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이 늘어나고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비만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15일 통계청에서 발간한 ‘2021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비만율은 38.3%로 2019년(33.8%)보다 4.5%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 지방간, 골다공증 등 각종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질환이다. 새해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 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이 되곤 한다.
잠실자생한방병원 신민식 병원장은 일상 속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1·3·5 건강법’을 제안하며 건강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해볼 것을 권했다.
봄은 활동하기 따뜻한 날씨다. 새해 다짐했던 운동 계획을 다시금 되새기며 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늘려보자.
출퇴근길 ‘한 정거장 걷기’로 군살 제거하자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2019년 24.7%였던 유산소 운동량이 2020년 19.8%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연소시키고 심폐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상 속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는 ‘걷기’가 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한 정거장(약 1km) 전에 내려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닿도록 해야 한다. 빨리 걷기 위해 일부러 보폭을 크게 하면 엉덩이 근육을 다칠 수 있으므로 키에서 1m를 뺀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 발 내딛는 게 좋다.
발의 방향도 중요하다. 걸을 때 양발의 끝이 바깥쪽으로 향하거나 발 간격이 좌우로 벌어지는 경우 무릎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팔자걸음이 습관이라면 보도블록의 선을 따라 걸으며 두 발이 11자로 나란히 유지되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다. 또한 쿠션감이 있는 운동화를 착용하면 보행 시 무릎 및 척추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플랭크 3분 버티기’로 전신 운동 및 코어 힘 강화
늘어난 군살을 걷기 운동으로 제거했다면 이제는 근육을 늘릴 차례다. 근육은 체중의 약 40%를 차지하며 인체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몸 중심의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코어 근육은 몸의 균형과 안정성에 기초가 된다. 따라서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코어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으로는 ‘플랭크’가 있다. 플랭크는 엎드린 상태에서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어깨와 팔꿈치가 90도가 되도록 바닥을 지지하는 동작이다. 이때 발끝은 가지런히 모아 세우고 엉덩이가 처지지 않게 주의해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가 일직선을 이루도록 한다. 자세가 바르지 않을 경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확인해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에너지 소모가 큰 운동이어서 처음에는 30초를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꾸준히 연습하며 서서히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신민식 병원장은 “만약 플랭크 동작 후 허리 부위에 통증이 심하다면 허리 근육이 이미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의료진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한방에서는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치료, 한약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 통합치료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5층 계단 오르기’로 엉덩이·허벅지 근육 단련
근육 강화 운동의 효과를 더욱 높이고 싶다면 하체 운동이 효과적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50% 이상이 하체에 분포돼 있어 하체 운동을 병행하면 근육량 증가에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엉덩이 근육이다. 엉덩이 근육은 상체를 받쳐주고 몸을 바로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허리와 상하체 관절 건강까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평소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계단 오르기는 엉덩이 근육과 함께 허벅지 등 하체근육을 자극하는데 효과적이다. 계단 오르기를 5분 동안 하면 수영을 5분 한 것과 같은 열량이 소비돼 체중 관리에도 좋다. 특별한 운동기구 없이 어디든 계단만 있다면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계단을 오를 때는 발바닥 전체를 디디면서 미는 듯한 느낌으로 걸어야 한다. 이때 엉덩이와 아랫배에 힘을 주고 등과 어깨는 곧게 펴는 것이 좋다. 반면 계단을 내려올 때는 체중의 5배 정도의 하중이 무릎에 전해지기 때문에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신민식 병원장은 “군살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다”며 “이번 봄에는 마음만 먹으면 일상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1·3·5 건강법’을 통해 건강한 일상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세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택치료가 일상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재택치료 환자는 199만3986명으로 200만 명에 육박한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증상은 3~5일 이후 해소되는데, 재택치료 기간인 7일 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만큼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강만호 원장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증상을 잘 이겨내는 것뿐만 아니라 일주일 격리로 인한 변화들이 2차적인 질환을 야기하지 않도록 재택치료 기간 동안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고 지압법, 스트레칭 등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며 격리생활 단계별 건강법을 소개했다.
인후통과코막힘 등 증상이 심한 감염 초기엔 닭죽⋅삼계탕⋅도라지차
오미크론 감염 초기에는 목이 간지럽거나 콧물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폐를 공격했던 델타와 달리 오미크론은 코나 목구멍을 공격하기 때문에 가래와 마른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오미크론을 겪은 영국의 보건안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오미크론확진자의 53%가 인후통을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감염 초기에는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체중 감소와 같은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는 것도 치료의 일환이므로 건강한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감염 초기에는 체중 및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되고 체내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육류 중에서도 추천하는 것은 닭고기다. 한의학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는 닭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로회복을 돕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목감기로 인한 가래를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닭고기는 닭죽이나 삼계탕 등 여러 가지 음식으로 섭취가 가능하다.단, 치킨과 같은 튀김류는 자극적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한방차를 자주 마심으로써 코로나19 증상 완화와 함께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다. 곁들이기 좋은 한방차로는 도라지차와 오미자차가 있다.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가래를 제거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오미자는 동의보감에 ‘폐와 신장을 보하며 기침과 피곤함을 치료한다’고 적혀있어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오미자 껍질에 있는 사과산과 주석산은 신맛을 내기 때문에 침샘 분비를 촉진하고 입맛을 되살려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줄어든 활동량으로 소화장애 겪고 있다면 합곡혈⋅족삼리혈지압
감염 증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입맛은 점차 돌아오지만 줄어든 활동량으로 인해 소화불량이나 설사, 복통 등이 생기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소화제를 복용하거나 가볍게 걸으면 증상이 완화되곤 하지만 재택치료 기간에는 약을 구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소화장애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확진자들에게는 ‘합곡혈’과 족삼리혈’ 지압을 권한다. 합곡혈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움푹 패인 곳으로 손등을 바라봤을 때 두 번째 손허리뼈 바깥쪽에 위치해 있다. 10초 정도 강하게 눌러주는 것을5회 정도 반복하면 대장질환 개선과 장운동 촉진에 도움이 된다. 족삼리혈은무릎 바깥쪽 8cm정도 아래 움푹 들어간 부분에 위치한다. 5초간 엄지로 3회 정도 지압하면 소화불량과 가스 배출에 효과적이다.
