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농구대잔치는 한국 농구의 최전성기였다. 당시 뛰어난 실력과 준수한 외모로 유명했던 이상민, 문경은, 서장훈 등은 ‘오빠부대’로 불리는 팬덤을 구축했다. 이들이 소속된 연세대를 농구대잔치의 전설로 만든 이가 바로 감독 최희암(67)이다. 명감독으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2009년 인천 전자랜드 감독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이후 경영인으로 변신하여 현재 고려용접봉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를 만나 농구인의 삶과 철학, 그리고 경영인으로서의 변신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①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스카우트와 면접의 차이
그의 말처럼 재목을 고르는 일, 즉 스카우트는 농구에서 중요하다.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스카우트할 때는 정성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한다.
“스카우트를 매번 성공하진 못해요. 사실 상민이도 우리 라이벌인 고려대로 갈 뻔했어요. 거기가 조건이 더 좋았거든요. 상민이 아버지도 고려대를 권했는데, 상민이가 고려대를 가면 농구를 그만둔다고 선언한 거예요. 그때 큰누나가 상민이 아버지에게 ‘돈은 아빠가 벌어야지. 왜 상민이한테 그래!’ 하면서 한 방 먹였다더군요. 나중에 상민이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이에요. 우린 포기했었는데, 큰누나 덕분에 상민이가 연세대에서 뛸 수 있었죠. 한마디로 운이 좋았어요.”
덧붙여 재목을 고르는 방법을 콘크리트에 비유했다.
“강한 콘크리트를 만들려면 큰 자갈뿐만 아니라 그 사이를 메우는 작은 자갈도 필요해요. 유망주가 아니더라도 성실하고 인성이 괜찮으면 일단 눈여겨봤어요. 10가지를 모두 잘할 수는 없지만, 2~3가지 정도 본인이 잘하는 게 있으면 데려와서 장점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농구는 팀 단위 게임이기 때문에 단체 생활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친구라면 데려오려고 했죠. 실력이 좋아도 통제할 수 없으면 난감하거든요.”
그렇다면 경영인으로서 스카우트는 어떨까? 신입사원 면접 때 어떤 걸 주안점으로 두는지 물어봤는데 의외의 고충을 들었다.
“면접이 참 쉽지 않아요. 농구는 스카우트할 때 정말 오랫동안 살펴봐요. 초중고 시절부터 선수가 참여하는 훈련이나 연습경기를 자주 보고, 실제로 만나 대화도 하면서 오랫동안 검증해요. 일종의 데이터를 모으는 거죠. 반면 면접은 몇 분 만에 사람을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 자리에 온 이들은 모두 일할 의욕도 있고, 스펙도 어느 정도 비슷해요. 다만 그 스펙이 모두 진짜 실력에서 비롯된 것인지, 우리 회사와 정말로 적합한 인재인지 면접장에서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 신중을 많이 기하죠.”
분업 농구와 경영의 길
농구 감독 시절 그의 장기였던 ‘분업 농구’는 고스란히 경영에도 반영됐다.
“분업 농구의 핵심은 ‘네가 잘하는 것을 해라’였어요. 가드는 가드 역할을, 센터는 센터 역할을 하는 거죠. 다만 포지션과 상관없이 잘하는 게 있으면 하라고 했어요. 예를 들어 센터인데 3점 슛을 잘 쏜다고 하면 그걸 하라고 했어요. 반면 팀의 승리에 방해가 되는 자기만족을 위한 플레이는 금지했어요. 경영도 비슷해요. 저는 직원들한테 ‘유능한 감독이 돼라’고 해요. 이승엽, 양준혁이 있는데 감독이 필드에서 뛰는 건 웃기잖아요. 자신의 권한과 능력으로 힘들면 윗사람에게 보고하라고 해요. 잘할 수 있는 사람한테 일을 맡길 줄 아는 상황 판단력이 중요해요. 분업 농구의 경영 버전인 셈이죠.”
끝으로 좋은 리더십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결국 경청과 소통이에요. 농구 감독 시절엔 팀이 이기는 데만 신경 쓰느라 다른 걸 못 보니 코치들이 내게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래야 시야가 넓어지거든요. 또한 코치들이 선수의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를 모두 알 수 있도록 하고, 다 같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어요. 경영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회의를 할 때 직원들부터 먼저 말하라고 해요. 제 의견은 나중에 말하죠. 제가 먼저 말하면 다양한 관점을 듣기 어려워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나 정보에 귀 기울이고,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해결해주려고 해요. 언제든 스스럼없이 제게 말할 수 있도록 권위를 내려놓고 직원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죠.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회사가 확장성을 갖출 수 있도록 더 힘써야 할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한 팀이 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지혜롭게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
그가 농구에 빠진 이유는 ‘단계마다 맛보는 성취욕’ 때문이었다. 코트 청소부터 시작해, 드리블, 백보드 슛, 3점 슛까지 각 단계에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농구에 입문했다. 특히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백보드 슛이 들어갈 때마다 통쾌했다고. 선수부터 시작해 감독, 그리고 경영인이 되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농구’였다. 그는 “농구는 나의 뿌리”라고 말했다. 뿌리 없는 열매가 없는 것처럼, 농구 시절부터 다져온 경험의 깊이가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했다.
농구는 그에게 끈기를 가르쳤다. 그 끈기는 그에게 새로운 2막을 열게 했다. 선수로서는 빛나지 못했지만 감독으로서는 농구의 역사를 새로 썼고, 그 농구는 인생 2막을 경영인으로 시작하게 도와줬다. 이 모든 것은 돌처럼 단단한 끈기와 열정이 빛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치 희암(熙岩)이란 이름의 뜻처럼. 나무는 타버리면 재가 되지만, 돌은 충격에 깨질 뿐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인생의 전반전은 백보드 슛으로 시작했지만, 인생의 후반전은 3점 슛을 쏘며 마무리하길 바라며 마친다.
