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이 ‘디지털 주변인’ 취급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 이용률 지표로 활용되는 유튜브 시청시간을 연령별로 비교해보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한 달간 집계된 국내 5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시청시간은 총 101억 분으로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길었다. 두 번째로 많이 시청하는 10대의 시청시간(81억분)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의 큰 축을 이제 시니어들이 차지한 것이다.
스마트폰 적당하면 ‘약’ 과하면 ‘병’
스마트폰을 이용해 능동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시니어가 점차 늘고 있다. 메신저로 가족, 지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은 기본이고 카메라, 지도, 모바일뱅킹 등 애플리케이션도 능숙하게 사용한다. 이는 생활의 편리함과 함께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 2018년 한국공공관리학보에는 디지털 정보 활용 능력이 높은 노인일수록 심리적 안정감과 자존감이 높고 삶의 만족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이렇듯 시니어의 스마트폰 사용 증가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다양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시니어의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의하면, 지난해 60대 이상 연령층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14.9%였다. 이는 전년 대비 0.7%p 증가한 수치로, 성인 평균치인 18.8%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시니어들도 이제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잦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환도 큰 문제다.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 자연스레 고개를 아래로 숙이게 되는데, 이는 목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구부정한 자세로 앞으로 쏠린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경추(목뼈)와 주변 근육, 인대에 큰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의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스라즈(Kenneth Hansraj) 박사가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숙이는 자세에 따라 목이 받는 하중’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해가 쉽다. 고개를 앞으로 15° 기울였을 때는 12.2㎏, 30° 기울였을 때는 18.1㎏의 부담이 목에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0° 기울였을 때는 하중이 무려 27.2㎏로 늘어났다. 이는 성인의 평균 머리무게인 4.5kg의 6배가 넘는 수치다.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반복되면 점차 머리가 앞으로 빠지고 어깨가 안쪽으로 말리는 형태가 되면서 본래 C자형 굴곡을 지닌 경추가 점차 일(一)자형으로 변한다. 이를 ‘일자목 증후군’이라고 한다. ‘거북목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일자목이 되면 경추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제 기능을 못해 경추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과 같은 퇴행성 경추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경추는 뇌와 몸을 잇는 온갖 신경과 혈관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부위다. 목 디스크로 인해 주변 신경이 눌리면 어깨, 팔, 손에 통증이나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에는 마비가 올 수도 있다. 특히 중년 이후부터는 점차 근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경추 주변 근육들도 약해지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시간에 한 번은 스트레칭하기
한방에서는 목 디스크, 일자목 증후군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 약침, 한약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변형된 경추와 주변 근육, 인대를 밀고 당겨 경추의 C자형 굴곡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추나요법은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돼 근골격계 환자들은 최대 50%까지 비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침과 약침 치료는 경추 신경을 압박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기혈순환을 도와 통증을 완화한다. 여기에 관절 강화 및 신경 재생을 돕는 한약을 복용해 질환의 재발을 방지하고 손상된 신경, 근육, 힘줄을 복구한다. 한방통합치료는 침습적 치료 없이 뼈와 근육, 인대를 튼튼하게 해줌으로써 근골격계 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목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자목 증후군을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른 자세 유지다. 가슴과 등을 활짝 펴고 턱을 가슴 쪽으로 바짝 당겨 척추 전체를 꼿꼿이 세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가슴과 등을 수시로 펴주는 것만으로도 목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최소 1시간에 한 번씩은 목, 어깨, 허리를 스트레칭해 근육에 쌓인 긴장을 풀어줄 것을 권한다.
이 꽃 저 꽃 좋아라고 다투어 피어나지만 결국은 모두 진다. 사람의 일도 이와 같아 종국엔 모두 지상을 떠난다. 이 단순한 진실을 흔히들 잊고 산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흥청망청 시간을 허비한다. 장례 명장 유재철(61)은 이 기이한 착오에서 인생의 많은 병통이 생긴다고 본다. 그는 외치고 싶다. 기억하시오, 언젠간 닥쳐올 죽음을!
그리스의 어떤 신은 인간을 부러워한다. 신은 죽을 수 없지만 인간은 죽을 수 있어서. “야야 인간들아, 너희는 죽을 운명이기에 삶의 매순간을 마지막 순간인 양 절절하게 살 수 있잖니? 그래서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 거 아니겠어?” 죽음을 맛볼 수 없는 불운을 영탄하며 인간의 죽을 운명을 질투하는 신. 그러하니 신이 전하는 뉴스의 뜻도 유재철의 전언과 이하동문이겠다. 삶과 죽음이 한몸에 붙어 있는 의미를 잊지 말라, 그런.
유재철인들 원래부터 매양 죽음을 생각하고 살았을 리가. 서른이 넘어서까지 그도 죽음을 남의 일로만 알고 살았다. 그저 출세와 돈을 좇아 치닫는 걸로 자신의 인생에 충성했다. 뿔을 벼려 들이밀고 생존의 들판을 뛰어 먹이를 물어와야만 하는 의무는 면제받을 길 없는 인간의 숙명. 그런데 이 사냥꾼은 그다지 노련하지 못했던 듯 발밑에 도사린 지뢰를 밟았다. 사업으로 애써 모은 걸 날려 결국은 난감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때 모친의 인도로 인연을 맺은 게 불교. 그는 재가 불자로 법정 스님에게 법명을 받았고 포교사 자격증도 얻었다. 비승비속(非僧非俗)이라, 반쯤은 중으로 살았던 셈이다. 마음 안에 부처를 들여놓자 실성할 지경으로 자심했던 파산의 상처가 비로소 씻기더란다. 그러나 자비로우신 부처님은 업무에 바빠 그의 입에 밥까지 떠 넣어주진 않았다.