일상회복을 앞둔 시점엔 무릎 관절 안정성 높이는 ‘무릎 기역자 스트레칭’
재택치료기간 중 우리의 몸은 근육량 감소와 유연성 저하로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그중에서도 무릎은 체중을 직접적으로 지탱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재택치료 이후 갑자기 사용량이 늘면 부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일상회복을 앞둔 시점에는 무릎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높이고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무릎관절 회복에 효과적인스트레칭으로는‘무릎 기역자 스트레칭’이 있다. 무릎 기역자 스트레칭은 말 그대로 무릎을 90도 굽히는 동작이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상태에서 오른쪽 무릎을 직각으로 굽힌 후 발목을 발등 쪽으로 당긴 채로 바깥쪽으로 돌려 자세를 8초간 유지한다. 숨을 천천히 내쉬며 무릎을 완전히 펼치고 동일하게 8초 유지한다. 오른쪽과 왼쪽 각10회씩 총 3세트를 실시한다.
‘인체의 노화는 발로부터 시작된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발 건강관리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젊게 사는 액티브 시니어의 발 건강관리를 도울 스트레칭 방법을 소개한다.
➊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걷기 운동 전후 아킬레스건을 충분히 풀어주면 발바닥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추천하는 스트레칭은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이다. 벽을 바라보고 30cm가량 떨어져 선 뒤 손을 어깨너비로 벌려 벽을 짚는다. 통증이 있는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붙인 채 벽을 밀어준다. 이때 뒤꿈치가 땅에 닿도록 끝까지 눌러줘야 한다. 무릎을 편 상태에서 다리를 최대한 뒤쪽으로 빼고 종아리 뒤가 당겨지는 느낌이 나도록 한다. 같은 자세를 10~15초간 3회 반복한다.
➋ 발가락 스트레칭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려면 발의 유연성과 탄력을 높여야 하는데, ‘발가락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먼저 아픈 발을 반대쪽 무릎 위에 얹는다. 한 손으로 발가락 전체를 감싸 쥔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엄지나 검지를 이용해 발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가볍게 지압한다. 이 상태로 숨을 내쉬며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천천히 당겨준다. 15초간 자세를 유지한 후 힘을 빼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3회씩 3세트 반복한다.
긴긴 집콕의 멀미를 끝내버리고 싶다. 그렇다고 훌쩍 나서기에는 제약이 여전하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멀리 떠나 이 모든 현실이 몽땅 잊힌 옛 일이었으면 좋겠다. 가끔씩 비행기가 날아가는 하늘을 보며 슬슬 봄 타고 싶어진다. 춥고 답답하기만 했던 겨울도, 코로나의 답답한 상황도 잠깐 잊고 오늘은 유럽의 도시 속으로 들어가 보는 랜선 여행이다.
가끔씩 헷갈린다. 여기가 어디였더라? 고개 들어 올려다보거나 눈이 돌아가게 번쩍거리는 첨단의 빌딩, 도시의 골목들이 생경하지 않다. 자본주의 냄새가 곳곳에서 풍긴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들도 거리감이 느껴질 만큼 낯설지 않다. 지하철역도 적당히 수수하고 낡거나 더러는 지저분하다. 날씨조차 서울의 그것을 옮겨놓은 듯 익숙하다. 오히려 이전에 가 보았던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는 내 나름의 유럽적인 느낌이 있었다. 거리에서나 사람들이나 날씨 느낌도 이게 유럽이구나 했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선입견이 있었던 건가. 번화한 도시 베를린이 이렇게 친근할 수가 있어서 편안하다.
드레스덴에서 프릭스 버스로 두 시간 달려서 베를린 동물원 앞에서 내렸을 때도 잠깐 근교 도시로 이동해 온 듯했다. 숙소로 가는 길 주변이 번화했는데도 그저 동네 사람들이 오가듯 유난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기대와 다를 때는 분명 또 다른 것이 나타나 채운다. 이번엔 어떤 것에 내 마음에 꽂힐지 모를 일. 언제 어디서든 실망하거나 기대감이 줄어드는 여행일까 봐 걱정할 일은 없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다가온 현재에 집중하면 일상의 걱정이나 후회에서 해방된다는 말을 믿는다.
한낮, 베를린의 반듯한 빌딩 꼭대기에선 벤츠 자동차 로고가 반짝이며 돌아가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는 무턱대고 나섰다가도 아, 여기 들어가 볼까 해볼 수 있다. 조금 과장해서 건물 안에 들어서면 미술관이고 박물관이다. 혹은 무슨 기념관이거나 추모관이다. 마음먹지 않아도 도시 곳곳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전쟁의 피해자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건축물이나 설치물들이 흔하다 못해 길바닥에서도 볼 수 있다. 그들은 그 모든 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인 듯하다.
브란덴부르크 남단 숲 쪽 방향의 추모공원, 홀로코스트 메모리얼(Holocaust Memorial).
도심 한가운데 제각각의 크기와 높낮이가 다른 네모난 사각기둥이 가득 차 있는 동네가 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는 각기 다른 높이의 2711개의 콘크리트 비석이다.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2차 세계대전 종전 69주년인 2005년에 만들어졌다. 줄지어 선 돌비석의 그림자들이 그분들의 영혼인양 비석 사이마다 추모객들을 마중 나온 듯 짙게 패턴을 이룬다.