최근 50대 주부 A씨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한가한 오후, 커피 한 잔과 함께 좋아하는 B패션브랜드의 온라인 쇼핑몰을 훑는 일이다. 온라인쇼핑몰에는 철 지나고 저품질 상품들만 즐비하다고 생각해 항상 백화점에서 옷을 구매했던 A씨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이 같은 태도를 바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각종 패션 브랜드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활성화하면서 온라인에서도 만족스러운 쇼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발이 퉁퉁 붓도록 돌아다니지 않아도 쉽고 빠르게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온라인 쇼핑의 큰 장점이다. 처음에는 제품 질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믿고 사는 쇼핑몰도 여럿 생겼다. 주변 반응도 좋아 앞으로는 온라인 쇼핑몰을 더욱 애용할 예정이다.
A와 같이 시니어들의 쇼핑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크게 변하고 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식이다.
실제로 여러 통계 지표에서도 시니어의 쇼핑 장소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와 신한카드가 서울 소재 74개 업종에 대한 소비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시민의 온라인 소비는 2019년에 비해 3조9000억원으로 18.4%가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소비는 7조 4000억원으로 7.5% 감소했다. 특히 50대의 온라인 소비 증가율은 22.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5060세대는 4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인터넷 쇼핑 이용자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50대는 2016년 31.2%에서 2020년 60.2%, 60대는 2016년 12.7%에서 2020년 60.2%로 크게 증가했다. 5060세대의 월 평균 구매빈도도 1.8회에서 4회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장기화함에 따라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작한 비대면 쇼핑 형태인 온라인 쇼핑에 시니어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줄었다고 생각했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온라인 거래가 새로운 소비채널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시니어의 소비행태가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강한 구매력을 지닌 시니어 고객을 위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달 시니어 여성 패션 앱 ‘퀸잇(Queenit)’을 운영하는 라포랩스는 총 5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시니어 여성을 위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시니어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여성복 브랜드들 역시 앞다투어 온라인 매출 비중 확대에 나선다. ‘앤클라인(ANNE KLEIN)’은 올해 초 자체 온라인몰을 열고 라이브 판매방송을 시작했다. ‘쁘렝땅(PRENDANG)’을 운영하는 부래당 역시 올 하반기 내 자체 온라인몰 오픈을 목표로 이커머스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데에 힘쓰고 있어, 시니어 패션업계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액티브시니어들이 다른 시니어들보다 자신을 위해 비용과 투자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액티브시니어들이 자신들을 위해 소비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분들은 3명 중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인사이트랩은 지난 4월 6일부터 5월 25일까지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456명이 이 같은 결과를 보였다고 31일 밝혔다.
시니어인사이트랩은 조사 참여자들을 연령과 경제활동 여부, 월소득, 소비형태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시카고대학 뉴가튼 교수의 이론을 참고해 프리시니어(Pre-senoir), 액티브시니어(Active Senoir), 아더시니어(Other Senior), 실버(Silver) 4그룹을 나눠 조사를 진행했다.
뉴가트 교수에 따르면 프리니시어는 40세에서 49세까지 분들을, 액티브시니어는 50세에서 75세까지 어르신 중 탄탄한 경제력과 경력으로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는 분들을, 아더시니어는 50세 에서 75세까지 어르신 중 경제력이 떨어지고 소비관여도가 낮은 분들을, 실버는 75세 이상의 자녀 의존적이고 노쇠한 어르신들로 구분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액티브시니어는 ‘가족보다는 나를 위한 소비를 한다’에 53.1%가 그렇다고 답해 더 젋은 프리시니어 22.0%보다 2배 이상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소비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아더시니어 11.4%와 실버11.1%와는 4배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액티브시니어 중 56.3%는 ‘신제품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구입’했고, 81.3%가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즐겼고’, 81.3%가 ‘제품의 가격과 용량보다는 제품을 통해 얻는 경험 가치를 더 중요시’했으며, 78.1%가 ‘새로운 문화/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했다’고 응답해 40대인 프리시니어보다도 더 고품격 소비 성향을 보여줬다.
또 액티브시니어들은 ‘나를 위한 시간과 돈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에 68.8%가 그렇다고 답해 40대 프리시니어 24.4%와 아더시니어 27.3%에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실버는 0.0%였다.
액티브시니어 중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75.0%, ‘꾸준한 취미활동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81.3%, ‘건강을 위한 꾸준하게 운동한다’ 65.6%, ‘정기적인 건강검진한다 75.0%,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87.5%, ‘개인 SNS 계정을 관리하고 소통하는 것에도 두려움이 없다’ 78.1%로 모든 활동에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액티브시니어들은 ‘하루의 시간을 미리 계획하고 실천한다’에 81.3%가 그렇다고 응답해 프리시니어 41.5%에 2배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아더시니어 34.1%, 실버 11.1%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액티브시니어들은 ‘하루의 시간을 미리 계획한다’ 81.3%, ‘주간별, 월별 일정을 기록한다’ 90.6%’, ‘1년 뒤 또는 10년 뒤 장기 목표를 세운다’ 81.3%, ‘미래/노후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75.0%로 응답했다. 특히 먼 미래이지만 언젠가 경험하게 될 죽음에 대해서도 ‘죽음을 위한 고민과 준비를 한다’ 87.5%,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87.5%로 죽음에 대한 준비와 자세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시니어인사이트랩 김선영 연구원은 “액티브시니어들이 다양한 기업들에 새로운 고객 타겟층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시니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소통하면 마케팅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최근 이들에 의해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전망 등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신문이나 방송 등 보도를 살펴보면 미디어마다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기준을 다르게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베이비붐 세대에 속한 어르신들도 자신이 해당 세대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도대체 베이비붐 세대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이며, 기준은 무엇일까?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베이비붐은 ‘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어떤 시기의 공통된 사회적 경향을 이르는 말. 인구의 자연 증가율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경우로, 대체로 전쟁이 끝난 후 또는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풍요롭고 안정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로 정의한다.
보통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로 정의한다. 기간은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독일의 금융그룹인 알리안츠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946년에서 1964년까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946년에서 1967년까지, 스웨덴은 1946년에서 1953년까지다. 일본은 1947년에서 1949년까지로 기간이 짧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베트남 전쟁 참전 전인 1963년까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밝혔다.
