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가입기준을 확대하고 수령액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경제1분과 신성환 인수위원은 21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내 집에서 안정적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추가 예산 투입 없이 현행 주택연금의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의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에서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부부 중 1인이 만 5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일반형 주택연금의 경우 가입대상 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로 올릴 계획이다.
현행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 이하'가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부동산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 대상도 현행 '시가 1억5천만 원 미만 주택'에서 '시가 2억 원 미만 주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대형 주택연금은 고령 기초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가입대상 주택 확대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연금 수령액 한도도 늘릴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는 가입 가능한 주택가격 대비 총 연금대출한도(100세까지 수령할 연금 총합계)를 5억 원으로 제한해 연금 수령액을 산정하고 있다. 주택연금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다.
인수위는 총 연금대출한도 5억 원을 상향 조정해 실질적인 연금 수령액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연금 가입 시 주택가격의 1.5% 수준으로 납부하는 초기보증료는 가입 후 3년 내 환급이 가능하도록 기준과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신 위원은 "인수위는 제도개선을 통한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뿐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주택연금 기금 운용을 위하여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에 중장기적인 주택연금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도 함께 요청했다"며 “이번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은 차기 정부가 내놓을 연금 개혁의 보충적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상가주택은 일부는 주택, 일부는 상가로 사용된다. 1층은 상가인데 2층부터는 주택이기 때문에 겸용주택 혹은 꼬마빌딩으로도 부른다. 실거주와 임대수익까지 챙길 수 있어 노후 대비용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참고 및 발췌 책 ‘아파트 살 돈이면, 상가주택에 투자하라’, 책 ‘부동산 절세 오늘부터 1일’
상가주택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라는 매력이 있어 저금리 시대에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 게다가 실제로 거주할 수 있고 상가 임대수익, 양도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은퇴한 시니어에게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곤 한다.
상가주택은 세법에서 상가겸용주택으로 정의하며, 부동산세법상으로는 주택과 상가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계산을 달리한다. 상가주택에서 주택의 면적이 상가의 면적보다 더 넓다면 건축물 전체를 주택으로 봐서 과세하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상가의 면적이 더 크거나 주택과 면적이 같다면, 상가만큼의 면적에 양도세를 적용한다.
이 때문에 상가주택을 직접 짓는 경우에는 주택 면적을 약간이라도 더 키운다. 이미 지어진 건물의 절세를 위해서는 주택으로 볼 수 있는 면적이 더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계단, 옥탑방, 지하 등 숨은 면적을 주택 면적으로 편입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장기 보유한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를 받는 경우와 받지 못하는 경우의 세금 차이가 크므로, 직접 상가주택에 거주할 때는 1주택 비과세 규정을 활용하는 게 좋다.
주의할 점은 고가의 상가주택에 대한 비과세 방법이 1월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9억 원을 초과하는 상가주택을 양도할 때, 주택의 총면적(대지에 들어선 건축물의 바닥 면적을 모두 합한 것)이 상가의 총면적보다 더 크면 전체를 1주택으로 보고 9억 원 이하의 양도차익에는 비과세를 적용했다. 그러나 올해 양도분부터 상가는 무조건 양도세를 내게끔 세법이 개정됐다. 다만 양도가액 9억 원 이하의 상가주택에는 기존 세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1세대 1주택자인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씨가 소유한 상가주택의 주택 면적은 145㎡이고 상가 면적 140㎡다. 보유 및 거주 기간은 12년, 취득가액은 4억 원, 예상 양도가액 16억 원이다. 제도가 바뀐 후 상가주택을 판매할 때 양도세는 얼마일까?
우선 양도가액 9억 원 초과 상가주택이기 때문에 주택 면적만 주택으로 보고, 상가 면적은 상가로 보아 양도세를 계산해야 한다. 이때 주택 면적과 상가 면적으로 구분한 감정가액이 있다면 감정가액으로 안분해 계산하고, 만약 감정가액이 없으면 기준시가로 안분해서 계산한다.
A씨의 전체 상가주택의 양도가액은 16억 원인데, 주택 부분의 양도가액이 9억 원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 부분은 전부 비과세되어 양도세가 없고, 상가 부분의 양도차익은 전부 과세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일반 공제율인 연 2%를 적용받는다. 국세청 홈페이지 ‘세금모의계산줁 기능을 활용하면 보유 중인 상가주택의 양도세를 확인할 수 있다.
[TIP] 돈 될 만한 상가주택 찾는 법
1 자신의 생활 동선 안에서 찾자
상가주택 투자를 위해서는 적어도 서른 번쯤 다녀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미처 생각 못 한 리스크나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남들이 좋다고 평하는 지역이라도 직접 가보기 어려운 곳이라면 좋은 매물을 구하기 어렵거나 잘못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활 반경 내의 상권을 탐색한다면 이런 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 대지는 70평 이상, 알짜는 40평대 매물
상가주택을 짓기에 가장 이상적인 대지 면적은 70평 이상이다. 30평도 안 되는 땅은 3층 이상 건물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상가주택으로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70평짜리 대지 주변에 평당가가 70평짜리의 절반 이하인 30~50평 대지가 간혹 있다. 대개 오래된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 단지에 숨어 있는데, 지나치게 주택가에 파묻히지 않은 매물 위주로 발품을 팔아보자. 이 정도 대지 면적만 확보돼도 충분히 경제성 있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3 교통·인프라와 ‘이것’을 주목하자
앞으로 상권이 발달할 만한 지역을 찾고 있다면, 가족 단위 유동 인구가 많은 시설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은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대단한 랜드마크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상권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출처 책 ‘아파트 살 돈이면, 상가주택에 투자하라’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은퇴자산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후를 대비한 은퇴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되, 주기적으로 금융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
한국은행이 11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코로나 19 위기에 대응해 0%대로 과도하게 낮춘 금리를 되돌리는 조치라는 게 한국은행 설명이다.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 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금리는 돈의 흐름을 이동하게끔 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자본시장에 대한 금리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자산관리나 재테크에서도 금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리는 자금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에서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자금을 빌린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수수료와 같은 개념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과 적금 상품은 자산 관리 상품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주식‧부동산 기대수익률에 비해 낮은 금리 탓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뜻)해서 집을 사거나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공격적인 투자도 많아진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변동성 확대에 따라 리스크도 같이 높아진다. 따라서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도 수익률은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무리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곳에 조금씩 투자하는 것이 좋다. 성장하는 산업이면서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종목을 추천한다.
