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강풀의 웹툰 , 중견배우 이순재와 김수미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되며 가슴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처럼 강풀 작가의 그림에는 따뜻한 온기와 사람의 정이 피어오른다. 그런 그의 만화 속 주인공들을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한 ‘강풀만화거리’를 걷다 보면 수줍게 손짓하는 그들의 수수한 미소와 마주할 수 있다.
‘강풀만화거리’는 2013년 웹툰 작가 강풀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조성한 특별한 공간이다. 강풀의 만화 속 52개의 장면을 동네 구석구석 벽화로 재탄생시켰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로 나와 5분 남짓 걷다 보면 ‘강풀만화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바닥을 살펴보면 길을 따라 노란 별들이 그려져 있다. 골목 입구에는 투어 방향과 주요 그림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마련돼 있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바닥의 별을 따라가도 괜찮다. 사실 걷다 보면 이정표도, 별도 아닌 담벼락마다 그려진 그림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작은 주택가 동네이기 때문에 직선 코스로 한 번에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집과 집 사이 골목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돌기도 하며 자유롭게 거닐어보자. 속속들이 살펴보는 데도 한 시간이 채 안 걸릴 것이다. 또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네이기 때문에 왁자지껄하게 구경하는 것보다는 투박한 걸음으로 찬찬히 음미하는 것이 좋다.
정해진 코스를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승룡이네 집’. 다른 구경을 마다하고 후다닥 찾아가면 거리 입구에서 15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강풀의 웹툰 의 주인공 ‘승룡’의 이름을 딴 소박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은 커피와 책을 즐길 수 있는 북카페,
2층은 만화책도 읽고 만화그림교실 등을 진행하는 수업 공간, 3층은 만화가들의 창작 작업실로 운영된다. 단순히 동네를 구경하고 사진만 찍기보다는, 이곳에 들러 차도 마시고 만화책도 읽으며 여유로운 한때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조금 더 특별하게 거리를 만끽하고 싶다면 벽화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자.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찾아가면 벽화해설사가 동반하는 거리투어를 체험할 수 있다. 강풀만화거리와 성내동 주요 명소를 연계한 코스로, 벽화해설뿐만 아니라 ‘승룡이네집’, ‘주꾸미골목’, ‘엔젤공방’, ‘천호지하보도 오르락(樂)내리락(樂)’ 등을 둘러보게 된다(1~2시간 소요). 꼭 토요일이 아니더라도, 3인 이상 단체방문객이라면 강동구청 도시디자인과(02-3425-6130)로 예약 및 신청이 가능하다(최소 3일 전 예약, 참가비 무료).
지인의 페이스 북에 만화계의 큰 별 신동헌 화백의 6월 6일 별세 소식이 올라왔다. 국내 최초의 극장용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으로 대종상을 받으신 분이라고 한다. 동생이신 신동우 화백의 만화는 어릴 적 많이 봐서 좀 더 친근하게 기억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필자는 만화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방학 때는 하루 종일 만화책 방에 틀어박혀 살아서 저녁밥 때가 되면 엄마가 필자를 찾으러 오기도 할 정도였다.
대전천 개천 옆의 판잣집이 단골 만화방이었는데 우중충한 그곳이 어찌나 아늑한지 온종일을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상한 추억이 있다.
점심때가 되어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에게 만화방 아줌마가 나누어 주었던 찐 고구마는 참 달콤한 맛이었다.
그때 보았던 라이파이와 제비양, 김 박사는 지금도 기억나는 캐릭터이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던 라이파이는 매우 멋진 모습으로 필자 머릿속에 남아있다.
필자는 만화책 보는 것만을 좋아한 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엔 한 때 만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었다.
반을 접은 도화지에 칸을 치고 그림을 그리고 말을 넣어서 가운데를 실로 꿰매어 서투른 만화책을 만들었다.
한창 예쁜 아이들이 발레를 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의 만화가 유행이어서 즐겨 보았는데 필자도 따라서 발레 하는 여자아이들의 질투와 우정에 관한 만화를 그렸으며 주인공 이름은 그때부터도 필자 마음에 쏙 드는 ‘마리’를 주로 썼다.
동네 아이들에게 스케치북 한 장씩을 받고 필자가 그린 만화를 보여주었다.
그냥 공짜로 보여주는 것보다 도화지를 한 장씩 받고 보여주는 게 더 권위 있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 것 같았고 아이들이 서로 먼저 보겠다고 종이를 내밀 때 기분이 퍽 좋았던 기억이 있다.
받은 종이는 실제로 아무 쓸모가 없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셔서 우리 집엔 종이가 풍족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왜 그렇게 유치하냐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필자는 만화영화를 즐겨보았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그 아름다운 그림과 풍경묘사에 마음이 찡할 정도였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애니메이션은 장면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큰 감동을 받았다.
TV 프로그램에 ‘빨간 자전거‘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채널을 돌리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나면 꼭 챙겨보게 되었다.
