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하는 ‘구독경제’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취미와 여가 등 삶의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심심할 때 TV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구독 전성시대,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이색 서비스를 소개한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수면 등이 세계 장수마을 사람들의 건강 비결로 알려져 있다. 사실 ‘밥 먹으면 배부르다’ 식의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든 잘 먹고 잘 자면 면역 기능이 향상돼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뻔한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삼시세끼는커녕 한 끼 차려 먹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매일 색다른 밥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눈앞에 차려진다면 어떨까. 첨단 로봇이 아닌, 식단 구독 서비스로도 가능한 일이다.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
‘혈당 조절은 장기전이기에 식사에 한계가 있는데, 식단을 구독하니 선택지가 많아져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의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을 구독한 40대 김건강(가명) 씨가 남긴 후기다. 그가 선택한 메뉴는 저당식단. 당류와 염분을 최소화하고, 저당 식재료를 3종 이상 활용해 만든 당뇨 예방 식단이다.
‘그리팅’은 이처럼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원하는 날짜에 식단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종류는 저당식단을 비롯해 한 끼 평균 열량이 450kcal인 칼로리식단, 세계에서 가장 장수 인구가 많은 ‘블루존’(Blue Zone) 국가의 식문화를 반영한 장수마을식단 총 3가지다. 이 중 골라 구독 기간과 끼니 수, 배송 희망일을 택하면 해당 식단을 주 2~3회 받아볼 수 있다. 주문 후 조리되는 상품 특성상 구독 최대 기간은 2주이며, 가격은 한 끼당 8500원이다.
홈페이지 구독 신청 페이지에서 ‘메뉴 미리보기’를 누르면 테마별로 18가지 식단을 살펴볼 수 있다.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2주간 제공되는 식단이다. 2주 뒤에는 다른 식단이 그 자리를 채운다. 매일 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박주연 그리팅사업담당 상무는 “식단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려면 계속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분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매월 신 메뉴를 개발한다. 일반 식품 제조업체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사업 모델이지만, 자사는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병원에 환자식을 제공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한 식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식단’을 표방하는 만큼 식단 구성 과정도 까다롭다. 먼저 식단의 특성에 따라 영양 목표를 설계하고, 시기별 어울리는 식자재와 조리법을 연구해 레시피를 완성한다. 그다음 맛, 색상 등의 조화를 고려해 궁합에 맞는 메뉴로 한 끼 식사를 구성한다. 이때 단순히 대중적인 레시피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생소한 재료를 활용해 전에 없는 메뉴를 말 그대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저당식단에는 인슐린 작용을 도와주는 여주와 꾸지뽕이, 장수마을식단에는 산초, 팔각 등 이국적인 재료가 들어간다. 정현정 그리팅Lab 케어식단연구원은 “대개 건강식은 싱겁고 맛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리팅을 통해서는 다양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영양뿐 아니라 맛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 전 세 끼 분량의 체험판을 주문할 수 있다. 그리팅 오프라인 매장인 ‘영양사의 반찬가게’를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영양사와 1:1 건강 상담을 통해 맞춤형 반찬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여의도점·무역센터점·목동점·판교점 총 5곳에서 운영 중이다. 박 상무는 “앞으로는 건강 식단뿐 아니라 연화식 등 고령 친화 식품과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시니어가 더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팅’이 추천하는 장수 식자재
꾸지뽕_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식물로, 뽕나무를 닮아 ‘굳이 뽕나무’라고 불리며 그 이름이 유래됐다. 혈관 건강에 효과적인 루틴이 뽕잎의 약 18배, 녹차의 68배가량 함유돼 있어 혈전 생성을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비린내를 잡는 데 탁월해 해물찜, 갈치조림 등 생선을 찌고 조릴 때 꾸지뽕잎 가루를 함께 넣으면 더욱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여주_입에 쓸수록 건강에는 달다! 특유의 쓴맛으로 한의학에서는 ‘고과’(苦瓜)라 불리는 여주는 사포닌 계열의 모모르카로사이드 성분이 풍부해 신체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쓴맛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제육볶음이나 소불고기 등 양념 고기 요리에 넣으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여주의 쌉싸름한 풍미가 매콤달콤한 고기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당귀_반건조 상태의 당귀는 뜯었을 때 특유의 향을 끈적한 감촉으로 느낄 수 있다. 주로 늦가을부터 봄 새싹이 돋기 전에 캔 뿌리를 건조해 사용한다. 잎이 무성해지면 약의 기운이 잎으로 몰려 뿌리의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절 통증과 치매 예방에 좋은 데커신 성분이 풍분해 노년기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닭볶음, 주꾸미볶음 등 매콤한 한식 요리에 잘 어울린다.
최근 날씨가 급격하게 더워지며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시니어는 어지럼증으로 균형을 잃어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85만5608명이다. 이 중 7월이 11만3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어지럼증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말한다.
여름철에 어지럼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급격히 더워진 환경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게다가 여름철은 무더위와 수분 부족이 뇌 혈액량을 줄여 일시적으로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특히 뜨거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온열 질환과 탈수로 어지럼증을 느끼기 쉽다.
