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 깊어가는 겨울 경기도 이천 장호원의 한 마을, 드넓게 펼쳐진 논 한가운데에 50여 가구가 따스한 겨울의 마알간 빛을 받고 있다. 노인회관을 중심으로 떡방앗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바로 운동왕으로 이름이 알려진 민덕기(閔德基)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인 송산2리의 모습이다. 송산2리는 민 할머니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장수인들이 살고 있어 그 비결이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 옛날 복숭아를 훔쳐 먹고 장수하며 괴력을 발휘한 의 손오공이나 3천 갑자(三千甲子)의 수명을 누렸다는 동방삭처럼 무병장생을 바라는 마음으로 송산2리 민 할머니를 둘러싼 따스한 모습들을 들여다봤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기자 teinny@etoday.co.kr
장호원 송산2리 경로당에 도착하자 영하 10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경로당에 나온 10여 명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날 우연히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민덕기(93) 할머니를 중심으로 삥 둘러 앉은 이순복(90), 임순자(83), 김재순(83), 최복순(82), 정순덕(81), 임순옥(77), 정재선(74), 이화자(73), 조태원(69) 씨는 요즘 유행하는 노래인 ‘내 나이가 어때서’를 흥얼거린다. 그중에서도 유독 넘치는 흥으로 노래를 부르고,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돋우는 민덕기 할머니, 하루만 안 보여도 할머니를 찾는 이들 덕분에 요즘 외로울 새가 없단다.
흥이 넘치는 ‘이천의 스타’를 만나다
마을 사람들의 즐거운 사랑방이자 활기를 얻어가는 아지트인 경로당에서 최고령인 민덕기 할머니가 떴다 하면! 민 할머니보다 어린 90세 할머니는 일어나 깍듯하게 맞이한다. 민 할머니에 비하면 아직은 새파란 80세 어르신은 나이까지 올리는 귀여운 거짓말로 대화를 나눈다. 노래방 기기를 틀고 노래하며 윷놀이 한 판 놀고 불로장생 복숭아 과일로 입안까지 즐거워지면 어느새 장호원 송산2리 마을의 웃음소리로 붉은 노을은 익어가게 된다.
민 할머니 따라 운동, 장수마을의 비결
민 할머니가 93세의 나이에도 친구 많고 인기가 넘치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민 할머니는 2014년 11월 20일, SBS 에 출연하여 엄청난 줄넘기 실력과 체력, 훌라후프 등 놀라운 유연함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후 ‘이천의 스타’가 됐다.
“에스비스라지, 다음주 월요일에 엄앵란인가 그 사람이 온다잖아.”
“아니요, 에스비에스 그거, 강호동이 하는 거 거기서 촬영하러 온다고 했잖아요.”
지금도 여러 방송사에서 민덕기 할머니를 섭외하려고 송산2리 이장한테 연락하여 일정을 잡고 있는 중이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가 된 ‘장호원의 스타’를 방증하는 예다. 방송 당시 줄넘기 100번에 20kg 쌀도 번쩍 들고, 지리산 종주, 미니 철인 3종 경기에서 우승한 운동왕 민 할머니는 유연성, 근지구력 등 신체 나이 테스트에서 40대 못지않은 검사 결과를 받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건강 비법을 전수하러 나서고 있는 민 할머니는 세 가지 비법을 제시했다.
“제1강 스트레칭, 뻣뻣한 몸을 최대한 유연하게 움직이고 또 움직여라, 제2강 걷고 또 걸어라, 제3강 집에 있지 말라.”
대성 떡방아집을 운영하는 전근수(61) 송산2리 이장은 “민 할머니의 몸에는 여기저기 수술 흔적이 남아있어요. 그런데 10여 년 전에 위암 판정으로 무려 4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며 생사를 오갔을 때도 퇴원 후 바로 걸어다닐 정도로 건강하셨어요. 지난해 돌아가신 103세 할머니도 우리 마을에서 오래 산 분이죠”라며 “우리 마을은 공기 좋고 인심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 좋은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민 할머니는 17세때 송산2리로 시집 와 살다가 서울 생활을 50여 년을 했고, 다시 귀향하여 마을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살면서 그녀를 그토록 힘들게 만든 건 치열하게 사는 삶 속에서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민 할머니는 위절개수술을 겪으며 건강에 대한 신념도 확고해졌다. 그녀는 같은 스트레스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자전거, 볼링도 잘하는 그녀는 “건강도 저축과 같다”고 말한다.
“시간이 없다, 몸이 피곤해서 운동하지 못한다는 건 핑계죠. 타고난 신체라 해도 스스로 노력해야만 유지할 수 있어요. 돈이 있을 때 저축해야 하는 것처럼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평생 유지가 됩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운동을 시작해야죠.”
무엇보다도 그녀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그녀의 하루 세 끼 사랑은 주변에서 인정할 정도다. 자연 그대로의 채소를 즐겨 먹지만 다른 음식도 가리는 것이 없다. 맛없다는 음식, 못 먹는 음식,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을 구분 짓지 않는다.
늘 분주하고 바지런하다
민 할머니는 다소 늦은 나이인 69세 때 등산 산악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침이 없었다. 한라산, 지리산, 오대산 등산을 통해 다리 힘을 키웠다. 또한 웬만한 곳은 모두 걸어다니고 한겨울에 4~5km 되는 장호원 병원이나 교회를 가더라도 걸어 다녔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스트레스라면 즐기려고 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잘 돼도 잘 되는 것이 아니고 못 돼도 못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비록 어떤 일이 잘 되지 못했더라도 나중의 성취를 위해 겪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젊은 시절 그걸 못해 스트레스로 병들었던 것 같아요.”
