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강수연과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다. 잇단 문화계의 비보에 대중은 큰 슬픔에 빠졌다.
강수연은 지난 7일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강수연의 영결식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임권택·배창호·임상수·정지영 감독, 안성기·김지미·박정자·손숙·박중훈 배우 등이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았다.
4세 때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강수연은 영화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987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타이틀을 최초로 거머쥐었다. 삭발을 하며 연기혼을 보여준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에는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공전의 인기를 누렸고, 그해 강수연은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고인은 ‘써클’(2003), ‘한반도’(2006), ‘주리’(2013) 등 영화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SF 영화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단편 ‘주리’(2013) 이후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정이’는 고인의 유작이 되고 말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 시인은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한 끝에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빈소는 연세대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 씨(작가)와 차남 세희 씨(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학관 관장)가 있다.
1941년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한 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꼽혔다. 이후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했으며,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작가회의 로터스상과 1981년 국제시인회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에는 ‘타는 목마름으로’ 시집을 발표하며 저항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외에도 고인의 대표 저서로 ‘생명’, ‘애린’, ‘황토’, ‘대설(大設)’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시인을 추모했다.
1980~1990년대 한국영화를 풍미한 영화배우 강수연(55)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영화계 동료들과 영화 팬들은 놀라움 속에 한마음으로 그의 쾌유를 바라고 있다.
지난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0분께 강수연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통증을 호소한다는 가족들의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이 자택에 도착했을 당시 강수연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강수연은 뇌내출혈(ICH)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이 없는 위중한 상태로 전해진다. 더불어 수술을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가족들은 수술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등 일부 영화인들은 지난 5일 병원을 찾아 쾌유를 빈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연의 출연작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 등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과. 최근 ‘정이’를 함께한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의 소식에 크게 놀라며 건강 회복을 기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 강수연과 함께 출연했던 원로배우 한지일은 SNS에 “하루 빨리 쾌차하여 팬 곁으로 돌아오길 기도해달라”고 메시지를 게재했다. 방송인 하리수 역시 SNS에 “강수연 선배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강수연은 4세 나이에 아역 배우로 데뷔했고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하이틴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어 그는 1987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1989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원조 한류스타’로 통한다.
이외에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년), ‘경마장 가는 길’(1991년), ‘그대안의 블루’(1993년) 등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송어’(2000년)로는 도쿄 국제 영화제 특별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강수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년 방영)다. 강수연은 주인공 정난정 역을 연기했다. ‘여인천하’는 최고 시청률 35.4%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강수연은 전인화와 함께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써클’(2003년), ‘한반도’(2006), ‘주리’(2013) 등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거의 없었다. 올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SF 신작 ‘정이’로 약 9년 만에 영화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2년간 5060의 온라인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코로나 발생 이후인 2021년 온라인 업종의 카드사용 횟수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신선식품 몰, 음원 스트리밍 등의 온라인 업종 카드 결제율은 2019년 14%에서 2020년 23%, 2021년 22%로 늘었다.
특히 중장년층의 온라인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50대의 2019년 대비 2021년 온라인 업종 이용 증가율은 110%, 60대는 같은 기간 142%였다. 이어 40대(84%), 30대(63%), 20대(45%) 순이었다. 온라인 업종별로 보면, 온라인 배달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분야에서 40·50대 이용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19년 배달 앱 이용의 80%를 차지했던 20~30대는 지난해 67%로 비중이 줄어든 반면 40대는 15%에서 24%로, 50대 이상은 5%에서 9%로 증가했다.
넷플릭스·티빙 같은 OTT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 디지털 콘텐츠 이용 비중도 높아졌다. OTT 이용률은 20~30대 비중이 74%에서 65%로 줄어든 반면 40대는 18%에서 22%로, 50대 이상은 9%에서 13%로 늘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종에서는 40대가 20%에서 22%로, 50대 이상이 7%에서 11%로 증가했다. 20대 이용 비중은 44%에서 37%로 감소했다.
이커머스·모바일 쇼핑에서 주로 사용되는 간편결제 이용 비중도 늘었다. 40대 이용률은 22%에서 24%로, 50대는 9%에서 13%로 증가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로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중장년층의 배달 앱 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과거에는 20대 이용이 월등하게 많았지만, 타 세대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점차 범용 서비스화 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년층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져 간편결제 편의성을 경험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디지털 소외 계층으로 인식되던 고령층의 이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천종호 판사의 유명한 어록 중 하나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8년 연속 소년 재판을 담당하며 때로는 서슬 퍼런 호통으로, 때로는 뜨거운 눈물로 비행 청소년의 곁을 지켜왔다. 2018년 법원 정기 인사로 소년부를 떠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른들의 방임과 학대, 가난 등으로 인해 내몰린 소년범이 삶을 새로 빚어내도록 돕고 있다.
