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231개의 지방문화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 지역문화 구심체를 한데 아우르는 조직이 바로 한국문화원연합회다.조직 최정상에 자리한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토목업체 대표인 동시에 11년째 서울 중랑문화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지만 지역문화를 향한 애정은 남다르다. 지역문화에 대한 변치 않는 철학, 남다른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문화는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며, 사람들이 그 꽃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는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선포한 ‘대한민국 문화 플랫폼 한국문화원연합회’라는 슬로건과 ‘제1회 지역문화박람회’ 개최 계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전에도 여러 사업을 운영하며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지역문화박람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내나라여행박람회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행사이고, 문화도시박람회는 정부 주도 아래 정책 사업을 홍보하는 장이죠. 이와 달리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추진하려는 지역문화박람회는 민간 주도의 ‘문화 종합마켓’이 될 겁니다. 231개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특색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지키는 데 주력한 231개 문화원만이 준비할 수 있는 행사라는 설명이다.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설립한 지방문화원은 정부 주도 단체나 문화 사업이 할 수 없는 일을 가능케 한다고 자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31개의 힘이 모여야 가능한 일들
국내 최초의 지방문화원은 1947년 설립된 강화문화원이다. 이후 자생적으로 설립해 운영했고, 1962년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지방문화원들이 전국에 들어섰다. 1994년 기존 법령을 폐지하고 대체 법령인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제정됨에 따라 지방문화원이 지역문화의 구심체 역할을 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합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2021년 빅데이터 센터 구축사업’ 문화 부문의 지역문화 빅데이터 센터로 선정됐다. 60여 년의 세월 동안 각 문화원에서 수집한 자료들의 중요성을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2017년부터 ‘지방문화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을 통해 지방문화원 한켠에 방치되고 있는 기록들을 모아, ‘디지털 아카이빙’(아날로그 형태의 자료를 디지털 표준으로 인코딩해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그대로 제공하지 않고, 활용하기 좋도록 기획하고 가공하는 것까지가 연합회의 역할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되지 않는 자료는 사실상 없는 자료나 마찬가지예요. 그런 의미에서 각 지방문화원에 쌓여 있던 자료들은 있어도 없는 자료나 다름없었죠. 이번에 문화 부문 빅데이터 센터로 지정되면서 일반인도 원할 때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는 지역N문화 포털을 보충하고, 여행이나 교육 등의 산업 분야에는 가공된 디지털 데이터를 제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수혜자 벗어나 주체적 노인 되어야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 사업’, ‘실버문화페스티벌’ 등 행사를 진행하며 노인 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오고 있다. 2005년 어르신 대상으로 예술 활동비를 지원하며 노년 세대의 문화생활을 응원했던 것이 시작점이다. 어르신은 복지제도의 수혜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여타 단체에서도 노인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노인에 대한 인식도 덩달아 꾸준히 변화했다. 하지만 김태웅 회장에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의 노년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개개인 삶의 사이클은 이미 변화하고 있는데 노인 문화는 여전히 제자리에 멈춰 있어요. 여태 열심히 일했으니 인생의 남은 시간은 편안하게 쉬겠다, 그렇게들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저는 노년기에도 주체적인 태도로 적극적인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합회에서 시행하는 노인 문화 프로그램들도 같은 취지에서 비롯됐다. 노인이 자신의 삶을 즐기고, 그로 인해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돕는 것. 김 회장은 이를 일자리로도 승화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생존이 목적인 수동적 뉘앙스의 ‘일자리’와 노인이 삶의 주체가 되게끔 하는 기회로서의 ‘일거리’로 표현을 구분해 사용하는 점만 봐도 그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처지를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살면서 축적해온 삶의 경험을 쓸모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 노인들은 ‘선배 시민’이 된다.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지역사회 내의 갈등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겪는 후배 시민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 요즘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성격의 문화도 물론 필요하다. 김태웅 회장은 유튜브로 즐길 수 있는 건전하고 유익한 노인용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노인들도 유튜브를 즐겨 보기 때문이다. 노인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한다면,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문화 수준을 향상하는 데에 일조하리라는 그의 기대도 섞여 있다.
‘풀뿌리’ 문화의 힘
김태웅 회장은 ‘마이너리티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일이 문화원의 역할이라고 굳게 믿는다. 지역문화의 마이너리티라는 성격은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생전 문화원과의 특별 대담을 진행할 때 강조했던 부분이다. 문화의 영역이야말로 마이너리티, 소수성이 갖는 힘이 폭발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마이너리티가 갖는 고유의 가치와 의미가 존중될 때 거대한 울림이 되어 퍼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웅 회장은 문화원연합회 60주년을 맞아 작성한 칼럼에서도 이어령 전 장관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만큼 그에게 마이너리티는 지역문화를 꿰뚫는 핵심이자 지방문화원이 잊지 말아야 할 정신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혹은 지방문화원의 시작 역시 마이너리티 그 자체였습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무슨 문화냐’며 핀잔하던 시기에는 문화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마이너리티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문화의 중요성을 누구나 인정하는 시대가 됐죠. 지역문화의 거점으로서 231개 지방문화원이 구축해낸 풀뿌리 문화는 어느덧 ‘메이저리티’가 됐어요. 지방문화원이 앞으로도 문화 분권의 주체로서 마이너리티의 힘을 모으고 꽃피우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잘 보존된 우리의 놀이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지역N문화 포털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 한국 전통 게임에 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재미있게 구성해 제공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대한민국 문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준비를 이미 마친 듯하다.
