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한여름 더위가 기승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몸을 지치게 하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훌쩍 떠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은 요즘, 브라보가 서울 사는 ‘1970년생 영숙’ 씨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림휴양지 3곳을 꼽아봤다.
서울시 중구 기준으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초여름 숲의 싱그러운 경치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잠시 여유를 찾아 역병과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줄 ‘산캉스(산+바캉스)’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성인처럼 삼성(三聖)산에서 누리는 푸른빛 힐링, 삼성산산림욕장
삼성산은 안양시 명칭이 유래한 곳이다. 고려가 세워지기 전의 일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금주(지금의 시흥)와 과주(지금의 과천)를 점령하기 위해 삼성산을 지나다 산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오색구름을 목격했다. 이때 홀연히 나타난 능정이라는 승려가 “이곳에 절을 짓고 안양사라 칭하면 태평성대를 이룬다”고 말했고, 이에 왕건이 절을 세워 안양사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다. 이때의 안양사는 폐사되고 없다. 하지만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뜻하는 ‘안양’이 지명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안양사는 1950년대 후반 유명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재창건한 사찰이다.
삼성산의 ‘삼성’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윤필대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산산림욕장에서는 성인이 된 듯 삼성산 일대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에서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삼성산산림욕장은 안양예술공원 입구에서부터 안양사와 제1·2전망대를 지나는 5km 구간이다. 관악산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삼성산은 안양예술공원 주차장 인근의 마애정 옆 작은 샛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라면 1전망대나 2전망대를 거쳐 삼막사까지, ‘등린이’ 시니어라면 1전망대까지만 오르기를 추천한다. 이번 주말에는 성인처럼 녹음 속에서 마음 수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타고 떠나는 치유와 힐링의 숲, 계양산산림욕장
계양산산림욕장은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인천 명소다. 봄에는 튤립꽃 전시를,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어 수도권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계양산의 명소는 둘레길과 장미원이다. 이 외에도 계양산성과 문화회관, 어린이공원, 어린이과학관 같은 다양한 즐길거리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산림욕장 내에는 계양산 능선을 따라 ‘치유의 숲길’, ‘측백나무길’ ‘하늘길’ ‘우리꽃길’ ‘해맞이길’ 등 계양산 둘레길로 향하는 다양한 산책 코스가 마련돼 있다. 이 중에서 무장애데크길이나 계양산성 탐방로는 걷기가 편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연로한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들도 함께 이용하기 좋다. 특히 무장애데크길 옆에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가 곳곳에 있어 매력적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시니어에게 무장애데크길을 추천한다.
계양산 둘레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언택트 여행지 100곳’에 선정된 바 있다. 야외 관광지이면서, 자체 입장객 수를 제한해 거리두기 여행이 가능한 관광지로 인정받았으니 마음 놓고 다녀와도 좋겠다.
한 마리 학처럼 자유로와 한강, 북한까지 관망하는 심학산산림공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심학산은 조선시대 왕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궁궐을 도망나왔는데, 이 곳에서 찾았다고 해서 ‘학을 찾은 산’, 심학(尋鶴)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학이 좁은 궁궐에서 벗어나 심학산에서 탁 트인 전망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추측을 부를 정도로 심학산은 멋진 전망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 올라 감상할 수 있는 서해의 낙조가 일품이다. 이 외에도 파주출판단지와 자유로, 한강 하구, 김포, 관산반도를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심학산만의 매력이다.
심학산은 다른 산에 비해 높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심학산 둘레길 역시 난이도가 높지 않아 무릎이 좋지 않은 시니어도 운동 삼아 걷기에 적당하다. 우거진 숲이 햇빛을 가려주니 무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심학초교에서 약천사,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의 끝에는 정상전망대가 있다. 날이 좋다면 저 멀리로 북한까지 볼 수 있다. 또 전망이 가장 좋은 낙조전망대도 있다. 멀리 나서지 않고도 빨갛게 저무는 노을을 보며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심학산 둘레길을 걸어보자.
“아이고 허리야, 비가 오려나.”
이상기후로 인해 기온이 널뛰고, 날씨가 변화무쌍한 요즘이다. ‘어르신 일기예보’가 기상청보다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곤 한다. 쨍쨍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맞출 정도이니,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말할 법하다.
쑤시는 무릎이 기상청의 비 예보보다 정확한 이유가 있다. 관절은 습도와 기압에 민감한 기관이다. 장마철이 되면 관절이 팽창해 통증이 심해지고 붓기가 심해지며, 저기압일 때 통증을 더 잘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일반적으로 관절염이나 신경통을 기저질환으로 앓고 있는 어르신들의 통증이 악화되는 이유다.
호주 라트로베대학의 한 연구진은 습도가 높고 온도가 낮으면 관절염 환자의 통증이 30%가량 증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관절염 환자의 92%가 습도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고, 절반은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대답한 연구 결과도 있다.
