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에 한 번씩 접객을 하는 직업이 있다.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 하지만 그의 업장은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손바닥만 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무작정 버티고 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사명은 이곳을 지나친 사람들의 안위를 기원하는 것. 어찌 보면 단순한 업무이지만 사선에 선 사람들은 그가 건넨 희망의 한마디를 꼭 붙잡는다. 강동성심병원에서 만난 나누미동행팀 김창원(金昶源·70) 씨 이야기다.
병원에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직종인 ‘이송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술을 앞두었거나 막 수술을 마친 환자를 수술실과 병실로 옮기는 일을 주로 한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안전하게 환자를 이동시켜야 하므로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 맡는다.
김창원 씨의 업무는 단순하다. 호출을 받으면 이송팀이 환자와 함께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이동형 침대의 승하차를 돕는 일이다. 시간을 때우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바라보면 예사롭게 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씨의 소속은 강동성심병원 ‘나누미(美) 동행팀’. 병원 사회사업팀과 강동노인복지관이 주도해 진행하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목적으로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이다.
2분마다 울리는 호출음
까톡! 정적을 깨는 소리와 함께 그의 휴대전화에 암호 같은 메시지 ‘3 12 ㅎ’가 뜬다. 대부분의 업무 요청은 이렇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이뤄진다. 바쁠 때는 2~3분 간격으로 계속 울려댄다.
“3층에서 12층으로 이동하는 환자가 있다는 뜻이죠. 다들 바쁘니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간단한 메시지로 주고받습니다. 환자가 이동하는 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아요. 수술 전에는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수술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회복실로 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호출음으로 전달받은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기다렸다가 이송팀과 환자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겁니다.”
그와 이동하는 중에 문득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주변을 둘러보자 그가 핸드폰을 들어 보인다.
“환자분들을 대해보니 대부분 긴장하시더라고요. 큰일(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어찌 긴장이 안 되겠어요. 그래서 제가 유튜브에서 찾아봤죠. 환자의 회복에 좋은 추천 음악들이 있더라고요. 스무 곡 정도 다운받아 늘 틀고 다닙니다. 힘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요.”
이보다 환자들에게 더 힘이 되는 것은 그의 응원의 말이다. 강동성심병원 사회사업팀 관계자는 그가 건네는 여러 가지 위로의 말들이 큰 위로가 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많은 환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소통에도 능숙하고 적극적이어서 병원 직원들이 그의 계약 종료를 걱정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환자들과 소통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 환자의 감정 상태라고 말했다.
“무척 조심스럽죠. 처음 얼마간은 눈치를 많이 봤어요.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을 걸어야 하니까요. 이제는 환자의 이동 목적을 잘 알아서 ‘수술 잘될 겁니다’, ‘치료 잘 받으셔요’, ‘수고하셨어요’, ‘쾌유를 빕니다’ 등등 상황에 따른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여유가 있으면 조금 길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간혹 환자분들이 제게 감사 표시를 할 땐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 나이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어요.”
그는 자신의 업무가 비록 단순한 일이긴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쉽게 권하기가 어려운 것은 이 점 때문이에요. 엘리베이터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고, 동선도 고려해야 해요. 한꺼번에 들어온 요청을 차례대로 처리하는 게 좋을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나을지 빨리 판단해야 하고요. 처음에는 고지식하게 요청 들어온 순서대로 처리하다 애를 먹기도 했죠. 지금은 요령이 생겨 운행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잘 해나가고 있어요.”
국가부도의 날에 나온 은행맨
김 씨는 외환위기 전까지는 꽤 잘나가던 은행맨 출신. 당시 5대 은행으로 불리던 곳에서 지점장까지 했다. 그러다 문제의 ‘국가부도의 날’이 도래하면서 실적에 시달리게 됐고 결국 은행을 나와야만 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본점에서 독려가 심했죠. 예금을 가져오라 하는데, 당시에 저축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어요. 결국 25년 만에 은행을 나와야 했어요. 다행히 안전용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맡아 10년 넘게 일할 수 있었어요.”
그는 젊은 직원들과 즐겁게 소통하고, 스마트폰도 자유롭게 다룬다. 컴퓨터에 해박하고 온라인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선택한 직업도 컴퓨터 수리. PC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에 워낙 관심이 많아 몇 년 전까지도 관련 일을 해왔다. ‘K삿갓’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그의 블로그에는 그가 만든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들이 올라와 있는데, 800여 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는데 어른들 앞에서 노래를 곧잘 불렀어요. 명국환 씨의 ‘방랑시인 김삿갓’이 애창곡이었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부르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레 김삿갓에 대한 동경도 생겼고요. 닉네임을 만들 때 그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게 실례 같아 K삿갓으로 지었어요.(웃음)”
그는 강동성심병원에서 나누미동행팀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최근 흥미가 생겨 드나들던 기원에서 지인의 추천을 받은 것이다. 막걸릿값 벌어볼 생각 없냐는 제안에 솔깃했다.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반가웠죠. 병원이 마침 집 근처라서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용돈이나 벌어야겠다 했는데, 환자를 자주 대하다 보니 이제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어요. 제가 옮기는 것은 침대가 아니라 생명이니까요.”
근무시간은 일주일에 30시간.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근무하는데 금요일은 격주로 일한다. 급여는 월 27만 원 정도. 근무시간 내내 앉아 있을 틈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체력적으로 문제없냐고 물었더니 끄떡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직은 문제없어요.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해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젊은 사람들하고 일하는 게 즐거워요. 첫 월급을 탄 뒤 친구들에게 기분 좋게 막걸리 한턱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일을 통해 얻은 행복이에요.”
최근 김 씨는 또 다른 공부에 한창이다. 바로 마술. 인터넷에 게재된 영상과 게시물을 통해 여러 가지 마술 기법을 익히는 중이다. 여생에 꿈 하나 더 갖기 위해서다.
“마술이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주변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생활시설을 돌며 공연을 하고 싶어요. 계속 같은 공간에 계시면 적적하잖아요. 유명 마술사에 비하면 보잘것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아요. 병원 일과 마술 공연 모두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무더위가 몰려오는 7월이다. 이번 호에서는 무더위에 도움이 되는 콩과 소금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여름은 습열이 무성한 계절이다. 인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몸에 습열이 침범하면 인체는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소변으로,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땀으로 배설한다. 습열 배설이 제대로 안 되면 더위를 먹는다. 변강쇠가 오줌빨이 강하다는 말은 체력이 좋아 습열을 잘 배설한다는 의미다.
