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기획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예언가이기도 했다. 그가 스마트폰 다음으로 스마트TV를 구상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일부에선 “컴퓨터와 모바일이 이토록 발달하고 있는데 TV라고? 사람들이 굳이 TV를 찾아보겠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의문을 비웃듯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IT 업체들이 향후 매출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스마트TV 개발 기획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IPTV가 가입자가 이미1400만 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TV 포맷을 통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IPTV,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유료방송의 대명사인 케이블TV가 가입자 수 정체를 겪는 동안 IPTV는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무려 300만 명의 가입자를 더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3월 13일에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IPTV 가입자는 무려 1433만 명에 이른다. 이제 IPTV의 성공은 시대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시대가 선택한 IPTV
IPTV는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는 VOD(video on demand) 방식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갖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세밀한 소비자 맞춤형을 지향하는 시대의 필요에 걸맞은 방식이었으며 비디오테이프와 DVD 등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그리고 TV 콘텐츠의 양방향성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사실상 케이블TV 업체들도 IPTV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서로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의 생활 패턴을 볼 때 모바일이 개인성을, PC가 업무성을 충족시킨다면 가족 모두를 한자리로 모을 수 있는 TV는 모바일과 PC가 보장할 수 없는 커뮤니티성을 만족시킨다. 이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현재에 가족의 가치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IPTV는 셋톱박스를 설치해 화질 강화 및 소비자 맞춤형 편집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TV의 고기능화를 지향함으로써 TV가 가진 홈서비스의 역량을 높였다. 인구 구조의 고연령화로 늘어난 시니어 세대는 모바일과 PC보다는 TV에 친숙함을 느끼기에 IPTV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겹쳐져 IPTV의 성장은 가능했다.
IPTV ‘삼국지’
현재 국내 IPTV 시장은 크게 세 개의 브랜드로 나눌 수 있다. KT의 올레tv, SK브로드밴드의 Btv,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tv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브랜드는 올레tv로 가입자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다음으로 Btv와 유플러스tv가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모바일 3사가 그대로 IPTV로도 옮겨온 모양새인데, 이는 IPTV가 인터넷 서비스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시스템이기에 그렇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무선망 서비스 연계까지 가능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 업계 2위인 KT가 IPTV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별해 보인다. KT의 IPTV 역사는 길게는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에는 VOD 서비스만 하다가 2008년에 3사 중 국내 최초로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군대에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단 보급률 차이와는 별개로 콘텐츠의 양이나 메뉴 구성을 볼 때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곳은 없이 각 업체들이 상향평준화되어 비슷한 양태가 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현재 IPTV 업계는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맹렬한 콘텐츠 확보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1400만 명이 넘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매체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시장은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면 과거에 비해 긴 유통기한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치열해진 콘텐츠 확보 전쟁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대로 창출해내는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이라는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공급자와 제작자의 이러한 사정은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각 업체가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는 상대와 ‘적과의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는 막강한 콘텐츠 제작 역량, 엄청난 콘텐츠 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의 보유로 IPTV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통신망이나 하드웨어 서비스를 갖지 못해 PC로는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TV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우선 케이블TV인 딜라이브, 헬로CJ와 콘텐츠 제공 제휴를 맺어 IPTV 업계를 압박하고, 이어서 IPTV 업체인 유플러스tv와도 손을 잡았다. IPTV 후발주자인 유플러스tv 입장에서는 부족한 콘텐츠를 채우고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방송 시장 장악을 우려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협력 상황에 반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에 넷플릭스의 IPTV 진입은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과거에 넷플릭스에 자사 제작 드라마를 공급한 적이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지상파 공동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IPTV 시장에서 적과 동지의 경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5G, IPTV의 도약을 꿈꾸게 하다
안방이나 거실에서 가장 오랜 시간 TV를 즐기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도 대폭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브라보라이프’, KT의 ‘룰루낭만’, SK브로드밴드의 ‘시니어클럽’은 모두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IPTV 서비스로 콘텐츠의 다변화를 통해 건강, 여행, 취미, 제2인생 등 관련 정보를 모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서비스의 저변에는 은퇴 후 적극적으로 배움과 즐김을 향유하며 제2인생을 준비하려는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공략이 숨어 있다.
IPTV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동통신기술 5세대에 속하는 5G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동통신기술이 0G에서부터 시작해 5G까지 오는 동안의 양상에 대해선 다양한 측면을 논할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보면 ‘더 빠르게, 더 넓게, 더 다양하게 전파가 가능하게끔’ 확장적이고 고성능적으로 통신이 발전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그 최전선에 이른 5G 시대는 기존보다 다양한 통신기기 사용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 용이해지고 사회 전방위적으로 적용 가능한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PTV는 셋톱박스를 더욱 고기능화, 다양화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기존의 셋톱박스는 유선 케이블 연결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무선 셋톱박스로의 이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KT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AR쇼룸’ ‘나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IPTV 셋톱박스와 연동한 모바일 앱으로 홈쇼핑에서 방송하는 상품을 모바일과 TV 화면에 3D로 구현하는 실감형 콘텐츠다. SK는 셋톱박스에 클라우드 기술 적용을 통해 B2C(business to consumer)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PC를 클라우드 PC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는 무선으로 IPTV 서비스가 가능한 셋톱박스 일체형 단말기 ‘U+tv 프리’를 출시했으며 구글과의 기술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IPTV는 단순히 TV 기능의 향상, 콘텐츠 제공을 넘어 5G 시대를 맞아 다양한 디바이스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산업을 선도하는 경제적 툴로 발전하는 중이다. 현재 가장 실적이 확실하게 나오며 급격히 성장하는 IPTV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들 간의 ‘왕좌 게임’은 향후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TV가 차지할 가치를 먼저 확보하기 위한 기술 헤게모니 다툼이기도 하다. 이미 1400만 명이라는, 그리고 곧 1500만 명이 될 막대한 숫자로 만들어진 도화지가 있다. 이제 여기에 5G라는 붓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할 시점이다.
창과 방패의 구도에서 극적으로 역할이 바뀌는 인생을 우리는 가끔 목격한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주인공으로, FBI를 속 태웠던 범죄자에서 보안 컨설턴트로 변신한 프랭크 애버그네일 2세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만난 박미진(朴美眞·43세) 씨가 풀어놓은 이야기도 극적인 반전을 연상케 했다. 채권추심원에서 빚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를 돕는 금융복지상담사로 제2인생을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채권추심하는 사람들도 다 보통 사람들이에요. 영화 속 모습처럼 우락부락하고 거친 말을 쏟아내지는 않아요.(웃음)”
박미진 씨는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이뤄지는 채권추심 업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심지어 채권자들도 빚을 받아내는 과정은 무조건 집을 찾아가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다 그렇진 않아요. 저도 초보 시절엔 출장도 가고, 채무자와 만나려는 시도도 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서류를 통해 안내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죠. 채권추심 과정에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상환 방법을 안내한다든가, 자산을 압류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죠.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이를 교육하는 회사도 많아요.”
하소연과 욕설 비일비재
신용정보회사가 다루는 채권은 금융 업계에서도 ‘악성’으로 평가받는 것이 많다. 당연히 채무자는 빚을 갚을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빚 탕감을 독촉하는 이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그 만남의 과정이 고난할 수밖에 없다.
“싫은 소리도 많이 듣죠. 빚이 한두 푼이 아니라는 하소연은 기본이에요. 왜 일 못하게 전화하느냐는 항의에서부터 욕설도 비일비재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악에 받친 소리는 오래 가슴에 남아요. 이 일도 고충이 있는 감정노동이죠.”
