여와 내 집처럼 익숙한 환경으로 꾸밀 수도 있다. ‘시설’이라는 명칭의 낯선 느낌이 아니라 집의 연장선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또한 식사와 생활에 본인의 기호대로 폭을 넓히는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하루 일과, 기호 등을 선택하는 선택칠판, 반 뷔페식 식사, 커튼과 이불 선택 등 기존 요양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KB요양시설 모델은 3월 오픈 예정인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 결국 콩 심은 자리에서 콩이 난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인간중심케어에 충실하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지속 가능한 시설이 될 것이다. 내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터전을 일구는 KB요양시설 모델이 명실상부 국내 요양산업의 착한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요즘은 교복 자율화 실시로 학생들의 복장이 제각각이지만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껏해야 나팔바지에 생선 등처럼 주름을 세우거나, 목 칼라 주변에 호크 몇 개 더 달아 덜렁거리도록 해서 멋 좀 내는 게 전부였다. 대학생이 돼서야 비로소 교복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청바지, 티셔츠가 다였다. 심지어 나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나오는 ‘윤동주 시인’의 복장처럼, 검은 교복 상의를 걸치고 다녔다. 그거 하나만 입으면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비싼 옷을 살 필요도 없었다. 4년 동안 그러고 다니다가 취업을 하니 그때부터 양복이 정복이었다. 수십 년간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다녀야 했다. 넥타이는 정말 싫었다. 휴일에 경조사가 생겨 넥타이를 매야 할 때는 마치 누가 내 목을 끌고 가는 것 같았다. 은퇴를 하면서 넥타이의 압박에서 겨우 풀려났지만 그마저도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제2의 인생 설계 후 강의를 하게 됐는데 의무적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됐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이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편하게 입고 다니니 자유롭고 젊어 보이기까지 해서 좋았다. 내가 선호하는 건 진한 색깔의 옷들이다. 나이 들수록 밝게 입는 게 좋다고 해서 티셔츠만큼은 다양한 색상을 골라 입는다. 날씨에 따라 가벼운 조끼를 속에 입고 노타이 차림에 재킷을 걸치면 그만이다. 바지는 청바지도 좋고, 상황에 따라 언밸런스한 정장 바지도 잘 어울린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싶다. 어떤 옷은 편한 맛은 있지만 체격에 안 어울리고, 어떤 옷은 디자인은 좋은데 얼굴색과 잘 맞지 않는다. 이럴 때는 아내가 옆에서 코디를 해준다. 아내의 패션 감각은 남다르다. 잘 맞춰서 골라주는 옷을 입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 내가 좋아하게 된 패션도 아내가 추천한 옷이다. 그 옷을 자주 입다 보니 이제는 내 전용 패션이 됐다. 패션 감각으로 따지면 나는 거의 문외한이다. 계절이 바뀔 때가 제일 부담스럽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옷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봄이 왔는지도 모르고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고, 가을이 다 지나고 초겨울이 왔는데도 반소매를 입고 외출해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던 사람이 결혼 후 아내의 달달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무딘 감각이 점점 살아났다. 요즘 내 옷차림은 많이 세련되어졌다. 모임에 나가 사람들에게 패션 감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우쭐해진다. “어떻게 그렇게 젊어 보이냐? 비결이 뭐냐?”라고 묻는 친구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진다.
나이 들수록 옷을 정갈하게 잘 입어야 한다. 여든이 넘은 장모님은 병원에 갈 때면 항상 장롱에서 깨끗하고 좋은 옷을 꺼내 입으며 “잘 입고 가야지, 차림이 추레하면 간호사들도 우습게 봐” 하신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옷 잘 입는 비법이 하나 있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된다. 그리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역시 당신의 패션 감각은 최고야!” 그러면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가정도 화목해진다. 자신에게 패션 감각이 있어도 옷 구매와 외출복 코디는 아내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 아내에게는 남편 꾸며주는 시간이 큰 기쁨 중 하나일 테니까….
얼마 전 친척 병문안을 갔다가 병원 내 비뇨기과 앞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지인을 만났다. 지인에게 왜 왔는지 물으니 소변이 잘 안 나와서 혹시 전립선에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대화를 멈추게 되었는데 지인에게 간호사가 “서서 소변보세요? 앉아서 보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지인은 서서 볼 때도 있고 앉아서 볼 때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대화가 필자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는데 정작 그들은 그다지 신경 쓰는 기색 없이 자연스러웠다.
필자가 문병을 마치고 지인을 다시 만나 어떤 상태냐고 물으니 의사 말이 전립선이 조금 커져 있지만 아직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면서 알아두면 좋을 거라고 의사가 해준 말을 몇 가지 전해줬다.
전립선비대증은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60대에는 60~70% 정도, 70세가 되면 거의 모든 남성들이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라 노화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발생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전립선이 커질 경우 요도를 막게 되어 소변을 보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정도에 따라 소변 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어지거나, 중간에 소변 줄기가 끊어지기도 하고, 소변을 보고 나서 시원찮은 느낌도 든단다. 소변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힘을 줘서 눠야 하고 자주 요의가 생기고 한밤중에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증상들도 생긴다고 한다.
전립선비대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지연시킬 수 있는 길은 있다고 한다. 전립선비대증의 위험요인인 비만을 조심해야 하는데 고지방,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음식을 멀리하면서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면 도움이 된단다. 또한 지나친 음주는 소변의 양을 늘리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고 자극적인 차나 커피도 되도록이면 피하라고 한다. 그리고 잠자기 전에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야뇨증이 생기므로 저녁 7시 이후에는 수분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 앉아서 소변을 보냐는 필자의 물음에 지인은 소변이 한참 안 나오면 오래 서 있는 게 힘들어서 나올 때까지 앉아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말했다.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이유 중에 전립선비대증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앉아서 소변본다는 말에 은연중 남자의 자존심, 나약함 등을 떠올렸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고 남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인터넷에서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를 검색하면 블로그와 카페는 물론 뉴스, 방송 등에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앉소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대부분은 위생·청결을 위해 아내들이 앉아서 소변보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일본 남자들은 30% 이상, 유럽의 남자들은 60% 정도가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수치까지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남자들이 전립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아마 자존심 때문에 드러내놓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극히 일부가, 남자는 신체구조상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보다 서서 보는 게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는 글도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도 고령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전립선비대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가정 내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이미 남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는 몸이 불편해서든 화장실 청결을 위해서든 본의 아니게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