기상청은 2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장마철이라고 해서 관절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란 법은 없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간단한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관절염을 완화시킬 수 있다. 우선 눅눅함을 없애기 위해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을 조심해야 한다. 습기를 제거할 필요는 있으나 찬바람이 도리어 관절통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종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는 “수건이나 얇은 담요 같은 도구로 관절 주위를 따뜻하게 덮어주면 에어컨 바람으로 인한 관절통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내외 온도차를 5~10도 이내로 유지할 수 있도록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시니어들은 방바닥보다 의자에 앉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윤종현 전문의는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어도 관절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자에 앉아서 지내야 관절통이 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벼운 계단 오르기 같은 운동은 근력을 개선시켜 관절통을 줄이는 데 좋다. 하지만 계단 내리기 운동은 관절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내려갈 때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자녀를 둔 젊은 부부 상당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남보다 가까운 가족에게 자녀를 맡기는 경향이 높다. 그러다보니 바쁜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주로 조부모인 시니어의 몫이 된다.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가구는 2019년 기준 250만 가구에 달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지만 육아를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손목과 허리, 무릎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미 약해진 관절에 많은 무리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립국어원은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한데 묶어 ‘손주병’이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일주일에 47시간을 일한다. 주 40시간 일하는 일반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일하다보니 어느새 손목터널증후군,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병이 조부모를 찾아온다. 손주를 돌보다보면 몸과 마음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손목터널증후군 예방,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 자주 풀어야
손주병은 조부모의 손목 관절부터 위협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이름과 달리 손바닥이나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전체 환자의 3분의 1이 5060 여성일 정도로 시니어 여성에게 위협적인 질병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손목 터널 자체가 좁아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손이 잘 붓고 뼈와 근육이 약해져 발생 확률이 더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을 자주 주무르거나 엄지와 검지, 중지가 자주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치할수록 증세가 악화돼 자다가 잠에서 깰 정도로 손이 저리고 손가락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윤종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아이 들기, 안아주기, 기저귀 갈기, 설거지, 청소 등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일들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일상적으로 손가락과 손목을 굽히는데 사용하는 힘줄들 사이에 있는 정중신경이 심하게 눌리면서 손저림이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윤 교수는 "일을 잠시 중단하고 손저림이 사라질 때까지 손과 손목의 피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따뜻한 찜질이나 손목과 어깨의 이완운동도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예방이 최고의 치료법인 만큼, 중간중간 일을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를 자주 풀어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으로 허리 근육 풀어 척추관협착증 완화
황혼 육아를 도맡은 시니어의 허리는 쉴 날이 없다. 아이가 운다고 서둘러 안고 달래고 씻기다 보면, 이미 노화가 진행된 근육과 관절 등에 무리한 하중과 압력이 가해진다. 손주를 돌보다 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시니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니어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연 평균 7만 명씩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166만 명에 달했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주 발병 요인인 질병이다. 하지만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면서 오래 서있으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다리저림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 척추 중앙의 척추관, 신경근관 등이 좁아져 허리 통증을 느끼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넓은 부위에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누워있거나 앉아서 쉬면 증상이 없어진다는 게 디스크와 다른 점이다. 허리를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고 구부리면 완화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차이점이다.
30분 이상 걸었을 때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엉덩이가 빠질 듯 아프거나 바로 누워 자는 것이 불편해 새우잠을 자는 경우에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윤종현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에 걸리면 오래 걸을 때 다리저림이 발생한다. 오래 서있거나 걷지 말고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라며 "허리 주변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거나 신뢰할 수 없는 이웃과 함께하는 노인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5세 이상 노인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 살면 우울증이 생길 위험이 1.5배 높아진다. 또 이웃과 신뢰 관계가 없는 곳에서 거주하면 우울증 발병 위험이 1.8배 커진다.
박종 조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진은 2017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6만7417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가 우울증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지역을 네 그룹으로 나눴다. 농도가 가장 낮은 지역(0∼22g/㎥)을 1그룹 지역,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26∼36g/㎥)을 4그룹 지역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곳에 사는 노인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1그룹 지역에 사는 노인에 비해 4그룹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1.5배 높았다.
박종 교수는 논문에서 “초미세먼지가 증가할수록 우울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럿 나와 있다”며 “초미세먼지가 인체로 들어가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 발생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은 초미세먼지 독성에 대한 저항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초미세먼지를 몸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다른 기저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웃 간 신뢰가 없는 곳에 사는 노인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1.8배 높았다. 이웃과 좋은 관계는 우울증 예방 효과가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완충 역할까지 도맡는 셈이다.
이번 연구로 걷기 활동이 노인 우울증에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제시됐다. 걷기 등 활동을 꾸준히 하는 노인은 우울증이 발생할 확률이 34%나 낮았다.
