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바람이 쌀쌀하다. 외투를 챙겨 입는 계절이 돌아오면 으레 주머니에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챙겨 다니게 된다. 구수한 군고구마나 따끈한 어묵꼬치와 국물, 바삭한 호떡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길거리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천 원의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길거리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주는 요깃거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친 일상 속 작은 피난처였고, 때로는 삶의 애환이 담기기도 했으며,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주는 존재였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입맛 돋우는 세계 각지의 길거리 음식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두 편을 소개한다. 두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다른 듯 비슷한 음식 이야기, ‘길 위의 셰프들’
여러 나라의 시장과 골목의 상인들을 찾아가 길거리 음식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때로는 행복을 선사하고, 때로는 위로가 되어주는 음식의 재료와 요리 과정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거기에 평범하지만 진솔한 길거리 셰프들의 삶을 함께 조명해 특별함을 더했다.
다큐멘터리는 시즌 2개를 합쳐 총 15화로 구성돼 있다. 한 화 당 30분 내외로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다. 각 화별로 태국 방콕과 일본 오사카, 인도 델리,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대만 자이와 싱가포르, 필리핀 세부 등 아시아 각국의 사람 냄새 나는 음식 문화를 담아냈다. 아시아 편이 인기를 끈 덕분에 후속 시리즈 ‘길 위의 셰프들: 라틴아메리카’도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브라질 사우바도르, 멕시코 오악사카, 콜롬비아 보고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페루 리마, 볼리비아 라파스 등 총 여섯 도시를 돌며 라틴아메리카의 색다른 길거리 음식들을 조명했다.
비슷한 듯 다른 아시아, 다른 듯 비슷한 라틴아메리카의 길거리 음식이 궁금하다면 30분만 투자해보자. 도시 한 곳에 30분이라면 수지 맞는 일이 아닌가. 세계를 여행하듯 1화부터 차근차근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종로 광장시장의 빈대떡과 칼국수 집을 다룬 에피소드가 해외여행 중 발견한 한식집처럼 반가울지도 모른다.
재밌는 세계 먹방쇼, ‘필이 좋은 여행, 한 입만!’
에피소드마다 군침 도는 ‘먹방’의 향연이다.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초원, 팜파스의 절경과 말을 타며 소를 방목하는 모습, 남미의 정열이 느껴지는 탱고는 이목을 집중시킨다. 거기에 넉살 좋은 진행자의 존재가 재미까지 더한다. 다큐멘터리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은 미국 유명 프로듀서이자 식도락 여행가인 필 로즌솔의 먹방 여행기다. ‘배고파서 행복하다, 더 먹을 수 있으니까!’를 외치며 멕시코, 태국, 베트남 등 세계 각지를 누비는 필을 쫓다 보면 어느새 허기를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세계 곳곳의 현지 식문화를 소개하는 푸드 다큐멘터리지만 예능급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개그맨 수준의 입담을 자랑하는 진행자 필 덕분이다. 그는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터울 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자신의 사생활도 스스럼없이 터놓는다. 게다가 방문한 나라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담아낸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이런 갖가지 매력이 후속 시리즈 제작에 깐깐한 넷플릭스에서 시즌4까지 이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총 4개 시즌, 22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은 에미상 최우수 리얼리티 프로그램 부문 후보에도 오를 만큼 탄탄한 작품성도 인정받았으니, 믿고 봐도 좋겠다.
한국의 20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동적이었다. 본격적인 개항, 일제 강점기와 광복, 전쟁과 분단, 그리고 독재정치와 민주화 운동까지 혼란하고도 찬란한 세월을 보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이뤄진 비극적인 역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니어들은 이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때로는 참여자로 때로는 방관자로 때로는 관계자로 활동했다. 그렇기에 시니어들에게 근현대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고 생활에 가깝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한국전쟁 이후의 경제 성장 과정부터 군사정권의 독재와 민주화 운동까지 시니어들과 함께했던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세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국제시장 (Ode to My Father, 2014)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해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태어난 덕수는 소년기에 전쟁을 겪으며, 아버지와 여동생과 떨어지며 남은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을 온다.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덕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20대 청춘 시절에는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독일에 가서 석탄을 캤다. 독일로 파견나온 간호사와 고국에 돌아와 결혼도 하고 해양대에 합격하며 오랜 꿈을 이룬다. 그러나 막내 동생의 결혼자금을 벌기 위해 다시 베트남으로 떠난다. 덕수의 희생 덕분에 온 가족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영화는 끝이 난다.