자식들한테 아프다는 소리를 하는 것도 자존심 상한다며, 그런 자존심을 높이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이 세상의 중심은 누구도 아닌 바로 나잖아요. 튼튼해야 내 세상에서 내가 중심이 돼 이끌어갈 수 있는 거죠. 나를 위해 건강해져야 한다는 마음이 운동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민 할머니는 어릴 적 ‘똑순이’이라는 말도 많이 듣고 청소 잘하고 부지런해서 알아서 척척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요즘도 성경책을 매일 읽는 그녀이기에 취재진이 가져간 잡지와 신문도 거뜬히 읽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언론에 나간다는 것도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다고 밝혔다.
“나만 방송에 나가니까 좀 미안해. 우리 동네 경로당 사람들도 같이 나가면 좋을 텐데. 내가 이 나이에 무슨 호강인지, 방송에 나갈 줄 누가 알았겠어. 신나고 좋아, 나이 먹어도 참 좋아.”
긍정적인 에너지와 유쾌함으로 살맛 나는 세상을 살고 있는 민 할머니는 여전히 부지런한 살림꾼이다. 민 할머니 혼자 사는 지금은 식사 준비는 물론, 집안 곳곳이 그녀 손길로 반짝이고 있었다. 93년을 사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직업을 거치며 만능 재주꾼이 된 그녀는 “사는 동안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었을 터, 내 몸은 내가 관리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말했다.
“이 더위에 슈트차림하고 나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테니, 아마 눈에 확 띌 겁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정갈한 슈트차림에 중절모와 나비넥타이로 한껏 멋을 낸 중년신사가 유유히 걸어온다. 시원하게 쭉 뻗은 다리와 꼿꼿한 자세, 힘 있는 걸음걸이는 그야말로 모델포스가 넘친다. 그의 말대로, 아니 그의 말보다 더 확실히 눈에 확 들어온다. 지난 한해 시니어 모델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라 9편의 광고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뽐낸 곽용근(76)씨다. 남다른 표현력과 연기력으로 광고뿐만 아니라 가수 이효리와 김완선의 뮤직비디오, 각종 영화와 연극 등에 출연하며 그 누구보다 활기찬 인생2막을 살고 있는 그다. 얼핏 보면 유머러스한 생김새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런 그도 수년간의 연습과 노력 끝에 지금의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고. 젊은 모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만의 끼와 열정으로 경쟁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한양대 화공과를 나와서 어엿한 기업의 임원자리 까지 올랐었다. 이후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고 어디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서 일하자 해서 일했는데, 거기도 환갑이 다 돼가니 나가라더라. 그래서 뭐라도 시작하려면 컴맹은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해서 노인복지관을 찾았다가 우연히 모델 수업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준비해서 2004년에 처음 보험 회사 지면광고를 찍게 됐다. 정말 내가 이렇게 살 줄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다.”
현재의 모습이 이르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
“모델일 자체나 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 보다 이 일을 결정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환갑이 지나서 ‘내가 무얼 할까’, ‘제2의 인생으로 태어나면서 어떻게 태어날까’하고 생각이 많았다. 긴 고민 끝에 ‘이 길로 가야겠다’고 목표를 정한 뒤에는 연극을 처음 시작했다. 당시 또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집에서도 반대했다는 거다. 말 안 하고 있다가 방송에 나오면 놀라곤 했다. 처음에는 창피하게 그런 일을 한다고 마누라가 나무라면 ‘그래도 이렇게 살아야 내 인생은 즐겁고 행복해.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지 당신 체면 차린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냐’라고 했지. 자식들도 사돈댁에서 알까봐 부끄러워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
‘시니어 모델’이라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
“나는 내 몸이 자산이다. 내 몸이 망가지면 모델일도 연기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 몸 가꾸는 일은 게을리할 수 없다. 보통 광고를 찍게 되면 여름 제품을 겨울에 찍는 경우가 많아 추운 날씨에도 얇은 반소매 차림에 촬영을 하고 나면 자칫 감기에 걸리고 드러눕기 십상이다. 나이 든 모델은 평소 체력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모델’로서 가장 노력하는 점
“당연히 ‘몸매 관리’다. 매일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고 등산, 스포츠댄스도 한다. 나이가 들면 등이 굽고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젊은 모델보다 배로 신경 쓰고 노력해야 지금의 몸매와 골격을 유지할 수 있다. 워킹연습도 꾸준히 해야 걸음걸이가 좋아진다. 저기 저 청년보다 내 몸매가 훨씬 낫지 않나?”(웃음)
연기 생활 신조
“두말할 것 없이 ‘감독에게 절대 복종’이다. 광고나 연극은 감독이 그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동선 하나하나를 전부 계산해서 나오기 때문에 내가 끼 부리고 잘난척하면 작품을 망치고 감독의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아무리 젊은 감독이고 나보다 어리더라도 그의 주문대로 하는 것이 좋다. 내 기분이나 상태는 배제해야 한다. 난 그의 주문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오디션 or 캐스팅
“요즘은 감독들이 나를 먼저 찾는다. 유머러스한 이미지가 섭외 1순위 요소다. 하지만 현재의 캐릭터로 인정받기까지 7년여간 연극 활동을 해오며 안면 표정을 연습해왔다. 물론 오디션에도 떨어져 봤다. 모델로 등단하기 위해 오디션은 필수다. 모델의 끼가 있나 없나, 해당 작품에 어울리는지 여부 등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 특성상 오디션에 떨어질 수도 있는 데 이에 연연하거나 낙담하면 안 된다. 누구에게나 짧든 길든 무명시절이 있듯 그 무명시절 속에서도 자신을 가꾸고 준비해야만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영광을 안을 수 있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말처럼.”