박 교수는 “걷기 활동은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해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고 우울 증상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바른 걷기 운동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걷기 전후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적절히 체온을 올려야 근육 이완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허리→무릎→다리→발목→목→어깨→팔→손 순서로 스트레칭을 진행하도록 권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제시한 '한국인을 위한 걷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준비 운동이 끝나면 5분간 천천히 걷다가 속도를 올린다. 운동을 마무리할 때도 5분간 천천히 걷는 정리운동을 해야 한다. 또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은 건강한 70세 노인 기준으로 ‘노래는 못해도 대화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한 번에 오래 걷기보다 매일 꾸준히 걷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노래는 못해도 대화는 할 수 있는’ 운동 강도 기준으로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걸으면 우울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다. 다만 팔자걸음이나 안짱걸음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잘못된 자세는 도리어 발과 무릎, 고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여행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여행문은 여전히 빗장이 걸려 있다. 정부에서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관광 시장이 모두에게 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시니어들은 여행 대신 국내를 중심으로 한 야외 활동을 선택했다. 코로나19 탓에 대면 활동이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시니어들은 어떤 활동을 하며 자신을 달래고 있을까?
임팩트피플스가 50대 이상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행을 대신할 활동을 시도한 시니어 중 35.2%가 등산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캠핑 22.2%, 낚시 17.1%, 골프 11.1%, 차박 6.9% 순이었다.
왜 등산일까?
시니어들은 등산의 장점으로 ‘건강에 좋다’ 63.7%, ‘힐링과 스트레스 이완’ 56.2%,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 39.6% 등의 이유를 꼽았다(중복 응답).
등산은 캠핑, 낚시, 골프 같은 다른 활동보다 비교적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누릴 수 있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체력을 키울 수 있고 답답함도 해소할 수 있어서다. 활동별 지출 비용을 조사한 결과 골프를 즐기는 시니어의 47.8%는 ‘2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의 40.3%는 ‘3~5만 원’을 지출했다고 응답했다. 즉 등산은 비싼 장비 없이 가볍게 동네 뒷산부터 시작할 수 있어 시니어들의 인기를 끈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 1위도 등산이었다. 그 이유로는 ‘따로 준비 없이 바로 즐길 수 있어서’, ‘특별한 장비 구매 없이 쉽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같은 반응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시니어 A씨는 “집 안에만 있어 기분이 울적했는데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 우울함이 다 사라졌다”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등산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니어 B씨는 “무릎이 약해져 건강한 운동 방법을 찾던 도중 젊을 때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산에 가봤다”며 “산에 가니 생각보다 좋았다. 등산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뒷동산부터 시작하는 걸 권한다”고 설명했다.
등산, 시니어에게 무엇이 좋을까?
시니어들의 공통된 의견을 살펴보면 등산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에 좋다’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체의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운동으로 등산을 추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등산이 골격 성장에 도움을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산을 오르고 내릴 때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보행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산행은 체중 부하가 근골격계에 자극이 돼 골밀도를 높이고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등산은 유산소 운동으로 순환계와 호흡계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등산을 하면 심장의 용적이 커지고 탄력성이 증가해 혈관이 깨끗해지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포에서 산소를 이용하는 효율도 높아진다. 심폐기능은 주 3~4회 1년 정도 등산을 할 경우 심박출량(1분 동안 심장을 수축해서 뿜어내는 혈액 양)이 12~13% 정도 증가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등산은 활발한 위장 운동을 도모해 소화기 질환에 좋을 뿐 아니라 칼로리 소모를 통한 지방 감량에도 효과적이다. 산에 오를 때 초기에는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후에는 지방을 연소하며 시간당 소모되는 열량은 600~1080kcal다. 8~11km를 달리는 데 소모되는 열량과 유사한 셈이다.
무릎 부상에 취약한 시니어, 안전한 산행 필수
등산을 하면 울퉁불퉁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장시간 걸어야 한다. 부상 위험도 여기에 발생한다. 특히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무릎 관절 퇴행 증상이 많아 사소한 동작만으로도 파열될 수 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보통 체중의 5~7배에 달하는 하중이 무릎에 전달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경사가 가파른 길을 내려갈 때는 무릎이 120도 이상 과하게 구부러지는 동작을 취하게 되고, 무릎에 더욱 과한 압력이 가해진다.
등산 후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인대와 힘줄 손상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무릎 연골 연화증도 의심해 볼 수 있다. 무릎 연골 연화증은 무릎뼈 안쪽의 연골이 무리한 자극을 받아 말랑말랑해지면서 균열이 일어나 결국 연골이 소실되는 질병이다. 무리한 등산을 자주 하거나 계단이나 언덕을 자주 오르는 경우, 무릎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연골이 빠르게 소실되고, 무릎 주변 인대와 힘줄 손상이 잘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등산을 위한 슬기로운 방법
그렇다면 건강한 등산을 위한 슬기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의 몸이 최고 상태로 움직일 수 있게 산행 전 스트레칭이 필수다.
가슴과 무릎, 발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서고 허리를 약간 편 상태에서 평지보다 좁은 보폭으로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산에 오른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거나 무릎을 짚은 반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금물이다. 뒷짐을 지고 오르는 것도 호흡이나 관절 모두에 좋지 않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하중이 무릎과 발목에 더 많이 실리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양팔을 가볍게 흔들고 무릎을 살짝 굽혀 보폭을 줄이는 것이 무릎과 발목 충격을 줄여준다. 힘들다고 터벅터벅 걷지 않도록 주의한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는 것도 안전한 등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발목까지 보호할 수 있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산행 시 지팡이나 스틱을 사용하면 하체에 집중되는 하중을 30% 정도 분산시킬 수 있다.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방 안에 두 남녀가 마주 앉아 있다.