31일 보건복지부가 치매돌봄서비스 개선 협의체(이하 치매 개선 협의체) 발족 및 지역사회 기반 치매돌봄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치매 개선 협의체는 학계, 의료계, 수요자(치매환자 가족) 단체, 돌봄·복지 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번 1차 회의에서는 치매돌봄서비스 강화를 위해 그간 추진해온 사항을 보고하고 협의체 운영방안 및 논의 안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아울러 치매 돌봄과 의료 분과로 나누어 세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치매 돌봄 분과에서 가족 부양 감소 등 사회 환경에 따라 증가하는 치매 환자 돌봄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치매안심세터 사례관리 기능 강화, 치매 친화 환경 조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다.
치매 의료 분과에서는 지역 사회 중심으로 치매 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치매안심병원 시범사업 및 치매안심주치의 운영 모델 개발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한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개선 협의체 논의와 함께 지역 사회 치매돌봄서비스 강화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지역 단위 치매 사례 관리 대상자 선정 및 서비스 제공 계획을 수립,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ANSYS) 고도화를 추진, 차세대 사회 서비스 정보 시스템과 연계해 대상자를 관리하고 서비스 수혜 이력, 복지 자원 실시간 정보 등 세부 데이터를 공유해 치매 대상자에 대한 다양한 사례 관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31일 인천광역시 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과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을 치매안심병원으로 추가 지정한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관리법 제16조의4에 따라 중증 치매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관리할 수 있는 시설, 인력, 장비를 갖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기존 치매안심병원은 전국에 7곳이며, 이번에 인천광역시에 2개소를 추가하며 총 9곳이 됐다.
치매 개선 협의체 단장인 보건복지부 은성호 노인정책관은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환자 증가와 사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협의체에서 돌봄서비스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치매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치매안심병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협의체 부단장인 중앙치매센터 고임석 센터장은 “지역사회 기반 치매 돌봄 서비스가 강화되도록 치매 정책에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 언급하며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관리 허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례관리기능을 강화하고,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기 위한 지역주민의 인식개선 및 환경조성 등을 통해 치매 친화적 지역사회가 조성되도록 정책 지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고령자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지난 16일 발간한 ‘최신외국입법정보’ 200호에서 ‘주요국의 고령자 교육 입법례’를 소개했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미국 등 해외의 고령자 교육 관련 입법례를 검토‧비교해보고 우리 법률의 입법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교육은 헌법 및 교육기본법, 평생교육법에 근거할 때 ‘평생교육’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노인복지법,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 고령자고용법 등이 있다. 그러나 고령자 교육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된 법률이 없고, 교육 대상인 고령자의 연령 역시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먼저 독일은 각 주(州)의 ‘평생교육법’을 기반으로 한다. 평생교육법은 대학 및 직업훈련교육기관의 협력과 주 정부의 예산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1979년 프랑크푸르트대학교를 시작으로 50여 개의 독일 대학이 ‘노인대학’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노인대학은 저렴한 학비로 노인들도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대학강의의 정규과정은 물론 청강도 가능하며, 은퇴한 명예교수가 강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한 학기에 보통 50유로부터 최대 1000유로의 학비를 부과한다.
프랑스의 고령자 교육 기반인 평생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원칙에 따라 모든 연령대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프랑스는 25세를 기준으로 이전은 정규교육(의무교육 포함), 이후는 직업교육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직업교육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고령자 교육이 있다.
프랑스는 고령자 및 은퇴자 등이 연령 및 학습수준과 무관하게 무료로 등록할 수 있는 ‘제3세대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자유 시간대학’, ‘모두를 위한 대학’, ‘모든 연령을 위한 대학’ 등으로 불린다. 지리, 지정학, 철학, 문학, 역사, 미술사, 음악학, 문명, 언어학, 예술, 정보과학 등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제공한다.
스위스의 노인대학은 다양한 학위 외 과정과 더불어 정식 학위 과정을 개설하고 있어 고령자들도 학사, 석사, 박사의 학위 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더불어 스위스는 연방 차원에서 노인대학 운영에 관한 ‘노인대학령’을 두고 있다.
노인대학은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며 저렴한 학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이는 스위스 교육정책에서의 기회의 개방성과 접근성에 근거한다. 스위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칸톤(Kanton) 또는 도시의 예산에서 노인대학을 지원하고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교육에 대해 주로 연방법이 아닌 각 주의 주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 교육 또한 주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학비 감면 규정’을 별도 조항으로 규정한다. 학비 감면 규정은 고령자가 해당 주의 주립대학(교) 등에서 교육을 받을 때 학비를 감면받는 혜택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결론에 대해 “향후 고령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직업훈련이나 취미 학습프로그램 수준을 넘어선 더욱 전문적인 교육 수요 역시 증대될 것이다. 따라서 평생교육법에 기반을 둔 ‘고령자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전문성 강화뿐만 아니라 정식 학위를 수여하는 ‘고령자 전용 교육기관’으로서의 노인대학 설치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자 교육의 지원 방안으로 고령자 교육을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해당 지역 고령자가 거주 지역 내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교육비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학(교)에는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방 대학(교)을 고령자 교육과 연계하는 이 방안은 기존 대학(교)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노인대학 등 고령자 전용 교육기관을 설치하는 방법보다 경제적일 수 있고, 거주지역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에 고령자들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지역 참여 활동의 기회가 증대될 수 있으며, 재학생 수가 감소하는 우리나라 지방 대학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지금은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고령자들이 원하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고령자 교육 제공과 고령자 교육 지원 방안에 대하여 더욱, 적극적인 입법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번 최신외국입법정보가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불교에서 회향(廻向)이란 자신이 닦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려 함께 성불(成佛)하길 바라는 행위다. 비단 불자만 이러한 양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타심으로 말미암아 행하는 모든 일에 이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희유(希有) 스님은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사의 삶 또한 수행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승려복을 입은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이 되어 회향을 실천한 지도 어언 10년에 다다랐다.