2017년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 사건, 같은 해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 2018년 인천에서 갓 졸업한 초등학생이 또래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등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됐던 소년 범죄들은 소년범 처벌 강화, 소년법 폐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게다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세계적 흥행과 맞물리면서 이에 관한 여론이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소년심판’은 실제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년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단순히 가해자나 피해자, 엄벌주의 혹은 온정주의에 그치지 않고 개인과 가족,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다각도로 그린다. 대신 기존 가정법원의 소년부를 소년형사합의부로 명명했고, 현재 소년 재판이 판사 혼자 단독재판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가 소년보호사건과 소년형사사건을 모두 담당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심판’ 제작진에게 자문을 한 장본인이다. 극 중 심은석 판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혜수 또한 천 판사의 동영상과 책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처벌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
소년과 천종호 판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소년범들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훈계하고 교화하는데 힘썼으며, 열악했던 소년 재판의 실상을 조명해 개선하려 했다.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하는 가해 청소년을 향해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주목받았다. 이 장면은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당시 앞에 선 비행 청소년들의 눈물에 흔들리지 않고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 해서 ‘사이다 판사’, ‘천10호’라 불렸으며, 반성의 기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기도 해 ‘호통 판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천 판사가 소년 재판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하루에 약 100명을 담당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한 아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 이름 한 번 부르고, 죄목을 확인한 후 앞으로 그러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나면 끝이다. 때문에 호통은 고작 컵라면 하나 끓이는 짧은 순간 동안 강한 울림을 주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을 터.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호통 치료’는 꽤 효과적이다. 그냥 목청만 대충 높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리라. “사실 재판정만큼 호통과 안 어울리는 장소도 없어요. TV나 드라마에서 정숙하라고 외치며 법봉을 두드리는 판사를 상상하신 분들에게는 제가 호통 치는 모습이 더욱 낯설어 보이겠죠. 평소에는 다소 내성적인 편입니다. 혼자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하고, 마음도 약해요. 그저 아이들이 다시는 법정에 서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호통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호통을 치는 것은 보통 경미한 범죄로 집에 다시 돌려보내는 아이들을 위한 방법이다. 중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호통 대신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린다. 천10호라는 별명도 소년원에 2년 동안 보내는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을 많이 내린다는 의미에서 파생됐다. “아이들에게 미움을 사거나 원망의 말을 듣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죠.” 그의 호통은 가장 기본 의무인 보호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부모들,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사태를 수수방관하거나 제 몸 사리기에만 급급한 선생님들에게도 향한다. “우리 사회가, 부모들이, 어른들이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 어떡합니까!”라면서 말이다.
근본 원인이야 어찌됐든 일단 부모와 가족에게 심려를 끼치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은 소년 자신이다. 그래서 스스로 ‘잘못했다’고 말하게 한다. 법정에 와서 판사의 이야기만 수동적으로 듣기 보다 스스로 무엇이든 해보게 하는 것이 반성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보통 부모를 향해 꿇어앉고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거나, ‘사랑합니다’를 열 번 정도 외치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지만 한 번, 두 번 외치다 보면 밖으로 돌던 말이 그 소년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것이 느껴져요. 덩달아 부모의 마음에도 울림을 주죠. 그런 뒤 소년과 부모를 껴안게 하는데 그럴 때면 대부분 울음을 터뜨립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법정이 떠나가라 엉엉 소리 내 우는 가족도 있어요.”
내던져진 비행 소년의 현실
말로 안 되는 아이들에게는 시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그 남자’라는 노래를 개사해서 읽게 시키기도 한다. ‘그 아이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늘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아이는 언제나 울고 있어요.’ 이 방법은 소년 재판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배운 뒤 바로 실천했다. 아이가 자기 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표현하게 하려는 의도다. 물론 법정을 나선 후 부모와 자식이 언제 화해했냐는 듯 다시 돌아설지도 모르지만, 찰나의 순간에라도 마음의 씨앗을 심어주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을까 해서다.
사실 판사들에게 소년재판부 부임은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할 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 판사는 가해 학생들의 대변인을 기꺼이 자처한다. “소년들과 이렇게 진하게 얽힐 줄 몰랐죠. 저 역시 달동네에서 자라면서 극에 달한 가난과 사회의 무관심에 상처받았던 적이 있어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경험 덕에 위기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째서 비행을 저질렀는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그 배경과 맥락을 누군가 헤아려준다면 충분히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이 봤고요. 소년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책임감이 커집니다.”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호자나 가족의 보호 아래 있는 아이들은 비행을 저질렀을 때 도움을 받아 피해자에게 변상 혹은 용서를 받고 경찰 단계에서는 훈방 조치를, 검찰 단계에서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소년 법정까지 오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가정 해체, 애착 손상, 가난을 겪고 있다. 죄목을 살펴봐도 경제적 곤궁으로 인한 생계형 범죄가 대부분이다. “전체 소년 사건 중 흉악범죄는 1%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의 아이들은 살인, 폭력, 성폭행 등 중범죄와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슈퍼에서 과자를 훔치다 법정에 서는 아이도 많죠. 스스로 보호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주위 환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보호해 줄 어른이 없고, 좋은 동행이 되어줄 친구가 적은 상태에서 아이가 올곧게 성장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죄를 지으면 물론 벌을 내리겠지만, 저에게는 소년들에게 세상을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고, 판결 이후 찾아올 삶까지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소년범을 둘러싼 가정과 사회의 보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특히 경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은 보호자가 잘 관리해 재범을 막으라는 취지로 1호 처분을 하는데, 가정이 붕괴된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보니 소년부 판사들이 처분에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천 판사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청소년회복센터(사법형 그룹홈)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국가와 사회가 움직이지 않으니 정말 답답했죠.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고생하는 바람에 이명을 얻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 2016년 청소년복지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됐고, 2019년 1월부터 국가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됐어요. 하지만 아직 시설들이 민간에 의존한 채 운영되고 있고, 국가가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기 때문에 차차 보완이 필요합니다.”
