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환갑이 지났는데도 귀에 거슬리는 게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네요, 허 참. 나와 생각이 달라도 그렇고, 옷차림도 말투도 여전히 거슬리는 것투성입니다. 공자님은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하셨는데 말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간 철남 씨가 주문한 순댓국이 나오기 전에 툭 내뱉습니다.
공자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산전수전 다 겪고 70세가 넘은 공자(孔子)가 자신의 삶을 회고합니다.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스스로 섰고(三十而立), 40세에 미혹되지 않았으며(四十而不惑), 50세에 천명을 알았고(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귀가 순해졌고(六十而耳順), 70세에는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
나이가 육십갑자(六十甲子) 한 바퀴 돌면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 될까요? 공자 나이 60세가 되어 천지 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게 된 데서 나온 말이 ‘이순’이라고 합니다.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고, 남이 하는 말을 순순히 받아들인다고도 해석되는 ‘이순’. 필자도 앞으로 4년이 지나면 예순이 될 텐데 ‘이순’ 경지에는 감히 이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디쯤 속하는지 떠올리면서 같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열다섯에 왜 공부해야 하는지 도통 몰랐고, 서른에 등 떠밀리듯 결혼했고, 마흔에는 유혹에 빠져 미친 듯이 방황했고, 쉰에 겨우 정신 차릴 즈음 가족이 흩어졌고, 육십엔 여차하면 시비에 휘말리는 꼰대가 되더니, 이제 칠십 바라보며 노망날까 두렵기 짝이 없네요.”
그날 저녁 자리에 함께 있던 순욱 씨가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쉽니다.
60·70·80대 1000만 시대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950만 명(전체 인구의 18.4%, 통계청 발표)에 이르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추세라면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환갑을 넘어 칠순, 팔순, 구순에 이르는 인구가 불과 2년 뒤엔 1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귀도 순해져야 하고(60, 耳順), 하고픈 대로 해도 민폐가 되지 않아야 하고(70, 從心), 정말 나이별로 숙제가 태산입니다.
반면 유엔(UN)은 2015년에 이미 체질과 평균수명, 사회적 역할과 역량의 변화를 고려해 인간 생애주기에 따른 새로운 연령 기준을 정의했습니다. 태어나서 17세까지가 ‘미성년’(Underage), 18~65세 장장 50년 가까이 ‘청년’(Youth or Young People), 66~79세가 ‘중년’(Middle Aged)이랍니다. 80세 넘어서야 겨우 ‘노인’(Elderly or Senior) 축에 들고, 100세를 넘겨야 ‘장수 노인’(Long-lived Elderly) 대접을 받습니다.
8년 전에 나온 새로운 연령 기준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웃고 말았습니다. 당시 필자는 40대였기 때문에 5060 세대랑 한 집단으로 묶이는 게 매우 불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세월 무서운 줄 모르는 철부지였으니까요. 2023년 만으로 쉰다섯 살 먹은 필자는 이제야 유엔이 정한 나이 기준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백세시대, 환갑에 다시 시작하는 청춘
유엔 연령 기준대로 생생히 살아내신 분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1920년 4월 23일생으로 현재 103세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입니다. 지팡이 없이 꼿꼿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청중을 만나는 김 교수는 책과 강연,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에서 75세까지이고,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65세에 정년 퇴임한 뒤 할 일이 더 많았다는 그.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내기 시작했고, 이후 정부기관, 기업체,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대학에서 강의할 때보다 훨씬 많이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전 누굴 만나든지 90세 전엔 늙지 마라, 늙을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30, 60, 90세까지 세 단계를 살게 됐으니까요.”
30세까지는 내가 나를 키워가는 단계이고, 65세까지는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단계이며, 90세까지는 그동안 받은 것을 나누며 사회를 위해 일하는 단계라고 구분합니다.
김 교수는 60세쯤 되니까 조금 철이 드는 것 같고, 75세쯤까지는 성장을 하는 것 같다며, 76세 즈음에 제일 좋은 책들이 나왔다고 자평합니다. 그는 99세가 되어서야 일간지 두 곳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연간 100회 넘는 강연과 글쓰기로 일상을 보내는 그는 늙지 않는 정신력으로 신체와 균형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95세쯤 되니 정신력이 쇠락한 신체를 업고 가더라며, 50대가 되면 기억력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창조하는 능력인 사고력은 오히려 그때부터 올라간다며 우리를 안심시킵니다.
나이에 주눅 들지 않기
그렇다면 필자처럼 코앞에 닥친 예순, 이순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103세 김형석 교수가 60대에게 준 말씀을 다시 새깁니다. “인생에서 열매를 맺은 기간은 60대였던 것 같다. 그래서 60대엔 제2의 출발을 해야 한다. 독서로 대변되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놀지 말고 일하라. 과거에 못 했던 취미 활동도 시작하라.”
올해 구순인 필자의 시어머니, 87세 친정아버지, 82세 친정어머니 세 분 모두 60대에도 현역이었고, 지금도 일터에서, 밭에서 일손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친정어머니 김초자 여사는 최고령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1020 손주 세대와 얘기하는 게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오늘 점심에 전화했더니 어제 노인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부석사로 졸업여행 중이라고 자랑하시네요. 친정아버지 박성옥 선생은 젊어서부터 보던 ‘명심보감’(明心寶鑑)이며 일본어 교과서를 몇 번이고 필사하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엄살을 부리십니다. 겉절이 담근 이야기를 하다 어떤 낱말이 맴돌기만 하고 퍼뜩 떠올리지 못하는 제게 ‘우거지 아니냐’며 보란 듯이 건재함을 증명해내시는 분이 바로 시어머니 조진실 여사입니다.