원래 한국만화의 전설이라 불리는 김동화 화백의 만화 ‘빨간 자전거’를 오랜 기획 끝에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한 작품이라 한다.
어느 시골 마을에 잘 생긴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있다. 이 아저씨는 꽁지머리를 하고 있고 멜빵 있는 바지와 모자를 눌러쓰고 다닌다. 집집마다 편지를 배달해주고 그 편지를 읽어주기도 하는데 요즘은 고지서 전달하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이 시골 마을은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남아 농사를 짓고 있는 ‘옛 동’과 이제 막 조성된 전원주택인 ‘새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길 위를 빨간 자전거를 타고 소식을 전달하는 게 아저씨의 임무인 것이다.
집배원 아저씨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슬픔, 기쁨, 아픔, 웃음 등 모든 소소한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배달하고 있다.
오늘 보았던 내용도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였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나는 ( )처럼 ( )이 되고 싶다’ 를 숙제로 내 주셨다.
많은 아이들이 신이 나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 반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한 명 있었다.
피부색이 달라 가끔 놀림을 받기도 했던 그 아이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가 숙제를 보고는 미국 대통령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어릴 때 피부색이 남과 달라 놀림도 받았지만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으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는 격려를 받고 ‘나는 (오바마)처럼 훌륭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라고 숙제를 마친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내용으로 가득한 ‘빨간자전거’라는 애니메이션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들이 철없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나는 어른 동화인 ’빨간자전거‘ 를 계속 사랑할 것이다.
새벽 닭 우는 소리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희미한 여명(黎明)이 창문을 통해 침실로 스며들면서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늘 새벽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회지로 나가 50여 년 세월을 살다 보니 그 소리를 잊고 산 지 꽤나 오래되었다.
필자는 도회지의 어둠을 회색빛 어둠이라고 표현한다. 가로등 불빛, 집 안 곳곳의 스위치에서 꺼지지 않는 빛, 그리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박명(薄明). 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완벽한 어둠’을 빼앗겼다. 가끔은 완벽한 어둠이 그리워진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달빛도 느껴보고 싶다.
필자는 2014년 말에 정년퇴직했다. 헤아려보니 쉼 없이 달려온 인생이었다. 직장생활 43년 만에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지만 그 세월 속에서 필자 인생 절반 이상은 훌쩍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깨알 같은 시간이었다. 텅 빈 세상 속으로 내동댕이쳐진 듯한 허전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던 시간, 정녕 내 자신은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정년퇴직 직전에 필자는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퇴직 후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내 자신을 되찾고 싶어 세 가지를 준비했다. 그 첫째는 ‘글쓰기’였다. 초등학교 시절, 유난히 만화책을 좋아했던 필자는 책 읽는 취미가 붙어 학급문고에 비치되어 있던 동화책들을 몽땅 읽어치웠다. 독서를 많이 해서였는지 작문(作文)에도 소질을 보여 교내외 백일장을 나가면 꼭 상을 타곤 했다. 퇴직 후 시간이 생기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 간절함으로 2009년 11월에 수필가로 등단을 하고 2013년에는 두 권의 수필집까지 출간하게 됐다.
두 번째는 ‘서예’ 공부였다. 고향집 사랑방은 필자의 큰아버님께서 운영하시던 서당이었다. 어린 시절, 천자문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집에서 살았던 필자는 그 영향을 받아 서예에도 관심이 많았다. 퇴직하기 5년 전부터 강포 김상용 선생님을 만나 정식으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을이 깊어가던 2013년 11월 어느 날, 필자는 인사동에서 그동안 틈틈이 갈고 닦으며 쓴 서예작품 전시회를 가졌다. 턱없이 부족한 필력(筆力)이었지만 까마득히 높은 선배 문우들과 함께하는 전시회가 좀 더 정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겁도 없이 명함을 내밀었다.
세 번째는 양지바른 고향 언덕 위에 소박한 집 한 채를 짓고 그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만 했다.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이번만큼은 필자 의지대로 밀고 나가기로 하고 정년퇴직을 하던 해에 고향 친구를 통해 우선 집을 지을 만한 조그마한 땅을 한 필지 사두었다.
퇴직 후 1년의 세월을 보내고 난 후, 필자는 세 번째 목표를 위해 큰 결정을 했다. 무작정 고향으로 내려와버린 것이다. 우선 친구 집에 방을 하나 얻어 숙식을 하면서 공항 물류 단지 내에 있는 반도체 제조공장에 취직을 했다. 또 정신없이 살다 보니 고향에 내려온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그나마 연착륙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으로 내려오자 도시의 회색빛 어둠은 사라지고 완벽한 어둠이 침실을 점령했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자연의 밤인가. 아련하게 들려오는 밤벌레 소리, 가끔씩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교교한 달빛이 필자를 설레게 한다. 잃어버렸던 감수성을 되찾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또 긴 세월 동안 잊고 살았던 새벽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매일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나이 육십을 넘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으니 다소 늦은 감이야 없지 않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음을 실감하는 중이다.