이들은 얼핏 보기에도 이미 노년의 부부로 남자의 상투 튼 하얀 머리칼은 숱이 헐렁하고, 눈가에도 주름이 자글하다.
웬일인지 옷을 다 벗고 있는 남자의 몸은 흘러내린 가슴팍처럼 어깨랑 팔도 노쇠해 뼈가 드러나 보인다. 그럼에도 글을 읽는 선비는 아닌지라, 한평생 노동으로 다져졌을 몸은 비록 근육이 빠졌지만 팔이나 허벅지도 아주 기력이 없는 노인의 것은 아니다.
그 앞에 앉아 치마를 걷고 다리를 벌려 음부를 드러낸 여자는 그의 부인인 듯한데, 남편을 바라보는 눈길이나 입 모양이 뭐라 채근하는 듯하다. 남자는 비스듬히 앉아 자신의 성기를 들어 올리고 있는데, 기운이 왕성하지는 않지만 나름 발기력을 유지하고 있어 자신의 성기를 아내의 음부에 삽입하려는 중인가 보다. 젊은 남녀의 섹스처럼 뜨거운 열기가 피어나고 홍조가 얼굴에 담기고 흥미진진하지는 않아도, 나이 든 부부는 바야흐로 은근하게 방사를 시작하려는 모양새다.
그들이 앉아 있는 방 안은 아마도 화가가 자신의 의도를 쉽게 드러내고, 그리는 편의를 위해 사면의 벽이니 창문이니 방문을 생략해버린 탓에 휑하지만, 그들은 담과 촘촘한 나뭇가지로 가려진 둘만의 오붓한 공간에서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안전하다. 남자가 앉은 쪽으로는 담쟁이 같은 넝쿨식물이 벽을 따라 기어오르고 있고, 여인네 쪽의 대나무와 무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늘을 향한 나뭇가지를 통해 그들의 피어오르는 성욕과 남자의 식지 않은 성 능력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단원의 낙관인이 찍혀 있긴 해도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춘화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정제 최우석의 것이 유명하고 품격 있는데, 그중에서 나라의 화가였던 단원과 혜원의 춘화는 더욱 당시의 성 풍속을 거침없이 묘사했다.
자유로운 성 문화를 구가하던 고려까지와 달리 조선의 성 문화는 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부부유별, 남존여비의 엄격한 가치관이 자연스러운 성의 본능을 혹독하게 억압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도 양반 사대부의 경우 더 심했고 폐쇄적이었으며, 그 아래 계급인 평민과 상민은 양반보다는 규범에 덜 매이는 자연스러운 성 문화였을 것이다.
조선의 춘화는 명나라의 호색 문화가 도입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중국 춘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춘화가 상류사회의 성교 체위나 기교 등을 보여주는 노골적인 성애물이었다면, 조선의 춘화는 그림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는 문인화적인 격조와 동시에 서민적인 소박함, 음양 및 자연과 인간의 조화, 마치 이웃에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풍속화적 성격을 띤다는 특징이 있다.
풍속화의 성격상 당시의 생활양식과 그 풍습 안에 녹아든 성생활의 일면이 조선시대 후기 유행했던 춘화에 해학적인 모습으로, 때로는 노골적인 모습으로 녹아 있다. 조선의 춘화는 지체 높은 양반들뿐 아니라 중인, 평민, 또 청년, 장년, 부부, 노년에 이르기까지를 대상으로 야외, 정원, 실내 등 여러 장소에서 벌어지는 정사를 사실적이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의 춘화는 중국의 도상이나 다른 화가가 그렸던 도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위 그림도 조선 후기의 춘화에 여러 번 등장하는 주제다.
이 그림에서는 노쇠해져가는 노부부의 성생활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리고 있지만, 사실 성 능력은 나이보다는 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다. 특히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하는지에 따라 나이보다 훨씬 젊게 살 수 있는 현대에서는 나이에 얽매여 자신의 성욕이나 흥분, 또 쾌감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말에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성생활은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실 성생활은 건강관리를 잘하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하려는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 또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과 놀이로, 애정의 표현으로 성생활을 계속하는 이들이 젊어 보일 뿐 아니라 수명도 길고, 암 등 중병에 걸릴 위험도 적으며, 심장마비 등의 사망률도 눈에 띄게 낮다. 그뿐 아니라 면역력이 높아져 잔병치레도 적고, 자존감이 유지되기 때문에 삶의 행복감이 높아진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70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독일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70이 넘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다가 갑자기 남자의 발기가 사라져버렸는데, 무안해진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
“80대가 되면 섹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아오?”
여자가 궁금해하자, 남자는 “여자가 밑에서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거요. 그러면 남자는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려야 한다오. 그러나 걱정 마오. 나는 아직 80세가 되려면 3년이나 남았다오”라고 말하며 둘이 마주 보고 웃는 장면.
