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은 직립보행과 도구를 사용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추정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불을 사용했고 그 후 나타난 호모사피엔스가 우리의 모양과 비슷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약 4만 년 전에 이 땅에 존재했다. 초기 호모사피엔스의 두개골 화석과 현대인이 두개골을 비교하여 보면 진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상악(上顎)과 하악(下顎)이 돌출(突出)상태에서 뒤로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치아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초기에는 치아의 숫자가 약 44개 정도였는데 현대인은 사랑니 포함해서 32개다. 사실 사람마다 달라 엑스레이(X-RAY)를 찍어보면 사랑니가 아예 없는 이도 많다. 일부는 매복치(埋伏齒)로 잇몸 속에 비스듬히 누어 통증이 오면 발치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니가 없으면 진화가 많이 된 사람이고 사랑니가 있으면 진화가 덜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류가 더 진화 하면 씹을 필요가 없는 음식이 개발되어 필요 없는 치아의 숫자는 더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매번 지나다니던 길에서 아가씨 3명이 길을 막고 물티슈를 주었다. 그러면서 “치과에서 진료비를 저렴하게 하는 행사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랑니가 썩어 아파서 치과 가려 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내는 꼴’이 되었다. 사랑니는 구강 깊은 곳에 위치하여 칫솔질이 잘 되지 않았다. 언젠가는 치과에 와야 할 일 오늘 해치우자 하고 치과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다가 다음에 할까 하고 망설여졌다. 뒤돌아서는데 아가씨가 등을 민다. 다른 질병과 비교해 치과 질환은 자연치유가 없다. 꼭 치료를 해야만 병의 진행이 멈춘다. 진료 전 고혈압 당뇨병 없느냐고 묻고 치과의자에 앉아 마취를 하고 30분정도 기다렸다가 발치를 했다. 지혈을 위해 솜을 물고 주의사항을 듣고 치과에서 나왔다. 비록 잘 사용 안하는 사랑니이지만 평생을 같이한 치아가 하나 줄어들어 맘이 허전하다. 마취가 깨니 온몸이 열이 나고 아프다. 진화 하는 사람은 치아 숫자가 줄어든다. 나는 치아 숫자가 줄어들었다. 고로 나는 진화했다.
지인들과 당구를 치고 나면 배도 출출하고 해서 뒤풀이를 한다. 워낙 오래 한 동네에서 만나다 보니 웬만한 음식점은 거의 다 섭렵했다. 매번 음식점이나 메뉴가 겹치기 마련이다. 새로 생긴 집이나 안 가본 음식점이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로 갈까?” 물으면 좀 생각하는 듯하더니 결국 “아무 데나 가자”가 나온다. 그렇게 아무 데로 들어가고 나면 메뉴 선택으로 결정 장애를 겪는다. “뭘 시킬까?” 하고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답한다. 술도 소주, 맥주, 막걸리 중에 고르라고 하면 역시 ‘아무거나’. 소주는 잘 팔리는 브랜드가 두 가지라서 또 어느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역시 ‘아무거나.
성격 좋고 식성 좋으니 결정하는 대로 따른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결정 장애이다. ‘짬짜면’이 그래서 생겼단다. 중국집에 갔는데 짜장면을 먹자니 짬뽕도 먹고 싶고, 짬뽕을 시키자니 짜장면도 먹고 싶은 것이다.
두 가지가 다 나오니 만족스러운 것이다. 요즘은 볶음밥도 한쪽에 짜장 소스를 같이 올려준다. 이런 현상을 '햄릿 증후군'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이르는 말이다.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Hamlet)’에서 주인공인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로 비극 속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런 현상이 소비자의 심리 경향까지 연장되는 모양이다. 몇 가지 중에 고르라면 금방 고르는데, 여러 가지를 내놓고 고르라면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거나 망설이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 음식점에 가서 메뉴를 한참 들여다보지만, 짜장면이나 짬뽕을 결국 선택하면서 결국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니 아쉬워하는 사람을 위해 짬짜면이 나온 것이다. 시니어들에게 메뉴를 고를 때 망설이는 이유는 이미 몇 번이고 다 먹어 본 것들이기 때문이다. 메뉴 선택에 머리를 굴리기 싫은 ‘귀차니즘’은 덤이다. 곱창처럼 맛은 있는데 기름기가 많아서 피하는 메뉴가 아니라면 대부분 ‘아무거나’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판정을 받은 사람이 많아 메뉴 선택에 한계가 있다. 골라 봐야 몇 가지 없다는 것이다. 혼자 먹을 때는 된장찌개, 여럿이 같이 먹을 때는 가장 무난한 것이 얼큰한 김치찌개, 동태찌개이다. 시니어들 주머니 사정도 빤하니 그 이상 메뉴를 고르기도 어렵다. 누군가 좋은 일 있다며 한턱 쏜다고 하면 그제야 생선회집이라도 가 본다.