개별 종목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전략 중 하나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주식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ETF는 다양한 지수와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만큼 비교적 시장 변동성에 덜 민감해, 개별 종목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 ESG 등 일부 테마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는 최근 증시 상황에서는 특정 섹터에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ETF가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시중에서 찾기 힘들었던 연 2%대 고금리 예금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는 이율이 높은 상품을 고르되 만기가 짧은 상품이 좋다고 조언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예·적금 금리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예‧적금 상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이율이 높은데, 기간별 격차가 크지 않아 혜택도 크지 않다. 차라리 가입 기간을 짧게 설정하고 만기가 되면 맡겼던 금액을 되찾아 이율이 더 높은 상품으로 자금을 옮겨 넣는 방식이 금리 인상 혜택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최근 보험 리모델링(갈아타기)이라 불리며 보험을 관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보장을 늘리려는 것이다. 생명보험사의 효자상품이라 불리는 종신보험도 마찬가지다. 종신보험은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고 사망보험금은 상속세 재원으로 쓰인다. 종신보험 이용 시 주의 사항을 살펴보자.
종신보험은 사망보험의 한 종류로 죽을 때까지 사망을 보장하고, 사망 시 보험금을 100% 지급하는 상품이다. 실제로 사망 대비와 더불어 리모델링을 통해서 관리하는 이들이 많았다. KB생명보험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히 종신보험 가입 계기(복수 응답 가능)는 ▲본인 또는 배우자 사망 대비(65.2%) ▲다양한 특약 추가를 통해 건강보험 보완·대체(49%) ▲노후 자금으로 활용(연금 전환 등)(40.5%) ▲보험설계사의 권유(23.2%) 등으로 응답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 등 생명보험은 보장성 상품과 저축성 상품을 같이 다양하게 설계하는 상품이 많아서, 소비자가 가입할 때 상품 비교가 어려운 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환 시 리스크 多
60대 시니어 김보험 씨는 종신보험 때문에 고민이 깊다.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보험설계사는 새로운 종신보험을 권했다. 또 다른 지인은 노후에 용돈으로 쓰라며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천했다. 뉴스를 보니 사망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자녀들이 있지만,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면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위의 경우처럼 보험 관리를 위한 리모델링을 할 때 보험료, 특약, 예정이율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 과거에 판매한 보험 상품은 현재 판매하는 상품보다 예정이율이 높아 보험료가 저렴하다. 예정이율은 예상 수익률인데, 낮을수록 보험료가 비싸다.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종신보험을 새로 가입하면 사업비를 중복 부담하는 것이 된다. 보험료는 연령 증가에 따라 상승하므로 장기간 유지한 보험을 해지한 후 신규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상승한다. 또한 질병 이력이 있으면 원래 보장받던 특약이 새로 가입하는 보험에서는 거절당할 수 있다.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이제껏 쌓아둔 적립금액을 연금처럼 생활비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금 수령액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은 위험보험료 및 사업비가 연금보험보다 높아서 같은 조건의 연금보험에 비해 실제의 연금 수령액이 적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의 상품 설명서에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때 연금보험보다 수령액이 적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계약 체결 시 반드시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금으로 상속 준비
생명보험은 상속을 준비할 수 있는 금융상품 중 하나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재원으로 사망보험금은 상속의 수단인 동시에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고액 자산가는 고가의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사망 후 유족들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사망보험금을 쓰면 유용하다”라고 말했다.
사망보험금은 계약자와 피보험자, 수익자에 따라서 세금이 달라진다. 가령 피보험자와 계약자가 아버지이며, 수익자가 아들인 경우에 아버지가 사망하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 동일한 상황에서 계약자가 어머니로 바뀌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아들이 보험료를 내고 수익자로 설정되면 비과세가 된다. 이 교수는 “명의만 아들을 계약자로 하고 아버지가 대신 보험료를 내면 절세가 아니라 탈세에 해당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알아두면 좋은 보험 용어
예정이율 ▶ 보험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보험 가입 시점과 보험금 지급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 동안의 수익을 예상하여 정한 이익의 비율이다. 예정이율의 증가는 보험료를 감소시키며, 예정이율이 감소하면 보험료는 증가한다.
공시이율 ▶ 보험사 금리연동형 상품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말한다. 예·적금 상품의 경우 가입할 때의 약정이율이 만기까지 확정되지만, 보험 상품은 공시이율에 따라 매달 이율이 바뀌어 환급금이 달라진다. 공시이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만기 환급금이 줄어든다.
최저보증이율 ▶ 시장금리 변동이나 보험회사 자산운용 실적과 별개로 보험 수익자에게 최소한의 이자를 보장하기 위해 상품 개발 시 결정하는 이율이다. 회사의 운용자산이익률과 시중금리가 하락하더라도 회사에서 지급을 보증하는 최저한도의 적용 이율이다.
지난해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드는 동시에 주식 거래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보험 시장에서 변액보험이 뜨고 있다. 이 보험은 투자 효과와 함께 의료 보장과 노후 준비를 위해 시니어에게 필요한 상품이다. 다만 구조가 복잡하기에 가입할 때 꼼꼼한 준비가 필요한데, 지금부터 변액보험 가입 시 유의 사항을 알아보자.