염 작업은 ‘기도’이자 ‘참선’이다
아이고, 뭘 해서 먹고사나? 궁리하고 연구하고 관찰한 끝에 덜커덕 뛰어든 게 장의업계였다. 사자(死者)의 몸을 씻기고 단장해 저승으로 고이 모시는 염습(殮襲)에 입문했던 것. 이게 탁월한 선택이었단다. 꿈자리부터 뒤숭숭할 업종일 것 같지만 그에겐 적성과 잘 어울려 일취월장한 게 아닌가. 시간이 흐르고 캐리어가 붙으면서 업계의 강자로 부상했다.
오나가나 그가 늘 듣는 소리가 있다. ‘대통령 염장이’가 그것. 최규하·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시신을 염습하거나 장례를 맡아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애당초 염장이로 나설 생각은 없었단다.
“친구가 장의사(葬儀社)를 운영했는데 잘되더라고. 아하, 저걸 하면 돈벌이가 되겠구나, 그런 판단으로 친구의 회사에 취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처음부터 염을 맡기더라. 내 목적은 사업이지 염장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친구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어땠나? 잘 해냈나? “너, 체질이다! 곁에서 염습을 도왔던 친구가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 실력을 길렀다. 그러나 염을 한 뒤 며칠씩 꿈에 고인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이런 내게 백양사 암도 스님께서 호통을 치셨다. ‘대체 무슨 마음으로 염을 했느냐?’ 하며 한 수 가르쳐주셨던 거다.”
어떤 가르침을? “좋은 데로 가시라는 마음으로 염을 했다고 답하자 그건 틀려먹은 태도라 하셨다. 염장이가 주검에 너무 집착하면 영가(靈駕, 죽은 사람의 넋)가 떠나지 못한다는 거였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염만 잘하면 된다는 얘기였다. ‘염이 너의 기도이자 참선이니라!’ 이후 스님의 분부대로 따랐다. 그러자 편해지더라고. 어느 시점부터서는 무념무상으로 일하게 됐다. 기도는 날마다 한다. 새벽에 일어나 ‘나무아미타불!’을 천 번씩 암송하거든.”
당신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다. 성공 비결이 뭐라 보나? “소는 코뚜레를 뚫어 움직이지만 사람은 마음을 사 움직여야 한다. 기능의 숙련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왔지만, 내가 더 주력한 건 유족에게 안심을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좋은 매너가 필요하지. 10여 년 전만 해도 이 바닥엔 사기꾼들이 들끓었다. 굳이 바가지를 씌우거나 팁을 뜯어내지 않아도 대기업 연봉보다 나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 장례 사업이다. 그러나 욕심들을 부렸다. 난 장의사를 운영하며 처음부터 정찰제를 도입하는 등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입소문이 났다.”
장례 기획과 연출은 혼자 해낸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3000여 건의 염을 했다. 윤달이면 숱하게 주문이 들어오는 개장유골 염까지 포함한 수치다. 도가 트일 만한 이력이다. 기능도 매너도 무르익을 수밖에 없는 경륜이지 않은가. 그는 여하튼 선의라는 걸 염의 정신으로 삼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재능은 공부 습성. 기량의 완숙을 위해 누구라도 쫓아다니며 배웠고 미국의 장의대학에서도 연수를 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 장례문화학과 개설을 제안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쉰 살 넘은 나이에 쓴 논문 ‘한국의 국가장(國家葬)’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강단에도 섰다. 2017년엔 ‘전통장례명장(제1호)’에 선정됐다. 줄기차게 실력을 닦아 영역을 확장해왔던 셈. 그는 여전히 ‘염장이’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지만 염만이 업무는 아니다. 장례의 전 과정을 도맡아 처리하니까. 가장 힘들었던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였단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영화배우 여운계 씨의 염을 하던 중에 노 대통령의 작고 소식을 들었다. 서둘러 기차를 타고 무조건 내려가는데 행자부에서 연락이 오더라. 유 교수, 지금 어디에 있느냐, 부산대 병원으로 가 김경수와 안희정을 만나라! 그런 요청을 받았다.”
관의 연락을 받기도 전에 일단 무조건 내려갔다고? 왜지? “내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결국 염은 물론 장례의전 전체를 감독했다. 노 대통령의 피에 덮인 시신에 몹시 황망하더군. 피부터 닦아드리고 시신을 방부처리한 뒤 관에 모셨다. 장례의 모든 과정이 힘들었다. 만장 2000개를 만들어내는 일부터, 근 200여 개에 이르는 갖가지 결정 사항들에 벅찼다. 모든 게 드라마틱했지. 당시 정부는 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참혹한 상태의 주검을 만난 일이 잦았겠다. “몸의 5분의 1이 불에 타 사라진 시신을 염한 적이 있다. 이럴 땐 솜으로 형태를 만들고 한지로 싸 복원해드린다. 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난 염장이 일을 때려치울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가 점점 커졌다. 장례의 기획, 구성, 연출을 혼자 해내는 재미라니. 실용적 매력도 많은 게 장례 사업이다.”
어떤 매력? “별 투자하지 않고도 성취할 수 있다. 게다가 정년이 없는 직업이지 않은가. 관건은 실력과 극진한 정성에 달려 있다. 장례 후 내게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면 영가도 찜찜해 이승을 가뿐히 뜨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매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염 자체가 기도이니 성심을 다해야 하는 거다.”
가장 까다로웠던 법정 스님의 ‘다비’
염이라는 기도. 기도라는 최대치의 선의. 이미 차갑게 식어 세상에 대한 그리움도, 사람의 손길을 향한 기다림도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게 주검이다. 그러나 염장이에게 주검은 완전한 종언이 아닌 게다. 넋이 남아 그의 마지막 배웅을 기다린다고 볼 테니까. 이왕 가시는 길, 사뿐히 가소서. 그는 그런 축원을 담은 기도로 사자와 소통하는 게 아닐까. 이런 선의를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염장이 직업에 옹골찬 자부심을 느끼는 까닭을 납득할 만하다.
