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아버지는 건강한 편이었는데 72세에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운동 중독이라 혹한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러 나가셨다가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노인이라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감기가 악화 되어 결국 폐렴으로 번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하고 보름 만에 손 쓸 새도 없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폐렴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보니 죽을 때는 폐렴으로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병원에 가보니 철마다 무슨 병으로 많이 죽는지 나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당시 계절이 혹한기이면서 그 달에는 폐렴이 가장 높은 사인이라고 했다.
폐렴은 10세 이하 아동이 잘 걸린다. 감기가 악화 되어 폐렴으로 번지는 것이다. 그리고 노인이 되기 전 까지는 오랫동안 잊게 되는 병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면역력이 약화 되면서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이 폐에 들어 와 염증이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아이들 폐렴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데 4일 이상 고열이 계속되고 기침과 가래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성 폐렴은 고열과 기침도 없다는 것이다. 무기력증과 식욕부진, 근육통 정도라서 흔히 노인성 무기력증이나 몸살 정도로 치부하기 쉽다. 그런 상태라면 당연히 식욕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폐렴 발병을 모르고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노인의 폐렴 사망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의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질환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 보면 예방 접종률이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설마 폐렴에 걸리겠느냐며 태평한 것이다. 병원 기피증이 있어 병원에 되도록 안 가려는 풍조도 한 몫 한다. 병원에 가보면 이것저것 영양제나 피로 회복 주사 등을 권유하는데 그 부류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는 매년 가을철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다. 올해부터 경로대상이라 3가 백신은 무료로 맞을 수 있지만, 올해도 제대로 돈을 내고 병원에서 4가 독감백신을 맞았다. 겸해서 폐렴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번에 20만원이라 비싸기는 하지만, 한번 맞으면 평생 유효하다니 비싼 게 아니다. 적어도 폐렴으로 죽을 확률은 떨어지니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좀 싼 폐렴 백신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백신 약효 유효기간이나 커버할 수 있는 범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독감이나 폐렴이나 백신 주사를 맞았다고 해서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폐렴 백신의 경우도 65%~85%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독감이나 폐렴이나 예방 백신을 맞았는데도 걸라는 경우가 있는데 백신 덕분에 경미하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대상 포진 예방 백신이다. 병원에 갔다가 통증이 가장 심한 병을 지표로 보여주는 포스터를 보고 대상 포진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상포진의 통증이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높게 나타나 있었다. 이것도 역시 20만원으로 비싼 편인데 평생 유효하다는 것이다. 막상 대상 포진에 걸려 고생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그런데 정작 예방 백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들은 독감, 폐렴이나 대상 포진에 걸리면 많이 고생한다.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아 잘 안 낫는다고 한다. 이런 병을 앓고 나면 팍삭 늙는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돈 한 두 푼 아낄 일이 아니다. 병원 기피증이 있는 사람들도 적어도 독감, 폐렴,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맞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효 식품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발효 식품의 종주국이라고 할 만큼 예로부터 발효 식품을 많이 먹었고, 한의학에서도 발효 약재를 많이 사용해왔다. 식품을 발효시키면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비위가 안 좋다, 비위가 약하다’는 말에서 비위(脾胃)는 한의학 용어로 소화기관이다. 위(胃)는 음식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비(脾)는 음식을 삭혀서 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삭혀서 소화된 것은 소장에서 흡수된다. 소화가 안 된다는 것은 음식을 받아들이고 삭히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발효 식품은 삭힌 음식이기 때문에 비위가 해야 할 기능, 즉 소화를 도와준다. 또 위장이 다 삭히지 못해 몸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덩어리, 종양, 근종 같은 것도 발효 식품이 삭혀준다. 이러한 이유로 김치, 된장, 청국장 등을 항암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술은 사람의 침으로 발효시키기도 한다. 침 속의 아밀라아제는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한다. 결국 소화효소와 발효는 같은 개념이며, 발효는 소화를 돕는다. 단식 후 위장이 가장 약할 때 묽은 된장국이나 일본식 전통 된장국인 미소시루부터 복용한다. 비위의 소화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다.
박테리아, 곰팡이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면 몸에 좋은 성분이 새로 만들어지고 몸에 흡수되기 좋도록 변한다.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도 우유보다 소화가 잘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발효 식품으로 알고 먹는 것은 전통 천연 발효 식품과는 다르다. 캐나다 퀘벡 출신의 제빵 장인인 리처드 부르동(Richard Bourdo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연 발효는 박테리아와 이스트(yeast, 酵母)의 복합체로 이루어진다. 박테리아는 반죽 속의 탄수화물과 질긴 글루텐을 완전히 분해하고, 곡물 속의 좋은 무기물을 추출해 우리 몸이 흡수하기 좋게 만들어준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의존해온 천연 발효 식품에서는 소화 문제나 건강 문제가 별로 없었지만, 20세기에 들어와 도입된 이스트 속성 발효는 단기간에 많은 소화 문제, 건강 문제를 야기했다. 이스트로 속성 발효시켜 만든 빵은 소화하기 힘들고 침이 나오지 않아서 콜라나 우유 같은 마실 것을 찾게 된다. 하지만 천연 발효로 잘 구워진 빵은 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입에 침이 고인다.”
프랑스 제빵 장인인 미셸 이자르(Michel Izard)는 “천연 발효 빵은 미생물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발효 물질이 생성돼 향이 특히 깊다. 약간 시큼한 듯한 냄새도 난다. 빵 속은 희지만 약간 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했다. 그래서 천연 발효 빵을 주식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발효 식품이 발달한 나라다. 술, 식초, 청국장,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젓갈 등 다양한 발효 식품이 있다. 콩 발효 식품이 특히 발달해서 메주, 된장, 간장, 청국장이 개발되었다.