변액보험은 투자 기능을 갖춘 보험이다. 크게 변액종신보험, 변액연금보험, 변액유니버설보험으로 나뉜다. 변액종신보험은 사망과 질병을 대비한 보장성 보험이며, 변액연금보험은 노후 대비용 저축성 보험이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보장성과 저축성 모두 가능하고, 자유로운 입출금 또한 가능하다. 보험의 내용과 목적은 다르지만, 모두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채권 등 펀드에 투자하고 발생한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실적 배당형 보험이다.
지난해부터 변액보험의 주목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보험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2020년 기준 약 3조 원이며, 2019년 대비 70.9% 증가했다. 또한 올해 1분기 변액보험 신계약 건수는 약 12만 건으로, 작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2배 정도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식 시장 활성화로 인해 보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변액보험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목적과 투자 성향을 고려
은퇴를 앞둔 송변액 씨는 노후 대비용으로 5년간 투자한 변액보험을 해지해 자녀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했다. 그동안 수익률이 괜찮아서 목돈을 기대했으나 원금도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알고 보니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비 및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며 중도 해지하면 매우 불리한 상품이었다.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해지하기엔 원금 손실이 두려운 변액보험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변액보험은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펀드에 투자한다.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이며, 위험보험료는 가입자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미리 쌓는 충당금이다. 펀드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원금 회복까지 7~10년이 소요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만기까지 투자했을 때, 펀드와 달리 수익률이 낮아도 원금을 보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변액보험은 원금을 보장한다. 장기 운용이라 수익률의 변동성에 민감하다. 따라서 손실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저보증과 최저이율을 보장한다. 수익률이 떨어져서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보다 적립금이 적다면 납입한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가령 6000만 원을 납입 후 사망했는데, 계약자 적립금이 4000만 원이라면 6000만 원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일부 상품은 최저보증이율(0.75~5.0%)로 적립한 예정 적립금을 보장하여 증시의 등락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변액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은 계약 후 10년 이상 유지하고 5년 이상 납입(월납 150만 원 이하 적립식)하면 이자소득의 비과세가 가능하다. 일반 펀드는 ‘투자’만 가능하지만, 변액보험은 보험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사망이나 질병 같은 위험에 대한 보장성을 가진다.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중도해지 환급금이 낮아 단기 운용에는 일반 펀드가 더 적합하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약 환급률도 77.5%에 불과하기에 가입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가입 전 고객의 연령, 재산 상황, 투자 목적 등을 고려한 적합성 진단을 받아야 하며, 진단 후 개인의 위험 성향에 따라 보험 상품을 설계한다. 일반적으로 주식형 펀드는 투자 위험이 높고, 채권형 펀드는 투자 위험이 낮다.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80세 이상 고령자에게 변액보험 가입을 자제하는 규정을 삭제한 가이드 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노후를 위한 준비도 좋지만, 자신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안전 추구형 투자자라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채권형 펀드를 선택하는 게 낫다”라고 설명했다.
변액보험 수익률 관리법
펀드주치의 각 생명보험사의 콜센터에서 운영 중인 제도다. 변액보험의 경우 가입 후 관리가 미흡해서 수익률이 저조한 사례가 많기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각 회사의 변액보험 전문가와 자산 배분 전략을 상담할 수 있다.
펀드 변경 방치하면 수익이 오르지 않는다. 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맞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펀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펀드 하나에 집중하면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여러 펀드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추가납입 기본보험료의 2배 이내에서 보험료를 더 넣을 수 있는 추가납입제도는 보험료의 약 2% 수준인 계약관리 비용만 부과할 뿐 별도의 사업비를 떼지 않아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월 30만 원을 넣는 보험보다 매달 10만 원을 내는 보험에 20만 원을 추가하는 게 낫다.
은퇴 후 연금부자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났다. 불황과 더불어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퇴직연금으로 목돈을 마련해 풍족한 노후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TDF에 대해 알아보고,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했다.
5년 뒤 은퇴를 앞둔 김연금 씨는 ‘노후거지’가 되는 것이 두렵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살펴보니 약 2%에 불과하고, DC와 IRP는 직접 운용할 수 있지만 엄두가 안 난다. 생업도 바쁜데 일일이 신경 쓰면서 상품 선택과 자산 배분을 결정하여 매수 시기를 정하는 게 쉽지 않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수익률도 보장할 수 없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면서 자동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은 없을까?
김연금 씨에게 지금 필요한 건 바로 TDF(Target Date Fund)다. TDF는 근로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TDF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TDF 수탁고는 약 5조 원을 기록했으며, 2019년과 비교해 56.8% 증가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투자 역량이 부족해서 ETF 펀드는 망설여지고, 저금리로 인해 퇴직연금을 예·적금에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편하고 수익률 괜찮은 TDF를 선택한다”라고 말했다.
TDF 열풍의 원인 중 하나는 연금의 ‘머니무브’ 때문이다. 원리금 보장형에서 TDF처럼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으로 옮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실적배당형(10.67%)은 원리금 보장형(1.68%)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았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합친 사적연금의 펀드 순자산총액(NAV)도 2015년에 약 17조 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약 35조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적배당형 상품도 매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자동 리밸런싱으로 하는 장기 투자
그렇다면 TDF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걸까? TDF는 가입자의 근로 가능 기간을 고려해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지정하며, 해당 시점까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쫛쫛TDF 2045’란 상품은 2045년에 은퇴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다. 성장주와 같이 기대수익률은 높지만 리스크가 있는 자산은 초기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비중이 줄어든다. 반대로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은 은퇴 임박 시점이 될수록 비중이 커진다.
TDF의 장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글로벌 자산 분배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TDF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으로 이미 배분되어 있지만, 여기에 추가하여 해외에도 자산을 배분한다. 해외 자산은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분류해 폭넓게 투자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자산 배분을 하면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동 리밸런싱과 안정적인 수익률도 가능하다. 투자자가 다른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펀드가 자체적으로 채권과 주식 비중을 조정하여 가입자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또한 목표 시점에 따른 수익률 편차가 적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과 하나금융투자가 한국형 TDF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목표 시점과 상관없이 대체로 9~11%의 수익률을 유지했다.
