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에 도전한다면 온라인 공고를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의 채용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다양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있지만, 대부분 청년층 대상이 많은 편. 중장년 재취업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정보를 찾는다면 아래 플랫폼들을 먼저 들러보자.
◇ 노인일자리 모집공고 한눈에 ‘노인일자리 여기’
지역별·유형별 노인일자리(60세 또는 65세 이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구 단위로 검색 해보면 각 채용정보마다 유형 및 계획인원과 참여인원을 표기해 구분하기 용이하다. 분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는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취업알선형 △시니어인턴십이 있다. 검색창을 통해 원하는 채용정보를 찾았다면, 관련 수행기관 또는 시·군·구에 방문해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상담 및 면접-선발 및 안내-세부 활동내용 확정-협약서(근로계약서) 작성-참여자 교육 등의 절차를 거쳐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단 △생계급여수급자 △국민건강보험직장가입자 △장기요양보험등급판정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타 부처 사업에 2개 이상 참여자는 참여 선발 기준에서 제외된다(노인독신가구 또는 경제무능력자와 동거 중인 노인 우선선발). 타 플랫폼에 비해 폰트 크기가 크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보여준다는 게 특장점이다.
◇ 고령자우대·인생2모작 채용 전용 ‘워크넷’
워크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채용정보’→‘테마별 채용관’으로 들어가면 ‘고령자 우대 채용관’과 ‘인생2모작 중장년 일자리’ 메뉴가 보인다. 해당 메뉴를 누르면 전용 채용관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원하는 키워드나, 직종, 지역 등을 입력·선택해 더 자세한 채용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밖에 직군별, 지역별, 경력별로도 검색 가능하고 ‘사회 기여형’, ‘공공·참여형’ 메뉴를 둘러봐도 좋다. 채용 정보 목록에 담당업무, 지원자격, 근무 조건 등을 간략하게 제시해 일일이 눌러보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채용정보를 살펴본 뒤 원하는 기업은 ‘관심기업등록’을 해두거나, 워크넷을 통해 온라인 입사지원을 해볼 수도 있다(기업별 입사지원 방법은 상이하며, 워크넷 입사지원이 불가한 곳도 있음). 사전에 워크넷을 통해 이력서 작성 등 구직신청을 해둔 경우라면 훨씬 간편하다. 현재 경력관리 AI 서비스 ‘잡케어’도 시범 운영 중이니, 이러한 툴을 이용해 한번쯤 자신의 경력관리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
◇ 40세 이상 중소기업 채용정보 ‘올워크’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이 국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인력과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채용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왼쪽에는 채용정보 리스트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해당 채용정보의 상세란이 나와 비교하며 살펴보기 편리하다. 또, 해당 채용정보 하단에는 ‘유사채용정보’ 목록도 함께 제시해 비슷한 직무의 다른 채용정보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내일배움카드나 기관 및 기업에서 진행하는 교육 일정을 알리는 메뉴도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관련 교육을 찾는 이들에게는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다. 그밖에 중장년 자영업자를 위해 무료 컨설팅, 재교육 및 재취업을 안내하는 ‘자영업자 컨설팅’ 메뉴 및 회원 간 소통 창구 역할의 ‘올워크 해우소’(커뮤니티)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 공공·민간 일자리부터 교육까지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홈페이지 내 ‘일자리’→‘구인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민간과 공공 일자리정보 및 서울일자리포털 구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민간 일자리정보’ 화면에서는 현재 구인 중인 일자리 업체의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고, 업체명·직종·근무지역·연령(제한) 등 간략한 채용 프로필 목록이 나온다. 해당 페이지의 구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상담사에게 전화(해당 페이지에 연락처 제시됨) 후 절차를 따르면 된다. ‘공공 일자리정보’ 화면 상단에는 ‘이주의 추천 일자리’가 나오고, 캘린더 형태로 공공일자리 스케줄을 정리해 보여준다. 캘린더에는 각각의 공공일자리 시작일과 마감일도 표시해놓았다. 그밖에 서울일자리포털을 연계해 관련 일자리 정보도 살펴볼 수 있다. 마땅한 채용정보가 없거나 재취업이 어렵다면 ‘구직신청’(서울 거주 만 55세 이상 취업희망 구직자)을 이용해보자. 1:1 구직상담 및 구직 알선, 훈련,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다.
◇ 온라인, AI, 앱 서비스까지 ‘벼룩시장’ 중장년 우대 일자리
중장년이라면 ‘벼룩시장’의 존재를 대부분 잘 알 것이다. 과거에는 종이신문 형태의 벼룩시장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봤다면, 요즘은 온라인과 앱을 통해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벼룩시장 홈페이지 내에는 ‘중장년 우대 일자리’ 전문관을 별도로 운영한다. 홈페이지 및 온라인 지원을 비롯해, ‘문자지원’, ‘전화지원’도 가능하다는 점이 타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다. 전문관 메뉴에서는 주부·여성 우대 일자리, 간호·요양일자리, 버스·택시·대리 일자리 등 중장년의 수요가 높은 일자리들을 유형별로 묶었다. 또, 브랜드별로 채용 정보를 찾거나, 아르바이트 공고만 따로 볼 수 있는 메뉴도 마련됐다. ‘취업가이드’ 메뉴도 꽤 유용하다. 취업연구소-추천직업을 살펴보거나, AI 추천일자리를 통해 재취업 방향을 모색 해봐도 좋다. 그밖에 각종 취업지원정책, 교육·행사 일정, 취업소식, 노동법령정보 등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해놨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근로계약서 및 재직증명서, 경력증명서 등 다양한 양식도 다운로드 가능하다.