그녀가 신용정보회사에서 근무한 것은 약 12년. 적성과 맞지 않아 중간에 쉰 적도 있다. 일을 하면서도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했다. 2015년 남편이 직장을 순천으로 옮기면서 내친김에 추심과는 이별을 고했고, 남편의 소개로 알게 된 금융복지상담사 교육 과정에 지원했다. 당시에는 두 번째 직업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추심 업무를 볼 때 궁금했던 금융복지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고 싶은 호기심이 컸다. 그러다 2016년 5월, 전라남도 금융복지상담센터가 개설될 때 창립 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안 갚아도 되는 빚 걱정도 많아
“채권추심 업무를 오래하다 보니 빚 문제로 고생하는 분들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금융복지상담센터를 통해 도움을 청하는 분 중 상당수는 추심기관의 우편물만 보면 무조건 무서워하는 고령의 취약 계층, 저소득층이에요. 빚쟁이가 무서워 10년 넘게 밤에 전깃불도 못 켜고, 좋아하는 책도 이불 뒤집어쓰고 읽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막연히 이런 분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금융복지상담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참여하게 됐어요.”
전국에 개설된 금융복지상담센터는 이름 그대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금융과 복지 관련 제도에 대해 상담해주는 일을 한다. 재무건강진단이나 수입·지출관리 상담, 서민금융지원 안내도 하지만 채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개인파산 및 면책, 개인회생 등 해결 방법을 찾아 지원하는 게 주요 업무다.
“간혹 채권추심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채무자들은 대부분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요. 기존 빚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신용불량자로 사시는 분도 많고요. 흔히 상상하는 수천, 수억 원의 큰돈이 아닌데도 말이죠. 심지어 소멸시효가 지나 갚지 않아도 되는 채무 때문에 비정상적인 삶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어요.”
무양심으로 몰아선 안 돼
입장 자체는 공수(攻守)가 전환된 상태이지만, 채권추심 과정을 속속들이 아는 만큼 박 씨는 채무자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채권추심원은 채무자의 기초생활수급자 여부 같은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추심을 진행하죠. 이럴 땐 제가 대신 연락해서 추심정지 요청 등의 대처를 합니다. 이외에도 그들의 업무처리 방식을 잘 알아 유리한 점이 있어요. 예상되는 피해를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추심 담당자의 입장을 알기 때문에 전화로 대신 채권 협상을 하기도 해요. 때로는 상담을 받으러 온 분이 들고 오는 서류에서 옛 동료의 이름을 발견하기도 하죠.(웃음)”
박 씨는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도덕적 결함과 동일시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원인이 제도나 사회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모든 화살이 개인에게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심한 경우 그 과정에서 삶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했다.
“저희를 만나 빚이라는 짐을 덜게 되면서 삶이 극적으로 변하는 분도 많아요. 압류로 인해 정상적인 금융활동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경제활동을 포기할 만큼 힘들게 살아온 분들이 채무가 해결되면 옷차림이나 삶의 태도가 180도 바뀌면서 새사람이 되기도 해요. 그때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죠.”
비슷한 업무이기는 하지만 입장이 반전된 상황.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박 씨는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우울한 가정사, 무서운 경험담에 동화되기 쉬워요. 드라마나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혹한 경우도 있죠. 채무자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평범한 제 삶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아이에게 제 직업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지난해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현재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세계 각국에서 고령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형성된 실버산업 시장의 초창기에는 의료기술이나 생필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패션이나 IT기술 같은, 중장년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의 기업들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 선배’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 시니어도 스마트 바람
스마트폰이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고령자들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2월 5일 주식회사 메디플러스연구소가 발표한, 일본 국민 1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를 봐도 이러한 변화를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건강관리용 앱(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60대 이상 응답 남성의 15.5%, 여성 16.1%가 사용 중이라고 답했고, 50대의 경우 남성은 12.7%, 여성은 11.9%에 달했다. 이는 30~40대 응답자에 비해 높은 수치다.
지난해 10월 소니생명보험주식회사가 진행한 ‘시니어의 생활 의식 조사’에서는 50세 이상 응답자의 33.1%가 다시 무언가 배우고 싶다고 답했고, 관심 분야로 어학, 역사, ‘인터넷과 컴퓨터’가 순위에 올랐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질문에선 메시지와 통화, 웹서핑 순서로 답변이 나왔다.
패션업계 ‘고령자’ 모셔라
편광렌즈로 유명한 일본 선글라스 브랜드 ‘탈렉스’는 지난해 말 자사 설립 80주년을 기념해 노인을 위한 선글라스 한정판 제품군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출시 과정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고령자들의 선글라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대부분 2~3개 정도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애용하거나 늘 착용하고 다니는 제품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노인들의 선글라스 착용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의지를 내비친 탈렉스는 “선글라스는 고령자의 눈 건강을 지키는 ‘빛의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면서 “고령자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추세인 만큼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눈 보호를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한 노후 위한 서비스 늘어
고령자들의 웹 접촉이 번번해지면서 시니어를 위한 사이버보안 교육용 교재도 등장했다. 세계적인 보안회사 ‘카스퍼스키랩’의 일본 지사는 시즈오카(静岡)대학교와 함께 50세 이상 노인 중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보안교육 자료 ‘인터넷에서 수상한 것을 확인해보자’를 개발해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회사 측은 고령의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개인정보유출이나 금전을 노린 보이스피싱 사이트 등의 피해 사례가 늘면서 자료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비영리 목적이라면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길 잃은 치매 환자나 어린이, 반려동물의 위치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일본 내 유명 지도 제작사인 쇼분샤 출판사는 회원제 QR코드 서비스 ‘어서와요 QR’을 출시했다. 치매 환자의 지팡이 같은 소지품에 붙여진 QR코드를 발견자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보호자에게 자동으로 위치가 전송되는 방식이다. 이때 발견자에게 전화번호나 이름 등 신상정보가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은퇴 뒤 길어진 후반생을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자 시니어 인턴에 도전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이 시대 시니어들. 시니어 인턴으로 시작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삶의 가치를 나누고 있는 ‘상상우리’ 수석 컨설턴트 박생규(66) 씨를 만났다. 그가 말해준 시니어 인턴 성공 노하우? 일단 꼰대만 아니라면 반은 성공이다.
서울시 중구 일대의 작고 큰 건물 사이.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의 아지트인 상상캔버스에서 박생규 씨를 만났다. 그가 하는 일은 ‘취업을 하고 싶은 시니어에게는 일자리를,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 업체에는 일손을 주선해주는 것’이라고 하면 쉬운 설명일 게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궈낸 젊은이들의 회사에, 경력으로 다져진 시니어가 사업에 필요한 보편적 구조를 담당한다는 취지다. 사업체를 꾸리는 데 있어 신·구 세대의 소통이 원활하면 사회공헌활동에도 기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젝트. 일자리뿐만 아니라 봉사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재능기부 현장에서도 박생규 씨는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처음 만났던 날도 악수를 나누기가 무섭게 업무와 관련한 전화를 받느라 바빠 보였다. 쉬는 날은 외부 강의를 하고 시니어 인턴도 찾아가 상담해야 하니 개인 시간 내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하기 위해 급여를 낮추고 여유롭게 일할 수 있게 업무시간을 조율해서 쓰고 있다.
“제가 취업시켜드린 분과 전화하는 거예요. 올해 벌써 시니어 5명이 취업했네요. 취업 초기에는 자주 전화합니다.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서서히 연락을 줄이면서 관리합니다.”
2015년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에서 인턴기간 3개월을 마치고 정직원이 된 박생규 씨. 4년이 지난 지금은 자신의 능력을 발판 삼아 일터를 취사선택하며 거듭 성장하고 있다.
“2016년까지 상상우리에서 일했고, 이후 2년 여 정도는 시니어 세대와 이들의 전문성·역량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주는 ‘사단법인 신나는조합’에 다녔습니다. 업무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두 곳 모두 개인 커리어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이었죠. 최근에 상상우리에서 다시 할 일이 생겨 돌아왔습니다. 2월부터 정식 출근입니다. 대표님과 제 업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적당한 선에서 방향을 잡게 될 것입니다.”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는 박생규 씨가 컨설팅 팀에서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면 한다. 현재 박생규 씨는 2017년 성동구 성수동에 생긴 서울시 성장지원센터 ‘소셜 캠퍼스 온’에 관심이 많다. 그곳에 입주한 스타트업 회사에 적합한 시니어 인재를 찾아줄 계획이다. 이곳의 운영과 관리를 상상우리가 맡고 있기에 박생규 씨가 귀환을 결심했다.
