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3년 후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이 길어진 만큼 각종 질병에 대비해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특히 치매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과도 같을 것이다.
중앙치매센터는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 814만여 명 가운데 84만여 명이 치매 환자라고 밝혔다. 이미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인 셈이다. 특히 요즘같이 봄철 미세먼지가 자주 찾아오는 시기에는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치매 유형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들 수 있는데, 미세먼지는 이 두 가지 치매 발생률을 모두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 신경세포 속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기능장애를 일으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중 탄소 덩어리가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특히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반응할 경우 이러한 현상이 훨씬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스웨덴 캐롤린스카대학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해 혈관성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이 5년간 대기오염과 치매의 관련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도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도가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졸중, 뇌출혈 등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미세먼지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치매 증상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유입이 잦은 봄철일수록 시니어들은 치매에 대해 경계하고 의료진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치매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스트레스가 지속돼 화열(火熱)이 쌓이는 경우와 심신이 허해 기력이 쇠한 경우, 담음(痰飮)이라고 하여 체내에 축적된 불순물이 체액의 순환을 방해할 때도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뇌와 오장육부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치매 치료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전신의 신경과 혈관들이 잘 기능하도록 침, 약침, 한약 처방 등 전인적인 통합 치료를 실시한다. 우선 침 치료를 통해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기혈의 순환을 돕는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경혈에 놓아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도록 한다. 여기에 기억력 개선 및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공진단 등 한약을 복용하면 치매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공진단의 뇌 신경세포 재생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신뢰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자생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이 손상된 뇌 신경세포의 회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 의과대학의 공동 연구에서도 쥐 실험을 통해 공진단에 육미지황탕 처방을 더한 육공단의 치매 예방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뇌허혈(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 피 공급이 부족한 상태)을 유발한 쥐들을 대상으로 미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육공단을 먹인 쥐들의 평균 미로 통과 시간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두 배가량 단축된 것을 확인했다.
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예방 관리에 힘쓰는 것도 필수적이다. 봄철 치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내 습관으로는 환기가 중요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을 때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휘발성 화학물질이 실내에 쌓이면 인체에 오히려 더 유해하다. 또한 외출 후에는 꼼꼼히 샤워를 하고 외투 등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거나 자주 세탁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시니어들의 경우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만큼 일부러라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뇌와 신체를 움직일 필요가 있다. 주 3회 이상 산책과 맨손체조 등 운동을 하고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보다는 독서, 일기 쓰기, 악기 연습 같은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바람직하다. 두뇌 작용을 촉진하는 DHA가 풍부한 푸른 생선, 견과류 등을 평소에 자주 섭취하는 것도 좋으며, 뇌혈관 질환 관리를 위해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치매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노후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행복한 노년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라면 치매를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봄처럼 생기 있는 노후 생활을 위해 일상 속 다양한 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생활화하도록 하자.
뇌 활력을 높여 치매 예방하는 지압법
노궁혈 지압 ‘노궁혈’ 지압은 정신 안정과 불안감 해소,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다. 노궁혈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을 때 중지가 닿는 곳에 위치한다. 10초씩 3번 지그시 눌러주거나 문질러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압기를 활용하거나 손 안에서 호두알을 굴려 노궁혈을 자극해주면 건망증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백회혈 지압 백 가지 혈이 모인다는 뜻의 ‘백회혈’을 지압해주면 불면증, 어지럼증, 치매 예방 등에 효과적이다. 백회혈은 양쪽 귀와 코끝에서 올라간 선이 만나는 곳이다. 이 부분을 손끝으로 30초간 지압하면 뇌로 가는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뇌의 피로를 풀어준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은 상태로 머리 주변을 같이 마사지해주면 더욱 효과가 좋다.
코로나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세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택치료가 일상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재택치료 환자는 199만3986명으로 200만 명에 육박한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증상은 3~5일 이후 해소되는데, 재택치료 기간인 7일 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증상을 잘 이겨내는 것뿐만 아니라 일주일 격리로 인한 변화들이 2차적인 질환을 야기하지 않도록 재택치료 기간 동안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지압법, 스트레칭 등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며 격리생활 단계별 건강법을 소개했다.
인후통과코막힘 등 증상이 심한 감염 초기엔 닭죽⋅삼계탕⋅도라지차
오미크론 감염 초기에는 목이 간지럽거나 콧물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폐를 공격했던 델타와 달리 오미크론은 코나 목구멍을 공격하기 때문에 가래와 마른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을 겪은 영국의 보건안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오미크론확진자의 53%가 인후통을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감염 초기에는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체중 감소와 같은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는 것도 치료의 일환이므로 건강한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감염 초기에는 체중 및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되고 체내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육류 중에서도 추천하는 것은 닭고기다. 한의학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는 닭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로회복을 돕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목감기로 인한 가래를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닭고기는 닭죽이나 삼계탕 등 여러 가지 음식으로 섭취가 가능하다.단, 치킨과 같은 튀김류는 자극적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한방차를 자주 마심으로써 코로나19 증상 완화와 함께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다. 곁들이기 좋은 한방차로는 도라지차와 오미자차가 있다.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가래를 제거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오미자는 동의보감에 ‘폐와 신장을 보하며 기침과 피곤함을 치료한다’고 적혀있어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오미자 껍질에 있는 사과산과 주석산은 신맛을 내기 때문에 침샘 분비를 촉진하고 입맛을 되살려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줄어든 활동량으로 소화장애 겪고 있다면 합곡혈⋅족삼리혈지압
감염 증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입맛은 점차 돌아오지만 줄어든 활동량으로 인해 소화불량이나 설사, 복통 등이 생기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소화제를 복용하거나 가볍게 걸으면 증상이 완화되곤 하지만 재택치료 기간에는 약을 구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소화장애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확진자들에게는 ‘합곡혈’과 족삼리혈’ 지압을 권한다. 합곡혈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움푹 패인 곳으로 손등을 바라봤을 때 두 번째 손허리뼈 바깥쪽에 위치해 있다. 10초 정도 강하게 눌러주는 것을5회 정도 반복하면 대장질환 개선과 장운동 촉진에 도움이 된다. 족삼리혈은무릎 바깥쪽 8cm정도 아래 움푹 들어간 부분에 위치한다. 5초간 엄지로 3회 정도 지압하면 소화불량과 가스 배출에 효과적이다.