귀가 순해지기 위한 방법을 한참 궁리하던 차에 김형석 교수부터 필자의 양쪽 부모님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총명’(聰明)이 그것입니다. 귀 밝을 총(聰)과 눈 밝을 명(明)이 합쳐진 총명은 남의 소리를 잘 듣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 남의 입장과 처지도 밝게 살피는 지혜를 뜻합니다. 때로는 같이 사는 강아지나 길에서 만난 고양이, 시들어 말라가는 관음죽이 내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총명입니다. 비단 밖의 소리뿐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줄 줄 알아야 총명과 이순이라는 경지를 맞이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물어볼 줄 아는 마음 : 공자의 구슬
공자가 진(陳)나라를 지나갈 때 어떤 사람한테 귀한 구슬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하나뿐인 구멍에 실을 꿰려는데 구슬 구멍이 아홉 구비나 구부러져 있어 아무리 해도 꿰어지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공자는 마침 뽕잎을 따고 있는 아낙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낙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꿀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이니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공자는 시키는 대로 곰곰이 생각하다 그 말뜻을 깨닫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러고는 개미 한 마리를 붙잡아 허리에 실을 잡아맨 다음 개미를 구슬 한쪽 구멍으로 밀어 넣고 다른 편 구멍에는 꿀을 발라놓고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꿀 냄새를 좇아 반대편 구멍으로 나온 개미 덕분에 실을 꿰는 데 성공했다는 이 고사는 ‘공자천주’(孔子穿珠)라고 합니다. 송(宋)나라의 목암선경(睦菴善卿)이란 선사(禪師)가 편찬한 ‘조정사원’(朝廷事苑)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공자님 일화로 가르쳐줍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신분이 높든 낮든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묻고 스승으로 삼으려는 공자의 마음을 우리도 배운다면, 나이 먹는 두려움과 서러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위로해봅니다.
청춘 제대로 즐기는 법 : 여여여 인생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나이에 구애됨 없이 멋지게 청춘을 즐기려면 여백과 여유, 여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백(餘白) - 글씨나 그림이 꽉 들어차면 보는 사람이 숨이 막히고 답답해집니다. 빈자리나 행간이 적당히 있어야 숨통이 트이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 말만, 그것도 일제강점기부터 피난 시절까지 고생한 얘기 수백 번 한다고 알아주는 자식 드뭅니다. 대화에도 여백을 주어야 쌍방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여유(餘裕) -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실수를 줄여서 시간을 벌 때가 많습니다. 나이 들수록 조급증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늦다고 재촉하고, 더디다고 성화를 낼 게 아니라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를 부려봅시다.
▶여지(餘地) - 평소에 “난 한번 한다고 하면 여지없이 확실한 사람이야”라고 자부하다가 큰코다친 경험이 있다면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말의 틈이나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고 상대방을 가차 없이 몰아세우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지가 있어야 그 사이로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 서로가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남이 하는 말이나 내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귀도 순해지고, 우리 삶이 순풍에 돛 단 듯 멋진 항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환갑 만세! 청춘 만만세!
곧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UN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화 국가로 접어든다. 내년이면 노인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한다.
백세 시대를 모두가 평온하게 누리는 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0대 후반부터 명예퇴직을 걱정해야 하고, 60대부터는 정년퇴임 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의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인데, 평생 인생에서 진정한 은퇴가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은퇴 후의 삶은 아름다운가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노후연금이 입금되는 날이 대목이어서 이에 맞춘 연금 비즈니스가 활황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안정된 연금으로 평온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까.
한평생 열심히 일했으니 여행이나 다니며 편하게 쉰다는 것은 일부 부유한 고령자에 한정된 이야기다. 설상가상 대부분의 고용조건은 고령자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젊고 쌩쌩한 사람보다 느리고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고용조건은 고령자를 정당하게 대우하기보다는 ‘집에서 노느니 이런 거라도 하셔야죠’라는 식으로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야말로 ‘어차피 돈 못 버는 은퇴 상황이니 적은 돈이라도 악조건에 벌어라’는 식이다.
직장이라는 안정된 울타리에서 벗어난 것도 서러운데 허허벌판에서 나 홀로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두려움, 나보다 어린 사람과 근무조건을 조정해야 하는 당혹스러움,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모두 개인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속편하게 공공근로를 하는 게 차라리 나을까, 그나마 일이라도 구할 수 있으니 조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할까 하는 어수선한 마음도 모두 개인의 부담이다. 과연 이게 맞는가.
고령자 채용 생태계
일본 제일의 고령자 채용 기업 가토제작소(기후현)는 2000년 초부터 적극적으로 고령자를 채용해왔다. 주말 한정 채용이긴 했지만 단지 고용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기업에도 채용 노하우를 공유하며 고령자 고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에서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령자가 1000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회사 대표가 마침 주말에도 가동하는 공장에 필요한 고령자들을 채용했다. 지원자는 100명이었고 그중에 15명을 채용했다. 지금은 전체 직원의 절반이 60세 이상 고령자다.
가토제작소의 성공적인 고령자 고용 사례를 보고 지역의 기업들도 앞다퉈 고령자를 채용하고 있다. 연금으로 파친코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인구 대비 파친코 매장 수가 일본 최고 수준이었던 지역인데, 고령자 채용으로 의료비 지출까지 줄어든 지역으로 환골탈태했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에 소개된 도쿠시마현 가미가쓰에서는 할머니들이 요리에 쓰이는 잎을 가공하는 사업으로 연 수입 1억 원을 벌기도 한다. 단지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지역 성공 사례를 보고 이주도 증가했으며, 노인들이 일하다 보니 건강해져서 지역 공공의료원이 필요 없어질 정도의 놀라운 효과까지 나타났다.