안정적인 운용은 장점이지만 무조건 ‘수익률’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상승과 하락을 넘나드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만기 시점 이후 일시금으로 쓸 것인지, 연금처럼 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김 상무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서 단기간의 높은 수익률만 보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며 “같은 목표 시점의 상품을 비교하면서 주식 상승장과 하락장에서의 투자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가령 상승장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하락장에서는 그만큼 리스크를 얻을 수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서 선택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와 개인형 퇴직연금(IRP)는 투자를 통해 퇴직금을 불려 부족한 은퇴자금을 보완하도록 돕는 제도다. 그런데 퇴직연금으로 큰 수익을 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을 내서 소중한 연금을 깎아 먹는 이들도 있다.
이에 따라 연금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새로운 빈부 격차를 초래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DC형과 IRP 가입자 14만 명의 1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수익률 상위 5%의 평균 수익률은 38.6%였다. 반면 하위 5%는 0.7% 마이너스를 기록해 원금까지 손실했다. 운용방식 차이로 단 1년 만에 40%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 같은 격차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 차이에서 비롯됐다. 수익률 상위 5%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주식형 펀드 비중을 73%까지 늘렸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는 27%만 분배했다. 수익률 하위 5% 투자자들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69.7%를 투자했고, 실적배당형 상품에는 30.3%만 투자했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1%가 채 되지 않는 예금 같은 상품으로는 노후보장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널뛰기한 탓일까. 그렇지도 않다.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장기 수익률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의 5년 수익률은 각각 1.64%, 3.77%였다.
증시 활황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몰려있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가 실적배당형 상품에도 분산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성격상 장기투자를 하는데, 그러면 손실 가능성은 줄어드는 대신 수익에 대한 복리효과가 발생해 연금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DC형과 IRP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10년간 퇴직연금을 운용했을 때 주요 증권사 대부분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보다 1%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DC형보다 IRP에서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컸다.
퇴직연금은 은퇴해서 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투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라고 볼 수 있다. 장기투자의 복리효과를 생각했을 때 수익률 1% 차이는 퇴직연금 총액에 큰 차이를 불러온다. 예를 들어 월 20만 원씩 20년 동안 납입해 4% 수익률을 내면 7400만 원이 되는데, 수익률이 5%이면 8300만 원이 된다. 수익률 1% 차이가 총액의 10%가 넘는 900만 원 차이를 만들어낸다.
물론 실적배당형 상품이 꾸준히 수익을 낸 것만은 아니다. 주식시장 부침에 따라 중간중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20~30년간 운용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성적표는 장기 수익률로 비교해야 한다. 일시적인 마이너스는 다른 기간의 수익으로 상쇄할 수 있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는 ‘2021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 및 분석’ 보고서에서 “연금 상품에 대한 이해를 넓혀 효과적으로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장기투자 자산인 연금의 특성을 감안한 운용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며 “적립식 투자의 효과, 장기 분산투자의 리스크 감소 효과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화,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는 지극히 논리적인 선택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퇴직연금을 예금형 상품에 방치할 게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결국 허무하게 진다. 꽃이 그렇고, 풀이 그렇고, 인생 역시 그렇다. 살면 살수록 고난도 첩첩 쌓인다. 그러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했다. 살 만큼 살고서도 요상하게 삶에 대한 애착은 더 강해진다. 저녁 바다로 꼴깍 넘어가기 직전의 태양이 드리우는 붉은 노을은 왜 그리 아름다운가. 황홀한 놀빛을 잡아두고 싶듯이, 나이 들수록 손아귀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어떻게든 움켜쥐고 싶어진다. 그러나 무슨 수로 뺑소니치는 시간을 잡아두랴. 이제 막 60대에 접어든 신동복·김중길 부부는 삶의 방법을 바꾸는 것으로 시간의 속도전에 대응하기로 했다. 귀농을 통해 유한한 시간을 진정 요긴하게 쓰기로 했다.
귀농을 먼저 제안한 건 아내 신동복 씨였다. 회사 퇴직 이후의 삶을 고려한 남편은 군소리 없이 찬동했다. 이 부부는 3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해오며 지쳐 나동그라지는 아우성 한 번 내지른 일 없이 좋은 금슬을 유지했다고 한다. 외출할 때면 늘 손잡고 돌아다니는 버릇을 고수해왔다는 게 아닌가. 미리 말하자면 이 닭살 부부는 슬로 슬로 퀵퀵, 스텝 한 번 꼬이는 법 없는 춤으로 시골이라는 무도장을 능란하게 누볐다. 돈독한 부부애가 귀농 생활의 이상적인 행보를 가능케 한 힘이었던 것 같다.
귀농을 위해 부부는 사전에 현실성 있는 의견을 자주 나누었다. 예상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리 충분히 숙고했다. 어디로 갈까,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야 재미를 볼까, 작목은 뭐로 할까, 자주 들었던 시골 텃세엔 어떻게 대처할까, 이모저모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었던 모양이다. 구미에 맞는 귀농지를 찾아내기 위해 자그마치 5년간 전국의 땅을 보러 돌아다녔다고 하니 신중에 신중을 기한 셈이다. 그리고 마침내 전북 고창군 상하면을 귀농지이자 인생의 종착지로 선택했다. 이 지역의 무엇에 필이 꽂혔을까. 아내 신동복 씨의 얘긴 이렇다.
“산과 들, 바다가 있는 게 고창이다. 해산물을 비롯해 갖가지 먹거리가 풍부하게 나오는 곳이라는 게 우선 좋았다. 게다가 복분자, 고구마, 수박 등 특산물이 많은 점에서 알 수 있듯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귀농에 유리한 지역이라 본 거다.”
