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만 하자. 수없이 하는 말이지만 정작 지켜지는 일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만큼 기본을 지키기도 어려운 세상일지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기본을 지키는 이는 도리어 빛이 난다. 김진숙(71) 이사가 그렇다. 모래에 덮인 금이 시간 지나 점차 드러나듯,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가치를 알아주는 이 말이다.
방송인 홍진경의 어머니 김진숙이 품질관리이사를 맡고 있는 주식회사 홍진경은 ‘더김치’를 비롯해 만두, 다시팩, 된장 등 양념류를 판매하는 식품 회사다. 대물림한 방식으로 담가 먹던 김치 판매를 시작으로 다른 상품들을 내놓으며 18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느님, 김치가 맛있어지게 도와주세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 김 이사는 1년 정도 김치를 판매한 적이 있다.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을 지인들에게만 조금씩 팔았던 건데, 이를 눈여겨본 딸 홍진경이 사업 제안을 해왔다. 아예 회사를 차리지 않겠냐는 본격적인 사업 제안이었다.
그는 강하게 반대했다. 망신당할까봐, 딸 이름에 먹칠하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선 나머지 한 달 정도 도망까지 다녔다. “우리 식구 먹는 거야 내가 한다지만 이걸 어떻게 대중 상대로 판매한다고 이러나 싶었어요. 대량으로 만든 김치가 우리 해 먹는 김치랑 같은 맛이 나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죠. 만약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나한테 그 어려운 걸 시키느냐고 거절했어요.”
딸은 포기하는 대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쇼케이스라는 걸 해보자. 신사동에 있는 식당 하나를 빌려서 지인과 기자들을 초청하는 거야. 엄마가 찾아오는 사람들 대접할 배추김치랑 총각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줘.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사업을 하고, 맛이 없다고 하면 내가 포기할게.” 김 이사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쇼케이스를 앞두고 김치를 담글 때 매일 기도드렸다. “하느님, 이 김치가 맛있게 익도록 도와주세요. 이거 정말 중요한 겁니다. 이게 잘돼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면 김치 담그느라 고생하는 주부들 수고도 덜어줄 수 있어요.”
신선한 재료, 굽히지 않는 원칙
행사 당일, 식당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조밥,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김치 본연의 맛을 느끼라고 새우젓은 일부러 챙기지 않았다. 목 축이는 데 필요한 직접 담근 식혜는 덤. 당시 쇼케이스를 위해 빌린 식당은 홍진경의 지인들로 북적거렸다. 엄정화, 최화정, 이영자 등 홍진경의 연예인 지인들부터 코미디언, 모델, 가수, 작곡가, 당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잡지사 기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화정은 ‘어머니, 김치 맛이 살아 있어요’라고 했고, 이영자는 ‘엄마, 김치 진짜 맛있어’ 그랬죠.” 모인 사람들 전부 김치가 맛있다며 싸달라고 난리일 정도였다. 미리 소분해 포장해둔 김치를 한 봉지씩 챙겨 보냈고, 그 다음 날부터 신문이며 잡지에 ‘홍진경네 김치 맛있더라’는 기사가 잔뜩 실렸다.
2003년, 그는 결국 딸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서는 주문량을 채울 수 없으니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해내는 주문자위탁생산)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김치 10kg 기준으로 필요한 재료와 김치를 담그는 순서를 세세하게 설명한 레시피를 정리했다. 공장 측에 레시피를 전달하기로 한 미팅 전날 밤, 그는 딸을 불러 앉혀놓고 약속을 받아냈다.
“재료에 돈 쓰는 거 아까워하면 나는 이 일 못 한다.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집에서 하던 것처럼 좋은 재료로 만들 거고, 어느 공장 어느 사장님이 만들더라도 내가 써둔 이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야 해. 그거 약속해야 엄마는 이 일 할 수 있어. 그랬더니 진경이가 눈을 딱 쳐다보면서 ‘엄마,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그러더라고요.”
처음 계약을 맺은 건 평택의 한 김치 공장이었다. 당시 레시피를 받아든 공장장은 “이거 대박날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만들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조미료랑 설탕이 하나도 안 들어가. 그러니까 성공할 수밖에 없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역할 분담은 확실했다. 마케팅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부분은 딸이 맡고, 재료부터 제품 품질 관리, 레시피 관련된 일은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공장과 배추밭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곤 했다. 비 내린 뒤 질척한 배추밭을 얼마나 걸었는지 엄지발톱이 빠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겐 영광의 상처일 뿐이었다. 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직원 수도 몇 명 안 되고 주문받은 물량도 적어 공장 한켠으로 물러나 직원들과 함께 조용히 김치를 버무렸다. 그러나 김 이사의 고집과 원칙이 통했는지, 하루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배가 넘는 양의 주문이 쏟아졌다. “지난주는 200kg, 이번 주는 300kg, 500kg 주문이 들어오더니 그 다음 주는 1000kg을 막 넘어갔어요. 1년 지난 뒤에는 우리 회사 김치부터 먼저 담그고, 그 공장에서 원래 담그던 김치를 자투리 시간으로 넘겨야 했죠.”
주문량이 많아졌어도 원칙은 그대로 유지됐다. 김 이사는 품질 관리를 위해 언제든 공장에 찾아와 김치에 쓰일 재료를 살펴볼 수 있고, 양념 맛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잎이 꺾이거나 푸른 이파리 많은 배추는 아예 쓰지 않고, 풀을 쑬 때도 무조건 국산 찹쌀만 고집했다. 배추 한 포기를 그냥 넘기지 않고 모든 배추에 양념이 고루 발리도록 했다. 다른 사업체 김치랑 섞이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달라는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김치의 질이 좋으니 주문이 폭주하는 건 당연한 일. 홈쇼핑에서 매진시킨 물량을 감당 못 하니 직접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직원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방송에서 약속한 날짜까지 배송이 완료되지 않으면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래하는 공장을 자주 바꾸지 않고 최대한 조율해 계약을 유지하는 이유도 김치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음식의 맛 역시 소비자와 기업 간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는 신뢰와 신용을 중요시한다. 소비자와의 약속, 직원과의 신뢰, 혹은 공장과의 신용.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어려워도 “하던 대로 해요, 순리대로”
좋은 식재료를 판단하는 높은 기준, 재료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웰빙’ 조리법, 회사 직원들의 끈끈한 단합력. 더김치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서 매출은 계속 우상향 곡선만 그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를 판매하는 회사가 몇 없었어요. 외국에 수출할 만큼 큰 회사랑 전체 판매량으로는 못 견줘도 그때 온라인 판매는 더김치가 1위였어요. 180억, 200억, 220억, 270억, 매출도 쭉쭉 올라갔어요. 주춤할 새가 없었죠.”
