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에는 회식과 모임이 늘어 술 마실 일이 잦아진다. 이때 과음과 과식은 누구에게나 좋지 않지만, 특히 통풍 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름진 음식과 과음이 통풍의 악화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통풍(痛風, gout)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 조직에 침착되는 병이다. 요산은 음식이 간에서 대사되고 생기는 최종 분해 산물로, 쌓이면 결정체로 변해 염증을 유발한다. 통풍은 극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증상은 발가락, 손가락, 무릎 등에 잘 나타나고 심하게 붓고 빨갛게 변하며 손도 못 댈 정도로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요즘같이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에는 혈액 속 요산 침착이 활성화돼 염증이 심해져 증상이 더 악화된다.
김문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표현처럼 여성의 출산과 비교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며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만성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어 꾸준한 치료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통풍 환자 계속 늘어…비만 남성 특히 조심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통풍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43만 3984명에서 2022년 50만 8397명으로 환자 수가 늘었다.
2022년 기준 남성 환자는 여성 환자보다 12.8배 많았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단백질과 알코올 섭취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은 콩팥의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반면,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된다. 특히 비만 남성은 통풍 고위험군으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 자체가 체내 요산 생성을 증가시키고, 신장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떨어져 요산 배설이 원활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와 잦은 회식으로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은 젊은 남성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김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첫 증상 후 통증이 있을 때만 치료하고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통풍 결절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는 때도 있다”며 “관절 손상 외에도 신장 기능 저하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과음·과식 피하고 적정 체중 유지해야
통풍은 흔히 맥주를 많이 마시면 걸리는 병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주종과 무관하게 알코올이 들어간 모든 술은 통풍의 위험성을 높인다. 알코올은 콩팥에서 요산 배설을 억제해 혈중 요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맥주는 효모, 보리 등 퓨린 함량이 높은 성분이 들어가 다른 술보다 더 위험하다. 또한 음주량이 많을수록 통풍의 위험이 올라가 과도한 음주는 삼가는 것이 좋다.
통풍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통풍 치료에는 통증을 완화하는 항염증제와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의약품을 쓴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음,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퓨린 함량이 많은 음식(내장, 고기, 치킨, 등푸른생선 등)의 섭취를 줄이고, 액상과당이 함유된 음료수나 가공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저지방이나 무지방 유제품, 곡류, 채소, 과일, 달걀, 해조류 등 지방이 적은 식품은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는 소변으로 요산 배설에 도움을 줘 통풍에 효과가 있다.
김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깅, 등산, 수영 등 적당히 땀을 흘릴 수 있는 유산소운동은 통풍 예방에 좋다”며 “무엇보다도 식단관리와 함께 요산 수치를 낮추는 꾸준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겨울은 시니어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계절이다. 추운 날씨 탓에 몸이 잔뜩 움츠러드는 데다 마치 몸에 기름칠이 덜 된 것처럼 허리에 뻐근함과 통증이 자주 나타난다. 겨울철 척추 질환을 완화·예방하기 위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인대를 유연하게 만들어 보자!
브리지(허리 들어 올리기)
약해진 엉덩이 근육과 허리 뒤쪽에 신전근을 강화해 허리 안정성을 높인다. 또한 앞 허벅지 근육인 대퇴사두근을 이완시켜 신체 앞뒤 불균형을 해소하는 운동이다.
1. 척추를 완전히 붙이고 누워 두 무릎을 세운다. 양발은 골반 너비로 벌리고 양 손바닥으로 바닥을 지그시 눌러준다.
2. 엉덩이, 꼬리뼈, 척추 순으로 바닥에서 떨어뜨리듯이 들어 올린다. 턱을 약간 당기고 복부 긴장을 유지해 허벅지, 엉덩이, 허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집중한다. 무릎과 발이 바깥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8초간 유지한다.
3. 척추, 꼬리뼈, 엉덩이 순으로 천천히 몸을 내린다. 10회씩 총 3세트 실시한다.