예전에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흰쌀밥을 먹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백미만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현미나 잡곡밥을 많이 먹고 있다. 약은 아플 때만 일시적으로 먹지만, 곡식은 매일 먹기 때문에 효능이 조금만 달라도 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땀이 자주 나고 기운이 없다면 찹쌀밥을 먹어야 한다. 더운 여름에 몸의 습기를 빼고 체중을 줄이려면 안남미를 먹어야 하고, 콩국물이나 미숫가루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모든 만물은 각각의 효능을 지니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체질이나 병증에 적합한 음식을 늘 먹어 보양하는 것이 좋다.
먼저 쌀에 대해 알아보자. 쌀에는 안남미와 우리 쌀이 있다. 안남미로 밥을 지으면 푸석푸석하고 찰기가 없는데, 이런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도 영향을 받는다. 즉 살을 빼주고 날씬하게 해준다. 그래서 안남미는 열대지방이나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습열이 많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이 먹으면 좋다.
우리 쌀은 밥을 하면 찰기가 있고 찧으면 떡이 된다. 그래서 우리 몸도 찰지게 해준다. 즉 적당하게 살이 붙게 하고 추위를 이기도록 해준다. 추위를 더 강하게 이겨내려면 떡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그래서 가을송편, 겨울새알 등 추운 계절에 먹는 음식이 떡이다. 여름에는 떡을 먹지 않는다. 찹쌀은 찰기가 더 많아서 소화가 잘되고 기운을 보충해준다. 사상의학에서도 찹쌀은 소음인 음식으로 소개하는데, 허약해서 땀이 나거나 자주 설사하는 사람에게 좋다. 또 임신 중 산모가 허약해서 유산 위험이 있을 때도 찹쌀을 먹으면 좋다. 산후 젖 분비에도 좋다. 찹쌀은 살찐 사람이나 얼굴이 붉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고, 마르고 몸이 차며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쌀은 백미로 먹을 때와 현미로 먹을 때 차이가 있다. 백미와 현미는 도정을 어느 정도 했느냐의 차이다. 즉 속껍질을 남겼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속껍질은 위장관과 혈관, 피부를 청소해 깨끗하게 해준다. 일을 많이 하고 자주 굶주리던 시절에는 영양 공급이 가장 중요했기에 백미를 먹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몸은 많이 쓰지 않으면서 너무 많은 것을 먹고 있다. 이럴 때 몸 내부 특히 위장관과 혈관이 더러워져 청소가 중요한데, 현미의 속껍질과 씨눈이 이 역할을 해준다. 아토피와 당뇨 등에 현미가 좋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물론 현미를 먹을 때는 환자의 체질과 위장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 소화가 안 되는데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
좁쌀은 매우 작고 둥근 쌀이다. 허약하거나 허열이 있을 때,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허열을 내려준다. 몸이 약해지면서 진땀이나 구토,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오곡 중 보리가 가장 따뜻하다고 했다. 그래서 보리밥을 먹으면 위장관이 잘 움직이면서 방귀가 나온다. 가스가 잘 차거나 대변이 무르거나 설사를 할 때, 그리고 소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에게 좋다. 몸을 데워주므로 겨울철에 먹는 것이 더 좋다. 그런데 껍질째 볶아서 먹는 보리차는 성질이 차다. 맥주가 차갑듯이 말이다.
귀리는 2002년 ‘타임’ 지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귀리는 고단백, 저당(低糖) 식품이라 당뇨병 환자에게 알맞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동맥경화, 고혈압에 좋으며 땀이 자주 나거나 변비가 심할 때 좋다. 또 산모의 젖 분비를 촉진하고, 소아 발육부진과 허약증에 좋다. 그러나 과하게 섭취하면 위경련과 더부룩함을 유발한다. 많이 먹으면 대변을 자주 보게 하고, 분만 촉진 효과가 있으므로 산모는 주의해야 한다.
요즘은 메밀을 섞어 먹기도 하는데, 메밀도 혈관과 위장관을 청소해준다. 열이 많고 잘 먹는 사람이 몸에 여드름이나 종기 같은 피부병이 생기거나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혈액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에 좋다. 겨울에 땀을 배출하지 못하고 기름진 음식만 먹어 피가 탁해졌을 때는 메밀이 좋다. 단, 몸이 차갑고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홍국(紅麴, red yeast rice)쌀은 일반 쌀을 쪄서 홍국균(紅麴菌)으로 발효시켜 만든 붉은 쌀이다. 북경오리의 겉이 빨간 것은 홍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홍국은 발효시킨 쌀이어서 소화가 잘되도록 도와주고 혈중 콜레스테롤도 낮춰주고 고지혈증에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어혈 제거에 좋은 홍국쌀을 활용해, 교통사고 등 상처를 입었을 때 회복을 돕는다. 혈압과 혈당, 갱년기 증후군과 골다공증에도 효과적이다.
율무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해서 몸의 습기와 부종을 없애준다. 그래서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율무를 자주 먹는다. 다리가 붓거나, 남자의 경우 낭습이 차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손발이 붓거나, 몸이 무거운 사람, 몸이 부으면서 설사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다리가 부으면서 쥐가 잘 나는 경우에도 좋다.
