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혼자 가면 안 된다. 파도만 넘실대는 곳이 아니라 역사와 장인의 솜씨마저 희망처럼 요동치는 곳이다. 혼자서는 통영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 제한이 있고 고독한 나그네의 가슴도 울렁대기 마련이어서 시인처럼 낮술을 마시고 시를 짓거나 우체국 창을 바라보며 연애편지를 하염없이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자 여행을 하게 된다면 통영은 온 발바닥을 땅에 대고 걸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를 지키려는 열망으로 가득했고 사랑의 기억으로 응축된 항구도시의 역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시인 백석의 표현대로 “자다가도 일어나 가고 싶은 바다”가 있으며, 유치환처럼 행복론을 시로 쓸 수 있는 곳이요, 윤이상의 창작의 근원이었던 한려수도의 해조음을 들을 수 있는 도시다. 환경이 인간을 만든다지만 축복받은 자연에서 이곳 사람들은 본능적 감각을 쪽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게서 배운 듯하다.
이순신과 통영의 예술
충무공의 통제영이 있었던 도시이며,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한산대첩의 배후 항구였고, 전국적으로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 모이던 인재와 문화의 집합소였다. 통영이란 도시는 이순신과 불가분의 관계다.
통영의 시작은 조선 수군의 통제영 설치와 연관된다. 3도수군 통제영(統制營)의 설치로 12공방을 비롯한 전국적인 장인집단이 대량 유입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시를 짓고 문장을 쓰던 예술가였다. 초대 수군통제사로 이곳에 와 혼합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통영의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군사도시 통영에서 예술가들이 많이 나온 건 이순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통영은 그리하여 다양한 예술과 음식문화를 꽃피웠다. 통제영이 있던 세병관 뒤쪽에 가면 통제영의 물적 기반을 제조하던 12공방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통영의 거리를 걷노라면 통영 출신 예술인들의 거리명을 통해 그들이 남긴 흔적을 훑게된다. 보도블록 사이로 유치환의 ‘행복’을 비롯해 통영을 빛낸 시들이 새겨져 있고, 건물의 벽이나 창에는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통영의 처자를 찾아 이 도시를 찾았던 백석 시인의 시도 있다. 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작품도 보인다. 유치환 작사 윤이상 작곡의 각 학교 교가 악보도 눈에 띈다. 물론 이곳 출신의 전혁림 화백의 그림이나 통영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이중섭 화가의 그림이 새겨진 동판도 볼 수 있다.
통영은 홀로 다니는 여행자에게 음식 쪽에서는 불친절하다. 1인분짜리 음식도 있기는 하지만 현지인이 아닌 외부인은 다찌나 정식으로 통영의 다양한 맛을 보고 싶다. 다찌란 일본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통영 지방 특유의 음식 문화다. 부산과 여수 사이의 주요한 항구에는 스쳐지나가는 나그네가 많아서 서서 먹었나보다. 다찌는 항구에서 ‘서서 마시는’(立ち飮み) 항만 노동자들의 음식문화였다. 충무김밥이라 불리던 음식도 항구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상하지 않게 밥과 음식을 따로 제공하던 전통 풍습에서 만들어졌다. 서서 음식을 먹던 다찌 문화는 그 후 다소 변화되어 테이블에 비닐을 깔고 다양한 통영의 음식을 곁들인 정찬 요리, 잔치 음식으로 바뀌었다. 가격은 보통 1인분에 3만 원 정도 하는데 대부분 2인분부터 주문한다.
요즘에는 2인분도 꺼려하는 분위기다. 항만 노동자들의 선술집에서 많은 변화를 거친 것이다. 대신 반다찌가 있는데 온다찌의 화려한 비주얼을 상상하던 사람은 실망하고 만다. 술은 어느 정도까지는 서비스로 나오며, 음식은 손님이 먹는 속도에 따라 맞춰 나온다.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밥을 먹을 때는 아쉽다. 특히 통영은 그렇다. 요즘 같은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음식은 서호시장의 시락국이 최고다. 특히 아침 식사로 일품이다. 중앙시장의 물메기탕은 별미다.
물메기, 꼼치, 잠뱅이
명품은 심플하다. 통영의 음식은 바다의 밭이라는 천혜의 환경 덕분에 재료가 탁월하여 요리법이 심플하다. 기교를 거부한다. 겨울에만 한정 판매되는 물메기는 명품 해장국의 주인공이다. 명품에는 유사품이 존재한다. 그리고 한정판도 나온다. 물메기는 동해에 가면 꼼치, 서해로 가면 잠뱅이라고 불린다. 겨울에만 나오기 때문에 한철 음식에 쓰인다. 식도락가와 주당의 목이 타는 이유다. 그만큼 사랑도 듬뿍 받는다.
음식 기행을 한다면 단연 통영이다. 사시사철 먹거리가 넘친다. 남해의 건강한 바다에서 때맞춰 해산물이 올라오고 남풍을 맞고 자란 싱싱한 채소가 어우러져 통영은 미식가들이 들락거리는 한국 최고의 ‘미항’(味港)이다. 역사적으로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어서 중인계급이 발달하였고 이들에 의해 문화와 예술이 진작된 도시이며 음식 맛도 여수에서 통제영이 이전하면서 전국의 맛이 집합했다. 또 지리적으로도 음식 맛이 좋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 우스갯소리로 맛의 고장으로 대표적인 전주 사람들이 왔다가 기죽어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져가면서부터는 통영이 맛의 수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도다리, 갯장어, 물메기, 굴, 미역, 전복, 졸복 등이 차례로 밥상에 오르는 통영은 단 한 번의 여행으로는 그 맛을 다 볼 수 없는 곳이다. 미항에서 미도(味都)로 발돋움하고 있다.
무한하지 않아서 인생이 애틋하듯 단 한철이라 애지중지 각광받는 물메기는 겨울에만 등장하는 미식계의 겨울 진객이다. “인생의 으뜸은 만취”라는 바이런의 시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통영의 제철 안주 상차림 명물 다찌집에서는 취하기 마련이다. 통영에서는 취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른 새벽 서호시장으로 가서 시락국으로 해장을 하거나 강구안 쪽 중앙시장으로 들어가 복국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이라면 더 취해도 좋다. 바로 물메기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겨울 한철 통영은 물메기로 뒤덮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메기가 대형 공장의 빨래처럼 걸리는 섬이다. 조그만 포구마다 이 천하에 못생긴 물고기를 다듬는 데 여념이 없다. 겨울 물메기철 어부는 밤새 물메기를 퍼 올리고 날이 밝으면 아낙들과 퇴역 어부들이 포구에 나와 물메기 등을 따서 내장을 꺼내 손질하고 세척한 뒤 건조한다.