데드 버그(팔다리 뻗기)
누워서 하는 코어 운동으로, 복부 근력을 발달시키고 허리 안정화에도 도움을 준다. 이 운동은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골반 아래까지 숨을 끌어내린다는 느낌으로 복식 호흡한다.
1.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누워 양손은 천장을 향해 뻗는다.
2. 무릎을 구부린 후 양다리를 들어 올려 골반과 무릎 모두 직각으로 굽힌다.
3. 숨을 내쉬며 복부에 힘을 주고 왼팔은 머리 위로 넘기고, 오른쪽 다리를 쭉 뻗는다.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와 양쪽을 번갈아가며 실시한 후 총 10회 반복한다.
“저는 환갑이 지났는데도 귀에 거슬리는 게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네요, 허 참. 나와 생각이 달라도 그렇고, 옷차림도 말투도 여전히 거슬리는 것투성입니다. 공자님은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하셨는데 말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간 철남 씨가 주문한 순댓국이 나오기 전에 툭 내뱉습니다.
공자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산전수전 다 겪고 70세가 넘은 공자(孔子)가 자신의 삶을 회고합니다.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스스로 섰고(三十而立), 40세에 미혹되지 않았으며(四十而不惑), 50세에 천명을 알았고(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귀가 순해졌고(六十而耳順), 70세에는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
나이가 육십갑자(六十甲子) 한 바퀴 돌면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 될까요? 공자 나이 60세가 되어 천지 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게 된 데서 나온 말이 ‘이순’이라고 합니다.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고, 남이 하는 말을 순순히 받아들인다고도 해석되는 ‘이순’. 필자도 앞으로 4년이 지나면 예순이 될 텐데 ‘이순’ 경지에는 감히 이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디쯤 속하는지 떠올리면서 같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열다섯에 왜 공부해야 하는지 도통 몰랐고, 서른에 등 떠밀리듯 결혼했고, 마흔에는 유혹에 빠져 미친 듯이 방황했고, 쉰에 겨우 정신 차릴 즈음 가족이 흩어졌고, 육십엔 여차하면 시비에 휘말리는 꼰대가 되더니, 이제 칠십 바라보며 노망날까 두렵기 짝이 없네요.”
그날 저녁 자리에 함께 있던 순욱 씨가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쉽니다.
60·70·80대 1000만 시대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950만 명(전체 인구의 18.4%, 통계청 발표)에 이르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추세라면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환갑을 넘어 칠순, 팔순, 구순에 이르는 인구가 불과 2년 뒤엔 1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귀도 순해져야 하고(60, 耳順), 하고픈 대로 해도 민폐가 되지 않아야 하고(70, 從心), 정말 나이별로 숙제가 태산입니다.
반면 유엔(UN)은 2015년에 이미 체질과 평균수명, 사회적 역할과 역량의 변화를 고려해 인간 생애주기에 따른 새로운 연령 기준을 정의했습니다. 태어나서 17세까지가 ‘미성년’(Underage), 18~65세 장장 50년 가까이 ‘청년’(Youth or Young People), 66~79세가 ‘중년’(Middle Aged)이랍니다. 80세 넘어서야 겨우 ‘노인’(Elderly or Senior) 축에 들고, 100세를 넘겨야 ‘장수 노인’(Long-lived Elderly) 대접을 받습니다.
8년 전에 나온 새로운 연령 기준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웃고 말았습니다. 당시 필자는 40대였기 때문에 5060 세대랑 한 집단으로 묶이는 게 매우 불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세월 무서운 줄 모르는 철부지였으니까요. 2023년 만으로 쉰다섯 살 먹은 필자는 이제야 유엔이 정한 나이 기준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백세시대, 환갑에 다시 시작하는 청춘
유엔 연령 기준대로 생생히 살아내신 분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1920년 4월 23일생으로 현재 103세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입니다. 지팡이 없이 꼿꼿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청중을 만나는 김 교수는 책과 강연,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에서 75세까지이고,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65세에 정년 퇴임한 뒤 할 일이 더 많았다는 그.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내기 시작했고, 이후 정부기관, 기업체,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대학에서 강의할 때보다 훨씬 많이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전 누굴 만나든지 90세 전엔 늙지 마라, 늙을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30, 60, 90세까지 세 단계를 살게 됐으니까요.”