“지금까지는 시니어 개인에 맞춰 취업을 소개해왔는데, 이제부터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찾아 적합한 자리에 배치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그림을 그리는 곳이 ‘소셜 캠퍼스 온’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상상우리’에서 시니어 인턴 첫발
지난 2년 동안 박생규 씨가 일했다는 ‘신나는조합’은 상상우리와 인연을 맺게 해준 곳이다. 2015년 ‘신나는조합’에서 진행한 ‘시니어 혁신 사회적 기업가 발굴 육성 사업’에 참여한 박생규 씨는 7주간의 교육 과정을 마친 뒤 시니어 인턴 자격으로 상상우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턴생활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 건 할 일이 없는 거였어요. 누구도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할 일을 찾는 것이 제일 급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청소를 했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바쁘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세심한 관찰도 이어갔다.
“가만히 보니까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더군요. 어느 날 내가 도울 일이 없는지 물어보니 ‘마침 잘됐다’ 하면서 엑셀 작업 일을 넘겨주더라고요. 숫자만 기입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숫자를 집어넣다가 수식 몇 개 바꿔서 프로그램을 더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그게 훨씬 간편하고 편했나봅니다. 그다음부터 엑셀 작업은 제가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인턴 기간은 다 끝나가는데 제가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더라고요. 가령 대표가 3개월 인턴 기간 끝났으니 나가라고 할 작정인데, 직원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을 수도 있죠. 나 대표님한테 물어봐야 되겠네요. 진짜!(웃음)”
그래서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다! 박생규 씨가 상상우리를 떠나 있다 다시 들어오면서도 늘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를 멘토와 멘티로 생각할 만큼 돈독하다지만 인턴 기간이 끝났을 때 정말 고민이 없었는지 궁금했다.
Q. 인턴기간이 끝난 후 정직원으로 뽑을 때 망설임은 없었습니까?
“박생규 님 같은 경우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기 때문에 저희한테 필요한 분이었습니다. 저와 직원 입장에서도 ‘시니어이기 때문에’라는 생각 별로 안 했고요.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채용한다’였습니다. 인품도 뛰어나신 분이시고요.
Q. 지나친 방송 멘트 아니신가요?
아뇨. 진심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계속 관계를 유지해왔고 또 제 롤 모델이십니다. 교육생들도, 저랑은 상담을 안 해도 박생규 님과는 해요.
Q. ‘상상우리’에 시니어 인턴십이 존재하나요?
저희 회사의 미션이 ‘경험과 지혜가 계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자’이기 때문에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 다른 부서에서도 일곱 분 정도를 중장년층에서 채용했습니다. 저희는 인턴 채용 방식으로 시니어를 만나지 않습니다. 상상우리의 교육과정에 참여시키거나 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충분히 모니터링한 뒤 채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니어를 채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어떤 분인지 충분히 봐야 돼서 적게는 3개월, 더 길게도 만납니다.
지난 세월 잊고 미래를 설계하라
박생규 씨의 얘기를 듣고 보니 한층 파격적이고 수준이 다른 시니어 일꾼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해야만 하는 ‘가장의 무게’ 말고 이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밑바탕에 깔고 있었다.
공군 중령으로 예편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생규 씨. 30년 군생활을 마치고 나니 그의 나이 49세였다. 평균 수명 백세 시대에 아직 창창한 나이였지만 재취업하기에는 쉽지 않은 나이였다.
“저는 그때 생각을 좀 달리했습니다. 이력서를 쓰되 제안서에 가깝게 썼습니다. 이력은 간단하게 쓰고 내가 당신 회사에 가면 어떤 일을 하겠다고 썼습니다. 퇴직할 때 대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 대기업 하면 생각나는 회사에 이력서를 써서 보냈습니다. 내용증명으로요. 이게 채용 담당자에게로 다 전달됐습니다.”
공군에서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던 이력을 활용해 현대정보기술을 거쳐 SK 등에서 활약했다. 박생규 씨를 만나기 전 타 매체에 소개된, ‘공군 예편하고 대기업 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이력을 큰 의미 없이 읽었는데 모두 본인의 노력과 의지로 발굴해낸 자리였음에 새삼 놀랐다. 게다가 한창 일하던 시기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12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생각했던 것이 봉사였다.
“그때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새 삶을 주신다면 남을 위해서 한 손을 쓰겠다고요. 기도를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병원에 있으면서 어떻게 남을 도와줄 것인가 고민했죠. 2012년도부터 항암치료를 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자원봉사문화 소속으로 NPO 단체 혹은 일반 기업에서 인사와 노무 관련 문제를 해결해드렸습니다. 시니어 인턴도 하게 되고 제에게 딱 맞는 기업을 만나 일하고, 연계하고요. 무엇보다 시니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잖아요. 저는 제 평생 직업을 봉사에서 찾았다고 말합니다.”
시니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오랜 시간에서 나오는 노련함이다. 한계를 모르고 도전하는 자세로 세대와 소통하고 공감해온 것이 지금의 박생규 씨를 만든 게 아닐까.
“내가 나의 경쟁력을 만들지 않으면 힘들어요. 제가 일자리를 찾아드리는 분이 별 고생 안 하고도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01 꼰대는 안 된다(꼰대 체크리스트 참조).
02 취업이 아니고 봉사라고 생각하라.
03 업무시간은 때우는 시간이 아니다. 채우는 시간이다.
04 사회 초년생, 신입의 자세로 임하라.
05 나는 회사의 주인이 될 거다’라고 생각하라.
-돈 버는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일 욕심도 내지 마라.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라.
-50대 이후 제2직업으로 사는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자기중심’으로 살아야 한다.
01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02 대체로 명령조로 말하는 습관이 있다.
03 후배의 업적에 대해 칭찬보다 약점을 언급한다.
04 “내가 너만 했을 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05 유명인이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과의 인연을 자주 자랑한다.
06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유난히 민감해한다.
07 칭찬을 들어도 그 칭찬의 양과 질에 불만이 많다.
08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해놓고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주로 말한다.
09 연애사나 자녀 계획 같은 사적인 고민에 조언해주려고 자주 안달한다.
10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 후배에게 토라진다.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인턴’을 보고 시니어 인턴에 대한 로망을 갖는 이가 많다. 전문가들은 시니어의 경우 요즘 청년들처럼 온라인을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나가면 좋을지 단계별로 정리해봤다.
도움말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재취업 교과서’ 저자)
◇ STEP 1. 시니어 인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까?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사이트나 앱 등을 통해서는 시니어 인턴 채용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한국노인인력개발원(보건복지부)에서 공모한 전국 80여 곳 운영기관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중장년 여성이라면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새일여성인턴제(여성가족부)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각 지역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방문). 각 운영기관에서는 개인의 경력과 역량에 맞는 기업과 일자리를 연계해주고, 관련 직무 교육 등을 진행한다. 기관 방문 전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 등을 되짚어보고, 어떤 일을 시작하면 좋을지 미리 정리하면 원활한 상담에 도움이 된다. 먼저 워크넷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등을 통해 개인의 역량이나 선호 직업을 가늠해볼 것을 권한다.
Tip 내게 맞는 직무 찾으려면? 워크넷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 &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는 50대부터 80대 미만을 대상으로 흥미에 따른 고령자 적합 직업을 제시하고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장년 직업역량검사’는 만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장년 근로자의 후기 경력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업 역량을 진단해 15개 직종 중 재취업에 알맞은 3개 직종을 추천한다. 워크넷 홈페이지 로그인 후 검사 가능하다.