슈퍼 에이지, 액티브 시니어
‘더 슈퍼 에이지’ 창립자이자 ‘슈퍼 에이지 이펙트’의 저자 브래들리 셔먼은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부정한다. 고령자가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되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고 주장한다. 은퇴는 서구의 연금제도 때문에 형성된 개념으로,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왔다고 그는 말한다.
여기에서 셔먼이 말하는 슈퍼 에이지는 65세 이상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인도, 멕시코,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는 50~74세 인구가 소비시장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취업률은 34.95%로 OECD 1위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령자 고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 수준과 일자리의 질을 보면 별로 행복한 수준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전히 고령자를 사회의 짐으로 여기고 있고, 노인이라는 무기력한 말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연금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수혜자로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울하고 가혹한 시나리오다.
이제는 은퇴, 노인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능동적인 용어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을 통한 계속고용 안정화 및 복지 프레임을 벗어난 고령인구 정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동 공유(Work Sharing), 손자양육 휴가 등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모두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고령자는 부양 대상이나 일방적으로 대접만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정당하게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15세 이상 고용률은 2000년 58.5%에서 2021년 60.5%로, 지난 20여 년간 약 2.0%p 상승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환경적 요인이 국내 노동시장에 단기간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나, 전반적인 고용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고용률 상승세에 주도적 역할은 한 건 누구일까? 바로 50대 이상 중장년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보고서 ‘고령자 노동시장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동 기간 10대와 20대는 고용률이 하락한 반면, 30대 이상에서는 고용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50~59세의 증가폭이 가장 컸고, 60세 이상의 증가폭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은 해당 보고서의 발간사를 통해 “최근 20년간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고용률의 변동, 다시 말해 고용률의 증가 추세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편입과 더불어 가속화하는 고령화 흐름으로 볼 때, 그 상승을 주도하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에 대한 노동시장 정책의 중요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2025년 한국 인구추계가 절반가량이 50세 이상이고, 약 20%는 65세 이상으로 예상(초고령사회)됨에 따라 노동력의 고령화는 지속적인 사회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통계학적 측면으로 보자면, 10년 전 베이비붐 이전 고령세대에 비해, 1차 베이비부머가 포함된 고령세대의 경우 고학력 비중이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위 보고서에서는 “길어진 교육 기간에 상응해 이들의 인적자본이 더 높게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에 획일적으로 이뤄져왔던 고령층 역량 개발 정책이나 재취업 지원 정책, 일자리 알선 체계 등이 인적자본 손실이나 사회적 비효율을 억제하기 위해 보다 세분화되어 설계돼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고 지적했다.
세분화된 정책 설계를 위해서는, 고령층 가운데서도 ‘누가 일자리를 희망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활동 인구 변화를 통해 유추 가능하다. 10년 전과 비교해 (베이비부머가 포함된) 세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그중에서도 생애 무직자나 경력 단절자들의 노동신장 진입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즉, 과거에 비해 여성노인의 일자리 희망 비중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여성 노인을 포함한 고령층의 경우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 보다 오래 잔류하고자 하면서도, 건강이나 여가를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전일제보다 시간제를 선호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과거 ‘임금 수준’이나 ‘계속 근로 가능성’ 등 일에 대한 보상이나 고용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과 달리, ‘일의 양과 시간대’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흐름이다.
보고서에서는 소결을 통해 “이들 세대의 희망 일자리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60세 정년 의무 제도의 강화를 통해 노동시장의 조기 이탈을 방지할 필요가 있으며,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전직 지원 강화를 위해 재취업지원 의무 및 전직 훈련 프로그램의 내실화, 중고령층 잡 케어 서비스의 강화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아울러 “고용 환경을 유연화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경력형 일자리 △사회적기업 △노인일자리 △귀농일자리)를 개발하고, 근로 시간 유연화를 통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개발 및 지원 환대가 보완된다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령인력의 활용 촉진과 고령자 고용의 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시니어가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직접 살아본 후에는 어떤 부분에 만족감을 느낄까. 이러한 궁금증을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에 거주하는 이용승·민신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봤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이용승(81)·민신자(80) 부부는 지난 2월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이하 분당타워)에 입주했다. 함께 산 시간이 반백 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손을 꼭 잡고 다니는 그들은 애정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손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헤어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아왔어요.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한 사람이 먼저 떠날 테고, 그러면 남은 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된 거죠. 그래서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실버타운을 생각하게됐습니다. 준비부터 입주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실버타운 살았더니 회춘
이용승·민신자 부부는 실버타운 전문 유튜브 채널 ‘공빠TV’를 통해 ‘실버타운’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에 거주하던 부부는 그때부터 서울·경기 지역의 실버타운을 가능한 한 많이 다녀보면서 공부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분당타워다.
“실버타운에 입주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집을 팔고 전세로 살았어요. 그리고 입주 신청을 한 실버타운 네 군데에서 연락 오기만 기다렸죠. 만약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전셋집을 2년 더 연장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분당타워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온 거죠. 분당타워에서 연락이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입주 전부터 생각한 분당타워의 장점은 자연환경이 좋고, 분당서울대병원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저희 경제 수준과 제일 잘 맞는 곳이기도 했고요. 직접 살아본 후 느낀 만족도는 최상입니다.”
