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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스텔, 탈아파트 시대 대안 될까?
-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의 인기 상승세가 매섭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비아파트 매물의 인기가 상승하고, 투자자들부터 내집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까지 한꺼번에 오피스텔로 몰린 탓이다.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오피스텔의 투자 전망과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참조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리얼투데이 수익형 부동산 중 대표 격인 오피스텔이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 1398대1이라는 어마어마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오피스텔은 청약 접수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거래 건수와 가격 상승률 지표를 살펴봐도 오피스텔의 황금기가 도드라진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3년간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거래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오피스텔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년간 1만 9293건이 거래됐는데, 이는 3년 전보다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매매 가격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3%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1.14%→1.21%)과 서울(0.74%→1.04%)은 모두 상승폭이 커졌고, 지방(0.34%→0.33%)은 상승폭이 소폭 줄어들었다. 탈아파트·비규제가 부른 오피스텔 붐 오피스텔이 주목받게 된 데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아파트 대비 저평가 인식이 있는 중대형 규모나, 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 소재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되며 전분기 대비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로 매매 수요가 몰리며 가격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오피스텔은 금액대 자체가 낮기 때문에 자금력이 약하거나 노후 대비용으로 꾸준한 임대수익을 찾는 이들에게 알맞다. 2030 직장인이나 나홀로가구의 수요가 꾸준해 저렴한 투자금으로 월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출이나 세금, 청약에서도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오피스텔 청약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당첨 후 계약을 하지 않아도 패널티가 없다. 게다가 규제지역 내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전매제한에 걸리지 않아 당첨 직후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 실패할 확률이 낮은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오피스텔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오피스텔 공급이 이어질 예정인 데다,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의 급등으로 수도권 주거용 오피스텔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피스텔 용도 따라 달라지는 세금 주의 오피스텔은 세법상 주거용과 업무용 중 무엇으로 간주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됐거나, 세입자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을 경우, 또는 임대차 계약에 확정일자를 받은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한다. 취득세 산정 시 오피스텔은 건축물 대장상의 용도에 따라 기본적으로 업무용으로 판단되는데, 이때 일반세율 4.6%를 적용한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비주거용으로 취득세가 매겨지고 이는 중과되지 않는다. 반면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돼 주택 수 산정 시 1가구 2주택이 된다. 양도세를 계산할 때는 실제 사용 용도에 따라 판단하는데, 주거용 오피스텔일 경우 2주택자로 인정돼 양도세가 중과될 수 있다. 재산세의 경우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돼 재산세가 과세된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주거용 보다 재산세가 더 높게 책정된다. 업무용 오피스텔은 건물과 토지에 관한 재산세가 따로 과세되나 주거용은 주택분에 한해서 과세된다. [TIP] 임대수익 위한 오피스텔 투자 방법 1 입주 시기에 매입하자 임대수익을 위한 투자용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할 때와 달리 로열동, 로열층을 빨리 선점할 필요가 없다. 또한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건설사가 부도 난다면 계약자의 재산을 보호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분양 초기에 서두르기보다는 입주 시기까지 기다렸다가 매입하는 것이 좋다. 2 거품 빠진 매물을 주목하자 입주한 뒤 시간이 지나 시세나 월세에서 거품이 빠진 오피스텔을 선택하자. 아파트와 달리 수요에 비해 물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오피스텔은 입주 시점이 되어도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높지 않다. 준공 후 미분양된 오피스텔이나 분양가보다 낮은 매물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3 면적대별 주거 시설을 비교하라 오피스텔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비규제 혜택에 끌려 매입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비규제가 오피스텔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같은 전용면적임에도 실내 사용면적이 좁아,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비싼 경우도 많다. 면적대가 같은 주변 주거 시설과 꼼꼼히 비교해야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 2022-04-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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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들 "체험담 나누자"… 간호시설 입주 정보 공유 늘어
- 초고령사회의 길을 걷고있는 일본에서는 최근 노후를 보낼만한 개호시설(요양 혹은 간호시설)에 대한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의 단카이세대(1차 베이비붐세대)가 고령자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2차 베이비붐세대가 65세 이상이 되는 2040년에는 일본의 고령자 비율이 35.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노후를 보낼 시설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에는 꽤 다양한 형태의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형태도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개호 캘린더’(介護カレンダー)에서는 시설에 입주한 고령자의 자녀나 손주가 남긴 개호시설에 대한 체험담을 볼 수 있다. 고령자용 개호시설을 알아보게 된 방법, 입주한 시설의 특징, 장단점, 비용, 고민이나 궁금했던 점 등을 공유한다. 개호 캘린더를 운영하는 기업 ‘베이비 캘린더’는 “100명의 가족이 있다면 간호의 형태도 100가지가 있다”며 “체험담 공유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형태의 가족은 어떤 개호시설을 선택했는지 알고, 자신의 개호 시설을 찾아갈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 집처럼 혼자 생활이 가능하도록 70대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신체의 오른쪽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자녀인 A씨는 시설 입주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년 간 시설 자료를 찾고, 그 중 관심 있는 10군데의 시설을 방문했다. 그는 개호 보험은 적용되지 않지만, 혼자 생활이 가능한 ‘주택형 유료 노인홈’을 선택했다. 배리어프리 설계로 화장실 이용도 어머니 혼자 할 수 있었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긴급버튼을 누르면 시설 직원이 달려와 주니 안심이다. # 치매 우려가 있는 할머니를 위한 선택 80대의 할머니가 치매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주 B씨와 가족들은 고민 끝에 1억 엔의 선불금을 내고 ‘고급 노인홈’ 입주를 결정했다. 햇볕이 잘 들고 시설이 쾌적하며 호텔과 같은 식사가 나온다. 나이가 있는 할머니의 안전이 늘 걱정이었는데, 간호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다. 비용이 정말 많은 부담이 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할머니를 편하게 모시고 싶다는 가족들의 의견을 모았다. # 간호 시설이 있는 아파트 80대인 C씨는 남편이 죽고 난 뒤 딸에게 자신의 간호를 맡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이에 간호 시설이 있는 아파트 입주를 알아봤다.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어 내가 아플 때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