한때 탑골공원은 그야말로 노인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지금도 그 명맥이 남아 있지만 과거에 비할 순 없다. 당시 노인들이 이곳에 몰려든 가장 큰 이유는 무료 급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시는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수많은 노인이 제 집처럼 드나들던 사랑방을 잃고 말았다. 그 해결책으로 서울시는 인근에 옛 통계청 건물을 개조해 2001년 지금의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설립했다. 도심 한복판에 군집해 있던 노인들이 탑골공원을 떠나 그 안에서 여가를 즐기길 바랐던 것이다. 그렇게 서울노인복지센터가 노인들의 성지 역할을 해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역사의 절반가량은 희유 스님도 함께했다. 사실상 인연은 그전부터였지만 말이다.
“2013년부터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을 맡았어요. ‘아니, 스님이 왜?’라며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참 묘한 인연으로 시작됐죠. 과거 수행자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며 그것을 채워보고자 했어요. 당시 학교에서 연우회라는 봉사단체 모임에 들었는데, 그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한 곳이 바로 서울노인복지센터였습니다. 무료 급식소인 만발공양간에서 자원봉사를 했거든요.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오시더라고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했는데도 너무나 보람찼던 기억이 나요. 우리 센터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데,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인연이 쌓이며 지금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전화위복의 디딤돌로
그동안 센터를 운영해오며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심각했다. 특히 감염병 취약 계층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관이다 보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또 어르신 수준과 편의에 맞춘 대면 서비스가 많았던 터라 거의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했다. 이는 기관 차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센터를 찾던 어르신 개개인에 대한 염려도 놓을 수 없었던 희유 스님이다.
“지난 2~3년이 센터 어르신들에겐 아주 긴 시간이었을 거예요. 이곳에서 일과를 보내거나 일상의 활력을 채우곤 하셨는데, 하루아침에 발이 묶여버렸으니까요.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이곳에 다녀가시는 것만으로도 건강관리가 되거든요. 어떻게 해야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센터와의 연을 이어가고 우울하지 않게 보내실까 고민했죠. 결국 그동안 마련해오던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확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그 출발은 ‘탑골 TV’(유튜브 채널)의 부활이었다. 이전부터 간간이 콘텐츠를 올렸지만 반응은 심심했다. 먼저 해당 채널을 매개로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낸 각종 복지 정보나 교육 프로그램 영상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어르신들은 변화된 시스템에 잘 따라와 주었고, 채널도 점차 활기를 띠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의 제약은 있었다. 자료 공유가 어렵다거나, 구성원 간 상호작용이나 소속감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러닝 시스템 ‘도시락’도 고안했다. ‘도전하는 시니어의 즐거운 배움의 맛’이라는 뜻을 담았다. 아울러 융합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콘 스페이스(Be@con Space)를 마련해 질 좋은 온라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온라인 플랫폼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소통을 이어가는 사이, 코로나 빗장도 서서히 풀려갔다. 그간 센터도 더욱 스마트한 모습으로 어르신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복지i’와 ‘나.비’다.
“기존의 실물 회원카드를 통한 관리 체계는 효율성도 떨어졌고, 어르신들의 복합적인 욕구를 반영하기에 제한적이었어요. 깜빡하고 카드를 두고 오시는 일도 왕왕 있었죠. 그런데 보니까 어르신의 70%가량이 스마트폰을 쓰시더라고요. 아, 그러면 모바일에 회원증을 심어드리면 되겠다 싶은 거예요. 그렇게 디지털화된 회원관리 시스템 ‘복지i’가 탄생했습니다. 또 센터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마이페이지 ‘나.비’(나로부터의 비상)도 구축했어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지사항을 알리거나, 개인별 프로그램 및 건강관리도 가능해졌죠. 아울러 센터에서는 건강, 문화, 스마트 등 각 영역에서의 활동 정도를 ‘나비지수’라 하고, 그것을 ‘봉봉’이라는 단위로 시각화해 다양한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하게 찾는 보람형 일자리
아직 서울노인복지센터를 가본 적 없는 이라면, 꼭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입구에 있는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센서부터, 실내 스마트 텃밭, LED 공기살균기, 카페 키오스크 등 발이 닿는 곳곳에 스마트한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교육장을 비롯해 TOP 독립영화관, 물리치료실, 탑골미술관, 요리연구소, 커피전문랩실 등 다양한 시설들로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또 본관, 별관, 분관 등 규모도 작지 않은데, 이곳에는 희유 스님이 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취업지원센터)와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도 있다. 두 곳 역시 코로나19의 여파가 컸지만, 스마트한 대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전화위복을 맞았다. 특히 취업지원센터의 경우 과거 취업훈련센터부터 거듭 변모하며 중장년 일자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취업훈련센터 시절에는 생계형 일자리 위주로 알선했어요. 요즘엔 일상에 의미를 더하는 보람형 일자리를 선호하는 분위기죠. 취업지원센터도 이러한 흐름과 욕구를 반영한 민간 일자리 발굴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있는 기존 직무 중에서 시니어가 충분히 도전할 만한 일을 발굴해 기업에 제안하고, 교육을 통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식이죠. 가령 비대면 상황에서는 배달업계가 한창 떴는데, ‘배달의민족’과 협력해 물류센터 파킹·패킹 업무 등의 일자리를 창출했어요. 또 택시기사의 경우도 어르신들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근무 환경이 빡빡한 게 흠이었거든요. 한 모빌리티 플랫폼에 어르신들의 일상에 무리가 없는 주 4일, 주간 근무 가능 조건을 제안해 채용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최근 많은 부분이 엔데믹(대면)으로 전환됐는데, 이미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스마트 기기 등에 익숙해진 시니어들의 능력치도 한껏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교육을 더 선호하거나, 디지털 환경을 편리하게 여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예전처럼 모두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고민하는 중이다.