콩과 소금은 습열 배설을 도와 무더위를 잘 극복하게 해준다. 땀을 줄줄 흘리는 사람도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증세가 멈춘다. 콩은 대표적인 덩굴식물이며 종류도 다양하다. 녹두, 백편두, 완두콩, 강낭콩, 동부콩, 병아리콩, 렌틸콩, 쥐눈이콩 등이 있다. 콩은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부기를 빼주고 독소를 제거해 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 다만 콩을 잘 조리해서 먹을 때 이러한 효능을 볼 수 있다. 생콩에는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트립신(trypsin) 저해제가 있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그러나 콩을 익혀 먹으면 트립신 저해제가 활성을 잃어버린다. 콩국수의 국물도 콩을 삶아서 짜낸 것이라 소화불량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콩은 종류에 따라 효능이 조금씩 다르다. 콩꼬투리가 짧을수록, 하나의 콩꼬투리에 들어 있는 콩이 작을수록 기를 보충하고 생식기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하다. 약콩, 쥐눈이콩, 여우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이 이러한 효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콩이다. 부기를 빼주고 해독력이 강한 콩도 있다. 바로 녹두와 팥이다. 녹두는 100가지 독을 치유하는 천연 해독제로 불릴 만큼 해독력이 강하다. 그 효능은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 녹색 껍질에서 나온다. 특히 두통, 편도선염, 답답한 가슴, 당뇨, 고열, 양약 중독, 중금속 중독, 술독 등에 좋다. 녹두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머리가 시원해져 두통이 사라진다. 그러나 원기가 부족한 노인이나, 몸이 차가운 사람은 녹두를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한약 먹을 때 녹두와 숙주나물을 먹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한약재의 약 성분까지 해독해버기 때문이다. 체했을 때는 팥을 먹으면 좋다. 찐빵, 찹쌀떡, 붕어빵에 팥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맛도 좋게 해주지만, 팥의 흩는 힘이 체하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콩에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단당류가 많아 섭취하면 가스가 차고 방귀를 자주 뀌게 된다. 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단백질이 많은 콩류가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피하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섭취하면 좋은 콩으로 백편두를 꼽는다. 까치콩, 제비콩이라고도 불리는 이 콩은 더위 먹었을 때 나타나는 구토, 구역감, 식욕감소를 해결해준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소금을 섭취해줘야 한다. 여름에 식당에 가면 대부분 식탁 위에 소금이 올라와 있다. 중국집에 가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식초와 고춧가루만 놓여 있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소금이 빠지지 않는다. 고대 실크로드 대상(隊商)들 중 낙타 등에 소금을 싣고 교역을 하던 카라반은 인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을 섭취하며 사막을 횡단했다. 우리가 여름에 주로 먹는 콩국수, 우뭇가사리, 삼계탕, 보신탕 등에도 소금이 꼭 들어간다. 소금이 몸의 음액을 보충하고, 건강을 해치는 여름철 습열을 소변으로 빼내주기 때문이다. 소금을 섭취할 때는 구운 소금이나 죽염, 고산에서 캔 암염이 좋다. 갓 만든 천일염을 먹으면 열이 더 생겨 습열을 풀지 못한다. 천일염 구분이 힘들면 맛을 보면 된다. 짠맛이 강해 입이 바짝 마른다. 반면 죽염과 구운 소금, 암염은 짠맛이 강하지 않고 입에 침이 고이도록 해준다.
‘여름에는 소금이 필수’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맹물보다 이온 음료가 몸의 진액을 더 보충해준다는 말과 같다. 소금은 미네랄, 즉 이온의 보고다. 또 여름철에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해주고 상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을 때도 효과가 있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시니어 건강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지는 무더위의 계절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 서울 최고기온은 39.6℃로 1907년 기상관측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기온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여름이라 부르는, 평균기온 20℃가 넘는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도 시니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가올 폭염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응급의학과 양희범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양희범 교수는 폭염이 예상되는 여름철에 시니어가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온열질환’을 꼽았다. 흔히 ‘더위 먹었다’라고 표현하는 증상들이 나타나면 반드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 라디오나 TV의 무더위 관련 기상 상황을 주목하고, 낮 시간대(정오에서 오후 5시 사이)의 외출이나 운동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폭염으로 인해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온열질환이 의심되므로 바로 그늘로 가서 쉬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응급상황 시 119에 즉각 신고해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시니어 체온조절 기능 쇠약해
인간은 외부 온도 변화에 대응해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고온 환경에서 작업이나 활동을 계속할 경우 신체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피부 혈관을 확장해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땀을 흘리는 등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열사병 등의 고온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신장 질환, 심장병,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독거노인 등은 주의가 필요하다.
시니어가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신체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땀샘 감소로 땀 배출량이 줄어들어, 그만큼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높고, 대다수가 논밭일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햇볕이 가장 강한 낮 시간대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일사병과 열사병의 차이는 뭘까
더위로 인한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두 질환을 자칫 혼동하기 쉬운데 일사병은 고온에 노출돼 신체 온도가 37~40℃까지 상승하면서 탈수 증상을 동반하는 병이다. 심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그늘진 곳을 찾아 쉬어야 한다.
열사병은 일사병보다 더 위험하고 증상이 심각하다. 과도한 고온 환경에서 열 발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지속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40℃ 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신경계 이상, 근육떨림 등이 나타난다.
이밖에도 손과 발, 발목이 붓는 열 부종이나 땀으로 염분이 빠져나가면서 근육 경련이 발생하는 열 경련, 혈관 확장 등으로 체위성 저혈압이 발생하면서 실신하는 열 실신 등도 더위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여름철 무더위 극복, 신선한 과일과 채소 ‘제격’
여름철 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먹거리로 과일과 채소를 추천한다. 제철 과일과 채소는 수분과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손실된 뒤에는 수분과 당분이 많은 수박, 참외, 자두, 포도 등이 좋다. 그러나 평소 위장이 약하고 배가 자주 아파서 설사가 잦다면 여름 과일의 섭취를 적당히 하고,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숙성된 복숭아, 바나나 등을 먹는 것이 좋다.
여름철 채소로는 수분 보충과 이뇨에 효과가 있는 오이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가지를 추천한다. 냉국이나 무침으로 요리하면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제철 채소인 양배추, 부추 등은 면역 증강과 살균 작용이 있다. 비빔밥 재료 또는 겉절이로 무쳐 섭취하면 좋다.