종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물메기는 표준어가 꼼치라고 한다. 서해안 보령에서는 잠뱅이라고 부르고 강원도에서는 곰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영의 꽃인 동백꽃도 수백 가지 종류가 있듯 비슷하면서 다른 이 물고기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요즘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꼼치와 물메기를 같은 어종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해장국의 명품을 맛보려면 통영으로
물메기탕은 물메기국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무를 푹 고아서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물메기를 넣고 살짝 데칠 정도만 끓인다. 모자기와 다진 마늘을 넣으면 맑은 국물이 나온다. 맑은 국물을 낼 때 대파를 얹고 고기와 함께 마시듯 먹는다. 물메기는 지방이 적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감칠맛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육질이 부드럽다. 멸치젓을 곁들이기도 한다. 통영의 겨울 새벽의 맛은 맑은 국물 맛이다. 물메기는 탕을 만들 때는 주로 생물을 쓰고 건메기는 찜을 해서 먹는다.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 해장국으로 끓여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면서 한입 떠 넣어 삼키면 간밤의 숙취가 그 뜨거움과 부드러움에 도망을 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술병을 잘 고친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해장에는 빠질 수 없는 물고기였다. “고기 살은 매우 연하다.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쓰여 있다.
11월 마지막 주 정도가 되면 주당들은 물메기탕을 먹으러 몰려든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통과의례이자 어민들에게는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즐거운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맛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더해져 대구에 육박하는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도 대구 값에 가깝다.
통영에서 물메기 경매는 서호시장 옆 통영수협 도천위판장에서 열린다. 새벽 4시부터 물량에 따라 한두 시간 경매가 이루어진다. 시장은 새벽 5시경부터 활력이 넘치기 시작한다. 인근의 500원짜리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고 시장 내의 시락국집에는 한 그릇을 해치우는 시장 상인들로 북적거린다. 건메기는 12시에 경매를 한다.
대구나 복국도 물메기로 만든 시원 담백한 해장국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 겨울철 통영에 가서 술 마시고 새벽에도 깨어나지 못한 여행자는 뜨거운 위로를 받는 듯한 물메기 해장국 맛을 경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겨울철만 놓고 봐서는 최고의 해장국이다. 봄날 도다리쑥국이 나오기 전까지는 겨울 통영에서 해장국 명품의 호사를 누려보시라!
파도가 멈추는 해안선이 기다란 통영은 오목하게 들어간 포구가 발달해 있다. 한려수도의 바다와 섬 전망은 미륵산 정상이 최고이고 통영항 전망은 세병관 둥근 기둥에 기대어서 봐도 좋지만 20여 분 땀을 흘리고 올라 북포루에서 보면 완벽하다. 백석의 시 ‘통영2’처럼 충렬사 계단에 앉아 동백꽃 필 무렵 한산도 뱃사공이 되어도 좋으리라.
최치현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숭실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로 ‘국제운송론’을 강의한다. 저서는 공저로 ‘여행의 이유’가 있다. ‘여행자학교’ 교장으로 ‘일본학교’ ‘쿠바학교’ 인문기행 과정을 운영한다.
은퇴 후 딱히 내밀 만한 명함도 없는 인생 후반전에서는 ‘외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처음 만났을 때 악수를 하고 또 명함을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명함은 보는 둥 마는 둥 명함 지갑에 쑤셔 넣기 일쑤다. 반면 눈으론 스캔부터 한다.
걸음걸이, 표정, 옷맵시, 액세서리 같은 정보들로 먼저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직 악수도 하기 전이고 통성명도 안 한 상태에서 보이는 그대로 ‘저장’ 버튼부터 누른다. 그의 옷차림과 패션센스 그리고 품어져 나오는 아우라 등이 먼저 기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한눈에 보여주는 패션코드가 악수보다 먼저인 세상이다. 머지않아 명함이 지구상에서 없어질 날이 올 것이다.
이미 명함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연락처 파일을 주고받거나 SNS 네트워킹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대다. 그럴수록 외모와 패션은 그 중요성이 더해갈 것이다. 요즘에는 줄임말이나 이모티콘으로 말이나 느낌을 간단하게 그러나 꽤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외모와 패션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이모티콘’이다.
사람의 외모를 구성하는 요소 중 으뜸은 아무래도 얼굴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몸매와 옷차림 그리고 구두와 핸드백, 안경, 팔찌 등 액세서리도 무시할 수 없는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성형과 미용, 화장기술까지 나날이 발전하는 요즘, 얼굴 외의 구성 요소들이 결국은 승패(?)를 좌우한다.
“부모님 날 나으시고 원장님 날 빚으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잘 빚은 비슷비슷한 얼굴들은 넘쳐난다. 패션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얼굴이 완벽해도 패션이 꽝이면 눈에 잘 띄질 않는다. 오히려 옷 잘 입는 스타일 쩌는 얼굴꽝은 주목의 대상이 된다.
비싼 옷 안 사도 내가 명품이 돼보자
꼭 명품을 입어야 옷맵시가 나고 외모가 경쟁력을 갖는 게 아니다. 옷맵시가 나면 싼 옷도 비싸 보인다. 유명 브랜드가 정답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떻게 변신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우선 유명 브랜드에 목매기보단 자기 몸에 맞는 사이즈의 옷을 입으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요즘 유행하고 있는 루즈핏 오버핏은 예외다. 신체가 더 이상 자랄 것도 아닌데 왜 자기 사이즈보다 큰 옷을 입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일단 입고 싶은 것부터 입어라.
남자들의 경우 바지를 제발 질질 끌리게 입지 마라. 과감하게 밑단을 자르자. 복숭아뼈는 감춰놓으라고 있는 게 아니다. 소매도 손등을 덮을 정도로 길게 입지 말자. 양말도 무시하지 말자. 양말은 일반적으로 바지의 컬러와 매칭하는 게 좋다. 요즘 진짜 멋쟁이는 아주 튀는 컬러를 매칭하기도 한다. 사시사철 검은색 양말을 고집하는 당신은 매일이 장례식 참석 모드다. 회색이나 감색 양복에는 브라운 컬러의 구두가 제격이다. 검은색 구두는 장례식 참석할 때나 꺼내 신으면 된다. 안경도 이제는 액세서리다. 패션의 완성을 위한 소품으로 안경에 투자하라. 투자 대비 효과 만점이다. 가성비 ‘갑’이다.
아직은 중년 남자들이 어색해하는 팔찌도 시도해봄직하다. 필자의 팔뚝은 시계 대신 팔찌에 양보한 지 오래다. 팔찌로 남성미를 물씬 풍길 수도 있다. 남성들이여, 팔찌나 목걸이를 과감히 시도해보라. 건강 팔찌, 황금 목걸이 같은 건 말고. 겨울철엔 비니도 시도해보자. 당신의 패션 나이가 몰라보게 젊어질 것이다. 어쩌면 길 가다 뒤돌아보는 사람들도 생길지 모른다.