30세까지는 내가 나를 키워가는 단계이고, 65세까지는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단계이며, 90세까지는 그동안 받은 것을 나누며 사회를 위해 일하는 단계라고 구분합니다.
김 교수는 60세쯤 되니까 조금 철이 드는 것 같고, 75세쯤까지는 성장을 하는 것 같다며, 76세 즈음에 제일 좋은 책들이 나왔다고 자평합니다. 그는 99세가 되어서야 일간지 두 곳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연간 100회 넘는 강연과 글쓰기로 일상을 보내는 그는 늙지 않는 정신력으로 신체와 균형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95세쯤 되니 정신력이 쇠락한 신체를 업고 가더라며, 50대가 되면 기억력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창조하는 능력인 사고력은 오히려 그때부터 올라간다며 우리를 안심시킵니다.
나이에 주눅 들지 않기
그렇다면 필자처럼 코앞에 닥친 예순, 이순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103세 김형석 교수가 60대에게 준 말씀을 다시 새깁니다. “인생에서 열매를 맺은 기간은 60대였던 것 같다. 그래서 60대엔 제2의 출발을 해야 한다. 독서로 대변되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놀지 말고 일하라. 과거에 못 했던 취미 활동도 시작하라.”
올해 구순인 필자의 시어머니, 87세 친정아버지, 82세 친정어머니 세 분 모두 60대에도 현역이었고, 지금도 일터에서, 밭에서 일손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친정어머니 김초자 여사는 최고령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1020 손주 세대와 얘기하는 게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오늘 점심에 전화했더니 어제 노인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부석사로 졸업여행 중이라고 자랑하시네요. 친정아버지 박성옥 선생은 젊어서부터 보던 ‘명심보감’(明心寶鑑)이며 일본어 교과서를 몇 번이고 필사하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엄살을 부리십니다. 겉절이 담근 이야기를 하다 어떤 낱말이 맴돌기만 하고 퍼뜩 떠올리지 못하는 제게 ‘우거지 아니냐’며 보란 듯이 건재함을 증명해내시는 분이 바로 시어머니 조진실 여사입니다.
귀가 순해지기 위한 방법을 한참 궁리하던 차에 김형석 교수부터 필자의 양쪽 부모님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총명’(聰明)이 그것입니다. 귀 밝을 총(聰)과 눈 밝을 명(明)이 합쳐진 총명은 남의 소리를 잘 듣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 남의 입장과 처지도 밝게 살피는 지혜를 뜻합니다. 때로는 같이 사는 강아지나 길에서 만난 고양이, 시들어 말라가는 관음죽이 내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총명입니다. 비단 밖의 소리뿐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줄 줄 알아야 총명과 이순이라는 경지를 맞이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물어볼 줄 아는 마음 : 공자의 구슬
공자가 진(陳)나라를 지나갈 때 어떤 사람한테 귀한 구슬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하나뿐인 구멍에 실을 꿰려는데 구슬 구멍이 아홉 구비나 구부러져 있어 아무리 해도 꿰어지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공자는 마침 뽕잎을 따고 있는 아낙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낙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꿀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이니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공자는 시키는 대로 곰곰이 생각하다 그 말뜻을 깨닫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러고는 개미 한 마리를 붙잡아 허리에 실을 잡아맨 다음 개미를 구슬 한쪽 구멍으로 밀어 넣고 다른 편 구멍에는 꿀을 발라놓고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꿀 냄새를 좇아 반대편 구멍으로 나온 개미 덕분에 실을 꿰는 데 성공했다는 이 고사는 ‘공자천주’(孔子穿珠)라고 합니다. 송(宋)나라의 목암선경(睦菴善卿)이란 선사(禪師)가 편찬한 ‘조정사원’(朝廷事苑)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공자님 일화로 가르쳐줍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신분이 높든 낮든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묻고 스승으로 삼으려는 공자의 마음을 우리도 배운다면, 나이 먹는 두려움과 서러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위로해봅니다.
