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관련 기사는 우후죽순 쏟아지는데,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의 차이는 무엇이고, 기금의 고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다음에서 알아두면 좋은 국민연금 상식을 Q&A 형식으로 살펴보자.
Q. 개인연금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은 매월 일정액을 납부하여 노후에 연금으로 받는다는 원리는 같지만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개인연금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 가입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Q. 국민연금은 왜 필요한가요
국민연금이란 소득이 있을 때 매월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다가 나이가 들어 생업에 종사할 수 없어졌을 때,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였을 때 매월 연금을 지급하여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소득보장제도입니다. 노인 인구는 날이 갈수록 늘지만, 반면에 실제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있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이를 방치하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존재하는 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입니다. 2020년 8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516만 명을 넘어섰고, 지급액은 2조804억 원에 달합니다.
Q. 국민연금에 꼭 가입해야 하나요?
네.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은 국민연금에 가입해야합니다. 고령화에 따른 노후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서 전 국민을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하여 노후를 준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연금제도를 실시하면서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득재분배 효과가 생깁니다. 국민연금을 통해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보다 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매년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6월 기준 20년 이상 가입한 수급자는 75만 3000명에 달하며, 이들의 평균연금월액은 93만 원이었습니다.
Q. 국민연금은 언제까지 내고 언제부터 받나요?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이면 가입대상이 되고,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웠을 때 수급 연령이 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령연금을 받으시는 연령은 1952년생까지는 만 60세였습니다. 하지만 고령화 추세를 반영하여 1953~1956년생은 61세, 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그리고 1969년생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하도록 1998년 말에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이때 받으시는 연금액은 본인의 가입 기간 및 가입 중 평균소득액,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액을 기초로 계산됩니다. 수령액 산식은 다소 복잡하기에 자세한 사항은 국민연금 홈페이지에서 예상 연금액을 조회하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Q. 국민연금에서 대부는 받을 수 없나요?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대부(국민연금실버론)를 하고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전·월세보증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의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하여 안정적인 노후 생활 지원과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60세 이상 고령자 2/3 이상은 갑자기 긴급한 자금을 빌릴 일이 생길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고, 비록 소수가 금융기관에서 긴급자금을 빌리더라도 낮은 신용도로 인해 고금리의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우선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실버론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Q.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못 받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소진되어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지급합니다. 재정계산 결과는 현재의 보험료율(소득의 9%)과 미래의 경제성장률 및 평균수명, 출산율 등을 고려했을 때 2057년경(제4차 재정계산 기준)에 기금이 소진된다는 것으로, 여러 상황이 변동되면 그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 예로, 2007년 연금법 개정으로 기금 소진년도는 2047년에서 2060년으로 13년이 연장되었습니다. 이렇게 향후 재정계산 결과에 따라 정부에서 기금 소진이 되지 않도록 그 방안을 마련하게 됩니다.
기금이 소진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출산율의 저하인데, 만약 앞으로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정부가 책임을 지고 연금 지급을 보장합니다. 연금 지급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이미 오래전 연금제도가 도입된 서구에서도 정부의 보조, 부과방식으로의 전환 등의 방법을 통해 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출처 : 국민연금공단 100문 100답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준비의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준비가 ‘잘 된 가구‘는 8.6%에 불과하다. 즉 ‘노후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가구’가 절반 이상(55.7%)인 셈이다. 은퇴 후 부부의 월평균 최소생활비는 200만 원이 필요한데 국민연금 20년 이상 가입자 연금액은 92만 원으로 최소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 수명연장 추세를 감안하면 국민연금 외에도 주택연금, 인컴형 금융상품, 근로소득 등으로 은퇴 후 소득원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겠다.
자료 출처 및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하철규 수석연구원)
60세 이상 고령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으로 ‘본인 및 배우자 부담‘은 10명 중 7명으로 증가하는 반면, ‘자녀 및 친척 지원’ (17.7%)은 감소하고 있다. 자녀 세대의 부모 부양 의식이 점차 약화되고 있어, 자녀에게 노후를 기댈 수 없다. 가구주 연령대별 가구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60세 이상(77.2%)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50대(68.5%), 40대(66.6%), 30대(61.0%)의 순이다. 고령자는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가장 높으며, 부동산 이외 자산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은퇴 후 소득이 부족한 장년층이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을 활용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자녀 도움을 받지 않고 당당히 노후를 보낼 수 있고, 자녀들도 매달 생활비를 부모에게 드리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주택연금에 가입 할까 말까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집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상속재산으로 여기는 인식 때문이다.
주택연금, 평생 거주·평생 지급
주택연금은 집은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고령자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본인 집에서 이사 걱정 없이 평생 거주하면서 평생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주택 가격이 9억 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고,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의 합산 가격이 9억 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2세이며, 평균 주택가격은 3억 원, 평균 월지급금은 102만 원이다. 주택연금 가입주택 가격 상한을 시가 9억 원에서 공시가격 9억 원으로 상향하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이 11월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2월부터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시가 12억~13억 원 수준)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보유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가 9억 원 이상 주택연금지급액은 9억 원 기준(60세, 월 187만 원)으로 제한된다.
주택연금 가입자 4년 연속 1만 명 넘어
주택연금 연간 가입자 수는 2016년 ‘내집연금 3종 세트’가 출시되면서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선 이후, 4년 연속 1만 명 이상 가입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7만 6,58명에 달한다.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연령이 높을수록, 주택가격이 비쌀수록 월지급금이 증가한다. 월지급금은 부부 중 나이가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예를 들어, 시가 5억 원 집을 담보로 가입할 경우 60세인 사람이 가입하면 매달 104만 원의 연금을 받지만, 75세인 사람이 가입하면 매달 191만 원으로 연금액이 증가한다. 또한, 70세인 사람이 시가 3억 원 집을 담보로 가입하면 매달 92만 원의 연금을 받지만, 시가 9억 원 집을 담보로 가입하면 매달 272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1억 5000만 원 미만의 1주택 보유자는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어 최대 20%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
주택연금 활용 팁 7가지
집은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장년층이 주택을 활용해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주택연금 활용 팁을 살펴보겠다.
첫째, 주택연금 지급방식은 ‘종신지급방식’과 ‘확정기간방식’이 있다. 국민연금 수령금액이 많지 않고 활용할 다른 자산이 없는 사람은 ‘종신지급방식’이 안정적인 노후 생활과 장수 리스크 대비에 유리하다. 부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등이 준비됐다면 ‘확정기간방식’이 은퇴 초기에 좀 더 금전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다.
둘째, 주택연금은 가입 후 집값이 상승하더라도 기존 가입자 월지급금은 변동 없이 가입 당시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 따라서 집값 상승요인이 있다면 주택연금 가입을 늦추는 것이 유리하고, 집값 하락요인이 있다면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주택가격이 급등해 가격 상한(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셋째, 주택연금 이용자가 1년 이상 계속 담보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 주택연금 지급이 종료된다. 다만, 주택연금 가입자가 치료나 요양을 위해 요양시설에 입원하거나 자녀의 봉양을 받기 위해 다른 주택에 장기간 머무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때는 실거주를 하지 않아도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가입 주택 전부를 빌려줄 수 있어 주택연금을 받으면서 임대소득까지 얻게 된다.
넷째, 주택연금 이용 중 이사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경우 담보주택을 변경하면 주택연금을 계속 수령 가능하다. 다만, 이사하려는 주택의 가격 차이에 따라 월지급금이 달라지거나 정산해야 할 수도 있다.
다섯째, 은퇴 초기에 많은 돈이 필요한 경우 주택연금 지급 유형으로 ‘전후후박형’을 선택하면 10년간 월지급금을 많이 받고, 11년째부터 초반 월지급금의 70%만 지급받게 된다.
여섯째, 최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자 더 많은 연금을 받기 위해 주택연금을 중도해지 하는 사람이 있다. 주택연금은 중도해지 할 수 있지만 중도해지 하면 받은 연금액과 이자를 한꺼번에 반환해야 할 뿐 아니라 주택가격의 1~1.5%인 보증료도 돌려받지 못한다. 또한 3년간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곱째, 주택연금 가입 후 금리가 오르더라도 기존가입자 월지급금은 변동 없이 가입 당시 정해진 금액을 평생 보장 받는다. 다만, 주택연금은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이므로 금리가 낮을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다. 대출금리가 높으면 내야 할 이자가 많아지는데, 해당 이자는 가입자가 직접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주택연금 대출 잔액에 가산 되는 구조다.
