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잇살’이라 부르는 노인 비만의 특징은 두 가지다. 근육 감소와 호르몬의 불균형. 둘 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호르몬의 원리를 알고, 자신의 상태에 맞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노인 비만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호르몬, 비만과 헷갈리기 쉬운 쿠싱증후군, 그리고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참고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국민체력 100
최근 고도비만 노인이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0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장년층 및 노인의 고도비만 유병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1.5~3.8배까지 올랐다. 고령사회에서 노인 비만은 장수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노인이 되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각종 질환에 취약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악화하는 주범이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노인 비만의 특징은 근육 감소형 비만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의 영향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40대 이후부터 발생해 70대까지 10년에 8%의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는 10년마다 15%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근육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호르몬이다. 을지대학교 김정환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 비만은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성 호르몬의 감소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인 비만의 원인은 ‘호르몬’인 것이다.
우리 몸의 시소, 호르몬
“연예인 A 씨는 살찐 덕분에 재미난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냈다. 살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식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A 씨는 매일 야식을 먹고,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프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았다. 진단을 받아보니 ‘심근경색’이었다.”
위의 사례처럼 야식이 습관이 되면 돌이킬 수 없다. 야근 후 치맥은 정말 맛있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야식처럼 자극적인 음식은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허기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과 식욕을 감소시키는 렙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적절히 분비되면서 몸의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액상과당과 트랜스지방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 호르몬에 이상이 생겨서 살이 찔 수 있다.
호르몬은 체지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의 가늠자가 되는 체지방을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단순히 체지방이 늘면 나쁘고 체지방이 줄면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호르몬은 우리 몸에 필요하며 서로 적절하게 균형 있게 분비돼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렙틴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성장호르몬이 감소할 경우 비만이 생기는데, 이는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신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비만을 일으키는 호르몬
[1] 식욕을 늘리는 그렐린
그렐린은 일명 ‘식탐 호르몬’이라 불린다.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느끼게 하고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호르몬이다.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이 시간에 야식을 많이 먹는 이유도 바로 이 호르몬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간 음식은 그렐린이 급격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해준다.
[2] 비만의 주범, 인슐린
인슐린은 살이 찌고 빠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자에서 분비된 인슐린은 보통 식후 3시간이 지나면 활성화되는데,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적게 분비되면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장수하는 사람의 경우 대체로 인슐린 수치가 낮다고 한다. 고탄수화물 음식, 설탕, 청량음료, 트랜스지방 등을 많이 먹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된다.
[3] 여성을 살찌우는 에스트로겐
에스트로겐은 여성 신체의 특징을 만드는 호르몬이다. 폐경 이후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은 체지방에서 분비된다.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 체지방이 늘어나고, 체지방이 늘면 에스트로겐도 같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때부터 복부에 살이 찌는 남성형 비만이 나타난다.
[4] 포만감을 주는 렙틴
렙틴은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지방세포가 가득 차면 이 세포에서 렙틴이 분비된다. 뇌는 렙틴의 증가를 인지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은 렙틴이 많아도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다. 이른바 렙틴 저항성 때문이다. 렙틴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고도비만으로 이어진다.
[5]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호르몬
어른들도 활력을 유지하려면 성장호르몬이 필요하다. 체지방은 성장호르몬을 억제한다. 체지방과 인슐린이 많으면 성장호르몬 분비량은 줄어든다. 나이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는 줄고 인슐린 분비가 늘면서 살이 찐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호르몬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운동은 필수다.
[6] 근육과 뼈를 키우는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 체지방 감소, 정자의 활동, 뼈 질량에 관여한다. 많이 분비되면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진다. 이 호르몬도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데 적게 분비되면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결혼 후 남성들이 살이 찌는 경우가 많은데, 성생활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이 소비되면서 체지방 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그렇다.
비만과 헷갈리는 쿠싱증후군
“연예인 B 씨는 젊은 시절부터 허리 디스크가 있었다. 심한 통증 때문에 수술을 고민했지만 먹고살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때를 놓치고 말았다. 대신 스테로이드 주사를 꾸준히 맞았다. 덕분에 통증도 줄고 컨디션도 좋아져 수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갱년기 이후 살이 걷잡을 수 없이 찌고, 얼굴이 보름달처럼 붓더니 73kg이었던 몸무게는 93kg까지 늘어났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생긴 쿠싱증후군 때문이었다.”
비만과 비슷하지만 치명적인 질환도 있다. 다이어트를 아무리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병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다하게 만든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분비된다. 하지만 코르티솔이 과잉 분비되면 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과식을 유발하고 혈당과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복부 비만의 주요원인이다.