사별, 이혼, 독립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돌봄 공백에 따라 요양시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탓에 일상생활이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 혹은 돈을 지급하는 ‘장기요양급여’ 제도가 마련돼 있다. 장기요양급여는 재가·시설·특별현금 급여 세 가지로 구분된다. 재가급여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와 단기보호, 복지용구 제공 서비스를, 시설급여는 노인요양시설 또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 장기간 입소한 수급자에게 신체활동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별현금급여는 수급자가 도서・벽지 등 장기요양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면 현금으로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현행 장기요양급여는 재가급여 우선 제공을 원칙으로 한다. 장기요양 1∼2등급은 재가급여 또는 시설급여를 이용할 수 있지만, 3∼5등급은 재가급여를 제공받는다. 가족 돌봄이 어렵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경우, 치매 등에 따른 문제행동으로 재가급여를 이용할 수 없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시설급여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독거・무배우 노인의 요양시설 수요와 과제’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이용자가 2008년 장기요양보험 제도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2022년 약 24만 명에 이르렀으며 그 중 재가급여를 원칙으로 하는 3~4등급이 약 69%를 차지했다. 재가급여를 이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늘어난 셈이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실태조사(2019)에서는 장기요양 인정자가 1인가구 또는 무배우자일수록 불가피하게 요양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보험연구원의 분석 결과 2022년 기준 노인요양시설의 정원은 약 22만 명(4372개 소)으로, 대체재인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정원(1만 5707명)과 요양병원 병상 수(최대 26만 7725개)를 더하더라도 최대 수용인원이 5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85세 이상 1인 가구는 약 26만 명에서 45만 명으로 7년 사이 1.7배 이상 증가하고,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85세 이상 고령자는 2023년 약 102만 명에서 오는 2030년 158만 명이 될 것”이라며 “독거 또는 무배우 노인의 경우 돌봄 공백 발생으로 요양시설 이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 1인가구 증가세와 함께 노인요양시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가우선 제공 원칙을 유지하되 불가피한 요양시설 이용 수요 증가에 대비해 노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에 방점을 둔 요양시설 확충과 시설서비스 내실화 및 다양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재가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시설 이용이 불가피한 노인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설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비스 수준을 제고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돌봄 필요도가 높은 1・2등급 수급자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2023년 188만 5000원)을 시설입소자 수준(245만 2500원)으로 단계적 인상 △통합재가서비스 확대 △재가서비스 다양화 및 내실화 △재택의료서비스 및 방문간호 확대 △주거환경 개선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시설급여와 관련해서는 공급부족 지역을 중심으로 공립 노인요양시설을 확대하고, 요양시설 진입 제도를 개선하도록 제시했다.
돌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부모님도, 해야 할 자녀도 어디에서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재택 돌봄 플랫폼 그레이몰은 이들을 위해 복지 용구(용품)와 돌봄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언젠가부터 아픈 부모님의 안위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늘어나는데,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이준호 그레이스케일 대표가 유통업계에서의 탄탄한 경력을 살려 재택 돌봄 플랫폼 ‘그레이몰’을 창업한 이유다.
돌봄 제품·정보·서비스 잇는 ‘그레이몰’
그레이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정한 복지 용구 사업소다. 공단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돌봄에 필요한 복지 용구 구매를 지원하는데, 복지 용구 사업소로 지정된 곳으로 가야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레이몰은 돌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몰, 유튜브, 블로그에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하는 방법, 휠체어별 사용법, 상속과 장례까지 돌봄 과정에서 알아야 할 내용이다.
박진호 그레이스케일 이사는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쓰러져집에서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자녀들은 갑작스럽게 관련 공부를 하게 된다. 일반 커머스 상품처럼 집에서 제품을 비교하고 원하는 상품을 편하게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고, 더 좋은 제품을 알리고 만들고 싶었다. 더불어 의료 정보, 금융 정보, 상속, 증여까지 그레이몰에 접속만 하면 돌봄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성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그레이몰의 가장 큰 특징은 상세페이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1년에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160만 원. 10평 남짓한 복지 용구 사업소에서 맞춤형 제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레이몰은 복지 용구의 온라인화 선두주자로, 복잡한 개인별 복지 용구 구매지원제도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400여 개에 달하는 복지 용구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업소가 많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카탈로그로 상품을 봐야 한다. 그레이몰은 상세페이지에서 용구별 사이즈를 상세히 제공하고, 어르신의 신체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제품 규격표를 만들었다. 또한 영상을 통해 휠체어나 지팡이 고르는 방법, 복지 용구 사용법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용품 고르는 방법을 안내한다.