청춘 제대로 즐기는 법 : 여여여 인생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나이에 구애됨 없이 멋지게 청춘을 즐기려면 여백과 여유, 여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백(餘白) - 글씨나 그림이 꽉 들어차면 보는 사람이 숨이 막히고 답답해집니다. 빈자리나 행간이 적당히 있어야 숨통이 트이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 말만, 그것도 일제강점기부터 피난 시절까지 고생한 얘기 수백 번 한다고 알아주는 자식 드뭅니다. 대화에도 여백을 주어야 쌍방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여유(餘裕) -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실수를 줄여서 시간을 벌 때가 많습니다. 나이 들수록 조급증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늦다고 재촉하고, 더디다고 성화를 낼 게 아니라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를 부려봅시다.
▶여지(餘地) - 평소에 “난 한번 한다고 하면 여지없이 확실한 사람이야”라고 자부하다가 큰코다친 경험이 있다면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말의 틈이나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고 상대방을 가차 없이 몰아세우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지가 있어야 그 사이로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 서로가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남이 하는 말이나 내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귀도 순해지고, 우리 삶이 순풍에 돛 단 듯 멋진 항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환갑 만세! 청춘 만만세!
최근 ‘어싱’(맨발로 땅을 밟고 걷기)이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주변 공원의 흙길, 등산로에만 가도 맨발로 산책을 즐기는 ‘어싱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맨발로 걷다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으니 스트레칭으로 발 건강부터 챙기자.
발바닥 스트레칭
족저근막을 직접 풀 수 있는 동작으로, 족저근막의 유연성과 탄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1. 의자에 앉아 아픈 발을 반대쪽 무릎 위에 얹는다.
2. 한 손으로 발가락 전체를 감싸 쥐고 다른 손으로 엄지나 검지를 이용해 발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가볍게 지압한다.
3. 이 상태로 숨을 내쉬며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천천히 당긴다.
4. 15초간 자세를 유지한 후 힘을 빼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3회씩 총 3세트 반복한다.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발바닥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동작으로, 종아리 뒤쪽 근육과 발뒤꿈치를 연결해주는 아킬레스건의 탄성을 회복시켜 걷기 운동 전후 부상 예방에 효과적이다.
1. 벽을 바라보고 30cm가량 떨어져 선 뒤 손을 어깨너비로 벌려 벽을 짚는다.
2. 통증이 있는 발은 뒤로 빼고 반대쪽 발은 앞으로 내민다.
3.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붙인 채 체중을 앞으로 실어 벽을 민다.
4. 무릎을 편 상태에서 다리를 최대한 뒤로 빼고 종아리 뒤가 땅기는 느낌이 나도록 한다.
5. 같은 자세를 10~15초간 유지하고 처음 자세로 복귀한다. 전체 동작을 3회 반복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화를 늦추는,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책을 펴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를 비롯한 17명의 전문가들은 노화와 슬로우 에이징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올바른 관리법을 전달하기 위해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를 최근 출간했다. 책은 총 2부로 나뉘어 있으며, 신체 부위별 키워드를 중심으로 1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노화 역설계: 노화 과정을 탐구하고 지연한다’에서는 암, 뇌, 정신, 운동, 입 안, 소화 기관, 식단, 변비라는 키워드를 통해 노화의 여러 증상과 예방법을 소개한다. 2부 ‘노화 재설계: 노화 과정을 측정하고 재설계한다’에서는 얼굴, 피부관리, 눈, 귀, 무릎, 갱년기, 전립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나이 듦에 따른 심신의 변화와 젊게 사는 방법을 말한다. 부록에는 여러가지 슬로우 에이징 의료서비스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저자로 참여한 소화기내과, 신경과, 종양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치과 등 분야별 전문의들은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최신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위한 지침을 책에 담았다.