섹스는 누가 누구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다. 또 이기고 지는 경기도 아니다. 특히 나이 든 이들의 섹스는 그냥 즐겁게 서로의 몸을 만지고 안고 키스하고 쓰다듬고 삽입도 하고, 어려우면 섹스토이도 사용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림 속 늙은 아내가 남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당신 양물이 일어났으니 얼른 한번 해봅시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따뜻하고 다정하고, 무엇보다 자연스럽지 않은가!
초가집 한 채, 물가에 있다. 나무들 우거지고 옥색 냇물 돌돌거리는 산골짝이다. 개울 건너엔 들이 펼쳐져 후련하고, 들판 건너편은 높고 낮은 산들의 파노라마로 청신하다. 초가를 지은 이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석학인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1563~1633)다. 산천경개 수려하고 윤택하니 이 아니 좋을쏘냐? 그는 반색하며 무릎을 탁 쳤을 게다. 세상의 문장을 독하게 섭렵한 내공으로 산수를 가늠하는 눈썰미도 달인 경지에 이르는 게 성리학자다. 햐, 그런데 초가의 몸피가 한 줌 크기다. 왜 이렇게 지었나?
벼슬이면 벼슬, 학문이면 학문, 정경세는 헌걸차 몸담은 분야마다 큰 발자국을 남긴 준재다. 그런 그가 요즘말로 시골 세컨드하우스에 속할 정자를 아주 자그맣게 지었다. 성냥갑 크기의 방 한 칸과 마루 한 칸이 고작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대충 지은 움집이 아니다. 들보와 기둥은 제법 야무지고, 마루 벽엔 쌍으로 창을 달아 통풍과 채광에 지장 없게 했다. 몸 하나 편히 눕히고 비바람을 능히 피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던 거다. 그는 이 초가에 ‘계정’(溪亭)이라 이름을 붙였다. 중앙정치의 꿍꿍이와 아귀다툼에 밀려 한미한 신세가 될 때면 낙향해 이 오두막에 머물렀다.
작고 초라한 계정은 인테리어 하나 없으나 아름답다. 잎이며 꽃이며 군더더기 다 털어내고 본질만으로 존재하는 한 그루 겨울 나목처럼 개결하다. 비우고 또 비웠으니 득도에 가까이 간 정자다.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난 옛사람의 자유로운 정신을 이 집에서 보지 않고 무엇을 더 볼 것인가. 정가의 이전투구에서 패퇴한 사대부들은 흔히 번듯한 원림(園林)을 지어 경영하며 울분을 달랬다. 정경세는 달랐다. 그의 내부는 이미 넓어 보잘것없는 초소형 정자에서도 활달하게 노닐었다. 겨우 나뭇가지 하나를 침상으로 삼아 발톱으로 움켜쥐고 밤을 보내는 산새들의 생태와 유유상종하며 허름한 초가를 우주처럼 크넓게 썼을 게 아닌가.
계정 옆댕이엔 대산루(對山樓)가 있다. 2층짜리 조선 전통한옥을 본 적 있는가? 우리의 옛집은 왜 다들 단층이냐고 섭섭해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라면 2층으로 지어진 대산루를 찾아볼 일이다.
한옥으로선 이례적인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一’자형 1층 위에 정면 2칸, 측면 5칸의 ‘l’자형 2층 누각을 올려 전체적으로는 ‘ㅓ’자형을 이루고 있다. 예사 건축 구성이 아니다. 아마도 당대의 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했을 테다. 2층 누각에 온돌방을 설치한 데에서도 대단한 창의적 발상으로 지어진 집임이 확인된다. 2층 하부에 벽을 치고 흙을 채워 인공지반을 확보한 뒤 구들과 고래, 아궁이를 설치해 온돌방을 만든 것이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을 사각 돌덩이들로 조성한 점도 이채롭다. 왜 그랬는지 딱히 밝혀진 건 없다. 누각 마룻장에 빠끔하게 뚫어둔 구멍 하나도 요상하다. 용변을 보거나 청소를 위한 배출구라는 설이 있으나, 여하튼 익살스럽다. 1층 계단 쪽 회벽엔 ‘工’(공)자 문양들을 또렷하게 새겨 넣었다. 이건 누각의 풍류를 즐기되 공부에도 열을 내라는 뜻? 공부에 미치되 설 미쳐서야 푼수밖에 될 게 없다. 깨달음을 좇는 게 선비들의 공부였으니 산수 간에 앉아서도 궁구(窮究)를 일삼았다.
대산루 자리엔 원래 정경세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학당 건물이 있었다. 그걸 6대 후손 정종로(鄭宗魯, 1738~1816)가 새롭게 지어 대산루라 했다. 정경세 생시의 학당 모습을 볼 수 없어 실로 아쉽다. 그러나 대산루의 형상과 디테일이 매우 기발해 기분을 돋우기엔 부족함이 없다.