400여 개에 달하는 복지용품은 종류에 따라 대여만 가능한 제품, 구매 연한(의무 사용 기간)이 있는 제품, 1년에 구매 가능한 개수가 정해진 상품 등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욕창 침대는 대여만 가능하고, 목욕 의자는 5년에 1개 제품만 지원받을 수 있으며, 미끄럼 방지 양말 등은 1년에 구매 가능 개수가 있다. 그레이몰은 상세페이지에서 해당 용품의 구매 규정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라면 등급에 따라 6%, 9%, 15%, 0%(기초수급자 해당) 등 본인부담금 비율이 다르다. 그레이몰에서는 회원가입을 할 때 본인의 수급 정보를 기록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해당하는 지원에 맞춰 가격을 보여준다. 수급자라고 해서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부담금 가격으로 보여주고, 구매 대상이 아닌 용품은 정가로 보이도록 한다. 또한 자녀와 부모님이 따로 회원가입을 하더라도 가족 계정으로 묶어 구매 내용과 회원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가 기록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용품을 구매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용품마다 다른 구매 연한이나 개수를 점검하는 데 용이하다.
재택 돌봄의 경우 당장 오늘부터 사용해야 할 용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레이몰은 소비자의 편리성을 위해 우선배송제도도 운영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하면 결과를 받기까지 2~3개월 소요된다. 그레이몰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먼저 구매하고 추후 보험 수급자 등급을 받으면 부담금 외 나머지 금액을 환급해준다. 복지 용구 판매에서 시작해 재택 돌봄용품으로 영역을 넓힌 그레이몰은 앞으로 돌봄 제품·정보·서비스가 종합된 시니어 돌봄 전문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석정리의 ‘웰파크시티’(Wellpark City)는 한국의 ‘선 시티’(Sun city)로 불리는 곳이다. 미국 애리조나의 ‘선 시티’는 은퇴 시니어들을 위한 주거 복합단지라고 할 수 있으며, 마을 안에 병원, 경찰서, 소방서, 쇼핑센터,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웰파크시티’는 국내 실버타운 점유율 1위 기업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조성한 곳으로, 은퇴자 및 프리시니어(은퇴를 준비하는 시니어)에게 ‘설레는 내일’을 안겨주는 힐링 메디컬 리타이먼트 빌리지(은퇴자 마을)이다. 약 40만 평(약 150만㎡) 규모에 주거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을 완비했다.
도심 인프라 갖춘 전원형 실버타운
서울송도병원을 모기업으로 하는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첫 번째 실버타운(유료 노인복지주택)인 서울타워는 지난 1998년 최초의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강서·분당·가양·강남타워 순으로 도심 또는 도심 근교에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실버타운이 세워졌다.
웰파크시티 내에는 6번째 실버타운인 고창타워(2017년 개원)가 들어서 있다. 그동안 도심형 실버타운에 주력하다 지방으로 시선을 돌린 서울시니어스타워는 그 이유에 대해 시니어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백나영 서울시니어스타워 본부장은 “서울사람은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공공연한 진리가 깨졌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방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니어스타워가 만든 웰파크시티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목표로 만든 은퇴자 마을이다. 전북 지역의 최대 관광단지인 석정 온천지구 내에 위치하며, 방장산에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방의 실버타운 특성상 주변에 인프라가 부족해 ‘고립’ 될 것 같은 우려가 든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이를 보완하고자 다양한 인프라를 형성해 시니어가 도심에서의 삶을 그대로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웰파크시티 내에는 고창타워를 비롯해, 고급 빌라인 석정힐스, 석정파크빌, 그리고 황토펜션 힐링카운티 등의 주거 공간이 있다. 또한 석정온천휴(休)스파, 파크골프장, 요가명상센터, 면역파동욕장, 마트, 은행 등의 편의시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시니어의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이 실버타운 인근에 있는 것이 중요한데, 웰파크시티 내에는 준종합병원인 석정웰파크병원이 있다. 인근 게르마늄 온천과 방장산 편백림을 이용한 운동 치료와 자연 치료를 병행한다. 고창타워에서 도보 2분 거리로 입주자는 일반종합검진 및 특수검사를 할인된 금액에 받을 수 있다. 고창타워 내에는 24시간 간호팀이 근무하기도 한다.
저렴한 금액 포함 장점 많아
◇보증금 : 1억 6000만 원(66.84㎡)~3억 원(109.07㎡)
◇월 지출비 : 50만 원대~85만 원 예상(1인 기준)
- 의무식 30식 : 25만 5000원(1식 8500원)
- 일반관리비(공용시설 유지비, 소모품비, 화재보험료, 직원 인건비 등) : 22만 원~35만 원
- 세대관리비(난방비·상하수도 요금, 전기 요금, 전화 요금, TV 수신료 등) : 10만 원~25만 원
고창타워에 거주하면 웰파크시티 곳곳을 즐기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실버타운 거주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보증금 및 월 생활비가 수도권 지역 실버타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먼저, 고창타워의 입주 보증금은 1억 6000만 원(66.84㎡)~3억 원(109.07㎡) 정도로 층, 향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월 고정 지출 비용은 57만 원~85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고창타워는 의무식이 30식(1식 8500원)으로 25만 5000원이 든다. 공용시설 유지비, 소모품비, 화재보험료, 직원 인건비 등을 포함한 일반 관리비는 22만 원~35만 원 정도다. 여기에 세대별 관리비로 난방비·상하수도 요금, 전기 요금, 전화 요금, TV 수신료 등은 별도 부과하는데, 10만 원~25만 원 정도가 예상된다.
그러나 아무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도심에서의 생활을 버리고 지방살이를 결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에 고창타워에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면, 실버타운 입주 전 힐링카운티에 먼저 거주해 보는 방법도 있다.