시간여행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무릎 아래로 나지막한 높이부터 사람을 푹 파묻히게 하는 비석의 숲으로 들어갈수록 덜컥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당시 포로수용소 가스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유대인들의 막막하고 절망스러운 심정을 애도하기 위한 깊이라고 한다. 잔혹하고 광기 어린 시대의 역사 속에서 살다가 사라져 간 희생자들의 존엄에 함부로 만지기도 기댈 수도 없는 마음이다. 고립된 듯 미로와도 같은 구조물 사이에 파묻혀 보니 그저 절로 묵념이 나온다.
아픔이나 치부를 이렇게 번화한 베를린 시내 중심의 밝은 햇볕 아래 대놓고 드러내 놓은 모습이다. 그 나무 아래서, 널찍한 비석 위에서 자유롭게 앉아 그들을 떠올리고 추모하는 모습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 입구의 낮은 비석들은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곳에 앉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설계자의 의도였다고 한다.
끔찍한 상처나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 서울 어느 동네에 세워진다면 우리 주민들은 어떤 반응은 보일까. 아랑곳하지 않고 소중한 생명을 추모하는 것이 이곳 사람들에겐 하등‘문제없음’이다. 오히려 과거사 사죄의 마음이 담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념물을 세워야 한다는 시민운동이 있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헬무트 콜 총리가 통독 후 이곳 베를린 도심의 땅을 확보했고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스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Holocaust).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수감된 이탈리아 화학자 프리모 레비, 그는 10개월간의 생지옥에서 생환했다. 수용소에서 살아 나와 틈틈이 글을 쓰고 증언 문학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말했다. "이것은 일어난 일이고 또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증언해야 할 핵심이다." 그렇게 과거의 참혹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그가 42년이 지난 67세에 돌연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모든 이들을 위한 독일의 추모 시설이나 추모비는 다양하다. 독일 시민들의 추모 마음도 남다르다. 내가 갔던 쿠담 거리의 카이저 빌헬름 교회 계단에는 지금도 추모의 생화가 드문드문 놓여있었다. 1895년 독일의 첫 번째 황제 빌헬름 1세를 기리기 위해 건축된 교회였지만 1943년 공습으로 처참하게 파괴되어 철거의 의견이 분분했었다. 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알린다는 차원으로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로 한 것이다.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일본의 적반하장의 행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자유분방한 일상의 그들에게 과거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기억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꽤 인상적이다. 누군가 "베를린은 기억의 도시"라고 말한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거듭되는 사과와 남아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종종 보아왔다. 그리고 기억하는 것, 우리에겐 이것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닌 현실이다. 무조건 발뺌만 하는 바로 옆 이웃나라의 의식 수준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을 이곳에 와서 본다.
이런 것을 둘러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엄습하는 긴장감이 있다. 무수한 비석의 홀로코스트 어딘가에 역사 속의 혼령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그들이 살아가는 주변의 이런 흔적들을 보며 굳이 숙연하거나 경건한 모습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 다만 그것이 희망인 듯하다. 나치 학살자의 사진에 적혀있던 '구원의 비밀은 기억에 있다'는 말처럼.
그 도시를 무심히 걷다 보면 그들의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이 확 느껴진다. 그 모습 속에 역사를 대하는 그들만의 일상이 있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의 혼령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게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이 나처럼 무심히 걸어간다.
훌쩍 나서보니 평소에 잊고 살던 것들을 이렇게 들춰내 준다. 한 번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 또 다른 관심을 증폭시키고 호기심을 확장시키는 것, 생각지도 않고 살던 것들이 넌지시 다가와 편식이 심한 내 사고력의 균형을 추슬러 준다. 가끔씩 떠난 천차만별의 여행 중에 이렇듯 한 번씩 생각의 기회가 생긴다. 다행이다. 혹시 식상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떠들었지만.
홀로서기는 인간이 사는 동안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마치 나비가 되기 위해 애벌레가 번데기의 변태 과정을 거치는 것과 유사하다. 가장 안정적인 홀로서기는 오랜 기간 개체의 성장을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예를 들면 아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준비한다. 부모의 품 안에서 경험을 쌓고,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자신을 확장시켜 결국 부모로부터 독립을 이뤄낸다. 그러나 노년기의 홀로서기는 좀 다르다. 체력과 건강을 잃고, 퇴직 후 직업과 수입원을 잃거나, 언젠가는 배우자·친구들을 떠나보낸다. 노년의 홀로서기는 ‘성장’이 아닌 갑작스런 ‘상실’을 기반으로 하기에 액티브 시니어라는 역동적인 단어를 붙인다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움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흔히 노년기의 홀로서기를 준비할 때 자신의 마음속에 바라는 ‘결과’를 먼저 떠올린다.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고, 신체적 건강을 통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 등을 말이다. 이를 위해 재정적으로 철저하게 은퇴 설계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 생활도 찾으며, 여러 질병이 보장되는 보험도 마련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런 것들을 철저히 준비했다 하더라도 마음은 여전히 괴롭고, 자식들 문제, 돈 문제, 주위 사람들과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히려 건강에 더욱 집착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한 자신을 한탄하거나 질투에 휩싸여 결핍을 경험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제2의 인생을 찾아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내면의 상실과 결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런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는 우리가 노년의 홀로서기에 앞서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와 동일한 문제다.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어바웃 슈미트’의 주인공도 바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다.