쿠싱증후군은 코르티솔과 관련된 신체 기관인 부신이나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B 씨의 사례처럼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과다 복용했을 때 발생한다. 쿠싱증후군 환자는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비정상적으로 목 뒤에 지방이 축적된다. 허리 부위는 뚱뚱해지는 반면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지는 중심성 비만도 나타난다. 을지대학병원 오한진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팔과 다리는 가는데, 복부비만이나 목 뒷부분이 두껍게 툭 튀어나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하며 “언뜻 비만처럼 보이지만 이 병은 방치하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증상을 발견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싱증후군은 위험한 질환이므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쿠싱증후군에 걸렸다면, 약물 복용을 서서히 줄이다가 중단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만일 부신 종양이 원인이라면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약물 치료를 한다. 뇌하수체 종양도 없애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운동으로 비만 탈출
비만을 예방하거나 탈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결법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적정한 시기가 지나면 소진된다. 하지만 분비되는 시점에서 몸의 장기를 활성화하고 컨디션을 좋게 해준다. 운동 이후 상쾌한 기분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적정한 운동은 호르몬을 자극해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스포츠 복지서비스 ‘국민체력100’ 관계자는 “식이요법으로도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지만, 노인 비만의 경우에는 운동을 통해 활력을 찾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나이 들수록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초대사율은 떨어진다. 기초대사는 신체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다. 자세 유지, 심장과 뇌의 활동 그리고 각 장기의 활동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신체는 기초대사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그중에 근육에서 소비되는 기초대사율이 평균 40%나 된다. 기초대사율을 증가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운동을 통해 줄어든 근육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증가시킬 수는 있다. 다만 운동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운동 상담사 A 씨는 “젊은이와 비교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연골이 취약한 면이 있어,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운동시간이나 강도와 빈도를 신경 쓰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 예방을 위한 운동
① 심폐 지구력 운동 체중에 의한 허리와 하지 부담을 고려해 고정식 자전거 타기, 걷기, 수중운동(물속에서 걷기, 아쿠아로빅) 등을 추천한다. 신체에 충격이 큰 달리기, 에어로빅 등은 삼가한다.
② 근력운동 머신 및 프리 웨이트, 밴드, 물병, 의자 등의 소도구 등을 가지고 한다. 선택은 개개인의 체력적 특성 및 선호도 등에 따라서 하면 된다. 운동을 할 때는 관절에 유의하며 진행한다.
③ 유연성 운동 주 5회 정도가 적당하며, 정적 및 동적 스트레칭을 한다.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몸을 움직이며, 한 동작마다 30초씩 정지하며 진행한다.
운동 시 주의사항
① 허리 및 하지 관절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
② 운동 강도는 부담스럽지 않게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③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철저하게 한다.
④ 수분을 꾸준하게 섭취한다.
⑤ 신발은 쿠션이 좋은 것을 선택해 신는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다. 이처럼 춥고 궂은 날씨가 늘게 되면 그만큼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관절이 경직된다.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이 더 올라가는 셈이다.
이때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가 주의해야 할 척추질환이 있다.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다. 최두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이 있는 60~7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눈길에 살짝 허리를 삐끗하거나 재채기 등의 사소한 외력에도 척추뼈가 주저앉아 압박골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척추는 위로는 머리를 받히고 아래로는 골반과 고관절을 통해 하체로 연결돼 몸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중요한 구조물로 이러한 기능을 위해 척추체, 추간판, 후궁, 후관절이라는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척추는 원통 모양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높이의 감소나 변형 등을 보이는 압박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위치는 체중을 많이 지탱하는 흉추·요추부(등허리)다. 허리가 무너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발생해 거의 움직일 수 없고 통증이 가슴이나 배로 뻗쳐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등이나 허리에 통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고, 평소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 등으로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60대 이상의 고령, 특히 여성에서 큰 외상없이 살짝 엉덩방아를 찧거나 허리를 돌리던 중 또는 재채기 도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자세로 누울 때 통증은 다소 줄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등이나 허리에 무너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이나 옆으로 굽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변형이 올 수 있다.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압박골절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척추뼈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척추체 앞쪽 높이가 계속 감소해 등과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척주후만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우 등과 허리가 점점 더 굽어지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악화한다. 또 보행도 힘들어지고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떨어져 폐렴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골다공증 진단 후 꾸준한 관리로 골절 대비해야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 엑스레이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엑스레이검사는 척추체 높이가 가라앉은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급성 골절인지 오래된 골절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진단 검사로 척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시행해 골절의 범위와 발생 시점을 파악한다. 골절이 생기면 골절편(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조각)이 생기게 되는데, 뼛조각에 의한 신경 압박 여부와 정도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골밀도 검사나 골대사와 관련한 혈액검사 등을 통해 골다공증 유무와 정도 등을 확인하고, 모든 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급성 골절로 진단된 경우에는 먼저 침상 안정, 진통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2~3주 정도 시행한다. 이어 골다공증과 관련한 다양한 골다공증약과 칼슘, 비타민 D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현저히 통증이 감소하면 허리 보조기를 착용한 채 보행을 시작하고 약물치료를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하거나 척추체 높이의 감소가 진행되면 대부분 환자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국소(부분)마취 상태에서 주사를 통해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해 치료하는 척추체 성형술을 시행한다. 이 경우 심한 통증을 단시간에 호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드물지만 초기 골절의 정도가 심하거나 뼛조각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전신마취를 통해 신경을 풀어주고, 골절된 척추뼈와 주변의 신경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나사못 고정술 같은 수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 당뇨병 또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술에 앞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에 의료·경제적 부담과 정신·신체적 피로를 높이는 질환이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후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내과적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고관절,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발생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단기간 치료에 그치지 말고, 평생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뼈 건강을 지키는 생활 수칙]
①칼슘 흡수율을 높여주는 식품인 표고버섯, 말린 자두, 연어, 고등어, 미역을 골고루 섭취한다.
②술과 커피(카페인) 등은 적게 마시고 반드시 금연한다.
③과도한 육류 섭취를 삼가고,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④규칙적인 운동과 야외활동을 하며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쬔다.
⑤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하고 근육을 강화해 뼈를 보호한다.
자유로를 벗어나 파주출판단지로 들어서자 드문 정경이 펼쳐진다. 저마다 개성과 미감으로 돋보이는 외형을 가지고 늘어선 건물들로 풍경이 생동한다. 너절한 난개발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계획도시다. 내로라하는 건축가 여럿이 숙의하고 궁구해 만들었다. 홀로 있어도 매력으로 튈 건물이 군락을 이루어 볼거리로 족하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단지 북쪽 끝자락에 있다.