일상회복을 앞둔 시점엔 무릎 관절 안정성 높이는 ‘무릎 기역자 스트레칭’
재택치료기간 중 우리의 몸은 근육량 감소와 유연성 저하로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그중에서도 무릎은 체중을 직접적으로 지탱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재택치료 이후 갑자기 사용량이 늘면 부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일상회복을 앞둔 시점에는 무릎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높이고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무릎관절 회복에 효과적인스트레칭으로는‘무릎 기역자 스트레칭’이 있다. 무릎 기역자 스트레칭은 말 그대로 무릎을 90도 굽히는 동작이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상태에서 오른쪽 무릎을 직각으로 굽힌 후 발목을 발등 쪽으로 당긴 채로 바깥쪽으로 돌려 자세를 8초간 유지한다. 숨을 천천히 내쉬며 무릎을 완전히 펼치고 동일하게 8초 유지한다. 오른쪽과 왼쪽 각10회씩 총 3세트를 실시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픈 건 ‘죄’다. 가족, 친구, 혹은 회사 동료에게 미안해 아픔을 숨긴 적이, 병원 진료비와 약값이 부담스러워 진료를 미룬 일이, 혹은 ‘내게 왜 이런 병이 왔을까’ 스스로 자책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한국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내 몸이 아픈 이유가 내 탓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고혈압, 당뇨, 비만, 알레르기, 탈모, 관절염 등.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만성질환 한두 개쯤 안고 있다. 아픈 곳 없이 건강하길 바라는 안부 인사를 주고받지만 ‘아픈 곳 하나 없는 상태’란 이룰 수 없는 이상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이라는 이상적인 잣대로 스스로를 재단하고 ‘아픈 게 죄’라며 자책한다. 그런데 아픈 몸은 정말 우리의 잘못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당뇨병 환자는 333만 명에 달한다.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앓고 있다는 고혈압 환자도 671만 명을 기록했다. 그뿐인가.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이 늘면서 함께 늘어나고 있는 비만 환자, 미세먼지가 일상화되며 점차 늘어나는 비염 환자만 합쳐도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픈 사람 탓하는 사회
한국 사회는 유독 아픈 이들에게 박하다. 건강하지 않으면 노동 시장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나이 들고 아프며 죽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잘 아플 권리’, 질병권 개념을 처음으로 주장한 조한진희는 건강 중심 사회에 대해 “모든 사람이 건강하다는 걸 전제로 건강한 시민만을 표준의 몸으로 삼아 사회를 직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는 아픈 사람에게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인류학자 서보경은 책 ‘아프면 보이는 것들’에서 우리 사회가 전염성 질환에 보이는 부조리한 대응을 지적한다. “어서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부터 하라는 요구, 감염자는 반드시 그럴 법한 문제가 있는 사람일 거라는 편견, 따라서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솎아내면 사회는 다시 안전해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 그리고 질병과 고통의 경험을 스캔들화하는 언론의 태도는 HIV와 에이즈를 통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전염병을 다루는 방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 문제는 팬데믹 내내 이슈가 됐다. 팬데믹 초기에는 확진자 정보를 공개할 때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거나, 확진자의 시간대별 이동 동선을 그대로 공개해 사생활 침해 문제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하고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 경로 등 정보를 공개할 때 성별·연령·국적·읍면동 이하의 거주지·직장명 등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깜깜이 환자’나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염려로 코로나19 확진자의 자세한 동선과 정확한 거주지 주소를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질병관리청이 확진자의 거주지와 같이 방역의 목적과 관계없는 개인정보는 동선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포털사이트부터 뉴스, SNS로 퍼져버린 동선과 개인정보로 인한 사생활 침해로 정신적 피해가 막심하다며 호소하는 목소리는 불안감에 묻혀버렸다. 팬데믹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정확한’ 동선 공개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건강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치료할 수 없는 만성질환을 앓는 이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질병 통계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암 등 중장년에게 익숙한 만성질환자 수는 2020년 기준 190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 5288만 명의 35.5%에 해당한다. 이들 만성질환자 수 증가율은 최근 4년간 연평균 4.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유례없이 길어진 팬데믹은 사람들로 하여금 코로나19에 언제 감염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완벽한 치료제가 부재해 완치 후에도 여러 후유증을 떠안게 만들었다. 질병을 완전히 치료해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자꾸만 생겨나고 있다. 근대화 이래 계속돼온 건강 중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그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해 2020년 65.3%를 기록한 건강보험보장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80%에 훨씬 못 미친다. 반면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부담률은 전년 대비 0.9%p 감소한 15.2%를 기록했다. 게다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메디컬푸어’(Medical Poor) 비율은 2019년 기준 7.5%다. 이는 OECD 평균 5.4%를 훌쩍 넘긴 수치다.
공보험이 챙겨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보험이 챙겨주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 결과, 5060세대는 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평균 2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했으나 정작 보험금을 받는 사람은 평균 12%에 그쳤다. 이들의 80%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50대는 2.4개, 60대는 3.3개의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보장 범위가 충분치 못한 것이다.