촬영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
“이 나이에 어디 가면 대접받겠지만 촬영장에 가면 보통 100여 명의 스태프가 모두 바삐 움직이기 때문에 나이가 많다 하여 나를 특별히 생각하거나 따로 더 챙겨주는 이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어른대접 받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 모두가 함께하는 작업이니까 참아야 한다. 굳이 꼽자면 숨 가쁘게 돌아가는 촬영장에서 아직은 매니저나 코디 등 보조 인력이 없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고충이 있기는 하다.”
가장 희열을 느낄 때
“단편극 중의 단편극이 광고다. 사진 한 장 또는 30초짜리 영상만을 통해 상대방을 웃기고 감동을 준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흡입력 있고 단숨에 감동을 선사하는 데는 모델의 역할이 크다. 때문에 나 역시 다채롭고 깊이 있는 표정연습에 주력한다. 그렇게 내가 연기한 광고를 통해 많은 사람이 웃고 즐거워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되고 뿌듯하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놓친 역할이 있다. 요즘 ‘명량’으로 뜨고 있는 최민식이 연기한 충무공 이순신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수염도 길러봤는데. 하하하. 전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해 대 역적 역할을 맡은 적 있다. 그런 것도 좋고 왜적장수 역할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안 해본 연기가 거의 없다. 연극을 통해 기본기와 안면표정, 제스처 등을 연마했기 때문에 어떤 배역을 하게 되도 자신 있다.”
언제까지 모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내년 1월에 이태리에 갈 거다. 국내에서도 열린 적 있는 세계양복맞춤협회가 주최하는 런웨이가 이태리에서 열리는데 그 무대에 서기로 했다. 여러 나라 사람들도 올거고 젊은 애들도 많이 올 텐데 내가 거기서 좀 뻐기고 와야 하지 않겠나. 매일 워킹연습하고 체력도 키우고 있다. 꼭 그 무대가 아니더라도 나는 내 몸이 따라주는 그 날 까지는 일을 계속 해 나갈 거다. 죽는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만큼 나는 내 일에 취해있고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시니어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열과 성을 다하면 성공하기 마련이지만, 모델일은 그 무엇보다 ‘끼’가 중요하다. 끼가 있어야 연기도 더 개성 있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끼를 발견하고 그 끼를 남들에게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체력관리도 해야 하고 워킹연습, 대사연습, 표정 연습... 연습 또 연습해야 한다. 이 일의 장점은 ‘자유직업’이라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더 많은 역할에 도전해 볼 수 있고, 그만큼 더 행복해진다. ‘이 일로 얼마를 벌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어떠한 역할에 대한 도전정신과 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수입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된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돈이나 캐스팅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 이 일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임해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곧 행복을 낳는 거위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날씨를 ‘삼복더위’라고들 한다. 음력 6월과 7월 사이 초복, 중복, 말복이 있는 삼복기간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 나라사람들은 복날이면 평소보다는 더 특별한 음식을 먹어 몸보신을 하려 한다. 하지만 매년 복날이 찾아오면 예외 없이 삼계탕만을 찾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이미 체력은 저 밑까지 떨어진지 오래고, 복날만 되면 들리는 “삼계탕 먹으러 가자”라는 말은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올해만큼은 좀 더 특별한 보양식으로 몸도 마음도 재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양반의 여름 보양식 '임자수탕'
# 재료
기본 재료: 닭 1마리, 대파 1대, 마늘, 생강, 녹말가루, 밀가루, 소금, 흰 후춧가루
들깻국 재료: 들깻가루 1/2컵, 닭 육수 3컵, 소금, 흰 후춧가루
쇠고기완자 재료: 다진 쇠고기 50g,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 달걀
고명 재료: 달걀, 미나리 6줄기, 오이 1/4개, 표고버섯 1장, 붉은 고추 1개, 잣 1/2큰술
# 만드는 법
1. 손질한 닭과 대파·마늘·생강을 넣어 우려낸 육수를 면포를 이용해 맑게 걸러둔다.
2. 삶은 닭살은 결대로 찢어 다진 마늘·소금·흰 후춧가루로 밑간하고, 걸러낸 육수는 차게 식혀 기름을 제거한다.
3. 들깨는 닭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고운 채에 걸러 깻국을 만들고, 소금과 흰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4. 다진 쇠고기는 밑간을 하고, 직경 1.5cm 크기로 완자를 빚어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팬에 지진다.
5. 씨를 뺀 오이와 붉은 고추, 표고버섯을 2cm, 3cm의 골패모양으로 썰고 녹말가루를 묻혀 끓는 물에 말갛고 매끄럽게 데쳐낸다.
6.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미나리 초대를 붙여 밀가루, 달걀을 묻혀 팬에 지지고, 황백지단을 만들어 같은 골패모양으로 썰어둔다.
7. 준비한 그릇에 닭고기와 오이·표고·붉은 고추·미나리 초대·완자·잣 등을 넣고 시원한 들깻국을 부어 완성한다.
"품격있게 즐겨라." 최고급 호텔 보양식.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진귀보양탕'
가격: 진귀보양탕 24만원, 수라상차림 1人 30만3000원(진귀보양탕 포함)
재료: 오골계, 전복, 도가니, 홍삼 등 몸에 좋은 최상의 재료를 진국으로 푹 고아 원기회복에 탁월한 고급 보양식
효능: 소화 흡수, 회복기 환자, 동맥경화, 고혈압에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미네랄,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원기 회복에 최고라 할 수 있다.
문의: 온달 02-450-4518
# 서울 신라호텔 '황실 불도장'
가격: 福코스 1人 20만원, 喜코스 1人 30만원 (황실 불도장 포함)
재료: 몸을 보양하는 귀한 식재료인 상어지느러미와 자연송이, 오골계, 관자, 화고버섯, 사삼(해삼의 일종) 등을 넣고 쪄내 깊은 맛이 일품인 보양식
효능: 국내 명사들의 단골 보양식 1호 불도장은 고단백질과 칼슘 등이 풍부하면서도 소화 흡수가 빨라 식욕을 증진시켜주는 귀한 보양식. 땀을 많이 흘리거나 허약한 사람에게도 기운을 북돋워 준다.