힐링카운티는 원래 여행객들이 머무는 펜션으로 운영됐다. 그러다가 장기 숙박을 원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면서 2년 임대가 가능한 장기 숙박을 진행하고 있다. 힐링카운티의 크나큰 장점은 실버타운에 비해 제약이 적다는 점이다. 실버타운은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하지만, 힐링카운티는 나이 제약을 두지 않는다.
종합해 보면, 웰파크시티 거주의 장점은 도심에서의 생활을 자연 속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현역에 있는 시니어에게는 힐링 세컨하우스로 추천된다. 물론 새로운 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도 있다. 주변에 다양한 시설이 많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또한 석정힐스, 석정파크빌, 힐링카운티 등에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형 은퇴자마을로 주목받고 있는 웰파크시티는 모든 시설을 잘 갖췄다고 생각되지만,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아직 40%밖에 개발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컨벤션센터, 노인 전용 콘도미니엄, 관광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더욱 탄탄한 은퇴자 마을을 형성할 계획이다.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중년 이후 찾아온 여유. 그러나 무료하게 보내는 ‘빈 시간’이 계속되자 일상은 무기력해졌다. 나를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침 보람일자리 도서관지원단이 눈에 띄었다. 접수 마감 1시간을 남긴 때였다. 정신없이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결과는 합격. 김요경 씨는 “이 일을 하게 된 건 운명과 같다”고 말한다.
더브릿지 작은도서관. 아담한 공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도서관 업무는 난생처음이지만,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은 낯설지 않은 김요경 씨다. 두 자녀의 엄마이자 수학학원 강사로 지낸 경험 덕분이다. 최근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지만, 그는 소위 말하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시절을 겪었다. 본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당시는 개인용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로,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전산통계학과 졸업 후 공장자동화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했는데,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자녀 친구들을 가르치다 학원 강사까지 했지만 원하던 길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의 경력은 쓸모를 잃어가는 듯했다.
“프로그래머나 수학 강사나 해온 일은 이과 쪽인데, 도서관지원단 일은 문과에 가깝잖아요. 막상 내 적성에 맞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사실 여기 관장님께서도 보람일자리 파견을 처음 받아보신 터라, 제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고민하셨죠. 일단 제가 잘하는 일이면서 도서관에 도움이 될 일을 찾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보니까 도서관 홈페이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제가 만들어보겠다고 했죠. 관장님께서도 만족해하셨고, 그렇게 만든 홈페이지가 지금 쌩쌩 잘 돌아가고 있답니다.”
자신감 심어준 ‘보람’일자리
물론 그는 도서관 본연의 업무인 서가 정리 및 도서 관리, 북큐레이션 지원 등의 업무도 소화한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고, 도서관과 연계된 그룹홈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등 그간의 경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걸 할애하면서도 역으로 더 많은 걸 얻어가는 요즘, 하루하루 보람을 채워가고 있다.
“보람일자리에서 ‘일’도 중요하지만, ‘보람’이 주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특히 관장님이나 담당 사회복지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어요. 사실 노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한 선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나도 작은도서관을 한번 만들어볼까, 어떤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노후 계획도 결이 많이 달라진 셈이죠. 그렇게 보람일자리는 저를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해줬어요.”
보람일자리 참여 후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묻자 “바로 지금”(인터뷰하는 것)이라 답했다.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경험과 마주하고, 새록새록 호기심이 생겨나며 무력했던 일상도 활력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존감도 생겨났다.
“여기 와서 관장님께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담당자분들도 북돋아주신 덕분에 상당히 자신감을 얻었어요. 잘한다고 하니 어린애처럼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동기부여도 되더라고요. 앞으로 꼭 뭐를 하겠다고 정해두진 않았지만, 이것저것 둘러보고 배워가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긴 노후, 실현 가능한 도전을 향해
젊은 시절 못지않은 의욕을 불태우지만,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체력의 한계는 무시 못 한다는 김요경 씨. 인생 1막과 2막의 차이를 ‘건강’에서 느낀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심신을 돌보며 차분히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다짐이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엄청나게 무리했어요. 어지럽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뇌경막하수종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 비로소 나이를 체감했죠. 인생 1막과 2막의 경계도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있겠구나 깨달았습니다.”