또 섭씨 30도 이상을 웃도는 날씨에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면 기온 차이가 심해진다. 이때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어지럼증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이뇨제나 고혈압약처럼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약이나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먹어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김선숙 인천힘찬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먹는 소염 진통제나 감기약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어지럼증을 계속 경험하는 고령 노인이라면 평소 복용하는 약과 관련 있는지 살펴보고, 증상이 반복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령층, 낙상·골절 조심해야
어지럼증은 특히 시니어에게 위험하다. 고령층은 온도에 대한 신체 적응능력이 낮고, 심뇌혈관 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서다. 무더위와 뙤약볕이 유발하는 어지럼증은 젊은이들이라면 충분히 쉬면 사라진다. 하지만 노인들은 잠깐의 어지럼증으로도 균형을 잃어 넘어지며 다칠 수 있다. 이때 골절을 입으면 회복이 어려워 특히 조심해야 한다.
뼈가 약하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70세 이상 노인이 넘어지거나 떨어질 때 엉덩이관절 부위 골절을 주의해야 한다. 엉덩이관절 골절을 입으면 격심한 통증과 함께 움직이지도 못하고, 허벅지 안쪽에 출혈이 생겨 사타구니와 넓적다리가 붓는다.
김태현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대퇴골의 목 부분이 부러지면 계속 누워있어야 하기에 고령자에게 엉덩이관절 골절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지내다 보면 합병증이나 기존 지병 악화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커진다.
넘어지거나 떨어질 때 척추 압박 골절도 발생할 수 있다. 간격을 유지하면서 맞물려 있어야 할 척추뼈가 골절되면 주저앉아 납작하게 바뀐다. 심호흡을 하거나 기침하는 것도 힘들고, 특히 고령이라면 움직이기 힘들어 만성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구부러진 척추가 내부 장기를 압박해 또 다른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척추 압박과 더불어 허리가 점점 굽어 척추가 변헝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폐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증세를 동반한 어지럼증 ‘뇌졸중’도 의심해봐야
여름철 어지러움과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데 드물게는 뇌졸중이 원인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은 귓속 전정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드물게 척추기저동맥 협착이나 후방 순환계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방치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 땀을 흘리거나 체하면 설사로 탈수가 심해지면서 뇌혈류량이 떨어져 기존에 혈관 협착이 있을 경우 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다.
이시백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어지럼증으로 내원하는 환우분들을 진료하면 어지럼증 증세가 다양하다”며 “여러 증상 중에서 심각한 어지럼증 증세는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귀에서 기인한 보통 어지럼증은 대체로 주위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상으로 느낀다. 전정신경염은 왼쪽 귀나 오른쪽 귀 중 병이 생긴 쪽으로 몸이 쏠리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지러움 증상 중에도 다음과 같은 증세가 동반될 때는 뇌졸중 징조일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뇌졸중 징조
1. 갑자기 사물이 둘로 보인다. (복시)
2. 발음이 꼬인다. (구음장애)
3. 한 쪽 편 힘이 빠진다. (편마비)
4. 한 쪽 편의 감각 저하.
이와 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후방 순환계 이상에 의한 뇌졸중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바로 전문의를 찾아 체계적으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뜨거운 공기가 상공을 뒤덮는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20일 이후 한반도에 강력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폭염 가운데 어지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또 햇살이 강한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는 양산이나 모자로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옷은 헐렁하게 입고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을 입는 것이 좋다. 음식은 잘 익혀 먹고, 틈틈이 충분하게 쉬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평범했던 일상을 잃은 지도 무려 20개월에 가까워지고 있다. 감염률과 치명률이 높다고 알려진 코로나19에 온갖 관심이 쏟아지면서 다른 이슈에는 무감각해지는 사회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 예외가 아니다. 질병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19에 한정돼 타 질병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은 2019년보다 대상포진과 폐렴구균 같은 다른 질병 백신 접종률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하지만 폐렴은 코로나19로 놓쳐서는 안 되는 질병이다. 폐렴은 암, 심장질환과 함께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에 해당할 정도로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병이다. 지난 2019년 기준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만3168명이다. 2021년 1월 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917명인 것을 고려하면 한 해 폐렴 사망자 수가 코로나19 사망자의 25배가 넘을 정도다.
사망자 수 코로나19보다 수십배인 폐렴, 어떤 질병?
폐렴은 폐가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에 감염돼 염증이 발생하는 호흡기 질병이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드물게 곰팡이나 기생충에 의해서 폐렴이 발생하기도 한다.
폐렴은 발생 원인에 따라 경과와 예후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과 함께 노란 가래가 생긴다. 가래에 출혈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일부 균에 의한 폐렴은 가래가 생기지 않는다.
염증이 폐를 둘러싼 흉막까지 침범하면 숨 쉴 때 통증이 느껴진다. 호흡기 증상 외에도 구역질과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염증 범위가 더 넓어지면 호흡부전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벼운 폐렴은 발열과 기침, 가래처럼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한다.