강낭콩, 완두콩, 서리태, 팥 등은 모두 콩과인데, 소변을 잘 나가게 해서 부기를 빼주는 효능이 있다. 해독하는 힘도 강해 술독을 잘 풀어주고 종기나 염증을 해결해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이 있다.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지승민의 공기
유익한 토종균을 섭취할 수 있는 청국장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에 탁월한 단호박을 매치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저칼로리인 송화버섯 장아찌를 더하면 콜레스테롤 걱정 없이 소화가 잘되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후식으로 말린 과일을 곁들여 비타민을 보충한다. 싸리나무차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 열이 나거나 맥이 약할 때 음을 보충하는 ‘보음식품’으로 대표적인 것이 호박, 토란, 버섯 등이다. 이들 식재료를 활용한 이번 한상차림은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 지친 생체 리듬을 회복하고 기력을 더해줄 것이다. 염분과 열량은 줄이고, 영양과 맛을 올린 사찰식단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가을을 맞이해보자.
단호박 청국장 곤드레덮밥 곤드레 100g을 끓는 물에 10분간 연하게 삶아 물기를 꼭 짠다. 한입 크기로 쫑쫑 썰어 낸 곤드레에 진간장(2큰술)과 들기름(3큰술)을 넣어 밑간한다. 씻은 쌀(500g)에 준비한 곤드레와 물(쌀 부피의 1.2배)을 넣어 밥을 짓는다. 단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통째로 15분간 찐다. 찐 단호박에 파프리카(1/4개), 브로콜리(1/4)를 넣고 속 재료가 익을 때까지 끓이다 녹말물을 풀어 걸쭉하게 만든다. 소금이나 간장 대신 청국장으로 간을 하고 들기름을 넣어 고소함을 더한다. 완성된 곤드레밥과 단호박청국장을 카레라이스처럼 플레이팅한다. 기호에 따라 청국장을 더해도 좋다.
로즈메리 송화버섯 장아찌 송화버섯(500g)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뺀다. 다시마(1장), 멸치(50g)를 넣어 끓인 육수(50g)에 집간장(185g), 진간장(840g), 사이다(470g), 로즈마리(5g)를 넣고 팔팔 끓이다 준비된 송화버섯을 넣는다. 식성에 따라 청양고추를 더한다. 산해진미인 ‘솔잎 송로버섯 장아찌’에서 착안한 요리로 솔잎 대신 로즈메리를, 송로버섯(트러플) 대신 송화버섯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말린과일·김튀각 오렌지, 레몬, 파인애플 등 얇게 썬 과일을 건조시킨다. 과일의 수분감이 날아가며 과일 본연의 영양 성분이 농축돼 적은 양으로도 풍부한 영양 섭취가 가능하다. 여기에 바삭한 식감을 더해줄 김부각을 함께 낸다. 찹쌀가루(5g), 물(15g), 소금(0.5g)을 골고루 섞어 묽은 찹쌀풀을 만든다. 김밥용 김에 찹쌀풀을 반만 발라 반을 접고, 다시 반만 발라 접은 뒤 윗면에 찹쌀풀을 발라 통깨를 뿌려 말린다. 식용유(2컵)를 넣고 170℃로 달군 팬에 풀칠한 김을 바삭하게 튀겨낸다.
싸리나무차 구황식물로 콩과에 속하는 싸리나무는 잎, 줄기, 씨앗 모두 식용으로 널리 쓰인다. 고혈압, 동맥경화 완화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 싸리나무 잎(100g), 감초(2개), 다시마, 연근, 당근을 넣고 끓인다.
살아가는 데 음식은 꼭 필요하다. 요즘은 과잉 섭취 때문에 고민이거나 다이어트가 큰 관심사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집 안 물건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간소하게 먹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TV를 틀면 넘쳐나는 쿡방, 먹방 프로그램. 과거의 요리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나와 요리법을 시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엔 음식점을 컨설팅해주거나 여행과 결합해 외국의 맛집까지 탐방하는 등 계속 진화 중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미식과 여행에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먹는 즐거움이 영원히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니어는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로 식생활에 제한이 생긴다. 그래서 최근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며 시니어를 위한 식품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 식품 시장 규모 갈수록 늘어
바나나, 두유, 두부, 청국장의 공통점은? 고령화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식품들이다. 1인 가구와 고령화로 간편식을 찾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식품의 매출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일도 깎지 않고 씻기만 해서 간편하게 먹는 과일이 인기다. 유통회사나 식품 관련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매장 진열은 물론 시니어 식품 시장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7명 중 1명인 고령화 사회다. 또 황혼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노인 1인 가구도 늘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삼시 세끼는 필수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시니어 식품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시니어의 식생활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유명한 욕구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하위 단계에서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즉 가장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인 안전 욕구가 충족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들의 식생활 사정은 심각해 보인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28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6명 중 1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했다. ‘영양 섭취 부족’은 1일 권장 열량 섭취량(남성 2000kcal, 여성 1600kcal)의 75% 미만에 해당하고, 칼슘 등의 섭취량이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칼슘은 전체의 약 82%, 지방은 약 71%나 부족했다. 단백질이 부족한 노인도 약 31%나 됐다. 이렇게 영양이 부족하면, 신체의 대사기능이 저하되고 면역체계에 이상이 온다. 최근 한 기업에서 40~80대 부모를 둔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절반이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귀찮다(26%), 소화가 안 된다(22%)는 이유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시니어는 연령대에 따라 건강상태도 다르다. 스스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식사를 챙길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노화로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혼자 식사를 챙기지 못할 경우가 문제다. 나이가 들면 왜 식사하는 데 불편함을 겪게 되는 걸까. 그것은 몇 가지 신체 변화 때문이다. 우선 미각의 변화다.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가 크게 줄어들면서 미각이 둔해지는 탓에 짜거나 달게 먹게 되어 당뇨와 고혈압 위험이 커진다. 그다음으로는 저작(咀嚼) 장애다. 치아와 잇몸 손상으로 음식 씹기가 힘들어 영양 섭취가 어려워진다. 또 연하(嚥下) 장애(삼킴 장애)로 음식물이 기도나 폐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소화액이나 연동운동 감소로 인한 소화 장애도 생긴다. 이러한 여러 장애 때문에 고령자를 위한 별도의 식품과 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것이다.