주차장에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으로 이어지는 동선엔 작은 갈대밭이 있다. 하릴없이 누렇게 시든 채 살랑거리는 갈대들. 애잔한 서정을 자아낸다. 겨울 찬 바람 속에서 바라보이는 헐벗은 식물엔 한 번 더 눈이 간다. 괜스레 들머리에 갈대밭 소로를 조성했으랴. 몇 걸음 안 되는 길이지만 갈대들의 고요한 율동에 마음을 조율해보라는 뜻이겠다.
갈대밭을 돌아 너른 잔디 정원으로 들어선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전면부가 와락 시선을 압도한다. 유별한 건물이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형상이다. 수직으로 곧추선 건물의 삼면과 달리 곡면과 곡선의 연쇄로 이루어진 전면부 벽면의 이색이라니. 다각도로 휜 벽면이 두루마리 풀려나가듯 흐른다. 매끄러운 유영을 한다. 거대한 콘크리트 매스이지만 둔탁하지 않고 유려하니 모순적인 웅자(雄姿)다. 곡면들의 부드러운 파동에선 선율이 느껴지고 언어가 흘러나올 것만 같으니 건축으로 구현한 음악이자 시라 할까보다. 무감각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하여금 이토록 고매한 내면을 열어보이게 하다니. 경이로운 건축미라 할 수밖에 없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매년 서너 차례씩 미술 기획전을 펼친다. 언제 방문하더라도 그림을 즐길 수 있다. 그림만이 다는 아니다. “건축물 자체가 예술품이다!” 이렇게, 뮤지엄 측이 표방한다. 관람객의 상당수는 건축 자체의 디자인을 구경할 목적으로 찾아든다지. 국내외 건축가들, 건축학도들의 발길도 이어진다는 거고. 디자인과 미학은 물론 공법을 들여다보기 위해.
문외한의 눈에도 인상적인 건 건축 공법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건물의 서편 동체는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건물을 떠받친 하부 기둥이 전혀 없는 구조여서다. 이른바 캔틸레버(cantilever, 일명 외팔보) 공법을 적용했다. 이는 건축 일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술이다. 그러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경우에선 상황이 다르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내리누르는 어마어마한 하중을 캔틸레버로 감당하기가 실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사고가 날 뻔한 일도 있었다. 캔틸레버에 타설한 콘크리트가 한쪽으로 밀리는 위험 상황이 발생했던 거다. 그러나 극복했다.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작업을 해냈다”는 얘기도 있는 걸 보면 이 건축물에 동원된 기술력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1400평 부지에 지은 연면적 1100평 규모의 3층 건물로 이루어졌다. 설계를 맡은 이는 알바루 시자(′Alvaro Siza)다. 포르투갈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로 흔히 ‘모더니즘의 마지막 거장’이라 부른다. 대표작으로 포르투 세할베스 현대 미술관, 아베이루대학교 도서관, 리스본 엑스포 파빌리온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비롯해, 안양 알바루 시자 홀,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을 설계한 바 있다. 1992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1988년 미스 반 데어로에 유럽 현대 건축상, 2001년 울프 예술상, 2002년, 2012년 두 번에 걸쳐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알바루 시자를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라 치지만 그는 사실 초기 모더니즘 건축의 경향에 대해선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복잡다단한 생활환경과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 과거 양식과의 과도한 단절로 마땅히 존중하고 반영해야 할 전통성을 무시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나 모더니즘의 합리성만큼은 적극 수용했으며, 건축 패턴의 전통성과 지역성을 외면하지 않는 건축적 고려와 추구로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다졌다.
곡면과 평면, 곡선과 직선의 드라마틱한 조합과 변주가 야기하는 감흥은 이 뮤지엄 건물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의 핵이다. 단순하되 정밀하며, 웅장하되 고요하다. 이 점에서 이 뮤지엄은 시자의 시그니처 스타일에 값한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건축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명료성과 단순함이다.” 그는 건축에 덕지덕지 군살을 붙이지 않았다. 군살빼기에 차라리 능하다. 이는 창의 수효를 최소화해 지은 뮤지엄의 외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자가 말한 ‘명료성’과 ‘단순함’은 모든 진리의 요체이기도 하다. 아무리 복잡한 사물이나 현상도 참뜻을 알고 나면 뜻밖에도 간명하지 않던가. 시자의 건축이 그저 하나의 시설물에 불과한 게 아니라 치열한 지적 탐색의 결과물일 수 있는 건 바로 이 대목에서다.
알바루 시자 설계, ‘명료성’과 ‘단순함’ 추구
건물 곡면의 흐름에 편승해 천천히 잔디밭을 가로지르자 뮤지엄 출입구 앞이다. 문을 열고 로비로 접어드는데 내 발로 걸어 들어왔다기보다 후루룩 빨려 들어온 기분이 든다. 홀리듯 외관에 한참 취했던 바람에 벌어진 심리적 오작동? 뮤지엄을 찾은 재미가 이렇게 쏠쏠하다.
1층 공간은 로비와 카페테리아, 아트숍 등이 있는 휴게 공간과 미술 전시실로 양분돼 있다. 물론 둘을 나누는 벽은 없다. 개방적인 성향의 공간이다. 입구서부터 안통까지 층고가 점차 높아지는 구성으로 홀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북서향으로 난 대형 유리창으로 들이치는 자연광으로 공간의 반쯤은 밝으나 반쯤은 침침하다. 이곳에 인공조명은 거의 없다. 이게 외부의 자연을 끌어다 내부에 배포하는 것으로 공간에 깊이를 부여하는 알바루 시자의 방식이다.