특히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뇌와 소화기관, 관절 등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제시하며, 수면 장애 등 정신 건강과 갱년기, 전립선 관련 질환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책에서는 이상 기능과 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한 영양관리, 피부관리, 운동방법 등 꾸준한 건강관리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사진 및 이미지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 저자인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기대 수명이 늘고 고령화 되어가는 사회를 보면서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을 넘어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서 “노화의 진행 속도를 조절하고 늦추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오늘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내일을 살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픈 무릎은 시니어에게는 일종의 훈장이다. 중장년층의 단골 질환으로 꼽히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400만 명 돌파
남성 140만 명, 여성 277만 명
2배가량 많음(‘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영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9년 기준
의료진이 꼽은 퇴행성 관절염 주요 원인은 ‘연골’
무릎 연골은 우리가 걷거나 뛸 때 충격을 완화해 주는 핵심 조직이다. 그러나 연골에는 신경이 존재하지 않아 연골이 손상되거나 얇아지는 것을 알기 어렵다. 무엇보다 퇴행성 관절염은 회복이 힘들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무릎 건강관리 방법은? ‘예방’이 답이다.
치명적으로 무릎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연골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연골은 기본적으로 콜라겐과 관련이 있다. 연골에서 수분을 제외하면 75%는 콜라겐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연골의 탄성은 콜라겐에서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노화가 진행되면 콜라겐은 급속하게 감소한다.
즉, 연골 건강을 위해서는 몸속 콜라겐을 채워줘야 한다. 그러나 ‘콜라겐’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음식 속 콜라겐 피부나 관절까지 도달 안 됨 (돼지 껍질, 소 연골, 닭 날개 등)
일반 식품 콜라겐 분자 구조와 크기가 체내 콜라겐과 달라 흡수와 도달 어려움
인체 동일 구조인 ‘저분자 콜라겐 펩타이드’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를 통해 저분자 콜라겐 펩타이드 섭취 후 피부, 관절 등 각종 조직에 콜라겐이 도달되는 것이 확인됐다.
콜라겐을 먹어 관절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원료를 반드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아니면 식약처의 기능성 평가를 따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건강기능식품 중 ‘피부’가 아닌 ‘관절’에 대한 기능성을 인정받은 콜라겐 원료는 시중에 많지 않아 잘 따져봐야 한다.
아픈 무릎은 시니어에게는 일종의 훈장이다. 좁은 부엌에서 땡볕이 내비치는 밭에서 혹은 도심의 높은 계단을 열심히 오르며 치열하게 살아온 탓이다. 통계만 확인해 봐도 무릎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수가 4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남성 환자 140만 명에 그친 반면, 여성 환자는 277만 명으로 2배가량 많은 수치를 보였다.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은 퇴행성 관절염의 주요 원인으로 ‘연골’을 지목한다. 무릎 연골은 우리가 걷거나 뛸 때 충격을 완화해주는 핵심 조직이다. 뼈와 뼈가 맞닿으며 마모되는 것을 방지하고, 관절이 빠지지 않도록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무릎 질환에 취약
그 중요한 역할과는 달리 연골에는 신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의 마모돼 그 충격이 뼈에 전달되기 전까지 연골이 손상되거나 얇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연골이 손상되어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알아챈 이후에는 회복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연골에는 혈관도 존재하지 않아 닳아버린 조직이 재생되거나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다. 두께 3mm 남짓의 얇은 조직이지만 소중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무릎 연골에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방바닥에서 식사부터 수면까지 모든 일상이 이뤄지는 좌식생활이 무릎 건강에는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양반 다리’라고 부르는 바닥에 앉는 방식 역시 연골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노화도 무릎에 건강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여성의 50대 이후에서부터, 남성은 60대 이후서부터 환자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 환자가 더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연골이 더 얇기도 하고, 운동부족이나 비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폐경’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호르몬의 변화가 연골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치료과정 고통스러워, 미리 예방해야
무릎 건강이 시니어에게 치명적인 이유는 삶의 질이 급속도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무릎 통증이 심해지면 살림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외부 활동도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걷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생계유지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질환과는 달리 쉽게 수술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심각하게 악화된 무릎 관절을 수술하는 방법으로 ‘인공관절 치환술’을 선택하게 되는데, 말 그대로 무릎관절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금속 관절을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당연히 수술 후 통증도 적지 않고, 일정기간 물리치료도 견뎌야 한다. 수술을 경험해 본 환자들은 “치료 효과는 뛰어나지만, 그 과정이 출산에 비교될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증언한다. 치료가 끝나도 금속으로 만든 관절이다 보니 사람의 무릎만큼 자연스럽게 움직여주지도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에는 제대혈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연골 재생 치료도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 보편적인 치료로 꼽힐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받는다.