계정도 대산루도 고귀하지만, 정경세가 늘 바라보았을 물가 풍경도 내 눈엔 절경이다. 화려하지 않으나 정겹고, 웅장할 거 없으나 섬려하다. 옛사람의 꿈과 상상이 저 산수와 함께 무르익었을 게다. 예학(禮學)의 대가였던 정경세는 ‘섬김’의 도리를 실천, 타자를 가슴속에 들여놓는 일을 본분으로 삼았다. 사설 병원 존애원(存愛院)을 세워 백성들을 무료 진료하기도 했다. 정경세의 말년은 곤궁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랑곳없었다. 적게 먹고 끝내 담백하게 살았다. 가난을 가난으로 느끼지 않았으니 무소유의 본이다. 비범한 한 생애였구나.
답사 Tip
경북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에 있다. 우복종택(국가민속문화재 제296호) 공터에 주차하고 종택과 계정, 대산루 순으로 답사한다. 종택 들머리엔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5월 들어 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가 올 때마다 어르신들이 먼저 알아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비가 오는 지 무릎 통증으로 안다고 하는데, 비가 오면 왜 통증이 심해지는 것일까?
이보다 먼저 5월에 벌써 ‘장마’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측부터 확인해본다. 올해 5월에는 평년과 달리 때 이른 여름 더위가 찾아왔고, 비도 자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은 장마가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17일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5월 온라인 기상강좌’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일본까지 북상했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단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는 장마라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 11일부터 규슈지방에 내리기 시작한 비를 ‘장마’라로 선언했다. 일본에서 역대로 두 번째 빠른 장마다.
장마는 따뜻하고 습한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차가운 북쪽의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났을 때 서로 밀어내는 힘이 비슷해, 정체하는 전선을 따라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퇴행성관절염은 50세 이상 91.7%, 여성 69.8%
이제 비가 오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무릎이 더 아파지는 이유를 알아보자. 사실 비가 올 때 모든 어르신들의 무릎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주로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비가 올 때 무릎 통증이 심해짐을 느낀다.
관절염에는 퇴행성관절염과 류머티스관절염, 화농성관절염 등이 있다. 이 중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즉 노화로 인해 생기며 환자도 가장 많다. 또 관절염은 할아버지보다 할머니 환자 비율이 더 높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보다 더 잘 아는 편이다.
2020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퇴행성관절염 환자 수는 여성이 207만1374명 69.8%로 남성 89만7193명 30.2%보다 2배가 넘었다. 또 50대 21.0%, 60대 32.9%, 70대 26.8%, 80세 이상 11.0%로 50세 이상 환자가 91.7%를 차지했다.
2015~2019년 퇴행성관절염 통계
이처럼 할머니일수록 관절염을 앓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할머니들이 상대적으로 비가 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챈다. 그런데 관절염을 앓는 분들은 왜 비가 올 때 통증을 더 세게 느끼는 걸까?
보통 맑은 날은 대기 압력이 높은 고기압 상태고, 비가 올 때는 대기 압력이 낮은 저기압 상태다. 우리 몸은 대기 압력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가 올 때는 대기 압력이 낮아지면서 몸 내부 압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평균 대기 압력이 100이라고 한다면 몸 내부 압력도 100으로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비가 오면 대기 압력이 90으로 낮아져 내부 몸 압력이 상대적으로 10 정도가 더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관절 안쪽 공간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때 관절 내 조직이 팽창하면서 신경을 자극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풍선에 공기를 넣으면 압력이 높아지면서 팽팽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따뜻한 찜질, 통증 완화에 효과적
또 비가 올 때는 기온도 내려간다. 무릎 주변의 온도가 떨어지면 몸 전체의 피의 흐름과 양이 줄어든다. 흐르는 피가 줄면 상대적으로 염증 유발 물질이 늘어 통증도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비가 올 때면 평소 관절염을 앓는 어르신들의 통증이 더 심해진다. 무릎 관절염 환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할머니들이 비가 오는 지 잘 아는 비결이다.
그런데 비가 올 때 어르신들의 관절염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집안에서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가 오면 잘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압력이 높아진 관절이 더 팽창하고 뻣뻣해져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내에 있더라도 스트레칭이나 체조 같이 가볍게라도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물론 운동을 하더라도 아픈 관절에 무리가 가는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또 전문가들은 비가 오는 날에는 관절을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따뜻한 물이나 팩 등으로 하는 찜질을 하면 혈관이 확장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근육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따뜻한 찜질은 퇴행성관절염과 오십견, 허리통증, 어깨결림 등에 효과적이다.
관절염 통증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상황일 때는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은 뒤 항염증 소염제 등을 처방받아 증상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저런 남자가 현실에 있을까요?”
“그레이 같은 남자라면 SM도 두렵지 않아요. 저런 남자랑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전 ‘여성용 포르노’라 불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여성 독자들의 후기다. 이 책은 처음에는 SM(사도마조히즘)을 그린 이야기로 소개되었고, 언론은 SM에 끌린 여성 독자들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 소설에 끌린 진짜 이유는 SM이라는 파격적인 성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성 심리를 꿰뚫는 그레이라는 남자 때문이다.
