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에 위치한 ‘충장로’는 옛 모습을 간직한 보기 드문 상권이다. 현대적으로 개발된 신도시가 각광받는 요즘, 충장로는 쇠퇴한 도심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광주 시내’ 하면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충장로. 이곳에는 86년간 자리를 지킨 ‘광주극장’이 있다. 고화질 사진 대신 손그림 영화 포스터, 키오스크 대신 사람이 발권하는 매표소, 거대한 필름 영사기와 빨간색 벨벳 의자까지. 광주극장의 곳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자 예술영화전용관인 이곳 광주극장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광주극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독점한 지역 문화계 상황에 맞서 조선인의 자본으로 설립, 운영된 호남 지역 최초의 극장이다. 광주극장이 개관한 1935년 10월 1일은 광주의 인구가 10만 명이 넘어 광주읍에서 광주시로 승격한 날이기도 하다.
광주의 빛과 그림자를 동행해온 단관극장
그만큼 많은 광주시민의 축하 속에서 개관했으며, 광주의 성장과 민족적 자부심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25년째 광주극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형수 이사는 “1930년대를 생각해보면 1250명 수용 규모의 극장 건물을 조선인이 세웠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겠냐”라며 “당시 광주극장은 광주의 랜드마크였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인이 설립한 극장들은 일본 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것에 반해, 광주극장은 조선인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당시 극장 외에 시민회관이나 공연장 등 문화를 향유할 공간이 없어 지역의 모든 문화행사는 광주극장에서 진행됐다. 영화는 물론이고 한국 고유의 창극, 국극 등의 공연을 비롯해 판소리, 연주회, 그리고 예술대학의 졸업발표회까지 이곳에서 열리며 광주 지역의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기능했다.
이외에도 일본인의 눈을 피해 조선인들끼리 응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다양한 목적으로 집회의 장이 되기도 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따온 선수들의 환영회도 암암리에 진행됐고, 해방되던 해에는 해방 축하대공연도 광주극장에서 열렸다. 김 이사는 “광주극장의 역사를 들어보면 극장이란 공간이 참 다이내믹하다”라며 “한 편의 영화와 같이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극장이다”라고 설명했다.
1968년 1월 큰 화재로 건물 전체가 전소되면서 광주극장은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TV가 보급되던 1960년대 후반, 극장 산업이 크게 주춤했던 터라 극장을 접으라는 주위의 만류가 많았다. 하지만 당시 광주극장을 운영하던 설립자의 아들 최동복 씨는 아버지의 유지를 저버릴 수 없다며 극장을 개축해 같은 해 10월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외관은 달라졌지만 더 튼튼한 건물을 세울 수 있었고, 1935년에 새긴 석각은 다행히 화재를 면해 건물 상단에 다시 세웠다. 이 석각은 광주극장의 상징이 되었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1980년 5월엔 광주의 아픔도 함께했다. 광주시민들은 그들에게 가해진 무차별 폭격을 피해 광주극장으로 숨어들었다. 해방 이후 벌어진 잔인한 사태에 광주극장은 다시 한번 시민들을 보호했다.
독립예술영화로 관객과 호흡
광주와 오랜 역사를 공유하며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해오던 광주극장은 2000년대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이했다. 기존의 단관극장과 달리 복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고, 첨단 시설로 영화 감상의 질을 제고하는 ‘멀티플렉스’의 등장은 영화 산업의 성장과 함께 자본에 의해 극장이 운영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단관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고, 잘 만든 한국 영화들이 극장에서 대우받지 못하고 상영 기간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내려가는 경우도 다수였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광주극장은 2000년부터 광주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골라 심야에 상영하는 ‘레이트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등 뛰어난 작품성에도 주목받지 못한 영화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독립영화의 유통이 어려워진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는 2003년 ‘예술영화전용관’ 사업을 실시했고, 광주극장은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되어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극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여러 가지다. 김 이사는 “다채로운 영화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독립예술영화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것 전부 극장의 역할이다”라며 “광주극장은 대중성은 부족해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극장이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상업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예술영화전용관은 보조금 없이 입장 수익만으로는 극장 유지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광주극장은 관람료도 매우 싼 편이다. 주말이면 1만 원이 훌쩍 넘는 멀티플렉스의 관람료에 비해, 광주극장의 관람료는 주말, 평일, 시간대에 상관없이 8000원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5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물가가 크게 오른 최근 10년 동안 변동이 없는 가격이다. 관객이 많은 편도 아니다. 하루 관객이 몇 명 정도 되냐는 질문에 김 이사는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활개를 치는 코로나 시국에도 극장에 발걸음해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라며 “독립예술영화를 통해 시민들의 취향과 생각을 공유하고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광주극장은 이곳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애정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광주극장은 입장 수익과 예술진흥위원회 사업 보조금, 그리고 440여 명의 후원자가 매달 1만 원 이상씩 기부하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말이다.
상영할 영화가 마땅히 없었던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초창기와는 달리, 지금은 관객들도 다양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 독립예술영화를 수입하는 배급사, 만드는 제작사도 다양화됐다. 광주극장은 이왕이면 멀티플렉스에서 소외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매년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예술성을 인정받는 영화들이 나오는데 그런 영화들조차 생각보다 접근성 좋게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광주극장은 이렇게 작품성이 뛰어남에도, 대중성이 떨어지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한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상영하고 있다.