유재철은 내로라하는 다비(茶毘, 불가의 화장 장례의식) 전문가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국내 사찰의 다비가 그에게 맡겨진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복이 있던가? 이 바닥인들 경쟁과 각축이 없겠는가? 그는 각별한 연구를 통해 세 건의 특허를 받는 등 다비 관련 실력을 쌓아 마침내 시장을 평정했다.
“25년 전, 내가 햇병아리였을 때 서경보 스님의 다비를 맡았다가 잔뜩 야단을 맞았다. 스님들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내가 서툴러서였다. 쓴맛은 항상 일찍 보는 게 낫더라. 혼쭐난 덕분에 오기가 생겨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다비 공부를 열심히 했거든. 더 배울 게 없을 때까지 배우자 일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다비에 어떤 특장이 있기에? “다비 시간, 즉 장작불 때는 시간부터 3시간으로 현격히 줄였다. 이게 나만의 노하우인데, 장작더미 밑바닥에 바람구멍을 설치해 화력을 높임으로써 얻은 효과다. 시간이 줄면서 비용도 반값으로 충분했지. 그러자 스님들 사이에 호평이 퍼진 거다.”
법정 스님 다비도 맡았다지? 이 스님은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라”고 유언하셨다. 다비는 어떻게 진행했나? “내가 경험한 가장 까다로운 의식이었다. 관마저 사용하지 말라 하셨으니 운구 수단부터가 난감했다. 스님의 생시 거처였던 오대산 토굴에서 부랴부랴 가져온 평상 위에 시신을 모시고 다비장까지 간신히 운구할 수 있었지. 49재 때엔 비바람이 엄청 거칠었다. ‘야 이놈들아, 이런 건 왜 하냐? 아무것도 하지 말랬잖아!’ 비바람 소리가 법정 스님의 호통으로 들렸다.(웃음)”
도력이 높아 앉은 채 열반에 드는 스님도 있다 들었다. 이 경우 운구는 어떻게 하지? “1957년, 백양사 만암 스님께서 좌탈입망(坐脫立亡)했다. 관 대신 상자 형태의 감실(監室)을 짜 다비했다고 하더라.”
다비 염불에 ‘쾌활 쾌활!’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니 이 얼마나 좋으냐는 거다. 죽음 뒤엔 무엇이 온다고 보나? “그걸 무슨 수로 알겠나? 다만 영가가 있다는 걸 가끔 실감할 뿐이다.”
돌아간 이의 넋이 염장이의 눈엔 보인다는 말인가? “아니다. 큰스님들의 영가는 짓궂은 장난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시한다. 염을 하다 보면 가위 등 분명히 방금 전까지 옆에 있던 물건이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경우가 있다. 처음 이런 일을 겪었을 땐 너무도 당혹스러웠으나 거듭되자 예사로 넘기게 됐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웃음) 나는 영가들의 보호 덕분에 이만치 성장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영가들이 평안하도록 염을 진짜 잘 해야 한다. 염을 대충 하는 직원을 난 용납하지 않는다.”
염 판타지? 이승을 떠나는 영에게 무슨 미련이 있어 살아남은 자에게 호의를 베풀까보냐. 하지만 그게 꼭 그렇기만 할까. 사람의 상상력은 삶의 경험에 의해 지배된다. 평생 구두를 만들어 밥을 버는 사람에겐 구두가 그의 하늘일 수 있지 않겠는가. 구두가 고마울 게 아닌가. 유재철은 영혼의 초월적 힘까지 말하고 있지만 그가 그리 믿으면 그에겐 진실이다. 그가 이번엔 ‘영혼의 무게’를 얘기한다.
“어느 비구니 스님이 겨울 산중에서 추락해 돌아가셨다. 그의 몸은 가녀렸으나 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어 힘들었다. 불의의 추락사가 서러워 영가가 떠나지 않겠다고 떼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죽음의 양상에 따라 ‘영혼의 무게’라는 게 가변적일 수 있다고 느꼈다.”
가뿐한 죽음이랄까, 그런 걸 거쳐 원만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지?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산뜻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 죽음을 자주 생각하며 준비를 하는 게 현명하겠지.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마지막 하루라 되뇌었다 하지 않던가. 간단한 진리이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더욱 소중해진다. 마치 안 죽을 것처럼 사는 인생처럼 무모한 인생이 다시 있겠나?”
우주라는 미지의 이벤트 속으로 들어가는 죽음을 미리 두려워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장례식을 연주와 노래, 시가 있는 추모제로 치르는 방법도 죽음에 대한 적극적인 예우일 수 있다. 우울한 장례식을 능사로 삼을 일 아니다. 대만에서는 고인이 생시에 스트립쇼를 좋아했다면 장례에도 스트립쇼를 펼친다. 이게 무슨 허물이 되겠나? 안 그런가?”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잘 사는 법’, ‘잘 늙는 법’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신체건강과 직결되면서 ‘잘 먹는 법’, ‘즐겁게 먹는 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기업과 학계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연구 논문 한 편이 발표됐다. 바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박종훈 교수와 고령식 개발 업체인 ‘(주)사랑과선행’이 6개월간 함께 진행한 ‘건강도시락-고령층 노화의 상관관계 연구’다.
좋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 밸런스가 잡힌 건강도시락 섭취가 고령자의 근감소 및 심혈관 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8주간 연구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연구의 축이 되어준 ‘(주)사랑과선행’의 건강도시락은 고령인구 표준식단을 토대로 노인들의 식습관과 영양상태, 표준칼로리, 영양소 등을 세심하게 연구해 개발한 고령층 친화식이다. 한국에서 운영 중인 500여 개 요양원이 고객이다. 최근에는 개인이 신청하면 집으로 배달을 해주는 B2C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령층이 잘 소화하면서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흡수할 수 있는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가자미구이 등의 제조 방법 특허도 냈다.