- 2022-04-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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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촌해 시골서 서점 운영, "생각보다 잘나가"
- 한결 가치 있는 생활에 대한 열망이 그의 귀촌을 부추겼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인생을 한번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욕심으로 부푼 건 아니었다. ‘느림의 미학’ 같은 걸 추구하며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즐기자는 쪽에 무게를 두지도 않았다. 그는 단지 귀촌을 통해 가급적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똑떨어지게 개인적인 용무를 보고 싶었다. 그 용무란 서점 일이었다. 시골에서 서점을? 지지구재재구 노래하는 새들이야 지천이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이라야 마을 원주민 몇몇에 불과한 후미진 산골에서? 이건 무인도에서 혼자 ‘전국노래자랑’을 공연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기획일 수 있다. 거북이를 끌고 산책하는 일처럼 요상한 이벤트이기도. 소비자들의 호응이 있고서야 생존이 가능한 게 서점 사업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김미자(59, ‘그림책 꽃밭’ 사장)에겐 남다른 속대중이 있었다. 믿는 구석이 다 있었던 거다. 그 믿음이란 오직 자신의 경험과 능력에 대한 확신에서 온 것이었다. 인생의 모든 것을 가늠하는 내공까지는 아닐망정, 적어도 서점에 관한 한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으니 한바탕 제대로 붙어볼만한 게임으로 여겼던 것 같다. 미리 말하자면 그의 산골 서점은 놀랍게도 탕탕 잘나간다. “서울에서 20년 넘게 아동 그림책 관련 직업 활동을 했었다. 공공도서관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했으니까. 그림책 커뮤니티를 만들어 동네 엄마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지속했으며, 그림책 카페를 7년간 운영한 경험도 있다. 머릿속에는 항상 시골 생각이 들어 있었다.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그림책과 시골살이를 아우를 수 있는 삶을 늘 꿈꾸었던 것이지.” 김미자가 남편과 함께 이 시골로 내려온 건 2017년. 아파트를 정리하고 남편의 퇴직금을 털어 자금을 마련하고서였다. 흔히들 귀촌지를 결정하느라 진을 뺀다. 첫 단추부터 똘똘하게 끼우기 위해 해부학 교실의 연구원처럼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장소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는 지루한 물색의 과정을 싹둑 잘라냈다. 숲이 있는 시골이면 어디든 무슨 상관이랴, 그리 여겼다. 경륜과 자신감을 완비했으니 어디에 갖다놓아도 승산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리서치를 통해 몇 군데 시골 서점의 순항 분위기를 미리 눈치채기도 했다. 그는 지인이 소개한 경매 토지를 덜커덕 사들여 집을 지었다. 서점과 살림채, 그리고 북스테이 공간을 마련해 영업을 개시한 게 만 3년 전. “처음 한동안은 손님이 오지 않았다. 날마다 매상과 마진을 계산하며 고민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덩달아 매출이 늘더라. 수익의 절반은 책 판매에서, 나머지 절반은 북스테이에서 발생한다. 이젠 단 한 사람의 손님도 없는 날은 없다. 덕분에 부부 둘이 먹고사는 데엔 아무런 불편이 없지. 이쯤이면 노후 생계 대책으로 충분하기에 안도감과 만족을 느낀다.” 단기간에 자리 잡다니. 이 서점은 어떤 힘과 매력을 지녔기에? “가급적 질적 수준을 높게! 풍경은 예쁘게! 그런 모토를 정하고 충실하게 구현한 결과물이다. 예전에 일본의 숲속 도서관들을 답사한 적이 있는데 감흥이 컸다. 모델로 삼을 만했지. 아무리 외진 시골이라도 구색과 내용이 충실하면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걸 확인했던 셈이다.” 도시에도 특별히 공들인 서점들이 있지만 흔히 불황을 면제받지 못하고 있다. 이곳의 자연경관이 유력한 재료라 봐야 할까? “아동 그림책에 주로 등장하는 내용이 자연과 생명에 관한 것이다. 시골 서점은 그 자연과 생명에 관한 아이들의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는 환경 여건으로 한몫을 할 수 있다. 나는 그림책에 나오는 자연을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연과 함께 펄펄 뛰노는 아이들과 얘기하고 싶었다.” 숙박을 하거나 책을 구입하는 고객층은 어떤 이들인가? “주 고객은 30~40대 부모와 아이들이다. 그림책 관련 각종 자격증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학습 차원에서 찾아오고, 시골 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방문한다.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선생님 손에 이끌려 찾아오는 당진시 일대의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아동들이다.” 산골에서 소박하게 살기 다락을 구비한 책방 공간은 동화처럼 아기자기하되 품격을 돋워 꾸몄다. 아이들의 구미에 어울리게. 엄마들의 호감을 살 수 있게. 그림책 일색의 도서들은 모두 5000여 권. 서울에서 가지고 내려온 2000여 권과 새로 구입한 3000여 권을 합쳐 공간을 채웠다. 그림책을 좋아하던가? 게임에 사로잡힌 영혼들이 아닌가? “아동들은 순식간에 알아차린다. 엄마가 왜 나를 책방에 데려왔나를. 그러고서 하는 말이 이렇다. 나, 책 안 봐! 오나가나 아이들은 휴대폰 게임에 몰입하는 거다.” 그럴 때면 어떤 처방을 사용하지? “책이 싫으면 고양이하고 놀아! 마당에 나가 뛰어놀아! 그렇게 말해준다. 그러나 나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다.” 엄마들은 책이 싫다는 아이들을 왜 굳이 이곳에 데려올까? 책을 강요하면 자칫 책을 더 징그럽게 여길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든 책을 접하게 하려는 선한 의도에 무슨 결함이 있겠나? 그러나 엄마들의 방법엔 문제가 있다. 책을 학습이나 훈육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나는 늘 한다. 연령에 맞는 책을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나직이 읽어주라고 권한다. 아이들에겐 가르침보다 위로가 필요하니까.” 마을 풍경을 볼까? 딱히 빼어나거나 미묘한 설렘을 자아내는 풍치는 아니다. 변방의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농촌 마을이다. 야트막한 야산들이 강강술래를 하듯이 10여 가구로 이루어진 마을을 빙빙 감싸고돌아 푸근하다. 김미자는 이 평온한 풍경에 안심을 느끼는 것 같다. 쉽게 오를 수 있는 산과 숲이 있으니 불만이 있을 때면 애먼 남편에게 툴툴거리기보다 나무에게 하소연하는 것으로 해소하겠지. 그에겐 자연과 사계의 순환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다. 이는 자연과 동행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사실 김미자의 귀촌은 자연에 가까이 가자는 목적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산골에서 소박하게 살기. 그게 자신을 기쁘게 한다는 걸 깨달았던 모양이다. 자연이 좋다지만 날마다 산을 바라보다 보면 권태감이 밀려들기 십상이다. 거칠지만 생동하는 도시의 풍속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권태를 느낄 겨를 없이 분주한 게 시골 생활이다. 하지만 문화적 충격과 자극이 하나도 없다는 건 큰 단점이지. 서울에서 벌어지는 공연이나 전시를 볼 수 없다는 건 너무도 아쉽다. 주변에 예술가라도 하나 산다면 해갈이 될 테지만.” 