술은 뜨겁고 향이 강하다. 약 기운을 전신에 운행시켜 온갖 사기(邪氣)와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애 혈맥을 통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도우며, 피부를 윤기 있게 만든다. 술은 소화를 도와주기에 술 없이 먹으면 한 끼밖에 못 먹을 음식을 술과 함께 먹으면
1차, 2차, 3차, 4차까지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식초는 따뜻하고 시큼하다. 시큼한 맛이 강해서 염산, 황산처럼 뭉친 것, 종양 등을 뚫고 녹인다. 산후에 피를 많이 흘려서 생긴 빈혈을 치료하고 목 아픈 것을 치료한다. 물고기, 고기, 채소의 독도 풀어준다. 정기신혈(精·氣·神·血)을 수렴해 장수하게 한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콜라가 그렇듯 식초도 살과 오장, 뼈를 손상시킨다. 그렇다고 모든 식초의 신맛이 강한 것은 아니다. 발사믹식초, 흑초, 홍초는 강한 신맛이 아니고 오히려 끝 맛이 달며 입에 침이 고이고 한다.
청국장은 콩을 짧은 기간(며칠)에 발효시킨 음식이다. 향이 강하고 차갑다. 땀을 내어 관절을 편안하게 해주고 독에 중독된 것을 풀어준다. 청국장은 비위와 콩팥 기능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 가슴이 뭉쳐서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풀어주고 변비와 설사에도 좋다. 콩을 피부에 문지르면 열을 내려준다. 우리나라의 청국장은 일본의 낫토(納豆) 같은 식품이다.
된장은 오랜 기간(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발효된 식품이다. 콩의 기본 성질은 해독력에 있다. 한약의 성분까지 해독해버리기 때문에 한약을 복용할 때는 콩 섭취를 조심하는 것이 좋다. 발효된 콩은 소화를 돕기 때문에 오장(五臟)을 안정시킨다.
간장은 된장을 담글 때 만들어지는 장이다. 소금이 들어가서 매우 짜다. 벌레에 물렸을 때 간장을 피부에 바르면 해독이 된다. 해독력이 있는 콩이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다. 변비가 있을 때 간장으로 관장을 하면 도움이 된다.
김치는 종류가 무척 많아서 그 효능을 한 가지로 말하기 힘들다. 에는 “배추를 시큼하게 발효시키면 위장의 담연(痰延)을 토하게 할 수 있고 비위를 보하며, 술이나 국수의 독을 풀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소화를 잘되게 해서 몸에 독소가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는 의미다. 천연 발효를 시킨 김치는 유산균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끝 맛이 달아 침을 잘 나오게 해줘 소화를 도와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길고 긴 여름이 지나갔다. 폭염에 피부가 상하는 것은 반려동물도 다르지 않다. 이번 호에서는 더위에 지친 반려동물의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팁을 알아볼까 한다. 강아지의 경우, 피부층의 두께가 1mm 이하로 매우 얇다. 1차적인 방어역할을 하는 표피층은 0.1mm 정도로 사람의 피부보다 훨씬 약해 쉽게 상처 입고 땀샘이 없어 배출도 원활하지 않다. 피부 표면에서 나오는 피지와 수분으로 인해 털 사이 세균 번식 및 가려움, 피부병을 동반할 수도 있다.
자료 제공 반려동물이야기
박박 깎는 미용, 반려견은 싫어해요!
여름철이 되면 온몸을 깎은 반려견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 입장에서 시원해 보이지만 반려견에게는 위험하다. 사람보다 훨씬 약한 피부를 가진 반려견의 털을 짧게 깎으면 피부가 직접 햇빛에 노출돼 피부병 혹은 종양이 생길 수 있다. 더울 것 같지만 털은 피부를 덮어 보호하고 해로운 세균에 저항할 수 있는 물질을 만드어 준다. 그런데 자주 목욕을 시키고 털을 밀어버리면 이러한 물질이 없어진다. 반려견의 털을 밀 때는 피부를 덮을 정도는 남겨야 한다.
목욕 자주 하면 안 좋아요, 주인님!
과한 미용과 목욕은 반려견의 털과 약한 피부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여름철에는 반려견이 더울까봐 목욕을 자주 시킨다. 이때 목욕시간은 5분에서 10분이면 되지만 털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잘 말려야 한다. 젖은 채로 반려견을 내버려두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피부질환에 걸릴 수 있다. 피부병은 한 번 걸리면 이전의 피부로 되돌릴 수 없고 쉽게 재발한다. 병원 치료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는 반려견과 견주에게 큰 부감이 되는 일이니 미리미리 살피고 예방하는 것이 좋다.
발바닥 관리 중요해요
여름철은 기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땅바닥과 도로도 뜨겁게 달궈지기 때문에 산책하고 난 후 반려견의 발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발바닥 사이에 털이 나 있으면 필요 이상으로 다리에 힘을 주거나 미끄러질 수 있다. 미용 면도기나 가위로 발바닥 털을 깎아주고 반려견 전용 수분연고제를 발라준다.
귀 청소도 잊지 말아요
귀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불그스름하거나 염증이 있는 곳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귀는 매주 전용 세정제로 청소해줘야 하며 귀가 아래로 처지는 반려견은 습한 날씨에 염증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한다.
환절기 털 관리 비법
반려견은 1년 중 크게 봄, 가을에 털갈이를 하는데 가을 에는 겨울철 보온을 위한 털갈이를 한다. 이 시기에는 평소보다 털이 많이 빠지고 뭉치는데 빗질을 해서 털 뭉침을 막아줘야 한다. 또 피부가 평소보다 더 예민하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피부와 모질 개선에 좋은 기능성 사료를 먹이면 털갈이 시기를 보다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피부 유형에 맞는 관리 필요
날씨가 선선하고 건조해지면서 반려견 피부에 또 하나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바로 비듬이다. 죽은 피부가 털 사이에 쌓여 보기 흉하고 반려견도 발로 긁는 등 불편해한다.
가을과 겨울 동안에는 최대한 화학적인 자극을 받지 않도록 하고 천연재료로 만든 샴푸를 사용하면 좋다. 중탕 목욕이면 충분하고 보습 샴푸와 린스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따끔거리는 피부를 가진 반려견이 예방시기를 놓쳤다면, 오트밀(귀리)로 목욕을 시켜보시라. 오트밀의 다당류 성분이 피부의 보호막 역할을 해줘 피부 진정효과가 있다. 가려운 피부를 위한 약용샴푸도 있지만, 반려견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다. 반려견의 빗은 털 유형과 겹쳐지는 피부층을 가졌는지에 따라 선택한다. 부드러운 브러시는 모낭과 땀샘을 자극해 죽은 피부 세포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고 피부 자생력을 높여준다.