실버 푸드가 발달한 일본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은 ‘노인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및 급식 서비스’로 정의된다. 건강기능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 두부류 및 묵류, 전통 및 발효식품, 인삼과 홍삼 제품이 여기에 포함된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출하액 기준 2011년 5104억 원에서 2015년 7903억 원으로 약 55%나 급증했다. 2015년 국내 전체 식품 시장 규모로 보면 아직 1.5% 수준으로 비중이 미미하지만, 고령화 속도로 볼 때 급성장이 예상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친화식품은 영양분과 소화 용이, 저작과 연하 용이 순으로 중요했다. 또 60세 이후 건강한 간식을 챙겨 먹거나, 영양보다는 소화가 잘되는 식품의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시니어를 위한 식품과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다. 일본은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노인이다.
이들을 위한 고령친화식품을 일본에선 개호(介護)식품이라 표현한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는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DF, Universal Design Food)로 식품의 굳기와 점도를 고려해 규격에 맞춘 식품을 판매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는 쉽게 씹을 수 있는 1단계부터 삼킬 수 있는 4단계까지 구분된다. 이후 2014년부터 개호식품은 스마일케어식(Smile Care Foods)으로 명칭을 바꿔 판매 대상을 넓혔다. 개호 예방을 위한 식품부터 무스나 젤리 상태의 식품까지 범위도 넓다. 이런 음식들은 외관상으로는 차이가 없이 물성을 변화시킨다.
심화되는 고령화, 실버 푸드 시장 온다
나물 종류의 채식을 좋아하는 시니어도 있고 육식을 선호하는 노인도 있다. 또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단 조절이나 영양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만성질환을 위한 건강식, 끼니를 챙기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간편식, 저영양 상태를 보충하는 영양식, 건강이 악화된 사람의 간병식 등 세분화되어야 한다.
신체가 쇠약해져 이동이 어려우면 식재료를 사러 다니기도 힘들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구매 난민, 쇼핑 난민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노인을 위한 식품을 판매하거나 이동 점포까지 운영한다. 또 상품배달뿐 아니라 고령자 혼자서 하기 힘든 전구 교체 등의 집안일까지 지원해 인기다.
우리나라도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고령친화식품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했다. 식품기업들도 고령자를 위한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시니어는 미식과 간편식을 즐긴다. 고령친화식품 시장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상태이지만, 시니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과 서비스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멍게비빔밥
멍게는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바다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재료다. 살이 잘 오른 멍게를 손질해 밥과 비벼 먹으면 어느새 당신도 모르게 멍게의 매력에 빠져 있을지도! 멍게 속의 타우린 성분은 심근경색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재료
멍게 5마리, 마늘 5쪽, 부추 50g, 오이 ½개, 밥 2공기, 무순 약간, 참기름 약간
초고추장: 고추장 ½C(1C: 200㎖, 큰 숟가락 1스푼 정도 분량), 레몬즙 1T(1T: 20㎖, 큰 숟가락 1스푼 정도 분량), 다진 마늘1T, 설탕1T, 참기름1T, 생강즙 ½t(1t: 5㎖, 작은 숟가락 1스푼 정도 분량), 매실청 2T, 식초 2T, 올리고당 2T
만드는 법
1 멍게는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비빔밥에 들어갈 야채를 손질한다. 분량의 재료를 잘 섞어 초고추장을 만든다.
3 그릇에 밥을 담고 준비한 채소와 멍게를 위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초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잘 비벼준다.
양파 피클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피클만 한 음식이 또 있을까. 오이 피클이 지겹다면 오이 대신 양파를 사용해보자. 양파의 퀘세틴이라는 성분은 혈관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해 고혈압을 예방해준다.
재료
양파 1개, 적양파 2개
피클 주스: 물 2C, 설탕 1C, 식초 1C, 피클링 스파이스 1T, 소금 2t
만드는 법
1 양파와 적양파를 링 모양으로 얇게 썬다.
2 냄비에 분량의 피클 주스 재료를 넣고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끓인다.
3 깨끗이 소독한 병에 얇게 썬 양파를 넣는다.
4 뜨거운 피클 주스를 병에 붓는다.