201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천만 관객을 돌파하여 ‘국민 영화’ 대열에 올라섰다. 남북 분단으로 가족을 잃고, 가족과 나라를 위해 평생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산업화 세대의 삶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며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이산가족으로 갈라섰던 여동생과의 재회 장면은 수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며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19)
“너하고 나하고 그냥 머슴살이한 거야, 규평아.”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40일 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흔들린 충성과 그 날의 총성, 대통령이 암살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8년간 지속된 박정희 독재정권의 종말을 알린 이 사건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으로 꼽힌다. 영화의 서사는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그리고 육군 본부에 몸담았던 세력들의 관계와 인물들의 심리를 면밀히 따라가며 담담하게 진행된다. 실제 인물들의 과열된 ‘충성 경쟁’과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관객들을 영화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1987 (1987:When the Day Comes, 2017)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한다. 증거인멸을 위해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한다. 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 검사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또 경찰은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간다. 그러나 계속해서 고문에 의한 사망을 증명하는 흔적들이 나타나자 윤 기자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라고 보도한다. 이렇게 영화는 어떤 대학생의 억울한 죽음을 조사하고 알리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부패된 공권력 사이에서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20대 초반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고 박종철의 비극적인 죽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정점이었던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며,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 중 하나가 됐다. 부패한 독재정권에 열렬히 맞서 싸우는 민주화 운동가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역사의식을 일깨운다.
역사는 엄격하고 바르게 해석돼야 한다. 현대사의 격랑을 겪었던 시니어라면 더더욱 이렇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멀리 있는 역사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다면 한층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역사의 빈 부분에 상상을 채워, 역사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화를 소개한다. 이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관상(The Face Reader, 2013)
양반가 자제였으나 역모의 혐의를 쓴 채 산속에 칩거하며 살던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그는 관상 보는 기생 천홍(김혜수)의 제안으로 한양에서 관상을 보게 되고, 용한 관상쟁이로 이름을 날린다. 내경의 소문은 김종서(백윤식)의 귀에 닿고, 김종서로부터 사헌부를 도우라는 명을 받아 궁에 들어간 내경은 수양대군(이정재)이 역모를 꾀하고 있음을 알고 김종서를 도와 단종을 지키려고 한다.
영화 ‘관상’은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다. 수양대군의 역모 세력과 단종을 지키려는 세력 사이에 어느 관상가가 개입했다는 설정을 담은 영화다.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는 관상가 내경과 ‘이리의 상’을 하고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가 수양대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과연 내경은 관상을 통해 사람의 운명을 넘어 시대를 읽어낼 수 있을까.
왕의 남자(King and the Clown, 2005)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은 연산(정진영)과 그의 애첩인 녹수(강성연)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하지만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들어 간다. “왕이 보고 웃으면 희롱이 아니잖소! 우리가 왕을 웃겨 보이겠소!” 공길과 장생의 놀이패가 보인 공연이 흡족했던 연산은 광대들을 궁 안에 둔다. 궁에 들어온 광대들은 탐관오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해 중신들의 미움을 사고, 그들을 쫓아내려는 계략에 휘둘리고 만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는 미천한 광대 신분으로 왕에게 간언했다가 참형 당한 ‘공길’이라는 인물에 관한 짧은 기록이 있다. 이 한 줄 기록으로 영화 ‘왕의 남자’가 탄생했다. 공연과 관료들에 대한 일갈의 경계선에 서 있는 광대들, 폭군으로 알려졌지만 생모를 잃어 슬픔에 잠긴 왕. 연출, 각본, 연기, 음악까지 모든 면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왕의 남자’는 저마다의 슬픔을 지닌 인물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광해, 왕이 된 남자(Masquerade, 2012)
광해군 8년, 2월 28일.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에는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라는 글귀가 남아있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15일간의 행적은 영원히 사라졌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불안함으로 난폭해지던 광해(이병헌)는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해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가 쓰러진 15일간 왕과 똑 닮은 저잣거리의 만담꾼 ‘하선’이 왕의 역할을 대신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다. 광해군과 하선을 동시에 연기하며 눈빛과 말투가 순간순간 달라지는 이병헌의 연기가 압권이다. 영화는 가짜지만 진실하게 백성을 위했던 하선과 사대주의에 빠져 잇속만 챙기려는 관료들의 대비를 통해 누가 진짜로 ‘가짜’인가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기술과 상상의 결합은 매력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에 인간 존재, 범죄, 복제인간과 인간의 관계 등 철학 문제까지 담기면서 SF영화가 가진 사회적·문화적 가치는 높아졌다.