● TIP #1 여름철 더위 건강하게 이겨내는 법
•낮 시간대(12:00~17:00)의 야외활동이나 작업은 피한다.
•외출 시에는 가볍고 헐렁한 옷을 입는다.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기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체온이 급격히 상승한 경우 옷을 벗고,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힌다.
•식사는 가볍게 하고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많이 먹는다.
•에어컨, 선풍기 등은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사용한다.
•라디오나 TV의 무더위 관련 기상 상황을 주의 깊게 살핀다.
● TIP #2 여름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한다면
•시원한 곳으로 옮긴 후 편안히 눕힌다.
•옷을 벗겨 체온을 낮춘다. 이때 일사병 환자는 머리보다 다리를 높게 한다.
•의식이 없거나 위험해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의식이 있다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며 휴식을 취한다.
•구토 등으로 물을 거부하거나 수분 섭취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노인복지·돌봄’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건강한 노인이 요양 단계의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 또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 등에 관심을 갖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준비할 만한 자격증으로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준비하는 자격증이기 때문에 취득 후 활동으로 이어졌을 때 얻는 보람이 큰 분야다. 실제 ‘2018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에서도 요양보호사 세부 직무 만족도에 대한 물음에 ‘사회발전 기여’(89.0%)와 ‘보람 및 자긍심’(87.7%) 항목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대체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장애 노인을 상대해야 하므로 체력은 물론 정신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PART1. 국가자격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는 국가자격증에 속하며, 관련 학점을 이수하거나 실습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취득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단, 두 가지를 모두 따려면 ‘사회복지사’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공인된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 이수 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개인의 이력에 따라 교육시간이 상이하다. 관련 국가자격증(간호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 등)이나 경력(재가노인복지시설, 간병요양기관 등 관련 종사 경험 1년 이상)이 없는 경우 이론, 실기, 실습과정을 합해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라면 이수과정이 총 50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모두 준비할 때는 시간 절감 차원에서 사회복지사를 먼저 취득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사회복지사를 따고 난 뒤 요양보호사까지 도전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자칫 둘 다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즉 요양보호사 취득만을 원한다면 애써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기보다는 관련 경력을 쌓거나 수업을 모두 이수하는 편이 낫다.
사회복지사 자격 등급은 본래 1, 2, 3급으로 나뉘었으나 201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3급 자격이 폐지됐다(기존 취득자는 사용 가능). 1급은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급은 대학원, 대학교, 전문대학 졸업자로 일정 과목을 이수한 경우 취득 가능하다. 관련 학위가 없다면 학점은행제를 통해 해당 과목을 이수하거나 양성교육과정 수료를 통해 대체할 수 있다. 2급에 해당하는 요건을 만족해야 1급 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사회복지 분야 전공자가 아니라면 학점이수 조건을 채우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몇 년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50대(24.3%)와 60대 이상(19.8%) 응시자의 합격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30대(23.6%)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상황이다. 시험 자체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요양보호사 시험은 합격이 수월한 편이다. 지난해 시험 응시자 수(9만8369명)와 합격자 수(8만6662명)가 가장 많은 50·60대의 합격률은 88.1%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점은 70대 이상 응시자 현황이다. 젊은 세대는 주로 취업 준비 등을 목표로 자격증을 따지만, 중장년 세대는 부모, 배우자 등 환자인 가족을 돌보기 위해 취득하는 이가 많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가 장기요양보험 1~5등급에 해당하는 가족을 수발하고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요양보호사’의 경우 실제 돌봄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 1시간, 월 20일을 인정해주며 직장 근로자가 아니라야 가능하다. 요양 대상자의 나이, 질환(치매) 정도 등에 따라 인정 시간 및 환산 금액이 다르다.
요양보호사 직무 만족도는?
‘2018년도 장기요양 제도 만족도 및 인식도 조사결과’(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보호사의 직무 만족도 부분을 살펴보면 ‘불만족(매우 불만족)’을 드러내는 이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만족도에 대한 세부 항목에서는 ‘사회발전 기여’(89%)가 가장 높았고, ‘임금 및 수당’(24.7%)이 가장 낮았다.
PART2. 민간자격
노인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 등에서는 노인들의 신체 활동을 돕는 일 외에도 인지기능과 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촉감놀이나 체조 등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외에 추가로 민간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인두뇌훈련지도사, 실버레크리에이션지도사, 노인미술심리상담사, 실버건강지도사 등 관련 분야의 다양한 민간자격증이 있으며, 비교적 취득 과정도 어렵지 않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 팔순이 넘은 집안 사촌 형님과 술자리를 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팔순이 넘은 분과 술자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아직 없다. 예전에는 팔순이 넘은 분들이 살아 계셨지만 체력도 약하고 기억력도 희미해 대화가 쉽지 않아 인사 정도만 했다. 직접 살아본 체험만큼 좋은 경험도 없다.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오신 분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일은 미래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된다. 나는 가능한 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술잔이 몇 순배 돌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말을 하신다.
“내가 말이야, 아들이 둘 있는데 며느리들이 제 딴에는 나한테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좀 부족해. 그래서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숙제를 냈지.”
“예? 며느리에게 숙제를요?”
귀를 쫑긋하며 무슨 말을 하시려나 눈치를 살폈다.
“며느리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지. 내가 속옷이 없으니 몇 벌 사 보내라고 말이야.”
“예? 속옷을요? 젊은 며느리에게 어찌 그런 말씀을…?”
“짓궂다 이거지? 예전에는 홀로 있는 시아바지 속옷 빨래는 며느리가 다 하고 챙겨줬어. 요즘이야 세탁기가 빨래를 하지만 그 시절엔 손빨래를 했지. 내가 며느리더러 속옷 빨래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속옷을 사서 보내라는 건데 뭐. 마트에 가서 사다 주는 심부름인데 뭐가 이상해?”
“아니 형님이 직접 마트에 가서 사면 될 텐데 굳이 며느리에게 부탁하는 것은 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 좀 가지라는 말을 돌려서 표현한 것이지.”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큰며느리는 팬티하고 런닝구를 10벌씩이나 사서 보냈더라고. 몇 번 입고 버리라면서. 좋은 것은 아니고 보통 제품이야. 그런데 둘째 며느리는 알아보겠다고 답장은 보내왔는데 아직까지는 감감무소식이야.”