이제 세 번째 목표를 위해 점진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목표가 이루어지고 나면 매일 향긋한 묵향(墨香)에 취해 나른한 오후를 보낼지도 모르겠다.
함께 있다 보면 닮게 된다. 같은 관심사가 생기고 비슷한 부분에서 웃고, 울고, 기억을 저장하고 추억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한성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이자 (사)글로벌발전연구원장(ReDI) 이태주(李泰周·54)의 서재가 그렇다. 함께해 온 흔적과 이야기, 좋아하는 것,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책 사이이 남자의 서재, 책 말고 다른 물건(?)도 많다와 책상 위에 있다. 멀리 한국으로 여행 온 남태평양의 조각들 하나하나가 호탕한 웃음, 장난 가득한 이태주의 눈 코 입과 사뭇 닮았다.
한성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태주 교수는 그밖에도 하는 일이 많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의 불씨를 키웠으며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외지원 자금이 잘 쓰이는지 감시하는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 10년간 일해 왔다. 코이카, 문화관광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 정책자문과 관련한 서류작업은 늘 끊이지 않는다.
이태주 교수의 서재 이야기를 해 보자. 한성대 연구관에 있는 그의 서재는 서재라기보다 놀이터 같은 느낌을 풍긴다.
“여름방학 동안 서재 중앙에 있었던 탁상을 치웠어요. 피곤하면 바닥에 눕기도 하고, 물구나무도 서고 혼자 별짓 다 합니다.”
이 교수의 서재는 작은 공간에 미닫이로 된 책꽂이를 원래의 서가 앞에 덧대어 실용성을 높였다. 해외지원, 정책, 공적 자금 감시 관리 관련 서류들이 미닫이 책꽂이 뒤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책이 몇 권 정도가 되느냐 혹은 책을 분리하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할 일 없냐!”며 웃어 제낀다.
“분리할 수준을 넘어섰어요. 빈 공간만 있으면 아무 곳에나 처박아 놔. 오래된 책은 잘 보지는 않지만 버리지는 못하고 있어요. 20년 된 책들은 미닫이 안쪽으로 보내 버렸어요. 최근에는 국제개발 쪽 일을 많이 하니까 그 옆에는 최근 관련 서류들이죠. 감당 못해요. 좋아하는 책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책을 보유한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하게 가지고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됐을 때 기증하든가 나누어 써야 하는 공유재산이란 생각 때문이다.
책, 사서 보는 나이가 따로 있다
요즘은 기증받는 책들이 많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100% 돈을 주고 사서 봤다.
“그러고 보니까 책 사는 나이가 있는 거 같아요. 한참 연구할 때요. 교수도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해마다 논문 몇 편을 써야 해요. 논문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계속 자료도 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아마존닷컴(외국인터넷서점)에서 외국서적도 사야 하고 꾸준히 도서를 구매했죠. 뭐 요즘은 남들이 책을 냈다 그러면 주는 거만 받아요(웃음). 곧바로 책꽂이로 들어가요.”
이 교수의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난하고 말랑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가령 소설이라든지 만화책 말이다.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도 많고 국제개발 분야가 서재 한가득하다.
“개발, 발전문제 그게 한 분류입니다. 한참 내가 공부할 때는 남태평양에서 연구했어요. 사모아, 피지, 통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이런 곳에서요. 한쪽 서가 서너 개 정도는 전부 남태평양과 관련된 책들입니다. 또 20대 때,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관심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20대부터 50대까지 관심 영역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죠.”
이태주의 서재에는 세계가 있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의미를 찾으라면 우리에게 생소한 국가나 지역에서 직접 사들인 책들이 많다는 점.
“아프리카 여행할 때 아프리카 책, 인도 책, 유럽 책, 이집트에 가면 이집트 사람이 쓴 책 등. 나는 인류학자이기 때문에 그 지역 문명과 인류, 문화 다양성 등을 알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책은 국내 도서관 어디에 가도 없어요.”
이 교수의 첫 직장이 유네스코였기에 유네스코 관련된 책들도 많다. 베트남어로 된 책들도 여러 권 보였다.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뒤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 베트남 연구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베트남에서 6개월여 생활했다.
“시클로를 타고 구석구석 다니고 베트남어도 좀 그때는 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이 현지에서도 얼마 안 되는 베트남 책을 모은 것입니다. 뒤 칸에 보면 베트남 관련된 서가가 또 있어요. 현지어로 된 건데 제목하고 목차 정도는 읽을 줄 압니다.”
서재에서 주로 놉니다
이태주 교수가 제일 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공적 개발 원조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어떻게 통합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이냐. 국민 세금 낭비하지 않고 개발도상국을 제대로 도울 것이냐. 이런 것을 정리해서 정부에 만들어 줍니다.”