5 약 20분간 실온에서 살짝 식힌 뒤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서 하루 이상 숙성시킨다.
#레시피 #멍게비빔밥 #양파피클
‘좀비보험’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출시된 정책보험인 노후 실손보험과 비슷한 길을 걸으리라는 관측이었다. 지난해 선보인 노후 실손보험의 4월 한 달 판매 건수는1626건에 그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반응이 튀어나왔다. 4월 첫선을 보인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흥행 돌풍이 만만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2일부터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7개 손해보험사(삼성·한화·흥국·현대·메리츠·KB손보·DB손보)의 판매 건수를 집계한 결과, 4월 말 기준 총 4만 9385건을 기록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과연 초반 흥행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매력은 무엇일까.
가입심사 완화, 유병력 고령층에 적합
실손보험은 전 국민 3명 중 2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의 80~90%를 보험금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병원비 걱정을 덜어주는 필수 보험으로 꼽힌다. 문제는 나이가 많거나 만성질환으로 치료 중이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심사’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것. 금융당국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최대 75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노후 실손보험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가입심사를 간소화한 유병력자 실손보험 개발을 추진해왔다.
새롭게 선보인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상품명’처럼 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질병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도 가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가입자의 병력을 전혀 심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심사 항목을 기존 18개에서 6개(병력 관련 3개, 직업, 운전 여부, 월 소득)로 축소했다. 5년 전까지 살피던 치료 이력도 2년 내로 축소했다. 혈압, 당뇨병, 심근경색, 뇌출혈·뇌경색 등 질병 이력이나 만성 질환이 있어도 2년 내 치료 이력이 없으면 가입이 가능해졌다. 투약 여부는 아예 따지지 않는다. 5년 내 치료 이력을 살피는 것은 ‘암’(백혈병 제외) 1개뿐이다.
기본적인 보장 범위는 일반 실손보험의 기본형과 같다. 두드러진 차이점은 통원치료를 하며 의사에게 처방받는 약제(처방조제)에 대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우스갯소리로 “밥보다 약을 많이 먹는다”는 고령층이 가입 전 유의할 부분이다. 보장한도도 다소 축소됐다. 입원 한도는 5000만 원(동일 질병·상해당)으로 일반 실손보험과 동일하나, 외래 진료 보장 한도는 회당 30만 원에서 20만 원(연 180회)으로 줄었다.
일반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특약 보장항목으로 선택할 수 있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비, 비급여 주사료,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비도 제외됐다.
반면 의료비 중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는 자기부담률은 높아졌다. 기존 일반 실손보험은 보장대상 전체 의료비 가운데 가입자가 10% 또는 20%를 부담하지만,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30%를 가입자가 내야 한다. 입원 시에는 최소 10만 원을 자기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통원 외래진료 시 최소 자기부담금은 1회당 2만 원이다. 보험료는 1년마다 갱신되고, 보장 범위 한도와 자기부담금 등 상품 구조는 3년마다 조정된다.
가입 가능 연령은 최대 75세(보험 나이 기준)까지이고,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4월 기준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 연령을 살펴보니, 60대 이상이 4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37.4%), 40대(13.5%) 순으로 주로 중장년층이 가입했다.
월 평균 보험료는 50세 남자 3만5812원, 여자 5만4573원 수준이다. 1인당 평균 보험료가 일반 실손보험(1만8043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4월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자의 78.2%가 50대 이상으로, 보험료가 높은 중장년층이 다수 가입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보험사별, 최대 보험료 30% 차이
4월 기준으로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7개 보험사가 먼저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출시했고, 5월 초 NH농협손보가 가세했다. 6월에는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이 판매에 나선다.
주목할 것은 이들 회사에서 판매하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보장 내용과 한도는 기본적으로 동일한테, 보험료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4월 기준 유병력자 실손보험 전체 담보에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각 보험사의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50세 남성의 경우 DB손해보험의 보험료가 3만4263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50세 남성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가 가장 비싼 곳은 삼성화재로 4만238원이었다. 50세 여성의 경우 메리츠화재의 보험료가 4만9154원으로 제일 저렴했고, 삼성화재는 6만3838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들 회사의 보험료는 최대 1만5000원 차이로, 약 30%의 격차가 벌어졌다.
60세 남성의 경우 KB손해보험의 월 보험료가 5만770원으로 가장 낮았고, 삼성화재는 5만8532원으로 제일 비쌌다. 60세 여성도 KB손해보험의 월 보험료가 6만4635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가장 비싼 곳은 한화손해보험으로 7만8578원이었다.
보험 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보장 내용은 동일한데도 각 보험사마다 적용하는 위험률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가입 전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복 가입도 유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 내에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입원비로 4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출한 보험 가입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 개의 실손보험이 있다 해도 총 400만 원 내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금액만을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 관련 Q&A 자료 및 도움말 금융위원회
Q 경미한 치료 이력이 있지만 건강한 편인데,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해야 하나?
A 건강한 사람이나 경미한 치료 이력만 있는 경우 일반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과거 치료의 이력 때문에 일반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가입심사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일반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고, 일부 보장이 제한된다.
Q 현재 고혈압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 중이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해 처방전을 받고 있는데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한가?
