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우주의 4대 구성요소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우주의 구성 원소를 물, 불, 공기, 흙으로 봤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건강하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이 4가지라 할 수 있다. 이번 달에는 불, 그중에서도 햇볕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태양은 밤낮과 사계절을 주관한다. 해가 뜨면 따뜻해지면서 밝아지고, 해가 지면 서늘해지면서 어두워진다. 태양의 고도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하루와 1년의 주재자는 태양이다. 지구상의 생물은 이 리듬에 맞춰 잠을 자고 활동하는데, 이 리듬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 한의학의 원전인 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밤낮의 리듬에 맞춰 사는 것이 건강과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면서 태양의 리듬을 따르는 자는 흥하고, 태양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태양의 흐름에 맞춰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떠야 일어나 활동할 수 있었으며, 해가 지면 잠들어야 했다. 기름을 써서 불을 밝히는 것은 비싸서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태양의 흐름에 맞춰 살기 힘든 시대다. 인공조명이 있어 밤새워 활동할 수 있고, 그러기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실내에 있으면 밖이 어두운지 밝은지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지금이 몇 시쯤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우리는 반세기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자연에서 완전히 멀어져버렸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모든 자연이 태양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도록 설정되어 있듯, 인간도 태양의 흐름에 맞춰야 건강할 수 있다. 교대근무, 야간근무, 태양이 들지 않는 지하근무를 오래하면 몸이 나빠진다. 몇백만 년에 걸쳐 누적된 유전자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땅의 물은 햇볕을 받아 수증기로 변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물-수증기-비의 순환은 지표면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식물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로 하고, 햇볕을 매개체로 해서 광합성을 한다. 동물은 이런 식물을 먹고 산다. 그리고 척추동물들은 햇볕을 받아 털이나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한다.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척추동물은 반드시 햇볕을 받아야 한다. 동물인 인간도 일종의 광합성을 해야 한다. 야행성 동물들은 햇볕을 쬐지 못하기 때문에, 비타민D를 합성한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으며 보충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고, 불면증, 우울증이 생긴다. 그래서 태양의 고도가 낮은 북유럽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광욕을 한다.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 또한 비타민D 부족과 관련이 많다. 땀이 쉽게 많이 나는 것 또한 비타민D 부족과 관련이 있다.
태양광선은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으로 나눌 수 있다. 적외선은 사람의 몸을 데우고, 식물은 가시광선으로 광합성을 한다. 땅에서 사람이 받는 자외선은 UVA, UVB로 나눌 수 있는데, UVA는 유리창을 통과함은 물론 피부 깊숙이 침투해 주름과 기미, 주근깨를 만들면서 피부를 노화시킨다. UVB는 유리창을 통과하지 못하며 각종 염증과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닷가나 높은 산에 갔을 때 피부가 벌겋게 익는 것은 UVB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외선은 안 좋기만 한 것일까? 자연은 지구라는 환경에서 최적화되도록 진화되었기에 자외선을 포함한 햇볕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물론 지나치면 피부암, 기미, 주근깨가 생기기도 한다. 뭐든 적당해야 한다.
현대인 특히 한국인은 비타민D 결핍이 심하다. 햇볕을 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 노동자가 매일 햇볕을 쬐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창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쬐는 시간 말이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지금은 자외선 과다를 걱정하면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때가 아니라, 자외선 부족을 걱정해야 할 때다. 주 3회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에 20분 정도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그런데 도시는 미세먼지, 공해, 스모그 등으로 UVB가 지표면에 잘 도달하지 않는다. 바닷가나 고산, 물가가 UVB를 받기에 더 적합하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UVB가 약하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에 충분히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낮에 햇볕을 잘 받으면 밤에 심해지는 병증이 호전된다. 밤에 잠 못 이루는 불면증, 밤에 얼굴로 열이 후끈 올라오는 갱년기 조열증, 밤에 심해지는 천식, 밤에 심해지는 두드러기나 아토피피부염 등이 심한 사람은 낮에 햇볕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낮에 기운이 없고 심해지는 증상은 밤에 잠을 잘 자야 한다.
첫째, 햇볕은 아토피피부염, 건선 등 피부병과 과민성장증후군, 대장암 등 대장 병증, 알레르기비염, 천식 등 폐 병증을 잘 치료해준다. 한의학적으로 폐, 피부, 대장은 같은 그룹이다. 척추동물이 햇볕을 받아 털과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는 것은 햇볕이 폐, 피부, 대장을 활성화시켜준다는 의미다. UVB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햇볕 전체의 효과다. 요즘은 비타민D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복용하고 있는데, 피부를 통한 합성보다는 효능이 떨어지며 폐, 피부, 대장을 활성화하는 힘도 약하다.
둘째, 뼈가 약해지는 병증, 갱년기, 성기능쇠약, 자궁암, 전립선암, 골다공증, 성장에 좋다. 한의학적으로 뼈와 생식기는 같은 그룹이다. 인체를 깊이에 따라 나누면 뼈가 가장 깊은 부위이고 그다음으로는 살, 피부, 털의 순서다. 건강할 때는 뼈가 단단하고 농축되어 있지만 병들거나 노화되면 뼈의 골수가 몸 밖으로 새어 나온다. 단백뇨, 당뇨, 땀이 쉽게 나는 증상, 탈모 등이 그 사례다. 햇볕은 뼈를 단단하게 해서 몸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단전 회복의 의미도 있다.
셋째, 심장에 좋다. 혈압을 낮춰주고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해준다.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해주는 효과도 있다. 우리 몸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근원은 심장이다. 즉 우리 몸의 태양은 심장이며, 그 근원은 하늘의 태양이다.
넷째, 우울해서 생긴 병증을 잘 치료해준다. 우울증, 유방암, 불면증 등에 좋다. 습기가 적은 화창한 날에는 우울증이 호전되는데 햇볕의 역할 때문이다. 한의학적으로 표현하면 기가 울체된 것을 풀어준다.
다섯째,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해독 효능도 있다. 햇볕은 황달 등 간에 무리가 갔을 때 해독해주는 힘이 있다.
최철한(崔哲漢)
-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인간의 삶에는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하는 많은 관문들이 존재한다. 학교생활이나 입시, 첫사랑 등 사회적, 감정적 과정들을 거친다. 사람의 몸도 비슷하다. 성장에 따른 성장통도 있고, 연령별로 예방을 필요로 하는 질병도 있다. 사춘기도 마찬가지. 갱년기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관문이다. 노화를 비켜갈 수 없는 누구나 이 갱년기를 경험한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만난 김진분(金珍粉·56)씨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이 과정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이어 찾아온 당황스러움은 평범한 중년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다.