충분히 아픈 뒤 나을 시간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이 지켜야 할 생활방역 제1수칙으로 제시한 것은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였다. 이를 포함해 총 5개 수칙이 공개됐지만 당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제1수칙이었다. 개인적 문제 말고도 대체인력 확보나 유급휴가 부여 등 경제적 보상 문제가 겹쳐 사회·구조적으로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도 학교를 가고, 아파도 직장에 가는 삶을 살았지만 건강관리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진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건강관리는 개인의 의무? 그렇지 않다
사회는 ‘스스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수준’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건강관리도 실력이라며 눈치를 주고, 빈 자리를 채워줄 대체인력이 없어 아픈 사람이 눈치를 보게 만든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돼 있음에도, 개인의 노력을 강조한다.
책 ‘질병과 함께 춤을’의 저자 다리아(필명)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끼 친환경 건강 밥상을 마주하고, 매일 30분씩 땀 흘려 운동하고, 몸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쉴 수 있느냐”고 묻는다. 왕복 서너 시간의 통근을 거쳐야 하는 사람에게는 규칙적인 식습관,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이 중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강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며, 질병은 함수가 아니다. 사람마다 꿈꾸는 ‘건강한 상태’는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특정한 음식이나 습관으로 모두가 건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언가에 ‘감염’되고 아픈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픈 몸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또한 질병을 얻는 순간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픈 몸으로도 문제 없이 온전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대미문의 감염병을 겪으며 ‘잘 아플 권리’에 대한 논의가 조용히, 서서히 이뤄지는 이유다.
[TIP] 아픈 몸 자책하는 당신에게
1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저)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사회적·정치적 원인을 밝히는 사회역학을 도구 삼아 혐오, 차별, 고용불안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말한다. 또한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2 아프면 보이는 것들 (제소희 외 12명 저) 이 책은 의학이 설명하거나 포괄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인류학의 시선으로 톺아본다. 저자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아파 보지 않아서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다가가자고 제안하며 아픔으로부터 시작될 치유와 연대를 꿈꾼다.
3 질병과 함께 춤을 (다리아 외 3명 저) 이 책은 각자 다른 질병을 가진 여성 4명이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유한 삶을 온몸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다. 동시에 건강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해온 분투기이기도 하다.
4 질병, 낙인 (김재형 저) 조선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센병 등장 후 의학과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치료와 관리에 개입했으며, 환자들이 한 사회 내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역사적으로 풀어낸다. 앞으로도 예고 없이 찾아올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의 여러 기관에 이상이 생기는데, 청각기관 역시 그렇다. 노년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소리를 듣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큰 소리도 또렷하게 듣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겪는다. 청력 저하를 노화로 인한 자연적 현상으로 내버려 두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게는 치매로 이어지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영양평가조사에 따르면 70대의 66%가 양쪽 귀에 경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으며, 그중 26%는 보청기와 인공와우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난청이다. 난청 환자의 대부분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져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노인성 난청’은 노화에 의한 고막, 달팽이관 등의 청각기관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것으로, 청력이 지속해서 저하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개 고음역부터 서서히 청력 저하가 진행되어 시간이 갈수록 저음역까지 확대된다. 한쪽 또는 양쪽 귀가 먹먹해지거나 이명이 생기기도 한다.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환자 본인이 질병을 인식하기 어렵고, 난청임을 알게 되더라도 단순한 노화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져 소외감과 우울증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치매까지 앓게 된다. 노화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외부 자극이 대뇌로 전달돼야 하는데, 난청으로 인해 청각 정보를 통한 자극이 단절된다.
실제로 2011년 발표된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청력과 비교해 경도·중도·고도 난청일 때 치매 발병률은 각각 1.89배, 3배, 4.94배나 높았다.
이명 동반한 ‘돌발성 난청’, 뇌질환 신호일 수도
갑작스러운 이명과 함께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면, 치명적 뇌질환인 뇌종양의 징조일 수 있다. 귀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을 동반한 난청 증세가 갑자기 찾아온다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돌발성 난청은 건강했던 귀가 갑자기 청력 저하 현상을 겪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발병 연령대가 다양하다. 중년층에서 가장 많이 발병된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 연구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 환자 535명의 뇌 MRI 영상을 분석한 결과 3.4%(18명)에서 뇌종양이 발견됐다. 이들은 난청 외에 뇌종양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단순 이명으로 착각하기 쉽고, 결국 뇌종양이 치료되지 않고 악화할 위험이 크다. 김 교수는 “돌발성 난청이 나타날 때는 바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면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이 중요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이외에도 소음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 고막 안쪽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중이염’ 등이 청력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원인에 따른 적절한 대처와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회복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청력저하 자가진단을 통해 증상이 의심된다면 신속히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청력과 귀 건강을 지키고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청각에 좋은 음식들은 대체로 심장 건강에 좋은 식단이다. 먼저 브로콜리, 시금치 등의 녹황색 채소가 좋다. 녹황색 채소에 들어있는 엽산은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데 사용되는 영양소인데, 2009년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발표에 따르면, 엽산 수치가 높은 60대 이상의 남성에게서 난청 위험이 약 20%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 고등어, 삼치 등의 생선도 좋다. 오메가3 지방산은 노화에 따른 청력 손실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이런 생선들을 섭취하면 청력에 도움이 된다. 또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에는 청신경의 활동을 돕고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아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귀 건강의 유지를 돕는다.
