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입동이 지나면서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됐다. 입동이 지난 이맘때면 농촌 지역에서는 동네주민 여럿이 모여 김장을 하는 김장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가 담긴 김장 문화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찾아왔다.
올해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이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10㎏(상급) 도매가는 지난 10일 1만1880원으로, 1년 전 가격(5948원)에 비해 두 배가 됐다. 배추 뿌리와 밑동이 썩는 무름병 피해와 이른 가을 한파 등으로 배추 수확량이 떨어진 게 원인이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쪽파·마늘 등도 20~40%씩 비싸졌다.
매해 기후변화에 따라 배추, 양념류 재료 등의 가격 급등락이 심해진 데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며 오랜 김장 문화가 바뀌고 있다.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김장 포기족)이 늘면서 배추부터 사서 절이는 김장 풍경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년 전인 2000년 당시 184만t 수준이었던 국내 김장 규모는 2018년 110만t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97만t까지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평균 3.4%씩 김장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김장은 포기해도 국민 반찬 김치는 포기할 수 없는 게 우리 민족이다. 김장 규모의 감소와 함께 김장키트나 포장김치 등 편하게 김치를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이 시중에 다수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판 김치 구매 비중은 2015년 약 8%에서 2018년 15%, 작년 23%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김장키트'는 절인 배추와 무, 양파,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양념소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이다. 만들어진 양념을 절임배추에 채워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돼 재료 낭비를 줄이고 간편하게 김치를 담글 수 있다. 대상·풀무원 등이 작년부터 선보였고, 현대백화점도 지난달부터 전국 16개 점포 식품관에서 1~2인 가구용 김장 키트 세트 판매에 나섰다.
아예 만들어진 포장김치 역시 지속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김장김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하는 등 수요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마켓컬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된 포장 김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고 밝혔다. 김수빈 세븐일레븐 간편식품팀 MD는 “해마다 오르는 김장물가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포장김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독 경제 시대에 맞춰 김치도 정기구독할 수 있다. 대상 '종가집'은 2018년부터 김치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김치의 종류와 용량, 배송 요일과 주기를 전부 선택할 수 있어 간편하다. 김장 규모의 지속적 감소로 김치 구독 서비스는 더 발전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