건강한 남편과 별 탈 없이 잘 자라준 아들 녀석, 곧 취업을 앞둔 딸아이. 김진분씨의 가정은 전형적인 화목한 가정이었다. 마치 행복을 대표하는 광고 속 모델의 미소와 같은 그런 흠잡을 것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차 싶었다. 이미 어둡고 긴 그림자가 그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갱년기였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병, 갱년기증후군
김씨는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언젠가부터 목과 어깨가 뭉쳐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저 피로가 좀 덜 풀렸거나 무리한 부분이 있어 그런가 싶었죠.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도통 사라지질 않았어요. 몸이 불편하니 잠도 잘 안 오고,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피로는 점점 더 쌓여가고, 악순환이었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동네에서 마사지도 받아보고, 혹시나 해서 정형외과도 가봤다. 당연히 별 문제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용하다는 한의원도 가봤는데 역시 허탕이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냥 찌뿌둥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운동량을 늘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래서 많이 걷고 할 만한 운동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어느 날부터 발바닥이 찌릿찌릿해지면서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졌어요. 몸이 무거워서 좀 움직여보고 싶은데 발이 받쳐주질 않으니 여러모로 곤란했죠.”
그러고 나서 그녀는 갱년기 증상을 겪는 중년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증상과 마주친다. 바로 울화였다. 누군가에게 화를 잘 내지 못하는 김씨의 성격이 더해져 중년의 홍역은 그대로 독이 됐다. 가족이나 누군가에게 윽박지를 법도 한데 모두 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품은 화는 다시 열이 됐다.
“밤에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몸이 덥고 뜨거우니 겨우 잠이 들어도 얼마 안 돼 깨버리는 과정이 반복됐죠. 이런 좋지 않은 과정이 반복되니까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병원을 찾기로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다시 물색한 병원은 효과가 있었다. 비슷한 증상들로 고생한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렇게 지난 4월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여성건강클리닉 이창훈(李昌勳·53) 교수를 만났다.
이창훈 교수는 김씨를 갱년기증후군 증상을 겪는 중년 여성의 전형이라고 정의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초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4명 중 1명은 이런 증상을 겪기 마련이에요.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을 겪으면서 신체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데요, 사람에 따라 적응을 하기도 하고,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지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열이나 안면홍조 등도 이 때문이에요. 나이가 많아지면서 마르는 것 역시 열 때문입니다.”
남성보다 여성의 증상이 더 다양
이 교수는 누구나 갱년기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데 김씨처럼 신체적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갱년기 장애라고 설명했다.
“갱년기는 대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사이를 말하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10여 년 정도 일찍 맞는 경향이 있어요. 남자도 갱년기 증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생리적인 면에서 변화가 많고, 정서적인 면에서도 민감한 편이어서 심신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최근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경향과 달리 갱년기는 심하면 30대 초반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조기화를 보이고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환경적 요인 등이 여성호르몬의 감퇴를 촉진한다는 것. 또한 난소낭종 등으로 난소를 일찍 절제했거나, 자궁근종 등으로 자궁을 적출한 경우에도 수년 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갱년기 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교수가 설명하는 갱년기 증상은 흔히 알려진 것 이상으로 다양했다.
“갱년기 과정에서 겪는 증상들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안면홍조에서부터 식은땀, 불안,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잦은 소변, 요실금 등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갱년기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두통, 목의 통증, 어깨 결림, 손발 저림, 냉증, 요통, 발 통증, 질 건조로 인한 질염 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빈혈이나 갑상선 이상, 우울증, 유방암, 관상동맥질환, 소화기질환, 담석증, 담낭염, 방광염증, 자궁암, 골다공증, 각종 관절염과 관절 부상 등도 갱년기증후군과 무관하지 않아요.”
또 폐경 후 시간이 지나면서 골다공증이 급속도로 진행되기도 하고, 고지혈증이 증가하면서 고혈압, 심장병, 중풍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김씨는 첫날 이 교수를 만나 치료했던 날을 기억했다.
“교수님을 처음 찾은 날 굉장히 힘들었어요. 병명도 모르겠고 게다가 큰 병일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있었으니까. 처음엔 몰랐었는데, 온갖 걱정을 하고 있었나봐요. 교수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이야기는 하소연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교수님께서 너무 공감을 잘 해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마지막에는 부끄럽게 눈물까지 들켰으니까요(웃음).”
김씨는 이 교수가 증상에 대해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준 덕분에 온갖 걱정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했단다. 특히 “병은 마음에 담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두고 다니는 것”이라는 이 교수의 조언이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다.
‘몸의 적응’에 초점 맞추는 한의학
이 교수가 선택한 치료는 초기에 선택하는 치료법 중 하나인 수기치료. 병원에 따라 추나요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치료법은 굳어져 있는 근육을 풀어 긴장도를 완화하고 몸의 순환을 도와준다.
“양의학이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집중한다면, 한의학의 관점은 다소 다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씁니다. 노화로 인해 부족함이 계속되더라도 불편함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치료의 지향점입니다.”
좀 더 자세히 풀이하면, 갱년기증후군의 한방치료는 크게 노화로 인한 생식력·생명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과,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구분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한약치료는 초기 또는 갑자기 나타나는 증상과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구분해서 처방하는데 가미소요산, 시호가용골모려탕, 육미지황탕, 사육탕, 귀비탕 등의 한약이 쓰인다. 이외에 침이나 뜸치료, 수기치료 등 환자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고, 환자에게 맞는 운동법을 추천해 집에서 하도록 만드는 자율훈련법도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좋아 자주 쓰인다.
주치의처럼 새로운 동반자로
김씨는 모든 증상이 완치됐지만 계속 병원에 다닐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외였다.
“이번 경험은 제게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도 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맘 맞는 의사를 만나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교수님 조언대로 식생활에도 변화를 주고, 운동도 시작했어요. 아쿠아로빅 수업도 시작했고, 수업이 없는 날을 대비해 헬스클럽도 끊어놨어요. 또 아파트 주변 산책로가 잘되어 있어서 걷기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겠다고 다짐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새롭게 주치의가 생겼다 생각하고 교수님도 뵙고 가족의 건강도 부탁드릴 계획이에요.”