좋은 어른이 좋은 소년을 만든다
현재 대한민국은 소년범을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 만 10~14세 미만의 촉법소년, 만 14~19세의 범죄소년 등으로 구분한다. 촉법소년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이보다 어린 범법소년은 아예 보호처분도 내리지 않는다. 범죄소년은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은 최대 20년으로 제한돼 있다. 이렇다 보니 합법적인 처벌 면제를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데다 더욱 잔혹해지는 범죄 수위 탓에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거나 소년법을 폐지해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천 판사는 환경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보호처분 기간을 늘리거나 형사처벌을 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년범에 대한 교화 가능성은 무시한 채 이른 나이에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면 오히려 사회성을 잃고 더 나쁜 범죄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소년 보호처분을 다양화하고 수용 시설을 증설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을 통틀어 소년교도소가 1개, 소년원이 10개로 인구 대비 시설 수가 턱없이 부족해요. 전국의 소년범을 한곳에 모아두면 다 한 패거리가 되어 출소하게 되는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처벌을 강화할 거라면 수용 시설이 먼저 증설돼야 합니다. 출소 이후 저소득층과 빈곤층 아이들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교육과 보호를 병행할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해요. 국가가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재편할 수 없으니 청소년회복센터 같은 ‘대안 가정’ 제공을 확대해 아이들의 비행성을 낮추는 방식으로요. 그게 더 현실적이라 봅니다.”
많은 이가 소년범을 둘러싼 주제에 대해 빠르게 불타올랐다가 쉽게 식는다. 예컨대 “피해자를 위해서 가해자를 엄벌해야 해”라든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니 교화하면 돼” 등 여러 의견이 충돌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러나 소년범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천 판사는 말한다. “비행이라는 거푸집을 벗기고 나면 삶의 부조리와 폭력 앞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아이들의 유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비행 내용과 범죄 내용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실상을 어른들이 헤아려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소년범은 악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길러진 악이니까요.”
기본만 하자. 수없이 하는 말이지만 정작 지켜지는 일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만큼 기본을 지키기도 어려운 세상일지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기본을 지키는 이는 도리어 빛이 난다. 김진숙(71) 이사가 그렇다. 모래에 덮인 금이 시간 지나 점차 드러나듯,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가치를 알아주는 이 말이다.
방송인 홍진경의 어머니 김진숙이 품질관리이사를 맡고 있는 주식회사 홍진경은 ‘더김치’를 비롯해 만두, 다시팩, 된장 등 양념류를 판매하는 식품 회사다. 대물림한 방식으로 담가 먹던 김치 판매를 시작으로 다른 상품들을 내놓으며 18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느님, 김치가 맛있어지게 도와주세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 김 이사는 1년 정도 김치를 판매한 적이 있다.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을 지인들에게만 조금씩 팔았던 건데, 이를 눈여겨본 딸 홍진경이 사업 제안을 해왔다. 아예 회사를 차리지 않겠냐는 본격적인 사업 제안이었다.
그는 강하게 반대했다. 망신당할까봐, 딸 이름에 먹칠하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선 나머지 한 달 정도 도망까지 다녔다. “우리 식구 먹는 거야 내가 한다지만 이걸 어떻게 대중 상대로 판매한다고 이러나 싶었어요. 대량으로 만든 김치가 우리 해 먹는 김치랑 같은 맛이 나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죠. 만약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나한테 그 어려운 걸 시키느냐고 거절했어요.”
딸은 포기하는 대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쇼케이스라는 걸 해보자. 신사동에 있는 식당 하나를 빌려서 지인과 기자들을 초청하는 거야. 엄마가 찾아오는 사람들 대접할 배추김치랑 총각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줘.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사업을 하고, 맛이 없다고 하면 내가 포기할게.” 김 이사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쇼케이스를 앞두고 김치를 담글 때 매일 기도드렸다. “하느님, 이 김치가 맛있게 익도록 도와주세요. 이거 정말 중요한 겁니다. 이게 잘돼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면 김치 담그느라 고생하는 주부들 수고도 덜어줄 수 있어요.”