건강기능식품 ‘관절’기능성 확인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가장 좋은 무릎 건강관리 방법은 ‘예방’이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치명적으로 무릎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연골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
연골은 기본적으로 콜라겐과 관련이 있다. 연골에서 수분을 제외하면 75%는 콜라겐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연골의 탄성은 콜라겐에서 나온다. 마치 연골 속 수분을 감싸고 있는 질긴 풍선같은 성질을 띤다. 연골 세포를 단단하게 묶어주고 무게를 견디는 기둥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노화로 인한 콜라겐의 상실이다. 노화가 시작되면 콜라겐은 급속하게 감소한다. 20대부터 매년 상실돼 40대에는 20대의 절반 밖에 남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연골 속의 콜라겐도 노화의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한때 우리 사회에서 돼지 껍질이나 소의 연골, 닭 날개에 콜라겐이 많다며 피부 미용과 관절 건강을 위해 무턱대고 먹는 일이 늘어났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식 속 콜라겐 성분은 소화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뿐 피부나 관절까지 도달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저분자 콜라겐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알려져 많은 콜라겐 제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저분자 콜라겐이라고 모두 피부와 관절까지 도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식품 콜라겐은 분자구조가 크거나 체내콜라겐과 구조가 달라 실제 흡수와 도달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인체동일구조인 ‘저분자 콜라겐 펩타이드’ 형태로 섭취하면 체내 흡수율과 효과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를 통해 저분자 콜라겐 펩타이드 섭취 후 피부, 관절 등 각종 조직에 콜라겐이 도달됨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콜라겐을 먹어 관절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원료를 반드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아니면 식약처의 기능성 평가를 따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건강기능식품 중 ‘피부’가 아닌 ‘관절’에 대한 기능성을 인정받은 콜라겐 원료는 시중에 많지 않아 잘 따져봐야 한다.
어깨충돌증군은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마찰이 발생해 염증과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온수 샤워나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하는 것도 긴장된 어깨 근육을 풀어주고 , 스트레칭으로 어깨충돌증후군을 예방하자.
견관절 이완 스트레칭
어깨와 목 근육을 전체적으로 풀어주는 동작으로, 평소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견관절의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1. 편안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몸의 긴장을 푼다.
2. 숨을 깊게 내쉬면서 시옷(ㅅ) 모양으로 양팔을 벌리고 손바닥이 앞을 향하도록 한 후 가슴을 활짝 편다.
3. 자연스럽게 호흡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뒤로 젖혀 15초간 유지한다.
4. 다시 숨을 천천히 내쉬며 고개를 앞으로 숙여 양손을 무릎 위로 모은다.
5. 15초간 자세를 유지한 후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같은 동작을 총 3회 반복한다.
극하근 스트레칭
어깨 회전근개 중 뒤에 위치한 극하근을 이완시키는 동작으로, 팔을 들어 올리거나 돌릴 때 느껴지는 통증과 불편감을 줄여준다.
1. 아픈 팔이 밑으로 가도록 옆으로 눕고 온몸의 긴장을 푼다.
2. 바닥에 붙어 있는 팔꿈치를 구부려 바닥과 수직으로 세운 뒤 가볍게 주먹을 쥔다.
3. 주먹 쥔 손의 손목을 다른 손으로 잡고 서서히 숨을 내쉬면서 아래쪽으로 내린다.