“나이 들수록 외모가 경쟁력이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나이가 들면 외모는 경쟁력이 없어진다”는 말과 같다. 슬프다. 결국은 생물학적 늙음과 퇴보는 어쩔 수 없다. 세상 기준의 외모 경쟁력은 차츰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과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 혹자는 진짜 뼈를 깎기까지 한다. 현대의료과학기술 발전의 쾌거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젊은이들에게서 느껴지는 활력, 역동성 등은 아무리 좋은 현대의료과학기술로도 어림없다. 스스로 내면을 바꾸려는 노력과 훈련이 없으면 절대 따라갈 수 없다. 외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젊게 생각하고 젊게 행동해야 한다. 결국은 애티튜드부터 바뀌어야 한다. 애티튜드의 변화가 수반되는 내적 충실함이 외모라는 스크린에 자연스레 투영되어 나타나야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이 있는 외모를 갖게 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남성 닉 우스터. 필자의 패션 스승(?)이다. 그를 주목했던 이유는 단순히 옷을 잘 입어서가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못생겼고 키도 작았기 때문이다. 깊게 패인 주름, 170cm도 안 되는 키와 지나치게 큰 근육형 몸매는 패셔니스타가 되기엔 매우 열악한 조건이었다. 그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흠모하면서부터 필자의 패션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패션관’이 달라졌다. 용기도 급상승했다. 주위 시선에서도 조금씩 자유스러워졌다. 주변의 반응도 덩달아 점점 좋아지는 걸 느끼면서 조금씩 패션 아이콘이 되어가는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 어느덧 주위의 시선을 즐기게까지 되었다.
필자가 주재하던 중국 상하이 패션 업계에선 꽤 유명한 옷 잘 입는 ‘韩国大叔’(한국 아저씨)로 불렸다. 패션 감각만 젊어진 게 아니다. 라이프스타일도 함께 젊어졌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걷기를 생활화하기 위해 지하철 역 두세 정거장은 걸었다. 옷 입는 것도 점점 더 과감해졌다.
수많은 길고 펑퍼짐한 바지들은 테이퍼드핏으로 리폼했다. 필자의 발목은 더 자주 노출되었다. 양말들도 크레파스처럼 갖가지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그렇게 필자의 패션은 차츰 회자되었다. 심지어 필자의 착장을 찍어 여기저기로 퍼 나르는 패션 블로거들까지 생겨났다. 또한 길거리 캐스팅도 되어 TV 광고를 찍는 기적까지 일어났다. 화보 모델로도 데뷔를 했다. 내 자신이 패셔니스타로 거듭난 게 좋았다. 행복했다. 그리고 감히 다짐했다. 한국의 닉 우스터가 되겠다고.
당신도 할 수 있다. 이 땅의 모든 닉 우스터 워너비 그레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우마 서먼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워 위드 그랜파’의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로버트 드 니로의 필모그래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65년 영화 ‘맨해탄의 세 방’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1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한 그는 할리우드 최고참급 배우로서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푸근한 미소가 일품인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인턴 (The Intern, 2015)
창업 1년 반 만에 큰 성공을 이루고 완벽한 삶을 사는 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어느 날 동료 직원으로부터 시니어 인턴십 공고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회의에 올라온 안건 중 하나였지만, 고령의 노인을 직원으로 두고 싶지 않은 줄스는 내심 못마땅해한다. 한편 한 직장에서 40년 동안 근속한 뒤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70세 ‘벤’(로버트 드 니로)은 시니어 인턴십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내민다. 이후 당당히 재취업에 성공한 벤은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고, 줄스는 예상치 못한 위기의 순간마다 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영화 ‘인턴’은 30대 젊은 CEO 줄스가 70세 노인을 인턴으로 채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직원들이 고민에 빠질 때마다 지혜로운 조언으로 더 나은 길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인턴 ‘벤’을 연기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앤 해서웨이와 연륜이 묻어나는 로버트 드 니로의 명품 연기가 나이 차를 초월한 ‘특급 캐미’를 선사한다. 소소한 즐거움과 감동, 위로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 오 마이 그랜파 (Dirty Grandpa, 2016)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딕 켈리’(로버트 드 니로)는 40년간 함께한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손자 ‘제이슨’(잭 에프론)에게 자신을 플로리다로 데려다줄 것을 제안한다. 매년 아내와 플로리다 여행을 가곤 했는데, 면허가 정지되어 운전할 수 없다는 것. 제이슨은 결혼식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었지만, 딕의 막무가내 요구에 하는 수 없이 그와 동행한다. 열정 넘치는 할아버지와 앞뒤 꽉 막힌 손자의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제이슨은 계속해서 골치 아픈 상황에 휘말린다. 결국 딕의 거침없는 일탈에 동참하기 시작한 제이슨은 뜻밖의 추억을 하나둘 쌓아가고, 여행 속에 숨겨진 딕의 특별한 의도를 알아챈다.
영화 ‘오 마이 그랜파’는 할아버지 ‘딕’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손자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즉흥 여행을 제안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나이 많은 시니어가 젊은 세대의 인생 멘토가 되어준다는 점은 영화 ‘인턴’과 유사하지만, 이 작품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인턴’의 젠틀한 신사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유쾌하고 화끈한 할아버지로 변신한다.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았던 그간의 행보와는 달리, ‘19금 농담’을 마구 쏟아내며 거침없이 망가지는 로버트 드 니로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3.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1950년대 트럭 운전사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은 트럭으로 운반하던 고기를 빼돌리는 일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어 고소를 당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필라델피아 일대를 주름잡은 마피아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의 도움을 받아 무죄 판결을 받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러셀의 오른팔로 일하기 시작한 프랭크는 뛰어난 일 처리 능력으로 조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되고, 러셀은 프랭크에게 트럭 운전사 노조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소개한다. 마피아 보스와 행동대장, 노조위원장까지 세 사람은 세력 확장을 위해 서로를 돕지만, 어느 날의 사건으로 인해 속고 속이는 암살극이 벌어진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미국의 대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로버트 드 니로는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등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초창기 대표작에 출연했던 배우로, 아이리시맨이 두 사람의 9번째 협업작이다. 로버트 드 니로뿐 아니라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깊은 내공을 갖춘 노장 배우들 대거 등장해 마피아 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쌀쌀한 바람 불어오는 날이면 따끈한 차 한 잔 하며 여유를 부리고 싶다. 추석 연휴 동안 쌓인 피로도 풀 겸 가을을 맞아 호텔에서 마련한 애프터눈 티 세트와 객실 패키지를 즐겨보자.
3대 진미와 곁들이는 로열하이티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로비 라운지에서는 가을의 정취를 담은 ‘로열하이티’를 마련했다(11월 30일까지). 미국 명품 차 브랜드인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의 시그니처 티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대추, 사과, 홍시 등 제철 로컬푸드로 만든 디저트는 물론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 등 3대 진미로 만든 메뉴도 맛볼 수 있다(2인 기준 7만5000원).