군청 소재지와 가깝고, 야트막한 산자락 곁이라 아늑하고, 썩 좋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어떤 경로로 터를 구입했나? 자칫 바가지 쓰기 쉬운 게 시골 땅인데.
“정말 유념할 게 시골 토지의 구입 요령이다. 부동산 업소에 나온 가격과 일반적인 실질가격, 그리고 마을 내부의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었던 우리는 일단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매물을 소개받았으나 흥정은 땅 주인을 만나 직접 했다. 덕분에 좋은 가격에 인수했지.”
터의 넓이는 6500평. 평당 가격은 약 3만 원. 너른 땅을 매력적인 가격에 산 셈이다.
“남편의 은퇴에 대비해 사실 많은 궁리를 했다. 식당을 할까, 원룸 임대업을 할까, 이런저런 모색을 하다 귀농을 결심했지. 시골 생활이 부부의 적성에 맞고, 좋은 삶에 가장 가까운 거라 생각해서였다. 시골 땅은 사두면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진 않는다는 주변의 얘기도 참고했다.”
농장의 모습이 훤칠하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청결한 경관이 인상적이다.
“다들 감탄하더라.(웃음) 굉장히 깨끗하고 좋다는 거다. 애초 이곳은 황무지 비슷한 곳이었다. 버려둔 다랑이 논밭으로 잡풀과 넝쿨이 뒤엉켜 보잘것없었거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땅이었다 하더라. 그런데 우리 부부 눈엔 좋아 보였다. 적당한 경사각도 오히려 마음에 들었지. 정원 같은 농장을 만들기에 적격이라 본 거다.”
정원 같은 농장? 그게 뭔가?
“다들 알겠지만 농업이란 어렵기 그지없는 직업이다. 농사에 전적으로 생계를 걸고 시골에 내려오는 건 무모한 도전일 수 있는 거다. 우리는 과욕 없이 적정 규모의 농사를 짓고, 도시에서 모아둔 약간의 노후자금과 연금을 아껴 쓰며 소박한 생활을 즐기는 귀농 생활을 하기로 작정했던 거지. 가급적 많은 나무와 화초를 가꿔 부부가 꿈꾸었던 정원을 만들고, 농사는 가장 똘똘한 작목을 선정해 크지 않은 규모의 소득을 올리는 선에서 만족하자는 거! 이게 밑그림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별 차질 없이 계획대로 추진해왔다.”
유실수만 심은 이유
실현 가능한 노후의 이상향을 설정한 뒤 귀농했다는 얘기다. 차근차근 돌탑을 쌓아올리듯, 과속 없는 인내와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닥부터 충실하게 다져나갔다. 터를 구입한 뒤 처음 한 일은 집 장만이었다. 원래 있었던 허름한 고가를 고쳐 아담하고 반듯한 거처를 마련했다. 그게 4년 전의 일. 그리고 일단 아내 먼저 그 집에 입주해 귀농 생활에 시동을 걸었다. 남편은 직장이 있는 청주시에 머물며 주말마다 내려와 일을 거들었다. 다시 말해 아내 신동복 씨가 귀농 항해의 선장 역할을 도맡은 셈이다. 파랑이 잦았을 게다. 여자 혼자 후미진 시골 산자락에 살며 너른 농토를 꾸려나간다는 거. 거의 천하장사에 맞먹을 힘과 깡이 아니고선 당해내기 어려운 일이지 않겠는가.
“내가 보기보다 깐깐하고 야무진 여자다.(웃음) 비 오는 밤엔 긴장이 좀 됐지만 마당에 개를 키워 경비병으로 삼았다. 그런데 혼자서도 하루하루가 좋았다. 나무나 화초를 심고 가꾸는 거, 그게 너무도 즐거웠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밖에 나가 일할 수 있는 아침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게 되더라고. 한해 두해 서서히 모양새가 잡혀가는 걸 지켜보며 느끼는 보람도 컸다.”
나무는 주로 어떤 수종을 심었지?
“20여 종의 나무를 심었다. 집을 짓고 입주하기 전, 즉 땅을 구입한 직후부터 틈틈이 드나들며 지속적으로 묘목을 사다 열심히 심었다. 수종은 면밀히 고려해 선정했다. 모든 나무가 다 유실수다.”
유실수만 심은 이유는?
“약을 치지 않은 신선 과일을 생산해 식구들에게 먹이고 싶었다. 그러고도 남는 과일은 이웃과 나누기로 했다. 유실수가 소소하나마 수익을 가져다줄 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남편의 은퇴 이후엔 퇴직금과 국민연금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데, 가급적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급자족을 하는 게 옳다고 봤다. 또 우리가 먹고 남은 과일은 시장에 내다 팔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미리미리 유실수를 심어둔 거다.”
그녀의 농장 들머리엔 살구나무와 대추나무가 가로수처럼 즐비하다. 어느덧 성목으로 자라 가을이면 탐스런 열매가 달린단다. 체리나무, 포도, 앵두나무, 사과나무 등 갖가지 유실수들도 곳곳에서 잘 자라고 있다. 꽃은 또 어떻고? 장미며 철쭉, 해당화 등이 5월의 햇살을 받으며 기름진 잎으로 빛을 발한다. 비닐하우스 하나에는 다육식물이 빼곡하다. 식물을 애호하는 도저한 습벽을 알 만하다.