의욕과 달리 체력이 부족해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테다. 자칫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욕심을 비워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들여놓기로 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 103세까지 장수하셨는데, 100세 때 그러시더군요. 마음만큼은 열여섯이라고요. 제 마음도 그래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마음이야 그렇지만 무모하게 도전해서 건강 잃으면 손해잖아요. 이제 노후는 길게 봐야 하니까요. 욕심을 내려놓고, 어떤 목표나 기준점도 살짝 낮추려고 해요. 대단하지 않더라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2023년 12월 입주 예정인 ‘평창카운티’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이다. 누구나 입주해 여생을 함께할 수 있도록 실버타운 대중화를 꿈꾼다. 한적한 평창동에서 도심의 이점과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 시설 연계로 여생 함께
KB골든라이프케어는 일찍부터 요양산업에 뛰어들었다. 요양시설로 위례빌리지, 서초빌리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 은평빌리지(가칭), 광교빌리지(가칭), 강동빌리지(가칭)를 개소할 계획이다. 주·야간보호센터인 강동케어센터와 위례케어센터에서는 어르신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택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립 생활을 지원한다. 평창카운티는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선보이는 첫 실버타운이다. 한만기 평창카운티 시설장은 “이용자가 건강할 때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다가 돌봄 및 신체·인지 기능 유지·향상이 필요해지면 KB의 요양시설과 주·야간보호센터로 연계해 서비스를 이어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서 “‘남은 여생을 KB와 함께’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이용료와 높은 의료 접근성
평창카운티의 가장 큰 장점은 이용료가 아닐까.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높은 보증금과 생활비 부자들만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이상욱 KB골든라이프케어 본부장은 평창카운티는 “실버타운 대중화가 목표”라고 했다. 평창카운티의 생활비는 8종류의 평수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증금은 3000만 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 생활비에는 대부분의 부대시설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의료 접근성도 높아 건강 예방에도 힘쓴다. 간호사실에 두 명의 간호사가 상주하고 1층에는 1차 의료기관이 입주해 평소 만성질환이 있다면 편하게 진찰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과 연계되어 있어 건강검진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교통 중심지에서 누리는 자연환경
평창카운티 서쪽으로는 한강으로 이어지는 중랑천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망우산과 용마산이, 북쪽으로는 봉화산이 있다. 높고 낮은 산등성이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또한 교통 중심지이기도 하다. 고대안암병원,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까지 차량으로 2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동쪽으로는 동대문구, 서쪽으로는 서대문구, 남쪽으로는 종로구, 북쪽으로는 구기동으로 이어진다. 사대문으로 이어지는 도시 교통의 중심지에서 푸른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평창카운티만의 특징이다.
2025년 10월 입주 예정인 ‘VL르웨스트’는 롯데에서 선보이는 실버타운이다. 목동에 마련된 모델하우스를 찾아 VL르웨스트를 미리 느껴봤다. 이 곳은 상위 1%의 소비자를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최고급 시설이 감탄을 자아낸다.
◇서울 도심 최대 규모 자랑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 동, 총 810세대로 서울 실버타운 중 가장 규모가 크며, 서울 마곡지구에 들어선다. 마곡지구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 9배 규모인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단지가 조성된다. VL르웨스트 도보권에 마곡역과 마곡나루역이 위치하고,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등이 인접해 있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녹지 환경이 중요한데,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를 이용하면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규모의 ‘서울식물원’을 오갈 수 있다.
VL르웨스트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맡은 태원씨아이앤디의 추민석 전무는 “서울에서 800세대 이상의 규모에 기반시설을 갖춘 노인복지주택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위 1% 어반 시니어를 위한 곳
가정과 자녀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며 제2의 전성기를 사는 ‘어반 시니어’를 위한 VL르웨스트는 수준 높은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모델하우스만 둘러봐도 여기가 실버타운인지 호텔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호텔 셰프의 다이닝 서비스가 제공되며,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는 스크린골프, GX룸, 피트니스, 사우나, AV룸, 북라운지 등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스크린골프, GX룸, 피트니스, 사우나 등은 부대시설 이용료가 별도다. 연간 이용료가 340만 원인데, 입주자는 50% 할인된 170만 원에 시설을 이용 가능하다. 한 달 14만 원 정도로 시세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VL르웨스트에는 게스트룸도 별도로 존재한다.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자녀는 게스트룸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거 공간도 시니어 맞춤형으로 설계됐는데, 특히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비스포크 발코니’에 힘을 썼다. 가든형, 헬스형, PET(반려동물)형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비스포크 발코니는 가든형이다. 쾌적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식물 키우기가 취미인 시니어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반려동물이 허용된 실버타운이 없었는데, VL르웨스트는 국내에서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추민석 전무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난 여기 살러 오는 게 아니다.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가정주부는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고 싶고, 열심히 일한 가장은 노년에 편하게 쉬면서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VL르웨스트는 질 좋은 시설과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차별화된 건강·의료 서비스
VL르웨스트는 무엇보다 건강·의료 서비스 강화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줄 계획이다. 입주 시 건강검진과 함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다. 개인 컨디션에 맞게 식단을 제공하고 재활 운동을 돕는다. 주거 공간 내에는 실시간으로 건강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한 비상콜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간이 승강기도 설치해 비상 시 탈출이 용이하도록 했다.
또한 단지 내에서 유명 재활 요양병원인 ‘보바스기념병원 건강관리센터’를 운영해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한다. 도보로 이동 가능한 ‘이대서울병원’에서는 전용 창구를 통해 대기 없이 즉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최근 해외의 실버타운은 노후에 삶을 더욱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단지 내에서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새로운 실버타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실버타운의 특징을 꼽자면 △민간과 공공 주도 △세대와의 교류다. 미국은 민간 참여가 활발하고, 일본은 공공이 민간참여를 유도한다. 유럽은 복지 측면이 강조된 실버주택 사업이 많다. 세대와의 교류는 전 세계 실버타운이 따라가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실버타운을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독일의 경우 연금이나 보험금으로 실버타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며,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보조해준다. 사회복지법인만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어, 민간 주도 실버타운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부동산, 버스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가 실버타운을 운영한다. 50세대의 작은 규모부터 대형 실버타운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료 노인홈(실버타운 공식 명칭)이 운영된다. 일본 실버타운 1위로 꼽히는 베네세 스타일 케어는 자체 브랜드 내에서 고급형・중급형을 나누어 운영해 다양한 이용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라는 새로운 실버타운도 등장했다. 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이 살기 좋은 배리어프리 주택을 만들고, 간호・청소・돌봄 등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만 계약해 거주하는 형태다.