신선한 재료, 굽히지 않는 원칙
행사 당일, 식당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조밥,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김치 본연의 맛을 느끼라고 새우젓은 일부러 챙기지 않았다. 목 축이는 데 필요한 직접 담근 식혜는 덤. 당시 쇼케이스를 위해 빌린 식당은 홍진경의 지인들로 북적거렸다. 엄정화, 최화정, 이영자 등 홍진경의 연예인 지인들부터 코미디언, 모델, 가수, 작곡가, 당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잡지사 기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화정은 ‘어머니, 김치 맛이 살아 있어요’라고 했고, 이영자는 ‘엄마, 김치 진짜 맛있어’ 그랬죠.” 모인 사람들 전부 김치가 맛있다며 싸달라고 난리일 정도였다. 미리 소분해 포장해둔 김치를 한 봉지씩 챙겨 보냈고, 그 다음 날부터 신문이며 잡지에 ‘홍진경네 김치 맛있더라’는 기사가 잔뜩 실렸다.
2003년, 그는 결국 딸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서는 주문량을 채울 수 없으니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해내는 주문자위탁생산)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김치 10kg 기준으로 필요한 재료와 김치를 담그는 순서를 세세하게 설명한 레시피를 정리했다. 공장 측에 레시피를 전달하기로 한 미팅 전날 밤, 그는 딸을 불러 앉혀놓고 약속을 받아냈다.
“재료에 돈 쓰는 거 아까워하면 나는 이 일 못 한다.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집에서 하던 것처럼 좋은 재료로 만들 거고, 어느 공장 어느 사장님이 만들더라도 내가 써둔 이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야 해. 그거 약속해야 엄마는 이 일 할 수 있어. 그랬더니 진경이가 눈을 딱 쳐다보면서 ‘엄마,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그러더라고요.”
처음 계약을 맺은 건 평택의 한 김치 공장이었다. 당시 레시피를 받아든 공장장은 “이거 대박날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만들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조미료랑 설탕이 하나도 안 들어가. 그러니까 성공할 수밖에 없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역할 분담은 확실했다. 마케팅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부분은 딸이 맡고, 재료부터 제품 품질 관리, 레시피 관련된 일은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공장과 배추밭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곤 했다. 비 내린 뒤 질척한 배추밭을 얼마나 걸었는지 엄지발톱이 빠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겐 영광의 상처일 뿐이었다. 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직원 수도 몇 명 안 되고 주문받은 물량도 적어 공장 한켠으로 물러나 직원들과 함께 조용히 김치를 버무렸다. 그러나 김 이사의 고집과 원칙이 통했는지, 하루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배가 넘는 양의 주문이 쏟아졌다. “지난주는 200kg, 이번 주는 300kg, 500kg 주문이 들어오더니 그 다음 주는 1000kg을 막 넘어갔어요. 1년 지난 뒤에는 우리 회사 김치부터 먼저 담그고, 그 공장에서 원래 담그던 김치를 자투리 시간으로 넘겨야 했죠.”
주문량이 많아졌어도 원칙은 그대로 유지됐다. 김 이사는 품질 관리를 위해 언제든 공장에 찾아와 김치에 쓰일 재료를 살펴볼 수 있고, 양념 맛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잎이 꺾이거나 푸른 이파리 많은 배추는 아예 쓰지 않고, 풀을 쑬 때도 무조건 국산 찹쌀만 고집했다. 배추 한 포기를 그냥 넘기지 않고 모든 배추에 양념이 고루 발리도록 했다. 다른 사업체 김치랑 섞이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달라는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김치의 질이 좋으니 주문이 폭주하는 건 당연한 일. 홈쇼핑에서 매진시킨 물량을 감당 못 하니 직접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직원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방송에서 약속한 날짜까지 배송이 완료되지 않으면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래하는 공장을 자주 바꾸지 않고 최대한 조율해 계약을 유지하는 이유도 김치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음식의 맛 역시 소비자와 기업 간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는 신뢰와 신용을 중요시한다. 소비자와의 약속, 직원과의 신뢰, 혹은 공장과의 신용.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어려워도 “하던 대로 해요, 순리대로”
좋은 식재료를 판단하는 높은 기준, 재료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웰빙’ 조리법, 회사 직원들의 끈끈한 단합력. 더김치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서 매출은 계속 우상향 곡선만 그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를 판매하는 회사가 몇 없었어요. 외국에 수출할 만큼 큰 회사랑 전체 판매량으로는 못 견줘도 그때 온라인 판매는 더김치가 1위였어요. 180억, 200억, 220억, 270억, 매출도 쭉쭉 올라갔어요. 주춤할 새가 없었죠.”
인기가 한풀 꺾인 건 3년 전쯤부터다. 연예인들이 직접 브랜드를 세워 판매하는 김치가 시중에 다양해지자 자연스레 매출 곡선이 꺾인 것이다. 다양한 회사,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전에는 김 이사 혼자 혹은 딸 홍진경과 함께 홈쇼핑에 출연하는 일이 잦았지만, 최근 몇 년은 홈쇼핑에 베테랑 방송인 홍진경만 출연하고 있다. 타사 김치 매출을 따라잡기 위한 맞수다.