“스마트 교실이라고 해서 일반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강사가 문제를 내면 각자 스마트 기기로 답을 하는 등 취업 교육 현장에서도 디지털 환경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보려 합니다.”
스스로 일궈가는 선배시민의 자긍심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아 펴낸 자료집에는 ‘선배시민이 참여하고 배우고 나누는 광장 서울노인복지센터’라는 비전이 담겨 있다. 그동안 센터에서는 권익증진 사업을 통해 사회와 정책 변화 속에서 노인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하는 선배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왔다.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이나 ‘선배시민 거버넌스’ 등이 그 예다. 희유 스님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노인이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었을 때 후배시민에게 존경받는 선배시민이 될 수 있으리라 조언했다.
“예전에 센터로 향하는 안국역 출구를 공사한 적이 있어요. 당시만 해도 건너편 운현궁 방향엔 횡단보도가 없었는데, 출구가 막히니 어르신들이 무단횡단을 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오시면서 사고가 자주 났어요. 예방 차원에서 안전 교육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죠. 결국 어르신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시라 제안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직접 경찰서도 찾아가고 의회에서 모니터링도 하면서 일종의 캠페인도 진행했죠. 덕분에 운현궁 쪽으로도 횡단보도가 놓이게 됐습니다. 그 성과를 다들 뿌듯해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셨어요. 그렇게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알아가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고 공동체의 권익에 대해서도 생각이 확장돼요. 이로써 자신의 경륜을 후배시민에게 베푸는 선배시민으로 발돋움하는 거죠.”
희유 스님은 자신 또한 선배시민으로서 성숙한 삶을 살아낼 수 있길 희망하고 있었다. 기관장 은퇴는 만 65세인데, 올해 환갑을 맞아 이제 센터를 떠날 날도 5년 남짓 남았다. 물론 수행자로서의 삶은 은퇴가 없으니, 승려 신분으로 더욱 회향에 정진하리라는 계획은 분명할 테다. 센터에서 남은 5년을 희유 스님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올해로 기관장 10년 차인데, 과연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반성을 많이 하죠. 그런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은퇴할 때 ‘그래, 이만하면 잘했지!’ 싶으면 성공일 것 같아요.(웃음) 센터를 책임지는 동안은 부처님의 가르침 중 ‘사섭법’(四攝法)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베풀고(보시섭), 따뜻한 얼굴과 말로 살피며(애어섭), 선행으로 이롭게 하여(이행섭), 센터를 찾는 어르신 한분 한분의 희로애락과 함께하려 해요(동사섭).”
회향도, 사섭법도 모두 실천하려면 타인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할 테다. 홀로 애쓴다고 이뤄지는 마음가짐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이에 희유 스님은 더 많은 어르신이 센터를 찾고, 주변에 있는 복지관을 애용하길 강력히 권했다.
“저는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실제로 해외에서 우리 센터에 견학도 많이 오는데, 일본에서도 감탄하고 가더라고요.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 노인 시설을 보면 대개 케어와 돌봄 위주인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나라 복지관들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문화·여가 생활을 장려하는 곳이 드뭅니다. 그러니 ‘역세권’, ‘숲세권’ 이런 것만 따질 게 아니라, 유익한 노후를 위해 이제는 ‘복세권’이 더 중요합니다. 나이 들수록 복지관을 곁에 두고 사세요. 한국 노인복지관, 그야말로 ‘짱’입니다.”
최근 일본의 한 양로원에서는 컴퓨터 없이도 가족들과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코로나로 대면 면회가 금지된 이후 정부는 양로원의 온라인 면회 도입을 유도했다. 하지만 복잡한 소프트웨어 사용법으로 인한 어려움과 계정 생성에서의 사생활 보호 문제가 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셋톱박스는 PC, 태블릿 같은 기기 없이도 모니터만 있으면 리모컨 하나로 통화할 수 있어 고령자들과 시설 직원들의 편의성을 좀 더 높였다.
아키타현 아키타시(秋田県秋田市)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가와베 후쿠시카이(河辺ふくし会)는 이 셋톱박스를 도입해 처음으로 TV를 이용한 화상 면회를 실시했다.
'리모트미팅박스'라고 불리는 이 셋톱박스는 온라인 회의 서비스 ‘리모트미팅’(Remote Meeting)을 제공하는 알서포트(RSUPPORT)가 개발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온라인 회의가 일상이 되어갔지만, 사실 PC나 태블릿 같은 기기가 없거나 인터넷·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잘 모르는 고령자는 화상 시스템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0년 5월 코로나로 양로원이나 노인복지시설에 있는 입소자들의 면회를 금지하면서도 온라인 면회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시했다.
후생노동성은 “시설에 입소한 고령자의 경우 가족들과의 꾸준한 면회로 인한 ‘정신적 안정’이 건강에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간 면회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터넷과 화상 통화 기능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온라인 면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설에 입소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가 있어야 했다. 이용자 본인이 필요한 기기를 준비하기가 어려우면 시설에서 대여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시설에 따라 입소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온라인 면회 공간을 만들거나,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지역 의료 개호 종합 확보 기금의 ICT 도입 지원 사업’을 통해 시설이 태블릿 기기를 사거나 와이파이를 설치할 때 해당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 수에 따라 100만 엔(직원 1~10명인 사업소), 160만 엔(직원 11~20명인 사업소), 200만 엔(직원 21~30명인 사업소), 260만 엔(직원 31명 이상인 사업소) 한도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시설들은 필요한 단말기를 사거나 인터넷 설치를 한 뒤 LINE, Zoom, Skype와 같은 화상 회의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면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경우 어떤 화상 회의 서비스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설이 아닌 입소자 본인의 계정 등록이 필요했다.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또한 온라인 연결을 위해서는 가족들도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기기가 있어야 했고 화상 회의 서비스를 조작할 줄 알아야 했다.