4. 어깨나 팔에 땅기는 느낌이 오면 멈추고 30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5. 힘을 풀고 제자리로 돌아와 30초간 휴식을 취한다. 같은 동작을 총 3회 반복해 하루 3세트 실시한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날씨마저 쌀쌀해지는 요즘. 자생한방병원이 노인들의 척추∙관절 건강관리에 팔을 걷어 붙였다.
대전∙분당자생한방병원(병원장 김창연∙김경훈)은 지난 18일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충청북도 영동군 영동농협과 경기도 성남시 수정노인종합복지관에 각각 진료소를 열고 한방 의료봉사를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는 노인들의 근골격계 통증이 심해지는 시기다. 낮은 온도에 척추∙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가 수축하고 유연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무릎 관절염 환자 수는 9월 54만 9625명에서 10월로 접어들자 3만명 가량 늘어난 57만 7366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각 병원 의료진과 임직원들은 진료소를 방문한 노인 230여 명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한방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먼저 척추·관절 질환을 진단하고 환자에 따라 맞춤형 건강상담이 이뤄졌으며 이후 세부 증상에 맞는 본격적인 한방 치료가 진행됐다. 이와 더불어 환절기 기력 회복을 돕는 한약과 함께 한방파스도 전달됐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경로의 달이자 효(孝)의 달인 10월에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고 위안을 드리고자 하는 취지로 이번 의료봉사를 진행했다”며 “노인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이어지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전국 자생한방병원∙자생한의원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생의료재단은 나눔 문화 형성을 위해 의료사업 수익을 다양한 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봉사와 함께 독거노인, 소외된 이웃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구호활동,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수여 등의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중년은 왜 외로울까. 부와 명예를 쌓으며 인정받던 사회에서 물러나면서 오는 1차 충격. 그리고 위로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데서 오는 2차 충격이 있다.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된 가족마저 그들을 외면한다. 마음 둘 곳 없는 중년이 정신적인 고립에 빠져 있다. 극복 방법은 없는지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배드민턴 운동을 좋아합니다. 30대 때 운동을 시작해서 10년 정도 치다가 쉬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무릎이 안 좋아져서 힘들더라고요.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거죠.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1962년생인 김찬호 교수는 최근 자신이 겪었던 배드민턴 일화를 얘기했다. 당시 그는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중년이 받아들이기 제일 어려운 일은 ‘상실’”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중년의 정신적 위기는 바로 ‘상실’에서 시작된다.
돈만 벌다 보니 어느새 고립
김찬호 교수는 중년의 고립에는 사회적인 원인이 있다고 봤다. 현재의 40~50대(1983~1964년생)는 어떤 성장의 시간을 보냈는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그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자본주의 체계에서 일에 몰두하는 삶을 살다 보니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단절됐다.
“IMF 이전에는 노동시장 바깥에서도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어요. 이웃끼리 친하게 지냈고, 친척과의 왕래도 잦았죠. 그러니까 퇴직하고 나서도 외롭지 않았어요. 그런데 IMF 이후에는 삶이 생존이 됐어요. 주부들도 일터에 나가야만 했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력투구했죠.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기 어려워졌고요. 그나마 맺는 관계는 권력 관계나 이해관계였죠. 고립으로 가는 지름길이 만들어진 거예요.”
김 교수는 중년의 고립에 대해 “여유 없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산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들은 오직 ‘돈 잘 버는 것’이 목표인 삶을 살았다. 좋은 대학교, 좋은 직장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노력해서 산 만큼 자녀 양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자녀는 자신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했고, 명문대나 대기업 등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은 자녀가 대신 실현해주기를 바랐다.