이창훈 교수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자신의 갱년기 증상이 어떤지는 갱년기지수(Kupperman’s index) 설문지를 통해 어느 정도 체크해볼 수 있어요. 만약 심상치 않다 싶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조기치료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한방병원에서는 적외선 체열촬영법을 통해 상열감은 물론 전신에 나타날 수 있는 통증, 수족냉증, 손발 저림 등을 시각적으로 판단하기도 하고, 수양명경경락기능검사로 스트레스 상태나 민감도, 자율신경 균형 상태 등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시는 경우가 많은데 무모한 일이에요.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나을 수 있으니 꼭 조기에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요즘 동료 의사들이 임플란트 환자가 늘었다는 말을 많이 해요. 보험적용이 되어 비용 부담이 줄어들었고 날이 따뜻한 봄에 치료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몇십 년 전에는 틀니가 엄청 비쌌는데 이제는 임플란트를 어버이날 선물로 선택할 정도로 대중화됐다.예전에 비해 시술 비용이 많이 저렴해졌고 재료의 국산화, 수면시술 등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치아는 오복(五福) 중 하나라고 한다.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더페이스치과 이중규 원장에게 치아를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과 임플란트 시술에 대해 들어봤다.
65세 이상 시술, 관리가 더 중요하다
40~50대 이후부터 치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치아도 피부나 몸처럼 한꺼번에 노화되는 건가요?
많은 사람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병원에 옵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비도 많이 들고 치료도 더 힘들어지죠. 다른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패밀리닥터의 조언으로 정기검진처럼 6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고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치료를 받습니다. 치아 건강에 엄청 신경을 써요.
얼마 전, 치과 임플란트 부작용 분쟁으로 10건 중 4건은 시술이 중단됐다는 기사가 났어요. 이 기사를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임플란트는 기본적으로 잇몸 절개를 하고 턱뼈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 외과적인 진료이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전에 환자의 상태를 체크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환자에게 고지해야 하는데 간혹 설명을 안 하는 경우도 있어요. 임플란트는 치료가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광범위한 뼈 이식 등 추가 시술을 할 수도 있어서 시술보다 시술 후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이 점에 대해 환자의 이해를 이끌어내야 좋은 진료가 될 수 있어요.
임플란트 부작용 환자가 특히 60대 이상에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나이 많은 분들 중에는 골다공증과 당뇨, 심장질환과 같은 전신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높고 임플란트를 지지하는 치조골이 줄어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뇨나 심장질환은 대개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관리가 잘되고 있습니다. 반면 골다공증은 치료제를 먹으면 뼈가 단단해지면서 내부 혈관이 줄어들고 턱뼈가 녹고 썩는 괴사 증상이 올 수 있어서 임플란트 치료에도 영향을 미쳐요. 치과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이 골다공증 약을 먹는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알려야 해요.
간혹 ‘임플란트 전문의’라는 광고를 봅니다. 임플란트 전문의가 따로 있나요?
현행법상 임플란트 전문의는 없어요. 임플란트는 치아가 없는 턱뼈에 인공치근을 심고 그 위에 치아의 머리를 제작해서 끼우는 시술입니다. 굳이 나누자면 인공치근을 심는 것은 구강외과나 치주과에서 할 수 있고 머리를 만드는 것은 보철과에서 할 수 있습니다. 즉 전반적인 치과 개념이 종합되어야 하나의 진료를 할 수 있어요.
임플란트보다 틀니가 나은 환자도 있어
임플란트 비용이 70만원대에서 200만원대로 다양합니다. 왜 이렇게 비용이 다른가요?
과거에는 수입 제품으로만 치료를 했기 때문에 비용이 높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모든 부품이 국산화됐고 국산 업체가 더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또 재료가 다양해지고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비용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치료의 수가는 환자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고 의료진의 지식과 노력, 경력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비용 편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틀니를 더 많이 했는데, 요즘엔 임플란트 시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유가뭘까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현재 국산 임플란트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 65세 이상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좀 더 대중적인 치료로 자리 잡았어요.
이전에는 만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적용되던 치과 임플란트 건강보험이 2016년 7월부터 그 범위가 확대되어 만 65세 이상 부분 무치악(이가 다 빠진 이틀) 환자에게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50%는 본인 부담, 50%는 국가 부담으로 치료받을 수 있어요. 보험적용을 하면 보통 60만원 정도 들고 총 2개까지 가능합니다. 나이가 들면 피부 탄력이 줄어들듯 뼈의 볼륨도 줄어드는 퇴축 현상이 생기는데, 임플란트를 심으면 치조골 퇴축이 안 됩니다. 그것이 틀니와 다른 임플란트의 큰 장점이죠.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 어렵거나 임플란트보다 틀니가 나은 환자도 있나요?
임플란트가 좋은 치료이긴 하나 만능은 아닙니다. 아주 드물지만 임플란트가 불가능할 정도로 치조골의 상태가 안 좋은 사람도 있어요. 환자 중 70대 어르신이 있었는데, 이분은 40대부터 틀니를 꼈어요. 치아 없이 30년 정도 틀니를 끼면 치조골이 자연스럽게 퇴축해요. 임플란트는 뼈에다 심어야 합니다. 이런 분들은 모든 치아의 뼈를 다시 만들어야 해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틀니를 사용하기도 해요. 임플란트의 개수를 줄이기 위해 임플란트에 의해 지지되는 복합형 틀니도 있습니다. 그런데 틀니를 하면 치조골이 줄어들며 헐렁해져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겨요.
전체 임플란트 식립은 무엇인가요?
임플란트는 힘을 받는 구조가 틀니와는 다르기 때문에 자연치와 아주 가깝죠. 그래서 임플란트가 가능한 환자는 임플란트를 하는 게 나은데, 임플란트 식립은 쓸 수 없는 치아가 전혀 없거나 이미 치아를 모두 상실한 경우 모든 치아의 기능을 임플란트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여러 개의 치아 이식과 광범위한 골 이식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나 수면마취를 통해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노인들의 치아 관리, 이것만큼은 꼭 신경 써야 한다면 뭐가 있을까요?
치아는 오복 중 하나입니다. 건강하게 잘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건강한 치아를 원하신다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또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도 줄여야 합니다. 치과에 가면 돈이 많이 든다고 안 가시는 분도 계신데 보건소로 가면 비용 부담을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예방적 차원에서 자주 치과에 가고 위생관리를 잘하는 분은 치과 치료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요.
4월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니, 이 산 저 산에 상춘객들이 붐빈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산을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몸이 안 좋으면 산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등산을 하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복식호흡으로 바뀐다
평지에서 조깅을 하면 거친 숨을 내쉬게 된다. 즉 가슴으로 숨을 쉬는 흉식호흡을 빠르게 하게 된다. 그러나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등산을 하면 아랫배와 전신을 움직이면서 거친 숨을 헉헉 몰아쉬게 된다. 즉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 오르막길에서는 평지보다 산소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숨이 가빠지는 것이다.
