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이라면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꽃, 그리고 야생 상태의 꽃을 만나기를 로또복권 당첨만큼이나 소원하는 꽃, 그러나 정작 만나고 나면 혹시라도 소문이 퍼져 안 좋은 일이 벌어질까 애태우는 꽃, 바로 ‘광릉요강꽃’입니다. 오랜 세월 동호인은 물론 식물학자나 관련 부처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 보호, 연구 대상이 되어 왔지만, 이렇다 할 안정적인 보전·증식 대책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보호 대상 1호’ 신세를 면치 못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지각 있는 이들은 자신이 본 광릉요강꽃의 자생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꽃이 피어 있는 동안에는 꽃 사진 등의 공개를 금기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에 개화 시기인 5월 초가 아닌 한겨울에 광릉요강꽃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1년 경기도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광릉’이, 타원형 꽃의 중앙이 움푹 파인 게 ‘요강’을 닮았다고 해서 ‘광릉요강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8㎝ 안팎의 꽃을 가운데 두고 앞뒤 대칭으로 펼쳐진 합죽선 형태의 넓은 잎 2장이 주름치마를 닮았다고 해서 ‘치마난초’라고도 불립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 특히 야생난 중에서 20~40㎝가량의 전초나 꽃의 크기는 물론 꽃의 생김새나 색상이 아름답고 활달하고 화려하기가 단연 손에 꼽을 만합니다.
옛날 중국 4대 미녀의 하나라는 서시가 지병인 심장병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자 무엇이든 서시를 흉내 내면 아름답게 보일 거란 생각으로 뭇 여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바람에 ‘효빈(效嚬)’이란 말이 생겼다는데, 광릉요강꽃에서도 그런 전천후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잎이든 줄기든, 어린 꽃봉오리든 만개한 꽃이든 시들어 가는 꽃이든, 햇살이 역광이든 순광이든, 백의 얼굴로 천의 표정으로 보는 이에게 각양각색의 황홀감을 선사합니다. 어떤 꽃은 어릿광대의 몸짓으로, 어떤 꽃은 하회탈의 웃음으로, 또 어떤 꽃은 절세미인의 요염한 표정으로, 또 다른 꽃은 시골 처녀의 순박한 미소로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합니다.
세계적으로 일본과 대만에도 자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도 포천과 가평, 강원도 화천, 전북 무주, 전남 광양 등 6개 산악지역 18곳에서 모두 800~1000개의 개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그중 순수한 자생 개체는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릉요강꽃은 희귀성과 뛰어난 관상미 등으로 여전히 남획의 위험에 처해 있는데, 자생지에서 강제로 옮겨지면 길어야 2~3년 안에 거의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생 관계에 있는 자생지 토양 내 곰팡이균이 파괴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Where is it?
국립공원인 덕유산을 비롯해 죽엽산, 천마산 등 주요 자생지의 경우 철조망을 두르고 보호·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다만 경기도 광릉 국립수목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수목원 안에 펜스를 치고 광릉요강꽃을 공개하고 있다. 대량 뿌리증식에 성공한 강원도 화천의 한 보호시설로부터 몇몇 개체를 옮겨 놓고 일반에 공개하는 것. 이전에 복원한 광릉요강꽃을 통해 일반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실제 자생지들이 훼손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또 강원도 화천군 환천읍 동촌리에서는 마을 주민이 수십 년 전 평화의 댐 공사 부지의 광릉요강꽃 몇 개체를 인근 산에 옮겨 심은 뒤 독자적인 노력으로 500여 개체에 이를 만큼 대량으로 ‘뿌리증식’하는 데 성공한 군락을 볼 수 있다.
학명은 Lilium cernuum Ko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1970년대 말 한 가요제에서 발표돼 지금도 여름철이면 많은 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랫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름은 빨갛게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닮은, 젊음의 계절입니다. 그런데 야생화 중에도 작열하는 태양을 닮은 듯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 종류의 나리꽃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겨울이 지나간 자리 봄이 잠시 머물렀다가 여름에 바통을 넘길 즈음, 하늘나리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 태양과 맞잡이 할 듯 당당하게 피어나며 첫 테이프를 끊습니다. 고개를 중간쯤 들고 선 털중나리가 뒤를 잇고, 연이어 말나리(사진)·하늘말나리·참나리가 서로 뒤질세라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그 뒤엔 땅나리가 하늘나리와는 정반대로 고개를 숙인 채 한사코 땅만 바라보며 진한 황토색 꽃을 피웁니다.