정년이 보장된 편한 교수 생활을 하는 줄 알았더니 서류 작업이 끊이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그는 이게 바로 진짜 제대로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놀지 않는 게 아니고 종일 놀아요. 사실 노는 거하고 일하는 게 구분이 안 돼야 성숙한 사람입니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고 ‘아! 맘에 안 든다’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글 쓸 때는 밤도 새울 수도 있고, 밤을 새워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 내가 하고 싶은 글 쓰는 건데 뭐. 몰입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서재에서 그는 글 쓰는 것 외에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서재 말고 놀이터란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남자의 서재는 ‘삶의 이력서’
사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책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외국을 다니며 전리품처럼 모아 놓은 가면을 비롯한 기념품이다. 아프리카에서 사 온 전통 북을 보고 신기하게 봤더니 직접 북을 멋지게 연주한다.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놓은 것들이에요. 처음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 누구나 신기해하죠. 서가 위와 창문 주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에 정신을 놓더라고요.”
아프리카나 서태평양에서 가지고 온 가면뿐만 아니라 중국 진시황릉 병마용 조각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 서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력서지”라고 운을 뗀다.
“삶의 이력서지. 그때그때 나의 흔적을 뒤져볼 수 있잖아요? 물론 내가 쓴 노트나 메모가 흔적일 수 있지만 ‘아, 내가 80년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30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그런 거죠. 그때는 몰입해서 살았던 거 같아요. 치열했죠. 요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데 그때는 밑줄을 그어 가면서 봤어요. 언젠가는 버리겠죠? 내가 은퇴할 때쯤 되면 좋은 책들은 좀 정리를 하고 보고서 같은 건 다 버릴 생각입니다. 리포트는 평생 간직할 책은 아니잖아요. 서류 모아 놓은 것은 언젠가는 책 쓸 때 써 먹으려고요.”
그의 서재 현관에는 2019년 9월이라고 쓰여 있다. 그때는 연구년으로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네덜란드의 국경도시 마스트리트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동구 분쟁지역, 발칸반도, 사라예보 등지를 다녔다. 이번에는 중국의 상하이 혹은 브라질의 리우를 연구년 베이스 캠프로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27년 2월 28일이라고도 쓰여 있다. 그날이 바로 정년이라고. 매일 매일을 즐기며 살지만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세계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살고 있다. 하루하루 모래시계를 바라보듯.
“저기 책꽂이에 걸어놓은 건 콜롬비아에서 사온 것입니다. 콜롬비아에 갔다가 정말 놀랐어요. 일반 레스토랑인데 연인이 딱 들어와서 주문하자마자 바로 테이블에서 춤추더라고요. 밥 먹고 춤추고 그러더라고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약속을 잡아 본 사람이라면 몇 번이고 해 본 말이 “상상마당 앞에서 봅시다!”일 것이다. 2007년 문을 연 홍대 KT&G 상상마당(이하 상상마당)은 젊음의 거리를 대표하는 마루지, 그 이상의 공간이다. 젊은이의 무한상상을 응원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상상마당이다. 상상마당은 지하 4층부터 지상 7층까지 극장, 공연장, 갤러리, 다양한 문화강좌를 들을 수 있는 아카데미와 카페 등이 있다. 상상마당은 젊은 예술가에 대한 지원사업과 문화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곳. 시각예술 전시와 영화 상영은 물론 출판, 영화 제작 배급도 활발한 ‘문화발전소’라 칭할 수 있다.
상상갤러리
상상갤러리는 상상마당 2층에 있다. 상상마당 정면 오른쪽으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면 갤러리 입구. 이곳은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전시는 물론이고 상상마당이 발굴한 젊은 작가의 작품 전시 등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10월의 상상갤러리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하는 젊은 작가의 교류와 협업 프로그램인 제3회 ‘KT&G 상상마당 다방 프로젝트 [Close Relation]전’이 열리고 있다.
상상시네마
지하 4층의 상상시네마는 대형 극장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등을 상영한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는 달마다 주제를 정해 ‘단편상상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0월의 단편상상극장은 9월에 있었던 대단한 단편영화제 수상작들로 꾸며진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금관상의 와 은관상의 , 대단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상영되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대단한 단편영화제’는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6월)와 ‘CINE ICON: 배우기획전’(12월) 등과 함께 상상마당을 대표하는 연례행사다.
‘단편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 준다’는 취지로 매년 6월 한 달간 단편영화를 공모해, 예심을 거쳐 최종 25개작품을 선발하고 9월 영화제 기간에 상영한다. 금관상, 은관상, 대단한 배우상, 대단한 감독상 등이 수여된다. 상상시네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바로 로비 구석에 마련된 만화책 코너다. , , 등 유명 만화 시리즈를 비롯해, 마블코믹스와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외국 일러스트 모음집 등이 꽂혀 있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하고 편히 쉴 수 있어 상상시네마하면 꼭 떠오르는 공간이다.