현실은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에 생각했던 미래보다 많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면 SF영화에서 보여주는 미래 모습으로 지금이 아닌 자녀나 손주들의 미래를 다시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 안방극장에서는 에단 호크, 주드 로, 톰 크루즈, 해리슨 포드 등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한 낯선 미래 이야기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타카(Gattaca, 1997)
먼 미래에 사람은 발달한 유전공학 기술로 우월한 유전자만 가진 자식을 출산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는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났지만 몸이 약하고 유전적으로 열성이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라는 꿈을 가슴 속에만 간직한 채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일한다. 그러던 중 빈센트는 DNA 중개인을 통해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수영선수이자 유전학적 우성인 제롬 머로우(주드 로)를 소개받는다. 그리고 제롬의 유전자로 가타카에 취직해 우주비행을 준비한다.
“난 되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아서 널 이기는 거야.” 빈센트는 유전공학 기술로 태어난 동생 안톤(로렌 딘)과 수영 대결에서 이긴 후 이렇게 말한다. 우성 인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안전을 우선으로 여기고 위험을 피한다. 반면 열성인 빈센트는 무모할지언정 이상을 품고 도전한다. 영화 ‘가타카’는 원대한 꿈을 좇는 빈센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
2054년 미래의 워싱턴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예언자들이 미래의 범죄를 예언해 준다. 예언자의 리포트로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하는 조직이 범죄예방국이다. 어느날 범죄예방국 리더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이 어떤 남자의 살인범으로 지목된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선 예언자 셋의 의견 중 존이 살인하지 않았다 사실을 증명할 소수 의견인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찾아야 한다.
존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단서들은 하나의 숨겨진 사실을 드러낸다. 미래의 범죄를 예측한다는 참신한 설정과 치밀한 전개,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액션 연출은 보는 이들마저도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찾게 만든다. 놀랍게도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고 있는 배우 톰 크루즈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영화를 관람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 2017)
인조인간이자 사람의 노예인 ‘레플리컨트’가 반란을 시도하자 사람들은 레플리컨트를 폐기하기로 결정한다. 숨어든 레플리컨트를 잡는 형사가 ‘블레이드 러너’다. 영화의 배경인 2049년, 레플리컨트의 출산 흔적이 발견된다. 레플리컨트가 생식능력을 가지면 인간과 다를 게 없어진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은 블레이드 러너 케이(라이언 고슬링)에게 레플리컨트의 출산 흔적을 제거하는 임무를 내린다. 영화는 케이가 레플리컨트인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쫓으며 전개된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모든 SF 작품들에 영향을 준 불후의 명작 ‘블레이드 러너(1982)’의 후속작이다. 많은 SF 마니아들이 후속작을 바랐지만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했던 1982년에는 혹평을 받았기 때문에 2017년에야 후속작이 나왔다. SF 영화에 진심인 시니어에게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기 전에 소니픽쳐스 유튜브 채널에 있는 세 편의 프리퀄 시리즈(블레이드 러너 2022, 블레이드 러너 2036, 블레이드 러너 2048)을 먼저 보길 추천한다.
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하는 ‘구독경제’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취미와 여가 등 삶의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심심할 때 TV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구독 전성시대,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이색 서비스를 소개한다.
개인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일시불, 할부, 리스, 렌트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구독 열풍이 자동차 시장까지 영역을 뻗치면서 새로운 구매 방식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넷플릭스를 보듯 자동차도 월 단위로 여러 사람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기아자동차의 ‘기아플렉스’, 르노삼성의 ‘모빌라이즈’ 등 차량 구독 서비스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시니어의 ‘최애차’인 아반떼와 그랜저를 보유한 ‘현대셀렉션’을 살펴보기로 한다.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셀렉션’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현대셀렉션은 매달 구독료를 내고 현대차 7종 중 원하는 차를 골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요금제는 베이직(59만 원), 스탠다드(75만 원), 프리미엄(99만 원) 세 가지로, 요금제에 따라 선택 가능한 차종 수가 다르다. 차종은 그랜저, 팰리세이드, 싼타페, 캘리그래피, 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 등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현대셀렉션’ 앱을 다운받고, 회원 가입을 한 다음 요금제와 차종, 컬러, 옵션 등을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 완료 시 거주지 근처로 차량이 배송된다.