시설에 입소한 고령자들의 경우 대부분 화상 회의 서비스 이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라인 면회 전 직원이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거나, 입소자에게 사용법을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알서포트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리모트미팅박스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셋톱박스, 리모컨, 스피커폰, 웹캠이 한 세트이고 TV·모니터·노트북 등에 연결한 뒤 TV처럼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화상 통화를 시작할 수 있다.
가와베 후쿠시카이 양로원 직원 이토(伊藤) 씨는 “코로나 이후 면회가 금지되자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는 가족들의 문의가 많았다”면서 “특히 치매 환자는 가족을 자주 보지 못하면 가족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면회가 불가능하더라도 가족들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셋톱박스 도입 계기를 설명했다.
이토 씨는 리모트미팅박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용이 쉽다”는 점을 꼽았다.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도 PC가 익숙하지 않으면 온라인 화상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제품 설치만 하면 리모컨만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
특히 현 외에서 사는 가족들의 면회 요청이 많고, 입소자의 만족도도 높아 앞으로는 노인 홈 내에서 실시하는 이벤트도 실시간 송출해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민선 8기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중장년의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를 지원해온 복지정책실을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한다는 조례 개정이 지난달 11일 입법 예고 후 열흘 만인 21일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중장년층의 일자리 사업을 전담하던 인생이모작지원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는 최근 고령화 속도에 발맞춰 지자체마다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비교해, 되레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당시 입법 예고 직후 관련 내용이 화두로 떠오르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50+는 계속 존재해야 합니다”, “50+는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등 이들 내용의 주된 키워드는 ‘50+’였다. 여기서 시민들이 말하는 50+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50+재단)을 의미한다. 그 이유인즉 인생이모작과가 폐지되는 상황과 더불어 서울시50플러스재단 업무 담당 부서가 평생교육국으로 바뀐다면 노후 준비 및 일자리 관련 사업이 줄고 단순 교육 관련 사업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의견서를 제출한 시민 윤 모씨는 “전체 시민의 20% 넘는 중장년의 지원 정책은 상담부터 일자리까지 종합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중장년층 50+정책을 평생교육으로 이관하면 인생 이모작지원 사업의 범위가 너무 협소화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씨는 자신을 “50+재단의 인턴십, 보람일자리 등의 활동을 통해 제2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는 은퇴자”라 언급하며 “예정대로 부서가 이관되면 50플러스센터는 여가나 즐기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다. 현장을 무시한 채 사무 행정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50+재단은 이제 서울시 중장년에게 많이 알려지고, 매년 많은 시민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입법을 결정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세계에서 인정 받는 모델 홀대 이유는?
2017년 대한민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해 서울시와 50+재단이 50+세대(50~64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95%가 ‘서울시의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결과였다. 해당 보고서에서 손수호 인덕대 교수는 “단순 생계형 일자리 연계가 아닌, 인생재설계, 커리어모색과 같은 프로그램과 더불어 사회적 지원이나 협동조합과 연계하는 정책들이 사회적 기회는 물론 ‘보람’이라는 가치를 제공해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라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시 50+지원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00세 시대 대비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등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50+지원시설 확대’(52%)라 답했다. 새로운 일자리 모델 발굴에 대한 의견도 39%로 적지 않았다. 이에 허남철 경기대 초빙교수는 “50+세대에게 중요한 건 다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해 나갈 수 있도록 상담, 교육, 일자리, 커뮤니티 지원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바람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50+재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인생이모작 프로그램 발굴 및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중장년 취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 '50+적합일자리' 등 새로운 분야로의 취업을 희망하는 50+세대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공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높이 평가 받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꼽은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우수사례'에 '서울50+인턴십',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OECD ‘공공부문 혁신 우수사례’ 선정, 제2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 최우수상 수상, WHO 서태평양지역 건강한 고령화 혁신사례 선정 등 해외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타 지자체 및 기관에서 앞 다퉈 벤치마킹했고, 2015년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 조례’가 제정된 이후, 서울시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중 68곳이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적으로 50+정책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올해 보건복지부는 50플러스재단을 모델로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도록 노후준비지원법을 지난달 개정했다. 앞으로 서울의 각 자치구도 지역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하는 업무를 시와 협의해야 하는데 정작 시의 담당 부서는 없어지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올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50플러스재단 설립을 6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50~60대의 노후 설계, 평생교육, 취·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기존 2곳에서 7곳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초 발표한 ‘서울시 50+세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과정을 겪으면서 노후 설계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영역을 묻는 항목에서 1위는 건강관리(75.8점)였고, 2위가 일자리(69.1점)로 나타났다. 감염병 우려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일자리 지원에 대한 수요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와 달리 오히려 일자리 지원이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하니 50+ 시민들은 불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해명에 해명, 이제 해결을 위해 재고할 때