큰며느리는 한집에 같이 산 적이 있어서 시아버지 속옷 치수를 알지만 둘째는 사이즈는 물론 취향도 모르니 혼자 속만 태우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자식이 보고 싶으면 병원에 입원을 한 뒤 믿을 만한 자식에게 전화를 걸어 “어지럽고 힘이 없어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연락을 취한다고 한다. 그러면 전화를 받은 자식이 주동자가 되어 형제들에게 사발통문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자식들은 “아버지가 또 우리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하고 한 사람씩 시차를 두고 병원을 방문해 이런저런 말벗을 해주다가 돌아간다고 한다.
외롭게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이미 100만 명이 넘었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외로운 노인들이 자식들 관심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가 점점 기발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과는 그때 가봐야 안다. 나이 들어가면서 혼자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전에 너무 빨리 독거노인이 되어간다. 핵가족 시대에 혼자 지내는 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시니어에게도 아직 ‘시니어 인턴십’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잘 알고 활용한다면 기업에도, 재취업을 원하는 구직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시니어 인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알아봤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턴’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학생 인턴의 이야기가 아닌 70세 시니어가 은퇴 후 인턴으로 재취업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70세가 재취업이라니,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시니어에게 다양한 직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활동 기회를 주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신규 사업 ‘시니어 인턴십’을 운영 중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대기업도 나섰다.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시니어를 인턴으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니어 인턴십’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GS리테일’과 ‘본아이에프’가 있다.
시니어 인턴 채용 5년 차, GS리테일
GS리테일은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손잡고 시니어 인턴 제도를 시행해 2018년까지 총 86명의 시니어를 인턴으로 채용했다. 시니어 인턴은 GS25 직영점에서 포스(계산기)를 비롯한 점포 진열 및 정비, 재고관리, 판매 등의 교육을 받은 후 실제 근무를 시작하게 되며 다른 스토어매니저(근무직원)와 동일한 매장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주로 현역에서 은퇴하신 분이 많은데, 평균 연령 만 60세의 어르신들에게 인생 2막을 열어드린다는 점에서 담당자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시니어 인턴 제도의 장점을 꼽았다. 반면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과정에선 우려되는 부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업무 숙련도가 떨어지진 않을까, 젊은이가 많은 조직에서 잘 적응하실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컸습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20~30대 못지않은 열정으로 교육에 열심히 참여해주시고 친근하게 고객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시니어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GS25 역삼쌍마점은 약 1년 6개월 동안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던 김재수 씨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2014년부터 시니어 인턴 제도를 운영해온 GS25에서 정직원 채용 사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 GS리테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은퇴한 시니어에게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GS25 경영주와 근무자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2019년 시니어 인턴 채용 계획에 대해선 “현재 모집 중”이라고 답했다.
“시니어 인턴 제도가 정부 사업이다 보니 책정된 예산이 조기에 소진되고 나면 지원이 종료되어 채용률이 낮아지는 해도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 예산이 보다 많이 편성되고 사회적 관심도도 높아져 더 많은 시니어 인턴과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아이에프, 올해부터 시니어 인턴십 진행
본죽, 본죽&비빔밥 카페, 본도시락 등의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 본아이에프도 2018년 5월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시니어 인턴 채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본아이에프 김명환 대표는 “우리나라가 고령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인 일자리 부족 등 고령 인구 증가와 관련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에 본아이에프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함께 양질의 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해나가는 등 국내 실버 복지 향상에 힘써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본아이에프는 협약을 통해 대구, 경상북도, 충청도의 가맹점을 중심으로 한식 조리, 매장 관리, 고객서비스 등의 시니어 적합 직종에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기로 협의했다. 이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시니어 인턴을 채용하는 가맹점에 한 명당 최대 300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니어 인턴 제도가 기업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이 시니어 인턴을 채용할 경우 짧으면 한 달, 길면 6개월간 정부로부터 임금을 지원받는다. 뿐만 아니라 시니어가 인턴 기간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채용될 경우에도 일정 기간 지원을 받는다. 이로써 기업은 임금에 대한 부담을 덜고 시니어 인턴을 채용할 수 있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3개월간의 인턴 업무가 끝난 뒤에도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원하기 때문에 끈기 있는 시니어 구직자를 선호한다”며 “주방 업무가 주를 이루다 보니 체력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인생 2막을 시작한 시니어를 수소문하던 중에 지인에게 지오아재를 소개받았다. 초겨울 날씨로 접어든 12월 초, 방배동에 위치한 연습실을 방문했다. 평소에는 주 2회 하루 3시간, 공연이 있으면 3~4회 연습을 한다고 한다. 상상했던 것보다 좁고 허름한 연습실이었다. 지오아재는 동년기자 두 명의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캐럴을 화음에 맞춰 불러줬다.
지오아재(G.O.Age)는 노익장의 ‘그린 올드 에이지(Green Old Age)’를 독일식으로 발음한 이름이다. 구성원은 테너 박승호(76)와 이규대(67), 바리톤 주정서(67)와 손종열(65), 베이스 서준석(66)이다. 총 5명의 평균나이는 68.2세다. 지오아재는 그동안 KBS1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에도 소개됐고,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홍보대사로도 임명되는 등 매스컴도 좀 탔다. 음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 할배돌에게 물었다.
Q. 어떤 목적으로 뭉치셨나요?
이규대 ‘평생 하고 싶어 하던 음악을 다시 한 번 해보자’ 하며 뭉쳤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동년배에게 보여주면서 인생 2막의 삶에 대한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박승호 노래 잘하는 달란트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주면 좋겠습니다.
서준석청년과 시니어 간의 소통 역할을 담당하려고 합니다.
손종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시니어도 프로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주정서 삶의 장르는 다양합니다. 음악은 인생의 한 장르에 불과합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인생 2막의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려 했습니다.
Q.어떤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됐나요?
이규대 그룹 결성은 제가 생각한 일입니다. 고등학교 후배 손종열 씨가 아마추어 합창단 단장을 하고 있어요. 성가대 지휘를 45년간 할 정도로 음악에도 푹 빠져 있고요. 이 친구를 통해 파트별 대상자를 수소문했어요.
서준석 2016년 초부터 개별적으로 만나오다 그해 5월 다 같이 만나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이규대 우리는 처음부터 프로 못지않았습니다.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베이스 서준석 씨, 퍼스트 테너 박승호 씨 등 구성원의 재능이 많습니다. 진작 만났다면 큰 성공을 거두었을 거예요.