외국인 관광객과 쇼핑하는 사람들로 즐비한 서울 명동거리. 북적북적 정신없는 그 거리를 뒤로하고 한적한 남산 꼭대기를 한번 바라보자.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두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재미로’를 발견할 수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 손주와 함께 간다면 더욱 기분 좋은 나들이가 될 것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만남의 광장처럼 벤치가 있는 작은 쉼터가 있다. 바로 그 가운데 ‘명동 만화의 거리-재미로(ZAEMIRO)’ 지도가 보인다. 명동 퍼시픽호텔 왼쪽으로 들어서 명동 주민센터를 지나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이르는 길이 그려져 있다. 2013년 남산 아래 작은 골목에 조성된 이 길은 건너편 쇼핑거리에 비교해 사람이 많지 않아 산책 삼아 걷기에 한적하고 좋다. 편의점, 미용실, 식당 등 가게마다 간판이나 벽면 등에 만화 주인공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도 캐릭터 조형물이나 만화벽화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부터 추억 속 만화 캐릭터까지 만나볼 수 있다.
1.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용극장으로 국내·외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상영하는 서울애니시네마가 있는 곳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과 관련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획 전시실과, 각종 도서 및 영상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정보실, 애니메이션을 배워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캐릭터 체험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파로 126, 02-3455-8341~2, 월요일 휴관.
2. ABC문방구
‘재미로’는 걸어서 30분 이내로 둘러볼 수 있는 코스인데, 중간 지점인 ‘ABC문방구’까지 오르막길로 돼 있다. 이만큼 올라오면 재미로 골목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남산이 가장 가깝게 보인다. 학창시절 등굣길에 문방구에 들렀던 추억을 되새기며 한 번쯤 들어가 장난감과 학용품 등을 구경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손주와 함께 갔다면 잠시 쉬어갈 겸 기념 삼아 작은 선물을 사주는 것도 괜찮겠다.
3. 재미랑
만화 박물관 ‘재미랑’은 지하 1층 코믹극장, 1층 안내·판매 숍, 2층 전시갤러리, 3층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눈여겨 볼 곳은 맨 위층 만화다락방과 옥상정원이다. 마루처럼 꾸며진 만화다락방에서는 신발을 벗고 편하게 만화책을 읽을 수 있고, 옥상 정원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골목 전경을 구경하기 좋다.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42, 02-779-6107, 공휴일·월요일 휴관.
4. 웹툰공작소
다양한 웹툰 관련 상품을 둘러보고 구입할 수 있다. ‘아이언맨’, ‘슈퍼맨’, ‘원피스’, ‘드래곤볼’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를 전시해 놓은 공간을 찾는 마니아가 많다고 한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태블릿으로 직접 웹툰 그리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더불어 피규어, 핀버튼 만들기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24, 070-7796-7086, 월요일 휴관.
5. 남산커피집
편안한 분위기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드립커피 전문점이다. 바리스타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카페 왼쪽으로 나가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향하다 보면 한국대표만화 40선 캐릭터가 그려진 옹벽이 눈에 띈다. ‘공포의 외인구단’, ‘꺼벙이’, ‘맹꽁이서당’ 등 반가운 그림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서울 중구 퇴계로20길 57, 02-776-6580.
올 여름은 내 생애 최고의 살인 더위였다. 실제 데이터는 아닐지 몰라도 기억과 느낌으론 그랬다. 그 온도의 높이 보다 그 지독한 더위가 낮 뿐 아니라 열대야로 보름 이상 이어짐이 몹시 참기 힘들었다. 그런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일 뉴스에서 전기요금 폭탄이 중요 이슈까지 다뤄지니 에어컨도 마음 놓고 켜기가 두려웠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으로서는 가히 지옥을 맛 본 여름이었다.
이런 올 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곳. 요금폭탄 걱정 없이 시원함을 만끽하며 보낼 수 있었던 곳. 바로 나만의 아지트 우리 동네 도서관이다.