이처럼 나라마다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보도할 때 어떤 나라와 관계된 베이비붐 세대 이야기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언제 태어난 사람들, 지금 나이가 몇 살까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생물학적 출생자수와 조금 다른 베이비붐 세대 기준
이렇게 널리 알려진 기준이 있는데 왜 미디어마다 국내 베이비붐 세대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걸까? 그 이유는 실제 출생자수와 출산율이 해당 기간을 다른 기간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학자나 관련 전문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생물학적으로 출생자수가 기존보다 크게 늘어났을 때다.
김태헌 한국교원대 인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전개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의미’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베이비붐 기간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출생자수가 급증한 1960년과 1971년 두 시점을 중심으로 전후 각 10년씩 총 20년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헌 교수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시기를 1955년부터 1974년까지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다수는 세대는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를 넘어 사회와 역사적 특성을 공유하는 묶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단순히 출생자수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최초로 세대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만하임에 따르면 세대에서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세대’가 아닌 ‘사회와 역사적 세대’다. 만하임은 비슷한 시기에 출생한 사람들은 같은 문화와 역사 경험을 통해 연대감을 가지며, 같은 세대는 생물학적 특성 뿐 아니라 생각이나 행위, 감정 등 상식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표준 기준인 준거틀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세대라는 특성을 고려해 생물학적 특성보다 사회와 역사적 특성을 고려해 우리나라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1955년부터 1963년으로 규정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이에 해당하는 연령대는 군사독재 시절과 민주화 투쟁,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또 1997년 외환위기 때 갑작스런 실직을 경험하며 경제적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크게 3차까지 나눠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즉 앞에서 언급한 기간의 세대를 1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규정하고, 1968년부터 1974년까지를 2차 베이비붐 세대, 1979년에서 1992년까지를 3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규정한다.
108만명으로 가장 많은 인구수 기록한 1960년생
왜 이렇게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얼마나 타당성을 갖고 있을까?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주요 연도별 출생자수를 확인해본다. 이 기사에서는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1970년 이후 자료만 제공하고 있어, 세계은행 등에서 얻은 자료를 종합해 정리한 위키백과 ‘대한민국 인구’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대한민국 연도별 출생자수와 사망자수
1955년 출생자수를 보면 90만8134명이다. 1954년 83만9293명과 비교하면 출생자수가 8.2% 늘어 1925년부터 1955년까지 봤을 때 1946년을 제외하고 가장 크게 오른 시점이다. 하지만 1000명당 출생자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42.9명으로 가장 높은 시점이었던 1956년과 1960년의 43.2명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955년 이후 계속 올라 1960년에 108만535명으로 최고 출생자수를 기록했다. 1960년생은 2021년 5월 25일 기준으로 만 60-61세에 해당한다. 1961년부터 조금씩 줄기 시작해 1965년에 99만6052명까지 줄었다. 다시 1966년에 103만245명으로 오르기 시작해 1968년 104만3321명, 1969년 104만4943명으로 역대 3번째 출생자수를 기록한 뒤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1959년부터 1971년까지 1965년을 제외한 12년 동안은 출생자수가 모두 100만명을 넘어섰다.
1979년은 출생자수가 86만2669명으로 1978년 75만728명에 비해 14.9%나 늘어 역대 2번째로 전년도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로 오른 시점이다. 이후 1981년 86만7409명까지 출생자수가 늘다가 1987년에 62만3831명까지 줄어든다. 다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오른 뒤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조금의 변동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이와 같이 연도별 출생자수를 보면 앞에서 제시한 3가지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의견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는 출생자수를 다른 년도와 구분 짓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김태헌 교수가 주장한 20년 동안은 출생자수를 이용해 구분하기가 쉽다. 1955년에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어 1974년까지 90만명 대를 유지해 출생자수 90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역사에서 출생자수가 90만명을 넘은 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베이비붐 세대, 3가지 의견 다양하게 쓰여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언제부터 어디까지를 봐야 할까? 다양한 보고서나 연구논문 등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간을 뜻한다. 2021년 5월 24일 기준으로 보면 만 57세(생일이 지나지 않은 1963년생)부터 66세(생일이 지난 1955년생)에 해당하는 분들이다.
따라서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이 기간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생물학적 특성보다 사회와 역사적인 환경을 함께 경험하고 공감하는 동질 세대라는 특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학자와 미디어에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를 더 확장해서 보기도 한다. 기존 기간을 1차 베이비붐 세대로 보고, 그 이후에도 비슷한 출생자수와 비슷한 사회와 역사적 세대 특성을 나타낸 1968년부터 1974년까지(만 46세~53세)를 2차 베이비붐 세대로 보는 의견이 있다. 학계나 미디어에서도 널리 인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1979년에서 1992년까지를 3차 베이비붐 세대로 보는 의견은 아직 소수로 자주 언급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최근에 출생자수를 중심으로 구분하기 쉽게 제안한 1955년부터 1974년까지(만 46세~66세) 20년간을 보는 의견이다. 최근에 나온 주장이지만 2차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할 뿐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구분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많은 인구수에 의미를 두고 미래를 전망하거나 분석할 때는 이 기준을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알뜰폰 업계가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시니어 전용 요금제를 통해 고령층 이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3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시니어들을 홀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인 상황이다.
최근 시니어들이 2G와 3G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4G인 LTE로 바꾸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공격적으로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알뜰폰 업계는 고령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시대 흐름을 고려해, 시니어 특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니어 안심시킨 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니어 특화 요금제가 거의 없거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알뜰폰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을 비롯해 티플러스(tplus)모바일, 유플러스(U+)알뜰모바일, 프리텔레콤 같은 알뜰폰 업체가 만 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시니어 특화 요금제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고객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KT엠모바일은 올해 2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니어를 대상으로 통화와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3개를 선보였다. ‘시니어 안심 0.5G+’요금제는 월 5900원에 음성통화 300분, 문자 300건, 데이터는 0.5GB까지는 최대 속도, 그 이후는 400Kbps 속도로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시니어 안심 2G+’는 월 89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는 2GB까지는 최대 속도, 그 이후는 400Kbps 속도로 무제한, ‘시니어 안심 4G+’는 월 1만19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는 4GB까지는 최대 속도, 이후는 400Kbps 속도로 무제한으로 이용한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만 65세 이상 신규 고객 중 약 23%가 ‘시니어 안심 2G+’ 요금제에 가입하며 가장 높은 가입률을 기록했다”며 “통화와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KT엠모바일은 1월 기준 80만여명이 가입자를 유치해 알뜰폰 가입자 1위 업체다. 이중 60대 이상 고객이 2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어르신 고객 비중도 높은 편이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어르신들과 상담하다 보면 요금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라며 “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이런 걱정을 크게 덜어줘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체마다 비슷한 서비스에 요금은 다른 시니어 요금제
티플러스모바일은 올해 시니어 전용 유심 요금제 4개를 출시했다. 월 2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표준’ 요금제는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나머지 3개 요금제인 ‘데이터마음껏 시니어0.5G+, 완전마음껏 시니어2G+, 완전마음껏 시니어4G+’는 KT엠모바일 상품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월 요금만 다르다.