광주극장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작년부터는 젊은 세대에게 광주극장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기념품을 제작·판매한다. 주로 광주극장에 애정을 가진 광주시민 작가들과 협업하여 광주극장의 역사를 아카이빙하고 옛 디자인을 활용해 스티커, 포스터, 에코백 등 기념품을 만들었다. 광주극장의 오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도 판매 중이다. 김 이사는 “극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관객이 필요한데, 기념품은 이들에게 극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극장의 역사가 쌓이니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어 좋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극장 옆 골목을 활용해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정체성도 확장했다. 흉흉했던 골목길에 광주의 극장들과 영화문화사를 볼 수 있는 ‘메모리 월’ 등을 설치해 문화와 역사가 있는 골목길로 탈바꿈하고, ‘영화가 흐르는 골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골목이 정비되니 인문학 서점, 독립기획자들의 갤러리도 생겨났다. 김 이사는 “젊은 기획자들이 들어옴으로써 앞으로 더 특색 있는 문화기획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이런 문화자원들이 몰려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충장로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곳, 광주극장
한때는 광주의 자랑스러운 랜드마크였던 광주극장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그저 낡은 건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누가 광주극장의 가치를 알아줄까’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한결같이 광주시민들의 곁을 지켜오고 있다. 그 세월이 긴 만큼 소년·소녀 시절부터 40~50년 동안 광주극장을 애용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단골손님들도 극장을 찾는다. 이들에게 광주극장은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이 충장로 5가를 지키는 반가운 공간이다.
김 이사 역시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시민 중 한 명이다. 그는 사원으로 입사해 이사직에 오르기까지 25년을 광주극장과 함께하고 있다. 그 25년에는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며 극장이 위기에 처한 순간부터 예술영화전용관으로서 정체성을 키워오기까지 광주극장의 역사와 그의 청춘이 함께 맞물려 있다. 김 이사는 “일을 하면서 힘들 때는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극장에서 상영되는 많은 영화를 보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내가 느낀 영화의 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라며 살짝 웃었다.
광주극장에 대해 알면 알수록 광주극장이라는 공간과 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들 간의 따뜻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의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잔잔하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극장. 그리고 노후한 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변함없는 애정으로 극장을 찾는 지역시민들. 이들의 호흡이 광주극장에 쌓인 오랜 시간을 함께 지켜가고 있다. 올해 86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에 90주년, 100주년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OTT 춘추전국시대'다. 좋아하는 방송을 ‘본방사수’하기 위해 TV 앞에 앉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가 될 정도로, 언제 어디서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외 최근 디즈니+와 애플TV+ 등 글로벌 OTT(Over-the-Top,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국내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OTT 서비스 구독자도 크게 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중장년층 역시 OTT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5060 세대 라이프 스타일 조사 플랫폼인 ‘에이풀’에 따르면 8월 13일~8월 27일까지 50세 이상 264명을 대상으로 ‘5060 세대의 OTT 서비스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65%인 10명 중 6명 이상이 OTT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OTT 서비스 브랜드에 대한 질문에 ‘넷플릭스’가 46%로 1위를 확인됐다. ‘웨이브’,‘티빙’이 14.3%, ‘유튜브 프리미엄’ 11.1%로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는 현재 가장 유명한 OTT 서비스로서 많은 중장년층의 선택을 받고 있지만, 다양한 플랫폼이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자신의 취향에 맞는 OTT를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OTT 구독의 가장 큰 기준은 '어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가'다.
OTT의 대명사, ‘넷플릭스’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가장 오래된 OTT 플랫폼이자 'OTT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의 성공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장르 불문 다양한 콘텐츠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예능,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넷플릭스에 인기를 더한다. 콘텐츠 투자에 아낌이 없는 넷플릭스는 '킹덤', 'D.P.'에 이어 최근 '오징어 게임', ‘지옥’이 전 세계에서 '잭팟'을 터트렸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큰 장점이지만 국내 콘텐츠에서는 약세를 보인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제외한 예능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울러 ‘마블’이나 ‘해리포터’ 등 큰 팬덤을 지닌 유명 시리즈들도 넷플릭스엔 없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는 많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는 없어서다.
이 영화가 있다고? ‘왓챠’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최근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넷플릭스와 달리, 타 플랫폼에 없는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왓챠의 차별화된 장점이다. 쉽게 보기 어려운 독립영화나 해리포터, 홍콩영화, 2000년대 인기 드라마‧예능 등 매니아 층이 두터운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인기 유튜브 콘텐츠 ‘좋좋소’, ‘가짜사나이 시즌2’ 등 인기 유튜브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고전 영화 등 쉽게 보기 어려운 콘텐츠를 보유했지만 아쉽게도 최신작은 부족한 실정이다. 큰 규모의 대형 콘텐츠나 최신작보다는 고전 영화나 독립영화, 단편영화 등의 취향을 가진 이용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 보고 싶다면, ‘웨이브’
2019년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든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이 합쳐져 탄생한 서비스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JTBC 제외)의 콘텐츠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무한도전·1박2일·런닝맨 등 인기 지상파 예능을 즐기거나 Quick VOD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콘텐츠로 국내 콘텐츠 트렌드를 이끄는 JTBC와 tvN의 콘텐츠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것은 웨이브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또 충성도 높은 시청자층을 보유한 스포츠 채널 역시 서비스하지 않는다.
CJ, JTBC 콘텐츠를 원한다면, ‘티빙’
국내 최장수 OTT 서비스인 티빙은 웨이브에서 볼 수 없는 CJ ENM과 지상파 방송 등 케이블 TV 채널, 그리고 JTBC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tvN, Mnet, On Style, Olive, OCN 등을 포함한 CJ 계열사 채널과 JTBC, EBS, YTN, 연합뉴스 등 38개 채널의 콘텐츠를 실시간 및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CJ 계열 영화의 업로드가 빠르다는 것도 티빙의 큰 장점이다. 최근에는 ‘환승연애’, ‘유미의 세포들’, ‘술꾼 도시 여자들’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 트렌드를 이끌며 눈에 띄는 성과도 내는 중이다. 반면 CJ ENM 콘텐츠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그 외 다른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디즈니‧마블 마니아라면, 디즈니+
지난 12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국내에 발을 디뎠다. 넷플릭스가 새로운 콘텐츠 부분에서 우리를 즐겁게 했다면, 디즈니+에는 그동안 우리를 즐겁게 했던 익숙한 콘텐츠가 있다. 디즈니, 픽사,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디즈니 브랜드’의 각종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전부 볼 수 있다. 특히 어벤져스, 스타워즈 등 국내 많은 팬을 보유한 유명 시리즈 물을 보유해 국내 출시 전부터 많은 팬의 기대를 받은 바 있다.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만, ‘애플 TV+’
애플TV+는 지난 4일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했다. 언제나 평범함을 거부하는 애플은 이번에도 색다른 행보를 선보였다. 콘텐츠의 양이 인기와 직결되는 것처럼 모든 OTT 플랫폼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애를 쓴다. 하지만 애플TV+는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으로 “양보다는 질로 승부보겠다”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애플TV+가 한국에 론칭하면서 내세운 한국 오리지널 작품인 ‘닥터브레인’으로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외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찾기는 힘들고 자체 콘텐츠 라인업은 타 플랫폼보다 현저히 적다. 콘텐츠 확보는 애플 TV+의 큰 숙제로 보인다.