미국은 민간이 주도해 말 그대로 마을 형태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약 3000개의 CCRC가 조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전원생활이 가능한 곳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이른바 ‘은퇴촌’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이 많아 여러 지역에 실버타운이 지어지고 있다.
다양한 주거 형태, 세대가 어우러지는 곳
해외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고토엔은 노인주거시설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한다.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과 고령자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함께 한다. 점심에는 고령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미국의 에덴 얼터너티브는 강아지・고양이・새 등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연령층과 쉽게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요양원 내 어린이집과 놀이 공간 등도 설치했다. 지역사회에 고령자가 잘 녹아들도록 가정 돌봄기관 ‘에덴 홈’, 인지 돌봄기관 ‘에덴 라이프 롱 리빙’ 등도 운영한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 호주, 독일 등 19개국으로 확장됐다.
해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형태의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개소하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는 평수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3000만 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공공실버타운 ‘골드빌리지’도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고덕양로원 부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서울시의 공공실버타운은 세대 통합도 표방한다. 실버타운 주변에는 지역 수요를 고려한 체육시설, 종합복지관, 아동 돌봄시설, 북카페 등을 두어 세대 통합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여가, 돌봄, 의료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 지어진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도 여러 세대가 함께 살도록 단지를 설계했다. 오피스텔은 젊은 세대에게 공급하고 노인복지주택은 고령자에게 공급해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마곡에 지어진 롯데 VL르웨스트는 국내 실버타운으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려동물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든다고 한다.
최근 롯데, KB 등 대기업이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고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실버타운이 소개되면서 60대의 입주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여전히 70~80대가 대부분이어서 실버타운도 고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대부분 고급화를 지향해 아직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실버타운의 정의가 애매하고, 공공의 지원이 없어 민간 기업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화・고급화 추세는 여전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세대 교류 서비스 등이 접목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고령자가 실버타운에서 활기차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실버타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 법 개정과 지원,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도움말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참고 보험연구원 ‘실버산업 해외사례와 활성화 전략’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G7 국가(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와 한국의 치매 정책을 비교 분석,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관련 정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두 편은 각각 ‘JAMA Network Open’,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 호에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유병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저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OECD는 치매 정책과 관련해 10대 핵심 목표를, WHO는 국제치매 공동 대응 계획을 통해 7가지 실행 영역을 제시하며 ‘국가 치매 계획(National Dementia Plan)’ 수립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치매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국가가 많고, 치매 관리계획은 수립되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국가도 있어, 실효성 있는 국가 치매 관리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노하우의 개발과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팀은 국가 치매 관리계획을 선도적으로 수립하여 추진 중인 G7 국가들과 한국의 국가 치매 관리계획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치매 관리계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핵심 요건들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김기웅 교수팀은 WHO의 7가지 실행 영역과 OECD의 10대 핵심 목표를 총 11개의 정책 목표(예방, 진단, 인식 개선, 가족지원, 환경,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통합서비스, 연구와 기술 개발, 정보시스템)로 통합하여 국가 간 치매 관리계획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연구 결과, 첫 번째로 치매 예방, 조기 진단, 인식 개선, 장기 요양, 통합서비스 관련 정책들은 국가에 관계없이 잘 갖추어진 반면,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관련 정책들은 미비한 국가들이 많았다. 김기웅 교수와 성수정 교수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실질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지원, 환경, 의료서비스, 임종 돌봄 관련 정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둘째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정책 목표들이 많았다. 일례로 임종 돌봄 관련 정책의 경우,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완화 치료 제공, 사전 의료지시서 및 위임장 작성 장려, 가족 지원서비스 등 말기 치매 환자의 인간다운 임종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관련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다. 또 영국, 일본,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정책 성과를 평가할 구체적 지표를 설정하지 않아 성과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로, 국가 치매 계획을 안정적이고 지속해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결여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선 미국, 한국,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국가 치매 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추지 않아 정책 구현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기존 국가 치매 관리계획의 추진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후속 계획이 적시에 수립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 등 국가 치매 관리계획을 국가 수반을 중심으로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한 국가들에 비해 단일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한 국가들에서는 정책 추진력이나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국가 치매 계획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체계적 정책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계획의 수립과 조정, 국가 단위의 범부처적 추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강조했다.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가 간 협력과 모범 사례 확산을 통해 국가 치매 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그가 귀농한 지 어언 15년이 지났지만, 처음이나 지금이나 농장의 모습은 변한 게 없단다. 처음부터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운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도 그냥 그렇게 자연의 생리를 좇아 일을 지속하고 있다는 거다. 한 가지 변한 건 있다. 처음 몇 가지 소소하게 길렀던 채소, 과일, 화초의 수가 자그마치 300여 종으로 늘었다. 그 많은 식물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지? 그다지 넓지 않은 농장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려도 단박에 알아보기는 불가능하다. 비정형적으로 또는 제멋대로 작물이 산재하고 있거니와, 그마저도 수북이 자란 풀들과 동거하기 때문이다. 얼추 야생의 풀밭을 연상시키는 농장이다. 그렇다면 이건 지리멸렬한 농사의 산물? 아니다. 농장주 한은영(59, 아르아르농장 대표)은 옥천군에서 알아주는 이가 많은 선진농업 경영인이다. 매우 독특한 농법으로 순풍을 돛에 매단 배처럼 질주하고 있다.