연금저축은 노후준비를 위해 중요 연금자산으로 고령화에 따라 많은 사람이 가입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가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그동안 적립했던 연금저축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연금저축 가입자 대부분 세액공제 혜택은 비교적 잘 알고 있으나, 중도해지 시 불이익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 이러한 불이익은 피하면서 연금저축을 지키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자.
자료 출처 및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황명하 연구위원)
수익률이 불만이라면 갈아타자
연금저축은 중도해지 시 ‘세액공제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에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되며 총급여액 연 5500만 원 초과 시 연말정산 세액공제율 13.2% 대비 불이익이 더 크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연금저축을 깨고 싶은 가입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가입한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계약을 해지하기보다는 다른 연금저축상품으로 계약을 이전하여 기타소득세를 내지 않고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계약 이전은 기존 가입회사 방문 없이 신규 가입회사에 1회만 방문해도 가능하다. 단, 연금저축보험은 선취수수료 부과로 초기 비용이 커서 가입 후 5~7년 이내 계약 이전 시 해약환급금이 원금보다 적게 나오는 등 불리할 수 있으므로 계약 이전에 주의해야 한다.
계속 납입이 어렵다면 납부 중지·유예 제도 활용
실직, 소득감소 등 가계가 어려워져 연금저축을 계속 납입하기 힘들다면 해지보다는 납부 중지나 유예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가계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납입을 잠시 중단하였다가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납입하는 것이다. 연금저축 펀드 및 신탁은 자유납 방식으로 납부를 중지해도 불이익이 없으며, 형편에 따라 납입 금액 및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금저축보험은 매월 정해진 금액을 납입해야 하는데, 보험료를 2회 이상 납입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보험의 효력이 상실돼 손해가 발생한다. 2014년 4월 이후 가입 시 연금저축보험은 최대 3회 납부유예, 1회 최대 12개월 등 납부유예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없다면 자유납이 가능한 연금저축 펀드로 계약 이전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목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면 똑똑하게 인출
목돈을 인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먼저 연금저축계좌에 세제 혜택을 받지 않는 금액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600만 원을 납입하고 공제 한도인 400만 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았다면 나머지 200만 원은 기타소득세(16.5%) 발생 등 불이익 없이 인출할 수 있다. 연금저축 자산을 담보로 연금저축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는 노후 대비 자산인 연금저축 상품의 특성을 반영해 대출이자율을 비교적 낮게 정해 연금저축 담보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대부분 연 3~4%대로 일반 대출금리에 비해 낮다. 마지막으로 부득이한 인출 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하자. 가입자 개인회생이나 파산, 3개월 이상의 요양 등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연금 수령으로 간주하여 인출금액에 연금소득세(5.5~3.3%)가 부과돼 가입자에게 유리하다.
연금저축의 기본목적은 노후준비
국민연금은 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운용되기 때문에 대다수 가입자가 모르는 사이 자동으로 쌓이며 가입자도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회원국의 평균인 49.0%보다 낮은 37.3%인 것을 고려한다면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생활 대비에 부족하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연금저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온전한 노후생활을 위해서 연금저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연금저축은 세액공제 등의 혜택 등이 있더라도 오로지 본인의 필요성에 의해 가입하고, 본인의 판단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고, 중도해지도 본인의 자유다. 연금저축의 기본목적은 노후준비다. 연금저축은 세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할 만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깨지 말고 지키는 것이 노후생활 대비의 시작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배우자와의 사별 후 극심한 슬픔에 잠겨 고인의 길을 따라간 이들의 사례를 종종 접한다. 그 밖에 가족이나 친구, 반려동물, 애착했던 인물(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의 죽음 뒤 황망한 심정을 떨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비극은 대개 상심증후군의 악화로 일어나곤 한다. 죽음이 아닌 물리적 단절이나 소외 등으로 같은 증상을 겪기도 하며, 특히 자녀 문제로 인한 상심 증상은 빈둥지증후군이라 일컫는다.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심리학적으로 상심증후군은 애도(哀悼) 증상과 비슷해, 애도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랑했고, 많은 것을 함께했던 사람, 즉 배우자와의 사별은 가장 큰 상심을 안긴다. 일반적으로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애도기간을 보낸 후에도 극도의 슬픔이 지속되거나 눈물이 나고, 이전처럼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면 상심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고인과 생활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 바뀌어야 상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보통 6개월 정도면 뇌가 새로운 습관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라 슬픔에 잠기기도 해, 1년 정도 지나야 회복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애도기간을 거친 뒤에도 상심이 가시지 않고, 무기력증, 우울증, 분노 등이 동반되거나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 질환까지 나타난다면 곧장 병원이나 심리센터를 찾는 것이 좋다. 상심증후군은 자살과 관계된 척도로 검사가 이뤄질 만큼 위험한 증상으로, 주변에서도 유심히 살피고 도움을 줘야 한다.
사별 아닌 부재도 상심증후군 불러와
# A(68·여) 씨의 남편은 몇 해 전 치매 진단을 받고 결국 요양원에 들어갔다. 요양원은 외진 곳에 있었고, A 씨는 거동이 불편해 남편을 쉽게 볼 수가 없다. 은퇴 후에 일상을 함께 나누던 남편과의 생이별로 그녀는 무기력해졌고 삶의 무의미함마저 느낀다.
A 씨처럼 꼭 사별이 아닌, 배우자의 부재로도 상심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특히 치매나 다른 중병으로 온전한 대화와 교감이 어려운 상태에서 홀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사별 못지않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상심을 겪게 된다. 심해지면 망상장애나 정신분열증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면역력 저하를 비롯한 섭식장애, 근육통, 탈모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시절보다 중장년기에 사별(또는 부재)을 겪었을 때 상심증후군에 취약하다. 버팀목이었던 존재가 사라지면서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자신의 삶마저 비관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장년기는 직장생활이나 양육 등의 의무가 줄어드는 시기로 미래 목표의 가치가 흐려져 더욱 무기력해질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누구에게나 사별은 예고된 이별과 다름없다. 상심증후군 예방법 중 하나는 언젠가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꼭 유서를 쓰거나 심각할 필요는 없다. 가령 “내가 죽으면 통장은 OO에 뒀으니 찾으면 돼”, “당신이 먼저 떠나면 난 고향에 내려갈까 해” 등 자연스럽게 죽음 이후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상심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이별의 아픔을 겪었더라도 작은 목표라도 세워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한 달짜리 체크리스트를 만들거나, 하고 싶은 일을 버킷리스트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만약 이러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사회적 빈 둥지 함께 겪는 아버지들
# 은행 지점장 출신 B(66·남) 씨는 퇴직과 동시에 인맥이 줄줄이 끊기며 자연스레 약속과 모임도 줄어들었다. 거금을 들여 유학을 다녀온 아들은 진로 문제로 B 씨와 다투더니 독립하겠다며 집을 떠났다. 노후자금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그는 한없이 우울하다.