‘데이터마음껏 시니어0.5G+’는 월 5500원, ‘데이터마음껏 시니어2G+’는 월 8800원으로 KT엠모바일 상품보다 각각 400원, 100원 저렴하다. 반면 ‘데이터마음껏 시니어4G+’는 1만2100원으로 KT엠모바일 상품보다 200원 비싸다.
유플러스모바일이 내놓은 ‘유심 시니어(1GB/100분)’ 요금제는 월 4900원으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요금제 중에서는 월 요금이 가장 저렴하다. 대신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으로 다른 알뜰폰 업체가 츨시한 요금제보다 음성통화와 문자 이용량이 3분의 1가량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프리텔레콤은 ‘프리티시니어 2G’와 ‘프리티시니어4G’ 2개의 시니어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요금이 각각 1만1000원, 1만3200원으로 다른 알뜰폰 업체 상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만 다르고, 제공되는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는 같다.
LG헬로비전이 내놓은 ‘유심 시니어 통화 데이터 넉넉히 2GB’와 ‘유심 시니어 통화 데이터 넉넉히 4GB’ 상품도 프리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월 요금만 각각 1만3200원, 1만 8700원으로 다를 뿐 제공되는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가 다른 알뜰폰 업체 상품과 같다.
이처럼 알뜰폰 업계가 선보인 시니어 전용 요금제는 다른 요금제와 비교해도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요금제에서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시니어 요금제보다 보통 5000원에서 8000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입소문으로 꾸준하게 시니어 가입자 늘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대체로 번호이동을 꺼리는 편이다. 특히 알뜰폰은 3대 이동통신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통화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뜰폰은 3대 이동통신망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과 데이터 이용 등은 3대 이동통신사와 거의 동일하다.
알뜰폰 업체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가지지 못한 사업자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대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서비스다. 정부가 국민들의 통신비를 줄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2년 6월에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를 ‘알뜰폰’이라고 선정해 이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올해로 68세인 강철호(가명) 씨는 "자녀에게 이 요금제를 추천 받고 바로 번호이동을 했다"며 "1만원도 안 되는 월요금으로 통화와 데이터를 제한없이 쓸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알뜰폰 업계가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인 배경에는 이동통신재판매 특성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망을 판매하는 3대 이동통신사가 시니어 층을 대상으로 망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 이를 토대로 알뜰폰 업계가 비슷한 시니어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르신들 특성 때문인지 특정 요금제에 젊은 층이 폭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례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입소문 등으로 시니어 상품에 가입하는 어르신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며 “데이터와 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전용 요금제는 통신비 절감과 디지털 격차 해소라는 알뜰폰 본연의 취지에도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많아지면 건강부터 시작해서 생활에 불편한 점이 점차 많아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국가에서 어르신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해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중 하나가 통신비 할인 혜택이다.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만 65세 이상으로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들은 1인당 통신요금에서 50%(부가세 포함 최대 12100원)를 의무적으로 할인해 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저소득증과 취약계층에게도 최대 3만원까지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지자체 등이 조사했더니 저소득층과 장애인, 국가유공자, 한부모 가정,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어르신 등 감면대상자 중에서 320만명이 정도가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제도를 몰라서 신청을 하지 않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통신비 감면은 전용 콜센터 ‘1523’으로 전화하면 누구나 쉽게 신청할 수 있다. 훨씬 더 쉬운 방법이 있다. 각 통신사의 고객센터, 즉 휴대전화로 114에 전화해서 신청하면 된다. 통화가 어려운 어르신들은 각 통신사 대리점이나 주민센터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단 65세 이상 통신비 감면 제도는 3대 통신사 이용자에 한해서만 제공된다. 즉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본사 이용자만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알뜰폰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3대 통신사들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해 추가 혜택을 담은 시니어 전용 요금제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9680원인 KT의 효요금제이다. 3G 요금제로 LTE나 5G 기기로는 가입하기 어려운 요금제다. LTE요금제로는 LG유플러스의 LTE 시니어 16.5 요금제가 1만65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음성통화 70분에 문자 100건, 데이터 300MB를 제공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3만30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단 데이터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1.7GB, KT가 2GB로 KT가 조금 더 많이 제공한다.