A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약 복용만으로 해당 질환이 잘 관리되고 있고, 최근 2년간 별다른 치료 이력이 없는 경우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 5년간 암(백혈병)과 관련한 진단 또는 입원, 수술 등 치료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가입이 제한된다.
Q 일반 실손보험과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어떻게 다른가?
A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통원 시 약국에서 처방받는 처방조제비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를 제외하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일반 실손보험 기본형과 보장 범위가 동일하다. 다만 일반 실손보험의 비급여 특약 보장 항목인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비, 비급여 주사료, 비급여 MRI·MRA 검사비는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과도한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해 자기부담률을 30%로 상향했고, 최소 자기부담금(입원 10만 원, 통원 2만 원)도 내야 한다.
지역마다 명산(名山)이 우뚝하다. 대전은 보문산이 유명하다. 이밖에 봉황산과 식장산, 장태산, 만인산, 갑하산, 구봉산, 천비산, 우산봉, 금수봉, 빈계산 등도 명함을 내민다. 이 중 보문산은 ‘도심의 허파’라는 별칭답게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
보문산은 보물이 묻혀있다 해서 ‘보물산’으로 부르다가 ‘보문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보문산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으로 보문산성이 있는데 여기에 오르면 대전 시내가 모두 보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지역 프로야구팀인 한화이글스의 경기를 내려다볼 수 있다. 과거엔 케이블카도 운행되었지만 철거한 지가 오래되어 흉물만 남아 있다. 등산로와 약수터가 가득하여 빈 물통 하나만 들고 올라도 든든하다. 봄에는 진달래와 벚꽃이 많이 피어나고 가을에는 단풍이 더욱 아름답다. 보문산은 또한 보리밥으로 유명하다. 과거 보리밥은 없는 사람들이 주로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건강식으로 사랑받기에 이르렀다. 보리의 원산지는 티베트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소 2,500년 전부터 보리를 재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신선한 푸성귀와 각종의 나물, 그리고 비지와 된장찌개까지. 여기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두어 방울 떨어뜨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면 맛있는 보리밥이 완성된다. 보리(밥)는 혈관에 낀 때인 콜레스테롤을 잘 벗겨낸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오랫동안 보리밥을 먹으면 풍(風) 기운이 동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니 믿을 수밖에. 보리는 또한 고혈압 예방과 당뇨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즐겨 먹고 볼 일이다. 오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은 보리밥을 꾸준히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하니 보리는 참으로 신통방통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방귀를 시원하게 뀔 수 없는 장소에 가기 전에는 보리밥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으니 주의하시라!
열다섯 살 소녀는 키가 멀대같이 컸다. 친구들이 꺽다리라고 놀려댔다. 선생님은 운동을 권했지만 소녀의 눈에는 모델과 영화배우의 화려한 옷들만 아른거렸다. 아버지가 가끔 사오는 잡지를 들춰보며 무대에 오르는 꿈도 꿨다. 패션계를 주름잡던 모델 루비나를 흠모하고 카르멘 델로피체처럼 되고 싶었던 소녀는 자주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리고 어느새 75세가 되어버린 은발의 소녀는 기어코 일을 내고야 말았다.
발가락 다섯 개만 겨우 집어넣은 하이힐을 신고 그녀가 무대 위에 오르자 관객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숨이 막혀왔다. 등짝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조명 속에서 쾅쾅 울려대는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런웨이를 돌아 나오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캣워크를 무던히도 연습했건만 소용이 없었다. 등 뒤에서 누가 자꾸 쫓아오는 것만 같아 도망치듯 걸었다.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키미제이’ 메인 모델로 런웨이에 오른 최화자 씨는 아직도 설레는지 두 볼이 발그레했다.
“너무 떨렸어요. 높은 구두를 신고 걸어가다 잘못해서 넘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죠.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요. 시니어 모델이 국내 최대 패션쇼 메인 모델로 발탁된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키미제이 대표 김희진 디자이너가 함께 모델 공부를 하는 김칠두 선생이랑 저를 부르시더니 무대에서 선보일 옷을 입혀보고 워킹도 해보라 하셨어요. 부족한 게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우리를 과감히 메인 모델로 세우셨어요. 김칠두 선생은 오프닝, 저는 피날레 무대를 장식했죠.”
20대 젊은이들을 위한 패션쇼에 “웬 시니어 모델?” 하며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었을 터.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카메라 감독들도 이 낯설고 도발적(?)인 무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셔터를 눌러댔다.
“런웨이에 오르기 전, 실수만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다 무대 분위기가 괜찮았나봐요. ‘신선하다, 젊은 모델과 견줘도 손색없다, 멋지시다’ 하며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주시는 카메라 감독도 있었어요. 꿈만 같았죠.”
은발의 소녀는 수줍게 웃었다.
칠십 넘어 시작한 모델 공부
최화자 씨가 본격적으로 모델 공부를 시작한 것은 71세 때인 2014년. 강남에 모델 교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 달려가 등록을 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너무 늦은 출발이었다. 대부분은 허리가 굽고 다리가 휘어질 나이였다. 친구들은 봉사나 하러 다니면서 손주들이나 돌볼 일이지 그 나이에 유난스럽게 별 걸 다 배운다며 한마디씩 했다.