자녀의 독립으로 상심과 외로움을 느끼는 증상은 빈둥지증후군이라 한다. 주로 갱년기 여성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성도 이러한 증상을 보일 때가 있다. 특히 퇴직 후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소외를 당하면서 ‘사회적 빈둥지증후군’을 호소하는데, 여기에 자녀 문제로 가정에서의 빈둥지증후군까지 겹치면 증상이 악화된다. 그렇다고 전업주부의 증세가 덜한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 대신 아이와 밀착해 육아에 몰입해온 엄마들은 자녀가 떠났을 때의 충격과 슬픔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약 갈등이나 배신, 반항심으로 자녀가 떠났다면 부모의 상심은 훨씬 크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있거나, 배우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상황을 겪는다면 증상 회복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빈둥지증후군 역시 예측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녀 독립 후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좋다. 또, 자녀가 물리적으로 멀어졌을 뿐 아주 자신을 떠났다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늘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여기는 마음의 유대가 중요하다. 실천적 방법으로는 ‘봉사활동’이 있다. 자식에게 헌신했듯, 누군가를 돕는 일로 상심을 달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가급적 지속가능하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누구의 부모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빈 둥지를 새로움으로 채운다면 상심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야야, 이제 인생을 즐길 나이에 어쩌자고 고생길을 자청하니?” 이해숙(55, 괴산애플랜드 대표) 씨가 처음 귀농을 결심했을 때 친구들이 했던 말이 이랬다. 이후 9년 세월이 흘렀다. 해숙 씨는 그간 농원을 가꾸고 키우는 일에 모든 열성을 쏟았다. 잠자는 시간 외엔 오로지 일에 폭 파묻혀 살아왔다. 덕분에 이제 어지간히 기반이 잡혔다. 그러나 친구들의 촌평엔 여전히 개탄이 실려 있다. “아이고야 나 못살아, 언제까지 이 고생을 계속하며 살 거야?”
친구들이 보기에 해숙 씨의 전공은 과수 농사라기보다 ‘고생’이다. 고생의 정체를 궁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마침내 고생의 끝에 이르러 득도에 맞먹을 성취감을 맛보고자 하는 인간 유형의 본보기. 남들이 읽는 해숙 씨의 양상이 그쯤? 고생에 치여 나동그라지기는커녕 묵묵한 인내와 투지로 노동의 나날을 견디는 걸 바라보며, 뭔가 이색적인 운명의 농간에 빠진 자의 짠한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해숙 씨는 주변의 감상평에 무심하다. 그녀의 과도한 고생살이가 현재진행형임은 자명한 진실이거니와, 문밖에서 기다리는 일감이 첩첩해 서푼어치 가치도 없는 잡념에 사로잡힐 시간이 없다는 게 아닌가. ‘나는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게 그녀의 슬로건인가보다. 일하고 또 일하는 노역의 순환으로 점철되는 나날에서 무슨 오붓한 재미를 보랴. 그러나 고생스러운 일을 통한 전진의 실감과 삶의 생동감에 안도하며 그녀는 오늘도 농장에서 동분서주, 날다람쥐처럼 바지런히 내달린다.
애초 귀농을 먼저 제안한 건 동갑내기 남편 심명수 씨였단다. 명수 씨는 서울에 있는 유명 광고기획회사에서 근속했던 인물. 그는 머잖아 닥쳐올 은퇴 이후의 인생 2막을 귀농으로 열어젖히길 결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의사를 타진했고 해숙 씨는 즉각 찬동했다. 세상의 아내들은 대체로 귀촌과 달리 귀농엔 호의적이지 않다. 질색팔색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남정네들은 아내를 구워삶기 위한 설득과 회유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부부 동행의 귀농을 간신히 실현한다. 그러나 해숙 씨는 선뜻 공감했다. 귀농의 어떤 매력을 봤기에?
“내가 시골 출신이다. 시골생활에 충분히 익숙하며 좋은 기억들도 많았지. 결혼 이후 죽 서울에서 살았으나 자주 시골생활이 그립더라. 귀농을 해 된장, 고추장 같은 걸 만들어 팔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노후를 상상하자 호감과 용기가 생기더라고. 귀농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농원 규모가 엄청나다. 이 너른 언덕배기 토지를 어떻게 확보했지?
“시부모님이 남편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전답과 임야로 이루어진 1만8000평짜리 터로 이 가운데 1만 평을 과수원으로 개간해 운영한다. 복숭아도 꽤 많이 심었지만 사과 재배에 주력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농원 일대의 풍광이 아름답다고 팔짝팔짝 뛰더라. 정작 나는 풍경을 즐길 시간 여유조차 없는데.(웃음) 귀농, 이거 정말 장난 아니다.”
사과 농사를 선택한 이유는?
“사과 농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남편이 주장해 정했다. 난 원래 장류(醬類) 사업을 하고 싶었거든. 그래, 당신은 그럼 사과를 생산하시오, 난 장을 담그겠소, 그리 절충을 하고 일을 시작했으나 사과 쪽 일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장 담그기를 포기했다.”
처음부터 모든 작업을 손수 처리해왔다고 들었다. 아마도 숲과 묵정밭 일색이었을 터를 이렇게 근사한 과수원으로 바꿔놓다니. 수완이 대단하다.
“최대한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인건비를 아껴야 했으니까.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령, 사과나무 전지를 남들에게 맡길 경우 대충 1200만 원쯤의 인건비가 나간다. 이걸 아끼기 위해 자력으로 전지하는 거다. 아이고, 오직 일에 붙들려 산 세월이었다.”
단숨에 도약할 수 없는 게 농사
전지뿐이랴. 초기의 토목공사부터 애환의 연속이었다. 사과나무 묘목 식재부터 적뢰(꽃봉오리 솎아내기), 적화(꽃 따주기), 적과(열매 솎아내기), 거름주기 등등 수확을 보기까지의 모든 과정 어느 하나도 초심자에게 쉬운 게 없었다. 농사 요령을 배우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등을 찾아가 배운 곳도 많았고, 쫓아다니며 가르침을 청한 사람도 많았다. 귀농 이전에 책자를 통해 농사 이론을 섭렵했으나 현장의 실제는 이론과 사뭇 다르더란다. 해서 시행착오를 거듭한 바람에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귀농 선배의 조언에 다시 맞붙을 용기를 회복하기도 했다고.
“사과 농사로 성공한 선배의 체험담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농사라는 게 단숨에 도약할 수 없는 직종이라는 것, 초기의 시행착오가 많으면 많을수록 얻어지는 경험이 많아 결국은 성장 자산이 된다는 것, 이처럼 평범한 충고가 절절하게 가슴을 치며 힘을 주더라. 귀농해서 참혹한 실패를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는 걸 알고 새삼 정신을 가다듬기도 했다.”
귀농인들의 현실에 밝을 것 같다. 고전한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가?
“대체로 다들 시행착오를 겪는 것 같다. 오랫동안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고비에서 견디지 못하고 추락한다. 작물 선택을 잘못해 갈아엎으며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하고, 판로 측면에서도 흔히들 고뇌한다. 가장 위험한 건 적자 누적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는 상황이지. 이래저래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게 농업이라고 본다.”
그러한 농업의 실태를 귀농 이전에 미리 파악해둔 게 있었나?
“만만치 않은 도전일 거라는 짐작은 했지. 어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충분히 예상했던 거다. 그런데 귀농을 해 실제로 겪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더군. 한마디로 겁 없이 뛰어들었던 셈이다.”
후회한다는 뜻?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며 살지? 이런 회의는 아직도 가끔 찾아오지만 이건 후회와는 다른 감정이다. 후회가 있었다면 견디지 못했겠지. 자청해서 시작한 귀농이니 모든 시련을 기꺼이 감수하자는 의지만큼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끈질긴 근성, 나에게 그런 건 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몸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는 점, 그리고 자금난이었다. 자금 문제는 특히나 버거웠다. 농장의 규모가 있어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갔거든. 집을 짓는 데에도 큰돈을 썼다. 이 모든 자금을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팔아 충당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빠듯해 남편이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농장 유지를 위해 그의 월급이 필요했으니까.”