그런데 3만3000원 요금제는 다른 연령대 요금제와도 비슷해, 시니어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3대 통신사는 요금제로만 보면 시니어 고객을 위해 혜택 제공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의 최동철(만67세) 씨는 “정부에서 요금 감면 제도를 3대 통신사에 한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 제공에 소극적인 것 같다”며 “국회에서 알뜰폰에도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현재 느끼는 기분을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반려묘의 배변을 시시때때로 치우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청소해주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놀랍게도 이 모든 상상은 이미 현실 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막강한 기술력으로 전 세계 애견·애묘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 세 곳을 살펴봤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펫팸족’(Pet+ Fa mily) 시니어는 자신의 건강만큼 반려동물의 장수와 웰빙에도 관심이 많다. 이제는 기초적인 차원의 돌봄을 넘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상품에 지갑을 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3년간 평균 14%씩 성장했으며, 2027년에는 6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는 ‘펫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 ization) 현상이 보편화되면서 식품이나 장난감 분야에만 국한되었던 펫 산업이 전용 호텔, 택시, 유치원, 보험 등 반려동물의 삶 전반에 관여하는 서비스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반려동물 관련 상품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펫테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펫테크 시장 초기는 외출 시 모니터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는 반려동물 전용 CCTV나 자동 급식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강아지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주는 앱부터 고양이의 배변 활동을 자동 기록하는 스마트 화장실, 인공지능으로 감정을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한층 더 고차원적인 기술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앱 하나로 건강관리… 의심 질환 ‘한눈에’
반려인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근심거리는 반려동물의 건강이다. 반려동물은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인간과 달리 아픈 구석이 있어도 티를 내지 못할뿐더러 의료비가 만만치 않아 병원에 자주 데려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AI 솔루션 플랫폼 알파도는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를 개발했다. 집에서 간단한 소변검사만으로 강아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 여부를 파악하는 용도다. 체내 10가지 성분 분석을 바탕으로 당뇨, 방광염, 요로감염, 신부전 등의 질환을 감지한다. 가격은 3개에 9900원이다.
동물병원에서 활용하는 소변검사 키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가정에 보급할 수 있는 것은 알파도가 보유한 자체 기술 덕분이다. 알파도는 2018년 650~2600나노미터의 IoT 근적외선 휴대용 분광기를 개발했다. 빛의 파장을 이용해 화학물질의 구성 성분을 분석하는 원리다. 당시 알파도는 이 기술로 농업·축산업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했으나, 반려동물 건강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껴 펫테크 스타트업으로 탈바꿈했다.
검사 방법은 사람과 유사하다. 반려동물의 소변을 시약 막대에 묻히고, 색상표에 올린 뒤 ‘알파도펫’ 앱을 실행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결과가 자동으로 나타난다. 결과는 각 성분을 정상, 의심, 위험 3단계로 나눠서 분류하고, 이에 따른 의심 질환을 안내한다. 강아지가 섭취한 음식과 컨디션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두 번 이상 검사하는 것이 정확하다.
지난 3월 새롭게 공개한 ‘AI 펫바디 스캐너’도 주목할 만하다. 초소형 카메라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눈, 귀, 피부, 치아 건강 및 비만 정도를 확인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다. 귓속과 털 안쪽 등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부위를 3.9mm의 작은 렌즈로 살피고, 의심 질병이 나타날 경우 관련 설명과 예방 방법을 안내한다. 이 기기 역시 알파도펫 앱과 연동된다. 기기의 전원을 켜고 앱에서 검사 항목을 선택한 뒤 검사 부위를 스캔하면 사진과 함께 결과가 나타난다. 인공지능 디바이스가 의사처럼 진단하면, 앱이 검진 차트 역할을 하는 셈이다. AI 펫바디 스캐너는 현재 미국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으며, 국내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소변검사 키트와 AI 펫바디 스캐너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병은 20가지에 달한다. 보다 구체적인 검사를 위해서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반려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일 때 임시 주치의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알파도 측의 설명이다. 지영호 알파도 대표는 “동물은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면 이미 병이 악화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반려동물 진료 체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협력병원을 지정해 반려동물의 질병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병원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설물 ‘휙휙’ 모래 ‘척척’…똑똑해진 고양이 화장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위생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고양이는 비뇨기 질환에 취약해 배변 활동에 남다른 보살핌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거운 모래를 들고 버리고 갈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이 체력적인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 집사’라면 더욱 그렇다. 반려인의 실수로 배설물이 가득 찬 화장실을 마주한 고양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고양이 건강관리 디바이스 스타트업 골골송작곡가 노태구 대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접하고 고양이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2’를 개발했다. 군 장교 시절에 키운 고양이가 전염성 복막염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됐다. 전염성 복막염은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주로 분변을 통해 감염된다. 노 대표는 “아프다고 표현했을 텐데 뒤늦게 알아서 가슴이 아팠다”며 “조사를 해보니 많은 애묘인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사들의 고민을 담아 탄생한 라비봇2는 고양이의 배설물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배변 활동을 모니터링해준다. 고양이가 화장실에 다녀가면 장치 안에 설치된 갈퀴가 굳은 모래와 배설물을 걸러낸다. 시중에 비슷한 기능을 하는 자동화장실이 존재하지만, 라비봇2는 7L의 모래 저장통으로 사용한 모래를 즉시 보충해주며,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5cm 높이를 유지한다. 노 대표는 “고양이에게 모래는 화장실의 휴지와 같은 존재다. 사람이 볼일을 볼 때 휴지가 부족하면 불안하듯이 고양이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섬세한 부분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비봇2는 130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고, 현재는 북미와 유럽, 일본 등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전용 앱 ‘펄송’으로 고양이의 배변 횟수와 시간 등 배변 활동 기록을 받아볼 수 있는 점도 만족도가 높은 요인 중 하나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한 기기를 동시에 사용해도 고양이의 특성을 자동으로 감지해 구분한다. 노 대표는 “실제로 라비봇2를 사용하며 방광염이나 췌장염 증상을 발견했다는 고객들의 후기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양이 건강을 전반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제품군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멍멍’ 짖는 소리로 감정 분석까지
10여 년 전 모 동물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빛만으로 동물과 교감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로 여겨지긴 했지만,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일 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의 도움 없이도 강아지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영혼과 영혼이 만난다는 식의 아리송한 방법 대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서다. 펫테크 스타트업 펫펄스랩은 이 같은 기능을 갖춘 반려견 감정인식기 ‘펫펄스’를 개발해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2021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펫펄스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분석해 분노·불안·슬픔·안정·행복 등 5가지 감정으로 나타내는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음성 센서뿐 아니라 행동 센서 기능이 탑재돼 있어 하루 수면이나 활동량 등도 나타낸다. ‘펫펄스’ 앱을 통해 감정과 활동 상태를 종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아지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13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장윤옥 펫펄스랩 대표는 “2016년 펫펄스랩 모기업에서 펫시팅 플랫폼을 운영했는데, 펫시터에게 맡겨도 강아지가 잘 지내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해하는 이용자들이 많았다”며 “강아지의 기분을 알 수 있으면 주인이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음성 분석을 위해 2~3년은 쉼 없이 발품을 팔았다. ‘멍멍앱’을 만들어 강아지 소리를 마구잡이로 수집하고, 직접 현장에 나가서 따오기도 했다. 말 그대로 개고생(?)을 해 1만여 개의 소리가 모였을 때쯤, 서울대 융복합대학원 음악오디오분석연구소와 감정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개발 초기에는 정확도가 60%에 불과했으나 반복 학습을 통해 90%까지 끌어올렸다. 장 대표는 “의외로 분노와 행복 사이에서 오류가 많이 생겼다”며 “둘 다 흥분하는 감정으로 분류돼 구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반려견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좋으면서도, 진작 알아채지 못해 미안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외출 중 분노 지수가 높다는 알림을 받고 집으로 달려갔더니, 강아지가 온 집 안을 어질러놓고 아파해 병원에 데려갔다는 후기도 있었다. 이처럼 반려견과 떨어져 있어도 위급 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펫펄스의 개발 목적이다. 장 대표는 “최근 애견호텔에 맡겨진 강아지가 각종 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곤 하는데, 강아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위급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펫펄스가 사람과 동물 모두 안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서비스의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lus+] ‘로봇펫’ 시대가 온다?