인기가 한풀 꺾인 건 3년 전쯤부터다. 연예인들이 직접 브랜드를 세워 판매하는 김치가 시중에 다양해지자 자연스레 매출 곡선이 꺾인 것이다. 다양한 회사,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전에는 김 이사 혼자 혹은 딸 홍진경과 함께 홈쇼핑에 출연하는 일이 잦았지만, 최근 몇 년은 홈쇼핑에 베테랑 방송인 홍진경만 출연하고 있다. 타사 김치 매출을 따라잡기 위한 맞수다.
김 이사는 요즘 ‘혼자 홈쇼핑에 출연해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방송 출연에 유튜브 콘텐츠 기획 및 촬영, 홈쇼핑 출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딸을 걱정하는, 영락없는 엄마 마음이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보단 하고 있는 식품에 집중하려고 해요. 하고 있는 걸 잘 지켜내자는 마음이 커요. 제품 하나 출시하기까지 레시피 정리하고 필요한 재료 하나하나 찾느라 몇 년은 걸리거든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새로운 제품을 함께 내보자는 제안이 수없이 들어온다. 육수를 간편하게 우려낼 수 있는 ‘더다시팩’을 출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리 정해둔 출시일 이전에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먼저 내버리는 허망한 일도 겪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하고 힘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공정을 마무리했다. 예정대로 출시된 더다시팩은 좋은 재료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 지금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처음 매출 부진을 겪을 때 걱정한 건 사실이에요. 그때 아들이 ‘우리 순리대로 해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니까, 너무 남을 쫓아가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 말해줬는데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자식들에게 배운 기분이었죠.”
조용한 응원이 만든 빛나는 것들
유명 방송인의 엄마라고 다른 어머니와 뭐가 다를까. 그는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워낙 통통 튀는 성격인 딸이 어릴 때는 마음 놓을 새가 없었다. 하지만 딸을 지켜봐 온 엄마의 마음에는 언제나 신뢰가 굳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 진경이 유튜브에서도 그랬어요. 누나가 갖고 있는 내공은 우리 가족들만 알고 있다고. 그게 정말 맞는 말이에요. 학교 공부는 안 했어도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하고 명석하거든요.”
TV 방송부터 넷플릭스 예능, 유튜브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딸을 보는 요즘은 감사하기만 하다. ‘우리 딸의 진가를 세상이 알아주는구나’ 싶어 내심 뿌듯한 마음도 든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유튜브 채널에 달리는 댓글도 전부 읽는다. 구독자 수만 100만 명을 넘길 만큼 인기 있는 데다 댓글엔 적재적소에 터지는 멘트, 짜임새 있는 영상 기획력 등 칭찬 일색이라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느님께 매일 기도했어요. 우리 아이에게 지혜를 주세요. 방송에서 빛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맡은 방송들 전부 다 빛나게 해주세요. 요즘은 딸이 그래요. ‘엄마가 맨날 기도했잖아. 그 기도대로 되고 있는 것 같아.’”
일이 바빠도 모녀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안부 문자를 주고받는다. 딸이 출연한 방송 모니터링 후 칭찬은 필수다. 어느 부분이 좋았다고 콕 짚어주기도 하고, 재능은 항상 네 안에 있다며 북돋아주는 말도 한다. 아낌없는 응원이 홍진경과 라엘 모녀 특유의 솔직 당당한 매력을 자아냈다.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열었던 가족회의도 구김살 없는 성격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로 해결하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큰 소리를 내거나 험한 말 오가지 않고도 두 아이를 바르게 키워낼 수 있었다.
그는 엄마와 사업인으로서의 삶 중 무엇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 힘든 때도 많았지만 매사에 즐겁게 임했다. 일하면서 항상 나 아닌 가족, 지인,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간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잘 되기를 염원한다.
“배추나 무 농장에 가보면 일해주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그래요. 용돈벌이 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저희는 좋은 재료 받아 좋은 음식 만들 수 있어 좋고, 어르신들은 일거리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어 좋고. 아무리 돈 버는 기업이라도 저희만 잘 돼서는 안 되잖아요.”
그는 앞으로도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일상과 직업, 신앙을 굳이 구분하진 않는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서, 지금 당장은 알아주지 않더라도 시간 지나면 진가가 드러나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부연하여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고개 끄덕이는 사람 말이다. 그가 키워낸 아이들이 그랬고, 담그는 김치가 그렇듯. 그가 소망하는 일을 이룰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남녀노소 누구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1인 미디어 시대다. 최근 유명 유튜브 채널에는 대선 후보가 나란히 출연하는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 못지않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여러 유튜버 사이에는 중장년들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무기로, 젊은 창작자 사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재천 교수 '최재천의 아마존'
교과서에서 나오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을 쓴 최재천 교수. 그는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다. 최재천 교수는 1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운영 중인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채널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며칠 전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11만 명을 넘어섰다.