◇ STEP2.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지원할 기업마다 제출할 서류나 양식은 다르겠지만, 구직활동을 하려면 기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력서는 직무 관련 최근 경력 위주로 작성하고, 사진은 6개월 이내 찍은 것으로 포토샵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성장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기재하는 글이 아니다. 소중한 인생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가치관을 두괄식으로 작성한 뒤 각 항목마다 2매(400자) 이내로 쓰면 된다. 작성이 끝나면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맥이 매끄러운지,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은 없는지, 연락처 등 인적 사항에 틀린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항목별 작성 요령
❶ 지원 동기 지원 동기를 쓸 때는 자기 가치관과 경력이 지원하는 직무와 연관돼 있다는 것, 즉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탐색해봐야 한다. 먼저 회사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연혁과 회사의 인재상 등을 분석하며 자기 가치관과 잘 맞는 회사인지 살펴본다.
❷ 경력 사항 경력 사항을 과거부터 일일이 작성하면 시각적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이력 순으로 적되 강점 위주의 경력을 최우선으로 기재한다. 만약 경력단절 기간이 있다면 그 이유를 자기소개서에서 밝힌다.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 없는 경력은 과감히 배제한다. 가령 조각 경력이 많을 경우 공통된 직종이나 직무로 묶어 정리하자.
❸ 입사 후 포부 또는 직무 수행 계획 입사 후 포부를 얘기할 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등)은 삼가고, 그동안의 직무 성과를 수치로 정확하게 적는다. 직무 수행 계획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서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업무에 초점을 맞춰 작성한다.
❹ 추가 사항 국가 공인 자격증과 직종에 관련한 자격증을 빠짐없이 적는다. 이전 직장에서 받은 공로상, 우수사원상 등의 이력도 기록한다. 취업훈련센터 등에서 이수한 내용과 발령청 등도 함께 기재하면 도움이 된다.
Tip 시니어 스펙은 인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맞는 이력을 가려 쓸 용기가 필요하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 지나치게 화려한 과거의 이력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 STEP3 취업의 마지막 관문 ‘면접’
시니어의 경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보다는 대면 면접 비중이 큰 편이다. 면접은 조직에 잘 융화가 될 만한 인재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다. 예상 질문을 몇 가지 추려보고 답변 연습을 해보자. 단, 암기하듯 답변을 준비하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쉬우니 주의한다. 면접 당일에는 외모를 단정히 한다. 면접관이 자신보다 젊고 경력이 적어 보여도 가르치는 듯한 표현을 쓰거나 장황하게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시니어 면접 시 자주 나오는 질문
• 경력단절 기간이 긴데, 그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 다른 직원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 연세가 있으신데 일을 하시기에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 젊은 동료들과 의견 충돌이 나면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 필요로 하는 경력이 짧으신데 근무하시기 괜찮을까요?
• 지원하는 분야에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신데 대안이 있으신가요?
Tip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지병이 있을 경우 ‘건강상의 문제’는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까?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설명한다. 가령 몇 개월 전에 발병이 되었고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자신감과 정신적인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다. 이를 통해 자신이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고, 정신적인 건강은 이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 STEP4 인턴 입사 후에는?
인턴으로 입사 후, 넘치는 의욕과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업무 매뉴얼과 상황을 숙지하기도 전에 자기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나이 어린 상사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종 고용이 되기까지 인턴 기간에 다음 세 가지 조언을 잘 새겨두도록 하자.
❶ ‘왕년의 나’를 잊자 과거의 직위라든가 어설픈 사회 경험을 앞세우는 것은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왕년에 무엇을 했든 현재가 중요하다.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직시하자.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든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❷ 먼저 앞서가지 말자 너무 왕성한 행동도 금물이다. 도움 요청도 안 했는데 자꾸 나서면 자칫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 회사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자기 경험을 믿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동도 주의한다.
❸ ‘인턴’ 기간을 잘 버티자 인턴 기간은 법적인 노동 수습 기간이다. 비굴하지 않은 낮은 자세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면 된다는 자존감으로, 바다 같은 넓은 이해심으로 잘 버티자. 강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다 보면 강해진다.
◇ 이희수 대표의 Tip 'Q&A로 알아본 시니어 인턴'
Q ‘시니어 인턴’이라고 하면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상과 현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로버트 드 니로의 역할은 참 매력적이죠. 미국 특유의 직장문화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직장문화와 비교해볼 때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삶의 연륜을 통해 나오는 행동과 조언으로 세대 간 융화를 이끌어내는 시니어의 역할은 우리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Q 막상 시니어 인턴의 직무를 보면 급여가 낮거나, 기대하던 업무 수준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인턴을 포함한 재취업 과정에서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자신만 더욱 초라해질 뿐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턴 직무를 선택할 때는 다른 조건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에 지원하길 권합니다.
Q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외에도 기업체에서 진행하는 인턴 채용이 있습니다. 중간 기관 없이 개인적으로 지원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니어 인턴 제도하에 정부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아닌, 근로자 5인 미만인 업체에서 시니어 인턴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단기간 저임금으로 중장년 인력을 부당하게 활용하는 업체들도 있어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워크넷, 지역 일자리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을 통해 신뢰할 만한 업체인지를 꼭 알아본 뒤 지원해야 합니다.
Q 인턴 활동 중 대인관계, 직무 관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인턴 알선을 진행했던 운영기관을 통해 해결해나갈 것을 권합니다. 시니어의 ‘가르치려 드는 행동’이 종종 젊은 동료들과의 갈등을 일으키곤 합니다. 할 말이 있다면 조언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고충의 시작입니다. 아집을 버려야 합니다.
Q 인턴 종료 후 고용 연장이 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다음 계획을 준비해야 할까요?
인턴 기간이 종료된 후 고용 연장이 안 되는 이유가 본인의 능력 부족인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즉 회사의 이러저러한 여건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개인의 역량 문제라면 그 상황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자신도 인식할 만큼 일처리의 부족함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나의 결함이나 문제 등을 분석해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별다른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회사 사정으로 인한 결과이니 낙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 길 오셔서 뭐라도 건져 가셔야 할 텐데 저는 작업실이 따로 없어요.” 한 땀 한 땀 공들여 바느질하듯 상대를 배려하는 목소리는 촘촘하고 결이 고왔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박물관이 조각보를 구입해 소장할 만큼 경지에 이른 솜씨이지만 헝겊 자투리 갖고 잘 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소박하게 말하는 이소라(53) 섬유공예작가. 하루에 일고여덟 시간을 앉아 바느질을 해도 지루하지 않다니 그야말로 혼자 놀기의 고수 아닌가. 그녀의 손바느질이 피어나는 공간을 들여다보니 제대로 놀아본(?) 사람의 방이 맞았다.
등받이가 있는 좌식 의자, 조각 천이 수북이 쌓여 있는 낮은 나무 탁자, 바늘 바구니, 작고 오래된 분홍색 라디오 하나, 그리고 막 구상을 끝낸 듯한 조각보 도면 위로 감칠질한 조각 천들이 알록달록 놓여 있다.
삶의 공간은 주인을 닮아간다고 했던가. 그녀 방에는 유별난 포즈도 없고 포장된 풍경도 없다. 그저 반짝이는 것들에 자주 마음을 빼앗기는 한 사람이 앉으면 종종 시간을 잊어버리는 곳이다. 하루는 거실 한쪽에 쪼그려 앉아 매일 바느질만 해대는 이소라 작가에게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한마디 던졌다고 한다.
“당신은 한 평짜리 인생이야.”
그러나 한 평짜리에서 시작된 그녀의 바느질은 10여 년 전부터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한·일 공예특별전, 프랑스 보졸레 섬유엑스포 등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박물관에 그녀의 작품이 걸려 있을 만큼 예술성도 인정받았다.
바느질 놀이가 좋았다
뭐든 만들어 남 주기를 좋아했다. 바느질의 매력은 퀼트를 배우면서 알았다. 누가 아이를 낳으면 손수 예쁜 이름 수놓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불도 만들어 선물하곤 했다. 그렇게 시작한 바느질이 조각보로까지 이어질 줄은 그녀도 몰랐다.