입법 예고 게시판을 비롯해 그 원성이 적지 않았으니, 서울시도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마냥 모르지는 않았던 눈치다. 지난 13일 서울시 기획조정실은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사회참여, 일자리 지원 등의 사무를 그대로 평생교육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소관 사무의 관할이 변경되는 것이므로 기능 축소는 있을 수 없다”며 “서울시는 평생교육 기능과 연계하여 중장년층 대상의 종합적인 행정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표면적인 해명은 여론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15일 홍국표 의원(도봉구 제2지구, 국민의힘)은 제311회 임시회 본회의 오분발언을 통해 관련 사항을 재점화했다. 홍 의원은 “우리 사회 대다수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위해 일자리를 계속 필요로 하고, 산업현장에서의 기술과 지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중장년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지원이 요구된다”며 “서울시는 일찍이 중장년 일자리 전담부서(인생이모작지원과, 50+재단)를 설치했고, 중앙정부토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작년 12월 ‘노후준비지원법’을 개정해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노후준비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와의 정책적 공조와 증가하는 중장년층 취업 지원 수요를 고려하면 더욱 지원을 확대해야 하므로 서울시 조직 개편안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서울특별시의회 공식 유튜브채널
박유진 의원(은평구,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평생교육국의 현재 조직도를 보면 산하에 교육정책과, 평생교육과, 청소년정책과, 친환경급식과 등이 있다. 누가 봐도 교육에 특화·집중돼 있는 거지, 일자리 창출의 방향성과는 결이 안 맞는다”며 “중장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어려운 일을 지금까지 묵묵히 해 온 조직에게 더 큰 기회와 열정을 북돋아 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지, 결이 비슷하다고 해서 조직통폐합이라는 미명으로 날려벌일 일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단지 전임 시장의 공들인 치적이라 해서 과감히 날려도 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생이모작으로 대표됐던 중장년층 취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대해 평생교육국이 그만한 역량과 기회를 만들 준비를 갖췄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능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투자출연기관 최소 3~4개는 통합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시 투자출연기관 26곳 중 50+재단, 평생교육진흥원, 공공보건의료재단, 기술연구원 등이 주요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 협의회는 일방 통행식 구조조정 정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제출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조직 진단과 연구 용역 등을 종합해보면 시민과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소통은 없고 오로지 전시성, 홍보성, 경마식 태도 일색이다.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공공 서비스보다 이윤 추구'라는 정책 방향은 시민을 위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인력재배치는 사업 신설, 축소, 폐지 등 재구조화에 따라 2023년 예산편성과 연계되는 사항으로, 약자와의 동행 등 서울시민을 위한 시정철학이행을 위해 필수적 조치”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 인생이모작지원과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관련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업무 축소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단순 부서 이관이다"라며 "과거 인문학, 교양 위주의 평생교육과 달리, 전직 교육이나 커리어 탐색 등 일자리와 연계된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담당자들 또한 부서 이동만 있을 뿐 기존의 업무를 이행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일련의 행보에 자칫 50+세대가 약자로서 뒤처지진 않을지, 과연 평생교육국은 50+세대와 동행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고, 시설 점검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노인요양시설 9개소를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인권침해 요인을 사전에 예방‧개선하고, 종사자들의 인권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설 내 인권보장 체계 △신체구속 실태 △건강권 및 안전권 보장 여부 등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경기도 광주시‧가평군‧양평군, 강원도 춘천시, 충청남도 보령시‧당진시, 전라남도 구례군, 경상북도 영덕군 등이다.
노인요양시설 입소 노인 대다수가 치매성 질환이나 복합적 기저질환 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있어, 시설 종사자에게 전적인 돌봄을 의존하고 있다. 이에 시설 내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해도 스스로 신고하기 어려워 ‘노인인권지킴이단’과 같은 외부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조사 결과 노인인권지킴이단을 구성‧운영 중인 시설은 9개소 중 1개소에 불과했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하는 시설마저 시설종사자 위주로 단원을 위촉해 ‘외부’ 모니터링 체계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거나, 위촉된 단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는 등의 미흡한 점을 보였다.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 노인요양시설에서는 노인인권지킴이단을 구성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치매환자의 낙상사고 예방을 위한 돌봄인력의 확대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문조사 대상 노인요양시설에서 최근 2년간 발생한 80건의 낙상사고 중 70건은 치매환자 사고였으며, 61건은 요양보호사 돌봄공백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 노인의 낙상사고 예방 대책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낙상사고 80건 중 골절상으로 이어진 경우 26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욕탕 내 안전 손잡이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낙상사고의 원인 분석 기록을 관리하지 않는 등의 미흡함이 드러났다. 또한 낙상사고 예방을 이유로 ‘시설 내 층간이동 제한’, 과도한 ‘신체 억제대 사용’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요양보호사 대비 입소 노인이 많아 돌봄공백이 빚어지는 상황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방문조사 대상 노인요양시설 9개소 모두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상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이 근무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입소자 대비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수를 보장하는 기준으로, 일부 시설에서는 야간 시간대에 요양보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입소 노인이 최대 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당뇨‧고혈압‧고지혈 등 노인성 질환을 고려한 식단을 별도로 제공하는 시설은 3곳에 불과했으며, CCTV를 과다하게 설치해 입소 노인의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는 등의 요소가 이번 조사 결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노인인권지킴이단 구성‧운영 의무화를 위한 법령 개정 △시설 내 낙상사고 예방 대책‧관리 체계 마련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을 상향 조정 △CCTV 설치‧운영에 대한 세부기준과 절차 규정 △신체억제대 사용 관련 근거 명시 및 사용 최소화를 위한 대안 마련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대상 확대‧발전 등 의료서비스 개선방안 강구를 주문했다.