최재천 교수의 채널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지난 달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61만 명을 돌파했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진화생물학자인 제가 보기에는 아주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며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번식을 하는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다"라며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IQ가 두 자리가 안 되니 애를 낳는 것이냐. 애를 낳아서 기른다는 것은 아무리 계산해봐도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와 같은 최 교수의 의견에 대해 네티즌들은 "세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젊은 사람들보다 더 젊은 생각이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재천 교수는 10만 구독자 돌파 소감에 대해 "1년이 훌쩍 넘도록 이게 언제 구독자 수가 늘어나냐면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말 감사하다"면서 "제가 최근에 팀원들에게 '뭔일이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 저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일환 변호사 '차산선생법률상식'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70) 변호사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차산선생법률상식'을 운영 중이다. 30년 이상 판사로 일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법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법률 상식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현재 구독자는 13만 명을 넘어섰다. 초반에는 법에 문외한 딸이 영상 편집을 맡았고, 손주도 종종 출연해 친근한 느낌이 강했다. 현재는 법률 방송과 함께해 영상 퀄리티가 좋아졌고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다. 박일환 변호사는 일을 그만둔 이후에는 유튜브 운영에 더욱 힘쓸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김양수 농부 '귀농TIME'
전남 귀농 산어촌 서울 센터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귀농TIME'. 여기에서 '농부의 정석' 시리즈를 맡고 있는 김양수 씨(54) 씨는 가장 인기 스타이다.
그가 지난 4월에 올린 '진딧물의 정복자, 숨겨둔 비법 대공개' 영상은 27일 현재 조회수 43만 명을 돌파했다. '귀농TIME' 콘텐츠 중 누적 조회수 1위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법은 많은 귀농·귀촌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귀농TIME'에서 '뚝심으로 70대에 토종 다래 명인이 되다'는 누적 조회수 13만회, '직접 만든 강력한 천연 기피제로 해충들을 몰아내는 비법 대공개'는 10만회, '꿀고구마 1년 순수익 1억 달성, 3가지 핵심 키워드'는 7.4만회를 각각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고수·도사·달인의 '고도달TV'
'고도달TV'의 운영자는 '고수' 최종찬 씨(71), '도사' 유시탁 씨(72), '달인' 정상곤 씨(72)다. 이들은 경복고, 서울대를 졸업한 동문으로 오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 도움이 되는 노년'이라는 목표로 의기투합한 세 친구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겠다는 각오다.
'고도달TV'에서는 키오스크 사용법, 건강검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추억의 먹거리, 자녀·손주들과 잘 지내기 등 같은 생활 밀착형 소재들을 다뤘다. 시니어들에게 많은 정보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첫 영상을 올렸고, 현재 구독자 수는 2천 명이 채 안 된다. 지난달 '2021 제1회 시니어유튜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MZ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5년생, Z세대는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다. MZ세대에 대한 분석과 견해는 넘쳐나는데 모두 남의 이야기였다. MZ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서, 정작 MZ세대의 이야기는 없었다. 1992년생 고광열은 그래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기성 언론의 기사, 연구기관 보고서, 국내외 논문, MZ세대를 다룬 책들까지. 자료를 끌어모은 뒤 주변 밀레니얼 친구, Z세대 동생을 붙잡고 물었다. “너네 정말 이렇게 생각해?”
회식은 싫다. 점심 회식도 예외가 아니다. 일의 마무리를 위해 퇴근 시간 후 30분~1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는 ‘무료봉사’로 여겨 질색한다. 먹고살기 위해 사회생활을 한다만 회사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나와 친구들 사이의 나는 엄연히 다름을 선포하고, 1년에 한 번뿐인 친구의 생일에 교통정리 경광봉이나 멜로디언 줄 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선물한다. 주식, 가상화폐 코인 수익률을 신경 쓴다지만 저축만 고집하는 부류도 많다. 공유주택(셰어하우스)과 차량 구독 서비스는 소유하지 못해 고르는 차선책이다.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의 서술 방식은 가차 없다. 그들이 회식을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단정 짓고, 회사의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너를 착취하겠다’와 동일하게 여기는 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MZ세대 고광열은 MZ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MZ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기성세대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한 1990년대생이 경제력을 갖고, 근무 중인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요즘이다. 미우나 고우나 고객이요, 부하직원이며, 이 세상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요즘 것들 아닌가.
MZ, 왜 그렇게 생각해?
그는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워라밸(Work-life Balance)’, ‘현재 중심’, ‘거리두기’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1990년대생 사회 초년병이 늘어나면서 주목받았다. MZ세대에게는 회사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 정시 퇴근이 당연하고, 회식은 개인 시간을 잡아먹는 숙적이며, 회사 사람들과는 필요에 의해 함께하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되기 싫어한다. 그의 회사생활 또한 이해 안 되는 것들투성이였다. 그 역시 잦은 회의와 회식, 기저에 깔린 과도한 집단주의가 불편했다.
다들 군말 없이 하던 일들이 왜 MZ세대에게만 불편 요소로 전락한 걸까. 그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온라인의 발달로 인한 수평적 사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 활용이 자연스러운 MZ세대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나이와 경력이 주는 정보 권력 역시 희미해진 것이다. 농촌사회에서 연로자(年老者)를 원로(元老)로 우대한 이유 역시 축적된 정보와 경력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활용이 능숙한 ‘디지털 원주민’ 젊은 세대가 정보력 우위를 점하는 추세다.
수평적 사고를 가진 MZ세대는 회사와 단순히 돈과 능력을 주고받는 상호 계약 관계를 맺었다고 여긴다. 제공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 공정하므로 회사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끼면 퇴사한다. 그 역시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기업이나 공단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40대나 50대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날아드는 질문은 가볍고 단순하다. 젊은 사람들이 정말 코인을 많이 하느냐, ‘쓸데없는 선물 주고받기’를 실제로 하느냐 같은 것들이다.
“궁금해하시는 것들은 대체로 기사에서 일반화하는 것들이에요. 20대 전부가 코인을 한다는 둥,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유주택을 선호한다는 둥 설명하는 그런 글들이요.”
그가 MZ세대를 대표해 같은 세대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여기에 있다.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여겼다. “이상하다고 느낀 것들을 모아다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진짜 이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압도적이었어요. 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더라고요.”
MZ세대가 쓰는 같은 세대 이야기라 더 수월하리라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 내용에도 마케팅 분야의 접근법이 녹아들었다. 마케팅은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해 그들이 원하는 걸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성세대가 MZ세대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 신입사원 MZ세대의 뇌 구조와 트렌드, 문화를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탄생했다.
지금, 나, 돌고 돌아 워라밸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 역시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먹고살기 위해서 사회생활은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회사가 ‘이 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기대도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기성세대가 보기에 영 쓸데없는 것에 흥청망청 돈을 쓰기도 한다.