이 밖에도 ‘HBO맥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도 한국 진출 시점을 점치고 있어 OTT 서비스의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국내 OTT에 이어 글로벌 OTT의 한국 진출도 가속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여느 때보다 방대한 콘텐츠에 둘러싸이고 있다.
문제는 각 플랫폼마다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가 달라 OTT 플랫폼 다양화로 구독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탓에 일각에서는 절약 차원에서 모르는 사람과도 계정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최근엔 계정 공유를 안전하게 중개해 주는 업체까지 다수 등장하는 상황이다.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것은 3년 만의 일이었다. 처음 김석중(52) 키퍼스코리아 대표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소개됐을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길게 길러 뒤로 묶은 머리와 유품정리 과정에서 허락을 받아 쓰고 있던 작은 캐리어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모험을 떠나는 여행가 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국내의 대표적인 유품정리사로 손꼽히는 유명인이 되었다. 유재석과 함께 TV에도 얼굴을 비췄고, 대학 강단에도 섰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는 이제 그가 양복 차림이 잘 어울리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변치 않은 것도 있다. 유품정리 분야의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전히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안부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최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은 우리에게 다소 친숙해진 듯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와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 퀴즈’) 등을 통해 이 직업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그가 이 사업을 국내에 소개했을 때 유품정리 분야는 고독사한 시체 곁의 혈흔을 지우고 사용하던 물건을 처분하는 특수청소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수청소라는 사회적 인식 여전
“‘유 퀴즈’를 통해 소개되긴 했지만, 제 입장에선 많이 아쉬웠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감성적인 부분만 부각된 편집이었거든요.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이뤄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죠. 넷플릭스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특수청소의 연장선에 있는 직업으로 소개되었으니까요. 갑자기 사망한 사람의 집에 들어가 살았던 흔적을 지우는 청소로 여기는 인식은 아직 여전한 것 같아요.”
실제로 그의 회사를 포털사이트에 기업 등록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키퍼스코리아’를 장례 관련업에 포함시키고 싶었지만, 심사 과정에서 결국 폐기물업으로 등록되었단다. 그로서는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그간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사회의 변화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변화의 요인으로 ‘유품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품은 불길한 것 혹은 쓰레기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죽은 사람의 물건이니 함께 사라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어요. 유품이 추억이 되기도 하고 재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유품정리업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어요.”
또 대중의 인식 변화로 ‘사자’(死者)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본가를 정리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유품정리 분야의 의미 있는 변화로 봤다.
“단순히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물건을 비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부모님을 추모하고 추도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품정리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어요. 무엇을 남길지, 버릴지 돕는 카운슬링 기능이 강화됐으니까요.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우리 일이 된 셈이죠.”
우리에게 맞는 ‘한국식’ 추모 도입
그는 11년 전 키퍼스코리아를 창업하고 유품정리라는 생소한 분야를 국내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라는 저서 발간을 꼽았다. 본지와의 첫 번째 만남의 계기이기도 하다.
“책이 나오고 나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학교로 들어가 장례학과에서 강의도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유품정리라는 서비스 시스템을 되돌아보고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고인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 이외에 법적인 소유권과 관련된 상속, 고인을 기리는 장례와 관련된 것까지 개념을 확장시키고 체계화한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그의 사업은 영감을 받은 NHK 다큐멘터리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의 주인공이자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회사 키퍼스 대표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 사장을 통해 2010년 시작됐다. 일본의 유품정리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오다 보니 당연히 한국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일본 특유의 가타미와케(かたみわけ) 문화를 배경으로 한 일본식 유품정리는 물건의 가치나 본질보다는 고인과 관련된 ‘추억’을 정리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것을 우리만의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한국식 매뉴얼을 만드는 데 10년 걸렸어요. 그 기간 한국에서 노력했던 과정을 일본 키퍼스에서도 오롯이 지켜봤기 때문에, 한국식 유품정리로 변화하고 자리 잡는 것을 응원하고 있죠. 또 일본의 경우 유품정리 업체가 유품의 운송, 폐기처리, 재활용 등 모든 분야에 대한 권한을 허가받고 직접 처리하는 반면, 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연결하고 컨트롤타워 역할만 한다는 것도 차이 나는 부분입니다.”
고인에 대한 추모 방식도 일본과는 다소 다르다. 일본의 경우 유품을 모아 한꺼번에 합동 공양을 드리지만, 김 대표는 집에서 먼저 공양을 드리는 것으로 바꿨다. 한국 정서에 맞게 축문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유품을 만지는 허락을 구하는 절차를 밟는다. 또 유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물건에 대한 기록을 만들어 다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그간 우리에게 안 맞는 것처럼 느껴졌던 옷을 벗어버리고, 우리 몸에 맞는 것을 찾게 되었어요.”