리더 이규대 씨는 1980년대 중반까지 활동한 7080세대 가수다. 다른 구성원은 프로는 아니지만 수십 년간 합창단과 성가대 활동을 해왔고 개인 음반을 낼 정도로 내공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규대 씨가 작사·작곡이 가능하다는 게 그룹의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기억력도 나빠져 가사를 외우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집중력과 순발력도 떨어지고 호흡도 짧아져 박자에 대한 감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연습을 많이 해도 며칠만 안 하면 금세 잊어버리는 율동은 소화할 수 있는 신체나이가 아니라 포기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Q.그러면 할배돌은 포기하신 건가요?
이규대반드시 춤이 있어야 아이돌, 아니 할배돌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노래로 경쟁하기로 했습니다.
Q.음악을 하는 요즘, 행복하십니까?
서준석 이 나이에 할 일이 있으면 행복한 거죠.
주정서 가끔 저희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이 있어 살짝살짝 연예인이 된 기분도 느낍니다.
박승호 그토록 하고 싶었던 노래를 하는데 당연히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지난날은 부도수표, 다가올 미래는 약속어음, 현재는 가장 확실한 현금입니다.
이규대 중학생도 알아보고 인사하니 기분이 좋네요.
주위에서 어떻게 바라보나요?
이규대 30여 년 만에 음악을 다시 해보겠다고 하니까 아내가 처음에는 사고만 치지 말라고 했어요. 2017년 첫 앨범을 낸 후 저러다 그만두겠지 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1년 넘게 꾸준히 하니까 이제는 아내가 인정해주고 지원도 합니다.
손종열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저희들을 부러워합니다.
서준석 홍대 앞에서 버스킹할 때 젊은이들이 지오아재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줘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제 손주 녀석들은 나이 들면 할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합니다.(웃음)
Q.추구하는 음악 장르는요?
이규대 솔직히 모든 장르를 다 해보고 싶지만 경쾌하면서도 삶의 진리, 사랑의 힘 같은 철학적 의미를 전해주는 음악을 선호합니다.
서준석 시니어에게 용기를 주듯 젊은이들에게도 음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온 한 젊은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할아버지, 제가 나중에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을 때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오아재는 ‘지금 여기’, ‘이제야 사랑을’, ‘그것이 내 인생’, ‘사랑별곡’ 4곡을 발표했다. 대표곡으로 ‘지금 여기’를 꼽는다. ‘지금 여기(Here And Now)’는 높고 낮은 음의 영역을 오가며 랩, 국악 장르를 포괄하는 경쾌한 리듬의 노래다. 신나게 부를 수 있는 곡이긴 하지만 시니어가 따라 부르기에는 다소 어렵고 오히려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곡으로서 의미가 있다. 가사에는 과거의 성공과 실패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았다.
Q.첫 무대는 어떠했나요?
이규대 야심차게 준비한 ‘지금 여기’는 리듬도 빠르고 랩과 안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 곡인데 연습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자를 살짝 놓치면서 음정까지 불안했죠. 그 순간은 반주 소리도 잘 안 들렸어요.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주정서 정말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Q.지금은 어떠신가요?
서준석 미꾸라지가 용 됐지요. 무대에 익숙해져 연주소리는 물론 청중들의 반응도 다 보입니다. 40여 회 공연을 하다 보니 무대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매니저나 기획사는 있나요?
이규대요즘은 매니저 대신 매니지먼트 기획사를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기획사와 일하려면 수입이 많거나 재정적 여유가 있거나 특출나게 잘나가는 경우에나 가능하지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닙니다. 대신 자체 기획사가 있습니다.
서준석 이규대 씨가 ‘예소리네’를 만들었습니다. 이규대 씨의 막내딸 이자람의 예명인 예솔, 그러니까 ‘예솔이네’를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이름입니다. 이자람은 국악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Q.국악 리듬을 곡에 넣으셨더군요?
이규대 전통 리듬이 있어야 서양 음악인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서양 음악은 아무리 잘해도 별 반응이 없는데 국악을 연주하면 금세 빠져듭니다.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려면 국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딸이 국악을 전공해서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Q.경비 조달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규대 첫 앨범 제작비는 제가 댔고 활동비는 N분의 1로 부담합니다. 출연료를 받으면 반은 앨범 제작비를 공제하고 나머지는 공동 경비로 사용합니다. 많이 벌면 좋겠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에도 이르지 못했어요. 그래도 수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Q.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이규대 올해 두 번째 앨범을 낼 계획입니다. 틈틈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서준석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는 통할 수 있으니까, 전 세계 시니어와 소통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에 K-POP만 있는 게 아니라 K-GRAND POP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규대 해외 진출을 대비해 ‘지금 여기’를 영어와 일어로 번역해놨습니다.
2018년 6월, 홍콩 BTV가 기획한 ‘120세 기획 프로그램’에 지오아재의 활동이 소개됐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인생 2막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촬영해 방영하는데, 한국에서는 지오아재가 출연했다. 지오아재는 기획사도 없고 연습실도 협소하고 수입도 많지 않지만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어 성공이 기대된다. 음악을 통해 시니어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젊은이들에게는 닮고 싶은 시니어 모델이 되기를 희망한다.
Q.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규대 시니어 모임에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재능기부도 하고 싶고요. 무료공연도 가능하니 기회가 되는 대로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노인대학, 복지관 등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캠코 홍보대사로도 임명되었습니다. 캠코는 1000만 원 이하의 장기 소액 연체자를 위한 구제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활용해 인생 2막을 잘 기획하시기를 바랍니다.
주정서 나이 먹은 사람도 살아가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해요.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나이 든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죽을 때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자신 또는 남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규대 대부분의 방송이 20대에 편중되어 있어 시니어가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볼 수 있는 장수무대도 트로트나 뽕짝 일색입니다. 통기타 치고 팝송 부르던 세대를 만족시키는 무대가 없어 아쉽습니다.
손종열 가곡에 관심이 많아 가곡 부르기 모임을 인사동에서 매달 한 번씩 갖고 있습니다.
서준석 시니어 잡지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있는데 시니어를 위한 음악은 없습니다. 청춘합창단도 1회 행사로 끝났습니다. 낙원상가 4층에 있는 낭만극장에서 박 대표가 ‘딜라일라’를 부르면 60대 이상 청중이 모두 따라 부른답니다.
주정서 시니어의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도 춤추고 떼창하고 싶다”는 구호도 봤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본 것처럼 시니어 떼창(합창) 모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대문 문화일보 지하 홀에서도 시니어가 모여 함께 노래를 하고,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이 되면 낙원상가 4층 낭만극장에서도 음악 모임을 합니다. 시니어를 위한 무대에 다들 굶주려 있는 겁니다.