피부에 좋은 사료 뭐 없을까요?
반려동물의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려면 사료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섭취하는 사료나 음식물은 피부병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반려동물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피부 각질 장애와 탈모는 단백질 및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비타민E가 부족하면 홍반성 낭창 및 천포창 등의 피부 질환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가지고 있는 피부병 증상을 토대로 부족한 영양소를 예측해 사료로 적절하게 제공해줘야 한다. 피부가 약한 반려견의 경우 가끔씩 생식을 주는 것도 좋다. 처음 생식하는 반려견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료에 섞어주거나 간식으로 만들어서 재료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차차 양을 늘려준다.
반려견 피부에 좋은 음식들
연어- 연어는 오메가3가 풍부해 반려견의 피부에 좋다. 익혀서 먹인다.
귀리- 귀리에는 다당류가 함유되어 있어 피부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건조한 피부와 가려움증이 많은 반려견에게 좋다.
코코넛오일- 피부병을 앓고 있는 반려견에게 발라주면 좋다. 코코넛오일은 몸무게 4.5kg당 하루에 1스푼씩 먹인다.
체리- 체리는 항산화 작용을 도와 강아지의 간과 신장에 영양을 공급한다. 간과 신장이 튼튼해지면 장기 내부의 독소로 인한 트러블을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은 매우 더운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장마 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때문에 습도 또한 높아서 무덥다. 습열이 무성해 불쾌지수도 올라가고 곰팡이도 피기 쉬우며 썩기 쉽다. 젊은 사람들은 괜찮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일사병으로 돌아가시기도 한다.
여름을 잘 난다는 것은 습과 열에 잘 버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밖으로는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 먹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안으로는 위장이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거나 대변이 나빠진다.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에도 쉽게 걸리는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한 때이므로, 과도한 성생활과 음주는 콩팥에 치명적이다. 무더울 때 찬물로 세수하면 눈이 나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여름에는 폐와 콩팥 그중에서도 폐의 역할이 중요하다. 폐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곳이며, 실제 역할은 이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장 중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하는 폐는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혀 아래로 내려 보내는 공랭식 기관이다. 오장 중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는 콩팥은 내려온 열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수랭식 기관이다. 폐가 약해지면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히지 못해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나며, 혈압이 올라가고, 뒷골이 땅긴다. 열이 뇌로 가면 일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은 뒤 몸을 움직이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가 바로 습이다. 과로하면 몸이 무겁고, 과식이나 과음을 해도 몸이 무겁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몸이 뭉치고 무거워지고, 성생활이 지나쳐도 몸이 붓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내부의 습이다.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산을 오를 때도 몸이 무거워지고 쉽게 지치는데, 이는 외부의 습이다. 장마와 한여름의 무더위도 외부의 습이다. 더위를 먹었다는 것은 이러한 습에 몸이 상한 것이다.
폐는 우리 몸에서 이러한 습을 제거해준다. 그래서 폐가 강한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에도 잘 버티며 여름을 잘 나고 정력도 강하다. 나이 드신 분들은 특히 폐를 강하게 해줘야 한다. 몸 안팎의 습을 제거하는 것이 여름을 잘 나게 하는 비결이다.
높은 산을 오르면 습기가 없는 쾌청한 공기 속에서 심호흡을 할 수 있다. 폐가 알아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렇게 깊은 숨을 내쉬면 몸속 습이 잘 제거돼 몸이 가벼워진다. 몸의 열도 내리고 머리도 맑아진다. 폐는 이런 환경을 좋아한다. 도가나 불가에서 명상을 할 때 높은 산에서 하는 것은 폐와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된다. 건조한 바닷가나 고산에 장수마을이 있는 것도 습과 관련이 있다.
요즘은 여름이 되면 바닷가나 계곡으로 놀러가지만 옛날에는 높은 산으로 피서를 갔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 8경이 있었는데, 제1의 피서지는 개마고원 자락 부전고원이었다. 평균 해발고도가 1400m 이상인 부전고원은 여름에도 온도가 서늘했다. 고산이라 습기가 적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의 열대야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밤에도 습열이 심해 숨이 턱턱 막혔다. 이렇게 폐가 기능을 못하면 호흡이 얕아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이 무거워진다. 부전고원, 대관령 같은 고원에서는 여름에도 습이 없어 호흡이 깊어지고 폐가 활성화된다.
폐가 건강하면 척추가 바로 서고 폐활량이 좋아진다. 나이 드신 분들은 등이 구부러지기에 여름 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급적 등허리를 똑바로 펴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면 좋다.
폐는 건조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여름에 제습기나 에어컨을 켜는 게 좋을까? 음식에 자연의 맛과 인공의 맛이 있듯이, 공기에도 자연의 공기와 인공의 공기가 있다. 자연의 맛을 먹으면 몸이 가볍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만, 인공의 맛을 먹으면 몸이 무겁고 소변 나오는 것이 시원찮다. 인공의 공기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공기는 건조해지지만 고산에서처럼 심호흡은 되지 않는다. 폐가 인공의 공기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깊은 숨을 쉴 수가 없다. 따라서 몸속의 습이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어컨 바람을 오래 맞으면 몸과 머리가 무거워지고 소화 장애가 생기고 콧물이 나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습에 관련한 처방으로 냉방병을 치료한다.