CES2021에서 화제를 모은 또 하나의 펫테크 분야는 바로 ‘로봇펫’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로봇이 아닌, 반려동물의 형상을 한 로봇이다. 일본 유카이 엔지니어링은 반려동물의 감촉을 구현한 쿠션형 애완로봇 ‘쿠보’를 선보였다. 고양이 엉덩이와 생김새가 똑 닮은 쿠보는 이용자의 손길을 인식해 40여 가지 방향으로 꼬리를 흔든다. 일본 뱅가드 인더스트리의 인공지능 애완로봇 ‘모플린’은 반려동물처럼 울음소리를 내고, 애교를 부린다. AI 학습 기능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로봇펫을 쓰다듬는 것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은 행복을 느낄 순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시니어에게 색다른 교감의 대상이 되어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이름은 기술의 시대다. 이른바 ◯◯◯테크로 불리며,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각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기술은 비대면으로 인한 사람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특히 식품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인 푸드테크에 대해 살펴본다.
도움 베어로보틱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기원(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최근 푸드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 식품외식산업 트렌드 중 하나로 푸드테크를 선정했다. 푸드테크(Foodtech)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용어로, 식품산업 분야에 로봇, IC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이 접목된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은 농업과 식품 관련 분야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식량안보, 탄소중립 등과 같은 환경 이슈의 부각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위생과 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푸드테크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은 연평균 5.8%씩 성장해 2022년에는 25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과 환경에 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는 만큼, 전망이 밝은 시장이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이전에는 사람이 만나는 공간 중심의 사업이 활발했다면, 코로나19 이후로는 비대면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푸드테크 같은 기술 중심의 사업이 부상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무인화와 푸드 로봇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부상하는 트렌드가 바로 ‘무인화’다. 푸드테크 시장의 대표적인 무인화 사례는 ‘푸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서빙 로봇, 요리 로봇 등 다양한 푸드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무인화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단순·반복 업무는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식품 유관 산업에서도 무인화 시스템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푸드 로봇 시장의 전망성도 괜찮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푸드 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13%를 상회하는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푸드 로봇은 세계적인 인건비 상승,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푸드 로봇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푸드 로봇이 수익 창출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따르면 서빙 로봇 배치 이후 팁의 비율이 늘었고, 캘리포니아의 한 식당에서 8개월 동안 시범 테스트를 한 결과 판매가 28% 증가했다. 베어로보틱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접객을 원하는 수요가 생겼고, 동시에 로봇이 손님들의 이목을 끌 수 있어 점주들이 푸드 로봇을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종업원의 업무 강도를 낮출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출시한 서빙 로봇은 총 4단으로 구성돼 한 번에 4개 테이블에 음식 서빙이 가능하다. 최대 적재 용량은 50kg이다.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사람 대신 로봇이 맡으면서 종업원 입장에서는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서빙 로봇을 운영 중인 점포 관계자는 “로봇 도입 이후 업무 강도가 낮아지면서 직원의 퇴사율이 낮아졌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서비스 만족도를 올릴 수 있다. LG전자에서 출시한 셰프 로봇의 경우, 원하는 국수 재료를 그릇에 담아 전달하면 1분 동안 국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는 손님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시에 단순·반복 업무를 로봇이 담당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접객 서비스에 더 신경 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푸드 로봇을 도입해 종업원의 접객 서비스 수준을 올린다면 자연스레 서비스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고, 이는 손님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비싼 비용과 안전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푸드 로봇을 통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일부 검증되었지만, 비싼 초기 도입 비용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또한 안전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사고 사례는 없지만 향후 안전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다리가 너무 구부러졌네요. 다리를 쭉 펴야 운동이 제대로 됩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을 때 듣는 말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모바일 카메라로 움직임을 인식해 동작이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 뒤 건네주는 말이다. 홈트레이닝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홈트’(홈트레이닝)가 등장하며 피트니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도움 메모핏
스마트 홈트의 특징은 ‘상호작용’, ‘개인 맞춤형’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트레이너의 지도를 직접 받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더 좋은 장점을 만들어냈다. 원격으로 트레이너와 실시간으로 만나고, 첨단 기술이 동작을 포착하여 교정해준다. 시간, 반복 횟수 등 운동량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개인 맞춤형 운동을 추천하고 계획을 짜준다. 시공간의 한계를 벗어나니 평소 만나기 힘든 유명 피트니스 강사에게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돌려주는 리워드 프로그램, 여러 참가자와 함께 대결을 펼치는 챌린지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운동은 그 효과도 크다. 시니어 전용 스마트 헬스케어 앱 ‘메모핏’의 자문위원인 김미정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그 효과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적어도 주당 150분의 중등도 강도의 신체 활동 또는 적어도 75분 이상의 좀 더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줄이면 하루 2회 10분 정도의 중등도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고령자도 주 2회 근력 강화 운동을, 특히 균형과 낙상 예방을 위한 운동을 하길 권하며, 개개인의 취미와 성격에 맞춘 운동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매일 꾸준히 20분씩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며, 운동을 무리하게 할 경우 근육이 오히려 손상될 수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확산세 커져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헬스장을 직접 찾기 어려워지고, 집에서 운동하는 이들이 늘면서 스마트 홈트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후 홈트 관련 검색량이 급증했다. 영상통화로 트레이너에게 실시간으로 코칭을 받는 앱 ‘리트니스’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이후 하루 운동 참여자와 앱 구매 건수가 모두 4배가량 늘었다.