전략적인 귀농? 스마트한 협업? 해숙 씨 부부는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미리 방책을 강구하고서 귀농에 착수했던 것이다. 아내가 먼저 산골로 들어가 농장을 개척하고, 남편은 서울에 남아 돈벌이를 해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는 게 아닌가. 이 조직적인 분업 시스템은 길게 이어지다가 작년에 이르러서야 종료됐다. 즉 이 부부는 귀농 9년의 세월 중 8년을 주말부부로 지낸 뒤 합류했다. 다시 말하자면 귀농 8년간은 해숙 씨가 사실상 농장을 주도적으로 도맡아 끌어온 셈. 그러하니 그간의 행장이 비범하다 할 수밖에. 그녀의 맹활약엔 경계가 없었을 터이며, 허리가 휠 근로의 양은 상식을 초월할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고, 당나귀 같은 우직한 뚝심으로 넘어선 시련의 수효가 많고 많았을 것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부부싸움할 시간조차 없어
돋보이긴 남편 명수 씨 역시 마찬가지. 그는 서울의 직장에서 일하다가 금요일 밤이면 부리나케 내려왔다. 그리고 토·일요일 양일간 어두워질 때까지 맹렬히 농장일을 하고선, 월요일 새벽에 다시 직장으로 달려가길 8년간 반복했다는 게 아닌가. 무언의 상호충성 동맹이라도 맺었던가. 부부는 레이스를 펼치듯 경쟁적으로 각자의 일에 매진해온 것 같다. 이를 하나의 절경으로 본들 무슨 무리가 있을까. 명수 씨는 요즘도 일하고 또 일하는 게 비법이라는 양 쉼 없이 열일을 한다. 가혹한 근로에 허리디스크를 안고 사는 신세가 됐으나 아랑곳없다. 해숙 씨도 류머티즘 관절염을 갖고 있으니 이 역시 노동의 강도를 반증한다. 농장이 요구하는 노동량의 극대치를 완수하며 살았으니 하늘 아래 부끄럽지 않을 부부가 여기에 있구나. 그렇다면 그 결과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이젠 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한다. 과수원의 기틀이 완성됐고, 기술력이 늘어 사과 품질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골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사과 체험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었다. 해마다 매출이 점진적으로 늘더니 올해는 드디어 흑자 국면에 접어들었다.”
작년까지는 죽 적자를 봤다?
“그렇다. 일반 작물과 다르게 과수 농사는 묘목 식재 뒤 최소 3년 뒤에야 과일을 딸 수 있다. 그간의 부진한 채산성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단순히 적자를 기록했다기보다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투자를 거듭해 기반을 다져온 기간이었으니 이는 필연적인 과정이었다고 본다.”
농사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근 10년이 지나고서야 첫 흑자가 나다니 말이다.
“그동안 불안감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다. 정확한 통계인지는 몰라도 전체 사과 농가의 단 5%만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누린다는 얘기엔 아찔하더라. 그런데 이거 아시나? 가만히 쪼그려 앉아 고민하고 있을 짬조차 없는 게 농장일이라는 거. 심지어 부부싸움으로 으르렁거릴 시간조차 없더라고.(웃음) 종일 일하고 밤엔 곯아떨어져 잠자느라 여유도 여념도 없이 살았던 거다. 어휴, 주저앉아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내일 하루 당신에게 완전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지?
“농장을 비워둘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 해치워야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마음 편히 벗어나겠나. 비가 내리기만 해도 불안해지더라. 일을 멈춰야 하니까. 일을 못하거나 일에 대한 성과가 없으면 난 허탈해 풀이 죽는다.”
마르크스였던가, 일에만 붙들려 사는 인생은 노예와 다름없다고 말한 이. 그러나 이와 같은 ‘썰’을 해숙 씨에게 적용하기엔 좀 무기력하다. 비록 고역스러울망정 그녀는 일이 싫지는 않은 자발적 일벌레이지 않은가. 일 속에 묻혀 있을 때라야 안심을 느낀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이런 심리가 이해되는 게 그녀의 목적이 일 자체가 아니라 일로 거둘 수 있는 ‘성과’에 있기 때문이다. 성과가 누적되면 비상할 수 있는 것. 해숙 씨는 비상하고 싶다. 도달하고 싶다. 어디에? 튼실한 기업형 관광농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숙원. 그녀는 이를 기어이 성취하고 싶은 것이다.
“나에겐 성취욕이라는 게 있다. 원하는 걸 반드시 이루어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는 거. 바라건대 농원을 열심히 가꿔 자식 놈들까지 합세한 복합관광농원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간 사과 농사 외에 다른 일들에도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
어떤 일들?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배울 만한 기술은 거의 다 배웠거든. 수제맥주, 퓨전 떡, 빵, 천연식초, 전통주 등등 필요하다 싶은 제조기술은 모두 습득했다. 최근 캠핑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페스티벌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목표를 향해 나름 질주하고 있는 거다.”
당신의 열렬한 노동과 공부에 경이를 느끼지만 굳이 그렇게 자신을 혹사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궁금하다. 복합농원을 일궈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부(富)를 쌓고 싶나?
“돈의 노예로 사는 인생처럼 초라한 게 다시 있을까? 복합농원을 일구려는 이유? 말했지 않나. 난 성취욕이 강한 여자라고.(웃음)”
단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이루고 싶은 건 여하튼 이루고 가겠다는 얘기이겠다. 그러자면 투쟁과도 같은 투신이 필수. 목표 성취를 위해 그녀는 일단 노동을 삶에 입장시킨 대신 종래의 안이한 관습들을 추방했다. 귀농 고생살이도 이쯤이면 내공 쌓기 수업?
이해숙 씨가 주는 귀농 Tip
•사전 계획과 준비에 철저해야 한다.
•귀촌이든 귀농이든 목적을 분명히 정한 뒤 그게 합리적인지를 다시 점검하라.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게 시골생활이니까.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섣불리 대규모 과수 농사에 뛰어들지 말자. 부부가 경작할 수 있는 과수원의 적정 규모는 약 3000평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시골 텃세에 미리 겁먹을 것 없다. 오며가며 인사만 잘해도 교류 물꼬가 트이니까.
•일단 귀농을 했다면 쉽게 포기하지 말자. 어떤 식으로든 고비는 오게 마련이고, 시행착오도 결국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걸 유념하라.
펀드를 통해 노후준비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연금저축펀드 설정액은 2019년 말 기준 14.5조 원으로 2014년 6.5조 원에 비해 6년 간 2배 규모 이상 크게 증가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준비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그에 따른 위험이 뒤따른다. 노후자금처럼 장기간 운용을 목표로 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연금펀드를 선택하는 6가지 기준에 대해 살펴보자.
자료 출처 및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김은혜 책임연구원)
#1 나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펀드
가장 좋은 펀드는 나에게 맞는 펀드다. 아무리 높은 수익의 펀드라도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다면, 적합한 펀드라고 할 수 없다. 투자성향이란 수익 및 투자위험에 대한 본인의 기대수준을 말한다. 높은 수익을 위해서라면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위험선호형’과 수익은 낮더라도 손실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위험회피형’ 투자자에게 맞는 연금펀드는 다르다. 투자성향은 증권사 등 금융회사 홈페이지나 지점에 방문하면,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진단결과에 따라 공격투자형, 적극투자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 등으로 구분한다.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 가능 펀드가 펀드위험등급에 따라 제한되므로, 나에게 맞는 펀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수익률이 비교지수 대비 높은 펀드
수익률은 펀드 선택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과거수익률은 미래성과를 보장하지 않으므로 과거수익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좋은 성과를 꾸준히 거둔 펀드라면 과거수익률이 투자결정에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펀드수익률은 최근 1개월, 3개월 반짝 수익률이 아니라, 3년 이상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안정적인 수익 추구가 중요한 연금펀드의 경우 더욱 그렇다. 3년 이상 연환산 수익률이 목표수익률을 넘어선다면, 펀드가 비교지수(BM,시장지수) 대비 성과가 양호한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A, B 펀드 수익률이 10%로 같을 때, A 펀드의 비교지수 수익률이 15%, B 펀드의 비교지수 수익률이 5%라면, A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B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3 위험수준이 동일유형 대비 낮은 펀드
수익률만큼 중요한 것이 펀드의 위험수준이다. 대표적인 위험지표는 표준편차다. 표준편차는 수익률의 변동성을 측정한 값으로, 표준편차가 작을수록 수익률의 변동성이 작고, 클수록 변동성도 크다. 단, 표준편차가 낮은 펀드가 반드시 우량 펀드라고 할 수는 없다. 변동성이 낮아지면, 기대수익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펀드에 투자할 때는 기대수익과 위험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위험 대비 수익 측면에서, 위험수준이 같다면 수익이 더 높은 펀드, 수익이 같다면 위험수준이 더 낮은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펀드의 표준편차는 아직 펀드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펀드 투자설명서, 판매사 홈페이지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일유형의 연금펀드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표준편차가 더 낮은 펀드가 장기투자 측면에서 유리하다.