보신탕과 삼계탕은 여름에 좋다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신탕은 개고기다. 한의학에서 개는 멍멍 잘 짖어서 폐가 강한 동물이다. 삼계탕은 닭과 인삼, 황기를 재료로 하는데 닭은 땀을 흘리지 않는 동물이고 인삼, 황기는 폐에 좋은 대표적인 약재다. 이때 인삼, 황기는 껍질째 말린 피인삼, 피황기가 폐를 더 잘 보호해준다. 대표적인 여름철 차로는 오미자차가 있다. 오미자 역시 시큼한 맛으로 폐에 좋은 약재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여름철에 좋다. 더위를 먹어 땀이 뻘뻘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해준다. 기가 허약해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좋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해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뱀장어는 뱀처럼 강한 탄력성을 가진 물고기다. 이 탄력성으로 남녀의 생식기를 강하게 하고, 습을 몰아내서 몸을 가볍게 한다. 물도 중요하다. 요즘은 정수기 물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습을 제거하려면 생수를 마셔야 한다. 여름에는 생수 1ℓ에 죽염 4g을 녹인 물을 마시면 기운도 나고 폐도 활성화된다. 보신탕, 삼계탕,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폐를 도와 습을 없애준다. 또 개똥쑥을 달여 마셔도 여름 감기와 여름 나기에 좋다.
갱년기와 폐경기를 거치면 난소가 점차 기능을 상실하고,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기능이 떨어져서 질 점막이 점차 얇아진다. 위축성 질염이란 폐경을 전후해 질 점막이 얇아지고 분비물이 적어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50~60세 이상의 여성에게 나타나며 비특이성 질염 또는 노인성 질염이라고도 한다. 폐경을 전후해 에스트로겐 양이 감소하면서 질 안의 호르몬 양이 변화해 나타나는 염증이지만 세균과 꼭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위축성 질염을 중심으로, 노화에 따른 여성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위축성 질염은 무엇이고, 주로 어떤 사람들에게 발병하나요?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이 점점 줄어들어요. 그리고 폐경이 되고 2년 정도 지나면 질이 점점 위축돼요. 여성의 외음부는 젊었을 때는 탄탄한데 노화가 되면서 건조해지고 색깔도 창백하게 변합니다. 이것을 ‘위축’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통증이 있거나 심하게 헐거나 피가 나는 증상이 바로 ‘위축성 질염’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심하게 앓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노화가 되면 여성들에게 흔히 보이는 아주 흔한 증상입니다.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생기는 주름처럼 당연한 변화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청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여성에게 발병하는 질염은 몇 가지 종류가 있어요. 세균성 질염은 불쾌한 냄새와 끈적한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질 내 주된 균의 수가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 발생해요.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이 증식하면서 발병하고 하얀 치즈 같은 분비물이 나오면서 외음부가 가렵거나 붓고 따끔거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에스트로겐 양이 감소해서 질 안의 호르몬 양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염증입니다. 오히려 비누로 너무 자주 씻어서 질 내부가 알칼리화가 되는 게 문제입니다.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질이 헐어 있고 위축되어 있어 성관계를 하기 힘들죠. 성생활을 지옥에 갔다 왔다고 표현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병원에 와서 ‘자궁이 아프다’ 혹은 ‘아래가 아프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러면 의사들은 ‘배가 아프다는 건가?’ 하고 못 알아듣기도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없으면 방광도 얇아지고, 소변도 자주 마렵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통증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염증은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에스트로겐 정제나 크림제를 질에 투여하는 등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병용하면 증상은 호전됩니다. 그런데 크림제를 사용할 때 정상적인 분도 약이 따갑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어요. 유방암 환자들은 이른 나이에 폐경이 된 분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분들은 여성청결제 등으로 윤활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해요.
여성청결제가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여성청결제에는 종류가 많아요.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있고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것도 있어요. 노화가 되어 떨어진 PH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청결제도 있어요. 여성청결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이지 치료 방법은 아닙니다.
알칼리성 비누나 바디워시가 안 좋다고도 하던데요?
여성의 질 내부 환경은 약산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샤워를 많이 하면 피부 표면에 있는 지질이 녹아버려요. 특히 알칼리성 비누를 많이 쓰면 항산성이 깨져 외음부가 가렵기도 하죠. 질 내부의 약산성이 깨지고 알칼리성으로 변하면 몸에 살아야 할 세균이 죽고 다른 세균이 들어와요. 이로 인해 박테리아성 질증이 생기기도 하고요. 예상치 못한 세균이나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잦은 목욕은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여름철 자주 샤워를 해야 할 경우에는 천연비누나 약산성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화가 되면서 자주 일어나는 골반장기 탈출증은 뭔가요?
노화로 여성의 골반근육이 약화되면 골반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 위치를 지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제가 한 달에 여러 명의 환자를 진료할 정도로 적지 않은 노인성 질환입니다. 나이가 들어 복부비만이 생기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장기가 느슨해져 골반근육을 통해 질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것인데, 노인 여성 중 비율이 적지 않아요. 만성기침 환자, 내과적 문제가 있는 분, 쪼그려 앉아 생활하는 게 습관이 되신 분들에게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대부분은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탈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흔히 ‘밑이 빠질 거 같다’, ‘덩어리가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이다’라는 말로 증상을 표현합니다. 주로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더 심해진다고 호소해요.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정도였다가 방광이 꺾이면 소변을 못 보거나 방광염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장이 같이 끌려 나오면 변비로 고생도 합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요실금, 만성질염이 동반되어 노년의 삶을 더욱 우울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골반장기 탈출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처음부터 수술을 하지는 않고 케겔운동 같은 보전적 치료를 먼저 합니다. 장기가 질 안쪽에 있을 경우에는 질 안에 링을 껴서 안쪽의 장기를 떠받치는 시술을 하기도 해요. 자궁이나 방광이 너무 밀려나와 있을 때는 질을 올려붙이는 수술을 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알레르기다. 1인 가구도 물론이거니와 2인 이상의 경우 가족 구성원의 알레르기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키우기 전 알레르기 예방법과 만약 키우면서 알레르기나 피부병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자료 제공 반려동물이야기
반려동물 알레르기 항원은 동물의 털, 비듬, 배설물, 타액 등이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가정은 물론, 반려동물이 잠시 머물렀던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은 콧물, 기침, 잦은 재채기, 눈 충혈, 가려움, 피부 이상반응(발진,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생명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사실, 알레르기나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반려동물 외에도 집먼지진드기, 미세먼지, 꽃가루, 유제품, 밀가루, 달걀 등 수십 가지가 넘는다. 알레르기 증상이 반려동물 때문인지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부과나 이비인후과, 내과 등을 방문해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잠시 다른 곳에 맡겨두고 그 사이 알레르기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이 확인되면 가능한 한 반려동물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반려동물과 떨어질 수 없다면 다양한 알레르기 예방법을 실천해보자.
