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실은 어디에? 속고 속이는 넷플릭스 영화
-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거짓으로 말을 꾸며내거나 타인을 속인다. 때로는 상대방을 위해서, 때로는 자신을 위해서다. 사소한 거짓말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더 큰 거짓말을 부른다. 거짓이 거짓을 부른 대표적인 사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처럼 말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거짓과 허구에 관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 2002) 허술한 위장과 입담, 재치만으로 신분을 속이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남을 속이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140만 달러가 넘는 위조수표를 가로채며 온갖 사기를 벌였던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를 뒤쫓는 FBI 최고요원 ‘칼’(톰 행크스)의 이야기를 담는다. 프랭크의 재능은 깻잎부터 돋보인다. 그는 새 학교에 전학 온 첫날, 선생님 행세를 하며 전교생을 골탕 먹인다. 이후 부모의 이혼으로 집을 나온 프랭크는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다. 기자를 사칭해 항공사의 허점을 알아낸 뒤 조종사로 위장하고, 소아과 의사와 검사로 위장 취업을 한다.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이야기 같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1960년대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프랭크의 교묘한 위장 솜씨가 러닝 타임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2.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주인공이 주변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면, ‘트루먼 쇼’는 반대로 주인공이 모든 이들에게 속는다. ‘트루먼 쇼’는 평범한 보험회사원 ‘트루먼’(짐 캐리)이 모든 것이 연출된 TV 쇼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가다 점차 자신의 일상에 의심을 품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트루먼은 자신을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전 세계가 지켜본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회사도 허구, 가족과 친구도 고용된 배우다. 인생이 통째로 몰래카메라인 셈이다. 속고 속이는 영화 중 가장 스케일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방송국의 실수로 기이한 일을 연이어 겪고, 마침내 자신이 속한 세상이 ‘쇼’라는 것을 깨달은 트루먼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온갖 방해 공작에 맞서기 시작한다. 짐 캐리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그의 탈출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 위험한 만찬 (Nothing To Hide, 2018) 신분을 속이고, 한평생 살아온 인생을 부정당하는 것만큼 아찔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배반은 그와 비슷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 누군가에 의해 탄로 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 ‘위험한 만찬’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는 당연한 전제를 자극적인 설정으로 꼬집는다. 오랜만에 성사된 커플 모임 날, 저녁을 먹는 동안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아슬아슬한 놀이를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처음엔 일종의 장난이었지만, 알림이 울릴 때마다 하나 둘밝혀지는 장난 같지 않은 이야기에 분위기는 점점 싸해지고, 마침내 열려버린 판도라 상자는 거짓된 관계에 파장을 일으킨다. 누구나 한 대씩 갖고 있는 휴대전화로, 누구에게나 있는 비밀을 폭로한다는 설정인 만큼 몰입하며 볼 수밖에 없다. 2018년 개봉한 한국 영화 ‘완벽한 타인’과 비교하며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 2021-02-05 09:26
-
- “소리 좀 내지 말고 살아라”
-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형부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요.’ 인터넷에 떠 있는 어느 열여덟 살 여고생의 글 제목이다. ‘처제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요’만큼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에게(사실은 남자들에게) 묘한 연상을 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나는 당연히 형부가 없고 처제도 없지만(ㅠㅠ), 왜 형부-처제 이야기만 나오면 얄궂고 야릇해지는지 잘 모르겠다. 그 글이 인기인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그 여고생은 재작년에 한가족이 된 형부 땜에 미칠 지경이라고 한다. 잘생긴 데다 엄마 몰래 용돈을 잘 주어 처음엔 형부를 아주 좋아했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든 입으로 소리를 내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소파에 앉으라고 하면 “포잉~” 하고 앉는다. 장모가 부르면 왜 이제 부르냐는 듯 “띠용” 하고 달려간다. 차에서 내릴 때는 “호잇, 히얏!” 하는 소리를 낸다. 밥 먹을 때 “푸욱” 하고 밥을 푸고, 무거운 거라도 드는 것처럼 깻잎을 “잇차 잇차” 하고 떼어 먹는다. 설거지할 때는 “달그락달그락”, 물을 따르면서 “쪼로록”, 냉장고 문 열 때 “추왕!”, 옷 벗을 때 “휘리릭”, 종이에 글씨를 쓰면서 “슥슥”…. 