문의: 팔선 02-2230-3366
#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여름 보양식 특선'
가격: 장어ㆍ농어코스 1人 14만5000원, *민어코스 1人 16만5000원
재료: 삼복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민어코스 요리 (전채요리 5종, 하모 맑은 국, 민어 타다키·회·유안야키·튀김·매운탕 등으로 구성)
효능: 민어는 노인이나 큰병을 치른 환자의 건강 회복에 좋으며 민어의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이 들어 있는데 이들 성분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준다.
문의: 미카도 02-6282-6751
앞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 있는 건축물을 영화관, 게임방, 학원, 골프연습장, 미술관, 자동차영업소 등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지난 40여 년 동안 묶어놨던 그린벨트 내 용도변경을 대대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완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개발제한구역 안에 있는 기존 건축물을 용도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30여종에서 90여종으로 늘리는 내용의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새로 허용된 건물 용도는 공공도서관, 마을회관, 노인·아동복지시설, 영화관·극장 같은 공연장, 골프연습장·체력단련장·에어로빅장·실내낚시터·테니스장 같은 체육시설, 미술관, 박물관, 자동차영업소, 게임업소, 학원, 소개업소, 일반업무시설, 목욕탕, 방송국, 출판사 등이다. 지금까지는 소매점, 음식점, 이·미용원, 의원 등 33가지 용도로만 변경할 수 있었다.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기존 건축물은 그린벨트 안에 신축이 금지돼있는 건축물로 공장, 창고, 종교시설, 공공청사, 박물관, 미술관, 복지시설 등이다. 다만 개발제한구역이 훼손되지 않도록 용도 변경만 허용하고 건축물의 면적 증가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위락시설, 숙박시설, 제조업 공장 등 주변에 영향이 큰 시설은 지을 수 없다. 또 이미 신축이 허용돼있는 축사, 농업 창고, 온실, 공동 구판장 등은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것을 계속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헤택을 보는 대상은 그린벨트 내 기존 건축물 12만동 가운데 7만2000동(60%)이다.
다만 최근 그린벨트 해제나 그린벨트 해제지 상업지구 허용 등 규제 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76세가 청춘이라는 사람이 있다. 부산 동구에서 색소폰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박종근(76)씨다. 박씨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건강까지 함께 다질 수 있는 악기가 색소폰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박씨의 아카데미에 유독 머리가 흰 신중년들이 많다.
박씨는 76세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탱탱한 얼굴에 주름살도 없다. 일주일에 5일씩 아카데미에서 여는 빡빡한 연주 지도 일정을 소화해 낼 정도로 체력 또한 젊은이 부럽지 않다.
그는 요즘 ‘색소폰 건강론’을 전파하느라 여념이 없다. 색소폰이 심폐기능 강화에 좋다는 것이다. 또 복식 호흡을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을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연주를 제대로 하려면 박자와 음정을 정확히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색소폰을 제대로 불 줄 아는 사람이 치매에 걸린 경우를 거의 본 적 없다고 귀띔했다.
1∼2년 정도 색소폰 연습에 매진하면 웬만한 가요는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할 수 있다고 박씨는 말했다.
물론 색소폰을 전문가 수준으로 다루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박씨의 경우 20여년 전에 일본 도쿄에서 가라오케 편곡자로 일하면서 일본 색소폰의 한 대가로부터 4년간이나 전수를 받았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무조건 크게 불려고만 해요. 그것은 문제가 있어요. 세게 불면 숨이 가빠 오히려 힘들고 어렵다는 편견을 갖게 돼요. 그것은 음악이 아니라 귀만 시끄럽게 하는 ‘소음’일 뿐이죠.”
박씨가 색소폰 잘 부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가늘게 숨을 내 불어서 ‘작지만 꼭 필요한 만큼’의 소리만 낼 수 있으면 훌륭한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색소폰과 함께 한지 어느덧 60년. 6·25 전쟁이 터지자 의사인 아버지만 고향 평안남도에 남고 나머지 가족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왔다. 경북 청도에 정착한 박씨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시절부터 트럼펫을 불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고교시절 음악 동아리에서 색소폰과 인연을 맺은 뒤 발군의 실력 때문에 군에서도 악단을 이끌었고 모 방송사 악단장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군 시절 만난 아내가 바다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해 부산에 정착하게 됐다는 박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제자들을 키워낼 생각이다. 작곡까지 공부한 그는 지금까지 40여권의 색소폰 교재를 썼다.
"지하철을 타 보면 멍하니 앉아 있는 노인들이 정말 많아요. 그들은 너무 외롭고 친구가 그리워서 몰려다니는 겁니다. 그분들이 색소폰이든 뭐든 배우는데 시간을 투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니까요."
이 시대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균수명은 늘고 있지만 은퇴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오늘날의 한국이다. 빈곤을 떨치기 위해 일평생을 처절하게 저항해도 나이 들어 맞닥뜨리는 것은 계속되는 빈곤에 소외까지 더해진다.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노화는 단순히 나이로만 정의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것이 됐다. 오근재 전 홍익대 교수(현 연세대 특별초빙교수)가 자신의 저서인 ‘퇴적공간’에서 지적했듯 건강한 신체와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면 한 순간에 노인으로 전락한다. 노화는 한 개인이 노동시장으로부터 밀려나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성장시대에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환경 속에서 누구나 노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때 사회를 이끌어온 주역이었으나 지금은 떠밀리다시피 ‘잉여’의 존재로 전락한 그들. 청주, 인천, 안산에서 만난 노인들은 하나같이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왜 다른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노인의 군집현상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남보다 먼저 고민한 오근재 교수(사진)를 통해 들어봤다.