감기와 폐렴은 초기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감기로 착각했다가 폐렴 병세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감기는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하지만 폐렴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기계 증상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고열을 동반한 기침과 진한 색 가래,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면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폐렴 위험군은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폐렴 환자는 112만9844명이다. 10세 미만에서 가장 많았고, 성인이 되면서 점차 줄어들다가 55세부터 다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65세 이상 환자가 전체에서 무려 2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첫 번째 폐렴 고위험군은 고령자다. 나이가 들면 폐기능이 떨어지며 폐세포에서 공기순환능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폐세포에 침투했을 때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령자일수록 폐렴에 더 잘 걸릴 뿐 아니라 면역능력도 떨어져 감염에 취약하다.
다음으로는 당뇨와 호흡기, 심혈관, 신장 또는 간 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폐렴에 걸리면 위험하다. 만성질환자는 이미 가지고 있는 병력으로 면역기능이 약해져 있고 염증반응에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흡연자는 폐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래나 세균, 바이러스 같은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역시 폐렴에 위험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폐렴 예방법?
폐렴은 급성 질환이기 때문에 일찍 발견할 수 있는 정기 검사나 진찰 방법이 거의 없다. 이렇기 때문에 폐렴이 생기기 전에 철저하게 예방해야 한다.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을 이용한 ‘예방접종’이다. 폐렴은 주로 ‘폐렴구균’에 의해 유발된다. 폐렴구균 감염으로 폐렴에 걸리면 호흡곤란이나 저산소증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이 폐렴구균을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백신이 ‘폐렴구균 백신’이다.
이에 정부에서 매년 소아와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등에게 폐렴 백신 예방접종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성인이 접종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백신’과 ‘13가 백신’ 두 가지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접종하면 더 좋다. 13가와 23가 백신을 모두 접종하면 예방 범위도 넓어지고 면역 증강 반응(추가 면역 효과)도 얻을 수 있어서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 같은 폐렴 고위험군은 백신을 맞아도 항체 생성률이 떨어질 수 있어 두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것을 권장한다.
23가 폐렴구균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 항목에 포함돼 있어 만 65세 이상이면 전국 보건소(지소, 진료소 포함)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무료 접종이 가능한 지정 의료기관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전한 예방 접종을 위해서는 건강 상태가 좋은 날 접종하는 게 좋다. 또 접종 뒤 20~30분 동안 접종기관에 머물면서 이상반응이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65세 미만의 건강한 성인은 폐렴구균 백신 예방접종 권장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접종할 수 있다. 특히 폐렴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50대 이상은 접종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으로 모든 폐렴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폐렴을 예방하려면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질환을 치료하고, 균형 있는 영양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흡연은 폐렴 발병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하는 게 폐렴 예방에 도움된다.
코로나19 백신처럼 다른 백신을 맞아야 할 때 폐렴 백신을 함께 맞아도 될까?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추진단)은 동시 접종을 삼가하도록 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백신과 다른 예방 백신을 동시에 접종했을 때 안전하고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진단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가 폐렴구균 백신처럼 다른 백신을 접종할 때는 백신 접종 간격을 최소 14일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충분한 간격을 두고 맞으면 괜찮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다음에 폭염이 세계적으로 대규모 사망을 부를 수 있다.”
AFP통신이 지난달 23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올여름 북반구를 강타한 기록적 폭염에 대해 이처럼 우려하는 보도를 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인데도 피해 규모에 비해 덜 주목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가깝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1도 올라가면 온열질환 사망률이 4%까지 높아진다. 폭염은 특히 지병이 있거나 가난하고, 연고가 없는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의학저널 랜싯에 최근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 30만 명 가까운 노인들이 폭염으로 숨졌다. 2014~2018년 폭염에 희생된 65세 이상 노인 수는 2000~2004년 수치보다 54%가 늘었다.
폭염은 왜 특히 노인에게 치명적일까. 나이가 들수록 체온조절 기능은 약해지고, 방어기제가 떨어진다. 폭염이 지속되면 열사병과 일사병 같은 온열질환 발생률이 늘어나는데, 이는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폭염으로 지병이 악화되면서 사망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폭염이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문진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가 36편의 폭염과 당뇨병 관련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폭염 기간 동안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이 폭염이 아닌 기간보다 1.18배 높았고, 병원 내원율은 1.10배 높았다고 밝혔다.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일 때에 40도 미만보다 병원을 찾게 될 확률이 1.22배 높았다.
보건당국은 한국의 기온상승폭이 지구 평균치를 웃돌고 있어, 65세 이상 노년층 가운데 심장병 같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수분을 충분하게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15~20분마다 한 컵 정도의 물이나 이온 음료가 적당하다. 그렇다고 물이 들어가는 것이면 뭐든 다 좋은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탈수를 유발하는 알코올이나 카페인 섭취는 멀리할 것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여름철 체감 온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반드시 피하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는 작업은 특히 위험하니 삼가해야 한다.
머지않아 70세 이상 인구 6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는 기후위기 취약 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정부가 폭염에 대한 노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올여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독거노인 같은 기후위기 취약계층 3000여 가구와 시설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
단순히 선풍기 등 물품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실내환경진단 등 환경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단체나 기업과 협력해 기후위기 취약가구 지원에 나선다. 53개 시군구의 취약가구(저소득가구, 홀몸어르신 등) 2000곳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진단상담사(컨설턴트)와 함께 폭염대응물품을 지원하고, 유선전화로 폭염시 행동요령을 안내할 예정이다.