마을 원주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나? 시골에도 지혜로운 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시골 할머니들의 평온하고 깨끗한 삶의 태도에 느끼는 게 많다. 대체로 할머니들은 인간관계에서보다 땅에서 얻은 경험으로 인생을 사는 것 같더라. 그들은 아무리 노쇠했더라도 호미를 놓지 않는다. 죽기 직전까지 호미로 땅을 긁는다.” 도시의 노인들에게선 보기 어려운 야생의 에너지. 시골 노인들에겐 그런 육화된 근성이 있다. “맞다. 처신에 깨끗하고 이치에 밝은 할머니들과 사귈 수 있다는 건 시골 생활이 주는 값진 행복의 하나다.” 먹고살 정도만 벌고, 삶은 놀이로 시골이라고 눈 밝고 경우에 환한 이들이 흔할 리 없다. 도시든 시골이든 ‘삐딱이’ 그룹이 있어 활약을 하는 게 아닌가. 김미자도 초기 한동안 유별난 이웃에게 좀 시달렸지만 적절히 타협하며 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으로 포용했다. 보다 덜 소중한 것에 보다 더 소중한 걸 훼손하고 싶진 않았던 것일 텐데, 그에게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소박한 삶의 지속이다. 물구나무 선 세상을 뒤집을 힘이야 없지만, 최소한 자신만큼은 악다구니와 돈과 허영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것이다. 귀촌으로 그게 가능할 거라는 예상은 딱 적중하진 않았다. 그러나 거둔 성과와 만족의 크기는 만만치 않다.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이 뭐냐면, 월든 숲에 살았던 소로, 그리고 헨리 니어링 부부나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잘 안 되더라. 우선은 돈벌이를 하는 내가 돈에서 해방되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도시 생활과 자본에 길들여진 남편과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귀촌으로 부부가 함께 도시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만도 어디인가? “나는 오늘도 들에서 냉이를 캐왔다. 시골에 살며 산나물 채취로 식사를 한다는 것, 육식을 덜 하고, 덜 소비하고, 덜 욕심부린다는 것, 이건 뿌듯한 일이다.” 한때 암과 싸웠다지? 고통이 극심할 때면 어떤 생각을 하나? “암! 무서웠다. 자주 권정생 선생을 생각하며 힘을 얻었다. 지극히 병약했지만 엄격한 절제로 삶을 완성한 선생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나 자신을 속이지 않을 수 있는 성찰의 습관도 그에게서 얻어왔다.” 심지어 가뭄에 타들어가는 벼를 바라보면서도 가여워 눈물을 흘렸던 권정생. 그는 성자가 아니었을까. “평생 병고에 시달렸지만 강하고 꼿꼿한 분이었다. 한번은 외투를 사다드렸더니 고사하더라. 이미 있는 외투 하나로 충분하다며. 스콧 니어링도 소유에 무심해 옷 한 벌로 살았다. 그러니 어떻게 배우지 않을 수 있을까.” 터무니없는 무욕으로 살았던 고수들을 무슨 수로 따를까.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게 인간이다. 당신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나? “돈은 먹고살 정도만 벌고, 삶을 놀이로 즐기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다르다. 일에 치여 산다. 속엔 답답한 게 많지만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겉으로는 웃는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갖고 산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나를 맞춰 살고 있으니 크게 어긋난 건 아니다.” 인생을 깊이 읽고 있다는 안도감. ‘나’를 진정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속에 산다는 확신. 귀촌의 나날을 선용하고 있다는 자부심. 속세에서 흔히 맛보기 어려운 감흥들로 김미자는 기쁜 것이다. 표정은 근엄하지만, 내부는 햇살로 밝아 바야흐로 인생의 봄날을 다시 만난 셈? 김미자 씨가 주는 귀농 Tip 시골에서 작은 서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지만 함부로 덤벼들 일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성향 하나만 믿고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 좋은 책을 고르는 능력, 인문학적 소양과 실력, 그리고 예술적 눈썰미를 미리 갖추는 게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기 전에 까먹어도 무방할 정도의 소자본으로 도시에 작은 북카페를 차려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 장소 선정도 매우 중요하다. 가급적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을 찾자.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나 명소 인근도 잘만 하면 유망하다.
- 2022-04-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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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천만 표심 얻자" 대선 후보 다양한 공약으로 고령층 공략
- 2025년, 3년 뒤면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셈이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60대 이상 유권자가 1300만 명(29.5%)을 웃돌아 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고령 유권자들에게 노후는 현실이다. 이들의 수가 늘어난 만큼 대선 후보들이 노인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은퇴 후 공적 연금 수령 이전에 ‘소득 공백’이 있는 60대 초반을 대상으로 연 120만 원의 장년 수당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어르신 일자리 140만 개로 확대 △기초연금 ‘부부 감액’ 규정 삭제 △국민연금 수급 확대 및 1 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기한 연기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개수 및 지원 연령 확대 △어르신 요양 돌봄 국가책임제 실시 △경로당 지원 확대 등이 있다. 기초연금의 경우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되고 있으며, 더불어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 대상이 될 경우 20%를 감액해 지급한다. 이 후보는 기초연금 대상을 점차 75%, 80%로 확대하고, 감액을 피하고자 위장 이혼을 불사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자 부부 감액 규정을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0대 공약 중에 노인 관련 정책이 없으나,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10만 원 더 올려주겠다”고 전했다. 앞서 이 후보가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반면, 윤 후보는 금액을 올려주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더불어 자체 누리집 ‘윤석열 공약위키’를 통해 △환자 특성별 맞춤형 간병 지원을 통한 간병비 절반 감소 △요양·간병 가족 돌봄 휴가·휴직 기간 확대 △맞춤형 돌봄 계획 설계 및 지원 △양질의 간병 서비스 제공 △노인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 여러 공약을 발표하며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전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00세 시대인 만큼 ‘노인복지청’을 신설해 어르신들의 일자리, 소득, 주거,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공공 장기요양 시스템과 노후 원룸, 공공 실버아파트 등 주거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폐경기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포괄하는 ‘여성건강관리 종합시스템’을 구축하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시스템 조성을 약속했다. 오랜 경력단절로 불안한 노후를 맞는 여성들에 일자리, 경력 형성 지원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고령층이 손주를 돌보는 가정에 매달 20만 원을 지원하는 ‘손주 돌봄 수당’ 지급을 약속했다. 어르신 건강과 관련해서는 △기존 경로당 실버 건강센터로 구축 △간병 서비스 지원 △생활 체육 활성화 사업 △미래형 노인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 등을 발표한 상황이다. 덧붙여 국가의 복지급여 수급 대상이 되지만, 부양의무자가 존재하면 이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부양의무자 정책은 전면 폐지하고 국가가 어르신들의 최저 생계를 책임질 것을 공약했다.