쓰는 근육도 다르다. 우리 몸은 이러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횡격막을 더 아래로 끌어내려서 한 번에 더 많은 숨을 들이쉬게 된다. 숨을 더 많이 들이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내쉬는 것이 필수다. 단전호흡을 할 때도 내쉬는 호흡이 더 길어야 한다.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더 많은 숨을 내쉬기 위해 몸은 가슴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아랫배를 옥죈다. 그래서 단전과 허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아랫배를 옥죄던 힘을 풀면 호흡이 아랫배까지 깊이 내려가면서 자동적으로 복식호흡이 된다. 이러한 복식호흡은 단전호흡 또는 단전에 뜸을 뜨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도시생활을 하면 머리만 쓰고 몸을 쓰지 않기 때문에, 머리는 뜨겁고 배는 차가운 상열하한증(上熱下寒證)이 생기기 쉽다. 머리가 뜨거워져서 열이 나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눈도 충혈되고 건조해지며 어깨와 뒷목은 자주 뭉친다. 반면 아랫배가 차가우면 소화가 안 돼 아랫배가 나오고 전립선이 붓고 정력이 떨어지며 다리와 무릎 힘이 약해지고 손발이 시리며, 여자는 자궁 기능이 나빠진다. 그리고 발바닥을 지압하면 몹시 아프다. 머리와 가슴에 열이 몰리면 화병의 상태와 유사하다. 당연히 컨디션이 좋을 리 없어 학생들의 경우는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등산을 하면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 이때 인체 상부에 몰린 열은 복식호흡을 통해 아랫배까지 내려가 손발 끝까지 퍼져나간다. 그래서 등산을 하면 잠도 잘 오고 어깨 뭉침도 잘 풀리고 머리와 눈이 맑아지고 밥맛이 나며 정력이 강해지고 다리 힘이 강해지는 것이다. 손발 시림도 많이 완화된다. 머리와 가슴의 열이 내려가므로 화병과 스트레스도 개선된다.
등산을 하지 않던 사람이 등산을 하면 오르막길에서 굉장히 힘들어하며 숨을 가쁘게 쉰다. 하지만 참고 계속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이 편안해진다. 이때가 바로 뭉쳐 있던 배가 풀리면서 흉식호흡이 복식호흡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특별한 질환, 심장 관련 질환이 없다면 복식호흡으로 바뀌는 순간까지 힘들어도 참고 등산하는 것이 좋다. 빈속에 등산하면 복식호흡으로의 전환이 더 빠르다.
밥맛이 좋아진다
등산을 하면 밥맛도 좋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섭취한 음식물을 비위가 맷돌처럼 갈아서 소화를 시킨다고 표현한다. 이때 맷돌을 더 잘 돌리려면 팔다리를 많이 움직여야 한다. 등산은 팔다리를 적극적으로 쓰므로 소화에 좋은 운동이다. 동시에 복식호흡으로 횡격막이 내려가면서 배 운동까지 된다. 다시 말하면 더 많은 숨을 내쉬기 위해 아랫배를 옥죄면서 위장의 연동운동이 더 잘돼서 더부룩함이 사라지고 소화에 좋은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질병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럴 때 기를 돌려서 몸을 치료한다. 약재로는 박하, 귤껍질, 향부자 같은 향이 나는 약재를 많이 사용한다. 기(氣) 편에는 “한가로우면 기가 막힌다”는 내용이 있다. 또 “한가롭게 노는 사람은 몸을 움직여 기력을 쓰는 때가 많지 않고, 배불리 먹고 나서 앉아 있거나 눕는다. 이렇게 하면 경락이 통하지 않고 혈맥이 막혀 노권상이 생긴다. 그래서 귀한 사람은 겉모습이 즐거워 보여도 마음은 힘이 들고, 천한 사람은 마음이 한가해도 겉모습은 힘들어 보인다”면서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지도리는 좀을 먹지 않으니, 사람도 이처럼 적당히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산하면서 내쉬는 숨과 땀을 통해 우리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고 몸을 단련할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인공의 빛에 노출돼 있는데 이처럼 가까운 것만 보기 때문에 시력에 더 문제가 생기고 마음도 좁아진다. 등산을 하면서 자연의 빛을 받아들이면 눈도 마음도 밝아진다. 따라서 현대인들에게 등산은 매우 필요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뼈가 튼튼해진다
우주 비행사들에게는 골다공증이 직업병처럼 발생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뼈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몸이 뼈를 발달시키지 않는 것이다. 중력이 없는 바다에서도 뼈가 필요하지 않아 문어, 오징어가 바다에서 살고 있다. 자연에는 사치가 없다. 자연은 필요 없는 것은 발달시키지 않는다. 어릴 때 많이 맞고 자라면 통뼈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뼈는 중력, 즉 압박을 받아야 골밀도가 높아진다.
골다공증 환자가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면 뼈에 강한 압력이 걸리면서 뼈가 단단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어느 산을 가 봐도 40~50대 주부들이 많다. 이것은 등산이 그분들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뼈의 상태를 봐서 정도에 맞게 운동해야 한다.
하산하다가 무릎을 다쳐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이 제법 있다. 대부분은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다친다. 등산할 때는 먼저 몸을 푼 뒤 올라가야 한다. 또 하산할 때는 정면으로 내려오지 말고 옆걸음이나 뒷걸음질 치듯 비스듬한 자세로 내려오는 게 좋다. 무릎 충격이 한결 덜하다.
계곡 길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갔다가,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불어오는 찬바람에 맞아 독감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땀구멍이 열린 상태에서 능선의 강한 바람을 맞으면 바람이 몸속 깊숙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기가 심하게 걸리고 오래간다. 따라서 능선에 오르기 직전에 방풍이 되는 옷을 입어주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온탕에서 온몸을 풀어준 다음, 쌍화탕이나 생강차를 마셔주면 좋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올 것이 왔다 싶었다. 화장실에서 평소와 다른 시커먼 그것을 보았을 때 말이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가 떠올린 것은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의사는 그의 병이 위암이라고 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만난 오성표(吳聖杓·68)씨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상부위장관외과 장유진(長有鎭·40) 교수를 만나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병을 부정하며 진단을 탓한다. 그렇게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분노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반복한다. 그러나 오성표씨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암인지 알기 2년 전쯤에 집안에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2011년쯤이었습니다. 그때 실의에 빠져 매일 술로 살았거든요. 잠이 오질 않으니 자기 전 소주를 들이켰고, 새벽에 잠에서 깨 맨정신이 되면 또 괴로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침 5시부터 안주도 없이 강소주를 마시기 시작했죠. 그런 생활을 2년 가까이 했으니 몸이 온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어요.”
게다가 흡연도 문제였다. 아내와 자녀의 잔소리는 수십 년째 이어졌지만 끊기가 힘들었다.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그 어려움 속에서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담배밖에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씨가 놀라지 않았던 데에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위암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이유도 있었다. 먼저 병을 경험한 선배(?)들은 위암은 이제 치료가 가능해진 병이라고 했다.