한쪽 벽엔 높고 기다란 책장이 있다. 책들이 빼곡하다. 관람자들은 자유롭게 뽑아 읽을 수도 있고 할인가 구매도 가능하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만든 책들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등 외국문학 번역서로 다수의 밀리언셀러를 배출한 출판사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열린책들’의 홍지웅 대표가 지은 미술관이다. 건축에 조예가 깊은 그는 일찍부터 알바루 시자에게 꽂혔다고 한다. 언젠가는 시자의 설계를 받은 건축물을 짓고 싶다는 숙원이 있었던 모양이다. 포르투갈이나 영국에 날아가 시자의 건축물 답사에도 열을 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자와 손잡고 뮤지엄을 건립했다. “디자인이 정말 맘에 들어. 미메시스는 내 작품 가운데 최고야!” 가슴 깊이 품었던 숙원을 푼 홍지웅에게 시자가 건넨 말이 그랬다.
뮤지엄 건립엔 건축가 김준성(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도 한몫 단단히 했다. 건축평론가들은 김준성을 ‘감성 건축의 대가’라 부른다지. 그는 건축 견습생 시절에 시자의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배운 적이 있다. 대가를 사사했으니 무엇으로, 왜, 어떻게 건축을 해야 하는지 옹골차게 얻은 게 많았을 것이다. 시자와의 이런 인연으로 김준성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건축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가 시자를 말하는 글을 볼까.
“사실 시자의 건축적 행보는 논리적으로 혹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정리하기 어렵다. 다만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투명하리만치 선명한 공간을 체험하게 하는 그의 작업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켜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작게는 재료에서 크게는 관계적인 스케일에 이르기까지 켜켜이, 단단하게.” (2020년 5월 20일자, 서울신문 기사 중)
전시실을 볼까. 1층의 절반과 2~3층 전체가 전시공간이다. 세 개의 전시실은 물론 계단 벽면들도 건물 외부 벽처럼 온통 하얀색으로 칠갑을 했다. 내·외부에 통째 순백색 입히기. 이건 시자의 관습이다. 그가 추구하는 ‘명료성’과 ‘단순함’을 구현하는 데엔 백색이 적격이라 봐서일까? 그러나 순전한 화이트 큐브에 현기증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 관람자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전시실들에서는 면과 선이 극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곡면과 곡선이, 평면과 직선이, 예각과 둔각이 상호 교접하거나 교차하며, 또는 대비를 이루며 공간에 생기와 긴장감을 부여한다. 화이트 큐브의 지루한 단조로움을 타파한다. 이 뮤지엄을 예술적 건축물로 보는 눈이 많은 이유는 선과 면의 다채로운 조합에서 야기되는 심미감 때문일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건 아무래도 조명의 구사 방식이다. 전시실마다 인공조명을 자제하고 태양이 무상으로 보내주는 빛을 끌어다 쓴다. 3층 전시실은 숫제 인공조명을 전혀 도입하지 않았다. 슬래브 지붕을 뻥 뚫어 설치한 천창으로 들어온 자연광이 천장에 매달아놓은 이중 천장의 가장자리를 통해 공간에 흩어질 뿐이다. 이렇게 살포된 빛은 그 농담(濃淡)의 묘를 붓으로 삼아 화이트 큐브에 수묵을 그린다. 시시각각 광량과 광도가 변하는 게 빛이다. 따라서 전시실의 조도(照度)도 시시각각 변하며 덩달아 분위기도 미묘하게 변전한다. “비 내려 빛이 너무 약하거나 어두운 저녁에는 그림을 어떻게 보여주죠?” 뮤지엄 공사가 진행 중일 때 건축가 김준성이 스승에게 물었다. 알바루 시자의 답은 이랬다. “안 보여주면 돼!”
시자의 건축은 건축 자재들만의 집적이 아닌 거다. 자연의 빛이 가세하고서야 건축이 완결되고, 그 쓰임새와 미감이 완성된다고 본 것 같다. 그렇다면 시자는 빛을 다루는 달인? 빛의 탐식가? 그건 그렇고, 아무튼 자연광이 어슴푸레 아롱지는 3층 공간은 미술 전시실이지만 뭔가 원초적인 동혈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한다. 상상력을 북돋아 아득한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3개의 전시실에서는 기획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30~40대 작가들이 참여했다. 기량도 개성도 저마다 발군이다. 그림을 감상할 때엔 세상에서 그림처럼 재미있는 게 없지 싶다. 오늘도 그런 감흥을 느끼며 깜냥껏 즐겼다. 그러나 뇌리에 남은 건 미술작품이 아니라 건축 자체다.
평소 별다른 증상이나 기저질환이 없던 A(41·여) 씨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난 후 발음이 어눌해진 것을 느꼈다. 급하게 응급실을 찾은 A 씨.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이라는 진단을 받고 응급으로 개두술 혈종제거술과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 후 별다른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퇴원했지만, 반대편 우측에 시신경 주위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동반되어 있어 5개월 뒤 시력 손상 없이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고 완치됐다.
뇌혈관은 심장에서 대동맥을 거쳐 맨 먼저 혈류가 도달하는 기관으로 매순간 혈압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뇌세포는 일정한 혈류량 유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혈압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혈역학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나이가 들거나 동맥경화와 같은 뇌혈관의 염증성 변화로 인해 뇌혈관에 병리학적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뇌에 혈액을 운반하는 뇌동맥의 특정 부위가 작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뇌동맥류 환자, 절반 이상은 여성
뇌동맥류란 이렇게 뇌동맥이 병적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몸속 다른 동맥과 달리 혈관 주위 조직이 없고, 뇌척수액이나 매우 부드러운 뇌조직에 싸여 있어, 뇌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면 뇌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킨다.