“1990년대생이 현재만을 생각한다고 비난해서는 안 돼요. 청년들의 성향은 보통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거든요.” 성장사회는 겪어본 적도 없고, 사회 전반적으로 기회가 적다 못해 없는 수준. 기회의 부재는 포기로 이어진다. 소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구도에서 1990년대생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향이 개인주의로 발현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그는 못 박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생 75.2%가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고 답했다. 63.1%가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불호나 거절 표현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만큼 존중받기를 원할 뿐이다.
돌고 돌아 워라밸이다. 영화 취향이 다른 애인에게도 함께 보길 강요하지 않고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택한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집단주의와 단체생활을 상대적으로 꺼린다. ‘모두 다 함께’를 강조하는 집단에서는 소외되거나 희생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며 불가피한 비효율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회사보다 자신의 삶을 챙기는 자세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세 가지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요. 모두에게 맞아떨어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하나씩 떼어서 너도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다 그렇다고 대답할걸요?”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책에서도, 연단에 서서도 이 점을 꼭 짚고 넘어간다. ‘요즘 애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정도로 그냥 받아들이기를 추천하는 그의 조언은 퍽 현실적이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MZ세대에게 일을 맡길 땐 이직 시 경력 증명에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해야 효과적이고, 맥락 없고 선을 넘나드는 B급 감성 유머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재 개그’를 남발하거나 선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식이다. 일반화는 금물이니 그의 조언이 불문율도 아니다. 까다롭고 별나지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참고했던 자료 중 MZ세대를 ‘바람직한 몬스터’에 빗댄 분석이 기억에 남아요. 진화심리학 용어로, 과거와 전혀 다른 특질을 갖지만 결국 사회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개체를 뜻하죠. 별나지만 결국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세대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바야흐로 'OTT 춘추전국시대'다. 좋아하는 방송을 ‘본방사수’하기 위해 TV 앞에 앉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가 될 정도로, 언제 어디서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외 최근 디즈니+와 애플TV+ 등 글로벌 OTT(Over-the-Top,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국내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OTT 서비스 구독자도 크게 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중장년층 역시 OTT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5060 세대 라이프 스타일 조사 플랫폼인 ‘에이풀’에 따르면 8월 13일~8월 27일까지 50세 이상 264명을 대상으로 ‘5060 세대의 OTT 서비스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65%인 10명 중 6명 이상이 OTT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OTT 서비스 브랜드에 대한 질문에 ‘넷플릭스’가 46%로 1위를 확인됐다. ‘웨이브’,‘티빙’이 14.3%, ‘유튜브 프리미엄’ 11.1%로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는 현재 가장 유명한 OTT 서비스로서 많은 중장년층의 선택을 받고 있지만, 다양한 플랫폼이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자신의 취향에 맞는 OTT를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OTT 구독의 가장 큰 기준은 '어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가'다.
OTT의 대명사, ‘넷플릭스’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가장 오래된 OTT 플랫폼이자 'OTT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의 성공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장르 불문 다양한 콘텐츠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예능,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넷플릭스에 인기를 더한다. 콘텐츠 투자에 아낌이 없는 넷플릭스는 '킹덤', 'D.P.'에 이어 최근 '오징어 게임', ‘지옥’이 전 세계에서 '잭팟'을 터트렸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큰 장점이지만 국내 콘텐츠에서는 약세를 보인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제외한 예능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울러 ‘마블’이나 ‘해리포터’ 등 큰 팬덤을 지닌 유명 시리즈들도 넷플릭스엔 없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는 많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는 없어서다.
이 영화가 있다고? ‘왓챠’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최근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넷플릭스와 달리, 타 플랫폼에 없는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왓챠의 차별화된 장점이다. 쉽게 보기 어려운 독립영화나 해리포터, 홍콩영화, 2000년대 인기 드라마‧예능 등 매니아 층이 두터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인기 유튜브 콘텐츠 ‘좋좋소’, ‘가짜사나이 시즌2’ 등 인기 유튜브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고전 영화 등 쉽게 보기 어려운 콘텐츠를 보유했지만 아쉽게도 최신작은 부족한 실정이다. 큰 규모의 대형 콘텐츠나 최신작보다는 고전 영화나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의 취향을 가진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 보고 싶다면, ‘웨이브’
2019년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든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이 합쳐져 탄생한 서비스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JTBC 제외)의 콘텐츠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무한도전·1박2일·런닝맨 등 인기 지상파 예능을 즐기거나 Quick VOD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콘텐츠로 국내 콘텐츠 트렌드를 이끄는 JTBC와 tvN의 콘텐츠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것은 웨이브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또 충성도 높은 시청자층을 보유한 스포츠 채널 역시 서비스하지 않는다.
CJ, JTBC 콘텐츠를 원한다면, ‘티빙’
국내 최장수 OTT 서비스인 티빙은 웨이브에서 볼 수 없는 CJ ENM과 지상파 방송 등 케이블 TV 채널, 그리고 JTBC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tvN, Mnet, On Style, Olive, OCN 등을 포함한 CJ 계열사 채널과 JTBC, EBS, YTN, 연합뉴스 등 38개 채널의 콘텐츠를 실시간 및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CJ 계열 영화의 업로드가 빠르다는 것도 티빙의 큰 장점이다. 최근에는 ‘환승연애’, ‘유미의 세포들’, ‘술꾼 도시 여자들’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 트렌드를 이끌며 눈에 띄는 성과도 내는 중이다. 반면 CJ ENM 콘텐츠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 외 다른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디즈니‧마블 마니아라면, 디즈니+
지난 12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국내에 발을 디뎠다. 넷플릭스가 새로운 콘텐츠 부분에서 우리를 즐겁게 했다면, 디즈니+에는 그동안 우리를 즐겁게 했던 익숙한 콘텐츠가 있다. 디즈니, 픽사,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디즈니 브랜드’의 각종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전부 볼 수 있다. 특히 어벤져스, 스타워즈 등 국내 많은 팬을 보유한 유명 시리즈 물을 보유해 국내 출시 전부터 많은 팬의 기대를 받은 바 있다.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만, ‘애플 TV+’
애플TV+는 지난 4일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했다. 언제나 평범함을 거부하는 애플은 이번에도 색다른 행보를 선보였다. 콘텐츠의 양이 인기와 직결되는 것처럼 모든 OTT 플랫폼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애를 쓴다. 하지만 애플TV+는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으로 “양보다는 질로 승부보겠다”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애플TV+가 한국에 론칭하면서 내세운 한국 오리지널 작품인 ‘닥터브레인’으로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외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찾기는 힘들고 자체 콘텐츠 라인업은 타 플랫폼보다 현저히 적다. 콘텐츠 확보는 애플 TV+의 큰 숙제로 보인다.