가을, 한 모금 패키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한국 전통 도자기 브랜드 ‘광주요’와 함께 ‘가을, 한 모금’ 시즌 패키지를 출시했다(11월 22일까지). 객실 타입에 따라 디럭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로 나뉘며 투숙객에는 ‘광주요 소리잔’을 제공한다(가을 한정, 20만 원부터). 더불어 라운지에서 조식과 애프터눈 스낵 등도 서비스로 즐길 수 있다.
어텀 브리즈 애프터눈 티 세트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10월 31일까지 ‘파노라마’ 라운지에서 가을을 테마로 한 ‘어텀 브리즈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보인다. 독일 프리미엄 티 브랜드 로네펠트의 컬렉션 11종을 비롯해 다양한 디저트와 티 푸드를 즐길 수 있다(2인 기준 6만5000원). 특히 ‘해피니스’와 ‘진저어페어’는 국내에 처음 판매되는 메뉴로, 가을에 잘 어울리는 허브티다.
초콜릿&네스프레소 애프터눈 티 파크하얏트 서울의 ‘더 라운지’는 달콤한 오후를 위한 ‘초콜릿&네스프레소 애프터눈 티 세트’를 준비했다(12월 6일까지).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와 협업하여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세이버리와 디저트를 제공한다. 애프터눈 티 아이템은 특별 제작한 3단 도자기 트레이에 담아 더욱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다(1인 4만8000원).
어텀 겟 어웨이 패키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가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어텀 겟 어웨이 패키지’를 10월 5일부터 출시한다. 단풍으로 물든 남산자락이 창 너머로 보이는 객실에서 피자와 맥주 등을 즐기며 피로를 풀기 좋다(55만 원부터). 아울러 투숙객에게는 환절기 피부 고민을 덜어줄 ‘이영애 리아네이처’ 제품 4종을 선물로 제공한다.
스위트 어텀 애프터눈 티 세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라운지 카페 ‘갤러리’는 가을맞이 ‘스위트 어텀 애프터눈 티 세트’를 11월 30일까지 선보인다(5만 원부터). 홍차, 녹차를 비롯한 카페 음료와 배, 밤, 무화과 등 제철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같은 기간 ‘더 스파’에서는 환절기 피로를 풀어줄 ‘바이탈 트리트먼트 패키지’를 운영한다(주중 29만7000원, 주말 31만9000원).
바람이 서늘해지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건 인지상정인가보다. 지인들과 서울 곰탕 맛집 정보를 공유하다 멀리 나주곰탕 이야기로 흘렀다. 꿀꺽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주곰탕, 돼지국밥처럼 향토색 강한 음식은 타지역에서 먹으면 왠지 그 맛이 안 난다. 곰탕 먹으러 나주에 갈 거라는 내 말에 지인들이 숟가락을 얹었다. “나주곰탕 포장 부탁해.” 말은 이래도 그들도 안다. 나주곰탕은 나주에서 먹어야 제맛인 것을.
3味로는 부족한 맛의 고장
나주가 호남 물류 중심지였던 호시절이 있다. 영산강 유역의 비옥한 나주평야와 뱃길 교통이 편리한 영산강을 품은 지리적 여건 덕이었다. 100여 년 전 영산강 나루터에는 특산물과 산해진미가 넘쳐났다. 사람이 몰려드는 만큼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그 문화가 ‘나주 3味’라 불리는 ‘나주곰탕’, ‘영산포 홍어’, ‘구진포 장어’로 이어졌다.
나주곰탕은 우시장에서 나오는 머리 고기와 뼈, 내장 등을 푹 고아낸 장터국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예부터 조선시대 관아인 금성관 앞에 큰 장이 섰다는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과 구경꾼들이 밥에 고깃국을 말아 후루룩 먹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군납용 소고기 통조림 공장에서 나온 소 부산물로 국을 끓인 것이 나주곰탕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시초가 무엇이든 맛있는 곰탕을 지금 시대에도 맛볼 수 있으니, 식탐 많은 나 같은 여행자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주 사는 지인이 “나주에 오면 곰탕보다 홍어를 먹어야죠” 하며 홍어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이다. 나주 3味에 연탄돼지불고기까지 야무지게 맛볼 생각이었다.
나주 여행의 시작은 곰탕으로
서울에서 아침 일찍 나주행 KTX를 타면 아침 식사로 곰탕을 먹을 수 있다. 나주역에서 구도심의 나주곰탕거리까지는 차로 약 5분 거리다. 많은 곰탕집 중에서 주로 가는 곳이 하얀집, 노안집, 남평할매집이다. 하얀집은 개업한 지 110년이나 되었고, 노안집과 남평할매집은 60년 정도 되었다. 동네 주민에게 최고 맛집을 물어도 똑 부러진 대답을 듣기 어렵다. “어느 집에서 먹어도 맛있어요. 다만,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요. 서울 사람이 좋아하는 식당이 있고, 나주 사람이 좋아하는 식당이 있어요” 한다. 결국 직접 맛을 보고 비교할 수밖에 없다.
나주곰탕은 설렁탕과 달리 국물 색이 맑다. 나주곰탕과 설렁탕 모두 소뼈와 고기를 푹 고아내는 방식은 같지만, 나주곰탕은 소뼈를 적게 넣고 양지나 사태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밥은 말아져 나온다. 밥이 담긴 뚝배기에 가마솥에서 펄펄 끓은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몇 차례 토렴한다. 밥알에 짭조름한 간이 배고, 뚝배기가 뜨끈해지면 살코기, 달걀지단, 대파를 올려 손님상에 낸다.
곰탕 맛은 국물 빛깔처럼 맑고 개운하다. 다진 양념을 풀면 칼칼해진다. 숭덩숭덩 썰어 넣은 고기는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 곰탕 맛을 북돋는 김치도 중요하다. 숟가락 위에 밥, 고기, 잘 익은 배추김치 또는 깍두기를 올려 먹어야 제대로 먹은 것 같다. 노안집의 배추김치는 감칠맛과 시원한 뒷맛이 일품이다. 사장에게 비결을 물었다. “김치 담글 때 여러 가지를 섞은 잡젓을 넣어요. 봄배추를 싹둑싹둑 썰어서 잘 익힌 김치가 최고 맛있지요. 봄에 또 오세요.”