지자체에서도 폭염으로부터 노인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홀로 생활하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구리시는 BGF리테일과 협약을 체결하고, 구리지역 CU 편의점 50곳을 8월까지 폭염쉼터로 활용한다. 양산을 대여해 주거나(삼척시), 스마트 그늘막을 설치(양양군)하는 지역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제한적이고 전체 노인 인구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폭염 위기는 더 잘 예상할 수도, 예방할 수도 있다”며 “폭염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데에는 용서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고령화, 막을 수 없는 두 거대한 흐름 앞에서 노인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어제 먹었던 점심 메뉴가 가물가물하고, 방금 맛있는 곳이라며 지인에게 추천 받았던 음식점 이름을 두 번, 세 번 다시 묻는다. ‘자주 깜빡깜빡하는데, 혹시 나도 치매인가?’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한다.
치매는 시니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치매 발병률은 65세 이상 10%, 85세 이상에서는 40%에 달한다. 또 한국인은 치매 발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최소 1.3배 이상 높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는 연령이 평균 2년 이상 빠르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과 언어 능력, 시공간 감각,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손상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대화 중 반복해 묻거나 약속을 잊는 등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 자신의 이름, 주소 등의 신상 정보를 잊는 수준까지 병이 진행된다.
심한 경우 밤낮을 혼동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지만 길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 최근 치매 환자가 실종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는 가운데, 실종된 치매 노인을 문자 메시지로 이른 시간 안에 찾는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시행된 뒤로 총 24여 건의 실종경보 문자가 전국에서 발송됐다. 실종경보 문자 발송 대상자 대부분을 발견해 경보는 모두 해제된 상태다.
제도 도입 3일 만인 이달 11일 경기 수원시에선 실종된 치매 환자 A(79)씨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발견돼 가족 품에 안겼다. 경찰은 수원과 화성 지역 등에 실종경보 문자를 발송했고, 30분 만에 들어온 제보자 신고로 위치추적을 벌여 A씨를 찾아냈다.
지난 24일 전남 여수에서는 "치매 걸린 아버지가 나간 뒤 들어오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를 받고 오후 2시 16분에 실종된 치매 환자 C(75)씨의 인적사항을 담은 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발송 15분 만에 한 주민의 "치매 어르신에게 12시께 담배를 판 사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실종자를 찾아냈다.
문병훈 여수경찰서장은 "실종경보 문자메시지가 실종 아동 등을 찾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실종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가 실종됐을 경우 실종자 정보를 주민들에게 문자로 발송하는 제도다. 재난 문자처럼 이동통신사의 무선기지국을 토대로 해당 지역 안의 주민에게 발송되며 문자에는 실종 대상자의 성명, 나이, 성별, 키 등 기본정보가 담긴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누르면 실종자 사진 열람과 상세한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매 발병률이 갈수록 늘어가는 만큼, 치매 환자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다. 실종 대상자를 봤을 때는 국번 없이 182로 신고하면 된다.
“노후에 수입과 지출의 차액이 매달 5만 엔(약 50만 원)만 나도 65세부터 100세까지 30년 동안 2천만 엔(약 2억 원)이 부족할 수 있다.”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
2019년 6월 일본 금융청이 발표한 보고서가 일본의 시니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돈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 할 수 없고,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의료기술 발달로 ‘100세 시대’를 누리게 된 시니어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제 장수가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받은 월평균 노령연금은 53만6000원에 불과했다.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시니어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으로는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노화로 인해 만성질환을 평균 1.9개나 앓고 있는 시니어는 매달 적지 않은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0만9536원이다. 월평균 노령연금에서 진료비를 제하면 남은 금액은 12만6464원. 아무리 소비가 적은 시니어라고 해도 12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한 달 생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는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일하는 노인 10명 중 7명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아파트 경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어르신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 고령 질병이자 치료비 부담이 무거운 암을 앓은 시니어들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기준으로 항암 치료를 받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유병자’는 201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의료기술 발달로 암 완치 판정을 받는 환자도 늘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 국내 암환자의 일반인 대비 5년 뒤 생존 비율은 70.3%에 달한다.
그러나 암 생존율이 증가함과 동시에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시니어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총액이 늘어나는 탓이다. 한화생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질환 전체의 평균 치료비는 2877만 원이다. 가장 치료비가 많이 드는 간암은 환자 한 사람당 치료비가 6623만 원이나 필요하다. 은퇴 후 소득이 없는 시니어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대수명은 83.3세에 달한다. 59세에 은퇴한 시니어가 평균적으로 24년이 넘는 시기를 적자로 인생을 살며 마감하는 셈이다. 은퇴한 시니어의 노후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제목처럼 삶의 마무리가 인생에서 중요하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웰다잉, 즉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71)를 만나 현시대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실천 방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원혜영 대표는 은퇴 전 풀무원 창업주, 부천시장, 5선 국회의원 등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그와 관련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웰다잉’이다. 실제로 마지막 의정 활동을 펼친 20대 국회의원 시절, ‘웰다잉 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웰다잉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이 굉장히 유명했다. 인공호흡기를 찬 채로 소생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를 두고 가족과 의료진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가족은 사전 할머니의 뜻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고, 의료진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법원 재판까지 갔는데, 대법원은 행복추구권과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연명의료 중단은 이렇게 특수한 경우에만 허락됐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조직해서 관련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16년에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사실 웰다잉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에 했던 수많은 의정 활동 중 하나에 불과한데, 인생 2막의 주제를 웰다잉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 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물어봤다.