‘건강도시락’ 통한 고령층의 영양 섭취와 노화의 상관관계 연구
1 건강도시락을 통해 고령층의 건강과 노화 요인을 측정한 연구로는 국내외 최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건강도시락을 통한 영양 섭취를 통해 고령층의 심혈관 질환과 근감소 요인을 측정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처음입니다. 그동안 고령자에게 간단한 보충제를 섭취하게 하거나, 운동을 접목해 노화에 관해 연구한 경우는 많았는데요. 영양 조사를 통해 고령자의 일반 식사에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족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는 건강도시락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2 건강도시락 섭취만으로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나요?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도 건강의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현대인의 식사는 너무 불완전하고 불균형합니다. 밀가루와 흰쌀밥, 지방과 단백질은 과다하게 먹지만 채소와 과일 섭취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지요. 인체에 정말 중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영양소들이 충족되면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지고 당뇨에서 심혈관 기능까지 눈에 띄게 개선됩니다. 여기에 운동까지 접목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되고요.
3 ‘건강도시락’에 대해 간단히 소개 좀 해주세요.
이름 그대로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양만점 도시락입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본격적으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는데요. 이번 연구의 중요한 매개가 되어준 ‘건강도시락’은, 영양 밸런스에 가성비까지 갖춘 고령식으로 ‘(주)사랑과선행’에서 개발했습니다. 현재 전국 요양원과 B2C 형태로 소비자들에게도 배달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운동영양학자로서 이 도시락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다양한 영양소에 주목했습니다. ‘과연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도시락을 제공받아 6개월간 건강도시락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4 연구 과정이 궁금합니다.
연구 과제명은 ‘노쇠전단계(pre-frail)자에 대한 운동과 영양 처치가 근감소증 및 심혈관 위험인자에 미치는 영향’ 입니다.
먼저 좋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도시락을 준비했고요. 65세 이상의 노쇠 전 단계 대상자를 무작위로 구성해 네 부류의 비교 집단을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도시락도 운동도 적용하지 않은 통제 집단, 두 번째는 건강도시락만 적용한 영양 집단, 세 번째는 건강도시락과 유산소 운동을 적용한 집단, 네 번째는 건강도시락과 EMS 운동(스테핑 유산소 운동과 전기자극 근력 복합운동)을 적용한 집단입니다. 이들 집단을 8주간 측정한 결과 나타난 가장 놀라운 일이 뭐였을까요? 바로 두 번째 집단에서 일어났는데요. 건강도시락만 드신 그룹의 하체기능이 놀랍게 향상됐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체기능은 노화 연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 노쇠에는 먼저 신체적 노쇠가 있다. 신체활동이 떨어지면서 대사능력이 감소되고 그만큼 음식도 못 먹게 되고 그러다 점점 눕게 되는 상황을 신체적 노쇠라고 한다. 노쇠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몸을 점점 더 안 움직이게 돼서 힘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노쇠는 신체 에너지 소비량과 근력 감소, 이 두 가지가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노쇠의 판단 기준은 체중 감소, 피로감, 근육 허약, 보행 속도 감소, 신체활동 감소 등 5가지다. 이 중 3개 항목에 해당하면 노쇠(frail), 2개 항목이면 노쇠전단계(pre-frail)로 판단한다.
5 운동도 하지 않는데 건강도시락 섭취만으로 신체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건가요?
종합체력지표인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 즉 평형감각, 5초간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서기, 4m 보행 속도를 테스트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단백질을 먹는 것만으로는 근감소가 개선되지 않습니다. 단백질이 근육에 쓰이려면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도와줘야 하고 이러한 영양소가 음식을 통해 잘 보충됐을 때 신체기능, 즉 하체기능이 좋아지거든요. 건강도시락 섭취를 통해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이 보충되면서 고령층의 하체기능도 향상되었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의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6 건강도시락 섭취를 통한 하체기능 향상 외에 또 다른 성과도 있나요?
혈관을 청소해주고 동맥경화를 방지해주는 좋은 콜레스테롤, 즉 HDL-콜레스테롤 또한 8주간의 도시락 섭취에 의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건강도시락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작용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노인들이 평소 워낙 흰쌀밥과 김치만 드시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드셔서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증가할 수 없지요. 또한 8주간의 도시락 섭취를 통해 체내 혈당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횟수가 다른 통제 집단에 비해 감소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도시락 섭취만으로 혈당조절장애가 개선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7 운동 병행이 노화 예방에 더 효과적인 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식사를 통해 영양을 제대로 보충해주고, 거기에 운동을 병행하면 심혈관 기능이 월등히 좋아집니다. 좋은 영양소를 보충하니 몸이 좋아지고, 몸이 좋아지니 움직일 힘이 생기고, 그로 인해 신체활동을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지요.
이러한 구조는 굉장히 기본적이고 상식인 듯해도 실생활에서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령층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8 건강도시락을 섭취하고 운동까지 병행했을 때 나타난 효과도 알고 싶어요.