의성어 의태어를 총동원해서 자기 행동을 일일이 예고하고 중계 방송해 묘사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만화를 너무 봤는지, 아니 지금도 만화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래서 이 이상한 형부 때문에 학을 뗀 처제나 장모는 그가 집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는데, 정작 마누라는 귀여워 죽는다고 한다. 아마 연하의 남자 아닌가 싶다. 이상한 사람은 또 있다. 이 청년은 어려서부터 좌변기에서 응아 소리를 안 하면 일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집에서든 공중화장실에서든 “응아, 응아!” 하고 자기를 응원해야 응가가 나온다. 습관이라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설사를 할 때는 더하다(이건 잘 이해가 안 됨), 그는 SNS에 “내가 소리를 낼 때마다 자꾸 뭐 하는지 관심을 가지는데 옆 칸에서 제발 관심 끊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사람은 저마다 소리를 낸다.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하는 소리나 기색을 인기척이라고 하는데, 일부러 내는 소리가 아니라도 사람은 무슨 소리든 내기 마련이다. 기관지가 좋지 않은지 아니면 습관인지 하루 종일 큼큼거리는 사람을 봤다. 어떤 여성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채기를 크게 해 주위를 놀라게 한다. 어떤 남자는 웃음소리가 하도 커서 눈총을 받곤 한다. 이런 말을 하다 보니 나는 무슨 소리를 내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남들이 기억하고 인식하는 나만의 소리가 있을 텐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녹음된 내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담배를 한창 피울 때는 아침에 일어나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는 게 첫 일과였지만, 지금 그런 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남들이 콕 집어 알려줄 때까지 내가 내는 소리는 접어두고 세상에서 들리는 소리를 이야기해보자. 지금은 음력 10월, 이른바 소춘(小春)의 초입이다. 초동(初冬) 또는 맹동(孟冬)이라고 하는 음력 10월은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해 ‘작은 봄’이라고 부른다. 그렇긴 해도 밤낮으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좀 늦었지만 가을엔 구양수(歐陽修, 1007~1072)의 ‘추성부’(秋聲賦)를 음미해야 한다. 밤중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오싹해져서 동자에게 알아보라 하니 동자가 대답하기를, “별과 달은 밝고 깨끗하며 밝은 은하수가 하늘에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라고 했다지? ‘추성부’는 이 나무 사이에서 나는 소리로부터 천지자연의 이치와 사람의 일로 생각이 번져 스스로 탄식하는 고금의 명문이다. 고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독일 작가 안톤 슈나크(Anton Schnack, 1892~1973)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명문이 있다. 그가 쓴 비슷한 글 ‘내가 사랑하는 소음, 음향, 음성들’은 세상과 사람의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아, 한 잎 가랑잎이 살그머니 떨어질 때, 가슴 아프도록 지친 소리. 아직도 나무에는 여름이 달려 있는데 어느덧 한 잎이 떨어지고 있다. (중략) 정적의 소리야말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무위(無爲)로부터, 근원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듯한 심연의 흐름ㅡ바로 오르간의 음악 소리요, 조개껍데기의 소리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 속을 흐르는 피의 음악이다.” 세상의 온갖 소리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활과,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가령 피천득의 명수필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읽으면 “다른 사람 없는 방 안에서 내 귀에다 귓속말을 하는 서영이의 말소리” 등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 “봄 시냇물 흐르는 소리, 갈대에 부는 바람 소리, 바다의 파도 소리, 골목을 지나갈 때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이나 서 있게 하는 피아노 소리, 젊은 웃음소리….” 한유(韓愈, 768~824)의 글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의하면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게 된다. 초목에는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되며, 물은 소리가 없으나 바람이 움직여 소리를 내게 된다. 사람이 말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을 하게 된다.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며 우는 것은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무릇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은 모두 불편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지금 우리가 자연의 소리보다 더 자주 듣는 것은 인간의 소리이며 생활의 소리지만 들어서 좋기보다는 귀 막고 싶은 소음이 더 많다. 군소리, 헛소리, 흰소리, 허튼소리, 허드렛소리, 오만소리, 볼멘소리, 갖은소리, 왼소리, 입에 발린 소리, 그리고 개소리! 이 중 왼소리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문, 험하거나 궂은소리이며 갖은소리는 쓸데없는 여러 소리, 아무것도 없으면서 모든 걸 다 갖춘 듯 뻐기며 하는 말을 뜻한다. 소리가 참 많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소리를 귀담아 듣고, 내 소리는 되도록 내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은 입동(11월 7일)을 지나 소설(11.22) 대설(12.7)로 치닫고 있다. 한유의 말대로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회든 되도록 평정을 얻어서 귀가 괴로운 소리가 적은 겨울을 맞았으면 좋겠다.