시골의 불문율을 존중하기
그렇다면 농사는? 꽃나무에만 취해 살기로 한 귀농이 아니었으니 농사에는 더 많은 땀을 쏟았다. 그녀는 첫 작물로 아로니아를 재배했다. 그러나 점점 가속되는 가격 하락 추세를 주시한 군청의 권고로 한 해 농사를 끝으로 접어야 했다. 이어 복분자로 전환했으나 2년 차에 동해를 입어 이 역시 가차 없이 뽑아냈다. 그래도 두 작물에서 용케 약간의 흑자를 냈다 하니 초심자의 농사치고는 놀라운 실적을 거둔 셈이었다. 이즈음 남편이 마침내 퇴직을 하고 시골살이에 합류했다. 부부는 이제 한결 안정적인 작목을 선택하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고창군은 귀농의 적지로 손색없다. 이를테면 복분자 농사를 하겠다고 하면 군에서 전문가를 보내 상세한 지도를 해주는 식으로 지원해주더라. 우리는 고창군귀농귀촌협의회를 통해 유능한 멘토를 만났다. 블루베리 농사로 농장을 성장시킨 분인데, 우리에게도 블루베리를 권했다. 블루베리에 환한 그의 상세한 가르침을 받고 바로 따르기로 했다. 승산이 높다고 판단했지. 올봄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묘목을 식재했다.”
블루베리 역시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이지 않나?
“가격 추이와 무관하게 흑자를 낼 수 있는 규모와 시설을 구축했다. 비닐하우스 6동에 면적은 850평인데, 이 정도면 부부 둘이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이상적인 규모다. 생산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지. 게다가 완전 자동으로 돌아가는 스마트 팜 시스템을 도입한 농장이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가령 가온(加溫)을 해 조기 출하를 할 경우엔 고수익도 가능하다.”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발생해 큰 손실을 보기도 하는 게 농사인데?
“블루베리에 풍부한 경험을 쌓은 멘토의 조력을 받으며 충실하게 농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승산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생산 물량 전부를 매입하겠다는 유통업자와 계약까지 완료했다.”
고행처럼 뜻밖의 애환이 많아 낙심하기 쉬운 게 귀농 생활이다. 누가 귀농을 하겠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뜯어말리고 싶다는 귀농인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그녀는 끄떡없다. 지금까지 눈부신 흑자를 기록한 건 없지만 이렇다 할 실패나 대단한 시행착오도 없었으며, 그 순탄한 여정에 비추어 블루베리 농사도 뜻대로 굴러갈 거라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물론 그간 허리가 휘어질 노동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지경으로 막대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삐끗 추락하면 끝이라는 각오로 ‘악착스럽게’ 일에 매달렸다는 거다. 이처럼 맹렬하고 부지런한 태도는 남편 역시 마찬가지. 공감과 교감으로 훈훈하게 소통하는 부부애 역시 전진의 견인차다. 찰떡궁합으로 갖가지 고초를 넘어선다.
그런데 그녀가 귀농을 해서 가장 잘한 일이라 내세우는 게 하나 있다. 마을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이다.
“내가 원래 멋 부려 차려입고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여자다.(웃음) 이곳에 와서도 처음엔 도시에서처럼 멋 좀 내고 다녔지. 그러자 마을 어르신들이 뭘 여쭤도 대꾸조차 않더라. ‘차림새를 보아하니 마을과 어울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아차! 나를 싸가지 없는 여자로 보는구나!(웃음) 그런 생각을 하며 옷 취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한 처신으로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대목이다. 귀농을 하면 무조건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기적이고 무딘 처신으로 결국은 쫓겨나다시피 도시로 돌아가는 케이스가 드물지 않더라. 물론 큰 마을의 경우 삐딱한 사람 하나쯤은 있어 애먼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 땅의 경계를 확실히 하겠다며 토지 측량부터 하다간 외톨이로 고립되기 십상이다. 시골에 가선 시골의 불문율을 존중해야 하는 거다. 어려울 것 없다. 인사 잘하기, 가끔 식사 대접하기, 이웃 농사일 거들어주기, 농산물 나눠 먹기 정도를 진심으로 하다 보면 가족처럼 금방 가까워지는 게 시골이거든. 나는 현재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다. ‘저 집은 복 많은 집이야, 복 받은 집이야!’ 그런 칭찬도 다반사로 듣는다.”
농사면 농사, 처신이면 처신, 뭐 하나 방심 없이 최선을 다했나 보다. 게다가 노니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 일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했다. 꽃과 나무를 무수히 가꾸고, 연못을 파 연꽃을 기르며, 못에 넣은 치어들이 살찔 즈음엔 심심파적으로 낚시를 즐긴다. 이쯤이면 낙원이라 해야 하나?
신동복 씨가 주는 귀농 팁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자. 준비되지 않은 귀농은 반드시 실패한다.
•귀농지를 선정할 때 자연환경, 농업 환경은 물론 마을의 인심이나 풍토도 파악하고 결정하자.
•내 농사를 짓기 전에 남의 농장에서 기술과 경험을 쌓는 수련기를 갖자.
•농사로 큰돈을 벌기는 어렵다. 형편과 실력에 맞는 적정 규모를 미리 책정하라.
•지자체가 운영하는 귀농정책의 내용을 면밀히 따져 귀농지를 결정하자.
•마을 원주민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라. 이는 가장 중요한 필수 수칙이다.
일 년 중 두 농작물을 한 농장에서 재배하는 농법을 2모작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여름에 벼를 재배해 가을에 수확하고, 그 자리에 보리를 봄까지 재배하는 것이다. 기후가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는 3모작도 가능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은퇴를 기점으로 새로운 인생 농사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 구자삼(72) 전 수원과학대 교수는 증권업계에서 첫 인생 농사를 짓고, 퇴직 후 대학교수로 2모작을 했다. 한데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해외에 자문관으로 파견되어 3모작을 했고, 이제는 4모작을 거두려 한다.
구자삼 전 교수는 현역 시절 증권업에 종사했다. 대우증권에서 런던 현지법인 사장, 국제본부장을 역임했고, 투자신탁회사 대표로도 일했다. 55세에는 증권계에서 은퇴하고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학위를 취득한 뒤 수원과학대 교수가 되었다. 65세에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후에는 코이카(KOIKA), 나이파(NIPA)의 해외 중장기 자문단으로 미얀마, 몽골에 파견되어 개발도상국 정책 자문을 했다.