앞서 언급한 종합체력지표 SPPB가 눈에 띄게 좋아진 건 물론이고요. EMS 운동까지 병행했을 경우 허리둘레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동맥경직도도 건강도시락 섭취에 의해 낮아졌고요. 하지만 잘 먹지 못할 경우 신체활동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그만큼 음식도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신체활동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결국 잘 먹는 것이 건강의 제1원칙입니다. 먹는 것이 부실하면 결국 몸에 병이 오게 됩니다.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노인 건강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9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가장 유의미한 결과는 도시락만 섭취한 그룹의 하지(하체)기능 향상입니다. 하지기능 측정은 단지 근력만 하는 게 아니라 순발력, 보행 능력 등 다각도로 검사합니다. 하지기능은 노쇠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팩터(요소)입니다. 이 부분이 8주간의 도시락 섭취만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걸 확인했습니다. 운동영양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는 무척 놀라운 결과였는데요.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많이 보충되면서 하지기능이 좋아진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10 끝으로, 당부사항이 있다면요?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본격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가 고령인구에 따른 사회적 비용 경감 효과, 고령자에 대한 복지개발 및 서비스 개선에 시사한 바가 있다고 판단하고요. 연구 결과가 세간에 많이 알려져 식습관을 통한 고령층 건강 및 영양 문제가 조속히 좋은 쪽으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고령자에 대한 다양한 맞춤형 식단 및 운동 프로그램이 성공적 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많이 알려져 국가에서도 고령층 영양 문제 해결에 힘쓰고 고령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정책들도 빨리 나와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이목을 끄는 음식이 있다. 바로 ‘달고나커피’다. 달고나커피란 인스턴트 커피, 설탕, 뜨거운 물을 각각 1:1:1로 넣고 수백 번 휘저어 만든 거품을 우유에 올려 먹는 음료다. 간단한 재료로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어 SNS 등지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매력적인 달고나커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의 도움말로 달고나커피 속 재료들에 대해 한의학적인 시각으로 살펴봤다.
우선 커피의 경우, 널리 알려진 대로 주요 성분인 카페인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대사를 활발히 시켜준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불면증, 두통 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신경계를 교란시켜 불안이나 우울을 느끼게 한다.
한방에서도 커피를 비슷하게 해석한다. 한의학적으로 향이 강한 식재료는 기운이 정체된 상태를 개선해준다고 본다. 또한 쓴맛은 화와 열을 끌어내려 눈과 머리를 맑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쓴맛과 강한 향이 특징인 커피는 그만큼 기운을 돋우고 깨우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허나 필요 이상의 쓴맛은 장기에 부담을 주는 만큼 체질에 따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설탕은 ‘건강의 적’이라는 인식이 퍼져 최근 멀리하는 사람이 많다. 설탕은 혈당을 올리고 비타민B, 칼슘의 흡수를 막아 당뇨, 비만, 골다공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도 과다한 설탕 복용은 내열(內熱)을 증가시켜 비만과 면역력 저하를 부르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적으로 단맛은 흥분과 긴장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2013년 프랑스 보르도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설탕 섭취는 일시적으로 기분을 고양시키고 만족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 전환 목적으로 소량의 설탕 섭취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 재료인 우유는 원기회복과 함께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식품이다. 영양학적으로 우유는 완전식품이라 불릴 정도로 지방, 단백질, 유당, 각종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다. 예부터 우유와 쌀을 함께 넣어 만든 타락죽은 조선시대 왕족들만이 먹을 수 있는 보양식이었다.
그러나 우유를 많이 마시면 복통 및 설사 등 위장장애가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유당불내증 환자 비율이 높은 국내에서는 다량 섭취를 권장하기 어렵다.
종합적으로 달고나커피를 구성하는 재료들은 저마다 명확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적당히 즐길 경우 생활에 활력을 주지만 지나치면 건강에 독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달고나 커피는 맛도 좋지만 직접 만드는 재미와 그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즐거움으로 더 유명해진 음식”이라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많은 이들이 크고 작은 우울·불안 증상을 겪는 요즘과 같은 시기 가끔씩 간식으로 마셔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염은 50대 이상 중년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관절염이라 말하며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관절의 통증이다. 하지만 X-ray 상의 관절염과 통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 주의를 필요로 한다. 관절은 주로 반복된 사용으로 연골의 손실이나 변화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관절염은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급속한 고령화로 관절염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면시간과 무릎관절, 통증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조용규 한의사 연구팀은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의 수면시간에 따른 무릎관절염과 엉덩관절염, 요추관절염의 통증 유병률을 살펴봤다. 그 결과,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무릎관절염 통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Plos One (IF=2.776)’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수면시간과 관절염 유병률의 상관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제5기(2010~2012년) 대상자 1만6528명 중 수면시간과 관절염에 대한 설문에 응답하고 X-ray 진단결과가 있는 50세 이상 성인 9270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수면시간에 따라 '짧은 수면(6시간 이하)', '적정 수면(7~8시간)', '과다 수면(9시간 이상),으로 그룹을 나눠서 살펴봤다.
관절염의 여부는 방사선학적인 진단과 통증을 바탕으로 임상학적 증상과 진단으로 판단했다. 방사선학적 관절염 진단은 무릎관절과 엉덩관절, 요추관절 등 세 부위에 KL grade(Kellgren-Lawrence grade)를 활용했으며, 2단계 이상을 관절염으로 정의했다. 임상학적 관절염 진단은 의사의 진단여부와 진단시기 등과 무릎 통증에 대한 설문 응답에 근거해 살펴 본 만큼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를 기반한다. KL grade란 X-ray 사진 상 관절 간격의 감소와 관절의 골극형성이나 연골 손실 등의 이상 소견을 나타내는 지표로 1~4단계(KL grade 1~4)로 분류한다. 4단계로 갈수록 관절의 이상이 심한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수면시간과 관절염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복합표본설계에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수행했으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별과 나이, 소득수준 등 변인들을 보정해 오즈비(Odds ratio, OR) 값으로 나타냈다. 오즈비 값이란 집단간 비교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 차이가 유의미한지 그 정도를 검증하는 데 사용한다.
분석 결과 6시간 이하 짧은 수면그룹(24.1%)이 가장 높은 관절염 진단율을 보였고, 9시간 이상 과다 수면그룹(21.8%), 7~8시간 적정 수면그룹(17.6%) 순으로 관절염 진단율이 나타났다.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관절염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임상적 진단과 관련해 분석했을 때 적정 수면시간에 비해 짧은 수면그룹에서 통증 발생에 대한 오즈비 값이 1.2로 유의하게 높았다.