사실 이용승 씨는 실버타운 입주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를 민신자 씨가 열심히 설득했다. 자식들의 반응도 달랐다. 딸은 부모의 뜻을 바로 존중해줬지만, 아들은 계속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모가 실버타운에서 만족스런 삶을 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단다.
“실버타운에서 살겠다고 했더니 아들이 ‘그냥 아파트에서 사시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고요. 우리 부부가 외부와 단절될 것 같고, 적응을 못 할까봐 걱정이 됐나 봐요. 그러다가 추석 때 아들이 왔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마음이 좀 달라진 것 같았어요. 여기 직원분이 추석 연휴 전에 가족이 몇 명 방문하는지 조사했어요. 그리고 명절 당일 혼자 계신 분들은 먼저 식사하도록 했고, 가족이 오는 분들은 인원수에 맞게 자리를 마련하고 음식을 준비해놨더라고요. 가족이 10명 정도 온 팀도 있었죠. 그걸 보면서 아들이 느낀 바가 많아 보였어요.”
부부가 실버타운에 거주하면서 가장 만족한 부분은 건강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민신자 씨는 남편의 머리를 만지면서 “이것 봐, 이렇게 머리카락이 났다니까”라고 장난스레 말하다가 이내 눈물을 터뜨렸다. 남편 이용승 씨는 남들에게 허락된 ‘건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터였다.
40대 때 간경화가 발병한 이용승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그는 “그때는 체중이 43kg까지 내려갔다. 지금은 60kg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나이에 퇴직한 이용승 씨는 취미를 살려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민신자 씨는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했는데, 3년 전부터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이는 부부가 실버타운에 입주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남편이 아프면서 건강관리의 첫 단계인 식사가 중요해졌어요.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제가 아프면서는 식사 준비가 힘들어진 거죠. 남편이 밥을 하고, 반찬은 아들이 온라인에서 주문해주는 걸로 먹었어요. 아무래도 건강한 식사는 힘들었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제가 실버타운에 가자고 한 거예요. 실제로 여기 와서 영양 잡힌 맛있는 식사를 하다 보니 우리 부부는 건강을 되찾았답니다. 남편은 살도 찌고 머리카락도 나고요. 저도 친구들이 얼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파트+노인복지관 장점 모여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식사뿐 아니라 취미·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이용승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외출한다. 거주지였던 죽전에서 수영을 10년간 배워온 그는 현재도 그곳을 찾는다. “수영도 하고, 사람들과 저녁 식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이용승 씨는 외부 활동을 이어서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심에 있는 실버타운의 장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민신자 씨는 실버타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라인댄스, 오카리나, 일본어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공동체 활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기독교 자조 모임 활동을 한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함께 입주한 동기들이다.
“여기 사시는 분들이 350명 정도 된다고 해요. 만약 여기에서 트러블이 생기면 오래 살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같은 시기에 들어온 입주 동기생들과 친해졌어요. 부부 네 팀, 총 8명인데 그분들과 가끔 외식도 하고 산책도 나가요. 비슷한 삶을 살면서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이용승·민신자 씨는 요즘 ‘실버타운 예찬론자’로 활약하고 있다. 건강하고 외롭지 않게 노년의 시기를 보낼 수 있는 곳. 부부가 직접 살아보고 느낀 실버타운의 장점이다. 더불어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기이기에 양질의 실버타운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같은 부부에게도 물론 좋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에게 실버타운은 천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실버타운을 ‘아파트 플러스 노인복지관’이라고 정의합니다. 이곳에는 아파트에서 사는 것처럼 독립된 공간이 있고, 수영장・헬스장 등 복지관의 시설이 다 있어요. 집 안에서 복지관 생활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실버타운에 들어오고 싶어도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못 오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국가에서 노인을 위한 시설, 복지주택이 늘어날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중년 이후 찾아온 여유. 그러나 무료하게 보내는 ‘빈 시간’이 계속되자 일상은 무기력해졌다. 나를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침 보람일자리 도서관지원단이 눈에 띄었다. 접수 마감 1시간을 남긴 때였다. 정신없이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결과는 합격. 김요경 씨는 “이 일을 하게 된 건 운명과 같다”고 말한다.
더브릿지 작은도서관. 아담한 공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도서관 업무는 난생처음이지만,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은 낯설지 않은 김요경 씨다. 두 자녀의 엄마이자 수학학원 강사로 지낸 경험 덕분이다. 최근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지만, 그는 소위 말하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시절을 겪었다. 본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당시는 개인용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로,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전산통계학과 졸업 후 공장자동화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했는데,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자녀 친구들을 가르치다 학원 강사까지 했지만 원하던 길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의 경력은 쓸모를 잃어가는 듯했다.
“프로그래머나 수학 강사나 해온 일은 이과 쪽인데, 도서관지원단 일은 문과에 가깝잖아요. 막상 내 적성에 맞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사실 여기 관장님께서도 보람일자리 파견을 처음 받아보신 터라, 제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고민하셨죠. 일단 제가 잘하는 일이면서 도서관에 도움이 될 일을 찾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보니까 도서관 홈페이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제가 만들어보겠다고 했죠. 관장님께서도 만족해하셨고, 그렇게 만든 홈페이지가 지금 쌩쌩 잘 돌아가고 있답니다.”
자신감 심어준 ‘보람’일자리
물론 그는 도서관 본연의 업무인 서가 정리 및 도서 관리, 북큐레이션 지원 등의 업무도 소화한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고, 도서관과 연계된 그룹홈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등 그간의 경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걸 할애하면서도 역으로 더 많은 걸 얻어가는 요즘, 하루하루 보람을 채워가고 있다.