- 2020-11-18 10:09
-
- 흙은 나에게 흙처럼 살라 하네!
- 지난봄부터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그동안 황무지에 씨 뿌리고 가꾸면서 행복했다. 생명이 탄생하고 커가는 과정이 신비로웠다. 봄에 심을 수 있는 상추며 고추, 가지, 토마토, 감자, 오이, 깻잎 등 20여 가지 품종을 손바닥만 한 땅에 뿌리고 가꿨다. 그 수확물은 풍부했다. 갖가지 상추가 푸른 잎을 자랑하며 쑥쑥 자랐다. 가지 고추, 오이 등 열매 식물은 꽃이 피고 지며 열매를 맺었다. 날이 다르게 열매는 크기를 더하며 여물어갔다. 토마토가 붉고 노랗게 익어가며 식단은 더욱 풍성해졌다. 흙은 참 신비로웠다. 뿌린 씨앗은 어떤 것이든 싹을 틔워내고 길러내었다. 마치 컬러프린터가 감춰둔 색깔을 뿜어내는 것과 같았다. 손으로 움켜잡았을 때는 그냥 한 줌의 흙이었다. 흙이 태양 빛과 합작하며 만들어내는 색깔은 신비롭고 조화로웠다. 그 놀라움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과 다르지 않다. 어린 시절 고향 집에, 어두운 밤이 되면 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다. 지구보다 더 큰 별들이 바닷가 모래알보다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내가 별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러한 경이로움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놀라움을 주말농장을 하면서 또다시 체험하고 있다. 이 기적 같은 현장에 내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받은 인생이 아닌가 싶다. 기적은 또 있다. 그렇게 자란 농작물은 끝없이 수확을 계속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여름이 지나니 하나둘 수명을 다해갔다. 그 많던 상추는 더위에 녹아 더는 잎을 키워내지 않았다. 열매채소도 더위에 지쳐버린 듯 줄기며 가지가 마르고 시들어갔다. 마치 다들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익숙한 농부들은 벌써 마지막 열매를 따고 줄기를 뽑고 밭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다음 순번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가을 수확을 위해 한여름 폭염에 뿌려야 할 씨앗이 기다리고 있다. 초보 농사꾼이 하는 일은 그저 익숙한 농사꾼을 보고 따라 하는 일이다. 흙을 새로 다듬고 골을 내어 두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두둑에 무와 배추씨를 뿌렸다. 흙은 또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인다. 흙은 말이 없고 모든 걸 묵묵히 받아들인다. 세상에 가장 마음 좋기는 흙이 최고인 것 같다. 있는 대로 뿌린 대로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키워낸다. 인간의 세상처럼 ‘병원에서 신생아가 바뀌었다’는 말도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바뀌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한 번도 어떤 종류이든 뒤바뀜 없이 원칙을 지켜낸다. 그래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는 듯싶다. 인간세상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사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역설적인 말이기도 하다. 주말농장을 하면서 흙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밭이 시멘트 콘크리트 바닥이었다면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키워낼 수 있을까? 인공물의 한계다. 생명을 키워내는 것은 오직 흙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제 뿌린 씨앗에서 다시 싹이 나 자라고, 흙은 그 일을 또 묵묵히 수행할 것이다. 한 번도 거부하거나 싫다는 내색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씨앗을 키워 가을에는 예쁜 처녀처럼 속이 노란 배추를 키워내고, 장성한 총각처럼 미끈하고 통통한 무를 키워낼 것이다. 흙을 보니 부모의 마음도 흙을 닮은 것이 아닌가 싶다. 바람처럼 빠른 세월 속에서 흙은 나보고 ‘흙처럼 그렇게 살라 한다.’