현대셀렉션의 구독료에는 차량 관리 비용과 보험료, 자동차세 등 부대비용이 포함돼 있어 운전자가 차량 관련 비용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렌터카와 같이 번호판의 기호가 하·허·호로 분류돼 해당 차량이 자차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차량 대여가 대중화되고 번호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면서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
가격 면에서는 리스, 렌트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차종에 따라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예컨대 2021 그랜저 가솔린 2.5 모델을 보증금·선납금 없이 36개월간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렌트는 월 58만~70만 원, 리스는 52만~65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보증금과 선납금을 낼 경우 월 납입금은 더욱 저렴해진다. 반면 구독은 월 99만 원을 내야 그랜저를 탈 수 있다. 운영 방식이 렌트와 유사하면서 가격대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현대셀렉션은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구독자 수 1만 명을 돌파, 재구독률 97%를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장점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차종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셀렉션의 경우 스탠다드 요금제는 월 1회, 프리미엄 요금제는 2회 차량 교체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근거리 외출을 할 때는 간편한 아반떼를 타고 다니다 자녀 결혼식엔 기품 있는 그랜저를, 차박 여행을 떠날 때는 거친 황무지에도 끄떡없는 팰리세이드를 몰 수 있다. 현역 시절 함께한 ‘애마’를 떠나보내고 인생 2막을 같이 달릴 신차를 찾고 있다면, 구매 전 차종별로 장기 시승을 해보며 장단점을 분석할 수도 있다.
요금제에 따라 사용자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2명, 프리미엄 요금제는 3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 간 차량을 공유할 경우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김주원 현대셀렉션 책임매니저는 “그랜저를 타고 다니던 시니어 고객의 자녀가 아반떼 신형 모델에 관심을 보이자 차량을 교체해 시승시켜준 사례가 있다”라며 “본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니즈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차량 구독의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신청 방법도 간편하다. 별도의 서류 없이 앉은 자리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앱 화면도 직관적으로 구성돼 있어 모바일 기기가 낯선 시니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김 매니저는 “차량을 이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도록 절차를 간편화했다”라며 “월 단위 렌트와 비교했을 때도 서비스나 차량의 품질, 청결 등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헷갈리는 리스·렌트·구독 한눈에 이해하기
리스▶매달 일정 요금을 내는 대가로 리스사가 구매한 자동차를 빌리는 금융 상품이다. 기간 만료 시 인수·반납·재이용 등을 선택하는 ‘운용 리스’와 매입을 전제로 한 ‘금융 리스’로 나뉜다. 보험료를 개인이 납부하는 방식으로, 보험 경력이 유지된다. 일반 차량의 번호판을 사용한다.
렌트▶렌트사가 보유한 차량을 빌리는 임대 상품이다. 관리·보수 등 서비스까지 맡아서 처리해 유류 비용을 제외한 기타 제반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다만 월 이용 금액에 보험료가 포함돼 있어 보험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허·호 번호판을 사용한다.
구독▶렌트와 유사하지만 월 단위로 계약이 갱신돼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위약금이나 중도상환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 서비스에 따라 차종을 변경하거나 사용자를 추가할 수 있으며, 주행 거리에 제한이 없다.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며 더위에 취약한 시니어들에게는 더욱 힘겨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럴 때 넓고 푸른 바다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기운을 전해준다. 올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이유로 바다로 떠나기가 어렵다면 집에서라도 바다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바다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두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시니어 마음 치유할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 감독인 ‘크레이그 포스터’와 어떤 문어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오랜 시간 영화감독으로 일해 온 포스터가 중년기에 들어서며, ‘번 아웃’ 상태를 겪었다는 고백과 함께 영화가 시작한다.
슬럼프에 빠진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남아프리카 바다에 다시 뛰어들며 중년 인생의 공허함을 메꿀 기회를 찾는다. 신비로운 해초 숲을 헤엄치던 포스터는 특별한 문어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이 문어가 기적처럼 포스터의 삶에 들어온다.
“저는 암컷 문어 덕분에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바다에 들어가면 놀라울만큼 자유로워지죠. 나를 짓누르던 온갖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고, 갈등이 해소됩니다. 모든 동물에게 서서히 관심을 가집니다. 아주 작은 동물에게도요. 그리고 모든 생명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야생 동물의 삶이 얼마나 유약한지 이해함으로써 이 땅에 사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유약한지 알 수 있죠.”