뇌동맥류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관 벽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은 있다. 바로 흡연이나 고혈압, 과음 등이다. 또 뇌동맥류 환자 중 절반은 중년 여성인데, 혈관 보호 역할을 하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분비가 폐경기 이후 감소하면서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에선 머리 부상이나 심내막염 등 혈액 내 감염 후 뇌동맥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혈관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기 때문에 혈압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뇌동맥류가 터질 위험이 증가하는 만큼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조 증상 없고, 터지면 극심한 두통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엔 뒷목이 뻣뻣하거나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을 갑작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는 뇌지주막하 공간으로 혈액이 한꺼번에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파열 당시 두통을 느낄 정도라면 즉시 응급실로 오게 되는데 그나마 이 경우는 불행 중 다행이다. 파열 시 뇌혈관이 받는 압력의 크기에 따라 출혈량이 결정되고 출혈량이 너무 많으면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도 간혹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주로 건강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다.
뇌동맥류는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성이 현저히 증가하는 건 맞지만 크기가 작아도 파열될 수 있다. 크기 외에도 위치와 모양이 파열과 관련한 중요한 인자들인데, 뇌동맥류가 대뇌 쪽의 전방순환계보다 소뇌 쪽의 후방순환계에 위치한 경우 더 잘 터진다. 또 뇌동맥의 가지가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는[분지(分枝)] 부위에 위치한 경우, 모양이 일정하게 둥근 것보다 불규칙적으로 울퉁불퉁한 경우 더 잘 파열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례의 환자처럼 파열된 뇌동맥류와 동시에 발견된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일반적인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보다 파열 가능성이 높아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 찾아야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지만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 파열 위험성이나 위치, 모양, 개수, 크기 등 전체적인 뇌동맥류의 특징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 혹여 당장 치료해야 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뇌동맥류의 모양이나 크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뇌혈관 영상 검사를 통해 변화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파열된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목표는 재출혈을 막는 것이다. 치료법은 일반적 수술인 클립결찰술과 시술인 코일색전술로 나뉜다. 클립결찰술은 두피 절개 후 두개골을 열고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묶어 혈류가 뇌동맥류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수술이다. 그러나 뇌를 직접 접촉해야 하고 상처를 남겨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눈썹절개수술’이다. 눈썹 부위를 3~4㎝ 정도 절개한 후 두개골을 작게 열고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한다. 상처 범위가 작아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접근한 후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 넣어 혈류의 유입을 차단하는 시술이다. 뇌동맥류 모양에 따라 그물망을 씌워 혈류를 변환하거나 코일이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기술한 치료법 중 어떤 게 우수한지는 큰 의미가 없다. 환자의 뇌동맥류 모양과 위치 등에 따라 치료법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뇌동맥류 파열 시 환자의 절반 정도가 병원 도착 여부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 장애를 남길 만큼, 발병만으로도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질환이다. 하지만 파열되기 전에 치료하면 약 90% 이상 정상생활이 가능하고 완치도 된다.
자생한방병원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보행에 심한 통증을 겪던 해외 독립후손 박엘레나(24) 양을 초청해 치료를 진행한다.
카자흐스탄 고려인인 박 양은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 역사의 핵심인물 최재형 선생의 외증손녀다. 선천적인 ‘유연성 편평족’ 질환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2015년 우측 발목 골절로 발목 관절에 변형이 시작, 신체 불균형이 골반과 척추까지 악영향을 미쳐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치료를 받지 못하다 올해 자생한방병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북대학교병원이 진행한 나눔의료 사업의 지원대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했다. 자생한방병원은 박 양의 재활 치료를 담당하며 필요한 의료비 및 입원비를 지원한다. 박 양이 귀국한 이후에도 원격화상진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건강을 돌볼 계획이다.
자생한방병원의 이와 같은 나눔의료 활동은 독립운동가와 후손에 대한 예우에 앞장서기 위함이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의 작은할아버지 신홍균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국 만주에서 독립군 한의 군의관으로 활동하며 항일 무장투쟁을 이끌었다. 이러한 공적으로 이달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국가보훈처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기도 했다. 신준식 명예이사장의 선친 신현표 선생도 한의사로서 독립운동에 투신해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던 인물이다. 자생한방병원은 약자에 대한 연민과 인술(仁術)을 강조한 선대의 신념을 설립가치로 삼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자생의료재단 신민식 사회공헌위원장(잠실자생한방병원장)은 “선대 독립운동가들의 유지를 이어받은 민족병원으로서 박엘레나 양이 건강하게 치료받고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은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공공기관 퇴직자로 구성된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이하 NIPA 자문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사업으로, 개도국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공 분야의 기술 및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의 자문을 통해 파견국의 경제, 사회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나눈다는 보람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긍심까지 느낀다는 그들. NIPA 자문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윤병남(71) 씨는 과거 20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통신시스템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10년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국가정보화사업단장으로 일하다 2010년 퇴직했고, 2017년에는 경기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직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국가정보화전략으로 펼쳤던 주요 에피소드들을 글로 남기고자 했다. 그러던 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NIPA 자문단에 참여했던 한 카이스트 교수에게 관련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렇게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그 교수가 말하길 전자정부 구축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관심이 지대하고, 베트남국립대학교 내 정보화연구원에 연구·교육 환경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더군요. 또 이를 지속 발전시킬 교육수요원 육성과 박사과정 개설 소식도 들었죠. 그 교수가 내 이력을 알던 터라, 관련 사업에 적임자라며 추천했어요. 그때부터 관심을 두고 플랜을 짜 나갔죠.”