하늘나리로부터 땅나리까지 여러 종류의 나리꽃들이 그리 드물지 않게, 또한 그리 흔하지도 않게 전국의 산과 들에서 쉼 없이 피고 지고 피고 지면서 사람들이 나리꽃에 다소 식상해할 즈음, 깊고 높은 산 등성이에선 저간의 나리꽃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솔나리가 고고성을 울리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선홍빛 붉은색도 아니고 짙은 주황색도 아닌 연분홍색의 솔나리. 맑고 밝아서 마치 실핏줄이 보일 듯 투명한 색감의 솔나리가 피어납니다.
게다가 도도하기가 구중궁궐의 공주마마 못지않아,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한 바가지 땀을 흘리지 않는 자에겐 결코 얼굴을 내비치지 않습니다. 차로 손쉽게 닿을 수 있는 야트막한 저지대에선 좀체 자라지 않아, 그 어느 자생지이건 산등성이까지 올라야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경남 함양의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산이 산을 껴안고 봉우리가 봉우리를 감싸 안은 백두대간의 아스라한 파노라마를 굽어보는 솔나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남덕유의 산등성이에 고고하게 피어난 솔나리 옆에 나란히 앉아 백두대간 침봉들을 바라보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신선의 경지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잎이 솔잎을 닮았다고 솔나리라고 하는데, 아예 솔잎나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Where is it?
강원도 홍천의 운무산과 삼척의 석개재, 충북 괴산의 이만봉, 경남 합천의 가야산과 함양의 남덕유산 등이 솔나리 자생지로 야생화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 중 경남 함양과 거창, 전북 장수 등 3개 군의 경계에 있는 높이 1507m의 남덕유산 솔나리가, 백두대간 연봉들을 굽어보는 장쾌한 조망으로 그림 같은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탐사지로 꼽힌다. 북으로는 덕유산, 남으로는 멀리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한복판에 서있는 남덕유산에 오르는 길은 여럿이나,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영각사 바로 밑에서 시작되는 등산로가 가장 간편하다. 삼복더위에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된비알이 결코 손쉽지는 않지만, 오르는 내내 하늘이 내준 귀한 약재라는 천마(사진)를 비롯해 말나리(사진), 참바위취(사진), 산오이풀(사진), 구름체꽃(사진), 원추리(사진) 은꿩의다리, 돌양지꽃, 바위채송화, 흰여로 등 다양한 야생화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산등성이에서 정상까지 간간이 철제 계단이 이어지는데, 그 중간 능선 곳곳에서 솔나리를 만날 수 있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무주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오는 7일부터 8월 17일까지 무주읍 최북미술관에서 열린다.
전북 무주문화원과 최북미술관이 공동기획한 ‘무주군 100년, 무주의 옛사진展’은 ‘제18회 무주반딧불축제’를 기념해 마련됐다. 무주반딧불축제는 오늘 7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940∼1970년까지 무주의 변천사를 담아낸 도시 모습과 풍경을 담은 30여점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 속에는 무주읍 시가지 전경을 비롯해 1940년대 무주군청의 모습, 6·25 전쟁 무풍면 상오정 전투장면, 덕유산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한국 표범, 초등학교 수업모습, 운동회, 돌잔치, 혼례, 장례 등 무주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 100년의 모습을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군민들 속에서 찾은 보물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이번 기획전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무주의 옛 생활상과 도시발전상을 돌아보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3월 넷째 일요일인 23일 포근한 날씨 속에 봄꽃이 만개하면서 전국의 유원지는 나들이 인파로 북적거렸다.
원동매화축제가 열린 경남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 일대에는 가족과 연인 수만 명이 찾아 활짝 핀 매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며 봄 추억을 만들었다.
매화와 산수유 등 봄꽃이 활짝 핀 하동 섬진강변과 거제 외도, 통영 장사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에도 봄꽃 정취를 느끼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잇따랐다.
'미선나무 꽃 전시회'가 열리는 충북 청원군 미동산수목원에는 많은 가족 단위 행락객이 찾아 꽃향기에 취했다.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이번 전시회에는 200여점의 분화가 전시되고 있다.