“우리 집 애들도 ‘운동 삼아 다니시겠지’ 했대요. 엄마 나이에 모델? 전혀 상상이 안 됐던 거죠. 지금은 ‘우리 엄마 점점 더 멋져지시네!’ 하면서 좋아해요. 손주들도 ‘우리 할머니 짱!’이라고 해주고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내 품에 손주들을 안겨줬을 때도 기뻤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말하라면 바로 지금이에요.”
그래도 칠십이 넘은 나이에 하는 공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허리를 똑바로 펴고 걷는 것부터 연습했어요. 기본 워킹에 표정 연기, 포즈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 처음엔 일자로 걷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비뚤어진 체형 바로 잡는다 생각하고 틈날 때마다 거울 보며 연습했어요. 또 장 보러 갈 때도, 친구 만나러 갈 때도, 전철 타러 갈 때도 일자걸음으로 걸으려 애썼죠. 그러기를 벌써 5년이 됐네요. 그런데 왜 표정 연기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웃음)”
중학교 때 소녀의 키는 168cm나 됐다. 선생님은 키가 크니 운동선수를 해보라 권했다. 그러나 소녀는 운동이 싫었다. 온통 예쁜 옷에만 관심이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상상도 자주 했다. 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잡지 속 여인들처럼 예쁜 얼굴이 아니라서 주눅이 들곤 했다.
“‘나는 못생겨서 모델을 할 수 없을 거야’ 하면서도 자꾸 그쪽을 돌아봤어요. 한동안은 패션계를 주름잡던 모델 ‘루비나’에 푹 빠져 지냈어요. 제 롤모델이었지요. 움푹 들어간 눈이 묘한 매력을 발산하던 그 여인, 카리스마가 대단했죠. 카르멘 델로피체는 또 어떻고요. 부러움과 질투심을 동시에 일으키게 하는 여인이잖아요. 올해 87세인데도 무대를 누비고 다닌답니다. 그녀의 표정과 몸매를 보셔요. 전율이 느껴지지 않나요?”
열다섯 살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 꿈꾸는 소녀처럼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휴대폰에는 델로피체의 사진이 한가득이었다.
파도가 몰아치던 시절
한 됫박의 물음표를 들고 걸어가는 것이 인생일까. 누구든 파도가 치는 시절을 겪는다. 40대 때 그녀의 삶도 물음투성이였다. 하루 종일 눈물이 흐르는 시간을 살던 어느 날 무작정 교회를 찾았다. 기도라도 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로 휘청일 때 종교는 위안이 됐다. 아직 먼 곳을 바라볼 힘은 없었지만 그날그날 이겨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조금씩 생겨났다.
“경제적으로 크게 무너지니까 회복이 잘 안 되더라고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그러나 주부로만 살던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더군요. 하루는 막막한 심정으로 벼룩시장 광고지를 들여다보는데 간병인을 모집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서독으로 간호사를 파견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1970년대 무렵이었을 거예요. 결혼 전 저도 독일에나 가볼까 하고 간호 보조 교육을 받았어요. 결국은 못 갔지만 간호 업무를 배워둔 덕에 한전 부속병원 소아과에 취직도 할 수 있었죠.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병원일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이 일 저 일 가릴 형편이 아니어서 용기가 났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17년 동안 간병일을 했어요. 아직도 함께 일했던 몇몇 동료들이 일하고 있는데 급한 상황이 생기면 가끔씩 도와 달라고 전화가 옵니다. 예전에는 돈 때문에 일했지만 지금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갑니다.”
간병일을 하면서 그녀는 인간의 모습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젊은 사람에게 병원은 나아서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곳이지만 노인에게 병원은 저 세상으로 가기 전 들르는 정거장 같은 곳이었다. 가진 게 많든 적든 떠나는 길은 다 똑같았다. 모두들 후회하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그녀는 더 건강을 챙기고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했다.
“모델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뒷방 노인네처럼 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뒤늦게라도 시작한 공부가 삶의 원동력이 되었어요. 알게 모르게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지 대사증후군도 없고 당뇨, 고혈압도 없어요. 뱃살 하나 없이 몸무게도 일정해요. 의사 선생님도 깜짝 놀란답니다.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재미있고요. 10년, 20년 아래 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감각도 생각도 젊어지는 것 같아요.”
쇼호스트에도 도전
그녀는 현재 ‘더쇼프로젝트 모델컴퍼니’에서 공부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나가 워킹과 표정, 포즈를 연구하고 연습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영주 대표는 청계천수상패션쇼, 광명동굴패션쇼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시니어 모델 참여를 기획하고 도왔다. 정 대표 덕분에 그동안 10여 차례 패션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최근 메인 모델로 무대에 오르는 데도 큰 힘이 되어줬다. 소중한 인연이다.
그녀의 첫 무대는 무사했을까.