방사선학적 관절염 진단을 받았을 때(KL grade 2 이상)의 무릎관절염 통증 수치를 NRS (Numeral Rating Scale)로 구분해 상관관계를 살펴보았을 때 짧은 수면그룹의 오즈비 값은 최대 1.32, 과다 수면그룹의 오즈비 값은 최대 1.41로 적정 수면시간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통증 유병률이 최대 1.5배 가까이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KL grade 2 이상인 방사선학적 관절염 진단에서 임상적 증상과 무릎관절염 통증, 수면시간 사이의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반면 방사선학적∙임상학적 관절염 진단에서 엉덩관절과 요추관절은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자생한방병원 조용규 한의사는 “이번 연구는 엉덩관절, 요추관절, 무릎관절 등 세 부위의 분석을 진행해 단일 관절만을 살펴본 만큼 기존의 연구보다 강점이 있으며, 방사선학적 관절염 통증∙임상학적 관절염이 수면시간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며 “50세 이상 관절염 환자의 경우 적절하고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키는 등 일상에서의 예방과 관리를 치료와 병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요즘. 바이러스를 둘러싼 궁금증과 그 해답을 정리해봤다.
감수 및 도움말 이찬희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참고 및 발췌 도서 ‘우리가 몰랐던 바이러스 이야기’(대한바이러스학회)
Q1 바이러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아직 바이러스의 기원은 명백하지 않다. 먼저 자체적으로 증식하지 못하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는 특성 때문에 생명체 출현 이후 나타났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한편 가장 기본적인 생명 요소인 유전자와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에 세포보다 먼저 출현했다는 주장도 있다.
Q2 인간이 바이러스를 만들 수도 있을까?
2003년 미국 생물에너지대안연구소에서 단 14일 만에 인공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8년에는 한국 과학자들이 치료 목적의 암세포 킬러 인공 바이러스를 제조해냈다.
Q3 바이러스의 크기는 얼마나 작은 걸까?
막대 모양 바이러스는 수백 ㎚(10억 분의 1m)이며, 둥근 모양 바이러스는 수십 ㎚에 불과하다. 일반 세균은 ㎛(100만 분의 1m) 단위로, 바이러스에 비하면 1000배 정도는 큰 입자인 셈이다.
Q4 지구상의 바이러스, 얼마나 될까?
1989년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바닷물 1㎖ 속에서 2억5000만 개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찾아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지구상의 바이러스 수가 1030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일렬로 죽 세우면 그 길이만 무려 2억 광년이 넘는다. 이는 태양계 너머 은하수의 가장자리에 다다르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치다.
Q5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제로도 둥글까?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많은 바이러스가 정20면체 구조를 가진다. 정20면체는 정다면체 중 면의 수가 가장 많고, 구에 가까운 안정된 구조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둘러싼 단백질 껍데기(capsid)가 정20면체 모양을 띠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외부 충격으로부터 유전물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증식할 수 있다.
Q6 모든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해로울까?
바이러스 99.9%는 인간이 아닌 다른 숙주에 서식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0.1%만이 인간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셈인데, 이 또한 절대량으로 보면 무수히 많다. 그렇다고 모든 바이러스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감염돼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Q7 착한 바이러스, 나쁜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는 다양한 병원성 세균을 파괴하고 섬멸하는 바이러스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서 항생제 대신 전염병을 치료해 일명 ‘착한 바이러스’라 불린다. 이와 반대로 ‘나쁜 바이러스’도 있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이에 해당하는데, 대표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를 꼽을 수 있다. 원래는 야생 조류에게만 감염되던 바이러스였는데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Q8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얼마나 될까?
바이러스의 생존과 관련해 흔히 ‘바이러스가 죽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바이러스가 감염성을 잃어버렸다’(불활화)고 설명하는 게 정확하다. 바이러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수일은 물론 수년까지도 감염성을 지닌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외선이나 열, 에탄올 함량 70% 및 염소 함유 소독제 등에 노출되면 감염성을 잃는다.
Q9 바이러스가 생태계 균형을 맞춘다?
해양 생태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20~40%는 매일 바이러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 덕분에 수계 내 세균 개체 수가 조절된다. 이렇듯 바이러스가 특정 숙주 집단이 지나치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걸 억제함으로써 생태계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Q10 간염 바이러스는 몇 종류일까?
A, B, C, D, E형 총 5가지
Q11 바이러스 감염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나?
전 세계 암 환자 중 약 12%가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암 유발 바이러스는 총 7가지인데, 20여 종의 암과 연관돼 있다. 자궁경부암과 B형 간암을 제외하고는 아직 백신이 없어 감염 예방이 최선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 영향이 다르니,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12 열대 모기 전염 바이러스는 안심해도 될까?
다양한 열대 바이러스성 질병은 모기로부터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서 지카 바이러스, 뎅기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지만 지구온난화로 열대 모기를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들이 온대 지방의 모기에도 적응한다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뎅기나 지카의 경우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Q13 인간은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Q14 성인 90%는 암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인간에게서 최초로 발견된 암 유발 바이러스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다. 놀라운 건 전 세계 성인의 90% 이상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암에 걸릴까? 결론은 아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주로 유아기에 가족에 의해 타액으로 감염된다. 그러나 성장하는 동안 면역 세포에 의해 거의 제거되고, 극히 일부만이 암을 유발한다.
Q15 중장년만 지닌 바이러스 기억면역세포가 있다?
1980년 WHO가 지구상에서 박멸됐다고 선포한 천연두가 다시 출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렸을 때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약하게 감염된 적 있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성인의 일부만 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면역세포를 갖고 있어 이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예방접종 없이 지내다가 만약에라도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Q16 우리나라에도 ‘스페인 독감’ 영향이 있었나?
우리나라도 약 74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이 창궐한 1918년이 무오년이어서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됐다. 당시 인구가 1770만 명 정도였으니, 얼마나 위협적인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Q17 역사상 최초의 팬데믹 사태는?