“딸이 서너 살 되었을 무렵 남편과 주말 부부가 됐어요. 남편도 없고 아이가 일찍 자면 할 일이 없어 너무 무료한 거예요. 그때 문득 ‘아이가 다 커서 내 손을 안 타고 직장도 관두고 나면 난 뭘 해야 하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대학원에 들어가 산업공예를 배웠어요.”
그러나 대학원 공부는 궁합이 맞지 않았다. 심지어 실크스크린을 공부할 때 맡게 되는 물감 냄새조차 싫었다. 그러다 우연히 김현희 자수 명장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하는 단기 강좌 정보를 접하고 서울까지 올라가 수강을 했는데 그 뒤 조각보 바느질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조각보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 같아요. 세 번 기초 강의를 듣고 그다음부터는 저 혼자 공부하며 바느질 기법을 터득했어요. 더 배우고 싶었지만 수강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냈거든요. 비록 혼자 하는 공부였지만 좋아서 하는 거라 열정이 넘쳤죠. 청주에 천연염색을 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염색을 조각보에 응용하면 좋겠다 싶어 배워뒀지요. 나중에 여러모로 도움이 됐어요.”
조각보로 이름을 날려보겠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좋아서,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10만 원 어치 재료만 사면 몇 달 잘 놀 수 있어서” 바느질을 했다. 그런데도 좋은 결과들이 자꾸 이어졌다. 알 수 없는 힘이 점점 조각보의 세계로 그녀를 이끄는 것 같았다. 작년에는 옻칠을 적용해 모시의 단점 보완과 함께 개성 있는 조각보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상도 했다.
2007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박물관에서 그녀의 작품을 구입했을 때는 뉴스 보도가 쏟아졌다.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청주시가 2년마다 개최하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사전홍보행사 일환으로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박물관에서 ‘한·미보자기-동서의 만남’ 특별 전시회가 열렸는데, 저명한 대학교수들 작품과 함께 출품된 50여 점 중에서 그녀의 작품이 박물관 관계자 눈에 띈 것이다.
“죽기 전에 개인전 한 번 열 수 있으려나 했는데 운이 좋았던 거죠. 당시 청주시 담당자가 특별 전시회에 참가할 작가 선정을 할 때 평소 조각보 작업도 하지 않으면서 이름만 걸어놓은 사람들은 배제했대요. 저로서는 특별한 기회가 된 거죠. 그게 인연이 되어 해외 전시회에 계속 참여하게 됐어요.”
조각보와 함께 써나가는 이야기
우리의 조각보는 조선시대 때 서민들이 자투리 천도 버리기 아까워 만들어 쓴 물건이지만 네덜란드의 유명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과 비교될 만큼 예술성이 뛰어나다. 이소라 작가는 요즘은 생활문화가 바뀌어 조각보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우리의 전통 규방공예를 세계에 알리는 데는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해외 전시회에 나가보면 외국인들이 우리 조각보를 보며 많이 놀라워해요. 기하학적 무늬가 아름답다며 감탄도 하지만 홑보자기의 바느질 앞뒤가 없는 게 굉장히 신기한가봐요. 믿기 힘든지 정말 손으로 바느질한 게 맞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바느질 기법으로 보면 별것 아닌데 말이죠. 서양의 퀼트는 홈질이 많고 조각보는 감칠질이 많아요. 그 차이로 보면 돼요. 조각보를 바느질할 때는 바늘땀을 뒤로 숨기기도 하지만 실 색깔을 달리해서 아예 장식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법도 써요. 서양 사람들은 그런 바느질 기법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거죠.”
20여 년간 바느질을 해온 그녀의 손끝은 오래전부터 굳은살이다. 간혹 바늘에 찔려 고통스러워도 골무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골무를 끼면 섬세한 바느질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의자 위에는 똬리방석도 놓여 있다. 작업량이 많아 하루 10시간씩 앉아 있다 보면 엉덩이가 짓물러 사용하고 있단다. 그래도 여전히 손바느질이 고달프거나 지루하지 않다니 그녀의 조각보는 아무래도 유희의 물건에 더 가까운 것일 수도 있겠다. 그녀 스스로도 ‘놀이’에 적극 비유하곤 한다.
“저는 자투리 천만 있으면 하루 종일 잘 놀아요. 제 주변엔 골프 치는 지인도 있고 이틀만 집에 있어도 못 견뎌하는 친구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일 행복할 때가 일주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을 때예요.(웃음) 뭔가 조몰락거리며 혼자 노는 시간을 정말 좋아해요.”
그러나 8000여 개의 조각 천을 이어 붙이고도 “어느 날 한번 세어보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 ‘놀이’라는 저 의미심장한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잠시 머리가 복잡해진다. 놀이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필사적이었을 결기의 시간들을 자꾸 헤아려보게 되는 것이다.
조각보가 그녀에게 무엇이냐고 물으니 ‘인생’이라는 답변이 곧바로 튀어나온다.
“저는 조각보 만드는 사람이에요. 제 인생은 조각보를 떼어놓고는 어떤 설명도 할 수 없어요.”
그녀가 보석처럼 발견해낸 이 황홀한 놀이가, 우연이 빚어준 조각보와의 필연적인 동행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나갈지 궁금하다. 놀이가 깊어질수록 그녀의 작품세계도 확대될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혼자 있는 시간을 제대로 마주하는 이유다.
수도권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날, 부산역에 도착했다. 위쪽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부산은 아직 초겨울 같았다. 평소대로라면 부산역 옆 돼지국밥 골목에서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여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오늘은 초량이바구길에서 시래깃국을 먹기로 했다. 구수한 시래깃국을 호호 불어가며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걷기 코스
부산역 ▶ 옛 백제병원(브라운핸즈백제) ▶ 남선창고 터 ▶ 동구 인물사 담장 (초량초등학교) ▶ 이바구정거장 ▶ 168도시락국 ▶ 168계단과 168모노레일 ▶ 전망대 ▶ 이바구놀이터와 6·25막걸리 ▶ 이바구충전소 ▶ 당산 ▶ 이바구공작소 ▶ 장기려더나눔센터 ▶ 스카이웨이전망대 ▶ 유치환의 우체통
부산의 산동네와 산복도로
한국전쟁 발발 두 달 뒤, 최후 방어선이었던 부산이 피란수도가 되었다. 전국의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전쟁 전 40여 만 명이었던 부산 인구는 100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면적의 절반이 산지인 부산은 폭증한 인구를 수용할 만한 땅이 부족했다. 피란민들은 부산항과 부산역에서 가까운 산동네로 몰려들었다. 산비탈을 깎아 판잣집을 짓고 부두 노동자로, 자갈치 시장 일꾼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산동네에 정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동네가 지금의 감천문화마을, 아미동 비석마을, 영도 흰여울마을, 초량동 산복도로 마을 등이다.
부산에 산동네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산중턱을 지나는 산복도로(山腹道路)가 생겼다. 실핏줄처럼 산동네를 연결하며 부산의 상징이 되었다. 부산 동구에서 산복도로가 처음 개통된 초량동에 부산의 근대 역사를 담은 ‘초량이바구길’을 조성했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까꼬막이 천지삐까리’ 초량이바구길
초량이바구길은 부산역에서 산복도로까지 걷는 길이다. 짧은 코스이지만, 부산말로 “까꼬막(오르막길)이 천지삐까리다(아주 많다).” 급경사 계단에는 모노레일이 있으니 앞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산역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첫 목적지인 옛 백제병원에 도착한다. 백제병원은 1927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종합병원이었다. 폐원된 이후 여러 용도로 사용되다가 현재 1층에 카페 브라운핸즈백제가 입점했다. 근대 건축물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 1900년에 지은 부산 최초의 창고인 남선창고 터와 부산 동구의 근현대사와 인물을 소개한 초량초등학교(1937년 개교) 담장을 지나면, 이내 이바구정거장이 나타난다. 이바구정거장은 초량이바구길의 안내소로서 캐리어 보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바구정거장 옆에 있는 바람개비로 장식한 계단에서 본격적인 까꼬막 여행이 시작된다.