몸이 보낸 구원의 신호
그렇게 지내다 혈변을 몇 차례 확인하곤 동네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암의 진행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두 곳의 종양 중 하나는 초기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1기에서 2기로 막 넘어가려는 상태였다. 의학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어떻게 보면 그의 몸이 ‘혈변’이란 신호를 보내준 것은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위암은 대부분의 경우 초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조용히 성장하기 때문이다. 위암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소화불량이나 복부의 불편감 정도라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결국 정기적인 검진 정도가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인데, 오씨는 검진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어려운 자영업자라서 이 점에서도 불리했다.
그렇게 불행 중 다행으로 암의 존재를 알게 된 오씨는 지인 소개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찾는다. 수술 날짜를 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씨의 운명을 좌우할 수술 집도의 장유진 교수를 만난다.
장유진 교수는 서울삼성병원 안지영 교수, 보라매병원 안혜성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위암 분야 여성 외과의사 1세대로 꼽힌다. 그전까지는 남성 의사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흔치 않은 여성 외과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것이 어렵진 않았을까 괜한 염려를 하자, 대수롭지 않다는 오씨의 대답이 돌아온다.
“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여자 의사도 이런 수술을 하는구나 했죠. 얼마나 잘하시길래 여자 의사가 이런 수술을 하실까 하며 별 걱정 안 했어요.”
장유진 교수도 같은 대답을 한다.
“처음 부임할 때 병원 내부에서도 비슷한 걱정을 했죠. 혹시 환자들이 거부감을 보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괜한 기우였어요. 환자분들은 선입견에서 훨씬 자유로워요. 어차피 이름을 보고 미리 성별을 짐작하고 오시기 때문에 처음 대할 때 어색함은 없었죠. 오히려 여자 의사라서 꼼꼼하게 더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 같아요.”
수술 난이도 높인 심방세동
하지만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수술에 문제가 생겼다. 외과의들이 꺼려하는 상황 중 하나였다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위의 상태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위의 벽은 모두 5개 층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큰 것이 안쪽에서 3개 층까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죠. 암이 발생한 위치도 모두 아래쪽이어서 위 전체를 잘라낼 필요 없이 3분의 2 정도만 절제하면 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부정맥으로 인한 심방세동이었죠. 심장이 떨면서 피떡이 만들어질 수 있어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드셔야 하는데, 수술 부위가 아무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출혈이 계속되면 상황이 좋지 않으니 주의해야 했어요.”
그리고 2013년 9월 9일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오씨는 그날을 자세히 기억했다. 워낙 겁이 없고 담담했던 그도 그날만큼은 겁이 덜컥 났단다.
“수술실 바닥은 모양에 신경 쓰기보다 청소하기 쉽도록 되어 있잖아요. 수술 도구들도 많고요. 그것을 보니 예전에 갔었던 소 도축장이 생각나더라고요. 묘한 기분이 들면서 진짜로 내가 수술을 한다는 실감이 났죠. 그리고 마취에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수술 후더라고요.”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진행됐다. 복강경 수술은 끝에 수술 도구가 달린 기다란 막대만을 몸속에 넣어 집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복 없이 4cm 이하의 크기로만 절개하면 충분하다. 절개 부위가 적어 환자의 회복은 빠르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개복 수술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에 외과의사의 섬세함이 필요한 수술 방법이다.
장 교수는 수술 과정에서 정확한 범위의 림프절을 절제하고 출혈부위를 최소화 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수술은 기대했던 대로 성공적이었다. 걱정했던 출혈도 없었고 회복도 빠르게 이뤄졌다. 항응고제도 다음 날부터 정상적으로 투약할 수 있었다.
위암 수술의 성패는 조기발견
대체 위암은 왜 생기는 것일까?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종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조기위암 통계자료를 보면 위암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5만1584명에서 2015년 7만1564명으로 5년 새 약 39%가 증가했다. 또 2015년 기준, 60대가 31%(2만2245명)로 가장 많았고 70대와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위암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지목되고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소금이다. 실제로 서구식 식생활을 하는 나라에 비해 한국과 일본의 위암 환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찌개, 김치 같은 고염식이나 젓갈 등의 염장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이다. 직화나 훈제 같은 조리법도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발표가 있다.
위암 발병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두 배 정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음주 과정에서 짜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장유진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여성은 비슷한 연령의 남성이나 갱년기가 지난 여성보다 위암 발병률이 낮은 대신, 암이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운 ‘반지고리형 암’인 경우가 많다. 의학계에선 이 원인을 여성호르몬으로 지목하고 있다.
장 교수는 위암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1기 정도에만 발견되면 우리가 완치라고 부르는 5년 생존율이 97%까지 올라가요. 국가에서도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위내시경으로 위 상태를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은 거의 대부분 수술로 치료한다.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경우도 있고 위의 위치가 상부에 있거나 암의 진행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완전히 잘라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항암 치료제나 표적 치료제가 활용되기도 하지만 위암의 특성상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위 ‘약빨’이 잘 듣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위암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치료 수준도 높다. 환자가 많다 보니 의료 현장의 전문의들 경험이 많아 국내 의사들의 위암 수술과 치료 실력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그래서 장 교수는 위암 판정을 받으면 반드시 수술 전문가, 특히 소화기외과의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치료 과정이 수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외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85%나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소화기내과와 종양내과 전문의들도 치료에 참여한다. 장교수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면 병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활동적 생활로 긍정적 마음 갖게 돼
흔히 위의 일부나 전체를 잘라내면 잘 먹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오씨의 경우처럼 3분의 2 정도 잘라낸 사람도 일반인과 비슷한 식사량을 보인다. 오씨 역시 그랬다.
“수술을 하고 나서 처음 한 달 정도는 죽 같은 것만 먹었죠. 하지만 이후부터는 예전처럼 식사를 했어요. 지금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살고 있어요. 사실 어려운 수술도 했고, 위의 절반 이상을 잘라냈는데 그 전과 달라진 것을 잘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위암 수술을 하고 난 뒤 환자들에게 잘 먹을 것을 권한다.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철분 결핍성 빈혈이나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도 걱정해야 한다. 장 교수는 “수술 후 석 달 동안은 영양실조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해요. 그래서 무리한 저염식, 특히 소금을 아예 안 쓰는 금염식은 말리죠. 일단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수술한 환자는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지는데 입맛까지 잃으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안정이 되면 금염이 아닌 저염식 식사를 권하죠”라고 말했다.