01 반려동물 생활공간 제한하기
반려동물이 생활하는 공간을 제한해서 침실 등에는 반려동물을 들여놓지 않는다. 반려동물의 털, 비듬, 침, 배설물은 세탁을 하거나 청소를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침구류를 살균세탁하고, 살균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옷 방이나 피부에 닿는 물건이 많은 곳은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 좋다.
02 반려동물 접촉 후 손 씻기
반려동물과 접촉한 후에는 눈이나 몸을 만지는 것을 피하고 곧바로 비누를 사용해 손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알레르기가 심하면 세정제로 수시로 접촉 부위를 닦아줘야 한다.
03 반려동물 목욕시키기
반려동물을 목욕시키면 알레르기 항원수를 줄일 수 있다. 진드기 제거 스프레이를 사용하거나 반려동물에게 옷을 입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04 반려동물용품 청소하기
반려동물이 사용하는 옷과 침구류는 1주일에 1회 이상 세탁하고 집과 화장실, 장난감이나 가구도 수시로 청소한다.
05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자주 환기시키기
청소를 할 때는 바닥, 소파, 러그, 쿠션 등 반려동물이 활동하는 모든 장소를 진공청소기로 깨끗하게 빨아들인다. 또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거나 실내를 자주 환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06 카펫 사용하지 않기
세탁이 어려운 카펫은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알레르기 방지 카펫을 사용한다.
07 햄스터 등 설치류 피하기
토끼, 햄스터, 기니피그 같은 애완용 설치류는 알레르기 항원을 가장 많이 방출하는 동물이다. 게다가 설치류는 톱밥을 깔아줘야 하는데, 이 톱밥이 공기전염성 알레르기(천식)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설치류를 키운다면 베란다 등 실내와 구분된 장소에서 키우고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준다.
08 습도 조절하기
곰팡이나 진드기 번식은 습도가 가장 큰 원인이다. 곰팡이나 진드기가 살지 못하도록 50% 안팎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털 알레르기(특히 털이 가장 많이 날리는 고양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습제나 제습기로 습도 조절을 해준다. 비용부담이 크다면 환기를 자주 해주거나 숯을 이용해 습도 조절을 한다.
반려동물이 사람용 약을 먹었을 때 응급처치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반려동물의 상태를 설명하고 내원 여부를 묻는다. 일반적으로 2시간 이내에 응급처치를 해야 하며 의식이 있으면 구토를 시키는 것이 좋다. 병원에 내원하여 흡착제 또는 하제를 처방받아 약물 흡수를 막는 것이 좋다. 복용한 약의 처방전이 있으면 꼭 챙겨가야 한다. 처방전이 없을 경우에는 약을 가져간다. 수의사와 상담 시 약의 종류를 알면 좋다. 참고사이트: 드러그인포(www.druginfo.co.kr)
사람용 약을 먹지 않게 하려면?
동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약과 약병을 둔다. 약을 흘렸다면, 주워 먹기 전에 즉시 치워야 한다. 수의사와의 상담 없이 임의로 사람용 약을 주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 것. 알레르기 증상이 반려동물 때문인지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부과나 이비인후과, 내과 등을 방문해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잠시 다른 곳에 맡겨두고 그 사이 알레르기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말 퇴근길 혼자 터벅터벅 걸어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텁텁한 공기만 꽉 차 있는 실내, 순간 엄습해오는 불안감. 거실은 물론 방마다 불이란 불은 죄다 켜본다. 또 양쪽 화장실에, 베란다까지 구석구석 다 훑은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창문을 모두 닫아걸자. 왜? 나 홀로 집이기 때문이다.
“썰렁하니 음악이라도 좀 틀어볼까? 아니다, 그냥 TV나 틀어놓자.” 고교 시절 를 무척 즐겨 들었던 시절이 있었지. 이후 대학에 진학하면서, 또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선 라디오 프로그램은 아예 딴 세상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 배경음악과 함께 녹아내리는 목소리로 들려주던 ‘심쿵’ 사연, 까닭 모를 아련함에 밤을 새우며 써내려간 부치지 못한 편지들. 기다리던 노래는 때마침 흘러나오는데 “오 마이 갓! 그 많던 공테이프는 다 어디로 갔나?”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자취를 감춘, 내다 버린 기억은 분명 없는데 집구석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아! 젊은 날의 흔적들이여~ 정녕 다시 돌아올 수 없단 말인가?
불청객은 바로 그즈음에 등장했다. 적막을 깨는 휴대폰 벨소리. 달콤 쌉싸름했던 잠시나마의 시간여행에서 냉큼 현실로 돌아온다. “아빠 저희 잘 도착했고요. 지금 저녁 먹고 있는데 아빠는요?” 살뜰한 큰 녀석이 카톡으로 인증샷을 보내줬다.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장인, 주방에서 밥하고 계신 장모, 모처럼 방문한 친정집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아내, 그리고 나란히 앉아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 사춘기 두 아들의 모습에 가만히 미소를 지어본다.