또 난청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큰 소음과 압력을 피해야 하며 이어폰, 헤드셋을 이용할 때는 낮은 음량으로 단기간 사용을 권한다. 전체 볼륨의 60% 미만으로 줄여서 듣고, 50분마다 10~15분 정도 귀가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 소음이 큰 노래방이나 클럽 이용도 자제하는 게 좋다. 또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음주, 흡연, 기름지거나 짠 음식은 청력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술과 담배를 피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들여야 한다.
54세 박건강(가명) 씨는 건강에 좋다는 식품은 나물 반찬으로 해 먹고, 국에도 넣는다. 심지어 늘 갖고 다니며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그러다 TV 프로그램에서 다른 식품이 좋다고 하면 그것으로 바꿔 먹는다. 또 식품을 고를 때 라벨을 집중해서 읽고 몸에 해로운 발색제나 첨가물 등이 들어있는지, 환경 문제가 발생한 장소에서 생산된 재료가 들어있지는 않는지 모두 확인한다. 그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고려해 음식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다. 50세 이후에는 생리학적인 변화가 빠르게 진행돼 각종 질병에 대한 위험이 급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50~64세 중장년층에게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인 질병으로 고혈압과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고중성지방혈증이 순서대로 나타났다. 이 질병들은 모두 적절한 식습관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중장년층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박건강 씨처럼 지나치게 건강식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소렉시아 너보사(Orthorexia Nervosa)’ 증상을 겪는 것이다. 오소렉시아 너보사는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과도한 강박관념을 뜻하는 식이장애다. 이는 오히려 영양 불균형이나 저체중을 초래하는 등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거식증과 더불어 건강을 위협하는 신종 식이장애로 떠오르고 있다.
오소렉시아 너보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칼로리 수치와 식자재 성분을 과도하게 분석해 따지는 등 먹는 것에 대해 스스로 제약이 심하다. 또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려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정한 기준에서 벗어난 음식을 먹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일반적으로 몸에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조미료, 가공식품, 글루텐이 함유된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섭취를 피한다.
전문가들은 편파적인 식습관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값비싼 유기농 식품만을 섭취하는 사람의 체내 영양소가 불균형한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식습관을 제한하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이를 무차별적으로 모방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체질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는 게 유익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건강을 잘 챙긴다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던 행동이 과민하지 않았는지, 아래 리스트를 통해 체크할 수 있다. 미국의 전문 의료정보 사이트 ‘웹 엠디(WebMD)’에서 공개한 오소렉시아 너보사 테스트 질문지다. 아래 항목 중 2가지 이상 해당한다면 오소렉시아 너보사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1 건강한 음식을 먹기 위해 정보를 찾거나 준비하는데 하루 3시간 이상 투자한다.
2 계획대로 먹어야 스스로 잘 통제했다고 생각한다.
3 다음날 먹을 음식을 전날 미리 계획한다.
4 식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기분이 든다.
5 자신에게 점점 엄격해진다.
6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자신감이 높아진다.
7 자신의 식사 방식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경멸하게 된다.
8 건강하게 먹기 위해 과거 즐기던 음식을 먹지 않는다.
9 식사습관을 고수하기 위해 외식을 꺼리고, 가족·친구들과 거리를 둔다.
10 식습관을 어기면 죄의식과 자기혐오를 느낀다.
60대 중년의 신동원 씨는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명절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10대 중반까지만 해도 재롱을 부리며 장난치던 조카들이 20~30대가 되면서 어른들과의 대화를 피하는 분위기다. 젊은이들이 하도 ‘꼰대’라고 흉본다기에 그렇게 안 보이려고 나름 노력하며 다가가는데도 조카들 반응은 제법 서운하다. 나이 든 사람끼리 앉아 뻔한 대화를 나누기보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며 진솔하게 소통하고 싶은데, 가족인데도 참 어렵기만 하다.
사실 다른 세대와 소통한다는 건 매우 힘든 주제다. 2021년 3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세대갈등 인식에 관한 질문에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85%였다. 모든 연령대에서 최소 78% 이상의 응답자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세대갈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 연령대에 보편적으로 공유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세대갈등 극복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세대갈등이 지금보다 심각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44%,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은 46%로, 10명 중 9명이 현재도 심각한 세대갈등이 앞으로도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세대가 다르면 상대를 경쟁과 갈등의 대상으로 여긴다. 최근 언론에서는 세대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며 호들갑이다. 그런데 세대갈등은 어느 시대나 있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늙어가는 과정에서 시대는 계속 발전하고 변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것 같아도 각 연령대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상이 다르고 생각도 달라진다. 이를 독일의 미술사학자 핀터(W. Pinter)는 ‘동시대의 비동시대성’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문제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상이나 취향이 옳고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영국의 유명 소설가 조지 오웰은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대갈등은 이런 착각에서 시작된다.