“미얀마 사가잉협동대학에 파견되었을 때가 66세, 몽골 금융감독원에 파견되었을 때가 69세였어요. 은퇴해도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져 감사했지요. 미얀마에서 열정적인 현지 교수들을 보면서 1970년대 힘들고 어렵던 시절의 나를 보는 듯했어요. 그래서 더욱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더라고요.”
이 나라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니 애정이 커졌다. 자신이 주재하는 세미나를 통해 한 나라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뿌듯하고 보람이 컸다. 그는 이를 통해 깨달았다. 은퇴 후에는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줄 때 기쁨이 더 큰 듯하다고. 이렇게 3모작을 마친 그는 새로운 일을 계획하며 인생 4모작을 시작했다.
은퇴자 맞춤형 자산 운용 방안의 필요성을 느끼다
“은퇴한 60~70대의 자산 운용 방안에 관해 책을 써볼까 생각 중이에요. 저와 은퇴자들의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요.”
그는 ‘개인 재무설계의 이해’, ‘100세 시대의 재무설계와 자산관리’라는 책을 공저했다. 대학 교재용 이론서였다. 이 책들을 쓰면서 은퇴와 삶에 관해 깊이 생각했다. 일반인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풀어 쓴, 은퇴자의 자산 운용에 도움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은퇴 후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려면 경제적 자유가 밑바탕이 되어야 해요. 금리가 1% 내외인 상황에서 자산 운용에 걱정이 많은 분들, 실제로 증권 투자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더라고요. 요즘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도 활성화되어 있고요. 경험이 적은 은퇴자들이 위험 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익과 리스크 요인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안전하거든요. 책을 써서 이들을 위한 자산 운용 방안을 안내해보려 해요.”
그는 은퇴자의 투자는 현직자의 투자와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금융에는 ‘리스크 앤드 리워드’(Risk and Reward)라는 말이 있다. 리스크를 많이 감수할수록 이익이 커진다는 의미다. 은퇴자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은퇴자는 손해를 크게 보면 안 돼요. 그건 곧 많이 벌 수도 없다는 뜻이에요. 투자 규모는 전체 자산에서 10~20%가 적당하다고 봐요. 위험 없이 얻는 수익은 적어요. 조금 벌어도 돼요. 손해를 보더라도 미미하게, 이익은 적더라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해요.”
최근 주식 시장에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서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식 투자에 나선다. 그는 이 현상을 보면서도 은퇴자를 위한 올바른 투자 정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 경제 급성장기에서 최근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주식 사이클이 변화하면서 늘 부의 재편이 있었어요. 이것은 돈의 흐름의 결과예요. 주식은 위험 자산이에요. 이를 다룰 줄 아는 나름의 전문 지식과 사이클 이해가 필요하지요. 투자 열풍이 어떤 사람에게는 부를 쌓을 좋은 기회지만, 어떤 사람은 그냥 투기라고 생각해 기회를 놓치지요. 잘못하면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것도 현실이에요. 최근의 주식 열풍은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발생할 기회이자 트렌드일 뿐입니다. 투자 경험과 통찰력만이 해답을 줄 거예요. 이를 이해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은퇴자들에게 보탬이 될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당신을 찾는 이들이 있다
그는 은퇴가 인생의 가을이라고 했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겪는 변화지만, 은퇴에 다소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닥치면 당황하기 일쑤. 그는 은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퇴 후의 삶을 소풍이라 여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즐겁게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길 권했다.
“은퇴 후의 삶을 품격 있게 이어나가려면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해요. 세상일에 계속 관심을 갖고, 변화를 읽고, 그에 대응하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해요. 눈을 감아버리면 다가올 미래가 보이지 않고, 행동할 수 없어요. ‘잘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가 깨어 있기 위해 실천하는 일이 주식 투자다. 세상 물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식 가격은 세상의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형성되고,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등락이 결정돼요. 나이가 들수록 정보 교환이나 세상 돌아가는 일을 체감하기 어려운데, 주식 투자가 뉴스를 빨리 이해하고 세상사를 읽는 데 도움이 돼요.”
은퇴 후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권했다.
“은퇴자가 하려는 분야는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기 마련이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관점을 바꾸면 기회가 있다는 게 제 믿음이에요. 국내가 아니라 개발도상국 같은 해외에서 찾으면 쉬워요. 그들은 우리나라가 1990년대 중후반에 하던 일을 지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뭘 하면 돈을 벌지 딱 보여요. 옛날에 다 한 거니까요. 그러니 쉽게 일거리를 찾고 적응할 수 있지요. 또는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지 않고, 봉사 차원에서 전문적인 일을 해주면 환영받을 거예요. 상대방이 내 일에 만족하면 그다음 기회가 와요. 현재에는 없는 직업이나 분야를 새로 만드는, 이른바 ‘창직’을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 역시 은퇴 전후 달라진 점을 일의 목적과 보상 측면에서 꼽았다. 국제 부문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는 점은 같다. 다만 증권업계에 종사할 때는 주로 선진국에서 더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경쟁하며 일했지만, 은퇴 후에는 보수나 수익은 접어두고 개발도상국에서 봉사 차원으로 일했다.
그는 은퇴자들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꼭 하고 싶고 열정이 있는 일을 한두 가지만 찾아보길 권했다. 그걸 정하고 준비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도전하라는 격려도 전했다.
“보통 1~2년은 새 길을 찾으려고 열심히 해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발견하지 못하면 대개는 포기하더라고요. 계속 찾으면 기회가 온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러니 포기하지 마세요.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으면서 자꾸 기회를 찾아보세요.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어딘가에는 열심히 일한 당신을 기다리는 곳이 있어요.”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빈곤을 벗어나 이만큼 살아온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누군가를 도울 차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계획하는 4모작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하려 한다.
“은퇴 후 제 삶이 도전의 연속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저 나를 도와준 손길에 보답하기 위해서 한 거예요.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봉사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열과 성을 다해 할 생각입니다.”