자전거 타고 가는 길도 예술
서둘러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냉커피를 타서 보온병에 담고 간편한 과일을 약간 준비해 집을 나선다. 우리 집에서 도서관 까지는 자전거로 10 여분 거리. 아파트 단지를 벋어나자마자 시에서 조성한 ‘시민의 강’ 이라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로 달리게 된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강이라기보다는 시냇물에 가까운 길이지만 제법 자연미도 있고 예쁘다. 물길 따라 나무, 풀, 꽃들이 계절을 느끼게 해주어 평소 저녁 산책을 다니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 끝에 나만의 아지트 도서관이 있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간이 도서관과 벤치도 있다. 날씨만 좋다면 도서관 까지 가지 않고 자전거를 세우고 그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볼 때도 있다. 봄. 가을에는 그 벤치가 나의 아지트로 도서관을 대신하곤 한다. 필자는 이 길을 자전거로 달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부천시민으로 지방세를 꼬박꼬박 내는 것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고 뿌듯하다. 그 길을 달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창가 자리가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고 작은 파스텔 칼라 의자가 놓여 있다. 그 자리에 앉으면 창을 통해 공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더위도 맹추위도 돈 워리, 주말에도 늦저녁에도 오케이, 비가 오면 땡큐
올 여름처럼 살인적인 더위에 가져간 냉커피가 생각이 안날 정도로 에어컨이 말 그대로 빵빵하게 나오고, 와이파이도 팡팡 터지고, 만화책부터 전문서적까지 원하는 책 마음껏 볼 수 있는 곳. 과연 이곳 보다 더 좋은 아지트가 또 있을까? 필자는 이번 여름 거의 매일 도서관에 출근 하다 시피 했다. 그리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책을 보며 지냈다.
그렇다고 이곳이 어디 더위만 피할 뿐이겠는가? 한 겨울 추위에는 냉커피를 따뜻한 커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이 고마운 나의 아지트가 평일 금요일 만 빼고 주말에도 문이 열려 있다. 평일엔 저녁 10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비가 오면 오히려 더 이곳을 찾는다. 통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준비해간 커피를 마시다 보면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북카페가 된다. 북카페에 음악을 빠질쏘냐? 음악은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와이파이가 되니 데이터 사용료 걱정 없이 음원사이트에서 분위기에 맞는 나만의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 뭐 하나 빠짐없는 북카페 완성이다. 실내가 지루할 때 즈음 잠깐 밖으로 나가보자. 문 열고 나가 몇 발자국만 가면 자그마한 인공폭포와 근사한 정자도 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지만 않다면 간단히 준비해간 과일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소풍 기분을 내면 잠시 쉴 수도 있다. 안팎 모두 완벽한 나만의 아지트 이다.
낮잠. 어린이집에 간 손자, 손녀만 청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낮잠 자는 시대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잠시라도 편히 쉴 곳, 잘 곳을 찾아 나서고 있는 세상. 노곤하고 피곤한 삶을 보듬고 치유하고자 낮 시간 잠시라도 누울 자리를 찾고 또 내어주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낮잠이 관심의 중심에 있다.
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수면시간은 적고 스트레스는 높고 “낮잠을 팝니다.”
‘낮잠 카페’ 혹은 ‘힐링카페’가 도시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체인점화된 업체에서부터 크고 작은 사업장까지, ‘잠’, ‘피로’, ‘힐링’이 산업의 아이콘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일. 책상에 누워 잠깐 쉬면 될 것이 사업이 됐다. 낮잠 카페 등 소위 ‘힐링 사업’이 늘어난 것은 한국인의 잠 부족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관계가 깊다고 말한다.
2014년 OECD 18개국의 평균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7시간 49분으로 꼴찌. 1위 프랑스와 1시간 차이가 났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6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한국 노동자의 은퇴 시기는 2014년 기준 남성 72.9세, 여성 70.6세다. OECD 국가의 평균 노동자 은퇴 나이가 남성 64.6세, 여성 63.2세인 것에 비해 7~8년은 더 오래 일하는 셈.
이렇게 잠 덜자고 일은 많이 하니 자연스레 낮잠, 피로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아닐까.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113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2위다. 이OECD 34개 회원국 평균 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았다.
낮잠 이색 공간 ‘여의도 CGV 씨에스타’
현재는 여의도CGV에서만 운영하는데 이용객 추이를 살펴 점차 다른 지점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낮잠 장소로 이용되는 곳은 바로 프리미엄관. 대체로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까지 운영한다. 잠들기 좋은 어두운 조명에 아로마 향과 뉴에이지풍 음악을 방안 가득 채운다. 좌석마다 촛불형태의 수면등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편안한 숙면을 위한 허브티에 담요 등을 놓아 정말 낮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특히 CGV 프리미엄관 중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이기에 그 어떤 관보다 안락한 좌석에서 편안한 낮잠을 즐길 수 있다. 왼쪽 팔걸이 안쪽의 버튼을 누르면 의자가 쫙 펴지면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좌석은 좌우로 남성, 여성석, 중간 좌석은 커플석으로 배치했다. 이용자 양옆으로는 티켓을 판매하지 않아 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힐링 카페처럼 안마의자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안락한 의자에서 최대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씨에스타에는 이용객을 살피는 ‘미소지기’가 상주해 잠을 깨워주는 등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여의도 유일한 낮잠 공간을 꼭 한 번 이용해 보시길.
이용 요금 1만원(음료, 담요, 안대, 실내화 등 제공)
낮잠 카페 ‘미스터힐링’과 ‘퍼스트클래스’
낮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힐링 카페 두 곳을 찾아갔다. 고른 연령대가 이용한다는 체인형 힐링 카페인 ‘미스터힐링’과 ‘퍼스트클래스’ 명동점을 찾았다. 두 곳 모두 기본은 전신 마사지기를 이용한 서비스로 개인 부스와 커플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덧신과 손 세정제를 제공하는 것과 서비스 후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점이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이용해야 한다.