박승호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 음악 무대 마련에도 힘써주셨으면 합니다.
글 김대중 본부장(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연초가 되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기관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말에 퇴직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근로가 끝났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기업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취업을 해야 할지, 창업 또는 귀농·귀촌·귀어를 해야 할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 것인지, 취미생활이나 하며 쉴 것인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취업을 할 것이냐, 창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9년은 창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있다. 창업은 ‘운7 기3’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능력, 아이템보다 운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을 1년도 채 안 되어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준비도 오래했고 도와주겠다는 지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의 경기 불황 때문이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외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출을 줄인다. 소비나 구매에 대한 사고도 ‘있으면 좋겠네, 하면 좋겠네’에서 ‘없어도 되겠네, 안 해도 되겠네’로 180도 바뀐다. 개인들이 하는 사업 중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니어가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이가 들면 육체적 문제나 고령자 일자리 한계 등의 이유로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필요하다면 창업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많은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서 무모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대의 재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준비하고 도전해야 성공한다.
최근 통계상으로 봐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개인 상황이 안 좋다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시니어 계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IMF 외환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세대다. 이러한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한다고 해서 욜로(YOLO)족을 꿈꾸는 세대에게 통할 리 없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직자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적 기업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있고, 민간 취업이나 창업이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도 있다. 이외 민간 지원 내실화를 통한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중년 경력 활용 지역 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신설되는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참여 방법이 궁금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중장년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년퇴직 후 무려 20여 년을 더 노동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정년퇴직 연령과 기대수명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50대는 30대, 60대는 40대, 70대는 50대로 봐야 한다. 신체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년퇴직이나 일반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졸업과 함께 첫 번째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퇴직 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재취업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 시간제, 인턴제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재취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
고려대 및 동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중앙대 HRD정책학 박사(수료).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 본부장,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본부장,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센터장, NCS 및 일자리위원회 전문가 활동 중. 저서로는 춘추전직시대(春秋轉職時代), 전직으로 당신의 인생을 환승하라가 있다.
김 서린 다관 속에서 따뜻한 잠영을 하는 총천연색 꽃들을 나른하게 바라본다. 꽃다발을 받는 느낌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향긋한 기운과 느긋함이 찻잔 속에 한아름 안겨 담긴다. 추운 겨울 얼었던 손에 꽃차가 담긴 잔을 감싸쥐고 한 모금, 또 한 모금. 몸도 마음도 봄날 꽃처럼 활짝 핀다.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순하고 착한 꽃차의 매력에 빠진 이들을 만나봤다.
고혹한 색감에 빠져들다
서울시 광진구의 잘 익은 주홍색 감이 탐스럽게 열린 단독주택.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라는 문패가 달린 것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니 형형색색 잘 덖어 말린 꽃차들이 집 안 가득하다. 아카데미 진열대에 모아놓은 꽃차만 해도 100여 개 정도. 잎차나 뿌리차까지 더하면 훨씬 많다. 꽃차는 말 그대로 꽃잎을 따서 다양한 제다법(차를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음용할 수 있는 차로 만든 것이다. 물감을 썼나 싶을 정도로 강렬하고 맑은 색깔이 너무나 인상적이다 못해 신기하다.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는 송주연 원장의 이름을 따 ‘송주연꽃차문화아카데미’로 시작했다. 2016년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로 개칭하면서 영역을 더 확장했다고 송주연 원장은 말했다.
“15년 전쯤 꽃차를 처음 알게 됐어요. 몇 년 후부터 문하생을 한두 명씩 만나 가르치고 공부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지금은 꽃차는 물론이고 잼이나 수제청, 디저트, 티플래닝 등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꽃차 잎 면면을 들여다보니 마치 생화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 고운 색과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 벽에 거꾸로 매달아 말린 장미꽃과 판이하다. 꽃 원형을 간직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팬 위에 한지를 깔아 간접 열로 꽃을 덖는데 열을 오래 가할 수도 없다.
“잎차는 몇 번만 덖고 난 뒤 건조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데 꽃은 그럴 수 없어요. 네 번을 덕어도 수분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덖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마음에 드는 꽃차가 나옵니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피고 지는 꽃이 각양각색인 데다가 꽃마다 특징이 다르니 몇 번을 덖는지 평균치를 말하는 게 쉽지 않다. 그저 꽃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섬세함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만 머리에 새기면 될 듯싶다. 꽃잎의 결은 물론이고 노란 수술도 살아 있는 꽃차도 있다. 정성으로 만든 꽃차는 눈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안정감을 주는 향과 맛, 효능까지 듬뿍 머금고 있다. 이리도 예쁘고 몸에도 좋은 차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과정을 밟아 자격증을 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 이름을 걸고 제주를 비롯해 전국에 35개 지회가 생겨날 정도이니 말이다. 취미는 물론이거니와 창업과 함께 인생 2막을 열고자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의 길을 제시해주고 있는 셈. 최근에는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 내에서 전 교육 과정을 이수한 차 전문가인 티큐레이터들이 모여 꽃차 브랜드 ‘화려한 수다’를 출시, 11월 열린 ‘2018카페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꽃차를 만나면서 인생의 색깔도 알록달록해진 이들이 모여 있으니 향긋한 이야기가 쌓여갔다.
누워만 있던 엄마가 꽃차를 덖다
6년 전 우연히 TV에 나온 송주연 원장을 보고 꽃차와 인연을 맺었다는 윤정희 씨. 윤기 나는 피부에 꼿꼿한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꽃차를 처음 알았을 때는 지금처럼 몸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수술을 많이 했어요. 병원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또 들어가고 할 정도로요. 병원에 있을 때 송 원장님 얼굴을 TV로 한 번 봐서 기억이 나는데, TV에 또 나오시더라고요. 인터넷으로 주소만 확인하고 무조건 찾아갔어요. 인연인지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아카데미가 있었거든요. 다리를 다쳐서 수술을 했는데 또 잘못돼 맨날 울던 시절이었어요.”