◇전통적 가족붕괴가 노인 소외의 뿌리
“가까운 일본에는 서울의 종묘시민공원 같은 노인들만의 퇴적공간은 없습니다.”
오 교수는 한국 노인의 군집현상을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붕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도 에도시대 장인들 사이에 장남에게 직업을 물려주는 은퇴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일정한 연령을 기준 삼는 방식이 아니라, 언제든지 부모가 장남에게 ‘이제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자식에게 직업을 물려주는 방식이었다.
부모는 장남의 휘하에 스스로 들어가서 가게의 일을 도왔고 은퇴한 노인들은 아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세습자의 조력자로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일본의 이런 세습제는 지금도 여전히 큰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은퇴한 노인은 가정과 사회에서 배제된다. 가족제도의 붕괴로 개인의 고립이 심화되면서 노인들이 위안을 구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퇴적공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오 교수의 분석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이웃을 목격함으로서 안도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빠른 산업화는 가족제도 붕괴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가족제도의 붕괴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서구의 산업혁명은 약 25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사회적 충격을 흡수하면서 점차적으로 진행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50년 동안에 속도 빠르게 이뤄졌어요. 지금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급속하게 사회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그 충격으로 쓰러졌습니다. 현대인들은 변화의 내용보다 그 변화의 속도에 충격을 받아요. 그 결과로 지금의 노인 집합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소외란 원래 자기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가 어떤 이유로 그 자리로부터 떠나 있는 현상이다. 노인의 소외는, 노인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잃어버리고 그 자리를 떠나게 됨으로 일어난다.
그는 “가족구성원인 노인 가족의 존경을 받으며 가정을 지킬 때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에서는 그 자리가 노인의 자리였기 때문”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가족제도의 붕괴가 노인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내다팔 것이 없는 노인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오 교수는 가족제도의 붕괴뿐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노동력의 상실도 노인이 소외되는 중요한 이유로 지목한다.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돈으로 바꾸면서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살고 있는 인간은 돈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시장에 내다 팝니다. 지식도, 체력도, 몸매의 아름다움도, 심지어 감정까지도……. 사람들은 이들을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동가물인 화폐와 교환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원래 인간에게 고유한 것들입니다. 인간 활동과 감정은 인간 자신의 구성물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조리 팔아서 소진되었을 때, 인간은 소외된다. 원래 자기의 것들을 모조리 팔아버려서 이제는 더 이상 팔 것들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인간은 어느 순간 자신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마치 술병에 술이 더 이상 남지 않을 때처럼 말입니다. 이때도 그 병은 술병일까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젊음을 바쳐온 이 시대의 노인들도 마치 빈 술병처럼, 자신의 것들을 모조리 팔아버리고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돈이 될 만한 것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오 교수는 빈곤층과 노인의 소외현상을 비슷하게 평가한다. 인간은 개나 소처럼 생물학적인 존재지만 문화적 가치를 높게 친다.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모든 교환가치는 결국 문화적 가치와 연계된다. 이런 식의 가치부여가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가치를 형성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빈곤층은 노인들처럼, 시장에 내다 팔가치를 지니지 못한 계층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적 존재에 근접하지 못하고 생물학적인 존재에 근접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인들이나 빈곤층을 이루고 있는 하층계급에 속한 사람들, 이들은 원래 문화적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살아야 마땅하며 그렇게 살고 싶은 존재들인데, 그들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생물학적인 존재에 가까운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지정책은 가족관계 복원에 힘써야
오 교수는 정부의 복지정책도 가족해체와 노인소외의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더 많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서는 가족과의 관계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현행 복지정책이 노인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와는 정반대로 가족관계를 강화시키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어린아이든 젊은 부부든 노인이든 가족관계로부터 이탈되면 이탈될수록 지급액이 커지는 지급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들을 소외시켜나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금의 복지제도는 인간을 개인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영유아를 집에서 엄마가 직접 양육하는 경우보다 영유아 보호시설에 위탁하는 경우에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이 많아집니다. 노인도 홀로 남아 있을 때일수록 보조금 지급액이 커집니다. 아무리 혼자 힘들게 생활하더라도 아들이나 딸이 서류상 가족관계로 남아 있으면 그들로부터 실질적으로 아무런 생활보조비를 얻어 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로부터의 복지비용은 격감합니다.”
노인들이 한 푼이라도 복지비용을 더 받으려고 자녀들과 자신의 삶이 부정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게 오 교수의 견해다. 그래서 그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정책 뿐 아니라 모든 정책이 가족관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입안되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 개개인의 소외감을 줄이고 행복감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이는 안보와 국가방위의 문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됩니다. 지켜야할 부모나 자식도 없고 사랑하는 이웃도 없는 국민들로 국가가 구성되었을 때, 자기의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킬 수 있는 개인은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센터와 같은 곳도 가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센터는 ‘상처 싸매기’와 같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보다 바람직한 일은 노인들이 가정으로부터 더 이상 시가지를 배회하지 않도록 새로운 복지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법의 정신은 마침내 법 없는 사회를 추구한다는 말처럼, 길거리에서 소일하는 노인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노인복지센터가 쓸모없는 기구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저는 복지정책의 입안자도 시행기관의 관리자도 아니지만 보다 길고 인내를 요구하는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시행해나가야 한다고 보는데……. 이러한 일을 공약으로 내거는 정치집단이나 정치가는 없겠죠. 그러한 공약으로는 표를 얻어낼 수 없을 테니까요.”