“보람일자리에서 ‘일’도 중요하지만, ‘보람’이 주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특히 관장님이나 담당 사회복지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어요. 사실 노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한 선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나도 작은도서관을 한번 만들어볼까, 어떤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노후 계획도 결이 많이 달라진 셈이죠. 그렇게 보람일자리는 저를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해줬어요.”
보람일자리 참여 후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묻자 “바로 지금”(인터뷰하는 것)이라 답했다.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경험과 마주하고, 새록새록 호기심이 생겨나며 무력했던 일상도 활력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존감도 생겨났다.
“여기 와서 관장님께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담당자분들도 북돋아주신 덕분에 상당히 자신감을 얻었어요. 잘한다고 하니 어린애처럼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동기부여도 되더라고요. 앞으로 꼭 뭐를 하겠다고 정해두진 않았지만, 이것저것 둘러보고 배워가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긴 노후, 실현 가능한 도전을 향해
젊은 시절 못지않은 의욕을 불태우지만,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체력의 한계는 무시 못 한다는 김요경 씨. 인생 1막과 2막의 차이를 ‘건강’에서 느낀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심신을 돌보며 차분히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다짐이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엄청나게 무리했어요. 어지럽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뇌경막하수종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 비로소 나이를 체감했죠. 인생 1막과 2막의 경계도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있겠구나 깨달았습니다.”
의욕과 달리 체력이 부족해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테다. 자칫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욕심을 비워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들여놓기로 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 103세까지 장수하셨는데, 100세 때 그러시더군요. 마음만큼은 열여섯이라고요. 제 마음도 그래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마음이야 그렇지만 무모하게 도전해서 건강 잃으면 손해잖아요. 이제 노후는 길게 봐야 하니까요. 욕심을 내려놓고, 어떤 목표나 기준점도 살짝 낮추려고 해요. 대단하지 않더라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더 클래식 500’은 국내 실버타운 중 보증금이 최고가로 유명하다. 개그우먼 이영자가 방송에서 ‘드림 타운’이라고 평가한 이후 인기가 치솟았다. 입주 대기 기간은 평균 2년. 그곳만의 차별화된 매력은 무엇일까.
◇건대입구역, 지리적 특장점
‘더 클래식 500’은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다. 지하철 건대입구역의 ‘스타시티’ 상업지구 내 위치한다. 시니어는 무엇보다 의료 서비스가 중요한데, 더 클래식 500 입주 회원은 건국대학교병원 진료 시 필요한 행정지원 서비스 및 최적화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건국대학교병원 헬스케어센터와 연계한 건강검진 서비스와 스포츠의학센터를 통해 과학적이고 차별화된 운동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더 클래식 500 측은 “높은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접근성 및 편리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강북뿐 아니라 강남까지 빠르게 이동 가능한 건대입구역에 위치해 가족 및 지인과의 편리하고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또한 반경 200m 안에서 대학병원, 백화점, 영화관 및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높지만 서비스는 ‘고품격’
더 클래식 500은 지상 50층과 40층의 A, B 두 개 동 초고층 건물로, 고품격 호텔식 주거 서비스와 헬스케어를 제공한다. 특히 2300㎡ 규모의 최고급 피트니스 클럽과 스파, 골프존 등의 부대시설은 실제 입주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만큼 비싼 실버타운이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보증금이 9억 원이나 되지만, 입주 대기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 클래식 500 측은 “선호하는 층과 방향, 조망권을 갖춘 해당 세대의 공실 여부에 따라 입주대기 신청부터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달라진다. 1년에서 3년까지 소요될 수 있으나 평균 소요 기간은 2년이다”라고 설명했다.
◇액티브 시니어 문화 교류의 장
더 클래식 500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60세부터 8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액티브 시니어가 거주하고 있다. 직업군 역시 기업인, 전문직, 학자, 법률가 등 다양하며,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 액티브 시니어답게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더 클래식 500은 이와 같은 입주자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부 나들이 행사, 음악회, 패밀리 파티 등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또한 스포츠·예술 관련 동호회를 운영해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한다.
연예인 쫓아다니는 자녀의 등짝을 때려 말리던 여성들이 변했다.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시니어 팬덤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곳엔 반짝 유행도, 반짝 스타도 없었다. 거대한 흐름이 된 시니어 팬덤의 형성 과정과 심리학적 이유를 추적했다.
“최종 보스 컴백 확정.”
“우리는 살았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컴백하는 그룹 너무 안타깝네요.”
“아, 이런….”
한 틱톡(동영상 공유 플랫폼) 게시물 속 글로벌 K팝 아이돌 팬들의 대화다. 누군가의 컴백 소식에 한 팬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또 다른 팬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세계 속 K팝 팬들을 웃고 울리는 이는 가수 임영웅이다.
임영웅 컴백 소식은 하나의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다. 한 오랜 K팝 팬의 말이다. “임영웅이 컴백하면 ‘숨스밍’(숨 쉬듯 스트리밍)해야 한다는 말이 돌아요. 보통 오후 6시에 음원이 나오잖아요? 첫날에는 아이돌이 1위를 하기도 하는데, 유지는 힘들어요. 어머니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요. 임영웅 팬덤의 존재요? 글로벌 K팝 팬들 다 알 거예요. ‘우리 아이돌 그때 컴백하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걸요.(웃음)”
‘영웅시대’(임영웅 팬덤)로 대표되는 시니어 팬덤의 입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견제 또는 의식의 대상이 된 그들은 빠르게 대중 시장 지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은퇴하는 오팔 세대, 트롯맨을 만나다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퍼내틱)에서 따온 ‘Fan’과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인 팬덤(Fandom)은 한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돼왔다. 백과사전에도 ‘어떤 대중적인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들을 하나의 큰 틀로 묶어 정의한 개념’이라 실릴 만큼 인식은 형편없었다. 1990년대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며 노골적으로 비하받았던 이들에게 오랜 시간 쌓인 편견은 성숙한 팬 문화가 자리 잡고 팬덤 소비가 위력을 드러내면서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에 시니어가 본격적으로 합류한 건 2020년 전후로 지목된다. 바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즌1이 방영된 시점이자 ‘오팔(OPAL) 세대’가 트렌드로 부각된 시기다.