첫 수업 날, 다리가 아파서 견딜 수 없었지만 7시간 내내 수업을 받았다.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그만해야지 다짐했다가도 일주일 후면 몸이 회복돼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꽃차를 예쁘게 만드는 것에만 신경 썼어요. 잡념도 없어지고 아픈 것도 서서히 잊히더라고요. 병원비도 많이 썼고 가족들한테 미안해서 꽃차 배우는 것을 그만두고도 싶었어요. 그런데 병원에 있는 것보다 좋은 것 같다며 남편이랑 딸들이 도와줘서 자격증 코스도 다 밟았어요. 지금은 서울 1호 지회장을 맡고 있고요.”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꽃길
경기도 하남에서 커피숍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은수 씨도 꽃차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커피숍만 10년 정도 한 것 같아요. 너무 치열하게 살다 보니 어딘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조금 우울했어요. 그러다 엄마가 신문에서 약용작물협회에서 강의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2년 전이었는데 거길 다녀오고 나서 곧바로 꽃차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카페를 하니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꽃을 몰랐고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게다가 비염으로 꽃을 만지면 콧물이 나와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힘들었다. 이때 김은수 씨의 어머니 김영숙 씨가 딸을 대신해 차 만드는 일을 돕게 됐다.
“꽃을 덖는 것은 기본이고 멀리 경북 영주에 있는 땅에 예쁘다는 꽃은 무조건 심어봤어요. 메리골드, 달리아, 한련화를 심었고 내년부터는 더 많은 꽃을 심으려고요.”
힘들게 꽃차를 만들면서 김은수 씨는 큰 꿈이 생겼다고 했다.
“지금은 커피만 다루지만 언젠가 영주에 내려가서 직접 재배도 하고 덖어 만든 차를 제 이름 걸고 납품하고 싶어요. 그래서 ‘화려한 수다’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제2인생 꽃차로 열다
경기 7호 지회장인 김명례 씨는 전업주부로만 살아오다 꽃차를 알게 됐다.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까 구상을 하고 있을 무렵 친구인 송주연 원장이 권했습니다. 커피를 배워볼까 하고 있었어요. 제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을 보면서 그냥 기분 좋은 상상도 할 수 있고, 예쁜 꽃을 만지면 너무 행복해요. 노년이 좀 재밌을 것 같아요.”
간호사였던 박상숙 씨는 아프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잘 먹고 잘 지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마시는 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인체의 70%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물을 어떻게 먹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차를 마시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죠. 그리고 꽃차의 매력은 색깔이 아닐까요? 다관에서 우러나는 색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꽃 자체가 매력입니다.”
동생과 함께 노인재가사업을 하는 양미순 씨도 꽃차가 사업에도 새로운 힘을 줬다고 했다. 그냥 커피를 타서 내는 것보다 꽃차가 사무실에 진열돼 있고 또 그 차를 꺼내 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이도 많다고 했다.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는 본원과 함께 전국의 지회가 꽃차 레시피 등을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 연계를 하고 있다. 창업의 신호탄인 브랜드 사업은 물론 꽃차를 대중적으로 보급하고 알리는 차원에서 예약제로 운영하는 꽃차 쇼룸을 1월 중 강남에 오픈할 계획이다.
mini interview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 송주연 원장
멈출 수 없는 ‘꽃차’를 탔습니다
‘2018 서울카페쇼’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1월 11일, 송주연 원장을 만났다. 한국꽃차문화아카데미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만든 꽃차 브랜드 ‘화려한 수다’를 세상에 내보이는 중요한 자리였다.
“지금까지 교육에만 집중하다 제품은 처음 내놓았어요. 꽁꽁 숨겨놓고 있다가 이번에 드디어 공개했습니다.(웃음) 10년 넘게 만들어왔던 꽃차를 제품으로 승화시켰어요. 교육 프로그램에서 나아가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 박람회장에 커피 향기와 더불어 향긋한 꽃차 내음이 은은하게 퍼졌다.
“꽃차는 가벼워요. 순수한 차입니다. 갱년기에 좋은 차 등 사람들 각자에게 맞는 것이 있어요. 두통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분은 남색 계열, 위장이 좋지 않은 분들은 노란색 계열의 꽃차가 잘 맞아요. 체질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거죠.”
송주연 원장이 꽃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여 년 전. 그때는 꽃차가 아닌 꽃집 주인으로 꽃을 대했다.
“지금 아파트가 쭉 늘어선 왕십리 쪽에서 플라워숍을 2~3년 정도 했어요. 꽃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꽃차에도 눈을 뜬 것 같아요. 계기는 남편의 당뇨와 혈압이었어요. 약차에 관심을 갖다가 꽃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배울 생각으로 찾다 보니 서울에는 배울 만한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여행 간다 생각하고 지방으로 다녔습니다. 꽃차를 배우는 데만 처음에는 1~2년 걸렸습니다.”
꽃으로 시작해 또 다른 꽃길로 갈아탄 송주연 원장이다. 꽃차가 주는 남다른 재미도 있다고 했다.
“꽃집을 하던 시절에는 꽃 이름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꽃차는 하나하나씩 만들다 보니 이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만들면서 이건 무슨 맛이 날까? 무슨 향이 날까? 설레고 두근거려요. 연인이 바뀌는 거처럼요. 지루함 없이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꽃차 관련 강의가 최초로 개설된 곳은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이곳에서 강의할 당시 송주연 원장이 매스컴을 타면서 꽃차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송주연 원장에게 꽃차를 배우려는 이들도 점차 늘었다.
“이곳을 거쳐 간 분들이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더 많이 꽃차를 알리고 이 분야를 넓힐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도 제가 할 일이죠.”
58년 개띠, 올해로 환갑이 된 송주연 원장은 기념 삼아 우롱차로 유명한 대만에 차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차에 대한 전문가로서 한 발짝 더 앞서가기 위해 원광 디지털 대학교에서 차문화학과 학위를 따고 현재는 대학원 휴학 중인데 내년 복학할 계획이다. 시간이 좀 나면 언젠가 꼭 하고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꽃을 따라서 가는 꽃차기행을 하고 싶어요. 강원도 삼척에 해풍 맞은 구절초, 영주 소백산 자락의 국화꽃, 봄이 되면 해남의 목련꽃도 보고 제주는 동백꽃 필 때 가고요. 지회장들도 만나 한마디 인터뷰를 해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아직 젊으니 할 일이 많고 지회가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저도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니어에게 꼭 필요한 노년의 삶, 성공 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노인의학의 대가로 알려진 유형준(柳亨俊·65) 교수를 만났다. 유 교수는 2018년 한림대병원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현재 CM병원 내과 과장으로 있다. 1994년 한림대 법인기구에서 근무할 때 만나 5년 동안 함께 지내, 필자와는 구면이다.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준 선배다. 병원을 그만두고 20여 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소식은 전하며 지냈다. 올해 의학과 문학 접경 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와 관련한 일을 진행하면서 다시 만났다. 지인이라 편한 점도 있었지만 다소 부담도 되었다.