곰탕 먹고 나주읍성 산책
곰탕거리 일대에는 고려시대 초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호남의 중심지였던 ‘나주목’의 사적지들이 모여 있다. 조선시대 객사이자 나주목의 중심 관청이었던 금성관, 나주 관아의 정문 정수루, 나주목을 다스렸던 목사들의 살림집 목사내아, 고려시대 때 세운 나주향교 등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왜구 방어를 위해 축조한 고려시대 읍성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성문과 성곽이 대부분 소실되고 말았다. 1993년부터 나주읍성 사대문 복원 사업을 추진, 2018년 완공해 나주읍성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최근 나주향교 옆에 ‘39-17마중’이 들어서 구도심에 활기를 더한다. 39-17마중은 카페&와인바, 게스트하우스, 공연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원래 나주 의병장 난파 정석진의 손자 정덕중이 1939년에 어머니를 위해 지은 난파 고택이었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이 집을 한 젊은 부부가 매입해 ‘1939년의 근대문화를 2017년에 마중하다’라는 뜻을 지닌 39-17마중을 조성한 것이다. 부부의 눈에는 한·일·양의 건축 양식이 결합한 근대 건축물과 마당의 아름드리 금목서가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고 한다. 영화 세트장 같은 난파 고택은 게스트하우스로, 마당의 큰 창고는 벽면을 통유리로 마감한 카페로 탈바꿈해 손님을 맞는다. 향교 담장이 카페 창가에 앉아 나주산 농산물로 만든 음료를 마시노라면 진짜 나주 여행하는 것 같다.
홍어 튀김 먹을 줄 알아야 홍어 고수
“홍어앳국 드셨나봐요.” 택시기사가 딱 알아본다. 홍어앳국 첫 경험을 이야기하자 “제대로 만든 홍어앳국을 드셨네요. 홍어 숙성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손님이 드신 앳국이 가장 많이 삭힌 등급 같아요. 나주 사람들은 그 정도 삭힌 걸 좋아해요. 앳국에는 4~5월에 나는 여린 보리 순을 넣어야 제맛이 나죠”라며 거든다.
홍어앳국은 홍어 뼈 육수에 된장을 풀고, 삭힌 홍어 내장과 보리 순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다. 홍어 애는 홍어 간이다. 생 홍어 애는 연두부처럼 부드럽고 고소해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삭힌 홍어 애를 넣은 홍어앳국은 암모니아 향이 매우 강하다. 알싸한 냄새에 막혔던 코가 뻥 뚫린다.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들지만 후각이 조금 마비되면 얼큰하고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삭힌 홍어가 나주의 별미가 된 사연은 이러하다. 고려시대 말 공민왕 때 왜구 침략을 피하고자 흑산도 사람들을 나주 영산포로 이주시킨 적이 있다. 흑산도 사람들이 생선을 잡아 배에 싣고 며칠 동안 나주로 건너오는 사이 생선들이 상하고 말았다. 그런데 상한 생선을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고 맛있는 생선은 홍어뿐이었다고 한다. 그 뒤로 영산포에 정착한 사람들이 홍어를 삭혀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산포는 곰탕거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영산포 선창가에 40여 개의 홍어 식당과 홍어 판매장이 자리해 있다. 거리에서부터 홍어 삭히는 냄새가 풍긴다. 홍어요리 전문점에서 홍어정식을 주문하면 홍어삼합, 홍어튀김,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전 등이 한 상 차려진다. 삭힌 홍어는 열을 가할수록 향이 강해지므로 차가운 음식부터 나온다. 홍어무침, 홍어삼합, 홍어전, 홍어찜, 홍어앳국, 홍어튀김 순으로 먹어야 삭힌 홍어 맛에 차차 적응할 수 있다. 마지막에 등장한 홍어튀김은 홍어 고수라고 자부했던 내게 굴욕감을 안겼다. 한입 먹었을 뿐인데 입천장이 까져 젓가락을 내려놓아야 했다.
사심 가득한 나주 4味 연탄돼지불고기
영산포 선창가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구진포 장어거리가 있다.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기 전에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던 곳이라 민물장어가 흔했다. 당시에는 장어 식당 열댓 채가 성업했다. 지금은 다섯 채 정도만 남아 장어거리의 명맥을 유지한다. 구진포 장어 원조집으로 알려진 신흥장어도 이제는 타지역 장어를 사용하지만, 오랜 내력의 깊은 손맛은 여전해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나주 3味에 별미 하나를 추가한다면 송현불고기집의 연탄돼지불고기를 손꼽는다. 외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오래된 맛집이다. 8년 전 송현불고기집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길가 허름한 식당 안에 손님이 많아 놀랐고, 주인이 연탄불 앞에 앉아 석쇠 위 삼겹살을 쉴 새 없이 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번듯한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고기 맛이 바뀌었을까봐 걱정했는데, 고기 표면에 기름이 번드르르하고, 달고 짭조름한 맛은 그대로다. 가위로 고기를 직접 잘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맛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 싼값에 배불리 한 끼 먹었으니 가성비와 가심비를 다 잡았다.
◇ 이색 명소 & 맛집 ◇
나주목사내아(금학헌) 목사내아는 조선시대 나주목 최고 수장인 목사의 살림집이다. 건물 이름이 금학헌이다. 1825년에 건립된 ‘ㄷ’자형 전통한옥으로서 내아 1동과 행랑채 1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사 의복 무료체험과 한옥 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성정을 베푼 목사들의 이름을 딴 온돌방에는 옛집에 걸맞은 전통가구와 침구가 갖춰져 있다. 나주시에서 운영해 숙박료가 저렴한 편이다. 나주시 금성관길 13-8, 09:00~18:00 관람료 무료, 061-332-6565
영산강 황포돛배와 영산포등대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농수산물을 실어 나르던 황포돛배가 사라졌다가 30여 년 만에 관광용으로 부활했다. 영산포 선착장을 출발해 다시면 회진리 천연염색문화관 앞 풍호나루터까지 약 5km 구간을 왕복 운항한다. 영산포등대는 내륙 하천에 남아 있는 유일한 등대다. 지금은 등대 기능을 상실했지만, 밤마다 불을 밝혀 옛 추억을 되살려준다. 나주시 등대길 80, 10:00~17:00 월요일 휴무, 영산포 선착장 매표소 061-332-1755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와 도래한옥마을 산포수목원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에는 명품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있다. 수목원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풍산 홍 씨 집성촌인 도래한옥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홍기응 가옥과 홍기헌 가옥,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의 시민유산 제4호로 선정된 도래마을옛집 등 조선시대 양반집이 많다. 나주시 산포면 산제리 산23-7, 09:00~17:00 입장료 무료, 061-336-6300
올 초, 전화기 너머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친구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도 드디어 할아버지가 된다! 그러니 손자들이 가장 많은 네가, 할아버지 되는 법 잘 가르쳐주기 바란다~”
그의 외아들이 워낙 늦게, 더구나 연상과 결혼해서 손자 보기를 거의 포기했던 친구다. 그래서 그동안 손자들 사진 보여주기에는 1만 원, 구체적인 자랑 설명에는 2만 원의 범칙금을 수령하며 심술을 부렸었다. 그러나 그렇게 들뜬 목소리로 시작한 전화들이 다음과 같은 사연들로 인해 점차 하소연으로 변해갔다.