“당연히 진땀 흘렸죠. 무대에 오를 때는 대본을 먼저 짜요. 어디까지 걷고 어떤 포즈를 하고 어떻게 들어와라 하는 내용이죠. 첫 무대에 올랐을 때 얼마나 떨렸겠어요. 잔뜩 긴장해서 걷고 있는데 한 분이 ‘그쪽으로 가면 안 돼’ 하고 지적을 해서 순간 아찔했어요. 지금 같으면 표 나지 않게 수습했겠지만 그때는 무대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그래서 ‘어머나! 어떡하지? 내가 실수했나봐’ 하고 뒤로 돌아선 거예요. 뒤따라오는 사람 얼굴과 떡 마주쳤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잘못 알고 지적을 했더라고요. 교수님은 누가 실수를 해도 지적하지 말라고 조언하셨어요. 당황해서 더 큰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우왕좌왕 허둥댔던 그날이 어느새 추억이 됐네요.(웃음)”
최근에 쇼호스트 공부도 시작했다는 그녀. 건강할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시니어가 자신을 보며 ‘이 나이에 이런 사람도 있네’ 하면서 자극을 받아 자신의 삶을 한 번 더 불태우면 좋겠다는 바람도 슬쩍 귀띔한다.
영원히 박제될 뻔했던 꿈, 다시 꺼내어 펼쳤으니 그녀만의 무대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가령취(加齡臭)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나이가 들면 나는 냄새다. 일반적으로 ‘노인 냄새’로 알려진 고령자 특유의 냄새를 말한다. 40대 이후부터 점차 체내에서 배출되는 노넨알데하이드(Nonenaldehyde)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냄새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성 향수까지 출시됐을 정도다. 아쉽게도 노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냄새는 또 있다. 바로 입 냄새, 즉 구취(口臭)다. 은퇴 후 대인관계가 더 많아질 수도 있는 시니어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노넨알데하이드가 원인인 가령취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환기를 통해 냄새가 방 안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고, 침구 세탁과 소독을 자주 한다. 소취제나 탈취제, 향수 등 기능성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향불과 같은 연소형 제품도 도움이 된다. 오랜만에 만난 손주들이 품에 안기기 싫어하면 가령취를 의심해봐야 한다.
나이 들수록 구취 발생 가능성 증가
구취의 경우 가령취와 해결 방법이 다르다. 원인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구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치주질환과 충치. 치주질환과 충치는 전 연령층에서 볼 수 있는 질환인데 왜 시니어들의 구취가 더 심각한 것일까. 이에 대해 콩세알튼튼예방치과 이병진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입안에 인공적인 보철물이 하나둘 늘어가기 마련이에요. 임플란트, 브리지, 크라운 등과 같은 보철물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 끼어 있는 음식물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것이 까다로워져요. 그리고 관리를 안 하면 점점 상태가 나빠져 냄새도 더 심해지죠. 문제는 이런 악취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게 됩니다.”
연령이 높아지면서 구취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 있다. 특히 당뇨는 충치나 치주질환으로 인한 악취와는 또 다른 냄새를 발생시킨다. 여러 질환으로 다양한 약을 복용할 때는 구취가 더 심해진다. 노화로 인해 타액 분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입안이 건조해지면서 악취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구취에는 생선 비린내와 유사한 황(黃) 성분이 있어 불쾌감을 준다.
‘종이컵 숨쉬기’ 자가진단 소용없어
구취를 검색하면 다양한 자가진단법에 대한 정보들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용없다. 방법만 다를 뿐 자신의 ‘침 냄새’ 맡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구취에 대해 후각세포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구취를 인지하기가 어렵다.
구취를 인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이 냄새를 맡는 것이다. 그러나 입 냄새가 난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냄새가 얼마나 심한지,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불쾌감을 주는지는 알아내기가 어렵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장비가 개발돼 치과에 보급되고 있다. ‘구취 측정기’가 그것. 그동안 외산 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이오바이오의 ‘브레스뷰’ 같은 국산 제품이 등장하면서 치과에서의 사용이 대중화되고 있다. 구취 측정기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장비와 연결된 일회용 투명관을 입에 물고
2분 30초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구취의 여부는 물론 구취의 정도, 구취의 원인도 알려준다. 구취를 측정하면서 만성질환 발병을 몰랐던 환자가 자신의 병을 자각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습관 개선, 냄새 제거에 도움
구취가 입안에서 발생하는 질환에 따라 영향을 받는 만큼 해결 방법 역시 치료가 우선이다. 이 원장은 구취 원인에 따른 대응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구취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결 방법도 개인별 맞춤치료가 필요합니다. 구강상태, 칫솔질 습관이나 식습관, 전신질환, 호흡습관, 흡연 등 그 원인을 다각도에서 분석해 치료를 해야 합니다. 가글 등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으니 치과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습관 개선도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인스턴트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식사는 거르지 않는 게 좋다. 과일이나 아채를 골고루 먹으면 타액 분비가 촉진된다. 커피는 물을 함께 마셔주는 것이 좋다. 설탕이 많이 든 간식은 피하고, 자일리톨 껌 등으로 입과 혀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타액분비에 도움이 된다.
혀 클리너로 백태를 제거하면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지만, 백색의 혀 조직을 백태로 오해해 박박 긁어대면 혀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백태는 칫솔로 살짝만 건드려도 떨어져 구분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