그렇게 윤 씨는 교수직을 은퇴한 그해 8월 NIPA 자문단이 되어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떠나기 전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확장’이었다. 그리고 이를 성사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부터 다듬기로 했다.
“아무래도 해외 파견직으로 나가면 동료 없이 혼자 처리할 일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협력해서 풀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죠. 어느 분야든 이러한 활동을 원하는 분들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점검해보고 연락처 관리 등을 미리 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베트남 청년의 꿈을 이뤄내다
NIPA 자문단이 된 그는 베트남국립대학교 정보기술연구원에서 전자정부연구시스템 구축과 기술자문, 정보화기술정책세미나 및 아키텍처 설계 교육과정 개발 등을 맡았다. 윤 씨는 국내에서의 풍부한 경험으로 전자정부 구축에 많은 예산과 인력,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예상했다. 포부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고, 강력한 입법화를 통한 실행체제 구축과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선행돼야 함도 잘 알고 있었다.
“베트남 정부의 현 수준은 한국 GDP의 10분의 1 수준이에요. 30년 전 한국 전자정부가 떠올랐습니다. 베트남의 정보화 수준과 예산 편성을 고려한, 미래 지향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보화 인적자원 확보 및 마인드 확산 관련 자문이 필요해 보였죠.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국립대학교에 전자정부연구소를 구축해 인적자원개발 활성화 작업을 진행해나갔습니다.”
윤 씨는 2년간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베트남 인재를 한국 내 대학원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추진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해당 학교에서 한국어능력자격증 등을 요청하는 바람에 진행이 불가능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성사해낼 수 있었단다. 개인의 성과보다는 한 청년이 꿈을 이루도록 자신의 힘을 보탰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베트남 컴퓨터소프트 경진대회에서 3년간 우승권에 있었던 아주 유능한 인재였어요. 촉박한 일정이었기에 그 학생과 몇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수많은 행정 서류 등을 준비했죠. 덕분에 공식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말이죠. 그 청년이 눈물을 글썽이며 드디어 한국 유학 꿈이 이뤄졌다고, 당신이 없었다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이라 말하는데, 무척 감격스럽더군요.”
대한민국 시니어의 경험을 세계로
윤 씨의 공을 높이 산 베트남국립대학교 학장은 그가 임기를 다하던 날 송별식에서 교수 임용장과 감사장을 수여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 아직도 보람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학장의 바람처럼 다시 자문단으로 베트남에 가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포부를 물었다.
“전자정부연구소에 설치된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베트남국립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정보화 프로젝트를 수행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대학을 종이문서를 사용하지 않는 정보화 시범 장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요.”
은퇴 직후와 비교해 NIPA 자문단 활동 이후 윤 씨의 목표는 더욱 확대된 듯 보였다. 아울러 그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국가정보화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개발도상국 관련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자문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물론, 자문의 바탕이 되는 것은 지난날의 시행착오와 그가 쌓아온 경험들일 것이다. 윤 씨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성과도 낸 시니어라면 이러한 자문단 활동이 은퇴 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화라는 흐름 속에 우리가 쌓아온 경험을 개도국들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으면 해요. 이는 도움을 베푸는 차원을 넘어, 본인이나 국가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나아가 자신과 대한민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윤병남 자문단원
ㆍ파견 국가 베트남
ㆍ파견 기간 2017년 8월 14일~2019년 8월 13일
ㆍ파견 분야 정보통신
ㆍ파견 직종 ICT정책
ㆍ파견 기관 베트남국립대학교
ㆍ자문 내용 베트남 전자정부연구소 구축 기술 자문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손은 밖으로 나와 있는 뇌”라고 했다. 그만큼 손은 중요한 부위라는 의미다.
인간은 동물 중 유일하게 손을 가진 존재다. 우리는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손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는 물론 컴퓨터나 기계 등을 많이 다루는 직장인, 스마트폰과 노트북, 필기 등으로 손 쉴 틈 없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가오는 추석 기간 고향을 찾는 발길이 좀 줄어들 전망이지만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은 아직도 여성들에겐 손이 고생하는 기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 손목의 반복된 사용이 주원인
흔히 손바닥과 손목의 연결 부위인 신경이 눌려 손목에 통증을 느끼는 증상을 ‘손목터널증후군’이라 부른다. 이 증후군은 손목의 반복된 사용으로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을 때 흔히 일어난다. 주요 증상으로는 손과 손가락의 저림, 통증, 감각 저하 등이 일어난다. 특히 증상이 심할 경우 손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엄지 근육이 위축돼 납작하게 되기도 한다.
손목의 손바닥 쪽에는 피부조직 밑에 근육의 힘줄과 신경이 지날 때 위에서 덮어주는 막이 존재한다. 이를 가로 손목 인대(횡수근 인대)라고 하고, 이 인대와 주변 조직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을 수근굴 또는 수근관이라고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굴 내의 압력이 증가해 이 굴을 지나가는 구조물 중 하나인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한다. 정중신경은 엄지손가락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의 감각 절반과 엄지손가락의 운동 기능의 일부를 담당한다.
가로 손목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근육의 힘줄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돼 자극되고 염증이 있으면 힘줄을 둘러싸는 막이 두꺼워지고 붓게 된다. 이때 수근굴(수근관) 내 구조물의 부피가 증가해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아지면서 정중신경이 눌리게 되면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한다. 또 감염이나 손목의 골절로 인한 변형, 관절 탈구, 종양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 여성과 중장년층이 다수
여성과 중장년층 중에서 손목터널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18만920명, 2018년 17만9177명, 2019년 17만7066명으로 나타났다. 2017년 18만 명을 넘어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감소 추세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수가 손목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진료 인원의 75%를 여성이 차지했고, 이 중 78%는 40~60대 중장년층이었다.