유 교수는 30여 년 노인당뇨병 회장, 대한노인병학회장, 한림노인병연구회장 등을 역임한 노인의학의 대가다. 그에게 노인의학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노인의학이란 어떤 것인가요?
“1909년 이그나츠 레오 내셔(Ignatz Leo Nascher, 1863∼1944)가 처음으로 노인의학이란 용어를 제창하였습니다. 그는 소아를 다루는 의학 분야를 `소아과학(pediatrics)이라 부르듯이 늙음과 그에 따른 질병들이 청장년기의 그것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노인을 다루는 의학 분야를 따로 정해 가리키는 용어 `노인의학(geriatrics)을 만들었죠. 새로운 용어를 제시하면서 내셔는 두 가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하나는 ‘아동기가 생리적으로 다른 시기인 것처럼 노년기도 삶의 다른 시기라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노인의학은 의학의 특별한 전문 분야’라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견해를 증명하고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그는 당뇨병을 전공했는데 이 병이 성인병이면서 노인병이어서 자연스럽게 노인의학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멋있게 노년을 보내는 방법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성공적인 노년의 삶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각자의 노년은 모두 멋있지요. 게으른 노년이든 부지런한 노년이든 그렇게 늙어가는 까닭이 있습니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한 예를 든다면 일과 섬김으로 늙어가며 영원을 마련해가는 노년입니다. 늙음은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하나는 `‘얼마나 망가졌는가?’로 결과의 결손을 들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모 있는 부분이 꽤 남아 있지 않은가?’라고 물으며 쓸 만한 기능의 유용성을 추스르는 것입니다. 성공한 늙음은 노쇠의 최소화입니다.”
유형준 교수는 나이가 들어 세월이 쌓여가면서 근육량이 줄어 기력이 떨어지고,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흐려지고, 몸의 균형 유지 능력이 둔해져 잘 넘어져 부러지고, 기억과 사고의 속도가 처지는 등의 현상을 `정상노화에 따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가 말했듯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강한 면뿐만 아니라 약한 면까지도 사랑합니다. 못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과도 같아요. 노화를 막을 순 없습니다. 단지 덜하거나 늦출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노화를 조절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전에 ‘노화는 무조건 막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봐야 해요.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을 더 값지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생산적 신념을 지니고 있는 걸 드물지 않게 봅니다.”
늙음에 의한 심신의 퇴화는 자연적인 것이므로 늙음을 막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쓸모 있는 잔여를 수정해 추스르는 노력이 있을 때 성공적인 노년의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아름다운 늙음은 어떤 것일까요?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것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늙음’은 이 두 가지의 의미를 안팎으로 모두 품고 있어요.”
향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늙음에 대항하여 젊음을 유지하려는 항노화(抗老化)와 다르게 늙음을 받아들여 슬기롭게 즐기는 자세가 향노화(向老化)입니다. 1999년 자원봉사를 하던 일본 여성 다카하시 마스미(高矯眞澄)의 생각에서 비롯된 개념이며 활동이죠. 늙음 속에서 늙음을 새로운 눈으로 열심히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늙음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이때의 순응은 체념이 아닙니다.”
의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요?
“사람의 무늬(인문)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의학 역시 인간의 무늬에서 시작하고 완결되는 분야입니다. 인문학은 사람의 무늬를, 의학은 병의 흔적을 그리는 것이므로 연관성이 깊습니다. 의료 인문학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최근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 세미나를 개최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의학과 문학은 둘 다 인간의 고통과 생명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 병을 치유하는 데 그 연원(淵源)을 두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학은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에 관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 깊이 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의학과 문학이 과학과 예술로 구분되어 각각의 영토에 제각기 놓여 있죠.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는 ‘의학 속으로 문학이 왜, 어떻게 들어와 어떤 형편으로 지내고 있는가?’라는 의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에 관한 질문에 명징한 답을 구해 효험을 더 풍요롭게 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시니어에게 문학의 가치는 뭘까요?
“문학은 삶의 무늬를 그리는 것이죠. 노인도 독특한 무늬를 지녔습니다. 늙어서도 독서가 필요합니다. 젊어서 하는 독서는 문틈 사이로 달을 엿보듯 하고, 마흔 살 안팎의 독서는 뜰에 나서 달을 바라보듯이 하라고 권유합니다. 독서는 인간의 무늬, 인문을 살피는 일입니다.”
의사신문에 ‘늙음 오디세이아’를 연재하고 계시는데 어떤 의도로 쓰시는 건가요?
“늙음의 얼굴과 속마음을 독자들과 함께 얘기해보고 싶어 쓰고 있습니다. 연재된 내용은 `‘늙음의 의미’, `‘늙음의 무늬’, `‘성공 노화’, `‘노년 독서’, `‘노년의 꿈’, `‘노인의학’, ‘노전 정리’ 등입니다. 현재 50회가 넘어 책으로 내볼까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전(老前) 정리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늙기 전에 어수선하거나 쓸데없는 것들을 미리 없애 가지런히 바로잡기를 하는 게 노전 정리입니다. 죽기 전에 하는 건 생전 정리이고요. `‘노전 정리’는 일본 작가 사카오카 요코(坂岡 洋子)가 만든 용어입니다. 기력과 체력이 있는 현역 시절에 신변과 생활 방식을 검토해 경쾌한 삶을 준비하는 게 노전 정리의 목적이고, 사후에 남겨진 가족들이 유품 및 재산 등으로 옥신각신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생전 정리의 목적입니다.”
유 교수는 수필가와 시인(필명 유담)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녀 중 한 명은 의학의 길을 걷는 게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이 있었고 스스로도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어 의학을 선택했다. 아버지는 한학자, 큰형과 작은형은 문학인이라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글 쓰는 걸 좋아해 어릴 때부터 기록하는 일을 습관화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문예반에 들어가 교지를 편집했고, 의예과에 진학한 뒤에도 문예지 `‘이바돔’을 창간하는 등 문학활동을 계속 했다. 그는 글쓰기가 환자들과 소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년퇴임 후 만든 버킷리스트가 있다. 첫째, 의료를 문학으로 전개하는 연구를 한다. 둘째, 기독교 입장에서 늙음에 관한 책을 쓴다. 셋째, 기타 연주를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기타 연주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그는 노인의학이 아직 초보 단계라서 계속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또 정진하는 데 영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6년 전 폐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는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는 저녁 약속을 일절 잡지 않고 교회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