오 교수는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꿈꾼다. 분리되고 격리돼 있기 때문에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방황하는 노인들의 군집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 만큼 불확정성이 높은 사회라는 지표이기도 하다.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시설, 좋은 운영시스템을 지녔다할지라도, 그것은 우리 사회의 주류로부터 격리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분류되고 찢기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어울려 사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나가야 할 바람직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인 일자리는 노인들에게 자립의 기회와 함께 삶의 역동성을 부여해준다는 점에서 작금의 청년 일자리와 함께 일자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분야다. 그러나 그러한 시급함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노인 일자리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노인 일자리 개발과 보급 업무를 맡고 있으며 향후 노후 생애 설계 및 사회 참여 활성화까지 책임지는 포괄적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을 만나 노인 일자리 사업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점검해본다.
“시니어 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시니어들의 기술수준 및 노하우 퇴직 이후에도 여전히 활용가치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의 말이다. 사실일까? 일단 사실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1년에 내놓은 고령자 고용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83.9%가 시니어 고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로 나왔다.
일자리 중심의 노인복지포털 구축 추진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와는 달리 기업들이 시니어들을 제대로 고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부정적인 대답이 압도적이다. 실제 위 조사에서도 시니어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의 수는 전체 48.6%다. 긍정적이라는 의견의 절반 가까이로 하락한 수치다. 어째서 이런 급격한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박 원장은 첫 번째 이유로 고용과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생산성 문제를 들었고, 두 번째는 다른 근로자와의 근로 조건 차이 등 형평성 문제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박 원장이 생각하는 콜럼버스의 달걀이 있었다.
“즉, 시니어 고용 시 비용 부분이 지원된다면 시니어의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인식인 겁니다.”
박 원장은 현재 위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시행하는 시니어 인턴 사업의 내실을 기하고, 보다 과학적인 사례 관리를 통해 맟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니어 일자리서비스 사업을 확대시켜 나가 기업의 시니어 고용을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방법론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일자리 중심의 노인 복지 포털 1단계 구축 계획’이다. 이는 구인·구직을 중심에 두되 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노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 사회 참여 확대, 효율적인 정보 접근성 강화, 일자리 관리 통합 시스템 및 콜센터 관리 시스템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시니어들에게 컴퓨터는 예전처럼 그리 멀기만 한 영역이 아니다. 바로 스마트폰 덕분이다. 손 안의 컴퓨터가 된 스마트폰은 그 특유의 직관성 덕분에 컴퓨터 관련 문화와 거리가 멀었던 시니어들을 적극적으로 웹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시니어를 위한 본격적인 포털의 등장도 그리 이상할 일이 아니며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느낌마저 있다. 그 첫 삽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뜨겠다는 말이었다.
내·외 부 시스템 연계하여 재정지원 일자리, 자립형 일자리의 일자리 정보 분산관리로 인한 정보 접근서이 취약하므로 유사 사업들 및 민간 구인구직 일자리 통합 허브 기능을 구축할 방침이다.
“시니어가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편견이다.”
박 원장은 시니어들을 채용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것들이 있다며 주의해야 할 점들을 두 가지 부분에서 설명했다.
“첫째, 시니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Development)는 20~31세와 65~80세의 두 그룹의 인지 속도, 간헐적 기억, 업무 기억 등을 포함해 9가지 정신적 인지능력을 측정한 결과 65~80세 그룹이 20~31세 그룹보다 성과 기복(가변성)이 적고, 일상적 삶을 더 안정적으로 영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또한 시니어들의 체력이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니어들의 체력 및 건강 상태는 연령이 아닌 개인에 따른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시니어의 신체적 노화(시력, 청력)가 업무능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는 없을지라도, 객관적인 사실은 인정하는 것이 업무 지시 등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 또한 설명했다. 요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시니어라면 으레 갖게 되는 편견을 지우고 철저하게 공정하게 바라보라는 주문이었다.
“둘째, 퇴직 전 업무경력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적합한 임무를 적절히 부여해야 합니다.”
시니어들의 경우 해당 업종의 업무 경험 및 노하우는 풍부하나 개인 상황에 따라 관리직으로 퇴직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업무에 대한 이해는 높으나 전산 등 기능적 부분에서는 현직에서 떠났던 시간이 길 수 있기에 재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므로 임무 부여 시 고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시니어들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사내 교육 업무,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한 평가 및 감사 업무, 인적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외부 협력 및 협조 업무, 비활동적인 연구 및 조사 업무, 단순 노무에 강점을 가진다. 잘 살펴 보면 모두 노련함과 경험에 기반하는 요소들로, 시니어 채용에서 강점으로서 파악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었다.
“기업들은 시니어의 업무 능력을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봐 달라.”
노인일자리사업의 양적인 성과, 더 높이고 더 넓혀야
노인일자리사업은 꾸준한 지원이 계속됐던 분야다. 그 덕분에 2004년에 25,000개로 시작하여 2013년에 230,000개까지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117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게 사실이다. 아울러 2004년의 급여 수준인 월 20만원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20만 원으로 질적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일자리가 단순노무직인 직종에 한정되어 있어, 고학력에다가 전문능력을 겸비한 전후세대 노인들(베이비부머 포함)의 욕구 충족은 물론, 인적자원의 사회기여 관점에서도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미흡한 현실을 관계자들이 모를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정부에서는 2017년까지 재정 지원 일자리 수를 매년 5만 개씩 늘리고, 급여 수준도 연차적으로 40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며, 전담 인력의 처우개선을 통해 일자리사업의 내실을 다져갈 예정입니다. 고학력 전문 능력 보유 시니어들을 위해서는 직업세계의 새로운 트렌드인, 경제의 녹색화, 세계화, 소비욕구의 고도화, 경영관리의 전문화, 산업•기술•문화•관광 등의 융복합화, 고령화•다문화 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 아이템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급여 등 여러 가지 근로 조건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고자 민간기업과의 활발한 연계 사업을 전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후설계서비스 제공 기반 마련 계획 중
전문 능력을 가진 시니어들이, 지역사회의 자원 발굴을 통하여 사회통합을 견인하고, 도•농간의 상생을 이끌며, 인생 이모작을 통해 풍성한 결실을 수확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고령자 사회공헌 종합지원시스템을 운영할 예정이라는 게 박 원장의 설명. 노후설계서비스는 보다 계획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여 활기찬 노후로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터이다.