아울러 직업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잘못된 습관 등 반복적으로 손목을 구부리고 펴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발생 빈도가 높다. 그 외에 비만, 당뇨, 류마티스관절염,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는 사람에서도 많이 생긴다.
이상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거나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주부들에게서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이 낮은 자세로 작업하는 것에서 대부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컴퓨터 작업을 할 때도 손목과 손가락을 피아노를 치듯 평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증상 심하고 지속된다면 수술 고려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신경타진 검사, 수근굴곡검사, 정중신경 압박검사를 진행한다. 좀 더 정확한 손상 부위를 알아보기 위해 방사선 검사나 근전도 및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해 확진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자세를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교적 증세가 가벼운 경우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자제한다. 소염제 복용이나 수근관 내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해 일시적으로 증세를 완화할 수 있지만 재발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치료에도 계속 아프거나 증상이 심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이 계속 무감각하고 무지구(엄지손가락 근육 부위)의 근육위축이 있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수술 방법은 횡수근 인대를 잘라줘 수근관을 넓혀주는 것으로 수술 시간은 10분 정도, 당일 입‧퇴원도 가능해 치료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이상욱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 증상이 미미해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신경조직이 상해 만성화가 되거나 근육의 위축이 진행돼 운동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전문의를 찾아 상담 및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 안준호 전공의 연구팀이 2019년 서울시 강북구 폐지수거 노인을 대상으로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다양한 인구집단 대비 연령 표준화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폐지수거 노인 대상 건강 상담 경험이 있는 시민단체 ‘아름다운생명사랑’과 협력해 총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88.33%였으며, 대부분 리어카 및 쇼핑 카트 등으로 폐지를 수거했다.
고물상에 평균적으로 가져오는 폐지 및 고물의 무게는 50kg 이상이 44.44%였고, 일부 수거 근로자들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100kg 이상을 옮기고 있었다. 수거 업무 빈도를 살펴보면 20.37%는 일주일 중 1~2일만 수거했으며, 48.15%는 매일 수거했다.
폐지수거 노인의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각각에 대한 연령 표준화 유병률을 산출하기 위해 연구팀은 일반 인구, 일반 근로자 인구, 육체노동자 인구(혹은 실업 인구) 등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조군으로 비교했다.
직업적 손상에 대한 연령 표준화 유병률이 일반 인구 대비 약 10.42배, 일반 근로자 인구 대비 약 5.04배로 나타났다. 직업적 손상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육체노동자 인구와 비교해도 4.65배 높았다.
근골격계 통증은 대조군과 비교해 연령 표준화 유병률이 어깨, 손목, 무릎, 발목 통증에서 높게 나타났으나, 허리 통증은 차이가 없었다. 우울 및 자살 혹은 자해 사고도 대조군들과 비교해 1.86~4.72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근골격계통증 관련 신체적 부담 및 자세의 위험성을 평가했다. 2명을 대상으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폐지 수거 시 신체 요구량을 측정한 결과, 시간당 128.5kcal로 국내 형틀 목수 115.2kcal와 유사한 수준의 에너지 소모량을 보였다. 수거, 운반, 분류, 이동으로 구분한 작업별 자세 분석에서는 수거 작업이 특히 인간공학적 신체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로 인해 상지, 허리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냈다.
또한 폐지수집 노인 5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시행한 결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째, 고령에 우울증까지 있는 경우 더욱 취업 및 소득 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비교적 접근이 쉬운 폐지 수거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폐지 수거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고, 빈곤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고령 근로자들이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근로 형태인 폐지수거 노인들의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 증상의 유병률을 확인한 결과, 연령을 고려한 여러 인구집단과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며,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조례 등의 형태로 지원책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들의 실제적인 건강 및 안전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모열 교수는 “폐지 수거 일자리를 권유하거나 유도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구성원이므로, 최소한의 안전 및 건강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안전 보건교육, 지속적인 야광 스티커와 조끼 배부 및 교체, 인간공학적 리어카 제공을 고려해볼 수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 소득보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지망 확충을 통한 정서적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8월호에 게재되었다.
이명은 외부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갑자기 ‘삐~’ 소리가 들리거나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질환이다. 평생 살면서 인구의 75%가 한 번 정도는 경험하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소홀하게 지나쳐선 안 되는 질환들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만성 이명의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청력 저하와 함께 악화되거나, 노화로 인한 퇴행성 이명, 귀 손상 등이 올 수 있다. 또 순환기 장애나 성인병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건국대학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의 도움으로 이명의 증상과 예방, 치료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20~30대 이명 환자도 증가
대부분의 이명은 50대에 많이 발병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30대 환자도 많다. 시끄러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명 환자는 2014년 28만 여 명에서 2018년 32만 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명 증상이 일부 환자의 경우 미래의 청력 손상이나 치매 같은 뇌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구적 신경 손상의 징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이명은 소리가 본인에게만 들리는 자각적 이명과 다른 사람에게도 소리가 들리는 타각적 이명이 있다. 자각적 이명은 난청, 중이염, 만성 신장질환 등을 동반해 나타나기도 하는데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타각적 이명은 전체 이명의 10~15% 정도를 차지하며 귀 주변을 지나는 혈관에서 나는 소리, 귀와 목 주변 근육의 수축이나 경련에 의한 소리, 턱 관절이나 이관 기능 장애 등 체내 소리가 몸을 통해 귀에 전달되는 경우다. 자각적 이명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보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청력저하로 이명 나타나기도
이명은 경도의 청력 저하나 특정 주파수대의 청력 저하가 원인이 돼 증상이 발생 할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의 환자들은 청력 저하 보다는 이명을 더 잘 느끼기 때문에 이명으로 인해 청력 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청력 저하로 이명이 발생한 경우로 이명이 커지거나 더 자주 들린다고 해서 이로 인해 청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명이 잦아지거나 커지는 경우에는 오히려 청력 저하가 진행돼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울과 불안 등 스트레스와 연관
이명은 스트레스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다수의 만성 이명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조사해 보면 이들 중 62%가 우울 장애고, 45%는 불안 장애를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들이 뇌의 흥분을 고조시키고 대뇌피질의 과도한 활동으로 인해 이명이 발생한다고 보고가 있으며, 이는 이명이 단순히 청각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대뇌피질에 의해 뇌의 보상 회로의 문제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즉 몸이 피곤하거나 긴장하는 경우 이명이 커질 수 있으며 충분한 질 좋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였을 때도 이명이 악화 될 수 있다.