- 2022-02-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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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과 노후, 두 마리 토끼 잡는 상가주택
- 상가주택은 일부는 주택, 일부는 상가로 사용된다. 1층은 상가인데 2층부터는 주택이기 때문에 겸용주택 혹은 꼬마빌딩으로도 부른다. 실거주와 임대수익까지 챙길 수 있어 노후 대비용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참고 및 발췌 책 ‘아파트 살 돈이면, 상가주택에 투자하라’, 책 ‘부동산 절세 오늘부터 1일’ 상가주택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라는 매력이 있어 저금리 시대에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 게다가 실제로 거주할 수 있고 상가 임대수익, 양도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은퇴한 시니어에게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곤 한다. 상가주택은 세법에서 상가겸용주택으로 정의하며, 부동산세법상으로는 주택과 상가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계산을 달리한다. 상가주택에서 주택의 면적이 상가의 면적보다 더 넓다면 건축물 전체를 주택으로 봐서 과세하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상가의 면적이 더 크거나 주택과 면적이 같다면, 상가만큼의 면적에 양도세를 적용한다. 이 때문에 상가주택을 직접 짓는 경우에는 주택 면적을 약간이라도 더 키운다. 이미 지어진 건물의 절세를 위해서는 주택으로 볼 수 있는 면적이 더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계단, 옥탑방, 지하 등 숨은 면적을 주택 면적으로 편입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장기 보유한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를 받는 경우와 받지 못하는 경우의 세금 차이가 크므로, 직접 상가주택에 거주할 때는 1주택 비과세 규정을 활용하는 게 좋다. 주의할 점은 고가의 상가주택에 대한 비과세 방법이 1월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9억 원을 초과하는 상가주택을 양도할 때, 주택의 총면적(대지에 들어선 건축물의 바닥 면적을 모두 합한 것)이 상가의 총면적보다 더 크면 전체를 1주택으로 보고 9억 원 이하의 양도차익에는 비과세를 적용했다. 그러나 올해 양도분부터 상가는 무조건 양도세를 내게끔 세법이 개정됐다. 다만 양도가액 9억 원 이하의 상가주택에는 기존 세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1세대 1주택자인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씨가 소유한 상가주택의 주택 면적은 145㎡이고 상가 면적 140㎡다. 보유 및 거주 기간은 12년, 취득가액은 4억 원, 예상 양도가액 16억 원이다. 제도가 바뀐 후 상가주택을 판매할 때 양도세는 얼마일까? 우선 양도가액 9억 원 초과 상가주택이기 때문에 주택 면적만 주택으로 보고, 상가 면적은 상가로 보아 양도세를 계산해야 한다. 이때 주택 면적과 상가 면적으로 구분한 감정가액이 있다면 감정가액으로 안분해 계산하고, 만약 감정가액이 없으면 기준시가로 안분해서 계산한다. A씨의 전체 상가주택의 양도가액은 16억 원인데, 주택 부분의 양도가액이 9억 원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 부분은 전부 비과세되어 양도세가 없고, 상가 부분의 양도차익은 전부 과세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일반 공제율인 연 2%를 적용받는다. 국세청 홈페이지 ‘세금모의계산줁 기능을 활용하면 보유 중인 상가주택의 양도세를 확인할 수 있다. [TIP] 돈 될 만한 상가주택 찾는 법 1 자신의 생활 동선 안에서 찾자 상가주택 투자를 위해서는 적어도 서른 번쯤 다녀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미처 생각 못 한 리스크나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남들이 좋다고 평하는 지역이라도 직접 가보기 어려운 곳이라면 좋은 매물을 구하기 어렵거나 잘못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활 반경 내의 상권을 탐색한다면 이런 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 대지는 70평 이상, 알짜는 40평대 매물 상가주택을 짓기에 가장 이상적인 대지 면적은 70평 이상이다. 30평도 안 되는 땅은 3층 이상 건물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상가주택으로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70평짜리 대지 주변에 평당가가 70평짜리의 절반 이하인 30~50평 대지가 간혹 있다. 대개 오래된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 단지에 숨어 있는데, 지나치게 주택가에 파묻히지 않은 매물 위주로 발품을 팔아보자. 이 정도 대지 면적만 확보돼도 충분히 경제성 있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3 교통·인프라와 ‘이것’을 주목하자 앞으로 상권이 발달할 만한 지역을 찾고 있다면, 가족 단위 유동 인구가 많은 시설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은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대단한 랜드마크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상권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출처 책 ‘아파트 살 돈이면, 상가주택에 투자하라’
- 2022-02-1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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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일자리로 찾은 황혼 인생 2막
- 활기찬 노후 정착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 미화나 교통 지도를 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넘어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등장했다. 음식 정기 배송, 농산물 재배, 취약계층 돌봄 등 보다 다양해진 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은 두 번째 청춘들을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만 60~64세의 60%는 70세가 넘어도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00만 명이 넘는 장래 근로 희망자 중 70~74세는 79세까지, 75~79세는 평균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은퇴 이후에도 근로 의욕을 드러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이 바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층에 제공되는 일자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형’(공공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참여 대상으로 하며, 주로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병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 학교 급식 지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봉사활동을 한다. 10~12개월간 하루 3시간, 월 30시간 이상 활동하면 한 달에 27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은 만 65세 이상 참여할 수 있고 복지시설, 보육시설, 금융기관 등에서 10개월간 월 60시간 이상 활동한다. 급여는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월 71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다. 참여자 인건비를 일부 보충 지원하고 추가 사업소득으로 운영하는 ‘시장형’은 식품 제조·카페와 같은 소규모 매장, 아파트 및 지하철 택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근로 수익금에 따라 활동비를 배분한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 급여 수급자나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 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 서비스형’ 2021년 우리나라는 2조 6000억 원의 예산으로 82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중에서 73.8% 정도가 공공형 사업이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세 수준으로, 참여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스쿨존 안전 지킴이 등 단순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과 경력을 활용하는 사회 서비스형과 시장형 일자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척시니어클럽은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대형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외에도 필요한 생필품이나 상비약을 주문받아 함께 전달하고, 가스·수도·전등 수리 및 가스 누출 점검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이 불가한 낡거나 보온성이 떨어지는 이불은 무료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백창석 강원도 일자리국장은 “빨래방 서비스와 더불어 생필품 구매 대행과 우유 배달을 진행해 취약계층 어르신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며 “통합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16일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재택치료 원칙으로 전환되면서 재택치료자·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른 일선 방역 현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업단의 주요 업무는 재택치료 키트, 자가격리 물품 점검·배달 및 지역사회 방역 등 지자체와 보건소가 수행하는 포괄적인 방역 현장 지원이다. 방역수칙과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재택치료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예정이다. 주철 복지부 노인지원과 과장은 “재택치료 키트 배달 등 방역 현장 지원이 절실한 지금,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은 건강하고 경험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해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과 함께 키워나가는 ‘시장형’ 구로시니어클럽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 주택가 한복판에 꽃송이버섯 재배 농장을 마련했다. 서울도시주택공사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활용해 ‘시티팜’을 운영한다. 