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선물

기사입력 2016-12-12 16:05 기사수정 2016-12-12 16:05

▲선물받은 김치 깍뚜기(강신영 동년기자)
▲선물받은 김치 깍뚜기(강신영 동년기자)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동생네가 김치를 갖다 준다.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김치를 사 먹을 일은 없다. 김치는 있어도 별로 먹을 일이 없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 김치이다. 그대로도 먹지만 가끔 해먹는 김치찌개 용도로 유용하다. 가름에 볶다가 물만 부으면 되기 때문에 조리가 간단하다. 해마다 선물로 들어 와 쌓여 있는 참치 통조림도 그때 같이 넣어 소진 시킨다.

동생네가 김치를 갖다 준다고 연락이 오면 필자도 부지런히 그 대신 줄 것을 찾아본다. 추석 때 선물로 받은 20kg짜리 쌀을 이 기회에 주기로 했다. 필자 혼자 그만한 양을 다 소화하려면 일 년도 넘게 걸린다. 공간도 차지하지만, 그 사이에 쌀벌레도 생기고 쌀에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아들에게 주라고 사양하지만, 아들은 정작 우리 집에 오지도 않는다. 집도 멀고 회사 일에 바빠 일부러 오기도 어렵다. 그러니 우선 받는 게 임자이다.

덤으로 빈 플라스틱 박스도 안겨줬다. 그동안 동생네가 챙겨준 반찬 등을 담아 두었던 음식물용기들이다. 김치는 김치 냉장고 전용 박스를 그대로 준 것이므로 반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 김에 다른 통도 준 것이다. 여기저기서 선물로 받은 그릇 등도 같이 줬다. 내게는 짐만 될 뿐 소용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빈 통에 대한 욕심이 있는 모양이다. 돈 주고 산 것이라 그럴 것이다. 또는 빈 통이 그대로 있으면 필자가 먹은 것이고 빈 통이 없다면 통째로 남 줬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동생네는 깔끔해서 물티슈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백화점 문화센터 등록 때마다 선물로 받은 물티슈도 담았다. 남자들은 물 티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짐만 될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증발하여 제 기능을 못하니 빨리 남 주는 것이 서로 좋다.

김치 한통 주고 그 대신 쌀, 반찬통, 물티슈까지 얻어간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단다. 형 되는 입장에서 줄 수 있는 것은 더 주고 싶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형제가 서로 더 주려고 밤중에 볏단을 옮기다가 만난다는 내용이 생각난다. 그런 것이 형제의 정이다.

김치 냉장고가 따로 없어서 냉장고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때로는 냉장고 밖에 따로 두다 보니 한창 맛이 잘 들었을 시기는 짧다. 그래서 서둘러 먹어야 한다. 냉장고 밖에 둔 김치는 시기를 놓치면 버려야 한다. 냄새도 나고 배추가 녹는다. 오래 두면 묵은지가 되는 줄 알고 뒀다가 결국 다 버렸다.

사실 김치는 여기저기에서 선물로 받는다. 단골 술집에서도 갔을 때 김치를 따로 싸 줄 때도 있다. 여럿이 엠티 갔을 때 다른 건 나눠 가져가지만, 김치가 남으면 내게 준다. 그래서 이럭저럭 여러 경로로 김치가 들어온다. 냉장고 안에 쳐 박아두고는 잊어 먹는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묵은지가 되는 것이다.

동네에 단골음식점이 있다. 반찬으로 묵은지도 나온다. 집에 묵은지가 좀 있는데 처치곤란이라고 했더니 가져오라고 했다. 김칫속을 빼내고 배추는 물에 씻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다. 덕분에 냉장고 청소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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