- 2020-09-04 09:34
-
- 주말농장 결과 보고서
- 처음 그곳은 겨울을 지낸 황량한 벌판이었다. 생명이 살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노고지리가 높이 떠 봄을 알릴 즈음 흙더미 위로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초보 농사꾼인 나는 서울 도심 한편에 손바닥만 한 땅을 얻어 주말농장 간판을 내걸었다. ‘그린 텃밭’(Green family garden). 욕심껏 씨를 뿌렸다. 알이 굵은 대저 토마토, 노랑 빨강 방울토마토, 청양고추와 아삭이고추, 파프리카, 오이, 가지, 땅콩, 딸기, 쑥갓, 근대, 아욱, 깻잎 등등 겨자씨만 한 씨앗들을 뿌리고 모종도 심었다. 가지는 씨눈을 중심으로 서너 쪽으로 쪼개어 나누어 심었다. 메마른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흙으로 덮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싹이 트기 시작했다. 흙을 머리로 이고 살포시 파란 싹을 내민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하루가 멀다 하고 들여다봤다. “야! 너희들 참 대단하다. 어찌 이 무거운 흙을 비비고 올라왔니?”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듣기라고 하는지 새싹들은 잎을 하나둘 더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참으로 위대했다. 태양은 하루도 빠짐없이 열기를 불어넣어 줬고, 바람과 구름은 어린 싹이 폭염에 다칠세라 쉴 새 없이 그늘을 만들어 식혀줬다. 이따금씩 소나기도 생명수 같은 비를 시원하게 뿌리며 지나갔다. 잎과 줄기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사람도 그렇지만, 식물들도 저 혼자 크는 게 아니었다. 주위에 모든 것이 힘을 보태어 한 생명을 키워냈다. 어느 정도 자라 꽃을 피울 때는, 나비와 벌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벌이 왔다 간 자리엔 어김없이 조그만 열매가 맺혔다. 가지와 오이는 풍선에 바람 불듯 쑥쑥 자랐다. 채소는 일렬종대로 무성하게 잎을 피웠다. 실컷 먹고 이웃들에게 나눠줘도 그다음 날 또 자랐다. 큰 토마토는 어른 주먹보다 커지면서 빨갛게 익었고, 방울토마토는 전깃줄에 제비들 앉아 있듯 다닥다닥 붙어 익어갔다. 태양은 더욱 센 입김을 불어넣어 깊은 단맛을 만들어줬다. 익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감자는 달랐다. 닭이 알을 품고 있듯 한 번도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겨우 수확시기를 알게 됐다. 흙을 파헤치자 감동이 밀려왔다. 어미 감자는 자신의 몸을 내어 새끼들을 키워내고 생명을 마감했다. 줄기마다 크고 미끈한 감자가 대여섯 개씩 달려 있었다. 자연이 신비스러웠다. 풍성한 수확의 날, 주말농장에는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 열매들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주위의 도움이 있었는가? 텃밭을 가꾸며 아내와 나는 자식들처럼 쑥쑥 자라는 식물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이 섭취하는 양식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도 알게 됐다. 밀레의 그림 ‘만종’에서 저녁 종소리에 기도를 올리는 부부처럼 겸손함도 저절로 밀려왔다.
- 2020-07-29 10:00
-
- 여름 나기, 우리에겐 모시옷이 있었다
- 본격적인 무더위가 몰려오고 있다. 충남 서천 여행 중에 마침 한산 모시관이 있어 들렀다. 예로부터 한산 모시는 정갈하면서도 우아한 맵시를 보여주는 한여름 최고의 전통 옷감이었다. 무더위를 이기게 해줄 간소하면서도 시원한 옷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요즘이지만 옛 어른들은 모시옷으로 더위를 잊었다. 산아래 멋진 한옥으로 단정하게 지어진 한산 모시관으로 들어가니 저절로 차분해졌다. 백제시대 때 모시풀을 처음으로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건지산 기슭이었기 때문에 모시관을 이 땅에 지었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가니 뜰 한쪽 작은 밭에서 재배되고 있는 모시풀이 눈에 들어왔다.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심어놓은 듯했는데, 마치 깻잎과 흡사한 모양새였다. 모시풀은 습기가 많고 기온이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산 모시로 만들어진 품격 있는 역사 속 옷들을 보고 싶었다. 지하 1층에는 삼국⋅통일신라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시의 역사와 함께 시대별 전통 복식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신분과 관계없이 옛 조상들이 입었던 옷과 의복 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된 모시의 우수한 품질을 볼 수 있다. 1층에서는 한산 모시의 유래와 발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한산에서 모시가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전시된 글에는 “통일신라시대 한 노인이 약초를 캐기 위해 건지산에 올라가 처음으로 모시풀을 발견하였는데 이를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하여 모시 짜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구전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2층에서는 4000번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한산 모시의 제작 과정을 영상과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자연에서 채취한 동양의 5원색 백․청․황․적․흑의 천연염료로 만들어낸 우아하고 아름다운 옷들도 감상할 수 있다. 