이미 진달래와 개나리 등 봄꽃이 만개한 제주도에도 주요 관광지마다 봄꽃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에 2만여명, 용인 한국민속촌에 4천여명이 찾아오는 등 전국의 유원지에도 봄기운을 느끼려는 시민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3ㆍ15 마라톤대회가 열린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각지공원에서는 3천여 명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참가해 건강을 다졌다.
산악자전거대회와 족구대회가 열린 경남 사천시 삼천포대교공원과 김해 가야대 운동장에도 각각 1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산행으로 봄맞이하는 등산객도 많았다.
강원도 설악산국립공원에는 6천여명의 등산객이 찾아 산행을 즐겼고 평창 오대산과 원주 치악산에도 7천여명이 몰렸다.
전북 남원시 지리산 뱀사골과 무주 덕유산, 정읍 내장산 등에는 1만여명의 행락객이 찾았고 인천의 대표적 산인 강화도 마니산에는 평소 주말보다 1천여명이 많은 4천여명이 몰렸다.
농촌 들녘에서는 농민들이 복분자 가지를 치고 밭갈이를 하는 등 한 해 농사 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새해의 첫날에 눈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하지만 미끄러운 겨울 길은 외출하기에 몹시 불편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 북반구의 지독한 한파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라고들 말한다. 단순한 생각으로 온난화에 의해 우리나라의 겨울이 짧아질 것이라 판단했었다. 그러나 지구의 온난화에 의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제트기류가 약화돼 찬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서 추위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새해 벽두의 TV 뉴스에 눈 덮인 백두대간 이화령(548m)의 산등성이가 비춰졌다. 이어 한 쌍의 고라니가 여유있게 지나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고라니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이 훼손된 이화령 길을 터널로 복원한 구간에 설치한 CCTV 화면이었다. 한반도의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이 동쪽을 따라 남으로 이어져 태백산을 거쳐 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이화령이 위치한다.
이화령을 거친 산줄기는 계속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원래 이화령은 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783m) 사이의 작은 고개였다. 일제 강점기에 넓은 신작로를 조성하면서 능선의 연결이 끊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행위는 자연환경의 심각한 파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산악도로를 닦는 과정에서 대규모 면적의 산림을 파괴하고 경사가 심한 비탈면이 발생해 지형의 심각한 변화를 가져온다.
자연환경에 대한 인위적인 훼손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매우 많다. 특히 그 대상이 백두대간과 같이 국토의 상징인 산줄기에 가해진 경우에는 그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높은 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생태계에는 동물, 식물, 미생물을 아우르는 생물 사회로 이루어진 다양한 군집들과 주변의 무기적인 환경이 매우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
생태계의 기능은 에너지의 흐름과 물질순환으로 요약된다. 지구상의 에너지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를 거치며 순환하게 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상호의존하며 엄격한 질서와 법칙 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 구성 요소에 대한 미세한 변화 혹은 파괴는 마치 도미노와 같이 생태계에 연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어진 자연환경에 따라 식물이 자라고 이에 맞추어 초식동물이 번성하며 먹이인 초식동물의 규모만큼 육식동물의 개체수와 종류가 조절된다.
그러므로 생태계의 단절은 생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차단해 개체와 유전자의 고립에 의한 생물종 다양성을 줄어들게 한다. 다양한 생물종은 현재 세계적인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 경제 시대의 중요한 천연자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국토는 대륙과 해양에 접한 반도국가의 특성상 면적에 비해 다양한 생물종을 지닌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국토개발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생 생물종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TV 화면에 비친 생태계 복원 구간에서의 고라니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전까지 단절되었던 생태계가 복원돼 각종 생물종의 이동과 교배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고라니를 통해 단편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환경파괴에 의해 생물이 직접적으로 압박을 받거나 서식지가 고립돼 유전자가 자유롭게 교류되지 못한다면 생물의 도태는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앞으로 진행되는 환경개발은 생태계를 배려함이 우선적이어야 할 것이며 훼손된 생태계는 원래의 자연스런 상태로 반드시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생물종은 귀중한 천연자원이며 미래의 자손들에게 물려줄어야 할 큰 자산이기도 하다. 또한 생태계에서의 생물요소 교란은 기후, 토양, 물 등의 무기요소에도 반드시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해법도 생태계 복원이 첫걸음일 것이다. 이제 갓 시작한 생태계 복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내년에는 이번 겨울 같은 혹독한 추위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