소통하려면 ‘워딩’부터 달라야
유난히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어려워 답답해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다른 세대를 탓하기보다 시니어들이 무엇을 피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화법으로 살펴본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과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나 때는 말이야’는 유행어나 다름없다.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다음이 어떻게 될지 뻔해서다. 보통 ‘나 때는 말이야’ 하고 시작되면 상대를 위한 조언보다는 권위와 경험을 내세운 일방적 훈계에 그치기 쉽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 현재나 미래 사회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경험을 문제해결의 한 방법으로 제시하며 부드럽게 얘기하는 게 좋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답정너’ 태도도 안 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질문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이는 질문의 형태를 취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지식을 뽐내는 화법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때는 편견 없이 상대의 대답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요) 상대가 궁금해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 자기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대화법은 듣는 이를 지치게 한다. 상대가 묻지 않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듣는 이의 반응을 고려하며 잘 소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말을 짧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으로 자신보다 어리고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권위주의적으로 말하는 대화법은 듣는 이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명령형 말이나 강압적인 말투, 일방적인 주장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권위적인 어투’는 취업사이트 ‘사람인’에서 실시한 직장인 비호감 말투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상대와 동일한 인격체로서 대화를 나눌 때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성적, 연애, 연봉, 결혼과 같은 사적인 주제는 가족 사이에서도 조심해야 할 민감한 주제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친인척끼리 이런 얘기도 못 하나 싶은 시니어도 있겠지만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무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소통 단절로 이어진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가족소통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대현 소장(현 중년행복연구소 소장)은 등산을 예로 들며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등산을 마치고 내려가는 하산객을 보고 묻는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하산객은 웃으며 거의 다 왔다고 답한다. 이후 한참을 올라도 정상이 보이지 않자 등산객은 거짓말한 하산객이 미워진다. 사실 하산객이 기억하는 등산 과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왜곡됐다. 하산객의 시간과 등산객의 시간은 서로 다르다. 세대 간 소통이 바로 이와 같다. 한창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과 그 시기를 마치고 여유를 찾은 중년이 느끼는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불통이 발생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강조한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말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쓴소리는 얼마든지 밖에서 듣고 있다. 부모와 집안 어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휴식처가 되어주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분 좋게 세대 간 소통법
다른 세대와 기분 좋게 소통하려면 우선 다른 세대를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예의가 없어”, “산업화 세대는 고리타분해”와 같이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세대를 일반화하면 편견이 생긴다. 같은 세대여도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다. 일반화의 오류는 세대갈등을 조장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다음으로 누군가와 소통할 때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타인을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뻔한 이야기 같아도 이를 놓치고 마음대로 상대를 평가하며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의 생각과 취향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선한 호기심으로 무례하지 않게 질문한다. 미국의 한 수필가는 “우주가 인류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인류 발전의 큰 원동력이자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에너지가 바로 사랑과 질문의 결합이라는 뜻이다. 이경랑 SP&S컨설팅 대표는 사랑이 결합된 호기심을 ‘선한 호기심’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한 호기심은 무례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애정을 바탕으로 한 선한 호기심은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선한 호기심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말하기 전에 이 질문이 상대에게 불쾌함이나 당혹감을 줄 수 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또 공감하며 경청한다. ‘공감적 경청’은 나의 사고체계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준거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적 경청의 자세는 나와 다른 세대와 대화를 나눌 때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서로 생각이 달라 불통이 쉽게 일어나서다.
마지막으로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간결한 말만큼 전달력이 좋은 화법은 없다. 말이 길면 오히려 핵심을 잃기 쉽다. 짧고 굵게 내 생각을 전하는 게 좋다.
이렇게 다른 세대와 대화할 때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세대별로 경험한 세상과 생각·행동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Z세대의 손주,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고군분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조카, 돈 아깝다며 외식을 한사코 거절하는 베이비붐 세대 어머니. 특정 세대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각 세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따라서 다른 세대와의 무심한 소통은 오해를 야기하고 불통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사실 이런 대화법은 세대를 뛰어넘어 대화 예절에 속한다. 최근 ‘웰에이징’(Well-aging)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의미다. 웰에이징의 방법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흔히 얘기하지만 신체의 웰에이징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마음과 태도의 웰에이징이다. 나보다는 상대를 배려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웰에이징의 시작이다. ‘말’은 사람의 ‘성품’을 드러내는 만큼 상대를 배려하며 품격 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시니어의 모습은 진정한 웰에이징을 증명한다.
청년세대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상대방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태도다. 그들은 나이와 지위를 가지고 상대를 아랫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누구나 동등한 입장으로 인정하고 상대와 눈높이를 맞춰 소통한다면 연령대와 관계없이 즐겁고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듯, 청년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겸허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 추석 동년배끼리 뻔하고 지루한 대화를 나누기 싫다면, 다양한 세대와 공감하며 그들의 눈높이로 소통을 시도해보자.
시니어 빅3의 인플루언서 소통 노하우!
세대갈등의 중심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간의 갈등이 극심해진 현대사회에서 청년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시니어들이 있다. 그들의 비결은 뭘까.
윤여정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태도’
70대 윤여정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워너비다. MZ세대를 열광시킨 윤여정의 화법은 직설적이지만 권위적이지 않다. 70대 배우로 높은 위치에 올랐지만 상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또 젊은 세대에게 완성된 어른으로 보이길 원하지도 않아 솔직하고 자유롭다. “젊은 사람이 왜 재미없게 살아? 인생 길지 않아. 그냥 즐겨!” 70년 넘은 인생에서 얻은 자유분방한 태도를 유쾌하게 건넨다. 그의 이야기에는 어른으로서의 권위도, 장황한 잔소리도 없다. 그저 자유롭고 솔직한 자신의 생각, 짧고 명확한 전달력,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존재할 뿐이다.