오팔이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로,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처음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와 발음이 같아,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5060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오팔 세대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탄탄한 경제력과 안정적인 삶을 기반으로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 2010년 즈음 노동 시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한 이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고령층(65세 이상)으로 접어들었다. 때마침 막이 오른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은 시니어 팬덤이라는 전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낸 기폭제가 됐다.
중장년 여성이 팬덤이 된 진짜 이유
시니어 팬덤이 써낸 기록은 역대급이다. 그중에서도 2020년 방송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즌1은 독보적이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아무도 넘지 못했던 ‘마의 시청률’ 30%를 깨며 최고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38.5%에 달했다. 최종 결선 7인 중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문자 투표에는 773만 1781표가 쏟아졌다.
광풍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임영웅은 새 디지털 싱글 ‘Do or Die’ 발매와 동시에 국내 차트를 석권했고, 김호중은 영화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로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장민호는 ‘호시절(好時節): 민호랜드[MIN-HO LAND]’ 서울 공연 티켓을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시켰다.
심리학자 김은주 박사는 이를 “일대 특이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일본의 ‘욘사마 신드롬’(배우 배용준이 이끈 2000년대 초중반 한류 붐)과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평행이론처럼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김 박사는 그 기저에 중장년 여성들의 복합적인 심리가 깔려 있다고 말한다. “오팔 세대 여성들은 희생의 아이콘과 같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5000달러가 되기까지 그들 역시 엄청난 공을 세웠어요. 남성은 경제활동을 하고, 여성은 육아를 담당했지요. 아무리 뛰어난 여성이라도 대개는 가정에서 살림을 담당해야 했던 게 지금의 60대 여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아이도 키우고, 부모 봉양도 마치고 나니 ‘빈집 증후군’ 같은 게 생긴 겁니다. 뒤돌아보니 사회적 권리도, 힘도, 소속감도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인생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치열하게 살아온 뒤 남은 주름진 얼굴과 아무도 몰라주는 헌신. 그 우울과 불안 그리고 헛헛함을 마주했을 때 등장한 것이 장르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음악을 하는 스타라고 김은주 박사는 분석한다. 중요한 건 ‘트로트’가 아니라 ‘스타’라는 것이다. 시니어 팬덤이란 사회적 통념에 맞춰 사느라 돌보지 못했던 욕구를 스타를 통해 발견하고 의식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시니어 팬덤이 자체 미디어 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스타를 지원하고, 아예 팬덤 이름으로 기부와 봉사를 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했다. “시니어 팬덤은 단순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길러냅니다. 1등을 만들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지요. 그렇게 생애 첫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희생만 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거예요. 심리학적으로는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3단계(애정과 소속의 욕구), 4단계(존중 욕구)가 함께 충족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김은주 박사는 시니어 팬덤 활동이 결국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5단계(자아실현)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임영웅 팬을 자처하는 그는 부친을 잃은 슬픔을 신간 ‘영웅앓이’를 집필하며 이겨냈다고 했다. 김 박사의 말이다. “사실은 다 스스로를 위해 하는 행동이에요. 행복해지기 위해서요.”
국민 모두 행복하기를 꿈꾸며 사회·복지·의료 분야에서 평생을 달려왔다.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자리에서 퇴임한 뒤에도 그 꿈은 여전하다. 여유 부릴 새 없이 이듬해 전문가들과 함께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를 설립했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김용익 이사장은 대학 시절부터 지역사회 의료에 관해 무수한 경험을 했다. 의료봉사회에 들어가 본과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매주 주말마다 판자촌 진료를 하고, 방학 때는 무의촌 진료를 다녔다. 다양한 지역을 누비며 환자들을 보살폈다. 당시에는 아파도 가까운 시설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증세가 심해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복지 사각지대를 마주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의료 취약계층을 줄이려면 제대로 된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의사 등 의료 종사자들이 환자를 찾아다니며 병원 밖에서 진료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선친께서도 시골에서 왕진을 다니던 의사였어요. 그 영향으로 자연스레 의학을 전공하게 됐죠.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터라 아버지는 주로 자전거로 마을 곳곳을 다니셨습니다. 종종 옛 친구들을 만나면 ‘너희 아버지가 집에 오셔서 나를 살렸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현재는 방문 진료가 몇 가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라진 상태예요. 2008년 장기요양보험의 등장으로 새로운 방문 형태가 생겼지만, 왕진이 다시 활성화돼 이동 기능이 약화된 노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연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정 환경과 관련 봉사활동은 행보의 기폭제가 됐다.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전공하는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다. 1980~90년대에는 보건복지 운동에 참여했다. 의료보험의 통합일원화, 의약분업 등을 추진하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장과 대통령실의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보건의료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사회·경제 정책을 들여다보게 됐다. 이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했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맡았다. 복지 체계를 정립하려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과 면밀한 토론, 모색을 거쳤다.