김 이사는 요즘 ‘혼자 홈쇼핑에 출연해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방송 출연에 유튜브 콘텐츠 기획 및 촬영, 홈쇼핑 출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딸을 걱정하는, 영락없는 엄마 마음이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보단 하고 있는 식품에 집중하려고 해요. 하고 있는 걸 잘 지켜내자는 마음이 커요. 제품 하나 출시하기까지 레시피 정리하고 필요한 재료 하나하나 찾느라 몇 년은 걸리거든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새로운 제품을 함께 내보자는 제안이 수없이 들어온다. 육수를 간편하게 우려낼 수 있는 ‘더다시팩’을 출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리 정해둔 출시일 이전에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먼저 내버리는 허망한 일도 겪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하고 힘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공정을 마무리했다. 예정대로 출시된 더다시팩은 좋은 재료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 지금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처음 매출 부진을 겪을 때 걱정한 건 사실이에요. 그때 아들이 ‘우리 순리대로 해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니까, 너무 남을 쫓아가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 말해줬는데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자식들에게 배운 기분이었죠.”
조용한 응원이 만든 빛나는 것들
유명 방송인의 엄마라고 다른 어머니와 뭐가 다를까. 그는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워낙 통통 튀는 성격인 딸이 어릴 때는 마음 놓을 새가 없었다. 하지만 딸을 지켜봐 온 엄마의 마음에는 언제나 신뢰가 굳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 진경이 유튜브에서도 그랬어요. 누나가 갖고 있는 내공은 우리 가족들만 알고 있다고. 그게 정말 맞는 말이에요. 학교 공부는 안 했어도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하고 명석하거든요.”
TV 방송부터 넷플릭스 예능, 유튜브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딸을 보는 요즘은 감사하기만 하다. ‘우리 딸의 진가를 세상이 알아주는구나’ 싶어 내심 뿌듯한 마음도 든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유튜브 채널에 달리는 댓글도 전부 읽는다. 구독자 수만 100만 명을 넘길 만큼 인기 있는 데다 댓글엔 적재적소에 터지는 멘트, 짜임새 있는 영상 기획력 등 칭찬 일색이라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느님께 매일 기도했어요. 우리 아이에게 지혜를 주세요. 방송에서 빛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맡은 방송들 전부 다 빛나게 해주세요. 요즘은 딸이 그래요. ‘엄마가 맨날 기도했잖아. 그 기도대로 되고 있는 것 같아.’”
일이 바빠도 모녀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안부 문자를 주고받는다. 딸이 출연한 방송 모니터링 후 칭찬은 필수다. 어느 부분이 좋았다고 콕 짚어주기도 하고, 재능은 항상 네 안에 있다며 북돋아주는 말도 한다. 아낌없는 응원이 홍진경과 라엘 모녀 특유의 솔직 당당한 매력을 자아냈다.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열었던 가족회의도 구김살 없는 성격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로 해결하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큰 소리를 내거나 험한 말 오가지 않고도 두 아이를 바르게 키워낼 수 있었다.
그는 엄마와 사업인으로서의 삶 중 무엇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 힘든 때도 많았지만 매사에 즐겁게 임했다. 일하면서 항상 나 아닌 가족, 지인,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간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잘 되기를 염원한다.
“배추나 무 농장에 가보면 일해주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그래요. 용돈벌이 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저희는 좋은 재료 받아 좋은 음식 만들 수 있어 좋고, 어르신들은 일거리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어 좋고. 아무리 돈 버는 기업이라도 저희만 잘 돼서는 안 되잖아요.”
그는 앞으로도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일상과 직업, 신앙을 굳이 구분하진 않는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서, 지금 당장은 알아주지 않더라도 시간 지나면 진가가 드러나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부연하여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고개 끄덕이는 사람 말이다. 그가 키워낸 아이들이 그랬고, 담그는 김치가 그렇듯. 그가 소망하는 일을 이룰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79). 국내외에서 축하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예정대로 연극 '라스트 세션'의 무대를 소화하고 있다.
오영수는 지난 10일(한국 시각) 열린 제 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TV부문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을 수상했다. 앞서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반전을 지닌 노인 역할을 소화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호평 받았고, 깐부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오영수는 대중에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연기 경력 59년차로 연극계에서는 유명한 베테랑 배우였다. 그가 쌓아온 연기 내공이 이번에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오영수의 수상 이후 그를 향한 축하가 쏟아졌다. 이정재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남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장면들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깐부로부터"라고 오영수의 수상을 축하했다. 오영수와 '오징어 게임'의 깐부 신을 찍을 때 촬영한 사진도 게재했다. 이병헌 또한 "This is the Frontman speaking, Bravo!"라며 극 중 대사를 이용해 센스 있는 축하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 넘어 세계 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배우 오영수 님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의 CBS방송은 "올해 골든글로브는 TV 생방송이나 스트리밍 행사가 없어 예년보다 더 조용했지만, 몇몇 스타들이 역사를 새로 썼다”며 "'오징어 게임' 스타 오영수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고 평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오징어게임'의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나 배우가 후보에 올라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첫 번째 사례"라고 재차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독창적인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순식간에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라는 명예를 얻었고 극 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골든글로브 수상에 따라) 78살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현재 연극 '라스트 세션' 무대를 펼치고 있는 오영수는 연극 연습 도중 수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공연을 하는 배우 이상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스트 세션' 배우와 스태프들이 오영수에게 축하 파티를 해준 모습을 인증하기도 했다. 사진 속 오영수는 케이크를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어 오영수는 11일 예정대로 공연 무대에 올랐다. 수상 이후 쏟아진 관심에 연극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바.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공연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알려지고, 이달 남은 11회 차 공연은 모두 전 석 매진되기도 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을 택해 주목을 이끈 바 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굳은 뜻이 전해진다. 오영수는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 게임' 흥행 후 광고가 들어오고 하는데,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 깊다"고 말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으로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 놓은 것 같다. 자제력이나 중심이 흩어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일 개막한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한 치열하고 재치 있는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 등에 대한 대화를 통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편, 13일 미국 배우조합상(SAG)의 발표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징어 게임'은 TV드라마 시리즈 앙상블상 후보로 지명됐으며,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주연상(정호연), 스턴트 앙상블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배우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자'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한국 나이 79세, 연기 경력 59년차에 접어든 그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즈 비버리 힐튼 호텔에서 '제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오영수는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 부문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수상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각각 TV 드라마와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지만, 한국인 배우는 오영수가 처음이다.