집 전체가 버섯 생육장이다. 여기서 자라는 꽃송이버섯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다량 함유해 항암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생장 요건이 맞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탓에 키우는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비치된 기계에 배양액을 채우고, 방 안에 고루 퍼지도록 버섯의 위치를 바꿔주는 등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다 자란 버섯을 수확하고 무게별로 포장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수익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관리 유지비, 재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양임순 구로시니어클럽 관장은 “신생 사업이라 판로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대형마트 등 직접 발로 뛰며 납품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꽃송이버섯은 원래 1kg당 1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지만,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담아드림’ 역시 시장형 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담아드림은 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자재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신선한 재료로 매일 아침 샐러드를 만든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껍질을 까거나 고기를 삶는 등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포장과 배송도 다 이들의 몫이다. 샐러드 종류는 아보카도, 훈제오리, 닭가슴살, 새우, 게살, 버섯 등이 있다. 가격은 5000~6000원으로 시중의 다른 가게들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어르신들은 제작 및 포장팀과 배송팀으로 나뉘어 주 2~3회 근무한다. 현재 인근 관공서, 공공기관과 가산디지털단지를 판매 지역으로 정해두고 있다. 양 관장은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현장 근무자들의 말말말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유을자(65) “원래 보험 설계사 일을 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본사에서 영업소를 축소하는 바람에 근무 지역이 멀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죠. 구직 활동을 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고, 참여자로 선정됐을 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요. 지금은 한 달에 총 12일, 하루 5시간을 일해요. 수거한 이불을 빨아서 생필품과 우유를 함께 배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집을 선정해 이불을 교체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더 나이 들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 일 같지 않죠. 그래서 진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해요. 몸은 바쁘지만 사회에 도움 되는 좋은 일이니,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담아드림 조규숙(68) “일자리 모집 공고를 지역 소식지에서 발견했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자식들도 다 커서 집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많으면 100인분가량의 샐러드를 만들 때도 있는데,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려면 전쟁터예요. 특히 훈제오리나 닭가슴살은 기름기를 일일이 다 빼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야 해서 굉장히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소스나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의논하면서 메뉴를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어요.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니 운동도 되는 것 같아요. 삶의 활력소를 찾은 셈이죠.” 시티팜 최수자(80) “꽃송이버섯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효능을 알고 나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출근하면 버섯 보며 잘 잤냐고 말도 걸어보고, 비닐이 구겨져 있으면 일일이 손으로 펴주기도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손주 보듯 사랑으로 돌보게 된달까요.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어떤 요리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지 개발해보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한다거나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얼마 전에는 손주에게 시계를 선물로 사줬는데,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시티팜 송현순(65) “집에 있으면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편하게만 있게 되는데, 여기 나오고부터는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 바르고, 눈썹도 그려보면서 관리를 하게 돼요. 아무래도 밖에서 사람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불면증이 있었는데 열심히 활동하니 잠도 잘 오고, 좋은 배양액을 덩달아 맞아서 그런지 피부가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제 삶이 윤택해졌죠. 저도 얼마 전에 손주가 입학한다고 해서 책가방을 선물로 사줬어요.”
- 2022-02-0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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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 독립자’ 그들이 홀로 선 이유
- 노년에 독립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20~30년 짊어졌던 책무, 스스로 옭아맨 관성, 혹은 삭막하고 답답한 도시 등 벗어나고자 하는 대상도 다양하다. ‘노년 독립자’들이 독립을 꿈꾸게 된 이유, 그 밖의 것들로부터 독립을 시도하게 된 계기와 이유를 들여다봤다. 노년과 독립, 두 단어의 조합이 낯설다면 MBN ‘나는 자연인이다’(이하 ‘자연인’)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야생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를 모토로 201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중장년층 시청자의 ‘최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2020년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순위에서 다큐멘터리로는 지상파와 비지상파 통틀어 최초로 1위에 오를 만큼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노년 독립, 시초에 자연인이 있다 자연인들이 살던 세상을 떠나온 이유는 다양하다. ‘자연인’ 프로그램의 공동 MC인 윤택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인의 유형을 몸이 아파서, 사업에 실패하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배신당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자연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사연은 제각기 다르지만 자연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일구며 살아간다. 친숙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삶의 이야기와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신동민 PD는 2019년 이달의 PD상 수상 소감으로 “시청자들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실현해주는 부분이 있어 큰 호응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프로그램 방영이 햇수로 10년이 되어가면서 ‘자연인’ 프로그램을 보고 자연인이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면 속 자연인들이 선배로서 자연인 꿈나무들을 양성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710만 명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 다수의 중년이 은퇴 후 귀농·귀촌을 꿈꾸는 걸 고려한다면, 자연인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시니어 1인 가구 “간섭 싫어, 연락 안 해” 실제로 시니어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통계청의 2021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고령자 1인 가구는 166만 가구로 전체 고령 가구의 35.1%에 달한다. 노인 세 명이 모이면 그중 한 명은 홀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명확하다. 책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에 시니어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실려 있다. 자녀와 살고 싶다고 대답한 노인 비율은 2008년 32.5%에서 2011년 27.6%, 2014년 19.1%, 2017년 15.2%, 2022년 12.8%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 역시 2017년 23.7%에서 2020년 20.1%로 내려앉았다. 흔히들 중장년층이 자녀와 함께 살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시니어들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원한다. 혼자 살든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든 젊은 세대를 포용하며 살든, 가족에게 간섭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노인 단독 가구로 사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62.0%가 ‘건강과 경제적 안정 등 자립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7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따로 사는 자녀들과의 연락 빈도는 줄어들었으나 친구나 이웃과의 연락 빈도가 더 높아지는 양상도 보였다. 