“중년의 기러기 아빠(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아내와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버지)가 많은데, 그들을 단적인 예로 얘기해볼게요. 기러기 아빠는 가족으로부터 오는 정서적인 통로가 다 막힌 상태에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일에만 몰두합니다. 자기 내면도 가꾸지 못한 채로요. 그러다가 돈 버는 것을 못 하게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죠. 가족들은 이미 아버지를 돈 버는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돈 잘 버는 것이 중요한 사회에서 실직, 퇴직, 사업 실패 등 일자리 상실은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제 남은 건 좌절감과 패배 의식뿐이다. 그래서 창피한 마음에 중년은 고립되기를 자처하는데, 그런 존재를 가족들도 환영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10~20대 자녀는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불편해한다. 사회적 고립이 가정 내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년에는 자기와 화해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자기를 온전하게 수용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맞아들여요. 그런데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니까 남한테 그 사랑을 요구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꼰대가 되고 권위주의자가 되는 거예요. 인정 결핍을 가진 굉장히 빈곤한 사람이 됐다고 할 수 있죠. 자녀한테 대접받고 싶으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자녀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자신의 얘기만 하려고 하면 누가 좋아하나요? 다른 사람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족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정신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방법
김찬호 교수는 저서 ‘대면 비대면 외면’에서 ‘고독’에 대해 흥미로운 표현을 했다. ‘고독’이라는 글자에 각각 ‘립’(立)을 붙이면, ‘고립’과 ‘독립’이 된다는 것. 사람들은 독립을 추구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흐를 때 고립에 이르고 만다. 그래서 스스로 독립을 훈련할 수 있다면 타인과의 만남도 한결 충실해진다.
중년이 스스로 독립하고자 한다면, 김 교수는 마음의 공간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공간이 작기 때문에 소통의 부재가 일어나고, 결국 고립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얘기를 정리해 보면, 퇴직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상실감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조직에서 주어진 것을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을 살았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지 못했어요. 그런데 퇴직을 하면 온전히 스스로 하루 24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크게 나눠보면 건강, 일, 재정, 그다음에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네 가지를 하나하나 오랜 시간 동안 점검해봐야 합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뭔지, 필요한 게 뭔지 알 수 있어요. 인간관계가 부족해서 개선하면 거기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일을 하고, 그래서 건강도 회복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김찬호 교수는 “인생 점검이 끝나면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고립되는 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자신의 스토리가 없거나, 또는 있어도 그 스토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라고 설명했다.
“저희 아버지가 올해 99세입니다. 요즘 아버지를 뵈러 일주일에 세 번은 가는데, 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주에 한 번 갈까 말까였어요. 아버지가 60년 동안 같은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정말 지겨웠거든요. 그러다가 최근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걸 즐거워하신다면 기꺼이 들어드리기로 마음을 바꿨죠. 아버지는 분명 스토리가 있는 분이에요. 여기서 스토리란 잘 살아온 삶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한 스토리밖에 없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아버지가 왕년에 잘나갔을 때 얘기보다 힘들었을 때 얘기를 해주시면 훨씬 더 와닿고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그다음은 실전이다. 김찬호 교수는 자신의 취약함, 콤플렉스, 열등감 등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마주하라고 조언했다. 스토리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면서 풍부해지기 때문. 김 교수는 모임 활동을 추천하면서, “익숙한 사람끼리 계속 모이는 것은 좋지 않다. 새로운 모임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워 자기 변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자신이 만들어지면 안 쓰던 마음의 근육을 쓰게 돼 단단해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인간은 시간의 노예다. 우리는 흐르는 시간에 매여 있지만 시간을 창조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면서 “다음 세대에는 좋은 세상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달라지길 바란다. 저도 아버지와의 대화를 늘린 이유는 충만해진 제 마음이 퍼져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김찬호 교수. 현재 중년의 시기를 잘 보내야 외롭지 않은 노년을 맞고, 행복한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중년을 넘어 노년은 죽음을 향해 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동아리 단체 채팅방에 50명 정도 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죠. 요즘 부친상, 모친상 비보가 많이 올라오는데, 20년 후에는 본인상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결국 마지막에는 한 사람이 남겠죠. 그 한 사람은 얼마나 고독하고 쓸쓸할까요? 디지털 세상에서 진짜 고립된 거죠. 이런 고립을 대비해 미리 예행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