더욱이 골든글로브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던 터라 오영수의 수상은 이례적이고 유의미하다. 지난해까지 골든글로브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뒀다. 때문에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2021년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친 바 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최약체인 노인 참가자로 보였으나, 알고 보니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는 캐릭터로 반전을 선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오영수는 '깐부 신드롬'을 불러왔는데, 깐부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해외 매체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영수는 수상 후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고맙다"라고 전했다.
오영수는 1963년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2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기도. 또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드라마 '선덕여왕', '무신' 등을 포함한 다수의 작품에 스님으로 출연해 '스님 전문 배우'로 통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오징어 게임'을 통해 연기 생활 58년 만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그가 묵묵히 연기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오늘날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오영수는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아름다운' 삶을 사는 어른의 품격을 보여줘 인간적으로도 귀감을 싰다.
한편, 오영수는 오는 3월 6일까지 연극 '라스트 세션'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연극 출연을 결정해 주목 받았다. 당시 오영수는 연극 출연에 대해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Exhibition
◇ 파올로 살바도르 개인전 : 새벽의 백일몽
일정 1월 29일까지 장소 일우스페이스
국제 미술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젊은 작가,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 31)의 개인전 ‘새벽의 백일몽’(Ensueos en el amanecer)은 국내에서 열린 첫 개인전이다.
파올로 살바도르는 페루 출신 작가다. 그는 잉카 제국의 모태였던 케추아(Quechua) 부족의 후예로, 역사적 자부심이 강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강력한 모국주의 정서는 그의 예술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됐다.
살바도르의 작품에는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호한 생명체가 자주 등장한다. 고대 페루의 종교에서 사람과 동물은 동등한 존재이며, 페루 신화에도 사람과 신성한 동물이 상생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살바도르의 작품에서도 사람과 동물은 주종 관계가 아니라, 머나먼 미지의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로 표현된다. 살바도르는 급격히 변모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페루의 토착성,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페루의 고대 신화와 설화에서 이미지를 끌어오되, 개인의 경험과 현대 사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화풍을 창안했다. 서구 르네상스와 표현주의 같은 미술사를 수용하면서도 페루 전통문화와 결합하는 조형 언어를 천착했다. 고립, 고독, 몽상을 주제로 삼으면서 느슨한 붓 터치와 청과 적의 자극적인 색채를 통해 우화적인 서사를 만들어냈다.
◇ 알렉스 카츠 개인전 : Flowers 꽃
일정 2월 5일까지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미국 출신 작가 알렉스 카츠(94)는 ‘세계 10대 화가’이자 ‘현대 초상회화 거장’으로 통한다. 이번 전시는 카츠의 작품 중에서도 꽃을 주제로 한 회화들을 특별히 조명한다. 이 꽃 시리즈는 이전에 소개된 적 없었던 작품들이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그린 것이기 때문.
카츠는 “나는 (이 시리즈를 통해) 팬데믹에 지친 세상을 어느 정도 격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까지 아우르며, 한 장르의 작품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아시아에서의 첫 번째 전시로 의의를 더한다.
●Book
◇ 인생을 바꾸는 100세 달력(이제경·일상이상)
100세 시대다. 이는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와 같이 20년 공부해 직장에서 30년 일하고 은퇴하는 ‘3단계 인생’(교육-일-은퇴)으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이에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 원장은 책을 통해 ‘골드 인생 2.0’을 제시한다.
‘골드 인생 2.0’은 건강한 체력과 정신으로 노후에도 스스로 경제활동이나 취미를 즐기면서, 자신과 가족의 행복뿐만 아니라 지역과 글로벌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인의 사회책임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먼저, 이제경 원장은 80세까지 일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평생직장이 사라지므로 세 번은 은퇴하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비전문가에서 전문가로 변신하는 첫 번째 은퇴하기, 전문가에서 사업가로 대변혁하는 두 번째 은퇴하기, 사업가에서 사회봉사자의 길을 걷는 세 번째 은퇴하기를 추천한다.