이 밖에도 ‘HBO맥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도 한국 진출 시점을 점치고 있어 OTT 서비스의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국내 OTT에 이어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도 가속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여느 때보다 방대한 콘텐츠에 둘러싸이고 있다.
문제는 각 플랫폼마다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가 달라 OTT 플랫폼 다양화로 구독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탓에 일각에서는 절약 차원에서 모르는 사람과도 계정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최근엔 계정 공유를 안전하게 중개해 주는 업체까지 다수 등장하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입동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됐다. 입동이 지난 이맘때면 농촌 지역에서는 동네주민 여럿이 모여 김장을 하는 김장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가 담긴 김장 문화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찾아왔다.
올해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10㎏(상급) 도매가는 지난 10일 1만1880원으로, 1년 전 가격(5948원)에 비해 두 배가 됐다. 배추 뿌리와 밑동이 썩는 무름병 피해와 이른 가을 한파 등으로 배추 수확량이 떨어진 게 원인이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쪽파·마늘 등도 20~40%씩 비싸졌다.
매해 기후변화에 따라 배추, 양념류 재료 등의 가격 급등락이 심해진 데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며 오랜 김장 문화가 바뀌고 있다.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김장 포기족)이 늘면서 배추부터 사서 절이는 김장 풍경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년 전인 2000년 당시 184만t 수준이었던 국내 김장 규모는 2018년 110만t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97만t까지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3.4%씩 김장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김장은 포기해도 국민 반찬 김치는 포기할 수 없는 게 우리 민족이다. 김장 규모의 감소와 함께 김장키트나 포장김치 등 편하게 김치를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 시중에 다수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판 김치 구매 비중은 2015년 약 8%에서 2018년 15%, 작년 23%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김장키트'는 절인 배추와 무, 양파,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양념소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이다. 만들어진 양념을 절임배추에 채워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돼 재료 낭비를 줄이고 간편하게 김치를 담글 수 있다. 대상·풀무원 등이 작년부터 선보였고, 현대백화점도 지난달부터 전국 16개 점포 식품관에서 1~2인 가구용 김장 키트 세트 판매에 나섰다.
아예 만들어진 포장김치 역시 지속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김장김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하는 등 수요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된 포장 김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고 밝혔다. 김수빈 세븐일레븐 간편식품팀 MD는 “해마다 오르는 김장물가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포장김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독 경제 시대에 맞춰 김치도 정기구독할 수 있다. 대상 '종가집'은 2018년부터 김치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김치의 종류와 용량, 배송 요일과 주기를 전부 선택할 수 있어 간편하다. 김장 규모의 지속적 감소로 김치 구독 서비스는 더 발전할 전망이다.
지금은 부업 전성시대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성인남녀 21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중 55.7%가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2명 중 1명 이상이 ‘N잡러’인 셈이다. N잡러는 2개 이상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 이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0월 잡코리아가 조사한 N잡러 비율(30.3%)보다 올해 17%가 더 늘었다.
중장년층이 부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중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환경이 일반화하면서 ‘디지털 부업’이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부업 50가지’의 저자 김진영(54) 씨는 매월 쌓이는 카드빚과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벗어나고자 부업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4060세대들에게 직장인 부업러로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나누고자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부업 아이템을 ‘시테크형(시간+노동)’, ‘취테크형(취미+재능)’, ‘소테크형(SNS+마케팅)’, 그리고 ‘사업형’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이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을 우선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시테크형은 본업 퇴근 후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알바처럼 저녁과 심야, 주말에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부업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기만 하면 수입으로 바로 돌아온다. 그러나 시간당 단가가 비교적 낮고, 육체적 피로가 겹칠 수 있다. ‘취테크형’은 가죽공예나 켈리그라피 등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돈을 버는 부업이다.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고 수익도 꾸준하지만, 전문적인 수준까지 훈련이 필요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소테크형’ 부업은 시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일정 구독자 확보 전까지는 수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사업형’은 온라인에서 장사하는 1인 사업체 셀러가 되는 것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아마존 글로벌셀링 등이 대표적이다. 잘 운영하면 제2의 직업이 될 수 있지만 투자비 등 초기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책에 소개된 50여 가지가 넘는 디지털 부업 중 어떤 것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김 작가는 먼저 ‘쿠팡 파트너스’를 추천했다. 쿠팡 파트너스는 상품 링크를 블로그나 SNS 계정에 올리면 그 링크에서 발생한 제품 판매 수익의 3%를 받는다. 초보자도 간단하게 부업의 세계로 입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교적 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사진 찍는 취미를 갖고 있다면 이미지 중개 플랫폼 크라우드픽이나 셔터스톡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면 필요한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다운받아 쓰는 식이다.
아이돌봄 서비스 맘시터,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펫트너 등 ‘돌봄’에 집중한 부업도 있다. 추가로 캐시 슬라이드, 캐시워크 등 큰 수익을 내진 못하지만 잠금 해제, 광고 시청, 친구 초대 등 소소한 활동으로 돈이 적립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김 작가는 “오프라인에서는 일자리가 정해져 있고 나이, 학력, 성과에 따라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서는 다 평등하다. 특히 4060세대는 인생의 노하우가 축적된 세대다. 경험을 SNS로 공유해 1인 브랜딩을 할 수 있고, 취미 활동이 수익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자신의 관심사나 강점을 고려해 부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게 어렵다면, 재미있어 보이는 것부터 한 가지를 골라 시작해보자. 재미로 시작한 것이 취미가 되고, 오래 하다 보면 경험이 쌓여 능력이 되고, 그게 수익 창출까지 가는 거다”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중장년층이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0·60대의 홈서비스 결제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48%, 25% 증가했으며, 홈 인테리어 관련 소비도 2019년 대비 80%, 60대는 40% 증가했다.