유품정리, 장례지도학과 만나다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 회사의 몸집을 키우거나 새로운 사업체를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는 학교로 들어갔다. 기존의 ‘장례지도학’이라는 학문 분야에 유품정리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10년 전 전국의 장례 관련 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요시다 다이치 대표의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 순회강연을 계기로 각 대학 교수들과 인연을 이어나갔는데,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학교도 나름의 고민을 갖고 있었죠. 장례지도사를 선택해 입학한 학생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장례지도사 업무 영역의 한계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지금의 업무 범위는 ‘장례식장’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더 나은 새로운 사업적 시도나 변신을 꾀하기 힘든 한계가 있었어요.”
그는 대학의 커리큘럼 자체가 전통 장례에 매몰되어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적어도 상속법이나 유품의 행정처리를 위한 관련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고, 사회적인 서비스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가 학교에서 일본의 장례나 죽음 준비에 대한 ‘엔딩 산업’을 한국에 맞게 학문적으로 적용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품정리 사회적 관심 중요
그렇다면 앞으로 유품정리 분야는 어떻게 바뀔까. 김 대표는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사망자 수와 그로 인한 유품의 증가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도 매년 30만 명 정도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어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망하기 시작하면 그 숫자는 50만을 훌쩍 뛰어넘을 겁니다. 이 세대는 갖고 있는 물건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한국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절약이 몸에 밴 세대죠. 이분들이 갖고 있는 물건, 그 물건의 역사적 가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질 겁니다.”
베이비붐 세대 할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8·15 광복, 한국전쟁 등 우리의 역사와 연관된 수많은 사료가 가보로 전해 내려왔지만,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자녀 세대에 이르러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에 대한 역사적 자료의 보고인데, 아직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아요.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단카이(団塊) 세대의 유품정리를 고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죠. 역사적 증언과 증거물 확보를 위한 생전정리도 이뤄지고 있고요. 우리도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두는 생전정리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래된 물건의 인기가 올라가고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어, 고령층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의 경제적 가치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생전정리가 노년층의 또 다른 자금 확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적으로도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생전정리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흔히 생전정리라고 하면 죽기 전에 갖고 있는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후에 어떻게 정리할지 미리 정해놓고 그 우선순위에 맞춰 물건을 정리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겁니다.”
생태계 조성 위한 플랫폼 구축 희망
그렇다면 키퍼스코리아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는 ‘장례·유품정리·상속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장례를 치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유품정리·상속 분야의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을 예정입니다.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과정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죠. 일반적인 플랫폼과 다른 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희의 검증을 거친다는 점이에요.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도록 담합이나 바가지요금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장례·유품정리·상속 생태계가 조성돼 양성화되고 산업적으로 고도화되기를 그는 희망하고 있다. 죽음과 그 과정에 대한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고 소수에 의해 음지에서 진행되는 구조로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장례·유품정리·상속 분야의 산업화가 국가적으로 큰 기여를 할 거라고 믿어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상속과 증여가 활성화되면 세수 확보에도 유리하죠. 환경 측면에서도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고요. 또 유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이나 가족관계 악화를 방지하고, 고독사 예방도 가능하죠. 새로운 생태계로 변화한다면 소모적인 부분을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고,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동안 위축됐던 전시 업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각 지역에서는 사진전, 특별전, 소장품전 등 다양한 전시가 속속 열리는 추세다. 이 가운데 부모는 추억하고, 자녀는 경험할 수 있는 ‘뉴트로’ 전시회 3개를 꼽았다.
인천도시역사관 특별전
그때 그 시절엔 농촌 사람들이 한참 도시로 몰려들었고, 빨리 아침을 먹고 출근해야 했으며 학생들은 저마다 도시락을 메고 등교했다. 그래서 사회는 가볍고, 잘 끓고, 잘 늘어나고, 깨지지 않는 그릇을 요구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등장한 ‘서양에서 온 은’, 양은은 순식간에 식기의 판도를 뒤바꿨다.
그렇게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생활용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양은은 돌잔치 기념 밥상, 회사 선물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중금속 검출 등 안전 문제로 대두하자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면서 사라졌다.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열리는 ‘양은, 반짝이는 은이 아니라 죄송합니다만’에서는 양은 냄비, 양은 찬합을 포함해 과거 일상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 인기 상영작 오징어 게임에 등장했던 양은으로 만든 달고나 기구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만하다.
양은 도시락을 사용했던 세대와 양은이 낯선 세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해당 전시회는 오는 1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한강, 낙동강, 금강의 옛 모습은?
‘우리 강 추억 사진전’은 과거 1960~70년대 한강·낙동강·금강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12월 4일까지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은 나라기록관과 국립공주대 공주학연구원, 부산어촌민속관으로부터 협조를 받았으며 지역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터미널 등 소규모 여유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마련했다.
이번 사진전은 우리 강의 옛 모습과 함께해 온 지역 주민의 삶을 느낄 수 있으며 사진과 함께 노래 가사, 시 등 지역 정서를 담은 문화를 소개한다. 한강 사진전은 ‘흐르는 시간 속, 한강의 추억’을 주제로 옛 한강 다리의 모습, 꽁꽁 언 한강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아이들, 가족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등 역사와 재미를 담은 사진들이 이천종합터미널에 전시된다.
낙동강 사진전은 ‘삶을 나르던 나룻배와 낙동강’을 주제로 낙동강 옛 나루터,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구포다리와 을숙도 외나무다리 등을 고령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공주역에서는 ‘금강교를 건너 옛 금강의 기억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금강교 모습, 겨울철 강에서 얼음을 캐는 사람들, 금강교를 배경으로 촬영한 졸업 앨범 사진 등이 전시된다.
