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Aging’ 과 ‘Life Reimagined’. 얼마 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2014 Aging in America' 컨퍼런스 행사에 다녀온 연구소 동료가 고령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American Society on Aging(ASA)’ 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 중 하나로 매년 노화 · 의료 · 금융 · 교육 등 각 분야의 노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갖는다.
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 60년 이상 된 미국에서는 ‘Aging’ 의 개념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데 단순히 경제적인 독립을 넘어 새로운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고려하는 ‘New Aging’ 에 대한 이해와 함께 관련 산업군도 발달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화와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던 반면 최근에는 고령화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마켓파워를 가진 시니어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와 마케팅이 성장하는 추세다.
‘Life Reimagined’는 우리 말로 해석하면 ‘인생의 재창조’ 라고 할 수 있는데 은퇴 이후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데 집중했던 은퇴 설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다. 길어진 인생의 후반기를 은퇴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고 자신만의 욕구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정과 재능을 다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New Aging’ 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고령화 시대의 은퇴 컨설팅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은퇴 이후의 삶과 현실화된 100세시대에 대해 이제야 고민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와 시니어 세대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은퇴 전후의 중장년층 일부가 은퇴 준비를 위해 컨설팅을 받는 수준이고 그 내용도 은퇴 이후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산 재분배 작업을 하는 정도다. 하지만 시니어 그룹에 대한 이해와 지원 비즈니스 및 마케팅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도 은퇴 이후의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자기 계발과 교육 등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와 여가 활동이 늘어날 것이고 부를 축적한 시니어 세대의 사회 활동 증가와 창업 등이 활발해 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55세~64세의 창업 비중이 1996년 14.3%에서 2012년 23.4%로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와 부의 편중에 따라 시니어 세대의 사회 활동이 중요해 질 것이다.
은퇴 이후에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따져보고 이를 마련하기 위한 재무 설계와 자산 관리에 치중했던 은퇴 컨설팅도 변화할 수 있다. 생활비와 의료비 준비, 안전한 자산 상속 등에 집중했던 은퇴 설계는 인생 후반기의 재창조를 위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삶의 유지를 위한 비용 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재투자와 소비 항목의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의 운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최근까지의 은퇴 컨설팅에서 부동산 자산은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도구이거나 소극적인 투자 상품 정도였다. 삶의 목표나 실현해야 할 새로운 가치와도 상관 관계가 낮았다. 은퇴 이후 인생의 재창조를 염두에 두고 부동산 자산 구성 또한 달라져야 한다.
경제적 독립을 위한 수익형 부동산과 인생 스케쥴에 따라 매각 및 현금화를 통해 자기 계발이나 교육에 재투자할 비용을 충당할 부동산 상품도 구분해 둬야 한다. 제2의 인생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일과 재능을 먼저 찾고 그에 부합하는 부동산을 구성해 넣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이 새로운 창업을 원하는 지, 아니면 전원의 농가 생활을 희망하는 지에 따라 궁합이 맞는 부동산은 따로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영역에 따라서도 관심을 가질 부동산 품목은 모두 다른 법이다. 적합한 부동산 품목이 갖춰져 있다면 캠핑이나 스포츠 동호회, 쿠킹이나 공방 활동 같은 취미와 여가 활동을 제2의 직업으로 삼는 것도 어렵지 만은 않다.
김규정 연구위원-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자가 되는 것보다 자녀가 부모처럼 부자로 살도록 재산을 제대로 물려주는 것이 더욱 어렵다.
조상의 자수성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 일찍부터 투자 자문가 등 전문가 상담을 받게 할 것 등 자녀에게 부를 제대로 물려주는 방법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어떤 부자 가문이라도 온갖 역경과 실패를 딛고서 지금의 부를 일군 조상이 있다. 금융교육업체 칠드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닐 갓프리 회장은 “자녀들에게 자신들이 누리는 부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게 해야 한다”며 “회사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공장을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자들의 자녀는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부가 쉽게 얻어진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라이빗뱅크(PB) 부문인 US트러스트가 지난해 재산이 3000만 달러(약 318억원)가 넘는 부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 자녀가 최소한 25세는 돼야 자신의 부를 물려받을 능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자들이 자녀와 일찍부터 돈과 재산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눠야 갑작스런 재산상속으로 불거질 수 있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갓프리 회장은 “자녀들에게 깜짝 재산상속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들은 갑자기 재산을 받으면 어떻게 쓸지 감을 잡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족은 장남이 21살일 때 갑자기 7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물려줬다”며 “그후 이 장남은 대학을 자퇴하고 방탕하게 살다가 마약중독으로 재활시설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고 덧붙였다. 자녀들에게 가족이 보유한 재산을 시시콜콜하게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일찍부터 투자 자문가 등의 상담을 받게 하면 자녀가 나이에 따라 어떻게 적절히 행동할지 알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퍼지면서 자녀들에게 분별력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자녀가 페이스북에 자랑삼아 어디로 스키여행을 간다는 내용을 올리면 납치나 절도 같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커진다. US트러스트는 고객의 자녀를 대상으로 온라인보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녀가 성인이더라도 사생활 보호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분별력 있는 행동을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WSJ는 덧붙였다.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도 단순히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용도를 설명하는 등 부모가 행동으로 돈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했다. 럭셔리매장 등에서 쇼핑을 무분별하게 즐기는 부자들이 자녀에게 돈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 어릴 때부터 자녀가 일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심부름을 시키거나 커서는 레스토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한편 가정 내 과외활동이나 여행 등 일상생활에서 지출에 관련된 결정을 한 번 맡겨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