#4 운용규모 50억 원 이상, 자금유입이 계속되는 펀드
펀드의 운용규모는 효과적인 자산 운용에 중요한 요소다. 운용규모가 작으면 분산투자를 충분히 실행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펀드 설정 후 3년이 지나도 운용규모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펀드라면, 장기투자펀드로써 운용전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한편, 운용규모가 과도하게 큰 펀드도 경계해야 한다. 공모주, 중소형주 등 특정 대상에 투자하는 펀드는 운용규모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해 펀드 고유의 색깔을 잃기 쉽다. 펀드 자금의 유입 추세도 살펴봐야 한다. 자금유입이 계속된다면 큰 문제없지만, 자금유출이 계속되는 펀드라면 투자를 재검토한다. 환매가 계속되면 펀드의 보유자산을 어쩔 수 없이 매도해야 해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 펀드매니저 교체가 잦지 않은 펀드
펀드매니저의 잦은 교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펀드매니저가 자주 교체된다는 점은 펀드 운용상의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가 교체되면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 교체가 뒤따라 운용전략이 이어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 안정적인 연금펀드 투자를 위해서는 펀드매니저 교체가 잦지 않은 펀드, 또는 펀드매니저 교체로 부터 영향을 덜 받는 펀드, 즉. 특정 매니저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명확한 운용 철학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펀드매니저 교체 내역은 패당 펀드의 투자설명서 또는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펀드매니저 검색을 통해 운용 이력도 살펴볼 수 있다.
#6 펀드평가등급 상위 펀드(1~2등급)
펀드 투자 시 체크리스트를 직접 챙기기 어렵다면, 펀드평가사의 펀드평가등급을 참고면 된다. 국내 대표적인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 에프앤가이드, 한국펀드평가에서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펀드평가등급을 매기고 있다. 펀드평가등급은 펀드를 선택하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펀드 순자산 10억 원 이상이고, 운용기간이 1년 이상인 펀드를 대상으로, 수익률과 위험수준(변동성)을 동시에 고려하여 펀드평가등급을 산정한다. 성과평가 상위 백분율을 기초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펀드는 최고 등급인 1등급에 별 또는 태극마크를 5개를 부여하고, 11~33%는 4개, 68~90%는 2개, 90~100%는 1개를 매긴다. 관심 있는 연금펀드의 펀드평가등급이 1~2등급이라면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지만, 4등급 이상이라면 투자를 재검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연금펀드를 선택하는 6가지 기준에 대해 살펴봤다. 연금펀드를 선택하는 기준은 펀드 선택 시점뿐만 아니라 보유 펀드가 여전히 우량펀드인지 점검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량 펀드라도 운용상의 큰 변화가 있거나,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불량 펀드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자금마련을 위해 장기투자하는 연금펀드는 선택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연금펀드를 선택하는 기준에 따라 연금펀드를 선택하고, 최소 1년에 한 번씩 기준에 부합하는지 꾸준히 점검해 나간다면, 연금펀드만으로도 든든한 노후가 가능해질 것이다.
시골에 내려가 민박집이나 펜션을 운영하는 이가 많지만 뜻대로 순항하는 사례가 드물다. 이를 모르지 않았던 이정형(60, 희양산토담펜션 대표) 씨는 불운한 운명이 도래한 걸 깨달은 사람처럼 심오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기어이 펜션을 짓겠다고 기세를 돋우는 남편 강인구(66) 씨를 보기 좋게 꺾을 묘한 수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형 씨는 실패했다. 그녀가 아는 인구 씨는 좀 과장하자면 지구인 77억여 명 가운데 가장 끔찍한 옹고집쟁이. 결국은 남편이 이겼다. 정형 씨는 실의와 불안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잉, 이게 웬일? 펜션 사업이 썩 순조롭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정형 씨가 반기를 든 건 펜션 문제에서만은 아니었다. 인구 씨가 귀농을 제안했을 때부터 열렬한 반대운동에 나섰으니까. “혼자 내려가시옵소서!” 처음엔 그리 심드렁히 답하는 걸로 기선 제압을 도모했다. 하지만 애당초 한 번 먹은 뜻을 쉬 굽힐 남편이 아니었다. 지구별에 존재하는 동종 옹고집들의 빛나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는 투로, 인구 씨는 불퇴전의 고집을 부려 마침내 아내를 대동하고 귀농을 실현하는 혁혁한 전과(戰果)를 거두었다. 포성이 지축을 흔드는 전쟁은 아닐망정, 나름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전략이 아니고선 승리할 수 없는 게 부부싸움이다. 인구 씨는 그간 축적한 투쟁 자산 혹은 고집의 막강 위세를 총동원해 성공, 어쩌면 가족사에 길이 남을 치적(?)을 세운 건지도 모른다.
물론 인구 씨 입장에선 누구에게나 지지받기 어려운 서푼짜리 생고집을 부린 게 아니었다. 어엿한 합리에 기반을 두고 귀농을 선창했으니까. 반평생 근무했던 주방기구회사에서 은퇴한 그는 ‘어서 오라!’ 속삭이는 시골의 유혹을 물리칠 길이 없었다. 은퇴자의 쓸쓸한 삶의 오후를 견디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저지방우유를 사들고 서울의 여기저기 공원이나 야산을 배회하다 해 저물면 털레털레 귀가하는 나날들. 그는 자신의 모습이 늙은 거북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한심했으며, 마침내 영혼까지를 다한 고뇌와 모색을 하다 고향으로의 귀농을 발상했던 것이다. 외로이 홀로 계신 고향집의 노모님도 모시고, 놀려둔 농토로 일감을 만들고, 아내와 둘이 전원의 낭만도 즐기고, 이래저래 귀농보다 더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노후 대책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니, 여기엔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아내 정형 씨는 왜 귀농에 반기를 번쩍 들었나. 보나마나 생고생할 게 빤해서였다. 날마다 풀이나 뽑다가 손가락 관절염에 걸릴 테고,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어쩌다 한두 번이지 허구한 날 올려다보자면 뒷목만 뻐근할 테고, 마트나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대신 죄 지은 것 없이 시골집에 얽매이는 옥살이를 해야 할 게 아닌가. 게다가 모기나 파리 따위 해충은 또 어떻고? 최악의 경우, 집 안으로 스며든 뱀이 소파에 똬리를 틀고 앉아 TV 시청을 하는 엽기적 정경을 목도할 수도 있는 게 시골생활이다. 이래저래 정형 씨는 귀농하자는 소리를 듣는 순간 오만정이 떨어졌던가보다.
“남편에겐 어머님을 모실 수 있는 낙향이자 귀농이라는 좋은 뜻에 의한 결심이었겠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반대를 했다. 그러나 도저히 이길 수 없더라. 결국은 꾹 참고 져줬다. 이런 내가 시골생활 대비 차원에서 준비한 건 운전면허증을 따둔 거 하나였다. 운전을 할 줄 알아야 답답할 때 바람이라도 쏘일 수 있을 거라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펜션 사업 반대
정형 씨 내외가 여기 문경시 가은읍 산골로 귀농한 건 2016년 초. 내려오자마자 남편은 벼농사를 시작하더란다. 벼농사에 덤벼든 속도보다 더 신속하게 착수한 건 펜션 짓기였다. “우리 펜션이나 해보더라고!” 그렇게 툭 던져놓고 산 아래 논의 일부를 터로 다져 건축에 나섰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을 초고속 질주였다. 이쯤이면 인구 씨의 특기가 고집부리기 맞나? 그게 아니라, 가령 필요하다면 뒷산도 헤딩으로 부수고 나설 슈퍼 울트라급(級) 박력의 보유자라 봐야 하지 않을까. 여하튼 파랗게 질린 정형 씨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금 투쟁 전선에 나섰다.
“이번엔 사생결단을 하고 반대를 했다. 펜션은 무슨? 기어이 저지하고 말리라! 꽤나 독을 품었던 거다. 그러나 또 졌다. 원통하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웃음)”
펜션을 왜 반대했지? 잘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잘될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나? 아무리 날고뛰더라도 자리 잡히기까진 고전할 게 분명해보였던 거다. 게다가 자금 사정도 변변치 않았거든. 건축비 외에 운영비도 많이 들어갈 텐데, 그러고 나면 밥은 뭐로 먹고? 근심과 불안이 아주 많았다.”