노인들 삶의 모습이 자녀와 같이 살지도 않고 자주 연락하거나 왕래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결혼 대신 따로 또 함께 최후의 순간까지 도움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사는 것. 이 시대 중장년층의 바람을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KBS1에서는 한 집에 살며 서로를 돌보고 생활하는 68세 노인 3명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결혼 유무부터 생활 방식이 전혀 다른 이들이 함께하는 공간의 이름은 ‘노루목 향기’다. 노루목 향기는 요양원, 복지시설이 아닌 마을형 노인 생활공동체를 꿈꾼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세상’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힌 사업 목표는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공 모델을 제시하는 것’. 심재식 노루목 향기 대표는 ‘2021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종 선정 소감으로 “노인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노루목 향기의 노인 공동생활이 남긴 경험과 사례는 분명 사회적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후원, 기부, 투자 등을 목적으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인터넷으로 자금을 모으는 일)에서는 후원자들에게 무공해 국내산 행주, 스카프, 차받침, 농촌 민박 1박 등 다양한 후원 보상품을 제공했다.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노루목 향기를 응원하는 이들이 늘어 목표액보다 더 많은 후원금이 모였다. 이는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년이 되기 전에 이미 결혼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선 이들도 있다.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이하 ‘비비’)의 조합원들이 그렇다. 올해로 20년 된 비비 역시 삶을 함께하는 비혼 여성 1인 가구 생활공동체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전주시 반영구 임대아파트에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 2006년의 일이다. 이제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비혼 여성들만 20~30명 정도다. 같이 살지 않지만 회비를 내는 회원까지 합하면 비비는 50여 명으로 늘어난다. 이 중에서도 50세가 넘었거나 50세를 앞둔 창립 멤버들의 최근 관심사는 여성 노인 공동체 주택이다. 이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비혼이라는 정체성보다 노인이라는 정체성이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울”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들은 노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살 수 있는 공동체 주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뉴 그라운드’, 프랑스 파리 ‘바바야가의 집’ 등 여성 노인들이 꾸린 사회적 주택을 방문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독립이 항상 선택지로 남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고 싶지 않지만 떠밀리듯 독립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 혹은 실직자의 경우가 그렇다. 경기도 부천시 범안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는 권오예 어르신은 기초수급자다. 반찬을 제공해주는 복지관 직원들이 너무 바빠 보여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받은 만큼의 백분의 일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복지관 팀장님한테 그랬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 도울 테니 봉사 좀 시켜달라고.” 원치 않는 독립, 그럼에도 일어서다 권 어르신은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못 이겨 집을 도망쳐 나왔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 지인과 함께 살았지만, 그 역시 2017년 세상을 떠난 후부터는 혼자 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안 가 복지관 담당자에게 봉사를 자청하며 나선 그는 그 뒤로 쉬지 않고 봉사에 임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배달 봉사를 하면서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한마디 겨우 건넬 뿐이지만, 더 좋지 못한 처지의 노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행복하기만 하다. 중장년 남성의 원치 않은 독립으로는 실직이 흔하다. 50대에 실직으로 원치 않은 독립을 하게 된 가장들은 특히나 ‘사추기’(思秋期)를 겪기 쉽다. 사추기란 50대 전후 중년들이 겪는 변화를 사춘기에 빗댄 표현이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중년들은 ‘나는 뭘 위해 살아왔나’ 하는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또 일자리를 잃으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위기, 사회적 지위의 박탈 등으로 은퇴남편증후군을 겪는 이들도 종종 있다. 책 ‘남자 독립 선언서’를 낸 이치원 씨 역시 50대 초반 실직 후 얼마간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교사, 광고회사, 제조회사, 금융회사 등 30년 동안 다양한 직업과 직장을 거쳤지만 50대 초반의 실직은 그간의 실직과 다른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규직으로의 재취업이 어렵고, 실직이 은퇴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고 치명적인 차이점이었다. 게다가 ‘실직 후 대처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 사회는 사람 채용하는 데만 관심이 있고, 회사를 나가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실업수당은 어디서 신청하는지, 의료보험 지역가입자는 얼마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이다. 한참을 헤맨 끝에 의료보험 지역가입 신청을 끝낸 그는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실직은 인생이란 책에서 독립의 페이지로 넘길 수 있는 터닝 포인트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실직을 독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다. 경제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직장을 갖는 게 중년 남성의 정체성을 찾는 데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후 자금이 충분한 사람에게도 일을 할 것을 권한다. 그 다음이 건강과 취미다. 원치 않은 독립, 실직 후 조언을 구하기 위해 그를 찾는 이에게 ‘평생 운동’과 ‘평생 취미’를 한 개씩은 구비해두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독립이 좋다고 해도 건강 없는 장수, 즐거움 없는 삶은 형벌이나 다름없기에.
- 2022-02-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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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정돈 잘 하려면… “40세 넘으면 하루에 하나씩 버려야”
- 나이를 먹을수록 ‘정리’는 점점 어려워진다. 어떤 물건이든, 사람이든 ‘추억’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리하지 않고 모아두면 의미 있던 물건도 짐이 되고 쓰레기가 되는 법이다. 그럼 도대체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국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 1호’ 김민주(55) 한국청소직업학원 이사를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먼저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Senior Life Organizer)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단어의 뜻을 풀어보면 ‘중장년(Senior)+생활(Life)+정리하는 사람(Oragnizer)’이다. 한국어로는 ‘생활조력 전문가’라고도 불린다. 시니어에게 정리란 노전(老前) 정리, 생전(生前) 정리 및 유품 정리까지 포함된다. 이에 시니어에게 정리가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민주 이사는 2026년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했다.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는 기존의 수납 정리 전문가나 가사도우미와는 차별된다. 시니어들의 생활 공간 개선을 돕는 정리수납과 생애 설계를 연결해 효율적인 노후 생활까지 도움을 준다. 평범한 직장인,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 되다 김민주 이사의 인생은 2009년 ‘정리수납’ 교육을 듣고 180도 바뀌었다. 정리수납 전문가 이전의 그녀는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20년 넘게 일했다. 정리수납, 살림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살림을 도와준 친정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집안일을 도맡게 됐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결혼한 지 15년이 넘었을 때 처음으로 살림을 오롯이 하게 됐어요. 집안일을 해보니 할 일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고 바쁘기만 했어요. 살림을 못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관심 분야는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살림을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정리수납 교육을 듣게 됐죠.” 정리수납 교육 후 그 매력에 푹 빠진 김민주 이사. 그녀는 2012년 12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3년 정리수납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2016년 12월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를 창직했다. 김 이사는 “정리수납 일로 가정집을 돌아다니다 보니 부모님들이 정리를 못 한 집들을 보게 됐다. 그래서 부모님 집 정리 프로그램을 해야겠다 싶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로 명명하면서 특허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이사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도 꾸렸다. 지금은 임기가 끝나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현재 한국청소직업학원의 이사로 있다. 