유럽 빈티지 장난감展
어릴 적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 곧 제일 친한 친구였던 유년 시절. 소중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할 주인공들이 현실로 찾아왔다. ‘유럽 빈티지 장난감전: 신비한 장난감 가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뤼셀 장난감박물관과 런던 폴록스 장난감박물관과 함께한다. 세계적인 장난감 마스터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된 빈티지 장난감의 세계를 1월 2일까지 서울웨이브 아트센터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유럽 각지에서 수집된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빈티지 장난감 약 5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된 장난감들을 통해 유럽의 사회, 문화, 역사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빈티지 장난감은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이고, 청년층에게는 새로움이다. 전시 공간 역시 유럽의 오래된 도시 어딘가에 있는 장난감 컬렉터의 저택을 훔쳐보듯 구성되어 있어 장난감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관련된 스토리를 따라 더욱 풍성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를 둘러보다가 오랜만에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다. 작품에서 화 한 번 내지 않을 것 같은 털털한 인상의 주인공 정원은 극 중 두 번 화를 낸다. 이 가운데 두 번째 화를 내는 장면에서 정원은 어떻게 비디오를 틀어야 할지 모르는 아버지에게 화를 낸다.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아버지에게 비디오 재생 방법을 반복하여 알려주지만 아버지는 이를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이 장면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디오 하나 재생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울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정원의 아버지에게 비디오란 지금의 인터넷 뱅킹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한 삶을 위해 스마트폰과 인터넷 뱅킹 등 IT를 활용한 여러 장비와 서비스를 고안했다. 하지만 세상은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그냥 은행에 찾아가는 ‘아날로그 맨’이 되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 앞에 개인은 힘이 없다. 현금 결제가 기본이었던 전통시장은 생존을 위해 제로페이와 카드 기기를 놓기 시작했다. 은행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점포를 줄이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한국은행조차 은행 점포의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제지할 정도다.
필자는 산업 매체에서 이차전지를 주 취재 분야로 삼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차전지 시장조사 업체에서 2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이차전지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전기자동차 외에도 이제 우리의 분신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휴대전화, 최근 유행하는 무선 이어폰까지 모두 이차전지의 주요 시장이다.
동시에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과연 세상의 이로움에 기여하고 있는가?
몇 해 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환경을 지키겠다며 스마트폰에 포함되어 있던 충전 케이블을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다. 덤으로 어느 순간부터는 유선 이어폰까지 제공하지 않고 있다. 단순하게 음악을 듣기 위해 꽂기만 하던 이어폰을 쓸 수는 있다. 아직까지는. 그러나 이것도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업들은 환경보호를 말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 제품의 제조 비용을 줄이고, 액세서리 구매로 인한 부차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까운 미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무선 충전으로 충전하라며 아예 단자가 없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이젠 선택의 여지 없이 유선 이어폰 대신 무선 이어폰을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몰라 헤맬 것이다. 단순하게 살 권리가 사라지고 있다.
너무 앞선 걱정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폰의 장점을 강조하다가 슬그머니 일체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을 떠올려보자. 이제는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대신 충전기를 끼워야 한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수리센터에 가서 전지를 교체해야 한다. 소비자는 선택권을 박탈당했다. 이런 전례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드웨어(HW)의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개인용 IT 단말기, 즉 스마트폰의 HW는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 폭넓은 다양성을 지원한다는 데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버폰’이라는 이름의 제품이 따로 나왔던 과거 피처폰 시대와는 또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기존 스마트폰을 활용한 장년 및 노년층의 접근성을 높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구형 스마트폰을 활용한 아동용 스마트폰 제품에서 이미 활용 중이다.
스마트폰의 UI 외에도 다양한 시스템의 접근성 확보 방법이 필요하다. 가까운 예로 ARS 방문 인증을 볼 수 있다. 현재 2년째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는 QR인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QR 외에도 우리는 ARS 전화 인증 방식을 병행한다. ARS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그 전화번호를 목록화하여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다. QR 체크를 어려워하는 고령층에게 이는 아날로그식 인증 방법인 셈이다.
아날로그 방식을 이용한 디지털 인증, 어디서 들어본 방법인 것 같다면 정답이다. 바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을 뜻하니 디지로그(Digi+log)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장년층 이상의 문화 코드에 알맞은 아날로그 감성의 시스템을 만든다면 장년층이 필요로 하는 첨단 서비스를 보다 편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며 장년층 이상 세대는 앞으로 사회생활을 지속하며 생산 활동과 소비 활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들에게 최적화된 IT 접근성은 곧 첨단 서비스에 대한 소비층의 확대를 의미한다. 앞선 전통시장의 예에서 밝혔듯 이들 역시 생산 활동을 위해, IT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들에 대한 IT 접근성 확보는 이제 IT 업계에는 시장 확보, 정부에는 기본권 보장과 같은 의무 사항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30대 초반으로 나온 정원의 세대는 지금쯤 50~60대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이제 비디오 재생 대신 복잡한 액티브엑스를 깔며 인터넷 쇼핑 또는 인터넷 뱅킹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방문인증 및 접종인증을 하며 IT 접근성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정원의 아버지처럼 자녀 세대에 계속해서 부탁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부모에게 최신 기기 사용법을 매일 가르쳐주거나 대신 해줄 수 있는 세대는 1~2인 가구의 증가로 거의 사라졌다. 편리해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남녀노소가 ‘편리하게’ IT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교 활동이 줄면서 음원이나 동영상 서비스 등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방구석 취미’ 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뱅크샐러드가 코로나19 전후 시기인 2019년과 2021년 각 상반기의 디지털 콘텐츠 결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 이용자의 평균 지출금액은 약 3.4배가 늘어난 18,343원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콘텐츠는 멜론, 유튜브, 넷플릭스, 밀리의 서재 등 음원, 도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또는 플랫폼 결제 내역이다.
2021년 상반기 디지털 콘텐츠의 평균 결제 건수는 1.66건으로, 0.49건인 2019년 상반기보다 3배 이상 높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구독 이용이 비교적 적었던 40대와 50대 이상 이용자의 결제 건수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20년 결제 건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50대 이상(110%), 40대(107%)로 30대(93%), 20대(92%)보다 높은 수치다.