밀라논나(장명숙) ‘닮고 싶은 멘토의 대화법’
70대 유튜버 장명숙은 ‘밀라논나’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MZ세대와 소통한다.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인 그는 패션에 대한 팁 또는 진로, 취업, 결혼 같은 젊은이들의 고민에 조언을 던지며, 2030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인기 비결은 조곤조곤하게 전하는 ‘인생 상담’이다. 이 상담은 세 가지 측면에서 그동안 기성세대가 하던 조언과 차이가 있다. 첫째, 그는 70대의 나이에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고민에도 진심 어린 공감을 전한다. 둘째, 그는 청년 시청자들에게 조언을 전할 때는 물론, 손주뻘의 연예인과 대화를 나눌 때도 언제나 존댓말을 사용한다. 셋째, 그는 사회의 기준보다 개인의 주체성을 존중한다. 예컨대 직장 상사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청년에게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직장을 나오라”고 말하며 “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 어려운 직장이 있냐”, “나약하게 굴지 마라”처럼 개인의 주체성보다 한국 사회 기준으로 조언하던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백종원 ‘상대를 움직이는 소통법’
요리연구자이자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요식업계 최고의 위치에서 업계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조언한다. 자칫하면 ‘꼰대’라고 불릴 수 있는데 그는 MZ세대의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소통 비법은 세 가지다. 첫째, 자신의 비책부터 말하기보다 상대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관찰한다. 둘째, 관찰로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원포인트로 내린다.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핵심을 짚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셋째, 권위가 아닌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 진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절대 특권의식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이 없다. 예컨대 잘못된 고집을 꺾지 않는 상대와 소통할 때도 권위보다는 요리 대결로 자신의 솔루션을 몸소 입증한다.
지난 28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 459화에서는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 관한 이야기가 방송을 탔다.
이날 50대 배우 김성희는 “2년 전에 갱년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완경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삶이 너무 무의미하고 모든 것이 무기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밥도 못 먹고 늘 슬프고 죽고 싶었다”며 “캐스팅도 안 되고 애만 기르고 봤더니 얼굴도 변해 있었다”고 토로했다.
같은 또래의 여성 출연자들은 그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2017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우울증 환자는 61만4379명에 달한다. 이중 여성은 40만8191명으로 약 66%를 차지한다. 여기서 40~59세 중년 여성은 13만여 명으로 여성 우울증의 약 32%, 전체 우울증의 약 22%로 적지 않은 수치다.
많은 중장년 여성들이 매사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해짐을 경험한다. 예전 같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사소한 일에 속이 상하고 잘 잊지도 못한다. 큰 이유 없이 자신감도 떨어지고 잦은 분노와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40~50대 여성 우울증 원인은?
과거에는 갱년기 우울증의 원인을 노화로 인한 외모 변화나 떨어지는 신체 기능으로 인한 ‘상실감’과 같은 심리 원인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경생물학적 원인이 갱년기 우울증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밝혀지고 있다.
갱년기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폐경이행기’다. 보통 여성은 40대 중반 정도부터 4~7년 정도의 폐경이행기를 거쳐 평균 50세에 최종 월경을 하고 1년이 지나면 완전한 폐경으로 진단한다. 이 시기를 ‘폐경이행기’라고 하며, 여성 대부분은 55세 전에 폐경에 이른다.
폐경이 찾아오면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는데 이때 발생하는 여성 호르몬 결핍 증상 중 하나가 ‘우울증’이다. 여성 호르몬 감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량을 감소시킨다.
일반 우울증과 다른 점은?
갱년기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다르게 갱년기 증상에 따른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호르몬 변화가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인지 증상도 나타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는 “갱년기의 호르몬 변화는 전두엽과 선조체라는 뇌의 부위를 연결하는 부위에 과부하를 유발해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든다”며 “이에 따라 갱년기 우울증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 감퇴 같은 인지 능력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고 말했다.
또 임 교수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자기감정을 억제하는 데 익숙해 몸에 여러 증상이 발생한다”며 “소화가 안 되거나 변비가 생기는 등 이유 없이 몸에 크고 작은 이상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데 알고 보면 우울증 증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갱년기 우울증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아 쉽게 판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감정을 억제하는데 익숙해지는데, 우울증으로 생기는 감정을 억제하면서 몸에 곳곳에서 엉뚱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질병을 일으키는 원리와 비슷하다. 감정 작용은 전기적 작용과 화학적 물질, 호르몬을 방출한다. 그런데 감정을 억제하면 이런 신체 활동을 막아 몸의 방어 기능까지 망가뜨리게 된다.
갱년기 우울증 예방과 극복은?
전문가들은 갱년기 우울증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지와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① 도움 청하기
혼자 참지 말고 남편이나 자녀, 친구 등 주위 사람에게 증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과 정서적 지지는 우울증에 큰 도움이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② 규칙적인 생활습관
평소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드는 생활만으로도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또 일정한 시간에 건강한 식단으로 끼니를 챙겨먹는 식습관도 중요하다. 하루에 30분 이상 햇볕을 쬐며 운동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 햇볕을 충분히 받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하며 기분이 좋아지고, 꾸준히 운동하면 떨어지는 체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기분 전환까지 꾀할 수 있다.
③ 취미생활
아무리 무기력하고 우울하더라도 막상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면 기분을 바꿀 수 있다. 거창한 취미활동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만나 잠깐 수다를 떨며 교류하는 것도 취미가 될 수 있다.
임 교수는 “갱년기 우울증에는 잘 먹고 잘 자며 충분히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현재 갱년기를 겪고 있을 베이비부머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쉬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 쉬어야 갱년기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증상이 심하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갱년기 우울증을 겪는 여성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기분 변화라고 느끼고 방치한다. 그런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놔두면 증상이 오래 지속돼 타인과의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산부인과 김선미 교수는 “폐경은 질병이 아닌 정상적인 노화의 단계지만 폐경 이행기에 관련 증상이 심하다면, 폐경호르몬요법과 같은 치료법으로 증상에 맞는 치료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평생 먹고 살 만한 재력을 갖춘 중장년 여성들에게도 폐경과 함께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온다. 그만큼 갱년기 우울증은 본인이 부족하고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노화를 겪으며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므로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해소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해 다이어트에 나서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나이 들어 찌는 살은 성인병의 원인인 내장지방이 대부분인 데다 노년층의 복부비만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이어트가 시니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유다.