긴장이 풀리고 연휴도 한몫했을 터다. 오전 10시경 부스스 눈을 떠보니 베란다 창을 뚫고 들어온 태양이 눈을 위아래로 흘기고 있다. 머리맡의 빈 맥주 캔은 보초를 서고 있다. 늦게까지 멀뚱거리다 기어코 한 편의 영화를 챙겨보느라 늦잠을 자고 말았기 때문이다. 라는 영화는 도대체 제목이 생뚱맞다. 악한을 연기한 주연배우의 동전 게임과 산소통 장면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 좀 더 잘까나?” 그 순간 노란 포스트잇을 발견한다.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는데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깨알 같은 글씨로 써내려간 쪽지엔 숙제가 가득하다. 청소기 돌리기, 쓰레기 버리기, 화분에 물주기, 빨래 널기 등은 그래도 괜찮다. 락스 뿌려 화장실 청소하기(뿌리고 난 후 약 1시간 뒤에 솔로 잘 문질러야 타일 틈새의 곰팡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는 좀 심하지 않나? ‘가정의 달 특집’이라나 뭐라나!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순전히 필자의 착각이었다. 연휴에 혼자 집에 있으면 시간도 아주 천천히 갈 테고, 미뤄왔던 소소한 버킷리스트를 완전 달성할 줄 알았는데 웬걸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너무 여유를 부린 걸까? 일주일이 슝~ 지나가버리고 다시 금요일 오후, 지하주차장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경적소리에 필자만의 시간은 그대로 정지되고 만다.
뭘 또 저리도 잔뜩 챙겨온 걸까? 칠순을 훌쩍 넘긴 장인장모께선 또 얼마나 바리바리 싸주셨을까? 출가한 아들이 둘씩이나 있지만 여태 친손자를 보지 못한 두 분은 그래서인지 필자의 아들들을 무척이나 챙겨주신다. 오이소박이, 겉절이물김치, 부추무침, 참기름, 들기름에 소백산 자락에서 직접 캔 쑥으로 만든 쑥떡까지 보내주셨다. 참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저녁엔 밥도둑이 따로 없으리.
5월 연휴에 맞이한 일주일간의 나 홀로 집에! 그러나 혼자는 없었고 참 따뜻한 가족이 있었다.
“샤오메이즈(小美子, 이쁜아) 넌 죽지 않아. 꼭 살아날 거야. 걱정하지 마.” 오빠는 막내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서해를 넘어 한국까지 날아온 오빠가 동생은 너무나 고맙고 미안했다. 그렇게 오빠의 조혈모세포는 동생 몸으로 흘러들어 생명을 살렸다. 바로 중국 출신의 귀화인 등희하(滕希霞·38)씨의 이야기다. 이 감동적인 만남에는 든든한 후원자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의 박진희(朴眞嬉·51) 교수가 있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등희하씨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해외생활을 동경하던 평범한 소녀였다. 1997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외국을 향한다. 한국이었다. 물론 타향살이는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고향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역시 참기 힘들었다. 그러나 중국어 강사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게 됐고, 2007년 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되었다.
“한국에서 사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귀화도 신청했죠. 서울생활에 익숙할 때쯤 같은 학원 강사를 통해 남자를 소개받았고, 2009년에 결혼했어요. 얼마 뒤 아들도 얻었고요. 남편과 함께 작은 중국 음식점을 열어 장사도 열심히 했죠.”
갑작스런 하혈에 놀라다
모든 것이 평탄하게 잘 흘러갔고 행복했다. 장사도 그럭저럭 잘되었고, 둘째 임신 소식에 새로운 복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까지였다.
“어느 날부터 하혈이 계속 됐어요. 2011년 6월쯤이었어요. 동네 병원에 가니까 난소암이 의심된다고 하더라고요.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병원을 두 번 더 옮겼어요. 그렇게 길병원까지 오게 됐죠.”
결국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아이는 유산됐고, 그 후에도 출혈은 계속됐다. 피 검사결과 백혈구 수치가 문제였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이었다.
“처음에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믿을 수 없었어요. 우리 집안에는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없었거든요. 보통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걸리잖아요. 또 그 주인공들은 금방 죽어버리고. 저도 그렇게 될까봐 너무 겁이 났어요. 길병원을 믿을 수 있나 의심할 정도였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이식수술
“똘똘한 친구예요.” 박진희 교수는 등희하씨를 이렇게 기억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요. 제가 최대한 환자와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녀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병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남편과 하는 가게 이야기에서부터 시댁이야기, 한국생활에 대한 이야기까지요.”
등희하씨의 치료를 진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걸림돌들이 많았다. 먼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등희하씨 없이 한국어가 서툰 남편 혼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그녀의 투병으로 가게는 포기해야 했다. 수익원이 없어지니 치료비가 문제였다.
박 교수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백혈병은 전체 암종 중에서 치료비가 가장 많이 드는 암으로 꼽혀요. 다행히 보험제도가 잘되어 있지만 그래도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사회사업실을 통해 한국혈액암협회 지원을 받거나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어요.”
등씨 입장에선 박 교수가 의사이기 이전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 후원자였던 셈이다. 박 교수와 길병원의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치료를 위해서는 조혈모세포의 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증자를 기다리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평범한 한국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가족을 병원으로 불러 가능성을 타진했겠지만, 그녀의 가족은 모두 중국에 있어 이식은커녕 검사조차 쉽지 않았다.
박 교수와 병원 관계자들은 중국 병원과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 그녀의 가족들 중 누가 이식에 적합한지 검사를 부탁했고, 검사결과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다행히 두 오빠가 적합했고, 그중 회사원인 큰오빠 대신 사업을 하는 작은 오빠가 기증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넘어야 될 또 하나의 산이 있었다. 이식을 위해 장기체류를 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있어야 했는데 거절된 것이다. 또다시 박 교수와 길병원이 나서야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난 2012년 3월에야 겨우 이식이 이뤄졌다.
등씨는 “교수님과 병원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우리 집안 식구들이 모두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남편은 물론이고 작은 오빠도 한국에 왔을 때 인사를 드렸고, 어머니도 한국에 오셨을 때 병원을 찾아 교수님을 뵈었어요. 덕분에 딸이 살 수 있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가족 사랑이 가장 큰 힘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역시 가족이다. 이식이 필요하다고 형제들에게 전했을 때 주저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가족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했다. 기증자로 결정되자 작은오빠는 한 달 전부터 좋아하는 술도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동생에게 주고 싶어서였다. 몸에 좋다는 것 다 찾아먹다 간수치가 오를 정도로 몸 관리에 신경을 썼다.
물론 남편도 힘이 됐지만, 가장 의지가 된 것은 올해 8세가 된 아들 리우한이다.