“직접 법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삶에서 무수한 선택이 있듯이 하나의 죽음에도 여러 가지 절차와 수많은 선택이 있다. 장례식장 선정, 화장과 매장 같은 장묘법, 재산 분배, 장기 기증 등과 같이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사전에 잘 결정하면 남은 가족 간의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결국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은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로 이어진다. 초고령화로 인한 장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회문화가 바로 웰다잉이라고 생각해, 은퇴 후 봉사활동 차원으로 열심히 웰다잉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웰다잉의 본질은 자기 결정권
‘웰빙’은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만큼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가 큰 터. 반면 ‘웰다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전통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다. 다른 나라는 도심에서도 종종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산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의학에 대한 의존이 커서, 의학이 모든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약 70%는 병원에서 죽는다. 예전에는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병원에서의 사망률이 훨씬 높았지만, 이제는 많이 감소했다. 대신 집에서 죽는 비율이 증가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 내에서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고, 현대의학으로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죽음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런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인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남기는 고통이 크다. 개인이 부담하는 경제적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주변인의 임종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습이 된 것 같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가족의 고통이 합당한가?’ 의문이 든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무조건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 소생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회복이 힘들다면 중단하는 것도 지혜로운 결정이다. 이제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자동차에 계속 기름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따라서 ‘우리 사회가 현대의학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사회에서 용인하고 보장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러한 자기 결정권이 웰다잉의 본질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다만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한 후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연명의료 중단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망 당시 입원한 병원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를 보면 요양병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는 상급병원과 비교해 윤리위원회를 갖춘 곳이 아직 많지 않다.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비용도 들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회의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야 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것이다.”
순리대로 정리하는 삶
그는 삶 속에서 웰다잉이 필요한 이유를 “일종의 순리다”라고 말하며, 첫 번째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소개했다.
“봄에는 새싹이 나고, 가을에는 맺은 열매를 수확한다. 무릇 인생도 같다. 은퇴한 시니어에게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이제는 삶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를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웰다잉의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단추를 유언장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내 삶을 정리하며 쓰는 일종의 종합기록부다. 생전에 고마웠던 이들에 대한 마음이나 남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재산이나 장례 방식 같은 문제를 글로 써보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본인만 할 수 있기에 더 값지다.”
덧붙여 웰다잉을 준비하는 시니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웰다잉을 위해서 우리는 죽음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 일상에서 웰다잉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진석 추기경이 장기 기증을 하고 돌아가셨다는데 나도 해볼까?’ 또는 ‘유언장을 쓰는 게 좋다는데 어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얘기하면서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자식이 먼저 꺼내는 것보다 당사자가 먼저 얘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웰다잉을 공통의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웰다잉, 즉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
“톨스토이는 ‘인간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이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 준비하는 게 지혜로운 인생의 마무리다. 유언장 쓰기, 장기 기증 서약과 같은 과정을 통해 내 삶을 정리하면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웰다잉은 잘 죽는 일과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을 한번 정리하고 새로운 자세로 인생을 살게 하는 중요한 중간 점검과 같다. 이는 곧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길이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했다.
“천만 노인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분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웰다잉 문화의 지속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죽는 노인이 많을수록 사회가 건강해지고 품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외면하는 경향이 만연하지만, 죽음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 병원에서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싶다.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웰다잉 문화 확산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원무과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서 하릴없이 진료를 기다리고, 치료 장소를 찾아서 복잡한 병원을 누비는 풍경. 병원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 집에서 진료를 받거나, 버튼 하나로 진료비 결제가 끝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디지털 대전환과 더불어 코로나19는 병원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병원에 대해 알아보고, 전망을 살펴본다.
도움 및 참고 이지선(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의료팀장), 각 병원 자료 제공
2013년에 개봉한 ‘그녀(Her)’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소재와 더불어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에 관한 얘기로,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라 꼽기도 했다. 당시 인공지능은 생소한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놀라운 건 그로부터 3년 후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알파고’가 탄생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현재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AI 기술을 X-ray 판독 시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 대신 사만다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
앞서 예로 든 인공지능을 비롯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는 병원을 이른바 ‘스마트 병원’이라 부른다. 원격의료부터 시작해 출입 시스템, 병원 행정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대형 병원은 스마트 병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디지털 뉴딜 차원으로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을 통해 수준 높은 정보통신기술을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용하고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검증한다면, 고도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ICT와 의료의 융합
스마트 병원의 등장 배경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고령화와 헬스케어 산업의 발달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까지 1269만 명으로 증가하고, 2060년에 이르면 1762만 명으로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비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12.4%를 차지하고, 전체 진료비에서 40.8%를 차지한다. 2060년에는 39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도래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으로 인한 폭발적 의료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부양 부담과 국가보건의료 재정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경상 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평균인 2.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적 혁신이 필요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 병원 육성 방안’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기술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AI 헬스케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하여 66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령화에 따른 헬스케어의 현안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수요 증가, 의료 비용 급증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때 고령자를 고려하여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ICT와 의료의 융합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을 관리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ICT의 발전에 따라 원격의료로 시작해 스마트 헬스케어, 병원과 가정 등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지능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의 결정체가 바로 스마트 병원이다.