행정 일을 하면서 강사로 교육도 한다. 김 이사는 의뢰를 받으면 ‘정리·청소·소독’을 함께 한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니어에게 정리가 중요한 이유 앞서 말했듯이 시니어 라이프 오거나이저의 출발점은 ‘부모님 집 정리 프로그램’이었다. 김민주 이사는 어르신들이 ‘정리를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리정돈을 못 해서가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녀들은 결혼해서 집을 떠나는데, 물건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물건들은 자신들이 피땀 흘린 돈으로 산 것이기도 하고, 자녀들의 추억도 배어 있기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 “어르신들은 전쟁도 겪으셨고, 그 이후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잖아요.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고, 근검절약, 희생, 봉사의 아이콘이죠. 자기들은 아껴 쓰면서 자녀들에게는 많은 것을 해주셨죠. 월급 타서 살림도 장만하고, 학교도 고등교육 이상 투자했죠. 컴퓨터, 그랜드피아노도 사주고요. 그런데 자녀들이 결혼할 때 자기한테 필요한 것만 가져가다 보니 본가에 짐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 넓은 집에서 부모님들이 짐과 함께 사시는 이유죠. 결국에는 몸이 아파오니 정리를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그래서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정리를 같이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김민주 이사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시니어의 마음을 이해했다. 먼저 베이비부머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해야 했다.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해 김 이사는 “물욕을 못 채운 상태로 자랐다”고 짚었다. 그 베이비부머들이 결혼할 당시에 13, 15평의 아파트가 생겼고,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24, 28, 32평 아파트로 옮겨갔다. 집이 넓어지다 보니 장롱, 냉장고, TV 등을 사들인 것. 거기에 홈쇼핑, 대형마트의 확대로 크고 작은 물건들을 더욱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신이 못 채웠던 물욕을 자녀들에게 채우고, 물건을 사들이는 것으로 충족했죠. ‘못 버린다’를 그냥 이해하면 쉬워요.” 자칫 주의해야 할 것은 정리를 못 한다고 해서 쓰레기 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 이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으로 서울 송파구의 고급 아파트에 혼자 사는 한 할머니를 꼽았다. 할머니는 11년 동안 한 번도 청소를 안 했고, 아들·딸과의 사이도 멀어진 상태였다. 김민주 이사는 할머니의 동의 하에 대청소를 했는데, 이후 할머니는 자기한테 소중한 물건들이 사라졌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누가 봐도 버려야 할 것들인데, 할머니는 그것들을 다 품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 김 이사는 “물건을 버린다는 것을 못 견디고 상실감을 크게 느낀 것”이라며, 시니어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2022년, 시니어에게 추천하는 정리 방법 그렇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정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김민주 이사는 “버리기 전에 물건이 더 이상 집 안으로 안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건을 사기 전에 꼭 필요한지, 집에 대체할 물건이 있는지 고려해볼 것을 조언했다. 다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식재료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구입하라고 말했다. 더욱이 물건을 사들여도 ‘아끼다가 똥 되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물건은 쓰려고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왜 쓰지 않고 아끼냐”면서 “이 세상에서 아까운 존재는 시간과 사랑뿐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더불어 김 이사는 모든 정리의 시작은 ‘물건 째려보기’라고 생각한다. ‘역할이 끝난 물건, 방치된 물건, 설레지 않는 물건’을 찾는 과정이다. 더불어 “40세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40대 때 창직을 했잖아요. 그때부터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째려봤어요. 안 보이던 물건이 보이기 시작하고, 역할이 끝난 물건도 보이는 거죠. 집에 보면 자녀는 다 컸는데 공갈젖꼭지, 유치원 때 읽던 전집류, 중고등학교 교복, 그랜드피아노 다 있을걸요. 추억인 건 알겠지만 다시 쓸 일이 없잖아요. 그걸 버릴지, 갖고 있을지는 그 물건의 주인인 자녀가 결정하는 거예요. 귀중한 거니 결혼할 때 가져갈 수도 있고, 버리라고 할 수도 있죠. 그렇게 정리를 하는 거예요. 저도 10년째 째려보니 이제 조금 정리가 됐어요.” 김민주 이사는 2022년을 시작하는 시니어들에게 ‘비움-나눔-채움’이라는 3단계 정리법을 제시했다. 사람도, 물건도, 식재료도 비우고 나누는 정리를 한 뒤, 최상위 것들로 다시 채우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면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 또한 갖게 된다’고 궁극적인 의도를 밝혔다. “하루에 하나씩 물건 버리기를 해보는 거예요. 휴대폰의 전화번호부도 ‘ㄱㄴㄷ’ 순서로 하루에 한 명씩 정리해보세요. 우리는 20%의 물건만 쓰고, 80%는 안 쓰는 물건이에요. 안 쓰는 것들을 버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눠준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유익해요. 그리고 휴대폰에 ‘버림의 행복’이라는 사진 폴더를 만들어 놓고, 버리기 전에 사진을 찍어두세요. 내일은 뭘 버릴까 기대하게 돼요. 평생 하라는 건 아니에요. 매일 계속 버리면 상실감이 생기니까, 어느 정도 충족되면 좀 쉬어야죠. 사람들이 비우면 행복하다 하잖아요. 비워야 다른 것들로 채워져요. ‘비운다, 버린다’를 나눠준다로 생각하시고, ‘채운다’는 제대로 된 것들로 채운다고 생각하라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김민주 이사는 홀로 살다 86세에 세상을 떠난 이모 이야기를 전했다. 이모는 근검절약했고 물건을 아껴뒀지만 세상을 떠난 뒤 그것들은 다 쓰레기가 됐고, 자식들에게 짐만 됐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김 이사는 살아 있을 때 ‘정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금쪽같은 자식들에게 그렇게 우려하는 ‘짐’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모님이 돌아가시고 4남매 자식들이 조를 짜서 집 청소를 했는데 3개월 이상 걸렸어요. 정리를 해보니 옷, 스카프, 장갑 등 안 입은 좋은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에는 딸들이 좋다고 가져갔지만, 나중에는 한탄이 되는 거죠. 그러다 어느 날 서랍장에서 돈이 나오니까 자식들의 자세가 달라졌죠. 그걸 보면서 현금, 통장, 도장이 아닌 것은 다 쓰레기가 된다고 느꼈어요. 저는 시니어들이 뭘 남기고 뭘 버려야 좋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돈 있으면 자식들 다 주라는 것도 아니에요.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것 드시고, 좋은 데 다니시라는 거예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하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 시니어 라이프 정리 교육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아요. 국가 차원이면 더 좋고, 교육이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시니어에게 정리란 자신의 빛나는 인생을 돌아보면서 추억을 반추하는 것이고, 금쪽같은 자식들을 덜 고생시키는 것이죠.”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정리정돈 팁 정리수납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납 도구를 미리 구매할 필요는 없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박스(홍삼, 화장품, 각티슈)나 쇼핑백을 활용하면 수납 도구가 된다. 홍삼 박스 옆면에 손잡이를 부착하면 수납 트레이가 된다. ◆ 쇼핑백을 활용한 수납 도구 만들기 손잡이 끈을 풀어놓는다. → 들어갈 공간의 높이보다 조금 낮게 접는다.(앞뒤로 각각 접기) → 접힌 부분을 안으로 집어넣어 바구니 형태로 만든다. → 그대로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두면 저절로 칸막이가 생겨서 종류별로 나눠 수납할 수 있다. 또한 쇼핑백 옆면에 링 라벨을 안팎으로 붙인 다음 풀어둔 손잡이 끈을 넣으면 또 다른 수납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
- 2022-01-0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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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캥거루족 증가, 부모 은퇴 시기 늦춰