부군의 펜션 사업 착수가 충동적인 건 아니었겠지?
“나 몰래 충분히 구상해온 것 같았다. 건축의 초벌 설계까지 직접 해서 설계사무소에 맡긴 걸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펜션에 꽂혔다는 걸 알겠더라. 남편이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무슨 일을 해서든 가족들 밥은 굶기지 않을 남자다.”
봄에 펜션 건축을 시작해 여름에 오픈했다지? 일사천리로 진도를 뺐구나.
“양가 형제들이 많이 도와줘 일이 순조로웠다. 남편이 건축을 주도하는 사이에 나는 부지 곳곳에 꽃을 부지런히 심었다. 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전에 아파트에 살면서는 꽃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귀농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라곤 개울에 나가 다슬기를 줍거나 꽃을 심는 방법밖엔 없었거든.”
드디어 펜션을 오픈한 뒤엔 어땠나? 손님이 얼마나 오던가?
“처음엔 지인들만 간간이 왔다. 그러다가 차츰 문경 지역을 여행하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주말에 좀 들어오더라. 이듬해 3, 4월에도 비슷한 추세였다. 5, 6월엔 거의 찾는 이가 없어 객실이 늘 비었다. 그런데 7월 말쯤부터 2주 동안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방 여덟 개가 다 찼다. 아하, 이게 성수기라는 거구나! 여름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사는 게 펜션이라는 얘기가 실감으로 다가오더군. 이후 손님이 꾸준히 늘어 초기의 불안감에서 성큼 벗어날 수 있었다. 상당히 빠른 성장 속도로 자리가 잡혀나간 셈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기대보다 흡족하게 안도할 만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얘기다. 매우 따분한 날들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으나 정반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걸 보며 정형 씨는 비로소 재미와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처음의 격렬했던 반대 시위의 기억을 내심 멋쩍어하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 비수기를 제외하고는 무자비한 불황에 진저리를 칠 일이 없었다는 게 아닌가. 펜션 개업 만 4년이 지난 현재, 해마다 점증한 손님의 수효로 이미 궤도에 올라섰다. 재방(再訪) 비율은 무려 90%. 한 번 찾아왔던 고객 대부분이 다시금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탄탄한 단골층을 형성했으니 귀농 성공사례라 쳐도 무방하겠다.
고객들 위해 심은 배추 500포기
이와 같은 일련의 성취는 거저 굴러들어온 행운의 산물이 아니다. 비결이 무엇일까. 우선 정형 씨네 펜션이 들어앉은 자리의 경관부터가 빼어나다. 낮에는 물론 달빛 부서지는 오밤중에도 장엄한 암봉을 허옇게 드러내는 명산 희양산이 지척에 있어 상서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반딧불과 가재가 서식하는 맑은 개울이 펜션 앞을 흐르니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물에 들어가 놀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사방에서 넘실거리는 야산들이 주는 싱그러움과 적당한 적막감 역시 도시에 지친 나그네들의 마음을 보듬어준다.
그러나 이 모든 수려한 자연 경관보다 펜션의 쾌조에 더욱 기여한 건 정형 씨 부부의 노력과 수완이다. 인간사의 인과(因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붓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막막했다. 그저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객실 청소를 비롯한 미화 작업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내가 꽃을 많이 심었다. 부지가 넓은 편이라 꽃밭, 꽃길 외에 텃밭 공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유용했다. 거기에 온갖 야채를 심기 시작한 건 손님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그저 우리 집을 찾아준 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뜻으로 고객들에게 야채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내놓고 보니 그 소소한 선의의 표시가 고객의 환심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는 걸 알겠더라. 누구나 필요한 만큼 야채를 채취해 가져가도록 했다. 아침이면 방방마다 옥수수나 감자를 쪄 돌리기도 했다. 얼마 전엔 배추 500포기를 심었다. 모두 손님들을 위한 물량이다.”
이 펜션은 작은 놀이동산 같은 구색을 갖추었다. 왜 이렇게 꾸몄지?
“영업을 시작하고 얼마쯤 지나 고객층의 경향에 특징이 있다는 걸 알았다. 어린 자녀를 대동한 30, 40대 부부들이 주로 투숙했으니까. 그래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과 시설을 보강했다. 작은 수영장을 만드는 식으로. 텃밭 체험에도 아이들은 신나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장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의 공간으로 입소문이 난 모양이다. 도시의 한정된 공간으로부터 아이들을 해방해 한때나마 자연 속에 풀어놓고 싶은 젊은 부모들. 정형 씨는 그들의 니즈에 적극 부응했으며, 그게 펜션의 안정세를 북돋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면 줄수록, 마음을 쓰면 쓸수록 돌아오는 것도 많은 게 인간관계다. 그러다 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잘나가던 영업집들이 도중에 망가지는 게 그 욕심 때문이지 않던가.
“초심을 유지하게 위해 자제한다. 돈 냄새 풍기지 않는 영업집을 지향하면서. 우리 부부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일이 고되지만 그저 즐기자. 무리할 거 없다, 그냥 먹고사는 정도에서 만족하자!’ 지금 무난하다고 앞으로도 잘될 거라 방심하지도 않는다.”
어려운 점도 많을 테지?
“좋은 접객을 위해서는 친밀감을 자아내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했는데 내겐 그게 쉽지 않았다. 서비스가 지나쳐 오히려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지 고민도 많이 했다. 컴맹이었던 내가 뒤늦게 블로그를 배워 펜션 이야기를 올리는 일도 만만치 않아 진땀을 뺐다.”
시골에 내려와 펜션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펜션 사업이란 게 쉽지 않다. 이곳 주변의 펜션들 대부분이 부진하거나 사실상 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권장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땅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수월했지만 투자비도 많이 들고 부대비용도 수시로 발생해 고난에 빠질 수 있다. 오직 돈벌이를 목적으로 뛰어들 경우에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당신은 처음엔 귀농을 결사반대했다. 이젠 귀농에 호의적일까?
“내가 귀농으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마음의 여유다. 도시에서와 달리 느긋하고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으로 좀은 변했거든. 그러나 여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시골이 도시보다 좋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손발 걷어붙이고 진흙탕에도 뛰어들어야 하는 게 귀농생활이다.”
이왕지사 시작한 일,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몰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 한번 가보자. 정형 씨는 그런 심정으로 진력했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고 진지하게 관여했다. 정형 씨 내외가 그간 쏟은 땀의 총량이 몇 톤에 달할지는 저 고매한 희양산 바위봉이 알려나. 그런데 정형 씨의 펜션이 궤도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스스로 선의를 끌어내는 힘에 있는 게 아닐까. 타인의 호의를 기대하기 이전에 나의 선의로 먼저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는 능력의 진실. 이는 단지 펜션 운영에만 적용될 공리이랴. 타인을 찍어 누르고서야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미신마저 횡행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법일 수 있다. 그나저나 정형 씨는 아직도 단단히 벼르고 있단다. 남편의 고질적인 옹고집을 단 한 번이라도 와지끈 무너뜨리기 위해.
“어휴, 단 20분만 같이 있어도 혈압이 오른다. 선의도 통하지 않더라. 남편 성질이 불이거든. 늘 내가 패하고 마는 거다. 언젠가는 한 번쯤 이기고 말겠다는 결의를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하하.”
정형 씨가 주는 귀농 Tip
•무작정 내려왔다가 시행착오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미리 귀농·귀촌 교육을 받는 등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하자.
•마을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거처를 마련하자. 그게 차라리 원주민들과 더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방법이다. 지나친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
•펜션을 구상한다면 무엇보다 위치 선정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일단은 경관이 좋은 곳이어야 승산이 있다.
•인근의 귀촌·귀농인들과 긴밀히 사귀자. 단 한 사람하고라도 우정을 나눌 경우 시골생활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크게 덜 수 있다.