“학자로서 이론과 현장성을 두루 갖출 수 있는 큰 행운을 얻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도 여러 노력을 했고, 퇴임하고는 방법을 바꿔서 돌봄과 관련한 사회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우리 사회에는 오래된 세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죠. 역대 정부가 저마다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지만,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어요. 각각의 요소들은 넓은 교집합을 갖고 여러 고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같이 풀어나가야 해요. 돌봄과 미래를 창립한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돌봄의 더 나은 미래
돌봄과 미래는 이론적 연구를 기반으로 대안을 개발해 지역사회 돌봄이 확대·강화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자 만든 사회운동 단체다. 김 이사장은 돌봄 문제가 워낙 큰 의제인 까닭에 여론 조성과 정책 제안,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을 돌볼 책임은 그 가족 혹은 당사자에게 있다. 그는 개인이 돌봄 노동과 비용의 짐을 떠안지 않도록 방문 서비스, 주·야간보호 서비스, 주택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충해 ‘전국민돌봄’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돌봄 재난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습니다. 노인 인구와 생산가능 인구가 동시에 늘어나는 게 아니라 반비례하고 있어요. 물리적으로 돌봐주거나 돈을 낼 사람이 없는데, 돌봐야 할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돌봄 체계의 실상은 15년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보호자의 책임과 부담, 도움이 필요한 이의 죄책감을 함께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전문 인력이 집으로 찾아가 진료하고, 그 외 공백은 주·야간보호센터를 설립해 채워야 합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봄을 받는 것처럼요. 더불어 건강한 생활을 돕는 주택 지원 및 개조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거 환경까지 개선하는 겁니다. 그렇게 시설 입소 인원이 줄어들면, 신체 상태가 악화돼 정말 시설에 들어가야 할 사람들이 질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오랜 시간을 들여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면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거예요.”
유종의 미 거두고 인생 3막 향해
학자, 시민운동가, 정치인, 정책가로 일하는 동안 많이 체험하고 가슴 아파했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쉬이 흘러가진 않았어도 굴복하거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물론 대한민국 사회정책의 완벽한 대안이라고 자신할 순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만큼 가족에게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느라 자녀들 얼굴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았죠. 누군가에게 주례를 부탁받으면 모두 거절했습니다. 스스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결혼해서 잘살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10년이 흘러 80세가 되면 ‘진짜 은퇴’하려 해요. 돌봄과 미래 활동을 마무리하고 나면 가족과 함께 일상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동네 도서관에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실컷 읽고, 산책도 즐기면서요. 그 전까지는 제 노력이 사회정책의 새로운 담론을 세우는 데 작은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해외의 실버타운은 노후에 삶을 더욱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단지 내에서도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새로운 실버타운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해외 실버타운의 특징을 꼽자면 △민간과 공공 주도 △세대와의 교류다. 미국은 민간 참여가 활발하고, 일본은 공공이 민간참여를 유도한다. 유럽은 복지 측면이 강조된 실버주택 사업이 많다. 세대와의 교류는 전 세계 실버타운이 따라가는 추세다.
유럽에서는 실버타운을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독일의 경우 연금이나 보험금으로 실버타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이며,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보조해준다. 사회복지법인만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어, 민간 주도 실버타운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부동산, 버스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가 실버타운을 운영한다. 50세대의 작은 규모부터 대형 실버타운까지 다양한 형태의 유료 노인홈(실버타운 공식 명칭)이 운영된다. 일본 실버타운 1위로 꼽히는 베네세 스타일 케어는 자체 브랜드 내에서 고급형・중급형을 나누어 운영해 다양한 이용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이라는 새로운 실버타운도 등장했다. 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이 살기 좋은 배리어프리 주택을 만들고, 간호・청소・돌봄 등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만 계약해 거주하는 형태다.
미국은 민간이 주도해 말 그대로 마을 형태의 실버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대부터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약 3000개의 CCRC가 조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전원생활이 가능한 곳에서 대규모 주택단지로 이른바 ‘은퇴촌’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이 많아 여러 지역에 실버타운이 지어지고 있다.
다양한 주거 형태, 세대가 어우러지는 곳
해외의 실버타운은 다양한 세대가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에 위치한 고토엔은 노인주거시설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한다. 매일 등교하는 아이들과 고령자가 아침 인사를 나누고 운동을 함께 한다. 점심에는 고령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돌본다. 미국의 에덴 얼터너티브는 강아지・고양이・새 등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연령층과 쉽게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요양원 내 어린이집과 놀이 공간 등도 설치했다. 지역사회에 고령자가 잘 녹아들도록 가정 돌봄기관 ‘에덴 홈’, 인지 돌봄기관 ‘에덴 라이프 롱 리빙’ 등도 운영한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 호주, 독일 등 19개국으로 확장됐다.
해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형태의 실버타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12월 개소하는 KB골든라이프케어의 첫 실버타운 ‘평창카운티’는 평수에 상관없이 보증금을 3000만 원으로 통일해 입주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공공실버타운 ‘골드빌리지’도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고덕양로원 부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서울시의 공공실버타운은 세대 통합도 표방한다. 실버타운 주변에는 지역 수요를 고려한 체육시설, 종합복지관, 아동 돌봄시설, 북카페 등을 두어 세대 통합형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여가, 돌봄, 의료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경기도 의왕시에 지어진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도 여러 세대가 함께 살도록 단지를 설계했다. 오피스텔은 젊은 세대에게 공급하고 노인복지주택은 고령자에게 공급해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마곡에 지어진 롯데 VL르웨스트는 국내 실버타운으로는 처음으로 반려동물 동반 입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려동물 건강 케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클래스 등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든다고 한다.