태명 대며 갈비 뜯기
일단 ‘임신 축하금’이라는 명목의 지출이 시작되었다. “이거 라떼는 없었는데…”라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이 항목이 워낙 광범위하게 전파된 눈치였다. 그래서 ‘지들도 나이 먹어가지고 애 만드느라고 애 많이 썼으니 보신이라도 시키자’ 하는 마음으로 두둑한 봉투를 마련했다. 그 후 손자를 보려면 출산 전부터의 추억이 중요하다며 카카오스토리를 억지로 깔아준 아들 녀석이, 며느리가 산부인과를 다녀올 때마다 초음파 사진들을 보내왔다. 이런 것은 꿈도 못 꾸었는데 참 좋은 세상이다 싶었다. 옆의 각도에서 보니 코가 높아서 예비 아빠를 닮았단다. 태아의 초음파 사진으로 인물 모양새까지 분석하는 것을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참 재주가 좋다고 생각했다.
좀 지나더니 ‘뱃속의 아기’라고 부르지 말고 ‘콩딱’이라는 태명을 부르란다. 심장이 ‘콩콩’ 잘 뛰면서 자궁에 ‘딱’ 붙어 잘 크라는 의미라고 한다. ‘들찬’(들에 가득 찬)과의 경합에서 선택된 태명이란다. 이 태명 부르기가 태교의 시작이라고 하면서 예비 아빠 엄마는 안 불러도 될 상황에서도 연신 태명을 일부러 부르며 부모 연습을 했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갈비가 드시고 싶단다. 그것도 그 비싼 한우 갈비를. 절대 며느리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콩딱님’께서 드시고 싶단다. 그런 어리광을 또 언제 받아주겠나 싶어 ‘내 돈 내고’ 한우갈비집을 오랜만에 갔다.
예비 할머니는 더 신나고
예비 할머니는 신이 났다. 할머니라는 호칭이 싫다던 그는, 백화점 쇼핑의 대의명분을 확보한 기회를 살려 유아용품점들을 쓸고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아들의 다음과 같은 자극적인 문자가 한몫했다. “그것도 안 해주시며 할머니 되려고 하심? ㅋ”
우선 예비 아빠가 어린 시절 입었던 배냇저고리는 이제 너무 낡았다며 수십만 원짜리 저고리를 골랐다. 그 외에 아기 옷을 세탁하기 위한 아기용 세탁기도 따로 샀다. 어른 옷과 함께 세탁하면 균에 오염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모차는 친구가 10년째 타고 다니는 승용차 가격과 비슷했다. 그런데도 아들 녀석은 “제 아들의 첫 차잖아요. 요즘은 승차감보다 하차감(내려서 보는 흐뭇함)이 더 중요하다고요”라며 외국산 명품 브랜드를 고집했다. 임부용 영양제도 전달했고 산후조리용 기장 미역을 현지에 주문했으며, 사진관에서 찍은 민망한 며느리의 임신부 사진을 실눈 뜨고 봐야만 했다.
그런데 며느리가 노산이라서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예비 할머니는 시를 잘 받아서 태어나야 한다며 사찰에 가서 택일을 받고 축원기도를 부탁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말이다. 그러나 아들과 예비 손자를 뒤에 업은 예비 할머니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내친김에, 돌림자를 딴 이름은 친가에서 지어줘야 한다며 작명소까지 일찌감치 다녀왔다.
양수가 갑자기 터져 원래 잡은 날보다 이틀 먼저 수술을 하고 콩딱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라 면회가 아예 되질 않았다. 1인당 4만 원짜리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아야 아기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노부부가 가정의학과까지 다녀왔는데. 퇴원하면 사진관에서 또 출산 기념사진을 찍을 거라는 아들에게, 병원비와 산후조리원 비용에 보태라면서 봉투를 건네주고 돌아섰다.
그는 액수를 차치하고서라도 합리성이 결여된 지출 항목들과 쓸데없는 과정이 많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정부 지원의 산후도우미 시스템이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아기용품 대여 서비스는 찾아보지도 않고, 육아휴직을 하면 수당이 적어질 것 같아 유아용 카시트 사는 게 걱정이 된다며 눈치를 보는 아들 녀석이 얄미워지기까지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기 사진을 보며 친구들이 “어? 손자가 자네랑 판박이네” 했더니 입이 귀에 걸리면서 “그렇지! 식구들도 다 그렇다고 하네~” 하며 밥값을 계산했다.
아기 울음소리의 대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2018년 0.98명보다 더 낮아졌다.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이고, 평균이 1.63명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아기 울음소리 듣는 것만으로 모든 것들이 너그럽게 수용될 수 있다. 또한 ‘우리 때는 없었던 것’들이 서먹하고 수용하기에 어색하지만, 그것들은 나름대로의 이유와 호응이 있었기에 존재 가능한 것들이라는 관점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애들을 낳아 다시 아비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상상을 해보자. 할아버지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기꺼이 통장 잔고 감소를 참아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 친구는 늦게 배운 조부(祖父)질에 날 새는지 모르며, 손자 사진 범칙금 납부의 큰손 노릇을 기꺼이 하고 있다.
신세계는 2분기에도 면세점 실적 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백화점의 양호한 업황이 예상되고, 면세점의 추가적 가치 하락 가능성도 제한적이라 투자 매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제부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기대감이 주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바닥 찍고 회복세 전환 기대
NH투자증권은 신세계의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1조853억 원, 영업이익이 93% 줄어든 48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3538억 원, 영업이익은 15% 줄어든 279억 원으로 예상했다.