초량이바구길의 명물 168모노레일
바람개비계단 끝에서 분식집처럼 생긴 168도시락국 식당이 반긴다. 추억의 도시락을 주문하면, 달걀부침을 얹은 양철 도시락과 진한 멸치 육수 맛이 일품인 시래깃국을 맛볼 수 있다. 시래깃국을 들이마시다시피 하니, 주방을 지키던 할머니가 빈 국그릇을 가득 채워준다. 배불리 먹은 밥값은 단돈 5000원. 감사 인사가 절로 나온다. 168도시락국 식당을 비롯해, 이바구놀이터(영진어묵&공감카페), 6·25막걸리, 게스트하우스인 이바구충전소, 커뮤니티 센터인 이바구공작소 등에는 동구 지역 시니어가 근무한다.
168도시락국에서 조금 올라가면 경사 45˚의 168계단이 기다린다.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다행히도 2016년, 계단 옆에 무료 모노레일이 생겼다. 운행거리는 약 60m. 모노레일에 함께 탄 아주머니가 168계단을 가리키더니 “이 계단이 부두 노동자들이 일하러 갈 때 다녔던 지름길이라. 계단 밑에 있는 우물도 봤지요? 할매들이 이 계단으로 물 뜨러 다녔는데, 한 계단 오르고 한 번 쉬고, 고생이 말도 몬했다꼬. 모노레일이 생겨서 얼매나 좋은지 몰라요. 여름에도 시원코. 저짝 아래 함 보소. 갱치가 울매나 좋은지”라며 추억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바구길 최고 전망은 이곳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바로 전망대로 이어진다. 비탈에 층층이 자리 잡은 초량동 주택가와 멀리로는 황령산, 해운대 마린시티, 부산항과 부산항대교,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노레일 승강장 옆에 있는 이바구놀이터도 전망대만큼 훌륭한 뷰를 자랑한다. 이곳은 야경 감상에 최적화된 장소다. 통통하고 쫄깃한 부산어묵으로 끓인 어묵탕을 먹으며 야경을 감상하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인정 넘치는 시니어 직원들이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하면, 음식이 식을세라 살뜰히 살피기도 한다. 이바구놀이터 맞은편 6·25막걸리에서는 막걸리와 해물파전을 맛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갈 때는 모노레일 대신 계단을 추천한다. 걸어 내려가면서 빵집, 아트숍, 카페, 갤러리, 추억의 물건을 파는 다락방장난감BOX, 김민부 전망대에 들를 수 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로 시작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작사한 이가 바로 시인 김민부다. 전망대와 마주보고 있는 이바구충전소를 지나 마을 수호신을 모신 당산 쪽으로 올라가면 산복도로와 만난다.
부산에서만 가능한 산복도로 투어
산복도로 턱밑에 자리한 이바구공작소는 방문객 안내센터 겸 주민커뮤니티센터다. 이곳에 근무하는 시니어 문화해설사에게 초량의 근현대사를 들을 수 있다. 이바구공작소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장기려더나눔센터도 들러볼 만하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칭송받는 장기려 박사는 가난한 환자를 돌보는 데 일생을 헌신한 의사이며, 의료보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장기려더나눔센터에서 유치환의 우체통으로 가는 길에 산복도로를 지나다 보면, 독특한 풍경이 눈에 띈다. 도로 폭이 좁아 건물 옥상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한쪽 차바퀴를 들어 주차하는 ‘개구리 주차’를 볼 수 있다.
산복도로 가에 위치한 유치환의 우체통은 부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 유치환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2층 시인의 방에서 엽서를 써 3층 전망대에 설치한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 다음 목적지로 가려면 유치환의 우체통 앞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주변 명소 & 맛집
초량차이나타운
1884년 초량에 청국 영사관이 설치된 뒤, 중국 상인들이 점포를 겸한 주택가를 형성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93년 중국 상해시와 부산시가 자매결연을 해 상해문을 건립하는 등 상해 거리를 조성했다. 고기만둣집인 신발원이 유명하다. 차이나타운 일부 구역에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들어선 텍사스 거리가 있다. 두 곳이 한길로 이어져 있는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동구 중앙대로 196번길 8.
밀면과 돼지국밥
부산에 여행 와서 밀면과 돼지국밥을 먹지 않으면 서운하다. 부산역 근처에 있는 초량밀면과 본전돼지국밥이 소문난 식당이다. 밀면은 피란 온 이북 사람들이 원조 물자로 공급된 밀가루로 냉면을 대체할 음식을 만든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돼지국밥도 피란민들이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돼지 뼈를 이용해 국을 끓인 것이 시초라 한다. 밀면과 돼지국밥은 싼 재료로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만든 피란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초량밀면 동구 중앙대로 225, 본전돼지국밥 동구 중앙대로214번길 3-8.
돼지갈비와 돼지불백거리
초량은 돼지갈비로 유명하다. 한국전쟁 직후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는 부두 노동자들이 작업을 마친 뒤 초량시장에서 돼지갈비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는 초량 육거리 부산고등학교 앞에 돼지불고기백반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검정 프라이팬에 달달 볶은 매콤한 돼지불고기가 없던 입맛도 살아나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싼값에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초량돼지갈비골목 은하갈비 동구 초량중로 86, 초량불백거리 원조불백 동구 초량로 36.
초량1941
초량1941은 초량동 산복도로 위에 자리한 우유 전문 카페다. 1941년 지어진 일본 적산가옥을 개조했다. 이색적인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이 눈길을 끈다. 커피와 말차우유, 홍차우유, 커피바닐라우유, 동백우유 등 다양한 병우유를 판다. 고소하고 진한 우유와 쫀쫀한 생크림 속에 과일을 콕콕 박아 만든 과일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면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동구 망양로.
여행 정보
➊ 찾아가는 길 전철 1호선 부산역 7번 출구에서 ‘백제병원(브라운핸즈백제)’ 또는 ‘이바구길모노레일’ 방면으로 이동
➋ 이바구자전거 시니어 도슨트(문화재 해설사)가 운전하는 전동 자전거에 타고 초량이바구길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도슨트가 이바구길의 명소 소개와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산역 분수대 옆에서 출발/ 10시, 11시, 12시, 13시, 14시, 15시 출발. 예약 070-8224-0122/요금 어른 1만 원. 초등학생 7000원(미취학 아동 무료) 우천 시 운행하지 않음
➌ 이바구버스투어 가이드와 동행하는 이바구버스 투어 상품도 있다. 요금 어른 1만6000원, 초등학생 9000원
스마트폰 기술이 발달하며 새롭게 생겨난 전문가들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 활용지도사다. 특히 중장년 세대의 스마트 라이프를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스마트폰 활용지도사가 꼽은 시니어 추천 앱 10가지를 소개한다.
앱 추천 및 도움말 SNS소통연구소 스마트폰 활용지도사 이정화, 홍은희, 한덕호, 이태영
◆ 스마트워크
1) 모바일 팩스 퇴직 후의 시니어가 종종 아쉬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팩스’다. 때때로 팩스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따로 팩스기기가 없다면 번거롭기 때문이다. ‘모바일 팩스’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팩스번호를 제공,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과 문서를 팩스로 전송 가능하게 해준다. 신분증 등 자주 사용하는 파일을 미리 저장해두면 더욱 편리하다.
2) 스피치노트 한국어뿐만 아니라 100여 개국의 음성 언어를 인식해 문자로 전환해준다. 구글의 음성 인식 엔진을 사용해 비교적 전환 결과물의 정밀도가 높은 편이다. 별도 회원가입 없이 위젯 화면에서 원터치로 사용할 수 있어 급히 긴 문장을 메모해야 하거나 미팅 녹취록 등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3) 포켓 웹에서 찾은 뉴스, 블로거 포스팅, 유튜브 영상 등 유용한 정보를 스크랩할 수 있는 앱이다. 모바일 웹 페이지 하단의 공유 버튼을 누르면 공유 가능한 앱 리스트가 나오는데, 포켓 아이콘을 터치하면 곧바로 해당 게시물이 저장된다. 포켓에 저장한 자료는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거나 키워드로 검색 가능하다.
