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문단 칼럼]인생 재창조를 위한 부동산의 재구성-김규정 위원

기사입력 2014-04-04 17:11 기사수정 2014-04-04 17:11

‘New Aging’ 과 ‘Life Reimagined’. 얼마 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2014 Aging in America' 컨퍼런스 행사에 다녀온 연구소 동료가 고령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American Society on Aging(ASA)’ 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컨퍼런스 중 하나로 매년 노화 · 의료 · 금융 · 교육 등 각 분야의 노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킹 기회를 갖는다.

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 60년 이상 된 미국에서는 ‘Aging’ 의 개념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데 단순히 경제적인 독립을 넘어 새로운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고려하는 ‘New Aging’ 에 대한 이해와 함께 관련 산업군도 발달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화와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던 반면 최근에는 고령화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마켓파워를 가진 시니어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와 마케팅이 성장하는 추세다.

‘Life Reimagined’는 우리 말로 해석하면 ‘인생의 재창조’ 라고 할 수 있는데 은퇴 이후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데 집중했던 은퇴 설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다. 길어진 인생의 후반기를 은퇴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고 자신만의 욕구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정과 재능을 다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New Aging’ 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고령화 시대의 은퇴 컨설팅도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은퇴 이후의 삶과 현실화된 100세시대에 대해 이제야 고민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와 시니어 세대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까지는 은퇴 전후의 중장년층 일부가 은퇴 준비를 위해 컨설팅을 받는 수준이고 그 내용도 은퇴 이후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자산 재분배 작업을 하는 정도다. 하지만 시니어 그룹에 대한 이해와 지원 비즈니스 및 마케팅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도 은퇴 이후의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자기 계발과 교육 등 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와 여가 활동이 늘어날 것이고 부를 축적한 시니어 세대의 사회 활동 증가와 창업 등이 활발해 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55세~64세의 창업 비중이 1996년 14.3%에서 2012년 23.4%로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와 부의 편중에 따라 시니어 세대의 사회 활동이 중요해 질 것이다.

은퇴 이후에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따져보고 이를 마련하기 위한 재무 설계와 자산 관리에 치중했던 은퇴 컨설팅도 변화할 수 있다. 생활비와 의료비 준비, 안전한 자산 상속 등에 집중했던 은퇴 설계는 인생 후반기의 재창조를 위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삶의 유지를 위한 비용 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재투자와 소비 항목의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의 운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최근까지의 은퇴 컨설팅에서 부동산 자산은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도구이거나 소극적인 투자 상품 정도였다. 삶의 목표나 실현해야 할 새로운 가치와도 상관 관계가 낮았다. 은퇴 이후 인생의 재창조를 염두에 두고 부동산 자산 구성 또한 달라져야 한다.

경제적 독립을 위한 수익형 부동산과 인생 스케쥴에 따라 매각 및 현금화를 통해 자기 계발이나 교육에 재투자할 비용을 충당할 부동산 상품도 구분해 둬야 한다. 제2의 인생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일과 재능을 먼저 찾고 그에 부합하는 부동산을 구성해 넣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이 새로운 창업을 원하는 지, 아니면 전원의 농가 생활을 희망하는 지에 따라 궁합이 맞는 부동산은 따로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영역에 따라서도 관심을 가질 부동산 품목은 모두 다른 법이다. 적합한 부동산 품목이 갖춰져 있다면 캠핑이나 스포츠 동호회, 쿠킹이나 공방 활동 같은 취미와 여가 활동을 제2의 직업으로 삼는 것도 어렵지 만은 않다.

김규정 연구위원-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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