평생을 몸담았던 보험회사에서 66세에 정년퇴직을 맞이한 슈미트. 아내는 이제 주름 가득한 할머니가 되어 사사건건 자신을 간섭하고, 딸과의 관계는 냉랭하다. 하루에 77센트를 후원하는 탄자니아 꼬마 엔두구에게 편지 보내는 것 이외에는 일상의 공허함을 느끼던 슈미트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내의 죽음과 이후 알게 된 그녀의 외도를 맞닥뜨린다. 설상가상 딸은 물침대 외판원인 ‘놈팡이 같은 녀석’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아내도, 딸도, 친구도, 직장도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져버린 슈미트는 마지막 남은 희망인 딸의 결혼식을 방해하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좌충우돌 부딪치는 그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딸은 놈팡이와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그동안 당연한 듯 슈미트의 삶에 자리 잡고 있던 결과물들이 은퇴 이후 노년기의 문 앞에서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다. 어쩔 수 없이 결혼식 축사 후 화장실에서 홀로 터뜨리는 그의 울음은 그렇기에 더욱 애잔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되돌릴 수 없는 노년의 상실이라는 단단한 벽 앞에 무릎 꿇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눈물에는 좌절과 고통, 깊은 외로움만 담겨 있지 않다. 만약 이런 것들만 남았다면, 그는 축사는커녕 결혼식을 박차고 나가 딸의 비극적인 미래를 냉소적으로 곱씹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동안 살아왔던 슈미트의 방식대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울고 있었다. 이는 자신의 삶에서 노년의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요, 그렇기에 자신을 위한 애도의 눈물이기도 하다. 비록 스스로를 실패자라 생각하지만, 그는 상실에 대한 애도 과정을 거쳤기에 이제 홀로서기를 할 준비를 마쳤다. 그 증거로 슈미트는 엔두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난 무엇을 달라지게 한 거지? 나 때문에 이 세상이 무엇이 더 좋아진 거지?”
슈미트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노년의 홀로서기는 상실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기 전에, 나이 듦에 따라 잃게 되는 것들을 ‘어떻게’ 떠나보낼지에 대한 애도(Breavement)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된다. 상실로 시작되는 노년기를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통합(Ego Integrity)을 이뤄내지 못하면 현상 유지도 아닌 절망(Despair)이 일어나는 시기라 설명했다. 그가 이야기한 통합이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생에 그래야만 했던 것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일이나 실수했던 것들을 받아들이고 수용, 통합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잘 살아냈다는 느낌으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기회를 얻게 된다.
노년의 홀로서기는 과거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물론 자기중심적으로 살거나 고독한 삶이었다면 슈미트처럼 좀 더 시행착오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년의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나 마땅히 이 통과의례를 거치는 동안 떠나보내야 할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며, 새로 맞이할 것들에 대한 채비를 할 것이다. 노년기가 삶의 종점이 아닌 또 다른 제2의 인생을 위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과정임을 이해한다면, 상실의 고통을 겸허히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는 사춘기에서 경험하는 혼란과 방황처럼 또 다른 의미의 ‘늦깎이 성장통’인 셈이다. 이제 슈미트처럼 좌충우돌 부딪쳐갈 당신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시니어들에게 겨울철 운동은 실내외 온도차와 고농도의 미세먼지, 빙판길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시니어들은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고,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근력 운동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척추와 관절 등이 굳어진 상태에서 헬스를 시작한 시니어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시니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상 부위로 허리가 꼽힌다. 흔히 바벨 등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면 허리를 ‘삐끗’하곤 한다. 대부분 척추 주변의 인대와 근육 등이 늘어난 요추 염좌다. 젊은 사람의 경우 삐끗한 허리는 휴식과 찜질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척추 퇴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니어들은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만에 운동에 나서면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적어 부상 정도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허리에 전달되는 부담이 쌓여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돌출되거나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상의 직접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리한 동작’이 84.2%로 가장 높다. 대부분 전문적인 지도 없이 운동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다. 하지만 시니어 중에는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은 구청 혹은 아파트 내 헬스장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수강료도 전문가의 코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시니어들의 건강한 헬스를 위해서는 몸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정이 먼저다. 일례로 척추기립근 강화에 좋은 시니어용 플랭크 동작을 살펴보자. 플랭크 동작은 엎드리고 팔꿈치를 바닥에 댄 상태에서 어깨와 90도가 되도록 몸과 머리를 일직선상에 맞추고 버티는 자세다. 시니어의 경우 30초도 버티기 힘들고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해질 수 있다. 대신 기존 플랭크 자세에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양손을 일직선으로 펴고 버티는 동작을 하면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중량의 기구로 근력 운동을 하고 싶은 시니어라면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고중량으로 운동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관절이 삐끗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낮은 중량으로 반복된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근력을 늘리는 데 충분하다.
두 번째로는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된 자세는 오히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특정 관절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순간 부상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운동법 등을 다룬 콘텐츠가 많다. 이를 주의 깊게 숙지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헬스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헬스 운동 이후 요추 염좌를 겪은 시니어에게는 어떤 조치가 우선돼야 할까. 가장 먼저 충분한 휴식이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냉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며 2~3주간 경과를 보자. 만약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허리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요추 염좌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면 자생한방병원의 동작침법(MSAT)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침을 놓고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제어하는 응급침술이다. 특히 동작침법의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 통증 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의 요통 경감 효과는 일반 진통제보다 5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헬스를 하며 겪을 수 있는 허리디스크도 비수술 접근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 치료와 약침 등이 병행된 한방 통합 치료는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척추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한의사가 척추와 주변 조직을 손으로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척추를 바로잡아준다. 제자리를 벗어난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해 생긴 염증 제거에 약침이 쓰인다.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이 담긴 자생한방병원의 신바로 약침은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항염 및 조직 재생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노화에 따라 근육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80대의 근력은 30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감소증과 관련 있는 관절염, 당뇨, 보행장애 등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근력을 지켜야 한다. 단, 근육을 지키려는 과도한 욕심은 오히려 허리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헬스에 나선 시니어들이여 조심하자. 참으로 신경 쓸 게 많은 나이다.