역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무화유산으로 불릴 만하다. 전통관 안채에서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 모시 짜기 보유자 방연옥 선생의 시연을 보며 전통 공예의 섬세함과 인내의 작업 과정을 이해했다. 머리카락보다 가늘다는 모시올은 작업자들의 입술과 이로 뽑아낸다고 한다. 그렇게 뽑은 모시올을 모아 모시실을 만들고 그 모시실을 베틀에 올려 한 필을 만들어내는 데 무려 5개월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 과정을 직접 보니 소중함과 특별함이 더했다. 베틀 앞에 앉아 베를 짜기까지의 많은 과정 중에 모시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모시 째기’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이[齒]를 사용하는데, 아랫니와 윗니로 태모시를 물어 쪼개다 보면 피가 나고 이가 깨지는 고통스러움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에 골이 파지고 모시 째기가 수월해진단다. “길이 들어 몸에 푹 밴 버릇”일 때 흔히들 “이골이 난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분들의‘이골이 나는’작업에서 생겨난 말이다. 한산 모시 홍보관에서는 모시로 만든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의 엄격한 품질 기준에 따라 유통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믿음이 간다. 모시 전시관에서 연결된 육교 건너편에 한산모시 공예마을이 있어 넘어가 봤다. 1500년 전통의 한산 모시를 현대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모시옷 입기 체험, 미니베틀 체험, 천연염색, 부채 만들기, 모시 공예, 한산 모시식품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모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다.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면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모시옷은 더운 여름 특별한 경우에만 입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옷이 되었다. 손이 많이 가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도 아니어서 대중적이지 못한 편이다. 하지만 직접 보고 듣고 살펴보니 한 번쯤 입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왕에게 진상했다는 한산 모시가 얼마나 시원하고 착용감이 좋은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이 가늘고 고울 뿐 아니라 통풍까지 잘되는 우리의 여름옷이 바로 모시옷이다.
- 2020-06-29 09:46
-
- 춘천 원조 닭갈비
- 닭갈비는 전국적인 요리가 됐다. 그러나 역시 원조는 춘천 닭갈비. 확실히 춘천에 가서 먹는 원조 닭갈비는 타지방 닭갈비와 차이 난다. 그래서 서울 등지에서는 닭갈비를 맛보러 일부러 춘천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춘천에 관광하러 갈 게 아니라면 굳이 닭갈비만 맛보러 춘천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포장 판매를 하고, 전국으로 택배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춘천을 찾은 김에 포장 닭갈비를 사서 기자의 고향인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농촌마을에 갖고 가서 함께 요리, 고향마을 사람들과 함께 맛을 봤다. 대형 프라이팬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오랜만에 동네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리를 시작했다. 사 갖고 간 춘천 닭갈비 세트에는 닭갈비, 떡국, 면, 양배추, 깻잎, 고구마, 무, 치즈, 고추장, 양념이 들어 있고 세트에 없는 고추, 마늘, 양파, 김치, 상추 등은 현지에서 준비했다. 큰 프라이팬에 고기와 양념 채소 등을 넣고 20분 정도 지나니까 익기 시작했다. 양배추와 양파 등 채소부터 먼저 건져 먹고 다른 것은 차례로 익는 대로 먹었다. 면과 고구마, 떡국, 닭갈비는 조금 뒤에 익었다. 닭갈비에 채소 그리고 마늘 등을 넣고 깻잎이나 상추에 쌈을 싸서 먹는 것도 별미다.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별미라며 맛있게 먹었다. 하긴 제주에선 그런 식의 닭고기 요리는 먹은 적이 없었으니. 어른들은 주로 쌈으로 먹고 아이들은 고기와 고구마를 골라서 먹었다. 요리하는 방법도 세트에 안내되어 있어서 그대로 실행하면 큰 어려움이 없었다. 채소와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춘천 원조 닭갈비는 품질 좋은 닭고기를 사용하고, 부위별로 적당하게 자르고,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와 거기에 맞는 채소들을 잘 조화시켜서 제대로 맛을 내는 것 같다.