올해 1958년생이 만 62세가 되면서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령을 개시했다. 수령 연령은 61년생부터는 만 63세로, 65년생부터는 만 64세로 그리고 69년생부터는 만 65세로 늦춰진다. 한편, 많은 직장인이 주된 직장에서의 은퇴 시기가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예상(2017년 51.7세, 2018년 50.9세, 잡코리아)하고 있다. 은퇴 시점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시점 사이의 기간을 소득공백기라고 부른다. 주된 직장에서의 은퇴연령은 빨라지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고 있어 소득공백기가 점점 확대되는 상황이다.
자료 출처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THE100 리포트(황명하 연구위원)
소득공백기, 퇴직연금 수령은 아직 미흡
소득공백기에 활용하기 좋은 대표적 노후자산이 퇴직연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많은 직장인이 이를 간과하고 만 55세 이후 퇴직 시 연금 수령보다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게 일반적이다. IRP 계좌로 의무 이전 예외 적용을 통해 2018년 연금 수령이 되지 않는 다른 계정으로 ‘퇴직급여’를 수령(결과적으로 일시금 수령)한 직장인은 25.5만 명, 총 금액은 2.2조 원이다. 이중 만 55세 이상 퇴직자는 12.3만 명(48.6%), 금액은 1.9조 원(84.3%)에 이른다. 또한, 만 55세 이상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IRP 계좌에서 연금 수령을 선택한 비중은 2016년 1.6%(평균 적립금 3.1억 원)이며, 2019년에도 2.7%(평균 적립금 2.1억 원)에 불과하다. 평균 적립금이 줄어들었지만 연금 수령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금 수령은 일시금 수령보다 효율적인 절세방안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해 적립하는 자산으로 과세이연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그러나 인출 시에 세금이 발생하기에 은퇴자는 노후를 위해 퇴직연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인출할지 고민해야 한다. 인출 시 과세 체계는 연금 수령 요건을 갖추기 전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연금 외 수령)과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이후 퇴직연금의 자금 원천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달라진다.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 시 퇴직급여에는 퇴직소득세, 운용수익에는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되는 반면, 연금 수령 시 퇴직급여에는 퇴직소득세의 60~70%, 운용수익에는 5.5~3.3% 등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은퇴 후 연금 수령은 가장 효율적인 절세방안이기도 하다.
고소득자에게 불리한 퇴직소득세
2016년부터 퇴직급여가 큰 퇴직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퇴직소득세 산출방식이 변경됐다. 2016년 이전에는 퇴직급여의 40%가 정률 공제돼 과세표준이 계산됐으나, 정률공제가 삭제되고 800만 원 이하는 100%, 1억 원 이하는 55%, 3억 원 초과는 35%를 공제한다. 퇴직급여가 많은 퇴직자의 공제 비중이 작은 차등공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 이전 방식과 변경된 방식을 일정 비중으로 혼용해 퇴직소득세를 산출했으나, 2020년부터는 100% 변경된 방식에 따라 산출한다. 퇴직급여가 큰 퇴직자일수록 퇴직소득세 부담이 더 크기에 연금 수령이 조금이나마 절세에 도움이 된다.
과세 규정 잘 활용하면 절세효과 배가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인출하면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언제, 어떻게 연금을 수령하느냐에 따라 세율이 변경돼 관련 규정을 잘 활용하면 세금을 덜 내고 실질 수령액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연금 수령 시 인출 순서는 과세가 제외되는 ‘세액공제 받지 않은 개인부담금’부터 인출된다. 다음 ‘퇴직급여’가 인출되는데, 퇴직소득세의 70%인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며 연금 실제 수령 11년차부터는 60%가 부과된다. 수령 기간을 가능한 한 길게, 후반부에 금액을 높이는 것이 좋다. 끝으로 ‘세액공제 받은 개인부담금’과 ‘운용수익’이 인출되는데, 연령에 따라 저율인 5.5~3.3%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돼 연령이 높을 때 금액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단, 연 1200만 원(연금저축 합산) 초과 시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니 주의한다.
연금수령 요건 알아야 노후생활 대책 마련에 유리
연금수령은 만 55세 이상, 가입 후 5년경과, 연금수령 개시 신청, 연금수령 한도 내 수령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가능하다. 단, IRP 계좌에 ‘퇴직급여’가 포함될 경우 가입 후 5년 미경과시에도 연금수령을 할 수 있다. 연간 연금수령 한도를 초과하여 수령 시 연금 외 수령으로 간주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연금 수령 개시는 연금지급 주기, 연금지급일, 최초 지급연월, 지급방식을 작성하면 신청 가능하다. 2013년 2.28일 이전 IRP 가입자는 5년 이상, 2013년 3.1일 이후 가입자는 10년 이상의 연금 수령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수령한도는 연금수령 시 연금소득세를 적용 받는 한도금액을 의미하며 수령 연차는 최초 연금을 수령 가능한 날이 속한 해부터 1년차로 계산한다. 2013년 2월 28일 기준으로 연금수령 연차를 다르게 적용 받아 한도 계산방식이 달라진다.
연금수령 방식, 개인 노후생활에 맞게 선택
연금수령 방식은 금액지정형, 기간지정형, 금액-기간지정형, 구간지정형, 연간한도내 수령형 등이 있다. 개인별 부양가족, 연금 자산, 투자 및 저축 자산 등이 달라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금액지정형은 매월 100만 원, 200만 원 등 가입자가 받고자하는 금액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적립금이 소진될 때까지 지정된 금액을 지급하고 최종 회차에 잔여금액을 지급한다. 정해진 금액을 지급받아 노후생활비 사용이 안정적인 반면, 운용 성과에 따라 기간이 변동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간지정형은 10년, 20년 등 확정기간 동안 연금을 받고 싶을 때 각 지급시점의 적립금 평가액을 잔여 회차로 나눠 지급액이 결정된다. 연금액이 변동돼 금액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나 정해진 기간 지급받기에 적립금 조기 소진 위험에서 자유롭다.
소득공백기, 퇴직연금으로 돌파하기
퇴직연금 적립금이 소액일 경우 일시금으로 수령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받은 일시금은 생활비나 대출상환, 교육비 등에 사용해 버리기 십상이다. 퇴직연금은 연금으로 얼마를 받느냐는 것은 나중에 고민하더라도 이직 또는 퇴직 시 일시금으로 인출하지 않고 노후자금으로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이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30년 동안 매년 400만 원만(2019년 가계평균소득 월 486만 원, 통계청) 꾸준히 모아도 원금만 1억 2000만 원에 이른다. 은퇴 시 직장인이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공백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결코 적지 않은 노후 자산이 될 수 있다. ‘퇴직연금은 노후자금’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절세효과와 더불어 노후 소득공백기라는 난관을 잘 돌파하길 바란다.
2화 금융에도 AI 바람이 분다
영화처럼 AI와 사랑을 나누는 세상은 아니지만, AI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왔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빠르고 무섭다. 잔돈을 뒤져가며 공중전화의 버튼을 누르며 안부를 전하고, 약속을 잡던 시절은 이제 까마득하다. 카톡 전송 버튼 하나면 안부는 기본이고, 실시간으로 상대방에게 약속 장소를 보낸다. 장을 보러 밖에 나갈 필요도 없다. 버튼 하나만 누르고 자면 장바구니가 문 앞에 와있다. 송금하기 위해서 은행 창구를 찾아가거나, ATM 기기 앞에서 씨름할 필요도 없다. 비밀번호 6자리면 송금이 그 자리에서 바로 된다. 전염병으로 인한 비대면 일상이 비정상적인 건 사실이지만, 의외로 불편하지는 않다. 그만큼 기술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이 익숙하다. 그만큼 비대면 기술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 금융시장의 화두, AI
금융시장은 비대면이 화두다. 코로나 19가 비대면 금융의 가속화를 앞당긴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금융업의 비대면 서비스는 활발했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국내 인터넷 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1억 5923명(동일인 가입 중복 허용)으로 전년 말보다 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 뱅킹을 통한 입출금 및 자금이체 이용 비중은 59.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6명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AI가 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의 선두 기술로 사용된다. 시중은행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IBK 기업은행은 AI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국토교통부, 법원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 등을 심사한다. 신한은행은 ‘AI 음성봇’을 통해서 고객 전화 문의를 응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AI는 미래에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이며, 시장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자산운용산업의 인공지능 기반 혁신 동향 및 사례’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에 대한 전 세계 민간 투자 규모는 2010년도 13억 달러 이후로 연 48% 증가율을 보인다.