1918년 미국과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스페인 독감이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약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미군 병사 4만3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한 전투력 상실로 제1차 세계대전을 앞당겨 끝낼 수밖에 없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스페인 독감을 앓았으며, 이는 제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최악의 바이러스였다.
Q18 코로나19 이전 우리를 위협했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발병을 일으킨 여러 바이러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사스(2002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2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Q19 코로나19 사태 언제까지 계속될까?
코로나19 완치 후 재확진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가능성 중 하나가 재발감염이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잠복해 있다가(이때는 바이러스가 없는 것처럼 보임) 특정 조건에서 다시 증상을 보이는 현상이다. 입술 포진이나 감기처럼 코로나19 역시 잠복과 재발이 일어나며 우리 일상에 만연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내 무릎관절염 환자는 매년 약 1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무릎관절염 환자는 50대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노화로 인한 관절 퇴행, 외상 이외 최근에는 잦은 음주도 대표적인 원인으로 주목 받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50대 이상의 경우 알코올 의존도가 높을수록 무릎관절염 유병률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강아현 한의사 연구팀은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의 알코올 의존도에 따른 무릎관절염과 엉덩관절염, 요추관절염 유병률을 살펴본 결과 알코올 의존도가 높을수록 무릎관절염 유병률이 증가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해당 연구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IF=2.567)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알코올 의존도와 관절염 유병률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제5기(2010~2012년) 대상자 3만1596명 중 음주 습관에 대한 설문에 응답한 50세 이상 성인 7165명을 분석했다. 음주 습관의 척도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정한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Alcohol Use Disorders Identification Test, 이하 AUDIT)를 사용했다. AUDIT 점수에 따라 3~4구역(Zone III~IV)은 각각 위험 음주단계와 알코올 남용이나 의존단계로 알코올 의존도가 높다고 본다. 1구역(Zone I)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저위험 음주, 2구역(Zone II)은 저위험음주를 넘어선 상태다.
연구팀은 AUDIT 점수가 관절염에 미치는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나이, 성별, 교육수준, 소득수준 등을 보정한 복합표본설계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실시하고, 상관 관계는 오즈비(odds ratio) 값으로 산출했다. 오즈비는 집단간 비교시 특정 사건의 발생 가능성 차이가 유의미한지 그 정도를 검증하는 데 사용하는 값이다.
분석 결과 엉덩관절과 요추관절에서는 음주행태와의 관련성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무릎 관절염의 유병률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나이, 성별, 교육수준, 소득수준 등을 보정하여 오즈비 값을 산출했을 때 무릎 관절염 유병률에 대한 오즈비 값은 AUDIT 점수가 3구역(Zone III)일 때 1.46, 4구역(Zone IV)일 때 1.54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알코올 의존도가 높을수록 무릎관절염 유병률이 약 1.5배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릎관절염 환자의 통증 강도와 음주행태의 상관 관계에 대한 추가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무릎관절염의 통증에는 유의성을 갖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코올이 통증을 촉발하는지 완화시키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고, 최근 축적된 데이터에서는 무릎관절의 변형이 통증의 중증도와항상 비례하는 결과를 갖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연구팀은 무릎관절염 환자의 통증강도와 음주 행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관 관계를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 강아현 한의사는 “50세 이상의 알코올 의존도가 높을수록 무릎관절염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50대부터는 무릎관절염에 취약해지는 만큼 음주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특히 이번 연구는 단일 관절이 아닌 복합 부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우리나라 국민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통계를 사용한 점 등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노년층 남녀가 하루 8시간 넘게 수면을 취할 경우 악력이 정상보다 두배 가까이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아귀 힘을 말하는 악력은 전신 근력을 반영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최근 인제대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교수팀은 2016년∼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783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악력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결과(주중 및 주말 수면시간과 악력과의 관련성)는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이 교수팀은 연구 참여자의 연령에 따라 청년(19∼40세), 중·장년(41∼60세), 노년(61세 이상) 등의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6시간 미만(과소 수면), 6∼7시간(정상 수면), 7∼8시간, 8시간 초과(과다 수면) 등으로 나눠 조사·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에게 악력계를 쥐게 한 뒤 아시아 근감소증 연구회 기준에 따라 남성 26㎏, 여성 18㎏ 이상이면 정상 악력, 기준 미만이면 악력 저하로 평가했다.
61세 이상이면서 수면시간이 8시간 초과인 남성이 악력 저하일 가능성은 수면시간이 7∼8시간인 같은 나이대 남성의 1.8배(여성 1.7배)였다.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노년층 여성의 악력 저하 가능성도 같은 나이대 정상 수면 여성보다 1.4배 높았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8시간 초과 수면은 노년층 남녀에서, 6시간 미만의 수면시간은 노년층 여성에서 악력 저하 위험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요즘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시니어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했다면, 요즘 시니어는 스스로의 인생에 충실하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자녀의 미래를 지원하면서도, 젊은 감성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오팔 세대’라 불리는 이들 시니어의 우아한 인생을 들여다봤다.
요즘 시니어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시니어 삶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옛 시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지원하고 응원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덕분에 이전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노후를 즐긴다. 이들은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오팔 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오팔처럼 화려한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가꾸고,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남은 노후를 우아하게 장식한다. 은퇴 전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희소가치가 높은 것을 모으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화려한 문화·예술활동을 즐기고, 재충전을 위해 호화스런 여행을 떠나거나 거친 레포츠에도 뛰어든다.