20~30대부터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민센터, 사회복지관, 국민연금공단 등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을 활용해 노후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상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업들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한국고령사회복지진흥원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만져지는 서비스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또한 올해는 지역 유형 및 인구 구조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노후설계서비스 제공 의지가 있는 지자체를 선정하여 노후설계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규모는 4개 정도의 기초 지자체이며 1개 지자체 당 5천만 원 내외의 지원금이 배당된다. 기초 지자체 내에 담당 공무원 지정이 가능하며 사회복지 관련 기관, 평생교육기관, 보건소, 연구기관 등 노후설계서비스 전달에 효율적인 지역사회 인프라와 협력이 가능한 기초지자체가 우선적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치매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을 접하다 보면, 치매 환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생활해야 하는 이들, 바로 요양보호사들과 만나게 된다. 치매 환자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을 지원해줘야 하는 어렵고 힘든 직업중 하나다.
그동안 우리는 요양보호사들의 삶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졌었는가? 여기 한 요양보호사의 목소리를 통해 요양보호사의 삶과 현실,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치매 환자들의 치료실태를 점검해본다.
이지숙(가명) 요양보호사는 50대로, 간호사 생활을 20여 년 넘게 하고 치매요양병원과 치매센터 등 치매 관련 시설에서 10여 년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요양보호사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걸로 자신의 반평생을 바치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난 그녀는 기억에 남는 치매 환자들위 얘기를 들려줬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단란하고 멀쩡해 보이는 가정, 그러나 안으로는 치매라는 병에 걸려 곪아 들어가는 슬픈 상황에 대한 이야기. 난간에 매달려 고향에 가겠다고 난동을 피웠던 환자.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 치매 환자들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안전사고들. 이 씨의 오랜 경력 뒤에는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비일비재했다.
치매 환자 대처법, "하지 말라고만 하기 보다는 때론 하게끔 내버려 둬라"
어려운 일들을 실제로 겪었기 때문일까. 이 씨가 환자를 대하는 입장에는 나름의 노하우들이 있었다.
“요양시설을 가게 된다면 우선 시설에서 환자를 돌보는 이들이 어떤지를 확인해 보는 게 좋아요.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등 케어의 질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씨는 요양시설에서 치매 환자의 성향끼리 분류가 돼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불안장애인 환자들과 배회하는 경향을 가진 환자들이 함께 있으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환자군의 증상에 맞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치매 환자를 대할 때 하지 말라고만 하는 것보다는 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치매 환자를 가장 잘 케어하는 자세라고 조언했다.
“배회하는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배회하는 걸 막지 말고 손 잡고 함께 걷는 게 좋습니다.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이분들이 체력이 약해서 함께 걷는 사람보다 먼저 지쳐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쉬게 되죠. 그리고 식탐이 많아서 먹을 걸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흔히 ‘안돼요, 아까 먹었잖아요’라고 대답하는 건 좋은 대답이 아니예요. 그럴 땐 뻥튀기 과자처럼 칼로리는 없되 먹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게 해주는 과자를 제공해주는 게 좋아요.
도벽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뒤지지 말라고 하면 더 뒤져요. 그럴 땐 차라리 같이 찾아주는 게 좋아요. 노인들이 찾는 물건이란 게 칫솔처럼 뻔한 거거든. 물론 치매 환자가 뒤지거나 찾을 수 있는 곳에 위험한 물건을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요양보호사들이 정말 힘든 건 맞아요. 맞는데…”
인터뷰 도중 그녀가 가장 자주했던 말은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무척 힘들게 살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씨가 머뭇거리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지금 요양보호사들 인력 풀에 경제활동을 안 하던 사람들이 많이 투입됐거든요.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그 분들이 요구하는 걸 충족시키기엔 아직 복지적인 지원이 허약한 실정입니다.”
요양보호사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얼마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교육적인 서비스와 직업의 로열티를 어떻게 제공해줘야 하는가. 이 민감한 문제 앞에서 현장에 있는 이 씨는 힘들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현재 상황은 과도기라는 것이었다. 요양보호사들로선 과도기임을 인정하고 그걸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복지 지원시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고 무조건 공급 위주로 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얼마 전 시장님이 주최한 정책토론회를 보니까 환자나 요양보호사나 개개인의 욕구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드는 그런 의견들이 있었어요. 때에 따라선 큰 그림으로 가야지 작은 것에 신경 쓰다 보면 큰 그림을 못 그리잖아요? 그런데 큰 건 장기적인 사안이고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건 단기적인 사안들이죠. 그래서 단기적인 사안에 대한 반응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구요.”
이 씨는 시설만 자꾸 늘리는 게 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치매 예방 및 조기 발견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치매 증상은 악화된 후에 발견됩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가 있는 시골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가는 게 현실인데, 가끔씩 가서 봤을 때 부모님이 이상하다고 느낄라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요양보호사 교육의 체계화, 똑바로 해줬으면 합니다
이야기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요양보호사 교육 문제로 옮겨 갔다.
“병원들에서는 간병인으로 대개 조선족을 고용하죠. 인력을 충당하기가 어려우니깐요. 그런데 조선족 출신 간병인들이 우리나라 환자와 제대로 감정 교류가 될까요? 그로 인해 환자 쪽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분명히 있어요. 몸에 대한 케어는 있어도 정신에 대한 케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죠.”