미스터힐링 (명동 인터내셔널점)의 장점은 음료를 마시는 공간(1,2층)과 휴식 공간(지하1층)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전신 마사지기 위에서 쉬는 동안 외부 소음이 적어 쉽게 숙면할 수 있었다. 실내 전체에서 느껴지는 아로마 향과 낮은 조명, 음악, 부스마다 설치된 그림들이 휴식에 도움을 준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심신의 안정에 중점을 두어 구성한 것이 이용객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이용 요금은 30분 코스 9000원(20회/15만원)이고 50분 코스는 1만3000원(10회이용권/9만원)이다.
‘퍼스트클래스’ 는 공항을 연상하게 하는 인테리어 때문일까? 여행가방 하나쯤 들고 티켓 부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피로를 푸는 방 또한 항공기 1등석처럼 꾸며 놓아 재미를 더했다. 퍼스트클래스는 음료 카페와 마사지 부스가 같은 층에 있다. 대신 마사지를 하면서 눈 안마기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조도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퍼스트클래스 마사지 코스는 총 6개로 활력, 쾌적, 수면, 목과 어깨, 허리와 엉덩이, 공기 마사지로 구성돼 이 중 원하는 두 종류를 고르면 된다. 객실마다 개별 이어폰과 스마트폰이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이용 요금은 7000원에서 1만 3000원가지 다양하며 소셜커머스에서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혁신파크의 '공간 휴'
‘공간 휴’를 말하기에 앞서 서울혁신파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서울혁신파크가 있는 곳은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자리다. 오래전부터 아름드리 벚꽃나무로 유명했던 곳.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공원 중심에 있는 미래청 건물 안에 바로 ‘공간 휴’가 있다. 창문 카페와 서고 사이, 천장 낮은 곳으로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쉬는 곳이 바로 ‘공간 휴’다. 공원에서 책도 보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좀 자고 싶으면 누구든지 누워 잘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베개와 이불도 준비돼 있다. 전기보일러가 설치돼 겨울에는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명이 있어 뒹굴면서 만화책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엄연히 잠을 자고 쉬기 위한 곳. 10분이고 1시간이고 잘 수 있다.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기에 이용료가 없는 대신 자기가 쓴 물건만 잘 정리하면 된다. 멋지고 화려한 것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쉼’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 공간이다.
‘버리는 것’이 정리의 처음과 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 중에 책을 버리기는 더 힘들다. 책을 정리하다보면 선물을 받은 책 중에 단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책도 있다. 그런 책은 아까워서 못 버리고 몇 번 읽었던 책은 그 유익함 때문에 다음에 또 읽게 될 것 같아 못 버린다. 당장 내가 필요 없다고 해도 언젠가 아이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책들도 많다. 그러니 버리려고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서가에 집어놓곤 한다.
언젠가 정리수납 전문가 양성 과정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정리전문가 교육과정 중에 주택 인테리어에 대한 강의였다. 수강생은 주로 중년 여성들이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의뢰인 집이나 사무실에 가서 옷이나, 책, 가구 등을 전문적으로 정리해주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었다. 그 열기를 보면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정리를 힘들어 하는지, 그리고 정리할 것이 많은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그 일을 할 때 예상되는 가장 어려운 일은 남의 물건이니 마음대로 버리지 못하는 괴로움일 것이다.