◇이제 한정판 구입도 거뜬하게
한상민(61세) 씨는 캠핑 마니아이자 한정판 수집광이다. 캠핑과 관련된 한정판 제품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비교적 저렴한 ‘실리웨어 티타늄 코펠세트’부터, 고가의 ‘힐레베르그 케론4GT’ 텐트까지, 최근 2년간 60여 개의 한정판 캠핑용품을 모았다. 최근에는 20만 원대 ‘조커 사냥용 나이프’ 한정판과 캠핑용품은 아니지만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구성된 297만 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한정판’ 수집은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에 없는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고, 판매가 완료된 상품은 온라인 중고카페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옛 시니어들은 일반적인 수집을 취미로 즐기긴 했어도 한정판을 모으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정판 수집이 시니어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천연 원석 모으는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원석은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모양 때문에 희소성이 꽤 높다. 보석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보석 가격이 워낙 비싸서 그런 것이지, 원석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것은 아니다. 주로 파워스톤으로 사용되는 천연 화산암과 흑요석 같은 몇만 원짜리 원석부터 20만 원 안팎의 가넷 원석이 거래되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몬드 원석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원석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정선 대표는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찾는 젊은 여성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나이 든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며 “시니어 손님들은 인체의 치유와 균형에 도움이 되는 원석을 집 안에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수정이 방출하는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논문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자수정을 사용해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다른 것처럼 원석도 각기 다른 파장을 방출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안목 기르려고 공부하다
정순철(62세) 씨는 정년퇴직을 한 3년 전부터 그림 경매 일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만족스러운 작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부족하면 오히려 제값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규모가 좀 작은 옥션에서 위작인 줄도 모르고 사서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옥션 구매를 하지 않는 날이면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은퇴 후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진 않지만, 퇴직 후 여유가 생긴 터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시니어들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짜리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데, 작품 값 외에도 15~20%의 구매수수료와 특송을 통한 배달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더 따진다. 감동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귀는 어두워질수록, 더 좋은 음질을 원한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시니어들이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점점 떨어지게 마련인데, 좋은 음질의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용 리스닝룸을 만들어 오로지 감상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후자에 속한다. 오디오를 즐기는 시니어는 좋은 음질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구성을 늘 고민한다. 오디오를 취미로 삼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뱅앤올룹슨’의 무선 스피커 하나의 가격은 무려 270만 원에 달한다. 하이파이(Hi-Fi) 오디오의 구성 장비 중 하나인 파워앰프의 경우 미국 ‘제프롤런드’ 제품은 3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하이파이 오디오 구성 장비인 CD플레이어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DA컨버터, 튜너, 스피커 등을 모두 장만하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기존 기기보다 두 배 더 비싼 장비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음질이 두 배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디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로 꼽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백~수천만 원을 들여 원음의 재현율을 0.1%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단체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욕이 넘치는 요즘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자유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정신없이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보다 직접 계획을 세운 뒤 떠나는 걸 더 선호한다. 이들은 평소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 곳에 흥미를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정에 따라 움직인다.
취향이 뚜렷한 시니어들은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초호화 기차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의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는 객실에 다다미 바닥과 전통적인 삼나무 욕조가 있다. 혼슈 동쪽 섬에 있는 온천과 고대사원 등을 방문하는 이 여행은 1인당 500만 원 정도가 든다. 또 아일랜드의 ‘벨몬드 그랜드 하이버니안’ 열차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더블린, 코르크, 벨파스트를 방문하는 이 여행의 비용은 1인당 350만 원 정도다.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 여행도 혼자 떠난다. 일본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이 내놓은 나홀로 여행객을 위한 맞춤상품은 50~70대의 신청만 받는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여성 전용 상품도 있어 남성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이 상품은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여행과 함께 사진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오팔 세대는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에 40대 안팎의 나이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덩치 큰 DSLR보다 작고 얇은 ‘미러리스’와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 디지털 카메라 조작에 익숙한 이들은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놀 줄 아는 오팔 세대
홈 파티를 열어 지인을 초대하는 시니어도 늘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쉽게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마켓컬리의 경우 ‘레시피 골라 담기’를 통해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다. 가정간편식(HMR) 메뉴가 다양해져 홈 파티 음식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HMR은 바쁜 직장인이나 수험생이 메인 수요층이었는데,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보양식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홈 미팅 후에는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한다. 젊은 세대의 놀이터이자 공부방 역할을 해온 이곳에 시니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 심지어 커피숍을 찾는 시니어 손님이 늘자, 날계란이 들어간 쌍화탕을 메뉴에 추가한 곳도 생겨났다. 지역에 따라서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실버벅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들이 시니어의 아지트로 바뀌고 있다.
이외에 산악바이크나 서핑 등 짜릿한 아웃도어 활동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있다. 옛 시니어들은 힐링과 휴식이 목적이었다. 반면 도전적이고 체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요즘 시니어들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니어도 많다. 이들은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몸매를 가꾸거나 체력을 단련한다.
대한민국 1호 여성 시니어 보디빌더인 임종소(76세) 씨는 “허리 협착증을 앓던 중에 근육강화 운동을 해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좋아졌다”며 “이왕 시작한 거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 결과 피트니스 대회에서 2위를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피트니스 외에도 왈츠, 탱고, 자이브 등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며 “매일매일이 바쁘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라나19)에 취약한 혈액형이 따로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에서 진행된 이 연구는 코로나19 의 시작점으로 알려진 중국 우한시와 선전시에서 확진을 받은 2173명의 환자와 발병하지 않은 369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의학연구논문 사이트 Medrxiv.org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A형은 37.75%로 가장 많았고 O형은 25.8%로 가장 적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사망한 206명 중 41.26%는 A형으로 O형 사망자보다 약 60% 많았다. 건강한 사람 중 A형은 전체의 32.16%, B형은 24.90%, AB형은 9.10%, O형은 33.84%였다.
연구팀은 “A형인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만약 감염됐을 경우 보다 신중한 감시체계 속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치료를 진행할 때 혈액형 식별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전문가는 이번 연구가 혈액형과 코로나19의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도 구체적인 결과를 얻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에 동의했다. 여러 전문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너무 맹신하지 말고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