비전문가에서 전문가로 변신해 근로소득 외에 업무 관련 기타소득도 얻고, 전문가에서 사업가로 대변혁해 사업소득 외에 금융과 부동산 등 자산소득도 얻고, 사업가에서 사회봉사자로 거듭나 사회가치 소득과 자산소득까지 얻으면 나뿐만 아니라 증손자까지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저자는 자신과 여러 부자들이 실천하고 있는 금융·부동산·미술품 투자 노하우, 합법적으로 세금 줄이는 방법 등도 소개했다. 또한 자신의 기대여명을 측정하고 ‘건강수명 늘리기’, ‘정신건강 챙기기’ 등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법, 가정과 사회에서 행복한 인간관계 만드는 방법도 담았다.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표재명·드림디자인)
키에르케고르 철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고(故) 표재명 교수. 그는 1978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교수로 1년간 현지에 머물면서 아름다운 이미지의 엽서를 한국의 가족들에게 보냈다. 가족들이 그 엽서들을 모아 펴낸 책으로, 아버지의 마음이 담겼다.
◇라디오 탐심(김형호·틈새책방)
강원도에서 방송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30대 초반부터 라디오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책에는 라디오와 관련된 에피소드 27가지가 담겼다. 라디오가 탄생과 성장, 전성기와 쇠퇴기를 거치는 동안 인간, 사회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고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얘기한다.
◇이까짓, 탈모 : 노 프라블럼 (대멀(김준석)·봄름)
천만 탈모 시대. 탈모는 이제 청년과 중년의 연결고리가 됐다. 15년 차 대머리 영화배우이자, 탈모인 대나무숲 채널 ‘대멀’의 주인장인 저자. 그는 탈모 고충부터 웃픈 가발 경험담 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내 탈모인들에게 정보와 희망을 전달한다.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1월 29일 ~ 3월 13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김성규, 이지훈, 에녹, 강태을, 신영숙, 장은아, 민영기, 손준호, 김소향, 케이 등
국내 대형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서울에서 단 6주간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아더 역 김준수, 랜슬럿 역 이지훈, 에녹, 강태을, 모르가나 역 신영숙, 장은아, 멀린 역 민영기, 손준호, 기네비어 역 최서연, 울프스탄 역 이상준, 엑터 역 이종문, 홍경수가 다시 한번 무대를 빛낸다. 여기에 아더 역 김성규와 기네비어 역 김소향, 러블리즈 출신 케이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엑스칼리버’는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평범한 소년 ‘아더’가 성인이 되고 왕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인간인 아더가 고난과 역경을 헤쳐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엑스칼리버’는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웃는 남자’, ‘마타하리’ 등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킨 EMK의 제작 노하우가 집약된 세 번째 오리지널 뮤지컬로 2019년 월드프리미어로 초연됐다.
◇라스트 세션
일정 1월 7일 ~ 3월 6일
장소 대학로 티오엠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이다. 오영수는 신구와 함께 프로이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이상윤과 전박찬은 루이스 역을 맡아 연기한다.
정신분석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 작가이자 영문학자인 C. 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극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프로이트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면서도 재치 있는 논변을 쏟아낸다.
◇그때도 오늘
일정 1월 8일~2월 20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이희준, 김설진, 이시언, 차용학, 오의식, 박은석 등
연극 ‘그때도 오늘’은 네 가지 장소와 네 가지 시간을 가지고 총 여덟 명의 배역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형식의 공연이다. 1920년대 광복 전의 모습, 1940년대 제주도, 1980년대 부산, 2020년대 최전방 등 총 네 가지 배경이 나온다. ‘그때’를 지금 ‘현재’로 여기며, 각자의 눈에 비친 미래를 확신하는 인물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의식, 박은석, 김설진은 2020년대의 은규, 1980년대의 주호, 1940년대의 사섭, 1920년대의 윤재 역의 남자1 배역을 맡는다. 이희준, 이시언, 차용학은 2020년대의 문석, 1980년대의 해동, 1940년대의 윤삼, 1920년대의 용진 역의 남자2 배역을 연기한다.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이고 캐롤 음악이 들려오더니 결국 성탄절이 돌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떠들썩한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가족들과 보내는 오붓한 성탄절도 충분히 따뜻하고 즐겁다. 이번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집콕’ 크리스마스를 풍성하게 채워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크리스마스에 로맨스를 빼기는 아쉽다. 매해 크리스마스부터 연말연시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정통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통한다. 2003년 처음으로 개봉한 후 2013년과 2015년, 2017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23일에 재개봉했다.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부부간의 사랑부터 남매간의 사랑, 영국수상과 직원의 사랑, 소설가와 가정부의 사랑,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 등 저마다의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따뜻하게 그려낸다.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키이라 나이틀리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전하는 여덟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다양한 사연을 담은 만큼 모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꼽힌다.