- 2020-02-20 15:18
-
- 방심 금물! 낙상 사고 부위별 한방 치료법
- 봄이 오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급작스러운 한파와 함께 전국적으로 눈아 내리면서 낙상사고 발생률이 증가했다. 낙상은 모든 연령대에서 일어나지만 관절, 뼈, 근육의 퇴행이 진행 중인 노인의 경우 작은 충격도 큰 부상으로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의 도움말로 낙상 시 나타나는 대표 질환과 한방 치료법, 그리고 낙상 피해를 줄이는 생활습관들에 대해 알아보자. 도움말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 ◇ 낙상 질환별 한방 치료법 ① 목·허리디스크 낙상으로 큰 외부 충격이 척추에 전달되면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손상을 입거나 제 위치를 벗어나 튀어나올 수 있다. 디스크가 탈출하면 그 주위에 생긴 염증이 신경을 압박해 요통, 방사통을 유발하는데, 이를 손상 부위에 따라 경추·요추추간판탈출증(목·허리디스크)라고 한다. 일반적인 목·허리디스크 증상은 목과 허리가 쑤시고 아프고 통증과 뻐근함이 주변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방치할수록 통증이 더해질 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신경을 압박해 마비 증상까지 불러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한방에서는 효과적인 목·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침, 추나요법, 약침 등을 이용한 한방통합치료를 시행한다. 침을 통해 전신을 이완시켜 기혈의 원활한 순환을 돕고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척추의 위치를 올바르게 되돌린다. 이 가운데서도 약침은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해 경혈과 통증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그 효과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뼈에 영양을 공급하고 주변 근육, 인대를 강화하는 한약치료를 병행하면 치료효과가 더욱 높다. ② 척추압박골절 요통이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는다면 척추압박골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외부 충격을 받아 척추가 납작하게 내려 앉는 질환이다. 척추압박골절은 발생한 순간부터 골절 부위에 급격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마비나 근력저하 등의 증세가 없어 근육통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척추압박골절을 방치하면 등과 허리가 뒤쪽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이 나타나거나 척추신경 손상으로 이어져 감각이상, 대소변 장애들을 야기할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을 의심해볼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척추를 손으로 눌렀을 때, 앉았다가 일어날 때, 기침할 때 통증이 발생한다면 속히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 척추압박골절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다. 한방에서는 침, 약침, 한약 처방 등의 치료법을 통해 척추압박골절을 치료한다. 침 치료는 근육, 인대의 긴장 완화를 도우며 한약재의 약효 성분을 추출한 약침은 통증을 완화하고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한약은 척추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고 뼈에 영양을 공급해 골절 부위가 더 잘 붙을 수 있도록 한다. ③ 손목·발목 염좌 낙상사고는 발목이 꺾이거나 반사적으로 손을 땅에 짚으면서 손목과 발목 등에 급성 염좌를 부를 수 있다. 낙상으로 인한 근육·인대 손상의 경우 한방에서는 침, 약침,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진행한다. 침치료는 부상으로 수축된 근육과 인대를 이완해주며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약침은 통증 완화와 함께 손상 부위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이와 병행해 체내에 뭉친 어혈을 제거하고 뼈를 강화시키는 한약을 복용하면 더욱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노인 낙상 피해를 줄이는 생활습관 노인들의 낙상사고는 근감소와 골다공증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신체를 지지하는 근육과 뼈가 약해지는 만큼 추간판(디스크) 질환과 관절염에도 취약해진다. 근감소는 30대부터 시작되는데 대개 80세 이상이 되면 전체 근육의 약 50%가 소실된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운동을 통해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골밀도 증가와 함께 신체 균형감각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노인들은 맨손체조, 걷기, 계단 오르기 등 가벼운 운동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바이러스와 추운 날 씨 등으로 외부활동이 줄어 운동량이 부족해지는 시기에는 실내에서라도 매주 3일, 하루 2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와 근육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부, 비지, 된장 등 콩으로 만든 음식들은 열량이 적으면서도 식물성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된다.