상품 정기배송도 40대 이상 신규 소비층 유입으로 결제액 규모가 크게 늘었다. 2019년 대비 2020년 결제액 증가율은 40대 57%, 50대 97%, 60대 109%였다. 특히 우유 구독, 신문 구독 등 수십 년도 더 된 정기구독 서비스가 최근 다시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점은 주목할만 하다. 속옷, 취미 용품, 면도 용품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중 인테리어 관련 정기구독 서비스가 속속 출시돼 주목받고 있다.
‘더빌리’는 취향에 따라 유명 디자이너의 조명, 소품, 가구 등을 대여할 수 있다. 구독 기간은 7일부터 180일까지 다양하다. 구독 기간이 완료되면 새 상품을 선택하거나 구매 또한 가능하다. 상품 3개를 60일마다 바꾸거나 인기 브랜드를 7~30일간 경험해보는 단기 서비스, 촬영용 인테리어 소품 렌털 등 다양한 유형이 마련돼 있다. 더빌리는 “공간 전문 큐레이터가 엄선한 상품으로 재충전를 위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며 “특히 프리사이클링 상품은 공유 사이클 횟수 제한 정책과 철저한 검수 관리를 통해 상품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꾸까’는 구독자에게 정기적으로 꽃다발을 보내주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원하는 꽃다발 크기와 받고 싶은 요일을 선택하면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을 2주에 한 번 보내주는 식이다. 꾸까에 따르면 “디자인 컨셉 회의와 2~3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 꽃다발을 확정하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 습도에 따라 배송 방법을 변화시키는 등 끝없는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약 32만 명이다. 이들은 “꽃이 있는 공간을 지나칠 때마다 기분의 색깔이 반짝하고 밝아진다”며 “매번 잊을 때쯤 새 꽃이 배달오니 너무 힐링이다”라고 후기를 전했다.
계절마다 제철 꽃을 받아볼 수 있는 해당 서비스는 화훼 농가에도 새로운 기회다. 코로나19로 경조사 같은 각종 행사에 따른 화훼 수요가 꽉 막힌 상태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조달청에서도 화훼 농가 지원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개발하고 종합쇼핑몰을 통해 공공기관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비싸서 쉽게 사기 어려운 그림 시장에도 정기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다. ‘핀즐’은 큐레이터가 매달 선정한 작가의 작품을 집에 걸어 감상할 수 있도록 대형 아트 포스터를 제공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매달 A1 크기의 아트 포스터 1장과 함께 작품 소개 및 그림과 함께 즐기면 좋은 플레이리스트 등이 담긴 ‘에디터스 레터’를 함께 제공해 구독자가 그림을 쉽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아티스트와 작품 선정은 내부의 전문 큐레이션팀에서 매월 트렌드와 계절감 등을 고려해 작품을 선정하며, 매거진과 영상은 아티스트의 일상을 직접 취재하여 제작된다. 지난달의 작품은 반납할 필요 없이 소장하면 된다. 정기구독 서비스는 핀즐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한편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과잉 지출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독할 경우 건당 구매보다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금액으로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지만, 구독 서비스 해지에 어려움을 겪어 장기간 서비스를 유지하는 등 지출이 더 클 수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에서는 구독 서비스 해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소비자가 해지하기 위해 버튼을 찾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고 하면, 그야말로 소비자 기만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출근 전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나를 위한 커피 한잔을 내린다.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한 부엌 테이블에 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기분 좋게 마주한다. 좋아하는 음악 중 산뜻한 아침과 잘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재생하고, 직접 내린 진한 아메리카노를 음미한다. 바쁜 아침에도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에서 나만의 취향과 여유를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집이 ‘주거’라는 기본 역할을 넘어 일과 여가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한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으로 변화하고 있다. ‘홈카페’ 역시 레이어드 홈의 한 종류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났다.
지난해 5~6월 커피전문점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줄어든 반면, 가정 내 커피 소비는 오히려 늘었다. 홈카페의 인기에 힘입어 커피 수입액도 크게 증가했는데,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전년 대비 11.48%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홈카페는 5060 신중년 사이에서도 핫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전국 50세 이상 남녀 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팩트피플스 조사에 따르면, 5060세대의 62%가 최근 1년 이내 커피머신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안한 공간에서 즐기는 커피의 맛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홈카페’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무려 453만 개의 관련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유리컵을 가득 채운 뽀얀 우유 사이로 천천히 퍼지는 에스프레소 한잔부터 슈거파우더를 잔뜩 뿌린 핫케이크와 과일을 곁들인 플레이팅, 그리고 카페 분위기 가득한 인테리어까지. 집에서 내린 맛있는 커피와 직접 만든 디저트, 그리고 본인 취향의 감성적인 인테리어로 카페 분위기를 내면 홈카페가 완성된다.
사람들을 매료시킨 홈카페의 매력은 무엇일까. 구독자 5만 명을 보유한 시니어 인플루언서이자 책 ‘친애하는 커피씨’의 저자 허미경 작가는 매일 집에서 두 잔의 커피를 내려 마시며 홈카페를 즐긴다. 허 작가는 홈카페의 매력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커피를 손수 내리는 과정과 시간을 ‘나’를 위한 선물로 느낀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종종 잊게 되는데, 자신을 위한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자신에게 정성을 들인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장점을 집에서도 누릴 수 있다. 그는 “따뜻한 조명과 그윽한 커피 향, 햇살 가득한 창가처럼 카페가 가진 공간적 특성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을 준다”며 “이런 공간이 집에 있으면 자기만의 고유성을 더한 특별한 홈카페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경제적 이점이다. 그는 “한 달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계산해보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커피머신을 사고도 남더라”며 “이렇게 생각하다 커피머신을 세 대나 샀다”고 고백했다. 이어 “가족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기분 좋은 추억도 쌓아, 결과적으로 커피머신 구매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홈카페 인플루언서의 커피 즐기는 노하우와 팁
홈카페는 오직 ‘나’를 위한 카페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 한잔과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인테리어라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홈카페에 처음 입문하는 시니어를 위해, 홈카페 인플루언서에게 홈카페를 즐길 수 있는 노하우와 팁을 물었다. 약 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홈카페 전문 유튜버 ‘세론’은 홈카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맛있는 커피’를 꼽았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본인 입맛에 맞는 질 좋은 원두가 필요하다. 상태가 좋은 원두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과정인 ‘로스팅’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커피 향기 성분은 15일이 지나면 50% 손실되므로,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고 신선한 원두를 구매하기를 권한다. 또 원두는 원산지에 따라 풍미가 다른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찾아 커피를 즐기면 된다.