“제가 아이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이쁜 아이를 제가 낳았나 싶을 정도예요. 백혈병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는 아들이 세 살이었는데, 항암치료를 위해서 무균실에 들어갔을 때 아이를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괴로웠어요. 남편은 유리창 너머로 통화라도 할 수 있었지만, 아이는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의 노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버텼어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꼭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죠.”
감기와 비슷한 백혈병 초기 증세
백혈병 또는 혈액암으로도 불리는 이 병은 어떤 병일까. 우리의 혈액은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으로 구성되는데, 혈액세포들의 생산은 조혈세포가 맡는다. 백혈병은 조혈세포가 암세포로 인해 비정상이 되면서 혈액세포 생성에 문제가 생기는 병.
박 교수는 “어느 날부터 감기가 낫질 않는다든가 멍이 쉽게 들고, 빈혈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대부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증상들이니까,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해요. 하지만 혈액암은 제대로만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하는 병이에요. 경제적 부담이 문제인데, 소아혈액암의 경우 후원단체나 기관이 많아 그래도 큰 걱정은 덜은 상태죠”라고 설명했다.
일부 혈액암의 경우 치료를 위해 고가의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표적치료제인 글리백은 미국에서 보험이 없으면 환자가 월 6000달러(한화 약 700만원)를 부담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복제약값 월 200만원 중에서 5%인 1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영양제 가격 수준이다.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니어, 즉 고령혈액암 환자들이 문제라고 박 교수는 지적한다.
“의학계에서도 과거엔 적극적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요. 연령과 관계없이 신체나이(상태)만 충분하다면 완쾌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비용을 후원하는 기관들이 고령혈액암 환자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사회적 후원이 필요해요.”
베르니케 증후군으로 고생하다
등희하씨의 치료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치료비 걱정은 해결됐지만,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등씨가 힘든 항암치료를 견뎌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겨우 먹은 것도 다 토해내는 통에 너무 힘이 들었어요. 몸속의 백혈구를 모두 죽이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몸의 면역기능이 약해지니까 식도에 곰팡이가 생겼어요. 가뜩이나 잘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목에 문제까지 생기니 더 힘들었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어요.”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 입장에선 간단한 과정이다. 수혈받는 것처럼 누워서 받기만 하면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마치 수술처럼 표현되는 것은 극적 연출이지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등씨는 치료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든 치료를 하고 나서도 두 달 동안 꼼짝 못했다. 사랑하는 아들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고 집에서 누워만 있었다. 박 교수는 그녀가 겪은 증상이 베르니케 증후군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비타민 등의 영양결핍이 겹친 탓이다. 계속 어지럽고 눈앞의 물체가 흔들려 보이는 증상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긍정적인 생각이 날 살려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녀의 백혈병은 ‘완쾌’ 단계에 있다. 이제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란다. 혹시 다른 암이 발병될 수 있으니 정기적인 검진만 하면 된다.
등씨는 요즘 새로운 직업에 재미를 붙였다. 한국화장품 회사 소속으로 중국의 SNS를 통해 현지 젊은 여성들에게 화장품을 알리고 구매를 돕는 일을 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닌데다 흥미로운 분야라 즐겁게 일한다.
등씨는 늘 긍정적인 자신의 태도가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투병생활을 이겨낸 것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해나가는 것도 긍정적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와 비슷한 병을 앓는 분들이 이 기사를 보신다면 꼭 긍정적인 생각을 하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었거든요. 하지만 병을 이겨내겠다, 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모바일 웹진 와 함께 반려동물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유기동물 이야기 또한 짚고 넘어가야 했다.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집을 잃어버린 후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사설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에 다녀왔다.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이하 행강집·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봉리)은 동물보호 비영리 민간단체로 운영되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다. 백암터미널에서도 마을버스로 한참을 달려야 행강집에 이를 수 있다. ‘행강대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박운선(59) 소장은 2004년부터 유기견 보호소를 시작했다. 2003년, 애견 번식에 손을 댔던 박 소장은 인간이자 생명으로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업을 접었다.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강제로 강아지 젖을 떼야 해요. 강아지들을 철창에 가둬서 강제로 교배를 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1년 동안 하다 보니까 이것만큼 나쁜 짓이 없더라고요.”
번식장에 있던 종견과 모견 모두 중성화 수술을 시켜서 입양을 보냈다. 그 자리에 유기견들이 하나둘 채워졌다. 번식장을 할 때는 강아지를 팔았기 때문에 사료값이라도 벌 수 있었다. 유기견은 전혀 수익이 되지 않았다.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자리를 비우지 않고 유기견을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 애견 호텔을 병행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유기견 보호소와 함께 애견 호텔을 운영하게 됐다.
“대한민국의 모든 유기동물 보호소는 기부금이나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됩니다. 보호소나 기부금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 구조자들이나 일반인들이 구조한 유기견을 보호소에 입소시켜야만 돈이 들어와요. 후원금을 모으려면 열악한 시설과 고생하는 애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그런 게 싫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이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가 살던 방 하나를 비워 가정견을 맡아 관리해줬습니다. 한 마리를 한 달 돌봐주면 10만원을 받는데 그걸로 사료를 사고 행강집을 운영했죠.”
현재 행강집은 애견 호텔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부족한 운영비는 후원금과 기부금을 통해 도움받고 있다.
넘쳐나는 유기견, 방치라는 또 다른 학대의 시작
행강집에서 유기견 480마리까지 돌봤던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원치 않는 학대가 이뤄졌다.
“방치는 학대입니다. 어떤 때는 사료통 밑에 곰팡이가 난 것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어요. 그 많은 유기견의 수만큼 일손도 필요한데 한계가 있죠. 그래서 내가 돌볼 수 있을 만큼만 돌보자 했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이면 두세 차례 동물을 받아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행강집으로 전화를 하는 40%가 유기를 목적으로 실제 주인이 전화하는 것 같다고 박 소장은 말한다.