영화에 삽입된 OST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Christmas is all around’를 시작으로 비틀스의 ‘All you need is love’, 노라 존스의 ‘Turn me on’,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1998년 개봉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영화 중 손꼽히는 걸작이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겨울에 죽음을 앞두고 있는 주인공 ‘정원’은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여름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잔잔했던 그의 일상에 햇살처럼 불쑥 찾아온 그녀는 정원의 마지막 여름을 함께한다. 뜨거운 태양의 한여름에서부터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지나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시한부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영화를 제작한 허진호 감독이 가수 김광석의 활짝 웃고 있는 영정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허 감독은 “생활에서 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일상생활을 더 빛나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영화가 그려내는 90년대의 아담하고 소박한 아날로그적인 배경은 중장년층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빽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1985)
크리스마스에 로맨스 영화가 지겹다면, SF 장르의 ‘빽 투 더 퓨쳐’를 추천한다. 시간여행과 그에 따른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이 영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1985년부터 1990년에 걸쳐 총 3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는데, 개봉 당시 전 세계 무려 9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작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별 볼 일 없는 가족사를 가진 소년이 기상천외한 시간 여행을 하면서 개인의 역사를 바꾸고 뒤틀린 미래를 바로잡으려는 모험극으로, ‘시간 여행’이라는 모든 세대가 흥미로워 할 주제 안에 역사, 연애, 가족 등의 요소를 유려한 상상력으로 버무렸다. 중장년층에게는 지금은 없어진 유년의 놀이동산에 지금의 자녀와 노니는 기분을 선사한다. 당시 상상하던 미래의 패션과 지금의 패션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다.
"무대에서 연기하다 죽고 싶다." 배우 이순재가 한 말이다. 이순재는 노년의 나이에도 무대 위에 올라 연기를 펼친다. 그와 같이 배우들은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해지더라도 무대를 잊지 못해 돌아온다. 최근 개막을 했거나 앞둔 작품들을 보면 연기력을 인정받은 중장년 배우들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추워지는 날씨에 문화생활을 즐기기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보여 소개한다.
오영수, 오일남 벗고 프로이트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역을 맡은 배우 오영수. 20대 초반 1963년 광장 극단의 단원으로 입단한 그는 연기 생활 50여 년 만에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오영수의 차기작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그는 무대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오영수가 선택한 작품은 연극 '라스트 세션'이다.
오영수는 '라스트 세션' 기자 간담회에서 "갑자기 '오징어 게임'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나서 나의 중심이나 연기자로서의 의식 흐름이 흩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다"며 "광고가 들어오고 하는데,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가 연극을 선택한 게 잘한 일인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깊다"고 강조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 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정신 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오영수와 신구는 프로이트 역에, 이상윤과 전박찬은 루이스 역에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
오영수는 "대사가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고 관념적이고 논리적이어서 헤쳐나가기가 상당히 힘들다"며 "신구 선배가 이 역할을 하셨다고 해서 용기를 갖고 참여하게 됐다.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라스트 세션'
일정 2022년 1월 7일 ~ 3월 6일
장소 대학로 티오엠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오영수, 이상윤, 전박찬
황정민, 다시 리차드3세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 2년 만에 연극 '리차드 3세'로 무대에 돌아온다. '리차드 3세'는 2018년 초연 이후 4년 만이다. 황정민은 초연 당시 10년 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리차드 3세'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으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악인 연기로 호평받았다.
'리차드 3세'는 영국의 장미 전쟁기 실존 인물 리차드 3세를 모티브로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가 탄생시킨 희곡이다.
황정민은 선천적으로 기형인 신체 결함에도 불구하고 콤플렉스를 뛰어넘는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 유머 감각, 탁월한 리더십으로 경쟁 구도의 친족들과 가신들을 모두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악인 리차드 3세를 연기한다.
황정민은 "시대를 막론하고 명작은 보는 이들이나 만드는 이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에너지를 전달한다. 많은 분이 쉽게 접하고 연극과 예술을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양질의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리차드 3세'는 그러한 편견을 깰 가장 적합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 출연 이유를 밝혔다.
'리차드 3세'
일정 2022년 1월 11일 ~ 2월 13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연출 서재형
출연 황정민, 장영남, 윤서현, 정은혜, 임강희, 박인배 등
신성우, 연출 겸 배우
뮤지컬 배우로 자리 잡은 가수 신성우는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연출을 맡은 동시에 배우로 출연도 한다. 앞서 신성우는 지난 2019년 10주년 기념 공연 당시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섬세한 연출로 극의 몰입도를 높여 호평을 이끌고 있다.
'잭더리퍼'는 1888년 실제 런던에서 일어난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극 중 사건을 따라가는 극 중 극 형태다. 퍼즐 조각처럼 얽힌 살인마의 존재를 파헤쳐 가는 스릴러 뮤지컬로 강력한 반전을 선사한다.
신성우는 극에서 잔혹한 살인마 '잭' 역을 맡아 연기한다. 그 외에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이 잭 역을 연기한다.
'잭 더 리퍼'
일정 12월 3일 ~ 2022년 2월 6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공연장
연출 신성우
출연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 신성우, 김법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