허리 건강에 도움되는 스트레칭
버드독 스트레칭 ▶ 버드독 스트레칭은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동작이다. 등부터 허리, 골반, 엉덩이, 복부 근육까지 고루 단련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양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동시에 곧게 뻗는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하루 10회 3세트 실시한다. 하지만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시니어의 경우 이 자세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다리 또는 팔 한쪽만 들고 복부에 힘을 준 상태에서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작이 익숙해졌다면 위 설명대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뻗는 자세로 이어나간다.
데드버그 스트레칭 ▶ 누워서 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으로 데드버그 스트레칭이 있다. 이 동작은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복부 근력을 발달시킴으로써 허리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천장을 향해 양손을 뻗는다. 무릎을 구부리고 다리를 한쪽씩 들어 올려 골반과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한다. 이어 왼팔은 머리 위로 오른쪽 다리는 쭉 뻗는다. 천천히 되돌아와 양쪽을 번갈아가며 하루 3회 3세트 실시한다. 만약 무릎 들기가 힘든 시니어라면 사진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동작을 진행하자. 이어 반대쪽 손으로 허리를 지지한 채 운동해도 된다.
올해 가장 긴 명절이었던 설날이 끝났다. 5일간의 긴 연휴였던 만큼 일상으로의 복귀 이후 명절 후유증을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설은 팬데믹 속 네 번째 맞이한 명절에 적응한 영향인지 연휴를 보내는 방식이 다양했다. 지난해 가족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으로 귀성길에 오른 사람도 있었고, 긴 연휴를 기회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또 명절 시즌에 단기 수입을 얻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알바족도 등장했다.
일산자생한방병원 김영익 병원장의 도움말로 귀성족, 호캉스족, 알바족 각 유형별로 주의해야 할 근골격계 증상과 일상 회복에 도움을 주는 스트레칭을 알아보자.
고향에 간 ‘귀성족’, 장시간 운전에 엉덩이·허리 뻐근하다면 ‘폼롤러 엉덩이 스트레칭’
최근 한 구인구직 플랫폼의 조사 결과 직장인 절반인 50.6%가 귀성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보다 14%p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귀성길과 귀경길에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엉덩이와 허리가 뭉치기 쉽다. 이때 뭉친 근육을 풀어주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명절 후유증으로 몸이 쉽게 피곤해지거나 요통이 생길 수 있다.
명절이 끝난 시점에도 지속적으로 통증이 남아 있다면 ‘폼롤러 엉덩이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왼손으로 땅을 짚고 옆으로 누워 왼쪽 엉덩이 밑에 폼롤러를 놓은 다음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세운다. 왼쪽 발목을 오른 무릎에 올리고 엉덩이를 지그시 눌러 폼롤러를 밀고 당긴다. 1~2분 근육을 풀어준 뒤 다시 오른 다리를 구부려 세워 몸을 밀고 당겨주면 된다. 이어 오른발을 왼 다리 앞으로 넘기고 동작을 반복한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실시하여 1세트를 총 3회 반복하면 된다.
혼자서 풀기 힘든 엉덩이 근육을 폼롤러로 자극해주면 엉덩이 근막이 이완되는 효과가 있다. 엉덩이를 포함한 하체의 대부분을 눌러주기 때문에 순환을 촉진하고 손상된 근육의 회복을 돕는다. 둔부 주위로 많은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통이 느껴질 수 있지만 꾸준히 반복하면 통증이 완화된다.
일산자생한방병원 김영익 병원장은 “둔부는 상체와 하체 중간에서 허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엉덩이 근육이 뭉치면 허리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며 “스트레칭 후에도 일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과 함께 추나요법이나 침치료와 같은 한방치료를 받는 것이 척추 질환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연휴 만끽한 ‘호캉스족’, 잘못된 자세로 목 통증 생겼다면 ‘갸우뚱 스트레칭’
연휴의 절반 이상을 호텔에서 푹 쉬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에 2박 이상 연박으로 예약한 건수는 지난해 대비 11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오랜만에 긴 연휴를 맞이해 제대로 쉬어보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내에서 무심코 취하는 편한 자세는 목뼈(경추) 뿐 아니라 주변 근육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높은 베개 등 침구류를 이용할 경우 목과 어깨가 긴장하게 돼 뻐근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경직된 목 근육은 머리로 향하는 혈관을 압박해 만성피로로 이어지기도 쉽다.
호캉스를 즐기고 난 후 목에서부터 어깨 부근까지 묵직하게 당기는 느낌이 든다면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갸우뚱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킬 필요가 있다. 갸우뚱 스트레칭은 말 그대로 고개를 기울여주는 동작이다. 바르게 앉거나 선 상태에서 고개를 양쪽으로 기울여 좌우 번갈아 4초간 유지한다. 이후 고개를 대각선 방향으로 젖히고 기울인 자세를 좌우 4초간 유지한다. 좌우 대각선 동작을 한 세트로 총 5회 반복하면 된다. 목을 당길 때 어깨가 함께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설 연휴 ‘알바족’, 뭉친 어깨 근육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몸통 돌리기 스트레칭’
평소보다 시급이 높은 명절 시즌에 단기 수입을 얻으려 하는 ‘알바족’도 많았다. 지난달 한 구인구직 앱에서 성인남녀 12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로는 ‘설 연휴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30.4%)’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설 연휴에 높게 책정되는 시급(18.4%)’도 중요한 조건으로 나타났다. 귀성이나 호캉스 등의 계획이 없는 사람들이 집에 있기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서빙이나 매장관리 업무는 반복적으로 어깨를 사용하게 되는 만큼 어깨 관절에 큰 부담을 누적시킨다. 만약 연휴 동안 어깨를 많이 사용했다면 일상회복을 위해 어깨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권한다.