4) 텍스트 스캐너 강사, 작가 등을 제2직업으로 삼게 되면 강의 자료와 글감을 준비하기 위해 보고서, 전문서적 등 문서를 참고하게 된다. 필요한 내용을 일일이 타이핑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텍스트 스캐너’를 이용하면 빠르게 문서화할 수 있다. 원하는 텍스트가 잘 보이도록 카메라로 찍고 몇 초만 기다리면 끝! 문자인식 정확도도 꽤 높은 편이다.
◆ 스마트라이프
5) 굿닥 휴일이나 한밤중에 갑자기 아프거나 약이 필요할 때,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병원과 약국을 찾아 나선다면 헤매기 일쑤다. ‘굿닥’ 앱으로 내 위치를 중심으로 미리 가까운 야간·주말 진료하는 병원과 문 연 약국을 검색해보면 헛걸음하지 않아도 된다.
6) 멸치 스마트폰 갤러리 자료를 활용해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직접 편집하거나 구성할 필요 없이 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레이아웃 중 원하는 것을 골라 그에 어울리는 사진 또는 영상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영상 편집과 제작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7) 캔고루 늘어난 노후,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려는 이들을 위한 앱이다. 각종 전시, 행사, 강연, 세미나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행사 무료티켓과 할인티켓 정보를 제공한다. 앱 내에서 행사 참여 등록 및 티케팅도 가능하다.
8) 돋보기 노안 때문에 돋보기가 필요하지만, 늘 휴대하고 다니지 않는다면 종종 불편할 수 있다. 그럴 땐 임시방편으로 ‘돋보기’ 앱을 사용해보자. 글자가 옅은 색으로 쓰여 잘 보이지 않거나 흰 바탕 때문에 눈부심이 있다면 ‘색 반전’ 모드가 유용하다.
9) 모멘트캠 SNS나 명함 등에 자기 프로필을 올리고 싶을 때 사진이 좀 부담스럽다면 캐리커처가 좋겠다. ‘모멘트캠’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만으로 다양한 캐리커처를 무료로 만들어준다. 편집기능을 통해 표정이나 제스처 등도 바꿀 수 있다.
10) 다음-꽃 검색 ‘다음’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상단에 검색창이 보인다. 그리고 검색창 맨 오른쪽에 작은 꽃 모양 아이콘을 터치하면 ‘꽃 검색’ 메뉴가 나온다. 즉석에서 꽃을 찍거나, 이미 갤러리에 저장된 꽃 사진을 넣으면 궁금한 꽃 이름을 찾아준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과 유용함도 있지만, 신종 스마트폰 범죄나 분실 우려 등의 골칫거리도 생겨났다. 특히 스미싱 문자 등으로 인한 피해는 스마트폰 활용도와 무관하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누구나 알아두면 안전한 스마트 서비스를 소개한다.
바이러스와 스미싱은 막아주고 메모리와 배터리는 절약하는 ‘알약M’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을수록 부족한 것이 바로 저장 공간(메모리)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을 보거나 오피스 앱으로 문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 배터리 역시 부족하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들어봤을 백신 프로그램의 애플리케이션 버전인 ‘알약M’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바이러스와 스미싱 방지는 물론 메모리와 배터리 절약까지 한 번에 해결해준다. ‘실시간 감시’ 기능을 켜놓으면 앱을 열지 않아도 안전한 모바일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바이러스 검사, 배터리 최적화, 저장 공간 청소, 메신저 파일 정리 등이 앱 화면에서 아이콘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이뤄져 초보자라도 어려움이 없다. 앱을 열었을 때 평소 초록색이던 화면이 빨간색으로 변하거나, 작은 ‘!’(느낌표) 아이콘이 보인다면 스마트폰 환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렇다고 당황해하지 말자. 이 역시 원터치로 빠르게 해결 가능하다. 왼쪽 상단 메뉴에서는 안전한 와이파이와 앱 검색·관리, 앱 잠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잃어버린 스마트폰 어떻게 찾을까? ‘구글 휴대전화 찾기’& ‘아이클라우드 아이폰 찾기’
스마트폰은 기기의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연락처, 사진, 공인인증서 등 주요 개인 정보를 담고 있어 분실할 경우 위험과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당장 전화부터 걸어보곤 통화가 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이럴 경우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구글’(www.google.com)의 ‘휴대전화 찾기’를, 아이폰 사용자라면 ‘아이클라우드’(www.icloud.com)의 ‘아이폰 찾기’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은 기기를 분실한 지점을 구글 지도에 표시해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알려준다(GPS가 켜져 있는 경우에 한함). 분실 지점에 근접했다면 ‘벨소리 울리기’ 메뉴를 눌러보자. 최대 음량으로 5분간 벨소리가 울려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를 듣고 찾아낼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의 경우 구글과 비슷한 소리 알림 기능인 ‘사운드 재생’ 메뉴와 함께 통화 및 긴급 상황 버튼 이외의 기능을 비활성화 하는 ‘분실 모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권유판매 스팸, 한 번에 거절하는 ‘두낫콜’
계속 걸려오는 지긋지긋한 스팸전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두낫콜’을 이용해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등록 시스템으로 손쉽게 전화권유판매 스팸전화를 차단하도록 도와준다. 두낫콜 홈페이지 (www.donotcall .go.kr)에 접속 후 ‘소비자’ 메뉴를 누르고 본인 휴대전화 번호로 수신거부등록 절차를 거치면 무작위로 걸려오는 판매 목적 전화를 한 번에 거부할 수 있다.
중고 스마트폰 제대로 사려면? 가격은 물론 출처까지 꼼꼼하게 확인
중고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들은 아마 ‘가격’ 부담 때문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 기준으로만 제품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대로 책정됐는지 알려면 제품의 품질과 성능에 따른 등급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크게 100만~120만 원대의 고급형(프리미엄), 60만 원 안팎의 중급형(미드레인지), 40만 원대 이하의 보급형(로우엔드)으로 구분된다. 가급적 고급형에서 고르되 출시 시점이 4년 이내의 제품이라야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성능과 디자인 등에 따라 중고 폰을 골랐다면 분실·도난 폰이 아닌지 출처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네이버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www.smartchoice.or.kr)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스마트 라이프 메뉴→단말기 식별번호(IMEI)검색→분실·도난 조회).
안전한 일상을 위한 앱 서비스
•경찰청 사이버캅 인터넷 사기 등에 연관된 번호로 전화나 문자가 오면 화면을 통해 알려준다. 신규 스미싱 수법 경보령 등 사이버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알림을 푸시로 받아볼 수 있다.
•더치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모바일 상 판매자의 연락처, 계좌정보, 아이디 등을 검색해 금융사기를 방지한다. 피해 발생 시 대응 방법 및 범죄자 검거 소식 등도 안내한다.
•안전디딤돌 정부 대표 재난 안전 포털 앱으로 재난 발생 시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진, 해일, 태풍 등 재난 유형별 국민행동요령은 데이터가 원활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확인 가능하다.
•안전 신문고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앱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안전 위험요인을 국민들이 쉽게 신고하고 처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교통, 시설, 생활 등 전 분야의 신고가 가능하며, 접수된 내용은 국민신문고와 연계해 처리된다.
삼수의 고통 끝에 도도한 대학 문이 열렸다. 3월의 꽃샘추위도 매섭게 따라붙었지만 나에게는 달짝지근한 딸기바람일 뿐이었다. 개강 후 일주일이 지난 하굣길에도 추위는 여전했다. 발을 동동거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내 옆에 순한 인상의 남학생이 언뜻 보였다.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타는데 그 남학생도 같이 차에 오르는 게 아닌가. 붐비는 차 안에서 이내 자리가 나자 옆에 있던 남학생이 나에게 앉으라며 눈짓을 했다. 그러고는 가방을 받아주겠냐고 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신입생이냐, 전공이 뭐냐 등으로 이어졌는데 알고 보니 신기하게도 우리 과 4학년 선배였다.