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유제품, 멸치, 미역, 깻잎, 상추 등도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낙상을 당한 이후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일어서기 전 다친 곳은 없는지 천천히 몸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엉덩방아를 찧었다면 고관절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는데, 급히 움직이려다가 부상이 악화될 수 있다. 통증이 심하면 주변 사람이나 119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낙상을 당하고 나서 염좌나 타박상 등 외상이 발생하면 환부가 부어 오르고 열이 난다. 이 때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냉찜질을 통해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틈틈이 얼음주머니로 10~15분간 냉찜질을 해주면 된다. 부상 직후에 온찜질부터하면 오히려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만약 일주일 이상 지나도 증상에 차도가 없을 경우에는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습관도 낙상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보행하면 균형 잡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균형 감각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경우 낙상을 당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구두보다는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평소보다 보폭을 10~20% 줄여 천천히 걷는 것도 낙상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 2020-02-19 09:54
-
- 제주산 자리돔 젓갈에 얽힌 이야기
- 자리돔은 10~18cm 정도의 바닷물고기다. 제주에서는 자리돔을 약칭으로 “자리”라고도 한다. 자리돔은 달걀 형태의 모양으로 제주 연안에서 무리를 지어 다닌다. 회와 구이 그리고 젓갈용으로 이용된다. 제주도에서는 지역별로 자리돔 축제도 연다. 요즘은 경상남도 통영지방 등에서도 잡힌다고 한다. 최근에는 제주도 연안의 수온이 높아져서 자리돔이 동해안으로 조금씩 이동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젓갈은 알이 배고 살이 깊은 4~5월에 많이 담는다. 제주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리 젓갈을 많이 먹는다. 자리젓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녔다. 1960년대 제주도에서는 쌀이 생산되지 않고 보리쌀과 좁쌀이 생산되었다. 쌀밥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보리밥이나 조밥(좁쌀밥)을 도시락으로 쌌다. 시골 초등학교에서는 도시락 반찬으로 싸갈 것이 없어서 자리젓갈을 많이 썼다. 잘 익은 자리 젓갈 냄새는 다른 어느 젓갈 보다도 냄새가 심하다. 교실에서 밥을 먹다가 선생님이 들어오면 냄새 때문에 교실에서 쫒겨나서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싸고 온 친구들 끼리 운동장 한 구석에 가서 도시락을 먹곤 했다. 집에서 자리 젓갈을 먹을 때도 그 냄새가 옆집까지 풍기곤 한다. 이웃이 집 앞을 지나가다 자리 젓갈 냄새를 맡고 들어와서 자리 젓갈에 밥을 한술 뜨고 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집에서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먹을 때는 쌈이 필요하다. 지금은 깻잎이나 상추, 배추 등이 많이 있지만, 옛날에는 콩잎밖에 없었다. 제주도에서는 여름에 나는 콩잎이 그 맛을 더해 준다. 콩잎이 영양분도 좋고 향기도 있어서 자리돔 젓갈하고는 궁합이 맞는다. 콩잎을 뜯기 위하여 콩밭을 헤매고 다닌 적도 많았다. 자리 젓갈은 보통 봄에 자리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봄에 젓갈을 담가서 여름부터 다음 해 새 젓갈을 담을 때까지 1년간 반찬으로 먹는다. 1년 넘은 것도 먹는다. 요즘에는 자리젓을 상품으로 많이 팔지만 70대 이상의 제주도민들은 집에서 젓갈을 담아서 요리해서 먹는 것을 선호한다. 가정에서 자리 젓갈을 담고 젓갈을 요리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자리돔이 나오는 4~5월경에 자리를 구매해서 항아리 등의 용기에 담는다. 2. 항아리에 굵은 소금과 물을 적당하게 넣는다. 3. 항아리를 밀봉해서 햇볕이 들지 않은 처마 밑 적당한 위치에 보관한다. 4. 자리 젓갈이 숙성되는 동안 변하지 않도록 항아리를 밀봉하고 수시로 확인한다. 5. 자리 젓갈을 담은 후 6개월이 되어야 숙성하는 데 2개월 후부터는 먹을 수 있다. 6. 자리 젓갈을 반찬으로 만들 때는 자리돔을 통째로 꺼내서 먹기 좋게 잘게 짜르거나 다진다. 그냥 통째로 씹으면서 먹을 수도 있다. 7. 잘게 다진 자리 젓갈에 참깨와 참기름, 파, 마늘, 고추 등의 양념을 적정하게 넣고 자리 젓갈을 무친다. 8. 적절하게 양념이 되면 커피통 같은 것에 담아두고 먹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먹으면 된다.