추천하는 스트레칭은 ‘몸통 돌리기 스트레칭’이다. 양손을 깍지 껴 팔을 앞으로 뻗은 후 몸통을 좌우로 3회 천천히 회전시킨다. 시선은 정면에 고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손을 위로 뻗어 동일한 방법으로 스트레칭한다. 이를 1세트로 총 3회 반복하면 어깨 근육과 인대의 피로를 풀 수 있다.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데 말이다. 이에 아쉬운 대로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과 전조 증상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국내 고혈압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평상시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65세 이상 인구서 환자비율 2배 높아져
고혈압만큼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치료라고 말하지 않듯 당뇨병 역시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을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골절 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에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이 좋다.
한제호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하지 통증으로 보행 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두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곧 치유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릎 통증․붓기 지속하면 퇴행성관절염 의심
무릎 관절은 평지를 걸을 때 체중의 3~4배, 내리막길에선 체중의 5~6배의 무게를 지탱한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다리가 맞닿는 내측 무릎에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자세에서 통증이 생기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이나 수면 시 통증이 심해지고, 아주 심할 경우 일상적인 보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동영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살 부위 뻗치는 통증 1~2주 지속하면 고관절질환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고관절 질환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로 발생하는 일차성 고관절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고,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까지 불가능해진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흔쾌히 하고 싶은 인터뷰는 아니었다 고백하고 시작해야겠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신분 확인이나 팩트 체크가 어려울 수 있고, 독자의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게다가 상대는 작가.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상대는 실력을 겨루는 느낌까지 들어 신경이 쓰인다. 그럼에도 그를 모시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연구해온 부자가 되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카메라 앞이 아닌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부자들이 고백한 돈 버는 비밀 말이다.
명칭에서 느껴지듯 유령작가, 즉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는 흔한 직업이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치후원금 등의 이유로 출판기념회가 필요한 정치인의 회고록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성공담,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가의 자서전 등의 출판물을 집필하는 이름 없는 작가를 말한다. 출판사의 기획의도나 의뢰인의 목적에 맞게 대신 글을 써주고, 본인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 대필 작가이기 때문에 고스트라이터라 불린다.
출판업계의 이름난 구원투수
이 유령작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터뷰 후 그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해야 했다. 사진 속 가면을 쓴 그의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겠지만, 사실 그는 꽤 번듯한, 막 중년이 된 사내다.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의 팀장으로 활동 중이며, 출판계에서는 꽤 이름난 작가로 본인 이름으로 낸 자기계발서도 10권이 넘는다.
그가 고스트라이터가 된 것도 출판사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괴팍한 부자 의뢰인의 등쌀에 못 이겨 다른 작가들이 연이어 쓰러졌을 때 편집자가 그를 찾았고, 단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글솜씨와 친화력, 빠른 일처리 등의 장점이 그를 곤란할 때마다 찾는 업계의 대표적인 ‘구원투수’로 만들었다. 의뢰인의 성향이나 과거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습관을 따라 하거나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고집스러움은 그를 롱런하게 했다.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최근 출간한 한 권의 책이다. ‘히든 리치’란 제목 그대로 숨겨진 부자들을 만나 부를 형성한 과정과 현재 자산의 정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물어본 책이다. 그는 과거 유령작가로 활동하면서 작성한 집필 노트를 오랜만에 들여다보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직장인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저 역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은 이 세계에서 가정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인데, 직장에서의 소득은 충분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니까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손에 쥔 것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을지, 어떻게 시드머니를 준비할지 고민하던 중 본가에서 대필 작업할 때의 노트를 발견했고, 일반인들이 따라 할 수 있게 내용을 엮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단지 과거의 노트를 요약해 끄적인 책은 아니다. 과거 대필해주었던 책 속 주인공이나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을 다시 찾아 노크했다. 그러고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현재 자산은 얼마입니까”, “처음 시작할 때 수중에 얼마가 있었습니까”, “어떻게 자산가가 될 수 있었습니까”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정성껏 대답해주진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중에서 성심껏 취재에 응해준 24명의 이야기를 자산 형성의 유형별로 구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그는 책에서 부자의 유형을 일단 아끼고 보는 ‘고전형’, 위험을 무릅쓴 ‘전투형’, 자신의 전문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안전형’, 천재에 가까운 ‘변칙형’, 물려받은 자산을 늘린 ‘보수형’, 감을 갈고 닦아 수단으로 삼은 ‘천리안형’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뻔하지만 따라 하기 힘든 비결
그는 이 책을 부자가 되고 싶은 대중을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이야기했는데, 읽어본 소감을 더하자면 부자가 된 사람들의 세밀한 사례집에 가깝다. 그들의 자산 형성 과정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나온다. 더 매력적인 것은 다양한 부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산의 규모로 보면 상대적으로 수수한(?) 백억대 부자에서부터 수천억대 자산가의 이야기도 다룬다. 직업이나 자산 형성 과정도 다양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공통점은 바로 ‘돈에 대한 욕망’이었다. 모두 남에게 쉽게 지지 않을 만한 욕망의 소유자로 느껴졌다. 작가도 동의했다.
“책 속에 등장한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얼마면 무릎을 꿇을 수 있냐? 1만 원? 10만 원? 쉽게 대답하지 못했죠. 그랬더니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라면 1원에도 꿇는다. 돈이 생기는 일인데 무릎 꿇는 것이 무슨 대수냐며 말이죠. 그럼 절을 한다면 얼마를 주겠냐고 되묻기도 했어요. 저울질 따위는 필요 없죠. 다만 작은 돈과 큰돈이 있을 뿐이죠. 돈에 대한 욕망을 바탕에 둔 실용적 사고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기기 힘들어요. 아마 그 과정에서 비리나 부정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겠죠.”