KTB투자증권은 신세계의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6% 줄어든 1조1188억 원, 영업이익은 96% 감소한 29억 원으로 내다봤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줄어든 3601억 원, 영업이익은 35% 감소한 214억 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백화점은 명품과 가전 카테고리 중심으로 매출이 빠르게 회복 중이다. 저마진 카테고리의 강세로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겠으나, 판관비 효율화로 상당 부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면세점 매출액의 경우 NH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4001억 원으로 전망했다. 또한 영업손실 320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KTB투자증권은 51% 줄어든 3794억 원의 매출액과 32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면세점은 인천공항 임대료 할인으로 600억 원의 비용이 줄겠으나, 2분기 공항 영업 상황이 더욱 악화돼 실적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기타 연결자회사의 경우도 코로나19로 인해 대체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까사미아는 주거 관련 소비의 증가로 매출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신세계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 27만 원을 제시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면세점의 영업 부진 지속을 감안해 올해와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각각 –59%, -48%로 조정했다”며 “다만 면세업은 현 시점에서 가치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부문별가치합산(SOTP) 밸류에이션 시 사업이 정상화되는 2022년 예상 실적에 연 할인율 10%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은 신세계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8만 원을 내놓았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는 SOTP 방식으로 산출했고, 영업 가치 중 백화점에는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12배(유통업 평균), 면세점에서는 내년 PER 16배(유통업 평균에 30% 할증)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신세계 주가는 지난 24일 종가기준 20만8000원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통하는 ‘샤넬’(Chanel)을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여성 이미지의 고급스런 디자인이 떠오른다. 하지만 샤넬이 여성을 과거의 정형화된 여성미로부터 해방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00~1910년대 유럽 여성의 옷은 중세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류층은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모자를 썼다. 여전히 전통 코르셋을 착용하는 여성도 있었다. 하류층 여성의 의복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편안하지 않으면 럭셔리 아니다”
“럭셔리는 편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럭셔리가 아니다.” 여성복의 표준을 바꾼 가브리엘 샤넬의 모토다. 여성들이 왜 비실용적이고, 쓸모없는 복장을 고수해야 하는지 회의를 느낀 그녀는 스포티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현대 여성복 ‘샤넬 슈트’를 만들었다. 이 디자인은 답답한 속옷이나 장식이 화려한 옷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하는 실마리가 됐다. 샤넬은 주머니가 달린 재킷과 여성용 바지도 제작했다. 간단하고 입기 편하며 활동적인 샤넬 스타일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패션문화 바꾼 ‘리틀 블랙 드레스’
1926년 선보인 ‘리틀 블랙 드레스’는 패션문화를 바꾼 옷이다. 지금 보면 활동하기 편한 평범한 검은색 미니 드레스일 뿐인데, 그 명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검은색은 장례식에서나 입는 불길한 색이었다. 하지만 샤넬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검은색은 고전 그 자체”라며 자신의 옷에 과감히 사용한 뒤로 대중적인 패션이 됐다. 패션지 ‘보그’는 리틀 블랙 드레스를 포드의 대량생산 자동차 모델 T에 비유해 ‘샤넬의 포드’라고 불렀다. 훗날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지방시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고 연기해 패션 아이콘의 위치를 재확인해줬다.
◇실용적이고 우아한 ‘트위드 재킷’
‘트위드 재킷’은 1920년대에 출시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패션계를 떠나 있었던 가브리엘 샤넬이 1954년 복귀하며 리뉴얼해 유명해졌다. 트위드 재킷은 디자인 자체가 실용적이며 고전적인 우아함을 갖춘 덕분에 현재도 흉내 낸 옷이 많을 정도로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 하지만 샤넬이 이 디자인을 들고 패션계에 돌아왔을 때 본국인 프랑스에서는 진부하고 고루하다며 온갖 혹평을 퍼부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패션의 혁명이라고 평가해 그녀의 디자인이 여전히 건재함을 알린 작품이 됐다.
◇반향 불러온 매혹적인 향기 ‘N˚5’
1920년대 초 가브리엘 샤넬은 자신의 이름을 건 향수를 만들기 위해 일랑일랑, 자스민, 장미 등 온갖 고품질의 재료를 집어넣었으나 향기가 너무 강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후 유명 조향사인 에른스트 보가 발명한 인공향 알데하이드를 더하면서 N˚5가 탄생됐다. 알데하이드는 화학약품 냄새가 났지만 꽃향기와 조화된 향은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시도인 데다, 그저 다섯 번째 샘플이었기 때문에 N˚5란 이름을 붙였을 뿐인데 반응은 엄청났다. 할리우드 배우 마릴린 먼로가 인터뷰에서 “침대에서 뭘 입고 주무세요?”라는 질문에 “샤넬 N˚5를 입는다”고 말한 일화는 꽤 유명하다.
◇샤넬을 대표하는 럭셔리한 가방들
‘클래식 백’은 어깨에 메는 최초의 가방으로 유명하다. 1955년 2월에 처음으로 만들어져 ‘2.55’라고 불린다. 손잡이도 당시에는 쓰지 않던 금속 재질로 만들었다. 잠금장치 부분은 마드무아젤 락을 사용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샤넬 로고의 락은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보이 백’은 권총 주머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재질은 기본적인 소가죽과 양가죽 외에도 파이톤, 스팅레이(가오리), 데님, 트위드 등 다양하다.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샤넬 가방이다. ‘빈티지 백’은 2005년 칼 라거펠드가 2.55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원래 모양대로 만든 가방이다. 겉에 샤넬 로고가 없는 게 특징이다.
◇샤넬이 공들인 사업 ‘화장품·시계’
샤넬 화장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제품은 빨간색 립스틱이다. 립스틱 외에 메이크업베이스인 ‘르 블랑’도 유명하다. 샤넬 제품에는 대부분 특유의 복숭아 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명 ‘복숭아향 메베(메이크업 베이스)’라고 불린다.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출시되는 리미티드 하이라이터 등도 꽤 인기가 많다. 시계 사업은 엄청난 투자와 노력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예술 책임자 자크 엘루가 7년의 준비 끝에 디자인한 ‘J12’는 이제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J12는 12m급 J클래스 요트경기에서 이름을 따온 스포츠 워치다. 샤넬의 컬러 코드인 블랙 혹은 화이트로 출시되고 있다.
어딜 가든 화제가 되는 슈퍼리치는 부지불식간에 일상마저 들키곤 한다. 이때 대중의 시선은 그들의 패션을 단번에 스캔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또 어떤 신발을 신고 액세서리는 뭘 착용했는지. 최근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리치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샤넬
할리우드 스타 카일리 제너가 명품 바디라인을 자랑했다. 그녀는 지난 5월 5일 테니스 코트에서 찍은 사진 세 장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며 “안녕”이라고 전했다. 사진 속 그녀는 크롭톱 운동복을 입고 테니스 라켓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중은 카일리 제너가 사진 속에서 들고 있는 테니스 라켓에 주목했다. 라켓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로고가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샤넬이 만든 테니스 라켓이 의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샤넬은 이미 스포츠라인을 통해 농구용품과 골프용품, 테니스용품뿐만 아니라 서핑보드, 스키, 스노보드 등 계절 스포츠용품까지 제품군을 확장했다.
카본 소재로 만들어진 이 테니스 라켓은 카일리 제너의 핑크브라운 색상 외에도 아이보리, 블루, 블랙 제품이 있다. 모두 퀄팅 케이스가 함께 제공되며, 현재 188만9000원에 판매된다.
한편 카일리 제너는 모델 킴 카다시안의 이복 자매로 엄청난 팔로워를 거느린 소셜 미디어 스타다. 201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화장품 브랜드 ‘카일리 코스메틱’을 출시해 6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카일리 제너는 19세였다.
◇에르메스
미국 백악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테스크포스(TF) 팀의 데보라 벅스 조정관이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면역학자 출신의 감염내과 의사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같은 역할이다.