더불어 온라인 ‘취미 플랫폼’ 수요도 부쩍 늘었다. 클래스101, 탈잉, 하비풀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은 다양한 활동을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재테크, 글쓰기, 홈트레이닝,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등 하고 싶은 취미에 따라 강의와 재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예컨대, 뜨개질 강의를 신청하면 코바늘, 실 등 수업 과정에 맞는 재료를 받아볼 수 있다.
신한카드의 매출 데이터를 보면 취미 플랫폼 사이트(온라인 3곳ㆍ오프라인 4곳ㆍ소셜모임 3곳)의 2020년 3월 기준 이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8%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 클래스의 이용은 8000건으로 2020년 1월보다 95% 늘었다.
취미 플랫폼 이용자 증가는 40대 이상 연령층이 이끌었다. 2020년 1월에 비해 3월 40대 남녀 고객 증가율은 각각 97%, 86%에 달한다. 50대 여성도 79% 늘었으며 60대 남성도 온라인 취미 플랫폼 이용자로 등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의 강세에 대해 “인생의 활력소를 찾기 위해 여러 방향을 모색하고 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경우”라며 “위드코로나로 전환된다 해도 이미 비대면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 못지않게 잘 정비돼있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지금은 40대의 온라인 클래스 결제 상승 폭이 가장 크지만, 앞으로 취미 플랫폼이 더욱 대중화된다면 50·60세대의 유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요즘 방송가가 노리는 주요 시청층은 시니어, 즉 중장년층이다. 젊은 세대는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OTT 프로그램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에 TV 앞에 남은 세대는 시니어가 된 것. 이에 방송가에서는 그들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방송의 트렌드를 보면, 트렌디하고 재밌기보다는 시니어들이 보기 편한 프로그램들이 많은 편이다.
그 프로들을 보면 공통점이 많다. 먼저 장치적인 부분을 보자면, 자막은 보통 시니어들이 알아보기 편하게 크고 강한 편이다. 소리를 잘 못 들었을 경우의 시청자를 위해 이해를 돕는 자막도 찾아보기 쉽다. 사회자도 톤이 높고 큰 목소리로 알아듣기 쉽게 얘기한다. 다인원의 패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들의 큰 리액션은 시청자도 함께 반응하게 하고,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제작진의 노력에 시니어들은 응답했다. 물론 앞서 말한 장치적인 부분은 부가적인 것이고,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어떤 콘텐츠의 프로그램이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공통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오디션 프로의 식지않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젊은 세대가 열광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미스-미스트롯' 이전에 트로트는 기성 세대의 전유물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젊은 세대가 간드러지게 트로트를 부르자, 시니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푹 빠져버렸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긴장감과 함께, 덧붙여지는 참가자들의 사연이 시니어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심지어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아들, 혹은 딸을 보는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고, 팬덤까지 형성하게 된다.
최근 '미스-미스트롯' 제작진은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가수'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트로트가수가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K-POP스타, 국민가수를 뽑는다. 1회 16.1%, 2회 15.4%(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미스-미스터트롯' 시청자들이 '국민가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로트'에서 'K-POP'으로 주제가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구성이 이전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앞서 말한 자막, 진행자, 패널 등 장치적인 부분 역시 비슷하다. 아무 정보 없이 '국민가수'를 본 시청자는 '새로운 트로트 오디션인가?'라고 착각하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미스-미스터트롯'과 달리 이번에는 다양한, 시니어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여러 번의 오디션을 거치면서 시니어들도 실력자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길러졌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 중장년층은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오디션이 특히 그러한데, 한 번 빠지면 끝까지 보고 진심으로 출연자를 응원하게 되는 것. 때문에 '국민가수'가 더욱 대박나려면, 송가인, 임영웅과 같이 시니어들을 확 사로잡을 출연자가 필요해 보인다.
# 전원생활도 예능으로
나이가 들수록 전원 생활에 대한 욕망이 강해진다. 과거에는 드라마 '전원일기'가 있었다면, 현재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니어들은 대리 만족하고 있다. 전원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힐링하게 되는 것. 특히 이러한 프로들은 잠깐만, 어쩌다 봐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2012년부터 방송된 스테디 인기 프로그램으로 중년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현재도 평균 시청률 4%대가 나오고 있다. 여성 중년들은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마음을 뺏겼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이 방영 중이고, 수요일 저녁 방송인데도 5~6%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인 혼자 사는 중년 여자 스타들의 동거 생활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전원생활과 함께 같이 밥 해 먹고 수다 떠는 것이 거의 전부이지만, 오고 가는 아줌마 입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리얼하고 현실적이어서 공감하면서 보기 좋다.
# 스포츠 예능의 감동
스포츠 예능도 시니어들이 사랑하는 TV 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이 올림픽 경기에 열중해서 보는 것과 유사한 심리다. 스포츠 예능의 인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것과도 비슷하다. 시니어들은 출연자들을 자신의 자녀를 보는 듯이 보고 응원하게 되는 것. 또한 '왕년에는 나도 저랬는데'라는 생각으로 이입해서 예능을 보기도 한다.
시니어들에게 인기를 끈 대표적인 스포츠 예능으로 JTBC '뭉쳐야 찬다'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시즌2가 방영 중이며, 6~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은 물론, 웃음과 감동이 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다. 지난 6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또한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업이 축구선수인 것처럼 연습하고 임하는 출연진을 보면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재밌거나 공감이 되어서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웃음보다는 감동과 서사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보여진다. 시니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다음 프로그램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손효정 기자 shjlife@etoday.co.kr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현재 화제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 배우 오영수(77)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박을 터뜨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오영수의 인지도와 인기도 또한 수직 상승했다. 사실 오영수는 낯이 익기는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다. 덕분에 '오징어 게임'에서 비밀병기 역할로 주효했지만 말이다.