문어의 신기한 외모와 몸짓에 매력을 느낀 포스터는 문어를 흥미롭게 관찰한다. 높은 지능으로 전략을 세워가며 사냥을 한다. 척추가 없는 연체동물로 온갖 위험에 취약함에도 무리를 짓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문어. 이런 문어에게 포스터는 마음을 빼앗긴다.
문어 역시 위협 없이 눈앞에 자꾸 나타나는 포스터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둘은 손을 뻗어 인사를 나눈다. 서로 교감을 이룬 셈이다. 포스터는 문어를 보기 위해 1년을 매일같이 바다에 뛰어든다.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공격에 상처를 입어도 꿋꿋이 이겨낸다. 하지만 주어진 숙명을 단 한번도 거역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희생하는 문어의 삶. 이 작은 생명체의 일생을 관찰하고, 또 그와 교감을 하며 포스터는 현실의 허무힘과 고단함을 극복해간다.
다큐멘터리임에도 픽션 못지않은 스토리텔링을 갖춘 이 영화는 바다의 시원함 뿐 아니라 자연이 주는 따뜻한 감동까지 전하며 시니어들의 마음까지 치유한다.
감초연기에 지루할 틈 없는 ‘해적’
조선 건국 초기, 전대미문의 국새(국권의 상징인 임금님의 도장) 강탈 사건으로 조정이 혼란에 빠진다. 국새가 바다를 통해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이동되던 중 고래의 습격으로 분실된 것이다.
이를 찾기 위해 조선의 ‘난다긴다’하는 무리들이 바다로 뛰어든다. 바다를 호령하다 졸지에 국새도둑으로 몰린 위기의 해적, 고래는커녕 바다도 처음이지만 의기양양 고래 사냥에 나선 산적, 건국을 코앞에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개국세력까지 국새를 찾기 위해 바다로 모여든다.
“음파, 음파~만 기억하면 되는겨! 등신마냥 파음, 하면 뒤지는겨.”
손예진과 김남길, 유해진 등 캐스팅이 화려한 이 영화는 볼거리도 화려한 어드벤처 오락 영화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시원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신과 명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더위와 그 불쾌감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특히 유해진과 박철민, 김원해 등 명품 조연배우들의 감초연기가 영화를 지루할 틈 없이 유쾌하게 채워간다.
코로나19와 무더위로 피로도가 쌓일 대로 쌓였다면 이 영화를 보고 한바탕 웃으며 묵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권선징악의 교훈도 담고 있어 주말에 손주들과 함께 보기에도 손색없는 영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5060 액티브 시니어가 온라인 소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5060세대의 온라인 쇼핑은 생활 필수품과 인테리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배달앱 이용에 명품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4일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2019~2020년 2년 동안 하나카드(개인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온라인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됐다.
지난해 하나카드로 온라인에서 결제된 금액의 51%를 40대 이상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온라인 소비가 MZ세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중장년층이 온라인 소비 활동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온라인 소비는 49% 정도 증가했다. 특히 쿠팡과 지마켓, 11번가, 옥션 같은 종합 쇼핑몰에서 사용 금액 증가율이 30대 이하보다 1.8배 이상 높았다.
5060세대의 온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도 늘었다. 간편 결제 서비스로 이용한 금액에서 50대는 255%, 60대에서 350%로 2019년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의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이용 규모도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주 사용층이던 배달앱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분야에서도 5060세대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거리두기 여파로 외식보다 내식 횟수가 높아지며 2020년 50대의 배달앱 서비스 결제 규모는 2019년보다 163%, 60대는 142% 증가했다. OTT서비스에서 50대가 사용한 금액 증가율이 181%로 전연령층에서 가장 크게 늘었다.
가전이나 가구, 명품 구매처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온 모양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홈퍼니싱(home+furnishing, 집 꾸미기)’, 인테리어, 생활용품 및 리빙 관련 분야의 소비가 늘었다. 실제로 5060세대가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사용한 금액은 각각 338%, 441%나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명품 구매에 쓴 금액이 50대에서는 104%, 60대 이상은 65% 증가했다.