그날 이후 선배는 하굣길 파트너가 되었을 뿐 아니라 수시로 내 강의실에 일 없이 찾아오는 유명인이 되었다. 현수 선배였다. 그 즈음 나는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이 힘에 부쳤지만, 삼수까지 한 마당에 또다시 시작할 기력은 없었다. 선배는 그런 고민으로 꽃청춘이 꺾여서야 되겠냐는 말로 한번 웃겨주고 마침 본인이 우리과 장학생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그로부터 장학생 선배의 개인 과외가 시작되었다. 찬기 도는 빈 강의실에서 자신의 점퍼를 내 어깨에 덮어주고는 안 춥다 말하는 입술을 덜덜 떨었다. 오히려 내 손이 차다며 폭신폭신한 앙고라 장갑을 끼워줬다. 혼자만의 비밀 문건이라며 기출문제를 뽑아오고, 교수님별 족집게 예상문제도 추렸다. 내가 시험 보는 날 속이 탄다고 복도를 서성대더니 차라리 자신이 대신 봤으면 좋겠다고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선배의 활약 덕분으로 훈훈한 성적이 올라왔다. 그런데 2학기를 시작할 때쯤 딱 부러지게 말하기 힘든 옅은 허전감이 스멀스멀 내 마음속으로 밀려들었다. 생각해보니, 재수강의 험난한 길을 면하려고 하늘같은 선배의 비호 속에서 성적은 얻었는데 다른 게 없는 거였다. 캠퍼스는 모름지기, 미팅으로 부산하고, 지성인의 논쟁을 빙자한 야단스런 동동주 잔치에, 열정을 쏟는 동아리, 이런저런 상큼한 로맨스가 필수 예약된 풍경일 터였다. 그런데 바람과는 달리 어느 것 하나 담은 것 없이 덩그러니 빈 바구니만 흔들거렸다.
친구들과의 교류를 원천차단하는 하교 동행, 공부를 이유로 도서관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실려 윤기 없는 청춘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나 시도 때도 없이 강의실로 찾아오는 바람에 내가 원래부터 선배와 아는 사이였고 그래서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소문까지 무성했다. 그러니 그 흔한 미팅 제의 한 번 받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기웃거려보지도 못하는 이상하고 괴상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적이 보장되는 꿀팁이 필요했을 뿐, 다 따주겠다는 별과 달은 필요치 않았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좋겠다는 공감 안 돼는 말에는 침묵했다. 맞닿는 곳이 다른, 정확히 뭐라 명명할 수 없는 어정쩡한 관계 속에 걸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흥미로운 말을 꺼냈다.
4학년 중에 나이 꽉 찬 과대표 형이 있는데 솔로라는 것이다.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즉 소개팅을 주선하라는 것이었다. 경험도 없고 내 코가 석자인 형편이라 시큰둥해했지만 웃기기도 하면서, 마침 생각나는 언니가 있어 일을 벌여보기로 했다. 야무지기가 빈틈없고 콧소리가 매력적인 친구 언니다. 얼마 전 혼자라는 말도 들었다.
주말에 학교 앞 조명 어둑한 경양식집에서 만나기로 벼락같이 약속을 잡았다. 나와 선배가 먼저 가서 기다렸고 언니가 검은 롱코트로 점잖게 꾸미고 들어섰다. 조금 늦게 마른 몸매의 과대표 형이 수수한 청바지 차림으로 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앉는데 약간 닳아 있는 코트 소매 끝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좋은 시간 가지라 인사하고 나오는네 알 수 없는 짠한 설렘이 엉겨붙었다. 다음 날 언니는 무슨 남자가 소개팅하는데 지각을 하느냐, 첫 만남인데 옷차림에 성의가 없다는 등 불만을 늘어놓았고 결국 소개팅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야릇한 일이 나에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대표 형이 내 밤잠을 빼앗아간 것이다. 야윈 체격에 우수에 찬 눈빛을 하고 담담히 걸어오던 모습이 자꾸 마음을 건드렸다. 시간 따라 옅어지기는커녕 누를수록 생채기만 덧났다. 급기야 과대표 형을 보려고 4학년 강의실을 넘겨다보는 어처구니없는 짓까지 하고 말았다. 우연을 가장해 서성거리다 마주치면 인사 한번 나누는 게 뭐가 그리 좋던지. 그런데 그런 만남에도 위기가 닥쳤다.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방학이 되면 그 딱한 만남조차도 끊길 테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는 궁리 끝에 좋은 수를 생각해냈다. 당시 학생들은 버스를 탈 때 회수권을 사용했다. 그 회수권은 정해진 요일에 학교에서 구입해야 했다. 생각이 회수권에 이르자 더 이상 방학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12월의 어느 날 과대표 형이 매일 도서관에 간다는 정보를 접수했다. 칼바람이 불었지만 망설임 없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단번에 과대표 형을 찾았고 조신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야?”
“네… 부탁이 좀 있어서요. 회수권이 필요한데 내일 시간이 없어서요. 학교 매일 오시니까 10매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내일 사놓으시면 제가 모레 찾으러 올게요.”
“그래, 알았어. 근데 왜 현수한테 말하지 않고?”
현수 선배 얘기는 예상 못한 질문이어서 순간 멈칫했다. 다행히 과대표 형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내가 주는 돈을 받아 넣었다.
“고맙습니다. 모레 올게요.”
한파를 뚫고 온 보상은 넉넉했다. 오늘도 보고 필연적으로 모레도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을 꾸미고 나니 내가 너무 장해 보였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과대표 형 만날 때 입을 원피스를 정성스레 다렸다. 그리고 저녁에 영어학원을 가려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래, 내일도 눈이 하염없이 내려주기를. 그래주기만 한다면 과대표 형의 마음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겹겹이 설렘밖에 없었다.
현수 선배가 사준 앙고라 장갑을 살포시 꼈다. 함박눈을 맞으며 학원 가는 눈길이 반짝였다. 공부를 마치고 나오는데 학원 앞에 선배가 있었다. 점퍼에 딸린 모자를 올려 썼는데 녹지 않은 눈이 모자에도 어깨에도 소복했다. 얼른 달려가 어깨의 눈을 털어내려 할 때 선배가 먼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쑥 내밀었다. 앙고라 장갑 위에 올려놓은 것은 기다란 종이 다발. 회수권이었다. 순간 떨군 손에서 밀려난 회수권은 눈밭으로 파묻혔다. 회수권을 집어 묻은 눈을 조심스럽게 털어 다시 내 손에 쥐어주며 선배가 말했다.
“낮에 학교 갔더니, 과대표 형이 주더라. 네가 부탁한 거라면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어떻게 회수권이 선배에게서 내게로 오게 됐는지, 마음 따라 손도 같이 바들거렸다. 왜 자신에게 부탁하지 않았는지, 어떤 말도 선배는 덧붙이지 않았다. 양심이 희미해졌을까. 고단한 선배 얼굴이 측은해 아린데, 더 큰 원망이 마음 한구석에 떡하니 버텼다. 왜 마다하지 않고 그걸 가져왔냐고. 한 번쯤 그냥 두면 안 되냐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리던 함박눈은 폭설로 변해 얽히고설킨 감정을 덮어주었다. 현수 선배를 통해 답을 준 과대표 형도, 앙고라 장갑에 회수권을 올려놓던 안쓰러운 현수 선배도 눈난리가 난 그날 모두 내려놓았다.
설익은 청춘은 야위어가도 잇속을 챙기지 않았다. 다만 그득한 마음을 주는 데 서툴렀을 뿐. 아직 간직하고 있는 현수 선배의 편지를 꺼내들었다. 아무 말 없이 회수권을 전해주고 간 며칠 뒤, 현수 선배가 보내온 손편지에는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쓰라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