그는 벌써 연기 경력 58년 차의 배우다. 1963년부터 극단에서 활동했으며, 2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기도. 또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포함한 다수의 작품에 스님으로 출연해 '스님 전문 배우'로 통해왔다.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을 만나 이처럼 뒤늦게 주목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의 연기 내공이 켜켜이 쌓여 빛을 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영수와 같이 뒤늦게 아름다움을 발현한 배우들은 또 누가 있는지 짚어봤다.
'기생충' 이정은
오영수와 비슷한 사례의 여배우를 생각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이름은 배우 이정은이 아닐까. '신스틸러'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던 그는 지난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이정은은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네의 가사 도우미 문광 역을 맡아 열연했다. 세상 좋은 사람 같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반전의 캐릭터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이정은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정은 역시 실력을 갖췄기에 빛나는 순간이 온 것일 터. 그는 지난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해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영화와 드라마 활동은 늦게 시작했지만,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하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기생충' 이후로 주연 배우에 등극한 이정은은 KBS2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국민엄마'로 또 한 번 큰 사랑을 받았다.
'골든타임' 이성민
현재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배우 이성민. 그러나 그의 연기 인생은 꽃길 만은 아니었다. 이성민은 오랜 무명 시절을 겪고 중년의 나이에 뒤늦게 이름을 알렸다.
지난 1985년 연극으로 데뷔한 그는 연극계에서는 잘나가는 배우였다. 2001년에는 전국 연극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감초 역할을 맡았고, MBC 드라마 '파스타', '내 마음이 들리니' 등을 통해 '꽃중년'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던 가운데, 이성민은 데뷔 25년 만인 2012년 MBC '골든타임'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권석장 PD가 그를 캐스팅한 것이지만, 대중에게는 조연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이선균이 꽂아줬냐'는 말도 안 되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극중 최인혁 교수 역을 맡은 이성민은 우려를 불식시키며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후 이성민은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았고, tvN '미생', 영화 '보안관', '남산의 부장들' 등으로 인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도깨비' 김병철
김은숙 작가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tvN '도깨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파국이다"라는 명대사와 악귀 박중헌(김병철)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머릿 속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박중헌 캐릭터에 대한 관심은 배우에게로 이어졌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병철은 '도깨비'가 낳은 스타가 됐다. 그는 2001년 연극배우로 데뷔했고, '도깨비'를 만나기까지 15년의 무명 시절을 보냈다.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쇼핑왕 루이' 등에 출연한 김병철은 '도깨비'로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이후 JTBC 'SKY캐슬',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SKY캐슬' 오나라
'도깨비'에 "파국이다"가 있다면, 'SKY캐슬'에는 "어마마"가 있다. 'SKY캐슬'에서 오나라는 주연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주연 배우들에 비해 인지도는 낮았지만, 존재감은 뒤지지 않았다. 극중 진진희 역을 맡은 오나라는 아들을 금지옥엽 키우는 부자 엄마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나라는 원래 뮤지컬 배우로 유명했다. 그는 지난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했고, '김종욱 찾기', '아이 러브 유', '싱글즈' 등에 출연했다. 2006년 한국 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그는 드라마와 영화로 발을 넓힌 것. 특히 오나라는 지난해에는 KBS2 '99억의 여자'로 'SKY캐슬'에 이어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넷플릭스의 웹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와 tvN의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을 통해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이 재조명되면서, 유품 정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망 단계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유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 정리만큼이나 생전 정리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국내 사망자 수는 지속해서 늘어났다. 2010년에는 25만여 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2020년 30만여 명으로 19.4% 증가했다. 많게는 800만 명 정도로 집계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사망으로 인해 본격적인 인구변동이 이뤄지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사망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유품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것. 현재 우리 사회에서 유품은 유족에 의해 정리되지 않으면 청소 업자 등을 통해 치워진다. 업자들은 중고 판매나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들을 보물찾기처럼 선별한 후 나머지는 쓰레기와 함께 처리한다.
이런 방식의 경우 판매를 목적으로 선별이 이뤄지다 보니 대형 가전 등 ‘돈 되는’ 물건들 위주로 재활용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고, 판매가 만만치 않은 소형 가전이나 생활용품은 상태와 상관없이 버려지기 마련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냉장고, 세탁기, TV 등 대형 가전제품의 재활용은 관련법이 정한 의무량을 웃돌 정도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통신사무기기나 소형기기의 경우 달성량이 의무량에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 생전 정리를 통한 재활용이 아쉬운 이유다.
일본의 경우 고령층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물품을 정리해 나가는 생전 정리가 정착되는 단계에 있다. 이들은 이를 ‘종활’이라고 부르는데, 종활(終活, 슈카쓰)은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 활동을 뜻하는 일본 사회의 신조어다.
일본 최대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가 지난 3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 기업을 통해 중고거래에 참여한 60대 이상 이용자 수는 전년도보다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평균 판매 물품의 수도 20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들은 지난 20일 일본의 ‘경로의 날’에 맞춰 고령자들이 중고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물품 세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고령자 대상의 온라인 교육도 진행했다. 늘어나는 고령 사용자의 입맛에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것과 비교하면 국내 플랫폼 업체들의 고령자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국내에 유품 정리 서비스를 소개한 1세대인 키퍼스코리아의 김석중 대표는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사회의 생전 정리 혹은 유품 정리에 관한 인식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유품 정리 업체가 수거한 가전제품이 이재민의 재기를 위해 기부됐던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생전 정리를 통해 물품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돼 요긴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제도나 관련 인프라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편집자주 - 이 기사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노출되지 않도록 구성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오징어 게임을 다루고 있어 스포일러가 간접적으로라도 노출될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 스포일러 노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독자는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
최근 국내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화제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에서는 드라마에 나온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놀이에 대한 추억과 사연 등을 간직한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 단톡방 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연령층에 확산하고 있다.