이 소설은 아나스타샤라는 평범하고 순진한 여대생이 억만장자인데다 젊고 머리도 좋으며, 게다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미남인 사업가 그레이의 프러포즈를 받아 그야말로 신데렐라가 되는 이야기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 그레이는 그저 돈이 많은 평범한 재벌이 아니라 머리가 비상하게 좋으며 여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밀당’의 천재다.
‘진토닉’을 주문할 때도 그레이는 그냥 평범한 진토닉이 아니라 “헨드릭스나 봄베이 사파이어로. 헨드릭스에는 오이를, 봄베이에는 라임을 넣어달라”는 특별한 주문을 한다. 마치 007 제임스 본드가 칵테일을 주문할 때마다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 ken, not stirred)”라고 말하면서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것처럼.
여자들은 지루하고 평범한 착한 남자보다는 자기를 쥐락펴락하는 나쁜 남자에게 더 끌리는 약점이 있다. 이런 여자들의 약점을 파고든 남자가 바로 그레이다.
소설 속 아나스타샤는 평범한 여대생 같지만 사실은 이 시대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자다. 우선 그녀는 대학 졸업반이 되도록 남자와의 성 경험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키스 경험조차 없는 ‘순진무구’한 여자다. 게다가 요즘 여자답지 않게 ‘테스’를 좋아하기까지!
아나스타샤의 처녀지 같은 성적 경험은 오로지 그레이에 의해서 개척(?)되고 개발되어간다. 이제까지 많은 여자들과 환락의 성 경험을 해왔던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와의 관계에서 예외가 많아질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아나스타샤가 그에 의해 고지가 점령된, 그녀야말로 진정한 자신의 여자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래서 신데렐라의 조건은 순결’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으로 유능한 남자에 의해 개발되어가는 ‘복 받은 여자’를 통해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레이는 또한 심리전의 고수다. 적극적으로 아나스타샤에게 접근하지만, 항상 그녀의 빈틈을 정확하게 노린다. 아나스타샤가 위기 상황이면 흑기사처럼 나타나 구해낸다. 데이트를 위해 자가용 헬리콥터를 띄우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가용 비행기로 4000마일을 단숨에 날아오며, 영문학도인 아나스타샤에게 첫 선물로 ‘테스’ 초판본을 보내온 그레이에게 아나스타샤는 점점 함락되어간다.
작가는 여성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레이가 어릴 때 받은 상처, 고아로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과 나이든 여자에게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의 모성애 본능을 제대로 건드린다. 많은 여성들이 불행해하거나 뭔가 부족한 남자를 발견하면 자신이 그를 구원할 마돈나라고 착각한다는 사실도 작가는 간파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아나스타샤는 그레이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의 최대 강점은 여성들이 성에 대해 갖는 판타지를 정확히 안다는 것이다. 소설 속 그레이는 여자의 성에 아주 능숙한 남자다. 그레이가 섹스를 연상의 여성으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여자를 만족시키는 섹스를 제대로 할 것인지 충분히 상상하게 해준다. 평소 보수적인 가치관 때문에 여자들은 원하는 체위나 행위가 있어도, 현실의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남자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레이는 아주 주도적으로 자신을 이끌었던 경험 많은 여성을 통해 이미 여성들이 원하는 섹스에서의 모든 것을 차고 넘치게(?) 알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황홀한 섹스를 여자에게 선사할 것인가?
또 적잖은 여성들은 ‘강한 남자에게 당하는 거친 섹스’를 성적 판타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남자들과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는 본질적으로 무척 다르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데 집착하는 반면, 여자들은 자신의 성적 판타지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다. 그저 상상할 뿐. 만약 어떤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상황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강간을 당하고 싶어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쨌든 우리의 그레이는 SM을 가장하여 사랑이 아닌 계약을 하며(사실은 ‘계약이 아닌 사랑을 하며’가 맞겠지만) 여성의 눈을 가리고, 묶고, 때론 벌을 준다며 무릎 위로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찰싹 아프게 때리기도 한다.
그레이는 이렇듯 거친 섹스에 대한 여성의 판타지를 실현해주면서 여성을 황홀경으로 끌고 간다. 동시에 그는 남성 중심이 아닌 섹스에서도 현실 속 수많은 남자들과 달리 자신의 흥분과 만족만 추구하지 않고 상대 여성의 만족을 더욱 추구한다. 그러니 어찌 여성 독자들이 그레이에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남자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세심히 읽는다면 여자들이 원하는 섹스가 무엇인지 간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 여자들이 남자에게 ‘훅’ 끌리는지, 남자에게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는지 말이다. 비록 그레이만큼 가진 돈이나 명예가 없어 데이트에 헬리콥터를 띄울 수는 없을지라도, 잠자리에서만큼은 자신의 여자에게 하늘 위를 나는 황홀경을 선물해보시기를!