커피추출기로는 반자동 커피머신보다 ‘핸드드립’을 추천했다. 핸드드립은 분쇄된 원두에 손으로 직접 물을 부으면서 커피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종이 필터와 종이 필터를 받쳐줄 ‘드리퍼’만 있으면 돼 초기 자본이 덜 든다. 드립식 머신으로 뽑는 커피보다 쓴맛이 덜하고 커피 맛이 더 부드러운 장점도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시니어에게는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원두를 추천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P) 방식으로 카페인을 제거한 원두를 사용하면 되는데, 이는 화학물질 없이 순수 물로만 카페인을 제거한 원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기고 싶은 시니어에게는 우유와 휘핑크림, 그리고 생크림과 설탕으로 만든 우유 거품을 활용하기를 추천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으면 라테가 되고, 거기에 우유 거품을 더하면 부드러운 카푸치노가 완성된다. 이처럼 우유, 우유 거품 등으로 변화무쌍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우유 거품은 생크림 100g에 설탕 10g을 넣고 세게 저어 거품을 내주면 거품기 없이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어 우유를 못 마시는 시니어에게는 라테에 우유 대신 두유를 넣으면 더 고소하게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으면 과일청을 활용해 달달한 티를 즐기기를 권했다. 과일청은 제철 과일을 썰어 설탕에 절인 후 숙성 기간을 거치면 완성되는데, 이렇게 한번 만들어두면 따뜻한 차나 시원한 에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소 심심할 수 있는 홍차에 레몬청을 넣으면 달달한 ‘레몬 홍차’가 되고, 밋밋한 얼그레이티에 자몽청을 넣으면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자몽 얼그레이티’가 완성된다.
남보다 ‘나’를 의식한 홈카페가 성공한다
‘홈카페’라고 해서 남을 따라 거창하게 꾸미거나 어려운 메뉴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된다면 성공적인 홈카페는 완성된다. 눈에 띄게 예쁜 인테리어나 고급스러운 커피머신보다는 좋아하는 공간의 특징이나 디저트 취향과 같은 나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허 작가는 식물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담아, 베란다를 작은 식물정원으로 꾸미고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다. 작은 조명을 두어 밤에도 운치 있는 카페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는 “제가 홈카페를 꾸민 것처럼 집을 꾸미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집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감성 한 스푼만 얹어도 충분히 멋진 홈카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근사하게 홈카페를 꾸미지 않아도, ‘나’의 취향을 조금이라도 곁들인다면 누구든지 자신만의 홈카페에서 마음의 여유와 평온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허 작가는 홈카페가 시니어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며 적극 권했다. 중장년층은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느라 자신에게 소홀한 시간을 보내왔고, 의식적으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소홀하기 쉽다.
홈카페를 꾸미는 과정은 그동안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나’의 취향을 알아가도록 돕고, 홈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차를 준비하는 과정은 나에게 손수 지어 먹이는 따뜻하고 정갈한 밥상과도 같다. 홈카페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느라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나’의 가치를 다시 알아갈 기회를 선사한다는 의미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시니어들이 홈카페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즐기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로 기분전환도 하며,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으로 마음의 평화도 찾는 일석삼조의 기회를 누리기를 기대한다.
시니어를 위한 특별한 홈카페 메뉴
홈카페 전문 유튜버 ‘세론’이 시니어에게 추천하는 특별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자세한 레시피는 세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커피를 즐기고 싶은 날, ‘아인슈페너’ 아메리카노와 같은 블랙커피에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커피다. 블랙커피와 크림을 섞지 않고 분리된 채로 마시는 것이 특징인데, 블랙커피와 크림을 함께 맛보면서 부드러운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날, ‘애플 시나몬 블랙티’ 홍차와 계피, 사과를 끓여 만든 차다. 사과의 단맛이 살짝 느껴지고 계피와 홍차 향이 좋아,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우유를 넣어 밀크티로 마셔도 맛있다.
친구들을 초대해 특별한 차를 내주고 싶은 날, ‘다즐링 레몬’ 따뜻한 다즐링(인도의 홍차 생산지) 홍차에 레몬청을 넣은 차다. 홍차를 우려낸 다음 레몬청만 넣으면 되는 간편한 레시피로 특별한 차를 즐길 수 있다. 홍차와 레몬의 조합이 은은하고 새콤하니 잘 어울린다.
손주들과 디저트를 함께 먹고 싶은 날, 상투과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리볼’이다. 앙금과 아몬드가루, 달걀, 세 가지 재료를 섞어 팬에 짜서 굽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레시피에,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맛까지 완벽하다. 밀가루와 버터가 들어가지 않고 반죽 과정이 어렵지 않아 강력 추천한다.
소담한 집 곳곳에 푸릇한 식물들을 가꾼다. 키가 큰 식물, 이제 막 싹을 움 틔우는 식물, 가구를 감싸 안고 있는 식물 등 각양각색이다. 방 안에는 채 완성하지 못한 그림이 이젤 위에 놓여있고, 완성된 그림은 액자 속에 보관돼 켜켜이 쌓여있다. 카메라 앞에서 말하다가 버벅댄 게 멋쩍어 웃음 짓다가도, 이내 능숙하게 식물과 그림에 대한 설명을 마친다. 지난해 유튜브를 시작한 실버 크리에이터 고정자(76) 씨 이야기다.