시니어 중에서도 스마트 홈트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화재의 헬스케어 모바일 앱 ‘애니핏’은 중장년 이용자가 지난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화재가 발표한 ‘2020년 애니핏 앱 이용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이상 이용자는 23만3266명으로, 2019년 10만3462명 대비 12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가입자는 79.8% 늘어난 9만2302명이었다. 중장년이 30대 이하 대비 이용자 수도, 증가율도 높았다. 삼성화재는 중장년 이용자 증가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 중장년층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상승을 꼽았다.
스마트 홈트 앱, 가까운 곳에 있다
알고 보면 스마트 홈트 앱은 이미 우리 곁 가까운 곳에 있다. 스마트폰에는 각 제조사가 제공하는 피트니스 앱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헬스’, 애플은 ‘건강’, LG전자는 ‘LG헬스’ 앱이 있다. 각 앱은 운동량을 측정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데이터가 걸음 수 측정이다. 스마트폰은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소지하고 있기에 정확도가 높고 측정이 용이하다. 또한 분석 능력이 높아서 오른 층계, 보폭, 보행 속도, 보행 비대칭성 등 세밀하고도 다양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해석해준다.
스마트폰에서 기본 제공되는 만큼 이용량도 많다. 삼성헬스는 2020년에만 전 세계에서 2억100만 명 이상이 사용했으며, 이들은 30억kcal를 소모하고 78조 걸음 수를 기록했다. 해당 걸음 수를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와 태양을 200번 왕복한 것과 같다.
각 사는 이들 앱의 기능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헬스는 운동 콘텐츠, 명상, 수면 패턴, 심박수, 혈압 측정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전 세계 이용자들과 함께 걸음 수 대결을 하는 챌린지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등 종합 피트니스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애플은 애플워치,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계한 ‘피트니스 플러스’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적합한 운동을 추천해주고, 요가, 자전거 타기, 근력 운동 등 여러 영역에서 세계적인 트레이너들의 수업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시중에는 디지털 기술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다양한 앱이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보자.
디지털 기술을 집약한 대표 홈트 앱, 카카오 스마트홈트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의 실시간 관절 움직임을 추출하고 분석하여 바른 운동 자세를 알려준다. 운동을 시작하면 이용자의 자세를 트레이너의 자세와 비교하면서 코칭을 받을 수 있다. 관절 추출을 통해 포착된 동작이 트레이너와 일치하면 녹색, 그렇지 않으면 빨간색으로 표시돼 정확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운동이 끝나면 부위별 운동 시간, 소모되는 칼로리, 동작별 정확도를 분석한 정보를 제공한다. 요가, 근력 운동, 필라테스, 스트레칭에 관한 200여 편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손연재의 리듬체조, 양치승의 근력 운동, 황아영의 요가 등 부문별 인기 트레이너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한 달간 운동을 완료한 날짜 수에 따라 메달을 주는 챌린지 프로그램,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촬영하면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식단 카메라 기능도 제공한다.
시니어 전용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메모핏
시니어만을 위해 설계된 피트니스 앱으로, 각종 운동 프로그램부터 화면 구성까지 중장년층에게 적합하게 꾸몄다. 시니어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관절에 무리를 주는 동작은 제외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장년들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구성했다. 두뇌와 근력을 동시에 쓰는 맞춤형 듀얼태스킹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와 치매 예방을 한 번에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치매에 효과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재활의학과, 치매 전문 신경외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았고, 대한노인재활의학회의 검수도 진행했다. 기저질환 유무 등 사용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앱에 가입해 ‘체력 테스트’를 진행하면 생년월일, 키, 체중은 물론 수술 여부나 질환 유무가 입력되고,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개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체력검사는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스마트폰 앱을 TV와 연동시킬 수도 있다. TV와 무선랜 또는 HDML로 연결하여 큰 화면으로 보면서 동작을 따라 하기 수월하도록 했다.
실시간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리트니스
실시간으로 홈트레이닝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코어 운동, 필라테스, 줌바, 요가 등 다양한 운동 수업을 집에서 라이브로 수강할 수 있다. 매주 지정된 시간에 진행되는 라이브 수업을 예약해두면 당일에 알림 문자를 준다. 코칭은 영상통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트레이너에겐 모든 참여자가 보이고, 참여자들에게는 트레이너와 자신의 모습만 보인다. 트레이너가 실시간으로 개인별 피드백을 주기에 정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트레이너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이름을 불러준다는 점만으로도 중간에 영상을 끄고 운동을 포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AI 트레이너의 개인 레슨, 875
국내 최초로 AI(인공지능) 코치를 도입한 앱이다. AI 코치가 개인별 신체 상태를 고려해 운동 습관을 밀착 관리한다. 사용자가 AI와의 채팅 상담을 통해 운동 계획과 실행, 성과 분석 과정에 도움을 받는다. 5주간의 운동 계획을 짜고, 올바른 운동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밀착 관리 스케줄을 정한다. AI 코치의 최대 장점은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력이다. 사용자의 신체 상태, 목표, 체력을 분석해 최대 2만4000여 가지 운동법 조합 중 가장 적합한 것을 선정해 5주간의 운동 계획을 설계한다. 정확한 설계를 위해 모션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디 밸런스 체크, 인바디 체성분 검사 결과, 1분 체력 테스트, 자세 습관 자가진단 등을 통해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루 8분 내외로 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을 권유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앱 개발사인 ‘티랩’이 현장에서 진행한 4만2000회 이상의 트레이닝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MINI INTERVIEW] 최윤정 플래닛350 대표
시니어 전용 스마트 홈트레이닝 앱을 개발한 계기는? 활기찬 시니어 라이프를 위해 운동은 필수입니다. 운동을 통한 건강 유지는 은퇴 후 찾아오는 고립감과 우울감을 없애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트니스센터와 노인복지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홈트레이닝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홈트레이닝 콘텐츠 및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는 와중에 정작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가 꼭 필요한 시니어들을 위한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모핏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프로그램은? 앱 내 체력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의 건강 상태와 운동 능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생성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설계합니다. 운동 프로그램은 의학 전문가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건강관리뿐 아니라 근감소증 및 낙상, 치매 등 노화 위험 요소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치매 예방에 중요한 하지 균형 감각과 근력 운동에 초점을 두고, 상·하지를 전반적으로 고르게 사용하는 운동을 제공합니다. 또한 운동 동작을 따라 함과 동시에 뇌 활동을 요구하는 듀얼태스킹 운동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 발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 덧셈 뺄셈을 계산해 손가락을 접으면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한 번에 성공하기 힘듭니다. 몇 번 반복해 성공하면 성취감도 큽니다.