최근 롯데, KB 등 대기업이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고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실버타운이 소개되면서 60대의 입주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여전히 70~80대가 대부분이어서 실버타운도 고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대부분 고급화를 지향해 아직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실버타운의 정의가 애매하고, 공공의 지원이 없어 민간 기업 진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화・고급화 추세는 여전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세대 교류 서비스 등이 접목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고령자가 실버타운에서 활기차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실버타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 법 개정과 지원,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도움말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참고 보험연구원 ‘실버산업 해외사례와 활성화 전략’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한 고령사회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열린 2023 실버문화포럼에서 고령자 다양한 문화적 욕구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로 편입되면서 욕구가 다양해졌다면서 이들의 특성에 맞춘 문화 프로그램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주최하고,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실버문화포럼 ‘실버 두 잇! 꽃대를 꿈꾸며’가 27일 서울 마리나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포럼 사회는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가 맡아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개회사에서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인구의 32.6%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는데, 노년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 ‘실버’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그보다는 영-올드(young-old) 세대로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본다. 꽃대가 되어 꽃을 잘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면 도리어 인정받고 존경받는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실버 세대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김종훈 이투데이피엔씨 대표 역시 개회사를 통해 “인류학자들이 평균수명을 120세로 전망한다는 건 상당수가 130세까지도 살 것이라는 의미로 노년기의 신체나이도 젊어지고 있다. 실버 세대를 노인이 아니라 이제는 인생 2막을 꿈꾸고 가꾸는 ‘후기청년’ 세대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포럼에는 세대 간 벽을 허물고 꿈과 문화, 세대를 잇고 엮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제는 후기청년이 된 실버세대가 꼰대가 아니라 청년들이 피울 꽃을 받쳐줄 꽃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문화 경험이 활기찬 노년 만들어
김태웅 회장과 김종훈 대표의 축사에 이어 기조강연과 3명의 연사 강연이 이어졌다. 기조강연을 맡은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문화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말했다.
박영란 교수는 “최근 노화를 이야기할 때 ‘창조적 노화’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문화적 관점에서 노화를 본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 창의적 활동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질병 예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노년기 문화적 활동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국내외의 다양한 고령자 문화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10년 안에 인구 절반이 50대가 된다는 것이 현실이고 향후 문화 활동에 대한 욕구나 수요가 폭발할 텐데 이를 수용할 인프라가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할 일이 많다. 100세 시대에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문화적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건강한 고령자뿐 아니라 몸이 아픈 고령자도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내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확실한 것은 무엇보다 다양한 베이비부머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양한 문화 활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에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대상 세분화 전략을 통한 실버 문화정책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노인 문화 정책이 어느 시점까지 와 있으며, 해당 정책 수혜자인 고령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 강연이었다.
윤소영 박사는 “우리나라 고령자의 문화·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은 수혜자인 고령자를 문화를 향유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서 기조강연에서 박영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고령자도 문화적 생산자일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서 문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수혜자가 원하는 방식 또는 그들의 잠재적 욕구를 끌어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60세에 갑작스럽게 이전에 해오지 않던 것을 새롭게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내 몸에 문화 나이테를 새겨야 한다. 일 경력뿐 아니라 레저 경력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생애주기에서 후반기에 들어섰을 때 여가 경력과 축적된 문화 자본이 발현된다. 중요한 건 문화적 경험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령층을 세분화하고 문화 지원 전략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문화여가 산업을 통해 발견한 베이비부머의 문화적 욕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준엽 대표는 “먼저 액티브 시니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액티브 시니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만 떠올리지만, 시장에서의 액티브 시니어는 좀 달랐다. 시니어에게 여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은 ‘내 삶을 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이를 누군가 도와준다면 크든 작든 지불 의사가 있는 사람’이 액티브 시니어라고 본다”면서 “이들의 문화적 욕구는 다른 세대와 다르지 않다.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을 선사 받는 것이다. 이들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잠재적 욕구도 정말 크다. 전국에 500개 정도의 문화 인프라가 있는데 한 달에 수용 가능한 시니어는 4만 명이 채 안 된다. 1500만 명이 넘는 시니어 인구 중 오프라인에서 여가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10% 남짓으로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욕구는 높으나 그것을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문화 공급자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여가를 제안하고 있다. 트렌드를 잘 읽고 보여주는 OTT처럼 문화 공급자들도 시니어의 경험을 넘어서 접근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소영 과천문화원 팀장은 ‘실버 두 잇! 우리는 꽃대 현장 사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유소영 팀장은 운영하고 있는 ‘경험 공유 학교’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유 팀장은 “딴짓하기 워크숍, 서로의 이슈를 들어보는 이슈 워크숍, 나비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마을 잡화 활동, 낙서 예술 학교 등 프로젝트 5개를 운영하면서 어르신들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마을 잡화 활동으로 지역 곳곳에서 설문조사를 다니던 한 어르신은 실버기자단에 들어갔다더라”면서 “이렇게 꽃대가 될 어르신들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더 좋은 에너지를 내는 것 같다. 지역 활동가, 청년 활동가, 컨설턴트 선생님, 한국문화원연합회, 과천문화원 등이 경험을 공유할 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고령자의 문화 활동은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고령자의 문화적 취향은 굉장히 다양하고 이를 반영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해서 한 집단으로 묶어 같은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도, 사는 방식도, 사는 사람도 다 다른 다양한 개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여가 프로그램이나 지원, 정책 등이 이들의 다양성을 세분화해서 반영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