- 취업난과 고용 불안, 급등하는 집값, 육아 문제 등 청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중장년층의 근심과 고통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라이나전성기재단 ‘전성기 웰에이징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거주 만 55세~74세 남녀 1068명 중 현재 자녀를 돌보고 있는 비율이 14.5%에 달해 손주나 노부모를 돌보는 비율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늦어지는 결혼과 취업으로 인해 자립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자녀가 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과거 캥거루족은 학업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가 거의 다수였지만 최근에는 30대와 40대 캥거루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캥거루족은 3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의 비율이 20.7%에 달한다. 캥거루족 5명 중 1명이 3040인 셈이다. 30대 미혼 인구 비중은 10명 중 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캥거루족의 증가 원인으로 취업난과 늘어나는 주거비를 꼽는다. 김진영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벌주의와 고학력 일자리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함에도 그에 걸맞는 기업의 일자리는 여의치 않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라며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니 독립할 수 있는 여건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발간한 ‘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실린 ‘저(低) 혼인 시대, 미혼남녀 해석하기’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의 주거형태를 보면, 자가가 70.7%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월세(14.8%), 전세(12.1%) 순이었다. 캥거루족은 대체로 부모가 소유한 집에서 살기에 별도로 주거비를 낼 필요가 없는 반면 미혼 청년 1인 가구는 59.3%가 월세이고, 자가는 11.6%에 불과했다. 청년 1인 가구는 대체로 남의 집을 월세로 빌려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야 하기에 수입의 상당액을 주거비로 쓰는 경우가 많다. 청년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은 크지만, 주거 형태는 더욱 열악했다. 부모와 같이 사는 미혼의 주거 형태는 아파트(56.8%)가 많았지만, 미혼 1인 가구는 51.2%가 단독주택에 살았다. 대체로 캥거루족은 부모의 아파트에서 살고, 나 홀로 가구는 상대적으로 주거 환경이 떨어진 빌라 등에서 셋방살이를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시내 통계개발원 서기관은 “청년층 고용 불황이 지속되고 주거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세대에게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캥거루족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면 그 부모도 경제적 자립능력이 취약해진다. 미혼 자녀를 부양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부모가 은퇴 시기까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경제력과 노동력을 쏟아붓는 현실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자 중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한 사람의 비중은 57.7%로 직전 조사인 2015년(49.7%)과 비교해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김 교수는 “캥거루족은 부모세대의 노후준비를 방해하여 경제적 부담을 주고 돈을 벌어야 할 기간을 늘릴 뿐 아니라, 가사업무 부담까지 증가시킨다”라며 “성인 자녀도 식사 준비나 청소 등 집안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데 부모님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청년 문제는 한 가구 내에서 윗세대로까지 전이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청년 주택, 청년 전세대출 등 청년을 위한 정책은 쏟아지는 반면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부모세대의 설움은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다. 가난한 청년세대를 봉양해야 하는 부모세대의 소득감소·빈곤 등 이들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교수 역시 “기초연금 등 부모세대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세대에 대한 지원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라며 “청년세대가 빨리 자립할 수 있는 지원과 함께 저소득층 부모세대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2021-11-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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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조합이 리모델링에 주목하는 이유
- 아파트 시장에 리모델링 열풍이 불고 있다. 재건축이 정부의 각종 규제에 부딪히자, 재건축 수요가 리모델링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노후 아파트에 사는 시니어라면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관련 정보가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의 원인을 짚어보고, 리모델링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소개한다.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재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리모델링’이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인테리어 시공의 개념으로 받아들이지만, 건축법상 리모델링은 노후 아파트의 기능 향상을 위해 건축물 일부를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다. 이는 세대 내부의 변화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 지하 주차장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조성한다. 다만 재건축과 달리 기존 내벽을 유지한 채 평면을 앞뒤로 늘려서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리모델링 시장은 작년부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8월 기준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전국 85개 단지, 6만434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54개 단지, 4만551가구와 비교하면 8개월 만에 가구 수가 60%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비주택 리모델링은 꾸준히 수요가 있었는데, 주택의 경우 노후 아파트가 증가하고 재건축 규제로 인해 공동주택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vs 리모델링 1기 신도시 아파트에 거주 중인 장모델(67) 씨는 준공된 지 30년을 앞둔 노후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아파트가 오래되면서 녹물이 자꾸 나오고, 장마철에는 비가 새는 등 여러모로 불편하다. 30년이 넘으면 재건축 기준을 충족할 수 있지만, 초과이익환수제, 기부채납 등과 같은 각종 규제 때문에 재건축이 망설여진다. 재건축과 비교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사업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이 괜찮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럴까?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비교해서 사업 속도가 빠르고, 상대적으로 조합설립 인가를 위한 동의율이 낮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 이상부터 가능해서 빨리 시작할 수 있다. ▲조합설립 ▲안전진단 ▲건축심의 ▲행위허가 ▲이주 및 착공 ▲입주 순으로 이루어지는데, 사업시행 및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가 포함된 재건축에 비해 간소하다. 조합설립에 필요한 주민동의율도 66.7%로 재건축(75%)보다 낮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재건축은 평균 10년 정도 소요되고 리모델링은 7년 정도 걸린다. 일반적으로 수직 증축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문제로 인해 소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규제도 덜하다. 재건축은 안전진단에서 D나 E등급을 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안전진단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통과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리모델링은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은 B등급 이상을 충족하면 되고, 면적을 늘리는 수평·별동 증축은 C등급 이상이면 된다.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 제한이 없고,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이상이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리모델링은 한계도 뚜렷하다. 안전의 문제로 내력벽을 그대로 활용하는데, 내부 구조 설계에 한계가 발생한다.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2베이에서 앞뒤로 늘어나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신축 아파트의 4베이 구조와 비교해서 선호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베이를 늘리면 채광이 잘 되고 전면 발코니 확장을 통해 실사용 면적을 늘릴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재건축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다. 수평 증축은 전용면적의 최대 30% 이내(85㎡ 미만 40%)로 늘릴 수 있다. 수직 증축은 15층 이상이면 최대 3개 층까지 증축할 수 있다. 세대 수는 최대 기존 가구 대비 15%까지 늘릴 수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증축 수와 가구 수 증가에 제한이 있기에 일반분양 물량이 적다. 이로 인해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은 부족하다. 다만 입지에 따라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Plus 주목해야 하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 성지아파트 송파동 성지아파트는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과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15층 2개 동 298가구 규모이며, 대부분의 리모델링 아파트들이 수평 증축을 조건으로 건축 심의를 통과하고 있는데, 현재 수직 증축으로 허가받은 곳은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둔촌 현대2차 지난해 10월 둔촌 현대2차는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았고, 둔촌 현대3차도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리모델링 완성 후에는 1만2000여 가구가 들어설 둔촌주공의 북측에 위치해 초대형 규모 단지 인프라를 함께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솔마을 5단지 1기 신도시 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중에서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곳은 한솔마을 5단지가 처음이다. 전국적으로도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최초 사례다. 원래는 수직 증축을 계획했으나,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수평 증축으로 바꿨다.
- 2021-10-08 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