이 씨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간병인과 같이 있으면서 치매 환자들이 겪게 될 스트레스를 보다 나은 요양보호사의 양성으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에게 보수 교육을 계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케어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현재 치매 관련해 제공되는 교육에 있어서 서비스의 질과 더불어 세세한 교육과 관리가 과연 체계화되어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올 7월 치매특별등급제도를 통해 경증 치매노인의 기능악화 방지와 가족의 수발부담 완화를 위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요양보호사들에게 인지자극, 신체활동 등 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요구돼 치매질환에 대한 전문 추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에 대해 양질의 교육뿐만 아니라 관리 제도의 총체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궁금해진 부분이 있었다. 힘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 교육과 서비스의 중요성이 그 어떤 일보다도 큰 일. 그 일을 하면서 이 씨는 자신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는 걸까?
“거창하게 사명감 같은 건 없어요. 그러나 주어진 환경에선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이 씨는 환자를 보면서 ‘내가 이 입장이라면 어떨까. 환자가 나라면. 나는 표현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때 되면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그래도 좀 제대로 된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하면 환자에게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이것은 역지사지, 타인을 대함에 있어 우리가 가장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를 다시한번 강조한 셈이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달 30일 오후 양재동에 위치한 한 빌딩의 입구. 머리가 희끗한 경비 할아버지 진모씨의 손길이 유난히 분주하다. 그는 어디선가 가지고 나온 박스를 펴서 바닥에 깔고 박스테이프로 고정시켰다. 이만하면 입구 바닥이 물로 더럽혀질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잠시 허리를 폈다.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오가며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할아버지의 시선은 바닥에 붙여둔 박스가 잘 고정됐는가에 쏠려 있다. 운영하던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정리하고 경비 일을 시작했다는 그는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 맡은 일은 열심히 한다는 것이 신조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일에 대한 의욕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해 5월 31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세종호텔에서 ‘제3차 인구·고령화 포럼 - 활기찬 노후(Active Ageing)를 위한 사회참여 및 건강정책 과제’를 개최했다. 이날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장년층의 근로 의향이 높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0대의 절반이 넘는 51.5%가 ‘퇴직 후 어느 시점까지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9.5%는 ‘퇴직 후에도 체력이 닿는 한 평생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을 합치면 50대의 91%는 지속적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근로 욕구의 이면에는 미약한 대비책으로 인한 불안정한 노후의 두려움이 깔려 있다. 박 소장에 따르면 50대 이상 장년층의 노후 준비는 취약해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은퇴자 2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문자의 49.5%는 ‘은퇴자금이 부족하다’, 9.1%는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은퇴연구소에서 발표한 ‘수도권 지역 50대 회사원들을 위한 퇴직 후 일자리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퇴직 후 일하고 싶은 원인으로 ‘경제적 이유’(30.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기 위해(21%) △건강에 좋기 때문(18.4%) △나의 능려과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15.6%) △기타(8.2%) △사회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6.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주어진 일자리가 부족하고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퇴연구소 보고서에서 중장년층은 퇴직 후 구직 활동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희망하는 직종의 일자리가 적다’(31.8%)를 꼽았다. 이어 ‘나이 때문에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28.8%), ‘희망하는 임금수준과 맞지 않다’(18.4%)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계층별 욕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일자리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의 주요 정책으로 중장년층의 일자리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3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노인 일자리를 매년 5만개씩, 2017년까지 43만개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현재 중장년 인턴 정책 등 고령층을 위한 지원안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신직업 발굴·육성 추진방안’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신직업 선별 기준으로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직업을 골랐다고 밝혔다.
'99세까지 빵빵하게 취미활동을 하자’를 모토로 건 성남지역 노익장 악단 ‘9900클럽’.
‘9900클럽’은 성남문화재단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단체를 결성하는 ‘사랑방문화클럽’ 중 하나다.
이 클럽은 ‘나눔으로 즐겁고 기뻐하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두 배, 음악으로 기쁨을 나누자’를 슬로건으로 걸고 지난해 8월 결성돼 현재 10명이 활동하고 있다.
금관 악기를 연주하는 최융해 단장(72)을 비롯해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67세. 소싯적부터 음악이 좋아 틈틈이 악기연주를 통해 실력을 쌓은 단원들은 나이가 들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통한 나눔활동에 나서고 있다.
유치원, 복지관, 치매노인을 위한 곳 등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연주하러 다니는 9900클럽의 최 단장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든 갑니다”라며 문화 소외계층의 복지서비스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9900클럽 단원들은 활동을 하면서 힘든 때도 많다. 실버세대이다 보니 공연과 연습을 다닐 때 악기와 장비를 스스로 챙겨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단체로 연습하면서 단원 간 느끼는 즐거움과 화목함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 같은 결과 9900클럽은 지난해 10월12일 사랑방문화클럽축제인 ‘전국문화예술클럽 한마당’무대서 장르별 최우수상과 성남문화재단 이사장(성남시장)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열린 성남시의료원 기공식에 초청받아 추위에 움츠린 참석자들을 훈훈하게 하는 음악을 선사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클럽 회원인 A씨는 “나눔연주를 통해 이맛살이 펴지고 엔돌핀이 생성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모임”이라며 “단원들과 사랑과 소통을 통한 진정한 연주로 실력을 쌓아 지역 곳곳에 아름다운 음악의 향기를 뿌리는데 일조하겠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요즘 9900클럽은 나이를 벗어난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 단장은 “악보를 보고 웬만큼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면 실버세대가 아니라도 환영한다”며 “나이 불문의 폭넓은 연주단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9900클럽은 이달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성남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영화 청춘 시네마’ 식전행사 무대에서 관객과 음악을 통한 향긋한 만남을 이어간다.
경기일보 성남=문민석기자 sugmm@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