- 2019-12-19 09:58
-
-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좋은 귀리 활용 레시피
-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우리 몸에 좋은 식재료를 활용한다면 더욱 건강한 한 상이 완성된다. 슈퍼푸드를 가미한 퓨전 사찰음식 레시피를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 스타일리스트 곽영신 장소 협찬 키프레시(롯데월드타워점) 귀리는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섬유질 등이 풍부해 성인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또 칼슘과 철분, 비타민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어린이나 노년층 영양식으로 활용해도 좋다. 최근에는 귀리를 볶아 납작하게 누른 오트밀이나 가루 형태로도 즐긴다. 몸에 좋은 식재료이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복통이나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으니, 하루 20g 이내(1~2큰술 정도)로 섭취하길 권한다. 영양귀리밥 재료 백미 2컵, 귀리 1컵, 옥수수 1/2개, 브로콜리 1/2개, 당근 1/4개, 아몬드 반 줌 만드는 방법 1. 귀리를 물에 30~60분 정도 불린다. 2. 귀리를 물에 불리는 동안 옥수수의 알갱이만 분리한다. 3. 브로콜리와 당근을 한입 크기로 자른다. 4. 밥솥에 백미와 귀리, 옥수수 알갱이, 브로콜리, 당근을 넣고 밥을 짓는다. 재료의 수분이 있으니 물의 양은 내용물의 1.2배만 넣어준다. 5. 잘 지은 밥 위에 슬라이스된 아몬드 두 꼬집을 뿌려 완성한다. 귀리셰이크 재료 귀리 한 줌, 우유 200㎖, 꿀 만드는 방법 1. 귀리를 깨끗이 씻은 뒤 중불에 5분 정도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2. 볶은 귀리를 믹서나 블렌더에 넣고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든다. 3. 우유 200㎖에 귀리 분말 1큰술을 넣고 섞는다. 우유 대신 두유나 아몬드유를 활용해도 된다. 4. 기호에 따라 꿀을 첨가한다. 5. 식감을 살리려면 볶은 귀리(갈지 않은)와 슬라이스 아몬드 등을 곁들인다. 귀리닭강정 재료 귀리 3큰술, 닭 안심 200g, 튀김가루 1½컵, 물 1컵, 식용유 3컵, 깻잎 4장 1. 귀리를 씻은 후 물에 30분 정도 불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닭 안심은 깨끗이 씻어 2cm 크기로 잘라둔다. 3. 튀김가루 1½컵, 물 1컵, 준비한 귀리 3큰술을 섞어 튀김옷을 만든다. 4. 손질한 닭 안심에 튀김옷을 입힌다. 5. 냄비에 식용유를 붓고 강불에 가열해준 뒤 2번에 걸쳐 튀긴다. 이때 처음 튀긴 닭강정의 기름기를 한 번 빼주고 한 번 더 재빨리 튀겨낸다. 6. 기름종이 위에 튀긴 닭강정을 올려 기름기를 빼준다. 7. 완성된 귀리닭강정 위에 잘게 채 썬 깻잎을 곁들여낸다.
- 2019-10-11 10:05
-
- [카드뉴스] 색다르게 즐기는 홈메이드 사찰음식⑪
-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 스타일리스트 곽영신 장소 협찬 키프레시(성신여대점) 그릇 협찬 덴비 코리아 초복, 중복이 있는 7월. 여름철 보양 재료로 많이 쓰이는 인삼을 활용해 수제비를 만들어보자. 깔끔한 야채 육수에 쌉쌀한 인삼 향이 더해져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채소밥으로 속을 채운 깻잎롤을 곁들여 먹는다. 매실과 단무지로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장아찌도 반찬으로 궁합이 잘 맞는다. 원기 회복과 위장 활동을 돕는 차조로 오메기떡을 만들어 후식으로 즐겨도 좋다. 인삼수제비 무(1/4개)와 애호박(1/3개)을 1.5cm 크기로 자른 다음 1/4씩 한입 크기로 썰어준다.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부어주며 수제비 반죽을 한다. 이때 수제비에 간을 하려면 소금을 약간 첨가한다. 냄비에 무, 애호박, 인삼(2뿌리), 물(350㎖)을 넣고 중불에 10분간 끓인다. 육수를 끓이는 동안 청·홍고추(각 1개)와 대파(1/3대)를 어슷썰기로 썰어준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수제비를 떼어 넣는다. 썰어놓은 야채를 마저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소금 대신 간장도 가능). 수제비가 익을 때까지 중불에 끓여 완성한다. 매실단무지장아찌 매실(60g)을 깨끗이 씻어 씨를 빼고 과육만 남긴다. 손질한 매실을 햇빛에 2일 정도 말린 뒤 고추장을 발라 서늘한 곳에서 2주 정도 숙성시킨다. 단무지(40g)를 2cm 크기로 잘라준다. 숙성된 매실장아찌에 준비한 단무지와 고춧가루(반 큰술), 참기름을 넣고 버무려낸다 깻잎롤 세척한 당근(1/3개), 브로콜리(1/4개), 만가닥버섯(1/4팩)을 잘게 다진다. 다진 채소들을 약불에 3분 정도 볶는다. 이때 아스파라거스도 살짝 구워둔다. 밥(150g)에 볶은 채소와 참기름, 검은깨를 넣어 비빈다. 깻잎을 깔고 비빈 채소밥을 넣어 김밥처럼 말아준다. 깻잎롤을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잘라주고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만가닥버섯을 곁들여 플레이팅한다. 오메기떡 찹쌀(2컵)과 차조(70g)를 씻은 뒤 수분을 살짝 빼주고 약불에 50분 정도 쪄준다. 쪄낸 찹쌀과 차조에 소금물로 간을 하고, 쫀득쫀득해질 때까지 치댄다. 완성된 떡을 사각 틀에 넣고 모양을 잡아 마무리한다.
- 2019-07-05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