관할 지자체장들에게는 △노인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 보장 및 예산 지원 △노인성 질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단 제공 △CCTV 설치 및 운영 실태 관리‧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6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자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성명에서 인권위는 성명에서 “우리 사회는 인권의 눈과 감수성으로, 노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겼던 시각에서 벗어나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럴 수 있다”며 보듬는 대신 “이것도 못 하냐”며 조롱한다. 참고 넘기는 대신 악착같이 달려들어 비난한다. 이때 당장 치미는 모멸감을 가라앉히기란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쟁터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사회에서 갈등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왜 진상 손님 중에 노인이 많은가?”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소 뼈아픈 질문을 던졌다. 성찰할 시간을 준 뒤 “청년, 중년, 노년 중 가장 예의 있는 세대는 노년층”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예의’는 유교 사상에 입각한 예의에 한한다. 이 명예교수는 “각 세대별로 예의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노년층이 유교 사상을 가장 잘 갖추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웃어른에게 허리를 숙이는 인사가, 손주 세대에서는 가벼운 목례가 자연스러운 상황을 예시로 든다. 이들이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방식이 달라졌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이근후 명예교수는 “방식은 세월이 지나고 사회가 바뀜에 따라 같이 변화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가치는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니 노인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도록 하고, 젊은 사람을 대할 때 가르치려 하기보다 경청하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방식은 내려놓고 가치의 원천, 본질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명예교수 역시 손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세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려다 글을 적는다. 덕분에 젊은 사람들도 노인의 말을 기꺼이 읽는다. 그가 바로 배우려는 자세만 가져도 훨씬 수월하다는 주장의 산증인이다.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나 역시 노인이 될 것임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역지사지의 태도를 장착하고 ‘나는 저런 노인처럼 늙어야지’ 같은 목표를 세워보자. 결국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마음가짐이다.
허상의 ‘세대’를 경계하라
목적 다분한 세대 담론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 신간 ‘그런 세대는 없다’를 발간한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세대 담론이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일 이어지는 보도만 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청년은 무조건적인 희생자로, 오도 가도 못 하는 곤경에 빠진 것만 같다. 하지만 저소득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도 있다. 곤경을 겪는 청년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기득권 청년 역시 존재한다.
중장년도 마찬가지다. 기득권 화이트칼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화이트칼라 직업군은 20~40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를 비롯한 각종 통계를 보더라도 50대나 60대 이상 노동자는 생산직·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판매직에 주로 몰려 있다.
오늘날의 세대 담론은 당연한 사실을 부정한다. 한 세대에 속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성격을 가질 수 없고, 세대는 단일한 거대 주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세대 담론은 ‘기득권인 중장년층에게 희생당하는 청년’이라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세대 간 불평등을 도드라지게 한다. 진정으로 주시해야 할 문제를 보지 못하도록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세대가 아닌 계층 간 불평등만 공고히 할 뿐이다.
신진욱 교수는 “우리는 각 세대의 고통의 경중을 저울질하면서 청년들이 더 아픈지, 노인들이 더 아픈지 따지는 세대와 세대 비교하기를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세대를 특별한 동질적 집단으로 형상화하는 오늘날의 세대 담론은 아주 정치적이며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수준 떨어져 대화 못 하겠다”고?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의 개념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을 설명할 수도 있다.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의 저자 김성우 응용언어학자와 엄기호 사회학자는 관계와 맥락을 파악하는 리터러시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십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강력하게 작동해온 능력주의는 왜곡된 모습의 리터러시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너는 리터러시가 부족해 나와 대화할 수준이 안 된다”라며 상대를 비난하고, “너는 글도 못 읽는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일이 흔해졌다. 김성우 작가는 ‘나는 당신보다 리터러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므로, 당신을 무시하는 건 공정한 일이다’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상호성’을 중시하는 리터러시다. ‘네가 말을 못 한다, 네가 글을 못 쓴다’가 아니라,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가 될 때 비로소 상호적이고 서로를 성찰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고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게 만든다. 김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러한 태도가 노인 혐오를 풀어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리터러시는 칼 휘두르는 권력이나 과시를 위한 바벨탑이 아니다. 서로의 생각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때 극단적인 갈등, 혐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소통이 강조되지만 사실 경청과 협상보다 자기 의견 표현에 방점을 찍는 요즘이다. 하지만 올바른 리터러시의 미덕은 ‘상대의 이견이나 반론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에 있다. 김 작가는 “엄기호 선생이 강조하는 ‘리터러시란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다’라는 정의에 주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좋은 리터러시를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작가는 장편소설이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비롯해 긴 호흡의 글이나 콘텐츠를 접하며 인물과 시대, 그들의 관계, 그것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읽어내려 노력할 것을 권한다. 공공도서관, 동네 서점 같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자주 찾아도 좋다. ‘좋은 대화’를 쉽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조바심 또한 버려야 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전하기 전에도 소통은 쉽지 않았고, 애당초 쉬운 소통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좋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진다. 속도와 감정을 고려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 된다. 특히 소셜미디어나 기타 플랫폼의 댓글로 소통할 때는 즉각적으로 답하기보다 상대의 글을 면밀히 읽고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며 답글을 써야 한다. 삶 속에서 좋은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일과 감정을 적절히 제어하는 일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상대와의 대화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어렵지만, 새로운 유대를 싹틔워야 할 때다.
[TIP]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고 소중한 리터러시
리터러시가 가장 필요한 영역은 매일 겪는 일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의 대부분은 말글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 김성우 작가가 추려낸 몇 가지 ‘일상의 실천’은 다음과 같다.
헤드라인만 보고 반응하지 않는 법
적지 않은 기사가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사용한다. 따라서 헤드라인만 보고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헤드라인만 보고 판단할 경우 해당 이슈를 오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기사를 모두 읽고 전체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친하거나 유명한 사람이 공유했다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기사를 정독하고 다각적으로 생각해보고 관련 기사를 검색해 이슈의 흐름을 잡아나가는 것이 올바른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시민의 자세다.
우아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법
인터넷에서 산 제품을 반품하기 위해 상담원과 대화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제품의 하자가 발견된 경우 욱하는 마음에 감정적이고 비하하는 어휘를 사용해 항의하기 쉽다. 그러나 제품의 문제를 설명하고, 그 결과 자신의 계획에 어떤 차질이 생겼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황에 이르렀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해보자. 중요한 건 감정 표출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이를 위해서는 차분한 대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아재개그의 유혹 참아내는 법
많은 사람들이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재개그’의 남발은 도리어 화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자신에게 재미있는 말장난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직급이 높고 나아가 많을 수록 더욱 유념해야 한다. 상사나 연장자의 유머는 ‘웃어달라’는 암묵적인 요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쾌하고 적절하게 말하는 능력만큼이나 침묵을 지켜야 할 때를 아는 것이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시쳇말로 ‘유머를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침묵을 택할 것을 권한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 발효가 확대되고,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 내외까지 치솟는 등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이에 정부 각 부처가 무더위와 온열질환에 취약한 이들을 위해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방치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 질환이다.