사실 중장년층 몸 곳곳에 군살이 붙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에너지 소비량이 줄면서 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해도 ‘나잇살’이 쉽게 붙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집콕 생활’까지 나잇살을 부추긴다. 지난 3월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대한비만학회의 ‘코로나19시대 국민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46%가 “코로나 이전보다 몸무게가 3kg 이상 늘었다”고 대답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51%가 “살이 더 쪘다”라고 토로했다.
나이 들어 생기는 군살은 물만 마셔도 찐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잘 빠지지도 않다 보니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식품을 고를 때 꼭 알아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체중’ 아닌 ‘체지방’ 감소 확인하되, 중복은 금물
건강기능식품의 ‘체지방 감소’ 기능성 원료는 지방의 소화·흡수와 합성을 억제하거나 분해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인체적용시험에서 과체중인 사람들의 체지방, 내장지방(복부지방)이나 허리둘레 등이 과체중이 아닌 사람들보다 더 감소한 결과가 나온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 이때 ‘체중 감소’와 ‘체지방 감소’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체중은 체지방 외에도 뼈, 근육 같은 무게가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제품 표시사항의 영양·기능정보에서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이어트’, ‘체중 감소’, ‘비만도 감소’라는 표현은 기능성을 인정하는 표현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체지방 감소 기능을 가진 식품을 다양하게 많이 먹는 것은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같은 기능을 가진 건강기능식품을 여러 종류로 많이 먹는다고 해서 살이 많이 빠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제품에 표시된 일일섭취량을 확인하고 올바른 용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이어트용 건강기능식품과 다른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때 성분과 기능이 중복되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체지방 감소 기능성 건강기능식품 3개와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한꺼번에 섭취했다가 입원 치료를 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을 한꺼번에 여러 종류 섭취했다가 간 수치 급증, 황달 증상이 나타나는 등 건강 이상이 발생한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위·과대 광고와 온라인 중고거래 주의해야
허위·과대 광고도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체중 감량 전과 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비교 체험기를 소개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부당한 광고로 적발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부당 광고는 건강기능식품을 ‘다이어트 약’, ‘식욕억제제’ 등으로 표현해 의약품으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일반식품을 ‘체지방 감소’, ‘뱃살 내장지방에 효능’ 등의 문구를 사용해 건강기능식품인 척 선전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마켓만 574건 적발됐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만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신고하지 않은 개인에게서는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
해외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다이어트 식품을 직구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식약처는 센나잎(센노사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불법 다이어트 수입식품 약 2억4000만 원 상당을 판매한 업체를 적발한 바 있다.
식약처는 “체중 조절을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며 “기름진 음식이나 당류, 염분을 적게 섭취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올바른 식습관에 규칙적인 운동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운동량은 적은 데 식사량이 같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확찐자’라는 단어가 생긴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늘어난 뱃살을 보며 한숨 쉬는 중장년이 적지 않다. 중장년이 되면 호르몬 변화로 뱃살이 쉽게 늘어난다. 나이가 들어 ‘성장호르몬’이 줄어든 탓이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평생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하지만 20대부터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에는 20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성장호르몬은 근육량을 유지하고 몸속 지방이 전신으로 골고루 퍼지게 만든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성장호르몬이 줄어든다. 따라서 중장년 때 살이 찌면 줄어든 근육량에 에너지 소모량도 줄고 지방은 온몸으로 퍼지지 않아 소장 주변인 복부에 지방이 쌓이며 살이 찐다.
뱃살은 만병의 근원이다. 내장 지방이 심하게 쌓이면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심뇌혈관 질병 등 다양한 합병증이 우려된다. 이에 다른 부위의 살이 찌는 것보다 더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뱃살이라고 다 같은 뱃살이 아니다. ‘확찐자’가 되기 싫다면 뱃살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선 자신의 뱃살이 어떤 유형인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뱃살 모양에 따라 주의해야 할 질병과 관리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ㆍ아랫부분만 볼록한 뱃살
아랫배만 볼록 나와 있는 유형은 만성 변비와 활동량이 적은 이들에게 나타난다. 피하지방이 쌓이기 시작하는 단계인데, 보통 식습관이 불규칙하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내장지방이 점차 쌓여 심한 복부비만 상태에 놓일 수 있다. 또 등이 구부정하면 뱃살을 잡아주는 복근 힘이 빠지면서 아랫배만 볼록 나온 뱃살이 생긴다.
이 유형은 일단 자세 교정부터 시작하면 좋다.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ㆍ옆구리가 삐죽 튀어나온 뱃살
치마나 바지를 입었을 때 옆구리 살이 튀어나온 유형으로 ‘산후 비만형’이라고도 한다. 자세가 불균형이거나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방이 쌓인다.
이를 개선하려면 자세 교정은 물론이고 하루에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복부 근력 운동을 함께해 늘어진 피부에 탄력을 주는 것도 좋다.
ㆍ위부터 수박처럼 둥근 뱃살
윗배와 아랫배가 전체적으로 둥글게 나온 유형이다. 중년 남성에게 흔히 나타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내장지방을 억제하는데, 남성이 30세 전후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서 내장지방이 많아진다. 내장 지방세포는 피하지방보다 쉽게 혈액으로 스며든다. 이로 인해 고혈압·당뇨병·심뇌혈관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이 유형은 단기간에 뱃살을 빼기 어려울 수 있다. 기름진 음식과 술을 멀리하고 1년 이상 꾸준하게 운동할 것을 권장한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함께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 좋다. 특히 식단에 곡물과 채소 비율을 늘려 건강한 식습관을 되찾아야 한다.