올해 50대에 진입한 기자는 자라면서 오징어 게임을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이 놀이 이름이 지역마다 다소 이름이 달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한 커뮤니티에 오징어 이름에 대한 게시글에 많은 시니어들이 댓글을 달며 자신이 어린 시절에 놀았던 오징어 게임 이름을 알렸다. 이 댓글에 따르면 부산과 거제, 경남은 오징어 달구지, 대구는 오징어 가셍, 서울 남부(영등포, 강남 등)와 경기 남부 지역은 오징어 가이생 또는 오징어 가이상, 서울 송파와 경기 성남은 오징어 또는 오징어 이상, 서울 북부(마포, 중랑, 동대문 등)와 인천, 광주, 전라북도, 대전, 충청, 강릉은 오징어, 서울 은평과 종로는 오징어포, 울산은 오징어 돋구 또는 오징어 등 다양하게 불린 것으로 확인된다.
댓글과 다른 놀이 문화 관련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같은 동네라고 해도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냐에 따라, 또 같은 동네라 해도 학교에 따라 이름을 조금씩 다르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해당 놀이가 학생들에게 퍼지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이 어느 지역에서 왔느냐가 놀이 이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글을 읽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인 시니어들이 어떤 이름으로 오징어 게임을 기억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일부에서 오징어 게임이 일본에서 유래한 놀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근거가 미약해 국내에서 발생한 놀이로 보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는 막대기나 발을 이용해 운동장이나 공터에 오징어 모양으로 제한된 공간을 그리고 만들어 즐기는 놀이다. 한 팀에 적으면 3명 정도, 보통은 5~6명, 많으면 10명까지 편을 먹고, 한 팀은 공격, 상대 팀은 수비를 하는 형태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공격하는 팀이 한 명이라도 살아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 그 팀은 다시 공격하고, 그렇지 못하면 수비와 공격이 서로 진영을 바꿔서 다시 시작하는 놀이다.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오징어 게임을 떠올릴 수 있도록 기자가 경험했던 오징어 게임 규칙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이 규칙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여기서 소개하는 오징어 게임 규칙을 보고 ‘이런 규칙으로 즐긴 학교가 있었구나’라고 참고하면 좋겠다.
세모 모서리 부분의 동그라미에서 공격팀이 출발하고, 수비팀은 세모 안쪽과 네모 안쪽에서 상대팀 공격을 방해한다. 동그라미 지역은 완충 지대로 두 발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반면 상대를 공격할 수는 없다. 공격팀은 주로 쉬는 공간이나 작전을 짜는 공간으로 동그라미 지역을 활용한다.
공격팀은 기본적으로 동그라미와 다리에서만 두 발을 이용할 수 있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한 발(한 발을 든 채로)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가운데 다리를 통과하면 세모 안쪽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공간에서 두 발로 움직일 수 있어 공격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이런 이유로 공격팀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수비팀의 핵심 활동이다. 다리는 공격팀이 건너다 밀려 넘어지거나 끌려 넘어지는 등 수비팀과 공격팀이 충돌이 자주 일어나 가장 많이 다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공격팀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수비팀은 공격팀을 찾아가 쓰러뜨릴 수 있다. 수비팀은 네모와 세모 안쪽, 다리, 그리고 동그라미 지역에서는 두 발로, 나머지 외곽 지역에서는 한 발로 움직여야 한다. 양팀 모두 잡기나 밀기 싸움으로 상대를 선 안이나 바깥으로 끌어내면 상대가 죽는다. 또 한 발로 움직이는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두 발을 땅에 닿도록 하면 역시 상대가 죽는다.
공격팀은 네모 동그라미 위치에서 네모 안쪽을 통과한 뒤 세모 안쪽으로 세모 모서리와 동그라미가 겹치는 부분을 밟으면 승리한다. 공격팀이 승리하면 팀 변경 없이 그대로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수비팀은 공격팀이 이렇게 하기 전까지 상대를 모두 죽이면 승리한다. 수비팀이 승리하면 수비팀은 공격팀으로, 공격팀은 수비팀으로 바꿔 놀이를 다시 시작한다.
남자아이들만 이 놀이를 즐겼는데, 힘을 이용해 밀고 당기면서 상대를 쓰러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힘을 이기는 방법은 순발력과 협동, 재치 등인데, 순발력을 잘못 발휘하면 힘에 의해 더 크게 다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놀이 특성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오징어 놀이를 하다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특히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일수록 다칠 확률이 높았다. 적당히 하면 다칠 위험을 피해가며 놀 수 있는데, 놀이에 몰입할수록 위험을 간과하고 승부에 집착해 속된 말로 ‘물불’ 안 가리고 놀이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기자도 초등학교 당시 오징어 놀이로 앞니가 파손돼 현재까지도 어린 시절의 생생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요즘은 우리 아이들이 이런 놀이를 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모으는 것이 힘든 환경 탓이 크다. 두 팀을 만들려면 보통 10명 정도가 모여야 하는데, 이 숫자는커녕 3~4명를 모으기도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오징어보다 더 선호할만한 놀이인 스포츠 종목이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요즘은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 운동 기구를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에 빌려서 이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에 필요한 공이나 도구를 빌려서 친구들과 즐길 수 있다. 또 집집마다 축구공이나 농구공 같은 스포츠 도구를 보유할 만큼 가정 형편도 좋아졌다.
기자가 어릴 때는 학교에서도 축구공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에 한두 개밖에 없어서인지 운동회처럼 큰 행사가 아니면 보기가 쉽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빌려서 이용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축구공을 만져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이렇게 도구를 이용할 수 없다 보니 오징어처럼 도구가 필요하지 않은 놀이를 아이들이 더 많이 즐길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줄다리기, 설탕뽑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징검다리, 오징어 같은 다양한 놀이가 등장한다. 최소 40대부터 많으면 70대에 이르는 시니어들은 누구보다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이 같은 다양한 놀이에 대한 사연과 추억, 사진 등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 나온 다양한 놀이에 대한 사연과 추억, 사진을 갖고 있는 시니어들이라면 이를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비롯해 주변과도 함께 나누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