서울에서 살았던 한은영이 이곳 옥천군 외진 시골로 내려와 관심을 가진 건 양봉이었다. 과천시 변두리에서 양봉을 했던 부모님의 어깨너머로 좀 익힌 양봉 기술이 있어서였다. 그래 벌통 몇 개를 놓고 소규모 양봉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진정한 관심사는 자급자족에 있었다. 이왕 시골살이를 할 거라면 내가 먹을 건 내 손으로 길러 취하자는 생각으로 텃밭 농사 스타일의 농장을 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겐 수칙 하나가 있었다. 농약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시종일관 유지하겠다는 기본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농장은 한적하고 조용한 야산 아래에 있다. 저 멀리 사방에도 나지막한 산들이 펼쳐져 싱그럽다.
“이곳에 터를 잡은 건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아, 좋다! 우연히 지나가다 만난 곳이지만 첫눈에 호감을 갖고 탄성을 터뜨렸다. 양봉을 할 만한 밀원(蜜源)도 있어 적격이었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자급하며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산골이라는 생각에 즐거웠다.”
여기에서 산 15년 가운데 절반의 세월이 흐르기까지는 자급자족을 위한 작은 농사를 했을 뿐, 계획적인 생산이나 판매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지?
“그렇다. 애초 무슨 구상을 가지고 귀농을 한 게 아니었다. 그저 농약 치지 않은 깨끗한 먹거리를 길러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거둔 것들을 친지나 이웃들과 나누자는 데 가치를 두었다. 따라서 비닐하우스 두 동 외에 농업 시설이나 장비를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시작한 귀농의 나날은 정신적으로 여유로웠다.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아 유쾌했다. 작물을 가꾸고 꽃을 키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농사 초심자였던 만큼 유기농에 필요한 기술 습득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초기엔 씨앗이 싹을 틔우고 싱싱하게 잘 자라는 재미에 빠져 무엇이든 갖다가 잔뜩 심었다. 한 평 땅에 20여 가지 채소류를 가꾸기도 했다. 서툰 재배 기술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여쭈어 보완했다. 그런데 농업기관에서 나온 이들이 작물마다 특화된 농약과 비료가 있다며 만류하더라. 자칫 다 죽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 얘기였다. 있는 그대로 자연조건을 고려해 심은 식물들이 잘 자라는 걸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수확량은 관행 농사보다 적을망정 생태농업을 통해 깨끗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좋았다.”
이곳에서처럼 무농약농업, 생태농업을 하는 농가가 드물지 않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아 흔히 고전한다.
“무농약농업은 제초 작업부터 버거운 게 사실이다. 나는 풀을 베어 거름을 만들거나, 발로 밟아 쓰러뜨려놓거나, 그냥 그대로 놔둔다. 농토를 최대한 자연 상태 그대로 두고 식물을 기르는 게 사리에 맞다는 생각에서다. 한때는 소 한 마리를 기를 생각도 했다. 기계장비로 밭을 가는 것보다 소 쟁기질로 일을 처리하는 게 땅이라는 자연을 존중하는 길이라고 봤는데, 소 한 마리 사육을 위한 축사 허가가 불가능한 걸 알고 포기했다.”
생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먹거리 자급자족만으로는 생활 유지에 한계가 있었을 텐데.
“소득원이 있었다. 서울에서 해왔던 직업 활동의 일부를 이곳에서도 틈틈이 계속해 문제를 해결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판매 목적의 농사 방식을 선택했을 것 같다. 농사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살지는 않았다.”
긍정적인 신호로 가득한 나날들
한은영에겐 서울에 근거를 두고 활동했던 직업이 있었다. 그는 국악을 전공했다. 비파라는 전통 현악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했다. 한동안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비파를 복원한 유공자이기도 한 그는 강의를 했고, 제자를 양성했다. 이와 같은 경륜과 재능 일부를 시골 생활에 접목했다. 이를테면 원데이 클래스 같은 걸로 일정한 수입을 얻으며 긍정적인 신호로 가득한 나날을 꾸려왔던 것이다.
이채로운 건 또 있다. 그는 여동생 한은미(57)와 이곳에서 함께 산다. 즉 이 농장은 자매가 지향점을 공유하며 공동으로 일군 노력의 소산이다. 한은미도 예술을 전공했다. 금속공예로 기량을 발휘했다. 이런 한은미 역시 텃밭 농사를 즐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지역에서 공예 관련 일을 함으로써 수입원으로 삼았다. 언니와 마찬가지로 인근 학교 아이들에게, 또는 농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재능을 나누며 생활에 지장 없는 수준의 소득을 올렸다. 농장에선 자매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기획된 예술적 프로그램이 자주 펼쳐졌던 것 같다. 어쩌면 농장이 통째 두 사람의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이 날갯짓하는 오픈 스튜디오, 혹은 꿈의 공간일지도. 한은미는 요즘 인근 학교의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 이날도 출근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삶이란 묘한 것이다. 사람을 미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데려가기도 하니까. 변신이랄까, 한은영은 귀농 중기에 이르러 완전한 농부가 됐다. 직업으로 농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먹거리를 스스로 해결하는 한편 이웃들과 결실을 나누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시나브로 농장 상황에 한결 긍정적인 변화가 오면서 판매 활동에 나서게 됐다.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풀들과 함께
본격적인 농사, 그러니까 남들에게 생산물을 팔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나?