ㆍ울룩불룩 접히는 뱃살
윗배와 아랫배가 모두 나와 배꼽을 중심으로 울룩불룩 접히는 뱃살은 건강에 가장 좋지 않은 유형이다. 폐경 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난다. 폐경 전에는 피하지방 때문에 아랫배만 나오다가,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내장지방이 함께 쌓이면서 이와 같은 모양을 띠게 된다. 특히 내장지방이 많은 이 유형은 대사증후군, 심뇌혈관 질병 위험이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열량 섭취를 줄이고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3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운동을 권장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뱃살 부위의 지방만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뉴욕시의 피트니스 전문가인 피터 젠킨스는 "뱃살만 줄이는 복부 운동은 없다"고 밝혔다.
특정한 부위를 위해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해당 부위 지방을 많이 사용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운동할 때 내보낸 만큼 회복기에 다시 쌓여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른손잡이인 사람의 오른팔과 왼팔 사이의 지방량이 차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뱃살이나 팔뚝 살, 허벅지살 등 보기 싫은 특정 부위의 군살을 빠르게 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신을 모두 사용하는 운동으로 최대한 많은 지방을 제거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힘든 운동을 할수록 지방을 빠르게 태울 수 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 복부지방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이 훈련은 체지방을 빠르게 연소시키는 운동이다. 1분 전후로 격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1분 운동'이라고도 부른다. 60초 동안 고강도 운동을 한 뒤 20초 동안 휴식하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한다.
유튜브에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라고 검색하면 10분, 30분, 1시간짜리로 된 다양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탓에 헬스장에 가기 부담스러울 때는 마음에 드는 유튜브 영상을 골라 따라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단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강도로 찾아가며 천천히 시작하고,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날마다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는 한 잔 마시는 음료를 넘어 하나의 식(食)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로 대중화된 상태다. 하지만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높았는데, 이를 깨는 연구인 셈이다.
하루 커피 한 잔, 시니어 코로나19 감염 확률 낮춰
12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이 6월 20일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하루 최소 한 잔의 커피를 꾸준히 마신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보유한 40대부터 70세까지 3만7988명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식생활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바이오뱅크는 일종의 코호트 연구(Cohort study) 프로그램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약 50만 명의 유전·신체·음식 섭취 등의 기록이 취합돼 있다.
연구진은 이들의 코로나 감염 현황을 추적해 평소 섭취했던 음식과 코로나 감염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한 잔도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양성 판정률이 낮게 나타났다. 커피를 먹지 않는 사람들과 비교해 하루 커피 섭취량이 1잔, 2~3잔, 4잔인 경우, 코로나 양성 판정률이 각각 10%, 10%, 8% 가량 떨어졌다.
연구진은 "커피의 항산화, 항염증성 성분이 코로나19 중증도와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커피가 코로나19를 막는 면역 개선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루 커피 두 잔, 사망률·노화 낮춰
커피가 코로나19에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하루에 커피를 2~3잔씩 꾸준하게 마시면 고위험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
LA타임스가 2017년에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2~3잔 마시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살았다. 내과학회와 USC의과대학이 미국인 18만5855명을 대상으로 커피 음용 습관을 1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조사 규모가 18만 명으로 큰 편이고, 기간도 16년 동안이어서 결과에 신뢰도를 더하고 있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집단은 하루에 커피 1잔을 마시는 집단보다는 약 12%, 하루에 2~3잔을 마시는 집단보다는 약 18% 사망률이 높았다. 해당 수치는 피실험자의 흡연 여부, 식단, 신체질량지수 같이 신체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까지 고려해 계산됐다.
또 심장병과 암, 뇌졸중, 당뇨병, 호흡기·신장 질환 등 고위험 질병에 걸릴 확률도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커피 추출 방식이나 카페인 함유 여부에 관계없이 디카페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커피가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종’과도 무관하게 효능이 발휘됐다. 아프리카계 흑인과 아시안, 히스패닉, 백인 등 미국 내 주요 인종 집단 모두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면 고위험 질병 발생 확률이 낮아진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맞아 떨어졌다. 인종별 커피 음용 방식이 조금씩 달라도 효능은 동일하다는 사실이 다시 증명된 셈이다.
USC 예방의학 연구실의 베로니카 세티아완 교수는 “커피는 노화방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이를 자주 마시는 습관은 건강한 식습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커피,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
이렇게 커피가 건강에 좋다면 많이 마실수록 더 좋은 걸까? 무조건 그런 건 아니다.
몸에 ‘카페인 분해 효소’가 어느 정도 있는지에 따라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다. 카페인 분해효소가 적으면 커피에 민감하게 반응해 골다공증과 수면 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카페인 분해효소가 거의 없거나 매우 적은 사람은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뛰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커피 효능이 좋다고 해도 되도록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보건복지부의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50세 이상 여성은 골다공증 유병률이 매우 높다. 폐경에 의한 여성 호르몬 감소가 급격하게 뼈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훨씬 적지만 나이가 들면 장에서 칼슘 섭취가 적어지고, 뼈 생성도 줄어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뼈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커피를 2잔 이내로 마시도록 권고한다.
빈 속에 커피도 금물이다. 공복 상태에서 카페인이 많은 커피가 들어가면 위 점막을 해칠 수 있어서다. 위염과 위궤양 환자가 커피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건강한 위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빈 속에 커피를 마시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약을 복용할 때도 커피를 절제해야 한다. 감기약과 복합 진통제에는 보통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 약에 커피까지 마시면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해 두근거림과 불면증 같은 카페인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에 카페인 300~400mg을 섭취하는데 적당하다고 권고한다. 이 양은 커피 3잔 정도다.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적당량이 달라지므로, 건강을 위해 커피를 선택한다면 적절하게 조절하며 마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