아끼고, 발품 팔고, 돈을 놀게 놔두지 않고,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돈 버는 기본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덕목은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부자가 되는 비결은 이 기본기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아니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사실 책 속 부자들의 자산 모으는 방법은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이에요. 하지만 부자들은 그 뻔한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실천했다는 점이 다르죠. 실제로 만나보면 같은 정보를 접하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민감성이나 실천력의 차이가 매우 커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평범한 사람들도 ‘나도 도전해야겠다, 나도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욕구가 생기길 바랐어요.”
빚투 그리고 재테크
작가는 복권이나 코인에 매달리는 청춘들에게도 조언을 전했다. 최근 경제지를 중심으로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들이 직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기대하지 않고, 코인이나 주식에 매달리는 ‘빚투 열풍’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20대의 복권 구입 비용은 코로나 이전보다 300% 넘게 증가했단다. 그러나 실제 부자들을 만나보면 월급쟁이 부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회가 계층화되고 고착화되었다는 분석이 많죠. 사다리가 치워져 젊은 세대가 계급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를 길이 잘 안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블록체인, 메타버스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은 젊은 직장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요. 사실 이런 첨단 분야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죠. 정보를 가지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일반인은 호재가 있을 때 삼성전자에 투자하지만 기술과 공정, 소재를 이해하는 사람은 관련주에 투자해 더 큰 이익을 얻기 마련이죠. 마치 용의 머리는 작게 움직이지만 꼬리는 크게 휘청이는 것과 같아요. 기술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능력은 회사 생활에 전념하지 않으면 생겨나지 않죠. 또 그들이 근무하는 판교나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어떤 회사가 망해 나가고, 빈자리에 어떤 회사가 들어오는지, 주변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투자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옛날처럼 큰 시드머니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최근의 투자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갈수록 기회도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마음만은 청년’인 시니어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책을 자세히 보면 직업상담사나 창업 컨설턴트들이 하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는다.
“은퇴 후 평생 직업이었던 분야를 접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 도전하시는 분이 많잖아요. 하지만 성공 확률은 대단히 낮죠. 부자가 되는 방법도 비슷해요. 본인이 직장 다닐 때 잘 알던 해박한 분야에서 더 공부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노력이 더 유리해요.”
흔히 몇 차례 소심한 시도가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 재테크 무용론자가 되기 십상인데, 이 책에는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된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각종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재테크의 전형 같은 부자도 등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부자가 목표는 아니더라도 재테크는 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큰돈을 벌지 않더라도 재테크는 누구나 해야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부는 팽창하고 있고, 세상 사람들은 조금씩 부자가 되고 있어요. 모두 다 움직이고 있는데, 나 혼자만 멈춰진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 돼요. 사회가 부유해지는 것에 맞춰 재테크를 통해 나의 재산을 조금씩 늘려야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요. 재테크는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일이 된 셈이죠. 과거에는 가만히 있어도 시간의 흐름만으로 연공서열에 따라 월급이 오르고 집값이 올랐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관심을 갖고 흐름에 맞춰 함께 달려줘야 해요.”
뒷조사까지… 부자들의 ‘면접’
각 분야의 성공한 명사들을 취재하다 보면 첫 만남은 ‘테스트’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본인을 상대하는 기자의 능력이나 이해도가 어느 수준인지 궁금해한다. 일종의 면접이다. 작가는 “부자들 중 대부분이 그런 테스트를 즐기고, 상대가 대필 작가라면 그 강도는 훨씬 세진다”고 말했다.
“간단히 훑어보거나 몇 마디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테스트’가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도 흔해요. 감당 못 할 만한 행동을 던지고 반응을 보는 경우도 있어요. 약속 시간에 늦는다거나, 들어주기 힘든 부탁을 하는 식이죠. ‘이거 하면 얼마 버냐’며 묻기도 하고. 또 말없이 빤히 쳐다보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단답형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부자도 있었죠. 제 뒷조사를 몰래 한 분도 있었어요.”
그 까다로운 면접들을 어떻게 통과했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뿐 다른 비결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저 비굴해 보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난 부자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작가는 간단히 유형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부자와 같은 스테레오 타입은 오히려 만나기 힘들다고 그는 설명한다.
“최근에는 젊은 부자들이 많아져서, TV 속 회장님 같은 분은 그리 많지 않아요. 자린고비 같은 타입이 있는 반면, 설렁설렁 있는 대로 벌고 쓰고 하는 사람도 있죠. 애써 공통점을 찾자면 본인들이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에요.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가족을 위해 애쓰셨던 분이에요. 흔히 부자가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등을 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가난한 부모에 가정사가 행복하지 않은 분이었는데, 부자가 된 뒤 가족에게 베풀면서 사시더라고요. 흔히 알고 있는 부자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분이셨죠.”
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작가는 부자가 되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 어떤 길을 가고자 할까?
“아직 부자가 되진 않았죠. 많은 이들과의 교류 속에서 배우려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의 비법이나 투자 방법 등을 서슴없이 알려주는 분도 많아요. 부자들은 자기 비법을 숨긴다는 것도 옛말이죠. 그렇다고 당장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회사원 신분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책의 구분법으로 설명하자면, 지금은 ‘고전형’과 ‘안전형’의 방식을 따르는 정도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를 바탕으로 기회를 엿보는 중입니다. 다만 부자들과 함께하면서 저 스스로를 그들과 동일시하거나 혹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곁에 있다 보면 그들에 대한 대접을 저에 대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그저 삶의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게 유지해나가고 싶습니다.”
차 한잔 마실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뜻일까. 용암정 별서(別墅)엔 별반 있는 게 없다. 물가에 정자 하나 세우고 끝! 조선의 별서치고 이보다 가뿐한 구성이 다시없다. 별서란 요즘 말로 ‘세컨드 하우스’다. 상주하는 살림집 인근의 경치 좋은 곳에 지은 별장으로, 사교와 공부와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었다. 그래 일쑤 멋 부려 꾸몄다. 연못을 파거나 정원을 꾸리고, 객실을 보태기도 했다. 용암정은 다르다. 치레를 극구 삼갔다. 은자의 심중은 허허롭다. 차 몇 잔이면 하루가 가득 찬다. 그러니 정자 외에 무엇을 덧붙일 것인가.