비대면 출입부터 의료진 메신저까지
스마트 병원은 출입부터 진료까지 다방면에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안전한 감염병 통제를 위해 출입 시스템을 변경하고, 더불어 접수 및 퇴원 시 환자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서울병원은 지하철 승강장 출입 시스템과 유사한 스피드 게이트를 구축했다. 환자와 내원객은 감염병 예방 문진표를 작성하고 출입하는데, 문진표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스피드 게이트 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 체온이 정상이어야 출입문이 열린다.
또한 내원 후 환자들의 대면 접촉 및 체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페이스루(PAY Thru)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검사와 투약, 처치를 받으려면 원무 창구에서 수납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진료가 끝난 뒤 한 번만 수납하면 된다. 특히 환자가 미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해두면 원무 창구를 들르지 않고 곧바로 귀가할 수 있다. 페이스루 시스템을 이용하면 환자가 귀가 후 당일 진료받은 내역만 정확히 자동 계산돼 등록된 결제 방법으로 진료비 납부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편리하고 안전한 페이스루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곳도 생겼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현행법상 금지됐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민간 규제 샌드박스 1호’ 안건으로 상정해 2년간 임시 허가했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 화상전화나 웹캠이 설치된 PC로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하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선보였다. 올해 2월부터는 내국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서해 5도’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분, 자가격리나 만성 질환으로 내원이 어려운 분,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한 진료나 같은 질환으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을 받는 분을 대상으로 한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내원이 제한적인 특수한 상황이거나 의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자 가운데 비대면 진료 적합 여부를 꼼꼼히 판단한 뒤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이 등장해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도입한 배송 로봇 ‘클로이 서브봇’은 검체, 약품, 물품 등을 운반해 직원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돕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수술 및 회진 후 수기로 작성하던 수술 및 경과 기록지를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어떤 장소에서든 작성이 가능해졌다.
의료진 간의 새로운 소통 창구도 생겼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Y톡을 활용 중이다. 이 메신저는 담당 환자와 협진 환자 목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메신저상에서 협의가 이뤄진 진료 내용을 전자의무기록(EMR)에 즉시 입력 및 저장할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실적으로 법이나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기술은 좋지만 수가 제도가 미비해서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AI 영상 판독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완성도가 높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 및 처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별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기 때문에 도입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병원에서 쓰일 수 있도록 수가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스마트 병원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
2022년 개원 예정이며,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급성 병원, 커뮤니티 병원, 요양원이 함께 설립된다. 응급 단계부터 회복 또는 임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의료팀이 항상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톈탄 병원
대표적인 스마트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 병실에서 환자는 자신의 사례 보고서를 읽거나 의사의 지시를 받을 수 있으며, 태블릿 컴퓨터로 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병실의 침대 패드는 심장 박동을 포함한 환자의 신체 기능을 모니터링한다. 병실료도 다른 일반병원과 동일하게 책정된다.
허페이 스마트 병원
길 찾기 시스템, 통신 시스템과 연결된 체크인 절차 등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좀 더 제고했다.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원격치료 옵션 또한 가능하다. 건물 관리 시스템, 병원 운영 절차 및 사물인터넷을 통한 환자 치료 지원 등 중앙 척추 역할을 하는 통합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흔히 ‘나잇살’이라 부르는 노인 비만의 특징은 두 가지다. 근육 감소와 호르몬의 불균형. 둘 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호르몬의 원리를 알고, 자신의 상태에 맞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노인 비만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호르몬, 비만과 헷갈리기 쉬운 쿠싱증후군, 그리고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참고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국민체력 100
최근 고도비만 노인이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0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장년층 및 노인의 고도비만 유병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1.5~3.8배까지 올랐다. 고령사회에서 노인 비만은 장수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노인이 되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각종 질환에 취약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악화하는 주범이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노인 비만의 특징은 근육 감소형 비만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의 영향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40대 이후부터 발생해 70대까지 10년에 8%의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는 10년마다 15%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근육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호르몬이다. 을지대학교 김정환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 비만은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성 호르몬의 감소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인 비만의 원인은 ‘호르몬’인 것이다.
우리 몸의 시소, 호르몬
“연예인 A 씨는 살찐 덕분에 재미난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냈다. 살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식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A 씨는 매일 야식을 먹고,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프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았다. 진단을 받아보니 ‘심근경색’이었다.”