◇ 위험한 소신
가장 버리기 좋은 기회는 이사 할 때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 살 고 있는 아파트에서 20년 째 살고 있다. 아내는 우리 아파트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원주민 중에 우리가족도 포함된다고 놀린다. 이사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아내의 도무지 버리려 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정리가 안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 보던 만화책 한 질을 버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만화책이 희귀본이라면서 다시 찾아오라고 난리를 쳤다. 그러나 이미 분리수거는 끝난 터라 도로 찾지 못했고 몇 날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 그러나 버리는 것이 정리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대형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아내가 해외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동안 늘 꽉 차 있는 냉장고를 정리 해 버린 것이다. 냉장고 부분에 있는 반찬 일부를 제외하고 냉동고에 들어있는 모든 얼어있는 것을 다 버렸다. 얼어 있어서 고기 덩어리 같기도 하고 해산물 같기도 했지만 구별하지 않고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아 다 버렸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 붙어있는 성에를 말끔히 제거하고 닦았다. 며칠 후에 닥칠 폭풍이 걱정되긴 했지만 텅 빈 냉장고를 보니 속이 후련했다. 빈 냉장고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쓴 돈 봉투 하나를 넣었다. ‘새로 채울 것!’ 아내가 집에 돌아 온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떠 올리기 싫다. 그러나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정리의 방법이라는 것을 큰 대가를 치르면서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그래도 버리기
그런 일이 있은 후 작전을 좀 바꾸었다. 냉장고처럼 표시가 나는 경우는 별 수 없지만 만화책의 경우에서 보듯이 버리고 나서 뭘 버렸다고 고백을 한 것이 실수였다. 그냥 조금씩 버리면 눈치를 챌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요새는 출근하면서 몇 권을 들고 나오던가 아내가 일어나기 전 새벽시간에 분리수거하면서 버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알아차리고 뭐가 없어졌다고 필자를 추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하면서 딴 소리로 일관하면 된다. 그러다가 걸리면 죽는다. 그렇다고 해도 버리는 것만이 정리하는 방법이라는 확고한 소신으로 오늘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책을 3~4백 권을 지하실 네 벽 가득하게 정리해서 간직했었다. 네 식구가 서로 필요해서 읽거나 사들였던 책들일 것이었다. 어느 해 여름에 비가 엄청나게 오면서 압구정 우리 집 지하실에 물이 차면서 1층도... 수해를 입은 것이다. 물이 빠지면서 이리저리 엉망으로 물 먹은 책 표지들이 부풀어 올라온 것, 다 찢겨져 나간 것들에 넋을 잃고 물에 젖은 책들과 세간 사리들을 보면서 침통했었고 나는 책을 절대로 모아놓지 말자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고이고이 간직해왔던 손때 묻은 책들을 보면서 아까워서 숨이 멎을 듯 했다. 젊음이 고인 감성을 키워줬던, 아이들이 배웠던 교과서들로부터 시작해서 사전, 참고서, 만화책까지 전부가 투정을 부리며 내게 원망하는 것처럼 보였다. 필요한 사람들이 달라고 할 때 다 줄 것을 결코 욕심 부린 건 아니었지만 사소한 추억들이라도 간직되어 있는 것들이라 내 손에서 못 놓고 말았던 것뿐이었는데... 수영 못하는 나처럼 꼼짝없이 익사직전인 김소월의 시집이나 독어 여선생님의 선물로 받았던 명곡 애창곡집, 인형 만들기 책자들, 한 권 밖에 없는 저 책이... 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약간 젖어 건져낼 수 있는 책만 그 다음날엔 언제 그랬느냔 식으로 말짱 개인 마당과 층계에서 말렸다. 그런 책이 300여권정도 되었다. 어느 도서관에서 책 상태를 보더니 고맙게도 한 280여권을 가져가 주었다. 트럭에 실려 가는 책을 보면서 의미가 확실치 않은 눈물이 글썽댔다. 책은 필요한 것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읽고 다시는 책을 사서 모으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했었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은 자꾸 모여졌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내 결심은 무디어져 갔고 당장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었고...변명인 것일까?
그 후, 책들을 처음 읽으면서 정하기 시작했다. 또 읽을 건지, 다시는 안 읽을 건지 아니면 별로 흥미가 없다든지, 언젠가 읽을 수도 있는 책등으로 구분한다. 읽고 나면 거의 읽고 싶다는 사람에게 분양하는 방법을 많이 취하고 집에 보관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세 번 정도 따져본다. 또 읽을 책이라면 가운데 쯤, 눈에 잘 띄는 곳에 자주 보는 책들이랑 내가 꾸는 꿈을 위해 필요한 것들도 함께 꼽는다. 내겐 좀 많은 편인 장식용이나 보관용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맨 위 칸에 모신다. 가운데는 수필집과 자주 읽어야 하는 책들을 우선 정리해서 꼽는다. 책장 아래 칸에는 동화책과 당장 수업과 강의에 필요한 책들과 언젠가 읽을지 모른다고 분류한 책들을 정리해서 꼽는다. 잡지나 스크랩 같은 것들은 박스에 설명서를 붙여서 넣어 둔다. 작은 상자 안에는 선물 받은 책과 내가 산책들을 넣어 보관한다. 일단 버릴 것으로 분류한 것들은 다시 꼼꼼하게 재점검을 실수 없도록 꼭 한다. 내가 선물로 누구에게 줄 것인지 정해지면 이름을 써서 박스에 넣어 둔다. 완전 버릴 것은 현관 밖에 예쁘게 쌓아 두고 ‘필요한 분 가져 가세요~’ 라고 써 놓고 일주일간 기다린다. 대개는 하루 만에 다 없어지니 즐겁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을 것 같으나 절대 버려지지 않는 책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삭구로 간주해서 책장 빈 공간에 세워둔다. 그리고 상식을 넓혀주는 얇은 소책자들은 화장실 옆 장, 부엌, 현관 침대 곁, 거실... 어디에나 놓아두고 책 귀신은 아니지만 머저리가 안 되도록 수시로 읽을 수 있도록 나에게 배려한다. 특별규칙은 없지만 마음가는대로 정리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