온라인 소비 분야 중 생활편의 관련 서비스 결제 규모도 커졌다. 2020년 5060세대의 홈서비스 결제 규모는 2019년보다 각각 48%, 25% 증가했다. 청소와 세탁서비스부터 속옷이나 취미용품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찾는 40대 이상 소비자도 늘고 있다. 50대는 97%, 60대는 109% 늘어났는데, 보고서는 이를 두고 신규 소비층이 유입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연구위원은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부상한 5060세대의 긍정적인 디지털 소비경험 확산과 MZ세대의 경험 추구형 소비가 지속되는 가운데 편의성·가성비·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소비 트렌드가 디지털 환경에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하는 ‘구독경제’의 몸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취미와 여가 등 삶의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침투하고 있다. 심심할 때 TV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유튜브 구독자 수로 인기를 가늠하는 구독 전성시대,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이색 서비스를 소개한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수면 등이 세계 장수마을 사람들의 건강 비결로 알려져 있다. 사실 ‘밥 먹으면 배부르다’ 식의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든 잘 먹고 잘 자면 면역 기능이 향상돼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뻔한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삼시세끼는커녕 한 끼 차려 먹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매일 색다른 밥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눈앞에 차려진다면 어떨까. 첨단 로봇이 아닌, 식단 구독 서비스로도 가능한 일이다.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
‘혈당 조절은 장기전이기에 식사에 한계가 있는데, 식단을 구독하니 선택지가 많아져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의 건강 식단 구독 서비스 ‘그리팅’을 구독한 40대 김건강(가명) 씨가 남긴 후기다. 그가 선택한 메뉴는 저당식단. 당류와 염분을 최소화하고, 저당 식재료를 3종 이상 활용해 만든 당뇨 예방 식단이다.
‘그리팅’은 이처럼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원하는 날짜에 식단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종류는 저당식단을 비롯해 한 끼 평균 열량이 450kcal인 칼로리식단, 세계에서 가장 장수 인구가 많은 ‘블루존’(Blue Zone) 국가의 식문화를 반영한 장수마을식단 총 3가지다. 이 중 골라 구독 기간과 끼니 수, 배송 희망일을 택하면 해당 식단을 주 2~3회 받아볼 수 있다. 주문 후 조리되는 상품 특성상 구독 최대 기간은 2주이며, 가격은 한 끼당 8500원이다.
홈페이지 구독 신청 페이지에서 ‘메뉴 미리보기’를 누르면 테마별로 18가지 식단을 살펴볼 수 있다.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2주간 제공되는 식단이다. 2주 뒤에는 다른 식단이 그 자리를 채운다. 매일 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박주연 그리팅사업담당 상무는 “식단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려면 계속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분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매월 신 메뉴를 개발한다. 일반 식품 제조업체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사업 모델이지만, 자사는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병원에 환자식을 제공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강한 식단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식단’을 표방하는 만큼 식단 구성 과정도 까다롭다. 먼저 식단의 특성에 따라 영양 목표를 설계하고, 시기별 어울리는 식자재와 조리법을 연구해 레시피를 완성한다. 그다음 맛, 색상 등의 조화를 고려해 궁합에 맞는 메뉴로 한 끼 식사를 구성한다. 이때 단순히 대중적인 레시피를 차용하는 것이 아닌, 생소한 재료를 활용해 전에 없는 메뉴를 말 그대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저당식단에는 인슐린 작용을 도와주는 여주와 꾸지뽕이, 장수마을식단에는 산초, 팔각 등 이국적인 재료가 들어간다. 정현정 그리팅Lab 케어식단연구원은 “대개 건강식은 싱겁고 맛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리팅을 통해서는 다양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영양뿐 아니라 맛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독 전 세 끼 분량의 체험판을 주문할 수 있다. 그리팅 오프라인 매장인 ‘영양사의 반찬가게’를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영양사와 1:1 건강 상담을 통해 맞춤형 반찬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 본점·여의도점·무역센터점·목동점·판교점 총 5곳에서 운영 중이다. 박 상무는 “앞으로는 건강 식단뿐 아니라 연화식 등 고령 친화 식품과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시니어가 더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팅’이 추천하는 장수 식자재