물론 오성표씨의 삶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을 줄였다. 그렇게 즐기던 술은 이제 아주 특별한 날에만 한두 잔 마신다. 그리고 새벽에 운동도 시작했다. 특히 다시 시작한 일은 그가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차에 이런저런 생활용품을 싣고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것. 옛날로 치면 보부상 같은 일이다. 워낙 활동적인 일이다 보니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특히 여러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요즘은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있다. 교수님은 술은 위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했지만 술에 의지했던 그 시절이 자꾸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특히 친구들을 만나면 늘 말해요. 아무리 속상해도 빈속에 강술은 먹지 말라고요. 안주 ‘좋은 놈’으로다가, 밥하고 같이 먹으라고요.”
중년에 많이 나타나는 고혈압, 당뇨, 뇌혈관 질환, 통풍 등 성인병은 비만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인병이 있는 시니어는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은 다이어트를 위해 근육을 태우는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인데, 나이든 사람은 이러한 운동법이 오히려 신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 섭취도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시니어들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일반 다이어트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다이어트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는 선한의원 김한수 원장을 만나 시니어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글·사진 이학영 객원기자 mrm97@naver.com
시니어의 비만은 일반 비만과 뭐가 다른가요?
저희는 같은 비만 환자라도 시니어와 젊은 환자는 다르다고 인식해요. 유형도 다르고 다이어트 방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의 비만을 말할 때, ‘뚱뚱하다’고 표현하지 않고 ‘내부에 노폐물이 많이 끼어 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편이죠. 즉 몸무게보다는 내장지방, 체지방 비율에 더 신경을 씁니다. 한의학적으로 몸 내부의 기력이 떨어져서 아랫배 쪽으로 지방이 집중적으로 누적되거나 몸이 무겁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시니어의 비만은 체중감량보다는 몸에 필요한 것들을 보충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조심해야 할 음식들은 무엇인가요?
오히려 뭐든 기분좋게 드시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몸을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다이어트를 이어가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식욕억제보다는 어떤 원인 때문에 음식 조절이 안되는지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0세에 80kg 가까이 몸무게가 나가는 노인분에게는 어떤 조언이 필요한가요?
이 정도면 일반적인 다이어트가 아닌, 치료와 보약 개념이 포함된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근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테고 몸도 잘 붓고, 각종 관절의 불편 증상을 호소하실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약으로 떨어져 있는 기력을 회복시키는 한편 순환력을 증대시켜 몸은 가볍게, 살은 빠지는 방식으로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평소 드시는 음식의 종류에 있어서도, 체질이나 증상에 따른 조정이 필요합니다.
시니어분들은 뿌리채소 등 성질이 너무 차갑지 않으면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섭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골다공증,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요?
이들 환자가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 비만치료 이전에 골다공증이 악화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고혈압과 당뇨병 등이 있는 시니어들이 비만을 치료하겠다고 음식 양을 줄이면 근육이 약해져 오히려 척추와 무릎관절 치료에 애를 먹을 수 있습니다.
시니어의 체중감량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요?
무리한 운동보다는 평지 산책 수준의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주시는 것이 더 좋고, 지방과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체력과 기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체중감량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다이어트 기준이 있나요?
다이어트 기준을 결정하는 7가지 요소 중, 타고난 4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타고난 유전자입니다. 비만 관련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통해 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만 유형입니다. 체중이 증가하면서 주로 하체에만 살이 찐다거나, 상체에만 찐다거나, 유독 복부비만이 심하다거나 하는 등 사람마다 비만 유형이 다릅니다. 세 번째는 장내 세균입니다. 실제, 장내 세균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으냐에 따라 비만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신체주기입니다. 여자는 나이대별로 신체주기의 변화가 생기는데, 7세·14세·21세·28세 등 7년 단위로 신체 변화가 생깁니다. 그리고 현재 어떤 주기인가에 따라 다이어트 기준이 달라집니다. 이 4가지 요소 외에도 식습관, 생활 패턴, 스트레스 상황 등 3가지 환경적 요소들도 다이어트 기준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센터는 이런 연구를 기본으로 설립되는 건가요?
그렇죠. 한의학에 국한되지 않고, 유전자 등을 다루는 의학, 장내 세균을 다루는 미생물학, 생활관리를 위한 심리학까지 결합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입니다. 다이어트와 밀접하게 관련한 각 분야의 학문들이 총집합된 센터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일대일 관리를 해준다는 말씀이죠?
네, 맞습니다. 유전자에 따라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 있고, 장내 세균 상태에 따라 살이 쉽게 찌거나 살이 찌지 않는 유형도 있습니다. 식습관, 생활패턴,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찌는 유형도 있는데 이런 원인들을 세밀하게 분석해 관리해줍니다.
센터의 주요 프로그램인 Q7은 무엇인가요?
Q7은 Question, 즉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7가지를 물어보고 따져본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의 비만을 결정하는 7가지 인자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체크하고, ‘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살이 찐 이유를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요소들을 진단, 분석하고 관리하기 위해 한의사, 의사, 미생물학 박사, 다이어트 매니저, 심리치료사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연구진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Q7 다이어트는 각 분야별 전문가를 통해 비만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 분석하고 그에 맞는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가장 건강한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는 시니어를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살을 빼면 당장은 체중이 줄어도 금세 살이 다시 찌는 요요현상을 겪게 됩니다. 특히 운동량이 부족한 시니어들은 살이 찐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시니어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즐거운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시니어의 비만을 말할 때 ‘뚱뚱하다’고 표현하지 않고 ‘내부에 노폐물이 많이 끼어 있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몸의 기력이 떨어져 아랫배 쪽으로 지방이 집중적으로 누적되기 때문이죠.