“7~8년 전부터다. 당초 농작물 판매는 계획에도 없었고 예감하지도 못했다. 일찍부터 우리 농장엔 방문객이 많았다. 구경 삼아, 체험 삼아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풀밭에서 자라나는 온갖 식물들을 신기해했다. 단장을 하지 않아 농장은 어수선했지만, 말 그대로 ‘자연이 준 선물’에 가까운 친환경 생산물을 거둔다는 데 관심을 갖고 지지해줬다. ‘정신 나간 농사’라는 말도 들었지만 말이다.(웃음) 그러나 이상하다 여긴 사람들조차 우리가 나누어준 먹거리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구매를 원했고, 그 수가 날로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 부응해 상업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저절로 고객층이 형성되다니. 이는 흔히 보기 어려운 신개념 판매 루트에 가까울 것 같다. 농민들에게 가장 어려운 판로 문제가 선행적으로 자동 해소된 ‘넘사벽’ 마케팅이다.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입소문도 덩달아 나서 주문이 잦았다. 그런 상황 변화에 따라 농장 일이 한결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택배 꾸러미를 만들어 배송을 하거나 로컬푸드 마켓을 통한 판매 활동 같은 게 일상화된 지 이미 오래됐다. 소규모 농장이라 생산 물량은 많지 않다. 매출도 크진 않지만 일찌감치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읍내 재래시장 안에 작은 가게도 차렸다.”
가게까지? 어떤 물건을 판매하나?
“식당 겸 농산물 매장을 겸한 공간이다. 먹을 수 있는 약용 꽃들을 콩처럼 넣어서 지은 밥으로 만든 ‘꽃김밥’이 주력 상품이다. 모든 상품이 자연농법으로 거둔 청결한 것들이라 인기가 있다.”
농장 연매출액은 얼마나 될까?
“농산물 판매와 체험 교육으로 얻는 수입, 그리고 식당에서 나오는 매출 등을 합해 1억 원 이상이다.”
적지 않은 매출이다. 한은영은 애초 생태농업에 관한 인식조차 없이 그저 당연지사처럼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농사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풀들과 공생하는 농사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그는 즐겁다. 소농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이득을 내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어쩌면 불안하거나 순진한 농사라 할 수 있는 생태농업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얻는 자신감과 보람 역시 크기만 하다. 그의 농사를 두고 ‘이상적인 미래 농업의 모델’이라 하는 평하는 사람도 있다. 한은영의 농사법엔 인상적인 게 더 있다. 주변 농가들과 협업하는 방식이 그렇다.
“농사에 욕심부릴 것 없다는 생각이다. 가령 토마토 3개를 수확했다고 가정할 경우, 그중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이웃과 나누고, 나머지 하나는 자연에 돌려주는 게 옳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특히 나의 농장 일이 이웃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을 썼다. 예컨대 마을 분들을 나의 고객들과 연결시켜 농산물 판매를 적극 거들곤 했다. 이렇게 하면 그들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 농장 일을 돕는다.”
농사는 물론 식당 일까지 하느라 일상이 매우 분주할 것 같다. 한 이틀쯤 완전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이걸 어쩌나? 난 자유에 갈증을 느낀 적이 없다.(웃음) 내 딴엔 즐거운 일상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일도 어렵지 않다. 시장 할머니들과 사이가 좋아 사나흘 가게에 못 나가도 그분들이 알아서 척척 장사를 대신 해주신다. 행운처럼 난 귀농 이후 많은 주민들과 좋은 인연을 맺었다. 이 역시 즐거운 생활의 원천이다.”
10년 후 당신의 농장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10년 전 과거의 모습과 현재가 다르지 않듯이, 10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풀들은 여전히 가득하고, 새들과 곤충들이 지천이고, 그냥 지금처럼 그렇게.”
현실에 만족이 커서 미래에도 별다른 기대가 없다는 얘기다. 현재 그가 지닌 고민은 딱 한 가지. 어떤 방법으로 지역 친환경 농가들의 이익 창출에 이바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자신의 농사는 이미 자리를 잡았으니, 이젠 남들을 도울 차례라는 것이다.
한은영이 주는 귀농 Tip
•시골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귀농 생활로 만족을 누리려면 우선 소박한 삶의 방식을 기획하자.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감성을 끌어내 마음을 돌보는 일도 중요하다. 그게 ‘소확행’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농사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치밀한 준비 없이 귀농해 큰돈을 벌 욕심에 사로잡힐 경우 실족할 가능성이 높다. 생계유지조차 버거울 수 있는 게 농사라는 걸 유념하자. 큰돈을 벌고 싶다면 차라리 도시에서 사업을 하는 게 낫다.
•과도한 투자를 하지 마라. 농토도 가급적 작게 확보해 농사를 시작하는 게 안전하다.
•그림 같은 집보다 편안한 집을 지어라.
•좋은 풍경만 보고 산속 외진 곳에 터를 잡는 건 좋지 않다. 밤마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질려 떠날 수밖에 없는 불운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