데보라 벅스 조정관은 브리핑마다 침착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메시지를 전해 미국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긴 또 하나의 이유는 스카프 때문이다. 그녀는 공식석상에 나올 때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스카프를 한다.
데보라 벅스 조정관의 색다른 스카프 스타일링은 등장할 때마다 화제다. 그녀의 스카프 패션을 모은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등장했는데, 팔로워 수가 3만6000명이 넘는다.
그녀가 즐겨 착용하는 스카프는 에르메스의 ‘르 자르뎅 드 라 마하라니’. 오렌지와 블루 컬러가 섞인 이 스카프는 최근까지 데일리 브리핑에서 여러 번 포착됐는데, 현재 285달러(약 3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인기가 많아 재고 부족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더로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2월 13일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학부모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장은 아들이 1학년일 때부터 매년 연말 종합발표회에 참석해 ‘열혈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흰색 케이프 코트에 검은색 가죽가방과 검정 앵클부츠로 코디를 한 이 사장의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담기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 사장은 평소 언론 노출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아들 졸업식에서 보여준 뛰어난 패션 감각은 누리꾼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코트는 미국 고급 패션 브랜드 ‘더로우’ 제품으로 약 1800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로우는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쌍둥이 자매 ‘메리 케이트 올슨’과 ‘애슐리 올슨’이 2006년 론칭한 브랜드다. ‘베이직하지만 완벽한 화이트 티셔츠를 만든다’는 모토로 깔끔한 라인과 세련된 실루엣, 완벽한 핏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더로우는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알 투자라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더로우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연매출은 5000만 달러(약 616억 원)에 달한다.
무주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붙는 말이 구천동이다. 나제통문에서 덕유산 향적봉까지의 거리 36km는 무주구천동의 33경(景)을 모두 품고 있다. 그 산자락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우리나라의 희귀한 동식물, 태고의 원시림, 맑은 물과 폭포가 무주구천동을 이루고 있다. 지금 이 모든 것을 감싸 안은 덕유산은 푸르름이 한창이다.
요즘처럼 답답한 시절에는 산과 숲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또 올라 힘들인 후에 맞이하는 뿌듯함을 쾌감이라고들 한다. 그 뿌듯함을 위한 고단한 과정이 반갑지 않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렇다. 그러나 덕유산에서는 1500m가 넘는 설천봉까지 등산을 하지 않아도 곤돌라가 가뿐히 나를 올려다준다. 고맙게도.
어둔 새벽길을 달려 도착한 덕유산 곤돌라 매표소. 직원들은 아직 출근 전이다. 조금 서두르니 이렇게 여유롭다. 겨울엔 스키장이었던 드넓은 설원이 이젠 마냥 푸르다. 그 위로 아침 해가 쏟아지는 걸 바라보며 즐기는 시간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야외 테이블 파라솔 아래 느긋하게 앉아 조을고 있는 고양이와 눈 맞추고 놀아본다. 잔디밭에 나가 키 작은 꽃들을 렌즈에 담아보기도 한다. 산 정상에 올라 만끽하는 시간보다 더 여유롭고 행복하다.
사시사철 핫 플레이스였던 곳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겨울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타기 어려웠던 곤돌라였다. 오늘은 입장권을 사기 위해 길게 줄 서지 않아도 된다. 탑승장 앞에 서니 빈 채로 운행되는 곤돌라가 연달아 다가온다.
곤돌라를 타고 오른다. 완연한 초록빛으로 변해가는 덕유산 숲이 발아래 울창하다. 올 때마다 인파로 북적였는데 이렇게 한가할 수가 있는지. 유유히 흔들거리면서 숲 사이를 오르는 곤돌라가 15분쯤 지나 가뿐히 설천봉에 내려앉는다. 힘 안 들이고 1520m 산정에 올랐다.
혼자 힘으로 정상에 오른 양 기분 좋게 둘러보고 향적봉으로 향한다. 현재는 설천봉에서 향적봉 구간 탐방은 6월 말까지 예약제를 시행 중이다. 봄철 번식 및 개화시기 멸종 위기종, 특산종 등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서다. 건전한 탐방문화를 위해 기꺼이 서명 등의 협조를 했다.
놀며 쉬며 사진도 찍으며 올라도 30분이면 된다. 오르는 길에서 만난 철쭉은 봉오리를 맺었거나 분홍빛으로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산 아래와는 생장이 다르다. 데크로드엔 발걸음마다 돌 틈의 바람꽃이 반기고 군데군데 곰취와 당귀, 그리고 괭이눈과 모데미풀도 보인다. 고산지역의 청정한 숲속에서만 볼 수 있는 온전한 성장 모습이다.
향적봉이다. 1614m에 서서 사방을 빙 둘러보면 적상산이 보이고 멀리 지리산도 보인다.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산하를 굽어보는 짜릿함, 참 쉬운 호사다. 인증샷을 찍거나 연애 놀음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대피소와 중봉을 거쳐 다시 돌아오면서 비로소 산이 보이고 하늘이 보인다. 산을 내려가는 자의 여유로움이다. 무엇보다 새소리가 어찌나 맑고 청아한지. 마침 요즘이 새와 곤충들의 산란기여서 특히 더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설천봉 주변의 삐죽삐죽 뻗은 주목나무의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고산지역에서 볼 수 있는 나무들이다. 살아 천년 죽어서도 천년 간다는 주목이 지금 몇 년째 서 있는 걸까. 겨울이면 눈꽃이 얹혀 수정처럼 빛나는, 멋진 상고대가 신비로운 나무다. 덕유산은 한겨울의 설산과 새해의 일출이 명품이다. 그래서 겨울산의 진수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서너 시간 땀 흘려 오르거나, 곤돌라로 쉽게 오른 그 길이다. 우리 사는 인생과 다를 게 뭐 있는지. 그 길에 눈과 비도 내리고 햇살도 비치고 시원한 바람도 분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나날들이다. 한적한 산정에 올라 청량한 공기 속에서 코로나 블루를 다스려보는 건 어떨지. 단련되지 않은 안일한 몸은 뻐근해도 기분은 뿌듯하고 가뿐하다. 요즘 말하는‘혼산’으로도 당일치기가 가능하니 당장 나서볼 만하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구천동1로 159
-곤돌라 탑승 이용요금: 성인 왕복 1만6000원, 편도 1만2000 , 소인 1만2000원, 편도 9000원
주변 명소 & 맛집
△호국사찰 안국사(安國寺)
적상산 능선 아래에 자리 잡은 아늑한 사찰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승병들의 거처로 쓰이기도 했다. 산 정상에 위치해 있어 숨차게 오르게 된다. 오가는 이 없는 조용한 사찰 안에서 보는 수국과 작약이 아름답고 다람쥐도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맛고을 회관
덕유산 가까운 마을에서 버섯전골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능이와 송이, 노루궁뎅이버섯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다. 육수의 깊은 맛은 물론 갖가지 산채나물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