꾸지뽕_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식물로, 뽕나무를 닮아 ‘굳이 뽕나무’라고 불리며 그 이름이 유래됐다. 혈관 건강에 효과적인 루틴이 뽕잎의 약 18배, 녹차의 68배가량 함유돼 있어 혈전 생성을 억제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비린내를 잡는 데 탁월해 해물찜, 갈치조림 등 생선을 찌고 조릴 때 꾸지뽕잎 가루를 함께 넣으면 더욱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여주_입에 쓸수록 건강에는 달다! 특유의 쓴맛으로 한의학에서는 ‘고과’(苦瓜)라 불리는 여주는 사포닌 계열의 모모르카로사이드 성분이 풍부해 신체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쓴맛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제육볶음이나 소불고기 등 양념 고기 요리에 넣으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여주의 쌉싸름한 풍미가 매콤달콤한 고기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당귀_반건조 상태의 당귀는 뜯었을 때 특유의 향을 끈적한 감촉으로 느낄 수 있다. 주로 늦가을부터 봄 새싹이 돋기 전에 캔 뿌리를 건조해 사용한다. 잎이 무성해지면 약의 기운이 잎으로 몰려 뿌리의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절 통증과 치매 예방에 좋은 데커신 성분이 풍분해 노년기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닭볶음, 주꾸미볶음 등 매콤한 한식 요리에 잘 어울린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황혼으로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뛰어들어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시기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소위 ‘라떼’로 불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왕년’이었던 그 시절.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8090 시대의 감성을 듬뿍 담은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피끓는 청춘 (Hot Young Bloods, 2014)
교련복을 입은 채 덜컹거리는 통학 열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며, 스타벅스 대신 맛나당 빵집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두 남녀. 그 모습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면, 이 영화 또한 향수에 젖어 즐길 수 있다. 영화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청남도 홍성의 한 시골 마을, 소위 ‘잘 나가는 애들’이 모인 학교 홍성농고를 배경으로 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일진 영숙(박보영),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서울에서 전학 온 청순한 여고생 소희(이세영), 그리고 홍성공고 최고의 싸움꾼 광식(김영광) 사이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교복 의무화의 마지막 세대인 1982년 농촌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동년배의 추억을 자극한다. 특히 양은 도시락, 롤러스케이트, 나팔바지, 맥가이버칼 등 반가운 소품이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더욱 생생하게 재현한다. 여기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까지 더해져 마치 고등학생 버전의 ‘전원일기’를 보는 듯한 재미를 자아낸다. 맑은 이미지로 사랑받은 배우 박보영과 이종석의 연기 변신도 압권이다. 학생들의 사랑싸움이 유치하게 느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애틋해지는 작품. 마음만은 ‘피끓는 청춘’이니 너무 상심해 말자.
2.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SAMJIN COMPANY ENGLISH CLASS, 2020)
1982년에서 약 10년 뒤로 시간 여행을 해보자. 장소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대기업 본사. 이곳에는 토익 600점을 목표로 영어 공부를 하는 고졸 출신 사원 세 명이 있으니, 바로 삼진그룹의 자영(고아성)과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이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승진을 위해 뭉친 삼진그룹의 말단 여직원들이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되고, 그 전말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는다. 실제 사건인 1991년 페놀방류사건을 모티브로 해 현실감을 더한다.
영화는 유니폼을 갖춰 입은 주인공이 대졸 직원들의 믹스 커피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상 나온 여자 직원이라면 능력에 관계없이 커피를 타고 상사의 재떨이까지 비워줘야 했던 그 시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자영이 심부름을 갔다가 공장에서 폐수가 유출되는 장면을 목격한 뒤로, 상황은 역전된다. 각 주인공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 회사의 비밀을 캐나간다. 힘없는 말단 직원들의 고군분투로 사회 정의를 도모하는 줄거리는 무모할지라도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여성 연대라는 시대적 메시지를 반영한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시니어가 사회의 중추를 이루었던 1990년대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 현역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유쾌하게 볼 수 있다.
3. 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리던 그때, 나라를 뒤흔든 대규모의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 모두가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기대했지만, 가정이 무너지고 기업은 줄도산을 겪는다. 그 시절 경제 활동의 중심에 서 있던 시니어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은 대한민국의 명암이 동시에 드리워진 시기, 1997년 IMF 사건을 다룬다.