는 시니어가 관절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운동을 추천하고 그 방법을 강동경희대학교병원과 공동으로 제작, 연재한다. 척추, 어깨, 팔꿈치, 무릎, 엉덩이 부위에 대한 건강 예방법, 수술 전후 관리, 스포츠 활동 시 주의사항으로 구분해 소개된다. 각 동작들은 시니어의 체력과 몸 상태를 고려해 누워서 혹은 기대어 하는 운동들로 구성됐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
모델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은혜 물리치료사
겨울이 찾아오면 시니어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낮은 기온이 실외 활동을 줄이고 몸을 움츠리게 만들면서 신체 곳곳의 관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외부 활동을 늘릴 수도 없는 것이 현실. 그렇다면 긴 겨울 관절 건강을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스트레칭밖에 답이 없습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척추센터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평소에 활동적인 생활을 하시는 것도 좋지만, 실내에서도 꾸준하게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을 관리한다면 어렵지 않게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관절에 문제가 있거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스트레칭도 중요하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자세를 알아두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시니어를 위한 스트레칭에서 중요한 점은 불필요한 몸의 무리를 피해야 한다는 것. 여기 소개되는 동작들이 눕거나 혹은 벽에 기대어,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진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골반 뒤로 기울이기
누운 자세에서 무릎 당기기
누운 자세에서 무릎 옆으로 당기기
누운 자세에서 다리 늘리기
고양이 운동
엉덩이 들고 엎드리기
목 스트레칭
예방뿐만 아니라 척추 수술을 앞두고 혹은 수술을 하고 나서도 회복을 앞당기는 방법 역시 스트레칭이다. 유연성을 확보하고, 함께 나타나는 통증이 조절된 이후 시작하는 것이 기본. 약한 강도부터 시작해 조금씩 강도를 높여나가야 하고, 운동 방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척추 수술 전후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허리에 절대 무리를 주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무리하지 않으면서 근력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죠.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계속 반복하는 것이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칭은 등을 기댄 자세에서 주변 부위를 이용해 한다. 단 고정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방법에 따라 2~3개월 척추보조기를 착용하고 극단적인 운동도 삼가야 하기 때문에 운동 제한이 있는 부위는 피하면서 한다. 특히 골다공증이 동반된 경우 전문의에게 상담을 꼭 받아야 한다. 보조기 착용 상태에서 조금씩 운동을 시작한다. 안정화 기간이 지나 몸이 좀 나아진 뒤에는 적극적으로 해도 된다. 다만 수술 부위와 그 주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동 범위 등을 잘 살펴서 조절해야 한다. 잠을 잘 때나 운동을 할 때는 쿠션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잠을 잘 때는 일반 매트리스 침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목 기본 강화 운동(저항으로 밀기)
복근 기본 강화 운동 #1 (누워서 머리 들기)
복근 기본 강화 운동 #2 (누워서 다리 들기)
브리지 운동
골다공증 환자가 절대 피해야 할 척추 운동
다음의 동작들은 골다공증을 동반한 척추 질환 환자들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동작들이다. 간혹 허리 힘을 키우겠다고 무리한 운동을 일부러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 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동작들도 허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최근 방송된 건강 프로그램에서 동갑내기 여성 탤런트 L과 전직 스타 농구선수 H의 ‘뼈 나이’를 비교한 적이 있다. 골밀도를 주로 비교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창 뼈가 건강한 나이에 운동을 많이 한 H는 4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20대의 뼈 나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반면, 같은 나이의 L은 뼈 나이가 60대로 측정되면서 무려 40년 정도의 차이를 보여줬다. L은 거의 골다공증 위험 수준이었다. L은 왜 이렇게 뼈가 급격히 노화된 것일까? 그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 아픈 그녀의 병력 때문이다. 한창 나이에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질환을 앓았던 그녀는 후유증 때문에 몸의 절반에 마비가 왔고,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과다 투여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이 무리한 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고 결국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끝내 고관절이 괴사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방송활동을 다시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처럼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인데, 왜 스테로이드제는 그렇게 심각한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것일까?
스테로이드 호르몬제가 신약으로 처음 선보였을 때 인류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며 그 효과를 극찬했다. 기존의 소염제로는 염증성 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에 효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염증과 알레르기를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효과는 분명 축복이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는 항염증, 면역억제, 혈관수축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데, 광범위한 질환에 사용된다.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성 피부염, 지루성 피부염, 건선, 수포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염증이 생길 경우, 혈관을 통해 염증의 원인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혈관을 급격하게 수축시키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필수적인 질병들이 그 대상이다. 심지어 난임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험관 시술에서도 많은 의사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착상 전에 산모의 몸 안에 있을 수 있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을 약간 저하시켜 과도한 면역반응 때문에 착상에 실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스테로이드가 불법적인 목적으로 악용되는 일도 빈번하다. 즉 식품에 스테로이드를 섞어 팔면서 효과를 과장하는 것이다. 주로 노인들에게 많이 사용되는 수법인데, 이런 수법으로 연간 10억여 원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떴다방도 많다. 식품이라 부작용도 없고, 먹기만 하면 관절염이고 통증이 싹 낫는다고 광고하면서 심지어 만병통치약처럼 과장하는 일도 많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 등지에서 관절에 특효약이라면서 지네가루를 담은 캡슐을 팔기도 하는데, 스테로이드가 무차별적으로 함유된 내용물도 많다. 현혹된 구매자들이 주변에 참 좋은 식품이라며 소개하는 일도 많은데, 그 결과는 참혹하다. 면역력이 억제되면서 고혈압, 당뇨병, 백내장, 골다공증 등의 발생이 거꾸로 급습하는 것이다.
사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용제로 스테로이드를 자꾸 쓰다 보면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확장되는 것은 다반사다. 근골격계가 현저히 약해지면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여러 번 시도한 주부가 척추 압박골절을 겪은 사례도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눈꺼풀이나 눈 주위에 잘못 바를 경우 백내장이나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함유된 안약을 오랫동안 사용하던 청년이 녹내장 발생으로 실명 위험에 처한 사례도 있다.
스테로이드도 금단증상을 일으킨다. 금단증상은 주로 중독성 약물을 복용하다 강제로 끊었을 경우 발생하기 때문에 마약과 관련이 높은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30세 여성은 3세 때부터 아토피성 습진에 걸린 피부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스테로이드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자 피부가 빨갛게 변하면서 생으로 벗겨지는 증상이 나타나 그녀는 커다란 고통에 시달렸다. 이것이 바로 일명 레드스킨 신드롬(Red Skin Syndrome, RSS)으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금단증상(Topical Steroid Withdrawal, TSW)이다. 그녀는 벗겨진 피부에 이물질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피부 드레싱을 해야 했고, 하루에 거의 20시간 이상을 욕조의 물에 몸을 담그고 피부를 진정시켜야 했다. 결국 그녀는 우울증까지 겪었다. 국부성 스테로이드 중독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세는 오랫동안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데, 사용을 중단할 경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또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심할 경우 직장과 학교에서의 정상적인 생활도 힘들다.
따라서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사용은 결국 심각한 부작용이라는 굴레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테로이드의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까?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외로 답이 간단하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를 때는 가능한 한 얇고 정확하게 바르고, 자신이 스테로이드를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해왔는지에 대해 처방의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또 스테로이드 복용을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고,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양을 늘리지 않는 등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면 된다. 많은 환자가 스테로이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어 부작용 피해에 노출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 최혁재(崔爀在) 경희의료원 한약물연구소 부소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폐경 후 5년이 지나면 골밀도가 50%로 감소한다고 한다. 골밀도가 감소하면 골다공증으로 골절 위험이 높다. 30세가 지나면 근육량도 일 년에 1%씩 감소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운동밖에 대책이 없다. 중·장년 여성들에게 권하는 운동으로 체중부하 운동으로는 달리기, 줄넘기가 있고 심폐기능강화 운동으로는 걷기, 수영, 에어로빅이 좋다고 한다. 근력운동으로는 볼 맨드, 덤벨이 좋고 유연성 운동으로는 요가, 필라테스, 요통체조가 좋다고 한다.