● Exhibition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 만화, 음악 등 대중문화의 순간을 재탄생시킨 맥스 달튼의 개인전이 국내 최초로 열린다.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영화를 소재로 해 보는 이들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트북 일러스트를 작업했으며, ‘스타워즈’, ‘메트로폴리스’ 등 SF영화를 정교한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는 맥스 달튼의 영화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포스터, 드로잉, 수채화 등 다양한 작품 220여 점을 살펴본다. 특히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과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포스터 및 미공개 연작 8점, 초안 드로잉 등을 최초로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비틀스, 밥 딜런 등 음악 거장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린 LP 표지와 동화책 일러스트 등도 전시해 그의 작품 세계를 다방면으로 조명한다. 특유의 물 빠진 듯한 빈티지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로 관람객을 매료하는 그의 작품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유영하는 듯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전이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운명과 상담소, 두 공간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작가 17명의 작품으로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상담’을 통해 내면을 깨닫는 여정을 마련한다. 1전시실 ‘운명’에서는 베토벤이 악상을 떠올린 숲속을 재현해 운명이 인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빛과 어둠, 사계절, 음양오행 등 운명적 의미를 나타내는 신비로운 상징물이 내부를 가득 채운다. 2전시실 ‘상담소’는 사주포차, 본능미용실 등 작가들이 만든 6개의 이색 상담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사주, 타로, 연금술 등 운명론적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운을 시험하고,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미신이라 여겨지던 우주관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깊은 내면을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모바일 앱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게임, 살풀이 굿판, 전자음악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보다 입체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 Book
◇그러라 그래 (양희은 저·김영사)
데뷔 51년 차에도 한 그루 느티나무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세월만큼 깊어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지나온 삶과 노래,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마치 오랜 친구의 사연을 낭독하듯 따스하고 정감 있게 담았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는 양희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쉽지 않은 인생이라도 정성껏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애틋한 응원이 들어 있다. 그런 그녀만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늘 여유만만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녀도 순간마다 흔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무대에 섰으나 자신을 향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 있던 이십대, 난소암으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서른 살까지, “모진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지나간” 인생이었다고 담담히 돌아본다.
“무릎이 ‘나 여기 있다’ 하고 위치를 가르쳐주고” 늘 서서 부르던 노래를 앉아서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일부였던 노래를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것을 예감한다. 몸은 자꾸 느려지고, 노년을 준비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의 말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또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엄마가 떠나시면 어쩌나’ 마음 졸이다가도 마음과 달리 틱틱 쏘아대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후회 없는 헤어짐을 준비한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몇 십 년을 살아도 어렵고 지난한 것이 인생이지만, 그녀는 그동안의 실패와 어려움에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덕분에 “마음의 자리가 넓어졌다”고도 덧붙인다. 인생의 시행착오를 ‘탓’이 아닌 ‘덕’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여유와 넉넉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파도가 밀려와도 “그러라 그래” 하고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백년 허리 1 : 진단편 (정선근 저·언탱글링)
스테디셀러 ‘백년 허리’의 개정증보판이다. 초판에서 고쳐야 할 부분을 대거 보충했으며, 허리 통증은 진화의 축복이라는 요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저·을유문화사)
건축가인 저자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각종 공간의 변화를 진단한다. 단순 공간 이야기뿐 아니라 주거 문제부터 국토 균형 발전까지 사회를 위한 거시적인 조망이 담겨 있다.
세계사의 탄생 (데이비드 크리스천 엮·소와당)
케임브리지 세계사 시리즈 한국어판으로, 복잡다단한 세계사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200여 명의 석학이 저술에 참여해 주제별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 Stage
◇나빌레라
일정 5월 14일~5월 30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조형균, 최인형, 강상준, 강인수 등
최근 tvN 드라마로 방영되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는 ‘나빌레라’가 창작가무극으로 관객을 찾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품은 70대 ‘덕출’과 현실의 벽 앞에서 방황하는 20대 발레 유망주 ‘채록’이 발레를 매개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점점 희미해지는 덕출의 기억과 위태로운 채록의 삶을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발레단의 상황과 연결해 가슴 찡하게 풀어낸다. 창작가무극으로 만나는 ‘나빌레라’는 웹툰 한 컷의 감동과 드라마의 세밀한 감정선을 공연만의 매력인 현장성으로 살려낸다. 특히 독보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지나 연출가의 합류로 초연보다 안무 비중이 늘어났으며, 힙합, 재즈, 모던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활용돼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웹툰과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무대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지붕위의 바이올린
일정 4월 28일~5월 1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박성훈, 권명현, KoN, 이혜란, 정은영, 서유진 등
1905년 러시아 유대인 마을, 중매결혼을 중시하는 아버지 ‘테비예’와 주체적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다섯 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랜 전통 앞에서 구세대와 신세대가 갈등하지만, 마침내 서로를 포용하는 가족의 모습이 감동을 전한다. 결혼을 허락받은 딸의 기쁨과 그런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극대화된다.
◇포미니츠
일정 5월 23일까지 장소 정동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김선경, 김선영, 김환희, 김수하 등
2006년 개봉한 실화 바탕의 독일 영화를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살인수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제니’와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크뤼거’가 피아노를 매개로 만나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제목처럼 제니의 처절한 삶과 아픔을 담은 4분간의 피아노 연주가 강한 여운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