◆ 로봇도 투자를 한다
AI는 투자 시장에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기술을 사용해서 자산 관리를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서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직접 자산을 투자하고 관리한다.
이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 전문분석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전 세계 운용자산 규모는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향후 3년간 연평균 21% 성장을 지속하여 2023년 2조6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도 전망은 밝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2025년 46조 원 정도의 규모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도 이 서비스에 관한 관심도가 올라갔다. 증권전문 전산회사 코스콤에 따르면 2017년 8월 5825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는 2년 만인 지난해 9월 1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1월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가입자 수는 13만 명 정도였는데, 8월에는 22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2배 정도 증가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올해 초 몇몇 핀테크 업체가 규모를 늘리면서 앱과 같은 모바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런 영향 탓에 가입자 수가 늘었다. 코로나 19 이후 언택트가 부상되던 시기와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밝혔다.
◆ 수익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코스콤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주요 벤치마크(KOSPI200) 수익률이-19.39%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 기피 현상이 증가하자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에 위험 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10.59%였다. 전염병이 불러온 악재를 딛고 나름 선방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장점은 안정적인 운용에 있다. 코스콤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고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장점은 안정적인 운용에 있다. 상승세인 코스피 지수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지만, 그만큼 코스피가 하락할 때 손해도 적다.”라고 밝혔다.
한편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측면에서 봤을 때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변동이 되는 수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펀드가 하락세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콤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위험 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10.28%였다. 주요 벤치마크(KOSPI200) 수익률인 18.27%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대박은 어렵지만 꾸준히 소폭의 수익은 얻을 수 있다.
◆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전망이 밝지만 깊게 들어가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수요 측면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보다는 회사의 금융상품을 안내하는 채널에 머물러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의 비교도 언급했다. “미국처럼 자산관리 서비스가 하나의 플랫폼처럼 굳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아울러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업체도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규모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현재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서비스는 자산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저렴한 수수료, 대면이 필요 없는 간편함이 장점 중 하나다. 비대면 금융이 가속화된다면 필요한 서비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자산운용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젊은 세대도 주식과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동학개미운동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가 정착되기 위해서 정부, 기업, 개인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간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1.25%였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인하하며 우리나라도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저금리 시대에는 적극적인 투자로 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관리해야 더 많은 연금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장기간 운용하는 상품이므로 수익률에 따른 복리효과는 투자 기간에 비례한다. 퇴직연금에 매년 300만 원씩 적립하고 운용수익률이 연 2%와 연 5%라고 가정할 때 적립 기간이 30년인 경우 1억2170만 원과 1억9932만 원으로 그 차이가 약 8000만 원이나 된다. 이렇듯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3%p가 노후 생활에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자료 출처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THE100 리포트(100세시대연구소 하철규 수석연구원)
2019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주식시장 강세(KOSPI 지수 7.67% 상승)에도 불구하고 2.25%에 그쳐,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 11.31%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가입자의 무관심과 안전자산에 편중된 운용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의 90.1%가 운용 지시를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9년 퇴직연금 적립금 221.2조 원 중 원리금보장형이 198.2조 원(89.6%, 대기성자금 포함)에 달하고, 실적배당형은 23조 원(10.4%)에 불과했다. DB의 경우 원리금보장형 상품 편중도(94.6%)가 절대적이며, DC와 IRP도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이 각각 15.7%, 25.5%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DC와 IRP의 퇴직연금운용 수익률 개선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연금을 불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주식과 해외투자비중 꾸준히 확대
저금리 환경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내는 국민연금, 일본 공적 연금, 미국 401(k), 호주 퇴직연금의 자산배분 현황을 벤치마크 해 시사점을 살펴보자.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편중돼 있지만, 국민연금은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과 해외 자산 분산투자를 통해 1988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누적수익률이 연평균 5.3%로 양호한 성과를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10년간 주식투자 비중과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주식투자 비중은 2011년 23.5%에서 2019년 40.6%로, 대체투자 비중은 2011년 7.8%에서 2019년 11.5%로 증가했다. 특히 해외투자 비중은 2011년 13.2%에서 2019년 34.9%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2024년까지 50%로 확대될 예정이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기초연금과 후생연금을 운용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해당한다. 일본 공적연금의 2019년 말 기준 자산 배분은 채권(47.3%), 주식(46.8%), 단기 자산(6.0%)의 순이다. 일본 공적연금은 지난 10년간 국내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주식과 해외채권 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했다. 주식 투자 비중은 2011년 24.0%에서 2019년 46.8%로 8년 만에 약 2배 증가했으며, 해외투자 비중은 2011년 20.2%에서 2019년 47.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01년부터 2019년 말까지 일본 공적연금의 연평균 누적수익률은 2.58%다. 상당 기간 진행돼 온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장기 성과는 꽤 양호한 편이다.
미국 근로자들은 은퇴 전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401(k) DC형 퇴직연금을 주로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401(k)를 주식형으로 적극적으로 투자해 10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는 ‘401(k) millionaire’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까지 DB가 많았지만 1990년대부터 DC가 대세가 됐고, 2009년 오바마 정부가 401(k) 자동가입제를 도입하며 DC가 급증했다. 401(k)가 2019년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근로자들이 401(k)를 선호하는 이유는 ‘세제 혜택’, ‘고용주의 매칭 기여’, ‘다양한 투자상품’ 등의 장점 때문이다. 미국 401(k) 퇴직연금 자산은 주식형 펀드(43.5%) 비중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TDF(21.3%), 채권형 펀드(8.2%) 순이다. 전체적으로 401(k) 자산의 주식 투자 비중은 67.4%에 달하고, 채권투자 비중은 27.0%다.
호주는 1992년에 슈퍼에뉴에이션(Super Annuation)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이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발달했다. 호주는 ‘마이 슈퍼(My Super)’라는 이름으로 ‘디폴트옵션’을 운영한다. 근로자가 퇴직연금 운용상품을 지정하지 않으면 디폴트 옵션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것이다. 2019년 기준 ‘슈퍼에뉴에이션’ 자산 배분은 국내외 주식에 전체 자산의 절반(50%)을 투자하고, 인프라·부동산·헷지펀드 등 대체투자 비중(17%)이 높다. 주식은 해외주식(24%)과 호주 상장주식(22%) 투자 비중이 비슷하다. 호주는 국토가 넓고 천연자원이 많아 자원개발 관련 인프라투자가 발달했는데, 퇴직연금에 인프라 투자 관련 대체투자 상품을 활용하여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전략 1]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 비중 높이기
저금리 시대에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의 보수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2019년 말 기준 자산 배분은 채권(47.7%), 주식(40.6%), 대체투자(11.5%) 순이며, 전체 자산의 3분의 1 이상(약 35%)을 해외 자산에 투자했다.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매년 적립해 주는 퇴직연금 부담금을 만 55세 이후에 인출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에 ‘분산투자’하고 ‘장기투자’ 하면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해 시장금리대비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전략 2] 상장 리츠와 인컴형 ETF를 활용하기
퇴직연금은 ELB, 정기예금, RP, 펀드, ETF, 리츠, 채권 등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 운용 가능한데, 이 중에서 특히 국내 상장 ‘리츠’와 ‘인컴형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연 4~6%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매력적일 수 있다. ‘리츠’는 발생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해 4~6%대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할 수 있다. 또, 퇴직연금은 이자나 배당에 대한 세금을 소득이 발생하는 즉시 내는 게 아니라 연금을 수령 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과세이연’과 ’저율과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리츠’와 ‘인컴형 ETF’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은 낮은 편이지만, 위험자산이므로 다양한 상품에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략 3] 투자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TDF로
투자 경험이 부족하거나 연금자산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어렵다면 자산운용사가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 비율을 조정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TDF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은퇴 시기가 많이 남았을 때는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 시점이 가까이 올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안정적으로 운용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TDF 평균 수익률은 9.75%로, 퇴직연금 2019년 수익률의 4배 이상이다. TDF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금년에만 7000억 원 이상이 증가해 설정액이 3조 원을 넘어서는 등 상당히 인기 있는 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