올해 5월 20일부터 이번달 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상 온열질환자수는 총 355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사망자가 지난 1일 1명 발생했으며, 온열질환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3명이 늘었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은 주로 남성(76.0%)과 5060대(38.8%)에서 주로 발생했다. 절반가량(48.3%)은 낮 12시~17시 사이에 발생했으며, 실내(22.4%)보다 실외(77.6%)에서 세 배 가량 많이 발생했다. 실외에서는 실외 작업장(31.5%)과 논밭(13.5%)에서 활동 중 증상이 생긴 경우가 많았다.
폭염 시에는 갈증을 느끼기 이전부터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해야 하며,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 초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위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기존 치료를 잘 유지하면서 무더위에는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는 것이 좋다.
행정안전부는 “연이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이 우려되므로 인명피해 최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폭염 3대 취약분야 집중 관리 및 소관 분야별 폭염 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한 대응태세를 주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폭염 대응 국민행동요령’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1) TV, 인터넷, 라디오 등을 통해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한다.
2) 술이나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보다는, 물을 많이 마신다.
3) 가장 더운 오후 2시~5시에는 야외활동이나 작업을 되도록 피한다.
4) 냉방기기 사용 시, 실내외 온도차를 5도 내외로 유지해 냉방병을 예방한다. (적정 실내 냉방온도: 25~28도)
5)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의 가벼운 증세가 있으면 무더위 쉼터 등 시원한 장소를 이용한다.
6) 축사, 비닐하우스 등은 환기하거나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춘다.
질병관리청 역시 ‘폭염대비 건강수칙 3가지’를 준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백경란 질병관리청 청장은 “온열질환은 건강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만큼, 무더운 날에는 장시간의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물을 마시며 주기적으로 휴식하는 등 건강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 샤워를 자주 하거나, 외출 시 양산이나 모자를 착용해 햇볕을 차단하고, 헐렁하고 밝은 색의 가벼운 옷을 입어 시원하게 지내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단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0만 여 세대가 추가 지원 대상이 되면서 총 118만 여 세대가 에너지바우처를 지원받게 될 전망이다.
에너지바우처란 경제적 부담으로 에너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취약계층에 전기‧가스‧지역난방 등에 필요한 에너지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생계‧의료 급여 수급세대 중 더위‧추위민감계층(노인, 질환자, 장애인 등)이다. 올해는 주거‧교육급여 수급세대 중 더위‧추위민감계층까지 한시적으로 확대된다.
또한 에너지바우처 지원단가도 올해 한시적으로 인상한다. 하절기 2인 세대는 4만 4200원, 4인 이상 세대에서는 9만 35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여름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주거‧교육급여 수급대상자도 동절기 바우처 금액을 하절기 바우처로 최대 4만 5000원 당겨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사용 후 잔액은 별도 신청 없이 동절기 바우처로 자동 이월된다.
신규 지원대상인 주거‧교육급여 수급대상자는 지난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에너지바우처 홈페이지나 에너지바우처 콜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보행사상자의 59%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나타났다. 아울러 OECD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수 통계에서도 압도적 1위로, 전체 회원국 평균(2.5명)보다 4배에 가까운(9.7명)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노인의 무단횡단 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으나,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7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교통사고 특성’ 통계 등을 보면 안전운전 불이행(68%)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그밖에 교통사고가 지속 발생하는 장소 역시 시장, 병원 등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나타나며, 노인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노력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노인보호구역’(실버존, Silver Zone)을 예로 들 수 있다. 노인 보행자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부터 도입된 교통약자 보호 제도 인데, 노인들의 통행량이 많은 구역을 선정해 차량 속도 제한 및 일정 시설을 설치하는 형태다. 주로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공원, 시장 인근을 지정하는데, 사실상 그 존재가 미미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비교해 살펴보면, 먼저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2021년 기준 스쿨존 1만 6700여 곳, 실버존 2600여 곳). 또 두 곳 모두 해당 구역에서는 주정차가 금지되고 차량 운행 속도는 시속 30km로 제한되지만, 실버존의 경우 12대 교통사고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아 사고가 났더라도 무조건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의 경우 포함).
이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안전부장관 및 경창철장에게 노인보호구역 지정, 관리 실태 점검 및 확대, 대책 강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자동차 통행속도 제한(30km) 및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 등을 통한 노인보호구역 내 안전 강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고령 보행자는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일반인에 비해 보행 신호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적지 않은데,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마트 횡단보도’를 설치, 점차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횡단보도’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접근하거나 신호가 끝났는데 아직 머물러 있는 경우,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음성 경고 신호를 보낸다.
그밖에 노인 무단횡단 사고의 경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더욱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무단횡단을 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는 것. 이에 최근에는 횡단보도 대기 중 더위를 막아주는 (스마트)그늘막이나 간이의자 등을 설치해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처 이세원 연구원은 “방호울타리 무단횡단방지펜스 등도 고령자 무단횡단을 물리적으로 방지하는 시설이다”라며 “넓은 대로에 있는 횡단보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걸음이 느린 고령 보행자들이 한번 쉬어갈 수 있도록 중앙보행섬이나 횡단대기공간에 그늘막 등을 설치한다. 다만 중앙보행섬의 경우 설치 목적과 다르게 대기 공간 내 안전상의 문제나 무단횡단을 더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