그런데 달리기는 걷기운동 단계를 거쳐야 한다. 줄넘기는 제자리에서 하는 운동이라 금방 식상해진다. 수영, 에어로빅 등은 수영장이나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곳에 가서 배워야 한다. 볼, 밴드, 덤벨 등은 헬스클럽에 가서 하는 운동이다. 요가, 필라테스, 요통체조도 마찬가지다. 단체로 배우는 운동은 남들과 어울려야 한다.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연령대가 안 맞아 힘겹거나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운동이다. 요즘은 양재천, 성내천, 탄천, 안양천, 중랑천 등 개울 옆에 산책길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걷기운동을 할 수 있다. 걷기운동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그런데 걷기운동도 매번 장소가 똑같으면 흥미가 떨어진다. 다른 곳에서도 해봐야 하는데 혼자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다. 계획을 짰다 해도 실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동호회 회원들이나 지인들과 약속을 정해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좋다.
개울가나 시내 길은 대체적으로 평탄하다.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약간의 높낮이가 있는 둘레길이 좋다. 평탄한 길을 걸을 때 사용하는 근육과 오르막 또는 내리막을 걸을 때 사용하는 근육은 다르다. 심폐량도 다르다. 그런데 둘레길에서는 중년 여성들이 잘 안 보인다. 부부가 손 잡고 오는 모습은 종종 보이지만, 중년 여성들끼리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둘레길은 인적이 드물어 안전상의 문제가 있기는 하다. 어떤 코스는 남자 혼자 가는데도 너무 호젓해서 신경이 쓰인다. 신문이나 뉴스에 종종 오르내리는 멧돼지와 조우할 수도 있다. 이런 길은 여러 사람이 함께 다니는 게 안전하다.
둘레길 걷기는 좋은 운동이지만,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다. 비바람 불면 가기 싫고 가더라도 고생한다. 혹서기나 혹한기도 그렇다. 실내운동으로 댄스스포츠를 겸하면 좋다. 지루하지 않고 체중부하 및 근력 강화, 심폐지구력까지 골고루 좋은 운동이다.
이상한 일이다. 간식도 많이 먹지 않는다. 요샌 과일도 잘 입에 대질 않는다. 음식이라곤 하루 세 끼 챙겨 먹는 식사가 전부다. 모임도 이젠 예전 같지 않아 술자리가 많지도 않다. 매일 걸으려 노력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가까운 산에 오른다. 그런데 이놈의 뱃살은 변하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중년들이 하는 이런 흔한 고민에 전문의들은 당연하다 말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무엇이 당연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비만전문의로 잘 알려진 365mc 신촌점의 김정은 원장과 의사·한의사 면허를 모두 보유한 예풍의원 백태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중년에 접어들어 살찌는 것은 당연하다. 속상한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두 원장 모두 입을 모은다. 김정은 원장은 평소같이 생활하면 조금씩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갱년기를 겪으면서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달라져요.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줄면 복부지방이 증가하게 되죠. 이와 함께 근육량도 줄어드는데 이런 변화는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해요. 생활습관이 변하지 않는데, 소비하는 칼로리는 줄어든다면 살이 찌게 되는 것은 당연해요. 덕분에 살이 빠지는 속도도 젊은 사람에 비해 느리고요. 따라서 젊은 사람에 비해 감량 목표도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힘들지만 빼야하는 살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간혹 뚱뚱한 사람이 날씬한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외신을 통해 나오기도 하잖아요. 정말 비만이 건강에 직접적으로 치명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흔히 4종 세트라고 표현하는 고협압, 당뇨병, 고지혈, 통풍과 같은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관련이 있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에요. 미국에서 사망률이 높은 질환 중 하나가 골다공증과 골절인데, 이 역시 체중을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죠. 무릎 관절질환도 당연히 체중과 연관되어 있고. 그러니 결국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체중 조절은 필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살을 빼기 위해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달리기? 굶기? 여러 가지 답이 머리 속을 맴도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예방이다. 김정은 원장은 안 찌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중년이 되면 살빼기가 점점 힘들어지니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통해서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공부나 교양을 쌓는 자기 관리처럼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꾸준하게 체중이 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물론 이런저런 노력을 다 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약물치료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겠지요.”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다이어트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년에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의외로 힘이 들어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다이어트에 성공하더라도 요요를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에요. 물론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도 되고요. 또 무조건 굶는 등 전문적인 정보 없이 하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까지 헤쳐요.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자책할 가능성도 크고. 어느 정도 노력했는데 큰 성과가 없다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헬스클럽이나 피트니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면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효과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 원장 역시 트레이너나 영양사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다이어트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습관 문제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생활습관 개선과 관련해서 중년들이 가장 실수하는 부분은 음식이다. 김정은 원장은 스스로 어떻게 먹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년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에요. 보통 채소와 과일이 몸에 좋다고 하니까 즐겨드시죠. 하지만 과당이 많은 과일은 다이어트를 어렵게 만들어요. 또 하나는 바로 밥이에요. 보통 하루 세 끼 밥만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나 하시잖아요? 밥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노후에 집에 두 식구만 살게되면 간단한 반찬 몇 가지와 밥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문제예요. 그 몇 안되는 반찬이 젓갈같이 짠 반찬이라면 최악이죠. 다른 영양소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만 늘어나는 불균형이 일어나요. 건강하고 체중관리에 도움되는 식사를 하려면 반찬량을 늘리고 밥의 양을 줄이세요.”
실제로 김 원장은 병원에서 환자의 생활습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식사습관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식사 메뉴와 식사량을 점검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식단을 지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기에 백 원장은 고기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단백질 섭취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결과는 대부분 서구 기준인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섭취량을 따져 보면 결국 한국 사람 식생활 기준으로는 고기 섭취가 부족한 셈이에요. 서양인들과 고기 섭취량이 다르니까. 고기는 걱정말고 드세요.(웃음)”
중년에게 다이어트는 숙명적인 ‘장기전’
병원에서 환자들의 다이어트를 도울 때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약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지만, 그것은 전 세계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를 모르고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이들이 의견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8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정은 원장은 “체중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같이 부작용을 이용해 처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공복감을 줄여 식탐을 감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었어요. 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은 기초대사량을 증가하거나 지방세포를 줄이는 등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어차피 약물치료만으로 체중 조절을 완전히 해결할 순 없겠지만,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병행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백태선 원장은 중년 다이어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증을 버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에 몸에 딱 붙는 옷들이 흔해진다던가, 마른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정상 체중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의사와 환자가 생각하는 기준이 완전 다르죠. 중년에게는 중년에게 맞는 기준이 있어요. 또 그 기준까지 체중을 조절하는 과정도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접근하세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