유튜브 채널명이자 고정자 씨의 활동명인 ‘지고메’는 알파벳 G와 영어 단어 ‘Gourmet’을 합해서 얻은 이름이다. G는 성씨인 ‘고’에서 따온 것이고 gourmet에서는 미식가, 식도락가,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져왔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새 이름을 얻은 셈이다. 새로 얻은 건 이름뿐만이 아니다. 요리, 플랜테리어(식물 인테리어), 그림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게 되면서 창작자로서 새로운 삶까지 얻었다.
“창작자로 사는 게 즐거워요.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잘 흐르고 있는 기분이 들게 하거든요. 생동감 같은 거요. 유튜버 지고메는 저에게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을 연 것인데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보니 흥미롭네요.“
비로소 발견하게 된 '나'
젊은 시절에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족들을 돌봤다. 가족이 있어 행복했지만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남편과는 사별하고 자식들은 모두 출가했다. 자식들은 자라 손주를 보고 고정자 씨는 어느새 할머니가 됐다. 자연스레 혼자 집에 남겨졌지만 외로움도 잠시,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비록 할머니지만 나이 들수록 '나'와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로 태어났으니 나답게 인생을 사는 게 맞다 싶어요. 가족이 있을 땐 그들의 삶을 돌보느라 나에게 집중하지 못했어요. 가족이 있어 행복한 삶이었지만 정작 나에게 많이 소홀하게 되더라고요. 가족에게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혼자여도 즐거운 삶이에요.”
자신에게 몰두하면서 하나둘씩 좋아하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아이들 옷을 만들어 입히고 간식까지 손수 만들어 먹였다. 손으로 만지고 가꾸고 그리는 것. 그것이 고정자 씨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었다. 요리를 하고, 식물을 가꾸고, 그림도 배웠다. 유튜브가 선생님이었다. 유튜브를 즐겨 보다 보니 스스로의 삶도 기록하고 싶어졌다.
“평소 유튜브를 즐겨 보다가 나의 삶을 기록하고 싶어졌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혼자도 잘 지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다 보니 저도 모르고 있었던 저의 모습이 보여서 영상제작이 재미있게 느껴져요. 올해 76세가 됐지만 그런데도 나에게 당당한 삶을 살아내고 싶어서 '싱글라이프'라는 콘텐츠를 생각하게 됐어요.”
크리에이터 ‘지고메’로서의 삶
유튜브는 고정자 씨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꾸준히 담으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줬다. 지고메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오히려 잃어버린 ‘나’를 찾고 몰입하게 됐다.
“유튜브 채널에 제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저도 유튜브 채널에 그려진 제가 새롭지만 진짜 '나'를 발견한 것 같아 더욱 애착이 가요. 매일 유튜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관심으로 봐주고 응원해주셔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되고 있어요. 영상을 완성할 때마다 성장했다는 기쁨도 있어요. 제 삶은 유튜버 지고메가 되기 전과 후가 정말 달라졌어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쉽지 않지만 도전하고 나면 오늘도 잘 살아낸 것 같아 만족감이 커요.”
크리에이터를 전업으로 삼는 이들은 남모를 고충을 겪기도 한다. 과도한 관심을 받아 신분이 노출되기도 하고, 때로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고정자 씨는 크리에이터로서 삶에 만족하는 중이다. 구독자나 조회 수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튜버 지고메는 구독자 몇 명 달성이나 조회 수 몇 회 달성 등 여느 크리에이터 같은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일로 자신을 돌보고, 때로는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반갑게 맞이하며 즐겁게 지낼 뿐이다.
“제가 진심이니 사람들도 그걸 알아보는 듯해요.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선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인생은 소중하잖아요. 저에겐 다 좋은 경험이에요.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잘 느끼고 싶어요. 뒤돌아볼 때 '나에게 미안하지 않게'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냥 매일 꾸준히 나답게 살려고 합니다. 다만 영상에서 보이는 제 모습이 그렇듯 영상을 시청하는 분들도 좋은 시간 되길 바랍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교 활동이 줄면서 음원이나 동영상 서비스 등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방구석 취미’ 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뱅크샐러드가 코로나19 전후 시기인 2019년과 2021년 각 상반기의 디지털 콘텐츠 결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 이용자의 평균 지출금액은 약 3.4배가 늘어난 18,343원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콘텐츠는 멜론, 유튜브, 넷플릭스, 밀리의 서재 등 음원, 도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또는 플랫폼 결제 내역이다.
2021년 상반기 디지털 콘텐츠의 평균 결제 건수는 1.66건으로, 0.49건인 2019년 상반기보다 3배 이상 높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구독 이용이 비교적 적었던 40대와 50대 이상 이용자의 결제 건수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20년 결제 건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50대 이상(110%), 40대(107%)로 30대(93%), 20대(92%)보다 높은 수치다.
더불어 온라인 ‘취미 플랫폼’ 수요도 부쩍 늘었다. 클래스101, 탈잉, 하비풀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은 다양한 활동을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재테크, 글쓰기, 홈트레이닝,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등 하고 싶은 취미에 따라 강의와 재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예컨대, 뜨개질 강의를 신청하면 코바늘, 실 등 수업 과정에 맞는 재료를 받아볼 수 있다.
신한카드의 매출 데이터를 보면 취미 플랫폼 사이트(온라인 3곳ㆍ오프라인 4곳ㆍ소셜모임 3곳)의 2020년 3월 기준 이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8%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 클래스의 이용은 8000건으로 2020년 1월보다 95% 늘었다.
취미 플랫폼 이용자 증가는 40대 이상 연령층이 이끌었다. 2020년 1월에 비해 3월 40대 남녀 고객 증가율은 각각 97%, 86%에 달한다. 50대 여성도 79% 늘었으며 60대 남성도 온라인 취미 플랫폼 이용자로 등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의 강세에 대해 “인생의 활력소를 찾기 위해 여러 방향을 모색하고 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경우”라며 “위드코로나로 전환된다 해도 이미 비대면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못지않게 잘 정비돼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지금은 40대의 온라인 클래스 결제 상승 폭이 가장 크지만, 앞으로 취미 플랫폼이 더욱 대중화된다면 50·60세대의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