용암정은 거창의 경승지인 위천(渭川) 중에서도 빼어나다는 요수천 계곡에 있다. 예로부터 신선이 살 만한 동천이라 이름난 골이다. 가을이 깊어 물가에 서린 고적한 정취가 짙다. 숲에선 단풍이 곱게 무르익다 못해 어느덧 잎잎이 지상으로 추락한다. 발길에 밟히는 마른 낙엽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짠해 정이 간다. 접때는 은성한 초록 잎이었던 게 순식간에 저물다니. 이게 잎사귀만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나. 목숨 가진 것들 모두 머잖아 시들 수밖에 없다. 나날이 조락으로 가는 길이다. 가을은 이렇게 문득 삶의 순리를 바라보게 한다. 낭만과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인 계절이지만 그 뒷면엔 서러운 게 있다.
용암정으로도 낙엽이 분분히 흩날려 내린다. 고요한 눈길을 매달고 하늘하늘 내려오는 낙엽들. 스산하다기보다 애틋한 정경이라 가슴을 파고든다. 물가에 덩그러니 홀로 있는 늦가을의 정자 하나. 이는 어쩌면 내향적 풍경의 절정이다. 거기엔 뭔가 사람을 위무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그대여, 지친 마음을 여기에서 내려놓아라, 야윈 등을 기둥에 기대고 까짓것 세상 근심일랑 헹구어라. 정자가 그리 속삭이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면 정자란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 전위적 시설물이다. 사람의 마음을 끌어안는 시(詩)이자 추상화다. 하기야 정자를 폼 잡자고 지었으랴. 허영으로 지었으랴. 마른 멸치대가리처럼 누추한 게 삶일망정 마음을 돋워 생기를 얻을 방편으로 지은 공간일 것이다. 정자에 올라 자연으로 진입, 뿔과 발톱이 없어도 야성으로 생동하는 초목을 닮고자 지은 ‘정신의 집’일 테다.
용암정은 향촌의 선비 임석형(林碩馨, 1751~1816)이 지은 별서다. 그는 행실과 학문이 빼어나 당세는 물론 후세까지 추앙받았다더라. 그의 가문에는 벼슬길에 오르기보다 초야에 묻히기를 좋아하는 풍조가 대대로 이어졌다. 청빈을 삶의 꽃으로 삼았던가 보다. 임석형 역시 가풍의 영향을 받아 출세에 뜻을 두지 않고 평생 백수로 살았다.
예나 지금이나 재물과 권세라면 껌뻑 넘어가는 게 사람이다. 임석형은 여기에서 예외였다. 취직을 한 바 없어 생계는 팍팍했겠지만 배포는 태산이었나? 그는 적게 먹고도 유유하게 노니는 재능을 발휘했다. 일러 안빈낙도다. 생의 절반쯤을 백수로 살며 찬연한 족적을 남긴 연암 박지원을 비롯해, 조선의 인걸들 중엔 궁색한 호구에도 아랑곳없는 뚝심으로 기차게 활갯짓한 아웃사이더가 많았다. 임석형이 바로 이 늠름한 계보에 속한다. 그는 숲을 소요하는 낙을 최상으로 쳤다. 용암정을 지어놓고 읊조린 노래가 이랬다. ‘이곳에 만약 학을 탄 나그네가 찾아온다면/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숲에서 늙으리라.’
숲 사이 계곡으로는 물이 흐른다. 덕유산과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냇물이 합쳐진 물길로 수정처럼 맑다. 깊디깊은 산골짝 물도 아닌 것이 티 없이 순수하니 희한하다. 여름철엔 여기서 텀벙, 저기서 풍덩, 물놀이하는 이들이 숱하다. 늦가을의 물은 차가워 물빛조차 푸르다. 파란 유리를 얹어놓은 듯이. 물 위로는 당싯당싯 낙엽이 떠내려간다. 물 아래는 숫제 낙원이다. 크리스털로 세공한 양 투명한 물고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풍처럼 몰려다닌다. ‘초사’(楚辭)에서 어부가 말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는다.’ 청정한 물에서 담백한 처신의 방법을 읽은 셈이다. 임석형이 청명한 물을 그윽이 관조할 수 있는 냇가에 정자를 지은 이유가 또렷해진다.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 요란한 소동을 청류로 빗자루 삼아 쓸어냈을 테다. 그런 뒤에야 풍류도 옹골찬 법이다.
물만이 용암정의 뜻과 멋을 돋우는 건 아니다. 보라! 희디흰 기암괴석이 지천으로 널브러져 한바탕 경연을 벌이는 게 아닌가. 물에 발목을 담근 바위들. 바위의 무릎을 베고 누운 소(沼). 바위벼랑을 쏜살처럼 내닫는 물살의 아우성. 이를 일러 임석형은 ‘하늘의 작품’이라 했다. 이곳을 ‘별유천지’라 일컬었다. 물과 바위의 컬래버레이션은 늘 성황리에 펼쳐지게 마련이다. 옛 선비, 자그만 정자 하나 짓고 볼 것 다 봤다. 큰돈 안 들이고 놀 것 다 놀았다. 풍류란 돈으로 살 수 없다. 주저앉은 생각을 탓할망정 주머니 사정 핑계될 일이 아니다.
답사 Tip
위천변엔 호젓한 오솔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다시 경승을 만날 수 있다. 용암정 위쪽에는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와 강선정이, 아래쪽으로는 요수정과 수승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