한때 ‘대우맨’이었던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말을 몸소 실천하며 산다. 국내에서,해외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하려고 늘 준비하고, 기회를 찾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면 주저 없이 찾아갔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찾으면 기회가 있다”는 그의 말에 신뢰가 갔다.
그는 해외에서 한 번쯤 더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고.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해외 활동이 중지된 상황. 언제 다시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난날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가득했고, 눈빛은 반짝였다. 여느 청년보다 더 젊고 생기 있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자, 멈추지 않는 자, 기회를 찾고 취하는 자,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자의 모습이었다.
국내 리츠 시장규모는 2002년 5584억 원을 시작으로 2013년 10조 원 돌파, 2016년 25조 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12월 기준 247개 리츠가 인가되어 운용중으로 자산규모 48.7조 원을 달성하며 금융자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저성장·저금리 국면을 맞아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통합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며 부동산 유동화 및 증권화 방편으로 리츠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부동산 간접투자라는 리츠의 매력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도 적지 않을 터. 투자 방법 및 장단점 등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자료 출처 및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김진웅 부소장ㆍ보험계리사)
원하는 물건을 여러 사람이 함께 좋은 가격으로 사는 '공동구매'가 유행이다. 이러한 공동구매 형식의 부동산 금융상품이 '리츠'다. 리츠(REITs)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부동산 투자 신탁’이라는 의미인데 일종의 부동산 투자회사라 생각면 된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 후 발생하는 임대수입, 매각차익, 개발수익 등을 배당해준다. 통상 배당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 배당하기에 직접 부동산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투자성과를 가져다준다. 오히려 큰 자금이 필요한 중대형 빌딩이나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면서도 소액투자로 접근이 쉽게 만드는 ‘부동산 공동구매’라고 할 수 있다.
공실리스크는 낮게, 배당수익 추구
리츠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배당수익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 투자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공실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과정에서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 리츠의 경우 실질적으로 공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로 구성되고, 배당 가능한 이익에 대해서는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 공실 리스크를 낮게 가져가면서 배당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2019년 국내 리츠 연평균 배당수익률은 9.4%에 달한다. 동일 기간 시중은행 수신금리(연 1.75%)의 5.4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전문적인 자산관리회사가 우량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점도 부동산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요소다.
소액으로 하는 우량 부동산 투자
부동산 직접 투자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목돈이 필요하다. 개인의 경우 대출을 받더라도 대부분 오피스텔, 소형 상가가 대상이지, 도심지나 대로변 등 입지가 좋아 거액 자본이 필요한 대형 빌딩에 투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일반 투자자도 소액으로 우량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는 1주당 5000원 안팎. 리츠는 커피 한 잔 값으로 백화점이나 호텔, 빌딩 일부를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투자금이 있다 하더라도 부동산 직접투자는 단일 부동산에 투자하여 투자위험을 분산하기 어렵다. 그런데 리츠를 활용하면 다양한 우량 부동산들에 나누어 투자하게 되므로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식처럼 원하는 시점에 간편 매매 가능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주 목적은 임대수익 발생이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투자한 부동산을 처분(매도)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 보통은 매매 당사자 간 가격에 맞는 적합한 거래 상대방이 나타날 때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대형상가나 건물과 같이 규모가 큰 부동산이라면 거래 상대방을 찾기가 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시간이 급하여 거래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등 금전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부동산 직접투자가 가지는 유동성 측면의 단점에서 리츠는 비교적 자유롭다. 상장된 리츠의 경우 주식처럼 원하는 시점에 쉽고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다. 또 유동성이 좋고, 필요한 만큼 분할 매도 가능해 환금성이 있다.
개인이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
과거 리츠는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형태 위주로 운영되어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공모리츠 활성화 정책에 따라 새로운 상장 리츠들이 등장,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관심이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개인이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에 직접투자하는 방법이다.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쉬운 리츠다. 다만 우리나라 상장 리츠 시장은 해외와 비교했을 때 아직 초기 단계다. 2020년 9월 말 기준 국내에는 12개 리츠가 상장돼 있다. 하지만 시가총액 및 일일 거래량이 너무 적은 리츠도 있고, 최근 배당수익이 없는 경우도 있어 선별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리츠재간접펀드나 ETF를 통한 간접 투자하기
다음 해외리츠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해외에는 여러 가지 상장 리츠가 있어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은 글로벌 리츠 시장의 66%를 차지하는 가장 큰 규모이고, 싱가포르는 주식시장에서의 상장리츠 비중이 20.9%에 이를 만큼 대중화되어 있다. 헬스케어 시설이나 데이터센터, 통신 인프라 등 성장성 높은 산업의 리츠에 투자할 수도 있다. 다만 각국의 통화로 투자하기 때문에 환율 위험이나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매매차익 연 250만 원 공제 후 22%) 등 고려할 요소가 좀 더 있다. 글로벌 리츠는 국가, 기초자산에 따라 상품 종류가 다양한 반면 투자대상의 선택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가장 추천할 만한 방법은 리츠재간접펀드나 ETF를 통한 간접 투자 방법이다. 부동산 투자전문가가 전세계 다양한 리츠에 분산투자함에 따라 위험관리에 좋기 때문이다.
해외리츠 투자시 환율 리스크 고려해야
리츠는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일종의 금융투자상품이기에 그에 상응하는 투자위험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발생하면 리츠도 영향을 받는다. 가령 경기침체로 보유한 부동산 임대율이 하락하면 투자한 리츠의 배당수익이 줄고, 부동산의 시장가치가 떨어지면 리츠의 시장가격도 떨어진다. 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채권과 비슷하게 리츠투자의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해외리츠 투자 시 환율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리츠 투자하기에 앞서 최근 부동산 시황은 물론 투자하는 부동산의 입지나 성장 가능성, 임대율 등을 분석해야 한다. 노후 생활을 위한 현금흐름이 목적이라면 일시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리츠보다는 꾸준히 안정된 배당을 줄 수 있는 리츠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