위의 사례처럼 야식이 습관이 되면 돌이킬 수 없다. 야근 후 치맥은 정말 맛있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야식처럼 자극적인 음식은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허기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과 식욕을 감소시키는 렙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적절히 분비되면서 몸의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액상과당과 트랜스지방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 호르몬에 이상이 생겨서 살이 찔 수 있다.
호르몬은 체지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의 가늠자가 되는 체지방을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단순히 체지방이 늘면 나쁘고 체지방이 줄면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호르몬은 우리 몸에 필요하며 서로 적절하게 균형 있게 분비돼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렙틴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성장호르몬이 감소할 경우 비만이 생기는데, 이는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신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비만을 일으키는 호르몬
[1] 식욕을 늘리는 그렐린
그렐린은 일명 ‘식탐 호르몬’이라 불린다.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느끼게 하고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호르몬이다.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이 시간에 야식을 많이 먹는 이유도 바로 이 호르몬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간 음식은 그렐린이 급격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해준다.
[2] 비만의 주범, 인슐린
인슐린은 살이 찌고 빠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자에서 분비된 인슐린은 보통 식후 3시간이 지나면 활성화되는데,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적게 분비되면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장수하는 사람의 경우 대체로 인슐린 수치가 낮다고 한다. 고탄수화물 음식, 설탕, 청량음료, 트랜스지방 등을 많이 먹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된다.
[3] 여성을 살찌우는 에스트로겐
에스트로겐은 여성 신체의 특징을 만드는 호르몬이다. 폐경 이후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은 체지방에서 분비된다.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 체지방이 늘어나고, 체지방이 늘면 에스트로겐도 같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때부터 복부에 살이 찌는 남성형 비만이 나타난다.
[4] 포만감을 주는 렙틴
렙틴은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지방세포가 가득 차면 이 세포에서 렙틴이 분비된다. 뇌는 렙틴의 증가를 인지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은 렙틴이 많아도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다. 이른바 렙틴 저항성 때문이다. 렙틴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고도비만으로 이어진다.
[5]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호르몬
어른들도 활력을 유지하려면 성장호르몬이 필요하다. 체지방은 성장호르몬을 억제한다. 체지방과 인슐린이 많으면 성장호르몬 분비량은 줄어든다. 나이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는 줄고 인슐린 분비가 늘면서 살이 찐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호르몬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운동은 필수다.
[6] 근육과 뼈를 키우는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 체지방 감소, 정자의 활동, 뼈 질량에 관여한다. 많이 분비되면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진다. 이 호르몬도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데 적게 분비되면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결혼 후 남성들이 살이 찌는 경우가 많은데, 성생활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이 소비되면서 체지방 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그렇다.
비만과 헷갈리는 쿠싱증후군
“연예인 B 씨는 젊은 시절부터 허리 디스크가 있었다. 심한 통증 때문에 수술을 고민했지만 먹고살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때를 놓치고 말았다. 대신 스테로이드 주사를 꾸준히 맞았다. 덕분에 통증도 줄고 컨디션도 좋아져 수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갱년기 이후 살이 걷잡을 수 없이 찌고, 얼굴이 보름달처럼 붓더니 73kg이었던 몸무게는 93kg까지 늘어났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생긴 쿠싱증후군 때문이었다.”
비만과 비슷하지만 치명적인 질환도 있다. 다이어트를 아무리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병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다하게 만든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분비된다. 하지만 코르티솔이 과잉 분비되면 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과식을 유발하고 혈당과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복부 비만의 주요원인이다.
쿠싱증후군은 코르티솔과 관련된 신체 기관인 부신이나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B 씨의 사례처럼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과다 복용했을 때 발생한다. 쿠싱증후군 환자는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비정상적으로 목 뒤에 지방이 축적된다. 허리 부위는 뚱뚱해지는 반면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지는 중심성 비만도 나타난다. 을지대학병원 오한진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팔과 다리는 가는데, 복부비만이나 목 뒷부분이 두껍게 툭 튀어나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하며 “언뜻 비만처럼 보이지만 이 병은 방치하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증상을 발견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싱증후군은 위험한 질환이므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쿠싱증후군에 걸렸다면, 약물 복용을 서서히 줄이다가 중단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만일 부신 종양이 원인이라면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약물 치료를 한다. 뇌하수체 종양도 없애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운동으로 비만 탈출
비만을 예방하거나 탈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결법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적정한 시기가 지나면 소진된다. 하지만 분비되는 시점에서 몸의 장기를 활성화하고 컨디션을 좋게 해준다. 운동 이후 상쾌한 기분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적정한 운동은 호르몬을 자극해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스포츠 복지서비스 ‘국민체력100’ 관계자는 “식이요법으로도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지만, 노인 비만의 경우에는 운동을 통해 활력을 찾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나이 들수록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초대사율은 떨어진다. 기초대사는 신체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다. 자세 유지, 심장과 뇌의 활동 그리고 각 장기의 활동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신체는 기초대사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그중에 근육에서 소비되는 기초대사율이 평균 40%나 된다. 기초대사율을 증가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운동을 통해 줄어든 근육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증가시킬 수는 있다. 다만 운동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운동 상담사 A 씨는 “젊은이와 비교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연골이 취약한 면이 있어,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운동시간이나 강도와 빈도를 신경 쓰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 예방을 위한 운동
① 심폐 지구력 운동 체중에 의한 허리와 하지 부담을 고려해 고정식 자전거 타기, 걷기, 수중운동(물속에서 걷기, 아쿠아로빅) 등을 추천한다. 신체에 충격이 큰 달리기, 에어로빅 등은 삼가한다.