또 이명이 지속되면 피로감이 생기고, 수면장애가 동반되기도 하며, 심하면 집중력 장애와 기억력 장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분석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
효과적인 이명 치료를 위해서는 이명의 원인을 분석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청, 메니에르씨 병 외 기타 내과적인 질환들을 감별진단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병행돼야 하며 원인을 명확치 않은 경우에는 인지 행동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아연 결핍과 비타민 B12 결핍은 이명과 관련이 있을 수 있고 은행나무 추출물이 뇌혈류를 개선시켜 이명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멜라토닌 보충을 통해 만성 이명 환자의 수면의 질을 개선시키는 방법도 있다.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혈관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이명에 좋지 않으며 현대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450~599㎎(벤티 사이즈 1~1.5개)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우 하루 150㎎ 이하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여성보다 이명 발생 확률이 더 낮았다.
다량의 카페인이 이명 위험을 감소시키는 이유를 확실히 설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중추신경계 자극 역할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다량의 카페인은 위에 염증이나 위산과다를 유발 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이명은 원인이 다양해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기 어렵다. 이명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소음이 많은 환경을 피하고 금연과 금주가 필요하며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노력하고 건강한 식이습관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건국대학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신정은 교수는 “오감 중에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것이 청각이고, 또 오감을 관장하고 있는 장기 중에서 가장 작고 예민한 것 또한 청각”이라며 “이명을 잘 다스림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미리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잡스는 애플 컴퓨터와 매킨토시, 아이폰 등으로 사업가 이전에 세상을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56세라는 나이에도 췌장암이라는 복병은 이겨내지 못했던 그다. 사망 당시 그의 재산은 83억 달러(9조 5400억 원)였다.
◇ 5년 생존율 12% 조기 발견 어렵고 예후 안 좋아
의학은 발전하고 있지만 췌장암의 생존율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처음으로 12%를 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가 넘지 않았다.
췌장은 위 뒤쪽,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다. ‘이자(胰子)’라고도 부른다. 위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췌장액을 분비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에서 음식과 섞이면서 음식이 소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또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종괴를 말한다. 췌장은 조직학적으로 외분비샘과 내분비샘으로 나누는데 전체 췌장암의 85% 정도는 외분비샘인 췌관에서 생긴다. 곽봉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은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장기로, 해부학적 특성상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가족력有 발생률 18배↑ 증상 발현 시 복통·체중감소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전적 요인 중에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18배까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적 요인은 식습관, 흡연, 만성 췌장염, 나이, 음주 등이 꼽힌다. 육류나 기름기 많은 식습관의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을 2배 정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은 발암물질로 흡연자의 경우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3배 높다. 특히 만성 췌장염의 경우 15배 정도까지 췌장암 위험도가 올라간다.
남녀 비율을 1.5대 1 정도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올라가기 시작해 70세가 되면 인구 1000명당 1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게 복통과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췌장 머리 쪽에 발생한 경우에는 대부분 황달 증상을 보인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암이 발생할 경우에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 시간이 꽤 지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1) 복부 통증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통증이다. 명치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복부 어느 쪽에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나타날 때는 이미 췌장 주위로 암이 침윤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아 통증이 없는 경우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2) 황달
황달은 췌장암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췌두부암(췌장 머리 쪽에 발생한 암)의 약 80%에서 나타난다. 종양 때문에 총담관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막혀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그에 따라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황달로 나타나는 것이다. 황달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3) 체중 감소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췌장암 환자에게 흔한 증상이다.
4) 소화 장애
종양이 자라면서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소화액(췌액과 담즙)의 통로를 막아 지방 소화에 문제가 생긴다.
5) 당뇨병
췌장암이 발생한 경우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하며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췌장암에 의해 이차적으로 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 완치는 수술이 유일, 가족력 등 위험인자 있다면 정기검진 필수
췌장암이 의심될 경우 초음파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복강경검사, 조직검사 등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췌장암을 완치할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이후 보조적 치료가 필요할 때는 항암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등을 시행한다. 치료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에서 선택한다.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는데 이때는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한다. 몸통과 꼬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비장을 자르는 췌장 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암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비율은 약 20%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침윤된 주위 혈관을 절제하면서 수술하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 암세포 크기를 줄이는 항암치료 후 수술하기도 한다.
곽봉준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따라서 췌장암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 즉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 흡연자, 당뇨,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경우 정기적으로 초음파, 복부 CT 같은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육류나 지방이 많은 식습관보다는 식이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금연과 함께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