“40%는 주인이 데리고 와서 버린 개들입니다. 안 된다고 하면 밤에 슬그머니 묶어놓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60%만 거리에서 데려온 유기견, 학대견들이죠. 사실 감당하기 힘들어요. 이렇게 가다 보면 1000마리 되는 건 순식간이죠.”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되는 유기견들
유기견이 발생하면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유기견보호센터로 보내진다. 전국적으로 360여 곳이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유기동물 보호기간은 10일(7일 이상 공고 포함). 이 기간 안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보호 조치된 동물의 소유권은 자치구로 귀속된다. 10일이 지난 후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대부분 인도적 처리(안락사) 대상이 된다.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밖에 없다는 것. 물론 안락사시키는 날을 10일로 딱 못을 박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 10일(보호·공고 10일)에서 입양 대기 10일을 추가한 20일로 연장 시행하고 있다. 유기견의 수명은 각 지자체의 의지로 유연하게 연장할 수 있다. 물론 질병으로 회생 불가능한 유기견은 안락사시킨다. 몇몇 지자체는 계류기간이 끝나자마자 유기견의 건강, 나이 불문하고 안락사를 시행한다고.
“사설 유기견보호소는 없어져야 합니다”
사설 유기견보호소 소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20마리, 30마리 정도 보호·관리하는 유기견 쉼터가 있다. 이곳은 꾸준히 유기견들을 관리하고 사진을 찍어 공고도 올리고 입양도 보낸다. 하지만 유기견 100마리가 넘어가면 매일 목욕하고 관리하고 입양 공고 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
“솔직히 이곳에서는 유기견을 씻길 수 없습니다. 봉사자들이 올 때만 씻기는데 이때도 같이 산책하고 청소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거든요. 사설 보호소에서는 그곳에서 주는 밥 먹고 나이가 들어요. 그 안에 들어간 유기견은 죽어야 나옵니다.”
현재 행강집의 있는 유기견은 모두 250마리다. 물론 입양 보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1년에 열 마리가 입양을 가면 정말 잘 가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유기견들의 안전 때문에 꺼려진다. 입양 한 마리 보내려다가 한 마리가 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입양할 사람이 들어오면 매달려 있다가 자기들끼리 싸우기 일쑤다. 사설 보호소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안락사로 죽어야 할 유기견이 너무 많은 것이 또 문제라고 말하는 박 소장.
“유기동물센터에서 바로 입양 가는 시스템이 돼야 해요. 시 보호소에서 안락사된다고 불쌍하다고 다섯 마리 열 마리 끌어다가 사설 보호소에 집어넣는 것은 옳은 행위가 아닙니다. 일단 여기는 안락사가 없잖아요. 인위적으로 죽이지는 않아요. 사설 보호소에 보내면 책임을 다했다고 느낄지 몰라도 이 아이는 죽을 때까지 보호소 생활을 해야 합니다.”
박 소장은 유기견 보호소를 열면서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법 개정으로 유기동물들이 줄어들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동생네가 김치를 갖다 준다.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김치를 사 먹을 일은 없다. 김치는 있어도 별로 먹을 일이 없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 김치이다. 그대로도 먹지만 가끔 해먹는 김치찌개 용도로 유용하다. 가름에 볶다가 물만 부으면 되기 때문에 조리가 간단하다. 해마다 선물로 들어 와 쌓여 있는 참치 통조림도 그때 같이 넣어 소진 시킨다.
동생네가 김치를 갖다 준다고 연락이 오면 필자도 부지런히 그 대신 줄 것을 찾아본다. 추석 때 선물로 받은 20kg짜리 쌀을 이 기회에 주기로 했다. 필자 혼자 그만한 양을 다 소화하려면 일 년도 넘게 걸린다. 공간도 차지하지만, 그 사이에 쌀벌레도 생기고 쌀에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아들에게 주라고 사양하지만, 아들은 정작 우리 집에 오지도 않는다. 집도 멀고 회사 일에 바빠 일부러 오기도 어렵다. 그러니 우선 받는 게 임자이다.
덤으로 빈 플라스틱 박스도 안겨줬다. 그동안 동생네가 챙겨준 반찬 등을 담아 두었던 음식물용기들이다. 김치는 김치 냉장고 전용 박스를 그대로 준 것이므로 반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 김에 다른 통도 준 것이다. 여기저기서 선물로 받은 그릇 등도 같이 줬다. 내게는 짐만 될 뿐 소용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빈 통에 대한 욕심이 있는 모양이다. 돈 주고 산 것이라 그럴 것이다. 또는 빈 통이 그대로 있으면 필자가 먹은 것이고 빈 통이 없다면 통째로 남 줬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동생네는 깔끔해서 물티슈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백화점 문화센터 등록 때마다 선물로 받은 물티슈도 담았다. 남자들은 물 티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짐만 될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여 제 기능을 못하니 빨리 남 주는 것이 서로 좋다.
김치 한통 주고 그 대신 쌀, 반찬통, 물티슈까지 얻어간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단다. 형 되는 입장에서 줄 수 있는 것은 더 주고 싶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형제가 서로 더 주려고 밤중에 볏단을 옮기다가 만난다는 내용이 생각난다. 그런 것이 형제의 정이다.
김치 냉장고가 따로 없어서 냉장고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때로는 냉장고 밖에 따로 두다 보니 한창 맛이 잘 들었을 시기는 짧다. 그래서 서둘러 먹어야 한다. 냉장고 밖에 둔 김치는 시기를 놓치면 버려야 한다. 냄새도 나고 배추가 녹는다. 오래 두면 묵은지가 되는 줄 알고 뒀다가 결국 다 버렸다.
사실 김치는 여기저기에서 선물로 받는다. 단골 술집에서도 갔을 때 김치를 따로 싸 줄 때도 있다. 여럿이 엠티 갔을 때 다른 건 나눠 가져가지만, 김치가 남으면 내게 준다. 그래서 이럭저럭 여러 경로로 김치가 들어온다. 냉장고 안에 쳐 박아두고는 잊어 먹는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묵은지가 되는 것이다.
동네에 단골음식점이 있다. 반찬으로 묵은지도 나온다. 집에 묵은지가 좀 있는데 처치곤란이라고 했더니 가져오라고 했다. 김칫속을 빼내고 배추는 물에 씻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다. 덕분에 냉장고 청소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