② 근력운동 머신 및 프리 웨이트, 밴드, 물병, 의자 등의 소도구 등을 가지고 한다. 선택은 개개인의 체력적 특성 및 선호도 등에 따라서 하면 된다. 운동을 할 때는 관절에 유의하며 진행한다.
③ 유연성 운동 주 5회 정도가 적당하며, 정적 및 동적 스트레칭을 한다.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몸을 움직이며, 한 동작마다 30초씩 정지하며 진행한다.
운동 시 주의사항
① 허리 및 하지 관절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
② 운동 강도는 부담스럽지 않게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③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철저하게 한다.
④ 수분을 꾸준하게 섭취한다.
⑤ 신발은 쿠션이 좋은 것을 선택해 신는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다. 이처럼 춥고 궂은 날씨가 늘게 되면 그만큼 야외활동과 운동량이 줄고 관절이 경직된다. 낙상에 의한 골절 위험이 더 올라가는 셈이다.
이때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가 주의해야 할 척추질환이 있다.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다. 최두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골다공증이 있는 60~7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 눈길에 살짝 허리를 삐끗하거나 재채기 등의 사소한 외력에도 척추뼈가 주저앉아 압박골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척추는 위로는 머리를 받히고 아래로는 골반과 고관절을 통해 하체로 연결돼 몸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신경 다발이 지나가는 중요한 구조물로 이러한 기능을 위해 척추체, 추간판, 후궁, 후관절이라는 구조물로 이뤄져 있다.
척추는 원통 모양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높이의 감소나 변형 등을 보이는 압박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 흔히 발생하는 위치는 체중을 많이 지탱하는 흉추·요추부(등허리)다. 허리가 무너지는 듯한 심한 통증이 발생해 거의 움직일 수 없고 통증이 가슴이나 배로 뻗쳐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등이나 허리에 통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고, 평소 척추관협착증이나 디스크 등으로 만성적인 통증이 있는 60대 이상의 고령, 특히 여성에서 큰 외상없이 살짝 엉덩방아를 찧거나 허리를 돌리던 중 또는 재채기 도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정자세로 누울 때 통증은 다소 줄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하면 등이나 허리에 무너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이나 옆으로 굽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변형이 올 수 있다.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압박골절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척추뼈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는데 척추체 앞쪽 높이가 계속 감소해 등과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지는 척주후만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경우 등과 허리가 점점 더 굽어지고 만성적인 통증으로 악화한다. 또 보행도 힘들어지고 전반적인 몸의 기능이 떨어져 폐렴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골다공증 진단 후 꾸준한 관리로 골절 대비해야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척추 엑스레이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엑스레이검사는 척추체 높이가 가라앉은 것은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급성 골절인지 오래된 골절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진단 검사로 척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시행해 골절의 범위와 발생 시점을 파악한다. 골절이 생기면 골절편(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조각)이 생기게 되는데, 뼛조각에 의한 신경 압박 여부와 정도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골밀도 검사나 골대사와 관련한 혈액검사 등을 통해 골다공증 유무와 정도 등을 확인하고, 모든 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급성 골절로 진단된 경우에는 먼저 침상 안정, 진통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2~3주 정도 시행한다. 이어 골다공증과 관련한 다양한 골다공증약과 칼슘, 비타민 D 등의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현저히 통증이 감소하면 허리 보조기를 착용한 채 보행을 시작하고 약물치료를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심한 통증이 지속하거나 척추체 높이의 감소가 진행되면 대부분 환자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국소(부분)마취 상태에서 주사를 통해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해 치료하는 척추체 성형술을 시행한다. 이 경우 심한 통증을 단시간에 호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드물지만 초기 골절의 정도가 심하거나 뼛조각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전신마취를 통해 신경을 풀어주고, 골절된 척추뼈와 주변의 신경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나사못 고정술 같은 수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 당뇨병 또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수술에 앞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두용 교수는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정과 사회에 의료·경제적 부담과 정신·신체적 피로를 높이는 질환이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후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내과적 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 고관절, 손목 등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발생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단기간 치료에 그치지 말고, 평생 관리하고 치료하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뼈 건강을 지키는 생활 수칙]
①칼슘 흡수율을 높여주는 식품인 표고버섯, 말린 자두, 연어, 고등어, 미역을 골고루 섭취한다.
②술과 커피(카페인) 등은 적게 마시고 반드시 금연한다.
③과도한 육류 섭취를 삼가고, 음식은 싱겁게 먹는다.
④규칙적인 운동과 야외활동을 하며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쬔다.
⑤무리한 다이어트는 피하고 근육을 강화해 뼈를 보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