원무과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서 하릴없이 진료를 기다리고, 치료 장소를 찾아서 복잡한 병원을 누비는 풍경. 병원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 집에서 진료를 받거나, 버튼 하나로 진료비 결제가 끝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디지털 대전환과 더불어 코로나19는 병원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병원에 대해 알아보고, 전망을 살펴본다.
도움 및 참고 이지선(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의료팀장), 각 병원 자료 제공
2013년에 개봉한 ‘그녀(Her)’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소재와 더불어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에 관한 얘기로,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라 꼽기도 했다. 당시 인공지능은 생소한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놀라운 건 그로부터 3년 후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알파고’가 탄생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현재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AI 기술을 X-ray 판독 시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 대신 사만다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
앞서 예로 든 인공지능을 비롯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는 병원을 이른바 ‘스마트 병원’이라 부른다. 원격의료부터 시작해 출입 시스템, 병원 행정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대형 병원은 스마트 병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디지털 뉴딜 차원으로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을 통해 수준 높은 정보통신기술을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용하고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검증한다면, 고도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ICT와 의료의 융합
스마트 병원의 등장 배경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고령화와 헬스케어 산업의 발달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까지 1269만 명으로 증가하고, 2060년에 이르면 1762만 명으로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비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12.4%를 차지하고, 전체 진료비에서 40.8%를 차지한다. 2060년에는 39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도래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으로 인한 폭발적 의료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부양 부담과 국가보건의료 재정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경상 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평균인 2.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적 혁신이 필요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 병원 육성 방안’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기술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AI 헬스케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하여 66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령화에 따른 헬스케어의 현안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수요 증가, 의료 비용 급증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때 고령자를 고려하여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ICT와 의료의 융합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을 관리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ICT의 발전에 따라 원격의료로 시작해 스마트 헬스케어, 병원과 가정 등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지능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의 결정체가 바로 스마트 병원이다.
비대면 출입부터 의료진 메신저까지
스마트 병원은 출입부터 진료까지 다방면에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안전한 감염병 통제를 위해 출입 시스템을 변경하고, 더불어 접수 및 퇴원 시 환자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서울병원은 지하철 승강장 출입 시스템과 유사한 스피드 게이트를 구축했다. 환자와 내원객은 감염병 예방 문진표를 작성하고 출입하는데, 문진표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스피드 게이트 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 체온이 정상이어야 출입문이 열린다.
또한 내원 후 환자들의 대면 접촉 및 체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페이스루(PAY Thru)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검사와 투약, 처치를 받으려면 원무 창구에서 수납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진료가 끝난 뒤 한 번만 수납하면 된다. 특히 환자가 미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해두면 원무 창구를 들르지 않고 곧바로 귀가할 수 있다. 페이스루 시스템을 이용하면 환자가 귀가 후 당일 진료받은 내역만 정확히 자동 계산돼 등록된 결제 방법으로 진료비 납부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편리하고 안전한 페이스루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곳도 생겼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현행법상 금지됐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민간 규제 샌드박스 1호’ 안건으로 상정해 2년간 임시 허가했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 화상전화나 웹캠이 설치된 PC로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하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선보였다. 올해 2월부터는 내국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서해 5도’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분, 자가격리나 만성 질환으로 내원이 어려운 분,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한 진료나 같은 질환으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을 받는 분을 대상으로 한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내원이 제한적인 특수한 상황이거나 의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자 가운데 비대면 진료 적합 여부를 꼼꼼히 판단한 뒤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이 등장해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도입한 배송 로봇 ‘클로이 서브봇’은 검체, 약품, 물품 등을 운반해 직원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돕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수술 및 회진 후 수기로 작성하던 수술 및 경과 기록지를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어떤 장소에서든 작성이 가능해졌다.
의료진 간의 새로운 소통 창구도 생겼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Y톡을 활용 중이다. 이 메신저는 담당 환자와 협진 환자 목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메신저상에서 협의가 이뤄진 진료 내용을 전자의무기록(EMR)에 즉시 입력 및 저장할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실적으로 법이나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기술은 좋지만 수가 제도가 미비해서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AI 영상 판독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완성도가 높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 및 처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별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기 때문에 도입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병원에서 쓰일 수 있도록 수가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스마트 병원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
2022년 개원 예정이며,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급성 병원, 커뮤니티 병원, 요양원이 함께 설립된다. 응급 단계부터 회복 또는 임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의료팀이 항상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톈탄 병원
대표적인 스마트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 병실에서 환자는 자신의 사례 보고서를 읽거나 의사의 지시를 받을 수 있으며, 태블릿 컴퓨터로 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병실의 침대 패드는 심장 박동을 포함한 환자의 신체 기능을 모니터링한다. 병실료도 다른 일반병원과 동일하게 책정된다.
허페이 스마트 병원
길 찾기 시스템, 통신 시스템과 연결된 체크인 절차 등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좀 더 제고했다.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원격치료 옵션 또한 가능하다. 건물 관리 시스템, 병원 운영 절차 및 사물인터넷을 통한 환자 치료 지원 등 중앙 척추 역할을 하는 통합 네트워크가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