영화는 국가부도의 날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의 과정을 네 인물의 시각으로 그려낸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시현(김혜수)이 곧 나라에 닥쳐올 경제 위기를 막으려 할 때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정치의 판을 바꾸려 하고, 금융맨 정학(유아인)은 배팅의 기회를 노린다.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서로 다른 입장을 지녔지만, 같은 시간 속에서 악전고투를 벌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IMF 시대를 견뎌낸 모든 이들의 씁쓸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현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는 여성 원톱 영화로, 배우 김혜수의 열연이 돋보인다.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흘러나오는 그 시절 앵커의 목소리와 뉴스 소식에 21년 전 금 모으기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게 깨어남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공포 영화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며 흥행 보증수표로 꼽히는 장르가 있다. 바로 괴수 영화다. 거대한 몸집과 무시무시한 생김새를 보고 있으면, 화면 너머 가상의 캐릭터라는 걸 알면서도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고 더위가 절로 날아가는 듯 머리털이 쭈뼛 선다. 한동안 ‘코로나19’라는 괴물로 여름의 스릴을 느끼지 못했다면, 올해는 집에서라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상상력 풍부한 손주와 함께 즐길 만한 괴수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쥬라기 월드 (Jurassic World, 2015)
멸종한 공룡이 되살아난다는 참신한 시나리오와 시대를 앞서간 컴퓨터 그래픽(CG) 기술, 압도적인 규모. 1993년 1탄 개봉 후 3부작 시리즈로 공룡 열풍을 이끌었던 영화 ‘쥬라기 공원’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시니어라면 당시의 열풍을 기억할지 모른다. 그로부터 14년 만에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는 오리지널의 명성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더 커진 스케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22년 전 예기치 못한 사고로 끝내 문을 열지 못했던 ‘쥬라기 공원’이 ‘쥬라기 월드’로 재탄생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새 시리즈 탄생 전까지 기나긴 공백이 있었음에도, 오리지널 시리즈와 이어지는 서사로 기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테마파크의 공룡이 탈출해 위기에 처한다는 줄거리가 ‘쥬라기 공원’ 1탄과 유사하지만, 화면 속을 뛰어다니는 공룡은 그 시절보다 더 다양하고 생생하다. 그와 동시에 ‘쥬라기 공원’을 오마주한 듯한 몇몇 장면은 추억을 관통한다. 옛 향수와 기술의 진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작품.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도 함께 즐길 수 있다.
2. 콩: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시니어의 기억 속 ‘킹콩’은 로맨티스트다. 1933년 원작에서 인간의 위협을 피해 사랑하는 여인 앤을 데리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로 올라가 전투기와 싸우는 순간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킹콩의 광팬이라는 피터 잭슨 감독의 2005년 리메이크 버전 역시 원작의 감성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년 뒤 개봉한 ‘콩: 스컬 아일랜드’는 조금 다르다. 로맨스를 없애고, 그 빈틈을 액션으로 채운다. 또한 주인공 콩은 여인을 지키던 로맨티스트에서 섬을 지키는 수호자로 변신한다.
영화는 괴생명체를 찾는 단체 ‘모나크’가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에서 섬의 왕인 ‘콩’과 혈투를 벌이며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다. 그곳에서 조우한 콩은 그간의 킹콩 시리즈 중 가장 막강하다. 몸집이 18m였던 원작과는 달리 30m로 킹콩 시리즈 사상 가장 거대하고, 괴문어와 도마뱀 등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괴수를 한 번에 제압해 그 위력을 입증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신처럼 여기며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교만함을 응징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반성을 끌어낸다. 시각적인 재미와 더불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3. 고질라 (Godzilla, 1998)
킹콩의 영원한 라이벌 ‘고질라’도 괴수 영화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1954년 일본 영화 ‘고지라’에서 출발한 고질라는 반세기 넘게 30여 편의 시리즈물로 탄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캐릭터다. 크고 날카로운 발톱과 위협적인 뿔 등 킹콩 못지않게 무시무시한 생김새를 갖고 있지만, 원작 개봉 당시 관객들이 고질라를 두려워한 이유는 따로 있다.
고질라는 단순히 몸집만 큰 생물이 아닌 핵실험 중 노출된 방사능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 괴수다. 그래서인지 거칠거칠한 가죽은 도마뱀을 연상케 하고, 생김새는 공룡을, 거대한 몸집은 킹콩을 닮았다. 이 같은 설정을 바탕으로 원작에서는 일본 도시를 습격하고,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작품에서는 미국 뉴욕을 파괴한다. 괴수라는 비현실적인 공포에 핵폭탄이라는 현실의 두려움까지 더해져 큰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1998년 버전 ‘고질라’는 원작을 재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평론가들 사이 썩 좋지 않은 반응을 얻었지만, 킬링타임으로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다. 세계를 대표하는 두 괴수가 대결을 벌이는 ‘고질라 vs 콩’도 함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